5일 유통업계와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미국 등지에서 오렌지 수입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중국 장시성 남부의 간저우 지역에 지독한 감귤녹화병이 돌아 자국내 오렌지 생산량이 1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식문화가 다양화하면서 중국내 오렌지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농무성(USD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10만t의 오렌지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 농무성은 “그동안 중단됐던 중국과 캘리포니아의 교역이 다시 재개되면서 중국의 미국산 오렌지 수입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오렌지 수입량을 늘리면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오렌지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무려 9배 넘게 늘렸는데 같은 시기 국내 호주산 쇠고기 가격도 30%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블랙홀”이라며 “중국에서 먹기 시작하면 전세계 물가가 요동을 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오렌지 도매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1월 국내 네이블 오렌지 도매가(18kg 기준)는 5만7929원으로 1년 전 5만1650원보다 12%올랐다. 오렌지 수입시즌 직전인 1월 기준으로 5년내 가장 높은 가격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가뭄과 냉해 피해로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던 시기보다도 현재 더 비싸지는 상황”이라며 “미국 산지에서도 물(농업용수)값이 크게 올라 오렌지 가격은 계속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캘리포니아 항만노조의 태업도 복병이다. 항구에서의 하역과 선적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오렌지가 국내에 도착하는 시기도 크게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오렌지 바이어 A 씨는 “물류문제가 심각하다. “캘리포니아 바다에 배 20여 척이 짐도 못 내리고 둥둥 떠 있는 상황”이라며 “오렌지가 미국에서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평소엔 3주 걸렸는데 지금은 한 달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국내 오렌지 물가를 잡기 위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오렌지를 사전에 확보하는 한편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새로운 오렌지 산지를 적극 발굴중이다. 현재 롯데마트에서 오렌지 1개 가격은 900원 대로 지난 연말과 같은 수준이다. 홈플러스도 “고당도 미국산 오렌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선키스트 외에도 퓨어스펙·선트리트·돌·블랙라벨 등 4개 브랜드 협력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물량 공급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선적 일정을 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