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허승연(49)씨는 이 음악원의 부총장이다. 1996년 교수로 시작해 지난해 8월 부총장에 임명됐다. 그는 “취리히의 어린 학생들을 보면 음악을 굉장히 쉽게 접한다. 특히 듣는 것뿐 아니라 직접 할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왜 한국에서는 안 될까. 꼭 전공을 해야만 악기를 연주해볼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허승연씨 청소년 연주 프로젝트
100명 2주 집중훈련해 무대 세워
“어려서 악기 다뤄봐야 귀 밝아져”
음악 전공을 하지 않는 청소년 단원 100여 명을 뽑아 오케스트라로 묶어준다. 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은 스위스의 연주자들이다. 허씨는 취리히의 음악원과 톤할레 오케스트라 단원 등 10여 명을 성남에 초청했다. 연주자들은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2주 동안 집중 훈련하고, 마지막 날에는 지휘자를 초청해 정식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그는 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할까. 허씨는 “나중에 음악과 관련없는 직업을 가질 아이들에게 음악 접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연주자 몇 명을 배출하는 게 문화 강국이 아니다. 좋은 청중이 많아야 진짜 문화의 나라다.”
허씨는 고등학교 1학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노버·쾰른 등 명문 음대를 졸업했다. 그러나 ‘피아노만 치지 않는 피아니스트’로 더 유명하다. 취리히 음대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면서 부설 영재 교육원을 세웠고, 다른 나라 음악원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 청소년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도 피아니스트로서 가욋일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혼자 외국에서 살아서인지 연주자가 연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연주 들어줄 사람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음악 사랑할 기회도 주는 게 연주자의 큰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한국 학생들이 입시 전쟁에 시달리느라 음악 접할 기회가 너무 적어 안타깝다”며 “특히 다른 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고 했다.
떠난 지 30여 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그 전주곡 삼아 이달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연다. 7년 만의 한국 독주회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