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비박계의 지지를 받은 유승민 의원이 당선된 건 당의 헤게모니가 4년 만에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이동한 ‘사건’이다. 유 의원은 149표 중 84표를 얻어 친박계가 민 이주영(65표) 의원을 19표 차로 눌렀다.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 … 김무성 대표와 ‘비박’ 투톱
“청와대 과감한 쇄신을 … 증세 없는 복지 바꿀 필요”
그는 청와대 인적 개편·소폭 개각과 관련,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감안한 수준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쇄신 인사를 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선 과정에서 그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청와대의 ‘금기어’인 개헌에 대해서도 이날 “정치인이 개헌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토론하는 거야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 체제를 만든 의원들의 뜻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초만 해도 이주영 의원에게 세에서 밀렸지만 연말정산 파문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등 돌린 지역구 민심에 충격 받은 초·재선 의원들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월 김무성 대표 체제 등장에 이어 이번에 원내 지도부까지 비박계로 포진함에 따라 청와대와 독립된 목소리를 장전하게 됐다.
김무성-유승민 체제는 당 주도의 당·청 관계를 추구하겠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새누리당과의 소통에 더 신경 쓰지 않으면 국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날 소지가 다분하다. 새누리당 내부의 역학 관계도 복잡해졌다. 4년 전엔 친이계의 대안으로 ‘박근혜’라는 중심축이 있었지만, 지금의 비박계는 그렇지 못하다. 증세·복지 등 정책 이슈는 물론 오픈 프라이머리나 개헌·선거구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서 당 지도부가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자칫 노무현 정부 후반기의 열린우리당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