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광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이곳을 ‘수소 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소 경제’의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청사진 때문이다. 기름 자동차로 상징되는 ‘탄소 산업’ 시대를 뛰어넘어야 생존한다는 위기감도 배어 있다. 이런 정 회장의 ‘수소 프로젝트’가 27일 첫발을 뗐다.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고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정 회장은 센터를 통해 ▶자동차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산업을 키우며 ▶지역 서민경제도 살린다는 전략을 짰다. 이를 위한 무기는 든든한 ‘종잣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개소식에서 “광주시·민간투자자 등과 1775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1775억 펀드 … 연료전지 국산화
차 특허 1000건 공개해 창업 돕고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도 나서
"오룡동 지명처럼 많은 용 나오길"
박 대통령, 개소식서 창업 덕담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육성한다는 전략엔 정 회장의 ‘미래 먹거리’ 고민이 담겨 있다. 현대·기아차는 디젤엔진·전기차 등에서 한발 늦었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공기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든 뒤 모터를 돌려 달린다. 일본의 닛케이 BP 클린테크 연구소는 세계의 연료전지 시장이 2030년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현대차는 2013년 수소차인 ‘투산 ix’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앞서 있다. 광주 혁신센터에선 향후 150억원의 ‘수소 펀드’를 투입해 수입에 의존하던 연료전지 부품을 개발한다.
광주 혁신센터는 대구(삼성)·대전(SK) 등 기존의 4개 센터와 다른 사업도 펼친다. 전통시장에 ‘투어·체험 프로그램’ 등을 접목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먼저 송정역 앞 매일시장과 대인시장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뒤 확대한다. 17만 명에 이르는 광주의 소상공인에게 창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유지수(자동차산업학회 명예회장) 국민대 총장은 “한국이 수소차 양산에 가장 먼저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서는 일본에 뒤진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