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의 근현대 문화유산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최근 용산기지 일대에 대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다.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에 따른 공원화 계획과 함께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기지 내 문화재에 대한 보존 및 철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소공동위 숙소, 전사자 추모비 …
근현대사 아픔 간직한 유산 많아
군사시설 묶여 실태 조사도 못해
근대유산 처리 방안 마련 서둘러야
미·소공동위원회 소련 대표단 숙소와 6·25전쟁 미군 전사자 추모비 등이 대표적이다. 6·25전쟁 발발 전까지 육군본부로 사용된 벙커도 그대로 남아있다. 2013년 문화재청 조사에선 일제가 만든 병영 100여 동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용산기지가 ‘문화재 저장고’라 불리는 이유다.
근현대 문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어려 있다. 6·25전쟁 직후 서울에 주둔한 미군은 일본이 사용하던 군사기지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서울역과 용산역이 가까워 대규모 병력 수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1967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발효에 따라 일반인이 드나들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 결과 60~70년대 부동산 개발 열풍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
용산공원기획단은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에 실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미군 등에 요청할 계획이다. 용산기지를 관할하고 있는 자치구의 고민도 크다. 용산구청은 지난해 7월 기지 내 문화재를 조사한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란 책자를 발간하는 등 근현대 문화재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공원 착공에 앞서 주민들과 협의해 문화재 보존 대책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기지에 남아 있는 시대적 아픔을 어떻게 보존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