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환풍기로 들어가 금은방 턴 제2의 최갑복

중앙일보

입력 2015.01.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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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에서 가로·세로 35㎝에 불과한 환풍기를 뜯어내고 금은방에 침입했던 30대 절도 전과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함양경찰서는 금은방 화장실 환풍기를 뜯어내고 들어가 귀금속 200여점(50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절도)로 A(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전과 10범인 A씨는 지난 21일 오전 2시 20분쯤 함양읍 용평리의 한 금은방 화장실 환풍기를 드라이버로 뜯어내고 들어갔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금은방이 있는 4층짜리 건물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4층짜리 건물의 외벽 사이 50~60㎝ 공간을 타고 위에서부터 내려와 지상에서 3m높이에 위치한 환풍기를 뜯어내고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키 173㎝에 몸무게 77㎏으로 환풍기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에서 "머리 부분 부터 밀어 넣어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절도전과 10범인 A씨가 태권도 4단에 몸놀림이 유연해 환풍구의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두 달 전 2차례에 걸쳐 시계줄을 고친다며 금은방을 찾아 현장 답사를 하는 과정에 환풍기를 침입로로 삼기로 결정했다. 야간 출입구는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어 침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훔친 반지 등 귀금속을 진주의 한 전당포에서 현금으로 바꿔 2400여만원을 얻었다. 이어 자신이 자주 가던 함양의 한 음식점에 들렀다가 잠복했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특정 영문글자가 적힌 모자를 자주 쓰고 다니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캡쳐해 탐문수사 끝에 붙잡았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함양 일대 약국, 식당, 옷가게 등 13곳에서 430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에 대해서도 캐고 있다.

이병식 함양경찰서 형사팀장은 "A씨는 범죄를 저지르기전 현장 인근에 숙소를 잡아 놓고 배달 음식만 시켜먹고 방 청소도 자신이 하고 나올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함양=위성욱 기자 we@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