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관리 쉽고 컬러풀 ‘일석삼조’
털 달린 동물의 가죽을 벗겨 몸을 덮은 건 약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종의 원시 의류가 모피였던 셈이다. 털옷의 역사가 인류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증거다. 한데 유명 여성 모델들은 과감하게 옷을 벗어 던지고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모피 옷에 대한 대중의 윤리적 반감을 드러낸 시위였다. 모피 의류에 쓰이는 질 좋은 가죽 대부분은 식용보다 모피 자체를 얻기 위해 동물을 희생해야 얻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극적인 동물보호론자들은 모피 의류 패션쇼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일쑤였고 슈퍼모델들은 전라(全裸)로 항의 표시를 했다.
인조 모피 vs 천연 모피
저렴한 가격, 관리의 용이성 등 장점 덕분에 인조 모피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편에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조 모피 옷이 ‘지구 환경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고급 모피 수입·제작·유통 업체인 ‘퓨어리’ 이유형 대표는 “대개 아크릴 소재로 만드는 인조 모피는 생(生)분해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며 “동물을 보호할 순 있겠지만 환경 오염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진짜 모피는 6개월~1년이면 생분해된다. 또 국제모피유통연합(IFTF)에 따르면 인조 모피를 제작하는 과정엔 석탄·석유 등 재생 불능(non-renewable) 에너지가 진짜 모피보다 3배 이상 많이 든다.
두 진영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진짜, 가짜를 가릴 것 없이 모피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2014~2015 겨울용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주요 패션쇼에서 500개 이상의 디자이너·브랜드가 모피 옷을 내놨다. 동물을 보호하든, 지구를 살리든 간에 한번 산 모피 옷은 오래 입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유형 대표는 “올 겨울, 좀 때문에 진짜 모피 옷을 망쳤다는 손님들이 많다”며 “방충제·모피 냄새가 섞여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좀약을 안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꼭 무향 방충제를 써야 한다”고 권했다. 이 대표는 또 “고급 거위털·오리털 외투의 모자 둘레에 천연 모피가 많이 쓰이는데 이 부분은 가급적 세탁을 하지 말고 패딩 부분만 손으로 물세탁 하라”고도 했다.
그는 “옷장에 제습제를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제습제와 모피 옷은 상극이다. 털이 붙어 있는 가죽이 마르면 천연 모피라 해도 마치 탈모처럼 털이 쉽게 빠지기 때문에 모피를 제습제 곁에 두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인조 모피에 대해 ’경원‘의 마 과장은 “세탁소에 ’드라이 크리닝‘을 맡기면 된다”며 “천연 모피보단 관리가 덜 까다롭지만 열과 물에 약한 것은 마찬가지이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강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