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편집을 한 게 방송국인지 검열관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버세상에선 이미 검열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중국은 검열이 일상화된 사회주의국가 아닌가. ‘정부에 불리하거나 민감한 사건이 터지면 인터넷 검색어 자체를 차단해 버린다. 다른 데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도 중국에선 꼬리를 내린다. TV 프로그램 하나 건드리는 것쯤은 애교였을 터이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 얘기다. ‘중국이니까’ 하고 가볍게 넘기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보다 더 황당하고 웃기는 검열을 국내 TV에서 목격한 기억이 떠올라서다. 얼마 전 한 케이블 채널에서 BBC 다큐멘터리를 봤다. 건축의 역사, 그중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다루는 장면에서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화면 가득 등장한 걸작 조각품들의 은밀한 부위가 모조리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The Creation of Adam)’를 보여주면서 주인공인 아담의 몸 일부를 가리고 내보낸 방송도 있었다. 욕설이 나오는 거친 대사를 묵음 처리하는 일도 요즘 부쩍 많아졌다. 때론 한국말인데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다.
물론 방송엔 심의기준이란 게 있다. 불쾌감을 주거나 불건전한 화면과 대사가 만연하면 곤란하다. 그래도 맥락과 상식을 따져야 한다. 애매할 땐 되도록 긍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상상의 범위가 확장되고 창조경제가 가능해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다비드상이나 라오콘군상에 모자이크질을 해대는 나라에서 문화 융성을 바랄 순 없다. 부디 화면 밖에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 [분수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