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때부터 배운 격투기로 '강한 남자' 모델 됐죠

중앙일보

입력 2015.01.11 00:01

수정 2015.01.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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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영 학생기자와 박순성 모델이 글러브를 끼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고교 2학년 때 모델이 된 박순성씨는 “무슨 일이든 시기가 중요하다”며 “모델이 꿈인 친구들은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소중 친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1기 학생기자 강희영(성남 이매중 3)입니다. 얼마 전 채널 XTM의 ‘주먹이 운다’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모델 파이터 박순성(23)씨를 기억하시나요? 격투기 선수와 모델, 이 상반되는 두 가지 간판을 한 몸에 걸고 나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모델의 세계를 소중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었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모델 세계를 소개합니다.

[학생기자 리포트] 모델 파이터 박순성 인터뷰

―어떠한 계기로 모델이 됐나요.

“원래 학창시절에 격투기 선수였어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무에타이(타이 전통 격투 스포츠)를 배웠죠. 그런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패션쇼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난생 처음 런웨이에 섰죠. 그때 ‘아, 내 길은 이거구나’라고 느꼈어요. 5년 동안 했던 선수 생활을 단번에 그만두고 모델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TV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에 참여한 이유는요.


“인지도를 높이고 싶었어요. 평범하면 그 많은 모델들 사이에서 어떻게 주목을 받겠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특기 살리기’였죠. 학창 시절 배운 격투기로 저를 알리자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주먹이 운다’ 시즌3의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죠. 예선만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5년 동안 배웠던 걸 제 몸이 기억해서인지 생각보다 쉬웠어요. 사실 예선전이 있기 딱 6일 전부터 글러브를 다시 잡았거든요.”

―패션 모델 외에 다른 종류의 모델도 있나요.

“모델의 종류는 정말 많아요. 저도 처음에는 패션쇼와 촬영 분야만 있는 줄 알았죠. 모델의 정의는 ‘새로 유행할 혹은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그 옷의 맵시를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키나 외모, 분위기에 따라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분야가 달라요. 대부분 키가 작으면 피팅 등 촬영 위주로, 키가 크면 런웨이 위주로 활동해요.”

―자기관리가 엄격해야 할텐데요.

“무조건 마른 몸매보다는 개성을 살릴 수 있어야 모델로서의 ‘나’를 인식시킬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강한 남자’로 이미지를 정하고 활동하고 있죠.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매일 헬스장에 다녀요. 신상품을 보여주는 시즌이 시작되기 약 두 달 전부터는 운동 강도를 높이고, 식사량은 줄여요. 비타민C와 칼슘이 많고 포만감도 느낄 수 있는 양배추를 주로 먹죠.”

―패션쇼가 열리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또 패션쇼가 없을 때 모델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패션쇼는 ‘서울 패션 위크(컬렉션)’예요. 서울 패션 위크는 밀라노·런던·파리·뉴욕에 이어 ‘세계 5대 패션 위크’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 패션쇼이기도 해요. 서울 패션 위크는 3월에 열리는 ‘F/W(Fall/Winter, 가을/겨울) 시즌’과 10월에 열리는 ‘S/S(Spring/Summer, 봄/여름) 시즌’으로 나뉘어요. 1년에 두 번, 일주일 동안만이라 이 시기 전후로 비는 시간에는 다른 패션쇼나 부산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참여하기도 하죠. 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여는 패션쇼, 대학교 졸업 작품 패션쇼나 CF 촬영 등의 활동도 합니다.”

―모델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난 뒤에는 대개 어떤 일을 하나요.

“대부분 30대 초반이면 현역 활동을 그만둬요. 많은 모델들이 김우빈, 이종석처럼 중간에 연예계로 빠져요. 그래서 모델 중 90%가 연기 준비를 하지만 중도에 포기를 많이 해요. 워낙 힘드니까요. 굳이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연관된 길은 많아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면 모델 아카데미의 강사, 옷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면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아는 선배는 대학에서 워킹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모델을 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패션쇼에 서거나 CF를 촬영할 때 이 길을 선택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고, 어디서든 ‘모델’이라고 하면 호감을 갖고 대해주니 기분도 좋아요.”

―나 박순성에게 ‘모델’이란.

“저에게 모델이란, 저의 직업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자 아직 오르지 못한 정상이며, 또한 넘지 못한 산 중에 하나인 존재예요.”

―모델이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한 마디.

“어떤 직업이든지 준비가 필요해요. 모델의 경우 그 준비 과정이 ‘자기 자신’이에요. 즉, 나를 모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직업 멘토링을 하다 보면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커서 모델을 하면 잘 될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시기를 놓쳐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돼요. 패션쇼에 가면 저보다 훨씬 어린 중·고등학생 친구들도 많아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모델이 꿈인 친구들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때를 잘 맞춰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기사를 읽고 친구들이 용기를 많이 냈으면 좋겠어요.”

글=강희영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