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도 많다. 대만 경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부터 삼민주의 균부(均富) 사상에 의거, 재벌의 확장을 견제하는 정책을 취해 왔으며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다. 무엇보다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는 생활물가였다. 같은 수입 쇠고기를 쓰는 것 같았는데 3000~4000원 주고 먹는 우육면의 고기 양이 우리보다 훨씬 푸짐했다. 다른 물가도 훨씬 쌌다. 중소기업 중심이다 보니 노조가 강하지 않으며 임금수준이 낮고 유통마진이 낮기 때문으로 보였다. 2013년 공정환율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만2000달러로 우리나라의 2만5000달러에 비해 낮지만 구매력 기준 통계를 보면 우리의 3만3000달러보다 훨씬 높은 3만9000달러로 일본·영국·독일보다 높다.
국가 통치구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만의 헌법은 7차에 걸친 수정을 거쳤으나 그 골격은 국민당이 중국을 통치하던 1947년 도입한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서양제도와 문물의 유입이 빨랐고, 이 과정에서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중국의 전통과 관습 위에 이를 접목하려 했다. 대만의 현 정치제도는 이런 전통을 진화, 발전시켜온 것이다. 총통이 우리나라 국무총리와 비슷한 행정원장을 입법원의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고, 또한 입법원의 해산권도 가지고 있다. 입법원 역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총통 탄핵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따랐고, 해방 후에는 미군정을 거쳐 서구 제도를 그대로 이식했다. 그러다 보니 전통, 관습과 제도의 단절이 심했고, 그 결과 자유당 독재, 유신, 5공 시대를 거치며 오늘의 정치제도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정치제도에 의한 민주주의의 실험이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동양에서 민주주의의 수용은 나라별로 조금씩 달랐다. 중국은 아직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가 지속되며, 일본은 의원내각제도를 채택해 50년대 이후 거의 자민당 일당 집권이 계속되어 왔다. 대만과 한국은 90년대 이후 직접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뤄 왔으나 권력구조에 있어 차이점은 많다. 대만이 우리보다 더 효율과 책임성이 강조되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의 개헌 논의에 참고할 점이다.
대중국 정책도 매우 실용적 접근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91년 ‘국가통일강령’을 제정하고 ‘4개 원칙’과 ‘3개 과정’을 정해 대체로 지금까지 이 틀에서 대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4개 원칙은 국가통일이 ‘공동책임’이며, ‘전 국민의 복지를 목적’으로 하고, ‘기본인권 보장, 민주법치 실천에 부합’하며 ‘이성, 평화, 대등, 호혜 원칙하에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3개 과정은 ‘양측 간 정치실체 인정, 교류의 질서와 규범 확립 및 민간교류 증대’를 거쳐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우(通郵)의 실시 및 고위 인사 교류’,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통일협상기구 설립 및 통일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양국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문화·학술 교류가 활발한 단계며 중국은 대만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대상국이 되었다.
대만과 한국은 각각 서로에게 6대 교역국이다. 그럼에도 92년 국교단절 후 대만과의 인적·지적 교류는 매우 협소했다. 같은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으며 경제와 정치의 발전 과정에 공통점이 많은 나라로서 우리가 연구하고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인적 교류, 학술 교류를 더 넓혀야 할 것 같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