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스포츠 영웅 선정만 이뤄지고 구술채록사업은 부실했다. ‘스포츠 영웅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는 손기정·김성집 선생의 자서전 2권만 게재돼 있다. 40~70분 분량의 구술채록 동영상은 조회수가 80~200회에 불과하다.
대한체육회, TF구성 15억 배정
원로 100명 구술로 역사 재조명
대한체육회는 올해부터 스포츠역사 발굴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스포츠역사 발굴추진 TF팀을 구성했고 구술채록사업에만 15억원을 편성했다. 앞으로 3~4년동안 체육원로 100명의 구술채록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동영상 전문팀이 질 높은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사진·영상·출판물 등을 집대성하는 아카이브 시스템(없어질 우려가 있는 정보들을 디지털화 해 보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스포츠역사 발굴추진 TF 문호성 팀장은 “그간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메달 획득에만 매달려 체육사 정리는 뒷전이었다. 체육원로들 중 생존자가 줄어들고 있어 구술채록사업이 시급하다”면서 “10년 전부터 구술사 정리를 하는 예술·영화계 쪽을 참고하겠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구술채록 사업은 2004년에 시작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매년 6000여만원의 적은 예산으로도 10년동안 100여명의 구술채록을 완료했다. 그 자료들은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열람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는 구술사 아카이브가 잘 정리돼 있고, 서울 상암동 사옥에도 열람자료실이 따로 있다. 한국영화연구소 박혜영 연구원은 “구술채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담당자들의 사명감이다. 구술자의 말과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기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를 쓴다는 마음으로 여러 구술자들의 녹취를 수십 번 비교·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