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중요하고 독특한 산업이다. 중요하다는 의미는, 철강·소재·금융 등의 전후방 효과를 감안하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독특하다는 의미는, 자동차는 최초 기업인 벤츠가 129년간 프리미엄 시장을 지배하는가 하면 세계 10위권이던 현대·기아차가 단박에 세계 5위로 치고 올라오는 등 안정성과 다이내믹함이 뒤섞인 시장이다.
지금은 세계 자동차 산업이 변곡점을 맞는 미묘한 시기다. 기계공업 중심이던 자동차에서 전장(電裝·전기전자장비)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육박했다. 또한 구글 등이 IT 실력을 앞세워 차세대 무인 스마트카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다 친환경 흐름을 타고 일본의 하이브리드카, 유럽의 고효율 디젤차가 전통적인 시장 판도를 휘젓는 세상이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를 찾아 자동차와 IT 융합을 열심히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현대차는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산 800만 대라는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이제 다시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다. 최근 미국·일본·독일 자동차 업체들도 시장점유율 유지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담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가 향후 투자 초점을 하이브리드카·전기차·스마트카·수소전지차 등에 맞춘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존의 성공신화를 잊고, 연비 향상·친환경 기술의 축적은 물론 브랜드 파워까지 키워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의 공격적 투자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내부의 현금자산과 외부차입 능력을 감안해도 해마다 10조~1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려야 무리 없이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산성·기술력·브랜드 파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는 지난 48년간 단 한 번도 편안한 길을 걷지 않았다. 시장은 그런 현대차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묻고 있고, 현대차는 과감한 투자로 답했다. 결코 실패해선 안 될 승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