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 ●·저우루이양 9단
유명한 격언을 따른 길이었다. 기자절야(棋者切也). 바둑은 끊어야 바둑이다. 상대를 끊으면 상대의 말도 둘로 나눠진다. 양곤마 비슷한 처지가 된다. 박정환은 그 길을 택했다.
잠시 수순을 멈추고 반상을 보자. 113까지 진행된 국면인데 관전자는 떨린다. 우변 흑도 중앙 흑도 앞이 활짝 열려있지 않은가. 상변 백은 갇혀 있고. 하지만 그건 관전자의 걱정이었다. 113 이후 백에게 좋은 행마가 있었는데, 그 진행을 박 9단은 보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106 끊었던 것이다. “대국자가 수를 더 깊이 본다”는 말이 맞다.
그래도 의문이다. 106이 아니라 ‘참고도’처럼 두면 안 되는가. 4 붙임이 껄끄럽긴 하다. 다음 백a는 흑b로 중앙 백이 더욱 약해진다. 흑c, 백d가 언제나 흑의 선수라 백의 삶도 만만찮다. 수습하는 와중에 자칫하면 백은 e도 빼앗기고 f도 놓칠 수 있다. 그러면 백도 내세울 집이 별로 없다.
검토실은 이랬다. “정환이가 다 보고 있겠지.” 이후 흐름을 백에게로 이끄는 좋은 수가 있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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