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돌을 만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
-영국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1795~1881).
또박또박 써 내려간 세 글자. 60여 년(69세, 충남 부여 출생) 동안 쓰기는커녕 읽지도 못했던 내 이름이다.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던 그 막막하고 서러웠던 세월을 어찌 다 설명할까. 유년시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다.
점순씨 초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합니다
글이라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마음 속에 한(恨)으로 자리잡았지만,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자상한 남자와 연애해 단란한 가정을 꾸릴 때까지는 크게 상처받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첫아이 임신 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쳤다. 시어머니가 군대 간 막내 시동생에게 온 편지에 답장을 하라는 거다. 시어머니가 무서워 명을 거역할 수도, 그렇다고 자존심 구기며 차마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열두 살 때 그랬던 것처럼 집 뒷산에 올라 또 다시 세상을 원망했다. 왜 이렇게 불행하고 가여운 존재로 태어났을까. 친한 동생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편지봉투만 봐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시 충격이 컸다.
그랬던 내가 이제 성인 대상 4년제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올 3월 일성여자중학교에 입학한다. 경기도 화성 집에서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학교까지 왕복 5시간이 걸리지만 지난 4년간 결석 한 번 안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어찌 놓칠 수 있을까. 등·하굣길에 마주치는 지하철 역명을 한글로, 한자로, 영어로 읽을 때마다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2015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다. 더 어려운 공부를 할 생각에 설레면서도 진도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두렵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할 거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아니 하늘이 부르는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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