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올해 경제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일단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GDP 성장률을 3% 중후반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성장률(3.4%)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다. 정부의 전망치(3.8%)는 다른 기관들보다 다소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보다 낮은 3.5%로 예측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2%대 초반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2년 연속 1%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에 그쳤다. 1999년 9월 이후 15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높아졌다. 그러나 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우리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하지만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혁신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장기 성장을 하기 위해선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
2015 경제 전망
1인당 GDP, 일본과 대등
성장률은 3% 중후반 유력
물가 안 오르면 디플레 우려
국제유가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고 국제적인 신용경색으로 확산할 수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값이 배럴당 60달러를 밑돌면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 수준으로 곤두박질할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를 금융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유가가 하락하면 우리 경제엔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러시아 등 신흥국에 위기가 오면 세계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문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3%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제활성화를 위해 확장적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엔 최경환 경제팀이 준비한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가 실행된다. 근로자의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국내 투자와 배당, 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기업엔 법인세를 추가로 물린다. 이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의도에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본다면 소득 증가→민간소비 회복→경제 활력도 개선이라는 선순환을 탈 수도 있다. 경제는 심리다. 소비자들이 믿고 지갑을 여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들과의 송년 다과회에서 “2015년은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어려운 일이 많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새해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강남규·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