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감정조절 못해 범행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03.02.19 18:18

수정 2003.02.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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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 용의자 김대한(57.사진)씨는 왜 극단적인 범행을 저질렀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金씨의 질병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현재까지 알려진 金씨의 질병은 뇌졸중(중풍)과 우울증이다. 중풍 때문에 팔.다리에 마비가 왔고 金씨가 이를 비관해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이다.

방화 용의자 2년 전 중풍 진단

신경정신의학회 백인호(강남성모병원 전문의)이사장은 "중풍 환자는 뇌의 일부가 고장났기 때문에 자기조절능력이 심하게 떨어져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풍의 2차 증세로 우울증이 온 것 같지만 이것이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백제병원 노만희(정신과 전문의)원장은 "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되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판단력에 문제가 생긴다. 대개는 신체 마비의 책임을 자신이나 가족한테 돌리지만 간혹 '나만 죽는 게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金씨도 경찰에서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자살하려고 했는데 혼자 죽기가 억울해 여러 사람과 같이 죽으려고 지하철로 갔다"고 말했다.

金씨를 진료한 경북대병원 정제명 응급센터 소장은 "신체 마비로 인해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져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金씨는 2001년 4월 중풍으로 쓰러져 대구광역시 M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6월까지 세달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 해 11월 대구 내당동사무소는 뇌병변 2급 장애 판정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M병원이 金씨가 장애발생으로 낙심해 우울증과 폭력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권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金씨는 M병원에 대해 수술이 잘못돼 마비가 왔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엔 다리에서 떨어져 죽겠다는 金씨를 경찰관이 발견해 가족에게 연락하기도 했다. 이웃들도 金씨가 장애 판정을 받은 후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들(27)은 "2002년 8월 우울증으로 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정신과 의원 등에서 치료한 적이 있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를 의사의 잘못으로 보고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며 휘발유와 라이터를 준비해 왔다"고 진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金씨는 중풍으로 인해 자제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신체마비라는 현실을 이기지 못했고, 이를 비관하다 우울증 증세가 겹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성식.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