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출근길 지하철 2호선은 만원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습니다. 일터로 부지런히 발을 옮깁니다. 드디어 도착. 땀을 닦고 자리에 앉습니다. 컴퓨터를 켭니다.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아이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아침, 또 한 차례 바짓가랑이를 잡고 “회사 가지 마라”며 울어대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사는 걸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물어봤음 직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물음에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답해버리고 치운다면 나의 삶이, 우리 인생이 서글플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옆으로 돌렸습니다. 나의 이웃, 나의 동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일을 하는 것일까요.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엠브레인을 통해 우리나라 20~50세 성인 남녀 직장인 1000명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기간은 평균 3개월(33.8%)이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6개월(52.4%) 안에 일감을 찾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22.3%)는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47.3%)는 응답이 만족하지 못한다(17.4%)보다 앞섰지만, 보통(35.3%)이라는 회신도 상당했습니다. 일에서 얻는 보람과 자부심은 얼마나 될까요? 세대별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20대의 35.6%만 보람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40대(42%)와 50대(54.4%)로 갈수록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도 세대간 차이가 도드라졌습니다.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로 20대는 ‘여가생활 등 개인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를 첫 번째로 들었습니다. 반면 40대는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일하는 우리를 불만족에 빠뜨리는 첫 번째 이유는 세대에 관계 없이 역시 ‘월급봉투’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부터는 20대와 40대의 답이 달랐습니다. 20대는 ‘일 자체’를 꼽았고, 40대는 회사와 일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4위부터 6위까지는 2040세대의 답이 같았습니다. 부족한 개인시간, 낮은 사회적 평판,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불통이 일하는데 불만스러운 요소로 꼽혔습니다.
일과 돈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도 달랐습니다. 직장생활을 더 오래 한 40대는 33.2%가 ‘열일(열심히 일하는 것)’과 돈이 정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2%였습니다. 반면 ‘일을 열심히만 하면 돈이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20대는 28.4%뿐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35.6%)도 40대(32%)보다 높았습니다.
설문결과 일에 대한 생각은 역시나 사람마다 세대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답을 듣기 위해, 우리는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구두닦이·사육사·버스기사….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입을 통해 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찾아보려 합니다. 22일부터 ‘직업의 정석:당신은 왜 일하는가’ 연재를 시작합니다. 14명의 일하는 우리 이웃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