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삼거리→용산

첫 손님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노수영(35)씨 등 3명이었다. 최근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에 대해 물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애들이잖아요. 지금 수사하고 있다지만 죽은 애들을 살려낼 수도 없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살인이랑 뭐가 다른 가요. 빨리 처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신대방→철산동

노씨 일행을 내려준 뒤 한강대교를 넘었다. 보라매공원 후문 쪽에서 이재옥(56)씨가 보이스택싱에 올랐다. “그게 다 상술 때문입니다. 사람 현혹시키는 광고 많이 했잖아요. 갓난 애기 있는 집 중에 가습기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다 있지. 애기 있는 부모들이 보면 사고 싶게 만들었잖아요. 정말 허위광고죠. 아주 나쁜 사람들이에요.”

상도동→봉천동

오후 4시께 승차한 박나래(27)씨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믿을 수가 없죠. 부정부패가 정말 심하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들조차 그런 부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건 정말 심하죠.”

낙성대→노량진

마지막 손님인 회사원 박민규(34)씨는 예비아빠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업이 해체될 정도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대충 사과하고 시간 끌다 벌금 몇 푼 내면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지면서 넘어가는 그런 일만은 막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노량진→차고지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향하는 동안 마지막 손님이었던 박민규씨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이번만큼은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게 정말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과거 숱하게 비슷한 사고가 많이 일어났고 또 그때마다 우리는 분노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기사이자 기자인 제 입장에서도 가슴 뜨끔한 얘기였습니다. 정말 이번만큼은 일을 제대로 바로 잡을 수 있게 되길 그래서 유가족들에게 미약하나마 위안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