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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역→이화여대 후문

첫 손님은 대학원생 김윤아(26)씨였다. 정치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약을 한 것에 대해 자꾸 까먹으시는 거 같아요. 특히 복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지금 정부는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분 남짓 이동거리가 짧아 얘기를 길게 이어가진 못했다 .김씨는 하차 전 내게 껌을 건넸다. 따뜻한 배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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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마포세무서

신촌에서 탄 양종철(30)씨는 주점을 운영 중인 사장님이다. 가장 큰 근심거리는 직장인 회식이 줄어드는 점이라고 한다. 그는 “회식 분위기가 사라지고 법인카드 한도도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술집 주인 입장에선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버티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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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입구→아현역

뒤이어 택시에 오른 40대 여성 B씨는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지만 사정하자 응해줬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국회 들어가면 다 그놈이 그놈이고 지네 밥그릇 싸움이지요. 투표해서 찍어봤자 희망이 없어요. 서민들 살게 해주는데 관심 없잖아요. 거창한 공약 많지만 그런 건 필요 없어요. 무조건 경제죠. 애들 사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요. 학력고사 부활했음 좋겠어요. 간단하잖아요. 잘하면 대학가고 못하면 지 실력 찾아 다른 길 찾고. 가정이 튼튼해야 하는데 사교육비 벌어야 하는 통에 엄마들이 다 일하니 가정이 흔들리고 사회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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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서초구청

이수역에서 만난 김종건(61)씨는 엔지니어다. 정치인들이 정쟁에 골몰하지 말고 보다 많은 일을 해주길 기대했다. “서민 입장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들끼리 헐뜯는 거 관두고 일을 자꾸 새롭게 벌려야 해요. 뭔가를 하도록 도와줘야죠. 국가가 일을 벌리면 하다못해 막노동하는 사람도 생기고 그런 사람들이 회포 푼다고 자기들끼리 회식도 하고 그러면서 경제적 효과가 더 생길텐데….” 택시비를 안받는다고 했지만 김씨는 “젊은이가 고생한다”며 5000원 짜리 지폐를 두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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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역→사무실

‘썰전’에 유시민 전 장관과 함께 출연해 주목받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를 서초동 인근에서 사무실까지 태웠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총선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공천위원. 청와대에서 임명한 증거는 없지만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도 살생부가 없다고… 나하고 1시간만 딱 토론하자. 고개 못 들게 만들 테니까"

-"이한구 의원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이번에 굉장히 실망했어요. 과두제 민주정도 이런 과두제가 없어요. 본인이 무슨 보스입니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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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장위동

마지막 손님은 법률사무소 사무장인 신모(39)씨였다. 로스쿨 도입 등으로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나자 영업을 해야 하는 신씨는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일이 없어 동료들과 이른 저녁을 반주와 함께 먹었다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달에 200만원이라도 들고 갔으면 원이 없겠어요. 심정으로는 막노동이라도 하고 싶은데 배운게 도둑질이라 법대 나왔다고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하네요. 투표는 10년전부터 안 했던거 같아요. 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왠지 선거판을 보면 결과가 정해진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는 돈이 있어야 힘이 있는 나라잖아요. 저는 아직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같이 살아요. 결혼은 생각도 못하구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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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동→차고지

택시기사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생리현상해결이다. 주유소 앞에 차를 세워놓고 화장실을 가면 된다고 들었지만, 마음 놓고 차를 세워둘 만한 한적한 도로 앞 주유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차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주유소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주변 차량의 경적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밥 먹는 시간도 불규칙해졌다. 치질과 소화불량,복통을 끼고 산다는 선배 택시기사들의 푸념은 엄살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