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시간’으로 본 대한민국 초미세먼지 모르고 지나쳤던 미세먼지

지난 4월 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습니다. 이날 저녁 미세먼지(PM10)가 200㎍/㎥, 초미세먼지(PM2.5)는 40㎍/㎥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죠. 미세먼지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정부 공식 기록(일평균 농도)은 미세먼지 89㎍/㎥, 초미세먼지 20㎍/㎥로 둘 다 ‘보통’이었습니다.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 농도는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정부 기록은 하루 24시간 평균을 따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는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수치까지 넣어 계산을 하니, 사람들이 활동할 때 느끼는 ‘체감 농도’랑 차이가 많이 나는 거죠.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 ‘미세먼지 대책 촉구’ 카페에 “환경부 ‘에어코리아’의 대표 수치를 24시간 평균이 아니라, 실시간 측정치에 가까운 1시간 평균으로 바꿔달라고 하자”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24시간 평균치로는 오늘 외출을 해도 될지, 아이들 야외수업이 가능할지 당최 알 수가 없다는 거죠.

이런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2018년 1분기(1~3월) 전국 초미세먼지(PM2.5) 측정소의 시간별 농도 데이터를 들여다 봤습니다. 1분기는 1년 중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시기입니다. 더불어 실생활에서 접하는 미세먼지 수치는 어떻게 측정하는지, 또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전문가와 최신 논문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01

우리동네 시간대별 수치 보니

초미세먼지 ‘기준초과 시간’은 얼마

02

미세먼지 수치, 왜 제각각일까

실시간 농도가 중요한 이유

03

미세먼지, 얼마나 나쁜걸까

최신 논문으로 본 영향은

초미세먼지, 실시간 농도는

환경부는 지난 3월 27일 초미세먼지(PM2.5) 대기환경기준을 미국ㆍ일본 수준(35㎍/㎥, 24시간 평균)으로 올렸다. 이 기준을 1시간 평균 농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루 24시간 중 35㎍/㎥를 넘은, 이른바 ‘기준초과 시간’은 전체 측정시간 중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국내에서 처음 PM2.5 측정이 시작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1분기를 기준으로 했다.

미세먼지의 단기 기준치는 장기 기준치보다 높게 설정되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평균 농도가 90㎍/㎥를 2시간 연속 넘을 때 발동되는 식이다. 하지만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상 이 기준은 연간 4일을 넘겨서는 안되는, 이른바 ‘이례적 고농도’ 기준이다(장영기 수원대 교수(환경에너지학)).

전문가들은 “1시간평균 농도의 유해 여부를 따질때는 우선 연평균 기준(15㎍/㎥) 을 넘으면 주의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Ch2 참고).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PM2.5는 ‘거의 하루종일’ 기준을 넘는다. 때문에 이보다 완화된 기준인 24시간 평균(35㎍/㎥)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초미세먼지가 가장 나빴던 곳은

4년간의 봄철 초미세먼지 수치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에 있는 측정소가 1시간평균값 중 35㎍/㎥를 넘었던 비율이 65%로 가장 높았다. 289개 측정소 평균(32.5%)의 2배 수준이다. 전북 전주시 삼천동(61%), 원주시 중앙동(60%)이 뒤를 이었다.

이런 고농도 측정소에서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몇시간 연속 90㎍/㎥이 넘어가는 날도 많았다. 대기환경보전법상의 '초미세먼지 주의보'에 해당하는 경우다.

초미세먼지, 특히 높았던 시간은

289개 측정소의 1~3월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전 10시부터 오후12시까지가 대기질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측정시간 대비 35㎍/㎥를 초과한 비율이 40%를 넘겼다. 반면 하교·퇴근시간 즈음인 오후 3시부터 7시까지가 비교적 양호했다.

김록호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대기환경과학과)는 "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더라도 온도가 낮을수록 더 오염이 심하게 일어난다(대기혼합고)"며 "출근시간 교통량과 새벽시간 낮았던 온도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대기오염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의 함정

미세먼지 24시간 평균치는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미세먼지를 연구ㆍ관리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미세먼지 피해 당사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보다 각 지역별ㆍ시간대별 수치가 더 궁금하다. ‘평균치’는 국민 개개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현재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미세먼지의 인체 피해는 ‘평균’의 의미가 없다. 나중에 깨끗한 공기를 마신다고 해서, 이전에 미세먼지를 마셔 생긴 피해가 중화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평균의 함정’은 하루와 1년 단위 통계 사이에도 존재한다. 가령 어느 지역의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25㎍/㎥인 날이 365일 지속된다고 치자. 하루 단위로 보면 ‘보통’(35㎍/㎥이하)이지만, 1년 단위로 보면 연평균 기준(15㎍/㎥) 미달이 된다.

헷갈리는 미세먼지 수치

미세먼지 수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기준이 달라 ‘더 헷갈린다’는 사람도 많다. 환경부의 에어코리아(우리동네 대기질)와 네이버는 정부 기준을, 민간 앱 ‘미세미세’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임의로 8개로 잘라 기준을 삼는 식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앱을 쓸 땐 내가 쓰는 앱이 어떤 기준을 따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더 좋은 것은 번거롭더라도 ‘보통’ ‘나쁨’ 등에 해당하는 대략적인 수치 스케일을 머릿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AQI, 일본기상청 미세먼지 기준은?

해외 사이트를 참조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가장 많이 참조하는 사이트인 AQI(Air Quality Index)와 일본기상청(tenki.jp)도 한국ㆍWHO와 기준이 다르다. 두 곳 모두 미세먼지보다는 초미세먼지(PM2.5)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AQI지수는 측정소별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물론 이산화탄소ㆍ황산화물 등의 농도까지 종합해 수치를 낸다. 단계는 좋음(0~50), 보통(51~100), 민감군 나쁨(101~150), 나쁨(151~200), 매우 나쁨(200~300), 치명적(301~)로 나뉜다. “실시간으로 비교해보면 ‘에어코리아’의 통합대기지수보다 더 깐깐한 것 같다”는 게 사용자들 평이다.

일본기상청은 중국 서부와 한반도, 일본까지의 초미세먼지 농도 흐름을 48시간 후까지 보여준다. 시각화는 파란색(거의 없음)부터 빨간색(극히 많음)까지 6단계로 표시한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36㎍/㎥ 이상부터 ‘극히 많음’이 된다.

서울시·경기도의 '미세먼지 싸움'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난 3월초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를 두고 서로 다른 보도자료를 내며 공방을 벌였다. 경기보건환경연구원이 “신분당선에 비해 지하철 1ㆍ4호선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하다”고 발표했는데, 서울시가 “1ㆍ4호선은 중량농도법을 사용하고 신분당선은 광산란법으로 측정해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미세먼지 측정법, 어떻게 다를까?

초미세먼지(PM2.5) 국내 공식측정법

분류 수동측정법
방법 미세먼지 포집 전후 여과지 무게를 비교해 순수한 먼지의 무게 측정.
장점 전세계 통용 방식. 가장 정확한 수치를 제공
단점 측정 기구가 고가. 6시간 이상 측정해야 신뢰도가 확보돼 실시간 측정 어려움.

미세먼지(PM10) 국내 공식측정법

분류 자동측정법
방법 여과지에서 먼지를 채취한 뒤 베타선을 투과시킴. 먼지를 통과할때 흡수ㆍ소멸되는 베타선의 차를 이용해 농도를 연속 자동측정.
장점 자료 신뢰도 높음. 실시간 측정 가능.
단점 측정 기구 부피가 크며 고가.

대부분의 휴대용 측정기에 쓰이는 측정법

분류 자동측정법
방법 먼지에 빛을 쏘면 빛이 산란하는 성질을 이용. 산란광의 양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먼지 농도를 역산.
장점 측정 기구가 비교적 저렴하며 휴대 용이
단점 습기 등 환경에 따라 오차가 큼

휴대용 측정기, 믿을만 할까?

신분당선의 미세먼지를 측정할 때 사용한 광산란법은 시중 판매하는 수십만원대의 휴대용 측정기에 쓰이는 방식이다.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지만 ‘오차가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산란법의 문제는 우선 습기에 약하다는 것이다. 먼지가 물기를 머금으면 실제보다 더 크게 측정된다. 수증기인데 기계가 이를 먼지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는데 갑자기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다면 이런 경우다.

정부에서 사용하는 공식 측정기구는 미세먼지를 포집할 때 습기 등을 날리는 기능이 있다. 일부 광산란 측정기도 히터로 습기를 날리는 기능이 있는 것도 있지만, 이런 제품은 가격이 수백만원대다.

먼지의 밀도도 문제다. 같은 먼지마다 ‘속이 꽉찬 먼지’와 ‘속이 빈 먼지’ 등 밀도가 다른데, 대부분의 광산란법 측정기는 먼지 밀도를 구별할 수 없다. 같은 곳의 먼지를 중량농도법과 광산란법으로 측정했을 때 오차가 나는 이유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지구환경공학부)는 “휴대용 측정기는 오차값이 10% 이상 날 수 있으니 맹신은 금물”이라며 “실시간으로 고농도나 저농도 여부를 판별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입으로 크게 숨쉬지 마세요

전문가들은 ①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②운동 등 격렬한 신체활동을 해 ③코가 아닌 입으로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경우가 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체내에 침투한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끝단인 폐포까지 들어온 뒤 혈관으로 들어간다. 폐포까지 간 미세먼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잠깐 노출되면 일시적인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나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폐와 심혈관계 질환에도 영향을 끼친다.

초미세먼지는 더 치명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의 ‘미세먼지ㆍ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권고지침: 심혈관질환’ 연구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률의 상대 위험도가 0.4~1.0%씩 늘어났다.

올해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17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초미세먼지 평균 노출도는 27.9㎍/㎥(2013년 기준)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나빴다. 회원국 평균(13.9㎍/㎥)의 두 배 수준이다.

심장질환 환자에게 치명적

고농도 미세먼지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폐ㆍ심장 질환 환자다.

연세대 정보영 교수팀의 ‘계절별 미세먼지 농도와 환자들의 입원일수 경향’ 연구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구조적 심장질환(SHD)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달에 ‘심실성 빈맥 및 심실세동’(VTAs)으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다른 환자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심실성 빈맥 및 심실세동’은 심한 경우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호흡기 질환, 15세 이하가 더 취약

호흡기 질환은 심혈관 질환에 비해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 때문에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대병원과 APEC기후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2010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했을 때, 부산지역의 호흡기질환(급성기관지염ㆍ알레르기성비염ㆍ천식 등) 입원 환자 비율이 12% 늘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세 이하 어린이ㆍ청소년의 입원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즉, 15세 이하 어린이ㆍ청소년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대기오염은 파악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장영기 수원대 교수, 2018년 2월 '미세먼지센터' 창립식에서)

다음소프트가 발표하는 ‘1년간 주요 사회 키워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2013~2017년 그 순위가 19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미세먼지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현안이 됐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측정소 높이를 조정하고, 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등 오염원 파악과 ‘제대로 된’ 데이터 쌓기에 나섰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원하는 위치의 초미세먼지 측정소를 선택해주세요.

측정소 이름을 모르겠어요 측정소 찾아보기

차트 보는 법

왼쪽 그래프는 각 측정소에서 매년 1~3월 동안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의 1시간평균값 중 35㎍/㎥를 넘었던 비율이다. 예를 들어 2018년 서울 강남구 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가 측정된 2121시간 중 수치가 35㎍/㎥를 넘은 시간은 698시간이므로, 강남구의 2018년 막대그래프 수치는 33%가 된다.

2015년부터 초미세먼지가 한번이라도 측정된 적이 있는 측정소 289곳의 2015~2018년 평균 초과시간 비율은 32.5%였다. 2015년 평균이 31.1%(110곳 측정소), 2016년 30.5%(151곳), 2017년 35.6%(219곳), 올해가 31.7%(288곳)였다.

※ 초미세먼지는 정부에서 2015년부터 공식 측정을 시작했다. 측정소에 따라 특정연도의 데이터가 없을 수 있다. 그래프에서는 데이터가 없는 연도는 '0'으로 표시했다. 또 측정소는 도시대기와 도로변대기 측정소를 구분하지 않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