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왕좌의 게임 걸그룹 왕좌의 게임

2018년 4월 가요계 빅뱅이 펼쳐집니다. K-POP을 대표하는 걸그룹 트와이스·에이핑크·EXID가 일제히 컴백해 한 판 승부를 벌일 참입니다.

게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ID가 4월 2일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어 차트 상위권을 달구고 있고, 트와이스도 1위 탈환을 노리며 9일 출격했습니다. 정상을 차지해 본 이들이 왕좌를 놓고 벌이는 첫 맞대결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중 데뷔 후 가장 빠른 속도로 1위까지 질주한 팀은 어디였을까요? 트와이스? 에이핑크? EXID? 예상치 못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측 불허의 레이스-역대 최강의 걸그룹은? 예측 불허의 레이스-역대 최강의 걸그룹은?

해마다 수 십개의 걸그룹들이 나타나지만 그 중에 정상에 오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1위에 오른 걸그룹은 그야말로 별들의 별인 셈이죠. 그런 이들이 한 자리에서 레이스를 펼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데뷔부터 1위까지 걸린 시간을 속도로 삼아 측정해봤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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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소녀시대 67일
  • 데뷔 : 2007년 8월 5일
  • 첫 1위 곡 : 다시 만난 세계
  • K-POP 최초 걸그룹 Youtube 조회수 1억회, 빌보드 선정 역대 걸그룹 21위

#스프린터 vs. 슬로우 스타터

확인해보셨나요? 1위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트와이스(199일)-에이핑크(822일)-EXID(1058일) 순이었습니다. 현재의 인기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지 않았나요?

트와이스의 199일은 역대 9위의 기록입니다. 심지어 이들의 데뷔곡 'OOH-AHH하게'는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EXID는 데뷔부터 정상까지 무려 1058일이 걸렸습니다. 햇수로 3년, 역대 25위 기록입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내놓은 '위아래'마저 반응이 없어, 팀의 존폐를 고민할때 차트 '역주행'이 일어나 가요계의 '전설'이 됐습니다.

그래도 걸스데이에 비하면 EXID는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2010년 7월 9일 데뷔한 걸스데이는 2013년 7월 7일 '여자대통령'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데뷔부터 1위까지 3년에서 딱 하루 모자란 1094일이 걸렸는데, 역대 1위 걸그룹 가운데 '최장' 기록입니다.

심지어 역대 걸그룹 중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소녀시대(74회)도 1위에 올라서는데 걸린 시간은 예상만큼 짧지 않았습니다. 2007년 8월 5일 데뷔해 그해 11월 25일 '소녀시대'로 데뷔 112일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역대 5위의 기록입니다. 소녀시대 역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는 정상을 밟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가장 빨리 1위에 오른 걸그룹은 어디일까요? 궁금하시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TV차트 1위가 중요한 이유

걸그룹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판가름하는 대표적인 척도는 여전히 TV 가요프로그램입니다. 한 때 20~30%대를 넘나들던 가요 프로그램의 요즘 시청률은 1~2%대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가요계 관계자는 "인기 예능 '1박2일' 출연과 가요 프로그램 1위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가요 프로그램 1위"라고 말합니다. "1위를 하고나면 행사 출연료가 몇 배로 뛰는데다, 유튜브 등으로 K-POP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전세계 해외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K-POP은 최근 일본, 동남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TV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오른다는 것은 돈과 명예를 얻는 지름길이 됩니다. 데뷔 후 1위에 오르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성공의 기회도 빨리 열린다고 볼 수 있구요.

하지만 모든 걸그룹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이후 데뷔한 걸그룹은 총 253개(2018년 3월 기준), 산술적으로 따지면 보름(15일)에 한 번 꼴로 걸그룹이 데뷔를 하는 셈입니다. 이 중 1위를 경험한 팀은 단 24개팀 뿐입니다.

#걸그룹 1등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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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걸그룹의 공통점 성공하는 걸그룹의 공통점

걸그룹들이 대중의 선택을 받는 데는 실력+외모+행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때문에 '흥행의 레시피'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공통 규칙은 존재합니다. 뭔지 알아볼까요?

#3년의 법칙

TV 인기차트 1위에 올라본 걸그룹들에게 단 한 번도 예외없이 적용된 것이 '3년의 법칙 (The three-year law)'입니다. 데뷔 후 만 3년 안에 1위를 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로 데뷔 후 만 3년(1095일)이 지난 후 첫 1위에 오른 걸그룹은 지금까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앞서 봤듯 지금까지 데뷔 후 가장 오래 걸려 1위에 오른 기록은 걸스데이의 1094일인데, 2013년에 세워진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3년에서 딱 하루가 모자란 이 기간 동안 걸스데이는 5인조에서 4인조가 됐고, 멤버도 2명이 바뀌었습니다.

데뷔부터 1위까지 오래 걸린 순서-걸스데이 1094일, EXID 1058일, 라붐 974일 데뷔부터 1위까지 오래 걸린 순서-걸스데이 1094일, EXID 1058일, 라붐 974일

#매직넘버 23

왜 3년이 지나면 새롭게 주목을 받기가 어려운 걸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일단 나이입니다. 우리나라 걸그룹의 평균 데뷔 나이는 만 19.1세입니다. 만 3년(1095일) 뒤엔 한국 나이로 23~24세인데, 대학 4학년 졸업반 나이입니다. '청순' '귀여움' 컨셉트가 대세인 K-POP 걸그룹들로서는 고민스러운 시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인지도는 신인급인데 나이는 이미 걸그룹 팬의 주축인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성들보다 많아지거든요. 멤버들 스스로도 마냥 귀여운 '소녀 역할'을 하는 것에 부담과 회의감을 갖기 시작하고요." (기획사 관계자)

참고로 처음 1위에 올랐을 때 멤버 평균나이가 23세를 넘었던 걸그룹은 여지껏 없었습니다. 크레용팝(23.5세) 정도가 예외였고, 다른 팀은 모두 평균 연령 22세 이하였습니다.

1위 한 걸그룹 멤버들의 나이는 원더걸스 최연소그룹 16.5세, 평균 데뷔 나이 18.9세, 1위 수상 평균나이 19.9세, 크레용팝 최고령그룹 23.5세 1위 한 걸그룹 멤버들의 나이는 원더걸스 최연소그룹 16.5세, 평균 데뷔 나이 18.9세, 1위 수상 평균나이 19.9세, 크레용팝 최고령그룹 23.5세

소속사의 경제적 부담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걸그룹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각종 관리비용이 들어갑니다. 평균적으로 걸그룹 유지비는 월 3000~4000만원으로 추산되는데, 3년이면 10억 원 가까이 되는 셈이죠. 기획사 입장에서는 '3년-10억원'이라는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행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건 아닌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12월의 징크스

'연말에 데뷔하지 말라'는 것도 가요계에 널리 알려진 속설이긴 합니다. 연말에는 각종 시상식 등이 몰려 있다보니 관심을 모으기 쉽지 않고, 음원 기록도 12월과 1월에 걸쳐 애매하게 집계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그간 1위에 오른 걸그룹 24개팀 중에는 12월에 데뷔한 팀이 없습니다. 딱 절반인 12개팀이 여름(6~8월)에 데뷔했습니다. 특히 최단시간 1위 기록 상위 5개팀은 대부분(블랙핑크·Miss A·소녀시대·포미닛)이 여름(6~8월)에 데뷔했습니다.

1위 걸그룹들의 월별 데뷔 추이 1위 걸그룹들의 월별 데뷔 추이

물론 12월에 데뷔한 걸그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녀시대·원더걸스·카라가 데뷔한 2007년에 용감하게 12월에 데뷔한 두 팀이 있었습니다. 태사비애와 가비퀸즈라는 팀인데 동기들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홀릭스라는 5인조 걸그룹이 12월에 데뷔했습니다. 부디 '12월의 징크스'를 이겨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발행일 : 2018.04.10

  • 기획 유성운
  • 개발 전기환, 원나연
  • 디자인 지혜주 인턴, 장희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