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이성하 교수, 국제저명학술지 Nature에 논문 게재

중앙일보

입력 2021-11-11 10:53:48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총장 김인철)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학과(舊 영어학과) 이성하 교수와 안규동 박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과학계의 저명학술지 Nature에 게재되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의 마티너 로비츠(Martine Robbeets) 교수가 이끄는 언어고고학 연구팀(Archaeolinguistic Research Group)은 대규모 학제간 연구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한 언어의 확산을 다룬 논문 〈Triangulation supports agricultural spread of Transeurasian languages〉을 Nature에 게재하였으며, 한국외대 이성하 교수와 안규동 박사가 이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하였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아시아 동쪽에 위치한 일본, 한국으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서쪽의 터키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분포한 일본어, 한국어, 퉁구스어, 몽골어, 튀르크어 등 이른바 트랜스유라시아 언어가 방대한 규모의 언어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언어의 기원과 확산을 밝혀줄 수 있는 인구의 이동, 농작물의 확산, 언어의 전파 과정 등이 모두 불명확하여 커다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로비츠 교수 연구팀은 역사언어학, 고대 유전생물학, 고고학 등 3개 차원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삼각검증법을 통하여 언어의 확산이 농업의 확산에 따라 이루어졌음을 입증하였다. 연구팀은 고대의 농업 및 축산 관련 어휘들과, 이 지역의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의 255개 유적지에 대한 고고학적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초기 농작물 재배자들의 고대 게놈 정보들을 토대로 하여, 약 9,000년 전 중국 동북부의 요하(遼河)지역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트랜스유라시아 공통 조어의 사용자들이 초기 신석기 시대부터 동북아 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그들의 언어가 북쪽, 서쪽으로 이동하여 시베리아와 스텝지역으로 확산되었고, 한편 동쪽으로 이동하여 한국과 일본에 이르렀음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3,000~4,000년 전 동부 스텝지역에서 발원한 유목민들에 의해 언어가 확산되었다고 주장한 이른바 ‘유목민 가설(Pastoral Hypothesis)’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고 언어 확산의 연원도 그보다 훨씬 오래 전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독일,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체코 등 10개국 41명의 언어학자, 고고학자, 유전생물학자가 참여한 이번 대규모 학제간 연구는, 한국의 욕지도 고고학 발굴지에서 발견된 인체 유물의 DNA 분석을 통해 중기 신석기시대의 한국인 조상의 유전자가 조몽인과 95% 수준에서 일치하는 것도 최초로 확인하는 등 각 학문 분야에서도 진척을 이루었으나, 무엇보다 각 분야의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종합 분석하여 트랜스유라시아 언어의 확산이 목축이 아닌 농업의 확산에 따른 것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