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코스테 가문이 이끄는 이 브랜드... 회장이 직접 밝히는 '퓨잡'의 매력 [더 하이엔드]

    라코스테 가문이 이끄는 이 브랜드... 회장이 직접 밝히는 '퓨잡'의 매력 [더 하이엔드]

    70년 역사의 프랑스 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퓨잡. 퓨잡을 이끄는 소피 라코스테 뒤넬 회장. [사진 김흥수 사진작가]   “한국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아시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것도 그 이유다”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난 프랑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퓨잡(Fusalp)의 소피 라코스테 뒤넬 회장이 힘줘 한 말이다. 퓨잡은 1952년 선수용 스키복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동계 올림픽 포함 겨울 스포츠 경기에서 퓨잡의 기능성 옷을 입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며 스키 의류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지금은 패션 트렌드에 기술을 접목한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성장 중이다.   1960년대의 퓨잡 광고 캠페인 사진. [사진 퓨잡]   뒤넬 회장은 2013년 오빠 필립 라코스테와 함께 퓨잡을 인수했다. 뒤넬은 라코스테를 창립한 르네 라코스테의 손녀다. 그 덕에 어릴 적부터 패션 업계에 친숙했다. 그는 “할아버지를 포함해 가족 전체가 이끄는 회사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며, 이것이 퓨잡 성공의 큰 지침서가 됐다 말한다. 현재 유럽 전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70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매출 규모도 인수할 때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한국 시장엔 2018년 진출했다.   - 어떤 매력에 퓨잡 인수를 결정했나. “기술력이다. 퓨잡은 1952년 테일러 2명이 프랑스 안시에서 만든 브랜드다. 당시 최고 기술력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무장한 올인원 슈트는 우주복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1960년대부터는 프랑스 국가 대표팀이 입었다. 퓨잡이 가진 기술력과 풍부한 역사에 패션 트렌드를 합치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거라 생각했다.”   퓨잡은 스키복을 비롯한 여러가지 옷과 액세서리를 만들며 현재는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진 퓨잡] - 현재 퓨잡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한다. “신체에 대한 이해, 소재·디자인 개발 등 우리가 보유한 기술력을 스키복 제작에만 쓰는 것이 아까웠다. 그래서 동시대적 패션 감각을 더했다. 멋스러운데 편하다. 무브먼트(Movement), 기술성(Technicity), 스타일이 우리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퓨잡의 2024년 컬렉션 의상. 활동성과 스타일을 만족시키는 옷으로 구성했다. [사진 퓨잡] - 아시아에선 한국에 먼저 진출했다. “한국은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다. K팝 아이돌을 비롯한 셀러브러티와 인플루언서, 백화점 중심의 흥미로운 유통 구조, 이커머스와 미디어 환경 등 퓨잡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쫓으려는 열정이 크다.”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 의상으로도 손색없는 퓨잡의 2024년 컬렉션. [사진 퓨잡] - 스포츠웨어를 즐기는 한국 사람만을 위한 제품은 없나. “특정 지역을 위한 제품을 내놓는 것에 대한 고민은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한국 지사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동복, 여성용 치마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연구 개발 부서(R&D Lab)에서는 품질 향상을 위해 소재 개발과 디자인 연구에 몰두한다. 방풍·방수 성능 시험과 소재의 인체 적합성 검토도 연구실의 주요 과제다. 스키 재킷 하나에 90개의 공정이 필요하다. 입어보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퓨잡의 옷이다.”   퓨잡의 2024년 봄/여름 컬렉션. [사진 퓨잡] - 지속가능한 발전,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움직임은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숙제이자 목표다. “한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울 사용량도 줄이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는 환경 보호와 빈곤층의 생활 개선에 기여하는 연합 프로젝트도 이끌고 있다. 브랜드가 태어난 곳인 안시 지역에 거주하는 망명자를 지원한다. 또 암에 걸린 여성들이 알프스의 천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숙소 제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재능이 뛰어난 어린 스키 선수 100명을 위한 후원도 사회 환원 프로그램의 일부다.”   - 지난해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로부터 ‘대담한 여성상’을 받았다. “여성 기업인으로서 많은 여성에게‘롤 모델’이 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 여러 가지를 따져 결정한다 들었다.” 관련기사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300점에 관심 폭발…사전예매 1위 콰이어트 럭셔리의 정수 로로피아나, 이번엔 가방으로 승부 [더 하이엔드] 젯셋족이 찾는 ‘게으른 럭셔리’ 신발 [더 하이엔드] 배우 지창욱, 금빛 입은 라도 시계를 손목에 얹다 [더 하이엔드]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2024.04.19 07:00

  • ‘구찌 신화’ 만든 디자이너 미켈레, 발렌티노도 성공시킬까 [더 하이엔드]

    ‘구찌 신화’ 만든 디자이너 미켈레, 발렌티노도 성공시킬까 [더 하이엔드]

    당대 대표적인 스타 디자이너로 꼽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가 됐다.   발렌티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된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BOF   발렌티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오는 4월 2일부로 메종의 새로운 CD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발탁 배경에 대해서는 “그의 독특한 시각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와 헤리티지, 쿠튀르 코드를 세계에 지속해서 빛내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첫 발렌티노 컬렉션은 2025년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또 다른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의 새로운 부흥을 일궈낸 디자이너다. 2014년 구찌에 부임한 뒤, 그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으로 첫 컬렉션부터 패션업계의 감탄을 자아냈고, 실제 기록적인 매출 증가를 끌어냈다. 2014년 35억 유로(약 5조846억원)였던 구찌 연간 매출액은 그의 부임 이후 97억3000 유로(약 14조1352억원)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일약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고, 이후 구찌 재직 기간 9년 동안 매년 새로운 패션과 실험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선도했다.    그랬던 그가 2022년 돌연 구찌의 CD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패션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관련 업계를 포함한 패션피플들 사이에선 과연 그가 어디로 갈지, 왜 구찌를 떠나는지에 대한 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서울 경복궁에서 열릴 대형 패션쇼를 앞두고 사임을 발표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발렌티노는 그의 부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 발렌티노 회장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영입으로 메종 발렌티노는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며 “그가 특유의 창의성과 감성으로 브랜드의 유구한 유산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쿠튀르 하우스로서 고유의 정체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전했다.  미켈레의 구찌 재직 당시 머천다이징과 해외시장 부문 부사장이었던 야코포 벤투리니 현 발렌티노 CEO 또한 “수년간 함께 일했던 미켈레와 다시 일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기대된다. 그의 재능과 창의성, 심오한 지성은 놀라운 통찰력과 연결돼 메종 발렌티노의 또 다른 장을 써 내려 갈 것”이라며 반가움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향후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서 보여준 장기를 발렌티노에서  재현할 것인지는 가장 주목할 점이다. 그는 구찌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에서 얻은 영감을 이 시대의 트렌드로 탁월하게 풀어냈는데, 발렌티노 역시 1960년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리바니가 자신의 이름을 따 브랜드를 만들면서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켈레는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발렌티노 가리바니와 지안카를로가 정립한 브랜드 정체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브랜드가 소장한 아카이브는 나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 나만의 해석과 창의적인 비전을 통해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3.29 18:50

  • 콰이어트 럭셔리의 정수 로로피아나, 이번엔 가방으로 승부 [더 하이엔드]

    콰이어트 럭셔리의 정수 로로피아나, 이번엔 가방으로 승부 [더 하이엔드]

    최고의 품질. 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다. 이들은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절제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로로피아나는 유행을 타지 않는 우아함을 보여줘, 최근엔 ‘조용한 명품’이란 의미의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직접 가방에 사용할 원단을 직조하고 있는 로로피아나의 장인. 로로피아나의 모든 제품은 말 그대로 장인의 한 땀 한 땀이 모여 완성된다. 사진 로로피아나  ━  타협하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명 로로피아나는 창립자 피에트로 로로피아나의 성에서 비롯됐다. 로로피아나 가문은 19세기 초반 모직물 상인으로 시작해 이후 직조회사로 거듭났다. 지금 같은 브랜드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1924년 제조·생산 방식에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회사가 코르소 롤란디 지역에 로로피아나 앤 컴퍼니(Ing. Loro Piana & C)다. 이후 로로피아나 본사는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1941년엔 피에트로의 조카인 프랑코 로로피아나가 경영권을 이어받으며, 하이 패션 모직물과 직물 분야에서 명성을 쌓으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캐시미어, 비쿠냐, 리넨 등으로 대표되는 고급 섬유를 유럽 전역과 미국·일본에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타협하지 않는 품질에 일류 재단사들의 지지를 얻게 됐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소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로로피아나가 패션 상품을 취급하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피에트로 로로피아나의 6대손인 세르지오와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 형제는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신소재 개발 및 새로운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에 전력을 쏟았다. 우아함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레저용 제품을 취급하는 명품 사업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1990년대 말엔 의류와 신발, 스카프 등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종합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2013년엔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일원이 되며 더욱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로로피아나 룸 백. 사진 로로피아나  ━  새로운 럭셔리 백의 탄생   이렇듯 최고급 원단을 만들어온 로로피아나가 최근엔 가방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엑스트라 백부터 시작해 베일, 기에라까지 인기를 얻더니 올여름엔 새로운 룸(Loom) 토트백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룸 백은 최고의 소재를 사용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우수한 제품을 제작하는 로로피아나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그대로 계승했다. 실용적이고 모던한 실루엣으로 소지품을 넉넉히 보관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고 오피스 룩과 레저 룩에 모두 잘 어울린다.   부드럽고 견고한 로로피아나만의 가죽으로, 옆구리에 끼워 들면 더 스타일이 산다. 사진 로로피아나 위스퍼 화이트 색상의 로로피아나 룸 백. 사진 로로피아나 웜 탠 컬러의 룸 백. 사진 로로피아나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룸 백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 로로피아나 룸 백은 로로피아나 니트 기술에 대한 헌사이자,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과거와 미래의 접점을 상징하는 룸 백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독특한 촉감의 가죽과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컬러는 포실, 위스퍼 화이트, 블랙, 웜 탠 등으로 다양하다. 40년간 브랜드와 함께한 장인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최상품 송아지 가죽을 천연 워싱 처리 후 직접 제작한다. 가죽 소재 외에도 방수, 얼룩 방지 처리한 내추럴 컬러의 리넨 캔버스 소재와 리넨에 불규칙하고 자연스러운 마감 공정을 더한 앤틱 코튼 소재를 사용한 모델도 공개했다.    이 가방은 현대적이고 차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직물이 베틀에 떨어지듯 메탈 바 위로 우아하게 내려오는 독창적인 뒷면 패널이 아름답다. 사다리꼴 모양의 둥근 플랩(덮개)과 더블 핸들은 어떤 상황에서나 가방을 쉽게 사용하게 하는 동시에 우아함 멋을 풍긴다. 원래는 손잡이를 잡아 드는 토트백이지만, 두 팔로 가방을 옆구리에 끼워 들면 조금 더 멋스럽다. 또한 브랜드를 표시하는 LP 이니셜이 각인된 금색 잠금장치는 닫거나 풀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 풀어서 사용할 경우 더 편안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가방 내부는 반구형 가죽으로 안감 처리해, 물건 수납이 편리하고 또 가방 안에 손이 닿을 때마다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관련기사 보석 넘어 예술…까르띠에 보물 300점, 16년 만에 한국 온다 [더 하이엔드] 제니와 샤넬, 두 아름다움의 만남 [더 하이엔드] 본격적인 웨딩 시즌이 온다...오메가가 추천하는 예물 시계는 [더 하이엔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옷차림 공식...프랑스 명품 셀린느에 답이 있다 [더 하이엔드]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3.22 11:27

  • 사용하던 수트케이스가 새 주인을 찾는다... 리모와의 지속가능한 발전 [더 하이엔드]

    사용하던 수트케이스가 새 주인을 찾는다... 리모와의 지속가능한 발전 [더 하이엔드]

    수트케이스로 유명한 독일 브랜드 리모와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리크래프티드(Re-Crafted)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시작한다. 리크래프티드는 소비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보완해 재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리모와가 탄생한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고,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빈티지 수트케이스를 수리해 재판매하는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 [사진 리모와] 새 생명 얻은 빈티지 수트케이스 리모와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 과정은 이렇다. 매장에서 수거된 빈티지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본사 서비스 센터로 옮기면, 리모와의 전문 기술자 팀이 제품 상태를 확인한다. 기능에 문제없는 부분은 그대로 놔두고, 수리 혹은 교체가 필요한 부분은 새 부품으로 바꾼다. 바퀴와 손잡이, 잠금장치를 포함해 이들이 검수하는 부분은 30여 가지. 재사용이 어렵다면 해체한 부품은 재활용 시스템을 따로 거친다. 수리가 다 된 제품은 빈티지 수트케이스란 이름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잠금장치나 손잡이, 바퀴, 모서리 등 서른 군데 검수를 통해 재판매 여부를 가린다. 리모와 측은 이렇게 만든 제품의 성능은 새 제품에 준한다고 말한다. [사진 리모와]   한편, 자신이 사용해 온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반납한 소비자는 추후 리모와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4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받게 된다. 80만원 이상의 제품을 살 경우 이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제품 반납은 2개 이상 바퀴가 달린 디자인의 알루미늄 소재 수트케이스로 제한되며, 출시연도와 제품 상태는 상관없다. 현재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와 명동점 두 곳에서 진행한다.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은 리모와의 지속가능한 활동의 일환이다. 제품을 계속 만들고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환경과 미래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리모와는 제품의 내구성을 최대한 높이는 데 힘쓴다. 여행 가방 수명이 늘어나면 교체할 필요성이 줄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25일 이후 판매한 수트케이스에 대해 평생 보증을 제공하는 것도 제품 내구성에 대한 리모와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스크래치나 찌그러짐, 스티커 등 전 사용자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한다.‘여행의 평생 동반자’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기 위해서다. [사진 리모와]   이 프로그램은 ‘여행의 평생 동반자’라는 브랜드 철학도 드러낸다. 리모와 측은 “수트케이스는 단순히 여행에 필요한 짐을 넣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사용자의 다양한 모험과 추억을 담아내는 동반자다”라고 말한다. 스크래치나 찌그러짐, 본체에 붙은 스티커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리모와는 빈티지 수트케이스 보완 과정 중 기능상 이상이 없는 이전 사용자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한다.   재활용 소재의 무한변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리모와의 활동은 소재 분야로 이어진다. 리모와의 수트케이스는 주로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다. 그중 알루미늄으로 만든 가방의 구성 요소 대부분은 재활용할 수 있다.    블랙 또는 네이비 에코닐로 만든 리모와 시그니처 슬라이딩 토트. 끈을 이용해 가방 입구를 여닫거나 수납공간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른 시그니처 컬렉션 제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포켓 구성과 3D 가공 모노그램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리모와]   지난해 말 선보인 ‘시그니처(Signature)’ 백 컬렉션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리모와의 적극적인 발걸음의 결과다. 3종으로 이뤄진 시그니처 컬렉션 가방의 소재는 에코닐(Econyl®)이라 칭한 재생 나일론이다. 에코닐은 낚시 그물이나 타이어 등 폐 원료를 사용해 만든다. 수집된 원료를 분쇄해 작은 조각으로 만든 후 여러 차례의 정제 과정을 거쳐 불순물과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이렇게 정제된 재료는 열가소성 공정을 통해 섬유 상태로 재가공되며 에코닐이란 이름을 달고 시그니처 백처럼 가방이나 의류, 신발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에코닐은 현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로 인정받는다. 이 소재를 가지고 만든 리모와의 시그니처 컬렉션 백은 가볍고 유연하며 발수 기능이 뛰어나다. 환경 보호와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인 셈이다.    재생 나일론으로 만든 리모와 시그니처 플랩 백팩 라지 모델과 더플백. 다양한 컬러로 선보이며 여러 포켓 구성과 3D 가공 모노그램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리모와]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2024.03.22 11:20

  • 젯셋족이 찾는 ‘게으른 럭셔리’ 신발 [더 하이엔드]

    젯셋족이 찾는 ‘게으른 럭셔리’ 신발 [더 하이엔드]

    개인 전용기를 타는 젯셋족이 즐겨 신는 신발은 무엇일까. 여행할 땐 누구나 편한 신발을 찾는다.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운동화 중에서도 발이 편한 것을 고른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선택이 더 까다로워진다. 젯셋족 역시 여행용 신발의 선택 기준이 다를리 없다.  해외에서 젯셋족의 신발로 인기몰이 중인 제냐의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의 캠페인 이미지. 사진 제냐    ━  정교하고, 편하다...젯셋족의 신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젯셋족의 신발로 떠오른 것은 글로벌 남성 패션 브랜드 제냐의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Triple Stitch Second Skin)’이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상류층 남성이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을 자신의 개인 비행기와 회의실에서 신는 신발로 선택하고 있다”며 이 신발을 ‘최상의 편안함을 주는 명품’이라는 의미로 “레이지 럭셔리(Lazy Luxury)”라 불렀다.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은 끈 대신 신축성 있는 고무밴드를 발등에 부착한 슬립온(Slip-on) 형태의 신발이다. 슬립온은 발이 미끄러지듯 신발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신고 벗을 때마다 끈을 풀고 매는 수고를 덜어주는 데다, 무게도 가벼워 발이 편안하다. 슬립온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 임원이나 오피니언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에서도 격식을 갖추길 원하는 이들은 반스, 크록스 같은 대중적인 슬립온 대신 고급형 슬립온을 찾는다.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은 슬립온 스타일로, 발등에 신축성 있는 고무밴드를 부착해 발이 미끄러져 들어가듯 쉽고 편하게 신고 벗을 수 있다. 사진 제냐 이런 추세에 럭셔리 브랜드들도 앞다퉈 슬립온을 내놓고 있다. WSJ는 “최근 40~70대 거물급 인사들이 클래식 로퍼보다 편안한, 끈 없는 슬립온 운동화를 찾는다”며 “이런 슬립온은 2020년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의 진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신발의 20~25%를 슬립온으로 구성한다”고 했다.  영국 패션전문 매체 BOF도 올해 봄·여름 남성복 패션 트렌드로 “착용하기 쉬우며 때로는 운동성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며 ”럭셔리 브랜드의 꼭 맞고 발이 편한 슬립온, 튼튼한 샌들, 하이탑 스니커즈가 높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럭셔리 슬립온의 대표주자가 바로 제냐 트리플 스티치다.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14년이었지만 당시엔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제냐의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아트 디렉터는 “2020년 이후 신발을 다시 손보면서 무게를 약 110g 줄였고, 그때부터 갑자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리플 스티치의 2022년 판매량은 2019년 대비 544% 증가했다.       ━  장갑용 가죽이 주는, 안 신은 것 같은 편안함   이 신발의 진정한 매력은 소재에서 나온다. 트리플스티치의 경량성과 유연함은 장갑용 가죽으로 개발된 ‘세컨드 스킨’ 가죽을 신발에 사용한 결과다. 장갑엔 가죽 중에서도 가장 얇고 튼튼한 것을 사용한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되면서도 쉽게 찢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최상급 뉴질랜드 송아지 가죽을 가공해 만든 세컨드 스킨은 이런 특성을 지녀, 신을수록 착용자의 발 모양에 맞게 제 모양을 맞춘다. 밑창 또한 가볍고 부드러워 오래 신고 있어도 편안한 착용감을 배가시킨다.    '제2의 피부'라 불릴만큼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한 가죽 세컨드 스킨. 사진 제냐 세컨드 스킨 가죽에 트리플 스티치 슈즈 디자인과 패턴을 놓아본 모습. 사진 제냐 제냐는 트리플 스티치로 새로운 럭셔리 여행자 스타일을 만들었다. 사진 제냐 제냐는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을 통해 새로운 럭셔리 여행자 패션을 만들었다. 가벼운 스웨이드 재킷에 면바지를 입고 이 신발을 신으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여행자 스타일이 완성된다.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보다 편하고, 구두보다 세련된 모습이다. 또한 긴 시간 해야 하는 회의에 신고 들어가도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 디자인을 갖췄다. “트리플 스티치는 다기능 착용성을 정의한다”는 제냐 측의 설명처럼 모든 의상과 상황에 맞게 디자인됐다. 관련기사 보석 넘어 예술…까르띠에 보물 300점, 16년 만에 한국 온다 [더 하이엔드] 접시 위 셰프의 음식 그대로…'재미'로 무장한 식탁이 온다 [더 하이엔드] '71캐럿 옐로 다이아' 자연의 기적 만든 티파니 [더 하이엔드] 제니와 샤넬, 두 아름다움의 만남 [더 하이엔드]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3.22 11:18

  •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옷차림 공식...프랑스 명품 셀린느에 답이 있다 [더 하이엔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옷차림 공식...프랑스 명품 셀린느에 답이 있다 [더 하이엔드]

    프랑스 파리 태생의 하이 패션 브랜드 셀린느가 2024년 여름 컬렉션 제품을 내놨다. 그중 새로 선보인 가방과 스니커즈는 매일 사용해도 좋을 만큼 실용적이다. 특히 이번 여름 컬렉션 별칭인 ‘톰보이(Tomboy)’에 걸맞게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촬영한 셀린느 2024년 여름 컬렉션. [사진 셀린느]   셀린느를 대표하는 새로운 가방의 등장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촬영한 셀린느의 2024년 여름 컬렉션 영상에는 중성적 느낌을 주는 옷이 많이 나온다. 레오파드 패턴의 셋업부터 바이커·테일러링 재킷, 넉넉한 크기의 티셔츠까지 각양각색이다.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의 장기인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성별이 모호한 패션 스타일링을 일컫는 패션 용어) 스타일링의 정석을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여러 소재와 패턴으로 완성한 셀린느 빅투아르 백을 어깨에 걸친 모델의 런웨이 장면. 중성적인 룩과 조화를 이룬다. [사진 셀린느]   옷에 곁들인 액세서리는 톰보이 룩을 더욱 멋스럽게 완성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에 처음 선보이는 셀린느 빅투아르 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골드 트리옹프 문양 장식과 체인이 고급스러운 셀린느 빅투아르 백. [사진 김흥수]   셀린느 빅투아르는 일상생활은 물론 이브닝 파티와 같이 특별한 날에도 잘 어울리는 가방이다. 긴 슬라이딩 체인이 달린 크로스 보디 형태지만 체인을 두 줄 형태로 만들면 숄더백으로 바뀐다. 바닥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폭 때문에 수납력이 뛰어난 점 또한 셀린느 빅투아르 백의 특징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트리옹프 문양은 가방 덮개 장식으로 사용됐다. 트리옹프는 1970년대 개선문 주변을 에워싼 사슬 고리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 창립자가 완성했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나 캔버스, 레오파드 프린트 등 여러 변형 모델을 함께 선보인다.   트리옹프 문양 캔버스(왼쪽)와 검은색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셀린느 빅투아르 백. [사진 셀린느] 톰보이 무드를 북돋아주는 스니커즈도 대표 제품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펑크 문화를 배경 삼아 젊고 대담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 셀린느 2024년 여름 컬렉션에선 운동(선수 혹은 경기)을 의미하는 애슬레틱(Athletic) 분위기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심엔 스니커즈가 있다. 셀린느는 이번 시즌, 러너와 조거라 각각 불리는 레이스업 스니커즈를 선보인다.    셀린느의 러너 스니커즈(위)와 조거 스니커즈. 사진 김흥수   1990년 러닝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러너(Runner) 라인은 도톰한 아웃솔(밑창)이 있어 착화감이 좋다. 러너는 두 가지 디자인으로 나온다. 트리옹프 문양으로 장식한 CR-01과 브랜드의 첫 글자 ‘C’를 패치 형태로 부착해 미국 캠퍼스 룩 느낌을 준 CR-02다.    러너 스니커즈 중 트리옹프 문양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CR-01 모델. [사진 셀린느] 스니커즈를 신어 톰보이 무드를 살렸다. [사진 셀린느]   앞코를 스웨이드 송아지 가죽으로 감싸고, 납작한 밑창을 사용한 조거(Jogger) 스니커즈도 추천 제품이다. 간결한 디자인 덕에 캐주얼 의상은 물론 슈트와 같이 포멀룩에도 잘 어울린다. 러너 스니커즈와 마찬가지로 이 신발에도 트리옹프 문양을 넣었다. 러너와 조거 스니커즈는 모두 남녀 사이즈로 선보인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조거 스니커즈. [사진 셀린느] 관련기사 전통의 선구적 해석을 보여주다...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더 하이엔드] '스피디' 다시 띄웠다...루이 비통 남성복 맡은 퍼렐 윌리엄스의 한 수 [더 하이엔드] 또 다른 결의 파격 행보...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남성복 선보였다 [더 하이엔드] 미국판 조용한 럭셔리가 온다…‘케이트’ 국내 상륙 [High Collection]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2024.03.14 05:00

  • 전통의 선구적 해석을 보여주다...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더 하이엔드]

    전통의 선구적 해석을 보여주다...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더 하이엔드]

    "작지만 독창적인 생각을 시도해보세요. 규칙에서 벗어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보세요."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가 지난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폰테리아 카를로 마키에서 열린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에서 발표한 쇼노트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이것이 내가 꿈을 꾸는 방식"이라며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집을 완성하듯,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다양한 영감을 꿈꾸고 실현한다"고 밝혔다.    쇼는 그래미상을 3번이나 수상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마크 론슨이 연출한 사운드 트랙으로 시작했다. 이번 쇼는 사바토 데 사르노가 선보인 두 번째 여성복 컬렉션이다. 이번 역시 지난해 앙코라 쇼에서 보여준 그의 첫 여성복 컬렉션처럼 완벽한 테일러링 실력을 기반으로로 한 정제된 우아함의 미학을 보여줬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무대는 지난 1월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쇼와 닮았다. 그는 남성복 쇼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이었던 지난해 앙코라 쇼에서 거대한 공간에 빛으로만 사각 무대를 만들었던 방식을 미러링 기법으로 그대로 차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역시 거대한 사각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대신 단상형 무대를 만들어 컬렉션을 돋보이게 했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그의 의도가 이번 쇼에도 이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  남성복 실루엣의 코트로 승부수   컬렉션은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실루엣의, 당장이라도 '입을 수 있는' 코트의 향연이었다. 쇼의 오프닝을 담당한 모델 아나 로솔로비치가 입은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코트 겸 재킷에서 시작한 쇼는 모델 어깨보다 한뼘 이상 큰 커다란 어깨선을 가진 박시한 남성적인 실루엣의 코트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맥시 코트와 엉덩이를 살짝 덮는 반코트로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선보였고, 소재는 따뜻한 느낌의 원단부터 가죽, 퍼까지 다채로웠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번 쇼노트에서 "코트를 만드는 일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장인 정신의 결정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얼마나 코트에 공을 들였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코트 제작은 먼저 안감 등 내부 구성을 정하고 코트가 걸려 있을 때와 사람이 입었을 때 옷감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 울 소재에 새로운 섬유를 혼합한다면 색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가늠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과정은 꼼꼼하고 세심한 판단이 요구되며 이 하나하나의 여정이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코트의 안에 또는 독립된 스타일로 입을 수 있는 원피스는 속이 비치는 시스루 레이스와 실크, 양모 원단으로 선보였다. 이들은 딱딱한 느낌의 코트와 확실히 대비된 스타일이었지만, 두 의상이 만나 하나의 스타일로 어우러지며 여성복의 우아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  무릎, 그리고 허벅지 높이 올라온 승마 부츠   이번 쇼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부츠다. 쇼에 등장한 많은 모델이 자연스러운 광이 나는 가죽으로 만든 승마 부츠를 신었다. 특히 발목 뒤쪽에 가는 구찌 홀스빗 장식이 달린 일자형의 클래식한 실루엣은 구찌라는 브랜드와 승마를 연결해주는 장치다. 여기에 짧은 팬츠와 어울리는 오버 더 니(Over-the-Knee) 부츠도 함께 선보이며 올해 겨울 거리에 등장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  새로운 가방들의 등장   많은 볼거리가 있었지만,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는 역시 가방이다. 지난 쇼까지 재키 백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백들을 재조명했던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번엔 자신만의 새로운 가방들을 대거 공개했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 소 새로운 탑 핸들백(손잡이가 달린 가방)은 플레인한 스타일, 푸피(Puffy) 스타일, 새로운 GG 모노그램 스타일 등 다양하게 등장했다. 또한 브랜드 아카이브 속 승마 모티프에서 영감 받아 재탄생시킨 하프 문 실루엣의 새로운 핸드백과 뱀부 백을 재현한 클러치와 새로운 뱀부 버킷 백도 눈길을 끌었다.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는 확실히 현실적이다. 지금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나의 꿈은 나의 패션과 마찬가지로 항상 현실과 대화한다. 나는 다른 어떤 세계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 그대로다.    지난 23일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20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쇼의 피날레 인사를 하는 사바토 데 사르노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구찌 관련기사 '스피디' 다시 띄웠다...루이 비통 남성복 맡은 퍼렐 윌리엄스의 한 수 [더 하이엔드] 또 다른 결의 파격 행보...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남성복 선보였다 [더 하이엔드] 청룡 기운을 손목에 얹다...예술성 극치 이룬 갑진년 '용의 시계' 열전 [더 하이엔드] 셀럽들은 다 쓴다는 넥크림, 이서진 “10년째 쓴다” 목 주름 예방법 [더 하이엔드]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2.26 09:07

  • '스피디' 다시 띄웠다...루이 비통 남성복 맡은 퍼렐 윌리엄스의 한 수 [더 하이엔드]

    '스피디' 다시 띄웠다...루이 비통 남성복 맡은 퍼렐 윌리엄스의 한 수 [더 하이엔드]

    “럭셔리의 미래는 자유.” 퍼렐 윌리엄스가 지난해 가을 루이 비통 남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직후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전이다. 2021년 스트리트 패션의 전설이자 아트 디렉터로 루이 비통을 이끌던 버즐 아블로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후임자는 과연 누가 될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버즐 아블로만큼의 스타성, 200억 유로(약 29조 1850억원) 규모의 전통 있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만한 천재성과 경영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만 했다. 약 2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루이 비통은 결국 퍼렐 윌리엄스라는 답을 찾았다.   퍼렐 윌리엄스의 첫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이 드디어 매장에 걸렸다. 2024 봄여름 시즌 컬렉션으로 퍼렐 윌리엄스의 비전이 엿보인다. [사진 루이 비통]    ━  음악·패션 포함한 문화 아이콘   1973년생인 퍼렐은 21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한 음악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힙합 프로덕션 넵튠즈(Neptunes)를 세우고 래퍼와 팝 가수들을 위한 곡을 프로듀싱했고, 99년엔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 너드(NERD)의 리드 보컬을 맡았다. 2006년엔 솔로로 전향해 이후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레코드’ 상, '최우수 팝 퍼포먼스’ 상 등을 휩쓸었다.     팝의 제왕이 된 그가 영향력을 끼치게 된 또 다른 분야가 있으니, 바로 패션이다. 그의 패션은 늘 혁신적이었다. 2014년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입은 버뮤다 턱시도(반바지에 턱시도 재킷을 입는 스타일)는 당시로써는 꽤나 파격적이어서 화제가 됐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였지만, 맨발에 구두를 신었다.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 등장한 틀을 깬 그의 패션에 전 세계가 놀랐고, 뉴욕타임즈는 “모호한 패션 트렌드”라며 “반바지가 오스카 같은 공식 행사에 어떻게 자리를 차지했나“라는 혹평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단념하지 않았다. 2019년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다시 한번 샤넬의 블레이저와 반바지를 입고 레드카펫을 걸었다.   2014년 오스카 레드카펫에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퍼렐 윌리엄스(왼쪽).   이렇듯 자신의 스타일에 자신 있었던 퍼렐은 2005년 일본 패션 아이콘이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이프를 만든 니고와 협업해 만든 스니커즈를 시작으로 옷 잘입는 셀러브리티를 넘어 패션업계를 움직이는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창의성과 스타성에 아디다스는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고,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는 지니어스 프로그램을 통해 그와 지속적인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에 발표한 샤넬과의 협업 스니커즈엔 떡하니 자기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  올 봄여름 파리 남성복 쇼 흥행 1위    지난해 가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퍼렐 윌리엄스의 첫 루이 비통 남성복 쇼는 파리 맨즈 패션위크의 가장 인기 있는 쇼였다. 루이 비통 본사 앞에 있는 퐁네프 다리에서 퍼렐 윌리엄스가 이번 쇼를 위해 직접 작곡한 클래식 곡을 피아니스트 랑랑과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 시작하자 모델들의 화려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축제 행진을 연상케 하는 쇼는 흥이 절로 났고,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행사장엔 실제로 제이지, 리한나, 비욘세, 에이셉 라키, 젠다이야,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온라인으로 쇼를 본 사람은 브랜드 공식 계정으로만 7억7500만 명 이상, 다른 언론 계정에서도 3억 건을 추가로 기록했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루이 비통 2024 봄여름 남성 컬렉션 쇼 현장. 황금빛으로 물든 퐁네프를 모델들이 힘차게 걷고 있다. [사진 루이 비통]    퍼렐 윌리엄스는 “루이 비통 2024 SS 남성 컬렉션은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든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한다”면서 브랜드의 DNA을 기본으로 자신의 독창성을 컬렉션에 덧입혔다. 그가 재해석한 루이 비통의 다미에와 카모플라쥬 패턴을 결합한 ‘다모플라쥬’ 패턴이 대표적이다. 평소 그가 좋아해 즐겨 착용했던 진주와 크리스탈도 옷의 곳곳에 자리잡아 새로운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을 만들어냈다.   새로 개발한 다모플라쥬 패턴, 진주로 글자를 새긴 야구점퍼, 커다란 스피디 백까지. 이번 컬렉션의 특징을 한번에 보여주는 이미지다. [사진 루이 비통] 퍼렐 윌리엄스의 첫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을 공개하며, 루이 비통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뒷쪽에 위치한 '루이 비통 도산' 매장을 컬렉션 쇼 컨셉에 맞춰 황금색 다모플라쥬 패턴으로 단장했다. [사진 루이 비통]    ━  다시 왔다, 스피디   이번 컬렉션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은 바로 루이 비통의 스테디셀러 스피디(Speedy) 백을 재해석한 ‘스피디 P9’ 백이다. 1930년에 제작된 스피디 백은 원래 큰 여행 가방 모양이었다. 1960년대에 배우 오드리 헵번이 루이 비통에 작은 크기의 스피디를 요청했고, 이후 그가 휴대가 간편한 작은 스피디를 사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와 모델 나오미 캠벨 등 여러 셀러브리티들이 이 백을 들었고, 쿠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세계적인 작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한정판 스피디들이 만들어졌다.  퍼렐 윌리엄스로 인해 재탄생한 스피디 P9 백의 가장 큰 변화는 컬러와 가죽에 있다. 기존의 스피디 백이 브라운 컬러에 루이 비통 모노그램을 더한 캔버스 소재였다면, 스피디 P9은 클래식한 사다리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고급 양가죽 안감 및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에 초록·파랑 등 원색을 입혔다. 부드러운 소재를 덕분에 사용자의 착용 방식에 따라 가방 모양이 새롭게 잡히고, 흐릿한 느낌의 실크스크린 프린트 모노그램을 더해 장인이 직접 손으로 그린 듯한 시각적 효과도 냈다. 또한 퍼렐은 스피디를 진화시키며 만든 맞춤 주문 최고급 라인 ‘밀리어네어 스피디(The Millionaire Speedy)’도 출시었는데, 가격은 그 이름처럼 100만달러(약 13억원)다. 소재는 악어가죽에 다이아몬드, 금으로 장식했다.   이번 시즌 새로 공개한 '스피디 P9' 백. 선명한 원색의 고급 가죽을 사용해 일반 스피디 모델보다 시선을 잡아끌뿐아니라 손으로 만질 때도 부드럽다. [사진 루이 비통] 컬렉션 쇼에서 모델이 커다란 스피디 P9을 허리춤에 끼고 걷고 있다. [사진 루이 비통] 매장 정중앙에 자리한 스피디 P9. 이것만 봐도 이 가방을 이번 컬렉션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루이 비통]   그는 이 가방에 대해 “유니섹스 느낌을 가진 아이템을 활용해 모든 이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뉴욕 카날스트리트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기존의 디자인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밝혔다.  더 하이엔드 관련기사 또 다른 결의 파격 행보...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남성복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속 수트 차림의 남자가 건넨 가방의 정체 독창적 시간 해석... 기존 명품 시계와 다른 길을 걷는 이 브랜드 "크루그 샴페인은 여러 악기의 앙상블이 이루어지는 대형 오케스트라"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1.26 07:00

  • 구찌, 올 봄·여름 여성복을 위한 앙코라 캠페인 공개 [더 하이엔드]

    구찌, 올 봄·여름 여성복을 위한 앙코라 캠페인 공개 [더 하이엔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가 최근 패션의 경계를 초월하는 미학을 담아낸 '구찌 앙코라(Gucci Ancora)' 캠페인을 공개했다.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바토 데 사르노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직접 기획하고, 포토그래퍼 데이비드 심스가 촬영했다. 사진 구찌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진 구찌   이번 캠페인은 지난해부터 구찌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의 데뷔 컬렉션이라 할 수 있는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을 선보이는 광고 캠페인이다. 사바토가 직접 구상했고, 촬영은 지금 패션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그래퍼인 데이비드 심스가 맡았다. 데이비드 심스는 사바토 데 사르노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 첫 작업을 함께 한 포토그래퍼다. 사바토는 그와 함께한 이번 광고 캠페인을 통해 패션 사진에 대한 찬사를 전하며, 패션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아함을 완성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번 구찌 앙코라 캠페인에서는 다섯 명의 새로운 모델 아나(Ana), 파디아(Fadia), 지아휘(Jiahui), 냐주옥(Nyajuok), 바이올렛(Violet)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연스러운 포즈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데, 여기엔 아름다움·자유로움·자신감 속에 내재된 관능미를 표현하고자 했던 사바토의 의도가 담겨있다. 그는 패션이 선사하는 영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졌으면 한다”라는 사바토의 비전이 담긴 ‘앙코라(Ancora)’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와도 일치한다.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진 구찌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진 구찌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진 구찌 구찌 앙코라 캠페인. 사진 구찌   이번 캠페인은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공식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관련 컬렉션 상품은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Gucci.com)와 구찌 가옥, 구찌 청담 플래그십 매장을 포함해 선별된 구찌 매장에서 판매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1.19 07:00

  • 또 다른 결의 파격 행보...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남성복 선보였다 [더 하이엔드]

    또 다른 결의 파격 행보...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남성복 선보였다 [더 하이엔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의 첫 남성복 패션쇼를 공개했다.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에서 열린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을 통해서다.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쇼. 사진 구찌    ━  또 다른 결의 파격    이번 쇼는 사바토 데 사르노의 두 번째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구찌 앙코라 패션쇼'라 명명했던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쇼가 그의 공식 데뷔 무대였다면, 이번엔 남성복이라는 다른 장르의 '사르노 구찌 세계'를 보여주는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남성복 쇼는 파격적이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에 조명만으로 만들어낸 런웨이와 사운드 트랙 등 무대연출과 모델의 동선까지, 쇼의 진행 스타일은 모든 것이 지난해 9월의 앙코라 쇼와 같았다. 구찌는 이를 "구찌 앙코라 쇼의 미러링(Mirroring)"이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구찌 앙코라는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회'란 의미를 담은 테마다. 사르노는 앙코라(Ancora)라는 단어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동시에, 자신이 그리고 있는 구찌의 비전을 이를 통해 보여준다.   모델들이 빛으로 만든 런웨이를 따라 걸으며 피날레를 하고 있다. 사진 구찌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 사진 구찌    ━  정체성 확고히 하는 앙코라 미러링    이번 쇼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지만, 여기엔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철저히 계산된 계획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같은 쇼의 포맷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패션업계에선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패션업계에선 쇼마다 전에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컨셉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이를 사르노 역시 몰랐을리 없다. 그럼에도 이번 쇼를 앙코라의 미러링으로 연출한 데는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가 무엇인지를 세상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는 상당히 위험한 도전인 동시에 파격적인 선택이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2003년 프라다 여성복으로 시작해 돌체 앤 가바나를 거쳐 발렌티노의 패션디렉터까지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다. 특히 발렌티노에선 11년간 재직하며 전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오른팔로, 브랜드를 글래머러스하고 정제된 실루엣으로 만들어 왔다. 그가 보여주는 구찌 룩이 우아하게 정제돼 있으면서도, 브랜드만의 화려함을 지니게 된 데엔 이런 탄탄한 커리어와 실력이 배경에 있다. 지난해 구찌의 모기업인 케어링은 그를 임명하며 "풍부한 브랜드의 유산을 활용하면서, 하우스의 권위를 강화할 인물"이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전임자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찌를 이끈다. 미켈레는 자신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재직한 8년 동안 몽환적이고 펑키한 맥시멀 스타일로 사람들을 놀래켰다. 사르노는 다르다. 테일러링에 기반한 정교하고 우아한 미니멀 스타일을 통해 진정한 '패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최근 패션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컨셉추얼과는 정반대”라고 말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쇼. 사진 구찌 구찌 2024 가을겨울 남성복 쇼. 사진 구찌  ━  테일러드 장인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디테일    사르노는 이번 쇼에서 정제된 테일러링과 GG 모노그램, 구찌 홀스빗 로퍼 등 재해석한 브랜드의 상징물들을 통해 새로운 구찌 남성복을 만들어 냈다. 특히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제된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테일러링은 그가 지난 앙코라 쇼에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서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와도 일치한다.     포멀웨어는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을 중심으로 몸에 딱 맞는 실루엣과 이와 대비되는 편안한 핏의 두 가지 실루엣이 눈길을 끌었다. 테일러링의 절정을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로써 파이핑(원단 끝에 얇은 끈을 덧붙이는 기법)이 가미된 재킷도 등장했다. 또한 지난 9월 여성 패션쇼에서 구찌 홀스빗 로퍼를 재해석해 선보인 것에 이어 남성을 위한 새로운 스타일의 구찌 홀스빗 로퍼도 공개했다. 하우스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특유의 잠금장치가 특징인 재키 백은 지난 여성 패션쇼에서보다 큰 사이즈로 등장했다.  이번 쇼에는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인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과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아이유를 포함해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4.01.15 13:22

  • 애니메이션 속 수트 차림의 남자가 건넨 가방의 정체 [더 하이엔드]

    애니메이션 속 수트 차림의 남자가 건넨 가방의 정체 [더 하이엔드]

    리모와가 연말연시 여행 철을 맞아 홀리데이 캠페인 영상을 선보였다. 공식 홈페이지(rimowa.com/kr)를 통해 볼 수 있는 이 영상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 리모와 제품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30초 분량의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다. 다채로운 색감과 장소, 상황에 맞게 표현된 정교한 스케치가 볼거리다.    리모와의 연말연시 캠페인 '다가올 여행을 위한 선물(Gifts for the Journey Ahead)'의 한 장면. [사진 리모와]   여행의 소중함과 선물을 건네는 기쁨을 표현하다 정갈한 슈트 차림을 한 남자가 휴양지 파티 현장에서 여성에게 선물을 건넨다. 포장을 풀자 슈트케이스가 나온다. 리모와를 대표하는 클래식 캐빈 제품이다. 장면은 한 집안의 주방으로 바뀐다. 수염을 기른 젊은 남편은 식사 준비 중인 아내에게 선물 꾸러미를 슬쩍 내민다. 선물은 블랙 컬러의 네버 스틸 플랩 백팩. 이 커플은 받은 가방을 챙겨 전 세계 미식 여행을 한다.  그런가 하면 짙은 녹색 컬러가 시선을 모으는 에센셜 캐빈 슈트케이스를 끈 청년은 사막부터 대도시까지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한다. 부모로부터 졸업 선물로 받은 제품이다. 학창 시절을 마무리한 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이번 애니메이션 캠페인은 각 상황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사진 리모와]   그다음은 조금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 부부의 여행. 아내는 퍼스널 크로스바디 백을 어깨에 두른 채 남편과 기차 여행을 떠난다. 창밖 너머로는 일본 후지 산의 설경이 펼쳐진다. 마지막은 슈트케이스를 컨버터블 차량에 싣고 풍광 좋은 해안 도로 위를 내달리는 커플이 장식했다. 이내 ‘GIFTS FOR THE JOURNEY AHEAD(다가올 여행을 위한 선물)’란 자막과 함께 이야기는 끝난다.   이동이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 잡은 만큼 리모와는 이번 홀리데이 캠페인을 통해 여행의 소중함을 말한다. 더불어 여행뿐 아니라 결혼과 졸업, 기념일 등 특별한 시기에 맞는 기프트 아이템을 선정해 선물 선택의 고민을 덜어준다.   허니문을 위한 트렁크 리모와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을 위해 고전적 디자인이 특징인 클래식 컬렉션을 추천한다. 클래식은 양극 산화 처리해 마모나 부식이 적은 알루미늄을 본체로 사용한 컬렉션이다. 1950년대 처음 선보여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스트라이프 형태의 그루브 패턴 본체에 수작업으로 만든 가죽 손잡이를 달았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을 표현한 캠페인 영상. [사진 리모와]   클래식 컬렉션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두 가지 크기의 ‘캐빈’과 화물용으로 출시한 ‘체크-인’ M·L 사이즈, 케이스 측면이 넓은 디자인의 ‘트렁크’까지 다양한 크기로 출시된다. 캠페인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은 가죽 손잡이와 바퀴에 토프 컬러를 적용한 캐빈 제품이다.    클래식 캐빈 실버 유니크 토프 모델. [사진 리모와]   참고로 클래식 컬렉션은 고객 취향에 따라 주문 제작 형태로 핸들과 휠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슈트케이스 라인업이다.   클래식 캐빈 실버 모델. 손잡이와 바퀴 컬러는 고객 주문에 의해 바꿀 수 있다. [사진 리모와] 가볍게 떠나는 여행을 위한 가방 네버 스틸 컬렉션 플랩 백팩은 주말이나 명절 등 휴가 기간에 상관없이 요긴한 제품이다.    캠페인에 등장하는 네버 스틸 플랩 백팩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리모와]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등판에 리모와 쾰른 좌표를 새긴 스트랩이 달려 가방을 슈트케이스 위에 고정할 수 있다. 사진의 제품은 내구성 좋은 블랙 캔버스와 고급스러운 풀 그레인 가죽으로 만든 스몰 사이즈 플랩 백팩이다. 플랩(덮개)을 열면 드러나는 내부 공간엔 13인치의 노트북을 수납할 수 있는 패딩 포켓이 있다. 본체 양옆에 있는 지퍼 포켓엔 자주 꺼내는 소지품을 보관하면 좋다.  현재 네버 스틸 플랩 백팩은 캔버스 또는 나일론 소재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시즌마다 다양한 색이 추가된다.   포켓이 있어 실용적인 네버 스틸 플랩 백팩 스몰 블랙 모델. [사진 리모와] 결혼기념일을 위한 선택 퍼스널 크로스바디 백은 결혼기념일과 같이 소중한 날을 맞아 선물하기 좋은 작은 크기의 가방이다. 크로스바디라는 제품 이름처럼 어깨에 멜 수 있어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결혼기념일을 주제로 한 캠페인 영상의 일부. [사진 리모와]   소재는 리모와의 시그너처인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사진) 두 가지로 선보인다. 직사각형 가방 본체에는 슈트케이스와 마찬가지로 그루브 패턴이 있다. 리모와 슈트케이스를 축소한 듯한 모양새다. 버튼으로 여닫는 가방 내부는 2개의 개방형 수납공간과 지퍼 포켓, 3개의 카드 슬롯으로 이뤄져 있다. 여권과 같이 중요한 물건을 분리해 보관하기 좋다.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트랩은 풀 그레인 가죽 소재로 만들었고 탈착이 가능하다.   리모와를 대표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든 퍼스널 크로스바디 백 화이트 모델. [사진 리모와] 졸업을 앞둔 자녀를 위해 영상 속 청년은 부모로부터 슈트케이스를 선물 받는다. 그린 컬러가 청량감을 주는 에센셜 컬렉션 캐빈 제품이다. 에센셜은 리모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본체에 사용한 슈트케이스로 내구성과 경량성이 특징이다. 클래식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여러 크기로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에센셜 컬렉션 캐빈 그린 색상 모델. [사진 리모와]   여러 장소를 거치면서 청년의 슈트케이스 위에는 스티커가 하나씩 늘어난다. 추억을 쌓으며 함께하는 평생의 동반자로서 슈트케이스를 표현한 것으로, 이는 곧 브랜드의 철학이기도 하다. 참고로 리모와는 2022년 7월 25일 이후 산 새 슈트케이스에 대해 평생 보증 기간을 제공한다.   스티커를 붙여 개성을 표현하기 좋은 리모와의 슈트케이스. [사진 리모와]   관련기사 "크루그 샴페인은 여러 악기의 앙상블이 이루어지는 대형 오케스트라" [더 하이엔드]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포 보테가스로 한국 전통연 리기태 명장 선정 [더 하이엔드] 미국판 조용한 럭셔리가 온다…‘케이트’ 국내 상륙 [High Collection] 독창적 시간 해석... 기존 명품 시계와 다른 길을 걷는 이 브랜드 [더 하이엔드]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2023.12.26 17:00

  •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포 보테가스로 한국 전통연 리기태 명장 선정 [더 하이엔드]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포 보테가스로 한국 전통연 리기태 명장 선정 [더 하이엔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올해의 '보테가 포 보테가스(Bottega for Bottegas)'를 발표하며, 한국 전통연 장인 리기태 명장을 선정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올해의 '보테가 포 보테가스'를 발표했다. 사진 속 이미지는 이번에 선정된 4곳의 공방 작품. 사진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포 보테가스는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소규모 장인 공방을 조명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올해가 세 번째로, 지난 2021·2022년 이탈리아 공방과 이탈리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해외 공방을 소개한 것에 이어 올해는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함께’라는 개념을 고취하는 4곳의 공방을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리기태 명장이 운영하고 있는 공방이다. 리 명장은 3대째 한국 전통연을 계승해오고 있는 장인으로, 그가 운영하는 공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9세기 전통연 수공 제작 방식을 보존하고 있다. 평소 한국 방패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를 썼고, 지난 2018년엔 중국에서 열린 국제연날리기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리기태 명장이 '보테가 포 보테가스'에 선정되며 만든 방패연 작품. 사진 보테가 베네타   리 명장은 이번 선정을 기념해 한지와 대나무로 만든 방패연 작품을 선보였다. 방패연엔 탈을 그려 넣었고, 노랑·초록·빨강 등 다채로운 색으로 장식했다. 리 명장 외에는 고대 중국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블록을 연구·개발하는 중국 목공 무형문화재 복원가 리우 웬후이(LiuWenhui), 대만 전통 공예 문화와 수공예품 제작 방법을 연구하는 대만 예술가 쳉청펑(Cheng Tsung Feng), 트럼프카드·타로카드 등 종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역사적인 이탈리아 전문 공방 사울 모디아노(Saul Modiano)가 선정됐다.    선정 공방 중 한 곳인 중국 리우 웬후이(LIU WENHUI)의 작품. 사진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는 공방에 기반을 둔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다. 브랜드 명의 일부인 '보테가(Bottega)’ 역시 이탈리아어로 수공예품을 만드는 소규모 공방을 의미한다. 이들이 전개하는 보테가 포 보테가스는 장인 정신과 공방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뿌리를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의지다. 이번에 선정된 네 곳 공방의 작품은 이달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플래그십 매장에서 전시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3.12.15 07:00

  • 겨울 외투 패러다임 바꾼다...모던 실루엣과 극한 DNA의 조우 [더 하이엔드]

    겨울 외투 패러다임 바꾼다...모던 실루엣과 극한 DNA의 조우 [더 하이엔드]

    캐나다구스의 헤비 웨이트 다운(HWD·고중량 다운 파카류) 라인에 새로운 컬렉션 ‘패러다임’이 출시됐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두툼한 파카 스타일 대신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혹독한 날씨를 대비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완성형 파카 라인이다. 캐나다구스의 상징적 제품인 ‘익스페디션 파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러다임 익스페디션 파카’가 출시됐다. 사진 캐나다구스   그중 캐나다구스의 유산을 잇는 ‘패러다임 익스페디션 파카’가 눈길을 끈다. 캐나다구스의 상징적 스타일인 ‘익스페디션 파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극한의 기후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익스페디션 파카의 고기능성 원단에 소매 부분에만 100% 재활용된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원단을 결합, 보다 현대적 실루엣을 선보임과 동시에 가볍고 부드러워 활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구스의 상징적 스타일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캐나다구스    ━  ‘따뜻함’이라는 본질   1950년대 토론토의 작은 창고에서 재봉틀 5개로 시작한 캐나다구스는 현재 세계 최고의 명품 의류 제조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비결은 극한의 추위에서도 완벽하게 편안할 수 있는 방한 성능. 붉은색 원형 테두리에 북극해 지도가 그려진 캐나다구스 로고는 추위를 막는 보증 수표로 통한다. 겨울 외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따뜻함’에 집중한 결과다.   1957년 샘 틱(Sam Tick)에 의해 설립된 ‘메트로 스포츠웨어 주식회사’에서 시작한 캐나다구스는 사위인 데이비드 레이스(David Reiss)의 ‘스노구스’로 이어졌고, 현재 회장이자 CEO인 다니 레이스(Dani Reiss)가 ‘캐나다구스’로 브랜드 이름을 변경하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브랜드 설립 초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출시되고 있는 ‘스노우 만트라’는 캐나다구스의 방한에 대한 고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품이다. 북극의 거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지구에서 가장 따뜻한 외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브랜드 초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도 출시되고 있는 지구상 가장 따뜻한 외투, '스노우 만트라'의 해체도. 사진 캐나다구스    ━  남극 과학자들을 위한 ‘빅 레드’   이후 다니 레이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레이스는 1970년대 사업을 이어받은 뒤 다운 충전 기계를 발명해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튼튼한 원단에 가득 채운 거위 털 파카는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에서도 버틸 수 있는 작업복으로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이 시기 캐나다구스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빅 레드’가 탄생한다. 스노우 만트라의 DNA를 이어받은 ‘익스페디션 파카’다. 지구 위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 맥머도 기지 과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되어 혹독한 기후에 입어야 할 파카의 기준이 된 제품이다. 오늘까지도 미국 남극 프로그램 과학자에게 인정받고 있다.   캐나다구스의 상징적 제품인 익스페디션 파카. 일명 '빅 레드'로 불린다. 사진 캐나다구스   캐나다구스는 오랜 시간 추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왔다. 그러기 위해 디자인 구상에서 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으로 숙고하는 접근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캐나다구스의 모든 제품은 실험실에서 최소 3주간 검증 과정을 거치며 ‘필 파워’ ‘내구성’ ‘침투성’ 등 기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소재 선택과 개발 과정 아래 만들어진다.    ━  영하 30도에서도 견딘다   다니 레이스는 2016년 토론토에 캐나다구스 매장을 열면서 영하 30도의 ‘콜드 룸(Cold Room)’를 설치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진열된 패딩을 입고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실험실이다. 탐험가들을 위한 고기능성의 두툼한 방한복에서 현대인들을 위한 세련된 외투로 변신한 지금도 캐나다구스가 추구하는 방한 성능에 대한 본질적 고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장에 설치된 영하 30도 콜드룸. 고객이 진열된 패딩을 입고 직접 들어가볼 수 있다. 사진 캐나다구스   올해 새롭게 출시된 패러다임 컬렉션에도 이런 기능성에 대한 고집이 담겨 있다. 간결한 실루엣의 외관과 달리 극한의 기후에 가장 적합한 여러 세부 설계를 더했다. 패러다임 컬렉션 전체 라인에 반영된 탈부착 가능한 후드 트림은 찬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며, 기능성 포켓이 앞면은 물론 내부에도 다수 탑재되어 편리성을 높였다. 또한 소매 끝은 립 니트(니트 소재로 조여드는 디자인)로 만들어 열 보존을 돕는다. 새롭게 출시된 패러다임 익스페디션 파카 역시 방한 성능에 대한 브랜드의 본질적 고집을 담고 있다. 사진 캐나다구스    ━  환경 영향은 최소화   스노우 만트라에서 익스페디션 파카로, 최근의 패러다임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캐나다구스는 보온 성능은 더하면서도 현대적 디자인과 실루엣을 장착하는 진화를 보여준다. 진화의 정점은 2020년 발표한 ‘휴먼네이처(HUMANATURE)’ 선언이다. ‘지구를 시원하게, 사람을 따뜻하게’라는 기업 가치 방안으로 지역 사회 기여, 탄소 중립을 위한 변화, 모피 구매 종료 등을 골자로 한다.   캐나다구스의 모든 파카는 동물 복지 준수 인증 마크인 RDS(Responsible Down Standard·책임 있는 다운)를 획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모든 파카는 재활용된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 패러다임 컬렉션 역시 83~85%의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15~17%의 유기농 면으로 제작됐다. 휴먼네이처 선언 아래 책임 있는 다운이 적용된 패러다임 컬렉션. 사진 캐나다구스   패러다임 컬렉션은 익스페디션 파카를 비롯해 ‘칠리왁 봄버’ ‘트릴리움 파카’ ‘프리스타일 베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캐나다구스의 아이코닉 스타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패러다임 컬렉션 4종과 익스페디션 파카 등 헤리티지 라인은 전국 캐나다구스 백화점 매장과 공식 온라인 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관련기사 3000명이 숨죽였다…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편지 읽은 행사 정체[더 하이엔드] 신성한 것은 없다, 미스치프의 도발적 예술 [더 하이엔드] [더 하이엔드] 거대한 수면 캡슐 만든 디자이너…패션 경계 넘는다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2.13 07:00

  • [더 하이엔드] 거대한 수면 캡슐 만든 디자이너…패션 경계 넘는다

    [더 하이엔드] 거대한 수면 캡슐 만든 디자이너…패션 경계 넘는다

    미래의 수면 캡슐이라는 상상력에 기반한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컬렉션. 길고 가는 실루엣과 반짝이는 퀼팅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몽클레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는 최근 패션계에 만연한 단순한 ‘협업’을 거부한다. 전혀 새로운 패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동 창작 플랫폼’에 가깝다. 지난 몇 차례의 협업으로 호흡을 맞춰왔던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이번에도 몽클레르와 함께 패션 문법의 경계를 넘는 도전적 시도를 감행한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트 오브 지니어스'의 한 장면. 은색 패딩으로 감싼 벤츠 G클래스가 등장했다. 사진 몽클레르 안개를 뿜는 단상 위에 올라간 거대한 벤츠는 은색의 빛나는 패딩으로 둘러싸여 있다. 빙하를 배경으로 거대한 비계가 설치됐고, 그 속에는 형형색색의 패딩을 입은 모델들이 마치 전시된 듯 도열해 있다. 패딩을 입은 깜찍한 미니로봇 ‘러봇(LOVOT)’이 모델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밝은 컬러의 컬렉션을 거대한 비계에 전시했다. 컬렉션 주제는 '도시에서 정상으로.' 사진 몽클레르   올해 2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몽클레르의 ‘아트 오브 지니어스(The Art of Genius)’ 현장이다. 약 1만 명이 게스트로 참여, 패션 브랜드의 이벤트 현장으로는 이례적으로 거대한 규모와 위용을 자랑했다.    ━  흔한 협업 아닌 ‘천재적’ 도전   몽클레르는 2018년부터 ‘몽클레르 지니어스’라는 특별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패션계에서 요즘 ‘협업(collaboration)’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협업이 만들어내는 신선함과 주목도는 떨어지고 있다.     몽클레르는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의 맨 처음 정의를 거슬러 올라간다. 브랜드와 비전을공유하는 외부 창작자와 힘을 합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경계를 넘어서려는 도전적 시도 말이다. 프라그먼트(FRGMT)는 '사랑의 예술'을 주제로 패딩을 입은 강아지 러봇(LOVOT)이 등장시켰다. 사진 몽클레르   올해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실시간 몰입형 이벤트, 아트 오브 지니어스는 이런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공간에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한 차례 더 진화한 결과물이다. 창작자들은 저마다의 패션 비전을 라이브 공연이나 디지털 콘텐트, 체험형 설치물로 실감 나게 구현했다.     2023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엘리샤 키스,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 팜 엔젤스, 프라그먼트 등 개성 넘치는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벤츠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했다.    ━  거대한 ‘수면 캡슐’ 선보인 릭 오웬스   런던의 유서 깊은 경기장인 ‘올림피아’에서 펼쳐진 아트 오브 지니어스의 놀라움은 거대한 수면 캡슐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를 만든 주인공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릭 오웬스. 몽클레르는 이날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외연을 한 단계 넓혀 ‘몽클레스 + 릭 오웬스’ 컬렉션을 소개했다. 릭 오웬스는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미래의 수면 캡슐을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61)는 1994년 미국 LA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라인을 론칭한 후 2003년부터 파리에서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살아 있는 패션 거장이다. 특유의 길고 가는 실루엣과 무채색 일색의 디자인으로 ‘다크(dark·어두운) 패션’의 대가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 모델이 다른 여성 모델을 매달고 런웨이를 걷는 등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패션쇼 연출로도 유명하다. 디자이너 릭 오웬스   자욱한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낸 수면 캡슐은 마치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비행 물체처럼 보였다. 수면 캡슐은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재생 산소 농도 기능과 온도 조절 및 환기 시스템을 갖췄다. 내부는 몽클레르의 푹신한 패딩으로 마감됐다. 이 수면 캡슐은 실제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수면 캡슐은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사진 몽클레르   패션을 넘어선 디자인의 한계에 도전한 릭 오웬스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개인 맞춤형 수면 캡슐은 극도로 개인화된 공간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버블(bubble·비눗방울)’과 같다”며 “이 수면 캡슐과 어울리는 의류를 함께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떠올려”   릭 오웬스는 몽클레르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과 연관이 있으면서,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라고 평했다. 릭 오웬스의 수면 캡슐은 이런 몽클레르의 비전을 확장한다. 미래의 인류가 사는 방식에 대한 어떤 가능성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이다.   수면 캡슐 디자인은 릭 오웬스의 개인적 사연에서 시작됐다. 릭 오웬스는 “연로한 부모님을 자주 보기 위해 미국에 자리를 잡아야 했는데, 아파트를 구하려다 보니 주변 소음이 신경 쓰였다”며 “수면 캡슐 아이디어는 끝없는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이미지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또는 마이클 잭슨의 고압산소치료실(hyperbaric chamber)이다.   재생 산소 농동 기능과 온도 조절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춘 수면 캡슐 내부. 몽클렐의 패딩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사진 몽클레르    수면 캡슐은 의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 결과물이라기엔 다소 엉뚱하지만, 지니어스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했다. 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 겸 CEO는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패션이라는 분야의 관습에서 벗어나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완벽히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에너지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릭 오웬스는 수면 캡슐의 안팎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엄숙하리만치 고요한 분위기의 수면 캡슐과 비슷한 콘셉트로 디자인된 의류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릭 오웬스 특유의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과 빛나는 퀼팅이 특징으로, 블랙과 빛바랜 무채색 등 절제된 색조들로 구성됐다. 항공 재킷, 패딩, 롱 코트, 데님 튜닉, 데님 스커트 등 의류 컬렉션에 스카프, 털 부츠, 담요 등 수면 캡슐 안팎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액세서리가 합류했다.     가늘고 긴 실루엣과 퀼팅 디자인이 특징인 '래디언스 퀼팅 롱 코트.'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는 가장 마음에 드는 컬렉션 피스로 “모닝커피를 들고 겨울 정원을 산책할 때 적합한 ‘래디언스 퀼팅 롱 코트’”를 꼽았다. 이번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컬렉션은 11월 30일부터 몽클레르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련기사 못생긴 안경이 돌아왔다...올가을 ‘안경 선배’의 조건은 뿔테 [더 하이엔드] 필드에서 만나는 클래식...프리미엄 골프웨어 전성시대 열리나[더 하이엔드] 프랑스 총리였던 아버지와, 컬렉터 아들…서울서 하나됐다 [더 하이엔드]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1.30 17:00

  • 필드에서 만나는 클래식...프리미엄 골프웨어 전성시대 열리나[더 하이엔드]

    필드에서 만나는 클래식...프리미엄 골프웨어 전성시대 열리나[더 하이엔드]

    팬데믹을 타고 정점을 찍었던 골프웨어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가장 큰 축의 변화는 ‘젊은’ 골퍼에서 ‘진성’ 골퍼로의 이동이다. 스웨트셔츠와 반바지로 상징되던 필드의 파격은 고요해졌고, 클래식을 내세우는 프리미엄 골프웨어 전성시대가 다시금 열리고 있다.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골프웨어 시장이 최근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클래식 감성을 내세우는 프리미엄 골프웨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더 시에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최근 골프웨어 시장을 두고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약 4조 원대 규모였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약 30% 성장, 지난해 6조 원대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전체 패션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만 올해부터는 폭발적 성장세가 주춤하고, 완만한 성장 곡선으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골프웨어 넘어 리조트웨어로   골프복 시장을 주름잡는 브랜드의 면면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신규 유입된 초보 골퍼들이 선호할만한 젊은 감성의 브랜드들이 폭발적 성장세를 주도했다. 앞으로는 기존 골프 팬들이 선호할만한 클래식 감성의 브랜드들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그러면서 최근 골프웨어 시장에 ‘리조트웨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다. 관련 브랜드 출시도 줄을 잇는다. 골프를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서가 아니라 휴식 및 레저 활동의 하나로 확장하는 관점을 담는다. 더 시에나의 모기업은 제주도 토스카나 호텔, 시에나CC를 운영하는 더 시에나 그룹이다. 사진 더 시에나   대표적인 브랜드가 골프웨어를 넘어 리조트웨어를 표방하는 더 시에나. 지난 7월 론칭한 신규 브랜드로, 골프를 즐길 때만 입는 옷이 아니라 리조트로 여행을 가거나 일상복으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한다. 남훈 더 시에나 대표는 “지나치게 젊고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톤 다운된 브라운·오렌지·짙은 초록색 등을 활용해 클래식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표방한다”며 “앞으로는 로고와 심볼이 아닌 고급스러운 소재와 자연스러운 디테일로 자신의 취향을 은근히 드러내는 골프웨어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골프복에서도 ‘조용한 럭셔리’ 찾는다   골프웨어 또한 전체 패션 트렌드의 큰 흐름을 쫓는다는 데서 이 같은 전망은 타당해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 패션 시장이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는 바로 ‘조용한 럭셔리.’ 로고를 과시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고급 소재와 간결한 디자인으로 경쟁하려는 움직임이다.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로고를 과시하지 않고, 고급 소재와 간결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사진 더 시에나   더 시에나는 이런 조용한 럭셔리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하는 골프웨어를 제안한다. 브랜드 심볼은 최대한 작게 디자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기존 골프웨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캐시미어·울·스웨이드·가죽 등 고급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심지어 밍크 등 모피(퍼)를 활용한 제품도 상당수다. 남 대표는 더 시에나 디자인에 앞서 “100m 앞에서도 로고를 식별할 수 있는 골프 의류가 아니라, 반대로 어떤 브랜드를 입었는지 드러나지 않게 디자인을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다만 확실하게 좋은 소재를 쓰고, 일상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부 디자인을 적용해 입은 사람이 편안하면서도 근사해 보일 수 있는 옷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필드에서는 물론, 휴가지에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을만큼 디자인적 범용성을 자랑한다. 사진 더 시에나  ━  컬러는 두세 가지만, 남성은 ‘조끼’가 포인트   그러면서 남 대표는 고급스러운 골프복 연출의 몇 가지 요령을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취향을 골프복에 반영하는 것. 보통 골프웨어라고 하면 특정 상황에만 입는 의류라고 생각해 과한 운동복 스타일로 변신하곤 하는데, 요즘에는 시중에 워낙 다양한 골프복이 나오기 때문에 평소 입는 옷의 컬러나 디자인을 즐겨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상·하의와 신발을 포함해 전체 색을 두세 가지로 압축하는 것이 정돈되어 보인다.   남 대표는 “남성의 경우 스윙하는 데 필요한 신축성 있는 상·하의를 선택한 후 그 위에 입는 조끼를 포인트로 삼으면 좋다”며 “여성은 취향을 반영하되, 올해는 한국 골프웨어의 주류 트렌드와는 다르게 잔잔한 컬러의 의류나 긴 스커트, 가죽과 밍크 등의 소재에 도전해 보라”고 추천했다. 골프복 스타일링을 할때 남성의 경우 조끼에, 여성의 경우에는 소재와 실루엣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사진 더 시에나    ━  골프 본고장에 첫선, 더 시에나 파리 진출   더 시에나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쇼룸에 전시됐다.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춰 현장 프레스를 대상으로 브랜드 및 컬렉션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론칭한 신규 브랜드로서는 쾌거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파리 쇼룸에 전시돼 전 세계 바이어들을 만났다. 사진 더 시에나   더 시에나는 파리 마레에 위치한 쇼룸 ‘로메오’와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의 ‘온나(OONA) 부티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쇼룸 로메오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다수가 입점한 쇼룸으로 지난 20여년간 프랑스 유명 백화점의 바이어 및 전 세계 바이어들이 들르는 주요 쇼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더 시에나 관계자에 따르면 쇼룸 측에서 더 시에나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보고 먼저 입점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단순 골프웨어 브랜드로서가 아니라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 디자인이 특징인 여성 위주 하이엔드 리조트웨어로서 더 시에나의 가치를 높이 샀다. 남훈 더 시에나 대표는 “골프의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더 시에나를 선보일 수 있어 고무적”이라며 “곧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 사진 더 시에나 관련기사 고려대에 무슨 일이…"에르메스가 에르메스했다"는 이 공간 [더 하이엔드]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 [더 하이엔드] 서울에서 열리는 하이주얼리 대향연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1.26 07:00

  • 못생긴 안경이 돌아왔다...올가을 ‘안경 선배’의 조건은 뿔테 [더 하이엔드]

    못생긴 안경이 돌아왔다...올가을 ‘안경 선배’의 조건은 뿔테 [더 하이엔드]

    한때 길거리를 활보했던 못생긴 운동화의 미학이 올가을에는 시선을 훌쩍 올려 눈가로 향하고 있다. 둔탁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의 빈티지 안경 얘기다. 얼굴 절반을 가릴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에 투박하고 굵은 테일수록 환영받는다.   올가을에는 넉넉한 사이즈에 투박하고 굵은 테의 안경이 주목받는다. 사진 제냐 아이웨어.    한동안 복고의 큰 흐름 안에서 ‘오버 사이즈’를 추앙했던 패션계가 요즘 부쩍 정제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지나치게 넉넉한 사이즈보다는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존재감 넘쳤던 브랜드 로고도 사라지는 추세다. 운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크고 투박한 디자인일수록 인기였던 신발 역시 간결한 디자인으로 회귀하고 있다.      ━  ‘너드 미(nerd+美)’ 한 스푼   그래서일까.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룩의 구원투수로 안경이 떠올랐다. 단순한 디자인보다는 어딘가 예스러운 감성이 풍기는 1950~60년대 스타일의 안경이 인기다. 넉넉한 사이즈의 프레임에 사각형·다각형 형태거나, 두께 감이 있는 뿔테가 주목받는다. 조종사 고글에서 디자인을 따온 잠자리 날개 모양 ‘에비에이터 스타일’이거나, 안경 프레임 두 개를 연결하는 다리가 두 개인 ‘더블 브릿지’도 있다. 전반적으로 룩에 스며들기보다 독특하고 튀는 형태로 룩에 포인트가 되는 안경들이다.   빅토리아 베컴 쇼에서 사각 프레임의 과장된 안경을 착용하고 나온 켄달 제너. 사진 빅토리아 베컴 홈페이지   빈티지 안경이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봄 공개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2023 가을·겨울 컬렉션의 영향이 크다. 전체 65개의 룩 중 40여개의 착장에 안경을 매치했을 정도로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안경이 좌우했던 컬렉션이다. 주로 뿔테에 둥근 형태의 안경들을 착용했는데, 할머니의 옷장에서 찾아 막 꺼내 쓴 듯한 예스러운 느낌이 핵심이다. 안경알 역시 닦지 않은 것처럼 희뿌옇게 연출돼 패션에 무심한 공대생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련된 차림새에 ‘너드(nerd·괴짜)’미 한 스푼을 더한 셈이다.   대부분의 착장에 빈티지 뿔테 안경을 매치한 미우미우 2023 FW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  ‘B사감’ 스타일 뿔테부터, ‘하금테’까지    셀럽(유명인)들도 일찌감치 빈티지 안경 트렌드에 합류했다. 벨라 하디드·켄달제너 등 할리우드의 패셔니스타들이 먼저 사감 선생님 같은 뾰쪽한 각의 뿔테 안경을 쓰고 나오더니, 최근에는 국내 스타들도 넉넉한 크기의 뿔테 안경의 매력에 빠졌다. 테는 두꺼울수록, 프레임은 클수록, 안경테에 붙은 장식은 많을수록 멋스럽다.   넉넉한 사이즈와 투브릿지, 사각형 등 빈티지 스타일을 두루 갖춘 안경 룩을 선보이는 셀럽들도 늘고 있다. 사진 전효성 인스타그램   남성 안경의 세계에만 국한한다면 빈티지 트렌드는 요 몇 년간 지속해온 흐름이다. 다만 최근에는 오버사이즈 금속 테와 빈티지 뿔테 일색에서 다각형 안경, 투 브릿지 스타일 등 빈티지 스타일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테 윗부분이 뿔테나 아세테이트 소재로 되어있고, 아래쪽이 금속인 ‘하금테’ 안경 등 변형된 스타일도 인기다. 하금테 안경은 넉넉한 사이즈의 프레임으로 클래식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준다.      ━  조종사 안경 등 과감한 디자인 인기   맞춤형 안경 스타트업 브리즘 박형진 대표는 “최근 3~4년 사이 원형을 기본으로 하되 엣지(모서리) 부분을 잘라낸 듯한 다각형 디자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브리즘 총 판매량의 15%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 모델인 브리든(Bryden)도 상부 모서리를 잘라낸 듯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안경의 각진 모서리의 개수도 점점 늘어나 최근에는 8각형의 안경테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한다.   복고의 영향으로 투 브릿지 스타일의 안경도 유행하고 있다. 사진 브리즘   복고의 영향으로 투 브릿지 안경도 젊은 남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양쪽 안경알을 연결하는 브릿지가 두 개인 스타일로, 안경테의 위쪽에 붙어있는 하이 브릿지와 아래쪽에 짧은 브릿지를 하나 더 연결한 형태다. 에비에이터 스타일의 선글라스처럼 존재감이 상당한 과감한 디자인이다.      ━  ‘Y2K’ 트렌드의 연장...장식 많을수록 매력   젠틀몬스터는 과감한 메탈 장식이 돋보이는 안경을 선보였다. 사진 젠틀몬스터 이 같은 과감한 복고 스타일 안경의 인기는 Y2K(세기말 패션) 트렌드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 대해 향수를 느끼며 1990년대 감성을 추종하는 Z세대가 중심에 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는 최근 세기말 감성을 연상시키는 2024 옵티컬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본 배우 고마츠 나나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젠틀몬스터가 상상한 고등학교인 ‘젠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캠페인에서 교복을 입은 고마츠 나나는 정교하고 과감한 메탈 장식이 특징적인 안경을 쓰고 나온다.     모서리를 둥글린 스타일을 선보인 린드버그. 사진 린드버그 린드버그 등 하이엔드 브랜드 안경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아이웨어도 올가을 최신 룩으로 주로 빈티지 스타일을 제안한다. 린드버그는 올가을을 겨냥해 과거의 패션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덧입힌 ‘미도 컬렉션’으로 투 브릿지 스타일을, 오는 봄을 위한 ‘씬타늄 컬렉션’으로 모서리를 둥글린 빈티지 스타일의 안경을 선보였다. 구찌 아이웨어도 2023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사각 프레임의 금테를 제안했다.   사각 프레임의 금테 안경을 선보인 구찌. 사진 구찌 아이웨어     관련기사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 [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1.24 07:00

  • [더 하이엔드] 맞춤복 장인정신 자동차에 담는다...럭셔리 카와 하이패션의 만남

    [더 하이엔드] 맞춤복 장인정신 자동차에 담는다...럭셔리 카와 하이패션의 만남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럭셔리의 정수를 구현한 한정 에디션을 냈다. 최상류층을 위한 맞춤복을 의미하는 ‘오뜨 쿠튀르’ 정신을 담은 ‘오뜨 부아튀르 에디션’과 전설적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정 에디션이다.   오뜨 쿠튀르 패션에서 영감받은 독보적 한정판 모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오뜨 부아튀르 에디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  마이바흐의 특별한 협업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the world’s most desirable cars).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이하 마이바흐)를 설명하는 단 한 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는 1921년 창립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 업계의 독보적 럭셔리 브랜드로 군림해왔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명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럭셔리 분야에 많은 영감을 주는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또한 마이바흐의 오늘을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적인 헤일로(halo·후광) 브랜드. 럭셔리의 정수를 자동차로 구현한 브랜드인 만큼 마이바흐가 만들어내는 여러 프로젝트의 면면은 안목 높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버질 아블로 에디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그중에서도 최상위 플래그십 세단 마이바흐 S-클래스와 하이엔드 패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한정 에디션이 눈길을 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10월 28일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한정 모델 ‘메르세데스-마이바흐S 680 4MATIC오뜨부아튀르 에디션’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4MATIC버질아블로 에디션’을 공개했다.    ━  럭셔리 정점, 자동차로 구현   숙련된 디자이너의 손길로 고품질의 원단에 정교한 디테일을 더해 만들어지는 오뜨 쿠튀르(Haute Couture) 의상은 하이엔드 패션의 정수로 통한다. 본래 고급 맞춤 의류를 의미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브랜드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됐다.   오뜨 부아튀르 에디션은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벨린다 군터 메르세데스-벤츠 컬러&트림 디자인 총괄의 주도 아래 탄생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오뜨부아튀르 에디션은 이런 오뜨꾸튀르 패션의 정신을 담아 수준 높은 럭셔리의 정점을 자동차로 구현한 한정판 모델이다. 전 세계에 150대 한정으로 출시됐으며 국내서는 단 20대만 판매된다.   이번 오뜨부아튀르 에디션은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벨린다 군터 메르세데스-벤츠 컬러&트림 디자인 총괄의 주도 아래 탄생했다. 또한 독일 진델핑겐의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가장 전문화된 커스터마이징(맞춤) 및 공예팀이 제작을 맡았다.     최상위 플래그십 세단답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투톤(색조가 다른 두 가지 색의 배색) 컬러와 고품질 소재, 정교한 디테일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블루 컬러와 로즈 골드 조합의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우아함의 극치다. 오뜨 쿠튀르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블루·베이지·로즈 골드·골드 색상이 조합된 부클레(boucle) 소재가 인테리어 전반에 적용됐다. 시트·팔걸이·하부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크리스탈화이트 컬러는 상단 대시보드·콘솔의 짙은 노틱블루 컬러와 대비를 이뤄 감각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노틱 블루와 라이트 로즈 골드 조합의 투톤 컬러가 차별성을 높이는 마이바흐 오뜨 부아튀르 에디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  ‘퍼스트 클래스’ 같은 최상의 주행 경험   오뜨부아튀르 에디션의 특별함은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절정에 이른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는 화려한 강조 효과들이 적용됐으며, 콘솔에도 150대 한정 고유 넘버가 적힌 배치가 부착됐다. 이와 함께 비행기 일등석을 방불케 하는 시트, 샴페인 잔과 냉장고가 포함된 뒷좌석 센터 콘솔 등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을 기본 탑재했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부메스터 하이엔드 4D 서라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12기통 가솔린 엔진과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조화는 최상의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최고 출력 630마력, 최대토크는 91.7㎏.m이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탁월한 승차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고속 주행에서는 안정감을, 저속 주행에서는 기민성을 향상한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오뜨 부아튀르 에디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  마이바흐와 아블로의 만남, 궁극의 유작   또 다른 한정판 모델인 마이바흐 버질아블로 에디션은 세계적 패션 아이콘이자 루이비통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오프화이트 설립자였던 고(故) 버질아블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 2021년 11월 아블로의 갑작스러운 타계 직전 완성됐다. 역시 150대 한정 수량으로 전세계 출시됐으며, 국내에는 20대만 판매된다. 11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버질 아블로 에디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해당 에디션은 마이바흐를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해석해, 기능·스타일·창의성의 경계를 확장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글로시 블랙과 신비로운 모래색 조합의 외관, 곳곳에 새겨진 로고 등 아블로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V형 12기통 가솔린 엔진과 탁월한 승차감으로 최상의 주행 경험을 제공, 최고 출력 630마력과 최대 토크 91.7㎏.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선 올해 3월 2023 FW 서울 패션위크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프로젝트 마이바흐에 참여한 디자이너 고(故) 버질 아블로(왼쪽)와 고든 바그너(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디자인 총괄.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디자인 총괄은 “버질아블로 에디션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궁극의 장인정신 사이의 공생이 실제 도로 위에서도 가능함을 보여준다”며 “마이바흐의 역사와 품격을 미래로 가져온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관련기사 프랑스 총리였던 아버지와, 컬렉터 아들…서울서 하나됐다 [더 하이엔드]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1.22 07:00

  • 고려대에 무슨 일이…"에르메스가 에르메스했다"는 이 공간 [더 하이엔드]

    고려대에 무슨 일이…"에르메스가 에르메스했다"는 이 공간 [더 하이엔드]

    지난 10월 말 SNS에는 "최고의 이벤트" "에르메스가 에르메스 했다"란 글이 달린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이벤트 '플리스 체크 인(Please Check in)'에 대한 평이다.    에르메스의 '플리스 체크 인' 이벤트. 각 방의 중심에 위치한 라운지다. [사진 에르메스]   플리스 체크 인은 에르메스 가방의 이야기를 브랜드 특유의 유머를 담아 공간과 퍼포먼스로 구현한 행사다. 버킨, 켈리와 볼리드, 린디, 막시모르, 콘스탄스 등 에르메스의 대표 가방들에 대한 이야기를 8개 공간에서 각각 풀어냈다. 귀여운 '볼리드' 백을 탑재한 RC카가 달리는 사막의 레이스 경기장, 깃털처럼 가벼운 '플룸' 백을 표현한 달나라, 파리-런던행 비행기에서 장-루이 뒤마와 여배우 제인 버킨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버킨' 백 스토리를 담은 항공기 등 인상적인 공간이 화정체육관을 채웠다.     ━  보여주기보다 경험시키기   이외에도 회전목마 위에서 댄서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델라 카발레리아' 백, 놀라운 밴드 공연이 펼쳐지는 '막시모르' 백, 1920년대 스트리트 댄스 린디 홉에서 영감을 받은 '린디' 백, 1930년대 작은 영화관에서 만나는 '켈리' 백, 그리고 1970년대의 파리 클럽을 연상시키는 '콘스탄스' 백을 만날 수 있었다. 매장에서 보기 힘든 가방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경험인데, 각 가방을 위트있게 풀어낸 프로그램으로 '가방을 경험한다'는 의미가 더해지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입에선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볼리드 백(모형)을 얹은 RC카들의 사막 레이싱 경기장. [사진 에르메스] 깃털처럼 가벼운 플룸 백을 표현한 달나라 공간. [사진 에르메스] 파리에서 출발한 런던행 비행기에서 장-루이 뒤마와 여배우 제인 버킨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버킨' 백 스토리를 담은 항공기 공간. [사진 에르메스]   "여러분, 태풍이 옵니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바다와 항해의 이야기를 담은 룰리 백에 대한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방. 실제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탄 것처럼 상판이 놀이기구처럼 좌우로 움직인다. [사진 에르메스]  3면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가자 노란 우비를 입은 직원이 이렇게 소리쳤다. 고요했던 스크린 속 바다가 갑자기 울렁이며 높은 파도를 만들자, 갑자기 바닥이 좌우로 움직였다. 마치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 탄 것처럼 연출한 퍼포먼스였다. 배 기둥 모양으로 만들어진 진열장에는 에르메스의 '룰리' 백이 들어 있어 퍼포먼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배의 닻 체인 링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룰리를 표현한 바다 위의 보트 이벤트였다.  다른 방에선 작은 볼리드 가방을 얹은 작은 RC카들의 경주가 열렸다. 또 다른 방에선 1970년대 유럽의 어떤 댄스클럽처럼 배우들과 관객이 하나가 돼 스윙 댄스를 추기도 하고, 비행기에 앉아 창밖으로 버킨백이 구름 위로 둥둥 떠가는 광경을 바라봤다.        ━  가죽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   이번 행사는 에르메스의 가방을 소비자가 공간과 퍼포먼스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여느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나 프레젠테이션은 제품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소재나 기능,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행사의 목적 역시 가방에 대해 알리는 것이었지만, 에르메스가 선택한 접근법은 달랐다. 공간과 이야기를 경험한 사람들에겐 진열장 속 가방을 볼 때보다 그 가방을 더욱 강렬하게 각인하게 된다. 즐거운 경험을 준 가방에 대해서 궁금해지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노렸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버킨 백의 캠페인 이미지. ⓒJack Davison [사진 에르메스]   가죽 제품, 특히 가방에 대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에르메스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브랜드의 상징적인 가방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창조의 열정은 에르메스 백의 가죽, 그 아래에 살아 숨 쉬고 있다'라는 것을 모토로 켈리와 버킨, 콘스탄스, 린디, 인 더 루프, 델라 카발레리아, 게타, 에블린, 가든파티, 룰리, 피코탄, 볼리드 등을 새로운 캠페인으로 보여준다.    1837년 파리에서 설립된 에르메스는 언제나 가죽을 중심으로 뒀다. 파리의 가죽 디자인 공방에는 약 15명의 장인이 작품을 만든다. 크리에이터들은 장인들과 함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다듬고,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한다. 여성 컬렉션의 50여 개 모델 중, 매년 4~6개의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1~2년의 인내와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가방은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색상, 마감재, 안감의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3.11.18 09:00

  •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

    컬렉션마다 공예에 대한 남다른 접근 보여주는 로에베가 연말을 맞아 다시 한번 공예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 교토에 기반을 둔 세라믹 스튜디오 ‘수나후지타’와의 협업을 통해 2023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 것. 달력의 끝자락에서 평소와 다른 분주함을 느끼는지금, 로에베가 전하는 느릿한 유토피아적 세계에 잠시 시선을 맡겨보자. 소년과 나무, 판다 등이 표현된 로에베의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  도예가 듀오의 작품 새겨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가 연말을 맞아 ‘홀리데이 컬렉션’을 발표했다. 올해 컬렉션은 도예가 그룹 ‘수나 후지타(SunaFujita)’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자연과 동물에서 영감을 받은 상상력,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그려나간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니트와 데님, 가죽에 펼쳐졌다. '수나 후지타’의 야마노 치사토(왼쪽)와 후지타 쇼헤이. [사진 로에베]   수나 후지타의 창립자 후지타 쇼헤이(藤田匠平·55)와 야마노 치사토(山野千里·46)는 지난 2005년부터 듀오 활동을 시작했다. 후지타 쇼헤이는 유리 같은 느낌의 섬세한 석과(石菓·돌로 만든 과일)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다. 점토로 형태를 만든 후 유약을 반복적으로 바르고 불에 구운 뒤 표면을 깎아 내는 방식으로 특유의 질감을 만든다. 함께 활동하는 야마노 치사토는 동물과 식물을 주요 모티브로 해 도자기에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주로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환상적 세계를 그려 넣은 수나 후지타의 도자기들. [사진 로에베]    ━  동물과 식물, 꽃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지난 10일 로에베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수나 후지타의 세계관이 잘 표현돼 있다. 시원한 초록빛 들판을 배경으로 두 작가의 평화로운 작업 풍경이 펼쳐진다. 이들의 도자기에는 풀과 나무, 펭귄과 함께 수영하는 어린아이, 물고기와 식물 등이 새겨진다.  물개 장식물이 달린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야마노 치사토는 “일상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주로 그린다”며 “다만 그 속에 재미있는 장면을 숨겨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숨겨진 장면들을 발견하고 웃어주기를 바란다면서다. 후지타 쇼헤이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부정적인 소식을 마주하지만, 우리가 그리는 세상이 사람들에게 탈출구가되고 유토피아에 가까운 어딘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동물 인형 참부터 이야기 새긴 가죽 백까지   작가들의 바람대로 로에베 홀리데이 컬렉션은 분주한 일상 속 잠시나마 여유로운 동화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수나 후지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환상 세계를 니트웨어, 저지 및 데님, 시그니처 백, 슬리퍼, 지갑 및 액세서리 등에 새겨 넣었다. 자연과 동물의 세계, 아들과 반려견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얽힌 사랑스러운 장면들이다.   특히 로에베의 상징적인 가방인 해먹 백에는 어린 소년이 나무 위에 앉아 새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구현됐다. 판다 한 마리가 나무를 오르고, 또 다른한 마리는 바닥에 앉아있는 평화로운정격이 인타르시아 기법(단순 편직물에 다른 색상의 원사를 혼합해 편직)으로 표현됐다. 주로 동물을 활용해 동화적 뉘앙스를 풍기는 액세서리들도 눈길을 끈다. 맨드레이크(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 뿌리와 수달은 푹신하고 귀여운 인형 참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여우원숭이의 꼬리는 해먹백의 핸들로 디자인됐다.   여우원숭이 장식물이 달린 Lemur 퍼즐 폴드 토트백. [사진 로에베]    ━  섬세하게 아로새긴 장인정신   로에베는 손으로 만드는 예술, 공예에 대한 헌사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브랜드다. 지난 2016년부터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매년 개최, 새로운 공예 작가를 발굴해왔다. 현대 공예의 탁월함, 예술성과 독창성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이는 로에베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수나 후지타와의 협업 작업 역시 손으로 섬세한 작품을 빚어내는 도예가와의 협업으로 장인정신에 대한 특별한 찬사를 담는다. 장난기 가득한 동식물과 어린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선보이는 가운데, 섬세한 가죽 세공법이나 복잡한 핸드 페인팅 기술을 녹여냈다.   이번 컬렉션은 시각적 즐거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나 후지타 협업 컬렉션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된다. 로에베는 수나 후지타 협업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서 16일부터 스페셜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홀리데이 컬렉션은 같은 날 로에베 공식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출시된다.    더 하이엔드 관련기사 70주년 된 '이 신발'…올드머니 룩과 함께 돌아왔다 바닷속에서 목숨 잃을 뻔한 경험으로 만든 시계... 현대 다이버 워치 표준이 되다 한국서도 'MZ 근본템' 됐다…'등대'가 빛나는 英 국민재킷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1.18 07:00

  • [더 하이엔드] 100년 된 전설의 레이싱 대회를 기념하는 방법

    [더 하이엔드] 100년 된 전설의 레이싱 대회를 기념하는 방법

    르망 24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다. 그 이름처럼 24시간 내내 트랙을 내달린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으며, 눈과 비 등 거친 날씨에도 레이싱을 멈추지 않는다. 드라이버 여럿이 교대로 운전하는 덕에 통찰력과 지구력, 열정과 인내를 포함한 팀 워크가 중요한 경기다. 이러한 르망 24시가 올해 100주년이 됐다. 레이싱 애호가들과 엔지니어들이 차에 열정을 분출하는 무대가 된 지 어느새 한 세기가 됐다.  르망 24시 대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에스.티. 듀퐁(S.T. DUPONT)이 대회 이름과 같은 ‘르망 24시’ 컬렉션을 출시한다.   강렬한 컬러와 스트라이프 기요셰 패턴이 조화를 이룬 르망 24시 프리미엄 라인 제품들. [사진 에스.티. 듀퐁] 올해 100주년이 된 내구 레이스 르망 24시. [사진 에스.티. 듀퐁 한국 홈페이지]   에스.티. 듀퐁은 150여년간 남성을 위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여온 프랑스 태생의 명품 브랜드. 브랜드 시작은 가방을 비롯한 가죽 제품. 이후 라이터와 만년필이 큰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는 의류와 신발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토털 브랜드로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또한 이들은 ‘삶의 즐거움(joie de vivre)’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고, 고급 소재, 각 분야의 마스터 장인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고유의 기술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이니즈 래커, 금은 세공, 마키에(일본의 전통 칠기 기법), 다이아몬드헤드 패턴, 기요셰 등이 에스.티. 듀퐁이 보유한 장식 기법이다.   서킷의 패턴과 헬멧, 트로피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르망 24시 컬렉션 프레스티지 라인 제품들. 만년필, 라이터 그리고 경주용 자동차 미니어처 피겨로 구성됐다. [사진 에스.티. 듀퐁]   이번 에스.티. 듀퐁 르망 24시 컬렉션은 프레스티지∙프리미엄∙액세스∙레더굿즈 총 4가지 라인으로 나눠 출시된다. 국내에 몇 점 안 들어와 소장 가치가 있는 프레스티지 라인의 ‘스모킹 키트’는 르망 서킷을 상징하는 트로피와 헬멧, 트랙의 스트라이프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이다. 블루 래커와 골드 피니싱 처리가 돋보이는 만년필과 라이터로 각각 선보인다. 레이싱 차량을 미니어처 사이즈로 재현한 피겨 제품도 이채롭다.     더블 프레임 구조로 이중으로 불꽃이 나오는 르망 24시 라인 2 라이터 제품. [사진 에스.티. 듀퐁]   프리미엄 라인은 브랜드의 주력 상품인 ‘라인 2 라이터’와 ‘라인 D 펜’으로 구성됐다. 르망 24시 대회를 대표하는 블루∙오렌지∙레드 컬러를 활용해 자동차 경주의 박진감과 스릴을 표현한 제품들이다. 제품에 새긴 르망 24시의 로고도 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임을 알려준다. 모델에 따라 팔라듐 또는 골드 피니싱 처리를 달리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라인 D 만년필의 경우, 펜촉을 14캐럿 금으로 만들었고, 펜 캡엔 서킷의 굴곡을 떠오르게 하는 기요셰 패턴을 새겨 고급스럽다.    모터 스포츠 무드를 느낄 수 있는 르망 24시 가방 제품들. 백팩, 크로스백, 보스턴백 등으로 구성됐다. [사진 에스.티. 듀퐁]   레더굿즈 라인은 트래블 백∙백팩∙숄더백∙카드 홀더∙지갑 등으로 꾸렸다. 소가죽과 경주용 자동차의 내부 장식이 떠오르는 퀼팅 패턴의 벨벳 원단을 사용했다. 가볍고 견고해 실용적이다.    더 하이엔드 관련기사 [더 하이엔드] '에루샤'를 정통 시계 브랜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 [더 하이엔드] 70주년 된 '이 신발'…올드머니 룩과 함께 돌아왔다 [더하이엔드] 거리 곳곳 물들인 보랏빛 장미…성수동에 거리 만든 버버리 [더 하이엔드] 바닷속에서 목숨 잃을 뻔한 경험으로 만든 시계... 현대 다이버 워치 표준이 되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2023.10.26 07:00

  • [더하이엔드] 거리 곳곳 물들인 보랏빛 장미…성수동에 거리 만든 버버리

    [더하이엔드] 거리 곳곳 물들인 보랏빛 장미…성수동에 거리 만든 버버리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성수동2가). 지금 이곳엔 장미가 그려진 보라색·노란색 그림이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다. 영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올해 겨울 컬렉션을 알리기 위한 깃발과 간판들이다. 성수동은 최신 트렌드가 결집하는 곳이다. 평일·주말할 것 없이 이를 즐기려는 MZ세대가 몰려드는데,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한국 MZ세대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상품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성수동으로 몰려든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올이 대형 매장 ‘성수 디올’을 만들며 이를 증명하더니, 이번엔 영국 태생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성수동에 깃발을 꽂았다.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생긴 버버리의 '성수 로즈. [사진 버버리]   버버리는 복합문화공간 XYZ서울 전체를 보랏빛 천으로 씌워 팝업 매장 ‘성수 로즈’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양쪽 좌우에 두 개의 팝업 매장을 배치했다. 3개의 매장을 잇는 거리(연무장길) 곳곳엔 대형·입식 간판과 깃발 등을 설치해 거리를 온통 버버리로 채워 이름하여 ‘버버리 스트리트’를 만들어냈다.  성수동에 생긴 버버리 스트리트.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버버리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윤경희 기자   성수 로즈에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첫 버버리 컬렉션인 ‘2023 겨울 컬렉션’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컬렉션의 주요 테마인 ‘잉글리쉬 로즈’에서 영감을 얻어 장미 꽃잎 모양으로 매장 내부를 꾸미고, 옷·가방·신발· 주얼리 등 컬렉션 전반을 보여준다. 다른 팝업 매장 한 곳은 신발만 모아 ‘성수 슈’를 만들고, 나머지 한 곳엔 뜨거운 물을 채워 쓰는 핫 워터보틀 컬렉션을 보여주는 ‘성수 보틀’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성수에서 열린 해외 브랜드의 팝업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  브랜드 운명 달린 다니엘 리 첫 컬렉션   버버리가 이렇듯 총력전을 벌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 올해 연말은 버버리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패션 브랜드의 심장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교체된 뒤 첫 컬렉션을 세상에 내놓고 이를 평가받는다. 이번 컬렉션의 성패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 [사진 버버리]   버버리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디자이너 다니엘 리다. 그는 버버리에 오기 전 보테가 베네타를 부흥기로 이끈 장본인. 당시 침체기를 걷고 있던 브랜드를 180도 바꿔 성공시켰던 것처럼, 이번 역시 기존 버버리에선 떠올리기 힘들었던 일들을 해냈다. 먼저 모노그램을 배제하고 보라·노랑·파랑·빨강이 중심이 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해 컬렉션 전반에 걸쳐 과감한 컬러 플레이를 시도했다. 실루엣 또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니트 스웨터, 화려한 패턴과 컬러를 사용한 셋업 스타일, 몸을 둘둘 감은 커다란 타탄 스카프 스타일링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버버리를 만들었다. 또 2015년 이후 사라졌던 클래식한 로고를 전면에 꺼내 가방, 구두 등 액세서리의 중심에 비중 있게 배치했다.   장미 모양의 파우치백(왼쪽)과 다니엘 리의 첫 버버리 컬렉션인 올 겨울 시즌 제품들. 윤경희 기자 버버리 성수 로즈를 찾은 다니엘 리(오른쪽)와 버버리 앰배서더 전지현. [사진 버버리]  ━  물 만난 영국 디자이너의 영국 문화 필살기   런던 본드 스트리트에서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 버버리 스트리트는 그가 만든 ‘뉴 버버리’의 출범식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다니엘 리는 ‘가장 영국적인 영국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영국을 상징하는 물건, 동물, 컬러 등을 모티프로 사용했다. 핵심은 보랏빛 장미, ‘버버리 로즈’다. 영국 국화(國花)인 장미를 중심으로 기사의 말, 청둥오리와 백조, 타탄체크 등 영국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을 영민하게 활용했다. 컬러 이름 또한 ‘리본’ ‘나이트 블루’ ‘미모사 옐로’처럼 문화 코드를 넣어 만들었다. 잉글리쉬 로즈를 모티프로, 장미 꽃잎 모양으로 팝업 매장 내부를 꾸몄다. 윤경희 기자 버버리 성수 로즈 옆 노만 카페를 찾은 배우 김영옥. [사진 버버리]  성수 로즈는 영국 레스토랑 ‘노만(Norman’s)’과 협업한 팝업 카페도 운영한다. 노만은 다니엘 리가 평소 즐겨 찾는 식당으로, 매일 아침 들러 커피와 간단한 브런치를 즐기는 장소다. 버버리는 이번 성수 로즈와 함께 노만의 한국 팝업 매장을 열어 다니엘 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영국 문화를 한국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노만에서는 팝업 기간 내  피시 앤 칩스 등 전통 영국 가정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성수 로즈 팝업은 다음 달 5일까지 열린다. 관련기사 한국서도 'MZ 근본템' 됐다…'등대'가 빛나는 英 국민재킷 [더 하이엔드]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풀어낸 마법 같은 이 샴페인[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더 하이엔드]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3.10.20 09:00

  • [더 하이엔드] 70주년 된 '이 신발'…올드머니 룩과 함께 돌아왔다

    [더 하이엔드] 70주년 된 '이 신발'…올드머니 룩과 함께 돌아왔다

    올해 패션 트렌드를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올드머니 룩’이다. 쉽게 말하면, 부의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상류층 패션이란 의미다. 화려한 로고나 컬러 플레이 없이 클래식 아이템들로 구성한 단정한 스타일로 축약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말하는 프레피룩이나 영국 왕실 일가가 보여주는 로열 룩 또한 이에 맞다. 이런 스타일엔 신발 역시 클래식 코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본연의 내재된 힘이 있는 것이라야 어울린다.   구찌 홀스빗 1953 로퍼 탄생 70주년 기념해 공개한 광고 캠페인 이미지. 모델로 브랜드 앰배서더인 배우 폴 메스칼이 참여했다. [사진 구찌]   그래서 지금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신발이 바로 구찌의 ‘홀스빗 로퍼’ 다. 무던한 듯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이 신발은 ‘올가을의 신발’이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스트리트 패션의 오랜 장기집권으로 운동화에 길든 발은 제아무리 멋진 구두라 해도 착화감이 좋지 않다면 선택을 거부한다. 굽이 높지 않지 않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져 신었을 때 발이 편안하면서도, 패션성에 있어선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 홀스핏 로퍼는 이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킨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구찌 홀스빗 로퍼. [사진 구찌]    ━  브랜드 DNA에 있는 마구에서 영감   올해는 홀스빗 로퍼가 출시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처음엔 발을 부드러운 가죽을 감싼 모카신의 형태에서 시작했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착화감을 높이고, 발등 부위엔 말 입에 물리는 재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구찌의 장식물, 홀스빗을 붙였다.   1968년 구찌의 구두를 소개하는 카탈로그. [사진 구찌]   홀스빗을 주요한 장식물로 활용한 데는 브랜드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 태생 명품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시작은 마구(馬具)로부터 비롯된 게 많다. 구찌 역시 그런데, 창립자인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운영한 마구용품점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젊은 시절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그는 사보이 호텔의 말단 직원으로 취직해 지배인까지 올라갔다. 당시 접했던 영국과 유럽 상류층의 마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1921년 다시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와 마구용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공방을 열었다. 이 마구들은 브랜드의 유산이 되어 지금까지 구찌 제품에 말과 관련된 장식이 들어가는 이유가 됐다.   구찌 홀스빗 로퍼 변천사. 맨 위는 1960년대에 출시된 모델, 두 번째는 1980년대 모델이다. 맨 아래 있는 로퍼는 올해 출시 모델로 60년대 로퍼와 모습이 닮았다. [사진 구찌]   구찌가 홀스빗을 제품의 장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구찌오 구찌의 아들 알도 구찌(Aldo Gucci)는 말에 사용하는 굴레(재갈과 이를 고정하는 고리, 고삐를 포함한 장치)에 착안해 두 개의 링과 이를 연결하는 막대를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독자적인 홀스빗 장식을 만들었다. 이를 가방· 신발·벨트 등 액세서리부터 의류에까지 활용했고, 실크 스카프의 프린트 문양으로도 선보였다. 지금은 이 장식만 봐도 ‘구찌’란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자리 잡았다.    ━  성 구분 없는 혁신의 신발   홀스빗을 사용한 여러 제품 중에서 홀스빗 로퍼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53년으로, 이때는 구찌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뉴욕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던 해다. 당시 구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신발 출시를 준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홀스빗 로퍼였다.   구찌 홀스빗 1953 로퍼 탄생 70주년 기념해 공개한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 구찌]   캐주얼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우아함을 담아낸 새로운 남자 신발. 안창이 따로 없이 가볍고 유연해 마치 양말을 신은 것처럼 편안했다. 끈으로 묶지 않아 신고 벗기도 편했다. 이런 독특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홀스빗 로퍼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미국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60년대엔 이에 힘입어 여성용도 출시했는데, 초기엔 앞코를 슬림하게 만들고 높은 뒷굽을 달았다가 70년대 이후엔 남성용 같은 낮은 로퍼 디자인으로 바꿨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신발을 좋아했다. 영화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와 배우 알랭 들롱, 더스틴 호프만, 존 웨인, 조디 포스터 등이 즐겨 신었다. 이들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홀스빗 로퍼는 ‘젯셋족’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신발로 여겨졌다. 80년 대에는 커리어 우먼들의 등장과 함께 그 문화에 맞춰 변형되기도 했으며, 85년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마련한 ‘패션 명예의 전당’ 에 선정돼 영구 전시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구찌 홀스빗 로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장인 정신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안창이 따로 없는 가볍고 유연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홀스빗 로퍼는 신발 가죽, 인솔, 아웃솔 등을 동시에 꿰매 붙이는 블레이크 스티칭(Blake stitching) 기법으로 제작하는데, 이는신발 제작 기법 중에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진 제화기법이다. 구두 장인의 홀스빗 로퍼 제작 모습. 신발 가죽, 인솔, 아웃솔 등을 동시에 꿰매 붙이는 블레이크 스티칭(Blake stitching) 기법으로 만든다. [사진 구찌] 제화 과정은 구두의 형태를 잡기 위한 라스트(구두골)을 섬세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진 구찌] 구찌 홀스빗 로퍼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 [사진 구찌]   지난 6월 열린 밀란 패션위크 기간에는 밀라노의 문화예술 공간 ‘스파지오 마이오치’에서 홀스빗 로퍼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구찌 홀스비트 소사이어티(Gucci Horsebeat Society)’가 열렸다. 10명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만든 설치 작품을 통해홀스빗 로퍼의 헤리티지를 조명하는몰입형 전시였다. 전시 명의 홀스비트(Horsebeat)는 ‘말의 비트’ ‘말의 심장박동’ 등의 의미로 홀스빗의 발음에 착안한 유사어를 사용해 재미를 줬다.  전시는 밀라노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스파지오 마이오치의 큐레이터 알레시오 아스카리(Alessio Ascari)가 기획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3.10.20 08:00

  • 한국서도 'MZ 근본템' 됐다…'등대'가 빛나는 英 국민재킷 [더 하이엔드]

    한국서도 'MZ 근본템' 됐다…'등대'가 빛나는 英 국민재킷 [더 하이엔드]

    표면에 왁스를 발라 만든 재킷. 옷깃엔 코듀로이가 붙어 있어 깃을 위로 세워 올리면 몸이 따뜻해진다. 옷 곳곳엔 목적에 맞는 주머니가 있어 물건과 손을 넣고 빼기 편하다. 비 오거나 차가운 바람이 불 때면 몸을 보호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옷은 없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버’의 왁스 재킷 이야기다. 바버는 유럽, 특히 브랜드 고향인 영국에서는 ‘국민 재킷’이라 불릴 만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즐겨 입는 옷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버 재킷을 좋아하고, 실제로 입는 사람이 많아졌다. 도대체 이 옷이 가진 매력이 뭐길래. 바버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직접 떠났다.    영국 헤리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버'의 왁스 재킷. 사진 바버 영국인 삶의 방식을 그대로 담은 바버 왁스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시골길을 걷고 있다. 수시로 비가 오는 영국 날씨에, 강아지와 뛰노는 초원에서, 바닷바람이 강한 항구에서... 영국인들은 이 왁스 재킷을 입고 살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버의 올해 가을겨울 시즌 광고 캠페인이다. 사진 바버   영국 북동부에 있는 뉴캐슬 도심에서 차로 20분쯤 달려 도착한 해안지역 사우스 쉴즈. 이곳이 바로 바버의 고향이다. 브랜드의 역사는 1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4년 창립자 존 바버가 결혼 후 11명의 자녀와 함께 이곳 사우스 쉴즈에 자리 잡으며 설립한 ‘J. 바버&선즈(J. Barbour & Sons)’가 모태다. 이후 지금 바버를 이끄는 마가렛 바버 여사와 딸 헬렌 바버까지 5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본사는 1980년 같은 지역 내에 건물을 지어 옮겼다.   1931년 바버의 광고 포스터. 궂은 날씨도 편리하다는 의미로 쓴 'Weather Comfort'란 광고카피가 눈에 띈다. 사진 바버 비콘 등대가 그려진 우븐 라벨. 대표 재킷 모델인 '뷰포트'의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제품을 위해 제작했다. '오일스킨을 활용한 의류'로, '공장과 창고 노동자'를 위한 옷이라는 문구가 브랜드의 뿌리와 유산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 바버   브랜드 초기 존 바버는 항구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선박 선장과 선원, 어부, 조선소 노동자를 위해 영국의 거친 날씨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아우터, 보일러 수트, 페인터 재킷 등 여러 기능성 옷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방수를 위해 표면에 기름을 바른 ‘오일 스킨’ 원단을 사용한 코트 ‘비콘’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비콘은 사우스 쉴즈에 있는 빨간 등대의 이름으로, 지금도 종종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표현하는 로고·행택 등에 이 등대 그림이 들어간다.    ━  평균 16년 이상 근속, 최고령은 71세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본사는 한 동은 사무동으로, 다른 한 동은 공장으로 사용한다. 이곳 공장에선 바버의 상징이라할 수 있는 ‘뷰포트’와 ‘비데일’ 두 가지 모델의 클래식 왁스 재킷을 생산한다. 임금 수준이 높은 영국에 일부러 생산 기지를 둔 데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의 핵심 재킷을 ‘본고장에서 생산하겠다’는 전통 계승의 의미와 ‘사우스 쉴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역사회 공헌의 의미를 두고 고집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사우스 쉴즈뿐아니라 뉴캐슬 전역에선 “바버에 방문하러 왔다”라고 하면 “오, 바버!”라고 반갑게 답할 정도로 바버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벗겨진 왁스를 덧칠하는 리왁싱 과정. 이 과정을 통해 방수 기능이 옷에 입혀지고, 동시에 내구성이 좋아져 오래 입을 수 있게 된다. 사진 바버 수선을 기다리고 있는 왁스 재킷들. 사진 바버 영국 사우스 쉴즈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사진 바버   공장의 155명 직원은 대부분 지역민으로 구성돼 있다. 평균 근속 기간만 16년. 공장장 마틴 리치는 “여기서 47년을 근무한 사람도 있다”면서 “지금 최고령자는 71세”라고 말했다. 공장 한쪽엔 ‘리페어(수선)’ 공간이 꾸려져, 각지에서 들어온 수선 의류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본사 공장에서도 가장 경력이 많은 기술자만이 배치됐고, 이들은 옷을 해체하고 다시 이어 붙이는 등 망가진 옷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한쪽 벽엔 ‘정든 바버 옷을 고쳐줘 고맙다’ ‘이 옷을 다시 입게 돼 좋다’ 등 감사의 내용과 ‘우리 개가 바버를 먹었어요’라며 수선신청 사연을 담아 보낸 편지들이 붙어 있었다. 공장이라기보다는 함께 모여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지역단체, 더 나아가 이웃사촌 혹은 가족이 모여 일하는 현장으로 느껴졌다.    ━  정체성이 된 왁스 코튼과 바버 타탄   다음날엔 바버의 왁스 원단과 안감으로 사용하는 타탄 체크 원단을 생산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향했다. 바버는 왁스 코튼을 에든버러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업 도시 던디에 있는 원단제조업체 ‘핼리 스티븐슨’과 ‘브리티시 밀러레인’에서 전체 물량의 약 90%를 공급받는다. 두 곳 모두 1800년대 후반 설립된 곳으로 바버만큼이나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최적의 왁스 코팅법과 두께 등을 찾아냈다. 두꺼운 왁스 천에 깨끗한 왁스를 얇게 입히고, 이를 다시 텀블드라이 하는 등 세심한 제작 공정을 거쳐 바버 재킷에 사용하는 왁스 코튼을 생산했다.   에든버러 현지 공장장이 왁스 코팅 원단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바버 왁스 원단을 공중에 매달고 물을 부어 완벽한 방수가 되는지 실험하고 있는 모습. 윤경희 기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킬트 맞춤 브랜드 '킨록 앤더슨'을 이끌 고 있는 6대손 더글라스 킨록 앤더슨 부부. 사진 바버 1998년 킨록 앤더슨과 함께 개발한 바버 클래식 타탄. 사진 바버   바버 재킷 안감에 주로 사용하는 타탄체크는 에든버러 인근의 항구 도시 리스에 있는 ‘킨록 앤더슨’에서 만든다. 킨록 앤더슨은 6대에 이어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를 맞춤 생산하는 전통 있는 브랜드다. 6대손인 더글러스 킨록 앤더슨 회장은 “1998년 마가렛 바버 여사와 그의 딸 헬렌은 바버가 스코틀랜드 출신 가문이라는 뿌리를 찾길 원했다”면서 “가문의 상징이 깃든 타탄 패턴을 사용함으로써, 당시 골치 아팠던 복제품 문제를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회장은 13세기 스코틀랜드의 에어셔 지역에서 바버의 기록을 발견해 이 지역 고유의 타탄과 바버 컬러 팔레트를 결합해 ‘바버 클래식 타탄’을 완성했다.    ━  삶을 대하는 방식, ‘Barbour Way of Life’    뉴캐슬 사우스 쉴즈에서부터 에든버러까지 돌고 나니 ‘바버’란 브랜드가 이토록 오래 유지되고, 또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한 매력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케팅이나 홍보를 위한 억지스러운 ‘지속 가능성’ 내세우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옷을 만들고 이를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돕는 것. 진정한 자원 순환과 사람이 살아가는데 편리함을 주고자 한 이들의 철학이 바로 브랜드 뼛속 깊숙이 새겨진 DNA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바버 웨이 오브 라이프(Barbour Way of Life)’였다.   바버 뷰포트 재킷을 입은 사람들. 사진 바버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진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금 패션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에, 입는 이의 실용성·가성비를 생각하는 전통있는 브랜드의 ‘가치’까지 갖추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올드머니 룩’으로 대변되는 클래식이 재조명되는 이때 바버의 옷은 ‘패션’으로도 잘 어우러진다.   국내에서 바버를 공식 수입·전개하고 있는 LF의 허정현 팀장 역시 “국내 바버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바버 왁스 재킷을 ‘근본 아이템’이라 여기며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영국 본사도 잘 알고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일환으로 최근 서울 잠실 롯데 월드타워몰에서는 바버의 특별한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오는 11월 2일까지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에선 바버의 대표 왁스 재킷들을 모은 에버그린 아이콘스 컬렉션과 메종 키츠네, 바라쿠타, C.P. 컴퍼니와의 협업 상품도 특별 판매한다.    ━  지속 가능성의 정수...‘에버그린 아이콘스’   올해는 바버의 대표 재킷 중 하나인 ‘뷰포트’가 출시 40주년을 맞는 해다. 1983년 마가렛 바버 여사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옷으로,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동시에 고전으로 남아있다. 바버는 올해 이를 기념해 ‘에버그린 아이콘스’ 캠페인을 특별히 기획했다. 캠페인은 바버의 클래식 왁스 재킷 중에서도 영속을 가진 뷰포트·비데일·보더·애쉬비·비드넬 등 5가지 재킷을 선정해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로, 이 중심 역시 뷰포트다. 바버의 남성복 디자인 &개발 시니어 매니저인 게리 제인즈는 “이 5개의 재킷은 (입는)목적이 있고, 실용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40개만 만들어진 '리러브드 뷰포트 재킷. 사진 바버 창고 밖에, 집 현관에 무심히 걸어 놓는 바버 왁스 재킷의 모습은 스콜틀랜드를 포함해 영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사진 속 제품은 뷰포트다. 사진 바버 바버는 에버그린 아이콘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 가을·겨울 시즌 상품으로 특별한 한정판 뷰포트를 만들어 내놨다. 뷰포트의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사우스 쉴즈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40개의 ‘리-러브드 뷰포트(Re-loved Beaufort’s)’를 만들었다. 벗겨진 왁스를 다시 칠해 입는 ‘왁스 포 라이프(Wax for Life)’ 서비스에 멈추지 않고, 오래된 재킷을 수리해 재탄생시킨 옷들이다. 마가렛 바버 여사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5대손 헬렌 바버 부회장은 “이를 통해 재킷의 수명은 더욱 연장되고, 자원 순환성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 헌신을 보여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 "시대 초월해 모든 사람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입을 수 있는 옷,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인터뷰 ㅣ 바버 회장 마가렛 바버 여사  「 바버 회장, 마가렛 바버 여사. ⓒJasonBell   130년 역사의 브랜드 ‘바버’를 이끄는 수장은 마가렛 바버 여사다. 1968년 회사를 맡아 지금까지 50년 넘게 경영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엔 꼭 ‘데임(Dame)’이란 칭호가 붙는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여사’이지만, 남성의 ‘기사’와 같은 것으로 영국 왕실이 국가에 대한 봉사나 업적 등을 인정해 여성에게 하사하는 작위다. 지난 9월 12일 영국 사우스 쉴즈에서 그를 만났다.   바버, 어떤 브랜드인가. “시대를 초월한 품질의 아우터와 목적에 맞는 옷과 제품을 만드는 헤리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우리는 품질·내구성·디테일·목적 적합성이라는 창립 원칙을 항상 고수해 왔고, 이는 1894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최근 한국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확고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뿌리에 충실하다. 디자인은 진정성 있고 실용적이며 목적에 맞게 제작한다. 모든 제품은 1910년대 기록부터 보관하고 있는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는데, 요즘 사람들에게 맞게 현대성을 결합한다. 시대를 초월한다는 의미다. 또한 바버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입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들이 한국 소비자에게도 매력으로 다가간 게 아닐까.”   가족이 함께하며 만든 역사는. “그동안 우리 가문은 각 세대가 사업 발전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 존 바버는 1894년 북해 최악의 날씨로부터 선원·어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일 스킨(원단)을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했고, 그의 아들 말콤은 1910년 바버 카탈로그를 발행해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1936년엔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3대손 던컨이 전 세계 오토바이 운전자들이착용했던 ‘바버 인터내셔널 모터 사이클링 수트’를 소개했다. 작고한 내 남편 존은 컨트리 웨어를 소개했는데, 이는 나와 헬렌이 바버 타탄을 개발하고 다양한 스포츠 의류와 반려견 액세서리를 소개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가업을 잇는 것의 장단점은 뭘까.   “가업은 빠르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또한 자기 일에 전문적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둘러싸는 것이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나에겐 20년 넘게 함께 해온 훌륭하고 강력한 경영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옷은 무엇인가. “뷰포트다. 1983년에 내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비데일·보더와 함께 바버를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왁스 재킷 중 하나가 됐다. 뷰포트는 코듀로이 칼라, 핸드워머 및 벨로우 포켓, 양방향 지퍼 같은 ‘바버 클래식’을 만든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 원래 사냥용 재킷으로 디자인했는데, 1988년 남색 재킷을 출시하며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재킷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농부부터 영국 왕실일가까지 모두가 착용하는 옷이다.”   뷰포트는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어떻게 만들었나. “디자인은 1980년대 초 방문한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 프랑스의 스포츠 재킷은 영국 제품보다 길이가  짧고 뒷주머니를 다는 등 많은 디테일을 가졌었다. 나는 이를 참고해 1983년 신문·모자·스카프 같은 작은 물건을 넣기 좋은 크기의 주머니를 재킷 뒷면에 단 뷰포트를 처음 선보였다. 이름은 재킷의 대륙적인 특징을 반영해 캐나다 퀘벡에 있는 동명의 도시 이름으로 지었다.”   리왁싱(왁스 덧칠)은 지속 가능성과 잘 맞는다. 어떻게 고안했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이었다. 옷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리왁싱은 1921년 처음 도입됐고, 100년 넘게 이를 통해 왁스 재킷을 수선하고 재사용했다.”   어떤 브랜드가 되길 원하나. “나는 바버가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알려지길 원한다. 내구성이뛰어나고, 목적에 맞게 착용할 수 있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영국의정통 브랜드. 우린 ‘패션’을 추구해 본 적 없지만, 바버 재킷이 시대를 초월해모든 사람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입을수 있는 옷이란 걸 안다. 그것이 바로 바버의 아름다움이니까.”   윤경희 기자 」 관련기사 [더 하이엔드]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풀어낸 마법 같은 이 샴페인 [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 돌연 무대 바꾼 구찌 신의 한 수…밀라노 패션위크, 최고 흥행 [더 하이엔드] [더 하이엔드] 니트·셔츠처럼 보이는 가죽...‘올드머니 룩’의 비결, 소재에 있었네사우스 쉴즈=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2023.10.06 12:45

  • [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

    [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 올해 6월 제주 서귀포시에 오픈한 7성급 리조트 ‘더 시에나 리조트 & 골프’ 회원들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다. 지하 1층 와인바, 3~4층 회원 전용 프라이빗 바&레스토랑 등이 자리한 가운데 1층에는 골프웨어 ‘더 시에나’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가죽과 캐시미어 니트가 즐비해 골프화 등 액세서리가 아니라면 골프웨어 매장인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더 시에나는 시에나 그룹 자회사 ‘시에나 라이프’에서 론칭한 골프&리조트웨어 브랜드. 골프뿐 아니라 휴양지, 넓게는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지난달 22일 남훈 시에나 라이프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골프&리조트 웨어 브랜드 '더 시에나'를 기획한 남훈 '시에나 라이프' 대표. '란스미어' '맨온더분' 등 남성 편집숍 디렉터 출신으로 클래식 슈트를 중심으로 한 남성 패션 전문가로 통한다. 사진 임익순(오픈 스튜디오)    ━  경쟁 치열한 골프 시장. ‘여유’ 표현하고파   국내 골프복 시장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시장은 지난 2019년 4조6000억원에서 2021년 5조6000억원,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됐다. 신규 론칭 골프웨어 역시 2022년 하반기에만 50여개에 육박했다.   골프복 시장이 레드오션인데. 현재 국내 골프복 시장은 조정되는 추세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정으로 골프를 좋아하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젊은 골퍼들을 겨냥한 브랜드는 줄어들어도, 하이엔드 골프복 시장은 여전히 의미 있는 영역이다.   기존 브랜드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우리가 모두 LPGA 선수가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차려입는다. (웃음) 기능성을 갖추되, 일상에서 입어도 괜찮도록 튀지 않게 만들었다. 내기나 경쟁이 아닌,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실루엣이다. 더 시에나는 골프뿐 아니라 휴양지, 넓게는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사진 더 시에나    ━  피티워모. 28년 단골. 이탈리아 감성 담는다   남 대표는 자타공인 ‘이탈리안 패션 고수’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바이어를 거쳐, 삼성물산 ‘란스미어’, 신세계인터내셔날 ‘맨온더분’ 등 남성 편집매장 디렉터를 지내면서 남성 패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 슈트를 중심으로 한 남성복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매년 열리는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만 28년간 다녔을 정도로 이탈리아 문화에 친숙하다.   옷에 이탈리안 감성을 녹였다고. 시에나 리조트의 이름 자체도 이탈리아 도시에서 따왔고, 같은 그룹의 호텔 이름은 토스카나다. 리조트에 가면 이탈리아 건축의 핵심인 아치와 대리석이 곳곳에 구현되어 있다. 의류에는 토스카나 지방의 자연색을 담았다. 숲의 녹색과 땅의 주황색을 주요 컬러로 하되, 여기에 어울리는 아이보리·갈색을 더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자연색에서 따온 초록색, 주황색, 갈색 등을 주요 컬러로 활용했다. 사진 더 시에나   업계 경력이 도움됐나. 소재 공수에 도움이 됐다. 그동안 이탈리아 브랜드 바잉을 많이 해와서 좋은 소재를 다루는 현지 공장과 연결하기 쉽고, 또 선별해 온 경험치가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하고, 이탈리아 공장에서 만든 의류가 많다.    ━  전체 350 룩 중 니트가 30%, 밍크도 있어   더 시에나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역시 소재다. 니트부터 패딩, 심지어 모피까지 섞어 골프복을 만든다. 첫 시즌 전체 350종의 의류 가운데 30% 이상이 니트류다.   소재에 공을 들였다고.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몸에 닿는 옷의 느낌에 눈을 뜨게 됐다. 예전에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수트나 재킷의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니트웨어 비중이 더 높을 정도다. 우리도 소재에 힘을 많이 줬다. 실루엣을 잡아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급 니트나 울, 가죽 등을 많이 썼다. 골프웨어면서도 니트나 가죽, 심지어 밍크 등의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사진 더 시에나   마침 소재를 중시하는 ‘올드머니 룩’이 유행이다. 브랜드를 1년 6개월 전에 기획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흐름이 없었다. (웃음) 브랜드 기획에 앞서 ‘럭셔리’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나라 포털에 ‘럭셔리’를 넣으면 주로 명품 브랜드가 나오더라. 구글에 ‘럭셔리’를 넣으면 빈티지 와인이나 휴양, 휴식 같은 키워드가 나온다. 미래의 럭셔리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운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골프복을 생각했다. 그래서 옷에 로고를 아예 없애고 싶었는데, 디자이너들이 반대해서 아주 작게 넣었다. (웃음)   어떤 브랜드로 가꾸고 싶나. 골프는 가끔 쳐도 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친교를 위해 치는 사람들을 상상했다. 이들이 평소에 입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충돌하지 않고 스며드는 옷을 만들고 싶다. 또 ‘시에나 라이프’라는 회사 이름처럼, 옷뿐만 아니라 화장품, 테이블웨어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우선 올해 말에 바디라인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죽 소재로만든 가방과 액세서리 등은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사진 임익순(오픈 스튜디오) 관련기사 [더 하이엔드] 니트·셔츠처럼 보이는 가죽...‘올드머니 룩’의 비결, 소재에 있었네 [더 하이엔드] 한국인 큐레이터와 한국 작가 내세웠다...시계 브랜드 브레게의 남다른 행보 [더 하이엔드] 이게 종이라고?....박스 쌓고 붙여 만든 경이로운 '시간의 교차로'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2023.10.0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