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비전포럼] “양안 위기 커지면 북한도 긴장 고조 행동 나설 가능성”

    [한중비전포럼] “양안 위기 커지면 북한도 긴장 고조 행동 나설 가능성”

     ━  대만 총통 선거, 한반도와 미·중 경쟁에 미칠 파장   지난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외신기자회견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으로 당분간은 군사적 긴장 고조와 양안 관계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AP=연합뉴스] ‘지구촌 선거의 해’ 스타트를 끊은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가 승리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조국 통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며 한반도의 긴장도 덩달아 올라갈지 관심이다. 한중비전포럼은 15일 서울 HSBC 빌딩에서 ‘대만총통선거…한반도와 미·중 경쟁에 미칠 파장’을 주제로 모임을 갖고 대만 선거 결과가 양안(兩岸) 및 한반도, 미·중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살폈다.   라이칭더, “민주냐 독재냐”로 승리   문흥호 ▶문흥호(사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명예교수(발제)=대만 선거를 미·중 대리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매력을 상실해 대만 내 반중 감정이 워낙 강해졌기 때문이다. 라이칭더의 민진당은 프레임 싸움에서 이겼다. 과거 “독립이냐 통일이냐” 대신 “민주냐 독재냐”의 구호를 내걸어 대만과 중국을 구분했다. 전쟁의 공포를 잠재우는 한편 중국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반면 허우유이(侯友宜)의 국민당은 구태의연한 “전쟁이냐 평화냐”만을 외치다 젊은 층의 외면을 샀다. 대만 유권자는 대신 입법위원(의원) 선거에선 국민당에 힘을 실어줘 절묘한 균형을 이루게 했다. 양안 관계는 라이칭더 정권 초기 중국이 대만 길들이기에 나서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중국은 또 대만의 국제적 생존 공간 차단에 나서는 ‘총성 없는 대만 죽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모두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양안 갈등이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안 경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진당 정부의 미국 경사는 불가피하나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의 안보 불안도 단기적으론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으로 양안 관계 경색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  「 반중 정서 팽배 라이칭더 승리 중국은 총성 없는 대만 죽이기 지도자 오판이 전쟁 부를 수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청신호 」    젊은 유권자들 민생에 더 관심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국제 사회의 불안 요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대만 선거가 미·중 관계의 또 다른 악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큰 관심을 모았다.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대만 선거 결과가 양안 및 한반도, 그리고 미·중 관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커원저(柯文哲)의 민중당 등장으로 대만 정계는 이제 3분화 됐다. 앞으론 이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숙제다. 대만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나 미·중 대리전보다 민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젊은 층은 대만이 세계 21위의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왜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는가에 의문과 분노를 표시했다. 한국 입장에서 대만 선거 결과와 관련한 대응은 냉정한 상황 판단과 메시지 관리가 핵심이다. 대만 해협에서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 발신은 중요하지만, 그 이상 나가는 건 옳지 않다. 우리가 친미냐 친중이냐를 굳이 따져 스스로 올가미를 만들 필요는 없다.   미·중 모두 일단은 ‘안정 관리 모드’   지난 15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교수, 류동원 국방대 교수,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우상조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번 선거는 대만 특유의 ‘엘리트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만 제일의 건국(建國)고교와 대만대학을 나와야 엘리트인데 라이칭더가 그런 인물이다. 우리가 눈여겨볼 건 3당이 대결하면서도 서로 상대를 대놓고 비방하는 것과 같은 흉한 모습은 자제하는 비교적 성숙한 선거 문화를 대만이 보였다는 점이다. 국민당은 고령화돼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제스(蔣介石)의 증손인 장완안(蔣萬安)이 나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젠 우리도 후보자의 입장으로 유권자를 보지 말고, 유권자가 후보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대만 선거 결과가 미·중 관계에 대한 도전 요인임은 분명하다. 미·중이 자신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미·중 모두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일정 범위에서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황을 봐도 미·중 모두 말을 아끼고 정제된 표현으로 안정적인 관리 모드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미 두 개의 전장에 더해 홍해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중국 또한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양안 위기, 한반도로 옮겨올 가능성   ▶류동원 국방대학교 교수=최근 전쟁이 일어나는 배경과 관련해 분노 같은 개인적 감정이 집단적 여과를 거쳐 합리적으로 변모된 뒤 절제된 형태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결국 전쟁 발발의 마지막 순간의 방아쇠는 지도자의 오판이란 연구도 있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자국을 과대평가하고 상대국을 과소평가한다는 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예스맨에 둘러싸여 중국이 일주일 만에 대만을 정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접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선 희망적으로 시진핑이 합리적 행위자라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시진핑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오는 5월 20일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 전까지 중국의 압박은 고조될 것이다. 2027년은 중국 건군 100주년으로 향후 2~3년 사이에 중국은 어떤 식이든 대만 통일과 관련해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 양안 통일은 그 어려움과 위험성을 떠나 시진핑 주석의 어젠다로 고착됐기 때문에 누구도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강경한 기조가 만들어져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 양안 위기가 커지면 북한은 ‘미국이 두 개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이 대만 해협에 대한 봉쇄나 군사훈련을 할 경우 한국이 타깃이 아님에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지대하다. 이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라이칭더 당선은 한국 산업 특히 반도체 분야에 더 좋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만일 국민당이 이겼다면 미국이 대만 TSMC와의 협력을 리스크로 인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 기업으로 방향을 빠르게 전환했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단기적으론 이익을 얻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기회를 맞을 경우 중장기적으론 혜택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민진당이 승리해 한국 기업과 정부는 준비하고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우려하는 바가 좀 다른데 정부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체를 위해서라도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북·중·러에 대한 메시지 관리 중요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대만 총통선거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했다. EU도 “평화와 안정”을 언급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하자 중국은 “말참견 말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앞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과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관계는 단단해졌다. 이제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 대 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안보태세는 확고히 하되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도 북·중·러에 대한 신중한 메시지 관리는 중요하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대만 선거가 관심을 끈 건 선거 이후 역내에 긴장이 고조되거나 미·중 대결 구도에서 어떤 ‘독성 효과(Toxic Effect)’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당선인의 지지율이 높지 않아 중국은 이를 이용하는 나름의 게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간헐적으로 긴장이 더 고조되는 상황일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협의 이후 역내 문제에서 미·일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이후의 전개는 미국이 한국을 얼마만큼 동원하려고 하나에 달렸다고 본다. 중국을 염두에 둔 한·미·일 공동 대응의 수위를 어떻게 정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4.01.18 00:23

  • [한중비전포럼] “트럼프 당선되면 힘이 곧 정의인 세상 맞게 될 것”

    [한중비전포럼] “트럼프 당선되면 힘이 곧 정의인 세상 맞게 될 것”

     ━  미·중 정상회담 이후 2024년 세계 정세   미·중 정상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양국의 이견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게 상황 관리하는 데 합의했다. 새해 미·중 관계는 미 대선과 중국 국내 경제 등 서로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세상은 바람 잘 날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지구촌은 내년에 선거의 해를 맞는다. 무려 40개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우선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도 관심이지만 11월 5일 미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세계를 또 한 번 요동치게 할 것이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18일 서울 HSBC 빌딩에서 ‘미·중 정상회담 이후 2024년 세계정세’를 주제로 모임을 갖고 내년도 한·중 관계와 국제 정세 등을 살폈다.     ■  「 대만 선거 결과 큰 영향 없을 듯 러·우 전쟁은 출구 찾기 본격화 중국, 분배보다 성장 우선할 것 트럼프 집권 대비한 정책 필수 」    트럼프 승리, 1930년대 혼란 예상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전 외교부 장관(발제)=새해 미·중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대선의 해를 맞았고 중국은 국내 경제의 어려움으로 서로 상황 관리에 협력해 갈 듯하다. 1월 초 대만 선거가 있지만, 누가 당선돼도 현상 유지의 틀을 벗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국민당이 이기면 양안 관계가 회복될 것이고, 민진당이 승리해도 가시적인 독립 추구로 상황을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에 전쟁 피로증후군이 퍼지고 있어 2024년엔 종전 협상 등 출구 전략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미국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중동 사태는 전쟁 종결→가자 지구 거버넌스 확립→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공존 순서로 해결될 텐데, 관건은 바이든 미 정부가 대선 캠페인 와중에서 과연 어느 단계까지 진전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 외교가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대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은 확장될 것이다. 미국의 국제정치적 리더십이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되며 세계 도처의 민주주의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무시되고 ‘힘이 곧 정의’인 세상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보호주의와 함께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키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 만연할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국제 질서를 1930년대의 혼란기로 밀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공세 거세질 듯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 전 주중대사(사회)=세계가 맞고 있는 변화의 시기 그 중심에는 미·중 경쟁이 위치한다. 특히 내년은 미 대선의 해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에 대한 공세적 비판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관계가 과연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당선되면 동맹과 파트너를 중시했던 바이든의 외교 정책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또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2024년은 4불(不) 즉 불확실성, 불안정성, 불명확성, 불가예측성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변수인 미 대선과 관련해 바이든과 트럼프의 세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에 잘 대처해야 한다. 에너지와 기후 정책, 국제기구와의 협력, 동맹과의 파트너십 등이다. 트럼프가 당선돼 미국과 유럽이 기후나 에너지 등 미래 이슈에서 분열할 경우 한국은 가치외교 차원에서 어떻게 유럽과 접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또 바이든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방식으로 북한에 접근할 수 있고, 동맹인 한국에 방위비 증액 등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선택지 좁히지 말아야   지난 18일 서울 중구 HSBC빌딩에서 열린 한중비전포럼.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최필수 세종대 교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문흥호 한양대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종호 기자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미·중 경쟁과 관련해 ‘전략 경쟁’이나 ‘패권 경쟁’과 같은 용어 사용에 신중히 해야 한다. 최근 미국조차도 미·중 경쟁의 성격을 장기적이고 관리적인 경쟁이라 말한다. 전략 경쟁이라고 하면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고 높은 상호 의존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국 스스로에 자멸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데 한국에선 이 말이 너무 일상화돼 있다. 이는 한국의 선택지를 너무 좁히는 행동이다. 미·중이 피할 수 없는 전략 경쟁 중이라고 본다면, 자연히 누가 승리하는지에 집중하게 되고, 미국이 이긴다는 전제에서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는 결국 동맹 강화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만 총통선거가 미·중 대리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중 양국은 손해 보지 않는다. ‘하나의 중국’을 말하는 국민당이 승리하면 양안(兩岸) 관계가 안정돼 미국이나 중국 모두 충돌의 위험이 사라진다. 대만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이 이길 경우에는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압박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게 된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에선 민진당을 외부의 적으로 규정하며 중국 내부를 단속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국 자원 확보에 집중해야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우리가 미·중 관계를 볼 때 이 두 나라는 수교 이래 늘 국내 정치적 이유로 만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미·중은 만남 속에서 갈등을 조절하면서도 자기 원칙은 고수하는 일정한 패턴을 보여왔다. 대만 총통선거와 관련해선 대만의 선거 지형이 크게 바뀐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만 유권자들은 미·중을 의식하기보다 각 후보에 대한 평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국민당=친대륙’ ‘민진당=독립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줄었다. 어떤 후보가 본인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고,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중시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얼마 전 열린 중국 경제공작회의에서 먼저 세우고 나중에 부순다는 키워드 ‘선립후파(先立後破)’가 나왔다. 이는 내년도 중국 경제 기조가 분배 중심이 아니라 성장이 우선할 것임을 뜻한다. 중국 경제가 위기인가를 보려면 중국 내 미국 기업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테슬라·애플·포드·GM 등은 왜 중국서 떠나지 않나. 이런 기업들이 중국서 빠져나올 때가 진짜 위기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을 중동처럼 볼 필요가 있다. 감정이나 이념, 가치를 논하지 말고 중동의 석유처럼 중국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무형의 기술전쟁이 유형의 무역전쟁으로 바뀔 것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등은 한국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중국에선 미국의 제재 때문에 제한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검약형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진정한 혁신이 아니기에 수율은 낮고 원가가 높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계속 생산하다 보면 원가가 떨어지게 된다는 ‘학습 곡선(Learning Curve)’ 이론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가 ‘인내 자본’을 계속 투입할 여력이 있어 결과적으론 원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도 한국과 대만 기업을 불러들여 자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한다. 반도체 원가가 높지만 이를 상쇄하기 위해 미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 역시 인내 자본이다. 미·중이 학습곡선 이론대로 원가가 떨어지고 공급망에서 각자 독립하게 되면 한국에 큰 위협이다.   중국의 반도체, 한국에 큰 위협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과거 소련의 경제력이 취약했던 미·소 냉전기에는 한국이 미국 편에만 서면 안보와 경제가 모두 해결됐다. 그러나 중국의 종합 국력이 강화된 미·중 대결 시대에는 어느 일방에 서면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도 중국을 관리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대결보다 협력을 통해서 관리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미·일 협력만 잘되면 한국의 입지가 강화돼 중국이 한국을 더 존중할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한국은 한·미, 한·미·일 관계를 최우선시하되 중국과의 협력관계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변수를 상정한 철저한 대비는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글로벌한 정세를 배경으로 한·중 관계를 봤을 때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분수령이었다. 중국 입장에선 수교 이래 30년간 한국을 중국 쪽으로 견인하려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었다고 인식할 수 있다. 중국은 강성 대응을 하고 싶지만, 그 경우 한국이 미국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런 중국의 느린 대응이 한국 내 오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입지가 올라가 중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부정확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종합적인 대미, 대중 정책이 필요한데 고위급 대화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란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한다면 한국의 대중 정책은 또다시 요동치게 될 것이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3.12.20 00:23

  • [한중비전포럼] “한·중 관계가 우리 정권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 오가선 안돼”

    [한중비전포럼] “한·중 관계가 우리 정권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 오가선 안돼”

     ━  한·중 관계 이대로 좋은가   한·중 관계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선 우리 국민과 정부가 중국에 일관된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은 리창 중국 총리,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중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한·미·일 협력 강화의 뒷전에 놓였던 한·중 관계가 이달 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 한덕수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잇따른 만남이 성사되며 온기를 받고 있다.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리면 시 주석의 한국 방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중비전포럼은 25일 서울 HSBC 빌딩에서 ‘한·중 관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모임을 갖고 한·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폈다.     ■  「 우리 외교 진자 폭 줄일 수 있게 다투되 의견 모으는 정치력 필요 경제 협력은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는 외교자산 축적 힘써야 」    경제 측면 중국 대체 가능한 나라 없어   이희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외교안보 발제)=한·중 관계가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복병도 많다. 한·중 관계의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만들려면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하는데 의제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중 관계는 우리 정권의 변화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향이 크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우리 외교 정책의 진자(振子) 폭을 줄일 수 있도록 국내 정치가 다투긴 해도 싸우지 않고 끝내는 의견을 모으는 화쟁(和諍)의 태도를 견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중 관계를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지 말고 공동의 이해로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중이 기후변화나 의료, 에너지 등과 같은 미래 의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의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갈등을 겪는 미국에선 오히려 중국 연구가 활기를 띠는데 우리는 중국 전문가 급감 등 싱크탱크 기능이 저하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김동수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 발제)=한·중 경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엔 교역 중심의 협력 관계였으나 이젠 사드(THAAD) 사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안보를 바탕으로 한 경쟁 관계로 전환 중이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2022년 말 기준 약 3104억 달러로 우리 전체 교역의 23%나 차지한다. 생산입지나 소비시장으로서 아직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 여전히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장이다. 중국에서의 한국산 대체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의 중국산 대체는 불가능하다. 미국도 첨단산업이 아닌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하며 중국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로선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협력이 정점을 찍었다기보다는 위기 상황에서 처치 가능한 시간을 뜻하는 골든타임이 약간 늘었다고 말하고 싶다. 교역과 협력엔 신뢰가 대전제다. 상호 비우호적 정서 아래서의 협력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한·중 민간 및 기업 교류에서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어가는 게 필요하다.   관계 어려울수록 고위급 소통 늘려야   한·중 관계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선 우리 국민과 정부가 중국에 일관된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한·중 관계가 최근 긍정적 모습을 보이나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정책과 행동으로 실현하라”고 주문한 데서 보이듯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이 서로 강조하는 ‘성숙한 관계’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겠나.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중국의 전체 교역 중 한국의 비중은 2015년 7.1%에서 올해는 5.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 저하 문제도 있지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문제도 있다. 중국의 비대칭 디커플링 전략, 즉 중국은 세계에 덜 의존하고 세계는 중국에 더 의존케 하는 전략은 상당히 우려된다. 중국이 이런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 않다. 투자전략과 교역구조를 다시 검토할 시기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시진핑의 중국은 정권의 장악에서 정권의 남용을 넘어 정권의 옹호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를 서양의 가치관이나 한국의 눈으로만 봐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권을 옹호하고 있어 한국보다는 북한에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정부 관계자나 언론인은 한국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위급 소통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피크 차이나’론은 감정적 평가   25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 위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팀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진호 단국대 교수. 전민규 기자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팀장=중국 경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론은 감정적 평가에 가깝다. 중국 GDP가 지난 3년간 30년 이래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지만 증가분으로 보면 역대 최고치였다. 중국의 영향력은 계속될 거란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과 싸우면서도 중국의 수입시장 점유율을 과거 7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의 갈등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떠맡게 하고 대통령이나 총리는 중국을 찾아 실속을 챙긴다. 겉과 속이 다른 서방의 행태를 주목해야 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중국이 최근 한국에 보여준 외교적 호의에 대한 정확한 분석, 둘째 이런 호의를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과 최소한의 유연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자외교 역량 제고다. 중국의 호의는 상황을 우호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국민과 정부가 일관된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줘야만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전략적 접근을 해올 것이고, 그래야만 한국이 이를 활용할 공간이 생긴다.   중국 기업과 충돌 피하는 지혜 필요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중국 경제 둔화는 부동산 시장 및 기업 대출을 확실히 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직된 태도가 시장을 동결해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 성장을 희생할 각오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둔화를 ‘위기론’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다. 과거 한·중 간 수직적 경쟁과 분업이 이젠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2~3년 만에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과 어떻게 정면충돌을 피하고 협력할지가 중요해졌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한·중 간 이견이 점차 진영화, 구조화, 고도화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당당하고 성숙한 관계의 핵심은 중국이 우리의 이익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에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대외적 주체임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이 한국의 외교적 행위를 한·미 관계의 맥락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한·미 동맹 강화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한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과거에는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잘 버텼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위안화 환율을 지켜 아시아 경제를 살렸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조 위안이 넘는 재정을 풀어 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중국이 부동산발 부채위기, 디플레이션 우려, 청년 실업 등 국내 문제로 힘겨워하고 있다. 관건은 구조 조정인데 지난해부터 총인구가 줄기 시작한 중국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다.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 중요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이벤트 성격이 강해 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운신할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과 좌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니 대미 경사가 불가피함을 인지하고 한국에 대한 기대를 조정할 것이다. 다 같은 미국의 동맹이라도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대응은 호주나 일본보다는 유연한 대화 공간을 확보하는 식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식 대중 전략이 있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와 민간이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경제는 결국 민간의 영역이다. 민간이 할 일은 첨단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인들이 잘 알아서 할 수 있게 찬물만 끼얹지 않으면 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외교를 잘해야 한다. 외교 자산 축적도 중요하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한국 외교부인 만큼 인적 자산과 연구를 축적해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부와 전문가 집단 등은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방한 같은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외교의 기본을 다지는 게 더 관건이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3.09.27 01:07

  • [한중비전포럼] “누가 먼저 따지지 말고 우리부터 중국에 다가가야”

    [한중비전포럼] “누가 먼저 따지지 말고 우리부터 중국에 다가가야”

     ━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교의 시대다. 지난 두 달 사이 한·일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고 한·미·일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게 지난 1년간 세 번이나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국빈 방문에 이어 지난주 G7 정상회의에 참석하자 한국이 “심리적으로 G8 반열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성과는 많았다. 그러나 북·중·러와는 멀어졌다. 보완이 필요하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22일 서울 HSBC 빌딩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길’을 주제로 모임을 갖고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살폈다.     ■  「 G8급 올랐지만 북·중·러 멀어져 한·중 교류도 중국 요구로 연기   미·중 간 ‘이익균형’ 유지해야 선비정신보다 상인정신 필요   독일·프랑스의 실리외교 주목 한·중 지도자급 교류 추진해야 」    미국의 경쟁력 약화가 발단   신성호 서울대 교수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발제)=미·중 경쟁은 네 가지 점에서 냉전 시기와 다르다. 첫째, 과거 경쟁의 핵심이 안보와 군사였다면 지금은 경제와 기술이다. 둘째, 소련의 전성기 경제력이 미국의 44%였던 데 비해 중국은 80%에 달한다. 셋째, 미 국내 정치 혼란으로 자유나 민주의 가치가 예전처럼 울림이 없다. 넷째, 미 동맹의 협조가 전폭적이지 않다.   배경엔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등 미국의 경쟁력 약화가 있다. 극심한 양극화로 중산층이 무너진 게 원인이다. 제조업 부활 등 국내 경제 재건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의 도움도 빌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가 미국 경제 살리기 우선의 산업정책으로 과거 트럼프가 말한 미국 우선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동맹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요구하면서 미국은 그저 디리스킹(위험 제거) 하겠다고 한다.   또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대만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통제 못 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할 대만 반도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독일과 프랑스를 주목해야 한다. 또 단기와 중장기 등 시기별로 미·중 경쟁의 추이를 살피는 전략적 시야를 갖춰야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준비해야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한·미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이후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지근했던 한·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최근 한·중 교류행사가 중국 측에 의해 연기되는 등 가까운 시일 내 양국 간 주요 인사의 방문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해선 다수 국민이 공감하나 일각에선 한국의 대미 경사가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미·중 관계의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대만 문제다. 앞으로 5~6년 안에 중국이 혼란한 정세를 틈타 대만 장악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조용히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고 안 하고 차이는 크다. 한·미 관계는 죽느냐 사느냐 문제이고, 한·중은 얼마나 잘 사느냐 문제다. 두 관계를 등가로 수평 비교해 균형을 찾는다는 건 비현실적 접근이다. 먼저 우리의 전반적인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 다음 한·중 관계를 고민하는 게 순서다. 한·중 관계는 북한의 위협 등 우리가 처한 현실을 중국 지도자에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만 이슈는 서방을 중심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전문가의 70% 이상은 대만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본다. 과잉 공포 속에서 문제에 접근하면 정책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대중 정책엔 두 가지 전제가 있었다. 한·미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할 것이란 판단과 한·중 협력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란 가정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너무 많이 변했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을 상수로 두고 한·중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앞서 대중 관계 회복해야   22일 서울 HSBC 빌딩서 열린 한중비전포럼.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이정남 고려대 교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신성호 서울대 교수,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성룡 기자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윤석열 정부의 외교 집중은 예상치 못한 행보다. 과거 한국이 미·일을 대할 때 약자 마인드가 있었는데 최근 정부의 메시지와 태도는 상당히 신선하다. 현재 미·일에 적극적인 것처럼 중국에도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중 사이 균형 잡기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까지 실천하기 어려운 ‘거리의 균형’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이익의 균형’으로 중심을 바꿔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가슴앓이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을 상대로 직접 보복을 하기보다는 견제와 교류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급의 상호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일 관계 개선에 앞서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미·일 관계 중심의 전략을 취했다면 이젠 현재의 외교 틀 안에서 중·러를 어떻게 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중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할 매력적인 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중 관계는 서두르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한동안은 무미건조하게 현상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중·대러 외교 포기할 수 없어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중·러 진영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경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통일을 생각할 때 대중 및 대러 외교를 포기할 순 없다. 지난 1년간 대미와 대일 외교는 뚜렷했지만, 대중과 대러 외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대미 외교과정 중 벌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한 대응만 있었을 뿐이다. 현 국제정세 하에선 대미·대중·대러 외교가 하나의 그림판 속에 통합되고 조율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한·미·일 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중·러 관계를 설정하되 전략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의 이론이나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G7 정상회의에선 새로운 국제경제협력체 창설이 제안됐다. 이젠 중국과의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엔 독일과 프랑스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혼자 좌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냉철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대중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월엔 29%나 줄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이 상황을 지정학적인 이유와 섞어서 분석하면 한·중 간 경제문제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서 수출이 주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중 대결의 본질은 패권경쟁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한·중 관계에서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은 많은데 상인의 실리정신은 결핍돼 있다. 한국은 중국과 자원외교 및 시장외교를 해야 한다. 장비·시장·재료·소재 모두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시장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중국은 이동제한으로 모든 생활이 온라인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 내 대리점 늘리는 것보다 중국 플랫폼에 올라타는 게 더 중요해졌다. 우리 1호 영업사원이 미국과 일본에 갔다면 2호와 3호 영업사원은 은밀히 중국과 협의해 실익을 챙겨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대결의 본질은 결국 패권경쟁이다. 패러다임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고 여겨진다. 솟구치는 중국의 경제력을 부인할 순 없다. 중국을 견제하기엔 세계가 너무 연결됐다. 이제 와서 그 연결을 끊긴 어렵다. 정책은 경제원칙에 맞아야 하는데 지금 미국의 신산업정책은 자국 이기주의 성격이 강하다. 유럽과 일본이 따를지 의문이다. 우리도 어떻게 대처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 외교와 관련 이익의 균형과 메시지 관리, 남·북·중 대화 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어려운 국내 환경 속에서도 일본에 갔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면 중국에도 먼저 갈 수 있다고 본다. 누가 우선 방문하는가를 따질 필요가 없겠다. 상인적인 현실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3.05.24 01:07

  • [한중비전포럼] “봉쇄 해제로 봄날 맞은 중국 경제 W자 반등할 것”

    [한중비전포럼] “봉쇄 해제로 봄날 맞은 중국 경제 W자 반등할 것”

     ━  코로나 고삐 푼 중국, 어디로 갈까   중국이 팬데믹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중국 경기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 해 12월 중국 허난성의 한 식당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갑자기 위드 코로나로 바뀌며 중국 사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도 예상보다 빨리 호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산하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코로나 정책 변화 이후 중국은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중국의 달라지는 경제와 정치 상황이 한국에 주는 함의를 살폈다.   ‘제조업, 내수, 점진’ 3대 키워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발제)=올해 중국 경제는 2021년의 재연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2% 성장에 그쳤다가 2021년엔 상황이 안정되며 8.1% 성장했다. 지난해 3%로 부진했던 성장이 올해는 방역 완화에 힘입어 반등할 조짐이다. 골이 깊었던 여행, 외식 등의 서비스 소비가 회복을 주도할 것이다. 2024년에도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이 끝나며 세계 경제 회복이 기대돼 중국의 거시경제 여건은 나쁘지 않다. 올해 중국 경제 정책의 기조로 ‘제조업, 내수, 점진’의 세 가지 키워드를 꼽고 싶다. 중국은 제조업 고도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결에 대비한다는 자세다. 또 미국의 압박 등에 직면해 내수 확대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2021년 등장한 공동부유는 정치적 구호의 성격이 짙어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최근 부동산 부양책은 전면적인 것은 아니다. 짓던 주택을 완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이다. 근년 들어 중국 성장세가 둔화하며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게 중국의 몰락을 뜻하는 건 아니다. 미국과 대등한 경제 규모의 국가가 하나 더 탄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  「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 늘어나 규제 완화하며 올 5.5% 이상 성장 한국은 단기적 수출 회복에 도움 중국 눈높이 못 맞추면 그림의 떡 」    시진핑 3기, 정책적 탄력성·유연성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발제)=중국의 갑작스러운 코로나 정책 전환과 관련해 백지시위가 영향을 줬다는 ‘대중 시위 주도론’과 정부의 원래 계획에 따른 것이란 ‘정부 주도론’ 등 두 견해가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배경에 지난 3년간 누적된 결과가 있다. 막대한 방역 비용, 지방정부의 엄청난 부채, 실업 급증, 경제 성장률 하락, 국민의 생활 불편 등이 쌓이고 쌓였다. 이후 중앙 정부의 방역 완화 방침을 지방 정부가 폐기로 받아들였고, 중앙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끝내는 폐기로 이어졌다. 백지시위는 이를 촉진했던 하나의 요인이지 방역 정책을 변화시킨 주요 원인은 아니다.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를 검사와 봉쇄로 막겠다고 생각한 건 바람을 손으로 막겠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이었다. 이런 판단 오류는 방역 전문가 집단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수파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 혹은 폐기를, 다수파는 고수를 주장했는데 다수파 의견이 정부 정책으로 채택된 결과다. 이런 코로나 정책 전환 과정을 볼 때 시진핑 3기 정부는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강화를 위해서라면 기존 핵심 정책을 얼마든지 수정하는 것과 같은 정책적 탄력성과 유연성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중국의 국산화 비중 확대 노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회)=코로나 봉쇄의 갑작스러운 해제가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올해 중국 경제는 W자가 위로 올라가는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1분기는 트라우마 치료기로 강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전망이다. 2분기는 리창 신임 총리의 경제정책 실험기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증가율을 8%에서 12%로 늘렸는데 그 효과는 3분기에 반영된다. 4분기는 중국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시기다. 방법은 부동산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으로 올해 5.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경기의 봄날은 세계 경제의 봄날이 될 텐데 우리가 중국의 눈높이를 못 맞추면 중국 시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시진핑 3기의 중국 정책 방향이 한국과 한·중 협력 측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경기 회복과 수요 확대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일부는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우리가 대중 수출 증가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기술추격과 제조업의 국산화 비중 확대로 중국 자체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 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중요하다. 우리는 인도가 중국과 대립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두 나라는 군사훈련도 함께 한다. 일부 대립하는 장면은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동남아·서남아·중앙아·유럽 등으로 무역 리스크를 분산해 관리하고,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대만을 더 활용한다. 이제 중국의 리오프닝 시점을 맞아 우리 기업이 중국에 들어가 무얼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민주화 누르고, 복지서비스 강화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은종학 국민대 교수,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진호 단국대 교수,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교수. 우상조 기자 ▶은종학 국민대 사회과학대 국제학부 교수=중국이 부동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청산될 것이다. 국가가 매물을 우선 수용해 상당 부분을 서민 장기임대 아파트 같은 형태로 ‘공동부유’ 테마와 엮어 다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말 교육·주택·의료의 많은 부분을 상품화했다. 그러나 지금 기조는 복지국가 식으로 국가가 개입해 민영화된 부분을 다시 끌어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민주화는 누르고 복지나 공공서비스는 강화하는 형태다.   ▶이희옥 교수=중국에선 갑작스러운 봉쇄 해제 이후 ‘이러려고 방역했나’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중국 당국이 강고한 체제를 가지고 일관된 집행을 해오다 방역 정책을 전환했다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중국이 정책만으로 코로나를 억제했다고 보긴 어렵다. 사회 전체가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견뎠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이나 집단의 자구적인 움직임도 중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치적 리스크로만 여겨선 안 된다. 향후 중국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민낯과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중국이 코로나 정책을 바꾼 이유가 단순히 민심의 이반이나 반정부 시위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름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전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정책이 급선회하며 나타난 저항이나 시위 등은 중국의 당-국가 체제 정무 능력에 생채기를 냈다. 단기간에 이런 반대 움직임이 조직화해 발전하기는 쉽지 않지만, 만약 누적된 불만이 더 커지면 체제 능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지난해 대규모 시위가 남긴 것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중국 연구에서 사료가 중요하긴 하지만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나온 사료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대부분 체제에 유리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면 기본 원칙의 연장선에서 논리를 끌어다 자기합리화를 하게 마련이다. 문건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오래 유지한 이유가 다수의 방역 전문가 의견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전문가들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미리 읽은 건 아닐까? 민주화된 한국에서도 ‘관변’ 전문가 논란이 있는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과연 그런 일이 없는지 의문이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중국의 방역 정책 전환엔 대중의 달라진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위가 잇따르다 연말에 대형 시위가 터졌다. 미 시카고대 배링턴 무어 교수가 “자산계급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라 하지 않았나. 사람은 먹고살 만해지면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은 법이다. 지난 3년에 걸친 중국의 강력한 방역통제 탓에 이런 욕구가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중국 정부가 이번엔 봉합하고 넘어갔지만, 이런 경험이 향후 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희옥 교수=코로나 봉쇄 해제로 일상이 회복되며 한·중 정상회담 논의도 나온다.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로 담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향후 한중 관계 관련해 조급함을 버리고 전략적이며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3.02.15 00:49

  • [한중비전포럼] 변곡점 맞은 한중 경제…기술 초격차 유지가 살 길

    [한중비전포럼] 변곡점 맞은 한중 경제…기술 초격차 유지가 살 길

     ━  시진핑 3기 경제와 한국의 대중국 적자   시진핑 3기 시대가 열렸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으로 중국 경제 회복은 더딜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은 5~8월에 이어 10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신경진 기자 시진핑(習近平)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에 성공했지만,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 무역은 9월 잠깐 흑자로 돌아섰다가 지난달 다시 적자를 보였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제15차 모임을 갖고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 경제와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살폈다.     ■  「 반도체 빼면 지난해부터 적자 서방의 ‘중국+1’ 전략 주목해야 중국은 체제와 기술 교환 추구 중 중국 산업 고도화에 편승 필요해 」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발제)=시진핑 집권 3기가 본격화하는 2023년 중국 경제 전망을 위해선 우선 제로 코로나 정책의 지속 여부를 봐야 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를 잡아야 경제가 안정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시진핑 주석도 현재의 중국 방역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제로 코로나 정책이 쉽게 바뀔 기미는 아니다. 여기에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40~50%를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와 미국의 대중 제재 지속, 그리고 지난달 20차 당 대회 이후 외자의 탈(脫)중국 움직임 등은 모두 중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건 서방 기업이 중국에서의 전면적 철수가 아닌 ‘China+1’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되 인도·베트남 등에 대체 생산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은 지난 5~8월 4개월 연속에 이어 10월에 또다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중간재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걸 말해준다.   여기서 대만의 교훈을 살필 필요가 있다. 대만은 중국과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역에선 대중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기술이 곧 대만 안보의 보장판”이라며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펼친 결과 대만이 기술 강국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대만은 반도체 관련 대학원의 신입생을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6개월마다 뽑는다. 반도체 학과 정원도 못 늘리고 있는 우리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우리로선 미국과의 기술동맹 강화를 통해 기술 유입을 원활하게 하는 등 기술자산 축적이 시급하다. 중국에 대한 우리 기술의 초격차 유지가 살 길이다. 중국이 기술을 갖게 되면 중국 시장은 더는 우리의 시장이 아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 업무 보고에서 공동부유와 제로 코로나 방역을 언급하고, 또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자신의 사람들 일색으로 한 것 등을 볼 때 기존 중국의 반(反)시장적인 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중화권 증시가 폭락하는 등 부정적인 시장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양자 차원이라기보다 글로벌 차원의 문제로 보이는데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변화한 것인지에 대한 진단과 함께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대중 무역적자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해부터 적자였다. 우리가 반도체 착시현상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못 봤던 측면이 크다. 수출은 반도체·디스플레이·화장품 등에서 많이 줄었고, 수입은 수산화리튬이나 탄산리튬 같은 배터리 관련해서 크게 늘었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줄면서 점유율은 더 줄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은 중국의 내수용에 많이 좌우되는데 내년에 중국 내수가 좋아지면 우리 수출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공급망 관련해선 대중 수입이 늘어나고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다는 두 가지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편승해야 한다. 한중 모두 윈윈하는 품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중국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수입을 점차 대체하고 중국 내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년 전부터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등지로 옮겼다. 이런 현상도 대중 무역흑자가 줄어드는데 많은 작용을 했다. 어찌 보면 우리 기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지금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건 지난달 25일 나온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외자기업 유치 전략이다. 여기엔 그동안 많은 외자기업이 요구한 중국증시 상장 허용, 회사채 발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은 토지 제공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주도 체제가 불공정 영역을 만든다고 비난해왔다. 한데 중국이 이번에 국가주도 체제의 이익을 외자기업에도 나눠줄 테니 중국으로 들어오라고 제시한 셈이다. 과거 중국이 시장과 기술을 교환했다면 이젠 체제와 기술을 교환하겠다는 거다. 즉 주요국의 기업들을 포섭해 자기 나라 정부에 반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우리가 우려할 건 중국이 기축통화나 제도를 제공하는 미국형 글로벌 대국이 되려는 게 아니라 일본식으로 자국의 산업을 더 강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직면한 불행의 상황은 중국의 미국화가 아니라 중국의 일본화다. 최근 대중무역이 적자로 돌아선 요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코로나 봉쇄, 구조적 변화 등이다. 반도체 가격이나 코로나 봉쇄는 곧 지나갈 문제이지만 구조적인 변화는 장기적인 문제다. 과거 일본이 한국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중국에 대해서 바뀐 산업구조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현태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한중 FTA가 2015년 큰 기대 속에 체결됐지만, 수출에 대한 활용률은 낮은 편으로 65.7% 정도다. 반면 수입 활용률은 87%로 높은데, 수출과 수입 간 격차가 대중 무역적자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수출 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한중 FTA 자체가 그리 높은 수준의 협정이 아니라는 데 있다. 또 중소기업 차원에서 한중 FTA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FTA 활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한중 FTA 자체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정부가 추가 협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야 우리 기업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황재원 코트라 정보통상협력실장=중국의 약점 분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차보즈(卡脖子, 목 조르기,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핵심기술 수입의존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서방에 목이 잡혀있는 기술을 어떻게든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기술을 우리가 장악해야 중국에 대한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 중국의 전략적 제조업 육성 정책 중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성화·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서 9000여 업체가 탄생했다. 한국은 이 9000여 중국기업이 어떤 업종이고 또 이들과 비교해 한국이 어떤 점에서 앞서고 있는지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중국의 틈새 분야를 파고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만이 엄청난 돈을 군사와 외교에 쏟는데도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가 크다. 대만은 많은 엘리트가 있지만, 인건비는 아직 낮은 편이다. 대만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어주니 기술력이 좋은 인재를 많이 쓸 수 있다. 또 많은 인재가 중국으로 가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세계인 대만에 살기를 더 원한다. 안보적으로 중국과 대립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이익을 내는 대만의 사례를 우리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중국 내 인적 네트워크가 안보와 경제적으로 상당히 강력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듯이 중국에서도 친환경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수산화리튬은 처리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도 환경친화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데, 왜 자신들이 한국의 공급망 문제를 책임져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중국이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반도체나 배터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공급망을 조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트럼프에 대한 미 지도층의 한 가지 공통된 평가가 있다. 중국 문제를 제일 먼저 거론한 사람이라는 거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와 맞지 않지만, 중국 견제의 리더십은 유지할 것이다. 이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야 한다. 한중 경제 관계는 몇 년 전부터 변곡점에 들어섰는데 이게 우리에게 플러스와 마이너스 효과가 다 있다. 마이너스는 대중 경제 문제다. 작게는 요소수에서 크게는 공급망까지 여러 불편한 점이 나오게 될 거다. 플러스는 핵심 산업에서 한중 간 기술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었는데 이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미국이 벌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 기회를 활용해 우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늘려주기 위한 입법과 행정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2.11.09 00:38

  • [한중비전포럼] "한·중 아무리 싸워도 만나서 타협하는 모습 보여야"

    [한중비전포럼] "한·중 아무리 싸워도 만나서 타협하는 모습 보여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이 중앙일보와 한반도평화만들기 한중비전포럼 주최로 지난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가넷스위트룸에서 열렸다.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으면 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한중비전포럼(위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은 지난 19일 ‘한중, 다음 30년을 말한다’ 포럼에서 중국 전문가 53인의 지혜를 구했다. “중국이 의리가 있는가?” 의문에서 “치명적 약점은 건드리지 말자”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제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외교·안보, “말은 적게 행동은 많이” 정상기 건국대 KU중국연구원 석좌교수. 김상선 기자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국제 정치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세력 균형, 자강(自強)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여기서 세력 균형은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 정책에서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나라, 즉 '라이크마인디드(Like Minded)' 나라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일본, 아세안, EU 등 중에서 특히 일본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가 좋으면 한중 관계도 좋다. 다음은 '지피지기'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 중국이 친구를 중요시하고 의리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결국은 이익을 좇아서 간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중국 공산당과 같은 우리와 다른 체제의 선전이나 홍보, 프레임, 전략, 언어유희 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많다. 중국이 말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상호 존중하자'라는 말은 사실상 언어유희다. 중국은 언어유희에 아주 능숙하기 때문에 우리 외교부나 안보 부처의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교육 과정을 신설하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메시지와 관련된 내용이다. 현 정부 초기, 특히 인수위원회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등 말 폭탄을 많이 터트렸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상대방을 자극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많이 하라(Speak less do more)'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대한 이야기다. 요소수 사태 이후 여러 한국 언론은 중국이 우리에게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 리스트 등을 나열했다. 그런데 이는 어찌 보면 우리 비밀을 외부에 폭로한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 김상선 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최근 한중 외교 관계와 협력 부분에서 갈등과 도전 요인을 선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전략대화 채널의 빠른 복구와 확대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무척 환영할 일이다. 향후 30년에는 이 전략대화 채널의 정례화와 제도화가 꼭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국제 사회에 한중은 아무리 싸우더라도 꼭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점을 찾는다는 인상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 대외적인 것보다 대내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 양국 국민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커지고 상호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는 현재 상황 속에서 한중 양국 지도자들이 갈등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꼭 만나서 함께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는 모범 사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중이 미래의 도전요인 앞에서도 협력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또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 마찰에서 중국은 일본과의 교류 공간을 열어 놓으면서 한일 관계는 서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항일전쟁(독립운동)을 끈으로 한중이 일본에 함께 대항하던 걸 강조한다. 이는 중국이 미국엔 협상을 기대하면서 일본과는 과학기술 협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중 관계를 통해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는 것을 지연하거나 적어도 그 힘이 중국에 약하게 미치게 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한중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인적 교류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협력과 안보적 협상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양국 공통의 협력 플랫폼(기구나 조직)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인적 교류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이 그리고 일본을 포함해 동아시아 평화와 안보를 위한 어젠다(의제)를 만들고 토론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세 가지 키워드로 말씀드리겠다. 한중 관계 30년을 돌아볼 때 첫 번째 가장 큰 문제는 인식이다. 상호 인식이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복구할지가 큰 과제다. 학계에 계신 분들은 국내 체류 중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그냥 서로 미워하게 놔두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해소할 방안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정책이다. 많은 전문가가 5년마다 한 번씩 전 정부의 대중정책 평가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작성했지만 내용은 늘 비슷하다. 잘못된 점도,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도 항상 유사하다.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결국 정무적인 판단 때문이다. 정치의 개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정치가 개입하는 원인은 북한 문제와 미국 문제에 있다. 지난 정권은 북한에 너무 가까워졌다고 질책을 들었고, 어쩌면 5년 뒤에는 한국이 미국에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에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지도 모른다. 현재 한중 관계의 키워드는 재정립이다. 즉 중국에서 미국 쪽으로 무게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경사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여기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세 번째 조직과 인사의 문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이를 실천할 인력이 없다는 현실이다. 외교부 내 일류 외교관들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중국어가 특수 언어라 수당도 지급됐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이런 사소한 문제를 조금씩 해소하면서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인식·정책·조직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5년 뒤 우리는 또 똑같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김태호 한국국제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상선 기자 ▶김태호 한국국제전략연구원 이사장=한중은 앞으로 30년 동안 '신뢰구축수단(CBM, Confidence Building Measure)'을 갖춰야 한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물론 중국도 교류 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약 2000km 정도이고, 부산에서 중국 시안(西安)까지 2000km가 좀 못 된다. 사드(THAAD)의 탐지 거리는 두 가지가 있는데, 종말 단계 모드에서는 약 800km, 전방배치 모드는 약 2000km 정도다. 중국 입장에서는 시안에서 중국 동쪽 해안까지 수많은 군 시설이 있기 때문에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하지만 반대로 사실상 중국에는 한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많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결국 자신들은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안 된다는 강대국의 논리다. 사실 중국도 사드가 종말모드로 북한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알면서도 시비를 거는 것은 결국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한중 양국의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한중 수교 30년의 두 가지 교훈이다. 첫 번째 교훈은 30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대중 외교 전략이 무엇인지 아직도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안미경중', '구동존이', '상호존중', '당당한 외교' 등은 모두 레토릭이나 국내 정치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다루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두 번째 교훈은 30년 이래 한중 간 안보 분야에서 발생한 두 번의 충돌이다. 한번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이고, 또 한 번은 2016년 사드 사태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 두 번 다 북한으로부터 시작된 도발이 미중 경쟁으로 옮겨가 한중관계를 악화시켜 한국을 결국 딜레마에 빠트렸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중이 경쟁하고 갈등할 때 도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하게 되면 한국은 사드 재배치 또는 미국의 전략자산 도입 등을 고려하게 될 것이고, 이 경우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기에 한국은 제2의 사드 사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한반도 안정이라는 한중 간의 공감을 기반으로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거나, 도발 이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소통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 연구교수. 김상선 기자 ▶이상숙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 연구교수=첫째, 이제는 한중 관계의 양적 상태보다는 질적 측면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한중 교류가 많이 중단됐는데, 이 기회에 앞으로 어떤 콘텐트를 가지고 교류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많이 개발해 양국 20~30세대들의 상호 이해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좀 더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협정 등에 대한 논의에서 우리가 어느 시점에 중국에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런 구상을 한 뒤, 중국과 협의하고 미국과의 대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오늘의 주제는 30년 이후 한중 관계인데, 여기에는 우리가 20~30년 후 놓이게 될 시공간에 대한 논의가 거의 생략돼 있다. 한중 관계 30년, 더 나아가 한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우리가 처할 시공간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기초해 양자적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 현재 중국군과 미군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공간을 통합하려는 원대한 구상을 가지고 빠르면 2040년 초에 이를 가시적 형태로 내놓고 2050년까지 완성하려 하고 있다. 즉 거시·미시·나노 세계를 포함한 물리역, 인간의 지능·인식과 기계의 지능을 포함한 인지역, 그 외 사회역·생물역·사이버 메타역 등을 통합하는 거대한 구상 속에 새로운 이론과 철학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분야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다. 새로운 시공간에 대한 능력과 관점, 그리고 과학철학 등을 새롭게 정리하지 않으면 미래에 한국은 상당히 어려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은 기존의 전자적 세계관에 기초한 유물론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일대일로'나 '인류공동체'처럼 우리가 많이 듣는 개념 속에도 유물론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해석이 투영되어 있다. 새로운 관계라는 측면에서도 양자 세계의 '불확정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확정성'은 쉽게 말해 원자 속 전자가 1초 동안 2000곳의 위치로 찍힐 수 있어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성질을 뜻한다. 원자가 분자를 이루고, 또 세포를 이뤄 거대한 사회를 구성하는 이 세계가 향후 20~30년에도 확정되어 있을 것이라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나. 이 '불확정'의 세계에서 우리의 입자적 성질을 강화하고 또 관계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쌓아 우리 나름의 원대한 구상을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문기 세종대학교 중국통상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 교수=한중 관계의 미래 30년과 한국 국내정치의 연관성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한중 향후 30년이 위기라는 진단이 많지만, 사실 한중 관계의 본질은 양자 관계가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해 3자 관계다. 즉 삼각 구도의 함정에 빠져 있다. 한국 역사에 삼각 구도의 함정은 수차례있었다. 고려시대 이후 모든 국난은 모두 삼각 구도에서 비롯됐다. 거란족·여진족·몽골족이 각축했던 고려 시대, 임진왜란·병자호란·청일전쟁이 일어났던 조선 시대, 미·소 갈등 속 분단하게 된 해방정국 모두 삼각 구도가 문제였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삼각 구도의 위기는 매우 익숙하고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해본 상황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으면 많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법을 찾는 과정은 논쟁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교훈 중 하나는 내정이 분열되면 이 삼각 구도의 파도를 넘기 어렵고 고난이 가중된다는 사실이다. 내정의 통합과 단결을 실현할 때 이 딜레마와 고난을 최소화하고 극복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내정의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 한중 관계의 미래 30년과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국내 정치의 제도와 문화를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진영 간 갈등 논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민자 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민자 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교수=현재 한중 관계에서 당면한 도전은 세계화의 퇴조, 미중 경쟁의 격화인 것 같다. 역사를 돌아보면 미·소 경쟁 당시 한국은 편승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한이 미국을, 북한이 소련을 선택한 결과는 현재 우리 앞에 자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편승전략을 절대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을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상황에서 어느 나라에 편승해야 할지 향후 30년의 미래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과도기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일수록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중 관계에서 특히 해양 관계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고 상당히 출렁이고 있다. 해양 문제는 한중 관계를 넘어 국내·국제 정세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다. 지나친 국수주의·민족주의·감정주의 등이 결부되어 한중 해양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당면한 여러 가지 한중 해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양국의 공생·공동선(善)·공동익(益)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판단하에 양국이 공동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은 결국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제규범, 국제관행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 문제에 접근한다면 좀 더 쉽게 한중 간에 변화하는 여러 다양한 해양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21세기가 요구하는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의 위상이 무엇인지 진정 고민한다면 한중 간 문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두 가지 상황 관리를 제언 드리고 싶다. 많은 해양 관련 이슈가 마치 우리의 싸움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상 우리 현실에 바짝 다가와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동경 124도선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또 중국은 현재 연어 30만 마리를 양식할 수 있는 축구장 크기의 실물을 서해 한가운데 이미 설치했다. 매년 1000여 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동해 수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양 환경 파괴, 의도적인 해양 조사 등 아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우리의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상황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많은 대중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들은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중국은 점진적으로 문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분명한 상황 관리가 있어야 우리가 중국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얼마 전 중국학자들과 공통으로 느낀 문제 중 하나는 과거 수교를 이끈 기성세대들의 인식과 향후 한중 관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들의 인식 차이다. 기성세대가 받은 교육 방식과 신세대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른데, 이런 부분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허술하다. 최근 언론이나 논문 등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 중에 물론 팩트체크가 된 내용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게 포장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정보를 직접 접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더 신경 쓰면 한중 관계 향후 30년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통상, “대중 적자 요인은 기술”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첫째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갖는 레버리지에 대한 이야기다. 즉 잘 나가거나, 돈이 있거나, 힘이 세야 한다. 한중 관계는 결국 이렇게 아주 세속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향후 30년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둘째는 학계와 외교 파트의 역할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 부국강병 또는 '탈'부국강병이라는 국가의 목적, 효율성 추구 또는 불평등 해소라는 발전의 목표다. 최근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모호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지난 30년은 효율성이 훨씬 강조됐다. 효율성의 가장 큰 요소는 시장과 인센티브를 중요시하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 비교 우위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 효율성 추구와 불평등 해소라는 발전의 목표가 서로 상충하고 있다. 학계는 이런 부분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토의를 통해 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외교 분야다. 많은 분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헤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70~80년대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열병에 걸린다'는 식으로 무역 다변화 이야기가 많았다.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온 지 벌써 50년도 넘었다. 제언하고 싶은 현실적 방안은, 우리가 G10에 들어간 만큼 이제는 전 세계를 5~6개 권역으로 나눠 엄청난 인력을 여기에 투입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공간 체제를 거점 공간 체제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중동·유럽·북미·남미 등 지역 본부를 만들어 차관급 인사와 중국에 있는 규모만큼의 인력을 파견해 현지에서 더 많은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이러한 권역 중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우리 외교부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대중 무역에서 3개월째 적자가 나고 있다. 경기침체나 코로나로 인한 봉쇄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구조적 요인은 기술 측면에 있다. 1990년대 중국의 기술 수준이 우리 무릎 아래 있었다면 지금은 목까지 차 있다. 우리가 무역수지 흑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분야가 반도체, LNG운반선 등 몇 가지 남지 않았다. 그래서 기술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중국은 인구·토지 대국이기 때문에 기러기형 산업구조 변화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중국이 기술 발전을 달성하면 모든 부분을 중국이 가져가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2010년도 한국 삼성이 중국 시장에서 규모로는 24%, 매출액으로는 30%가량차지했지만, 지금은 거의 0%에 가깝다. 중국의 기술 고도화로 한국이 중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놓치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전 세계 1위로 도약하려는 찰나 미국의 제재로 무너졌다.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이라는 국제 정세의 변화가 한국에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를 하지 않았다면 첨단 반도체 등 분야에서 한국이 추월당했을 것이다. 2016년 '중국제조 2025'가 나왔을 때 우리에게 5~10년밖에 시간이 안 남았다고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러한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을 잘 활용해 우리의 기술적 자산을 확대하고, 이 시기를 한중 간 무역수지 흑자가 앞으로 30년간 더 유지될 수 있게 하는 호기로 만들어야 한다.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세 가지 키워드로 말씀드리겠다. 첫 번째는 변화다. 지난 30년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중국이지만, 미국과 한국도 많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두 번째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미중 경쟁이 5~10년 안에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결과도 단정하기 어렵다. 이 불확실한 배경 속 세 번째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한쪽에만 치우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정부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기업은 다르다. 정부가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차이나 리스크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기업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중국 사업에 투자를 한다. 이를 막는 행위 자체는 매우 부적절하고, 경제적인 이슈에서는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을 허용하는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유희문 연세차이나포럼 회장. 김상선 기자 ▶유희문 연세차이나포럼 회장=1988년 중앙일보 특파원 신분으로 중국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30년 넘게 중국을 보고 느낀 소감을 말씀드리겠다. 중국은 정책에 일관성이 있다고 하지만, 정책의 집행에서는 예측이 불가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중 간 무역 갈등에서도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명확한 규범이나 문건을 만들어 집행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에는 당 문건보다도 상부의 뜻을 헤아려 집행하는 '췌마상의(揣摩上意)'의 습관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특히 우리가 알기 어렵다. 미국과 동맹 강화도 좋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무시할 순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접근할 때 제안하고 싶은 한가지 대안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협력의 틀을 찾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정책의 유연성을 갖기 상당히 어렵다. 향후 30년은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정책의 위험성을 헤징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수교 초기 많은 분이 중국 경제가 더 커지면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이 팔면 싸지고, 사면 비싸진다. 중국이 팔지 않으면 공급망 위기가 오고 중국이 사지 않으면 해외시장이 줄어든다. 현 상황이 그렇다. 최근 대중 무역적자가 나타났는데, 사실 10년 전에도 이런 상황을 경고했었다. 문제는 가공무역이다. 수교하던 해까지는 한국이 만성 적자를 기록했다가 가공무역을 하기 시작하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대중 무역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효가 거의 다 했다고 본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중국의 인구변화와 도시 재분포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교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많은 지자체와 중국 지방정부 간에 자매결연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인적 교류 수준이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그마저도 중단됐다. 향후 한중 지방 간 협력을 실제 비즈니스 무대로 삼는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적으로 우리가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이게 과연 우리가 걱정할 일인가 싶다. 대표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전통적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과 중간재 같은 분야의 수입 의존도도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이 자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자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한국이 수출하는 분야다. 즉 한국이 공급을 안 하면 중국 내 생산이 멈출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국이 더 걱정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더 신경 쓸 부분은 높은 의존도가 아니라 한국이 중국에 더 많은 공급을 해서 중국 내 자체 공급망이 확충되고, 중국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돼 한국 제품이 경쟁우위를 상실하는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한중은 기술 차이에 의한 분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보면 우리가 중국에 대해 경제적 우위를 갖는 품목이 줄고, 열위로 변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최근은 2차 전지나 디스플레이 산업도 위협받고 있고,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다. 향후 30년은 경쟁에 의한 새로운 분업 구조를 찾아 나가야 한다. 중국과 차이 나는 분야와 차별화된 제품을 갖춰야 중국시장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젠 기술이나 품질과 같은 전통적 경쟁력만으론 힘들다. 서비스 면에서 차별화되고 소비자 위주인 프리미엄 제품들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 식품의 위생이나 안전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향후 30년은 이러한 변화들이 이뤄져야 한다.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얼마 전 한중 환경협력 30년 회고와 미래발전 전망이라는 간담회에서 한중 간 환경 협력을 한 여류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말로 정리한 바 있다. 한중 간 환경 협력이 많은 실적도 거뒀지만, 최근에는 실효성이나 책임 논란으로 점차 냉각되고 있다. 미래 3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환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 한중 혹은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문제를 이제는 동아시아 혹은 글로벌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협력의 주체를 민간과 전문가 수준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나 공공 부문에서의 협력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한중 양국 또는 동북아 지역의 환경 현안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을 위한 협력이나 글로벌 인류를 보호하는 협력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중이 미래 30년을 위해 탄소 중립을 향한 공동의 배를 띄워야 한다는 제안을 드린다.   윤경우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윤경우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장=중국의 패권 도전이라는 '중국 요인'은 모두가 알지만, 미국의 패권 유지 목표와 같은 '미국 요인'은 간과하는 것 같다. 한국의 정책적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많은 이가 삼성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면 마냥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제조공정 기술은 우리 기업 고유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게 미국 사회에 이식이 되면 사실상 우리의 장점을 빼앗기게 된다. 미국 진출을 하면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고 한국 내 일자리 감소는 물론 협력업체의 도산을 야기해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러한 미국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험난한 산을 넘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상호 간에 이해·인정·존중할 필요가 있고, 자기반성도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프레임을 내세우며 서로 편 가르기 하는 행태 때문에 상호 간 신뢰 향상과 축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뢰는 상호 간의 노력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배려와 인내가 상당히 필요하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변화는 늘 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이를 기회로 만들려면 당파적 정치적 이익 추구나 편 가르기 등을 지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유연한 실리외교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한중 수교 30년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양국 관계의 양적 발전을 넘어 한국과 중국 모두 상당한 국가 발전을 성취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1인당 GDP는 500달러에서 1만 달러를 넘었고, 한국도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가 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웃한 두 나라가 동시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케이스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중국을 국가로 보게 되면 중국 자체가 워낙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그 힘이 세지는 데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 간 1인당 GDP 차이는 결국 국민 1인의 역량에서 한국이 아직은 중국보다 더 큰 힘과 기회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발전은 국가 전체가 갖는 규모의 힘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 국가의 구성원이 어떤 역량과 기회를 가졌는지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 중국의 힘이 세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힘도 적극적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당당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다음으로는 대중전략에 대한 우려가 큰데, 현실적으로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일반론적인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안별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중국이 가진 리스크와 도전은 커지고 기회는 줄어들었다고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 여러 가지 협력 분야가 분명 존재한다. 지금은 일반론적인 대중정책 보다는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어떤 부분이 리스크이고 기회인지 유심히 검토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논의가 펼쳐져야 한다. 중국이나 외교 정책에 관한 논의가 정치화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생산적인 결론을 만들기 어렵다. 이런 논의를 할 기회가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김상선 기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30년간 한중의 경제 관계를 짧게 정리하면, 제조업 1위국과 제조업 5위국의 관계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이 제조업 1위로 올라서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고, 중국도 한국이 제조업 5위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렇게 상부상조하는 관계 속에서 제조업과 공급망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100년 전 열강들의 각축과 매우 유사하다. 제조업 1위국과5위국이 결국은 그 열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한미·한중·한일 등 관계를 두 열강 사이의 관계로 바라보고, 제조업 5위 국가라는 한국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봉섭 광운대 교수/ 전 주선양 총영사. 김상선 기자 ▶신봉섭 광운대대학원 국제지역과 초빙교수=한중 수교 6년 전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1986년 초 중국 경제체제개혁연구실의 브레인 6명과 감독관 1명을 극비리에 한국으로 초청해 울산 포항제철·구미 전자단지·창원 기계공단 등 그 당시 내로라하는 산업단지 시찰을 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새마을운동에 오히려 더 관심을 보였었다. 그리고 첨단산업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은 먹고사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많은 산업이 중국에 따라 잡혔다는 말을 들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많은 이가 한중 관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 전문가들만큼은 좀 더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쪽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2년간 중국에서의 현장 경험을 종합하면,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경제나 지표는 결코 중국의 전부가 아니다. 중국은 지방마다 경제 수준과 지표가 다르다. 2선, 3선 도시로 시야를 확대해서 보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 향후 30년에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장기적으로 민관이 함께 할 수 있는 민관 합동 경제·안보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는 민간이 자체적으로 교역과 현지 진출을 통해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 엔진을 살려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또 우리 전문가들은 집단지성의 힘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물론 향후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해야겠지만, 국가 이익과 정체성에 부합하는 선에서 경제적 실익을 나눌 수 있는 다자주의 공간을 모색하고 확대·발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김상선 기자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최근 미중 관계를 상수로 여기고, 변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올 4월 방미 대표단 일원으로 워싱턴을 다녀온 뒤, 8월에 한 번 더 미국을 방문했는데, 워싱턴 측의 기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기존 경제안보 측면에서의 대중정책은 동적인 '다이내믹 컨트롤'이었다. 즉 기술 발전에서 중국이 추격하더라도 어느 정도 미국이 앞서 나가면 규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격차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8월 초 방미 당시, 이제는 중국이 아예 첨단 기술에 접근하지 못 하게 하는 정적인 '스태틱 컨트롤'로 바뀌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홍규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홍규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미중 관계에서 중국이 거의 변한 게 없다는 평가가 있다. 공산당은 덜 변했을지 모르지만, 중국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정말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공포를 느꼈고, 그래서 지금의 시진핑 체제가 등장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포스트 시진핑 시대의 한중 협력은 생각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한국 정부는 좀 더 영리해져야 한다. 이제까지는 한국이 주로 중국에 투자를 많이 했다. 중국의 첨단 기업들은 왜 한국에 투자하지 않나. 한국 정부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많이 투자한다고 하면,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국 관련 학과 학생들도 늘어나고, 고용도 많이 늘어나 기업도 안정이 될 것이다. 한중 간 인문 교류는 사실 내용이 비어 있다. 한국학자들과 중국학자들이 진짜 내실 있는 인문 교류를 한다면 중국학자들이 변화할 것이다. 민주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 한국학자들이 중국학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 '캠퍼스아시아'는 한국 학생들과중국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학생들의 많은 변화를 보게 됐다. 한중 관계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양평섭 현대중국학회 회장. 김상선 기자 ▶양평섭 현대중국학회 회장=대중 적자라는 30년 만에 느끼는 충격 때문에 고민이 커지고 있는데, 여전히 답을 못 찾고 있다. 30년 동안 한중 간 경제 관계는 실로 좋았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이들도 다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변화된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고민이 우리 세대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들은 무슨 고민을 해야 할지 걱정할 정도로 나머지 관계가 모두 개선되길 바란다.   박경하 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 김상선 기자 ▶박경하 엠케이차이나컨설팅 대표=한중 수교 이후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정부도 이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 진출 기업들은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 시대도 정책도 시장도 변했다.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지면 결국 본국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물론 지혜로운 방식으로 여전히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결국 어떤 기업이든 출구전략은 필요하다. 특히 중국 사업에서는 출구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에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는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휴업 허가도 받기 어렵고, 청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매수자를 찾으면 그나마 지분 양도 방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어렵게 매도에 성공해도 지분 양도 대금을 한국에 가져오려면 또 복잡한 과정이 있다. 즉 지분 변경 등기가 완료되어야 외환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반출할 수 있다. 거래 과정에서 에스크로 계정을 꼭 만들어서 자금을 중국에 유치해 뒀다가 주인이 바뀌고 난 뒤에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분 변경을 완료한 뒤 자금 인출을 하려고 하면 중국의 지방 세무공무원들이 10%의 양도소득세를 징수한다. 하지만 한중 조세협정에는 분명 부동산 과다 법인(지분 50% 이상 점유)이 아닌 경우 중국에 징세권이 없다고 명시돼있다. 한국의 세무전문가들은 다 알지만, 기업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이 10% 세금을 중국에 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한국 국세청에서는 또 추징을 한다. 일반 세무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행사해 일단 기업 철수부터 하자는 식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책은 있는데, 집행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기업 경영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기업의 대중국 사업 실패를 정부가 막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남은 재산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가져올 수 있어야 다른 회사들도 다음에 또 투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 간의 협약은 실무에서도 잘 지켜져야 한다. 한중 양국 관계자들이 빈번한 교류를 통해 현장에 쓸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하고, 정책적 지도와 정책 실행 상황 모니터링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향후 30년 한중 관계가 더욱 건전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정환우 한중 무역통상 전문가. 김상선 기자 ▶정환우 한중 무역통상 전문가=최근 대중국 무역 흑자가 줄어들고 지난 3개월 동안은 심지어 무역 적자가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10여 년 전부터 한중 간에 새로운 무역 분업 구조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대중 무역 수지가 줄어드는 가장 근본적이 이유는 대중국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데, 그중 중간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는 중간재 중심의 대중국 수입 구조가 사실 한국에 상당히 중요한 특징임을 간과하기가 쉽다. 미국·독일·일본과 비교하면 이들 국가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소비재가 35~40%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의 소비재 수입 비중은 15~16%밖에 되지 않고, 중간재가 60%를 넘는다.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입이 증가하는 것이 한국의 무역수지 자체에는 걱정거리일 순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의 대세계 수출에는 더 이로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지난 10년 동안 2%p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대중 수입이 늘어나면, 또 그만큼 대세계 수출이 늘어나므로, 너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향후 이런 추세가 계속될 텐데, 대중국 수입품에 어떤 부가가치를 더해 국내 생산에 잘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수입품을 한국에서 가공해 미국이나 다른 나라 시장에 파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통상 분야의 마찰이나 갈등 요소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대중국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리스크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너무 걱정만 하기보다는 잘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한중 관계가 미중 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잘못하면 비이성적인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사실 미중 관계는 1부터 5까지 단계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는 미중 카르텔, 겉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둘이 한편이라는 뜻이다. 2단계는 공존 속의 경쟁, 3단계는 1970년대 데탕트 이후의 미소 냉전, 4단계는 1950~1960년대 미소 냉전, 5단계는 전쟁이다. 지금 판단하기에 현재 미중 관계는 1단계에서 2단계로 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을 이미 3~5단계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다음 30년을 위해서는 앞으로의 5년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5년간 탄소 중립·디지털 전환·코로나 19·미중 전략적 경쟁 등 대전환이라 불리는 여러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향후 5년도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 속 한중 관계의 미래를 잘 준비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찾아 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구조 고도화로 인해 일부 주력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단 이런 상황을 단순히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전환 시기에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으로 열릴 친환경 시장 또는 수소 산업, 디지털 전환 시대에 열릴 첨단산업 등 한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이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산업 분야에서의 한중 양국의 협력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최근 발표한 디지털 금융 분야 논문에서 중국의 인앱 결제의 특징과 한국의 구글 인앱 결제 강제화에 대해 연구했다. 결론적으로 구글이나 애플이 앱 마켓을 90% 장악하고 있어 한국은 이런 기업들에 꼼짝 못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로컬 앱 마켓 개척 등 구글과 애플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키우고 있다. 한중 미래 30년에는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또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하고 있는 부분에서 한중의 협력의 장 또는 기회를 찾는 것이 어떨까.   사회·문화, “역지사지와 자기성찰 절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마침 올해로 결혼 30주년을 맞았다. 과거 와이프와의 싸움을 돌이켜보면 정말 화가 날 때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렸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적당히 넘어갔던 것 같다. 한중 양국도 헤어질 수 없는 사이다. '헤어질 결심'을 하고 서로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리는 싸움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자의 『대학』에는 싫어하면서도 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고, 좋아하면서도 그의 약점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한중 관계는 딱 이러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 말씀대로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몽골·왜·청나라 등 동북아의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동아시아의 판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은 늘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위기가 닥치면 정의롭고 의로운 민족이라 항상 선비 정신으로 무장했었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상인의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하도형 국방대 부총장. 김상선 기자 ▶하도형 국방대 부총장=한중이 구동존이(求同存異)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서로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는 이유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향후 30년을 위해서는 지금의 어려운 국면을 잘 관리해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사료된다. 여기서 우리는 '지피지기'를 좀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지(知) 피지기(彼知己), 즉 상대방이 나를 아는 것을 안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중국도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아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고, 이에 대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 김상선 기자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우선 중국에 대한 인식과 문제를 다루는데 우리 지식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한중 관계에서 한국의 국가이익과 전략적 환경은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명확한 변화를 우리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한국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라는 주제에서 한중은 늘 불가분의 관계였다. 그리고 이 구조 자체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간의 변화를 기초로 지금의 국가 위상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한국의 국가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지식계는 우리의 변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중 관계를 미중 관계의 부속물로 간주해왔다. 현재 상황을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에 빗대 새로운 공포를 조장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중국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도 사실상 중국이 자신들의 위상 변화에 맞춰 전반적으로 국가 전략을 재구성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변화를 잘 이해해야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다. 사실 과거의 조공 관계는 역사적으로 다른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적 주변부 종속관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편면적 인식이 많다. 이때문에 한국에는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거나 중국의 변화를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들은 한중 관계에서 한국이 반성할 부분이다. 이제 중국의 변화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게 사활적 과제이고 이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 여기에 대한 학계의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지난 30년을 돌아보면 한국은 중국과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 그리고 이 30년은 한국 스스로가 변화해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향후 30년은 중국이 변하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 중국이 변화하기 어렵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중국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을 연구하는 미국 학계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은 멈췄다'고들 한다. 또 더 타임스 같은 언론에서는 '중국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중국이 변화에 적응하고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는 이때, 한국은 우리 국익에 맞게 중국이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한중 관계 30년이 지났다. 우리는 그동안 전통 중국과 현대 중국을 헷갈렸던 것 같다. 현재 한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대는 수교한 지 30년 된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특히 제도와 가치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그동안은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부터는 '중국에게 우리는 무엇인가'를 고찰해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중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한중 관계에서 너무 조바심내고 정상화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할 말은 하면서 싸울 때는 싸우고 또 그렇게 새로운 기준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식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각자 노력한다면 한중 관계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한중이 싸워가며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또 너무 많이 싸우면 안 된다. 부모끼리 너무 많이 싸우면 자식들도 잘 못 지낸다. '삼십이립'으로 이제 두 발로 서기까지 한중 양국은 서로 의지하면서 다툼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악한 감정이 좋은 감정을 초월한 게 문제다. 우리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덜 싸우고 잘 지내야 한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최근 겪은 경험을 토대로 혐중·반중 현상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얼마 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한중 미담 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한국 측 응모자에 대해 심사를 맡았는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많다. 중국 현지 의사들 도움으로 첫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한국 산모 이야기, 코로나 봉쇄로 식료품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이웃의 도움을 받았던 교민 이야기, 상하이 지하철에서 저혈압으로 실신 후 중국 시민의 차로 응급실에 옮겨져 위기를 넘긴 유학생 이야기 등 많은 미담이 발굴됐다. 요즘은 온라인 시대이고 SNS 시대이니, 이런 미담 사례를 카드뉴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이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인터넷에 악플이 심각해졌을 때, 선플 달기 운동을한 적도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반중 정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상선 기자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의 부상에 따른 양국 국력의 비대칭성, 미중 전략 경쟁관계의 심화에 따른 한중 관계의 종속화, 북한 문제 등 미래의 한중 관계를 규정할 여러 요소가 있지만,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청년 세대의 반중·반한 정서라고 생각된다. 현재 양국 청년 세대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어느 세대보다도 높다는 사실은 공통된 특징인데, 다만 약간의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 청년들의 반중 정서가 더 심각한데, 자신들의 스탠더드에 중국이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라 사료된다. 대학교의 중국어 전공자나 기업 혹은 외교부 내 중국 전문가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 대한 중국 청년들의 반감이 다른 세대보다 크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대한 반감과 비교했을 때는 한국에 대해 상대적인 호감도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학위 과정을 하는 중국 유학생 수는 사드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작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론 불법적으로 이용 중이기는 하나,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 내 수요나 호감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나 한국 관련 전공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현재 한국 청년들의 절대적인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나름대로 존재하는 중국 청년들의 상대적 호감도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가 우리에게 가장 큰 과제이다. 사실 한중 양국 간 부정적 인식과 감정이 뉴미디어의 왜곡된 정보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간 중단됐던 오프라인 교류의 재개를 준비하고 또 체계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향후 영리더스포럼이나 아시아판 잘츠부르크 세미나 등 문화 중점 프로젝트 등을 통해 오프라인 교류를 체계화하면 청년들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인문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향후 30년간 한중 관계에서 가장 큰 갈등요소는 아마 지식체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현재 중국은 부강과 부상을 넘어서 문명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고, 자신들의 담론·지식·학술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이러한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상당한 성과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은 경제·패권에 관한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런 학술적인 부분은 홀시 한 측면이 있다. 갈수록 한중 간 개념과 용어, 학술과 담론의 차이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오늘 미중 관계 속 한국의 포지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 것 같다.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년 전쯤 중국 학자 두 분과 명·청 교체기의 조선과 비슷하게 지금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당시 중국에서 오신 두 학자분이 동시에 '중국도 미국을 선택할 텐데, 한국은 당연히 미국을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대답해 상당히 놀랐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이렇다. 얼마 전 중국 측과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대부분의 중국학자는 한국과 중국이 하나의 '공동체'라고 했고, 한국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1년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안한 뒤, 19차 당 대회에서 이를 문건에 적용해 중국의 대표적인 대외전략으로 만들었다. 당시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시진핑 주석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안했으니 사드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사실상 '인류운명공동체'는 '천하(天下)' 질서와 마르크스 사상이 결합한 이념이고, 중국은 이를 세계에 전파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한국이 얼마나 중국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고, 또 여기에 무감각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중국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     오태석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겸 한국동아시아과학철학회 회장. 김상선 기자 ▶오태석 동국대 명예교수/한국동아시아과학철학회 회장=지경학·지정학적으로는 한중 관계에서 우려할 점이 많지만, 문화적인 측면은 사실 좀 다르다.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 공유도가 상당히 높다. 공유하는 부분을 기초로 앞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그것이 큰 힘이 되어 갈등 요소를 함께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40년 동안 전반 20년은 중국 문학 비평을 공부했고, 후반 20년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현대물리학으로 중국 고전 사상에 담긴 주역, 노장, 불교를 재해석하는 일을 해왔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웠으나 이러한 것들을 한데 묶어 연구하다 보니 새로운 것들이 창출되는 것을 느꼈다. 그런 면에서 중국과 한국이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을 기초로 미래 먹거리인 과학 분야와 접합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 기반 과학과의 협업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학문 기관, 연구소를 만들었으면 한다. 가칭은 '인문과학연구원' 또는 '인문융합원'이다. 현재 과학기술 융합 연구소는 많다. 이제는 인문 기반 과학과의 융합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고, 한국과 중국에 각각 이런 연구소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교류를 하는 것도 놀라운 발전과 협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가림 호서대 혁신융합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전가림 호서대 혁신융합학부 교수=최근 한중 외교부 장관이 중국 칭다오에서 만나 모두 공자의 『논어』를 언급했다. 중국은 「위정(為政)」편 한국은 「자로(子路)」편을 각각 인용했기에 그 의미와 의도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논어에는 항상 대칭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라는 구절에서 우리가 화이부동을 언급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물론 이와 관련해 좀 더 논리적이고 세밀한 논의와 연구가 필수적이다. 첫째, '화이부동'이 정확히 어떤 맥락을 가졌는지 파악해야 이를 토대로 중국과 공존·공영 그리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둘째, 중국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1년에 한 번이라도 한중 관계나 중국 공산당·경제·사회·무역 등 각종 분야에 대해 정리해 책으로 만드는 등 연구를 지속했으면 한다. 셋째, 여기 모인 전문가들이 홍콩 포함 중국 내 9개 공관의 조사역으로서 중국을 제대로 연구할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김상선 기자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오는 11월에 '한중 MZ세대의 세계인식과 상호인식'을 주제로 한중 교류를 준비 중이다. MZ세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 계획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반중·반한 정서를 들여다보면 달라진 국가 위상에 맞춰 서로에게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10년에서 30년은 한중이 서로를 다르게 인식하고 또 자기인식을 새롭게 하는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는 새로운 발상과 질문이 필요하다. 최근 비교적 관심 있는 부분은 중국 학계의 '마이너리티(소수자)'다. 즉 중국 내 좌파적 자유주의자, 사민주의자들이다. 일본은 이런 중국의 비주류 소수 학자들을 초청해 학술회의도 하고 책도 발간했다. 반면 한국은 한 번도 이들과 학술회의를 한 적이 없다. 그 원인은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한국과 일본 학계 간에 상당한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류·비주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학파의 학자들과 평등한 입장에서 논의하는 순간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한국과 중국 청년 세대는 깊은 갈등에 빠진 것 같다. 특히 SNS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채널 등 온라인에서의 갈등은 물론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표현들이 오가기도 한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개막식 한복 문제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논란이 됐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한중 청소년 또는 청년 세대가 게임이나 트위터 같은 온라인 서브 컬쳐에서 벌여온 논쟁이 그 발원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국 청년들이 자국 내에서 처한 상황은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사실 매우 유사하다. 한국에서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헬조선’, ‘N포세대’, ‘노오오오력’, ‘금수저, 흙수저’ 등의 담론은 경쟁 과잉과 청년 실업, 불평등, 세습자본주의로 희망이 없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상(丧)문화’, ‘내권(內捲)’, ‘얼다이(二代)’, ‘996’ 등의 유행어는 한국의 청년 담론과 거의 유사하다. 그렇기에 양국의 청년 세대는 이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 간의 편견과 반목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이미 기후위기나 에너지 위기, 인종주의, 불평등, 혐오와 차별 등의 의제는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다른 세대보다도 더 긴 미래를 살아내야 하는 지금의 청년 세대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런 면에서 양국 청년 세대의 상호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오프라인에서의 실제 교류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수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김민수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젊은 세대들의 반중 감정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젊은 학생들이 중국 관련 전공을 기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공부의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를 가만히 보면 '그냥 중국이 싫다'이다. 물론 언론이나 사회망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많이들 지적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 같다. 우리는 향후 협력이나 경쟁의 대상으로서 중국을 피할 수 없는 국가다. 그런데도 중국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 더 커진다면 미래에 우리는 중국을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중국 문제를 논의할 때, 그다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에 대한 담론을 더 키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학제 간 연구, 산관학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들을 주셨다. 최근 경제·안보가 이슈다 보니 정치학자들은 경제와 반도체 공부를 하고, 경제학자들은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 문제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일 학문적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연구와 정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성과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교 정책도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중국 경제가 고꾸라진다', '중국은 이제 끝났다' 등 자극적인 언사보다는 '무역 다변화를 해야 한다', '무역 거점을 확장해야 한다' 등 좋은 표현들이 많다. 굳이 특정 국가를 콕 집어 말하면 불필요한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략도 좀 더 신중하고 정교하게 들뜨지 않도록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늘 참석한 전문가 여러분들이 이러한 정책·학문 연구와 학제간 또는 산관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김현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원장. 김상선 기자 ▶김현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원장=세 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 번째는 인문정신과 소통이다. 양국의 교류는 세월의 흐름에 편승한 역사의 관점이나 정치적 판단보다는 오랫동안 지녀온 인문정신적 유대가 더 큰 작용을 해왔다. 최근 정서적으로 갈라진 틈과 가치관의 차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며, 교류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매개체 역시 소통이다. 반중·반한 정서는 '정부=국민'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속에서 생겨나고 또 증폭되고 있다. 미래 양국의 생산 주역이 될 청소년들의 우호 정서를 굳건히 하고 돈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동화와 공유다. 미래지향적 관점과 충실한 관계의 파급력이 양국의 소프트파워 능력을 높인다. 교류를 통한 공유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이것이 바로 서로가 인류 교류 공동체 또는 인류 문명 세계권에 동화되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탈 경계와 교차다. 중국인과 한국인은 서로 달라서 마주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계 짓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차를 통해 무언가 마주 보고 공통점을 찾는 것이 바로 미래의 과제이다. 지금은 한 국가의 문화가 그 나라의 고유한 소유물이 아닌 그 외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고 공유하는 '탈 경계'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아직 잘 모르니 앞으로 잘 알아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갈라치기를 하기 보다는 다름을 인식하고 두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위가 분명한 처지에서 너와 나를 가리지 않는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한중 양국의 멋진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김상선 기자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지금을 '탈진실의 시대'라고들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다른 것에 대한 혐오와 배타성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한중 양국 간에도 이런 면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이외에 정당·지자체·기업·시민사회·언론·대학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다층적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방안으로는 양국 간에 민간 차원의 상호 혐오 및 배타성 극복을 위한 한중 공동 기구 설립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중 공동 신문·방송국·대학·연구소 등 설립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방안은 한중 청년 세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열어주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김상선 기자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첫째, 양국 국민은 상대 국가에 나타나는 현상을 고정된 것으로만 보지 말고 그 변화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소분홍 세대와 애국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언론 보도가 많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청년 세대만 봐도 때로는 매우 민족주의적이고 때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또 어떤 때는 진보적이다가도 보수적일 때도 있다. 이는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근저에 깔린 어떤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을 대할 때, 마치 상대의 말이나 행동, 현상이 고정되어 있다고 여기고 그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둘째, 정부가 주도하는 교류는 한계가 크다는 점이 점점 드러나고 있으므로 교류는 민간에 더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그간 정부가 주도했던 교류들이 한중 관계의 질적인 도약을 가져왔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고, 양국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힘을 발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교류의 주체가 되면, 정치적 갈등이 생겼을 때 통로가 막힐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청소년들을 초청해 한국 청소년들과 함께 만화나 사진을 배우게 하고, 양국 청소년들이 어떤 이해관계나 우열에 상관없이 평화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우정을 쌓았던 경험도 있다. 또 한국에서 발굴한 자료를 중국에 가져가 현지 연구진들과 함께 국경지대나 농촌으로 조사를 나간 적도 있다. 양국 청년들에게 이러한 경험들이 계속 축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직접 주최를 해야만 실적이 되는 그런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바꾸고, 민간이 더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에서는 한국인과 중국인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생각이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같은 국민끼리도 서로 화해가 불가능할 만큼 생각이 다른 것을 당연하다 여긴다. 그런데 다른 나라, 다른 사회인 중국을 하나의 뭉텅이로 보고, 그 국민을 하나의 목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한중 양국 모두 상대방 정부와 일치하는 국민의 목소리만 서로 보고 듣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는 한중 양국 청년이나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만나 국경을 가로지르는 공감대를 형성한 사례가 많다. 중국인들과 만날 때, 단순히 국민이라는 하나의 신분으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분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보다 다채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우리 전문가들이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   이동철 용인대 중국어학과 교수. 김상선 기자 ▶이동철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한중, 동아시아, 글로벌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말씀드리겠다. 첫째, 한중 관계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해를 확장하고,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한중 교류사를 살펴보면 그간 사람들은 한국 문화가 중국의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한국이 중국에 영향을 준 부분도 상당히 많다. 한의학의 중요한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추」는 중국에서 소실돼 고려 시대 때 다시 송나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동의보감의 경우는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이 인쇄됐다. 현대에 와서는 한류가 그러하다. 한류라는 개별적 현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문화산업 정책과 제도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정책을 많이 따라 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중국 사회과학원에서는 문학을 연구한다. 이는 중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과학'과 한국인들의 인식 속 '사회과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 김치 파동에서도 중국이 말하는 '파오차이'와 우리의 김치는 서로 다르다. 같은 용어를 쓰고 같은 대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내용에서 다른 것들이 많다. 이러한 차이를 서로 정리하면서 오해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동아시아 차원에서 한국의 역할이다. 18세기 이후, 200~300년 사이 동아시아 세계는 점차 분열됐다. 이제 이를 어떻게 복구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한국이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다. 일본은 과거 패권 국가로 군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1900년대부터 '라틴어 대사전'이라는 방대한 사전을 편찬해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동아시아 한자어 사전' 같은 것을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디아스포라 연구에서도 한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중국 동북지역에 조선족이 있고, 일본에는 자이니치가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는 이런 무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위를 가진 부분을 어떻게 더 선도적으로 연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차원에서의 기회이다. 분야마다 순위는 좀 다르겠지만, 전 세계 언어 중 대중문화에서 한국어의 영향력은 3위다. 한류는 단순한 영향력 차원을 넘어 자국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낸 경험과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밖에도 중국 연구 분야에서 과거에는 홍콩이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점이었는데, 지금은 홍콩에 언론의 자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한국이 중국 연구의 글로벌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연구는 단순히 지역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혹은 문명 같은 보편적 모델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중국 연구는 한국의 국가전략, 문화전략에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첫째는 언론의 책임이다. 언론이 책임감을 갖고 SNS 같은 사적 영역의 내용을 공공의 영역으로 옮기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는 공공외교의 강화다. 결혼 이민자, 유학생, 노동 이민자 등 한국에 이미 와서 생활하는 분들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 재한 중국인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유념해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 김상선 기자 ▶표나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지난해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 이후, 한중 간 교류 협력 프로그램은 대략 160개가 진행 중이다. 내용은 전통문화와 한중 외교사 두 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문화적 유사성을 강조하는 것이 양국 간 우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제는 바둑이나 젓가락, 박지원과 최치원 등 동아시아 전통문화 콘텐트에 대한 집착을 지양했으면 한다. 현대적인 이슈, 아시아 외 지역에서 발원한 문화라 할지라도 현재 한국과 중국의 일반 대중들이 관심 갖는 분야라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됐던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을 보면서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郎朗)이 생각났다. 그 역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중 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문화 교류를 할 때, 이제는 전통문화를 넘어서 이 두 스타 연주자의 협연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접근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중 간 역사 문화 교류는 깊게 들어가면 결국 문화 종주권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너무 많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한국이 과거 중화 중심 체제 속 동아시아 국가였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래서 중국이 항상 모든 것을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동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에 갖는 편견일 수도 있다. 해외에 있는 비아시아인들은 아시아의 고급문화를 생각할 때 보통 일본을 떠올린다. 대중문화 부분에서는 K-POP 같은 한국의 문화를 떠올린다. 최근 문화 쪽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 문화 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표절이나 지재권 문제 등으로 한국 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제도적 차원에서 경쟁을 도와야 한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면서 대만과 단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물론 단교 이후 나름대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대만도 체면이나 명분을 상당히 중시하는 중화권 사회다. 앞으로는 우리가 대만과의 관계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야 관리를 좀 더 체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2022.08.31 01:00

  • [한중비전포럼] “위기보다 기회 모색할 때 해법 찾을 수 있어”

    [한중비전포럼] “위기보다 기회 모색할 때 해법 찾을 수 있어”

     ━  수교 30년, 기로에 선 한중 관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체제와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손을 잡은 지 한 세대가 흐른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한중 양자 차원의 마찰 외에도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 잠복해있던 여러 도전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한중 관계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 30년’을 위해선 어떤 지혜가 필요한가. 한중비전포럼(위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은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외교 및 중국 전문가 60여 명을 초청해 ‘한중, 다음 30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고 한중 관계 미래 30년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신정승 위원장 ▶신정승(발제)=윤석열 정부는 상호존중을 기초로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향후 한중 관계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도전적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은 전략적 사안과 관련해 한국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한중 간 교역구조가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중 국민 간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  「 연내 한중 외교장관 셔틀외교 시작 미·중 포괄 연구 ‘중국연구소’ 필요 근거 없는 낙관 버리고 문제 직시해 한중 넘는 아시아 가치 함께 찾아야 」  박진 외교부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기조연설)=한중이 수교한 1992년은 격동의 시대였다. 정치적으론 진영 대립이 종식되고, 경제적으론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었다. 30년 뒤인 오늘, 우리는 또다시 국제질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탈냉전 후 30여년간 지속한 평화와 번영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중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자유와 평화·번영을 위해 상생 협력해야 하며 미래 발전 방향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한중은 앞으로 정치와 경제, 문화, 인적 교류에서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다. 우선 연내에 한중 외교장관 간 셔틀외교를 시작하려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의 실현을 위해 중국과도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다. 또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하고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소통을 강화할 것이며 양국 젊은 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문화 콘텐트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중한 양국은 수교 당시 ‘상호 존중과 신뢰’, ‘평화 수호’, ‘호혜와 상생’, ‘대대로 이어져 온 우호’라는 네 가지 초심을 마음에 품고 지금까지의 길을 걸어왔다. 중한은 서로 다른 제도와 이념을 가진 국가 간의 교류와 협력에서 모범을 세웠다. 그리고 이제 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역사적 시점에 서 있다. 양국이 네 가지 초심을 되새기며 이를 늘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우호를 계승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   24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한중 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한중 관계가 “천하는 늘 태평하지 않다”는 말처럼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위기보다 기회를 모색할 때 한중 간의 어려운 문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란 뜻의 ‘정능량(正能量)’을 믿고 싶다. 비관론자는 부정적인 문제만 들춰내며 낙담하지만, 낙관론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의 창을 연다. 동양의 선비들이 기개의 상징으로 간주한 대나무가 높고 곧게 자라는 건 단계마다 마디를 다지면서 위로 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중국인과 맺은 성공의 기억과 경험은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 발전이 그저 허업(虛業)만은 아니란 걸 확신시켜 준다. “상대에 동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대 변화에 끌려갈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을 함께 개척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고 참고하되 미래를 향해 그 길을 터줘야 한다. 이게 한중 관계의 다음 30년을 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라고 믿고 싶다.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한중 관계를 다룬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상호존중이다. 역설적으로 상호존중이 제대로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했는데, 일시적인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양국 간 교역구조가 바뀌는 상황이라면 대비해야 한다. 이제 경제와 안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경제와 안보를 함께 아우르는 대(對)중국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각 분야를 나눠 연구하는 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해 중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중국연구소’를 설립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앞으로 30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중 간 이해관계 구조가 대립과 갈등·충돌과 같은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게 현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한중 관계를 관리해 나가느냐가 문제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면서 주변국의 정책을 자신의 이익에 맞게 강압적으로 바꾸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국제정치의 본질이다. 한국은 중국에 과잉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망을 재편하는 게 필요하다. 또 중국 경제의 사활을 좌우할 수 있는 기술과 품목의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계속 개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산하 한중비전포럼(위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은 지난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외교 및 중국 전문가 60여 명을 초청해 ‘한중, 다음 30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한중 관계 미래 30년의 발전 방향을 놓고 4시간 반에 걸친 대토론이 벌어졌다. 앞줄 왼쪽부터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신정승 위원장,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홍석현 이사장, 박진 외교부 장관, 천영우 전 외교안보 수석, 이준규 한국외교협회 회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김상선 기자   ▶이준규 한국 외교협회장=중국의 태도가 수교 당시보다 고압적으로 변한 건 우리의 대중 외교가 유화 일변도였다는 데서 기인하는 바 크다.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인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도는 인구 14억으로 조만간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고, 경제 규모도 세계 5~6위 수준이며 현재 7~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인도와의 관계 강화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든든한 우군 확보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인도를 검토해볼 만하다.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한중 관계가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중 관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당면한 도전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을 버려야 한다.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진지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지난 30년을 성찰하며 교훈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어느 기준과 좌표에 서서 정책을 운용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을 운용하다 보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아울러 부상하는 중국이 한국의 존엄과 주권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세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문화 협력이다. 한중 간 문화 협력이 문화 교류를 넘어 아시아의 문화 가치를 공동으로 창조하는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두 번째는 청년들의 소통과 교류, 협력이다. 한중 청년들이 민족주의와 애국심으로 가득한 자국의 국경에서 벗어나 아시아라는 미래 가치를 함께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한중 협력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둔 분야에서 한중이 글로벌 리더십을 공동으로 발휘할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박명림 한반도포럼 위원장=한중 수교 당시 노태우 집권 여당은 항상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상 과정을 상의했다. 국익을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진보정권, 보수정권을 넘어 여야 합의가 5년, 10년 계속된다면 중국도 한국 의견을 따라올 것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선진 민주국가, 선진 시장경제국가, 선진 인권국가로서 중국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전홍택 한반도경제포럼 위원장=앞으로 30년이 지나도 한중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동아시아 경제협력이 심화해 상호의존이 커져야 한다.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가 처음 통합을 꿈꾼 시기는 프랑스 전쟁 중이었다. 현재는 불가능할 것 같은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30년 후엔 결실을 맺어 동아시아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국내 중국 전문가 53인의 한중 관계 ‘다음 30년’에 대한 토론은 오는 31일 소개됩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2.08.22 01:30

  • 경쟁과 협력의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으로 중국 상대하라”[BOOK]

    경쟁과 협력의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으로 중국 상대하라”[BOOK]

      『서른 즈음의 한중, 어떻게 설 것인가』 표지 서른 즈음의 한중, 어떻게 설 것인가   한중비전포럼 편 늘품플러스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을 결합한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이 뜬다. 시장의 파이를 키워 이익을 공유한다는, 주류 경영학에서 요즘 떠오르는 주제다. 해외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과 중국 기업도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UBS는 지난 3월 중국 합작사 지분을 67%로 높였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올 4월 지분을 90%로 늘였다. 성장하는 중국 금융 시장에서 코피티션 전략으로 파이부터 키우겠다는 ‘적과의 동침’ 경영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형 IT 기업 역시 최종 제품은 경쟁하지만 부품 공급망은 협력 관계를 맺어 이익을 최대화한다. 샤오미폰의 카메라 모듈·메모리 등을 한국이 공급하는 식이다.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 소장은 미래 30년 한중 경제 패러다임으로 코피티션을 제시한다. 미개척 시장이 여전한 중국에서는 제3국 기업과도 경쟁 아닌 협력을 우선하라고 조언한다. 중국 시장 척후로 30년을 활약한 박한진 소장은 중국을 상대할 때는 제로섬 아닌 포지티브 방식으로 게임을 주도하라고 권한다.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9월 중국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이 공식만찬에서 양상쿤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를 하는 모습[중앙포토] 코로나19가 막 창궐하던 2020년 봄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한중비전포럼이 출범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바닥을 치던 양국 관계 해법을 민간에서 모으자는 취지로 각계 중국 전문가들이 모였다. 15차례 만났다. 코피티션 전략을 비롯한 포럼의 집단 지성이 새로 출간된 이 책 『서른 즈음의 한중, 어떻게 설 것인가』에 담겨 독자를 찾는다. 서른이 되면 스스로 발 딛고 서라던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에 대한 한국의 대답이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서문에서 “한중 수교가 탈냉전이라는 순풍을 타고 돛을 올렸다면, 30년이 지난 지금은 냉전의 부활을 걱정하게 됐다”며 “위기보다 기회를 모색할 때 한중 간 어려운 문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동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과거를 기억하고 참고하되 미래를 향해 그 길을 터주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를 강조했다. 한중은 어떻게 설 것인가라는 화두의 답이다.   이 책에는 각계 한·중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이 좌담회로 혜안을 보탰다. 포럼 위원장을 맡은 신정승 전 주중대사를 비롯해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박한진 소장,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 김진호 단국대 정외과 교수가 필자로 참여했다.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외무장관과 첸지첸 중국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역사적인 한중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총론을 집필한 신정승 전 대사는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불가피하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사안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선택은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에 바탕을 두되 사안별로 결정하며, 국내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단 결정된 사안은 일관성을 갖고 의연하게 밀고 나갈 것”을 강조했다. 분열은 안 된다는 고언이다.   북핵, 경협, 미래산업, 국민감정, 해상 경계선, 환경협력, 대중외교까지 이 책의 각론에는 정책이 풍성하다. 북핵을 살핀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조급함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중국은 전술핵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려는 북한을 저지하기보다 북한과 전략적 협력관계의 범위 설정 및 활용을 놓고 고민할 것”이라 전망하고 “한국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어 “한반도 현안에서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부분과 가능하지 않은 부분을 냉정하게 가려내고 가능한 부분에서 성과를 이루기 위해 정책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다수의 한국 국민이 지지하는 가치·정체성·국익을 정의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정책이 전제다.   1992년 9월 중국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이 장쩌민 중국 공산당총서기와 요담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 책은 정반합의 결론을 도출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갈등은 가급적 문제 삼지 말고 서로 이익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가 수명을 다했다”며 “중국에게는 ‘잘만 구슬리면 미국 품에서 나와 중국 쪽으로 올 수도 있겠다’는 잘못된 기대를, 한국에게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에 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홍 이사장이 제시한 ‘화이부동’이다.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굳이 꺼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필요가 있냐고 과거 생각한 게 구동존이적 사고였다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는 게 화이부동이라는 것이 원로의 조언이다. 탈냉전 시대엔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공존과 공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책이 풀어낸 수교 30년은 찰나(刹那)다. 위기를 헤쳐온 수 천 년 두 나라 선조의 지혜가 있어서다. 서른에 티격태격하면 어때, 한국 시청자도 즐겼던 2020년작 중국 드라마가 공자를 살짝 비틀었듯 “겨우 서른(三十而已·삼십이이)”인데.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2022.08.19 14:00

  • [한중비전포럼] 한중 ‘다음 30년’은 체제와 이념 차이 분명히 하는 ‘화이부동’ 시대 열어야

    [한중비전포럼] 한중 ‘다음 30년’은 체제와 이념 차이 분명히 하는 ‘화이부동’ 시대 열어야

    한중이 오는 2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외무장관(앞줄 왼쪽)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교환한 뒤 악수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30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세월인 만큼 한중 관계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때로는 협력을 다짐하고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중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최근 상황은 낙관만 할 수는 없을 정도로 도전의 요인이 많아졌다. 지난 30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다음 30년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한중비전포럼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의 사회로 지난 7월 말 국내 최고 권위의 중국 전문가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전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한중비전포럼이 개최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좌담회가 지난달 말 서울 중구 HSBC빌딩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경록 기자 ▶이하경=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1992년의 한중 수교도 국내외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했기에 성사가 됐습니다. 국제적으론 탈냉전의 시대를 맞았고, 한중 양국 간에는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 모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로 북방외교를 완성시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하고 미지의 거대 시장 중국을 개척하려 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볼 때 경제 분야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외교안보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 정세는 북핵 고도화로 인해 여전히 긴장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중 수교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30년 한중 관계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구동존이(求同存異)가 수명을 다했다”며 이제는 “중국과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서진영=한중 수교 30년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 전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드 이전은 한중관계의 황금기로 경제는 물론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수천 년 한중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밀월기로 그런 시대가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한중관계의 봄날은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드 이후 한중관계는 좋게 말하면 조정기, 나쁘게 말하면 시련기입니다. 외교안보와 군사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한중은 만만치 않은 갈등에 직면해 있습니다. 왜 사드 사태가 한중관계를 양분하는 기준이 되는가.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측면을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전략 환경의 변화입니다. 과거 탈냉전과 세계화의 시대에서 이젠 미·중 패권경쟁이 노골화되는 ‘세력 전이(power shift)’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한중 양국의 전략 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력의 변화입니다. 중국의 강대국화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과 한국에 대한 정책이 변화하고 있고, 한국 역시 강대국 중국에 대한 정책이 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민족주의 정서의 분출입니다. 한중 모두 국운 상승기를 맞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정서가 확산하면서 양국 간 갈등과 마찰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한중관계가 미래 30년에도 순항하기 위해선 이 세 가지 차원에서의 대응이 절실합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은 중국에 주권평등과 상호존중, 호혜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평등한 관계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윤영관=한중관계엔 명(明)과 암(暗)이 존재하는데 지금 상황은 수교 초기의 희망 섞인 기대, 즉 ‘명’의 부분이 차츰 약해지고 어두운 ‘암’의 측면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중관계가 어떤 분기점에 도달한 느낌입니다. 지난 30년을 보면 한중관계에서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적 상호의존은 커졌는데 정치적 협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불균형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의 국력이 급속하게 신장되며 한중 간 위상 차이가 계속 확대되어 온 결과 두 나라 간 국력의 비대칭성이 심화됐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기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지만, 이 ‘전략적 협력’이란 게 실질적으론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문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막고 비핵화 달성을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지만, 중국은 미·중대결구도를 의식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기에 북한을 감싸는 것과 같은 행보가 보입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중국이 한국을 쉽게 보지 않게 새로운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새로운 한중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에겐 중국을 적대하면 안 된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위성락=현재 한중관계는 시련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형상 양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인적교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질적으로 볼 때 많은 성과가 있었다거나 바람직했다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이르게 된 배경엔 지난 30년간 한중 양국의 접근 자체가 달랐다는 사실이 자리합니다. 무역이 언제나 한국에 흑자였고 교류자체가 우리에게 이득이었기에 우리는 한중관계에서 무엇을 겨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문제의식이 부족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주변의 역학관계를 자국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분명한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은 한국을 미국이라는 동맹으로부터 자기 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30년을 지나다 보니 어느새 중국은 ‘갑’이 되고 한국은 ‘을’이 되는 이상한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한국을 점점 더 손쉽게 생각하게 되었고, 한국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가 ‘뉴노멀(new normal)이 된 결과 마침내 사드 사태까지 터지게 됐다고 여겨집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은 “한중 청년 세대의 갈등 해소를 위해 한중을 넘어선 아시아를 키워드로 문화적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이하경=2018년부터 불거진 미·중무역전쟁과 올해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겪으며 세계가 다시 양대 진영으로 재편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탈냉전이 한중수교의 바탕이 됐는데 이제 다시 신냉전이 도래한다면 한중관계의 후퇴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30년으로 나아가려 할 때 한중 앞엔 과연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한중이 현재 직면한 도전은 지난 30년 세월의 결과물로서, 우리로선 외교안보와 경제산업을 하나로 묶은 협의체 성격의 상시적 민관합동 비상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윤영관=한중은 근본적으로 아주 심각한 세 가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항상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한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중국은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려 줄곧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중 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의 유산”이라고 말한 건 이러한 중국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외교의 기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딜레마입니다. 두 번째 구조적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입니다. 중국은 현재 패권경쟁 차원에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세 번째 도전은 중국이 기본적으로 지역패권을 다지면서 아시아에서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중화질서를 부활시키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수평적인 서구 국제질서와 주권평등을 강조하는 질서에 익숙해 있고 이를 당연시합니다. 양국의 시각이 부닥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위성락=한중관계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은 사상 최악인 미·중관계라고 생각됩니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말합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가치외교를 강조하고 있어 그게 주는 간접적인 메시지는 읽을 수 있습니다. 한중관계가 이전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는 이번 정권의 문제의식이 축약된 키워드가 바로 ‘상호존중’입니다. 사실 ‘상호존중’은 과거 진보 진영에서 대미 관계와 관련해 쓰고 싶어 했던 말입니다. 한데 지금은 보수 진영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배경엔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지요. 중국 지도부로선 이를 예사로운 도전으로 볼 리가 없겠지요. 중국도 나름대로 상당한 정책적 고심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자칫 한국에 대한 강경 대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하경=향후 양국관계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군요. 그렇다면 미·중 갈등의 심화가 초래하는 도전이 더 큰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한국을 과거와 같은 수직적 체계의 패러다임으로 붙들어 두려는 한중 양자 차원의 문제가 더 큰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진영=두 가지 측면이 다 크고 또 중요합니다. 미·중 마찰은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입니다. 미·중 간에도 상당한 인식 차이가 존재합니다. 미국은 아직도 급성장한 중국을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공포인 일종의 ‘중국 공포증’이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미·중 마찰을 과도하게 과장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선 국력이 신장한 만큼 자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 욕구 자체는 정상적이겠지만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고취하고, 자국의 힘을 과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청년세대에서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이 보입니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은 과거 미국과 소련 같은 냉전적 대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토릭 면에서는 신냉전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대로, 또 중국은 중국대로 현실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 결국은 대결로만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중은 협력과 경쟁, 그리고 대결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복잡한 관계로 가게 됩니다. 정면 대결은 상당 기간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를 던집니다. 한중관계나 한미관계에서 우리의 정책적인 스펙트럼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오늘 당장의 한미, 한중, 미·중 관계만 보면 안 될 것입니다. 냉전시대와 같은 양자택일이나 흑백논리로 접근했다간 자칫 우리만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하경=미·중 갈등 심화는 사실 한국 외교가 직면한 큰 시련입니다. 두 나라 모두 우리에겐 너무 중요하기에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는 너무나 미묘한 문제입니다. ▶위성락=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는 새로운 국제적인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이 단합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그 상대 진영에 서는 이 구조에서 한국이 선택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은 결국 미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이 결정할 수 있는 건 미국과 어느 정도로 가까워질 건지, 중국과는 어느 정도로 떨어질 것인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국 쪽으로 가까워지되 중국과 너무 멀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이 잡아당긴다고 훅 가고, 중국이 당긴다고 훅 쏠리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제일 나쁩니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외교의 일체성, 일관성, 지속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을러대면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를 미·중에 심어준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사드 사태가 그런 사례입니다. 한국이 처음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안보적 이해가 있기 때문에 사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미·중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우리로선 동맹인 미국으로 경사되더라도 중국과 그리 멀지 않은 좌표와 정향점을 갖고 대처해야만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외교가 우왕좌왕하면 끝없이 휘둘리고 압력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서진영=일반적으로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대응하는 방책으로는 편승과 세력균형, 헤징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미·중 경쟁에서 조건부 편승을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칙적으로 미국에 편승하면서 전면적, 일방적 편승이 아닌 조건부 편승 입장을 견지하는 게 좋습니다. 즉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견지하면서도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는 입장을 택해야 합니다. ▶이하경=한중이 다음 30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적지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은 어제오늘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고 지난 30년 세월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대 한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특별히 걱정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윤영관=한국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도전들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애매모호한 태도와 입장을 표명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요인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도발을 막고 비핵화 실현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의 기대에 크게 어긋났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비핵화 실현보다 북한을 완충지대로 유지하는 게 우선순위인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피해가 올 경우 국내적으로 정치적 반발이 생기고 이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의 외교를 이어왔고,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조용한 외교’로 일관해 왔습니다. 이게 우리 국민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오히려 한중관계를 더 나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됩니다.   ▶이하경=지난 30년의 한중관계를 보면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많이 배려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홀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45년 전인 1972년 2월 반공주의자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공산 중국을 방문해 ‘세계를 바꾼 일주일(A week that changed the world)’을 보낼 때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닉슨을 따라간 미국 기자들이 시골에 내려가 현지의 하급 관리에게 닉슨 방중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어이없게도 “미국이 중국에 투항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함께 세계 혁명을 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평소 교육받은 대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대로 전했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판단한 통역이 이 대목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습니다. 전말을 보고받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통역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습니다. 닉슨이 미·중 화해를 위해 마오쩌둥을 만나러 왔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을 원수로 생각하는 인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릴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닉슨 투항’이라는 황당한 페이크 뉴스로 둔갑시켰던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홀대 사건 직후 중국 인사로부터 들은 비사(秘史)입니다. 당시는 느닷없이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상황이라 인민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사정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중 관계는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양국 수교 이후 25년간 최고의 경제 파트너였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서진영=이를 설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기 중국은 한국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나중에 중국이 왜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왔나 알아보니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뼛속까지 친미주의자라고 인식하고 그렇다면 ‘미운 사람한테 떡 하나 더 주자’는 식으로 양국 간 관계 격상을 추진했다고 하더군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수모를 당한 건 그가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더 친중적이고 진보적이라는 걸 중국이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입장에선 확실한 적이니 오히려 더 잘 대접해서 구슬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중국 편으로 기울었다고 여겨 쉽게 보고 소홀히 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락=한중관계에서 ‘동반자’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말이 갖는 함의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을 국가 간 외교를 규정하는 용어로 쓰기 시작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동반자 관계는 동맹에 미치지 못하는 관계를 말하며, 동맹이 아닌 나라들 사이에 ‘파트너십’ 개념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중러는 한때 중소 분쟁을 겪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고르바초프 시기 처음으로 중소 간에 건설적 동반자 관계라는 파트너십을 맺습니다. 이후 수사가 건설적-전면적-전략적으로 바뀌며 관계가 격상됩니다. 이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입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쉽게 말해 중소가 미국에 대항해 서로 대화를 한다는 뜻입니다. 한데 미국의 동맹인 우리가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며 미국의 경쟁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한국에 접근한 데 반해 우리는 아무 인식 없이 이를 받아들였기에 생긴 결과입니다.   ▶이하경=세상은 돌고 도는 모양입니다. 동반자 개념이 냉전 시기 중소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양상은 미국이 다시 중러 두 나라와 동시에 관계가 크게 나빠지는 신냉전의 시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관=우리가 현재 주목해야 할 게 바로 이 국제질서의 성격 변화입니다. 지금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세계 도처에서 집권한 포퓰리스트 정권, 민주주의의 후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모두 지난 5~6년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이게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성을 갖고 벌어지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리잡아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금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자유주의 질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이게 한국에 갖는 함의는 지대합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세계 10위의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국제환경이 바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였으니까요. 우리는 민주주의, 자유무역, 시장의 원칙과 규범을 강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외교의 기본을 설정하거나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를 밑바닥에 깔고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하경=우리 외교가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를 맞았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틀에 머물러 있던 시대는 먼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이젠 한국 외교가 진정한 역량을 보일 때입니다. ▶노재헌=근현대사에서 한국이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또 했어야 할 몇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물론 구한말 역사는 비극적으로 흘러갔고 6.25 전쟁 이후 냉전이 시작됐을 때는 한국이 어쩔 수 없이 강대국에 끌려갔던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자주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때가 아마도 탈냉전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은 이 시기 북방정책을 통해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이후 30년 만인 지금 새로운 국제질서의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이 국가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아 자주적 외교의 힘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금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이 신장됐고, 특히 경제력이나 문화의 힘은 세계를 선도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이제는 사대주의적인 발상, 또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같은 생각을 넘어 자주적인 외교 대전략을 수립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의 경제력과 문화력을 지렛대로 해 지역주의의 틀 안에서 각국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특히 한·중·일이갖고 있는 협력의 공간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역주의에 기초한 자주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합니다.   ▶이하경=국제질서의 변화 중심엔 중국의 부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후진타오 주석 시기에 평화적인 부상을 뜻하는 ‘화평굴기(和平崛起)’를 강조했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는 ‘중국몽(中國夢)’과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장합니다. 여기엔 중국 중심의 논리가 깔려있는데 이게 우리에겐 어떤 함의를 갖나요? ▶윤영관=중국몽과 인류운명공동체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 중국의 내부적인 이데올로기와 대외적인 이데올로기로 채택된 개념들로 보입니다. 중국몽은 중국 국민들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북돋워 주고, 시진핑 주석 개인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선전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인류운명공동체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중국이 리드하는 세계를 엮어내는 대외적인 이데올로기 프로파간다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즉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 주도의 천하질서를 만들 때 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입니다. 우리가 중국이 쓰는 용어의 정치적 의도와 내심을 알지 못한 채, 전략적 개념 없이 접근하는 경우엔 큰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위성락=중국몽과 인류운명공동체는 부상하는 중국의 세계관과 질서관을 반영한 것으로 중국 내부의 역학관계상 불가피하고 강력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이웃이자 미국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1번 타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어떻게든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지금보다 더 중립화시키려 할 것입니다. 친중을 하게 하던지, 반중 정도를 낮추게 하던지,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하는 제1 타깃이 한국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로선 중국몽이나 인류운명공동체 같은 담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하는 것을 정면 거부하거나 적대할 수는 없지만, 또 쉽게 동조하거나 그러한 개념을 복창하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하경=한중 30년을 이어온 주요한 동력 중 하나가 경제 부문에서의 협력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경제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다양합니다. 중국경제 내부의 문제도 있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방침의 영향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어 2분기 중국경제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한국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국내 일각에선 중국이 아닌 ‘대안의 시장’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윤영관=우리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어느 특정 한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다변화가 우리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다변화가 시급해진 이유는 미·중대결구도가심화되고 신냉전이라 불리는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념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하며 개도국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사상 교육하는 방법과 미디어통제 방법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또 대중 감시에 필요한 IT 기술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세계 80여 국가를 대상으로 이런 홍보를 하고 있고 이를 미국이 용납 못하는 상황이지요. 미·중 대결이 격화되며 한국과 우리 기업들은 원하든 않든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안보 이슈가 경제 영역까지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기업인들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치논리가 앞서고 경제는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인들로선 이제 정치적인 위험요소를 효율성보다 앞서 생각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해선 동남아나 인도 같은 국가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변수는 공급망 문제인데, 우리로선 만일 중국에서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됐을 때 어떤 대안이 있는지 시나리오를 준비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위성락=우리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어떤 위기와 부작용이 생길지에 대한 인식을 가졌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엔 중국에 대한 투자를 독려는 하지만 몰입은 하지 않고 끊임없이 헤징을 합니다. 한국은 그런 전략적 헤징이 없이 교류하다가 사드 보복을 만나 당황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들어오라고 하니 혼란이 왔습니다. 중국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다 보니 갑자기 발을 빼면 당장 불이익을 보게될까 봐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지금은 조용히 점진적인 방법으로 무역과 투자, 공급망 등에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드 사태를 겪고도 전략적인 헤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중국에 사드 보복을 풀라고만 요구했지 방향 전환을 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한데 이 전략적 헤징이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외교적 기술을 잘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노재헌=일반 사람들은 그동안 대중 의존도가 높아서 좋았는데 이제는 너무 높다고 하니 우리가 다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사실 높은 대중 의존도가 한몫했습니다. 이제 자책보다는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더 좋은 표현 같습니다. 기업이 이전엔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중국에서 철수했다면 이젠 정치안보의 비상 이슈로 철수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민관 협의가 좀 더 유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실도 생긴 만큼 민관 협의체나 합의체가 만들어져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하경=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샴 쌍둥이’라고 했습니다. 심장과 폐 등 장기와 미세혈관까지를 모두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라는 말이지요. 미·중이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사실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산 나라가 중국 아닙니까. 미국 기업이 도산하면 중국 경제도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글로벌 경제시스템으로 묶여 있는 세계경제도 하나의 샴 쌍둥이가 아닐까요. 그런데 요즘 공급망에서 자원에 이르기까지 발작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팔다리와 장기들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지요. 한국은 지구적 차원의 대외 의존도(global interdependency)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막연히 강대국들이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됩니다. 절박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외교안보와 통상, 경제‧산업을 하나로 묶은 협의체 성격의 상시적 민관합동 비상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입니다. ▶윤영관=최근 미 학회 발표나 토론 중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퍼블릭 섹터(공공부문)’와 ‘프라이빗 섹터(민간부문)’의 관계성 문제입니다. 정부가 얼마만큼 민간에 개입해야 하느냐, 어떤 형식으로 개입해야 하느냐 등이 상황이 달라진 새로운 경제 질서의 탄생을 배경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제 과거 정경분리가 당연했던 브레튼우즈 체제의 자유무역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그 정반대의 상황에 우리는 와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걸 인식하고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하경=유럽에서 최초로 시민이 주체가 된 나라는 네덜란드입니다. 귀족이나 왕이 아니라 시민들 즉 기업가들의 권한이 컸기 때문에 그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기업가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동인도회사를 만들고, 광범위한 자본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고 펀드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요. 그러나 지금의 국가 시스템은 민(民)이 아닌 관(官)의 시각에서 대부분을 결정합니다. 이제는 시장의 역동적인 현장에 서 있는 기업을 중시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민관 관계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위성락=우리는 아직 정부와 기업 간의 좋은 협력 모델이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서양은 협업의 사례가 꽤 있습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새로운 무역질서 하에 정부와 기업이 국가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밀접하게 협력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우리 대기업은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해결해왔고 정부도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니 정부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으로선 정부에 믿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정부가 기업의 신뢰를 얻는 게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이하경=한중을 가리켜 흔히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합니다. 과거 중국의 한 학자는 한중이 역사가 가깝고, 문화가 가까우며, 지리도 가깝고, 감정도 가깝다는 4근론(四近論)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수교 30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호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간에는 서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습니다. 이유가 뭐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서진영=지난 6월 말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80%에 달해 수교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 청년 계층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데 그 이유는 한국의 주권적 사항에 대해 중국이 간여하고 또 중국의 태도가 고압적이라고 인식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반감이 역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데 그 주요 내용은 한국과 한국인, 한국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것입니다. 한중 모두 사회 내부의 민족주의 정서 분출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여기에 오해까지 겹치며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장기적인 상호 교류와 협력 증대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절실합니다. ▶윤영관=과거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후과 (後果)를 우리 청년들이 치르는 측면이 큽니다.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품에서 떼어내려 한다면 사실 중국은 한국에 더 어필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완전히 거꾸로입니다. 한국이 전략적 사고로 외교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호의를 갖고 중국을 대하면 중국도 여기에 상응하는 반응을 할 것이란 ‘희망 사고(wishful thinking)’를 한 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한국은 중국에 규범기반의 국제질서를 옹호하고,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미동맹이 필수이며, 한국 국민은 중화질서에 기반하는 게 아니라 주권 평등에 기초한 호혜 관계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그때그때 사안에 대응할 뿐 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조용한 외교는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부담을 청년 세대에 전가하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지도부는 전략적 판단과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사드 사태와 같이 부당한 제재를 받았을 때, 또 그런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해 국민에 설명하고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호주가 그랬습니다. 피해가 예상되지만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더 이상의 양국 관계의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경=한중관계는 사실 좋을 때도 또 어려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이웃으로서 잘 지내는 게 당연히 좋겠지요. 수교 30년을 맞은 올해는 다음 30년을 기약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미래 한중 관계 30년 발전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서진영=과거 한중관계의 키워드 중 하나가 구동존이(求同存異)입니다. 갈등이 있거나 차이가 나는 것은 가급적 문제 삼지 말고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이지요. 구동존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바탕엔 양쪽의 공감대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서로 차이는 많지만 공동이익이 있다는 대전제에서 구동존이를 추구해야지, 그 전제가 흔들리면 안되는 겁니다. 이런 전제가 깨진 구동존이는 이익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는 그저 편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정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한중 간 구동존이의 활용 수명은 이미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도 구동존이는 더는 작동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중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려 했던 마지막 시도가 사드에 대한 3불(不)입장 표명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구동존이 정책에 따라 사드 문제를 대충 봉합하고 애써 눌러 없애려 했지만 실패했고 한중관계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3불입장 표명은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구동존이의 다른 부작용은 우리가 이 원칙을 통해 이득을 보기도 했지만 여기에 충실하다 보니 대가도 치렀다는 점입니다. 그건 중국과 한국 사이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 부작용으로 중국이 한국을 오해하게 됐습니다. 즉 ‘한국은 중국의 주장에 따라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거나 ‘잘만 구슬리면 미국 품에서 나와 중국 쪽으로 올 수도 있겠다’라는 잘못된 기대를 중국에 심어줬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그릇된 기대가 생겼습니다. 체제 문제는 놔두고 중국과 이익 문제만 이야기하다 보니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에 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지요. 한중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중국에 대해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분명히 하자는 겁니다.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굳이 꺼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 게 구동존이적 사고였다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는 게 화이부동일 것입니다. 중국과 같은 체제로 갈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러나 냉전 시대와는 달리 21세기에는 체제와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협력, 공존, 공영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과 내가 다르니 한판 붙자’는 냉전적 사고입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엔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공존과 공영이 가능합니다. 공자 말씀을 보면 화이부동은 소인들이 아닌 군자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급스러운 또는 고단위의 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중국과의 문제를 생각할 때 미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 등 구조적 맥락에서 한중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튼튼해야 하지만 한미일은 물론, 한·중·일 관계에서도 네트워킹을 잘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중 정책에서 일본과의 협력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큰 자산이 되는지를 한국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도한 양보를 해선 안 되고 대단히 절제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윤영관=우리가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자세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 중국의 지도자나 정부에 분명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한국외교의 기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중관계가 과거 중국 주도의 중화질서에서처럼 중국을 모시는 그런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주권평등과 상호존중, 호혜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평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잘못된 기대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과도한 기대를 갖고 한국을 밀어붙이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상대 국가가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고 일관된 외교를 펼칠 때 그것을 존중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이 협조를 요구하며 외교적으로 밀어붙였을 때 자신들의 원칙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싱가포르는 통상 국가이고 나라의 사활이 통상에 걸려있기 때문에 항행의 자유 원칙이라는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며 중국과 입장이 다르다는 걸 분명히 밝힌 것이지요. 한국도 이런 당당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중국을 불필요하게 적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성락=우리 스스로 잘 처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얕보이지 않아야 하고, 동맹과 원칙, 가치관도 활용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중국이 한국을 쉽게 보지 않게 새로운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겐 중국을 적대하면 안 된다는 걸 설득해야 합니다. 또 중국에는 과거 중화질서가 21세기 한국에 통하지 않는다는 걸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정부에 ‘을’ 노릇을 강요할 순 있지만 그런 방식이 한국 국민에겐 안 통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사드 사태 이후 반중으로 돌아선 한국의 여론을 보고 중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한국을 중국의 뜻대로 부리기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한국을 견인해 복속시키는 것도, 동맹에서 떼어내 중립화시키는 것도 무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노재헌=이제는 한중관계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걸 민간차원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교 이후 한동안 양국은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했습니다. 한데 이젠 그 소재가 바닥이 난 게 아닌가 싶어요. 옛날이야기만 나오면 싸우는 게 한중의 현실입니다. 수교 30년이 됐지만 한중 양국이 여전히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정말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거나 현재에 집착하기보다 우리가 미래에 어떤 것을 함께 만들고 공유할 수 있을지, 또 어떤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지 등 먼 미래를 향해 시선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처럼 이념도 다르고 감정의 골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한중이 그나마 공감대로 삼을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문화적인 부분 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적 공감대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요. 키워드는 아시아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젊은 세대의 중요한 갈등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너무 잘났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특히 MZ 세대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한국도 잘났고, 중국도 잘났으며 우리 모두 잘났으니 서로 싸우지 말고 ‘잘난 아시아’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이런 협력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문화는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아시아 국가로서 한중이 힘을 모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한중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고 즐기며 또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시도했던 한중 청년 혁신센터 또는 창업센터도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MZ 세대의 경우 기성 세대와 다르게 뉴미디어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소통을 하는데 한중 간 공통의 플랫폼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양국 청년 간 소통이 거의 단절이 된 상태입니다. 즉 노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지요. 노는 세상이 다른 결과 잘못된 선입관들이 확증편향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새로운 뉴미디어 공간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메타버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경=한중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중국에 더 당당해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두 나라가 과거나 현재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향해 시선을 던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귀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한중비전포럼=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한 전문가 포럼.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2022.08.10 00:54

  • [한중비전포럼]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라진 세계…진영화 시대 대비해야

    [한중비전포럼]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라진 세계…진영화 시대 대비해야

     ━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갖는 정상회담에선 한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 열흘 만에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한중비전포럼은 16일 제14차 모임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북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및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  「 자유진영과 권위그룹 간 맞대결 정치와 경제 이중 분리시대 맞아 “가치외교로 전환해야” 주문 커져 “국민적 합의부터 늘려야” 반론도 」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발제)=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찾기가 쉽지 않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패권장악을 위한 미·러 세력투쟁의 최대 승부처다. 미 민주당과 푸틴 대통령 간 악연도 한몫한다. 민주당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보고, 푸틴은 역내 ‘색깔 혁명’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믿는다. 미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연합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군수산업에 활로를 제공하며 천연가스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푸틴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미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그룹과 중·러의 권위주의 그룹 간 정치와 경제가 동시에 분리되는 이중 분리 시대를 맞고 있다. 핵전쟁의 공포가 코앞에 닥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푸틴은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미국의 대중 봉쇄를 헐겁게 해주는 측면이 있어 내심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바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 스스로 힘을 키워 주변 강대국들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또 양자택일이나 진영외교가 우리 안보에 이롭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자강의 노력과 함께 국익 기반의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푸틴의 선전을 기대하는 시진핑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대사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대사(발제)=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의 선전을 바란다. 러시아가 패전하면 다음 타깃은 중국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이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는 중국의 침공을 어렵게 하지만 대만에 대한 지원도 힘들게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끝날 경우 양안 긴장은 높아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한반도에서도 강대국에 의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 군사력과 경제력을 증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일깨움이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에서 더욱 강한 전쟁억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이웃 강대국들과 우호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네 번째는 향후 북·중·러 관계가 긴밀해지며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인바 우리로선 초당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세우고 이를 밀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 외교가 단기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인권 이슈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가치외교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서방과 러시아가 싸우면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안정된 환경이 필요한 중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건 중국이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느냐 여부다. 그 경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미·중·러 삼각관계에서 중·러는 한편으로 보이지만 실제 중·러 관계엔 커다란 간극이 자리한다. 중국은 현재 남을 도울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그럴 의사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안 전쟁과 관련해 대만에선 72시간(3일), 336시간(14일) 논쟁이 있다. 중국의 침공 후 72시간 내 미군이 오면 살지만, 만약 안 오면 14일 만에 패배할 것이란 이야기다. 대만은 궁지에 몰리면 베이징과 상하이를 타격한다는 고슴도치 전략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양안 전쟁이 터지면 주한미군이 차출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점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대만을 보호할 것이다. 대만 포기는 중국에 태평양의 문을 열어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미국의 우방으로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동요하는 모습이다. 강하다고 믿었던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깨지고 또 서방의 제재가 중국엔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중국을 상대로 공식적으론 당당한 외교를 구사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물밑 대화의 끈을 이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당한 외교, 물밑 대화 병행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세계는 자유민주 진영과 권위주의 그룹으로 갈라지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민들이 전투 중 파손된 러시아 탱크에 올라간 모습. [AP=연합뉴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과 동아시아에 주는 함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진영화 구조가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결정하는 등 자유진영 국가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은 중·러와의 협력을 돌파구로 삼을 것이다. 우리로선 진영화 싸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 주도의 나토와 공급망 결집이 결국 아태 지역에 군사적으로 연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토가 A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초청을 시사한 것이 하나의 시작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건 국익에 기초한 행보다. 중국이 전쟁에 개입하면 그동안의 비개입주의, 비동맹주의 외교 노선에 모순이 발생한다. 또 미국의 대만문제 개입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북·중·러 삼각구도를 강화해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정책은 선택의 공간을 열어놓아야 한다. 너무 진영화 되면 전략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우크라이나 사태는 침공의 비용이 상당히 커졌고 전황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다는 걸 보여준다. 이를 본 중국은 대만에 대한 침공보다는 제재나 봉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가치외교와 실용외교 논쟁 중 우리가 먼저 생각할 건 가치외교를 하는 나라들이 오랫동안 경제적 이익과 가치를 통합시키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치외교로 나아가기 위해선 역사적 경험의 축적과 비용의 선지불 등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득을 볼 것 같지는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국내에선 자강과 실용외교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강은 내적 능력의 신장이고 실용외교는 외적 능력의 신장이다. 동맹 강화는 빠른 시간 내 능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자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자강도 중요하나 국제 정세가 지금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선 동맹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핫 이슈   16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현장. 앞줄 왼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정승 전 주중대사,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교수,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홍완석 한국외대 교수,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대사. 우상조 기자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문제가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와 연대를 일관되게 강조한 것을 볼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이로부터 파생될 북·중·러의 반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향후 우리 외교의 과제가 될 것이다. 가치외교 확대란 방향에는 동의하나 한국이 과연 가치외교를 할 수 있는 나라인가는 확실치 않다. 진정한 한국의 가치외교 가능성을 가늠할 리트머스지는 중국이다. 대만과 신장 등 중국 문제에서 우리가 가치외교 잣대를 댈 수 있는지를 볼 때 아직은 회의적이다. 조금 더 준비하며 국민적 합의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우크라이나 사태는 외교 안보상의 팬데믹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3개 이상의 대륙이 얽혀있는 사실상 전 세계가 연루된 중대 사태다. 통상과 자원, 물가, 환율, 금리 등에서 한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 봉쇄로 인한 중국 경제의 부진도 한국에 주는 타격이 심대하다. 위기가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몰려왔다. 이 다양한 신호와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한국 외교가 매 한 걸음이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우리 스스로 생존을 위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2.05.18 00:31

  • [한중비전포럼] 당당한 자세로 국익 관리하며 한·중 관계 회복해야

    [한중비전포럼] 당당한 자세로 국익 관리하며 한·중 관계 회복해야

     ━  차기 정부의 대중 정책   한국은 오는 5월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중국은 가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된다.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윤 대통령 당선인과 시 주석 간의 통화에서 양측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중 관계가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어떤 지혜가 필요하나. 한중비전포럼은 28일 제13차 모임을 갖고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대중 정책 방향을 살폈다.   ■  「 사드를 논쟁 이슈로 삼지 말아야 합의 없기에 폐기할 대상도 없어 다음은 시진핑 주석 방한할 차례 대중 외교에 원로 그룹 활용해야 」    미국과 중국 모두 위협적인 요소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 소장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발제)=새 정부의 최대 도전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올 것으로 보인다.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미·중 전략경쟁 속 선택의 문제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국까지 겨냥한 포괄적 동맹으로 전환하려 한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한·중 경제가 과거 보완적에서 경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핵심전략기술의 대중 유출을 억제한다. 반면 중국은 자기완결적 국내 시장과 기술 획득을 목표로 한다. 한국 입장에선 모두 위협적이다. 세 번째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간 이견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양국이 가진 기억의 접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중화민족 재구성을 꾀하며 위계적 사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체성은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자부심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새 정부는 먼저 국제 정세의 변화와 그 속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살피고 다시 그 안에서 원칙을 갖고 사안별로 한국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중국과의 적대는 피해야 한다. 북핵 관련해선 중국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사드는 논쟁 이슈로 삼을 필요가 없다. 합의한 바 없으니 폐기할 대상도 없다. 한·중 정상회담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다음은 중국 측이 방한할 차례다. 중국이 서해를 내해로 인식하고 있어 이어도를 둘러싼 해양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양국은 큰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피해 협력의 공간을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분석의 외교’ vs ‘의지의 외교’   한중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외무장관(앞줄 왼쪽)이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교환한 뒤 밝은 모습으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다. [중앙포토]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과 당당한 외교를 강조한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로선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 역시 소홀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의 대중 정책은 원칙을 세우되 사안별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이 과거 대중 정책에서 실패한 이유는 ‘분석의 외교’ 대신 ‘의지의 외교’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움직여서 중국이 변하는 게 아니다. 중국은 자기의 길을 가는 방식의 외교를 한다. 우리 새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명료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데 전략적 명료성 강조는 한·미동맹 환원주의로 빠질 위험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한·중 관계도 어려워진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우리 학계 일각에선 중국을 통해 세계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가치관 소개를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기보다는 세계 속에서 중국을 봐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대중 외교에 있어 외교안보와 국제경제 등에서 높은 학식과 경험을 갖춘 원로 그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중 관계는 안보와 외교, 경제와 무역이 혼합된 복합적인 사안으로 오랜 세월의 경륜에 인적 네트워크까지 갖춘 원로의 도움이 절실하다. ‘원로 자문위원회’ 구성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한국 외교도 진화할 시점   28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현장. 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이욱연 서강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다른 전문가들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김경록 기자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한국 외교에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동맹 강화→중국 경사→동맹 회복이란 반복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외교가 과도하게 정치화하는 추세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 전략과 함께 중국 국내 정치도 잘 살펴야 한다. 한·중 관계는 안보와 경제, 기술, 환경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차기 정부는 기업과 전문가, 정부의 3자가 긴밀하게 논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차기 정부는 나름의 국정 철학과 사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전과 목표가 보이고 원칙을 세울 수 있다. 또 원칙이 있어야 전략과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아직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가 중국을 움직이려면 한·미동맹만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이웃 나라와의 외교를 잘해야 한다. 모든 나라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러시아를 동원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우리 새 정부에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중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전략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는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전문가와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같은 교조적인 정책이 나온다.   새 대통령, 반도체 직접 챙겨야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미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와 기업에 ‘칩4(Chip4) 동맹’을 제안했다고 한다. 글로벌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일본·대만과 손잡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거대 소비시장으로 우리로선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를 대통령의 어젠다로 삼아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반도체 관련 한국이 정작 고민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위험성이다. 또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23% 정도로 너무 높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수치는 2013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보다 중요한 건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앗아가는 나라가 우리보다 더 중국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만과 일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엄연히 구분돼 있다. 공식 외교채널이 껄끄러울수록 공공외교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중 유학생 인적 자산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일은 껄끄러운 외교 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계는 비교적 매끄럽다. 민간 교류를 지속해서 확대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반중·혐중 정서 관리 필요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우리의 의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상황이 어려운데 이를 쉽게 풀려거나 쉬운 선택을 하려고 하면 일이 더 꼬인다. 어려운 상황을 견디며 중국에 대한 우리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 현재 우리의 대중 관계에선 정서와 의지가 너무 크게 작용한다. 정권 이익 차원에서 국내 반중 정서에 편승하지 말고 국익 차원에서 혐중 정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우리의 대중 담론이 세 단계로 변했다. 첫 단계에선 ‘중국은 돈(China is Money)’, 두 번째 단계에선 ‘중국은 형제(China is Brother)’, 이젠 ‘중국은 적(China is Enemy)’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중 문화콘텐트 교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 교류를 정치에 이용당하지 않게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방 단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차기 정부는 우선 큰 그림을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제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중 패권경쟁이고 그 경쟁의 키는 핵심기술에 대한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의지다. 기술이 중요한 건 군사패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제일 중요한 관계인 한·미동맹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만 체중을 실을 수도 없다. 이웃 나라 외교는 어느 나라에나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됐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당당한 자세로 국익을 관리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나가는 게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한 포럼.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2.03.30 00:32

  • [한중비전포럼] 미국과 EU 견제에도 중국 내년 5.5% 성장할 듯

    [한중비전포럼] 미국과 EU 견제에도 중국 내년 5.5% 성장할 듯

     ━  위기의 중국 경제 진단   중국경제에 많은 악재가 터지고 있지만 내년에도 5.5%의 중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신화망 캡처] 덩치가 커진 중국 경제에 위협 요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당국의 민영기업 때리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동절기를 앞둔 시점에서의 전력난, 여기에 산발적인 코로나 발생으로 지역 폐쇄가 거듭되는 등 중국 경제의 악재는 하나둘이 아니다. 미국의 압력은 줄어들 기미가 없는데 유럽연합(EU)이 중국견제에 동참하며 암운을 드리운다. 문제는 이게 중국만의 상황으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이듯 중국의 조치 하나로 한국 경제가 비명을 지를 판이다. 한중비전포럼은 15일 12차 포럼을 갖고 위기의 중국 경제를 살폈다.   지만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발제)=중국은 선진국의 견제,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새로운 난제가 내년 이후 시진핑 체제의 연장과 같은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다양한 정치-경제 복합 리스크를 유발할 전망이다. 주목할 건 EU의 중국견제 행보다. EU는 중국의 국가주도적 경제체제가 야기하는 불공정성과 시장왜곡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며 미국과의 동맹을 복원 중이다. 선진국의 공동 중국 견제다. 한데 중국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국가주도적 경제체제가 시진핑의 정치적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치르게 될 비용이 커질 것이며 이는 공산당에 위협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성장을 둔화시킬 탄소배출 억제에 적극적이다. 왜? 탄소절감은 중기적으로 중국과 EU의 연합을 촉진해 중국견제를 형성한 미-서구 연합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절감은 장기적으론 미·중 패권경쟁의 승부를 가를 수 있다. 과거 패권 이동은 범선→증기→내연→전기 등과 같이 산업의 근본적 변화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탄소절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아 패권을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안유화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발제)=세계 경제발전사를 보면 초대형 국가의 성장은 결국 해외 수요에서 내수로 이전하게 되며 성장률은 2%대로 떨어진다. 중국이 내수비중을 높이는 건 이 같은 성장 모델로의 전환을 위한 필연 단계다. 공동부유를 추진 중인 시진핑 정부는 국채발행 확대를 통해 교육과 의료, 복지 등 공공재 영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저소득 및 중산층에 대한 직접 지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부채 규모가 GDP의 20% 수준에 불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비장려 정책도 확대할 것이다. 지난 40년간 중국의 고속 성장 비결은 개혁개방과 세계무역기구 가입, 방대한 중국 시장, 빠른 학습 능력 등 네 가지에 있었다. 앞으로도 이 네 가지가 계속 작동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중국 경제의 특색은 실용주의로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누구와도 협력한다. 과거 덩샤오핑은 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했지만, 시진핑 정부는 쥐를 골라잡으라고 말한다. ‘히든 챔피언’인 쥐를 잡으라는 것이다. 한국엔 ‘히든 챔피언’이 많다. 한국과 중국의 1등 업체 간 강강(强强) 협력이 이뤄지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테슬라와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다.   ■  「 탄소절감으로 미-서구 연합 깨고 국가주도 공동부유 꿈꾸는 중국 경제 주체인 기업인은 위기 느껴 “공산당이 최대 리스크” 말 나와 」    위기의 중국경제 진단을 위한 한중비전포럼이 15일 서울 HSBC빌딩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최필수 세종대 교수, 박한진 KOTRA 아카데미 원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장진영 기자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중국의 반(反)시장적 조치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중국이 경제 위기를 잘 극복했기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나듯 우리로선 중국 경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지만, 내년도 중국 경제는 정체보다는 중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의 2022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5%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소비는 전자상거래 분야가 괜찮고 투자는 첨단산업 위주로 활성화되면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목할 건 미국의 압박에도 올해 신흥국으로 들어간 자금의 약 70%가 중국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빈부격차 해소 노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게 뜻대로 안 되면 중국은 내부 불만을 대외로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내년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 하방 압력은 클 것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중국은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부동산세를 도입하려 한다. 지방 정부가 판매할 토지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 이미 판매한 토지에 대해 보유세를 걷는 게 맞다. 한데 문제는 부동산세가 부동산 시장의 급락을 가져오고 또 그로 인한 지방의 건설경기 부진 등을 야기해 중국 경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게다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이들이 공산당원들로 당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아 자칫 체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박한진 KOTRA 아카데미 원장=중국 경제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내다 팔면 값이 떨어지고 중국이 사면 값이 오른다. 중국이 사지 않으면 팔 데가 없고 중국이 팔지 않으면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대란이 일어난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 상황을 낙타에 비유하면 과거엔 미국이란 ‘단봉(單峯)’ 낙타만 존재했으나 이젠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등 ‘삼봉(三峯)’ 낙타가 있다. 우리로선 자동차 운전하듯 신중해야 한다. 앞차만 보고 달리면 사고 날 위험이 많다. 앞차의 앞차까지 봐야 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세 가지 이슈가 중국 정부를 괴롭힌다. 첫 번째는 빈부격차로 청년 세대와 농촌의 빈곤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래 세대인 청년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들이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로 힘들어한다. 5억6000만 농촌 인구의 빈곤 탈출도 과제다. 두 번째는 대중영합 정책이다. 불만이 많아지다 보니 이를 잠재우려는 선전선동이 많다. 세 번째는 중국 GDP의 65%를 차지하는 3500만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을 살리려 중국 정부는 대기업 프로젝트에 중소기업을 끼워주는 ‘융통 발전’을 추구 중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디지털 인 차이나’로 가는 중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도 주목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 당국의 IT 기업 제재는 디지털 경제를 겨냥한 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다. 제조 없는 디지털은 때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지하는 회사는 제조와 디지털이 결합한 전기차, 반도체, 신기술 등 분야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비중을 올리기 위해 IT 기업과 제조업을 결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은 향후 제조업이 강하면서도 IT 기업과 결합할 수 있는 공간이 큰 한국과 독일을 주목할 것으로 본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친한 중국 기업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회사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푸념을 자주 듣게 된다. 민간기업으로 상장했건만 회사는 결국 공산당의 것이 되고 만다는 자조다. 중국 공산당이 언제든지 문제를 야기해 회사의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공산당이 무섭다고 한다. 공산당을 피해 이민을 떠나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중국 공산당을 잘 아는 사람은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공산당에 있다는 걸 알지만 이를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녹음이 안 되는 장소에서만 진심을 이야기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중국 경제의 주체인 기업인들이 상당히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기업가도 사람이기에 자신이 이룬 것을 어떻게 보존할까, 또 자녀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게 마련이다. 그런 생각 끝에 중국을 벗어나고자 할 수도 있다. 시진핑 정부의 공동부유를 실현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성장은 창의적인 기업인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인이 중국을 빠져나간다면 과연 정부의 물량 투입과 국가주의적 통제로만 부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정부나 공기업 같은 공공부문의 개혁 문제로 귀결된다. 9000만 공산당원이 누리는 기득권을 어떻게 해체할 건가.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이 부문의 개혁이 없으면 중국몽 실현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1.11.17 00:19

  • [한중비전포럼] “중국에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지켜야 한다”

    [한중비전포럼] “중국에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지켜야 한다”

     ━  한중 상호 부정 인식, 원인과 대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과 중국이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공자(孔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언급했다. 수교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30년 계획을 잘 세우자는 취지였다. 한데 현실은 이런 바람과는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다.   한중이 수교 이래 지금처럼 마음이 멀어진 때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중 간 ‘역사전쟁’ ‘문화충돌’ 등과 같은 말이 나오며 서로에 대한 인식은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27일 11차 모임을 갖고 ‘한중 상호 부정 인식의 현황과 원인, 해소 방안’을 주제로 관계 발전 방안을 살폈다. 포럼은 현장 및 화상을 이용한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  「 더욱 멀어진 한중 간 마음의 거리 젊은 세대일수록 부정적 인식 커 내년 수교 30년, 실리적 접근 필요 정부 개입보다 지식인 대화부터 」    이동률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정치외교 분야 발제)=현재 한중 간 상호 인식은 수교 이래 가장 나쁘다. 배경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우선 국력 변화다. 중국은 자신의 국력이 G2 수준으로 커졌지만 한국이 여전히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본다. 두 번째는 북핵과 대만 문제 등 주요 전략적 이슈에서 상호 입장의 불일치다. 끝으로 체제와 가치의 이질성이다. 촛불혁명으로 더욱 민주화한 한국은 시진핑(習近平)의 중국 권위주의 체제에 강한 반발감을 느낀다. 이런 구조적 흐름 속에 사드(THAAD) 갈등과 김치 분쟁 등 개별 악재가 터지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까. 우선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웃 증후군에서 벗어나 상호 공부부터 해야 한다. 그다음은 체제와 가치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출발한 수교 당시의 인식을 상기하는 것이다. 경제 협력 및 인적 교류란 두 가지 축에서 실리적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 또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은 한국 정부가 단임제의 짧은 시간 안에 큰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생기는 악순환임을 인식해야 한다. 내년에 한국은 대선, 중국은 당 대회 등 지도부 교체 행사가 예정돼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다. 양국 모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욱연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사회문화 분야 발제)=한중 상호 혐오는 양국의 MZ 세대, 특히 10대로 갈수록 높다. 한중 미래를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다. 왜 젊을수록 반감이 높나. 중국 청년 세대는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국이 부당하게 압박을 받고 있기에 내가 지켜야 한다는 애국주의가 문화 보수주의로 나타난다. 반면 우리 젊은 세대는 코로나19, 문화 기원 논쟁 등을 거치며 반중 정서가 확대됐다. 최근 한국을 남조선, 중국을 중공(中共)이라고 호칭에서 서로 낮춰 부르는 게 유행 중이다.   이런 상호 혐오는 근본적 치유가 어려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양국 언론 및 전문가 그룹의 정확한 사실 지적이 필요하다. 네티즌의 오해를 막아야 한다. 여기서 중국 여론 조성에 키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와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한중의 청년 교류를 단순 ‘인적 교류’ 위주에서 취업과 창업 등 양국 청년의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하는 ‘사안 교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내 한류 팬만 타깃으로 하는 우리 홍보전략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의 중국 혐오가 무조건적 혐오로 흐르는 걸 방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혐오놀이로 전락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신정승 전 주중 대사(사회)=한중 국민 간 우호는 양국 발전의 건강한 기초다. 한데 수교 30년이 가까운 지금 두 나라 국민 간 마음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중 관계는 이제까지 안보 측면에서의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와 경제적인 차원의 협력을 두 축으로 해서 발전해 왔는데 이젠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다. 새로운 한중 관계 30년을 위한 지혜를 모아보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중 간 부정적인 인식은 구조와 국면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정태적인 안정에 초점을 맞춰 한중 관계를 관리해왔다. 위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누르는 것이다. 미봉책에 해당한다. 한중 관계를 동태적인 안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개입보다 한중 지식인이 함께 대화하고 현인(賢人) 클럽 등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대안을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집단지성을 통한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중국 내 혐한(嫌韓) 정서의 가장 큰 요인은 문화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내 혐한 사건은 대략 60여 건인데 이중 문화 관련이 54%를 차지한다. 중국 네티즌은 주로 한국이 중국의 문화 기원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격한다. 이들은 과거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빼앗아갔다며 ‘문화 도둑’이라 했다. 한데 사드 사태 이후엔 한국이 중국의 ‘문화 속국’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의 관복을 명나라가 하사했으니 조공체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국제질서와 관련된 문제다. 미·중 대립 국면에서 미국을 선택하지 말고 중국을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한중비전포럼이 27일 서울 HSBC 빌딩에서 ‘한중 상호 부정인식의 원인과 해소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오른쪽 뒤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이욱연 서강대 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과 이희옥 성대 교수,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조문영 연세대 교수,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우상조 기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우리 국내에 청년 세대와 기득권을 어느 정도 갖게 된 586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한중 관계의 복합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 청년 세대는 민주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민주를 ‘K브랜드’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인권 교육을 받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도 높은 이 세대에게 홍콩 사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성장한 586세대가 자기의 파이를 다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586세대의 과거 반미운동이나 친중적인 성향에 적대감을 갖고 있다. 청년 내부의 젠더, 세대 갈등 같은 것이 중국을 보는 시각에도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대근 한국외대 융합인재대학 교수=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한한령(限韓令)이 한중 관계의 변곡점이 됐다. 지금도 ‘XX 공정’이라 이름 붙이기를 하는 걸 보면 그 충격파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이 갈등만 하는 건 아니다. 한중 모두 서로의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상존한다.     한중 간 문화 콘텐트 수출입은 증가 추세다. 출판과 방송 등 이데올로기 집약형 콘텐트의 대중 수출은 타격을 받았지만, 그 외 음악과 게임, 영화 콘텐트의 대중 수출은 다 늘었다. 우리 청년 세대도 중국의 웹 소설을 많이 읽는다.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점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의 청년 세대가 중국을 싫어하는 현상을 꼭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청년 세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잘못됐으니 이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발상이 오히려 문제가 아닌가 싶다. 기성세대의 의견으로 청년 세대를 바꿔 놓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한중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양국의 젊은 세대가 서로의 문화를 수용하는 세계시민성을 갖추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법이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한국인의 대중 인식은 2013~2015년을 제외하면 2004년 고구려사 분쟁 이후 지속해서 악화했고 사드 사태를 통해 굳어지고 있다. 국력의 차이는 2000년대 들어 확실해졌다. 중요한 건 2010년 이후 한국이 중국에 보인 외교적 행태다. 한국이 중국에 너무 쉬운 나라, 밀면 밀리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인식은 양극화되고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대중 부정 인식이 높다. 반면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 국가에선 중국에 대한 긍정 인식이 크다. 세계는 사실상 신냉전에 가깝다. 이런 모든 점은 2021년 한국에 매우 중요한 정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하는 외교정책은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한중 갈등에 기름을 부은 건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굴욕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젊은 민주화 세대는 물론 기성세대 역시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중 갈등은 관리돼야 하고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일이 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한미 동맹관계, 한중 동반자관계라는 확실한 닻을 내린 상태에서 중국에 대해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선은 꼭 지켜나가는 것이다. 저자세 대중 외교의 밑바닥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선한 의지가 깔려있지만 그럼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 청년 세대는 민주화 교육을 철저히 받았고 중국과 미국, 일본 등에 대한 콤플렉스가 적다. 이는 우리의 강점이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1.09.29 00:22

  • [한중비전포럼] 미·중 선택 말고 규제 풀어 한국 반도체 경쟁력 키워야

    [한중비전포럼] 미·중 선택 말고 규제 풀어 한국 반도체 경쟁력 키워야

     ━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대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도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한국 기업 대표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박수로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패권경쟁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차세대 기술전쟁이며 현재 그 최대 격전지는 반도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말한 반도체는 산업 전 분야에 없어선 안 될 “산업의 쌀”과 같다. 반도체가 있어야 자동차가 굴러가고 전투기도 뜬다.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이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에 반도체 공급 중단이란 강수를 둔 배경이다.   반면 미 제재에 직면한 중국은 한국에 손을 내민다. 미국은 또 반도체 공급 안정을 위해 한국에 투자를 요청한다. 우리로선 또다시 미·중 사이에 끼게 됐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어떤 지혜가 필요한가. 7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10차 모임에서 대응 방안을 찾아봤다.   박재근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의 발제=중국을 때리는 미국의 행보는 어디로 향하나. 역사를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공세가 거세지자 미국은 일 기업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일본을 주저앉혔다. 중국에 대해선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이 2014년 반도체 1위 목표를 설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태양전지와 LED, LCD 등 중국은 국가가 하겠다고 나서면 다 성공했다. 나름 자신감이 생겼다. ‘중국제조 2025’를 선포하며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화웨이는 미국이 가장 앞선다는 반도체 설계에서도 턱밑까지 쫓아가다 미 제재를 받아 고전 중이다. 그러나 이게 중국이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초기 많은 투자를 했다가 지금은 부실을 정리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중앙 정부 차원에서 내실 있게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끌고 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미국과 동반 성장한다는 길을 따라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술과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이 투자를 요청하면 오히려 우리가 더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면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내는 게 이득이다. 중국이 한국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갈등이 반도체 분야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중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다. 홍콩 경유 수출을 포함하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61%가 넘는다.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제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이 반도체 수출을 멈추면 중국 내 IT 조립 산업도 멈춰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한다.   중국은 큰 시장이다. 또 잠재력이 큰 나라다. 우리가 중국과 나쁜 관계를 가질 필요는 절대 없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건 미·중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도체 상징인 웨이퍼를 들고 “이게 인프라”라며 “중국은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 압박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또 미 정부 원하는 대로 상황이 전개될지 관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배영자 건국대 교수=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단기 및 중장기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2030년과 2040년, 2050년으로 갈수록 미·중 반도체 기술격차는 좁혀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보다 시장이 중요했던 때가 있었다. 과거 영국과 독일이 기술에서 앞섰지만, 시장에 앞선 미국에 패권을 넘겨줘야 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도전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달리 봐야 할 것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 심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자산은 기술이다. 한국이 우수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갖고 있기에 미·중 모두 우리와 협력을 원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은 수세적 태도로 미·중 갈등에 대처하기보다 우리 입장을 미·중에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등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중비전포럼이 7일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미중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박재근 한양대 교수, 이종호 서울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최필수 세종대 교수, 이왕휘 아주대 교수, 배영자 건국대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상선 기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의 선택 여지는 없다. 우리가 발전하려면 미국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제품의 고객 대부분은 미국에 있기에 미국에 투자하는 게 우리에겐 기회가 된다. 앞으로 반도체 제조 질서가 많이 바뀔 것이다. 미국이 자국 내 제조시설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대만과 한국의 시설도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지금은 제조 분야의 주도권이 한국과 대만에 있지만, 이것마저 미국으로 옮겨갈 경우에 대한 한국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현재까지 중국의 산업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여러 지방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기업 육성정책은 인재 유치와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대부분 실패했다. 그 결과 하이실리콘과 SMIC를 제외하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 없다. 이 두 기업도 미 제재를 받아 고전 중이다. 그러나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희토류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에 중요한 소재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배터리 공급망을 교란 또는 붕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중국 시장이 큰 건 사실이지만 당당한 소통이 필요하다. 중국도 우리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는 처지라 우리에 대해 함부로 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 기업이 시급히 원하는 건 규제 완화다. 그러나 미·중이 장기간 경쟁하는 국면을 고려할 때 더 중요한 건 반도체 인재 양성이다. 규제 다 완화해도 구할 수 없는 게 인재다. 인재는 외부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결국 내부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극소수라도 탁월한 인재라면 새로운 격차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필수 세종대 교수=만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미 대통령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불러서 투자하라고 했으면 황당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성을 비난해왔는데 지금은 미국이 중국과 같은 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주목할 건 미 기업들도 아웃소싱을 인소싱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도 파운드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고,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한다. 밸류 체인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미국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가 글로벌 과잉생산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반도체는 한국 산업의 핵심 중 핵심이다. 우리는 미·중 간 선택을 고민할 게 아니라 이 핵심 산업 자체를 잘 키워나간다는 목표를 놓쳐선 안 된다. 우리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선 적어도 ‘남의 나라가 하는 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거다. 특히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한국은 수도권 중심의 나라이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의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고급 두뇌 인재들의 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는 게 어렵다. 한국이 일본을 꺾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연구와 생산의 집중, 인재의 집중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분산 정책과 반도체 지원 정책 간의 충돌을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해소해 주느냐가 열쇠다. 한국이 반도체 전반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중국이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시대가 올지라도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초격차 분야를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만의 분야에서 우위를 지켜나간다면 세계에서 충분히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본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미국이 노골적으로 보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단일패권의 위기를 절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들을 반도체 분야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 추세가 단기적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중국의 양보를 받아낼 때까지 상당히 오래 중국을 때릴 것이란 이야기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쉽지 않다. 미국 성장의 대부분이 중국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 없이 성장하기 어렵고 중국에 대한 제재가 부메랑 효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중국 휴대폰 기업을 방문해보면 대만이나 한국과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기술자나 대만 기술자가 중국 기업에서 많이 근무한다. 인재 유출이 많은 셈이다.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인재 유출부터 막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인재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산업 환경을 만들어놨다. 규제를 도통 풀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대만은 한국을 경쟁국으로 본다. 미국은 그런 대만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이용 중이다. 이런 비상 상황이지만 우리 반도체 기업 총수는 아직도 옥중에 갇혀 있다. 그러고도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1.06.09 00:38

  • [한중비전포럼] “미국의 반도체 중국 압박은 한국엔 기회…기술격차 벌려야”

    [한중비전포럼] “미국의 반도체 중국 압박은 한국엔 기회…기술격차 벌려야”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 〈9〉 미·중 전략경쟁과 대만문제   미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인 머스틴함 함장(왼쪽)이 두 발을 난간에 올린 채 필리핀 해역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감시하고 있다. 오른쪽은 머스틴함 부함장. 랴오닝함은 일본 호위함 감시도 받았다. [사진 미 해군] 전략적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이 열전(熱戰)의 군사적 충돌까지 벌일 수 있는 지역으로 대만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파고가 높아지는 대만해협 긴장은 미·중 관계는 물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9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9차 모임은 미·중 경쟁의 구체적 사례로 대만문제 점검에 나섰다. 포럼은 현장 및 화상을 이용한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상현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안보분야 발제)=대만문제는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사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유지와 중국의 핵심국가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미국은 연초 주미 대만대표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1979년 대만과 단교한 이후 처음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 배치되는 행보다. 미국은 또 대만에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저지할 자벨린(Javelin) 대전차 미사일 400발 수출도 결정했다. 대만이 중국에 점령당하는 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 대만 TSMC 회장을 초청했다. 미·중 경쟁이 기술패권전쟁(tech war)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불가능하다. 외교와 경제, 가치 및 규범, 국익의 융합현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외교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정책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치 및 규범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한다면 미국은 무얼 해줄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호주와 아세안 등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오승렬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대학 교수(경제분야 발제)=양안(兩岸, 중국과 대만)관계가 악화일로지만 대만경제의 중국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대만 무역은 전년대비 11.3% 늘었다. 대만의 총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58%나 된다. ‘정치적 긴장’과 ‘코로나19’란 악재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중국-홍콩-대만 간 실질적 생산요소가 결합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대만에 통일지향의 국민당 혹은 독립지향의 민진당 중 누가 집권하든 중-대만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중-대만의 정치관계가 경제변동의 주요 요인이란 주장은 편견에 가깝다.   중국-홍콩-대만의 경제관계 심화는 미·중 갈등이나 양안 긴장과는 연관성이 낮으며 오히려 갈등 제어의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한국으로선 중화경제권의 생산요소 결합에 대응할 경제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앞으로 양안관계는 대만에 대한 국제적 지위 인정과 대만-미-일 간의 군사외교관계 조정 협의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론 ‘연방’을 지향하는 방안 모색이 바람직해 보인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통한 중-대만 긴장관계 해소 및 안정적 협력체제 구축은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 선회를 가능하게 해 북핵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미·중 관계에서 대만을 누가 확보하느냐 문제는 서태평양의 패권을 누가 차지하는가와 직결된다. 미국은 반도체 동맹에 대만을 끌어들이고 대만 안보를 강화해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떼어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중국에선 정말로 반도체 굴기가 안 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만을 침공해 기술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한진 KOTRA 아카데미 원장=업계에선 시장이 어디에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미·중 관계는 지정학적으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지경학적으로는 아직이다. 즉 미국과 중국이 동맹과 이웃을 끌어들이려고 서로 경쟁하는 데 중요한 건 이들에게 줄 경제적 이득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미·중 간 GDP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동맹에 줄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드는 데 반해 중국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시장은 중국에 있다고들 한다.   한중비전포럼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미중 충돌의 열전 지역으로 부상한 대만’을 주제로 열렸다. 장진영 기자 ▶문흥호 한양대 교수=미국의 대만정책이 변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거란 꿈이 깨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을 너무 방치했다’는 자성을 토대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늘리고 있다. 무기판매 축소는 ‘중국 하기’에 달렸다고 한다. 우리로선 대만해협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되 양안의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한 과장된 예측은 자제해야 한다. 워싱턴의 대만정책은 중국 견제가 주목적이고, 베이징도 2022 동계올림픽 개최 등 전선을 다방면으로 돌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미국의 대만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대만 관계의 비정치적 또는 민간교류 부문의 업그레이드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현재 미국이 대만문제에서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지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 쿼드(QUAD) 문제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미국은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미국의 딜레마다. 홍콩문제와 대만문제를 분리하고, 인권문제와 주권문제를 구분하는데 한국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민주주의 사회를 지켜나가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외교적 선택지를 늘린다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미·중 관계 속 대만문제를 볼 때 이는 신장·티베트 등과도 연관된 문제다. 미국은 인권을 내세워 홍콩·대만·신장·티베트 등을 다 모아 중국을 공격한다. 중국은 여기서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는 강화될 것이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도 언급한다. 인권뿐 아니라 종교문제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과거 홍콩과 신장·대만 문제는 서로 떨어진 것이었는데 이제는 연결되는 추세다. 만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권과 영토, 통일 문제 등에서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수교 이후 한중 관계의 지난 30년을 보면 양적 증가에만 집착해 질적 성장은 적었다. 한국은 한중 관계에서의 국익을 무역과 투자·관광 등으로 본다. 사드(THAAD) 사태를 겪은 뒤에도 이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중국시장이 크기 때문에 이 패러다임의 적용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한데 미국도 한국에 몽니를 부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제재를 한다면 사드 사태 때 중국의 제재와 비교할 수 있을지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대만과 홍콩·신장·티베트·남중국해 등 여러 문제가 마치 아이들 공놀이처럼 수시로 튀어 오르는데 큰 흐름에서 보면 기존 세력과 부상하는 세력 간의 갈등에서 나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문제라 생각된다. 갈등의 구조를 보면 결국 군사 패권이다. 얼마 전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의 회담 때 스가 총리는 나름대로 상당히 놀라운 포지셔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 문제에서 수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눌러주는 게 한국에는 기회이자 이득이 되고 있다. 한국으로선 이때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늘려야 한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까지 따라 잡히면 중국으로부터 나라 대접이나 제대로 받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우위 확보를 위해선 지옥까지 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 문제에서 너무 우리 입장만 내세워선 안 된다.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묻어둘 건 묻어두고,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양안관계는 정치적 긴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안 안정이 미·중 모두에게 더 이득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도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해선 두 사항이 부각된다. 하나는 반도체 문제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우리에겐 기회가 되고 있으므로 이 기회를 잘 살려 기술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쿼드 문제로 이를 참여와 불참의 시각으로만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쿼드의 여러 추진 방향과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1.04.21 00:18

  • [한중비전포럼] “미·중 택일할 게 아니라 한국의 원칙과 입장 세워야”

    [한중비전포럼] “미·중 택일할 게 아니라 한국의 원칙과 입장 세워야”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 〈8〉   미·중 대결을 진두 지휘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각각 2인자 시절이던 2012년 만났을 때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트럼프 시절 시작된 미·중 대결은 향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한국은 어떤 전략을 설정하고 어떤 준비를 갖춰 미·중 대결이 불러올 격랑을 헤쳐 나갈 것인가. 한중비전포럼 8차 모임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전략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한국의 대응책을 모색해 보았다. 22일 열린 포럼은 현장 발제와 화상 토론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재성 ▶전재성 서울대 교수(외교 안보 분야 발제)=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이 중요한 연설을 했다. 트럼프 시기의 미국 우선주의와는 달리 글로벌 이익이 증진되어야만 미국의 이익도 증진된다면서 미국의 리더쉽과 정당성 회복을 강조했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포린어페어즈에 발표한 논문도 중요한데 민주주의 세계 연대 강화와 가치중심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당면 이슈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트럼프 후기처럼 중국을 이데올로기의 적이라거나 신냉전적 봉쇄의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제하고 각 분야별로 중국의 잘못된 행동들을 지적한다. 경제 부분에서의 강압적 행동, 기술 부분에서의 불법적 행동, 중국 국내 문제를 포함한 인권문제 등이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쿼드플러스(QUAD+)에 들어가냐 마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슈별 우리의 입장 또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미국이 강조하는 양자적·지역적 견제에 직접 들어가기 어렵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다자주의 참여 전략이다. 탄소중립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우리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여서 그런지 북핵 문제 중심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북핵을 비확산의 문제로 보는데 우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보기 때문에 초점과 속도의 차이가 있다.   안덕근 ▶안덕근 서울대 교수(경제 통상 분야 발제)=바이든 행정부는 환경, 노동인권, 군사안보, 국가체제와 관련된 문제까지 연합해서 경제·통상 정책을 펼칠 것 같다. 관세 조치 하나만 얘기한 트럼프와 달리 탄소국경세 등 환경이나 노동 인권 문제를 중요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대중국 봉쇄조치는 구멍이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 때 했던 1단계 무역 합의에는 섹터 별로 중국의 구매액 목표치가 있었는데 기껏해야 40%밖에 달성이 안 됐다. 딱 한 분야만 120% 달성됐는데 그게 바로 반도체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압박하고 첨단 기술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한다고 했지만 중국은 무역합의를 지킨다는 명분 하에 반도체 사재기를 했다. 이런 식의 구멍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상에서도 전략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한다. 미국이 새로 짜는 경제연합체의 핵심은 디지털 통상 질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 속에서 디지털 서플라이 체인에 중요한 대만의 역할이 부상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지역 우방 국가들을 모으는 경제블록화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설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기존의 일대일로 참여국, 즉 저개발국가들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중국이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미국은 지역주의를 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방금 말한 대로 미국이 중국의 대외 확장을 막고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봉쇄하는데 가장 필요한 지역은 대만이다. 반도체 등 대만의 산업체제는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미국이 운영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 가운데 가장 큰 레이더는 대만 신주(新竹)에 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협력할 부분, 경쟁할 부분, 대결할 부분을 나눠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문제나 국제기구 개입, 비확산 문제 등에서는 협력을 구할 것이다. 경제·통상 부분은 중국 시장, 경쟁력, 기술개발 수준 등을 볼 때 미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진 못하고 경쟁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대결은 군사·안보적 분야다. 미국은 하드파워에서는 자신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지능화 정보전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 미국의 우려가 있다.   ▶왕윤종 경희대 교수=세계에는 두 가지 형태의 통합이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얕은 통합(Shallow Integration)의 전형적 형태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꿈꾸는 것은 가치와 이념, 체제 안보 규범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는 깊은 통합(Deep Integration)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또는 행운일 수 있다. 그동안 동네 야구를 하다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린치핀 역할을 할 수 있고 쿼드플러스에 들어갈 수도 있다. 왜 우리는 이것을 스스로 걷어차야 하나.   ▶이정남 고려대 교수=중국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하는 것 같다. 이유가 있다. 가령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때문에 미국과 유럽 간의 신뢰관계가 깨졌다. 최소한 유럽이 미국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중국을 억제하는 쪽으로는 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1순위로 삼고 있다. 중국은 지구전을 내세운다. 러시아와는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은 대중(對中) 견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도록 중화시키고, 아세안 등 동아시아를 근거지로 삼아 성장을 이끌어 내면서 서서히 미국의 대응에 준비해 나가는 큰 구상을 하는 것 같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미국의 대중전략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미국 대서양위원회(애틀랜틱 카운슬)의 중국 보고서(일명 The Longer Telegram)는 시진핑 이후(포스트 시진핑) 시대에서의 미·중 협력을 도모하자는 쪽으로 톤을 잡은 것 같다. 당장 군사적 봉쇄를 하진 말고, 중국이 내부적으로 모순이 많으니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는 외교적으로 봉쇄하고, 그 다음에 중국이 합리화되면 미국이 원하는 강대국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체제전환(레짐체인지)이 아니라 중국이 국제 규범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조정해 나가자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우리가 시진핑 방한을 둘러싸고 지나치게 중국 쪽으로 경사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전략적 공간을 상당히 제약할 수 있다. 한·미 동맹, 한·중 협력 구조 위에 우리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얘기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엊그제 58개국이 서명한 외국인 구금 반대선언에도 큰 틀에서 우리의 원칙을 표명할 순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안 하면 한국은 왜 저러고 있을까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바이든은 전면적 체재 경쟁이 아니라 전략적 경쟁론을 택했던 것 같다. 그 출발은 미·중 관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전면적인 디커플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인 것 같다. 중국을 압박하더라도 전략적 타협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가능성을 과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대결이란 기본적 방향은 계속되겠지만 세계 경제의 연계성(Connectivity)이 너무 높아져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전략적,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트럼프 정부의 외교 기조가 원맨쇼였다면, 바이든의 팀은 세련되고 잘 정리된 실천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외교도 대응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미·중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외교·통상 각 부분별로 정교한 포지션 페이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잘 정리된 우리 의견을 만들어나갈 때가 되었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은 쿼드플러스와 같은 대중제재에 직접 참여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각 사안별로 원칙적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협력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또한 우리가 사회 역량을 집결하고 정파에 구속되지 않는 보다 객관적인 견해들을 만들고 이를 표명해 나가면서 동네 축구가 아닌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자는 얘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 ◆한중 비전 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2021.02.24 00:26

  • [한중비전포럼] “중국군 과대·과소평가 안돼…억지 방안 모색해야”

    [한중비전포럼] “중국군 과대·과소평가 안돼…억지 방안 모색해야”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7〉   지난해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둥펑(東風)-17 탄도 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광장을 지나고 있다. 중국은 둥펑-17은 극초음속 활강 미사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화=연합뉴스]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말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막연하게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억제와 활용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12일 열린 ‘한중 비전 포럼’ 7차 모임의 제안이다. 군사와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중국의 군사력, 중국군의 작전 체계, 미국군의 대응과 한국군의 대비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록.   ▶김태호 한림대 대학원대학교 교수=중국군을 평가할 때 과대평가하지 말고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중국이 전면적인 군 개혁에 나섰다. 상부구조를 다 바꿨고 하부구조를 변혁 중이다. 7개 군구(軍區)를 5개 전구(戰區)로 바꿨다. 중앙군사위→5개 전구→집단군 순으로 집단군 아래 사단을 없애고 여단으로 바꿨다. 여단 아래 연대급을 대대로 대체했다. 1000개 이상의 연대를 해체한 혁명 수준의 변화다. 30만 병력을 감군했다. 전면전이 아닌 억지·국지전,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군의 개혁 방향은 현대화·정보화·합동화다. 난관은 사람이다. 1급 파일럿은 훈련시키는 데만 10년이 더 걸린다. 합동화도 문제다. 한 자녀 영향으로 병사들이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박창희 국방대 교수=중국군이 상정하는 정보화 전쟁의 본질은 체계(system) 작전이다. 우선 여론·심리·법률전 3전을 통해 정치 심리적 우위를 확보한다. 이어 우주전·사이버전·전자전으로 적의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를 파괴해 정보 우세를 달성한다. 동시에 통합 화력 작전이 이뤄진다. 주도권을 확보한 뒤 기동 작전으로 결정적 성과를 달성한다.   만일 중국의 정보전에 의해 아군의 C4ISR 체계가 마비되면 통합 화력 작전에서 완전히 무너진다. 초기 정보전에서 버텨야 한다.   총괄평가(Net Assessment)가 중요하다. 경쟁국과 군사력을 비교해 피아(彼我) 강약점과 비대칭성을 찾아 강점으로 약점을 제압해 세를 발휘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하는 방법이다. 병력수·부대수·무기수가 진정한 군사력이 아니라고 앤드류 마셜 미군의 전 총괄평가국장은 말한다. 진정한 군사력은 교리·전략·훈련·지형·군수·전략문화 심지어 상대국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비합리성과 경직성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국가안보기획과 국방기획, 특히 전력·전략기획에 필요하다. 한국군에는 총괄평가 조직이 없다.   12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창희 국방대 교수, 양정학 육사 교수,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 정재호 서울대 교수, 이하경 주필,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정승조 전 합참의장, 신경수 예비역 소장, 이영학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 김태호 한림대 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상선 기자 ▶양정학 육군사관학교 교수=미국은 ‘모자이크 전쟁’이란 개념을 내놨다. 2017년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방식으로 제시하면서다. 다영역작전이다. 분산된 군사력을 보다 신속하게 구성하고 재구성함으로써 미국에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적응성을, 적에게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창출해내는 전쟁 수행 방법이다. ‘킬 체인’에서 ‘킬 웹’으로 전환시켜, 하나의 노드(마디)가 무력화되어도 크게 지장이 없도록 하는 개념이다   미군의 대중국 군사 대응은 다양하다. 국방대 50%의 교과 과정을 중국 관련 커리큘럼으로 재정비하도록 했다. 해군은 2025년까지 유령함대 건설을 천명했다. 중국의 제1도련(島鏈·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 안의 탄도미사일 기지와 항모를 타격하고, 미 항모 타격단은 유령함대 후방에서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이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한반도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첫째 북한이다. 전면전 발발 시에 중국의 적대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토록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한·중 서해 이어도 및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해양경계 획정 문제가 있다. 중국이 해군력을 앞세워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이 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   셋째 대만 또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충돌이 발발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대응 방안으로는 ▶중국과 안보·국방 차원의 소통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방향성을 천명하고, 이슈별로 국익 판단에 근거해 정책을 정리하며,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첨단 무기체계나 군사기술을 이전받고,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승조 전 합참의장=중국을 과도하게 가까이 생각하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과도하게 멀리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리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이웃 나라’로 본다. 중국은 좋은 이웃이지만 조심해야 할 이웃이다.   중국에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나. 첫째 한·미 동맹이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 중국을 억제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한국군 스스로 전략적 억제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고슴도치 전략’, ‘전갈 전략’ 등 여러 명칭이 있다. 우수한 탄도탄, 순항 미사일로 중국 심장부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중국에 잘 알린다면 억제가 가능하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에 북한보다 한국이 더 좋은 이웃이라는 인식을 중국이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 전문가 양성 역시 중요하다.   ▶신경수 예비역 육군소장(전 주미 국방무관)=틱톡·화웨이는 미·중 간에 진행되는 인공지능(AI) 전쟁의 일환이다. 우리는 중국을 ‘경쟁’ ‘도전’으로 인식한다. 반면 미국은 ‘위협’과 ‘전쟁’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미·중간 AI 전쟁이 진행 중이고, 연장선에 화웨이와 틱톡이 있다. 우리가 안보 차원에서 안이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미국과 중국 중에 결국은 또 줄타기할 수 밖에 없지 않냐는 현실적인 의견이 많다. ‘균형잡기’다. 단 과거와 지금은 전략 환경이 다르다. 북한이 한·미 공동의 심각한 적이라는 개념이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이 변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줄타기는 과거와 달리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중국군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으려면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인민해방군의 이해관계가 글로벌하게 바뀌는 상태에서 국부(局部)전쟁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수백 마력의 고성능 자동차와, 톱 드라이버의 기량이 있다고 할 때 과연 누가 승리할 것으로 볼 것인가.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중국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통해 인공위성을 달 표면 뒤에 먼저 앉았다. 샤프 파워를 통해 미국의 무기 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단둥의 신압록강 대교에 주목해야 한다. 군사 도구로서다. 저우산(舟山) 군도의 군인을 만나 한국이 동해 방어를 안한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과 대비된다는 지적이었다.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역사를 보며 평양-원산선을 생각한다. 당(唐)과 신라를 나눈 것도 평양-원산선이고, 고려가 통일했을 때도 평양-원산선을 넘지 못했다. 중국이 통일된 한국과 갈등이 있어 개입했을 때, 평양-원산선에서 몇 달을 버틸 수 있느냐, 철군을 강요할 수 있는 상황까지 늘 생각해야 한다.   선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민간·군·외교·정상 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최후의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벌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과 관계를 나쁘지 않게 가져가야 한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을 이전받아야 하고, 다른 한편 중국에 군사적 견제에는 신중해야 한다. 바람직스럽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가. 지난 5월 미국이 천명한 ‘원칙에 따른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김태호=중국은 적이 아니다. 우방도 아니다. 중간에서 맴돌 것이다. 군사적으로 적과 우방 사이에서 물려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박창희=성능 좋은 차냐, 기량 좋은 운전자냐는 결국 무기가 지배하느냐 전략이 지배하느냐의 문제다. 당연히 전략이다.   ▶이영학=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대응과,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대북한 군사력 건설을 제시해 두 측면이 겹치는 부분에 집중한다면 미국에 부응하면서 중국 반발도 무마시킬 수 있지 않을까.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사공관숙 연구원

    2020.10.14 00:21

  • [한중비전포럼⑥]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전문]

    [한중비전포럼⑥]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전문]

    지난달 11일 홍콩 시민들이 반중 성향의 일간지 애플데일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전날 홍콩 보안법 저촉 혐의로 체포된 지미라이 사주를 지지하는 시민의 성원으로 평소 7만여부 팔리던 신문이 이날 55만부 판매됐다. [AP=연합뉴스]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모레는 동아시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대만에서 나온 우려다. 홍콩 문제를 다룬 ‘한중 비전 포럼’ 6차 모임이 지난달 31일 열렸다. 장정아 인천대 교수는 발제에서 “정치적으로 각성한 홍콩인들이 새로운 홍콩을 만들고 있다”고 홍콩 분위기를 전했다. 홍콩 엑소더스를 유치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포럼은 발제자 등 일부만 모이고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다음은 토론 전문. 관련기사[한중비전포럼]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최근의 홍콩 문제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로 시작해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면서 홍콩 내부의 모순, 중국의 강력한 대응을 거쳐 미·중 전략적 갈등으로 확대됐다. 중국으로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번영과 안보를 위해 취한 주권적 조치라며 기존 일국양제와 항인항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 서구 국가들은 국가보안법 내용이 홍콩기본법으로 유지되던 일국양제, 항인항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중국이 반환 당시의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난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여러가지 특별 우대 조치를 철회했고, 중국과 체제 경쟁에 홍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홍콩 정치와 경제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국제 금융과 무역에서 홍콩의 역할을 앞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홍콩에 대한 중국의 권위주의 움직임을 한국은 어떻게 인식해야 할 지, 미·중 전략갈등에서 홍콩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외적 입장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가 주요한 관심사항이다. 오늘 발제와 토론에서 이런 내용이 많이 다뤄지기 바란다. 두 분 발제 이후 초빙 토론자, 이후 자유 발언으로 진행하겠다.     [발제] 보안법 이후 홍콩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한중비전포럼이 31일 오전 '홍콩 국가보안법과 글로벌 파장'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장정아 인천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홍콩 사태의 핵심 포인트부터 살피자. 우선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현지 용어로 국가안전법이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보안법이 적절하다.   첫째 포인트. 홍콩은 송환법과 보안법 이전과 이후로 달라질 것이다. 보안법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압박이 강해져서만도 아니다. 지난해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 와중에 보안법이 도입되어서다. 즉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위는 홍콩 시민에게 근본적 변화를 야기했다. 그 전에도 여러가지 갈등·압박, 홍콩 내부 문제는 있었다. 하지만 사회운동의 저조기였다. 송환법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적었다. 1년여 시위를 겪었다. 시민이 정치적으로 각성했다. 즉 홍콩 안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깨달았다. 홍콩이 누린다고 생각했던 자유·법치·인권의 허약성을 깨달았다. 정치적 민주, 직선제가 없음에도 자랑스러워해왔던 자유로운 국제도시 홍콩에서 근본적으로 통치 체제의 민주화가 없을 때, 이것들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식민주의의 유산인 법치조차 매우 취약했다.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홍콩이 법치 사회였던가, 자유사회가 맞았는가 등 근본적 성찰이 이뤄졌다. 빈부 격차도 드러났다. 빈부 격차는 홍콩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주의기 아니기에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식해왔던 문제다. 그러나 1년 사이 관원의 고연봉, 부동산 재벌의 독점, 일국양제의 근본적 한계 등 폭넓은 문제에 근본적 성찰이 이뤄졌다. 홍콩에서는 영국 식민지 유산에 대한 성찰이 적었다. 영국이 남긴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많았다. 시위를 겪으며 식민지 제도와 유산에도 한계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상황에서 보안법이 도입됐다. 이제 단순히 어떤 정책을 바꾼다고 홍콩인의 불만이 없어질 문제가 아니게 됐다. 보안법 자체는 상상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시민사회나 개인이 위축됐다. 그러나 시위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일상 속으로 혹은 해외에서 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1년여의 시위가 홍콩의 근본적 문제를 성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제한령은 불만에 불을 붙였다. 갑자기 식당에서 식사를 하루종일 전면 금지했다. 서민들은 밖에서 쭈그리고 비를 맞으며 밥을 먹게 됐다. 고연봉의 관원은 일하는 서민의 존재를 모른다고 깨닫게 됐다. 과거에는 특정 관리, 일회성 문제로 보았다. 이제 근본적인 통치 체제의 문제로 보게 됐다. 시위를 겪으며 조직력은 강화됐다. 지난해 구의회 선거에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다. 역대 최다로 민주파가 압승했다.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파의 비공식 경선에 61만명이 참여했다. 역대 최다였다. 특정 정치 세력이 이끌지 않았다. 자발적 움직임이다. 코로나19와 보안법 겪으며 저항은 타격을 받았다. 단 민주가 없다면 경제 자유, 생활 자유, 개인 자유 역시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포 속에서도 홍콩은 조용해지지 않을 이유다.   둘째 포인트. 일국양제의 홍콩을 중국과 동질화시키려는 움직임의 성공 여부다. 전방위적 통제가 교육·언론에서 시작됐다. 한편으로는 일국양제가 예정한 통합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바깥에 있던 차이를 안으로 가져왔다.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그동안 관리·기업인은 단지 중국이 하는 일을 지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측이 이런 소위 친중파들에 대해 더 진정한 애국과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갈등과 균열의 여지도 있다. 일국양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은 홍콩인보다 중국인이 우선이라고 교육하지만, 중국인임을 국적상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 속의 홍콩인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정치적 세례를 받았다. 이런 홍콩인이 기존과 달라진 중국과 관계 속에서 어떤 홍콩인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남은 숙제이다. 분명한 것은 없다. 중국인이란 정체성에 홍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중요한 포인트다. 홍콩 안에서도 많은 토론이 필요한 과제이다.   세째 포인트는 홍콩인 내부의 분화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보면 홍콩은 분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각자의 의견이 강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 1년 여론조사 보면 중간파가 줄었다. 홍콩은 그동안 중간파가 많았다. 무입장파가 40%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간파가 1년을 겪으며  자신을 민주파 또는 친정부파로 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립되는 의견을 강하게 표현한다. 충돌이 거칠어진다. 전체적으로는 1년 전에 비해 본인을 친정부파보다, 민주파나 본토파로 자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홍콩의 본토파는 기존 민주파를 거부하고 좀더 강경한 입장에서 어떠한 중국과의 관여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중국에 대한 포용을 거부하는 강경한 입장을 홍콩 현지어로 본토파라고 한다. 이들이 더욱 늘었다. 지난 6월 조사에서 본토파 20% 민주파 31% 총 51%로 나왔다. 1년전 비해 10% 늘어났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도 중간파·무입장이 40%를 넘었지만, 민주파 34%, 본토파 7% 친정부파 15%로 조사됐다. 50대 이상에서도 친정부파보다 본토·민주파가 더 늘어났다. 전체적으로는 현재 홍콩의 정치 체제, 살고 있는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년여 정치 세례를 거치며 많아졌다. 세대 차도 크다. 홍콩의 정체성을 중시하고 독립에 찬성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이만 강경하고 나이 50대 이상은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시각은 표면적이다. 홍콩 자체가 무너져 간다는데 공감대가 크다. 나이가 많은 분도 독립에는 반대하지만 그들이 누려왔던 최소한의 자유가 내 생애 동안 없어지도록 놔둘수 없으며, 비록 앞장서거나 법을 어기기 어렵지만 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하겠다는 공감대는 50대 이상에서도 광범하게 퍼져있다. 다음은 계층·학력차에 따른 분화다. 중산층이 상류층이나 하층보다 좀 더 시위를 지지하고, 본인을 좀 더 민주파로 말한다. 그렇다고 기층 서민이 전체적으로 정부를 지지한다고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 서민 자제도 시위에 열심이다. 계층의 차이는 아니다. 계층·연령·학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학력이 높을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홍콩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경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비율이 높다. 의회 선거 후보자 자격을 사전에 묻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하는데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8월초 여론 조사에서 선거 주임의 후보자 자격 박탈권에 63%가 반대했다. 민주파 지지자 아니라거 밝힌 층에서도 35%가 입후보권 박탈에 반대했다. 홍콩에 있다고 느꼈던 자유조차 사라진 데 대한 광범한 반대가 여러 여론 조사에서 드러난다. 주요 관원에 대한 지지도도 낮아졌다. 최근 6~8월 조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홍콩인은 홍콩 정부에는 불만을 가져도 중앙 정부에는 그동안 높은 지지도를 주어왔다. 홍콩인은 우리가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중국 정부가 일은 잘한다고 여겨왔다. 예를 들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초반에는 불투명에 불만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홍콩 정부보다 중국 정부가 좀 더 일을 잘한다는 의식은 있어왔다. 2007~2008년에는 일국양제에 대한 믿음이 70~80% 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홍콩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과 같이 중앙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폭이 더 크다. 조금씩 세대 계층 차이는 있지만 불만이나 갈등은 광범하다고 할 수 있다.   네째 포인트. ‘반중(反中)=미국’ 구도를 넘어설 것인가 여부다. 국내외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자건 유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건 홍콩 시위는 반중이고, 미국에 가깝다며 시위를 의심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측면은 분명 있다. 홍콩 내부에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다만 이런 토론을 전면적으로 할 수 없었다. 매일매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의 통제가 많아 깊은 토론은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점점 ‘반중=친미’ 구도로 보여져왔다. 하지만 홍콩 안에서도 이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난다. 미국과 중국에 동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미국을 지지해서는 안된다.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을 미국과 중국의 장기판을 넘어서 시민사회의 연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위한 이론틀은 연구자에게 과제이자, 홍콩인에게도 과제이다. 토론은 시작됐다. 매일매일 새로운 압박과 통제가 이뤄지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홍콩이 중국 본토와 연대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 통제나 현실적 조건의 한계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의 많은 일반 대중은 홍콩 시위를 반중으로만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이 역시 향후에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현 시점에서 홍콩 젊은이는 반년 전에 비해서도 중국에 대한 반감이 훨씬 강해졌다.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1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을 겪으며, 본토인이 겪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는 공감도 켜졌다. 이런 부분이 향후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음으로 홍콩 보안법 내용을 보자. 주요 내용만 말하겠다. 이번 보안법은 헌법격인 홍콩기본법 부칙 3의 홍콩특별행정구에서 실시하는 전국성 법률에 포함시켜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 권한은 전국인대 상무위에 있다. 기본법 23조의 국가안전 입법을 홍콩에서 입법할 것이니 이를 막자고 생각해왔다. 홍콩 시민은 시민사회의 힘이 커졌으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상상을 초월해 부칙 3을 이용해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법안은 전방위적으로 국가 안보 관련 홍보·교육·관리를 강화했다. 홍콩 관원으로 구성된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설치됐다. 주석은 홍콩 행정장관이다. 범죄에 가장 무거운 처벌은 무기징역이다. 범죄는 네 가지다. 국가분열죄, 국가정권 전복죄, 테러죄. 외국과 결탁이다. 외국인도 법적으로 포함된다. 범죄의 행위나 결과 중 하나가 홍콩 내에서 발생하면 홍콩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된다.(36조) 홍콩 영구주민이 아닌 자가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을 겨냥해 저지른 범죄도 보안법 적용을 받는다.(38조) 세칙도 발효됐다. 특수한 상황에서 영장 없이도 어디든 진입 수색이 가능하다. 행정장관이 직접 보안법 재판 판사 지정이 가능하다. 그동안 보안법 논의에서 상상 못했던 중앙정부가 직접 국가안전공서를 설치해 중국 관원이 직접 관할권을 행사하게 됐다. 국가안전수호공서는 홍콩 정부의 관할을 받지 않는다. 이는 홍콩기본법과 여러 사항에서 위배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보안법과 홍콩 현지법률이 불일치할때 보안법을 적용한다고 법조문에서 규정했다. 홍콩 법조계에서는 홍콩 기본법 위반이라고 항의한다. 지난해 도입을 반대한 송환법 보다 범위가 넓다. 중국에 넘겨져 중국 안에서 재판받을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중국 기구가 직접 홍콩에 와서 관할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향후 전망과 관찰 포인트다. 첫째 각 분야에서 통제 강화가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 먼저 각 분야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현재 1만여명이 체포됐다. 기소 비율은 20%내외다. 많이 풀어주기도 한다. 법원도 기각하고 있다. 법원에는 아직 여러 입장이 공존한다. 경찰을 비판하는 판결도 나온다. 노골적으로 경찰 편을 드는 판결도 있다. 갈수록 정부에 유리한 판결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이 심사를 제기한 사항을 법무장관인 율정사장이 법원에 압력을 가해 기각시켰다.  법원과 법치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교육에서는 초·중·고교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 하고, 교사에게 정치 주제를 토론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유치원부터 국가 정체성을 키우고, 중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대학 교수 해고나 계약해지도 계속 나온다. 교과서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삭제되고 있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에서는 종교의 자유 속에서 종교 단체들이 인권 보호 역할, 시민과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다친 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인원 구성이 바뀌면서 정부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안에서도 정부 반대 공무원이 해고되고 있다.   둘째 입법회 선거의 연기다. 중앙 정부가 1년 연기를 결정했다. 많은 논란이 있다. 한편에서는 1년동안 악법의 통과를 막으려면 민주파가 의회에 남아야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장관이 긴급법 인용해 선거를 연기한 것을 받아들이면 홍콩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못한다며 사퇴 주장도 나온다. 의원 체포와 자격 박탈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6월부터 민주파, 즉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친정부 쪽보다 2배 정도로 높았다. 정부에서 불리한 선거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홍콩 선거는 완전한 직선이 아니다. 절반 정도는 시민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직능대표제다. 제도적 한계가 크다. 의회 선거 결과는 의원들이 행정장관 선거인단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세째, 코로나의 영향이다. 시위 위축은 물론 중국의 건강코드 문제가 부각됐다. QR코드다. 원래는 광둥-홍콩-마카오 사이에서 출입 조건으로 삼으려 했다. 정부에서 홍콩 전면 시행을 주장한다. 자가 격리 면제 등이 조건이다.   시민 사회에서는 DNA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시작하면 어떤 통제로 돌아올 지 모른다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네째, 미국·영국 등 국제관계 이슈다. 시위대가 지나치게 친미로 보이는 데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에서도 홍콩 시위대에 지지를 보류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시위대가 외국 의존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비판적 토론도 홍콩 안에 존재한다. 영국 식민시기 통치에 대한 성찰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식민이나 미국에 대한 성찰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미국과 영국에 가까워지는 구도가 등장했다. 영국은 홍콩인 이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섯째, 외국 이민의 증가다. 올 상반기 3000명이 대만으로 이주했다. 최근 대만 망명 시도하다 체포된 사례도 발생했다. 캐나다로 돌아올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호주도 체류연장 방안을 내놨다. 반면에 어떤 경우에도 떠나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이주자는 이제 현지에 녹아들어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홍콩 자유 민주화에 역할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기존 이민과 달라질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홍콩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지켜 볼 포인트이다.       한중비전포럼이 31일 오전 '홍콩 국가보안법과 글로벌 파장'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신흥경제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제 분야 발제] 홍콩 국가보안법과 글로벌 경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신흥경제부장=최근 이슈, 향후 전망, 홍콩 사태가 홍콩 금융 허브 지위에 미치는 영향,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 국제질서에 끼치는 영향,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순서로 발표하겠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특별대우 철폐와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에 관여한 외국인 및 금융기관들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과연 미국이 홍콩에 관여하고 때리면서 얻는 이득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미국도 경제적 이득은 전혀 없다. 손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힘을 과시해 중국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 국제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내 지지율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콩에는 미국 기업 1350여개가 진출해 있다. 홍콩 제재는 미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 없다. 경제보다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향후 전망을 하면, 홍콩 문제는 달러화 결제 시스템 접근을 막는 금융전쟁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나, G2 갈등이 본질적으로 경제적 득실보다는 헤게모니 다툼에 있는 만큼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이 대선을 기점으로 홍콩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가능이 있다. 미국 민주당 바이든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면서 G2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제재와 간여에 따라 미·중 갈등이 홍콩 금융허브에 끼칠 영향이다. 홍콩은 자체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홍콩 경쟁력이 미국이 제재 한다고 해서 단기간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허브 기능을 단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단 외국인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인력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의 경쟁력은 장기간 구축한 환율 안정과 외환거래의 안정성이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낮은 세율도 강점이다. 홍콩(법인세 16.5%, 소득세 2~17%)은 한국(법인세 25%, 소득세 6~42%)·싱가포르(법인세 17%, 소득세 0~20%)·영국(법인세 28%, 소득세 20~40%) 등 여러나라와 비교해도 세율이 낮다. 자유로운 사업 환경과 영어가 된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중국 관문으로서의 기능도 강점이다. 홍콩은 중국에게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CEPA를 통해 무역투자 분야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이는 홍콩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홍콩과 중국 무역거래의 40%가 무관세다. 투자는 내국인 대우를 받는다. 이 부분은 다른 금융 허브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홍콩 기득권층 사이에서는 보안법 자체를 찬성하지 않지만 보안법이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니 이 부분에서 피로감이 생기고 있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홍콩 보안법 시행이 곧 홍콩의 중국화로 의심받고 있다. 홍콩의 공정한 법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미국의 제재로 자유무역 금융허브 상징성이 손상되면서, 싱가포르·도쿄·상하이로 기능이 분산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원인으로 신뢰성 약화, 기업 철수, 자본 인력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투자은행(IB) 대응은 투트랙 전략이 많다. 미국의 제재에 당하지 않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거점을 준비중이다. 비상계획을 보면, 비상 감사를 받거나 법률 자문을 진행하고 홍콩 고위 관리에 대한 계좌 해지, 환급을 일방 통보한 사례도 나온다. 미국의 의도가 먹히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에서 본토 거점 강화 움직임도 나온다. 유럽계도 미·중 분쟁에서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 제재 피하고, 중국에게도 밉보이지 않으려는 게 대체적인 글로벌 움직임이다. 다음 중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다.   홍콩 경제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27%에서 현재 3% 미만으로 낮아졌다. 홍콩 경제의 약화가 중국의 경제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홍콩을 경유한 직접투자 약 60%, 수출은 10.5%를 차지한다. 대신 홍콩 기능 약화가 중국 경제에 불안을 불러올 수는 있다. 중국 기업의 달러채권 발행, 기업공개(IPO)도 위축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내 IPO를 막자 대체 시장으로 홍콩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 기업의 달러 조달 창구가 막힐 수 있다. 이것이 신용 리스크로 이어지고, 위안화 국제화에도 차질이 생긴다. 중국 경제의 불안을 야기할 요인은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 질서 영향이다. 홍콩발 불안이 아시아 지역 전반으로 퍼지면 홍콩의 기능이 자본조달이 크기 때문에 아시아 전체의 자본 조달에 불안을 가져 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 분쟁과 연결하면 홍콩 문제가 아시아 전체로 퍼지면서 아시아 전체 국가가 미·중 양자택일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각국 투자환경과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시아 부품 공급망, 밸류체인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은 트럼프 보다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긴 하지만 바이든의 특징은 동맹 관계를 구축하려는 정책 스탠스가 있다. 이 경우 미·중 양자 택일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중국관리는 트럼프가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저우샤오밍(周小明) 전 제네바 유엔본부 부대표는 트럼프가 동맹관계를 파괴하는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을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이중적 입장이다. 일부 친미와 친중 국가들이 존재하는데 반중 국가 중심으로 첨단 밸류 체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나 대만으로 반중국 전선이 형성되면서 생산기지가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위안화 국제화 측면에서 보면 홍콩사태는 부정적이다.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 일부 친중 국가에서 위안화 활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홍콩 둘러싼 갈등으로 한국에 기회 요인 있을 수 있다. 미·중간 싸움속에 한국의 국제사회 발언권 강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G7회의에 한국을 초청했다. 중국의 한중 고위급 회담 제안 및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 유화적 제스처는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 상승을 반영한다. 최근에는 중국 관료들이 산업부나 경제 부처와 만나려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드 이후 연락해서 만나기 어려웠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지막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이다.   홍콩 불안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장기 구조적 요인이다. 우선 구조적 해결이 어렵다. 미국이 잘 활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핵심은 아시아와 중동이었다. 중동은 미국이 세일가스를 자체 생산하면서 전략적 가치 떨어졌다. 미국도 역량을 홍콩과 남중국해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 미군은 철수했다. 러시아도 주적이 아니다. 이런 큰 흐름에서 변화가 클 것이다. 한국은 이런 불안속에서 수출의 불안을 예상해야 한다. 홍콩은 간접 수출이 높다. 전체 수출의 6%로 4~5위 수준이다. 중국이 26% 미국이 14% 와중에서 홍콩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수출이 미·중 분쟁 이후 늘어나긴 했다. 한국의 홍콩 금융 점포는 179억 달러 규모다. 펀드 규모도 상당하다. 한국의 자금 유출입에 홍콩 불안으로 변동성 커질 수 있다.   홍콩 불안을 외국인은 한국 불안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홍콩 불안은 중국 불안. 중국 불안은 한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공식화되어 있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에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마지막 금융경쟁력 제고다.   한국은 제조업이 잘 발달된 나라다. 여기에 금융 부분이 묶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홍콩에 비해 뒤떨어진 분야가 많다. 경제 특구나 선택과 집중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IB와 최근 면담했다. 한국에 투자 하려면 홍콩보다 수입이 3배는 늘어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용이 많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관련 규제 완화를 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다. 경제 특구를 지정해 특혜를 줄 필요가 있다. 외국인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먹튀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이를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말고 고용을 고려해야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은 영국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이 올해 처음으로 홍콩을 제쳤다. 서울 5위, 홍콩 9위. 향후 장기적 희망도 있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장별로 살피면 외환·주식·채권 시장 중 채권 시장이 홍콩에 비해 규모가 크다. 외환 시장도 홍콩에 역전당했다. 채권시장을 육성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국제정치 측면에서 일본이 홍콩 사태에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정책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다. 우선 현재 국제정치에서 미·중관계가 격화되면서 일본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이 최종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헤게모니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수호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수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갖게되는 첫째 이유다. 두번째로서는 일본 내에 중국에 대한 불신감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공산당의 행태라든지  중국에 대한 불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홍콩에 대한 일본 여론도 관심을 갖게 됐다. 다음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언론이나 정부의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자유와 인권의 문제다.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유 침해는 국제사회가 목소리 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콩사태는 자유와 민주를 유린하는 홍콩 보안법이다. 특히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 사법부 신뢰 못하므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에 침해를 가져오고 나아가 일본 국익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둘째, 한일 관계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양상인데, 국제적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홍콩 문제는 중국 자신이 찬성했던 1948년 세계 인권선언, 중영 공동성명 1984년 일국양제 제도를 인정했는데 이런 국제적 약속을 위반하면 국제질서의 파괴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그래서 중국이 이런 문제에 대해 자제해야 되고 국제사회가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 기본 입장이다. 셋째, 홍콩 사태가 진정되면 대만 문제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동아시아 질서 전체에서 홍콩은 동아시아 전체 질서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일본의 동아시아 질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다.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G7에서 일본이 강력하게 홍콩 인권문제에 반대하고 있다.   시진핑 국빈방문에 대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민당 의원들이 초당 의원모임을 형성해서 아베의 국빈방문에 반대하고 있다. 인권 자유를 무시하는 국가가 이를 해결하지 않고 국빈 방문을 오는 데 반대한다는 논리다. 아베 총리가 사임했기 때문에 앞으로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일본 정국은 위기 관리 내각이 되어야한다. 코로나 관리 내각이 되어야 하는데 이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제를 하고 아베를 비판하는데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과 관계를 진전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서는 찬스라는 분위기가 있다. 홍콩 문제가 중국이 자유 인권이 문제가 되지만, 일본 경제 상황에서는 국제 금융 허브가 도쿄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부분에서 규제 완화가 연일 일본 매스컴에서 보도되고 있다. 도쿄 금융 센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가능한한 국제적인 홍콩을 경유하는 투자나 금융 센터 이전을 도쿄가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세번째, 일본이 아베 시대에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 확대하자는 정책과 맞물린다. 홍콩 인재 유출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고 외국인 쉽게 살수 있도록 규제 풀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사태는 일본으로 보면 국제질서에서 자신의 역할, 목소리 확대 기회로 본다. 금융에서도 홍콩의 국제금융허브가 중국 금융허브로 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동아시아에서의 금융의 센터로 일본이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또 하나는 중국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위험, 리스크가 따른다는 생각이다. 일본과 중국 관계에서 목소리가 컸던 분야가 경제인이었다. 중국 시장 확대에 따라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이제 경제인이 미·중관계 갈등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꺼리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중국 진출을 싫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 홍콩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시각과 다르다. 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인권과 자유 문제를 짚어가면서 비판의 목소리 높일 동력이 적다. 대신 경제 부분과 국제나 사회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다고 본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발제 잘 들었다. 홍콩이 상당히 정치적 독립까지는 아니지만 시민 의식이 바뀌고 있고, 그 과정에서 홍콩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한국에 반사적 이익을 주지 않을까라는 논지로 들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 질서, 중국 정치의 변화, 동북아 질서의 변화 등 모든 문제와 폭넓게 관련되어 있어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잘 정리해주셨다.   두 분의 견해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말하겠다. 홍콩 문제에서는 세가지 팩트를 확인해야한다. 첫째,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홍콩 관계의 변화를 보아야 한다. 둘째, 97년 이후 홍콩의 국제금융 허브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세째, 미·중간 홍콩을 놓고 대립하는 본질이 무엇인가 살펴야한다. 먼저 첫째, 중국과 홍콩 관계를 보면 1997년 7월 1일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중국은 일국양제를 50년 2047년까지 보장했다. 중국이 2049년이 되면 수립 건국 100년이된다. 이른바 중국몽의 달성 시기다. 그 때가 되면 중국이 상당히 홍콩에 가까이 가 있을 것이다. 홍콩과 중국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고, 그 동안 자주권을 인정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 때 이후로 중국이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에 무역량으로 미국을 제치고, 2014년 구매력환산(PPP) GDP로 미국을 넘었다. 시장 가격 기준으로는 미국의 2/3 수준이고, 1인당 GDP로 따지면 갈길이 멀지만 중국의 생각보다는 많이 따라왔다. 97년 중국으로 주권 반환 당시 홍콩의 경제적 비중은 중국의 18.5%였다. 홍콩 인구가 750만명이니 중국의 0.5% 인구가 경제 20%를 담당했다. 홍콩의 영향력이 컸다. 지금은 홍콩 인구는 큰 차이가 없지만 경제력이 2.5% 정도로 줄었다. 영향력이 1/6로 줄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홍콩에 대한 의존도가 현격히 줄었다. 홍콩에 의존하거나 특권을 줄 이유나 명분이 사라졌다. 둘째, 중국 자체의 정치 체제가 97년 주권 반환 당시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시진핑 체제 들어서며 국가주의 체제가 강화됐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의존도 낮아졌다. 홍콩 입장에서 보면 영향력은 영향력은 1/6로 줄었는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10배 이상 늘었다. 1997년 당시 홍콩 주식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거의 없었다. 현재는 홍콩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5%가 중국기업이다. 중국 기업이 없으면 홍콩 증시가 유지가 안되는 상황이다. 홍콩 연간 관광객 2000만명이다. 그 가운데 중국 관광객 비중이 약 80% 정도다. 중국이 없이는 홍콩 경제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중국이 홍콩에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다.   홍콩이 대만과 차이는 대만은 경제적 독립성이 있다. 홍콩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과정에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제 금융 허브의 성격 변화다. 솔직히 우리가 아는 국제 금융 중심지 홍콩은 사라졌다. 홍콩이 1980년대 국제 금융 중심 허브였을 때는 한국을 포함해 태국 싱가포르등 동남아가 경제 개발에 치중할 때 홍콩의 기능은 외자 조달 기능이었다. 미국 유럽 자금이 돈을 빌려주는 창구가 홍콩이었다. 중국이 발달하자 특혜를 주며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독자적으로 외국 자본과 거래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은 홍콩의 주요 고객이었는데 이제는 돈을 빌려주는 입장이 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남아를 위한 금융기지는 싱가포르로 이전을 완료했다. 홍콩의 국제 금융 허브는 사실상 이미 사라졌다. 상당 부분이 중국 관련 오퍼레이션에 불과하다. 홍콩 국제금융 허브로 중국과 갈등이 있어도 기능이 그대로인 이유는 역할이 바뀌어서다.   세째, 미·중 관계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패권을 놓고 미국이 홍콩관계법을 통해 부여했던 특권은 비자, 기술 거래다. 미·중 대립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홍콩을 보면 이 문제가 과거와 다른 본질적 대립이라기 보다는 기존 대립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 확인한 팩트에 기반한 전망이다. 첫째. 앞으로 홍콩 정치적 입장의 미래 전망은 중국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와 비슷한 이야기다. 중국이 경제 발전하면 정치적으로 민주화 불가피하다는건 몇십년전 이야기지만 중국은 발전했어도 국가권위체제는 강화됐다. 중국 지도자는 문화대혁명 당시에도 천여만명이 죽었어도 체제 유지했다. 체제 유지 자신감이 있다. 홍콩이 기폭제가 되어 홍콩, 중국 민주화 기대는 어려운 이야기다. 지켜봐야 한다. 둘째. 국제 금융 허브 기능의 변화도. 사실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국제 금융 중심은 이미 본토화됐다. 자본조달기능은 상실했다. 홍콩은 이미 중국에 대해 투자하고 중국 주식 구매하는 기능이다.  금년 상반기 홍콩 증시의 기업 공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기업이 미국을 못가기 때문에 홍콩에 간 것이다. 홍콩의 국제금융 지위는 크게 영향을 안받을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홍콩의 기능은 바뀌었기 때문에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 한국의 반사적 이익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영국 국제금융지수를 보면 홍콩이 세계 3~4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상하이가 3위. 베이징이 7위로 올라갔다. 이미 동북아 많은 도시들이 홍콩 기능을 놔두고도 국제 금융 중심 기능을 하고 있다. 홍콩 기능을 한국이 가져올 것이라는데 저는 생각을 달리한다. 홍콩의 국제금융 중심 기능을 이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가 없는 것이라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얼마든지 국제금융 중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일본 도쿄도 한국보다 규제 덜하지 않지만 4위에 올랐다. 우리도 제조업을 육성하면서도 금융을 육성하면 홍콩의 반사적 이익 기대하지 않더라도 국제금융중심 구상은 가능하다. 홍콩을 염두하기 보다 자체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두 분 발제는 (홍콩 문제가) 결국 이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미·중 갈등의 일부분이고, 그리고 또 이 미·중 갈등에서 홍콩 비중이 홍콩보안법으로 끝난 것 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미·중 갈등의 일부분으로 지속적으로 남을 것 같은 그런 예상이 든다.   미국 민주당 당론을 보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홍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 같다. 아예 홍콩에 대해 한 문단 자체를 할애했다. 바이든 정부는 홍콩 문제를 인권·민주화의 문제로 보면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 같다. 향후 미·중은 지속적으로 미·중 양쪽의 세력을 규합하면서 홍콩 문제에 대해서 각 국가가 지속적으로 홍콩을 둘러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입장 표명을 요구 받게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결국 홍콩문제는 홍콩 시민들의 반응이 그리고 또 시민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할 텐데 앞서 말씀하신 홍콩의 중국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세계가 다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제가 볼 때는 대만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계가 많은 싱가포르가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다. 그리고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한국도 중국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에 한국에게도 중요한 함의가 될 것이다.   장정아 교수는 홍콩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로 민주화 요구뿐 만이 아니라 빈부격차를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일반적인 홍콩인들은 아까 홍콩 정부보다도 베이징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더 높다고 하셨는데, 빈곤층·서민층의 홍콩인들은 공산당 통치하에서 그들의 경제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홍콩의 미래는 결국 홍콩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속할 것인데, 홍콩 젊은 세대들의 중국 대륙 정부에 대한 이미지 그런 퍼셉션이 중요하고, 꾸준한 관찰이 중요할 것 같다. 아까 최근 미·중 갈등 상황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향상이 됐다라는 언급이 나왔다. 양제츠 방문을 두고 그런 언급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저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향상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한국이 좀 쉽게 보이는 그런 면도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양제츠가 아예 일본을 방문을 안했다. 양제츠가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일본은 건너뛰고 한국을 방문했는데, 싱가포르하고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중국이 노력을 하면 중국쪽으로 견인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겠다라는 그런 기대감 때문에 방문했고, 일본은 아까 진창수 박사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나 아이덴티티라던지 민주에 대한 가치 중시가 확실하기 때문에 일본은 아예 건너뛴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홍콩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요즘에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면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은 반대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유념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결국은 어느분들은 명분과 실익 중에서 선택의 문제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느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명분 안에 실익이 있고 실익 안에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면 미국이 주창하고 있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같은 경우도 EPN 안이라는 명분 안에 들어가야지 한국도 실익을 바랄 수 있다. 때문에 양쪽 명분과 실익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이지만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고, 또 시진핑이 방한하면 한국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 반중 감정은 수교 이후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때문에 국민 정서도 고려하면서 시진핑의 방한도 추진해야한다. 그런 고민도 한국 정부가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명분과 실익을 언급했는데, 한국 정부가 주변의 이웃 일본과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이 명분을 취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실익을 취하는 접근법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과연 한국의 미래의 국익에 얼마만큼의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미·중 갈등 심화속에서 관건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는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혼란의 시대에서 선명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더 불확실해진 점,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한국은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고 한국이 나가야 할 방향이 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더욱 더 선명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모호해진 한 느낌이다. 이 부분은 한국에게 고민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홍콩 문제가 이렇게 부각되느냐 하는 것은 아마도 시진핑 시기 중국 대외정책의 대전환과 연관이 있다. 과거 중국은 미국이란 대국에 대해서 수세적이고 반응적인 외교를 해왔다. 자신들은 발전도상국이고 따라서 경제발전이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그 시절 홍콩은 최광해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은 외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창구였다. 시진핑 시기 중국은 강대국으로 국가 정체성을 전환하였다. 핵심이익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홍콩에 대해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가 놀라고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배경은 미·중 전략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거의 세계 제2차 냉전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은 사실 서방세계가 계속 중국을 자극하고 중국의 지도부의 권위라던가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전진기지라고 중국 당국은 믿고 있다. 이제는 미국과 혹은 서방과 갈등을 불사하더라도 그 근원을 차단하겠다라는 의지가 대단히 강한 것 같다. 두 번째, 보다 중요한 이슈는 대만 문제다. 중국이 핵심 이익 중에서도 가장 중시하는 대만문제를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점점 이슈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핵심이익을 지켜낼 테니까 대만 문제만큼은 건드리지 말아라라고 강력한 경고를 사실상 발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중국 지도부에 대한 지지도의 결집을 의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무리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제정했다. 우리에게 신경이 쓰이는 문제가 두 가지가 제기된다. 첫번째로는 홍콩인이나 중국인이 외부지역에서 그러니까 홍콩이나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을 할 때 그것을 제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법에 의해서다. 이는 대단히 국가 간의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정아 교수께서 잘 말씀하신 것처럼, 홍콩 주민이 아닌 자가 즉 외국인이 홍콩내에서 혹은 홍콩 밖에서 이러한 법에 저촉되는 것을 제지할 그리고 국내법에 의해서 이것을 강제할 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논란과 마찰의 여지가 큰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소위 말하는 Nation-State, 민족-국가체제다. 민족국가체제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 바로 주권의 원칙인데, 그 주권의 원칙과 마찰할 가능성이 크다. 1965년과 1970년의 UN 결의안을 보면, 세계는 이 주권의 법칙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사실은 국내법을 해외로 적용 시키는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이라고 하는 법령체계가 있다. 이것의 핵심도 미국의 국내법을 해외에 마구 적용시킨다는 의미보다, 상당히 제한적으로 그것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적용에 여러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세 가지 측면에서 국내법을 대외적으로 적용시킨다. 하나는 초국가적인 UN 결의안이라던가 혹은 거기에서의 합의에 의해서 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국가 간의 조약에 의해서 하는 게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그런 경우가 있다. 미국도 ‘주권의 원칙을 존중한다’ 그리고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존중하고 그리고 그걸 강조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보면 미국 역사 속에서 보면 자국의 이익이 필요로 할 때 혹은 자신이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는 사실 언제든지 개입을 해왔다. 중국은 계속 그러한 관행을 비판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도 이제 그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우리한테는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즉 국제정치의 핵심 원칙은 주권의 원칙이고, 그것을 원칙상으로는 다 인정할지라도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강대국들은 언제든지 그것을 넘어서서 행동하는 경향들이 있다. 자기들이 강대국들이 되었다고 할 때는 훨씬 더 빈번해지는 그런 양상을 띤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가? 이 문제에서 저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같이 강대국이 아닌 국가의 입장에서는 주권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잘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과연 홍콩 보안법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권의 원칙에서 어떤 위상을 지니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또 강대국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언제든지 이들이 이것을 외부로 적용시키려고 할 때, 과연 그것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단순히 주권의 원칙으로만 방어가 가능한 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성현 박사님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떤 보편적인 가치 속에서 세계라던가 중국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게 뭔가,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더욱 진지하게 필요하다. 실제로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니다. 일례로 우리의 시민운동 하시는 분들이라던가, 혹은 장정아 교수님 같은 분들을 활동을 홍콩 보안법에 저촉된다고 중국이 주장할 수 있다. 중국이 법 집행을 시행하려고 할 때, 한국과 중국 사이에 엄청난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 우리는 민주화 운동의 오랜 전통이 있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서 사실 국가라는 강력한 무력을 보유한 집단이 시민들의 인권과 자유 등을 해하려 할 때 거기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자연스레 심정적으로 홍콩 사람들에게 동의하는 바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차원에서 어떤 행동을 요구할 때는 제가 보기에는 아까 말씀드린 주권의 원칙,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적용했을 때 중국이 거꾸로 똑같이 그것을 적용해서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좀 더 있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과 당위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신정승=네 분의 토론에 대해서 먼저 장정아 교수께서 대응하실 부분이 있으면 먼저 해주시죠.     ▶장정아=모든 분께 말씀드리기보다 4~5분 안에 마치기 위해서 제가 질문 위주로 말씀 드리겠다. 최광해 대표께서는 반대 입장이라고 했지만, 제가 드린 말씀과 반대는 아니다. 저는 주로 그동안 안 알려졌다고 할 수 있는 홍콩 내부의 측면에 초점을 맞춰 말했다. 바로 홍콩의 시위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양상의 현실적 조건을 최광해 대표가 말씀하신거라고 생각한다. 그 현실 자체, 현실 분석에 대해서는 당연히 동의한다. 즉 말씀하셨듯이 중국에 있어서 홍콩이 가지는 영향력은 굉장히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그런 점에서 특히 현재 체제에서 통제가 강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불가피하다고 많이 여기고 있다. 과연 홍콩인들의 싸움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홍콩 안팎에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게 홍콩의 비중이 굉장히 약해졌기 때문에 무력감을 많이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급박하고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홍콩 안에서도 좀 더 장기적으로 가자 좀 더 계획을 하자 좀 더 토론을 하면서 가자 이런 목소리가 있어도 이런 목소리보다는 좀 더 행동과 당장의 행동, 예를 들어 미국 정부에 대해서 지지를 호소하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상황이 굉장히 급박하고 조급하기 때문이다. 즉 홍콩의 영향력이 더 비중이 적어지고, 더 의미가 없어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무엇이라도 얻어내야한다는 조급함이 홍콩의 시민들에게 있다.   또한 바로 그래서 김흥규 교수가 말씀하신 것처럼 외국에게는 미·중 간의 관계나 대만과의 관계 속에서 여전히 홍콩이 가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홍콩 시민들이 국제사회에 호소를 한 것이다. 중국만의 홍콩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세계의 홍콩아닌가, 또 중국과 영국의 특수한 관계속에서 형성된 홍콩의 독특한 국제 자유도시라는 이 지위를 이제 지금 활용해서 우리는 자유의 보루이고 이 보안법은 전세계 여러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홍콩을 지지해 달라고 그래서 국제사회에 호소를 한 것이다. 동시에 중국 안에서 홍콩의 영향력이나 비중이 사실은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에 의해서 젊은이들은 아마 우리가 가만히 있다면 현재의 중국 안에서 변화의 희망은 가지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통제를 갑자기 완화해 준다거나 그럴 리 없기 때문에 독립 밖에 없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말씀해주신 것이 바로 홍콩의 시위대가 보여준 여러 양상의 현실적 조건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만 현 사회가 이뤄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중국인 사회, 차이니즈 사회, 전세계의 중국인 사회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분명히 있지 않은가 이것을 우리는 최대한 지키고, 살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성현 센터장께서 서민층이 공산당 통치하에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가 질문했다. 공산당 통치하라고 인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만 현재의 정부가 그동안 굉장히 오랫동안 반환 후에 항상 중국이 임명한 친중국 정부였기 때문에 정부가 훨씬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서민들에게 지원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선거인 구의회는 항상 친정부파가 유리했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민주파가 구의회 압승을 한 것은 굉장히 큰 사건이다. 그래서 이번에 민주파가 구의회에서 작년에 압승을 하고 나서 이제 우리가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경제적 자원이 그동안 정부에 의해 독점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시민들과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민주적 지역사회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여러 제도적 한계로 쉽지 않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사실은 그동안 홍콩의 여자와 중국인 본토의 남자도 결혼이 늘어나는 등, 교류가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시위를 거치면서 지금은 어느때보다도 강한 반감이 생겨났다. 향후 그것은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치훈=우리가 홍콩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자. 첫번째 홍콩이 뭐니뭐니해도 아시아의 최대 국제금융허브라는 점이다. 그래서 자본 조달의 역할이 있다. 그것만 가지고 관심을 갖는게 아니라 홍콩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 중국이 쓰러지는 것 아닌가 중국이 잘못 되는게 아닌가 거기에 정책당국에서 상당한 관심이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하고 연결되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하고 연결될 경우 한국 경제는 취약한 신흥국으로 분류가 되어 버린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 금융 경제뿐만 아니라 무역과 직접투자 뿐만 아니라 금융 대차거래 외환거래 측면에서도 취약신흥국으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홍콩에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다.   그리고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 초기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본격적으로 개입되어 있다. 한국 안보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일부 경제 분야에도 연계가 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G2가 서로 완전히 대립이 되어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나아가 홍콩 문제가 조금 더 연결돼어 대만 문제, 미국이 아시아에 집중을 하고 그게 또 중국의 핵심이익과 충돌하기 빼문에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구조에 봉착해 있다. 이 분야에서 홍콩의 문제가 홍콩에서 끝나지 않고 대만 더 나아가서 남중국해로 연결되면서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봤을 때는 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경제가 블록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 10년 뒤 장기 추세를 봤을 때, 미국 중심의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유럽 중심의 틀, 그 다음에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중심의 아시아 틀로 나뉠 것이다. 한국은 가운데 끼어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한국은 투트랙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투트랙 전략이라고 함은 미국에도 안 당해야하고 중국에도 당하지 않아야 하는 전략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사실 유럽에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의견이 나온다. 유럽도 미국하고도 지내야돼고 중국 시장 가는것도 따로 해야 된다, 이는 한국의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IB의 전략이다.   제 개인적인 입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홍콩 인권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나서는 것 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일반 국민은 크게 관심이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가운데 끼어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중장기 성장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홍콩 문제를 큰 틀에서 보고 항상 모니터링하고 여기에 조금 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신정승=지금부터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코멘트하겠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상선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저는 전문가가 아니다. 제 나름의 관점에서 홍콩 문제를 한 두가지 소회하고, 큰 그림 속에서 제가 갖고 있는 어떤 의문 몇 가지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사실 홍콩 사태가 촉발된 것이 소환법 아주 작은 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시 미·중 대결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이해를 해야할 것 같다. 미·중 대결의 그림 속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보편적 인류의 가치 이런 관점에서 약점이 있잖아요? 크게 보면 자유·민주주의가 경제에 비해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점,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인권의 문제, 이런데서 약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미국이 물고 들어가면서 이렇게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큰 문제로 된 것은 역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대만이라는 보다 더 중요한 문제, 사실 ‘하나의 중국’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여기서 일국양제라는 가치를 중국이 좀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줘야 했는데, 홍콩 문제가 의외로 촉발이 되면서 중국으로서도 미·중 대결의 틀에서 조금 과도하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아마 상당히 아프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봐야 되나.   여러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더 깊은 지식과 관점을 가지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취할 수 있느냐,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본다. 제가 관심을 갖고 본 것은 금융자본의 이동, 발제문 표에도 나오지만, 많은 금융 자산이 홍콩에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신문지상의 보도를 보면서도 일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특별 30명의 대표단을 몇 달전에 홍콩으로 보냈다.   헤지펀드라던지 그런 자본의 헤드쿼터를 도쿄로 유치하는 작업을 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굉장히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한다. 이 문제는 한 십 여년 전부터, 후쿠시마 사건 때도 홍콩에서 동요가 한 번 있었다. 도쿄에서 많은 아시아·유럽·미국의 아시아 본부가 이동할 때, 그때도 우리 정부는 보수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한다. 금융권은 금융권이지만 그보다 정부 차원에서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한다. 한 2~3주전에 제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봤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회장 인터뷰다. 이 슈워츠먼은 지금 트럼프의 중국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이면에서 미·중관계를 이끌어가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홍콩의 금융허브로 기능을 자기는 100% 신뢰한다고 했다. 이는 기업가로 투트랙을 취하면서 중국의 비위를 건드릴 수 없겠죠. 그런 점에서 우리도 명분과 실리라는 것을, 명분을 내세울 때 내세우지만 실리를 취하는 노력이 이제는 민간부분과 공공부분이 아주 유의해서 다뤄야 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또 한 가지 짧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대만 문제가 이렇게 급격하게 부상이 됨으로써 사실 우리가 남북 문제에 상당히 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미·중관계에서 갈등이 적으면 사실 대만은 일국양제라는 큰 틀에서 중국이 좀 느슨하게 가져가고 미국은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다면 이 남북 핵문제를 푸는 데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조금 약해졌을텐데, 대만 문제를 국제사회가 특히 미국이 저렇게 강하게 그립을 잡고 가기 때문에, 아마 중국의 북에 대한 그립은 좀 더 강해지지 않을까 한다. 그런 문제에서 우리 한·미의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은 좀 더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저는 그런 우려를 가지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홍콩 문제가 우리가 보는 식으로 단순하진 않다. 과거에 영국이 식민통치를 할 때 초기부터, 60년대부터 미국이 여기에 정보기관을 많이 만들었다. 대표적인게 유롄연구중심(友聯硏究中心)이란 곳이 있다. Friendship 연구센터다. 중국에서 나온 많은 학자, 중국의 모든 자료들을 모아뒀다. 그게 첫 번째다.   또 하나는 중문대 안에 있었던 중국연구복무중심(中國硏究服務中心)이다. 여기서 많은 자료를 미국에 공급했다. 최근에는 둬웨이(杜維)다. 사실 허핀(何頻)이라고 제가 아는 친구다. 중국 자료를 수집하던건데 사실 미국에 흡수돼서 지금은 화웨이 관련 일도 하지만 결국은 뉴욕에 가있는 상태다.   이렇게 홍콩 문제가 홍콩 일반인들이 보는 그런 문제보다는 더 복잡하다. 재미있는 얘기를 말씀드리면 홍콩의 피닉스TV가 있다. 이게 사실은 중국 통일전선부에서 만들었다. 이게 대만 통일을 위해 만든 거지 홍콩에 방송을 하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니다. 통전의 기구다. 중국도 미국이 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제가 홍콩에서 석사를 했다. 그 학교가 사실 대만계 대학이다. 제 학위가 대만 교육부 학위로 되어 있다. 학교나 많은 연구기관이나 방송사까지도 통일전선에 이용됐다. 그래서 대만 같은 경우에는 광화(光華)라는 그룹을 통해서 통일전선을 했다. 중국은 과거 문회보(文匯報)등으로 작업하다 피닉스TV로 갔다. 홍콩 문제는 여러 시각으로 봐야한다. 홍콩 자체는 빈부격차가 심한 지역이다. 지난해 여러 차례 반환시기의 홍콩 문제를 연구했다. 영국과 협상을 담당했던 쉬자툰(許家屯) 신화(新華)통신 홍콩 분사 사장의 비서를 인터뷰했다. 중국이 반환 협정을 맺을 때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영국의 얘기에 쫓아갔다고 했다. 당시에는 일국양제의 승리를 빨리 보여주기에 급하고, 조약 협상에 약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6·4 천안문 사태 이후부터 홍콩 문제가 시작됐고, 이러한 문제가 지금의 홍콩 문제로 중국은 인식하고 이걸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민들은 정치에 깊이 이해하려 않는다. 자기들의 권리나 과거 홍콩의 가치를 중요시 한다. 홍콩의 사회 문제와 중국이 보는 홍콩 문제를 다완취(大灣區), 빅 캔토니즈 에어리어(Big Cantonese Area)로 합치려 한다. 사실 광둥(廣東)성만 해도 한반도 면적이다. 선전(深圳)이 중심인 데 선전은 서울의 3배 크기다. 금융 규모는 이미 홍콩·대만을 넘어선 상태다.   홍콩 문제는 정보와 군사 문제와 경제 문제가 중첩된다. 그래서 한국으로서는 지금 광둥성과의 연계가 비록 긴밀하지만 앞으로 중국이 강조하는 창장(長江) 통합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필요하다. 동시에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미·중 문제와 연관이 높기 때문에 이를 한반도 문제하고 긴밀하게 연결해 보면서 변화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홍콩 사태가 현시대에 무엇을 상징하는가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 정도다. 하나는 일국양제, 즉 주권국가 내 정치 제도의 다양성과 통합의 과제 문제다. 둘째,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조직이라는 시사점을 홍콩사태가 잘 보여준다. 세째는 세계 경제 특히 금융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허브지의 역할과 그 변화 가능성을 읽게 한다. 네번째는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 구도의 쟁점과 접점 문제다. 홍콩은 미·중 대결의 접점을 상징한다. 홍콩문제에 대해 우리의 포지션이 무엇이어야 할까가 전략적 고민이다. 이 문제에 관한 우리의 결정에 따라 지역 질서가 변동이 되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 갈등을 격화시키는 역할은 피해야 한다.   명분과 실리를 어떻게 취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명분과 실리의 이원성은 여러가지 전략적 함의를 담고 있다, 투트랙 전략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민관 사이의 협업과 역할분담의 과제도 명분과 실리 속에 담겨 있다, 이런 전략방향을 두고 우리 사회내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명분과 실리를 같이 취하고자 하면 전략적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명분과 가치만 주장하면 유연성이 결핍되기 쉽다. 홍콩사태를 통해 한국 외교전략의 미래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필요성이 더 깊어졌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세 가지 포인트만 말하겠다. 하나는 홍콩의 구조적 문제다. 아까 장정아 교수님도 지적을 했듯이, 홍콩이 지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콩은 식민지였고 또 이민자의 도시였다. 그러다보니 영국이나 지금의 중국정부나 소수 엘리트를 통해서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에 익숙한 사회다. 홍콩의 지니 계수를 보면 동아시아의 네마리 작은 용으로 얘기했던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빈부격차인 것이다. 게다가 홍콩의 중산층 비중은 총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이 단순히 민주화를 추동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모순을 의미하며, 앞으로 다가올 홍콩 문제의 가연성과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국가 보안법 관련 부분이다. 저는 네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누가 궁극적으로 마지막으로 결정하느냐 이다. 국가 기밀이라는 것 역시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를 가리킨다. 두번째 사법집행의 주체 문제다. 예컨대 애플데일리의 사주인 지미라이(黎智英)가 실제로 기소된다면 그 집행 주체가 홍콩당국이 될 지 중국이 될 지 명확치 않다. 그걸 누가 결정할지도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세번째 법 적용의 객체이다. 아까 김흥규 교수가 적절히 얘기를 했다. 이미 지난해에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와타니 노부(岩谷將)라는 홋카이도 대학의 교수가 갑자기 중국 베이징 호텔에서 억류가 됐다. 변호사도 못 만나고 영사관 사람들도 못 만나고 그러한 상황이 한달 이상 계속 돼다가, 다행히 일본의 학계와 언론과 정부가 움직여서 막후 채널을 통해 한달 만에 풀려났다. 과연 한국 학자에게 이런 일이 생길 때, 우리 학계와 언론과 정부는 막후 채널로 이런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홍콩에서 정치인들은 국가 보안법을 지지(Endorse)하지 않으면 후보로 나갈 수 없는, 즉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대의정치나 민주체제가 도전을 받음을 의미한다. 이 네가지 중 둘째와 셋째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영향을 미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포인트는 홍콩 이슈가 갖는 국제 관계적 측면이다. 지금 대만이나 일부 중국 내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모레는 동아시아(今日香港, 明日台灣, 後日東亞)”라고 말한다. 중국의 입장에 볼 때, 홍콩문제는 주권 이슈이고, 대만은 준주권 이슈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굉장히 복잡한 국제법에 얽힌 문제로 보며, 중국이 밀어붙이는 방식의 강도가 지나치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분명히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 이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또 역내 국가들은 이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를들어 대만은 총통 선거에 나섰던 가오슝(高雄)시의 한궈위(韓國瑜) 시장의 보궐 선거를 했는데, 국민당 출신이던 한궈위 대신에 천치마이(陳其邁) 민진당 후보가 70%의 압도적인 표를 받아서 당선됐다. 이미 대만은 리액션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과 대만의 FTA 협의 가능성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6월과 7월에는 UN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결의안과 반대하는 결의안이 각각 50여개 20여개 국가에 의해 제출되었다. 현재 많은 분들이 현재의 미·중 관계가 냉전 2.0으로 가지 않는 이유로 이념 경쟁의 결여를 들지만 홍콩 문제를 포함한 이런 이슈들이 결국은 냉전 2.0으로 끌고 가는 계기가 된다고 보여진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다른 분위기를 전달하겠다. 질문 형식으로 얘기를 하면 장정아 선생님 발표 중에 홍콩인들이 중국에 대한 반감도 커졌지만 동시에 중국 본토 일반인에 대한 공감도 커졌다. 그래서 연대에 대해 말씀하신 게 있다. 누구와 연대를 하겠다고 홍콩사람들이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홍콩의 ‘좌파’를 말하던데 만일 그들의 연대 대상이 지식인이라고 한다면, 예컨대 중국의 신좌파라는 지식인들은 과연 중국-홍콩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홍콩 보안법 발언을 보면 한국민에 대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식민지 경험을 겪고 불굴의 항쟁을 한 한국과 중국은 공통점을 갖고있다고 하나 얘기했다.  다음에 홍콩에 있는 한국인과 기업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전자, 식민지 경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대일통(大一統)’ 국가다. 제국주의에서 빼앗긴 영토를 다시 가지고 와야된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지금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랄까 이런 반(反)중국 얘기에는 홍콩 식민지 흔적이라는 식으로 표현을 한다. 많은 중국인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단순히 관방이론만이라고 볼 수 없는 분위기다. 한국이 홍콩문제를 중국문제로 넓혀 볼 때, 이런 시각을 어떻게 해석할건가. 단순히 자유·인권이라는 문제만 가지고 설명하면 해석이 어렵다.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와 중국 사이에 어떤 균형을 잡으려고 할 때 중국이 어떤 문제를 보는 관점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복잡하고 다층적인 맥락을 제대로 파하고 설명을 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는다는 극히 외교적인 원칙신념만이 아니라, 홍콩 문제를 보는 독자적 포지션을 정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물론 한국인으로 말씀드렸지만, 국가 간의 외교관계일 수도 있고, 경제 이익에 관한 관점도 있지만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한국의 민간과 홍콩과 중국의 민간 이런 차원에서 이런 관점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 말한다. 한 말씀 더 드리면, 최근에 다 아시다시피 국민국가의 주권 개념만 가지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 하나의 국민국가이자 제국이라는 담론이 유행이다. ‘문명형 국가’란 개념도 그 하나다. 우리가 이런 담론에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홍콩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어려울 것 같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저는 이 홍콩 문제가 굉장히 이렇게 증폭 되어서 예민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들은 아까 여러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닉슨 도서관 연설을 보면 이런 표현을 썼다. ‘중국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약소국가는 앞으로 계속 어려울 거다. 미국과 함께할 용기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홍콩 문제나 다른 문제도 염두에 두면서 미국과 중국 바깥에 있는 국가들이 선택을 강조하는 그런 뉘앙스로 얼마든지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홍콩·대만 등 핵심이익을 고수하겠다는 강도가 굉장히 강해졌다. 지금의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것들은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한 일종의 존재론적인 안보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더구나 시진핑 드라이브의 핵심은 앞으로 통일 국가위 초석을 놓는, 즉 제국의 건설과 같은 거대한 프로그램 속에서 홍콩 문제가 등장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 지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고, 주변 국가들의 선택의 난도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대중국전략이나 한국의 가치 외교를 막 시작한다고 하면, 홍콩문제를 변곡점으로 삼아 외교적 자산을 축적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이며 얼마나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외교가 기본적으로 홍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하는 원칙과 준칙을 가지고 중국과 수면 아래에서 가치외교를 둘러싼 충분한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국력이 부상함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파워를 잃으면서 주변국가들이 떠나가는 상황에서, 건강한 한중간 양자관계를 위해 중국이 어떤 행동과 규범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도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 한편 홍콩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영역의 독자성은 충분히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인권과 자유의 잣대가 있지만 보수와 진보 모두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홍콩 문제에서 우리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넓다는 측면에서 보면,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존중해주면서, 이를 외교적 자산으로 삼아 한중관계 현안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기순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소장(전 산업은행 홍콩 법인장)   ▶박기순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소장(전 산업은행 홍콩 법인장)=홍콩의 국제 금융센터 기능에 포커스를 맞춰서 말씀 드리겠다. 블랙스톤의 슈워츠만 회장처럼 저는 홍콩이 국제금융센터로서의 기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제가 90년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계속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이미 상하이가 홍콩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거의 25~30년이 되가는 기간 동안 진전은 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홍콩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을 중국이 갖기는 쉽지 않다. 특히 옛날의 자금조달센터에서 자본시장센터로 홍콩의 기능이 바뀌었다. 홍콩은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을 상하이나 선전이 가져가기에는 제한점이 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문제하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되려면 앞으로도 한 10년이상 걸리지 않겠는가 그럴 경우에, 결국 중국입장에서 봤을 때는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 측면에서 홍콩의 자본시장센터로써의 금융기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이 지속적으로 금융센터로서의 기능을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은 미국이 홍콩에 가지고 있는 무역측면의 입장 그리고 경제적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는 미국이 미·중간의 분쟁으로 홍콩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금융제제를 가할 것이냐는 문제와 연결이 된다. 정치적 동기로 중국 홍콩 시장에 대해서 제제를 가한다 할지라도 홍콩 전체에 제제를 가하기 보다는 개인이던가 어떤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제에 국한될 것이다. 결국은 앞으로 제제를 가했을 때 제재의 원가와 이익을 고려해서 그 이익이 원가보다 커야한다. 전체 금융기관에 대해 제제를 가할 경우에는 그 원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제제보다는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제, 또 개인에 대한 제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탈(脫)달러화 현상이 계속 중국 매스컴에서 나타나고 있다. 결국은 미·중간의 분쟁에서 어떻게든 중국에 대한 제제가 계속 이어지면 결국 금융분야로도 이어지고 그 경우 지금 미국의 달러 패권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시킬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을 중심으로 탈 달러화에 대한 주장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미 탈달러화 현상은 국제준비통화라던가 무역 결제시의 달러의 비중이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그 비중은 미국 달러 비중이 아직 크지만 현재 중국이라던가 러시아·프랑스·독일 그리고 인도 등 G20 국가라던가 또 다른 국가들까지 약 40여개국 정도가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탈달러화가 만약에 홍콩에 제제를 가해서 홍콩을 배제할 경우에는 이 홍콩이라는 국제 금융센터가 중심이 되는 탈달러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앞으로의 디지털 커런시(전자화폐)의 문제다. 지금 디지털 커런시가 보편화 될 경우에 달러의 키-커런시(Key Currency·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감소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양회에서 옛날의 홍콩금융관리국(HK MA) 전 총재인 천더밍이라던가 그리고 또 세콰이어 캐피탈의 선난펑 같은 경우가, 아시아판 리브라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은 특히 선난펑 같은 이 사람들은 정협제안 방식으로 제기되어 광범위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시아판 리브라가 만약 등장할 경우에는 앞으로 미 달러의 어떤 키-커런시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한국도 이 디지털 커런시의 부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를 해야된다.     ▶장정아=먼저 정재호 교수님 말씀 처럼 구조의 문제가 중요하다. 직선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은 의회와 지도자에 대해 할 수 있다면 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경찰 조사와 직선만 개선을 했더라도 시위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직선은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 젊은이가 강경해 진 것이다. 대만과의 연대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대만으로 이민가는 홍콩인이 연대를 만들어낼 부분이 주목할 부분이다. 이희옥 교수, 정재호 교수처럼 시민사회의 독자성이 한국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도 명분 실리도 하나로 생각하기 어렵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의 독자성이 시민사회의 힘, 민간의 연대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교수님 말씀도 잘들었다. 다완취도 홍콩에 큰 영향 미칠 수밖에 없다. 홍콩인 중에서도 그 연계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많다. 다른 경제 시스템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홍콩 시민들이 정치 이해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시민 안에는 많은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미국과 관계를 볼 때 상황이 어렵다는 토론도 있다. 시민 안에도 많은 목소리 있다는 점. 백영서 교수님께서 질문 주신, 홍콩에서 좌파라는 존재, 중국의 좌파와 연계해온 세력은 좌익이라고 말한다. 그 역할은 반환 전후로 커졌다. 하지만 현재는 친중파로 여겨질 뿐이다. 영향력은 적다. 좌익과 구분되는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중국의 사회주의와의 연대를 강조하기 보다는 노동자 민중,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저항을 말하는 이들이다. 홍콩에서 영향력은 약하지만 목소리는 부상하고 있다.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준다. 자유 민주 인권이 서구적 가치, 중산층적 가치만 아닌가라는 고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운동, 홍콩에서 절대적으로 약했던 자본주의 사회로 구조적 문제는 기꺼이 감수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던 홍콩에서 노동운동도 시작됐다. 민간 시민사회 좌파 전선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장기적으로 관찰해 보아야한다.     ▶이치훈=일부만 말씀드리겠다. 먼저 이사장님 말씀하신 도쿄의 움직임은 위협적이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대만은 한국 남북문제와 연계가 된다는 점은 인사이트가 있다. 대만과 남북 관계는 영향이 있었다. 연구자들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홍콩 중산층 10%밖에 안된다는 지적은 놀라운 사실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홍콩 사태에 내재되어 있다.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모레는 동아시아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홍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 와중에서 유의깊게 보아야 할것은 미국 대만의 FTA 움직임이다. 중국은 대만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체결이 미·중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이 줄어들었어도 사드 등을 통해 주변국 관계에서 실패한 측면이 있다. 악화된 리더십이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도 변수가 될 것이다. 상하이는 홍콩 대체 못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법적 제도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자본시장 개방문제와도 연계되는 문제라는 지적도 인상깊었다. 미국이 홍콩 제재를 전면적 하기 어렵다. 홍콩의 비중이 미국에 너무 크다. 이익을 많이 내는 상황에서 전면 제재 어렵다. 명분과 실리를 잘 정의하느냐는 연구자들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한중비전포럼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HCSC 빌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과 글로벌 파장'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신정승 전 중국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신정승=홍콩인의 시각에 대해 장정아 교수께서 주로 말씀해 주셨다. 송환법 반대 시위와 국가 보안법 제정을 통해. 홍콩 통치 체제와 홍콩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존재를 홍콩인들이 깨달았다. 향후 민주 자유에 대해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에 홍콩은 과거와 다르고 항쟁은 다양하게 계속될 것이다. 홍콩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도, 이에 따라 사회 각계에 대한 중국의 통제 역시 강화되고 중국화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향후 예측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콩 보는 시각은 여럿이다. 이념적으로 보면 자유 인권, 서구적인 약속은 지켜져야한다는 관점으로 중국 비판 시각이 있다. 홍콩 문제는 식민시대의 청산으로 바라볼 때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중 전략적 갈등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한국에 대한 영향으로는 여러가지가 제기됐다. 첫째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국제정세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대만문제와도 연결되고 동아시아로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에서   한반도 북핵으로 미·중 갈등 심화. 부정적 역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의견이 갈라졌다. 한쪽에서는 국제금융 허브 기능은 이미 없어졌다. 중국 관련 업무로 바뀌었기 때문에 특별대우 철회도 별 영향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치훈 박사는 단기적 큰 영향 없겠지만 홍콩의 중국화로 장기적 금융 허브로 지위가 약해지고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국 정부로서는 간접 수출이 감소, 자금 조달이 위축되는 홍콩발 불황 가능성에 대비하고, 금융허브 기능 강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 보안법이 한국인에게 끼칠 부정적 영향을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는 지적이 있었다. 홍콩 문제를 가지고 제3국에서 구금될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홍콩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문제도 있다. 명분과 실리를 놓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 말씀 있었다. 또 시민사회나 민간 차원에서는 우리가 자유민주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홍콩 움직임에 공감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 대응은 아마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사실 현재 우리 정부가 가진 입장이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홍콩이 일국양제 아래에서 고도의 자체 안정 지속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졌다. 유엔 인권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입장이 정부가 계속 가지게 될 것으로 본다.     ◆한중 비전 포럼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사공관숙 연구원 shin.kyungjin@joongang.co.kr 한중비전포럼[한중 비전 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한중비전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한중비전포럼]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코로나 사태가 중국 경제와 미·중 전략적 경쟁에 미칠 영향' 발언 전문

    2020.09.02 05:00

  • [한중비전포럼]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한중비전포럼]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6〉   지난달 11일 홍콩 시민들이 반중 성향의 일간지 애플데일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전날 홍콩 보안법 저촉 혐의로 체포된 지미라이 사주를 지지하는 시민의 성원으로 평소 7만여부 팔리던 신문이 이날 55만부 판매됐다. [AP=연합뉴스]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모레는 동아시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대만에서 나온 우려다. 홍콩 문제를 다룬 ‘한중 비전 포럼’ 6차 모임이 지난달 31일 열렸다. 장정아 인천대 교수는 발제에서 “정치적으로 각성한 홍콩인들이 새로운 홍콩을 만들고 있다”고 홍콩 분위기를 전했다. 홍콩 엑소더스를 유치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포럼은 발제자 등 일부만 모이고,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발언록. 전문은 인터넷에.   관련기사[한중비전포럼⑥] “홍콩 금융자산 유치 노력해야…한국인 구금 대비도” [전문]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 발제 요지=송환법과 보안법 이전과 이후의 홍콩은 달라질 것이다. 그 차이는 송환법·보안법 자체가 아니다. 두 법에 반대하며 홍콩인들이 구조적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홍콩을 중국과 동질화시키려는 움직임은 성공할까. 전방위적 통제가 교육·언론부터 시작됐다. 통합은 가속화될 것이다. 단 정치적 세례를 받은 홍콩인이 달라진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홍콩인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남은 과제다.   홍콩인 내부의 분화도 주목된다. 중간파가 줄었다. 40% 남짓으로 추산되는 중간파가 민주파 또는 친정부파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민주파와 친정부파의 충돌이 거칠어졌다.   ‘반중(反中)=친미’ 구도의 극복 여부도 주목된다. 홍콩에서 이 구도를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과 중국의 ‘장기판’을 넘어 시민사회의 연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중국 본토인에 대한 공감도 커졌다.   홍콩 보안법은 외국인도 대상이다. 범죄의 행위나 결과 중 하나가 홍콩 내에서 발생하면 홍콩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한다(36조). 홍콩 영구주민이 아닌 자가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을 겨냥해 저지른 범죄도 보안법 적용을 받는다(38조).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도 1년 연기됐다. 홍콩에서는 악법 통과를 막으려면 민주파가 의회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과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퇴 주장이 엇갈린다.   코로나로 QR 건강코드 문제도 부각됐다. 시민 사회에서 DNA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어떤 통제로 돌아올지 모른다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이민의 파장도 주목된다. 올 상반기 3000명이 대만으로 이주했다. 최근 대만으로 선박 망명 시도가 좌절됐다. 이렇게 새롭게 이민을 가는 사람들은 홍콩의 자유·민주화에 역할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강하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발제 요지=국제 금융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손실에도 힘을 과시해 홍콩을 중국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 G2 갈등이 헤게모니 다툼에 있는 만큼 홍콩문제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반면 홍콩은 환율 안정과 외환 거래의 안정성, 낮은 세율, 중국과 최혜국 대우 등 경쟁력이 강하다. 미국의 제재로 단기간에 와해하지 않을 것이다. 단 외국인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인력과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은 크다.   홍콩의 해외 투자은행(IB)은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면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거점을 준비 중이다.   홍콩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27%에서 현재 3% 미만으로 낮아졌다. 홍콩 경제 약화가 중국에 경제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지만 경제 불안을 가져올 수는 있다.   한국은 기회와 위기 요인이 공존한다. 최근 중국 관료들이 한국 경제 부처와 만나려는 전화가 이어진다. 외국인은 홍콩 불안→중국 불안→한국 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는 공식이 있다. 취약성에 주의해야 한다.   한중비전포럼이 31일 오전 ‘홍콩 국가보안법과 글로벌 파장’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장정아 인천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 장진영 기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일본은 홍콩 사태를 계기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시진핑 국빈 방일에 제동이 걸렸다. 경제적으로 찬스라는 분위기도 있다. 국제 금융 허브가 도쿄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규제 완화가 연일 매스컴에 보도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우리가 알던 국제 금융 중심지 홍콩은 사라졌다. 홍콩은 1980년대 외자 조달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투자하고 중국 주식을 구매하는 업무로 축소됐다. 홍콩·중국 민주화 기대 역시 중국의 현 정치를 볼 때 쉽지 않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미국 민주당은 당론에서 홍콩을 인권·민주화의 문제로 보며 한 문단을 할애했다. 한국은 명분 안에 실익이 있고 실익 안에 명분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미국이 주창하고 있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명분 안에 들어가야지 한국도 실익을 바랄 수 있다. 시 주석 방한은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심각한 반중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은 홍콩에 대해 ‘서방이 중국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전진기지’라고 믿고 있다. 갈등을 불사하더라도 근원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외국인을 강제할 법을 만들었다는 점은 우려된다. 미국도 국내법을 해외로 적용하는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체계가 있다. 이를 비판하던 중국도 그러기 시작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많은 금융 자산이 홍콩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30여명의 특별 대표단을 홍콩으로 보냈다. 한국은 정부 노력이 부족하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최근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기능을 100% 신뢰한다고 했다. 한국도 명분을 내세울 때 내세우지만, 실리를 취하는 노력을 민간과 공공 부분에서 소홀히 하면 안된다.   대만 문제가 남북문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만 문제에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그립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홍콩에는 60년대부터 미국이 정보기관을 많이 만들었다. 홍콩의 피닉스TV는 중국 통일전선부에서 대만 통일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홍콩에는 대만계 대학도 있다. 연구기관이나 방송사까지도 통일전선에 이용됐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투트랙과 정부와 기업 사이에 역할을 분담하는 민관협업이 필요하다. 기본은 유연성이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홍콩 보안법에는 집행의 주체 문제가 있다. 지미라이 애플데일리 사주가 실제 기소된다면 집행 주체가 홍콩당국이 될지 중국이 될지 명확지 않다. 법 적용의 객체도 문제다. 지난해에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교수가 베이징 호텔에서 억류됐다. 일본의 학계·언론·정부가 움직여 한 달 만에 풀려났다. 과연 한국 학자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막후 채널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대만에서는 “오늘은 홍콩, 내일은 대만, 모레는 동아시아”라고 말한다. 중국 입장에 홍콩은 주권 이슈, 대만은 준주권 이슈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복잡한 국제법에 얽힌 문제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민에게 식민지를 겪은 공통점을 얘기한다. 중국은 ‘대일통(大一統)’이라며 제국주의에 빼앗긴 영토를 다시 가지고 와야 한다고 한다. 홍콩 문제는 자유·인권만으로는 해석이 어렵다. 최근 국민국가의 주권 개념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에서는 ‘하나의 국민국가이자 제국’이라는 담론이 유행이다. ‘문명형 국가’란 개념이 그 하나다. 이런 담론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홍콩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약소국가는 앞으로 계속 어려울 거다. 미국과 함께할 용기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택을 강조하는 뉘앙스다.   지금 중국의 핵심 이익은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한 일종의 존재론적인 안보와 같다. 홍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중국과 수면 아래에서 충분한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박기순 전 중국 삼성경제연구소 소장=디지털 커런시(전자화폐) 문제가 중요하다. 달러의 기축통화로써 역할이 감소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5월 양회에서 천더밍 홍콩금융관리국 전 총재 등이 ‘아시아판 리브라’를 주장했다. 이 경우 미 달러의 기능이 약화할 것이다. 한국도 디지털 커런시에 대비해야 한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한국은 자유민주체제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홍콩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자연스럽다. 단 정부의 공식 대응은 신중해야 한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사공관숙 연구원

    2020.09.02 00:23

  • [한중비전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

    [한중비전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5〉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발제 「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미·중 관계는 반쯤 찬 물잔에 비유할 수 있다. 반 잔 밖에 안 남았다, 반 잔이나 남았다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는 중국몽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양립하기 어렵다.   ‘중국 방안’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반(反)서구적이며 반(反) 민주·시장의 뭔가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이슈에서 샤프파워로 불리는 경제 제재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자유항행작전(FONOPs)에서 실제로 군함과 군용기 사이에서 군사적 근접 조우가 빈번하다. 만일 미국이 ‘방어 기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남중국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중 전략적 경쟁이 열전으로 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한다. 단 가능성이 낮지만 제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외교는 전례와 기록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생물이라고 한다. 초인적인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 없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고 상대와 겪은 전례와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심화된 ‘외교의 정무화’와 고질적 병폐인 ‘조용한 외교’가 계속되는 한 미·중 딜레마를 해결하기 어렵다.   여전히 정계와 학계 일부에서 “미·중 사이에 꼭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들린다. 정치적 발언일 수는 있지만 이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말이다. 개별 현안에 대한 선택이 매번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국익’ 개념을 갖지 못한 나라다. 미국은 국토안보, 자유시장경제와 민주, 미국적 가치의 확산을, 중국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말한다. 국익은 외교관에게는 매뉴얼이며, 국민에게는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똘똘 묶어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국익이 쉽게 무역·투자·관광으로 환원된다. 국가의 품격·평판과 같은 현금화할 수 없는 국익이 존재한다. 」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후보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13일 ‘미·중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를 주제로 열린 한중 비전포럼 5차 모임에서 “한국의 경제·군사력이 중국을 저지할 수 있고, 외교력은 청와대 외사처를 넘어설 때 기회의 창이 열린다”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 국익이 미·중 충돌의 시대를 돌파할 열쇠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다음은 5차 회의 주요 발언록. 전문은 인터넷에 소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통상 발제 요지=세계 무역환경은 1948년 이후 최악의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통상분쟁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계속해서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도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   당분간 해결 방안은 지역주의이다. 지역 자유무역협정(FTA), 특정 이슈만 합의하는 복수국가간 협정(PTA)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러 원칙을 공유하는 나라끼리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없이 저성장·고실업·양극화가 번지고 있다. 국내 정치가 중요해지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도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다자무역체제 안에서 중견국 그룹에 동참해야 한다. 대국 편은 아니면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한다. 미국 가입 전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 게 문제다.   미·중의 압박에는 ‘시장경제·자유무역·다자무역·비차별’ 원칙을 내세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쿼터를 거부하고, 중국이 압박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원칙을 지키는 나라끼리의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미국이 중국에 실망하면서 대만문제로 되돌아가고 있다. 볼턴이 회고록에서 “트럼프에게 대만이 포기 0순위”라고 했지만 미·중 무력 충돌이 있다면 대만이 0순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미·중 양국 모두와 잘 지낼 수도, 척을 질 수도 없다. 남이 주는 비방(祕方)은 없다. 외교부가 청와대의 외사판공실이 되면 곤란하다. 핵심은 실력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교수=일본의 한 경제연구소가 21세기 미·중 관계 예측 보고서를 냈다. 2035년 이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뒤 2050년대에 재역전 당한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역동성이 약해지고, 한자녀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여전히 개방적인 미국으로 인재가 몰릴 것이다.   13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재호 서울대 교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호 단국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이하경 주필, 이재민 서울대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문흥호 한양대 교수,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1980년대부터 대만·홍콩·선전(深圳)을 왕래했다. 당시 선전에서 부동산을 산 홍콩 운전사는 지금 거액의 자산가가 됐다. 미국식 분석이 맞아 보였지만 지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의 안보에 의존하고 중국의 경제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외교 원칙이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여야 한국의 외교 공간이 확보된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낭만적인 접근 대신 배제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한미동맹은 위협에 대한 대비이자 헤징의 근간이다. 중국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실질적으로 자구책을 위해 국방력에 투자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모호성보다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을 실질적으로 거부할 능력, 즉 초반에 순간적으로 격퇴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동맹 관리가 그냥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지난 5월 미국이 ‘중국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실상의 디커플링 선언이다. 보고서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했다. 중국 내부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약탈 경제를 강조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적으로는 중국 포위 전선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중국에 “말하는 것은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은 한다”는 말이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지금은 제갈량이 쓰촨(四川)으로 들어가며 천하삼분지계를 세웠던 시기와 비슷하다. 시진핑이 1~2년 전 시니피케이션(Sinification·중국화)을 말했다. 중국은 불교,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화했다. 공자·맹자까지 끌어들여 메리토크라시(賢能主義)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9000만 중국 공산당원 한 명 한 명은 훈련받은 리더십으로 포퓰리즘과 다르다며 전반적인 체제 경쟁을 한다. 군(軍)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지도부의 의도와 달리 군이 준동할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이 중국과 단기전에서 지킬 수 있는 힘, 청와대 외사처가 아니라 강한 외교력을 갖는다면 기회의 창이 열린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최병일=국제 분쟁 해결 방안이 사라지고, 시장경제와 디지털 레닌이즘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다자주의를 외치는 것은 희망고문 아닐까. 국제통상체제는 무너졌다. 미국 중심의 소수 국가 멤버십의 클럽이 등장할 수 있다. 중국은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반격할 것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중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유무역체제와 신흥국이다. 미국과 선진국이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국·EU·일본이 불공정에 대한 설명과 대응방향을 내놨다. 입증 책임을 원인 제공국에 요구했다. 비교 우위에 근거한 입지전략이 무너졌다. 입지전략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 전략이나 산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중 분쟁은 신흥국가의 발전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미·중의 문제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방적으로 당한 점,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했던 경험,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한국은 주요 교역국과 돌아가면서 스파링을 했다. 새로운 교역 질서가 재조정되는 단계에서 맷집을 준비하는 시간을 겪었다.   디지털 교역의 규범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관심이다. 개인 정보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쟁점이다. 한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개인 정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미·중 전략적 경쟁의 시기에 대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국제적 정세의 흐름을 잘 파악해 필요할 때 한국의 국익과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해야한다. 다만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지, 이익과 명분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외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의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지도층에서 깊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관련기사[한중비전포럼] “현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해야…국익이 열쇠” 토론전문[한중비전포럼]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무책임·책임전가는 중국의 국제 신인도에 자충수” “중도층이 대중국 외교의 진자 폭 줄여야”

    2020.07.15 00:55

  • [한중비전포럼]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

    [한중비전포럼]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4〉   지난달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홍콩 국가보안법 결의를 표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취업, 민생,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공급사슬, 말단 행정을 지켜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발표한 올해 시정방침의 요지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 식량과 에너지가 바닥나고, 소재 공급이 아예 끊기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만 있자(活着)”는 대비책으로 읽힌다. 1일 ‘중국 전인대(全人大)를 통해 본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주제로 열린 ‘한중비전포럼’ 4차 모임이 평가한 올해 중국의 국가 전략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중국은 배짱[骨氣·골기]이 있다’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발언에서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결기가 느껴진다”며 “중국이란 경제적 혜택과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국이 직면한 큰 도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은 4차 회의 주요 발언록.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분야 발제 요지=중국의 올해 정부공작보고에 담긴 4대 키워드는 코로나(疫, 44회), 안정(穩, 42회), 취업(39회), 경제(39회) 순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일자리를 우선해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취업, 민생,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공급사슬, 말단 행정 등 6대 분야를 지켜내 고용·금융·무역·외자·투자·예측 등 6대 안정을 이루겠다는 ‘보장을 통한 안정(以保促穩)’을 경제 운용의 역점으로 삼았다.   올해 성장 목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 성장 목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900만 신규 취업, 실업률 6%, 재정적자율 3.6%를 볼 때 올해 성장 목표를 3~3.5%로 제시한 셈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예상치가 -3%라고 할 때 만일 중국이 3~3.5% 성장한다면 중고속 성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감한 재정 정책이 예상된다. 재정적자 확대, 특별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채권 발행 규모 확대, 세금 감면 및 기업 비용 경감 등 4대 재정 혁신 규모는 11조 위안(1889조원) 규모다. 특히 돈을 모두 지방으로 보낸다. 지방 실물 경제를 바탕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다.   내수 촉진정책을 내수 확대전략으로 승격시켰다. 미·중 마찰에 대비한 조치다. 소비와 투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상호 촉진시켰다. 특히 온·오프 결합과 온라인 소비를 확대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를 높였다.   중국판 뉴딜은 신형인프라와 신형도시화, 국가 중점 프로젝트라는 양신일중(兩新一重)으로 이뤄졌다. 특히 신형도시화는 3만9000개 단지, 700만 호 주택을 개조하는 도시 재개발이다.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버블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만 발표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암시다. 중장기 성장 동력에도 중점을 뒀다. 내년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에 담긴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 방향도 주목해야 한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대외정책 발제 요지=첫째, 중국 부상 담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미국의 수용을 촉구했다. 서로 다른 제도와 문화 배경을 가진 미·중이 상호 공존의 길을 가자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바꿀 수도, 역사의 진전을 막을 수 없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둘째,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만에 대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과 ‘평화통일’이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정부공작보고에서 처음으로 빠졌다. 단 폐막식에서 통과시킨 판본에 다시 들어갔다. 경고 수준에 그쳤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했다. 홍콩과 본토의 관계를 재정립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해된다.   국방 예산이 예상보다 늘었다. 국방비를 6.6% 올렸는데, 올해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적지않게 올린 것이다. 세째, 동아시아 국가 간 무역 및 코로나 협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을 견제하려는 방안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시도다.   1일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남 고려대 교수, 정재호 서울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기정 연세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이하경 주필, 안치영 인천대 교수. 아래는 왼쪽부터 양평섭 대외경 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우상조 기자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2년 남은 20차 공산당 대회 인사와 관련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발표된 두 건의 인사 문건이 주목된다. 시진핑 총서기와 당 중앙을 수호하라는 ‘두 개의 수호’를 인사의 최우선 원칙으로 강조했다. 간부 선발에서 민주추천과 공개선발, 경쟁을 삭제했다. 대신 분석·연구·판단을 중요한 임용 방법으로 강조했다. 지도부 선발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상부, 즉 시 주석의 권한을 강화했다.   지난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67세 유임, 68세 퇴임)’를 유지하면서도 69세이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선출했다. 차기 인사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없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중국의 북핵 입장이 후퇴했다. 지난해 왕이 부장은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미국과 북한의 주장을 포괄하는 타협방안을 제시했다. 관련국이 공동으로 로드맵을 작성하고, 단계별로 상호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를 명확히 하면서 검증 체계를 만들어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검증하자는 방안이었다. 올해는 북·중 정상회담 합의 내용만 언급했다. 투트랙 접근이라는 중국의 원론적 입장에 더해 단계별·동시적 해결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올해 보고를 보며 위화(余華)의 소설  『인생』이 떠올랐다. 중국어 ‘훠저(活着)’를 번역한 제목이다. “살아 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뜻이다. 중국 경제도 “살아만 있자”는 방침으로 보인다.   여섯가지 보장은 ‘식량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산업 공급망이 아예 끊어지면 어떡할까’라는 우려다. 6대 보장은 곧 여섯가지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다.   특히 유사 이래 없던 중국에서 대학 졸업생이 100만 명 단위로 취업하지 못하는 대규모 대졸 실업자 시대가 시작된다. “살아만 있자”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의 RCEP, 한·중·일 FTA 평가에 거품이 있다. 미국이 내놓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역시 내용이 없다. 대신 한국·호주·뉴질랜드·베트남·일본을 향해 RCEP에 가입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왕이 부장이 “미국 일부 정치세력이 미·중 관계를 납치했다”고 말했다. 다른 세력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 된다. 아마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을 거는 듯한 뉘앙스다. 정작 바이든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중국은 코로나 배상 문제에서 굉장히 흥분했다. 왕 부장이 “중국은 원칙과 배짱[骨氣·골기]이 있다”고 말했다. 공식 회견에서 잘 안 쓰는 ‘깡’이라는 속된 표현이다.   “네가 안건드리면 나도 안건드리지만, 네가 건드린다면 나도 꼭 건드린다”는 후발제인(後發制人) 원칙도 강조했다. 건드린다는 중국어 ‘판(犯·범)’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말하는 ‘판’의 수위가 계속 낮아졌다. 중국의 참을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구시(求是)』에 2013년 1월 시진핑 연설이 게재됐다. 당시 시 주석은 『장자·추수(莊子·秋水)』 편의 고사 ‘한단지보(邯鄲之步)’를 인용했다. 시골 젊은이가 조(趙)나라 수도인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우다 자기 걸음마저 잊어 기어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미국에 굴복해 중국의 길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내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시 주석은 레거시(유산)를 고민하고 있다. 홍콩·대만은 통일과 연결된다. 통일에 어떤 초석을 쌓을 지 역사와 대화하고 있을 듯 싶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글로벌 세력 전이 초기에는 지배국이 수용적이고, 도전국이 공세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있다. 이어 이익을 교환하는 단계가 있다. 만일 지배국이 불만을 느끼면 공세로 전환한다. 2018년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가진 인센티브와 패널티다. 미국은 EPN, 주요 11개국(G11)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중국은 한국에 어떤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내놓을 지 알아보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충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0여 년 늦어진 측면이 있다. 충돌 양상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1차 세계 대전 직전 독일과 영국은 무역이 역사상 최고로 상호 의존성이 높았다. 하지만 세르비아 청년의 저격 사건이 큰 전쟁으로 이어졌다. 우연처럼 보이는 코로나가 대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중 양국은 오해에서 시작해 위험한 단계로 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의 묵시적 압력 속에서 경제적인 혜택과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국 지도자와 외교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 한중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관련기사[한중비전포럼]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무책임·책임전가는 중국의 국제 신인도에 자충수” “중도층이 대중국 외교의 진자 폭 줄여야”

    2020.06.03 00:45

  • [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

    [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3〉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특별 토론 요지 「 김연철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보고했지만, 북·중, 북·러 국경과 남북 연락사무소를 봉쇄했다. 개학을 연기하는 등 엄격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서 보건 의료 협력을 고민 중이다. 신약 재료의 원료인 야생화 등 토종식물 분야는 북한에 강점이 있다.   남북 관계가 소강 국면일 때 중국을 통해 접촉과 협력이 이뤄지는 상황이 있다. 남북 양자 관계와 북·중 관계는 보완적이다. 제재 때문에 협력의 범위와 내용은 제한적이다. 제한적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 남·북·중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서 올해 미국 대선이 있어 소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소강 국면을 잘 관리하면서 협상을 재개할 기회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 중국의 역할이 있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도 북핵 문제는 최소한 미국도 중국의 역할을 인정한다. 지난 12월을 돌이켜보면 협상 시한이 연말로 설정된 상황에서 미·중간 아주 제한된 형태의 협력이 이뤄졌던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남·북·미 삼각관계로 설명하는데 북핵 문제 해결의 속도를 높이는 데 남·북·중 삼각관계의 역할도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전 세계 차원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됐다. K방역 다음은 K경제다. K평화라는 개념도 성립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은 소프트 파워의 전형이 됐다.” 」 한중비전포럼 [한중 비전포럼] “K방역 넘어 K평화…남·북·미와 남·북·중 보완을” [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 “무책임·책임전가는 중국의 국제 신인도에 자충수” “중도층이 대중국 외교의 진자 폭 줄여야” 지난해 1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베이징 북경반점에서 환송 오찬을 하고 있다. 황제를 상징하는 자금성의 구룡벽(九龍壁)과 각루(角樓) 모형이 이채롭다. [중앙포토]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북한이 중국 국경을 봉쇄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진단 시약을 제공하며 밀착했다. 지난 26일 “코로나 사태와 북·중 관계 그리고 한반도”를 주제로 ‘한중 비전 포럼’ 3차 모임이 열렸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에서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를 차등보다 균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입장(중앙일보 27일자 1면)을 밝힌 뒤 “K방역과 K경제를 넘어 남·북·미와 남·북·중 삼각관계가 보완하는 K평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음은 3차 회의 주요 발언록.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발제 요지=지난 1월 21일 북한의 코로나19 첫 대처가 주목된다. 중국이 오후 4시 바이러스의 인체 간 감염 가능성을 처음 발표했다. 북한은 보건상이 6시에 TV 인터뷰를 했다. 즉각 전국 방역망을 가동했다. 이처럼 북한의 코로나 대응은 중국과 긴밀한 의료 협력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 당서기가 북한을 방문했다. 농업·민생·관광과 위생 네 가지 합의를 이뤘다. 중국은 코로나 지원 82개국 명단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제외했다.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측 입장을 배려했다.   4월 12일에는 단둥(丹東) 신압록강대교의 북측 세관 공사 장면이 포착됐다. 코로나가 진정되자 본격적인 북·중 경협이 시작됐다. 평양 종합병원도 주목된다. 코로나로 북한이 건설사업 대부분을 취소했지만 평양 종합병원은 유일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북 선물이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북·중 관계에는 구조적 차원에서 미·중 전략 경쟁 구도가 작용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차등화하기보다 전략적 균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 한반도 문제가 상시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관계를 풀 시간이 여의치 않다.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라는 최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주한미군, 한미동맹, 한미 연합사 등 ‘진실의 순간’에 대한 답을 조기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어서다.   북한은 “강대국의 짬(틈)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타고 앉아 있다”며 전략적 요충지론을 요즘 부쩍 강조한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코로나19로 다소 불확실하지만, 미국에서 북한 코로나에 대한 북·미간의 의료 지원, 한·미·중 3자의 대북 공동 의료지원이 이뤄진다면 북·미간 신뢰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 문제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증강되는 상황에서 한·중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는 중요한 관심사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이 적극적인 한반도 정책을 시작했다. 북한은 방어와 공격을 수시로 전환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를 운용하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이를 계속 강화하는 방법이다. 올 하반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 전망이 있지만, 북한이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요인으로 북한을 억제하는 힘이 전보다 강해졌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대한민국의 위상과 발전 방향을 고려해 북핵 문제 너머의 외교와 안보를 고민해야 한다. 한중관계에서 북핵과 북한만을 보면 자승자박이 된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기계적 중립이나, 중국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메시지는 신중해야 한다. 그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중 양국이 보여준 협력과 국민이 보여준 미담을 상호 존중과 우호 증진의 계기로 삼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북한의 생물학 무기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국무부의 군축 자료에 북한의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 보유가 언급됐다. 서구로부터 바이러스의 중국 연구실 유출설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생물학 무기는 중국도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경사론이 나온다. 경사가 맞는다면 중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성과도 없으면서 오해받는 것은 아닌지, 대중국 관계의 이미지 관리가 절실하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무력증강을 주장하는 북한 내 안보론자와 비핵화를 추진하는 발전론자 사이의 정치적 타협으로 보인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못 넘도록 북미라는 전륜이 안 움직이는 상황에서 후륜 구동격인 남북 채널을 가동해야한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진호 단국대 정외과 교수=신압록강 대교 주변이 분주하다. 중국 측에 중국세관이 있다. 단둥 집값은 그 일대만 올랐다. 중국이 말하는 항미원조 전쟁 참전 70주년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을 즈음해 개통 가능성이 있다. 북·중 물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중국은 남·북·미가 주도하는 북핵 논의가 이미 실효성이 다됐다고 여긴다. 중국이 주도하는 4자·6자 판을 짜는 고민에 들어간 듯하다.   코로나 이후 미·중 사이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기운다는 전망은 신중히 해야 한다. 중국이 체제 우월성과 세계적 전파 가능성을 말하지만, 중국의 초기 정보 은폐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김정은과 시진핑의 최근 만남에서 “선혈이 굳어서 된 관계”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중국이 줄곧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말하지만, 과연 누가 입술인지 궁금하다. 중국은 자신을 이빨로 생각하겠지만, 과연 북한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아니면 “누구라도 젖만 주면 엄마라고 할 수 있다(給奶便是娘)”는 상황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북한의 의도를 반영한 ‘중국 용어’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북한은 쌍중단, 쌍궤병행을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단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할 뿐이다. 한국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받았다. 이것이 중국 경사다. 북한조차 말하지 않은 용어를 받아 국내와 미국에 불필요한 대중경사론의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북한 경제는 ‘달러가 기본 화폐가 돼’(dollarization) 세계 경제에 통합돼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수출이 막혀 달러가 안 들어와 경제의 핵심인 장마당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북한경제를 지원하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의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제2의 대만’으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중국의 불안감을 잠재우면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 ◆한중 비전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2020.04.29 00:39

  • [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

    [한중 비전 포럼] “중국 견제 반보조금 협약, 한국도 가입해야”

     ━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2〉     ■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제문 「 지만수 “지난 1월 14일 미국·유럽연합(EU)·일본이 중국의 산업보조금 철폐를 겨냥한 공동성명(이하 성명)을 채택했다. 이로써 미·중 경제전쟁이 양자 대결에서 미국·EU·일본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의 중국 견제로 바뀌었다. 경제 전쟁의 이슈 또한 중국의 국가 주도적 경제체제라는 근본 문제에 집중됐다.   성명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안 형태로 제기됐다. 산업보조금에 대한 WTO 규정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대규모 보조, 좀비기업 보조, 공급과잉 유발 등으로 다른 나라의 피해가 없음을 보조금 공여국이 입증하도록 했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차단하고 이들이 다른 나라의 민간기업과 더 대등한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국제 규범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자유무역의 약화 혹은 보호주의의 강화를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논의 진전과 규범화를 막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WTO 산업보조금 규정, 또는 WTO 전체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그룹 전체로부터 산업보조금 이슈를 둘러싼 항시적인 대규모 무역분쟁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이 선진국 그룹 전체 대 중국의 상시적 무역분쟁이 되는 셈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쟁점에 찬반을 표시하기보다 미국 중심의 보조금 규제 강화 방향을 살피면서 국내 산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산업보조금 리스크에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중국 경제의 회복 전망은 비관적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양상에 따라 중국의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다만 2020년은 성장률 둔화가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보다 피해 경제주체의 치유를 통한 사회안정에 자원을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3월 13일 발표한 ‘소비촉진과 내수확대 실시의견’은 당장의 소비 진작보다 장기적인 소비시장의 체질 강화 방향을 담았다.” 」  미·중 정상이 우산을 받들었다.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닝보-저우산(寧波舟山) 항구를 찾아 물류를 점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28일 백악관에서 기자진에게 말하고 있다. [신화·로이터=연합통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중국 경제와 미·중의 전략적 경쟁에 끼칠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한중 비전 포럼’ 2차 모임이 온라인에서 열렸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국·EU·일본의 1·14 공동성명과 코로나 이후의 중국 경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반(反)보조금 공동전선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며 “독소조항을 완화하는 등 산업보조금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음은 29일 2차 회의 주요 발언록. 전문은 인터넷에. 관련기사 '코로나 사태가 중국 경제와 미·중 전략적 경쟁에 미칠 영향' 발언 전문 “무책임·책임전가는 중국의 국제 신인도에 자충수” “중도층이 대중국 외교의 진자 폭 줄여야”   ▶이동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민간투자국장=베이징은 4월 양회(전인대와 전국정협)를 통해 코로나 통제를 ‘자축’하려 한다. 중국은 올해 연 3% 내외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정서적 면에서 사태가 진정된 뒤 책임소재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의 대외 위상과 장기적인 회복에 장애가 예상된다.   ▶김시중 서강대 교수=중국경제의 회복은 완만할 것이다. 연 3~4%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2%포인트 이상의 하락이다.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의 도산과 실업의 증가, 기업의 채무불이행 증가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지난 몇 차례의 위기국면에서 중국은 산업구조-소비 트렌드-기업 성장 등이 완전히 달라졌다. “위기를 먹고 크는 중국, 그 변화의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였다.   경제는 V자 반등을 하더라도 패인 홈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수출은 세계시장 환경이 어렵고, 투자는 정책운용 공간이 넓지 않으며, 소비는 회복이 느릴 것이다. 코트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시장의 변화와 신산업·신상품 분야에 집중해 한국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왕윤종 경희대 교수=연간 성장률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3~4%, 비관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 한국 역시 반등할 것이다. 다만 반등을 위해서는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하지 않아야 한다. 수요진작 차원에서 구호 지원도 필요하지만, 산업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중국은 중앙집권적인 전제주의 행정시스템으로 강제적인 방역에 성공했다. 양회에서 자국민 만족을 위해 정보통신(IT) 위주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노재만 현대차그룹 전 고문=코로나로 중국 기업에 재택근무, 직원 간 시차 근무, 온라인을 통한 구매·영업·마케팅·기술 협력 등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폭발할 전망이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미국 등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에 WTO 반(反)보조금 협약 참여를 요구해 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산업보조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본은 현대중공업의 대우해양조선 인수합병에 대해 WTO 보조금 규정 위반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이 보조금 개정 협정에 참여하라고 했을 때 한국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1·14 공동성명이 실질적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작다. 미국은 중국과 2단계 협상에서 압박용 수단으로 성명을 활용할 것이다. 한·일간 조선업 보조금 시비는 영구미제로 남기 쉽다. WTO 분쟁기구가 작동하지 않아서다.   지난 1월 14일 워싱턴에서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왼쪽),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장관(가운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가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일본경제산업성] WTO 보조금 협정이 ‘제2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되려면 한국은 미국에 동조하고, 중국을 겨냥한 반(反)보조금 동맹이 결성돼야 한다. 한국은 원론적으로 가입하면서 독소조항을 완화해야 한다.   ▶신정승=2001년 9·11 테러처럼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코로나가 미·중 디커플링 현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리고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미국은 공화당·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해 똑같은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미·중 양국은 상호불신에 기초해 당분간 항시적 갈등을 내재하면서 현재의 디커플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국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이 심해지고,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지역화하거나 자국화하려는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두 가지다. 중국이 통으로 베끼기 어려운 복잡하고 긴 프로세스를 지닌 산업경쟁력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대신 중국과 보완성을 잃고 경쟁이 강화된 부분은 무역과 투자 다변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개방의 폭을 높이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중국의 가치사슬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미·중 양국 중 어느 쪽의 ‘회복 탄성’이 더 큰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가 주도와 시장 주도 체제의 비교우위가 일정 부분 가려지는 관문일 수도 있다. 보건·경제 위기의 ‘승자’가 누가되는지에 따라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이다.   2020년의 국제사회는 미·중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감)’나 ‘지동도합(志同道合·뜻이 같으면 길도 합쳐진다)’을 원하겠지만, 실제 양국은 2001년이나 2008년과 달리 ‘각행기시(各行其是·각자 옳다고 여기는 길로 갈라지다)’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코로나 사태 전후 일본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EU와 공동전선을 펼치면서도 중국의 구애를 동시에 받고 있다. 산업구조의 보완성 때문이다. 중국과 경쟁 관계인 한국이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 ◆한중 비전 포럼 「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2020.04.01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