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술 읽는 삼국지](116) 제갈각, 총명함에 교만이 더하여 일찍 목숨을 잃다

    [술술 읽는 삼국지](116) 제갈각, 총명함에 교만이 더하여 일찍 목숨을 잃다

    이번 회에서는 오나라의 손권과 손 씨 일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손권은 처음에 서부인이 낳은 아들인 손등을 태자로 세웠습니다.   그런데 손등이 병으로 죽자, 왕부인이 낳은 둘째 아들인 손화를 태자로 삼았습니다. 손화는 전공주와 사이가 나빴습니다. 손화가 태자에 오르자 전공주는 부친인 손권에게 매번 손화를 헐뜯는 말을 했습니다. 손권의 관심이 반부인에게로 향하면서 전공주의 손화 헐뜯기는 성공했습니다. 손권이 손화를 태자 자리에서 내쫓고 반부인이 낳은 아들인 손량을 태자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손화는 울분을 참다가 한을 품고 죽었습니다. 이때의 오나라는 육손과 제갈근 등 뛰어난 참모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대신 어릴 때부터 총명함으로 이름을 떨친 제갈각이 오나라의 대소사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71세의 손권도 시름시름 앓아눕더니 위독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손권은 태부 제갈각과 대사마 여대를 불러 뒷일을 당부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제갈각은 즉시 손량을 황제로 세우고 천하에 대사령(大赦令)을 내렸습니다. 위나라의 염탐꾼이 이러한 사실을 낙양에 보고했습니다. 사마사는 즉각 군사를 동원하여 오나라를 치려고 협의했습니다. 상서(尙書) 부하가 말렸지만 사마사가 직접 출정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사마사는 기회가 왔을 때는 꼭 이용해야 한다며 지금이 그때라고 강변하고 오나라를 세 방향에서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정남대장군 왕창, 정동장군 호준, 진남장군 관구검이 각각 10만 명의 군사를 통솔하였고, 사마소가 삼군을 총지휘하였습니다. 사마소가 세 장군을 불러 말했습니다.   동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동흥이다. 지금 그들은 이곳에 큰 제방을 쌓고 좌우에 또 두 개의 성을 쌓은 다음, 소호 뒤편에서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여러분은 각별히 조심하라.   한편, 제갈각도 위군이 세 방향으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상의를 했습니다. 관군장군 정봉이 말했습니다.   동흥은 우리의 중요한 곳이오. 만일 잃기라도 한다면 남군과 무창이 위태로울 것이오.   내 생각도 같소. 공은 3천 명의 수군을 이끌고 강을 따라가시오. 내 뒤이어 여거, 당자, 유찬에게 각각 1만 명의 보병과 기병을 이끌고 삼로로 나누어 나가 맞아 싸우도록 하겠소. 그리고 연주포 소리가 들리거든 일제히 진격하시오. 나도 직접 대군을 이끌고 뒤따라가겠소.     눈 속에서 위 군을 무찌르는 정봉. 출처=예슝(葉雄) 화백   위나라의 호준은 부교를 가설하고 강을 건너 제방 위에 군사를 둔치고 오나라의 두 성을 공략했습니다. 오군은 나오지 않고 죽기로 성을 사수했습니다. 이때 정봉의 3천 군사가 도착하여 얕보고 방비를 하지 않은 위나라의 병사들을 크게 무찔렀습니다.   사마소는 동흥에서 패하자 군사를 철수시켰습니다. 제갈각은 이긴 기세를 몰아 사마소를 추격하여 위나라를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촉에게 편지를 보내 북쪽에서 공격하게 하고 자신은 20만 대군을 일으켜 남쪽을 치기로 했습니다.   대군이 막 출발하려고 할 때입니다. 갑자기 땅에서 한 줄기 흰 기체가 피어올라 대군을 뒤덮었습니다. 장연이 제갈각에게 말했습니다.   이 기체는 흰 무지개입니다. 군사를 잃을 조짐을 예시하는 것이오니 태부께서는 조정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위를 치면 안 됩니다.   네 어찌 감히 불길한 말을 하여 우리 군사의 사기를 꺾어 놓느냐?   장연은 여러 사람이 용서를 빌어 목숨을 구하는 대신 파직되어 서민으로 강등되고 말았습니다. 제갈각은 정봉의 의견을 따라 합비의 신성을 공격했습니다. 사마사는 주부 우송의 의견을 따라 굳게 지키기만 하게 했습니다. 사마소에게는 곽회를 도와 촉의 강유를 막게 했습니다.   제갈각은 몇 달을 합비신성을 공격했지만 함락할 수 없었습니다. 계속 분발하자 성의 동북쪽이 무너지려고 하였습니다. 신성을 지키는 장특이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즉시 말 잘하는 사람에게 책적(冊籍)을 갖고 오군의 영채로 가서 제갈각에게 바치고 울며 고하도록 했습니다.   위나라 법에는 적에게 성이 포위되는 경우 성을 지키는 장수가 백 일을 굳게 지켰는데도 구원병이 오지 않으면 성을 지키던 장수가 성을 나가 적에게 항복해도 가족들이 연좌되어 벌을 받지 않습니다. 지금 장군께서는 성을 에워싸고 계신 지가 90여 일이 지났으니 며칠간만 더 기다려 주소서. 제가 군사와 백성들을 모두 거느리고 성을 나가 투항하겠습니다. 오늘 우선 책적을 가져다 바칩니다.   제갈각은 장특이 지연책을 쓰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장특은 그 사이에 성을 말끔히 보수하고 제갈각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에 화가 머리까지 치민 제갈각이 군사를 재촉하여 성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성 위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와 제갈각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혔습니다. 여러 장수가 구원해 영채로 돌아왔지만 상처가 심했습니다. 결국 군사들도 병이 나자 철수하던 중 관구검이 들이쳐 대패하고 쫓겨 왔습니다.   제갈각은 부끄러워 병을 핑계 대고 조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손량과 문무관료가 문병을 왔습니다. 제갈각은 남들의 비판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 오히려 관원들의 잘못을 찾아내어 가벼운 잘못은 변방으로 쫓아냈고, 큰 잘못을 저질렀으면 목을 베었습니다. 급기야는 손권이 손준에게 맡긴 어림군의 통솔권을 자신의 심복인 장약과 주은으로 교체했습니다.   손준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제갈각과 사이가 나쁜 태상경 등윤이 이 기회를 이용해 손준에게 말했습니다.   제갈각은 모든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쥐고 멋대로 잔학하게 굴며 공경들까지 살해하니 머잖아 임금의 자리까지 넘보려 들 것이오. 공은 종실의 한 사람으로 어찌 일찌감치 도모하지 않소?   나도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소. 지금 당장 천자께 아뢰어 죽이라는 명령을 받아야겠소.   짐도 그 사람을 보는 것마저 두려워 늘 제거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이제 경들에게 과연 충의가 있다면 은밀히 도모하도록 하오.   폐하! 연석을 베풀고 제갈각을 부르소서. 몰래 무사들을 벽의(薛衣) 속에 숨겨 두었다가 술잔을 던지는 것을 신호로 연석에서 죽여 버리면 후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제갈각. 출처=예슝(葉雄) 화백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갈각에게는 여러 가지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문지기 병사들이 본 적이 없는 상주(喪主)가 들어오지를 않나, 벼락이 치며 대들보가 무너져 내리지를 않나, 세숫물에서 피비린내가 나지를 않나 해괴한 일이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연회 초청을 받고 수레를 타려고 할 때,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옷자락을 물었고, 집을 나서자 땅 위에서 흰 기체가 피어올랐습니다. 제갈각은 괴이하여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손준과 등윤을 만나 다시 천자를 뵈러 입궐하였습니다. 결국, 손준과 등윤의 계획대로 제갈각은 죽임을 당하고 그의 아내와 전 가족이 몰살을 당했습니다.   제갈근이 살아있을 적에 총명하기만 하고 감정을 그대로 돌출하는 제갈각을 보고는 한숨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자식은 가족을 보호할 만한 주인이 아니다.   위의 광록대부 장집도 사마사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갈각은 오래잖아 죽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가?   위세가 주인을 떨게 할 정도이니 어떻게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모종강도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것이니 역사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 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사마의가 조상을 죽인 것은 다른 성받이가 종실을 없앤 것이고, 손준이 제갈각을 죽인 것은 종실이 다른 성받이를 없앤 것이다. 제갈각과 조상은 재주 있고 어리석은 것이 달랐지만 교만하기만 하고 대책에 허술했던 것은 두 사람이 똑같았다. 밖으로는 자신을 떠나는 인심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안으로는 손준의 계책을 예측하지 못한 채 또다시 자긍심만 앞세워 고집을 부리며 남의 말을 듣지 않더니 과연 목이 떨어지고 말았다. 총명함이 비록 아버지 제갈근보다 나았다고 하지만 끝내 재주만 믿다가 화를 불렀으니 슬픈 일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21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5) 사마의, 조조와 유비를 능가하는 후흑(厚黑)의 대가

    [술술 읽는 삼국지](115) 사마의, 조조와 유비를 능가하는 후흑(厚黑)의 대가

    이번 회에서는 소설 속 사마의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최대 경쟁자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제갈량의 지혜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제갈량이 한 수 위인 셈이지요. 이는 제갈량이 죽을 때까지도 계속됩니다.   삼국지연의는 제갈량을 신과 같은 존재로 부각했습니다.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지략에 매번 쓴맛을 보는 자가 두 명 있습니다. 소설 초반에는 주유였고, 후반에는 사마의입니다. 하지만 제갈량의 경쟁자인 주유와 사마의는 조금 다르게 묘사됩니다. 초반의 주유는 제갈량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피를 토하고 죽고 말지만, 사마의는 농락당하더라도 제갈량의 북벌을 차단합니다.   제갈량의 호적수인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의가 소설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조조가 한중을 공격하여 장로를 무찔렀을 때입니다. 사마의는 조조에게 다음과 같이 아뢰었습니다.   유비는 속임수와 힘으로 유장의 것을 빼앗았기 때문에 아직 촉땅 사람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 한중을 얻으셨으니 익주는 동요하고 있을 것입니다. 속히 진격하면 반드시 무너질 상황에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시기를 잘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기회를 잃으시면 안 됩니다.   사마의의 말이 옳습니다. 만약 조금 늦춰 주었다가 치국에 밝은 제갈량이 승상이 되고, 삼군 중에 뛰어난 관우, 장비 등이 장수가 되어 촉의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관애(關隘)를 지킨다면 범접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만약 조조가 사마의의 말을 듣고 익주를 공격했다면 소설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역사가 또한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의 소설이 나올 수 있었겠지요. 사마의가 제갈량의 적수가 되지 못하게 그려졌음에도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천문과 병법에 뛰어난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이는 사마의에서부터 시작된 사마씨가 위나라로부터 정권을 찬탈해 진(晉)나라를 세운 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전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의 적수가 되지 못해도 제갈량에 버금가는 고수로 만듦으로써 상대적으로 제갈량을 더욱 부각하는 방법이지요, 소설에서 이러한 장면을 찾는다면 바로 제갈량의 공성계를 들 수 있습니다.   제갈량의 공성계에 물러난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이 1차 북벌을 하며 기산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마속에게 중요한 요충지인 가정을 지키게 했습니다.   하지만 마속이 엉뚱한 전략으로 가정을 잃자 제갈량은 형세의 위태로움을 깨닫고 즉각 철수 명령을 내립니다. 제갈량이 철수작전을 지시하며 후퇴하려 할 때, 사마의가 승리의 기세를 타고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제갈량이 있는 서성현으로 쳐들어왔습니다. 이때 제갈량에게는 2500명의 병력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병사들을 주민으로 변장시켜 태연한 모습으로 거리를 청소하게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마의는 제갈량이 복병을 숨겨놓은 것으로 의심하고 군대를 황급히 퇴각시켰습니다. 그러자 둘째 아들 사마소가 의아해했습니다.   제갈량이 군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작태를 부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버님께서는 어째서 바로 군사를 물리십니까?   소설 속에서 제갈량은 언제나 신중하게 전략을 세우는 인물입니다. 반면 사마의는 의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공성계는 제갈량이 사마의의 이런 점을 역이용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사마의가 군사를 물리자 제갈량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만일 사마의라면 분명히 즉시 물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마의도 제갈량 못지않은 대단한 지략가입니다. 맹달의 반란을 기습공격하고, 제갈량이 여인 옷을 보내며 조롱해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조상 일파가 천하를 주무를 때도 곧 죽을 것 같은 연기로 그들을 안심시킨 후, 불시에 그들을 제거했습니다. 사마의의 인내와 지략이 제갈량보다 뒤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마의가 즉시 물러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설에서의 공성계 장면은 고수와 고수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제갈량은 적은 병력으로 사마의의 15만 명의 정예병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천하의 제갈량이 도망가다 잡혀 죽는 것은 치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갈량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건 승부수를 던지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수답게 성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사마의에게 이렇게 암묵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사마의! 지금 날 죽일 수는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하면 너도 토사구팽(兎死狗烹) 될 것이니 잘 생각해서 처신해라.’   고수가 보낸 신호는 고수만이 알 수 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학창의를 입고 향불을 피우고 거문고를 타는 것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의 신호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사마의는 아직 내부의 적들이 많았습니다. 제갈량을 제거하면 촉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조예와 조씨 일가에게 홍복(洪福)일 뿐, 사마의에게는 최대의 악수(惡手)가 되는 것입니다. 적국에 최대의 경쟁자가 있어야만 위나라 조정에서도 사마의를 무시하지 못할 터이니까요.   죽은 공명에게 혼쭐이 난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의가 대군을 후퇴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또 다른 소설적 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삼국지연의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사마의는 언제나 제갈량보다 한 수 아래인데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제갈량의 지혜가 일천해지니까요.   사마의가 위나라 조정에서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한 때라면 제갈량의 승부수인 공성계도 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설령, 그것이 제갈량의 함정이라고 해도 사마의의 지략과 15만 정예병이라면 작은 성 하나를 함락시키는 것은 큰 피해 없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성계는 때를 알고 이용하는 법과 물러서는 인내심을 가르쳐 주는 최고수들의 멋진 한 판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는 말은 여기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오랜 세월 위나라를 섬겨 태부 벼슬을 제수받았으니 신하로서는 더 오를 곳이 없는 자리에 올랐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딴마음을 품고 있지 않나 의심했기 때문에 나는 늘 두려운 마음을 품고 조심했다. 내가 죽은 후 너희 두 사람은 국경을 잘 다스리되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임종을 앞둔 사마의가 두 아들을 불러놓고 한 말입니다. 그런데 나관중본에는 조금 다르게 묘사된 부분이 있습니다.   너희는 주인을 잘 섬기면서 내 깨끗한 이름을 저버리지 않도록 다른 뜻을 품지 마라. 거스르는 자는 크게 불효하는 것이다.   나관중은 사마의를 제갈량 못지않게 훌륭한 지략가로 묘사했지만 모종강은 이러한 내용을 싹둑 잘라버리고 오직 제갈량 띄우기에만 심혈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제갈량은 초려에서 유비를 따라나설 때부터 오장원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오직 위나라를 무찌르는 일에만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죽었습니다.   그런데 생전에 제갈량과 최대의 호적수였던 사마의가 위나라를 멸망시키는 시동을 걸었습니다. 죽은 제갈량이 이를 알았다면 사마의의 꿈에 나타나 무어라고 하였을까요. 관우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이 소설의 한 토막을 완성해보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19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4) 조상, 가족의 안위만 구하다가 삼족이 박살 나다

    [술술 읽는 삼국지](114) 조상, 가족의 안위만 구하다가 삼족이 박살 나다

    조상은 환범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마의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환범은 통곡하며 뛰쳐나갔습니다. 주부 양종이 인수를 잡고 울며 다시 간청했습니다.     주공! 오늘 병권을 놓으면 스스로 결박하고 가서 항복해도 동시(東市)에서 목이 떨어지는 꼴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태부는 반드시 나에게 약속을 지킬 것이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의는 조상이 병권을 반납하겠다고 하자 즉시 조상의 형제 세 사람은 우선 사저로 돌아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감옥으로 송치하여 임금의 명령을 기다리라고 하달했습니다.     사마의는 먼저 환관 장당을 하옥하고 신문했습니다. 그러자 공모자로 조상의 신임을 받은 5명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환범은 ‘사마의가 모반을 했다’는 무고죄로 잡아들였습니다. 모든 자백을 받아낸 사마의는 조상의 삼형제를 포함하여 이들 일당을 모두 저잣거리에서 참수했습니다. 또한, 그들의 삼족을 멸하고 재산을 몰수하여 국고에 넣었습니다.     사마의는 조상의 문하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일체의 죄를 묻지 않겠으니 관직에 복귀하라는 방을 붙였습니다. 이로써 조정은 안정되었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하늘은 위나라를 너무 미워하시는구나! 어디서 주워온 줄도 모르는 조방에게 제위를 잇게 하더니 또다시 취한 듯 꿈속에서 사는 조상에게 돕게 하는구나.     설령 사마의가 앓다가 진짜로 죽었다고 해도 그 나라는 역시 촉이나 오에 합병되고 말았을 것이다. 설사 조상이 환범의 말을 받아들여 천자를 허도(許都)로 옮기고 격문을 띄워 각 지방에 있는 군사를 부러 모은다고 해도 그의 힘으로는 이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끝내 사마씨에게 먹히고 말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사마의 삼부자가 갑자기 성문을 닫아걸자 제 가족만 그리워하는 멍청이는 낯 두껍게 용서를 바라며 스스로 오랏줄을 묶었으니 더할 말이 있겠는가? 조조의 간사한 영웅적 기질이 두 대를 겨우 이어 오고, 자손이 이렇게 부진했으니 슬픈 일이로다!’   조방은 사마의를 승상으로 삼고 구석(九錫)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가 사양하며 받지 않자 조방은 허락하지 않고 부자 세 사람이 함께 국사(國事)를 돌보게 했습니다.   이제 사마씨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마의는 조상 일가는 멸족시켰지만 옹주 등지에 있는 친척인 하후패 등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 염려되었습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조서를 내려 낙양으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하후패는 크게 놀라 즉시 부하 3천 명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곽회가 이를 제압하러 달려왔습니다. 하후패는 군사의 반을 잃자 마침내 한중으로 와서 촉에 투항했습니다. 강유가 주연을 베풀어 환영하며 하후패에게 사마의 부자의 움직임을 물었습니다.     종회. 출처=예슝(葉雄) 화백   늙은 놈이 이제 막 반역을 도모했으니 밖으로 눈 돌릴 틈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나라에는 신진 두 사람이 한창나이에 있는데 만약 병마를 거느리게 된다면 실로 오와 촉에 큰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종회와 등애가 이들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어린애들쯤 입에 올릴 가치나 있겠소이까?   강유가 후주에게 투항한 하후패와 함께 위나라를 공격하고자 청했습니다. 상서령 비의가 반대했지만 강유의 의지는 투철했습니다. 결국 후주의 칙령을 받아내고 위를 공격하러 나섰습니다.     강유의 전략은 먼저 강병(羌兵)과 동맹을 맺어 함께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맹은 이뤄지지 못했고 위군과의 전투에서는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제갈량이 죽기 전에 제작한 연노(連弩) 덕분에 양평관으로 달아날 수 있었습니다.     강유는 몇만 명의 군사를 잃은 채 패잔병을 이끌고 한중으로 돌아왔고, 사마의의 아들 사마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두산에서 위나라의 진태와 싸우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251년 8월. 천하를 호령하던 사마의가 병이 나더니 점점 깊어졌습니다. 두 아들을 침상 앞으로 불러 분부했습니다.   나는 오랜 세월 위나라를 섬겨 태부 벼슬을 제수받았으니 신하로서는 더 오를 곳이 없는 자리에 올랐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딴마음을 품고 있지 않나 의심했기 때문에 나는 늘 두려운 마음을 품고 조심했다. 내가 죽은 후 너희 두 사람은 국경을 잘 다스리되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조방은 사마의를 후하게 장사 지내고 사마사를 대장군(大將軍)에 임명하여 기밀대사(機密大事)를 모두 책임지고 처결하게 했습니다. 둘째 아들 사마소는 표기상장군(驃騎上將軍)으로 삼았습니다. 이제 사마씨의 나라 만들기가 서서히 시작된 것입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14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3) 조상을 감쪽같이 속인 사마의, 일거에 국권을 장악하다

    [술술 읽는 삼국지](113) 조상을 감쪽같이 속인 사마의, 일거에 국권을 장악하다

    조방이 황제에 오르고 사마의와 조상이 정사를 도왔습니다. 조상은 사마의를 매우 공손히 섬겼으며 모든 일을 반드시 먼저 알리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조상의 문하에는 식객이 5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실속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일을 좋아하는 다섯 사람이 있었으니, 하안, 등양, 이승, 정밀, 필궤가 그들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꾀주머니로 부르는 대사농(大司農) 환범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조상에게 든든한 신임을 받았습니다. 그들 중 하안이 조상에게 말했습니다.   주공! 대권을 타성바지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후환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사마공과 내가 함께 선제께 아드님을 잘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어찌 차마 배반하겠는가?   지난날 조공의 부친께서는 사마의와 함께 촉군과 싸울 때 이 사람에게 여러 번 수모를 당하셨고, 그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주공께서는 어째서 살피지 않으십니까?   조상은 하안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여러 관리와 상의하고 조방에게 아뢰어 태부(太傅)로 승진시켰습니다. 그러자 병권은 모두 조상의 손안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조상은 아우 조희를 중령군(中嶺軍)으로, 조훈을 무위장군(武衛將軍)으로, 조언을 산기상시(散騎常侍)로 삼아 각기 어림군(御林軍) 3천 명을 이끌고 자유롭게 대궐을 출입하게 했습니다. 하안과 등양, 정밀을 상서(商書)로 등용하였고, 필궤를 사예교위(司隸校尉), 이승을 하남윤(河南尹)으로 삼았습니다. 조상은 이들과 밤낮으로 어울려 일을 협의했고, 조상의 집에는 빈객들이 날마다 넘쳐나 대궐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사마의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두 아들도 관직을 내놓고 한가하게 지냈습니다. 조상은 다섯 막료와 매일 주색을 즐겼으며, 각처에서 천자에게 진상하는 물건들도 좋은 것은 먼저 챙겼습니다. 환관 장당은 온갖 아첨으로 조상을 모시면서 궁녀들과 장인들을 빼돌려 조상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어느 날, 하안은 관로가 점술이 밝다는 소문을 듣고 등양과 함께 그를 청해서 주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물었습니다.     주역점을 잘 치는 관로. 출처=예슝(葉雄) 화백   자네는 주역을 잘 안다고 하면서 주역 속의 풀이는 어째서 한마디도 안 하는가?   주역을 잘 아는 사람은 주역을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삼공(三公)에 오를 수 있을지 시험 삼아 점을 한번 쳐주지 않겠는가? 내가 연달아 파리 수십 마리가 콧등에 모여 앉는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코는 산입니다. 산은 높아도 위태롭지 않아야 오래도록 높은 관직을 지킬 수 있는 것인데, 지금 파리가 나쁜 냄새를 맡고 몰려들고 있으니 지위가 높은 사람은 엎어질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바라건대 군후께서는 남는 것은 덜고 부족한 것은 보태시고 도리가 아닌 일은 하지 마셔야 삼공에 이를 수도 있고 파리도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늙은이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가?   늙은이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내다볼 줄 알고, 상투적인 말에서는 말하지 않은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관로가 돌아가자 두 사람은 관로가 미친놈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로는 두 사람을 죽은 송장으로 보았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닥칠 운명이었습니다. 한편, 조상은 참모들과 함께 사냥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우 조희가 간청했습니다.   형님께서는 막중한 권한을 맡고 계십니다. 밖으로 나가 사냥만 좋아하시다가 만약 어느 사람에게 암수라도 당한다면 후회해도 늦을 것입니다.   병권이 내 손안에 있는데 두려울 것이 무엇이냐!   환범이 재차 간청하자 조상은 사마의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이승을 형주자사(荊州刺史)에 제수하고 하직 인사를 하면서 동태를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사마의는 이승이 찾아왔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조상의 생각을 간파하고 병세가 깊은 것처럼 꾸몄습니다.   한동안 태부를 뵙지 못했습니다만, 병세가 이렇게 깊으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천자께서 저를 형주 자사로 명하시어 특별히 하직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병주(幷州)는 북쪽에 가까우니 방비를 잘해야 할 것일세.   형주 자사입니다. 병주가 아닙니다.   자네가 방금 병주에서 왔다고?   태부께서는 귀가 어두워지셨습니다.   이제 나는 늙고 병까지 위독하여 아침에 죽을지 저녁에 죽을지 모르는 형편이네. 두 자식이 불초하니 자네가 잘 지도해 주기 바라네. 만약 대장군을 뵙거든 두 자식을 돌봐 주시기를 천 번 만 번 바란다고 전해주시게.   이승은 사마의의 연기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조상은 이승의 말을 듣고는 앓던 이가 빠진 듯이 기뻤습니다. 사마의는 이승이 돌아가자 즉시 두 아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감쪽같은 연기로 조상일파를 속이는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승이 이번에 가서 소식을 전하면 조상은 반드시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성을 나가 사냥을 할 때만 기다리면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조상은 조방을 모시고 사냥을 나갔습니다. 사마의는 조상이 성 밖으로 나가자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즉시 지난날 적을 무찌르던 부하들과 수십 명의 가장(家將) 및 두 아들을 이끌고 말에 올라 곧장 조상의 군영을 점거하고 궁중으로 들어가 곽태후에게 아뢰었습니다.   조상은 선제께서 탁고(託孤)하신 은혜를 저버리고 간악하게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그 죄는 파면해야 마땅합니다.   천자가 밖에 계시니 어찌하겠소?   신은 천자께 표주하여 간신들을 죽일 계책이 서 있으니 태후께서는 걱정 마소서.   사마의는 성문을 닫아걸고 조방에게 표를 올려 조상 일가를 파면시킬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 사이에 환범이 성문을 빠져나가 조상에게로 갔습니다. 사마의는 꾀주머니 환범이 간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조상이 환범의 말을 듣고 허창으로 가서 천자를 모시고 대항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제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우둔한 말은 외양간의 콩만 그리워하니 틀림없이 쓰지 못할 것입니다.   사마의는 조상과 형제들의 병권만 빼앗으려는 것뿐 맹세컨대 다른 뜻은 없다는 의지를 전하게 했습니다. 조상이 당황하여 결정을 못 하고 있을 때 환범이 말을 몰고 달려왔습니다.   태부가 이미 변란을 일으켰습니다. 장군께서는 어째서 천자께 허도(許都)로 가시기를 청하여 밖에 있는 군사를 출동시켜 토벌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전 가족이 모두 성안에 있소! 다른 곳으로 가서 어떻게 구원할 수 있겠소?   하찮은 사내도 어려움에 빠지면 살려고 합니다. 지금 주공께서는 천자를 수행하며 천하를 호령하고 계시는데 누가 감히 명령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스스로 죽을 곳으로 가려고 하십니까?   여러분은 너무 재촉하지 말고 내가 찬찬히 생각 좀 해보게 기다리시오.   태부께서는 낙수(洛水)를 가리키며 맹세하셨습니다. 결코 다른 뜻이 없으시다고요. 장군께서는 병권을 내놓으시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소서.   일이 급합니다. 다른 말은 듣지 마소서. 죽을 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조상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칼을 빼어 들고 한숨을 지으면서 밤을 새웠습니다. 먼동이 틀 때까지 눈물만 흘렸을 뿐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환범이 다시 재촉하자 조상은 칼을 내던지며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나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겠네. 진실로 관직을 버리기를 원하네. 부잣집 늙은이로 살면 족하지 않겠는가?   조진은 지혜와 계략이 남다르다고 스스로 자랑해 왔는데, 이제 보니 그의 아들 삼 형제는 참으로 돼지 새끼, 소 새끼뿐이구나!   환범의 진언도 무시하고 사마의에게 병권을 내어주는 조상. 출처=예슝(葉雄) 화백   환범은 울면서 막사를 나와 통곡했습니다. 조상의 그릇이 이러하매 이런 자를 주공으로 모신 환범인들 오죽이나 서러웠겠습니까. 이제 그도 죽으러 갈 수밖에 없었으니 울음과 통곡은 바로 그 자신을 위한 마지막 깨우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12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2) 사마의가 공손연을 처단하고 어린 조방이 황제에 오르다

    [술술 읽는 삼국지](112) 사마의가 공손연을 처단하고 어린 조방이 황제에 오르다

    235년. 삼국은 오랜만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조예는 사마의를 태위에 임명하고 군마를 총지휘하며 모든 국경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조예는 허창에 궁전을 건축하더니 낙양에도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실시했습니다. 궁궐은 높다랗고 연못은 거대했습니다. 박사 마균의 감독 아래 3만 명의 장인과 30여만 명의 인부들이 밤낮없이 공사에 동원되었습니다. 백성들의 원망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사도(司徒) 동심이 죽음을 무릅쓰고 표를 올려 중지할 것을 간청했지만 겨우 목숨만 구했습니다. 이후 또다시 표를 올리는 자는 누구든 참수형에 처했습니다. 조예의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마균을 불러 물었습니다.   조예의 궁궐 건축 명령에 동원된 수십만 명의 백성. 출처=예슝(葉雄) 화백   짐은 높다란 대(臺)와 각(閣)을 세우고 신선들과 사귀면서 불로장생하는 방법을 찾고 싶도다!   한나라 조정 스물네 명의 황제 중 오직 무제만이 가장 오랫동안 제위를 누리셨고 나이도 가장 많았습니다. 대개 하늘의 해와 달의 정수의 기를 드시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장안 궁중에 백량대를 세우고 대 위에 동상 하나를 세웠는데 그 동상은 손으로 승로반(承露盤)이라는 큰 쟁반을 들고 있습니다. 삼경에 북두에서 내리는 이슬을 받는 것인데, 천장(天漿)이라고도 하고 감로(甘露)라고도 부르는 물입니다. 이 물에 좋은 옥을 가루로 내어 섞어 마시면 늙은 사람이 다시 소년이 된다고 합니다.   너는 당장 인부를 이끌고 밤을 도와 장안으로 가서 동상을 끌어내려 방림원으로 옮겨다 설치하라.   마균은 1만 명의 인부를 이끌고 장안으로 달려가 동상과 승로반을 가지고 낙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예는 기뻐하며 조칙을 내려 천하의 미녀를 뽑아 방림원에 두었습니다. 뭇 관리들이 표를 올려 간했지만 조예는 듣지 않았습니다. 조예는 황제에 오르기 전에 모 황후를 가장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황제에 오른 후에는 곽 부인을 총애했습니다. 조예는 곽 부인과 늘 상림원에서 즐겼습니다. 궁인들에게는 모 황후가 알지 못 하게 했습니다. 모 황후는 조예가 달포가 넘도록 본전(本殿)으로 들어오지 않자 궁인들을 이끌고 취화루(翠花樓)에서 시름을 달랬습니다. 어디선가 맑고 고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디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냐?   성상께서 곽 부인과 함께 어화원(御花園)에서 꽃구경을 하시며 술을 드시고 계십니다.   폐하! 어제 북원에서의 꽃놀이는 재미가 진진하셨지요?   당장 어제 시중들던 사람을 모두 잡아다 목을 베어라!   모 황후는 크게 놀라 궁으로 돌아왔지만 조예는 즉시 조서를 내려 모 황후를 사사(賜死) 하고 곽 부인을 황후로 삼았습니다. 조정의 신하들은 누구 한 명 간섭하고 나서는 자가 없었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을 읽고는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후대의 잘못은 전대의 잘못에 뿌리를 두고 일어난다. 조조가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을 앞에서 저질렀기 때문에 조예가 뒤에서 본받아 우씨(虞氏)를 버렸고, 조비가 견 황후를 죽이는 일을 앞에서 저질렀기 때문에 조예가 뒤에서 본받아 모 황후를 죽였다. 모 씨는 견 씨보다 바르게 시집온 편이지만 죽임을 당한 것은 견 씨와 매일반이었다. 조예는 일찍이 사슴을 쏘는 일로 아버지를 비꼬았는데 그 역시 모 씨를 죽였으니 그의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잘못을 본받는 것이 더욱 심했다.’   조예가 횡포를 저지르고 있을 때, 유주자사(幽州刺史) 관구검이 표를 올렸습니다. 요동의 공손연이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연왕(燕王)이라고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예는 매우 놀라 즉시 사마의를 불러들여 계책을 협의했습니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이 거느리고 있는 기병과 보병 등 관군 4만 명이면 충분히 역적들을 무찌를 수 있습니다.   경의 군사가 적고 길이 멀어 수복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소.   군사가 많아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전술전략을 어떻게 베푸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신은 폐하의 홍복에 힘입어 반드시 공손연을 잡아다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경의 생각에는 공손연이 어떻게 움직일 것 같소?   공손연이 만일 성을 버리고 미리 도망친다면 그것이 상책이고, 요수에 의거하며 대군을 막는다면 그것이 중책이고, 양평성만 지키려 한다면 그것은 하책이니 반드시 신에게 잡힐 것입니다.   공손연은 사마의의 계책대로 중책을 펴다가 하책으로 돌아서서 양평성만 지켰습니다. 사마의는 가을장마임에도 군사를 물리지 않고 낙양에서 군량을 운반하며 양평성의 포위를 풀지 않았습니다. 공손연은 성 안에서 양식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원망의 소리가 들리자 겁이 났습니다. 사자를 보내 항복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호통쳤습니다.   전쟁의 대요(大要)는 다섯 가지다. 싸울 수 있으면 싸워야 하고, 싸울 수 없으면 지켜야 하고, 지킬 수 없으면 달아나야 하고, 달아날 수 없으면 항복해야 하고, 항복할 수 없으면 죽는 수밖에 없다.   결국 공손연 부자는 몰래 달아나려다가 사마의의 계략에 걸려 참수당했습니다. 사마의는 공손연에게 모반하면 안 된다고 간하다가 피살된 가범과 윤직을 장사 지내고 자손들을 영화롭게 했습니다.   한편, 조예는 모 황후가 수십 명의 궁녀를 이끌고 통곡하면서 목숨을 내놓으라는 꿈을 꾸고는 그때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병세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조예는 조진의 아들 조상을 대장군으로 삼아 정사를 총괄토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사마의를 불러 말했습니다.   짐은 경을 다시 만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는데 오늘 만났으니 죽어도 한이 없소.   신은 도중에서 폐하의 성체가 편치 않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날개라도 돋아 대궐로 날아올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오늘 용안을 뵙게 되었으니 신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 옵니다.   얻어온 자식인 조방에게 제위를 넘긴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예는 태자 조방과 대장군 조상, 시중 유방과 손자 등을 불러놓고 사마의의 손을 잡으며 태자를 부탁했습니다. 태자를 불러서는 사마의를 아버지처럼 모시도록 일렀습니다. 조방이 사마의의 목을 끌어안고 놓지 않자 조예가 말했습니다.   태위는 잊지 마시오. 오늘 어린 자식이 떨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조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태자를 가리키다 곧 죽고 말았습니다. 36세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사마의와 조상은 즉시 태자 조방을 받들어 황제로 즉위시켰습니다. 조방은 조예가 얻어온 아들로 궁중에서 은밀하게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깊은 사연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종강이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겠지요. 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습니다.   ‘조조의 아버지가 얻어온 자식이었고, 조비의 손자가 역시 얻어온 자식이었다. 아버지가 얻어온 자식이라면 전의 세계(世系)는 여기서부터 문란해지는 것이고, 손자가 얻어온 자식이라면 후의 종사(宗祀)는 거기서 끊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조 씨의 대업은 진이 선위 받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조방이 제위를 이으면서 이미 끊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조방이 임성왕(任城王) 조해의 자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종실에서 입양한다는 것을 어째서 대신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겼으며 또한, 전해주지 않아 그의 근본을 알 수 없게 만들었겠는가? 조비는 그 자리를 얻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얻어온 자식은 힘 한번 들이지 않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셈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07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1) 위연을 위한 변론, 거듭 반역의 표상으로 낙인찍힌 장수

    [술술 읽는 삼국지](111) 위연을 위한 변론, 거듭 반역의 표상으로 낙인찍힌 장수

    위연은 소설 삼국지에서 제갈량으로부터 두상(頭像)이 모반을 일으킬 반골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정됩니다. 위연의 반골상은 제갈량의 유언대로 그가 죽자 곧바로 모반을 일으킵니다. 결국 제갈량의 계책에 의해 마대가 위연의 목을 벱니다. 이를 통해 소설은 뛰어난 예지력을 겸비한 제갈량을 맘껏 드높입니다. 위연이 모반을 일으킨 것은 제갈량 사후에 문신인 양의가 군을 통괄하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위연과 양의는 앙숙 사이였습니다. 제갈량은 양의도 위연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읽은 소설(모종강본)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용은 나관중본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대가 갑자기 위연의 예하 부대로 들어간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마대도 위연과 같이 군사를 통솔하는 장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용맹한 장수인 위연이 소설 속에서 모반을 일으키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위연의 등장부터 알아볼까요.   촉군의 용장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위연의 첫 등장은 신야에 있던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양양으로 도망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양양성의 유종이 유비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자 위연이 군사들을 베고 적교를 내려 유비를 맞아들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유비가 강릉으로 달아나자 위연은 장사태수 한현에게 투항합니다. 이후 등장은 관우가 장사에서 황충과 싸울 때입니다. 한현이 관우를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면서 황충을 죽이려고 할 때, 위연이 한현을 베고 황충과 함께 투항합니다. 관우가 황충과 위연을 유비에게 인사시킬 때, 함께 있던 제갈량이 위연은 모반할 상이라며 처형하라고 합니다. 유비가 공이 있는 장수는 죽일 수 없다고 하여 위연은 유비의 장수가 됩니다. 이상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제 소설에서 위연의 변모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완성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회자된 책이 〈삼국지평화〉입니다. 이곳에서 제갈량이 금릉군을 공격하자 태수 김족이 황충으로 하여금 막도록 합니다. 이때 제갈량이 출전시킨 장수가 위연이었습니다. 평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태수 김족이 한 장수를 출마시키자 군사는 깜짝 놀랐다. 방통이 말했다.  이 사람은 악군 사람으로 황충이며 자는 한승이오. 군사가 위연을 내보내자 두 사람이 서로 이틀 동안 싸웠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하였다. 다시 장비를 보내 싸우게 하였는데, 황충과 10합을 싸웠지만 역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에 황충이 말했다.  나는 관우밖에 모르는데, 장비와 위연을 어찌 알겠는가?’   이후 관우까지 와서 3 대 1로 싸워도 승부를 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제갈량이 김족을 죽이고 달변으로 황충을 설득하자 항복하여 유비의 장수가 됩니다. 〈삼국지평화〉의 소략한 이야기가 문학적인 재미가 더해져서 지금의 소설로 변모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황충의 뛰어난 무예는 가려지고 위연은 모반할 인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대신 관우와 제갈량의 뛰어남이 부각되었는데, 이는 당시 두 사람의 폭발적 인기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105회에서 비의가 제갈량의 편지를 가지고 손권을 만났을 때 손권이 위연을 평가한 것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나관중본에는 이때 손권이 양의도 같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승상은 군사를 부리는 법을 잘 아는데 선봉은 누구를 쓰고 계시오?   위연입니다.   공로와 군량은 누가 관리를 하시오?   장사 양의입니다.   손권이 웃으며 말했다.   짐이 비록 두 사람을 보지는 못했으나 그 행실을 들은 지는 오래요. 정말 소인배들이라 나라에 무슨 이익이 있겠소? 어느 날 공명이 없으면 반드시 두 사람 때문에 망할 것이오! 경은 어찌하여 임금 앞에서 깊이 의논하지 않으시오?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신이 돌아가서 엄하게 따지겠습니다.   참으로 총명한 주인이시오. 이 두 사람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슬기와 용맹을 아껴 차마 죽이지 못하는 것이오.   왕쌍을 유인해서 목을 베는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처럼 나관중본에서의 제갈량은 위연뿐만 아니라 양의도 같이 제거하려고 합니다. 제갈량이 호로곡으로 사마의 부자를 유인할 때 그 임무를 위연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사마의 부자를 화공으로 죽이려고 했지만 소낙비가 쏟아져 실패하지요. 이때 위연도 같이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을 소설 속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제갈량의 명으로 위연이 사마의를 호로곡으로 꾀어 골짜기로 들어가 보니 뒤쪽이 꽉 막혔다. 위연이 하늘을 보며 탄식했다. 내가 오늘 끝장나는구나! 그런데 다행히 소나기가 내려 사마의 부자가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위연도 목숨을 건졌다. 전투가 끝난 뒤 위연이 제갈량에게 마대가 골짜기 출구를 막아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제갈량은 크게 노하여 마대를 꾸짖었다. 위연은 나의 대장이다. 내가 처음에 너에게 계책을 줄 때 사마의만 태우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위연까지 골짜기에 가두었느냐? 조정의 복이 커서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렸으니 망정이지 잘못했다가는 내 오른팔을 잃을 뻔했다. 무사들은 이 자를 끌어내 당장 목을 베라!   장수들이 거듭 애타게 사정하자 제갈량은 대신 마대의 갑옷을 벗기고 40대를 때리게 했다. 그리고 평북장군과 진창후 작위를 빼앗고 하급병졸로 만들었다. 마대가 영채로 돌아가자 제갈량은 은밀하게 번건을 보내 마대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승상께서는 예전부터 장군이 충성스럽고 의로움을 아셔서 이 비밀 계책을 써서 이러저러하게 하라고 하셨소. 뒷날 성공하면 장군의 공로가 으뜸이오. 그러니 양의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핑계를 대면서 위연과 화해하시오.   마대는 계책을 받고 기뻐 다음 날 위연을 찾아가 사죄하였다. 이 대가 감히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 실은 장사 양의의 계략이었습니다.   위연은 양의가 미워 즉시 제갈량에게 찾아가 마대를 부장으로 쓰고 싶다고 재삼 간청하였다. 그러자 제갈량이 허락하였다.’   위연을 척살한 마대. 출처=예슝(葉雄) 화백   어떻습니까? 여기까지 읽으면 소설 속에서 위연과 양의, 마대의 행동들이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나요? 이처럼 나관중은 사건의 전개 과정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였건만, 모종강이 삭둑삭둑 잘라버리는 통에 줄거리는 알지만 읽는 재미는 쏠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모종강이 이렇게 여러 내용을 삭제한 것은 신묘(神妙)한 제갈량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나관중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제갈량은 아군 장수들을 이간질해 죽이는 형편없는 군사라는 불명예를 쓸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모종강은 자신이 소설을 각색하면서 위연은 반골이 있어 모반을 일으킬 상으로 설정하고, 마대에게 ‘위나라로 투항하자’는 말을 하게 하여 제갈량의 예언대로 모반을 일으킨 역적으로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양의는 제갈량이 직접 죽이면 안 되었기에 장완을 후임자로 지목하여 양의가 부끄러움에 스스로 죽게끔 하였습니다. 제갈량을 드높이기 위한 소설적 설정이 모종강에 이르러 정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지난날 승상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만약 전군을 이끌고 위에 투항했다고 해도 정녕 이렇게 적막하겠소?   양의는 이 말로 자결에 이르게 됩니다. 양의의 말을 곱씹어 보면 과연 위연과 양의 중에 누가 모반할 사람이었는가는 자명해집니다. 소설 삼국지는 역사에서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을 중시하다 보니 위연이 반역자가 되었고, ‘반골상’, ‘모반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힌 채 1800여 년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설 속 위연의 변모를 새롭게 살펴보았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2.05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10)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위연의 외침에 마대의 칼이 번쩍이다

    [술술 읽는 삼국지](110)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위연의 외침에 마대의 칼이 번쩍이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없는 촉군이 더는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여러 장수를 요충지에 나누어 지키게 하고 자신은 낙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촉군은 위군의 추격을 받지 않으니 아무 탈 없이 제갈량의 시신을 운구하여 성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바로 제갈량이 우려했던 위연의 반란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의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철수시키던 양의는 위연이 잔도에 불을 질러 끊고 군사들을 앞세워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승상께서 살아 계실 때 ‘이 사람은 후에 반드시 모반할 것’이라고 하시더니, 오늘 과연 이렇게 나올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우리의 퇴로를 막고 있으니 이제 어째야 하겠소?   그는 반드시 천자께 우리가 모반하여 불을 질러 잔도를 끊어 막고 있다고 무고하여 보고할 터이니, 우리도 천자께 위연이 모반한 사실을 표로 써서 아뢴 다음 도모해야겠소.   이곳에 사산이라고 부르는 오솔길이 있는데 기구하고 험준하기는 하나 잔도 뒤로 질러 나갈 수 있으니 표를 써서 천자께 아뢰도록 하는 한편, 인마를 거느리고 사산 소로를 따라가기로 하십시다.   양의는 비의의 말에 따라 후주에게 표를 올리고, 강유의 계책대로 사산의 소로를 따라 군사를 이동시켰습니다. 후주 유선은 밤에 금병산이 무너지는 꿈을 꾸고 놀라 조회에서 해몽하라고 했습니다. 초주가 천문을 보고 승상에게 흉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했는데, 후주의 꿈도 그와 같은 예시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이복이 돌아와 승상의 죽음을 보고했습니다. 후주는 소리 내어 울다가 쓰러졌습니다. 소식을 들은 문무관원과 백성들도 저마다 눈물을 훔쳤습니다.   며칠 후, 위연의 표가 도착했습니다. 내용은 양의가 병권을 거머쥐고 무리를 모아 모반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연이 올린 표를 읽은 후주는 용맹한 장수가 양의 등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인데 어째서 잔도에 불을 질러 끊었는지 이상했습니다. 오태후가 그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전에 선제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공명은 위연의 등에 반골이 있는 것을 알고 늘 죽이려고 했으나 그 용기가 아까워 우선 남겨두고 쓰는 것이라 하셨소. 양의는 문관으로 승상께서 장사(長史)의 직무를 맡겼으니 반드시 그는 쓸 만한 사람일 것이오. 오늘 만일 한쪽의 말만 듣는다면 양의 등은 반드시 위나라에 투항할 터이니 이 일은 깊이 생각해서 의논해야지 경솔하게 처리해서는 아니 되오.    제갈량의 뒤를 이은 장완.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침내 양의가 올린 표가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은 위연이 승상의 말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부하 인마를 거느리고 한중으로 들어와 잔도를 끊어버리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완과 동윤은 후주에게 양의가 올린 표를 믿으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후주가 위연의 모반을 물리칠 것을 걱정하자 장완이 말했습니다.   승상께서 본디 그를 의심하셨으니 반드시 양의에게 남기신 계책이 있으실 것입니다. 만약 양의가 믿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퇴각하여 골짜기로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위연은 계책에 말려들 것이니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한편, 위연은 잔도를 끊어 놓고 남쪽 골짜기에 영채를 세운 채 병목지대를 지키면서 뜻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의와 강유가 밤을 도와 군사를 이끌고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골짜기 앞으로 질러 나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양의는 선봉 하평에게 3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앞서가라고 하고 강유 등과 함께 한중을 향했습니다. 하평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위연을 꾸짖었습니다. 위연이 공격하자 남정성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위연은 많은 장수가 흩어져도 마대만은 자신의 곁에 있자 굳게 신임하였습니다. 위연이 마대에게 위나라로 투항하는 것에 대하여 상의하자 마대는 지혜와 용기가 뛰어난 장수가 남에게 무릎 꿇는 것보다는 한중과 성도를 빼앗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위연은 기뻐하며 마대와 함께 남정성을 포위했습니다. 강유가 양의에게 계책을 묻자, 양의는 승상이 임종 전에 비단 주머니를 주며 위급할 때 열어보라고 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즉시 꺼내서 열어 보았더니 겉봉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기다렸다가 위연과 싸우러 가는 말 위에서 뜯어보아야 한다.’   강유는 기뻐하며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진세를 벌였습니다. 양의도 따라왔습니다. 진세를 벌이자 강유가 꾸짖었습니다.   역적 위연아! 승상께서는 너를 배신한 적이 없는데 오늘 너는 어째서 배반하느냐?   강유!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양의에게 오라고 해라.   승상께서 살아 계실 때 네가 반드시 뒤에서 배반할 것을 미리 아시고 나에게 대비를 하게 하셨는데, 지금 보니 과연 그 말씀대로구나. 네가 말 위에서 연거푸 세 번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고 소리칠 수 있다면 참 대장부라 할 만하니, 내 즉시 한중성을 너에게 바치겠다.   양의 이 머저리 놈, 들어라! 만약 공명이 살아 있다면 나는 삼분(三分)쯤 두려워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죽었는데 천하에 누가 감히 나를 막겠느냐? 연달아 세 번은 고사하고 3만 번을 외치라고 한들 무엇이 어렵겠느냐?   위연은 양의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칼을 들고 고삐를 당기면서 말 위에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내가 너를 죽인다!   위연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죽이는 마대.   위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대의 칼이 번쩍하더니 위연의 목을 베었습니다. 제갈량이 임종 전에 마대를 불러 은밀하게 전한 계책은 위연이 이러한 고함을 칠 때 즉시 나와서 그를 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의는 후주에게 표를 올려 위연의 반란을 평정했음을 알렸습니다.   후주는 제갈량의 유언대로 그의 시신을 정군산에 장사 지냈습니다. 장완이 제갈량의 후임이 되어 정무를 통괄했습니다. 이때, 동오가 촉과의 경계인 파구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후주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자, 장완은 왕평과 장의에게 군사를 이끌고 영안에 주둔하게 하는 한편, 승상의 상고(喪故)도 알리고 동정도 탐색할 겸 종예를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손권은 종예를 만나 한번 떠본 후에, 전군에게 상복을 입히고 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울러 금촉 화살을 꺾으며 맹세했습니다.   짐이 만일 전에 한 맹세를 저버린다면 자손이 끊어지고 멸망할 것이다.   후주는 기뻐하며 안심했습니다. 장완과 비의 등 신하들을 모두 승진시켰습니다. 그런데 양의는 자신이 장완보다 관직 경력이 앞서는 데에도 직위가 장완보다 낮고 또한 자신의 공이 크다고 믿었는데 아무런 상을 주지 않자 원망하는 말을 입 밖에 내며 비의에게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난날 승상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만약 전군을 이끌고 위에 투항했다고 해도 정녕 이렇게 적막하겠소?   수치심에 자살한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비의가 이 말을 표에 써서 은밀히 후주에게 올렸습니다. 후주는 당장 양의를 잡아서 목 베어 죽이라고 했습니다. 장완이 만류하여 관직을 파면하고 서민으로 강등시켰습니다. 양의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31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9) 소설 삼국지 최고의 인물 제갈량, 국궁진췌의 대명사

    [술술 읽는 삼국지](109) 소설 삼국지 최고의 인물 제갈량, 국궁진췌의 대명사

    소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읽기 싫어질 때가 두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우가 죽은 후이고, 두 번째는 제갈량이 죽은 이후입니다. 특히,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은 이후의 소설 읽기는 마라토너가 마의 30㎞ 선을 넘어서는 것과 같은 느낌들을 받습니다. 아마도 제갈량이 호로곡에서 사마의 삼부자를 죽이지 못하고 하늘에 외쳤던 허탈감이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삼국지연의를 일명 ‘제갈량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모든 삼국지 애독자들의 공통점을 담아 제갈량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조는 백만 대군과 함께 황제를 등에 업고 제후에게 명령하고 있으니 그에 맞붙어 싸우는 것은 불가합니다. 손권은 3대째 강동을 다스리고 있는데 지세가 험난하고 그곳 백성들이 따르고 있으니, 우리의 지원세력은 되어도 차지하기는 힘듭니다. 형주지역은 북으로 한수와 면수가 가로질러 흐르고 있기에 남쪽의 물산을 모두 차지할 수 있으며, 동으로는 오군 회계와 가깝고, 서로는 파촉과 통하니 반드시 이곳을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정해진 주인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곳이니 이제 하늘이 장군께 주신 것과 같습니다. …… 장군은 인화(人和)를 내세우셔야 합니다. 우선 형주를 차지하여 안방으로 삼고 곧이어 서천을 차지하여 공업을 연 후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룬다면, 머지않아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융중에서 농사를 지으며 때를 기다리던 청년 제갈량은 유비가 삼고초려하며 천하경영의 의견을 구하자 이처럼 거침없는 ‘천하삼분지계’를 설파합니다. 제갈량의 계책을 들은 유비는 10년 묵은 체증이 꺼지고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귀가 뜨이고 눈이 밝아져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가슴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이날 이후로 두 사람은 수어지교가 됩니다.   삼고초려한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설명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나는 이름도 없을뿐더러 덕망도 없으니 선생이 부디 나와 함께 산을 내려가 도와주기 바라오. 선생이 이곳에만 있으면 저 가엾은 백성들은 누가 돌본단 말이오?   장군께서 그렇게 말씀하며 저를 생각해 주시니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습니다.   제갈량은 초려를 나와 유비와 16년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패하고 백제성에서 회한을 눈물을 흘리며 죽어갈 때, 제갈량에게 아들을 부탁하며 여의치 않으면 직접 임금이 되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그때에도 ‘견마지로’를 다하겠노라고 하였고 유비는 안심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한 유비가 임종에 이르러서도 재차 제갈량에게 강조한 것은 끝까지 자신의 아들을 보필하라는 당부였던 것입니다. 이후 제갈량은 승상에 올라 실질적으로 촉한을 이끌어 나갑니다.   유비의 탁고에 견마지로를 다짐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유비가 삼고초려할 때의 계책을 잊지 않았습니다. 또한 홀로 남은 자신이 끝내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를 위해 매번 위나라를 공략합니다. 하지만 장안을 공격하지 않고 기산을 차지하기에만 힘을 쏟습니다. 이는 촉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든든하게 지킴으로써 위나라의 공격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제갈량의 국가 대사였습니다. 군사력으로 약세인 촉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습니다.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위연은 자신의 용맹함만 믿고 직접 쳐들어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졌던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제게 역적을 무찌르고 한나라를 다시 부흥시키게 하시어 성과가 없으면 저의 죄를 다스려 선제의 영현에 고하시고, 폐하 또한 스스로 모색하시어 정도(定道)를 자문하시고 순리에 맞는 말만 들이시되 선제의 유조(遺詔)를 기억하소서. 저는 은혜를 받듦에 복받치는 감격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원정에 오르게 되어 표를 올리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무슨 말을 드릴지도 알지 못하겠나이다.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기에 앞서 후주 유선에게 출사표(出師表)를 올립니다. 제갈량은 출사표를 227년과 228년에 각각 작성합니다. 이를 구분하여 전후 출사표라고 부르는데, 흔히 말하는 출사표는 전출사표를 말합니다. 출사표는 충신의 진실한 마음이 넘쳐흐르는 고금의 걸작입니다. 출사표에는 군주에 대한 변함없는 단심(丹心)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유비의 삼고초려에 대한 보은이자 신의이며, 제갈량 스스로 사심을 버리고 후주 유선을 보좌하겠다는 맹세이기도 합니다.   송나라 때의 학자 조여시(趙與時)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 나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충신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심중에서 솟구치는 절절한 진심이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천하의 명문장인 까닭입니다. 제갈량의 출사표에 눈물을 흘리며 몸을 아끼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람이 남송의 명장 악비입니다. 그가 남송의 현실 속에서 비분강개하며 일필휘지한 제갈량의 출사표는 오늘날 중국 전역의 제갈량 유적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이치고 정해진 운명 또한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충성을 다할 뿐입니다. 신 제갈량은 천성이 어리석고 옹졸합니다. 어려운 시대에 대명을 받잡고 승상 직에 전념하였습니다. 군사를 일으켜 북벌에 나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는데 병이 고황에까지 이를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으매 끝내 폐하를 섬기지 못함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깨끗한 마음을 쌓아 사심을 없게 하시고, 항상 검소한 생활로 백성을 사랑하소서. 돌아가신 선황께 효도를 다 하고, 손아래 가족들에는 자애로운 은혜를 잊지 마소서. 숨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시고, 뛰어난 이들을 승진시키며, 간사한 것들은 곧바로 물리쳐 풍속을 순조롭게 하소서. 신의 집에는 뽕나무 8백 그루와 밭 50경이 있으니 먹고 살기에 충분합니다.   소설 삼국지 최고의 주인공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오장원의 영채를 둘러본 제갈량은 강유, 마대, 양의를 불러 유언을 합니다. 그리고 후주 유선에게 마지막 표를 올렸습니다. 군주로서의 부친 유비를 닮지 못한 유선에 대한 충정 어린 당부가 담긴 표문이었습니다. 유언을 마친 제갈량은 오장원의 군중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합니다. 27세에 초려를 나와 유비를 따라나선 지 27년이었습니다. 후세 많은 문인이 제갈량의 죽음을 추모했는데 두보 역시 제갈량을 슬퍼하는 시를 남겼습니다.   어젯밤 큰 별이 군영 앞에 떨어지더니 長星昨夜墜前營 오늘 공명의 부음 소식 듣는구나. 訃報先生此日傾 군막에서는 지휘소리 들리지 않고 虎帳不聞施號令 오직 기린대에 공훈 이름만 올곧게 있구나. 麟臺惟顯著勳名 넋 잃은 문하 삼천 객 남겨 놓고 空餘門下三千客 가슴속 품었던 십만 군사도 저버렸구려. 辜負胸中十萬兵 녹음방초 흐드러진 맑은 날 한낮인데 好看綠陰淸晝裡 이제금 그 노랫소리 다시 들을 길 없네. 於今無復雅歌聲   모종강은 삼국지에서 승상을 지낸 세 사람을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조조와 사마의가 승상을 지낸 것과 제갈량이 승상을 지낸 것을 비교해보면 조정을 장악한 것도 같고, 혼자 병권을 장악한 것도 같고, 귀신같은 전략으로 뭇 사람의 추앙을 받고 감복시킨 것 또한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역적질하고, 어떤 사람은 충성을 다했다. 하나는 사심이 있었고, 하나는 사심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는 자손을 위한 계획을 했고, 하나는 자손을 위한 계획을 하지 않았다. 조조가 죽을 때는 조비를 당부하고 사마의가 죽을 때는 사마사와 사마소를 당부했지만, 제갈량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행하던 승상의 일은 장완과 비의에게 부탁했고, 그가 행하던 대장군의 일은 강유에게 부탁했다. 제갈첨과 제갈상을 끼워 넣은 적이 없다. 뽕나무 8백 그루와 밭 50경 밖에는 한 가지도 가족을 위해 유념한 것이 없다. 출장입상(出將入相)의 제갈량은 여전히 거문고를 타거나 무릎을 감싸 안고 있는 공명일 뿐이다. 원래부터 공을 이룬 다음에는 호수를 타고 흘러간 범려나 오곡을 먹지 않은 장량 같이 되려고 했지만, 일을 끝마치지 못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오장원 전장에서 죽고 말았다. 아! 부귀공명한 사람 중에서 이런 사람을 또 찾을 수 있겠는가?’   제갈량의 죽음은 촉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일개 떠돌이 삼형제가 나라를 세우고 체제를 정비하게 된 것은 제갈량이라는 뛰어난 참모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제갈량은 유비 사후, 국가 기강과 안정을 위하여 모든 국사를 진두지휘했습니다. 그런 제갈량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촉에 커다란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29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8) 오장원의 가을,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술술 읽는 삼국지](108) 오장원의 가을,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제갈량은 잃었던 정신을 다시 차리자 막사로 나가 천문을 보고는 운명이 조석에 달려있음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강유가 기양법(祈禳法)을 써서 되살릴 것을 요청했습니다. 제갈량은 강유의 제안을 받아 49명의 갑사를 배치하고 향불을 피우고 북두칠성께 축원했습니다.   북두칠성에게 수명 연장 기도를 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저는 난세에 태어나 기꺼이 시골에서 늙으려 하였으나 소열황제께서 세 번이나 찾아주시는 은혜를 입었고, 어린 아드님에 대한 지중한 부탁까지 받았으니 감히 견마지로를 다하여 맹세코 나라의 역적을 토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뜻하지 않게 장성(將星)이 떨어지려 하고 양수(陽壽)가 끝나려 하옵니다. 삼가 소회를 적어 하느님께 고하면서 엎드려 자비를 바라오니 굽어살피시고 신의 수명을 늘려 주셔서, 위로 임금의 은혜를 갚고 아래로 백성의 목숨을 구하며 선왕들이 남겨 주신 옛터를 되찾아 한나라가 영원히 이어지게 하여 주소서. 감히 터무니없이 비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간절한 충정에서 비는 것이옵니다.   제갈량은 축원을 마치고 막사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엎드린 채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병을 무릅쓰고 낮이면 군무(軍務)를 상의하고 밤이면 별자리를 밟듯 북두칠성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사마의는 영채를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에 천문을 보다가 대단히 기뻐하며 하후패를 불러 말했습니다.   내가 보니 장성(將星)이 제자리를 잃고 있다. 틀림없이 제갈량이 병들어 오래잖아 죽을 것이다. 너는 군사 1천명을 이끌고 오장원으로 가서 탐색해보라. 만일 촉군이 소란을 피우면서 싸우러 나오지 않는다면 제갈량이 앓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내 그런 기회를 이용하여 공격하겠다.   하후패는 사마의의 명을 받고 군사를 이끌고 오장원으로 갔습니다. 제갈량은 엿새째 되는 날 밤, 주등(主燈)이 밝게 타오르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영채 밖에서 함성이 들려왔습니다. 사람을 시켜 물어보려고 하는 때에 위연이 급하게 뛰어들어오며 고했습니다.   위군이 쳐들어왔습니다!   위연이 급하게 뛰어들며 본명등을 쓰러뜨려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본 제갈량은 한숨을 쉬며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죽고 사는 것은 명이다. 빌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마의는 내가 병이 났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허실을 탐색해 보려고 그들을 보낸 것이다. 그대가 빨리 나아 맞아 싸우도록 하라.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위연은 막사를 나와 군사를 이끌고 영채 밖으로 돌격해 나갔습니다. 하후패는 위연이 공격해오자 허둥지둥 군사를 이끌고 달아났습니다. 제갈량은 위연에게 자신의 영채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강유를 불렀습니다.   나는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 바쳐 중원을 수복하고 한나라를 중흥시키고자 했는데 하늘의 뜻이 이러하니 어쩌겠느냐? 나는 곧 죽을 것이다. 내가 평생 배운 것을 이미 24편, 총 10만4천1백12자의 책으로 묶어 놓았다. 그 안에는 팔무(八務), 칠계(七戒), 육공(六恐), 오구(五懼)의 병법이 들어 있다. 내 여러 장수를 둘러보았으나 오직 자네만이 내 책을 물려받을 만하였다. 절대 소홀히 하지 말라!   강유는 소리 내어 울고 절하면서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마대를 불러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계책을 주면서 ‘내가 죽거든 꼭 그대로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양의가 들어오자 제갈량은 그를 침상 앞으로 불러 비단 주머니를 하나 주면서 당부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위연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가 반란을 일으켜 싸우게 되거든 너는 이 주머니부터 열어보라. 그러면 위연을 죽일 사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제갈량은 모두에게 낱낱이 지시를 마치고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저녁이 되어서야 깨어났습니다. 그는 즉시 표를 써서 후주에게 보냈습니다. 표를 본 후주는 매우 놀라 상서(尙書) 이복에게 밤을 도와 군중으로 가서 문병하고 뒷일을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이복이 제갈량을 문병하고 후주의 명을 전하자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나는 불행하게도 중도에 죽게 되었소. 국가 대사를 허무하게 접게 되었으니 온 천하에 큰 죄를 짓는구려. 내가 죽은 뒤 공들은 충성을 다하여 주상을 돕고 나라에서 여태껏 써오던 제도를 다시 바꿔서는 아니될 것이오. 내가 등용한 사람들 역시 가벼이 쫓아내서는 아니 되오. 나의 병법은 모두 강유에게 전수했으니 자연히 그가 나의 뜻을 이어 국가를 위해 힘을 낼 것이오. 나는 이제 잘 살아야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이오. 곧 표를 남겨 천자께 아뢰도록 하겠소.   제갈량은 병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좌우의 부축을 받으며 수레를 타고 각 영채를 둘러보았습니다.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순간 뼛속까지 시려왔습니다. 제갈량은 오랫동안 탄식하다가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병세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양의를 불러 모두에게 분부한 것을 알려주고 철군의 총괄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당부했습니다.   내가 죽거든 죽었다는 소문을 내지 말고 큰 감실을 하나 만들어 나의 시신을 그 속에 앉힌 다음, 쌀 일곱 알을 입 안에 넣고 발밑에 등잔 하나를 밝혀 놓으라. 군영은 평소처럼 조용하게 유지하고 절대 곡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장성(將星)이 떨어지지 않도록 나의 음혼(陰魂)이 다시 깨어나 안정시킬 것이다. 사마의는 장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의심하고 놀라워할 것이다. 우리 군은 후군을 먼저 떠나보낸 다음, 한 부대 한 부대 천천히 퇴각시키도록 하라. 만약 사마의가 추격해오면 네가 진세를 벌이고 가던 길을 곱 짚어 깃발을 휘날리고 북을 치면서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리고 내가 만들어 두었던 나의 나무 조각상을 수레 위에 안치하고 대소 장사가 좌우로 늘어서 진 앞으로 밀고 나가면 사마의는 그것을 보고 놀라 달아날 것이다.   제갈량은 다시 허겁지겁 돌아온 이복에게 자신의 후임자로 장완과 비의를 추천하고 생을 끝마쳤습니다. 때는 234년 가을로 그의 나이 54세였습니다.   사마의는 천문을 보고 제갈량이 죽은 것을 알았습니다. 즉시 명령을 하달하여 추격하려다가 순간 제갈량이 술법을 부려 자신을 유인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후패가 오장원을 살펴보고 촉군이 물러갔음을 알렸습니다. 사마의는 발을 구르며 빨리 추격을 하라고 재촉했습니다. 사마의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촉군을 추격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촉군이 보였습니다. 사마의가 더욱 박차를 가해 추격을 할 때 갑자기 포소리가 물리며 사방에서 함성이 일며 초군이 북을 치며 달려왔습니다. 중군에는 제갈량의 깃발과 사륜거를 타고 있는 제갈량도 보였습니다. 사마의는 놀라 기겁을 했습니다.   제갈량이 아직 살아 있구나! 내가 그의 계략에 말려들어 중요한 지역까지 깊이 들어왔다.   적장은 달아나지 말라. 너희들은 우리 승상의 계책에 말려들었다.   강유가 쫓아오자 위군은 혼비백산하여 갑옷과 투구를 떨구고 무기도 버린 채 각자 살길을 찾아 도망쳤습니다. 사마의도 50여 리를 한달음에 달아나서 자신의 머리가 달려 있음을 감사했습니다. 사마의는 이틀이 지나 다시 적정을 탐색도록 하였습니다. 그곳에 사는 백성이 말했습니다.   혼비백산하여 50리를 달아난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군이 골짜기로 철수해 들어가자 군중에는 백기를 세웠고, 곡소리가 땅을 진동했습니다. 공명은 정말 죽었습니다. 다만 강유를 남겨 1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뒤를 막게 하였는데, 전날 수레 위에 앉아 있던 공명은 바로 나무로 만든 조각상이었습니다.   아, 나는 그가 살아 있는 줄만 알았지 죽은 줄은 몰랐구나!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24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7) 두건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은 사마의, 업무과중으로 병난 제갈량

    [술술 읽는 삼국지](107) 두건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은 사마의, 업무과중으로 병난 제갈량

    호로곡에서 죽음을 모면한 사마의는 전 군에게 다시 나가서 싸우자는 사람이 있으면 목을 치겠다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모든 장수는 명령을 받자 각자의 진지를 지키며 나가지 않았습니다. 곽회가 제갈량의 동정을 보고했습니다.   요즘 제갈량이 군사를 이끌고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영채 세울 곳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이 만일 무공으로 나와 산을 의지하고 동쪽으로 진출한다면 우리는 모두 위태로워지겠지만, 만일 위수 남쪽에서 서쪽으로 나가 오장원에 머무른다면 별탈이 없을 것일세.   제갈량이 오장원에 둔치고 있습니다.   대위황제(大魏皇帝)의 홍복이다! 굳게 지키고 나가지 말라. 시일을 끌다보면 반드시 저들에게 변이 생길 것이다.   제갈량은 오장원에 영채를 세우고 여러 차례 군사를 보내 싸움을 걸었지만 위군은 굳게 지키기만 할 뿐,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부인들이 쓰는 두건과 흰 비단으로 짠 여자 옷 한 벌을 큰 합에 담고 편지 한 통을 써서 위군 본영으로 보냈습니다. 사마의는 합을 열어보고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중달! 기왕 대장이 되어 중원의 군사를 이끌고 왔으면 갑옷을 걸치고 무기를 들고 자웅을 가릴 생각은 않고 기꺼이 땅굴 속 둥지에 틀어박혀 칼날과 화살을 피하고 있으니 여자들과 또한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제 인편에 부인들이 쓰는 두건과 흰옷을 보내니 만일 나와서 싸우지 않겠다면 두 번 절하고 받게나. 만일 부끄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고, 아직 사내다운 기개가 있다면 빨리 답장을 주게. 날짜에 맞춰 싸우러 가겠네.’   사마의는 편지를 보고 나자 속으로 크게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너털웃음을 웃으며 편지를 가져온 사자를 정중하게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사자에게 물었습니다.   공명은 침식을 어떻게 하고, 일 처리는 어떻게 하는가?   승상께서는 일찍 일어나시고 밤늦게 주무십니다. 매 20대 이상의 벌은 모두 직접 처리하시고, 식사도 적게 하십니다.   사마의는 부인들이 쓰는 두건과 옷을 받고 편지도 보았으나 조금도 성을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승상의 침식과 일의 많고 적음만 묻고 군사에 관한 일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러이러하게 대답하자, 그는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번다하니 어찌 오래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중달은 나를 깊이 알고 있구나!   주부(主簿) 양옹이 각자의 직위에 따라 주어진 책무가 있음을 들어 제갈량에게 승상으로서의 일만을 하실 것을 건의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선제의 지중하신 부탁을 받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마음을 다하지 않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한편 위군은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두건과 부녀자의 옷을 보내 모욕한 것을 알고는 모두 분개하여 사마의에게 고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대국의 명장들입니다. 어찌 이렇게 촉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참을 수가 있습니까? 출전하여 자웅을 가르게 해주소서.   나도 무서워서 출전하지 않고 기꺼이 모욕을 받는 것이 아니다. 천자께서 조서를 내려 ‘굳게 지키고 움직이지 말라’고 엄명하셨으니 어쩌느냐? 이제 만약 가벼이 나갔다가는 임금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출정한 장수가 이대로 참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너희들이 모두 나가 싸우고 싶다면 잠시 기다려라. 내가 천자께 아뢰어 허락을 받은 다음 힘을 합하여 싸우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사마의는 즉시 표를 써서 조예에게 아뢰도록 하였습니다. 조예에게 올린 표의 내용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은 재주도 없이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엎드려 명령을 받들건대 신들에게 굳게 지키고 싸우지 못하게 하시어 촉인들이 자멸하기를 기다렸으나, 이제 제갈량이 부인들이 쓰는 두건을 신에게 보내어 신을 여자처럼 대하고 있으니 어찌하옵니까? 치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신은 삼가 폐하께 먼저 아뢰오니 이른 시일 안에 한바탕 죽기로 싸워 조정의 은혜를 갚고 전군의 치욕을 씻도록 해주소서. 신은 지극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조예가 표를 읽고 나서 여러 신하에게 표를 다시 올린 사마의의 까닭을 의아해했습니다. 그러자 위위(衛尉) 신비가 사마의의 생각을 읽고 말했습니다.   사마의는 본래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이 모욕한 일로 뭇 장수가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성지를 내려 장수들의 마음을 막아달라고 특별히 이 표를 올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조예는 신비에게 조서를 주어 사마의에게 보냈습니다. 신비는 사마의의 영채에 도착하여 조예의 명령을 선포했습니다.   만일 다시 나가 싸우자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명령을 거역한 죄로 다스리겠다.   공은 참으로 내 마음을 아시는구려.   출정 중인 대장이 표를 올리신 까닭을 모르면 아니 되지요.   사마의의 전략이 촉군에게도 보고되었습니다. 제갈량은 그것이 사마의의 술책임을 알았습니다. 강유가 궁금해하자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는 본래 싸울 마음이 없었다.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군사들에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장수가 전장에 나와 있을 때는 임금의 명령을 받지 않고 행동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어찌 그것을 몰라서 천리 밖에서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이것은 바로 사마의가 여러 장수가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조예의 명령을 빌어 군사들의 마음을 억누르려는 것이었고, 이제 또 이 말을 전파하는 것은 우리 군사들의 마음을 풀어놓으려는 것이다.   육손.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창 사마의의 전략을 분석하고 있을 때 비의가 왔습니다. 제갈량은 비의가 온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비의는 동오가 삼로로 위를 쳐들어갔으나 오히려 조예의 대군에게 막히고 만총이 동오의 군량과 전쟁 도구 등을 모두 불태워버리자 전의를 상실하였으며, 육손이 손권과 협공하려고 보낸 표가 도중에 위군에게 빼앗겨 기밀까지 누설되자 아무런 공도 없이 되돌아갔다고 보고했습니다. 제갈량은 보고를 듣자 끝내 긴 한숨을 몰아쉬더니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깨어났습니다. 그리고는 한숨을 크게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내 정신이 혼미한 것을 보니 옛날 병이 다시 도진 것 같다. 아마도 살아나지 못할 것 같다!   제갈량은 운명은 이제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22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6)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술술 읽는 삼국지](106)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사마의의 지원병을 공격한 것은 장익과 요화였습니다. 사마의는 홀로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요화가 앞장서 추격했습니다. 일촉즉발. 사마의는 다급했습니다. 요화가 사마의를 칼로 내리쳤습니다. 사마의가 나무를 끼고 돌아서자 요화의 칼날이 나무에 박히고 말았습니다. 요화가 칼을 빼어 들었을 때 사마의는 벌써 숲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요화가 숲 동쪽에서 황금투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투구를 주워 말 위에 매달고 곧장 동쪽으로 달려갔습니다. 30리를 달려도 종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마의는 투구를 동쪽에 버리고 서쪽으로 달아났던 것입니다. 제갈량은 1만여 석에 이르는 위군의 군량을 손쉽게 획득했습니다. 사마의는 군량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로웠으니 이래저래 매우 속이 상했습니다. 이러한 때, 영채로 조서가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동오가 삼로(三路)로 쳐들어오고 있어 조정에서는 장수를 임명해 적을 막고자 한창 협의하고 있으니, 사마의 등은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 싸우지 말라!’   사마의는 도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은 채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편, 손권의 군사가 삼로로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조예는 유소, 전예, 만총 등에 명하여 동오군을 막도록 했습니다. 만총이 오군의 허점을 기습하여 제갈근의 군사를 대파했습니다. 척후병이 육손에게 사실을 보고하자 육손이 장수들을 모아놓고 협의했습니다.   제갈근.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주군께 표를 올려 신성을 포위하고 있는 군사를 철수시켜 위군의 퇴로를 막으라고 할 것이오. 그와 함께 우리 군사가 그들의 앞을 공격하면 저들이 앞뒤로 막아내지는 못할 터이니 일고에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육손은 하급장교를 불러 은밀히 신성에 있는 손권에게 표를 가져다 바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군의 경비병에게 붙잡혀 계략이 탄로 나고 말았습니다. 제갈근은 패전으로 사기도 떨어진 데다가 여름 더위로 인마가 병이 생기자 군사를 철군시키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육손은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에 육손을 만나 건의했습니다. 그러자 육손이 늦추는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군사를 철수시키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하오. 지금 만약 즉각 후퇴시키면 위군이 반드시 틈을 타고 추격해 올 것이오. 이것은 패전을 자초하는 길이오. 족하는 우선 전선(戰船)을 거느리고 막아 싸우려는 것처럼 행동하시오. 나는 전체 인마를 거느리고 양양을 향해 진군하여 적들을 현혹하겠소. 그런 다음 천천히 강동으로 물러나 돌아가면 위군은 자연히 접근하지 못할 것이오.   육손의 계략에 따른 움직임은 즉각 위군에도 탐지되었습니다. 위군 장수들은 모두 나가 싸우려고 했지만 육손의 지략을 아는 조예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육손은 꾀가 많으니 유인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오.   며칠 뒤 척후병이 동오의 군사가 모두 물러갔음을 보고했습니다. 조예는 믿을 수 없어 다시 사람을 보내 확인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보고내용은 사실이었습니다. 조예는 육손의 용병술에 감탄하고 동오를 평정할 수 없음을 알고는 장수들에게 요충지를 굳게 지키게 하고 정세의 변화를 기다렸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기산에서 오래 머물 계책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촉군에게 그곳 백성들과 어울려 농사를 짓게 하고 촉군은 소출의 3분의 1만 차지하도록 했습니다. 백성들도 안심하고 좋아했습니다. 사마사가 이러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요화의 칼날을 피해 도망치는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군은 그 많은 우리의 군량을 뺏고도 이제 또다시 우리 백성들과 어울려 위수 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예 눌러앉을 계획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국가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어째서 제갈량과 기약하고 한바탕 크게 싸워 자웅을 가르지 않으십니까?   나는 성지(聖旨)를 받들어 굳게 지키고 있다.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다.   위연이 지난날 원수께서 잃어버린 황금 투구를 갖고 나와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도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책을 어지럽힌다’고 말씀하셨다. 굳게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   사마의는 모든 장수가 싸우자고 했지만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다른 계략을 세웠습니다. 마대에게 목책을 둘러치고 영채 안에 참호를 깊이 파게 한 다음 마른 나무와 인화물질 쌓아 두고 주위 산마루에는 마른 나무와 풀로 초막을 짓게 하여 안팎에 모두 지뢰를 숨겨놓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마대와 위연, 고상에게 차례대로 분부했습니다.   호로곡 뒷길을 막고 군사들을 골짜기 어귀에 몰래 숨겨놓으라. 만약 사마의가 뒤쫓아 오거든 그들이 골짜기로 들어가도록 놓아두었다가 즉시 지뢰와 마른 나무 등에 일제히 불을 질러라. 또 군사들에게 낮에는 골짜기 어귀에 칠성호대(七星號帶)를 세워 놓고, 밤에는 일곱 잔의 등을 산꼭대기에 밝혀 신호하게 하라.   자네는 군사 5백 명을 이끌고 위군 영채로 가서 싸움을 걸어라. 반드시 사마의가 싸우러 나오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겨서는 아니 되니 지고 달아나는 체하라. 사마의는 반드시 추격해 올 것이다. 그대는 칠성기가 꽂혀 있는 곳으로 들어오라. 만일 밤이면 일곱 개의 등불이 있는 곳으로 달아나는 체하며 사마의를 호로곡 안으로 끌어들이라. 나에게 잡을 방책이 있다.   너는 군량을 실은 목우와 유마를 이삼십 채 혹은 사오십 채씩 무리 지어 이끌고 산길을 돌아다니도록 하라. 만일 위군에게 빼앗긴다면 그것이 너의 공이다.   사마사. 출처=예슝(葉雄) 화백   각각의 장수에게 지시를 내린 제갈량은 둔전을 핑계로 기산에 있는 군사를 이동배치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군사가 와서 싸우거든 지는 체하고 사마의가 직접 오거든 힘을 합쳐 위수 남쪽을 공격하여 퇴로를 막도록 하였습니다.   하후혜, 하후화가 이 사실을 고했지만 사마의는 제갈량의 유인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장수가 죽기로 싸우겠다고 하자 각각 5천 명의 군사를 주고 결과를 주시하기로 했습니다. 두 장수가 여러 번에 걸쳐 촉군을 이기자 기뻤습니다. 특히, 제갈량이 기산에 있지 않고 상방곡(호로곡) 지역에 영채를 세우고 매일 군량을 운반하다 저장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습니다. 사마의가 장수들을 소집하여 명령했습니다.   제갈량은 지금 기산에 있지 않고 상방곡 영채에 있다. 너희들은 내일 일제히 힘을 합쳐 기산 본영을 공격해 빼앗아라. 내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지원하러 가겠다.   아버님은 무엇 때문에 거꾸로 그들의 배후를 공격하려 하십니까?   기산은 바로 촉군의 본거지다. 만약 우리 군사가 공격하면 반드시 각 영채에서 모두 달려와 구하려 들 것이다. 그러면 나는 바로 상방곡을 공격하여 그들의 군량과 말먹이를 태워버리고, 그들이 머리와 꼬리에서 서로 지원하지 못하게 하면 반드시 크게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제갈량은 기산 영채에 있었습니다. 위군의 대오를 살펴보고는 기산 영채를 공격할 것임을 알고 즉시 장수들에게 은밀히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만약 사마의가 직접 오거든 너희들은 즉시 위수 남쪽에 있는 영채를 기습하여 빼앗아라!   드디어 위군이 촉군의 영채를 기습했습니다. 촉군은 사방에서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구원하러 가는 시늉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마의는 즉시 두 아들과 중군을 호위하는 인마를 이끌고 상방곡으로 달려갔습니다. 위연이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3합을 싸우고는 도망쳤습니다. 사마의 삼부자는 위연이 적은 병력뿐이자 마음 놓고 추격했습니다. 위연은 칠성기를 보고 골짜기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정탐병이 와서 복병은 없고 산꼭대기마다 초막이 있다고 보고하자 군량임을 직감하고 즉시 군마를 몰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초막 위에는 모두 마른 나무와 풀만 있었습니다. 순간, 사마의는 의심이 들어 두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적군이 골짜기 어귀를 막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성이 크게 진동하며 산 위에서 일제히 불 다발이 떨어져 내리며 골짜기 어귀가 온통 불구덩이가 되었습니다. 사마의는 두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습니다.   우리 삼부자가 여기서 죽는구나!   이때, 갑자기 미친 듯 바람이 불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소낙비가 퍼부었습니다. 그 비에 골짜기의 불이 꺼졌습니다. 사마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로곡을 빠져나와 도망쳤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죽일 수 없게 되자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있으니 억지로 해서는 안 되는구나.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17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5) 위연의 배반을 간파한 손권, 목우 유마로 위군의 군량을 가로챈 제갈량

    [술술 읽는 삼국지](105) 위연의 배반을 간파한 손권, 목우 유마로 위군의 군량을 가로챈 제갈량

    제갈량은 성도에서 군사들을 훈련하고 군량과 무기 등을 점검했습니다. 3년이란 세월이 후딱 지났습니다. 때는 234년. 제갈량은 후주에게 다시 출정할 것을 아뢰었습니다. 후주는 솥발의 형세를 이루어 태평한 시대를 보내는데 굳이 출정할 이유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대답했습니다.   신은 선제의 지우지은(知遇之恩)에 감사하며 꿈에도 위를 토벌할 생각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힘이 다하도록 충성을 바쳐 폐하를 위하여 중원을 수복하고 한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신의 소원입니다.   승상! 군사를 일으켜서는 아니 됩니다.   태사(太史) 초주가 제갈량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 이유는 초주가 천문을 살펴본바, 상서롭지 못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초주의 청을 듣지 않았습니다. 오직 힘을 다하여 역적을 토벌하는 일이 자신의 책무였습니다. 여러 장수를 모아놓고 출정을 협의할 때 관흥이 병사했다는 비보가 왔습니다.   안타깝게 병사한 관흥. 출처=예슝(葉雄) 화백   불쌍하구나! 충의로운 사람에게 하늘이 수(數)를 주지 않으시니 나의 이번 출정에는 또 한 명의 대장이 줄어들었구나.   제갈량은 슬피 울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자 장수들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잠시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즉시 강유와 위연을 선봉으로 삼고 34만 명의 대군을 다섯 길로 나누어 진격했습니다.   조예는 촉의 대군이 쳐들어오자 급히 사마의를 불렀습니다. 사마의도 천문을 살펴본지라 제갈량의 촉군은 스스로 패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하후연의 네 아들을 보증 추천했습니다. 하후패와 하후위를 좌우 선봉으로, 하후혜와 하후화를 행군사마로 삼아 군사기밀을 협력하게 하였습니다. 조에는 기뻐하며 직접 쓴 조서를 사마의에게 주었습니다.   ‘경은 위수(渭水)가에 도착하거든 성벽을 견고히 유지하며 굳게 지키기만 하고 더불어 싸우지 말라. 촉군이 싸우려 해도 싸울 수 없으면 반드시 물러가는 체하여 유인할 것이니 경은 조심하며 추격하지 말라. 그들의 군량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반드시 제풀에 달아날 것이다. 그런 뒤에 허점을 이용해 공격하면 승리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고, 군사와 말들도 지치고 고생스럽지 않을 터이니 이보다 좋은 계책은 없을 것이다.’   사마의는 장안에서 40만 명의 군사를 일으켜 위수 가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곽회와 손례가 찾아와 사마의에게 제안했습니다.   촉군은 지금 기산에 있습니다. 만약 위수를 건너 북원으로 올라가 북산의 군사와 연합하면 농서(隴西)로 가는 길이 끊이지 않을까 크게 걱정됩니다.   매우 좋은 말씀이오. 공은 농서의 군마를 거느리고 북원에 웅거하여 영채를 세우시오, 도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은 다음 군사를 묶어 둔 채 움직이지 말고 저들의 양식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면 공격할 수 있을 것이오.   제갈량은 곽회와 손례가 북원에 영채를 세웠다는 보고를 받고는 북원을 공격하는 척하며 위수를 빼앗는 계략을 세웠습니다. 촉군이 북원을 공격하려고 한다는 순찰병의 보고를 받은 사마의는 제갈량의 계략을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하는 계략을 세웠습니다. 그리하여 1만 명의 촉군을 쓸어버리며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제갈량이 기산에서 패잔병을 추스르고 있을 때 성도에서 비의가 왔습니다. 제갈량은 비의에게 편지를 주며 곧장 손권에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이 손권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위연의 배반을 간파한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나라가 불행하여 황제의 다스림이 법도를 잃더니, 조(曹)가 놈이 찬역을 하여 오늘날까지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저는 소열황제의 지중하신 부탁을 받았으니 어찌 감히 힘과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군을 이미 기산에 모아 놓고 있으니 포악한 도적의 무리도 머잖아 위수에서 멸망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동맹한 뜻을 생각하셔서 장수에게 북정을 명하시어 함께 중원을 빼앗아 천하를 똑같이 나누시기 바라옵니다. 편지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으니 들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손권은 제갈량의 편지를 보고는 크게 기뻐했습니다. 즉시 30만 명의 군사를 세 곳으로 진격시켜 위를 공격하기로 하였습니다. 비의는 감사했고 손권은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손권이 연회 중에 촉군의 선봉이 위연임을 알고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용기는 남음이 있지만 마음이 바르지 못하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공명이 없어지면 그는 반드시 화근이 될 것이오. 공명이 어찌 그것을 모르겠소!   비의는 제갈량에게 오의 대군이 위를 공격하기로 한 것과 손권의 위연에 대한 평을 알려주었습니다. 제갈량도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총명한 임금일세! 내가 그의 사람됨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의 용기가 아까워 쓰고 있는 것뿐이네.   승상! 일찌감치 조치하소서.   나에게도 생각해 둔 방법이 있네.   제갈량이 장수들과 진격을 상의하고 있을 때 위나라의 편장(偏將) 정문이 투항해왔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사연인즉슨, 정문은 진랑과 함께 사마의를 지휘를 받았는데 사마의가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진랑만 전장군(前將軍)에 임명하고 자신은 쓰레기 취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마침 진랑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정문에게 싸움을 걸자 그를 죽이면 의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정문은 단 일 합에 진랑을 베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제갈량은 정문이 거짓 항복한 것을 알고 이를 역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정문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말재주가 있는 군사를 선발하여 은밀히 분부했습니다. 군사는 명령을 받자 곧바로 위군 영채로 와서 사마의에게 정문의 편지를 올리며 말했습니다.   정문은 저와 동향 사람인데 지금 공명은 정문이 공을 세웠기 때문에 선봉으로 등용했습니다. 정문이 특별히 저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내일 저녁 때 불을 질러 신호를 하겠으니 도독께서 직접 대군을 거느리고 오셔서 영채를 기습하면 정문이 안에서 응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마의는 여러 번 확인하였으나 의심할 곳이 없었습니다. 즉시 두 아들과 함께 촉군 영채를 기습하러 갔습니다. 큰 아들 사마사의 말에 따라 진랑을 선봉으로 세우고 자신은 뒤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진랑이 촉군 영채를 기습하였지만 오히려 함정에 빠진 꼴이 되었습니다. 진랑과 1만 병사는 몰살을 당하고 사마의도 패잔군을 이끌고 본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사마의는 지키기만 할 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귀신에 홀린 듯 군량을 빼앗기는 위군.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위수 일대를 답사하다가 한 골짜기에 이르러 지세를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호로곡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이곳에서 즉시 목우와 유마를 만들게 하여 검각에 있는 군량을 운반해오게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사마의는 촉군이 군량을 수송한다면 큰일임을 알고는 급습하여 목우와 유마를 빼앗아 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만들어서 위군도 농서에서 군량을 운반해왔습니다. 제갈량은 왕평과 1천 명의 군사를 위군의 군량수송대로 침투시켜 위군을 무찌른 후 목우와 유마의 혀를 비틀어 움직이지 못 하게 했습니다. 곽회가 다시 빼앗아 군량을 수송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다시 촉군이 빼앗아 유유히 끌고 가자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제갈량이 만든 목우와 유마의 비밀을 모른 까닭에 속절없이 군량만 빼앗기고 만 것입니다.   한편, 사마의는 군량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구원병을 이끌고 달려갔습니다. 중간쯤 왔을 때 갑자기 포소리가 울리며 촉군이 두 갈래로 공격해왔습니다. 위군은 모두 놀라 뿔뿔이 도망쳤습니다. 사마의도 목숨이 위태로워졌습니다. 사마의는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15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4) 사량거로 위군을 무찌른 제갈량, 계략에 걸려 1만발 화살 맞고 죽은 장합

    [술술 읽는 삼국지](104) 사량거로 위군을 무찌른 제갈량, 계략에 걸려 1만발 화살 맞고 죽은 장합

    제갈량이 위군을 대파하고 기산 영채로 돌아왔을 때, 이엄이 보낸 군량을 구안이 수송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안이 술을 좋아해서 길에서 태만하게 굴다가 기한을 열흘이나 넘겼습니다. 제갈량이 크게 노하여 목 베어 죽이라고 하였는데 양의가 고명대신인 이엄의 심부름꾼임을 들어 목숨은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곤장 80대를 때리고 놓아주었습니다. 그러자 구안은 원한을 품고 그 밤으로 위군 영채로 달려가 투항했습니다. 사마의가 구안을 보고 계략을 세웠습니다.   너는 성도로 돌아가서 ‘제갈량은 주상에게 원망을 품고 있어 오래잖아 자기가 황제가 되려고 할 것이다’는 소문을 퍼뜨려라. 너희 임금이 그 소문을 듣고 제갈량을 불러들인다면 그것은 바로 너의 공이다.   구안은 성도로 돌아와 환관을 만나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드디어 후주에게까지 알려졌습니다. 후주는 깜짝 놀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환관이 제갈량을 성도로 돌아오도록 조서를 내리고 그의 병권을 빼앗아 반역을 막으라고 권했습니다. 후주가 그대로 따르자 장완이 아뢰었습니다.   승상은 출정한 이후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웠는데 무슨 까닭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십니까?   기밀에 속한 일이 있어서 짐이 꼭 승상을 만나 의논해야겠소.   제갈량이 기산 영채에서 조서를 받고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주상께서는 유충 하신데 아첨하는 신하가 옆에 있는 것이 분명하구나. 내가 막 공을 세우려 하는데 어째서 돌아오라고 하시는가? 내가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임금을 업신여기는 것이 될 것이고, 만약 명을 받들어 돌아간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를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제갈량은 다섯 갈래의 길로 군사를 나누어 철군했습니다. 그런데 철군하면서도 솥자리는 군사의 수보다 두 배로 파 놓도록 했습니다. 양의는 제갈량이 손빈이 방연을 잡을 때 쓴 계략과는 반대의 전략을 쓰는 것이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사마의는 용병에 매우 능한 사람이다. 우리 군사가 물러가면 반드시 추격하겠지만, 우리의 복병이 있을까 봐 꼭 우리가 둔쳤던 곳의 솥자리를 세어볼 것이다. 매일 솥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군사들 또한 퇴각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게 되면 의심이 들어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천천히 물러가면 자연히 군사를 잃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사마의는 구안이 계책대로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습공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촉군이 물러갔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계략을 조심하여 가벼이 추격하지 못하고 촉군의 영채 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사마의는 추격하지 않고 물러나서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은 모든 군사를 안전하게 이끌고 성도로 왔습니다. 제갈량은 후주를 뵙고 아뢰었습니다.   노신은 기산으로 나가 장안을 공격하려다가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무슨 큰일이 있으십니까?   으음, 짐은 오랫동안 승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 싶어 돌아오시라고 불렀을 뿐 별다른 일은 없소.   그것은 폐하의 본심이 아닙니다. 분명히 간신이 옆에서 신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   노신은 선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 죽음으로 갚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지금 만일 안에 간신이 있다면 신이 어떻게 역적을 토벌하겠습니까?   짐이 한때 환관의 말을 과신하여 승상을 돌아오시라고 불렀소. 오늘에야 우둔했던 것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소.   제갈량은 즉시 뭇 환관을 불러 놓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리고 구안이 퍼뜨린 헛소문인 것을 알고 그를 잡아들이라고 했지만 구안은 위나라로 달아났습니다. 제갈량은 헛소문을 퍼뜨린 환관을 목 베고, 나머지는 모두 파면시켜 궁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후주를 바로 모시지 못한 장완과 비의도 문책을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성도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중으로 나왔습니다. 제갈량은 양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사를 백 일씩 돌아가며 교대시켜 쉬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이 다시 군사를 이끌고 나오자 조예는 사마의를 불러 대군을 이끌고 막도록 했습니다. 사마의는 장합을 선봉으로 삼고 출정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대군을 이끌고 검각을 지나 산관을 경유하여 야곡을 향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자 장합에게 계책을 주었습니다.   지금 제갈량은 먼 길을 신속하게 달려올 터이니 농서의 밀을 베어 군량으로 충당할 것이 분명하이. 그대는 기산에 영채를 메고 지키도록 하시게. 나는 곽회와 함께 천수 등 여러 군을 순시하며 촉군이 밀을 베지 못하도록 막겠네.   제갈량은 위군이 위수 가에 영채를 세운 것을 보고는 즉시 여러 장수를 불렀습니다.   저것은 필경 사마의일 것이다. 지금 군영에는 양식이 떨어져 여러 차례 이엄에게 사람을 보내 쌀을 보내라고 독촉했으나 아직 안 오고 있다. 내 생각에 농상의 보리가 익었을 터이니 은밀히 군사를 이끌고 가서 베어 와야겠다.   왕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왕평과 장의, 오반과 오일 등의 장수를 기산에 남겨 지키게 하고, 강유와 위연을 이끌고 노성(鹵城)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위군이 이미 지키고 있자 다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즉시 똑같이 생긴 사량거(四輛車)를 세 대 가져와 각각 귀신이 이끄는 무리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사마의가 이를 보고는 제갈량이 장난치는 것이라며 빨리 쫓아가서 수레째 몽땅 잡아 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위군이 아무리 쫓아가도 눈앞에 있는 수레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사마의가 직접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뒤쫓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하여 뭇 군사가 말머리를 돌리려는 때, 사방에서 사량거와 촉군이 나타나 공격했습니다. 사마의는 놀라서 상규로 쫓겨 들어가 성문을 닫아걸고 싸우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제갈량은 3만 명의 군사를 풀어 농서의 밀과 보리를 모두 베어 노성으로 운반하였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노성에서 밀을 털어 말린다는 보고를 받고는 곽회의 제안대로 노성을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은 적들이 공격해 올 것을 미리 알고 매복군을 배치하고 싸울 준비를 했습니다. 사마의가 곽회와 함께 노성을 공격하려 할 때, 촉군이 사방에서 공격해 왔습니다. 사마의와 곽회는 겨우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습니다. 이제 위군은 서량의 인마를 동원하여 촉군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급히 달려오느라 지친 서량군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고 그들을 쫓아냈습니다. 이렇게 제갈량이 위군을 격파하고 있을 때, 이엄이 긴급사태를 아뢰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근자에 듣자니 동오가 사람을 낙양으로 보내 위와 손을 잡기로 하였는데, 위는 오에게 촉을 치라고 했으나 다행히 오가 아직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소식을 탐지해 내었으니 바라옵건대 승상께서는 빨리 좋은 계책을 세우소서.’   사량거 전략으로 위군을 무찌르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편지를 보고 놀라고 의심쩍었습니다. 즉시 장수를 불러 기산 본영의 인마를 서천으로 철수시키라고 명령했습니다. 장합은 촉군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계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추격하지 못했습니다. 대장 위평이 나서서 추격하지 않으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마의는 따르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기산의 군사가 모두 철수하자 마충과 양의를 불러 은밀한 계책을 주었습니다. 1만 명의 궁노수를 이끌고 검각의 목문 길 양쪽을 지키다가 위군이 추격해오면 포 소리와 함께 퇴로를 차단하고 일제히 화살을 퍼부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철수한 빈 성을 보고는 추격하도록 했습니다. 장합이 나섰습니다만 사마의는 그의 조급한 성미를 걱정했습니다. 장합은 선봉의 역할을 내세워 자신이 가기를 원했습니다. 사마의는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에 당부에도 불구하고 장합은 위연의 유인술에 걸려 마침내 촉군이 매복한 곳까지 달려갔습니다. 결국 장합은 제갈량의 계략에 걸려 화살을 맞고 죽었습니다. 사마의는 즉시 군사를 거두어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1만 궁노수의 화살을 맞고 전사한 장합군. 출처=예슝(葉雄) 화백   승리한 제갈량은 한중으로 들어왔습니다. 성도로 돌아가 후주를 뵈려고 할 때, 이엄이 후주에게 승상의 군영으로 군량을 조달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오는지 모르겠다고 터무니없는 말을 아뢰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후주는 즉시 비의에게 한중으로 가서 철수한 까닭을 묻도록 했습니다. 비의를 만난 제갈량은 매우 놀라 이엄이 보낸 편지를 보여주며 철수한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군량을 조달하지 못한 이엄이 문책을 당할까 봐 후주에게 무고하여 자신의 허물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비의가 이러한 사실을 후주에게 아뢰었습니다. 대노한 후주는 즉각 이엄을 참수토록 했습니다. 장완이 나서서 고명대신임을 들어 용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후주는 즉시 이엄을 서민으로 강등하여 재동군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10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3) 조진은 제갈량의 편지에 죽고, 사마의는 제갈량의 팔괘진에 무너지다

    [술술 읽는 삼국지](103) 조진은 제갈량의 편지에 죽고, 사마의는 제갈량의 팔괘진에 무너지다

    제갈량이 장맛비로 퇴군하는 위군을 추격하지 말라고 하자 뭇 장수들이 막사로 들어와 추격하여 무찌르기에 좋은 기회라고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사마의가 군사를 매복시켰을 것임을 알려주고 대신 야곡과 기산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여러 장수가 의아해했습니다.   장안으로 진격하는 길은 따로 있는데 승상께서는 어째서 줄곧 기산을 공격하십니까?   기산은 바로 장안의 머리일세. 농서 여러 군에서 만약 군사가 쳐들어온다면 반드시 이곳을 경유해야 하네. 더욱이 앞은 위수로 막혀 있고, 뒤로는 야곡을 의지하고 있으며, 왼쪽으로 나가 오른쪽으로 들어올 수 있고, 군사를 매복시킬 수 있으니 바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땅이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먼저 그곳을 빼앗아 지역적 이점을 활용하려는 것일세.   모든 장수가 감복했습니다. 제갈량은 여러 장수에게 기곡과 야곡으로 나가 기산으로 집합하도록 명령하고, 자신은 관흥과 요화를 선봉으로 삼아 직접 대군을 이끌고 뒤따랐습니다.   한편, 조진과 사마의는 군마를 감독하며 조심스럽게 철군했습니다. 군사를 보내 적정을 탐색도록 하였습니다. 촉군이 뒤쫓지 않는다는 보고만 들어왔습니다. 조진이 안심하자 사마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촉군이 뒤쫓지 않는 것은 우리의 복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사가 멀리 가도록 모르는 체하다가 우리 군사가 모두 지나가면 그는 불시에 기산을 뺏으려 들 것입니다.   조진이 믿으려 하지 않자, 사마의는 열흘 안에 촉군이 오지 않으면 얼굴에 홍분(紅粉)을 바르고 여자 옷을 입고 영채로 찾아가 죄를 청하겠노라고 장담했습니다. 조진은 사마의의 말이 맞으면 천자가 하사한 옥대(玉帶) 한 개와 어마(御馬) 한 필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하여 조진은 군사를 이끌고 기산 서쪽 야곡 어귀로 가고, 사마의는 기산 동쪽 기곡 어귀로 가서 각각 영채를 세웠습니다.   제갈량의 라이벌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의 위연과 장의, 진식, 두경 등 4 장수는 2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 길을 따라 진격했습니다. 이때 제갈량이 등지를 보내서 위군의 매복에 철저히 대비하고 가벼이 나가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진식이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쓰시면서 무슨 의심이 그리도 많습니까? 내 짐작에 위군은 큰비를 계속 맞았으니 의갑(衣甲)이 모두 해져 틀림없이 서둘러 돌아갔을 것입니다. 무슨 매복이 또 있겠소이까? 지금 우리 군사는 이틀 길을 하루에 가야 대승을 거둘 수 있을 터인데, 어째서 또 가지 말라는 것입니까?   승상의 예측은 빗나간 적이 없고, 계책은 성공하지 않은 것이 없네. 자네는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려 드는가?   승상께서 과연 그렇게 지략이 많으시다면, 가정에서 패배는 당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진식이 웃으며 대꾸하자, 위연도 제갈량이 지난날 자신의 계책을 듣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웃으며 진식의 말을 거들었습니다.   승상께서 만약 내 말대로 곧장 자오곡으로 나갔다면 지금쯤 장안은 말할 것 없이 낙양까지 모두 얻었을 걸세. 지금 무슨 이득이 있다고 기산으로만 나가려 고집하는지 원! 그리고 진격 명령을 내려놓고 인제 와서 또 진격하지 말라니, 호령이 어째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신다든가?    등지. 출처=예슝(葉雄) 화백   진식이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 어귀로 나갔다가 위군의 매복에 걸려 혼쭐이 났습니다. 위연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해 달아났습니다. 5천 명의 군사는 겨우 5백 명의 부상병만 남았습니다. 등지가 이 사실을 제갈량에 보고했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등지를 보내 진식을 다독여 안심시켰습니다. 군사들은 밤에만 행군을 시켰습니다. 조진은 촉군이 보이지 않자 경계를 느슨히 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던 날, 촉군이 보이자 추격하여 물리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촉군에게 사로잡히고 촉군은 모두 위군으로 변장하여 조진의 영채로 향했습니다. 이때, 사마의가 촉군을 물리쳤다는 보고와 함께 방비에 전념하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조진이 믿으려 하지 않을 즈음, 위군으로 변장한 촉군이 영채로 쳐들어왔습니다. 조진이 허둥대고 있을 때, 사마의가 지원병을 이끌고 왔습니다. 촉군이 물러가자 조진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갈량이 기산을 함락하여 유리한 지세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는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위수가로 가서 영채를 세우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내가 이렇게 크게 패할 줄을 알았소?   보냈던 부하가 돌아와 공께서 말씀하시길, ‘촉군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고 보고하기에, 제갈량이 몰래 영채를 기습하려는 것이라고 깨닫고 지원하러 왔더니 지금 과연 계략에 빠지셨더이다. 내기에 관해서는 일절 말하지 마시고 마음을 합쳐 나라에 보답기로 하소서.   조진은 당황하고 불안했습니다. 게다가 화가 끓어올라 병이 되어 자리에 누웠습니다. 제갈량은 군마를 크게 몰고 다시 기산으로 나갔습니다. 군사들에 대한 위로가 끝나자 위연, 진식, 두경, 장의가 엎드려 죄를 청했습니다. 제갈량은 진식의 죄를 물어 즉시 목 베어 죽였습니다. 제갈량이 다시 위군을 공략할 것에 대하여 협의할 때, 조진이 병이 나서 영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제갈량은 보고를 받자 조진을 죽일 기회가 왔다면서 항복한 위군의 병사들을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위군이다, 부모와 처자가 모두 중원에 있으니 촉에 오랫동안 잡아 두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 이제 너희들을 집으로 놓아 보내려 한다. 나는 조진과 약속한 것이 있다. 내가 편지 한 통을 써 줄 테니 너희들은 가지고 돌아가 도독에게 전하라. 반드시 무거운 상이 있을 것이다.   항복한 위군들은 눈물을 쏟으며 감사의 절을 하고 한달음에 영채로 돌아와 제갈량의 편지를 올렸습니다. 조진이 병을 무릅쓰고 억지로 봉합을 뜯고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대저 장수가 진퇴와 천문지리 및 음양의 이치를 알고 이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 너 무식한 후배는 위로 하늘을 거스르고, 나라를 찬탈한 반역자를 도와 낙양에서 제호(帝號)를 일컫게 했고, 야곡에서 패해 달아났으며, 진창에서 장마를 만나 수륙에서 고초를 겪게 되자 인마가 난폭하게 도발하여 팽개친 창과 갑옷이 들에 가득하고, 버리고 달아난 칼과 창이 땅을 덮고 있다. 도독은 간담이 무너지고 장군은 쥐구멍을 찾으며 당황하고 있다. 관중의 부로(父老)를 볼 면목도 없을 터인데 무슨 얼굴로 상부(相府)의 청당(廳堂)으로 들어가겠는가? 사관은 붓을 들어 기록할 것이고 백성들은 뭇 입을 통하여 전파할 것이다. 사마의는 싸우러 왔다는 보고를 받자 무서워 떨고, 조진은 소문만 듣고도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우리의 군사는 강하고 말들은 억세며 대장은 범처럼 분발하고 용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진천(秦川)을 휩쓸어 평토지를 만들고 위나라를 탕평하여 폐허로 만들겠노라.’   편지를 읽고 난 조진은 분노가 치밀어 가슴을 채우고 숨통까지 막았습니다. 그날 저녁이 되자 군영에서 사망했습니다. 조예는 조진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사마의에게 조서를 내려 촉군을 무찌르도록 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전서(戰書)를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조진이 죽은 것을 알고 즉각 전투에 응했습니다.    진법에 패해 벌거숭이로 돌아가는 위나라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다음날, 제갈량과 사마의는 한바탕 설전을 벌인 뒤 진법으로 싸우기로 했습니다. 사마의가 혼원일기진(混元一氣陳)을 펼쳤습니다. 제갈량은 팔괘진(八卦陳)을 펼쳤습니다. 둘은 서로의 진법을 능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팔괘진을 펼치며 사마의에게 공격해 오라고 했습니다. 사마의는 팔괘진의 공략법을 알려주고 쳐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위군이 팔괘진으로 들어가서 촉군을 무찌르기는커녕 촉군의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사마의까지 나섰지만 제갈량이 미리 세워둔 계략에 빠져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위수 남쪽 기슭으로 물러나 영채를 세우고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승전군을 이끌고 기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싸움이야 질 수도 있지만 진법에 진 것은 사마의도 참기 힘들었습니다. 사마의는 어떻게 이 패배를 갚으려고 했을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08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2) 손권은 황위에 오르고 사마의는 대군은 이끌고 촉으로 오다

    [술술 읽는 삼국지](102) 손권은 황위에 오르고 사마의는 대군은 이끌고 촉으로 오다

    손권이 황제에 오르고 촉에게 사자를 보내 동맹을 맺자고 하자, 후주는 한중에 있는 제갈량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촉의 대신들과는 다른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사자에게 예물을 갖고 오로 들어가 축하하고, 육손에게 군사를 일으켜 위를 치게 하라고 부탁하소서. 그러면 위는 사마의에게 막으라고 명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마의가 만일 동오를 막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면 저는 다시 기산으로 나가 장안을 뺏겠습니다.   후주 유선은 제갈량의 말을 따라 진진을 사자로 오에 보내 손권이 황제에 오른 것을 축하하고 국서를 전달해 위를 공격도록 하였습니다. 손권도 기뻐하며 촉과 동맹을 맺어 위를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모종강은 손권이 황제에 오른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삼국 가운데 유독 손권이 뒤늦게 황제를 칭한 것은 어째서인가? 뒤에 칭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가 죽기 전에 황제가 되지 못한 것은 조조가 천자를 끼고 토벌할까 두려워서였고, 조비가 천자가 되자 그는 더욱 오르고 싶었지만 더욱 오를 수 없었다. 촉이 오를 공격할 때였기 때문에 오가 서둘러 황제를 칭했다가는 더욱 정벌을 자초하게 될 것이고, 오는 위에 구원을 청해야 하는데 오가 서둘러 황제를 칭했다가는 스스로 구원을 거절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촉과 동맹을 맺고 위와 갈라진 후 촉이 위를 치고 위가 촉에게 당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천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손권이 육손을 불러 위를 공격하는 것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육손이 말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제갈량이 사마의가 두려워 꾸민 계책입니다. 기왕 함께 도모하기로 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겉으로나마 군사를 일으켜 멀리서 촉군에 호응하는 체하소서. 제갈량이 급박하게 위를 몰아칠 때 우리는 빈틈을 타고 공격하면 중원을 빼앗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겹겹이 에워싼 촉군을 무찌르는 장합.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진진의 보고를 받고 척후병을 보내 진창성을 살폈습니다. 마침 학소가 병이 위중하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강유와 위연을 불러 군마를 정돈하여 곧장 출발토록 하고, 관흥과 장포를 불러 은밀히 계책을 주었습니다. 학소의 병이 위중하자 장합이 학소를 대신하여 진창을 지키기 위해 3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진창성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장합이 진창에 도착하기 전에 촉군이 공격하자 학소는 놀라 까무러치더니 죽었습니다. 제갈량은 촉군이 진창을 차지하자 위연과 강유에게 산관으로 달려가 위군이 도착하기 전에 기습하여 뺏도록 했습니다. 위연과 강유가 제갈량의 계략대로 산관을 차지하자 멀리 장합이 군사를 이끌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장합은 산관이 이미 촉군에게 점령된 것을 알고는 후퇴했습니다. 위연은 곧바로 장합군을 추격하여 크게 물리치고 기산으로 나왔습니다.   한편, 조예는 손권이 황제를 칭하면서 촉과 동맹을 맞고 육손을 무창으로 보내 출동대기 상태에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조예는 촉, 오가 협공한다는 보고를 받자 당혹스러워하며 허둥댔습니다. 조진은 병으로 앓아누워있었기에 사마의를 불렀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사마의는 동오가 군사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예가 의심쩍어하자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갈량은 효정의 원수를 갚을 생각으로 있으니 동오를 주워 삼키지 않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빈틈을 타고 쳐들어가지 않을까 하여 잠시 동오와 연합하기로 맹약을 한 것입니다. 육손 역시 그러한 뜻을 알기 때문에 겉으로만 호응하여 군사를 일으키는 체하면서, 실은 앉아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 관망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폐하! 오는 막을 필요가 없습니다. 촉을 막으소서.   경은 참으로 견해가 탁월하오!   조예는 즉시 사마의를 대도독으로 삼아 농서 지방의 여러 군마를 통솔하게 했습니다. 사마의는 조진으로부터 인수해 제갈량과의 결전을 위해 군사를 이끌고 장안으로 갔습니다. 장안에 도착한 사마의는 장합에게 그간의 전황을 보고받았습니다. 사마의는 곽회와 손례에게 무도와 음평을 구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갈량이 선점하였음을 알고는 후퇴하려 할 때, 왕평과 강유, 관흥과 장포의 군사에게 협공을 당했습니다. 손례와 곽회는 말도 버리고 산으로 기어 올라가 달아났습니다. 장포가 이를 발견하고 말을 타고 뒤쫓아 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말이 발을 헛디뎌 장포는 말과 함께 계곡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장포는 머리가 깨지는 큰 부상으로 성도로 후송되었습니다만 끝내 허망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말에서 떨어져 죽은 장포.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제갈량은 장합이 종횡무진 무용을 드날리자 촉을 위해 반드시 그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마의도 많은 군사를 잃자 모두 영채를 지키고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제갈량은 위연을 시켜 날마다 싸움을 걸었지만 위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가 싸우지 않고 지키기만 하자 한 가지 계책을 펴기로 하고 모든 영채를 거두어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염탐꾼이 사마의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사마의가 장합에게 말했습니다.   제갈량이 큰 계략을 쓰는 것이 틀림없다.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군량이 떨어져 되돌아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째서 추격하지 않으십니까?   내 생각에 제갈량은 작년에 큰 풍년으로 많은 곡물을 거둬들였고, 지금이 또한 보릿가을이니 군량은 풍족할 것이다. 어찌 선선히 물러가겠는가? 그는 내가 연일 싸우러 나가지 않으니까 이런 계책을 써서 유인하려는 것일세. 척후병을 멀리까지 보내 보아야겠네.   척후병은 사마의에게 촉군이 30리 후퇴했다는 보고를 세 번이나 했습니다. 그래도 사마의는 제갈량의 계략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합은 달랐습니다. 빨리 추격하여 촉군을 무찌르고자 안달을 했습니다. 사마의가 말렸지만 장합은 군령장을 쓰고라도 추격할 것을 원했습니다. 사마의는 장합에게 한 무리의 군사를 주고 자신이 뒤따라가서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장합이 뒤쫓아 오자 장수들을 불러 각각 계략을 주었습니다. 마침내 장합군이 오자 거짓 패한 체하며 달아나길 서너 번. 드디어 촉군이 매복한 지점에 장합군이 도달하자 촉군은 사방에서 퇴로를 막고 공격했습니다. 지원군으로 오던 사마의는 촉군이 본부 영채를 공격하러 가자 곧바로 군사를 되돌렸습니다. 사마의는 영채로 돌아와 패잔군을 모으고 여러 장수를 질책했습니다.   너희들은 병법을 알지도 못하면서 거친 혈기만 믿고 나가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이런 참패를 당했다. 이제부터는 경거망동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다시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결단코 군법대로 다스리겠다.   장마가 길어지자 굶주리는 위군의 병마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시간이 얼마간 지났습니다. 위의 도독 조진이 병이 낫자 표를 올려 촉을 칠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예는 조진을 대사마로, 사마의를 대장군으로 삼아 40만 대군을 이끌고 촉을 정벌토록 했습니다. 제갈량도 즉시 장수들을 불러 계책을 내렸습니다. 제갈량은 천문을 보고 큰 비가 올 것을 알고 이에 맞춰 계략을 세웠습니다. 얼마 안 되어 장맛비가 한 달을 내렸습니다. 제갈량은 조진과 사마의가 군사를 철수시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용병에 뛰어난 사마의가 있기 때문에 장수들에게 가벼이 뒤쫓지 못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별도로 위군을 무찌를 계책을 세워두었습니다. 과연 제갈량이 세워둔 계책은 무엇일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03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1) 제갈량이 조진의 공격을 역이용하고, 위연은 철군 중에도 왕쌍을 죽이다

    [술술 읽는 삼국지](101) 제갈량이 조진의 공격을 역이용하고, 위연은 철군 중에도 왕쌍을 죽이다

    조진은 비요가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후회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조예에게 표를 올려 형세의 위급함을 알렸습니다. 표를 본 조예는 사마의를 불렀습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물리칠 계책을 아뢰었습니다.   신은 일찍이 제갈량이 진창으로 나올 것을 알고 학소에게 지키게 하였는데 과연 그대로였습니다. 저들이 진창으로 나오면 군량 운반이 매우 용이합니다. 하지만 지금 다행히 학소와 왕쌍이 지키고 있으니 감히 그 길로 군량을 운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머지 소로들은 군량 운반이 극히 어렵습니다. 신이 추측건대 촉군의 군량은 한 달 치뿐일 것이므로 빨리 몰아치며 서두를 것입니다. 우리는 굳게 지키면서 지구전을 펴야 합니다. 조진에게 조서를 내려 여러 곳의 관애(關隘)를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 싸우지 못하게 하소서. 한 달이 못되어 촉군은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그때 허점을 타고 공격하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예는 사마의의 선견지명을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서 촉군을 쳐부수지 않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대답했습니다.   신이 몸을 아끼고 목숨을 중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실은 이 군사를 남겨 두었다가 동오의 육손을 막으려는 것뿐입니다. 손권은 오래잖아 반드시 주제넘게 황제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만일 황제 자리에 오르면 폐하께서 정벌하지 않을까 하여 먼저 쳐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신은 그래서 군사를 갖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조예는 태상경(太常卿) 한기에게 절(節)을 가지고 조진에게 가서 ‘절대로 나서서 싸우지 말고 굳게 지키기만 하다가 촉군이 물러갈 때 공격하라’고 했습니다. 조진은 한기가 가져온 조서를 받고 곽회, 손례 등과 계책을 논의했습니다. 곽회는 사마의의 계책임을 알았습니다. 손례가 계책을 내었습니다.   제가 기산으로 가서 군량 운반병을 가장하여 수례 가득 장작과 마른 풀을 싣고 유황과 염초를 들이부은 다음, 농서(隴西)에서 운반해 오는 군량이라고 헛소문을 내어 촉군의 귀에 들어가게 하겠습니다. 만일 그들이 군량이 떨어졌다면 촉군은 반드시 뺏으러 올 것입니다. 그들이 함정 속으로 들어오면 수례에 불을 지르고 매복해 있던 병사가 일제히 뛰어나가 밖에서 들이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진은 매우 기뻐하며 손례의 계책대로 지시했습니다. 이어 왕쌍과 곽회에게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장요의 아들인 장호를 선봉으로 삼고, 악진의 아들인 악침을 부선봉으로 삼아 영채를 지키기만 하고 나와서 싸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갈량은 기산 영채에게 매일 군사를 시켜 싸움을 걸었지만 위군은 굳게 지키기만 하고 싸우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위군의 속셈을 간파하고 강유를 불러 상의하고 있을 때, 손례가 양곡을 운송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운량관이 손례인 것을 알고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위군 장수가 우리의 군량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계책을 쓰는 것이다. 수레에 실린 것은 필시 마른 풀과 인화물질일 것이다. 내가 평생 써온 것이 화공(火攻)인데, 그들이 바로 이 계책으로 나를 유인하려 들고 있구나! 그들은 우리가 군량을 뺏으러 간 줄 알면 반드시 우리 영채를 기습하러 올 것이다. 그들의 계략을 역이용해야겠다.   제갈량은 마대와 마충, 장의를 불러 불을 지르고 위군을 협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관흥과 장포에게는 위군의 영채를 기습하라고 하고, 오반과 오일에게는 위군의 퇴로를 막도록 하였습니다. 촉군은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위군도 촉군이 군량을 빼앗으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손례의 계책대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위군의 대패였습니다. 조진은 굳게 지키면서 다시 싸우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위연에게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 계책을 전하고, 일제히 영채를 거두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라고 일렀습니다. 양의는 대승을 거둔 후 내린 제갈량의 명령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제 큰 승리를 거두어 위군의 사기가 여지없이 꺾였는데 왜 군사를 철수시킵니까?   우리는 갖고 온 군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속전속결이 이로운데 저들은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으니 우리만 애를 먹고 있네. 저들이 지금 잠시 패했지만 중원에서는 반드시 지원군이 올 것이고, 만일 경기병을 써서 우리의 군량 수송로를 기습한다면 그때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야. 지금 위군은 막 패한 끝이라 촉군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할 터이니 미처 예상도 못 할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물러가야 하네. 위연에게는 왕쌍을 죽이도록 은밀한 계책을 주었으니 위군은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네.   제갈량은 그 밤으로 징과 북을 치는 사람만 밤새 시간을 알리게 하고, 나머지 군사들을 철수시켰습니다. 날이 새자 군사들은 모두 물러가고 빈 영채만 남았습니다. 한편, 조진은 영채에서 걱정하고 있던 차에 좌장군 장합이 군사를 거느리고 도착했습니다. 장합이 막사 안으로 들어와 조진에게 말했습니다.   사마의는 우리 군사가 이기면 촉군은 반드시 물러가지 않을 것이고, 만일 우리 군사가 패하면 촉군은 반드시 즉각 물러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군사가 졌는데 도독께서는 촉군의 정황을 알아보셨습니까?   조진은 즉시 사람을 보내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과연 영채는 텅 비어 있고, 수십장의 깃발들만 꽂혀 있었습니다. 촉군은 이미 이틀 전에 떠났던 것입니다. 조진은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군사를 철수시키면서 위연에게 어떤 계책을 주었을까요. 이제 위연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위연은 제갈량의 은밀한 계책을 받자 그날 밤에 영채를 거둬 한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염탐꾼이 이를 알고 왕쌍에게 보고하자 왕쌍은 군마를 몰고 힘을 다해 추격해 왔습니다. 곧 따라잡을 거리에 이르자 앞에 위연의 깃발이 보였습니다. 왕쌍은 큰 소리로 위연을 부르며 쫓아갔습니다. 촉군은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습니다. 이때, 위군의 영채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왕쌍이 급히 말고삐를 당겨 군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한 무리의 군마가 숲속에서 질풍처럼 달려오며 소리쳤습니다.   위연이 여기 있다!   왕쌍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위연이 내리 친 칼을 맞고 말 밑으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위군은 매복이 있는 줄 알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위연의 수하에는 오직 30기뿐이었습니다. 위연은 한중을 향해 천천히 퇴각했습니다. 제갈량은 큰 잔치를 베풀어 위연의 승리를 치하했습니다. 조진은 왕쌍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너무 상심한 나머지 병이 들어 수하들에게 장안으로 이르는 여러 길목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기습공격으로 왕쌍을 베는 위연.   이러한 때, 동오의 손권은 조회를 열어 시국을 논의했습니다. 신하들은 제갈량이 두 차례 출병하여 위군을 무찔렀으니 우리도 군사를 일으켜 위를 쳐부수고 중원을 차지해야 한다고 권했습니다. 손권은 망설이며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소가 아뢰었습니다.   요즘 듣자니 무창 동산에 봉황이 날아와 깃들고, 대강(大江)에 황룡이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주공의 덕은 당우(唐虞)와 짝할만하고, 영특하시기는 문무(文武)와 비견될 만합니다. 황제로 즉위하신 다음 군사를 일으키소서.   장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든 신하가 호응했습니다. 손권은 좋은 날을 잡아 황제에 즉위하였습니다. 그리고 위를 칠 계획을 협의했습니다. 그런데 장소가 나서서 군사를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민심을 안정시키고 촉으로 사자를 보내 동맹을 맺고 천천히 도모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손권은 그 말을 따라 즉시 서천으로 사자를 보냈습니다. 후주 유선은 오에서 온 사자를 접견하고 신하들과 상의했습니다. 신하들의 중론은 주제넘게 황제라고 하고 있으니 동맹을 거절해야 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완이 승상인 제갈량에게 물어보도록 했습니다. 이에 후주는 한중으로 사자를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어떠한 답을 내놓았을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4.01.01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100) 조진은 강유의 계략에 빠져 패하고, 제갈량은 출사표를 올리고 기산으로 나아가다

    [술술 읽는 삼국지](100) 조진은 강유의 계략에 빠져 패하고, 제갈량은 출사표를 올리고 기산으로 나아가다

    조휴는 동오의 주방에게 속아 대패하고 돌아와 울화와 근심을 이기지 못하고 앓아누웠습니다. 급기야 낙양에 도착하자 등창이 터져 죽고 말았습니다. 조예는 칙서를 내려 조휴를 후하게 장사지내 주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돌아왔습니다. 여러 장수가 조휴의 패전은 사마의와도 관계가 있는데 서둘러 돌아온 것을 따졌습니다.   내 짐작에 제갈량은 내가 진 줄을 알면 반드시 빈틈을 노리고 장안으로 쳐들어올 것이오. 만약 농서(隴西)가 위태로우면 누가 구하겠소? 그래서 나는 돌아온 것뿐이오.   한편, 동오에서는 촉에 국서를 보내 위의 조휴를 물리친 위세를 과시하였습니다. 후주는 기뻐하며 이 소식을 한중에 있는 제갈량에게 전했습니다. 제갈량도 한중에서 전력을 보충하고 힘을 길러 이제 출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장수를 모아 연회를 베풀고 위를 칠 계획을 협의하였습니다. 이때,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며 마당에 있는 소나무의 중동을 꺾어놓았습니다. 제갈량이 즉시 점을 쳐보고는,   이 바람은 대장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오.   상산의 호랑이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러 장수가 믿지 않고 한참 연회를 열고 있을 때였습니다. 진남장군 조운의 맏아들 조통과 둘째 아들 조괄이 찾아왔습니다. 제갈량은 술잔을 땅에 던지며 두 아들과 함께 울었습니다. 여러 장수도 함께 눈물을 뿌렸습니다.   조운이 죽다니, 나라는 한 기둥을 잃었고 나는 한쪽 팔을 잃었구나!   후주는 조서를 내려 조운을 대장군에 추증하고 시호를 순평후(順平侯)라고 지어 성도의 금병산 동쪽에 장사지내고 사당을 세운 후, 사 계절 제향(祭享)을 올리라고 하였습니다. 조통을 호분중랑장에, 조광을 아문장에 임명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시를 지어 조운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상산에 범 같은 장수 있었으니 常山有虎將 지혜와 용기가 관우 장비와 짝하네. 智勇匹關張 한수에서 공훈이 있었고 漢水功勳在 당양에서 이름을 드높였네. 當陽姓字彰 두 번이나 어린 주인을 구했고 兩番扶幼主 한뜻으로 유비에게 보답하였네. 一念答先皇 뜨거운 충성심 청사에 남겼으니 靑史書忠烈 대대로 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로세. 應流百世芳   제갈량은 후주에게 다시 출사표를 올렸습니다. 후주가 표를 펼쳐보니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였습니다.   ‘신제께서 한나라와 역적은 양립할 수 없고 왕업은 한쪽 구석에서 안정시킬 수 없다고 걱정하시며 신에게 역적을 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신이 강한 역적을 치기에는 약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지만, 역적을 치지 않으면 역시 망할 터이니,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역적을 치는 것이 나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신은 이후 잠자리에 들어도 편히 잠들 수가 없었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북쪽을 정벌하려면 우선 남쪽부터 평정해야 했기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왕업을 구석진 촉도에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선제의 유지를 받들려는 것인데, 의논하는 사람들은 좋은 계책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역적들은 마침 서쪽에서 지쳤는데, 또 동쪽에서 전쟁을 하고 있으니, ‘피로할 때 공격하라’고 한 병법의 방법대로 지금이야말로 진격할 때입니다. 지금 백성들은 곤궁하고 군사들은 피로하지만 역적을 토벌하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만둘 수 없는 일이라면 군사를 주둔시키는 일이나 군사를 출동시키는 일이 노력과 비용이 서로 엇비슷하니 일찌감치 도모하는 것이 낫습니다. 신은 몸을 굽히고 있는 힘을 다하다가 죽은 다음에나 그만두겠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신의 지혜로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다.’   제갈량은 표를 올리고 30만의 대군을 출동시켰습니다. 위연을 전국 선봉으로 삼아 진창길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위군도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고 왕쌍을 선봉으로 삼아 15만 대군을 출전시켰습니다. 진창길은 사마의의 추천을 받은 학소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촉군은 학소를 무찌를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까지 나섰지만 많은 군사만 잃고 성은 함락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지원군인 왕쌍이 도착하여 촉군의 장수와 병사를 대파시키자 제갈량은 전략을 수정하여 기산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진창성을 공격하는 촉군.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진은 지난번 사마의에게 빼앗긴 공을 이번에는 차지할 욕심이었습니다. 이러한 때, 강유가 투항하겠다는 밀서를 보내왔습니다. 조진은 매우 기뻐했지만 비요는 속임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조진은 그러한 비요를 타박했습니다. 이에 비요가 조진을 대신하여 전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결국, 위군은 강유의 계략에 말려들어 대패하였습니다. 강유가 조진을 잡으려고 한 계략에 비요가 대신 걸려들었던 것입니다.   조진을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애석하게도 큰 계략을 작게 썼구나!   진퇴양난에 빠지자 자결하는 비요.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은 제갈량이 후출사표를 올린 것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습니다.   ‘전출사표는 후주를 일깨우려는 것이었고, 후출사표는 중론의 시비를 분명하게 가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론의 시비를 가리는 것 역시 후주를 일깨우려는 것이었다. 전출사표는 나라 안을 걱정하는 것이었고, 후출사표는 나라 밖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라 밖을 걱정하는 것 역시 나라 안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어째서인가? 가정을 잃고 마속을 죽인 이후, 논자들은 ’촉에 만족해야지 위를 쳐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제갈량은 ’만약 위를 치지 않으면 촉에 안거(安居)할 수 없다. 우리가 위를 쳐 없애지 않으면 역적들이 반드시 우리를 쳐 없앨 것이다. 이것은 양립할 수 없는 형편이 있기 때문이지 변방에서 편히 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바로 변방에서 편히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역적이 양립할 수 없다면 같은 천지에서 해와 달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다. 이미 의로써 결정했다면 분발해야 마땅하다. 역적들 역시 한나라와 양립할 수 없다면 묘판의 풀 같고 조 속에 쭉정이 같으며 또한 형세로 헤아려 보아도 당연히 걱정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제갈량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만 알고, 그의 어리석음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 무슨 일이 꼭 이루어진다든가 꼭 실패한다는 것을 예상하고 하는 것,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일이고, 무슨 일이 꼭 이루어진다든가 꼭 이롭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역시 하는 것, 이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 일이 반드시 실패한다든가 반드시 해롭다는 것을 예측하지도 하지도 못하면서 실행하는 것, 이것이 어리석으면서 우둔한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일이 반드시 실패하고 반드시 해롭다는 것을 예측하면서도 끝내 실행하는 것, 이것이 지혜로우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제갈량은 초려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천하가 셋으로 나누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위를 쳐도 성공할 수 없고 출정을 하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을 익히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고 훤하게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대개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노신(老臣)의 책임을 다하며, 어리석으면서 우둔한 사람은 위로 어린 군주의 의심을 막을 뿐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27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9)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을 베고, 주방은 속임수로 조휴를 무찌르다

    [술술 읽는 삼국지](99)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을 베고, 주방은 속임수로 조휴를 무찌르다

    사마의는 촉군이 한중으로 철수하자 다시 대군을 이끌고 서천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조예는 기뻐서 즉시 군사를 일으키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상서 손자가 계책을 올렸습니다.   지난날 태조께서 장로를 토벌하실 때도 위태로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가까스로 평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신하에게 ‘남정은 참으로 천옥(天獄)이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야곡 길은 5백리에 걸친 석굴이니 힘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제 천하의 군사를 모두 일으켜 촉을 친다면 동오가 또 침범해 올 것이니, 그보다는 지금 있는 군사를 대장들에게 나누어 주어 요충지를 지키면서 힘을 기르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중국은 날로 강성해질 것이고, 오와 촉은 반드시 서로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 도모한다면 어찌 이길 수 있는 계책이 아니겠습니까?”   사마의도 손자의 말에 찬성하자 조예는 여러 장수를 배치하여 요충을 지키게 하고 삼군에게 크게 상을 내리고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갈량은 한중으로 돌아와 군사를 점검했습니다. 조운과 등지가 철군하는 와중에도 위군을 무찔러 병사 한 명, 말 한 마리, 군수품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조운을 치하하며 황금 50근과 비단 1만 필을 나누어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조운이 사양하며 말했습니다.   삼군이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으니 그 죄는 우리 모두가 각각 나누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승상의 상벌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우선 국고에 보관해 두셨다가 오는 겨울에 여러 장수에게 주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선제께서 살아 계실 때 늘 자룡의 덕을 칭찬하시더니 오늘 보니 과연 그렇구려!   이러할 때, 마속과 왕평, 위연과 고상이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왕평을 막사로 불러 마속을 타일러 함께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을 꾸짖었습니다. 왕평은 마속이 화를 내며 말을 듣지 않은 사연과 가정전투의 상황을 소상하게 보고했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마속을 불렀습니다. 마속은 몸을 스스로 결박하고 들어와 꿇어앉았습니다. 제갈량은 낯빛을 바꾸며 말했습니다.   마속. 출처=예슝(葉雄) 화백   너는 어려서부터 병서를 읽어 전략을 술술 외고 있지 않으냐? 나는 누차에 걸쳐 너에게 가정은 우리의 중요한 발판이라고 신신당부하고 경계하였다. 너는 전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그 중책을 받았다. 네가 만일 왕평의 말을 들었다면 어찌 이런 화를 당했겠느냐? 지금 싸움에 지고 장수를 꺾이고, 영토를 잃고 성을 함락당한 것은 모두 너의 잘못 때문이다. 만약 군법을 밝고 바르게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어떻게 많은 사람을 복종시키겠느냐? 너는 이제 법을 어겼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 네가 죽은 뒤 너의 가족에게는 내 매월 녹미(祿米)를 지급할 테니 너는 걱정할 필요 없다.   제갈량은 좌우에게 끌어내다 목 베어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장완이 제갈량에게 마속을 살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옛날에 손무가 천하를 굴복시키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법을 엄격하게 시행했기 때문이오. 지금은 천하가 갈라져 다투고 있고 싸움은 막 시작되었는데, 만약 법을 무시한다면 어떻게 역적을 토벌할 수 있겠소? 죽이는 것이 마땅하오!   마침내 마속의 수급이 바쳐졌습니다. 제갈량은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장완은 제갈량이 군법대로 처리하고 난 후에도 우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울음을 그친 제갈량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마속을 위해 우는 것이 아니오. 나는 선제를 생각하고 있소. 백제성에서 병이 위독하실 때 선제께서는 나에게 당부하시기를, ‘마속은 말은 잘하지만 실상이 못 미치니 크게 써서는 아니 될 것일세’ 하셨는데, 인제 보니 그 말이 과연 맞았소. 그래서 나의 어리석음을 깊이 한탄하다 보니 현명했던 선주가 생각나 이렇게 우는 것뿐이오.   제갈량은 후주에게 스스로 자신의 직책을 삼등 강등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유비가 마속을 알아본 것도 전쟁을 쉽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마속의 경우를 보면 군사를 쓰는 사람들이 거울이 될 만하고, 사람을 등용하는 사람들의 거울이 될 만하다. 무후가 출사표를 쓸 때는 후주를 생각하며 울었고, 무후가 죄를 벌할 때는 선주를 생각하며 울었다. 그가 처음 출사할 때는 첫째도 선제요 둘째도 선제였는데, 그가 패하여 돌아와서도 역시 첫째도 선제고 둘째도 선제다. 마속을 죽인 것이 선제를 만들기 위해 죽인 것일 뿐만 아니라, 바로 스스로 삼등을 강등한 것 역시 선제를 받들기 위한 일이었다. 식자라면 가정의 패전에 대한 자책에서 마음을 다해 힘쓰는 무후를 볼 수 있고, 방두의 패전에 대한 은폐에서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어 한 환온을 볼 수 있다.’   제갈량은 한중에서 군사훈련을 독려하며 무술을 강의하였습니다. 사마의는 학소를 추천하여 촉군이 나올 수 있는 진창길을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때, 조휴가 표를 올렸습니다. 그 내용은 동오의 파양태수 주방이 은밀하게 투항할 뜻을 알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예와 사마의가 기뻐할 때, 건위장군 가규가 말했습니다.   동오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깊이 믿어서는 안 됩니다. 주방은 지략 있는 사람으로 기필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 군사를 유인해 들이려는 속임수입니다.   그 말 역시 옳습니다만, 기회 역시 잃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육손.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예는 사마의와 가구가 조휴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조휴는 대군을 이끌고 곧장 환성을 공격했습니다. 한편, 손권은 주방이 속임수를 써서 조휴를 유인하여 무찌르는 것에 대하여 신하들과 논의했습니다. 고옹이 육손을 추천했습니다. 손권은 육손에게 전권을 주어 위군을 무찌를 것을 명했습니다. 육손은 주환과 전종을 추천하여 좌, 우도독으로 삼았습니다.   한편, 조휴는 주방의 마중을 받고 주방이 속임수를 쓰는지 떠보았습니다. 그러자 주방은 크게 통곡하며 칼을 뽑아 자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조휴가 이를 말렸습니다. 결국, 주방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조휴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가규가 다시 조휴에게 주방의 말을 믿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휴는 크게 노하여 오히려 가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가규의 말을 무시한 조휴는 결국 주방의 속임수에 빠져 대패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왔습니다. 사마의도 조휴가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군사를 이끌고 물러났습니다. 모종강은 주방이 속임수를 써서 조휴를 물리친 것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머리카락을 잘라 계책을 이루는 주방. 출처=예슝(葉雄) 화백   ‘황개, 감녕, 감택 다음에 다시 주방이 있다. 어째서 남인들은 속임수를 잘 쓰는가? 이것은 남인들의 속임수가 아니라, 남인들의 충성심인지도 모르겠다. 적을 속이는데 쓰면 속임수라 하고, 주인에게 보답하는데 쓰면 충성이라 하니 “남인들은 속임수를 잘 쓴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남인들은 충성심이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남인이 재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송나라 때의 세상물정 모르는 학자들의 말일 뿐이다. 동오를 예로 들어 보자. 당시에 인재들을 어찌 다른 나라에서 구해왔겠는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25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8) 마속은 자만에 빠져 가정을 잃고, 제갈량은 모험을 걸어 빈 성을 지키다

    [술술 읽는 삼국지](98) 마속은 자만에 빠져 가정을 잃고, 제갈량은 모험을 걸어 빈 성을 지키다

    조예는 사마의가 장합을 추천하자 그를 선봉으로 삼아 촉으로 정벌군을 보냈습니다. 사마의는 20만의 정예병을 이끌고 촉군과 결전을 대비하여 영채를 세웠습니다. 선봉 장합을 불러 계책을 전했습니다. 제갈량은 조심성이 많아서 경솔하지 않고 만사 모험을 하지 않아 실수가 없다고 하며, 제갈량과 맞설 때는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전략을 말했습니다.   그는 반드시 야곡으로 나와 미성을 치려 할 것이고, 만약 미성을 치려 한다면 반드시 군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한 무리는 기곡을 공격할 것이오. 그래서 나는 이미 조진에게 격문을 보내어 촉군이 쳐들어오더라도 나가 싸우지 말고 미성을 단단히 지키라고 했고, 손례와 신비에게는 기곡 어귀를 막고 있다가 촉군이 오면 기병을 출동시켜 쳐부수라고 했소.   도독께서는 지략이 귀신과 같사옵니다.   장군은 선봉이 되었으니 경솔히 나가서는 아니 될 것이오. 산 서쪽 길을 따라가면서 멀리까지 잘 정탐해 보고, 복병이 없으면 전진해도 좋다고 여러 장수에게 전하도록 하시오. 만일 태만히 하거나 소홀히 했다가는 반드시 제갈량의 계략에 말려들 것이오.   한편, 제갈량은 사마의가 이틀 길을 하루에 달려 맹달을 처치했다는 첩보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맹달이 주도면밀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면서 사마의가 출동한 것에 대해 매우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마의는 반드시 가정으로 와서 촉군의 중요한 길목을 끊으려 할 것이니 가정을 지키는 것이 급했습니다. 마속이 자원했습니다.   가정은 작지만 책임이 대단히 무거운 곳이다. 만약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 대군은 모두 끝장이다. 자네가 계책에 밝기는 하나만 이곳에는 성곽도 없고 험한 지역도 없으니 어쩌느냐? 지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저는 어려서부터 병서를 곰삭게 읽어 병법을 깊이 알고 있습니다. 어찌 가정 하나도 지키지 못하겠습니까?   사마의는 예사 사람이 아니고 게다가 선봉 장합은 위의 명장이다. 아마도 자네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마의와 장합은 고사하고 설령 조예가 직접 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무엇입니까? 제 가족 전체의 목을 걸겠으니 만일 제가 실수를 하면 전 가족의 목을 치소서.   군중에서 농담이란 있을 수 없다!   산에 식수가 없어 물을 구하는 마속의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마속에게 2만5천 명의 정예병을 주고 다시 상장 왕평을 불러 중임을 맡겼습니다. 가볍게 처결하지 말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처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제갈량은 그래도 불안하였습니다. 고상을 불러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가정에서 조금 떨어진 열류성에 주둔하다가 가정이 위태로우면 돕도록 했습니다. 고상을 보내고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위연을 불러 가정 뒤편에서 있다가 가정을 지원하고 양평관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도록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위연을 보내놓고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하지만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조운과 등지를 불렀습니다.   이제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나왔으니 지난날과는 사정이 달라졌소. 두 분은 각각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으로 나가 쳐들어갈 것처럼 하시오. 그래서 위군을 만나게 되면 싸우기도 하고 싸우지 않기도 하면서 그들이 놀라 겁먹게 하시오. 나는 직접 대군을 이끌고 야곡을 거쳐 미성을 공격하겠소. 만약 미성을 함락하면 장안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마속은 왕평과 가정에 도착해서 지세를 살펴보고는 후미진 산골에 위군이 올 리 없음을 알고 제갈량의 계책을 비웃었습니다. 왕평이 길목에 영채를 치고 방책을 만들어 대비하자고 하였지만, 마속은 길 복판에 치는 것이 아니라 산 위에 군사를 둔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왕평이 다시 말했습니다.   잘못 생각하고 계시오. 만일 길을 막고 군사를 둔친 다음 방책을 쌓는다면 설령 10만 명의 적군이 쳐들어온다 해도 방책을 넘어올 수 없지만, 만약 이 중요한 길목을 버리고 산마루에 군사를 둔쳤다가 갑자기 위군이 몰려들어 사방으로 에워싼다면 무슨 수로 보호하겠소?   마속은 왕평의 조언을 비웃으며 듣지 않았습니다. 왕평은 따로 군사 5천 명을 이끌고 10리 떨어진 기슭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사마의는 사마소를 보내 정탐을 하게 하였습니다. 가정에 군사가 있음을 알고는 한탄을 하다가 마속이 산 위에 영채를 세운 것을 알고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사마의는 장합을 선봉으로 세워 대군을 이끌고 마속을 공격했습니다. 마속이 이끄는 촉군은 위군의 기세에 겁을 먹고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군사들이 산을 내려가 위군에 항복했습니다. 마속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연이 추격하는 위군을 막았습니다. 위연과, 왕평, 고상은 가정을 다시 찾으려고 분투했지만 중과부적이었습니다. 열류성마저 조진에게 빼앗기고 허겁지겁 양평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왕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가정으로 여러 장수를 보냈지만 그래도 불안했습니다. 이때 왕평이 가정의 진지와 주변 지세를 그린 지도가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지도를 보다가 깜짝 놀라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습니다.   마속, 이 무지한 놈이 나의 군사를 함정에 몰아넣었구나!   승상께서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 지도를 보니 중요한 길목은 놓아두고 산을 차지하고 영채를 쳐서 위군이 들이닥쳐 사방을 둘러싸면 물 긷는 길이 막혀 이틀이 되기도 전에 자중지란에 빠져들 것이다. 만약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느냐?   제갈량의 걱정대로 가정과 열류성을 모두 잃었다는 비보가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촉군을 안전하게 한중으로 철수시켜야만 했습니다. 관흥과 장포에게는 무공산에 매복하여 위군에게 의병을 써서 놀라 도망가도록 하게 했습니다. 장익에게는 검각을 보수하도록 했고, 대군은 은밀하게 철수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마대와 강유에게는 후방을 막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의 군령을 받은 장수들이 군사를 이끌고 모두 떠났습니다. 바로 이때, 파발마가 달려왔습니다. 사마의가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제갈량이 있는 서성을 향해 진군해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난감했습니다. 제갈량 주위에는 대장도 없고 군사도 2천5백 명 정도뿐이었습니다. 관리들도 얼굴빛이 모두 흙빛이 되었습니다. 제갈량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깃발을 전부 감추고 모든 군사는 각자 성위의 구역을 잘 지키도록 하라. 만일 멋대로 나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자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목을 치라. 모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문마다 20명의 군사를 백성으로 변장시켜 물을 뿌리면서 길을 쓸게 하라. 만일 위군이 오더라도 멋대로 움직이면 아니 될 것이다. 나에게 생각해 둔 계책이 있다.   성문을 열고 공성계를 펼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지시를 끝낸 제갈량은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쓰더니 성 위의 적루에서 향을 피우고 거문고를 탔습니다. 사마의의 척후병이 이 광경을 보고 사마의에게 보고했습니다. 사마의가 직접 확인하고는 크게 의심이 들었습니다. 전군을 북쪽 산길로 후퇴시켰습니다. 아들 사마소가 의아해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말했습니다.   제갈량은 세심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 왔을 뿐, 여태껏 한 번도 모험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매복이 있을 것이다. 우리 군사가 만일 들어갔다가는 그의 계략에 말려들 것이다. 너희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속히 물러나기나 해라!   사마의의 군사가 물러가자 제갈량이 손뼉을 치며 웃었습니다. 관리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해괴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마의는 바로 위의 명장입니다. 지금 15만 정예병을 거느리고 왔다가 승상을 보고 어째서 즉시 물러갔습니까?   이 사람은 내가 여태껏 일을 세심하고 신중하게 해왔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이러한 광경을 보자 복병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여 물러간 것이다. 나는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상황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놀라 탄복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한중으로 철수하였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20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7) 제갈량은 사마의 복직을 걱정하고, 맹달은 자만하다 사마의에게 죽다

    [술술 읽는 삼국지](97) 제갈량은 사마의 복직을 걱정하고, 맹달은 자만하다 사마의에게 죽다

    곽회는 제갈량에게 패한 것을 갚기 위해 조진에게 다시 계책을 말했습니다. 그 계책은 서강(西羌)의 왕인 철리길(徹里吉)로 하여금 군사를 일으켜서 촉군의 배후를 기습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군과 서강군이 촉군의 앞뒤에서 협공하여 무찌르는 계책입니다. 조진은 부하에게 편지를 주고 밤을 도와 서강으로 달려가도록 하였습니다. 서강의 철리길은 조조 때부터 조공을 바쳐왔습니다. 그는 아단 승상과 월길 장수의 보좌를 받았습니다. 아단이 철리길에게 조진의 편지와 계책을 전했습니다. 철리길이 아단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우리와 위국은 평소 서로 거래를 터 왔습니다. 이제 조도독이 구원을 청하고 또 화친하자고 하니 승낙하시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철리길은 아단의 말을 따라 월길에게 강병 25만 명을 이끌고 조진을 돕도록 했습니다. 강병들는 모두 황과 쇠뇌, 칼, 창, 질려(蒺藜), 비추(飛鎚) 등의 무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병사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철편(鐵片)으로 둘러친 전차도 있었습니다. 이를 일러 철차군(鐵車軍)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단과 월길은 군사를 이끌고 촉군이 있는 서평관(西平館)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보고를 받은 제갈량은 서강 출신인 마대에게 길을 안내하게 하고 장포와 관흥에게 5만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대응토록 하였습니다.   강병들과 마주친 관흥은 산비탈에서 적군의 동태를 살펴보았습니다. 강병의 영채는 둥그렇게 구축되었는데 무기와 조밀하게 배치되어 성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쳐들어갈 곳이 없자 마대가 일전을 벌여 강병의 허실을 알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신탐의 창에 맞아 죽는 맹달. 출처=예슝(葉雄) 화백   다음날, 관흥, 장포, 마대는 세 길로 나누어 전진했습니다. 강병들이 이들을 무섭게 덮쳤습니다. 장포도 밀리고 관흥도 위태로웠습니다. 월길이 관흥을 추격하여 절벽까지 쫓아왔습니다. 월길이 철추로 관흥을 내리쳤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간신히 피했지만 타고 있던 말이 맞아 죽었습니다. 관흥을 절벽 아래 물속으로 처박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월길이 말을 탄 채 까닭 없이 절벽 밑으로 곤두박질치며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관흥이 물속에서 일어나 보니, 한 대장이 계곡 위에서 강병을 몰아쳐 쫓고 있었습니다. 관흥이 칼을 들고 월길에게 달려들자 월길은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관흥은 월길의 말을 타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장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달려갔습니다. 관흥이 가까이 다가가자 장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대장은 녹색 전포에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청룡도를 들고 적토마에 앉아 한손으로는 긴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관흥이 보기에 분명한 아버지 관우였습니다. 관흥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관공이 동남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야! 이 길로 속히 가거라. 네가 영채로 돌아가도록 내개 보호해 주겠다.   관흥은 홀린 듯 동남쪽으로 말을 달렸습니다. 한밤중에 군사를 이끌고 오는 장포를 만났습니다. 장포도 관우의 도움으로 살아나서 관흥을 만나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겨우 영채로 돌아온 두 사람은 마대와 상의하여 승상 제갈량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이 강병의 영채를 둘러보고는 마대와 장익, 관흥과 장포에게 계책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영채를 비우고 강유에게 공격도록 하였습니다.   한겨울이라 큰 눈이 내렸습니다. 강유와 월길이 만났습니다. 월길이 전차군을 이끌고 나오자 강유는 즉시 달아났습니다. 강병이 영채 앞까지 뒤쫓아 왔습니다. 강유는 또 영채 뒤로 달아났습니다. 월길이 살펴보니 촉군 영채는 텅 빈 채 거문고 소리와 북소리만 들렸습니다. 월길은 의심이 들어 진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아단이 나섰습니다.   이것은 제갈량이 군사를 숨겨 놓은 것처럼 꾸며 놓은 속임수요. 공격해야 하오.   촉군이 산 뒤편에 나타났습니다.   설령 몇 안 되는 복병이 있다 한들 두려울 게 무엇이라더냐!   월길은 급하게 군마를 몰아치며 도망치는 촉군을 뒤쫓았습니다. 눈 덮인 산길은 들녘처럼 평탄해 보였습니다. 월길은 급하게 군마를 몰아쳐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강병들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비탈길이어서 철갑수레를 세울 수도 없었습니다. 서로가 뒤엉켜서 우왕좌왕할 때, 관흥과 장포, 장익과 강유, 마대가 강병을 공격했습니다. 월길을 도망치다가 관흥에게 죽었고, 아단은 마대에게 사로잡혔습니다. 제갈량은 아단의 결박을 풀어주고 술을 주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로 다독였습니다.   우리 주인은 바로 대한(大漢)의 황제이시다. 지금 나에게 명하시어 역적을 토벌하고 있는데, 너는 어째서 도리어 역적을 돕고 있느냐? 이제 너를 놓아 돌려보내 줄 터이니 너의 주인에게 말하라. 우리나라는 바로 너희 나라와 이웃하고 있으니 영원한 우호를 맺기로 맹세하고 역적들의 말을 듣지 말도록 하라.   한편, 조진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강병의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촉군이 영채를 거두어 떠날 준비를 하자, 강병이 쳐들어와서 물러가려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결국 촉군을 추격한 위군은 선봉 조준과 부선봉 조찬이 위연과 조운의 창칼에 죽고 위군은 위수의 영채까지 빼앗겼습니다. 조진은 조예에게 구원병을 요청하는 장계(狀啓)를 올렸습니다.     조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계를 받은 조예는 신하들을 불러 모아 논의하였습니다. 화흠은 조예가 친정(親征)해야만 한다고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종요가 조예에게 계책을 아뢰었습니다.   전에 제갈량이 군사를 일으켜 국경을 침범하고 싶어 했으나 이 사람이 무서웠기 때문에 유언비어를 퍼뜨렸던 것인데 폐하께서 그를 의심하시고 버리셨습니다. 그래서 제갈량이 거침없이 쳐들어온 것입니다. 이제 만약 등용하시면 제갈량은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조예를 즉시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그의 관직인 표기대장군을 복직시키고 평서도독(平西都督)까지 겸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맹달이 위의 내부에서 모반을 일으킬 테니 밖에서 공격해주기를 바란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예가 사마의를 다시 복직시켰다는 걱정거리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가 움직이면 맹달이 당해낼 수 없음을 알고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만전을 기하라는 밀서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맹달이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제 막 편지를 받았나이다. 어찌 감히 조금인들 게을리하겠습니까? 제가 생각건대 사마의에 관한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듯합니다. 완성에서 낙양까지의 거리는 8백리고, 신성까지는 1200리입니다. 만약 내가 거사한다는 것을 사마의가 듣는다면 반드시 위주에게 표주(表奏)해야 할 터이니, 오가는데 족히 한 달은 걸립니다. 그때에는 저의 성은 이미 튼튼하고 여러 장수와 전군은 모두 깊고 험한 곳에 있을 터인데, 사마의가 즉시 쳐들어온다 해도 제가 무엇을 겁내겠습니까? 승상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승전보나 기다리소서.’   병법에 이르기를, ‘방비가 없을 때 공격하고, 생각하지 못할 때 진군하라’고 했는데 어찌 한 달이라는 기간이 있겠느냐? 조예는 이미 사마의에게 적을 만나면 즉시 제거하도록 위임을 하였는데 무엇하러 조정에 아뢰고 명령을 기다리겠느냐? 만약 맹달이 모반한 줄 알면 열흘도 안 되어 쳐들어갈 것이 분명하니, 아! 맹달이 어찌 손이나 쓸 수 있겠느냐?   사마의는 맹달이 모반을 일으킨다는 첩보를 듣자, 바람처럼 진군하여 속전속결로 맹달의 허를 찔렀습니다. 결국, 맹달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제갈량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죽었습니다. 맹달을 제압한 사마의는 조예에게 선봉으로 장합을 추천했습니다. 사마의는 장합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제갈량의 촉군을 대항하러 출격하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18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6) 제갈량의 후계자가 된 강유, 제갈량은 왕랑을 크게 꾸짖어 죽이다

    [술술 읽는 삼국지](96) 제갈량의 후계자가 된 강유, 제갈량은 왕랑을 크게 꾸짖어 죽이다

    제갈량은 반드시 우리 군영 뒤편에 군사를 숨겨 놓았다가 우리가 꾐에 빠져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 그 틈을 노려 기습할 것입니다. 제게 정예병 3천 명을 붙여주시면 중요한 길목에 숨어있겠습니다. 태수께서는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오되 30리쯤만 나아가다 즉시 돌아오십시오.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협공하면 반드시 큰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만약 제갈량이 직접 나선다면 반드시 저의 계략에 걸려 잡히고 말 것입니다.   제갈량이 천수군을 공격하자, 천수태수의 부장인 강유는 제갈량의 전략을 간파하고 조운마저 무찔렀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제갈량은 강유를 ‘한 마리의 봉황’으로 평가하며 그를 투항시키기 위하여 반간계를 썼습니다. 즉, 천수태수 마준으로 하여금 강유가 촉한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이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강유는 어쩔 수 없이 촉으로 귀순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강유는 제갈량에게 항복했습니다. 그러자 강유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제갈량에 항복하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출사한 이후로 천하에 두루 현명한 자를 구하여 일평생 쌓은 학문을 전해주려 했지만 아직도 흡족한 인물을 구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그대를 만나니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내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소.   강유는 제갈량의 말에 너무 감복하여 크게 기뻐하며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이로부터 제갈량은 강유를 후계자로 신임하고 그에게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됩니다. 제갈량은 계속해서 천수와 상규를 빼앗을 계책을 상의했습니다. 그러자 강유가 말했습니다.   천수성의 양서와 윤상은 저와 매우 친합니다. 밀서 두 통을 써서 성안으로 쏘아 보내 그들을 자중지란에 빠뜨리면 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은 그 말을 따랐습니다. 강유는 밀서 두 통을 성안으로 보내 손쉽게 천수성을 차지했습니다. 상규는 항복한 양서의 친아우인 양건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양서가 양건을 투항시켰습니다. 제갈량은 양서를 천수태수에, 윤상을 기성현령에, 양건을 상규현령으로 삼고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은 군마를 정돈하여 기산(祁山)으로 전진했습니다. 마침내 위수(渭水) 서쪽에 이르렀습니다. 위의 조예도 이 소식을 듣고 조회를 열었습니다. 사도(司徒) 왕랑이 나섰습니다.   제갈량의 호통에 기가 막혀 죽는 왕랑.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이 뵈오니 선제께서는 늘 대장군 조진을 쓰셨는데, 가는 곳마다 반드시 이겼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도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아 촉군을 물리치라고 하소서.   신이 재주도 없고 지혜도 엷어 그 직책을 맡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곽회를 부장으로 임명해 주시면 힘써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조예는 즉시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고 곽회를 부도독, 왕랑을 군사로 삼아 낙양과 장안의 군사 20만 명을 선발하여 주었습니다. 조진은 조준을 선봉으로 삼고 탕구장군 주찬을 주선봉으로 삼아 위수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조진이 촉군을 물리칠 계책을 협의하자, 왕랑이 말했습니다.   내일 대오를 삼엄하게 정렬시키고 깃발들을 크게 펼친 다음, 노부가 직접 나가 한 자리의 말로 제갈량이 공수(拱手)를 하며 항복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촉군은 싸우지도 않고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왕랑은 자신 있게 제갈량에게 말했습니다. 천수(天數)가 변하고 신기(神器)도 바뀌어 덕 있는 위나라에게 돌아갔으니, 이는 곧 하늘의 뜻이요 사람들의 소망이다. 억지로 천리를 거스르고 인심을 배반하는 일을 하지 말고 항복하라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크게 웃으며 대꾸했습니다.   나는 한나라 조정의 원로대신이라 분명히 훌륭한 논의가 있으리라 여겼다. 어찌 이런 속되고 천한 말을 늘어놓을 줄 생각이나 했겠느냐? 나는 본래부터 네가 한 짓을 잘 알고 있다. 역적을 도와 함께 황제 자리를 찬탈하였으니 지은 죄악이 깊고 무거워 천지가 용납하지 않고 천하 사람들이 네 고기를 먹고자 원하고 있다. 너는 권력에 빌붙어 아첨이나 하는 신하이니, 몸을 숨기거나 목을 움츠리고 잘 먹고 살기나 하지 어찌 감히 대오 앞에 서서 망령되이 천수 운운하느냐? 이 늙은 놈아, 속히 물러가 배반한 역적 놈들에게 나와 승부나 가리라고 해라!   왕랑은 제갈량의 말들 듣자 기가 막히고 가슴속으로 분이 차올랐습니다. 곧바로 외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며 말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제갈량을 칭찬했습니다.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병마가 서쪽 진 땅으로 나가니 兵馬出西秦 큰 재주는 만인을 대적하네 雄才敵萬人 세 치 혀를 가볍게 놀려 輕搖三寸舌 늙은 간신을 호통쳐서 죽였네 罵死老奸臣   조진은 왕랑의 시신을 관에 넣어 장안으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곽회가 계책을 냈습니다.   제갈량은 우리가 군중에서 장례를 치르는 줄 알고 오늘 밤 반드시 영채를 기습하러 올 것입니다. 군사를 네 갈래로 나누어 두 갈래는 후미진 산골길을 따라가 빈틈을 이용해 초군 영채를 기습하고, 두 갈래는 우리 본영 밖에 매복해 있다가 좌우에서 들이치도록 하소서.   그 계책이 내 생각과 똑같소!   조진은 대단히 기뻐하며 곽회의 계책대로 군사를 이동시켰습니다. 제갈량은 이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하룻밤 사이에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첫 전투에 패한 조진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곽회가 다시 계책을 냈습니다.   싸우다 보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니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촉군이 앞뒤에서 서로를 구원할 수 없게 만들면 기필코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곽회가 이번엔 제대로 된 계책을 낼지 두고 볼 일입니다. 모종강은 제갈량이 왕랑을 꾸짖어 죽게 만든 장면을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사람들은 역적을 토벌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괴수를 먼저 죽여야 한다고 알고 있을 뿐, 그 종(從)을 먼저 죽여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어째서인가? 가윤과 성제가 없었으면 사마의 부자가 멋대로 흉악한 짓을 못했을 것이고, 화흠과 왕랑이 없었다면 조조 부자가 멋대로 흉악한 짓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조를 욕하고 화흠을 욕하지 않는다면 조조의 혼을 충분히 깨부순 것이 아니고, 조비와 조예를 욕하면서 왕랑을 욕하지 않는다면 조비와 조예의 혼을 충분히 깨부순 것이 아니다. 조조를 욕한 것은 진림의 격문에 있고 의대조(衣帶詔)가 있고 한중왕이 등극할 때 올린 글이 있지만, 조비를 욕한 것은 없다. 제갈량의 출사표가 있기는 하지만 역적을 토벌하기 위해 천하에 포고한 글이 없는 것이 한스럽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13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5) 제갈량이 계략으로 천수를 공략하자 강유가 이를 알고 반격에 나서다

    [술술 읽는 삼국지](95) 제갈량이 계략으로 천수를 공략하자 강유가 이를 알고 반격에 나서다

    제갈량이 대군을 거느리고 면양으로 갔습니다. 하후무가 관중의 각 곳에서 병마를 이끌고 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위연은 자신이 선봉이 되어 자오곡(子午谷)으로 들이닥치면 열흘 안에 장안까지 진격할 수 있노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안전한 계책이 아니라며 따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농우(隴右) 쪽의 평탄한 길을 따라 병법대로 진격하겠다고 했습니다. 위연은 자신의 계책이 채택되지 않자 매우 불만스러웠습니다. 제갈량은 조운에게 선봉에서 진격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하후무는 장안에서 여러 방면의 군마를 불러 모았습니다. 서량대장(西涼大將) 한덕은 개산대부(開山大斧)를 잘 썼는데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의 장군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 넷이 있었습니다. 한영, 한요, 한경, 한기였는데 모두 무예에 정통하고 궁마(弓馬)에 뛰어났습니다. 한덕은 네 아들과 8만 명을 이끌고 봉명산으로 와서 촉군과 마주쳤습니다. 조운이 창을 뻗쳐 들고 달려 나오자, 맏아들 한영이 뛰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채 3합도 싸우기 전에 조운의 창에 찔려 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둘째 한요가 덤벼들었으나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셋째 한경과 넷째 한기가 조운을 에워싸며 덤볐습니다. 그러나 곧 한기가 말 밑으로 떨어졌고, 한경은 조운의 활을 맞고 죽었습니다. 나아가 조운은 한요를 사로잡아 놓고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네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한덕은 간담이 내려앉아 진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조운은 필마단창(匹馬短槍)으로 무인지경처럼 적군을 무찔렀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시를 지어 조운의 무공을 기렸습니다.   그 옛날 상산 조자룡을 돌아보면 憶昔常山趙子龍 칠십에도 펄펄 날아 기이한 공 세웠네. 年登七十建奇功 혼자 네 장수 베고 적진을 휘저으니 獨誅四將來衝陣 당양에서 후주 구하던 그때 그 모습이로다. 猶似當陽救主雄   한덕이 크게 패하자 하후무가 군사를 이끌고 나왔습니다. 조운이 창을 들고 말을 달려나갔습니다. 한덕이 원수를 갚겠다고 곧장 조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채 3합도 싸우기 전에 조운의 창이 번쩍하더니 한덕을 찔러 말 밑으로 떨구었습니다. 실력이 안 되는 장수가 분으로만 덤빈 결과였습니다. 조운은 그대로 하후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후무도 기겁을 하고 도망갔습니다. 위군은 또다시 크게 패하고 후퇴했습니다. 하후무는 조운을 무찌를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정욱의 아들인 정무가 진언했습니다.   한덕의 네 아들 모두를 죽이는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가 보기엔 조운은 용기는 있으나 꾀가 없습니다. 걱정하실 일이 못 됩니다. 내일 도독께서 다시 군사를 이끌고 나가시기 전에 두 무리의 군사를 좌우에 매복시켜 두소서. 그리고 도독께서는 진으로 나갔다가 먼저 후퇴하여 조운을 복병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시고, 바로 산으로 올라가 사방에 있는 군마를 지휘해 몇 겹으로 에워싸면 조운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후무는 그 말을 따랐습니다. 다음날, 하후무가 조운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조운이 말을 타고 뛰쳐나갔습니다. 등지가 조운에게 계략을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조운은 듣지 않고 질풍처럼 말을 달려나갔습니다. 조운이 한참을 추격했을 때였습니다. 사방에서 함성이 울리며 적군이 쳐들어왔습니다. 등지는 적은 군사로 조운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운은 완전히 포위되어 곤란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위군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싸웠지만 포위망을 뚫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운은 탄식했습니다.   아!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결국 이곳에서 죽는구나!   바로 그때, 위군의 한쪽이 우르르 무너졌습니다. 장포와 관흥이 제갈량의 명을 받아 조운을 도우러 온 것이었습니다.   승상께서 혹시 노장군께서 실수가 있을까 봐 특별히 군사를 이끌고 가서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두 장군이 이미 기이한 공을 세웠는데 어째서 이런 기세를 몰아, 오늘 하후무를 잡고 대사(大事)를 결정짓지 않는가?   조운은 다시 힘을 내어 장포, 관흥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하후무를 잡으러 갔습니다. 등지는 뒤에서 지원했습니다. 하후무는 지략이 없고 나이도 어렸으며 전쟁 경험도 없었습니다. 군사들이 혼란에 빠지자 부하 1백여 명만 이끌고 남안군(南安郡)으로 달아났습니다. 위군의 시체가 들판을 덮고 피는 하천을 이뤘습니다. 조운 등은 남안성을 포위하고 공격했습니다. 열흘을 공격했지만 함락할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이 도착하여 성을 살펴보고는 작전을 지휘했습니다.   바로 남안성을 빌미로 천수와 안정을 공략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천수태수 마준과 안정태수 최량이 군사를 이끌고 남안군의 하후무를 구원하도록 하여 그들이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오는 순간에 공략하는 계책이었습니다. 안정태수 최량이 걸려들어 위연이 안정을 차지했습니다. 제갈량은 최량을 풀어주어 남안성에 들어가 항복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최량은 하후무와 이를 역이용하여 제갈량을 사로잡기로 했습니다. 신출귀몰한 제갈량이 이를 모를 리 없겠지요. 장포와 관흥을 보내 사전에 격파하고 하후무를 사로잡았습니다. 남안성도 제갈량의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천수만 남았습니다. 천수태수 마준은 하후무가 남안성에 갇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문무관원을 불러 상의했습니다.   하후부마는 바로 금지옥엽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가만히 앉아 관망한 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태수께서는 어째서 부하 병사를 모두 일으켜 구원하러 가지 않으십니까?   태수께서는 제갈량의 계략에 속고 계십니다.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천수태수 마준이 군사를 일으키려 할 때 중랑장 강유가 말렸습니다. 강유는 어려서부터 온갖 서적을 두루 탐독했고 병법과 무예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지극한 효도로 받들어 고을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았습니다. 그런 그가 제갈량의 계략을 꿰뚫어 보고 말했습니다.   근자에 듣자니 제갈량이 하후무를 무찔러 남안성으로 몰아넣고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다던데, 어떻게 엄중한 포위망을 뚫고 사람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배서는 이름도 없는 하급 장교로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더욱이 안정에서 왔다는 파발꾼은 갖고 온 공문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람은 바로 촉장으로 위장을 사칭한 것입니다. 태수를 속여 성 밖으로 끌어내면 성안에서 방비가 없게 될 터이니 한 무리의 군사를 근처에 숨겨 두었다가 빈틈을 타고 천수를 빼앗으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대가 깨우쳐 주지 않았더라면 간계(奸計)에 속아 잘못을 저지를 뻔했소.   태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제갈량을 잡고 남안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수는 크게 기뻐하며 강유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강유. 강유는 제갈량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 그의 후계자가 되었을까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11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4) 눈물을 쏟으며 출사표를 쓴 제갈량, 눈물을 머금고 낙향한 사마의

    [술술 읽는 삼국지](94) 눈물을 쏟으며 출사표를 쓴 제갈량, 눈물을 머금고 낙향한 사마의

    제갈량이 남만을 평정하고 성도로 가기 위해 노수를 건너려고 하는데 검은 구름이 모여들고 모진 바람이 휘몰아쳐서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맹획에게 이유를 물으니 물귀신이 소동을 부리며 해코지를 하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귀신이 소동을 일으키며 해코지를 하면 온 나라에서 마흔아홉 덩이의 사람 머리와 검은 소 흰 양을 바쳤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풍랑도 가라앉고 해마다 풍년도 들었습니다.   나는 이제 평정을 끝냈소. 어찌 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죽일 수 있겠소?   제갈량은 주방 책임자를 불러 소와 말을 잡고 밀가루 반죽 속에 고기를 넣어 사람 머리처럼 빚으라고 했습니다. 그 이름을 ‘만두(饅頭)’라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그날 밤 노수에 나와 직접 제사를 지내고 만두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다음날, 제갈량은 대군을 이끌고 노수의 남쪽 기슭으로 갔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걷히고 바람도 없어 물결이 고요했습니다. 촉군은 아무 일 없이 노수를 건너서 성도로 갔습니다. 후주는 제갈량을 성대하게 맞이했습니다. 태평연회(太平筵會)를 베풀고 전군에 상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먼 나라에서도 공물을 바치러 성도로 몰려들었습니다.   만두를 빚어 노수에 제사 지내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조비는 견황후와의 사이에 조예라는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조예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조비에게 무척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비는 또 곽영의 딸을 귀비로 삼았는데, 곽귀비는 견부인이 조비의 사랑을 잃자 자신이 황후가 되기 위해 총애하는 신하 장도와 상의를 했습니다. 장도는 조비가 몸이 아픈 것을 기회로 견황후 궁중에서 파냈다며 오동나무로 만든 인형을 바쳤습니다. 천자의 사주와 저주를 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조비는 크게 노하여 견부인을 죽이고 곽귀비를 황후로 세웠습니다. 곽귀비는 자식이 없었기에 조예를 양자로 삼아 아들처럼 키웠습니다.   조예는 15살이 되자 활솜씨와 말솜씨가 능숙해졌습니다. 봄날, 조비는 조예를 데리고 사냥을 갔습니다.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이 뛰어나오자 조비는 단번에 어미 사슴을 쏘아 죽였습니다. 새끼 사슴이 조예 앞으로 달려가자 외쳤습니다.   얘야! 왜 쏘지 않느냐?   폐하! 이미 어미를 죽였는데 어찌 차마 새끼까지 죽이옵니까?   내 아들이 참으로 어질고 덕 있는 임금이 되겠구나!   조비는 즉시 조예를 평원왕(平原王)에 봉했습니다. 조비의 병세가 점점 더해지고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조비는 조진, 진군, 사마의를 불러 조예를 부탁했습니다. 조비는 재위 7년 만인 40세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조예가 황제가 되어 문무 관료들을 승진시키고 대사면령을 내렸습니다. 이때, 사마의는 표기장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옹주(雍州)와 양주(涼州)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사마의가 표를 올려 자신이 지키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예는 즉시 사마의를 옹주와 양주의 군사를 총괄하게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제갈량이 깜짝 놀랐습니다.   조비는 이미 죽고 적장자 조예가 즉위했으니 다른 것은 모두 염려될 것이 없으나, 사마의는 지략이 깊은 사람으로 이제 옹주와 양주의 군사를 도독하게 되었으니 만약 훈련을 마치면 반드시 촉에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먼저 군사를 일으켜 치는 것이 낫겠다.   사마의가 비록 위국의 대신이라고는 하지만, 조예는 평소부터 그를 의심하고 꺼려왔습니다. 사람을 낙양과 업성으로 은밀히 보내 그가 모반하려 한다는 유언을 퍼뜨리고, 또 사마의가 천하에 포고하는 것처럼 방문을 여러 곳에 붙여 조예의 의심을 부추기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입니다.   두 아들과 함께 낙향하는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마속의 계책을 따라 즉시 시행에 옮겼습니다. 조예가 이를 알고 크게 의심이 들어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화흠과 왕랑이 아뢰었습니다.   사마의가 표를 올려 옹주와 양주를 지키겠다고 자청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전에 태조무황제께서 일찍이 신에게 말씀하시길, ‘사마의는 매처럼 노려보고 이리처럼 돌아본다. 병권을 맡겨서는 아니 된다. 오랜 뒤에는 반드시 국가에 큰 화가 될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모반하려는 정이 이미 싹텄으니 속히 죽여야 합니다.   사마의는 육도삼략에 매우 밝고, 병기도 꿰뚫고 있으며 원래부터 큰 뜻을 품고 있습니다. 만약 일찌감치 제거하지 않으면 오랜 뒤에는 반드시 화가 될 것입니다.   대장군 조진이 촉오의 첩자들이 반간계를 써서 자중지란으로 몰아갈 수 있으니 깊이 통찰해야 한다고 말렸습니다. 사마의는 억울한 누명을 쓰자 조예에게 달려와 울면서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화흠이 강력히 반대하자 조예는 그의 말을 따라 사마의의 관직을 떼고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제갈량은 계략대로 사마의가 좌천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자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즉시 후주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전군을 출동시켰습니다. 선봉은 조운과 등지였습니다. 조예도 제갈량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나섰습니다. 왕랑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안됩니다. 하후부마는 전쟁 경험이 없는데 곧바로 큰 임무를 맡긴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갈량은 지혜가 풍부하고 계략이 많은 데다 육도삼략에 매우 정통하니 가벼이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사도! 제갈량과 손잡고 내응이라도 하려는 게 아니오? 나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육도삼략을 배우고 익혀 병법에 정통하오. 당신은 어째서 내 나이가 어리다고 깔보시오? 내가 만약 제갈량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맹세코 돌아와 천자를 뵙지 않겠소.   하후무는 큰소리로 장담하고 장안으로 갔습니다. 20여만 명의 군사를 출동시켜 제갈량과 싸우러 갔습니다. 그의 말대로 제갈량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모종강은 제갈량이 후주에게 출사표를 올리며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서예가 무산 윤인구의 ‘제갈량 출사표’. 허우범 작가   ‘제갈량이 북벌을 하면서 남쪽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이것이 무후가 즐거운 것이고, 무후가 밖에서 정벌하면서 끝내 조정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이것이 무후가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만이(蠻夷)를 평정한 이후 걱정거리는 남쪽이 아니라 바로 후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사표를 보면 “표를 올리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라고 말하고 있다. 모름지기 위를 정벌하는 것은 위를 정벌하는 것뿐인데 무엇하러 눈물을 쏟겠는가? 바로 이때의 나라 형편은 실로 존재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위급한 처지에 있었고, 후주는 그야말로 취생몽사(醉生夢死)하는 형편에 빠져 있었다. ‘아비만큼 아들을 아는 사람은 없다’는 말은 딱 맞는 말임이 이미 증명되었지만 ‘임금만 한 신하가 없다’고 스스로 취한 말이 끝내 참말이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이리하여 직접 많은 군사를 이끌고 떠나지 않을 수 없었고, 또한 잠시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간곡히 일깨우고 정중히 당부하기를 한 번은 엄한 아버지같이 하고, 한 번은 인자한 어머니같이 한다. 아마 무후가 이날 표를 올리며 눈물을 쏟은 것은 후주에게 매우 난처한 점이 있어서였을 것이고, 한나라 역적과 양립할 수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사람은 다만 이 표가 역적을 토벌하기 위한 의리 때문인 줄로만 일고 그가 임금을 생각하고 보위하려는 충성 때문인 줄은 모른다. 어찌 무후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06 07:00

  • [술술 읽는 삼국지](93) 제갈량이 칠종칠금(七縱七擒)하자 진정으로 복종한 맹획

    [술술 읽는 삼국지](93) 제갈량이 칠종칠금(七縱七擒)하자 진정으로 복종한 맹획

    제갈량이 후주를 모시며 통치한 지 3년, 농사는 풍년이고 백성들은 태평세월을 보냈습니다. 창고는 군량이 풍족했고 재화도 넘쳐났습니다. 이러한 때, 익주군에서 급보가 날아왔습니다.   만왕(蠻王) 맹획이 10만 명의 만병을 일으켜 국경을 넘어와서 약탈하고 있습니다. 건녕태수 옹개가 맹획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키자 장가태수 주포와 월준태수 고정은 성을 바쳤고, 영창태수 왕항만이 배반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옹개, 주포, 고정 세 사람의 부하 인마가 모두 맹획과 함께 양도관이 되어 영창군을 공격하고 있는데, 왕항은 공조(功曹) 여개와 함께 백성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이 성을 사수하고 있으나 형세가 매우 다급합니다.   촉군을 공격하는 남만군의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후주에게 국가를 위해 직접 대군을 거느리고 토벌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후주와 신하들이 반대했습니다. 국가의 중책을 맡고 있으니 원정은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이 설득했습니다.   남만 땅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사람들이 왕화(王化)에 젖지 않아 굴복시키기가 매우 어렵소.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정벌해야 하오. 당겼다 늦췄다 하면서 별도로 고려해야 할 터이니, 쉽사리 누구에게 부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익주군에 도착한 제갈량은 먼저 고정의 선봉인 악환을 잡아서 다독였습니다. 고정이 옹개에게 현혹되지 말고 속히 귀향하여 화를 면하라며 살려주었습니다. 옹개는 제갈량이 반간계를 쓰는 것이라며 고정을 질책했지만 고정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은 사로잡은 부하 군사들도 모두 살려주며 반간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고정과 옹개의 군사들은 옹개와 주포의 수급을 베어 제갈량에게 항복했습니다. 제갈량은 고정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일부러 너에게 이 두 역적을 죽여 충성심을 보이게 한 것이다.   즉시 고정을 익주태수(益州太守)로 삼아 3개 군을 도맡아 다스리게 하고 악환을 아장(牙將)으로 삼았습니다. 영창태수 왕항이 제갈량을 만나서 여개를 추천했습니다. 여개는 제갈량에게 자신이 그린 ‘평만지장도(平蠻指掌圖)’를 주었습니다. 제갈량을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때, 마속이 후주의 칙령을 받들어 군사들에게 술과 옷감을 나누어 주려고 왔습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남만(南蠻)을 평정할 계책을 물었습니다.   남만은 그들이 사는 땅이 이곳서 멀고 험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오랫동안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 그들을 무찌른다고 해도 그들은 내일이면 또다시 배신할 것입니다. 지금 승상께서 대군을 거느리고 그곳에 가시면 그들은 반드시 평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군사를 철수시켜 돌아와 그 군사들로 북쪽의 조비를 치시면, 남만의 병사들은 나라 안이 무방비임을 알고 금방 배신하여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방법을 상수로 삼고,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하수로 삼습니다. 심리전이 가장 좋은 전략이고, 군사를 투입하여 싸우는 것이 가장 나쁜 전략입니다.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굴복시키실 것입니다.   제갈량은 마속의 계책대로 남만이 마음으로 승복할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맹획을 따르던 무리를 귀가시켜 민심을 다독였습니다.   너희는 모두가 착한 백성들이다. 그런데 맹획에게 예속되어 이런 불행한 꼴을 당했구나. 내가 생각하기에 너희의 부모형제, 처자들은 오늘도 대문에 기대어 너희가 돌아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싸움에 졌다는 풍문이라도 들으면 애간장이 끊어져 녹아내리고 두 눈은 피눈물이 흐를 것이다. 내 너희들을 모두 살려서 보낼 터이니 모두 돌아가 집안을 안정시키도록 하라!   맹획은 잔여세력을 이끌고 운남(雲南)으로 도망하여 더욱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맹획은 위신을 중시하는 고집불통의 수령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이런 맹획에게서 진심으로 항복을 받아내야만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갈량은 맹획을 7번을 사로잡았다가 풀어주었습니다.   촉군에 사로잡혀 제갈량에게 끌려온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첫 번째는 반간계의 꾀를 내어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두 번째는 맹획이 노수(瀘水)를 방패 삼아 성을 쌓고 장기전을 벌이자, 밤에 노수를 건너 맹획을 사로잡았습니다. 세 번째는 제갈량이 병가의 금기인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진영을 세우고 맹획을 유도하자, 맹획은 아우인 맹우에게 거짓 항복하게 한 후, 안팎에서 화공으로 공격하기로 하지만 역시 제갈량에게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네 번째도 맹획 형제는 제갈량의 함정에 빠져 다시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독룡동(禿龍洞)에서 대항하는 맹획을 공략하는 것인데, 이곳은 지세가 험하고 독사와 전갈이 많으며 저녁 무렵에는 독한 안개가 사람을 질식시키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길가의 물은 모두 독이 들어 있어서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산속의 노인에게 예방과 해독법을 알아내고는 이번에도 맹획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섯 번째는 신비한 도술을 부리는 목록대왕을 무찌르자, 맹획의 처남인 대래동주가 맹획 일당을 사로잡아 오는 척하며 제갈량을 무찌르려 하는 것을 역으로 사로잡아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오과국(烏戈國)의 천하무적인 등갑군(籐甲軍)을 제갈량은 불로 제압하고 맹획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갈량의 신기(神技)와 마술적인 계략에 맹획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육단사죄(肉袒謝罪)하며 항복했습니다.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준 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오. 내 비록 변방에 살고 있지만 예의는 알고 있소. 어찌 염치가 없겠소이까. 이제 공은 우리에게 황제의 위엄을 보이셨으니, 이곳 사람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오.   제갈량은 맹획을 용서하고 그동안 정복한 모든 지역을 그에게 주며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제갈량의 은덕에 감복하여 사당을 세우고 자부(慈父)라고 부르며 따랐습니다.   제갈량의 칠종칠금에 진심으로 항복하는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윤건에 깃털부채 들고 수레에 앉아  羽扇綸巾雍碧幢 일곱 번 사로잡으니 만왕이 스스로 항복하네 七擒妙策制蠻王 지금도 남만 땅에는 위엄과 덕 기리기 위해 至今溪洞傳威德 높은 언덕 선별해서 사당을 세웠다네.  爲選高原立廟堂   제갈량은 군사들을 배부르게 먹인 후 군사를 성도로 철수시켰습니다. 위연에게 앞장을 서라고 했습니다. 위연이 노수 가에 이르러 강을 건너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들며 수면에서 한바탕 모진 바람이 일어나더니 모래를 날리고 자갈을 굴리며 휘몰아쳐서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맹획을 불러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제 제갈량에게 진심으로 승복한 맹획이 어떻게 제갈량을 도와줄지 궁금합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3.12.0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