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한국에 이빨 드러내는 中…한국 눈귀 막는 보이지 않는 손(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한국에 이빨 드러내는 中…한국 눈귀 막는 보이지 않는 손(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한국에 이빨 드러내는 中…한국 눈귀 막는 보이지 않는 손(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6월 6일,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공중전략순찰이 이뤄진 직후,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각각 4대가 남해와 동해의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영공 침범은 없었으며, 군은 중국 및 러시아의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해 전투기를 투입하는 등 전술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다.      군용기(軍用機)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항공기를 통칭하는 것으로 한국군에서는 이 단어를 중국의 공중 무력 도발을 순화할 때 주로 쓴다. 모든 유형의 중국 군용기나 선박이 방공식별구역 또는 영해 인근에 나타날 때마다 항공기와 군함을 보내 감시·추적하고 해당 사안을 즉각 공개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군은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단히 관대하다. 언론이 먼저 보도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축소·은폐하려는 경향이 심하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때 드러난 것처럼 한국군은 중국 군용기의 연간 KADIZ 침입 횟수를 100회 이상 줄여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가 들통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서해와 남해에서는 2~3일에 한 번꼴로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이 이루어지지만, 이번과 같이 일본 측의 발표가 먼저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군은 대부분 중국군의 이러한 군사적 도발을 먼저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할 경우 한국 내에서 반중 정서가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축소·은폐하는 것이다.   22일 러시아 국방부가 유튜브에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실시한 중·러 연합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Tu-95MS 전략폭격기가 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사실 중국·러시아 전투기·폭격기·조기경보기 동원 무력시위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보다 KADIZ 공역에서 더 오래 실시됐다. 중·러 군용기들은 일본을 상대로는 기껏해야 대마도 인근 공역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한국의 KADIZ에서는 그야말로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그들은 마라도-이어도 사이의 공역, 한국 남해·동해 영공선 외곽과 독도·울릉도 인근을 비행했다. 이런 도발을 당하고도 한국군은 “영공 침범은 없었다”는 말부터 꺼내고 본다. 아직 군사·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항의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한국군의 이러한 ‘중국 눈치 보기’는 정권의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인보다 더욱 안보에 집중해야 하는 군인들이 정치인보다 더 중국의 안보 위협을 축소·은폐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손목과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한 고압적이고 적대적인 의지를 드러낸 바 있고 실질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명백한 적국(敵國)이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 상태이고, 법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그런 북한과 조·중 우호 및 상호원조조약(中朝友好合作互助條約)을 체결한 동맹국으로 명백한 한국의 적국이다.      중국은 휴전 이후 군사적으로 한국에 대한 적대적 의지와 능력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고 지금도 로켓군 산하 3개 여단이 최소 600발, 최대 800발의 탄도미사일을 한국에 겨누고 있다. 명백히 존재하는 이러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한국군은 중국의 적대적 의지와 능력을 애써 외면하고 있고 국민이 그러한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게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풍 41호(DF-41). 지상발사형 이동식 핵미사일이다. AFP=연합뉴스   필자는 과거 국방부·각 군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여러 정권에서 국방부·국회 의뢰로 수많은 연구 과제를 진행할 때도 군은 항상 “중국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국과의 불필요한 군비 경쟁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든 무기도입 사업은 안보환경 평가와 적 위협 분석에서 시작된다. 신냉전 체제가 심화하고 중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적대 의지와 능력을 분명하게 가진 상황에서 그것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째서인지 한국군 내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들이 거의 매일 동경 124도선을 넘어 한반도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최근 6년 사이에는 아예 동해까지 들어와 울릉도·독도 인근을 휘젓고 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미국이나 일본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거나 국정감사 과정에서 탄로 나기 전까진 절대로 한국군에 의해 선제적으로 공표되지 않는다.     한국군의 무기체계 소요 제기 과정에서도 ‘중국 위협’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애초에 SM-3급 장거리 탄도탄 요격체계 탑재를 위해 추진되던 이지스 구축함 배치 2 사업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고고도·장거리 요격용 SM-3가 저고도·중거리 요격용인 SM-6로 바뀌는 상황도 벌어졌을 정도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며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적대적 의지를 점점 더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한국은 더 이상 중국의 실체적 위협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녹을 받으며 제복을 입은 군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중·러 연합 해·공군 입체 무력시위가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6.16 07:00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한국에 이빨 드러내는 中…한국 눈귀 막는 보이지 않는 손(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한국에 이빨 드러내는 中…한국 눈귀 막는 보이지 않는 손(上)

    지난 수천 년간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와 정치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주변의 다른 나라와 융화되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진나라 이후 들어선 그 어떤 왕조에서도 주변 세력이나 국가를 자신들과 동등한 대상으로 인식한 적이 없는 대단히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나라였고 그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들의 배타성은 국호에 ‘중화(中華)’라는 말을 쓰는 것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을 천자국(天子國)으로 부르며 주변 국가나 세력을 ‘오랑캐’로 인식해왔다. 오랑캐라는 말은 중세 몽골어로 산에 사는 야만족을 뜻하는 우량카이(烏梁海)가 어원인데, 명나라 때부터 한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을 야만족으로 비하해 부르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세상의 중심인 중원(中原)에 중화민족이 있고, 주변에 동이(東夷)·서융(西戎)·남만(南蠻)·북적(北狄)이라는 오랑캐들이 살고 있다는 세계관 속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다.    이런 오만하고도 배타적인 세계관은 베스트팔렌 체제 이후 계속된 ‘주권국가’ 개념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현대 국제사회에서 모든 나라는 국력의 강약을 막론하고 고유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주권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타국이 침해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중국인들의 천하사상(天下思想)에서 보면 이러한 주권국가는 중원의 천자국인 중국 단 하나이다. 나머지 국가는 천자국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공물을 바치며 복종해야 하는 제후국(諸侯國) 또는 정벌의 대상인 오랑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하에서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규칙’이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다자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늘날 중국이라는 전체주의·공산 독재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 3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거부한다고 천명하고 이에 반대되는 개념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신형대국관계의 개념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서로 이익과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라는 뜬구름 잡는 설명만 해왔다.      그런 중국이 이 ‘신형대국관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6월 8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초청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의 원인을 ‘탈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정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해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중 관계를 경제적 종속(從屬) 관계로 정의했다.      그는 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면 대단히 고맙겠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중국 관계에서 미국이라는 고려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개 국장급 외교관이 대한민국 의전서열 8위의 제1야당 대표를 앉혀놓고 자신이 마치 구한말 위안스카이(袁世凱)라도 된 양 한국을 꾸짖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싱 대사는 “중국 인민들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중국몽이라는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질서 계획에 협조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는 사실상 협박이다. 여기서 ‘중국몽(中國夢)‘은 시 주석 본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중화민족의 위대했던 시기를 복원하는 것’, 즉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자 유일한 패권국이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이 고유하고 불가침한 주권을 가진다는 현대적 국제관계를 엎어버리겠다는 이 도발적 망상(妄想)은 그저 구호에서 끝나지 않고 철학적 담론으로 활발히 연구되며 체계화·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 겸임교수이자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인 자오팅양(趙汀陽) 박사가 2005년 공개적으로 ‘천하론’을 꺼냈고, 저장대(浙江大學)에서 ‘관변학자’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수쥔(尤淑君) 교수는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천하질서’의 새로운 형태로 규정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처럼 기존 국제질서를 완전히 갈아엎으려는 새로운 세력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충돌로 이어진다. 제1·2차 세계대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베이징 거리에 설치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과 ‘중국몽, 인민몽’(중국의 꿈, 인민의 꿈)이란 슬로건이 설치된 대형 홍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반도는 이러한 충돌의 최전선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싸움에서 자신들의 심장부인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대중국 최전선 군사기지가 있는 한반도를 반드시 자신들의 통제 속에 두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도 도전자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 반드시 그들의 심장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전진기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입장 정리를 끝내고 중국의 전위(前衛)를 자처하고 있지만,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서 최대 수혜를 입으며 중견국가로 성장한 나라이고 미국과 군사동맹관계에 있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중국은 한국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대놓고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해도 한국으로부터 그 어떤 실질적 항의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싱하이밍의 도발적 언사가 있기 전, 중국은 한반도 인근에서 대대적인 무력 도발을 자행했다. 6월 6일과 6월 7일 이틀에 걸쳐 한반도의 남쪽과 동쪽을 크게 휘젓고 다니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유린하는 이른바 ‘합동공중전략순찰’을 실시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6월 6일, 각각 국방부 보도자료를 내고 “6차 합동공중전략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시작된 ‘연례행사’인 이 전략순찰은 중국 연안에서 시작해 한국 남해와 대한해협, 독도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임의의 경계선을 중국과 러시아 전략폭격기들이 합동으로 ’순찰‘하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순찰(巡察)’이란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핀다는 의미로 통상 해당 지역에 대한 권리가 있는 사람 또는 조직이 실시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순찰’했다는 곳은 대한민국 영토인 마라도 외곽 영공 경계선 일대와 일본 영토인 대마도 외곽 영공 경계선을 지나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와 울릉도 외곽의 영공 외곽선이 이어지는 가상의 선이다. 즉, 관할권도 없는 자들이 남의 땅 근처에 와서 순찰하고 갔다는 것이다. 명백한 도발이자 위협 행위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왼쪽)와 중국 H-6 폭격기. A-50 조기경보통제기,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와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2020년 12월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러시아 국방부 영문 홈페이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중국과 러시아는 도발 직후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서 기체 번호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일본 항공자위대 F-2A 전투기가 대마도 인근 공역에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어떤 기체들이 이번 도발에 동원됐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도발을 통해 서방 세계에 보낸 메시지는 ‘중·러의 역할 분담과 팀워크 과시’였다. 러시아 딴에는 ‘협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중국인들은 속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금 중국과 대등한 협력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예속이 심화하고 있고, 이번 폭격기 도발도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보다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    중국군 폭격기는 동부전구 산하 제10폭격기사단(第10轟炸機師) 제28연대 소속 H-6K로 안후이성(安徽省) 안칭(安慶)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부대에서 차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YJ-12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투발 전문 부대로 동중국해와 일본 오키나와 군도의 미야코해협(宮古海峡)에서 수시로 미 항모 타격 훈련을 하는 일명 ‘항모 킬러’부대다. 일본 항공자위대와 수시로 조우하는 부대이기도 하다. 중국 폭격기는 이번 도발 때 별도의 무장을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대함 타격 임무를 수행할 때 미군 방공 시스템에 전자전을 거는 광역 전자 교란용 전자전 포드를 탑재하고 비행했다.    러시아측 폭격기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제326중폭격기사단 예하 제182근위중폭격기연대 소속의 Tu-95MS 전략폭격기로 확인됐다. 이들은 아무르주(Amur oblast) 우크라인카(Ukrainka)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부대다. 이 부대의 임무는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 즉 핵 공격이다.      과거에는 Kh-22 초음속 대함 미사일 투발 임무도 수행했지만, 현재는 같은 사단 예하 제200·444중폭격기연대에 대함 타격 임무를 인계하고 Kh-55와 Kh-101/102 미사일을 이용한 전략 타격 임무만 수행하는 전력이다. 요컨대 이번 도발은 중국이 미 항모전단에 대한 차단 임무를, 러시아가 미국·일본의 군사기지에 대한 전략 타격 임무를 분담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폭격기가 울릉도와 독도 일대를 휘젓고 다니던 그 시점에 중국은 북해함대 소속 055형 구축함 ‘안산(鞍山)’과 054A형 호위함 ‘린이(临沂)’도 동해로 보냈다. 동부전구는 폭격기를, 동부전구는 전투함과 전투기를 보내 러시아와 협동으로 한반도를 에워싸는 군사 도발을 벌인 것이다.   국방부는 7일 전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관련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지난해 5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이 KADIZ를 진입했을 당시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가 중국 H-6 폭격기를 호위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에게 관할권이 없는 타국 인근의 하늘에 핵무장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띄워 순찰을 하는 것은 해당 국가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고 위협이다. 일본은 6월 7일, 마쓰로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을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이자 위협으로 규정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항의했다.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조치지만 사실 일본보다 더 심한 피해국인 대한민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일언반구의 항의조차 없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6.15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上) ▲어제의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중국이 기종을 가리지 않고 서방 공군 출신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사시 싸워야 하는 적의 전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낙후된 공군 운용 전술과 교리를 갈아엎기 위해서다.   중국공군은 소련의 지원으로 탄생했고 소련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군대다. 중국공군은 중·소 결렬 이후 기술적으로는 자립을 추구했지만 소련의 공군력 운용 사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오랫동안 육군이 가장 중요한 군종으로 대접받았고 공군은 육군을 보조하는 부수적인 군종 정도로 인식됐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이른바 ‘걸프전 쇼크’로 상당 부분 옅어졌지만 반세기 넘게 이어진 교리와 전술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금도 중국이 공개하는 공군 훈련을 보면 ‘서방식’보다는 ‘소련식’에 가까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전투기들은 근접항공지원(CAS : Close Air Support) 훈련을 할 때 여전히 무유도 폭탄과 로켓을 사용하고 있고 공중전 훈련 때는 냉전 때나 썼을 법한 구식 기동과 편대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중국이 태국과 실시한 연합훈련에서 태국 공군에 참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이른바 ‘난파톈(南覇天)’으로 불렸던 최정예 부대를 투입해 가상 공중전을 실시했지만 태국공군의 F-16과 JAS-39C/D 그리펜(Gripen) 전투기에 완패했다. 4:0 완패의 원인을 분석한 중국 측 전문가는 기체의 성능 차이도 문제였지만, 조종사들의 낡은 교리와 전문성 부족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 최정예라던 전투조종사 가운데는 태국공군 전투기가 발사한 ‘사이드와인더’ 적외선 추적 공대공 미사일이 날아오자 태양을 향해 수직 상승한 뒤 엔진 추력을 급격히 줄이는 회피 기동을 한 조종사도 있었다. 이런 방식의 회피 기동은 적외선 추적 방식의 공대공 미사일이 막 배치되던 1950년대 후반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시커(Seeker) 성능이 크게 향상된 오늘날에는 전혀 안 통하는 낡은 방법이다. 중국의 전투기 조종사 역량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015년 중국이 태국과 실시한 Falcon Strike 연합훈련. Royal Thai Air Force   중국이 서방 국가들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한 직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 특히 연합훈련 경험이 풍부하고 실전 경험이 있는 조종사는 그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는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유사시 베테랑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 1대는 총을 들고 육지를 뛰어다니는 수백 명의 보병부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한다. 각국 공군이 괜히 조종사 구출을 전담하는 별도의 특수부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투기의 기술적 발전은 바로 이런 조종사들의 개선 요구에서부터 시작되며, 훈련과 실전에서 이들이 얻은 교훈은 새로운 전술과 교리가 되어 동료들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전수된다.    지금까지 중국의 전투조종사 스카우트 공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국가는 미국·호주·영국·프랑스·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다. 놀랍게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일본 전투조종사들의 스카우트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내 8대 항공사에서 중국으로 이직한 조종사는 367명이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공군 출신이었다. 이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중국 항공사에 취업하기는 했지만 이들 가운데 중국공군의 교관 역할로 스카우트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반면 앞서 언급한 서방 국가들에서는 갓 전역한 조종사는 물론 전역한 지 오래된 50대 조종사들도 스카우트 대상이 됐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국가들 조종사들의 기량과 역량이 한국공군 조종사들보다 월등하고 각종 훈련과 실전 투입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고, 미국의 전쟁 선봉에는 언제나 공군력이 있었다. 미국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실전을 통해 계속해서 전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고, 자체 훈련은 물론 다국적 연합훈련도 수도 없이 실시하며 타국의 신형 전술과 교리를 적극적으로 ‘염탐’하기도 한다.    세계 최강의 항공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그야말로 ‘훈련에 미친 나라’다. 알래스카에서 매년 4회, 네바다에서 매년 3~6회 ‘레드 플래그(Red flag)’ 훈련을 한다. 편을 갈라 실전에 가깝게 진행되는 이 훈련은 미 육·해·공·해병대 항공 전력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동맹과 우방국도 많이 참여한다. 여기에는 영국·프랑스·호주·독일 등 이번에 중국의 조종사 스카우트 공작이 보고된 나라들은 물론, 벨기에, 캐나다, 인도,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수십 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Electronic Attack Squadron 132의 미 해군 공군이 2020년 7월 31일 Red Flag 20-3 훈련 전 이륙할 EA-18G Growler를 준비하고 있다. US air force   이와 별개로 유럽·아시아·인도·중동 등 권역별 연합훈련도 끊임없이 계속된다. 각국 공군과 모의 공중전을 벌이기도 하고 아예 미국 내 민간군사기업(PMC)의 전투기들까지 가세해 실전과 같은 고강도 훈련을 벌이기도 한다.    미국에는 다양한 PMC가 있고, 이 가운데 절대다수는 ‘군사자문기업(MCF : Military Consultant Firms)’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MCF 가운데는 어지간한 중소 국가의 공군력을 능가하는 전투기 전력을 보유한 회사도 많다.      ATAC(Airborne Tactical Advantage Company)이라는 업체는 미라지 F1 전투기 63대와 호커 헌터(Hawker Hunter) 전투기 20대, 크피르(Kfir) 전투기 6대 등을 보유하고 있고, Air USA라는 업체는 F/A-18 전투기 46대와 MIG-29 전투기 4대, F-5E 전투기 10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조종사는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고, 이들은 ‘민간 교관 조종사’로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전투기 조종술을 가르치며 공중전 훈련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주기도 한다.    민간 교관 조종사로 활동하는 베테랑들은 여전히 군인정신과 애국심을 가진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는 곧 그들의 기술과 지식이 사익(私益)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바로 여기에 착안했고 이런 사람들을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각 부대에 배치했다.    이번에 적발된 독일 조종사들은 물론, 미국에서 기소된 퇴역 해병대 조종사들은 중국공군의 교리 개발을 담당하는 부대나 조직이 아닌 일선 비행여단에 배치돼 중국 전투기 조종사들과 밀착하며 활동했다. 이들은 J-11 또는 J-16과 같은 중국제 전투기 조종이 가능하도록 기종 전환 교육을 받고 미국·유럽제 전투기들의 공중전 기술과 부대 교리·전술을 중국제 전투기와 조종사에게 전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과거 J-11과 J-16이 러시아의 Su-27과 Su-30 같은 형태로 운용됐다면 서방 조종사들에게 교육을 받은 J-11과 J-16은 이제 F-15C나 F-15E와 같은 교리와 전술을 구사하는 제대로 된 4.5세대 전투기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서부전구사령부 공군 항공여단 소속 중국 J-16 전투기가 2021년 10월 10일 비행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China Ministry of Defense   중국에 고용된 서방 출신 전투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몰던 F-15나 F-16, F/A-18, 유로파이터 등의 전투기가 어떤 식으로 운용되고, 공중전 상황에서 어떤 기동과 전술을 사용하는지를 중국에 노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향후 서방측 공군 전투기들과 중국 전투기들이 맞붙게 되면 중국이 서방측 전투기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공중전 기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최근 노후 전투기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전투기 전력을 4.5세대 이상 기종으로 정비하며 미국·유럽과의 전투기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혀온 바 있다. 일부 전투기는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기술적 진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조종사 기량 문제였는데, 이 문제도 미국·유럽 출신 전투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해서 대단히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베테랑 전투 조종사들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고급 자원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고작 수억 원에 데려와 그들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흡수했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아직 미국과 유럽 각국은 중국에 넘어가 중국공군의 교관 역할을 해 주는 서방 출신 베테랑들의 숫자가 몇 명이나 될지 추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방 세계가 힘을 합쳐 베테랑 조종사 중국 유출을 막기 위한 적극적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차후 미·중 충돌이나 대만 유사시 서방 각국은 서방식 전투기 조종술과 공중 전술을 구사하는 중국공군과의 힘겨운 싸움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6.09 07:00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上)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6월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독일 국방장관이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리 부장에게 “독일군 출신 조종사들을 고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리 부장은 중국이 독일 출신 조종사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커녕 그것이 문제 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독일공군에서 전역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조종사들이 중국정부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중국에 들어가 교관 조종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돌고 있었다. 독일 보안당국도 이 문제를 진작 인지하고 있었지만 관계자 소재를 파악해 추적·체포까지 했던 미국과 달리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샹그릴라 대화 직전,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이 이 문제를 폭로하면서 부랴부랴 대응하는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중국에 위장 취업한 것으로 확인된 조종사는 최소 3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독일 공군의 최신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교관 조종사였고, 1명은 토네이도 IDS 전폭기 교관 조종사였다. 이들은 독일 공군 전투기 운용 전술과 주요 작전 보안에 대한 기밀은 물론, NATO의 공군 전술에 대한 기밀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었다. 특히 유로파이터 타이푼 교관 조종사 출신인 ‘피터 S’ 씨는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독일 공군 제73전술비행대 주둔지인 로스토크에 여전히 주소를 두고 있었고 독일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공군에 고급 공중전투기술을 전수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보안당국은 이들이 동아프리카의 조세 회피처인 세이셸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뒤 이 페이퍼 컴퍼니와 중국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중국 당국에 고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이 계약을 주도한 중국 측 인사는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며, 독일 조종사들이 계약을 체결한 중국 업체는 2014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독일 당국은 이들이 중국 간첩과 접촉해 페이퍼 컴퍼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독일 매체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치치하얼(齊齊哈爾)에 있는 중국 공군기지에서 교관 조종사 업무를 맡았다. 독일 매체 보도가 사실이라면 독일 조종사들은 치치하얼 싼자쯔(齊齊哈爾三家子)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항공여단의 교관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대는 J-7 전투기를 운용하던 부대였지만 이들이 교관 조종사를 맡을 시기에 최신형 다목적 전폭기인 J-16으로 기종을 바꾼 바 있다.    중국 남부 광동성의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 국제 항공 항공 우주 전시회에서 비행 시연 프로그램을 수행한 후 행진 중인 모습. NOEL CELIS=AFP   서방 선진국 출신의 전투기 조종사가 중국에 넘어가 ‘과외’를 했다가 적발됐다는 보도는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해 미국은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호주에서 조종사 훈련 사업을 하다가 중국군과 계약을 맺고 교관 조종사로 일했던 인물을 체포해 기소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퇴역 장교들이 중국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 공군 출신 조종사들 상당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23만 파운드, 한화 3억 75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중국행을 택한 조종사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토네이도, 해리어, 재규어 등 기종도 다양했고, 실전 경력을 가진 인물들도 있었다.    각국 언론은 군 전투조종사 출신 인사들의 중국행으로 미국과 NATO의 군사기밀이 중국으로 흘러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기밀 유출이 아니다. 기껏해야 영관급 정도의 장교가 접근할 수 있는 등급의 군사기밀은 그렇게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중국 정도의 정보전 수행 능력이 되는 나라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1인당 수억 원의 고액 연봉을 주면서 미국과 NATO 각국의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일까?    중국의 서방 전투기 조종사 스카우트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을 시작한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필요한 핵심 전력으로 F-16을 비롯한 서방제 전투기 공여를 미국과 NATO에 간곡히 요청했고, 최근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 폴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조종사 교육이 막 시작됐다. 조종사 교육은 다급한 전장 상황을 고려해 4개월 교육의 속성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언론은 올가을 F-16이 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마치 전쟁이 끝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와 아주 다르다. 특히 F-16을 오랫동안 몰았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전 NATO 최고사령관 출신 장성은 우크라이나의 ‘F-16 만능론’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미 유럽공군사령관을 거쳐 미 유럽사령관 겸 NATO 최고사령관을 역임한 필립 M. 브리드러브(Phillip M. Breedlove) 퇴역 대장은 지난 5월 말,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각국에서 부풀려지고 있는 ‘F-16 만능론’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F-16을 인수해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서방식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달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F-16을 받은 조종사들이 그걸 MIG-29처럼 운용한다면, 그건 조금 더 나아진 MIG-29일뿐이지 F-16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단기간의 기종 전환 교육만으로는 F-16이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공군 태동기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이 때문에 전투기의 성격이나 운용 교리가 대단히 이질적이다. 미군의 전투기는 전장을 주도하는 ‘주역’의 성격이 짙지만, 러시아의 전투기는 ‘붉은 군대 서열 1위’ 군종인 육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조연’의 성격이 짙다. 미군은 ‘아군 공역’이 아닌 ‘적군 공역’에서 전투기를 공세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군은 ‘아군 공역’에서 지상군에 대한 방공 지원을 주요 임무로 삼고, 지상 화력 투사는 보조적인 임무로 인식한다.     미 공군 F-16 전투기. 미 공군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제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길고, 자체 센서 능력이 우수하며,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를 많이 운용하지만, 러시아제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지상 레이더·관제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정밀 타격 무기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양측의 공군력 운용은 많은 사람이 걸프전 이후 TV를 통해 봤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생각하는 ‘공군력 운용’이란 하늘에 조기경보통제기가 날아다니고, 전투기가 수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날려 적 표적을 족집게처럼 타격하는 형태일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전투기가 적의 머리 위까지 날아가 조종사가 맨눈으로 적을 확인한 뒤 폭탄이나 로켓탄을 쏘는 형태의 공군력 운용이 펼쳐지고 있다.    5월 말부터 6월 초에 있었던 우크라이나군 소속 ‘자유러시아군단’과 ‘러시아의용군단’의 러시아 벨고로드 국경 마을 기습 작전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전폭기 Su-34가 적이 점령한 국경 검문소 바로 위를 스치듯 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Su-34는 적의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맞을까 봐 적외선 기만장치인 플레어(Flare)를 뿌리며 급가속해 작전 지역을 이탈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투기가 적의 머리 위로 직접 날아가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한 뒤 무장을 투발하는 것은 러시아의 공군력 운용 전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준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최근 몇 년간 서방 국가들과의 연합 훈련을 크게 늘려왔고, 현재 운용 중인 Su-27이나 MIG-29, Su-24와 같은 구소련제 기종을 서방식으로 운용하기 위한 ‘흉내’에 꽤 열심인 군대다. 그런데도 서방식 전투기 조종술과 교리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조종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도 구소련 방식의 공군력 운용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리드리브 장군의 지적대로 우크라이나가 F-16을 받는다 하더라도 F-16을 기존의 구소련 방식의 교리와 전술로 운용하면 그 F-16은 좀 더 나은 MIG-29에 불과할 것이다. F-16은 JDAM이나 페이브웨이(Paveway) 등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적 표적을 조준하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투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교리와 전술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지 않는다면 기존 MIG-29처럼 적진 머리 위까지 날아가 로켓이나 폭탄을 퍼붓는 낡은 방식으로 전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보자. 중국이 기종을 가리지 않고 서방 공군 출신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사시 싸워야 하는 적의 전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낙후된 공군 운용 전술과 교리를 갈아엎기 위해서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6.08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사우디 언론인 사망과 美·中 패권, 그리고 위기(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사우디 언론인 사망과 美·中 패권, 그리고 위기(上)

    2020년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2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카슈끄지의 초상화를 들고 이스탄불 대사관 근처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이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던 이 사람의 이름을 아는 미국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설령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언론인 1명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미국의 국익과 패권을 포기한다면 이를 납득하는 미국인은 몇 명이나 될까?    사우디 국적의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이른바 ‘금수저 한량’ 출신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개국한 이븐 사우드 국왕의 왕실 주치의였다. 그의 삼촌은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부호이자 무기상으로 이름을 날린 아드난 카슈끄지다. 탄탄한 집안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에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성적은 바닥이었다. 귀국 후 고향의 서점에서 일하며 친구들과 노는 것에 더 집중했던 한량이었다. 그는 가문의 조력으로 지방지 기자가 됐고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GID) 연락책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국과 연을 맺었다.    카슈끄지를 띄워준 것은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그는 9.11 테러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무자헤딘을 취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빈 라덴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관련 특종들을 여러 건 터트리며 언론인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는 사우디 왕가에도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왕실과 친한 언론인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해 사우디 최대 일간지 ‘알 와탄(Al Watan)’의 편집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후 그는 사우디 정보부의 도움을 받아 9.11 테러 전후로 빈 라덴을 직접 만나 기사를 쓰며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빈 라덴의 절친한 벗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왕래도 잦았고, 빈 라덴이 9.11 테러를 계획하고 있을 때 그와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빈 라덴의 ‘거사’를 만류했다고 주장했지만, 빈 라덴이 3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부상자를 낸 인류 최악의 테러인 9.11 사건을 저지른 뒤에도 그를 ‘지하디스트’로 불렀다.    사진 셔터스톡   그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와하비즘을 비판한 칼럼을 그대로 게재해 알 와탄 편집장직에서 쫓겨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파이살 왕자(Turki Al Paisal) 밑으로 들어갔다. 그의 권세를 업고 4년 만에 알 와탄 편집장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지만, 공적 업무보다 개인적 명성 쌓기에 더 골몰했던 그는 폐쇄적인 사우디 왕가에 대한 비판 기사를 냈다가 알 와탄에서 다시 쫓겨났다.      이후 그는 바레인으로 건너가 새로운 뉴스 채널을 시작했고 서방 언론들과 접촉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난하면서 사우디 개혁을 주창하는 ‘진보주의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독실한 무슬림을 자처하며 빈 라덴을 지하디스트로 불렀던 그가 사우디 여성 인권 운동가인 루자인 알하틀룰(Loujain al-Hathloul)을 옹호하고, 미국 민주당 내 급진 세력과 어울려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카슈끄지는 자신의 명성과 언론 권력을 위해 테러리스트를 칭송하고 왕실에 아첨하다가 쫓겨나자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며 서방 언론의 시선을 끌었던 기회주의자다.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에 찾아갔던 이유도 지저분했다. 당시 그는 10살 연하의 스튜어디스 출신 내연녀 하난 엘아트르(Hanan Atr)와 24살 연하의 후배 언론인 내연녀 헤티스 센기즈(Hatice Cengiz)를 만나고 있었다. 내연녀들의 혼인신고 독촉에 못 이겨 당시 혼인관계에 있었던 두 번째 부인 알라 나지프(Alaa Nassif)와 이혼하기 위해 서류 접수 차 총영사관을 찾았던 것이 그의 마지막 행보였다.    자말 카슈끄지의 인생 그 어디에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양심이나 원칙은 없었다. 그는 사우디 왕실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언론 권력을 누려왔고 왕실에 밉보여 쫓겨난 것에 앙심을 품고 세계 각지를 떠돌며 왕실을 비판하는 ‘언론 활동’으로 돈과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익에 따라 무슬림 지하디스트가 되기도, 여성인권 운동가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철저하게 사익(私益)을 추구했던 위선자의 예견된 죽음은 개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죽음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정치 영역의 일이다. 타국은 치졸한 암살을 벌인 사우디 왕실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며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파탄으로 내몰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서구 사회 전반에 넓게 퍼진 ‘정치적 올바름(PC : Political Correctness)’은 카슈끄지 사건을 크게 이슈화하며 사우디 왕실을 악마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코스프레를 한 시위자들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으로 망명 후 KGB의 활동에 대한 폭로 활동을 해온 유리 베즈메노프(Yuri Bezmenov)의 저서에 따르면, PC는 KGB가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전복하기 위해 기획한 장기 과제의 방법론으로 탄생했다. 베즈메노프는 KGB의 공작 목표를 “국민이 본인과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상식적 판단을 못 하게 만드는 장기간에 걸친 세뇌”라고 규정했다.    베즈메노프는 “가장 먼저 학계를 장악하고, 학자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학문 대신 젠더 문제나 인권, 복지 같은 추상적인 관심사를 주입하는 것이 첫째”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육성된 학생들을 산업계와 언론에 침투시켜 도덕적 상대주의로 기성 정치권력과 체제를 비난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게 한 뒤, 시간이 지나 이렇게 오염된 학생들이 사회 주류층이 되면 알아서 나라를 망쳐준다”며 KGB의 체제 전복 공작 계획을 설명했다.      그가 이러한 폭로를 내놓은 것은 40년 전인 1984년의 일인데, 결국 그의 주장대로 서구 주요 선진국들은 KGB의 공작에 의해 오염된 정치인·언론인·시민운동가·노조 등이 사회를 이끄는 주류 세대가 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마치 성인군자로 포장된 정치인이나 지식인 가운데는 상상도 못 할 지저분한 사생활을 가진 위선자들이 많다. 미국 체제를 비판하며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시대의 양심’으로 추앙받아온 놈 촘스키(Noam Chomsky) 교수가 최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 어울리며 여러 의혹에 휘말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PC는 “누가 더 착한 척하는가?”라는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정의·인권·평등·환경 등의 이슈를 선점해 선과 악을 나누고,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믿으며 반대 의견을 악으로 몰아간다. PC주의자들은 크게 ‘위선자’와 ‘바보’로 구분된다. 대개 위선자들은 PC의 가면을 쓰고 말과 글로 자신을 선전해 팬덤을 만든 뒤, 이를 통해 정치적·경제적 사익을 추구한다. 바보들은 그 위선자들의 선동을 비판 없이 수용하며 위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잘못된 사회운동과 국가 정책이 초래한 청구서를 대신 떠안고도 그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선한 사람’ 또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며 정신적으로 자위한다.      앞서 메즈메노프가 밝힌 KGB의 공작 목표, 즉 ‘본인과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상식적 판단을 못 하게 만드는 것’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간상이다.    카슈끄지 사건은 서방 세계의 PC주의 정치인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정의롭고 멋있는지를 보여줄 좋은 소재였다. 해당 사건을 놓고 사우디 왕실을 비난하고 저주를 퍼부으면 정의로운 시민이나 용기 있는 저널리스트라 자신을 포장할 수 있었고, 정치인은 국가 권력을 이용해 사우디와의 관계를 망친 뒤 정의를 구현한 정치인으로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슈끄지가 피살된 직후 카슈끄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가장 먼저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발끈하고 나선 것은 글로벌 PC주의자들의 대모(代母),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 이끄는 독일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사진 셔터스톡   애초에 메르켈은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1980년, 동베를린 공산당 청년단체인 자유독일청년(FDJ)에서 간부로 활동하며 청년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교육하던 선전·선동 담당자였다. 메르켈 본인도 인정했지만, 그는 청년 시절 대부분을 동독 노동자연합, 독일·소련친선협회 활동으로 보냈다. 그는 독일 경제를 번영시킨 능력 있는 지도자로 포장됐지만, 그의 치하에서 독일이 번영했던 것은 애초에 제조업 중심 국가였던 독일이 유로존 출범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공산품 시장을 싹쓸이하는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지 그가 유능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PC주의를 내세운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으로 독일 사회 안정을 박살 냈고 재임 기간 내내 유럽 에너지 생태계를 러시아에 종속시키며 푸틴 장기 독재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탈원전을 통해 임기 마지막 6년간 전기 요금을 1000% 상승시켜 독일 민생 경제를 박살 냈고 산업계 전반에도 치명타를 날렸다. 본인의 실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주장을 펴 퇴임 이후 두고두고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메르켈은 그전에는 누구인지도 잘 몰랐을 카슈끄지 때문에 독일 국민이 벌어들일 수 있었던 천문학적인 돈을 날려버렸다. 당시 독일 KMW사는 2011년부터 사우디와 전차 판매 협의를 진행 중이었고, 장기간에 걸친 협상 중에 사업 규모는 200대에서 800대까지 늘어나 있었다. 사우디가 제시한 가격은 250억 달러, 한화 33조 2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여기에 사우디는 독일제 소총과 기관총 등 보병 무기 4억 1600만 유로 규모의 계약도 추진했지만, 메르켈이 발표한 사우디 무기 금수 조치 때문에 독일 방산업체들은 계약서 서명 직전에 대박을 날려야 했다.      독일 육군 보유분의 2.5배가 넘는 물량의 전차를 사들이려는 사우디 계약이 날아가자 레오파르트 2 계열 전차의 가격과 유지비도 폭등해 메르켈 임기 중 독일군 전차 가동률은 매년 바닥을 쳐 안보에도 구멍이 났다.    메르켈은 카슈끄지 사건 이전에 영국이 사우디와 체결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구매 계약도 가로막았다. 독일이 유로파이터 공동 개발국이고, 유로파이터에 독일제 부품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영국이 외무장관을 보내 메르켈을 설득했지만, 독일은 요지부동이었고 이듬해 사우디 무기 금수 조치를 추가 연장하기까지 했다.    한술 더 떠 메르켈은 빈 살만 왕세자를 겨냥해 “모든 진실이 공개되고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면서 “각국 정상들과 이번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선언해 사우디의 분노를 샀다. 이 일로 독일은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후 처음으로 맞는 겨울의 에너지 대란 공포 때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직접 사우디로 건너가 무기 금수를 풀겠다며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사정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수락받지는 못했고 그해 겨울 독일 국민은 각각 2배, 5배 폭등한 전기 요금 고지서와 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야 했다. 독일 국민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퇴임 후 메르켈은 회당 10~20만 달러의 강연료를 받으며 강연을 다니고 있고, 매달 1만 5000유로를 받으며 여유로운 노년을 만끽하고 있다. 퇴임 직전 당국에 신고한 그의 공식 자산은 1150만 달러에 달한다.    202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사우디 실세 모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PC주의 때문에 카슈끄지 사건을 들먹이다가 사우디와의 관계가 박살 나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입은 나라는 독일만이 아니다. 독일이 경제적으로 데미지를 입었다면, 미국은 바이든의 ‘PC 놀음’에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게 패권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2018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었다.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사우디 정부를 대상으로 한 제재나 법적·행정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비판해야 할 사건임은 분명했지만, 해당 사건으로 사우디와의 관계를 파탄 내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집권 직후 연방수사국(FBI)의 기밀문서를 공개하며 9.11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연루됐다는 주장을 꺼내며 사우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에 연일 미사일을 쏴대는 후티 반군의 배후였던 이란의 핵무장을 방관하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복원도 선언했다.     곧이어 카슈끄지 사건을 들고나오며 빈 살만 왕세자를 자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전임 행정부 때 묻혔던 내연녀 헤티스 센기즈의 소송을 법정에 올렸다. 법적으로 카슈끄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센기즈는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약혼자’를 죽여 정신적·물질적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위 ‘인권단체’들과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 즉 손해배상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 중인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JCPOA 복원을 선언해 사우디의 반발을 사더니, 사우디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 상시 배치된 항공모함을 철수시키고 제5함대 상시 배치 순찰 전력도 없애버렸다.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일대에서 미 해군이 사라지자 이란과 후티 반군의 무기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사우디를 겨냥한 후티의 미사일·드론 공격도 급증했다.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자말 카슈끄지 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사우디는 미국을 성토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타령을 하며 사우디 수도 리야드가 후티의 탄도탄 공격을 받는 와중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와 패트리엇 PAC-3 포대를 본토로 복귀시켰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체결된 무기 거래 계약 이행도 잠정 중단했고 후티의 미사일 공격이 급증해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떨어진 사우디의 미사일 긴급 공급 요청도 묵살했다.      아랍권에는 ‘키사스(Qisas)’라는 관습법이 있다. 아랍어로 보복을 의미하는 키사스는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을 적용한 이슬람의 형벌 관습을 말한다. 아랍에는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하고 해를 당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사우디가 미국에게 보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미국에 보복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미국의 적과 손을 잡는 것이 이치다. 그렇게 사우디가 잡은 손이 바로 중국의 손이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6.01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사실 모가미급은 ‘2선급 호위함’이지만, 한국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급을 압도하는 강력한 전투함이다. ‘일본판 이지스 레이더’로 불리는 OPY-2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탑재되며 370km 반경 내에서 기존 이지스함과 대등 이상의 표적 정보 처리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더해 ‘일본판 NIFC-CA(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로 묘사되는 화력통제네트워크(FCN : Fire Control Network)를 갖춰 조기경보기·전투기·동료 전투함과 실시간으로 표적 정보를 공유하며 협동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가미급은 Mk.41 VLS(Vertical Launching System) 16셀만 갖출 예정이지만 1~6번 함은 VLS 없이 진수됐다. 지난해 예산 편성을 통해 VLS 설치가 확정됐는데, 일본의 국방예산이 2배로 증액된 마당에 이 거대한 전투함에 고작 16셀의 VLS만 장착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은 이 VLS에 사거리 50km의 ESSM 함대공 미사일은 물론, 03식 지대공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된 장거리 대공 미사일인 ‘신형 장사정 함대공 미사일’도 탑재할 예정이어서 모가미급은 최소 32셀, 많게는 48~64셀의 VLS를 갖출 전망이다.    모가미급은 여기에 더해 사거리 400km의 17식 대함 미사일 8발도 탑재한다. 일본이 최근 토마호크 미사일을 대량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17식 대함 미사일과 별개로 토마호크 미사일도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과도기 전력으로 운용하고, 17식 대함 미사일을 기반으로 스텔스·장사정화된 신형 함대지 미사일도 대량 도입할 예정이어서 모가미급 역시 이 미사일을 탑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기동하는 JS 모가미함. navalnews   방위성이 미쓰비시중공업(MHI)과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조선소에 요구한 ‘신급 FFM’은 기존 모가미급보다 더 커질 예정이다. 사실 MHI는 방위성 내의 이러한 기류를 미리 읽고 지난 2019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때 FMF-AAW라는 명칭의 설계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 호위함은 기존 모가미급을 확대 개량한 모델로 길이 160m, 폭 18m, 만재배수량 8500톤에 달하는 사실상의 구축함이다.    FMF-AAW는 기존 OPY-2 AESA 레이더 T/R 모듈 숫자를 늘려 탐지거리와 처리 능력을 크게 확대한 대형 레이더가 탑재되며, 함대공 미사일 탑재용 VLS만 64셀을 갖추고 있다. 함대지 미사일 탑재용 VLS가 별도로 16셀, 함대함 미사일 탑재용 VLS가 8셀이 있으며, 사용자 요구에 따라 VLS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방위성이 요구한 ‘신급 FFM’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10척 이상이 건조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일본은 같은 시기, 기존 무라사메급(むらさめ型, 6200톤)과 타카나미급(たかなみ型, 6300톤) 구축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구축함 ‘07DD’급 14척과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イージスシステム搭載艦)’으로 명명된 2만톤급 이상의 초대형 전투함 2척도 전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5500톤 모가미급 12척, 8500톤 규모의 신급 FFM 10척, 8000~1만톤급의 07DD 14척, 2만톤 이상의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2척 등 26척의 중·대형 전투함을 찍어낸다는 것이다.     2022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차세대 호위함인 모가미급 6번함 명명식과 진수식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 해상자위대   냉전이 격화돼 일본 해상자위대에 소련 태평양함대 대응 역할이 주어졌을 때도 이 정도 수준의 해군력 증강은 없었다. 일본이 이처럼 해군력을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미국도 탈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건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의 해군력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해군은 작고한 ‘중국 해군의 아버지’, 류화칭(劉華清) 제독이 보고 있다면 내세(來世)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력도 착실하게 강화되고 있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상전투함 전력의 성장이다. 중국은 신규 전투함을 대량으로 전력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노후 전투함들도 현대화·성능개량을 진행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전력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국은 향후 10년간 알레이버크급과 컨스털레이션급을 합쳐 연평균 6~7척, 일본은 모가미급·신급 FFM·07DD·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을 합쳐 연평균 3척의 고성능 전투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건함 사업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고, 향후 10년 동안에도 비슷한 속도와 규모로 진행될 중국의 대규모 함대 강화 사업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1만 3000톤급 055형 구축함 8척, 7500톤급 052D형 구축함 25척, 4000톤급 054A형 30척 등 무려 63척의 중·대형 전투함을 찍어냈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055형 구축함 8척, 052DL형 구축함 최소 12척, 6000톤급으로 확대 개량된 054B형 호위함 최소 18척 등 38척이 추가될 예정이다. 물론 이는 건조 확정이 발표됐거나 건조 공사가 진행 중인 것들만 포함한 수치이므로, 향후 10년 이내에 중국이 건조할 전투함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중국의 054A형 구축함. SCMP   미국과 일본의 건함 사업이 전투함 규모 확장·전력화 일정 단축·도입 규모 확대와 같은 추이를 계속 유지할 경우 중국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건함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 있다. 계속해서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는 052D 방공구축함 시리즈와 054B 다목적 호위함의 케이스는 이미 대량 배치된 이 전투함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이미 25척을 찍어낸 052D 방공구축함의 개량형인 052DL 모델을 대량으로 동시 건조 중이다. 다롄 해군 조선소에서만 5척이 동시 건조 중인데, 신규 건조되는 052DL 모델은 레이더를 신형으로 교체했고 스텔스기 탐지를 위한 카운터 스텔스 레이더가 추가됐다. 해상작전헬기도 신형 Z-20으로 교체됐는데, 이에 따라 소나 시스템도 신형으로 교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052DL은 확인된 것만 12척이 건조 중인데, 중국은 이와 별개로 기존 052D 초기형에 대한 대규모 성능 개량 작업도 진행 중이다. 052D의 초도함인 쿤밍(昆明)이 취역한 지 9년밖에 안 된 전투함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빠른 일정이지만 중국은 배 전체를 갈아엎다시피 개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개조 포인트는 위상배열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 교체, 동력계통 교체와 헬기 격납고·헬리패드 변경이다. 레이더는 기존 346형 레이더를 개량형인 346B형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346B형은 갈륨비소(GaAs) 반도체 대신 새로운 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사용해 레이더의 탐지거리와 정밀도, 처리능력을 크게 향상한 모델이다.      동력계통을 갈아 치우는 것도 바로 이 신형 레이더의 출력 증대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중국의 이러한 급격한 052D 계열 개량 작업은 최근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세대교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알레이버크급의 레이더를 교체한 최신형 플라이트 III 모델을 내놓은 것처럼 중국 역시 346B형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052D 시리즈로 응수한다는 것이다.    중국 052D급 구축함. Navalnews   중국 대양함대의 양적 주력인 054A 전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은 이미 대량 건조된 054A형 호위함을 보조 전력으로 돌리고, 항모전단 호위와 원양작전에 특화된 확대 개량형인 054B형 대량 건조를 진행 중이다. 현재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동시 건조 중인 것이 식별된 이 호위함은 이르면 올해 말에 진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배도 말이 ‘호위함’이지 구축함급 체급으로 확대됐다.   상업용 위성사진으로 식별된 이 군함은 길이 147m, 폭 18m로 기존 054A형의 길이 134m, 폭 16m보다 훨씬 커졌다. 만재배수량은 6000톤급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기존에 중국이 ‘구축함’으로 분류한 052B형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054B형 호위함이 ‘미니 055형’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이 전투함에는 346B형 위상배열레이더의 모듈 축소형이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체가 기존 054A보다 아주 커진 만큼 레이더 설치 형상도 4면 고정형 또는 2면 회전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월 촬영된 항공사진에서는 052D형과 유사한 형상의 B-포지션이 설치된 것이 식별돼 054B가 기존 054A보다는 052D에 가까운 형태로 건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1월 21일 후동 조선소에서 촬영된 위성 이미지. 054A형 호위함과 유사한 완전한 선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이 054B의 덩치와 성능을 키운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보조 전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팽창에 놀라 대규모 건함 계획을 수립하고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고, 중국 역시 미·일 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 계획을 더욱 확대하는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주요 강대국들의 블록화와 세력 경쟁은 필연적으로 해군 군비 경쟁을 불러왔고, 해군 군비 경쟁의 말미에는 반드시 세계대전이 터졌다. 20세기 초 주요 강대국들은 드레드노트(Dreadnought) 등급의 전함 건조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 1차 세계대전을 벌였다. 이후에는 워싱턴 군축 조약으로 해군 군비 경쟁을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뒤에서는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해군력을 증강하다가 결국 2차 대전을 맞이해야 했다.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이 완전히 배치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초강대국으로서 병립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폭발적인 해군 군비 경쟁이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충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간에는 한반도와 대만이라는 불쏘시개도 존재하니 어찌 보면 1·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주변국은 특별 예산까지 편성해 군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나 홀로 태평한 한국을 보면 120년 전 대한제국이 정확하게 오버랩 된다. 소련 혁명가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만과 ‘국뽕’, 내부 정쟁에만 몰두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망국의 길을 걸었던 20세기 초 대한제국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5.26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上)

    1990년대 이후 중국군이 대대적인 군사개혁 조치를 시행하며 기존의 병력집약적 군대에서 기술집약적 군대로 탈바꿈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군’ 하면 연상되는 것은 ‘물량’이다. 한때 인민해방군은 5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병력을 가진 세계 최대의 군대였고, 지금도 규모 면에서는 미군을 능가하는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군은 질적으로도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주변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질적으로 향상된 무기체계들이 물량 면에서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 척에 싸게는 수억 달러에서 비싸게는 수십억 달러씩 하는 전투함들을 매년 몇 척씩 뽑아내고 있다. 신형 전투기도 각 기종을 모두 합하면 100대 단위로 만들고 있다.    2021년 훈련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군. 신화통신   사실 ‘물량전’의 원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압도적인 물량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나라다. 미국은 전쟁 중 M4 셔먼 전차를 5만 대 이상 찍어내 전장에 뿌려댔고, 당대 최대 폭격기였던 B-17 1만 2000여 대, B-24 1만 9000여 대 등을 마치 복사하듯 찍어내 하늘을 폭격기로 새까맣게 덮었다. 바다에는 100척이 넘는 항공모함과 330척 이상의 구축함, 2000척의 수송선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비며 독일과 일본을 그야말로 질리게 했다.    레닌은 “양은 곧 질이다”라고 했다. 걸프전 이후 각국은 무기체계의 압도적인 질적 우위를 점하면 양적 우위의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지적이고 짧은 기간의 전쟁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면전 형태로 장기간 지속되는 전쟁에서는 무기체계의 질 만큼이나 양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오늘날, 양 진영은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고성능의 무기체계들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거나 찍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해군 수뇌부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물량전’을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클 길데이(Michael M. Gilday) 미 해군참모총장은 현재 이탈리아계 미국 기업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Fincantieri Marinette Marine)에서 독점적으로 건조 중인 차세대 호위함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을 다른 조선소에서도 건조할 수 있도록 법적·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초도함이 건조 중인 컨스털레이션급은 미 해군이 연안전투함(LCS : Littoral Combat Ships) 사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한 차세대 호위함 사업, FFG(X)의 산물이다. LCS를 납품하고 있던 록히드마틴은 프리덤급(Freedom class) 설계를 바탕으로 한 모델을, 오스탈 USA는 인디펜던스급(Independence class)을 확대 개량한 모델을, 헌팅턴 잉걸스는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Legend class) 경비함을 기반으로 설계한 모델을, 스페인 나반티아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스페인 해군 알바로 데 바잔급(Alvaro de Bazan class) 설계를 바탕으로 개량한 모델을 이 사업에 제안했지만, 최종 승자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의 FREMM급 개량형이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해군의 FREMM 설계를 기반으로 한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렌더링 이미지. 핀칸티에리(Fincantieri)   원래 미 해군은 컨스털레이션급을 20여 척 정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실패작이기는 하지만 꾸준한 개량을 통해 신뢰성을 어느 정도 회복한 LCS가 20척 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컨스털레이션급의 승조원은 200여 명, LCS의 승조원은 100명대 초반이다. 한국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 해군은 LCS를 그럭저럭 고쳐 써 가면서 컨스털레이션급과 함께 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해군력의 급격한 팽창과 질적 향상은 그런 미 해군 수뇌부의 생각을 고쳐먹게 했다.    길데이 총장은 미 의회에 2개의 조선소에서 각각 2척씩, 매년 4척의 컨스털레이션급을 조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현재 운용 중이거나 곧 진수될 예정인 LCS들을 일선 전투임무가 아니라 기뢰제거 등 지원 임무용 함정으로 용도 변환해 달라는 요청도 의회에 제출했다. 길데이 총장은 LCS를 용도 전환하고 컨스털레이션급을 매년 4척씩 건조해 최소 40척, 최대 50척의 컨스털레이션급 전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컨스털레이션급은 탈냉전 이후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수량이 건조된 미군 전투함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해군은 컨스털레이션급을 ‘호위함(Frigate)’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기준에서 봤을 때 이 배는 ‘구축함(Destroyer)’에 해당하는 군함이다. 길이 151m, 폭 20m, 만재배수량 7400톤인 이 배는 한국이 ‘구축함’이라고 분류하는 길이 149.5m, 폭 17.4m, 만재배수량 5500톤인 충무공 이순신급보다 훨씬 크며 중국의 현용 주력 방공구축함으로 길이 156m, 폭 18m, 만재배수량 7500톤급인 052D형에 필적한다.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예상 오퍼링. 핀칸티에리(Fincantieri)   컨스털레이션급은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 class)이나 2020년대 후반부터 배치될 차세대 구축함 DDG(X)를 보조하는 전력이 될 예정이지만 전체적인 전투 능력은 초기형 알레이버크급을 능가하는 강력한 전투함이다. 보조 전력인 ‘호위함’으로 분류되지만 레이더도 이지스 레이더를 적용했고 전투체계 역시 이지스 전투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급에 사용되는 AN/SPY-6(V)3 AESA 레이더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제작된 최신형 레이더로 신형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에 탑재되는 AN/SPY-6(V)1의 37개 RMA(Radar Module Assembly) 모델을 9개 RMA 버전으로 축소한 버전이다. ‘축소 버전’이지만 레이더 성능 자체는 현용 주력 이지스 레이더인 AN/SPY-1D(V)와 비교했을 때 탐지거리·처리능력 모두 대등 이상이다.    적용되는 전투체계 역시 최신형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이지스 베이스라인 10(Aegis Baseline 10)이다. 이 전투체계는 기존 베이스라인 9 계열과 달리 업그레이드와 신규 무장 통합이 용이하도록 개방형 아키텍처가 적용돼 확장 잠재성이 매우 뛰어난 전투체계다. 즉 이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는 컨스털레이션급에 차후 큰 개조 없이 탑재될 수 있는 무장의 폭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이 전투함의 주요 미사일 무장은 사거리 185~555km에 달하는 NSM(Naval Strike Missile) 16발,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을 수직 발사할 수 있는 Mk.41 VLS(Vertical Launching System) 32셀이다. 물론 이 수직발사관 숫자는 함체에 많은 여유 공간이 있는 만큼 더 확장될 수 있고 미 해군에서도 VLS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 VLS에는 3종류의 방공 무장이 들어간다. 기본 방공 무장으로 동시 다목표 교전 능력이 크게 향상된 사거리 167km의 SM-2 블록 IIIC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은 물론 지상·해상 표적 타격도 가능한 최신형 SM-6 블록 1B, 초음속 대함 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ESSM 블록 2가 들어간다. 여기에 타격용 무장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탑재된다. 즉 컨스털레이션급은 대공·대함·대잠·대지 작전이 가능한 전투함이고, 전반적인 전투 능력에서 현용 알레이버크급과 대등 이상의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급 호위함의 센서와 무기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핀칸티에리(Fincantieri)   길데이 총장이 미 의회에 보고한 것처럼 미 해군은 이런 고성능 전투함을 매년 4척씩 건조하려 하고 있다. 컨스털레이션급을 연평균 4척씩 도입할 때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 전투함도 연평균 2~3척씩 도입할 예정이고, 오는 2030년부터는 1만 3500톤급의 대형 구축함인 DDG(X)도 연평균 1~2척씩 조달될 예정이다. 미국이 이 정도 속도로 고성능 전투함을 대량 조달하는 것은 냉전 붕괴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핵심 반중(反中) 동맹국인 일본도 고성능 전투함 대량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 예산을 2배 증액하고 대규모 군비 강화를 선언한 일본은 최근 해상자위대의 건함 계획을 대폭 조정했다. 방위성은 미쓰비시중공업(MHI)·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2개 조선소에 이른바 ‘신급(新級) FFM’ 설계 및 건조를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오는 8월 31일 제안서 제출 마감인 이 사업의 핵심은 현재 대량 건조 중인 모가미급(もがみ型) 호위함의 후속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방위성은 지난 2013년 말에 발표된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기존 46척의 호위함 상수를 54척으로 확대하고 기존 2000톤대 중소형 호위구축함(DE)을 고성능 전투함으로 대체하기 위해 5500톤 급의 모가미급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은 오는 2032년까지 22척의 모가미급이 건조되는 것이었지만, 최근 방위성이 MHI와 JMU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이 계획은 대폭 수정돼 모가미급은 오는 2026년 12번함을 마지막으로 건조가 종료될 예정이다. 방위성이 모가미급 도입 수량을 축소한 이유는 함의 크기와 성능이 요구사항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23일 진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신형 모가미급 호위함 야하기(やはぎ). 일본 해상자위대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5.25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커지는 ‘中-北 전투기’ 지원론… 北, 공군력 환골탈태할까(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커지는 ‘中-北 전투기’ 지원론… 北, 공군력 환골탈태할까(上)

    중국 군사동향을 감시하는 소식통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북한 전투기 공여설’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밀착하려는 행보를 보여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에 전투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는 ‘괘씸한 한국’을 응징하기 위해 북한에 군사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점점 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외신 인터뷰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다시 말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발언을 한 것이 중국 내에서 혐한 감정으로 번지고 있다.    우호적인 한·중 관계 유지를 위해 점잖은 외교적 수사로 대응했어야 할 중국 정부는 친강(秦刚)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다”이라고 협박한데 이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아예 사설에서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는 그 평가를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인민일보는 해외 파견 특파원을 크게 늘렸는데, 내부 선전에 집중하는 인민일보의 성격상 해외 소식에 대한 지면 할애가 어려워 특파원들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민일보의 자매지이자 대외 선전용 매체로 창간된 것이 환구시보다.    환구시보는 공식적으로는 상업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중국공산당이 행사하는 매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구인 중앙선전부(中央宣傳部)가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고, 대외 선전용 매체인 만큼 통일전선부(統一戰線部)도 환구시보의 기사 작성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런 매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의 군사전문채널인 환구군사(環球軍事)에는 궈커환위(國科環宇)라는 이름의 군사전문 블로거 명의로 북한에 J-10A 전투기와 KJ-200 조기경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기사도 올라왔다. 해당 기사에서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밀착해 중국에 개입하는 선봉 역할을 자처하니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F-16이나 F-15에 맞설 수 있는 J-10A와 KJ-200이 지원될 경우 북한의 공군 역량은 순식간에 증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10월, 국무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國家互聯網信息辦公室)이 ‘공인 온라인 언론매체’ 명단을 발표하며 철저한 언론 통제를 시행 중인 나라다. ‘공인 온라인 언론매체’란 중국공산당이 승인한 1358개의 언론매체로 모든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이 매체의 기사만 인용·전파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분을 받는다.      이는 공산당의 입장이나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은 언론을 통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반 언론도 이러할진대 관영 매체는 오죽할까? 즉, 환구시보의 ‘북한 전투기 지원론’ 역시 중국공산당의 입장에 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   중국의 젠-10 전투기. 중국군망(中國軍網)   사실 ‘북한 전투기 지원론’을 작성한 궈커환위는 중국군 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로 의심을 받아온 인물이다. 중국은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거나 선전하고자 할 때 소위 ‘군사 블로거’들을 활용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진과 영상을 게재해 왔다. 이렇게 공개되는 사진과 영상 대부분이 중국군 관계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 ‘군사 블로거’들은 대부분 중국군 또는 정부의 선전 요원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측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북한 전투기 지원설은 신뢰할만할까?   중국이 전투기를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는 첩보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은 물론 중동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바 있었다. 글로벌 방산정보전문지인 ‘택티컬 리포트(Tactical Report)’와 이집트 정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마흐무트 가말(Mahmoud Gamal)’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이집트 사이에 전투기 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JH-7A 전폭기 200여 대를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해당 기체를 이집트와 파키스탄에 염가에 판매하는 방안을 해당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물량은 북한에 군사지원 형태로 제공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200여 대의 JH-7A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JH-7A 전력의 거의 전부에 해당한다. 중국은 해군항공대(海軍航空兵)에 120여 대, 공군에 140여 대의 JH-7A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해군항공대 개편 과정에서 해항 소속 모든 JH-7A를 공군으로 이관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해항 보유 항공기 중 항모 이착함 불가 기종은 모두 공군으로 이관하는 한편으로 공군 전투기 전력도 운용 효율성 증대를 위해 기종 감소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JH-7A는 가까운 시일 내에 퇴역해 신형 기체인 J-16 계열로 교체가 유력시된다.   중국의 시안 JH-7A 전폭기.   중국은 공군력 운용 효율성을 위해 전투기의 호환성 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능 하이엔드 전력인 J-20을 필두로 이를 보조하는 일반 전투기들은 모두 플랭커 계열과 J-10 계열로 정리될 예정이다. 플랭커 계열은 J-11B 시리즈와 J-16 시리즈로 정리되고, 이와 함께 J-10 계열이 대량 생산돼 기존의 J-7, J-8 계열을 대체할 예정인데, 개량형 J-11과 J-16 계열, J-10은 엔진과 레이더 등의 핵심 부품을 상당 부분 공유해 군수지원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JH-7 계열과 J-8 계열 도합 350여 대의 전투기가 도태 대상이 된다.    퇴역이 불가피한 J-8과 달리 JH-7A는 현재 시점에서도 준수한 성능의 전폭기다. J-11 계열의 WS-10 엔진이 개발에 난항을 겪었던 것과 달리 WS9의 엔진은 상당히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JH-7A라는 기체 자체의 성능도 초기형 JH-7과 달리 상당히 안정적이다. 이 전폭기는 최대 이륙중량 28.5톤급의 대형 기체인데, 외부에 최대 9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기계식 레이더 중에는 비교적 쓸 만한 JL-10A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어 중거리 다중 표적 동시 교전도 가능하다. 공대공·공대지·공대함 모든 임무에 폭넓게 쓸 수 있어 북한도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인 기종인데, 김정일이 지난 2010년 5월 후진타오 당시 국가 주석에게 30여 대 공여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로 그 전폭기다.    북한은 지난 2021년, 평안남도 순천공군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순천기지에는 평양 방공 임무를 수행하는 위장단대호 제1017군부대, 정식 명칭 제55항공연대가 주둔한다. 제55항공연대는 북한 최정예 부대답게 MIG-29 전투기와 Su-25 공격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부대가 주둔할 순천기지에서 지난 2년간 진행된 공사의 내용이다.    공사 기간 중 모든 군용기가 타 기지로 이동 배치됐던 순천기지에는 지난 4월 16일부터 10여 대의 항공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5월 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지하기지 진·출입로가 신설된 것과 활주로가 300m 연장된 것, 지상 격납고와 유도로 등이 새로 건설된 모습 등이 식별됐다.      2023년 5월 1일, 순천 공군기지 지하시설(격납고) 북측 출입구 밖 유도로에 항공기 10대가 있는 모습. CSIS beyondparallel   MIG-29와 Su-25는 모두 최대 이륙중량 21톤 미만의 전투기들로 기존 2500m 활주로로도 충분했는데, 활주로가 연장됐다는 것은 북한이 이 기지에서보다 무거운 대형 항공기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순천기지에서 새로 식별된 2800m 활주로와 유도로(Taxiway), 신규 격납고 규격 등은 현재 중국군 JH-7A 운용부대 주둔 비행장의 표준 규격과 일치한다.    현재 수준의 JH-7A도 북한에는 대단히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다. ‘중국판 암람’인 PL-12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CM-802A 등 다양한 공대함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전폭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JH-7A는 작전반경이 1700km가 넘기 때문에 기존 북한군 최고 성능 기체인 MIG-29와는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JH-7A가 아닌 J-10A 개량형을 북한에 공급하는 경우이다. 환구군사의 궈커환위가 주장한 것처럼 중국이 북한에 J-10 계열 전투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 또는 분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돌았던 이야기다. 특히 최근 엔진 이슈 해결로 J-10C 대량 양산이 시작되면서 초기 생산분 J-10A 퇴역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기체를 북한에 보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보강하자는 주장이 중국 내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5.18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입만 떠드는 ‘한미동맹’, 행동하는 ‘북중동맹’(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입만 떠드는 ‘한미동맹’, 행동하는 ‘북중동맹’(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사상 최초 美 전략원잠 승함… 한반도 수시 전개, 정말 가능할까?(上)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중국은 미래 동선이 공개된 미 전략원잠의 앞길을 수상함대로 막은 직후 미국에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이난다오에 배치된 중국 전략원잠이 미국의 대잠 저지선인 바시해협(Bashi Channel)을 통과해 괌에서 북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필리핀해에 전개된 영상이 5월 2일 공개된 것이다.    중국이 공개한 잠수함은 094A형, 일명 ‘진급(晉級)’ 전략원잠 6번함인 창정-18호(長征18號)다. 2021년 취역한 최신예 잠수함인 창정-18호는 수중배수량 1만 2000톤급의 전략원잠으로 현존하는 중국 전략 자산 가운데 미국이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는 잠수함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신예 전략 핵잠수함 ‘창정-18호’. SCMP=웨이보   미국은 지난해 11월, 새뮤얼 파파로(Samuel J. Paparo Jr.) 태평양함대 사령관의 발언을 통해 중국이 2022년부터 094A형 잠수함에 최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JL-3(巨浪-3)를 탑재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주력 SLBM이었던 JL-2는 1메가톤급 핵탄두 1발 또는 전술핵탄두 최대 8발을 탑재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7200km에 불과해 태평양 한복판인 웨이크섬(Wake island)까지는 가야 미국 서부 해안을 공격할 수 있고, 하와이가 있는 서경 155도보다 더 동쪽으로 가야 워싱턴 D.C나 뉴욕을 공격할 수 있다.   JL-3는 JL-2와 마찬가지로 다탄두 핵미사일이지만, 사거리가 1만 2000km까지 늘어나 괌 근처의 동경 144도선 일대에서도 워싱턴 D.C에 핵공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렇게 사거리가 늘어난 JL-3라도 남중국해를 벗어나지 못하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하고 길이와 직경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SLBM은 현존 기술로는 제아무리 사거리를 연장해도 12,000~13,000km 정도가 사거리 한계다.      태평양 전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일본 근해의 안전 수역에 전략원잠을 배치해 놓고 SLBM을 쏘더라도 베이징을 초토화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전략원잠은 미국의 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미국의 대잠 저지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미국 본토에 유의미한 타격을 가할 수 없다.    중국 최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JL-3(巨浪-3). SCMP   미국은 남중국해에 배치된 중국 전략원잠이 바시해협이라는 대잠 저지선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이 일대에 7함대 전력의 대부분을 배치하고 있다. 미 항모전단은 물론 7함대 예하의 구축함과 잠수함들이 평시에 거의 항상 필리핀해 일대에서 작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괌 북방 800km 해역에서 부상한 창정-18호를 탐지·추적해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별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만약 창정-18호가 필리핀해 동북방 해역까지 진출한 것을 미국이 놓쳤다면 이는 대단히 큰일이다. 창정-18호가 부상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해역은 JL-3 SLBM으로 워싱턴 D.C를 타격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전략원잠의 필리핀해 전개를 영상까지 찍어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미국 동부 핵심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는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전시(戰時) 발사 해역까지 진출시킨 것이 미국에 대단히 위협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도발을 한 것은 〈워싱턴선언〉에 대한 중국의 대답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이고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보호를 받는 것처럼 중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북한 역시 중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양측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한 정식 동맹국이며, 본 조약 제2조에 의거, 북한이나 중국 어느 한 나라가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다른 한 나라는 자동으로 군사적 개입을 하게 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과 중국이 보여준 행동의 온도차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워싱턴선언을 통해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원잠을 수시로 한반도 주변에 전개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이 약속이 정말 지켜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전략원잠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본토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을 위한 ‘쇼’를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미국 싱크탱크들에서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대선을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표를 깎아 먹는 조치를 정말 취할지는 미지수다.    ‘약속’만 던진 미국과 달리 중국은 ‘행동’을 보였다. 미국이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 약속을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미국이 전략원잠 전개를 예고한 해역에 탐지·방어자산을 투입했고 이와 동시에 미국 본토 심장부에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해역에 전략원잠을 배치하고 이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중국이 북한을 위해 이 정도까지 ‘서비스’를 해 주는 이유는 북한이 그에 상응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략군 개편을 결정하고 자신들의 전략자산을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자산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다양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배치하며 ‘북한판 A2/AD’를 구축했고 유사시 중국에 위협이 되는 한국·일본 미군 기지에 대한 대량 핵공격 전력도 확충했다. 물론 그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공개적인 선언도 여러 차례 발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은 전략군 개편을 결정했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때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 비핵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말하며 북한이 왜 중국과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이 회의 후 북한은 실제로 중국의 대미 전략에 충실히 협조하는 행보를 보이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일체를 중단하고 강경 일변도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후 중국은 UN 안보리 결의를 대놓고 무시하며 북한에 군사용 부품은 물론 식량, 원유 등을 공급하고 있고 자국 영해에서 이루어지는 북한 선박 불법 환적도 보호해 주고 있다.   중국의 전위(前衛)를 자처하며 중국으로부터 보호와 지원을 받고 점점 더 한마음·한뜻이 되어가고 있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동상이몽(同床異夢) 중이다. 입으로는 다양한 외교적 수사들을 늘어놓으며 한미동맹 강화를 부르짖지만 미국 주도의 반중 동맹에서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은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일본·필리핀처럼 중국을 겨냥한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고 있고,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전략 무기를 도입하거나 그러한 무기의 주한미군 배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한미정상회담 직전 미 해군 최신 이지스함 ‘존 핀’이 들어오자 이를 꼭꼭 숨겼다. 심지어 세종대왕함과 최영함이 함께 들어와 연합훈련을 했으면서도 이 사실이 드러나자 국방부가 나서 “미국 이지스함이 평택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왜 들어왔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은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고, 주한미군 사드(THAAD)를 미군 글로벌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 C2BMC와 연동하는 성능 개량 사업이 진행됐음을 통보받고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를 숨기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다. 전임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혼밥하고 뭘 얻어 왔냐는 비판을 하며 ‘친중 무용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미국의 반중 군사동맹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부라는 것이다.   4월 평택항에 입항한 미 7함대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존 핀’. 사진 필진 제공   외교는 말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도 따라야 한다. 미국의 가치동맹으로서 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외교무대에서 말만 잘한다고 동맹이 강화되거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입으로는 반중을 외치지만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전략은 중국에는 반감을 사고 미국에는 불신을 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해친다. 북한이 행동으로 반미에 나서며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시 행동으로 반중에 나서며 미국의 지원과 보다 적극적인 보호를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표리부동을 비판하고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국민들이 다그쳐야 한다. ‘정책’이 아닌 ‘리더’를 추종하며 리더를 향한 비판을 비난하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일상화된 후진적 팬덤 정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이고 그 국민 역시 자유민주주의 시민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그 지도자를 뽑고, 감시하며 다그치는 시민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 팬덤 정치에 매몰돼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국민이 눈을 감아버린다면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국운을 상승시키는 기회를 잃고 그 파도에 휩쓸려 쇠락하게 될 것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5.12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사상 최초 美 전략원잠 승함… 한반도 수시 전개, 정말 가능할까?(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사상 최초 美 전략원잠 승함… 한반도 수시 전개, 정말 가능할까?(上)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국제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경제학을 여덟 단어로 표현하면(Economics in Eight Words)〉이라는 기고문에서 인용한 명언이지만 국제정치학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필자는 최근 여러 매체 기고문과 방송을 통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선언〉을 실패로 규정했다. 미국의 반중 동맹에 입으로만 참여하는 한국을 위해 미국이 본토 안보를 포기하면서까지 전략원잠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해 주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워싱턴선언〉은 한국 외교의 참사라는 필자의 주장에 여권 지지자들은 성공한 외교를 폄훼한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은 5월 4일, 한·미·일 3국 잠수함 지휘관들이 사상 최초로 미 전략원잠에 승함한 사진을 공개했다. 괌에 입항한 미 해군 전략원잠 ‘메인(USS Maine, SSBN-741)’에 릭 시프 미 해군 제7잠수함전단장, 이수열 한국해군 잠수함사령관, 다와라 다테키 잠수함대 사령관이 승선한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달 18일 미국 괌 미군 기지를 방문한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관 이수열(왼쪽부터) 소장과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함대사령관 다와라 다테키 중장, 미 7잠수함전단장 릭 시프 준장이 전략핵잠수함(SSBN) ‘메인함’에 승함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 사진에서 미 해군은 “이번 승함은 한국·일본과의 특별한 관계와 각 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정상회담 이후 나온 이 같은 사진은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 약속을 받아낸 우리 정부의 성과라는 언론 보도도 쏟아졌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사람들과의 인사치레로 “나중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쓴다. 누구나 알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사치레’이지 언제, 어디서 만나서 어떤 음식을 먹자는 약속이 아니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라는 말이 있듯 국제관계에서는 구속력 있는 조약이나 협정 형태로 육하원칙에 따라 상호 간의 의무를 규정짓지 않는 약속은 그저 인사치레에 불과하다. 그런 인사치레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지난번에 밥 한번 먹자고 해놓고 왜 밥을 같이 먹지 않느냐”며 따지는 사람을 일반적인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보자.   나폴레옹 시대를 전후로 프랑스의 외교 컨트롤타워로 맹활약하며 빈 체제를 이끌어낸 전설적 외교관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Charles Maurice de Talleyrand-Périgord), 통칭 ‘탈레랑’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외교관이 그렇다고 말하면 그건 고려해 보겠다는 뜻이고,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면 그건 안 된다는 말이다. 다만 안 된다고 말하는 자는 외교관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즉, 외교 석상에서 구두로 오가는 덕담이나 약속은 그저 예의상 오가는 공언(空言)이라는 말이다.     5월 4일 공개된 한·미·일 잠수함 지휘관 미 전략원잠 공동 승함은 서태평양 전략 초계 임무 중 승조원 휴식과 보급을 위해 괌에 ‘계획된 입항’을 했던 메인함에 3국이 공동으로 조율해 정상회담 훨씬 전인 4월 18일에 진행한 행사다. 지난 3월부터 조율된 이 행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구두로 약속한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와는 관련이 없는 단순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수열 해군 잠수함사령관(소장·왼쪽)과 릭 시프 미 7잠수함전단장(준장)이 지난달 18일 괌 기지에서 작전 중인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메인함에 승함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한국에서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 보도가 쏟아지고 대통령실에서도 미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 약속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고위 관계자 발언들이 쏟아지자 미국에서는 예상했던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월 5일(현지시각) “미 잠수함의 노출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US Submarines Are Popping Up More Often and It's Not Clear Why)”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필자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과 비판을 보도했다.    전미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국장 한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은 “핵잠수함의 공개 기항은 발각되지 말아야 할 잠수함의 핵심 임무와 모순된다”고 지적했고, 로널드 오로크(Ronald O'rourke) 미 의회 조사국 수석 해군분석관은 “전략원잠의 이번 한국 방문이 새로운 공개전략의 일환인지,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일회성 결정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허드슨연구소 브라이언 클라크(Bryan Clark) 선임연구원은 “핵잠수함의 공개 활동은 미국 잠수함 전력이 감소했고, 준비 태세에 문제가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우려했고, 헤리티지재단의 브렌트 새들러(Brent D. Sadler) 선임연구원 역시 “전략원잠의 한국 방문은 북한이나 중국의 감시에 포착돼 향후 잠수함 초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불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지적은 필자가 주장했던 내용과 같다. 핵심은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 전개는 미국의 국익에 대단히 불리하고 위험한 것이며, 미국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전략원잠의 한국 기항을 약속했지만 언제, 어떻게 올 것인지 확약한 적은 없다. 국내 언론들만 오는 5월 19일에서 21일 사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에 올 것이란 ‘추측’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미 전략원잠이 5월 방한하더라도 이는 워싱턴선언에 따른 일회성 방문에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전략원잠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이 전략원잠 전진 배치로 얻을 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이 4월 3~4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대잠전 훈련 및 수색구조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략원잠 한반도 수시전개 언급이 나오자마자 중국은 함대를 꾸려 한반도 주변 해역을 에워쌌다. 동중국해와 서해, 남해 일대의 중국해군 초계 범위가 확장됐고, 초계작전을 수행하는 군함의 숫자도 증가했다. 4월 29일과 4월 30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함대가 장기 작전 태세를 갖추고 동해에 진입하기도 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 정보에 따르면 워싱턴선언 사흘 후인 4월 29일, 함번 ‘796’을 사용하는 중국군 정보수집함이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진입했다. 이튿날인 4월 30일 전투함 4척과 군수보급함 1척도 동해로 진입한 것이 확인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식별한 ‘796’이라는 함번의 군함은 중국 북해함대 소속의 815A형 전자정찰함 ‘카이양싱(開陽星)’이다.      중국 북해함대 소속의 815A형 전자정찰함 ‘카이양싱(開陽星)’. 일본 방위성   이 군함은 적의 레이더·통신 전파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통신 감청, 미사일과 항공기의 항적 추적도 가능한 6000톤급의 고성능 함정이다. 예인 소나와 무인 수중정을 이용한 수중 음향 정보 수집과 해저지형 조사도 가능하다. 한·미가 한반도 주변에 전략원잠을 배치한다는 발언을 한 직후 중국이 전략원잠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고성능 스파이 군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한 것이다.      카이양싱과 함께 들어온 중국 함대는 최신형 구축함인 055형 ‘라싸(拉薩)’, 052D형 방공구축함 ‘구이양(貴陽)’과 ‘치치하얼(齊齊哈爾)’, 054A형 호위함 ‘징저우(荊州)’, 903A형 군수보급함 ‘타이허(太湖)’다. 라싸와 치치하얼, 타이허는 북해함대 소속이고 구이양과 징저우는 동해함대 소속으로 중국이 북해·동해함대 연합전력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전단을 꾸려 동해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미국은 중국의 카이양싱과 라싸가 버티고 있는 한, 한반도 근해에 전략원잠을 배치하는 일을 주저할 것이다. 카이양싱은 미 전략원잠이 통신용 부이(Buoy)를 이용해 다른 미군 자산과 주고받는 통신 전파를 탐지·수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 전략원잠 이동이 예상되는 해역에 선배열 소나를 깔아 미 잠수함의 음향 정보를 수집하려 할 것이다. 055형 구축함 라싸 역시 현존하는 구축함 가운데 제원상으로는 최정상급 대잠 센서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싸는 예인식 가변심도 소나와 수동 선배열 소나를 탑재하고 있어 잠수함 탐지 능력이 중국해군 현용 전투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일본군이 촬영한 중국의 055형 ‘라싸(拉薩)’와 중국 미사일 호위함. 일본 방위성   중국이 미 전략원잠 전개가 예고된 해역에 정보수집함과 전투함을 배치한 것은 “올 테면 와보라”는 경고다. 이들 전력이 대잠 센서를 모두 투입해 수중 감시망을 쳐놓은 곳에 미 잠수함이 들어갈 경우 미 전략원잠은 고유의 음향정보를 중국 측에 노출하게 된다. 모든 선박은 형상·동력장치·추진기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고유의 음향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잠전은 상대 군함의 음향 특성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해 유사시 수중의 수많은 잡음을 걸러내고 찾고자 하는 적함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싸움이다.     앞서 미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은밀성이 생명인 전략원잠의 동선을 노출하는 것도 기막힌데 음향정보 노출까지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에 전략원잠을 들이미는 것은 미국에 대단히 치명적인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빅토리어스급 (Victorious class) 4척 전부와 임페커블급(Impeccable)급 1척 등 무려 5척의 해양조사선을 7함대에 배치하고 남중국해에 상시 배치해 하이난다오 싼야(三亞)에 거점을 둔 중국 전략원잠들의 발을 묶었던 적이 있었다. 이 해양조사선들은 고성능 소나를 탑재하고 해저 지형 탐사와 수중 음향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데, 일반적인 군함들보다 훨씬 고가의 전문 대잠 장비인 SURTASS(Surveillance Towed Array Sensor System)를 탑재한다. 이 시스템은 수동·능동 모듈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고성능 예인식 소나로 장거리에서 적 잠수함의 음향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고, 강력한 저주파 핑(Ping)을 쏴서 수중 물체를 탐지할 수도 있다.      이런 장비를 탑재한 해양조사선들이 앞마당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전략원잠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나가는 순간 전략원잠의 음향정보가 미국 측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중국 해양조사선과 고성능 전투함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해역에 미국이 전략원잠을 보내려 할까? 중국 함대가 한반도 동남 해역에 진을 치고 있는 한, 미 전략원잠이 그곳에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5.11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다음 희생양은 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왜 이럴까(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다음 희생양은 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왜 이럴까(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의 수상한 무기 판매… 대만 방어 의도 맞을까?(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전차와 전투기 모두 대만 정부와 미 국방부가 계약 당사자이고, 미국 정부가 납기 일정을 정하는 FMS 형태의 거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무기 공급 지연이 왜 발생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만은 2015년에 주문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후반기 물량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에 우선순위가 밀려 먼저 주문했던 팔라딘 자주포 인수 일정이 연기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재블린과 스팅어 납기를 미루면서도 대만에 이들 무기를 더 주문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쪽으로 방어 전략을 바꾸라고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보병이 휴대하는 재블린과 스팅어가 고가의 전차나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라며, 중국보다 군사적으로 열세에 있는 대만이 방어전에서 승리하려면 우크라이나와 같이 게릴라전을 펼쳐야 한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이다. 영미권 싱크탱크에서도 우크라이나전의 교훈을 살려 대만군이 시가전과 게릴라전으로 중국군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21년 11월 11일 대만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군의 침입에 대한 방어를 시뮬레이션하는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해안 방어 작전 중에 군인들이 순찰하고 있다. NurPhoto   그러나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대만인은 우크라이나인이 아니고, 중국인도 러시아인이 아니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전혀 다른 전장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 우크라이나와 같은 방어전략을 취하면 대만은 필패한다. 대만군에게 우크라이나군의 개전 초기 방어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라는 것은 작전 계획 수립의 기본인 METT-TC(Mission, Enemy, Terrain and Weather, Troops and Time Available) 요소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병법(兵法)의 ‘ㅂ’자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대만이 전쟁에서 패배하길 바라는 ‘간첩’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6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다. 대만의 16배가 넘는 면적이다. 러시아는 이 엄청난 대지에 고작 1000명 단위로 작전하는 저강도 분쟁 특화형 ‘대대전술단(BTG : Battalion Tactical Group)’ 편제의 부대를 끌고 들어왔다가 보급로가 끊겨 각지에서 각개격파당했다. 애초에 우크라이나는 영토가 매우 넓었기 때문에 공간을 내주고 적을 취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지만, 영토가 비좁고 그마저도 대부분 산악지형인 대만은 이런 전략을 취할 수가 없다.    병력 자원의 질적 수준도 차이가 크다. 2014년부터 돈바스 전쟁을 겪었던 우크라이나는 징집 연령대 청년들의 전의(戰意)가 매우 높았고, 장병들 역시 미국과 서방세계의 교관단이 제공하는 수준 높은 교육으로 러시아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숙련도와 전문성을 가진 정예병들이었다.      그러나 대만군은 자신들 스스로를 ‘딸기병(草莓兵)’이라 부르는 오합지졸이다. 딸기병은 일명 딸기족(草莓族)으로 불리는 대만의 2030 세대 중 군에 입대한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린 시절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 살짝만 건드려도 물러지는 딸기처럼 외부 스트레스나 자극에 극도로 취약한 젊은 층을 조롱하는 신조어다. 실제로 이 딸기병들은 고작 4개월 의무복무를 하면서 제대로 된 군사 훈련은 거의 받지 않았다. 사격 훈련은 흉내만 내는 수준이고, 훈련 대신 타이어를 나르거나 낙엽을 쓸고 그림 그리기와 전쟁 영화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고 전역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2021년 10월 10일 대만 국경일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셔터스톡   대만 병사들이 ‘딸기’라면 간부들은 ‘퇴비’다. 썩을 대로 썩었다는 것이다. 위관급 장교부터 장성급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십 명씩 간첩 혐의로 잡혀 들어간다. 방산비리도 극심해 중간급 간부들이 빼돌린 장갑차 부품을 사비로 사서 채워 넣다가 신용불량자가 돼 자살한 초급 장교 사례도 부지기수다. 자신의 개인화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병사가 태반인 군대에 잘 훈련된 정규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펴라고 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BB탄총을 쥐여주고 군인들과 싸워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미국은 대만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강요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확히는 ‘바이든 행정부’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2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거의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이 “미국이 돌아왔다”는 미국 민주당의 선전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때 망가진 미국의 동맹을 복원하고 국제질서를 안정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을 때, 필자는 완전히 다른 전망을 했었다. 미국의 동맹은 와해·붕괴할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기세는 더욱 살아날 것이며, 세계 각국은 분쟁으로 난장판이 되고 유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 2년간 대부분 적중했다.      미국의 패권 유지의 한 축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UAE 등과의 중동 동맹은 실제로 와해했고,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 Inflation Reduction Act)은 한국·일본 등 핵심 동맹국들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셰일 혁명 이후 저유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기세가 꺾였던 러시아는 고유가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운 뒤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기회의 창이 닫혀간다던 중국은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며 미·중 경쟁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짜고 있다.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리고 필자의 예측이 맞았던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진용을 구성하는 핵심 인물들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 외교·안보 파트에 있었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그랬지만 그들은 ‘미국의 이익’이 아닌 특정 정치·경제 세력의 사익(私益)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세계 평화나 안정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자들이 패권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면 국제정세는 당연히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 러시아는 팬데믹 상황으로 글로벌 에너지 소비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해성 에너지 정책과 실패한 중동 정책 덕분에 급등한 유가에 힘입어 전쟁 전 사상 최대의 에너지 판매 수입을 올려 금고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었다. 바이든은 집권 직후 자국 내 에너지 기업들을 규제해 유가를 올리더니, 카슈끄지 사건을 끄집어내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하고 UAE F-35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동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OPEC 주요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중동을 이용한 국제유가 조절도 불가능해졌는데, 러시아와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어 중동 각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은 미국에서 러시아·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셔터스톡   바이든의 NATO 확장 정책도 침공의 주요 원인이 됐다. 바이든은 부시·오바마 행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NATO 동진 정책을 펴며 발트 3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지역의 미군 전력을 증강하며 푸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미군 교관단을 보내 훈련 캠프를 꾸렸고 지금 미국이 대만에 권유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형태의 ‘경보병’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부터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가능성을 직감하고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도 접촉해 전투기 구매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전투기나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고성능 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러시아는 2021년 12월, 미 국무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모든 군사 활동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신청을 불허하며, 상호 영토 타격권 내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자는 타협안이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2022년 2월 전면 침공을 감행했다.    전쟁 이후에도 미국은 러시아군을 즉각적으로 격퇴하고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러시아군을 소모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개전 후 1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간청했던 서방제 전투기와 전차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막대한 양의 보병 휴대용 대전차·대공 무기가 공급됐고, 우크라이나 ‘알보병’들은 그 무기들을 들고 러시아군 전차 대열 앞을 막아서며 자신들의 목숨과 러시아 기갑차량을 맞바꾸는 희생을 반복해야 했다.   셔터스톡   CIA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흘리던 2021년 6월부터 전투기·방공무기와 중장비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면 그 자체로도 미국과 NATO의 우크라이나 수호 의지를 러시아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러시아의 오판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든 세력이 2021년 ‘첫 번째’ 집권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여건을 조성하고 러시아의 오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면,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2025년에 ‘두 번째’ 집권을 시작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대만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무능 덕분에 우크라이나의 ‘핏빛 승리’로 끝나겠지만, 앞서 강조했듯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고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기 때문에 대만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엄청난 국제정치·경제적 파국을 몰고 올 것이다.     과연 미국 유권자들은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재집권’이라는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28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의 수상한 무기 판매… 대만 방어 의도 맞을까?(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의 수상한 무기 판매… 대만 방어 의도 맞을까?(上)

    최근 대만이 미국제 미사일 구매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미국제 ‘하푼(Harpoon)’ 지대함 미사일을 대량으로 판매했는데, 미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에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며 각국 언론들과 네티즌들이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는 ‘하푼 해안 방어 시스템(Harpoon Coastal Defense System)’이다. 총 100대의 발사차량과 400발의 하푼 블록(Block) II 미사일, 미사일 운용을 위한 작전 통제소와 연안 감시 레이더 등이 판매 목록에 포함됐다. 계약 규모는 11억 7000만 달러, 한화 약 1조 6000억 원 규모다.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Naval News   미 국방부는 이번 미사일 판매 계약에 대해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한 장비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만은 “첨단 대함 미사일 도입을 통해 방어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은 미국의 무기 판매를 맹비난하며 미국의 이번 결정이 양안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미사일 판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계약이 미국의 강력한 대만 방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계약의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미국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다.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 :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 자료를 보면 이번 계약은 대외군사판매(FMS : Foreign Military Sales) 형태로 이루어진다. FMS는 정부 대 정부 거래의 일종으로 이번 계약에서는 미 국방부가 미사일 제작 업체인 보잉과 직접 계약해 물품을 받은 뒤 대만 정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의 총액은 11억 7000만 달러다. 여기에는 미사일 400발, 미사일 4발이 하나의 발사차량에 탑재된 발사 유닛 100대, 25대의 해안 방어 레이더와 예비 부품이 포함됐고, 모든 장비의 납품 완료는 2029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계약이다.    우선 가격에서 엄청난 폭리가 들어갔다. 이번 계약에 미사일 발사 차량과 해안 방어 레이더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들 장비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해도 11억 7000만 달러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다. 대만이 해안 방어 레이더로 어떤 모델을 구매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푼은 기본적으로 미사일에 내장된 관성항법장치와 능동레이더 유도장치로 유도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고성능 레이더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2020년 미군 납품가 기준으로 하푼 블록 2 미사일은 1발에 14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1발에 292만 달러 수준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대만이 도입한 하푼 블록 2는 1발에 292만 달러, 한화 약 39억 원을 주고 살 만한 무기가 아니다. 1977년에 원형이 등장한 하푼은 그동안 수차례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최신 대함 미사일보다 사거리와 생존성이 떨어지는 낙후된 개념의 무기다. 스텔스 설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속도도 느려터졌다. 사거리도 최대 280km를 넘지 못해 300~500km 이상의 사거리를 구현하고 있는 최신 대함 미사일들보다 훨신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만에 판매된 하푼은 미군이 현재 도입 중인 최신형 스텔스 대함 미사일 NSM의 1.5배가 넘는 가격이 책정됐다.    2014년 실사격 훈련 중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급 순양함 USS 샤일로(Shiloh)에서 하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FMS는 미국제 무기를 사려는 외국 정부의 편의를 위해 미 정부가 일종의 ‘구매대행’을 해주는 거래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외국 정부에게 대금을 받고 미국 업체에서 무기를 대신 구매한 뒤, 구매 국가에 무기와 부품 및 운용 교육 등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미국 정부가 방산업체에서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체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FMS 거래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전체 거래가의 3.1%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외 국가들은 미국제 무기를 살 때 FMS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대만의 하푼 구매 계약에서는 FMS 구매인데도 불구하고 정상 가격의 2배가 넘는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납기도 대단히 느리다. 2023년 4월 7일 계약이 체결된 이번 거래의 납기 완료는 2029년 3월 31일로 돼 있다. 고작 400발의 미사일과 그 미사일을 탑재하는 발사기 100대 만드는데 무려 7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미사일이 새로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주문량이 많아 대기 기간이 긴 것도 아니다. 이미 생산 라인이 갖춰져 있는 공장에서 미사일을 생산해 납품하는데 무려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단 소리다.       하푼 미사일은 원형이 1977년 등장했고, 이번에 대만이 구매하는 RGM-84L-4 블록 2 버전은 2001년에 등장한 구형이다. 이 미사일의 과거 납품 사례를 보면 2011년 미 해군과 해외 6개국에 총 60발의 하푼 블록 2를 납품하는 계약이 체결됐었는데, 이 계약은 2011년 7월 체결돼 2011년 8월부터 납품이 시작됐고, 2012년 6월에 모든 납품이 종료됐었다. 최근 LRASM과 NSM 등 신형 미사일의 등장으로 하푼의 발주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6년이라는 납기는 해당 미사일의 대만 공급을 늦추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적 개입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푼 대함미사일. 미 해군   사실 대만은 하푼 블록 2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푼은 대단히 낙후된 무기이고, 현대화된 방공 시스템을 갖춘 군함에는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다. 등장 당시 하푼은 해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는 시-스키밍(Sea-skimming) 능력을 갖춰 적의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무기로 인식됐지만, 레이더 기술이 크게 발달한 현재는 하푼이 위협적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특히 중국의 주요 수상 전투함들이 보유한 레이더는 15~50m 고도를 비행하는 하푼 정도는 어렵지 않게 탐지할 수 있고, 보유한 함대공 무장으로 원거리에서 손쉽게 요격해 버릴 수 있다. 대만이 해안에 100대의 하푼 발사대를 깔아놓고 동시에 400발의 하푼 미사일을 날리더라도 대만 해협 상공을 뒤덮은 중국 전투기들과 대만 해협에 떠 있는 중국 군함들이 일찌감치 탐지해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만은 하푼 발사차량과 거의 같은 크기의 트레일러에 하푼과 똑같이 4발이 탑재되는 자국산 ‘슝펑-III(雄風-III)’ 대함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2007년부터 양산된 이 미사일은 트레일러는 물론 요새화된 해안 방어 미사일 포대에서도 발사되는데, 2020년부터는 성능 개량형이 연간 70발꼴로 생산돼 대만군에 공급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하푼보다 훨씬 긴 400km 사거리를 자랑하며, 속도도 마하 3.5에 달하기 때문에 아음속인 하푼과 비교할 수 없는 생존성을 갖는다. 그런 미사일을 이미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대량 양산을 진행 중인 대만은 슝펑-III보다 훨씬 비싸면서 성능도 떨어지는 하푼을 대량 구매할 이유가 없다.      공개 전시 중인 ‘슝펑-III(雄風-III)’ 대함 미사일. Screengrab=BBC   대만이 이번 하푼 도입 계약에 쓴 돈으로 슝펑-III를 구매한다면 대만은 중국 상륙함대가 대만해협 건너편의 군항에서 출항하기도 전에 중국 함대를 수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그럼에도 대만은 슝펑-III 대신 하푼을 선택했다. 이번 미사일 구매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압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한 점은 하푼 미사일 판매 계획이 발표될 때 즈음 함께 나온 미군 교관단 파견 소식이다. 미국은 현역 교관 100여 명을 대만에 파견해 대만 육군 신병훈련센터와 예비군 여단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관단은 미국과 대만이 공동 개발했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의 교육훈련법을 대만군 장병에게 전수함으로써 의무복무 기간이 1년에 불과한 대만의 비숙련 장병들을 정예화시킬 예정인데, 문제는 이들이 전수한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의 내용이다.    미군이 대만에 전수한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은 다름 아닌 ‘게릴라전’이다. 중국군이 상륙해 대만 곳곳으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도시와 산악지역에서 중국군을 상대로 유격전을 벌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에 ‘우크라이나식’ 방어전술을 강요하고 있다. 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군 보병들이 유격전을 펴 효과적인 저지 능력을 보여주었으니 대만 역시 유격전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의 대만 방어 전략을 완전히 엎어버렸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수립된 대만 방어 전략은 고성능 무기체계를 이용해 유사시 중국 내륙의 전략 시설들을 타격하고, 중국의 상륙함대와 항공기 대군을 대만해협에서 저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군의 다양한 첨단 무기 구매 사업을 지원하고 각종 군사과학기술도 제공했다.    Mk.41 수직발사기. seaforces   우선 대만 해군의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은 대만에 Mk.41 수직발사기 기술을 대만에 판매하고 대만이 이를 복제한 국산 수직발사기를 제작하도록 도왔다. 대만이 자국산 방공 구축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레이더 기술과 전투체계 설계 기술, 전술정보전송 데이터링크 시스템도 공급했다. 대만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지룽(基隆)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방공 구축함 개발을 추진했다.      이 계획이 현실화했다면 대만은 유사시 중국 본토에서 밀려오는 중국군 항공기들을 원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강력한 방공 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주요 기술 이전과 군사자문이 모두 끊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가 폭등했고 예산 문제 때문에 결국 대만군은 중·대형 전투함을 포기하고 소형 미사일 고속정 위주의 함대를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기 공급 일정도 늦췄다. 지난 2019년 108대 공급 계약이 체결된 M1A2T 전차는 미 육군의 주력 M1A2 전차와 동일한 모델로 선전됐지만, 실제로는 포탄과 장갑재를 수출용 염가 버전으로 교체한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전차 고작 108대를 납품하는데 미국이 제시한 일정은 무려 7년이다. 심지어 2022년에 초도 차량이 출고되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교육훈련을 이유로 미국에 잡혀 있는 상태이고 대만 현지 인도는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2021년 M1A2 전차 250대를 발주한 폴란드가 이듬해인 2022년에 초도분을 인수했고 미군 사양과 마찬가지로 열화우라늄탄까지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납기 일정이다.    전투기 공급 일정 역시 다른 나라보다 유독 늘어지고 있다. 대만은 2019년 기존 보유한 142대의 F-16을 F-16V 사양으로 개량하고, 신규 제작한 F-16V 66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대만군의 신규 제작 F-16V 기체 인도 일정은 아무리 빨라도 2024년에 시작돼 2027년 이후에 끝날 예정이다. 초도기 납품에 5년, 납기 완료에 8년이 걸리는 셈이다. 2018년 계약한 바레인이 2024년까지, 2022년에 계약한 요르단과 불가리아가 각각 2027년과 2025년까지 전량 인수 완료인 것과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긴 납기 일정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27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中, 러시아가 만든 ‘인류 종말의 무기’ 손에 넣을까?(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中, 러시아가 만든 ‘인류 종말의 무기’ 손에 넣을까?(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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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   실제로 러시아는 북방함대와 태평양함대의 훈련 기간을 오는 5월까지로 밝히고 있다.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 모임, 일명 G7을 겨냥한 조치다. 일부 러시아 소식통들은 이번 북방함대 북극해 훈련에 참여 중인 특수 임무 잠수함이 5월 전후로 태평양함대에 임시 배치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태평양 임시 전개 가능성이 제기된 잠수함은 지난해 취역한 최신형 잠수함인 ‘벨고로드(RFS Belgorod)’다. 벨고로드는 현재 북방함대에 임시 배속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제29잠수함사단 소속으로 2024년 1분기 중 태평양함대 관할구역으로의 정식 배치가 예정돼 있다.    이 잠수함은 또 다른 특수 임무 잠수함인 ‘하바롭스크(RFS Khabarovsk)’와 함께 태평양함대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해군기지와 캄차카 반도 베체빙카(Bechevinka) 기지 두 곳이 이들 전력의 운용 거점으로 지정됐다. 베체빙카 기지는 과거 소련 해군이 잠수함 전진 기지로 운용하다 버려진 군사시설로, 최근 복구·현대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가까워 알래스카의 미군 감시정찰 자산의 손바닥 안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벨고로드와 하바롭스크는 다층 방공·대잠 방어 시설이 잘 구축된 블라디보스토크를 모항으로 삼아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 선체 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크기가 짐작된다. [러시아 매체 프라우다 유튜브 캡처]   즉, 이들 잠수함의 주 활동 영역은 한반도의 동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벨고로드와 하바롭스크는 서방 언론이 ‘인류 종말의 무기’로 부르는 ‘포세이돈(Poseidon)’ 핵 추진 수중드론을 탑재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임무 잠수함이다. 포세이돈은 길이 24m, 직경 1.6m의 어뢰 형상을 한 수중드론으로 복합 센서와 자율항법장치를 이용해 깊은 바닷속을 스스로 항해하는 수중드론이다. 이 드론의 동력원은 원자로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고, 탄두부에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핵무기라 불렸던 ‘차르 봄바(Tsar Bomba)’의 2배에 가까운 100메가톤급 핵탄두가 실려 있다.    이 수중드론은 일단 발사되면 현존하는 그 어떤 수단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인 잠수함이나 어뢰가 접근할 수 없는 수심 1000m 아래까지 내려가는 잠항 심도를 가지고 있고, 소음을 거의 내지 않는 저속 모드로 항해하기 때문에 소나로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수중드론은 목표 근처까지 스스로 항해한 뒤 해안에서 폭발해 초대형 해일을 만들어 낸다.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00m 높이의 해일이 발생해 어지간한 주(州) 하나 정도는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알려졌다. 운용하기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 본토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고, 미·일 연합함대를 일격에 수장시킬 수도 있는 위력이다.    러시아가 이들 전력을 동해에 배치해 미·일 양국을 위협하면 중국은 대단히 큰 전략적 이익을 얻게 된다. 미국이 최근 일본·필리핀과의 군사적 협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은 미국 본토 동부 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중국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원잠들이 서태평양으로 나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H.I.서튼이 지난 3월 미국 해군매체 네이벌뉴스에 러시아 핵어뢰 포세이돈에 대해 소개하며 공개한 이미지. [네이벌 뉴스 캡처]   최근 중국은 전략원잠 전력을 크게 확장하고 SLBM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은 물리적인 체적의 한계 때문에 사거리와 탄두 탑재량이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중국 연안에서 발사해 미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 가능한 SLBM은 그만큼 실어 나를 수 있는 중량에 제약이 생겨 동시에 여러 발의 핵탄두를 날릴 수 없다. 반대로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은 SLBM은 사거리가 감소해 태평양 중심부까지 전진해서 발사해야 미국 동부를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후자를 택했고, 여러 발의 핵탄두를 미 동부 연안 대도시들에 동시 투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대만-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과 대만-일본 사이의 오키나와 열도 대잠 저지선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태평양함대에 벨고로드·하바롭스크를 배치하면 바시해협·오키나와 열도에 집중된 미국·일본의 대잠 전력이 동해와 오호츠크해로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중국 전략원잠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동해와 오호츠크해에도 최소 1~2척의 공격원잠을 추가로 배치해 러시아발 수중 전략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리 부장을 크렘린에서 직접 만나 북방함대와 태평양함대가 진행하고 있는 군사훈련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극동과 유럽에서 대규모 합동 훈련이 진행 중이며, 이 훈련에는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훈련의 내용과 의의를 몸소 브리핑했다. ISW의 분석처럼 미·중 패권 경쟁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매력적인 전략적 파트너인지를 중국에 직접 어필한 셈이다. 이를 들은 리 부장은 “양국 관계는 냉전 때 군사·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한다”면서 앞으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리상푸(왼쪽)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타스=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수준의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전차와 장갑차, 야포와 탄약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중국이 국제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중장비를 제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러시아의 벨고로드·하바롭스크 태평양 조기 배치와 공세적 운용을 통한 미·일 견제 역할을 조건으로 러시아에 제한적인 군사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높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국가보안국은 전장에서 발견되는 중국산 군용 장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완성품’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치장물자로 보관된 전차나 장갑차 등을 러시아가 복원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지원하거나 재고가 바닥난 러시아의 전략 미사일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와 전자부품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러시아를 우회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구하지 못하는 반도체와 군사용 전자제품의 밀수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중국 경유 반도체 수입량은 전쟁 이전의 3배 이상 규모로 늘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식별된다.    이런 상황이 심해질수록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와 중국 예속 현상은 점점 더 심화할 것이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중국에 손을 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점점 더 의지하기 시작했다. 서방 기업들이 떠난 자리에 중국 기업들이 무혈입성하고 있고, 시장은 점점 ‘Made in China’ 상품들로 잠식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근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의 경고대로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그것대로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라는 국가 자체가 중국에 예속되는 상황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는 국가 전체가 붕괴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실로비키 세력 내의 권력 암투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어떤 형태로든 수면 위로 떠오르며 대혼란을 빚어낼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이 전쟁을 계속 끌고 가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중국은 러시아에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 전체의 중국 예속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러시아군 포격을 위해 엄폐한 우크라이나 아우디이우카 경찰. [AP=연합뉴스]   지난 1월 알렉산더 모틸(Alexander Motyl) 러트거스대 교수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러시아 연방의 붕괴와 해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가 극심한 혼란 속에 분열되고, 분열된 각 세력 가운데 일부가 벨고로드나 하바롭스크와 같은 전략자산들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친중 그룹에 합류한다면, 중국이 러시아의 핵전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중 패권 경쟁의 판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포린폴리시에는 지난 2021년 10월, 존스홉킨스대 할 브랜즈(Hal Brands) 석좌교수와 터프츠대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 교수가 공동 기고한 ‘중국은 쇠퇴하는 강대국이며 그것이 문제다(China Is a Declining Power – and That’s the Problem)’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은 추락하는 상황이었고 패배가 유력시됐지만, 이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패로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의 중동 동맹이 와해하면서 미국 패권의 근간이 됐던 페트로 달러 체제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지며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필자는 2020년 대선 직후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도덕적 타락과 사익(私益) 추구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파괴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패권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온 바 있다. 그 경고대로 유럽에서는 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의 중동 동맹은 파괴됐다. 이젠 러시아까지 중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올 지경인, 문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미국 패권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며 미·중 패권 교체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다. 중국이 러시아가 만든 인류 멸망의 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흔들며 글로벌 패권을 장악할 수도 있는 미래, 인류에게 이보다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또 있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21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무너지는 푸틴의 제국… 中, 러시아에 무기 공급 않는 이유(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무너지는 푸틴의 제국… 中, 러시아에 무기 공급 않는 이유(上)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속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고 있다.      3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전쟁은 1년을 훌쩍 넘겼고, 주요 전장에서는 매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보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싶어도 재래식 군사력은 거의 바닥이 났다. 2~3일 간격으로 한 번에 100발 가까이 퍼붓던 미사일 공격은 한 달 넘게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전장에서는 전차와 장갑차가 없어 보병들로만 구성된 일명 ‘스톰Z(Storm Z)’라는 부대 편제까지 등장했다.     'Z'가 새겨진 러시아 장갑차가 소련 시대 전차를 전시한 기념비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톰Z’는 뭔가 굉장히 강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러시아군이 얼마나 심각한 장비 부족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증거다. 개전 초만 하더라도 러시아군은 대대전술단(BTG : Battalion Tactical Group)이라는 편제를 사용했다. 1개 BTG에는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 140여 대의 기갑차량이 편제됐는데, 전쟁이 장기화하며 엄청난 기갑차량이 손실되자 러시아는 2023년 1월부터 돌격대(Assault Unit)라는 편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돌격대에 편제되는 전차의 수는 6대로 줄었고, 장갑차는 많아야 10대 내외였다. 같은 대대급 편제인데 기갑차량 숫자가 1/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3월부터 등장한 ‘스톰Z’는 전차나 장갑차가 아예 없는 보병 부대 편제다. 10명이 1개 조로 편성되며, 중화기 지원 없이 소총과 수류탄만 들고 돌격한다. 포병과 기갑 지원 없이 적의 방어선을 향해 달려가는 ‘알보병’들의 운명은 뻔하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격전지 바흐무트(Bakhmut)나 아우디이우카(Avdiivka)를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부르고 있다.    간간이 등장하는 전차나 장갑차, 화포는 그야말로 고색창연(古色蒼然)하다. 개전 초만 하더라도 T-80BVM이나 T-90M과 같은 최신형 전차들을 자랑하던 러시아군은 지난해 가을부터 1960년대 초반에 생산된 T-62 전차를 끌고 나오더니, 지금은 1948년에 생산된 T-54 전차를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포병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스탈린의 오르간’이라 불렀던 ‘카튜샤(Katyusha)’ 다연장로켓과 ZiS-3 76.2mm 야포를 받고 사용 매뉴얼이 없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부 부대는 소총조차 못 받거나 2차 대전 때 썼던 ‘모신-나강(Mosin-Nagant)’ 볼트액션 소총을 받고 있다.   1985년 기차에 실려 헝가리로 향하는 T-55 전차. 아래는 최근 아르세니예프에서 러시아 서쪽으로 향하는 T-54/55 전차들. [citeam]   2022년 2월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군은 ‘장부상’으로 현역 전차 3천여 대, 예비용 전차 1만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전차 대국이었다. 특히 3세대 전차로 분류되는 T-80과 T-72는 치장 물자만 각각 3천 대와 7천 대 이상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체 전차 보유량의 10배를 훌쩍 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들 전차를 치장 창고에서 꺼내 일선으로 복귀시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예비 전차는 소련 붕괴 이후 야적장에 30년 넘게 방치돼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녹슨 상태였고 현역 전차들 역시 극심한 비리와 부정부패로 인해 관리가 되지 않아 가동 중단인 차들이 태반이었다. 러시아 수뇌부는 지난해 5~6월에야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고, 그제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Andrey Kartapolov) 국가두마 국방위원장 등이 책임자를 숙청하고 직접 장비 복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극심한 기갑 장비 부족에 시달리며 ‘알보병 군대’로 전락한 러시아군이 그나마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날씨 덕분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서부지역, 벨라루스에는 봄과 가을에 많은 눈이나 비가 내려 대지가 뻘밭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Rasputitsa) 현상이 발생한다. 러시아어 라스푸티차(распутица)는 의역하면 “길이 없다”는 뜻이다. 라스푸티차 기간 중에는 해당 지역이 일반 차량은 물론 무한궤도를 장착한 전차나 장갑차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진흙탕으로 변한다. 이 라스푸티차는 13세기 몽골군의 침공으로부터 러시아의 공국들을 지켰고,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때도 프랑스 대군의 발목을 잡아 러시아를 구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을 돈좌(頓挫)시켜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러시아군 장갑차와 탱크가 진흙탕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다. 가을장마로 동부와 남부전선의 평원이 거대한 진창으로 변하는‘라스푸티차’현상 탓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양측 모두가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서방 세계의 엄청난 무기 지원을 받아 최소 12만, 최대 20만 명의 대군과 2천 대 이상의 전차·장갑차로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4월 하순 현재 알보병 상태의 러시아군 진영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도 기갑차량이 움직일 수 없는 라스푸티차 기간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라스푸티차는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 끝난다. 5월 초에서 중순이 되면 진흙탕이 됐던 땅들이 마르면서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하는데, 서방 싱크탱크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이때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가 짧으면 2~3주, 늦어도 한 달 후에는 시작될 게 자명한데, 이에 대응할 무기가 없는 러시아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총공세에 맞서기 위한 무기와 탄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동맹 또는 우방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은 러시아에 충분한 무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 능력이 없다. 벨라루스는 구소련 때부터 벨라루스 각지에 방치됐던 장비들을 조금씩 복원해 러시아군에 전달해 주는 정도다. 베네수엘라에는 무기 생산을 위한 인프라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조금 친분이 있는 인도는 서방 세계와의 관계 때문에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일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제 재래식 무기는 중동에서도 그 품질이 조악하기로 악명이 자자해 러시아 입장에서는 받아서 쓰는 것이 되려 해가 될 수 있다. 정치·외교적인 상황이나 무기 생산 능력 전반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와 친분이 있는 나라 가운데 러시아가 필요한 만큼의 무기를 적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다.     바로 중국이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무기를 공급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항에서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오가는 러시아 공군 소속의 An-124 수송기와 IL-76 수송기가 자주 식별됐는데, 해당 수송기들을 통해 대량의 전투복과 방탄복, 방탄헬멧, 무전기가 러시아군에 공급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중국은 그 이상의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필요한 것은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각종 포탄이었고 러시아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중국에서 무기를 수입하고자 했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다급한 러시아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모스크바로 초청했다. 양국 정상은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미국과 서방 세계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공동전선’을 천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러 무기 판매는 성사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 고위 관료들과 각 기관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전선에서 중국제 군용 살상 무기가 식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국 탱크.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이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실로비키 세력은 본질적으로 공산·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종주국 지위를 놓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경쟁자다. 중국과 러시아는 청나라·제정러시아 시대부터 잦은 전쟁을 벌였던 원수지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동반자가 됐지만, 스탈린 사후 흐루쇼프가 집권하면서 소련이 1인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하자 다시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중국이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소련은 각종 군사 무기에 대한 기술 공급의 대가로 중국에 돈과 식량을 요구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 양국 관계는 1969년 국경 분쟁 이후 완전한 적대 관계가 됐다.    소련 붕괴 이후 양국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거 소련이 차지했던 ‘미국의 맞수’ 자리를 차지했지만, 러시아는 오랫동안 정치·경제적 혼란에 시달리며 국력이 크게 쇠퇴했다. 푸틴 집권 이후 ‘오일 머니’ 덕분에 국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한 러시아 집권 실로비키들은 초강대국이었던 옛 소련의 향수를 자극하며 국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해 나갔다. 하지만 이들에게 중국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옛 소련 정보기관·군부 인사들이 중심이 된 실로비키들의 머릿속에는 소련 시절의 세계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들에게 중국은 그저 소련의 아류일 뿐이었다.      2023년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국력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고 지금의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아직도 자신들이 ‘상전’인 줄 아는 실로비키들의 ‘인지부조화’는 지난 3월 중·러 정상회담 당시 중국의 감정을 자극해 결국 ‘양국 무제한 협력’ 합의를 없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실로비키들은 지난 3월 21일, 크렘린궁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단히 심각한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환영식은 크렘린궁 안의 가장 거대한 홀인 ‘게오르기옙스키홀(Georgievski Hall)’에서 열렸는데, 시 주석은 100m가 넘는 이 홀을 걸어 들어가 홀 안쪽 깊숙한 곳에 마치 황제처럼 서 있는 푸틴에게 다가가야 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2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레드 카펫 반대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게오르기옙스키홀의 문이 열리고 자신의 눈앞에 마치 제후국의 왕이 황제를 알현하러 가는 길과 같은 무대가 펼쳐진 것을 보며 100m 넘게 걸어갔던 시 주석은 걸어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탄 차량 하차 지점까지 달려와 뙤약볕 아래에서 시진핑을 맞이했던 빈 살만 왕세자의 모습이 홀 안쪽에 서 있는 푸틴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됐을 것이다.    러시아는 푸틴과 시진핑이 함께 발표한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 사흘 만에 엎어버렸다. 당시 중·러 양국은 핵보유국이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는데, 러시아는 사흘 뒤에 벨라루스 핵무기 전진 배치를 선언하며 중국과의 약속을 깨버렸다. 중국도 며칠 뒤 푸충(傅聪) 유럽연합 주재 중국 대표부 대사가 나서서 “러시아와의 무제한 협력 선언에서 무제한이라는 단어는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선을 그었다.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러시아가 주제를 모르고 자존심을 세웠다가 겨우 얻은 협력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이었다. 물론, 러시아가 이러한 실책을 범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선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에 또다시 도움을 청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한 것이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20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미국이 제2보병사단에 포병대를 복원한 건 그동안 여단(Brigade) 중심으로 운용되던 지상군 작전 개념을 다시 사단(Division) 이상급 제대 중심으로 되돌리겠단 의미다. 그동안 제2보병사단은 이름뿐인 사단이었다. 예하 부대들은 뿔뿔이 흩어져 대부분 미 본토로 옮겨갔고, 기동부대는 9개월 주기로 미 본토에서 순환 배치되는 타 사단의 여단들을 배속받아 부려왔다. 사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직할 포병부대가 없어 상급 제대인 제8군(8th Army) 예하의 제210야전포병여단(210th Field Artillery Brigade)을 지원받아 운용해 왔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 기존의 작전수행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새 기준 교범 〈야전교범 3-0 작전(3-0 Operations)〉 개정안을 확정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새 교범에 따라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은 직할 포병대를 복원했고, 이 포병대는 지휘 부대로서 유사시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포병부대들을 지휘·통제한다. 아직 여단전투단 편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군은 순환 배치되는 여단전투단에 1개 대대 규모의 포병 전력을 가지고 있다. 추후 FM 3-0에 의거해 사단포병 편제가 부활하게 되면 제2보병사단에 예속 또는 배속되는 포병 전력은 제210야전포병여단이 아닌 제2사단 포병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2보병사단을 지원해온 제210야전포병여단은 제8군 지원부대로 돌아가게 됐는데, 문제는 제8군이 과거 우리가 알던 그 ‘미8군’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군 제8군. [사진 8tharmy]   일반적으로 알려진 제8군은 오랫동안 사실상 행정 부대의 기능만 수행해 왔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육군 개혁 작업을 주도해 온 존 맥휴(John. McHugh) 육군장관(Secretary of the Army)의 2012년 행정명령에 따라 ‘행정조직’이 아닌 군사작전 지휘·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야전사령부(Operational Force Headquarter)’로 지정됐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지휘계통도 한미연합사 예하 조직에서 미 태평양육군사령부 예하 조직으로 변경됐다. 태평양육군사령부는 작전 지휘 기능을 수행하는 ‘전구육군본부(Theater Army Headquarters)’이고, 제8군은 그 아래서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야전군 사령부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 직할 부대인 제210포병여단 역시 미 태평양육군의 야전군을 지원하는 부대로 그 위상이 격상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는 것을 추진해 왔고, 2003년부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화했다. 주한미군의 일부이자 미 태평양육군의 일부인 제210야전포병여단이 유사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은 물론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편제상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장비 교체뿐이다.    현재 제210야전포병여단에는 M270A1 MLRS를 운용하는 제38포병연대 1대대, 제37포병연대 6대대 등 2개 MLRS 대대와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되는 순환포병대대 1개(MLRS) 등 3개 대대가 배속돼 있다. MLRS는 1980년부터 생산돼 단종 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장비다. 미 육군은 해당 장비를 M270A2 사양으로 개량해 PrSM 운용 능력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장비 자체가 40년 가까이 사용한 노후 장비인 데다가 기동성과 범용성도 떨어져 대체를 추진하고 있다. 성능 개량이든 타 장비로의 교체든 우선 현재 배치된 장비들을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 시기가 MDTF 전력화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즉, 올 연말 또는 내년에 이들 전력 중 일부가 MDTF의 하이마스·MRC·LRHW 포대 중 일부로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MDTF의 주한미군 배치는 북한이나 중국에 있어서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체계의 정밀성과 위력, 기습 타격 능력은 그동안 북한이나 중국이 겪어보지 못했던, 문자 그대로 ‘가공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MLRS M142. 미사일 가이드 파이프. [미 육군(US army)]   우선 하이마스 포대는 서해 일대에 배치된 중국의 북해·동해함대에 대단히 치명적인 위협으로 부상할 것이다. 하이마스는 기본적으로 다연장로켓 무기지만, MDTF 부대에 편성된 하이마스는 PrSM 투발 플랫폼 임무에 더 중점을 두고 운용된다. PrSM은 현행 모델 기준 499km, 개량형 기준 10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택·군산 등 주한미군 기존 주둔지에서도 칭다오(青島)의 북해함대, 닝보(寧波)의 동해함대 주둔지를 모두 사정권에 두게 된다.      미 해병대는 유사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는 이른바 ‘네메시스(NMESIS : Navy Marine Expeditionary Ship Interdiction System)’에서 하이마스에 PrSM을 실어 투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때 PrSM에는 신형 탄두인 ‘올터넛 탄두(Alternate warhead)’가 들어간다. 일반적인 파편식 탄두와 달리 대량의 금속 막대를 일정한 범위 안에 쏟아붓는 이 탄두는 각각의 금속막대가 갖는 강력한 운동에너지로 전차의 상부 장갑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유사시 미군은 한국 서해안에서 이 미사일을 발사해 칭다오·닝보·다롄 등의 주요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중국 해군 군함들을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사전에 위성이나 정찰기로 중국 군함의 정확한 정박 좌표를 확인한 뒤 PrSM을 쏘면 발사에서 탄착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정박해 있는 군함은 긴급 출항을 하려 해도 아무리 빨라야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중국 군함들은 일거에 레이더와 통신 장비가 파괴되어 조기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군이 새롭게 추진 중인 다 영역 전투의 핵심 무기체계 하이마스. [미 해병대]   MRC 포대 역시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MRC에서 주로 사용할 토마호크 미사일은 중국에 그다지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지만 SM-6는 대단히 치명적인 무기다. MRC의 포대 지휘센터에 방공작전 네트워크 체계인 IBCS 통합이 완료되면 MRC는 지대공·지대지·지대함 작전이 모두 가능한 전력이 된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장거리 대공 미사일인 SM-6가 군산 또는 평택에 배치될 경우 서해 상공 대부분이 요격 범위에 들어가 중국 항공기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SM-6는 현용 모델로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요격은 물론, 중거리 전술 탄도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SM-6를 탑재한 MRC가 한국 서해안에 배치되는 순간, 중국의 서해 제공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평가에 들어가는 최신형 SM-6 블록 1B 모델의 경우 기존형보다 속도와 사거리가 많이 늘어나 중국 해안 상공의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도 가능해졌다. 물론 대함·대지 타격 임무 수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해안 도시의 전략 표적이나 서해에 떠 있는 중국 군함에 대한 극초음속 공격도 가능하다. 중국이 보유한 현존 전력과 근미래에 등장할 방공 무기 가운데 SM-6 블록 1B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단히 치명적인 무기인 셈이다.   최신형 SM-6 블록 1B 모델. [사진 Raytheo]   다크 이글은 중국에 있어 하이마스나 MRC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위협이다. 베이징 타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속도 성능으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다크 이글의 극초음속 활공 속도는 마하 17에 달한다. 군산 등 한국 서해안에서 발사했을 때 베이징까지 3분 안에 도달 가능한 속도다. 이 3분이라는 시간은 중국군이 레이더로 다크 이글의 발사를 포착하고 베이징 수뇌부가 공습경보를 인지해 중난하이(中南海)의 집무실 건물을 벗어나기 전에 미사일을 집무실에 명중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미 육군의 실사격 평가에서 기록된 다크 이글의 명중 오차는 6인치, 15.24cm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다크 이글 발사차량 1대에 실린 2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1발은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 1발은 건물 현관에 명중하게 해 중국 당국이 손을 쓸 새도 없이 중국 최고 지도자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크 이글에 사용되는 극초음속 활공 탄두는 2025년부터 잠수함에 탑재될 예정이다. 서해 중간수역 깊숙이 들어온 미 해군 잠수함이 발해만 인근까지 북상해 극초음속 미사일로 1~2분 안에 중난하이를 타격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다크 이글을 포함한 MDTF 전력이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 할 것이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은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언제든 모스크바에 기습적인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소련을 압박했었다. 미국은 소련의 심장부에 언제든 기습적으로 핵미사일을 꽂아 넣을 수 있지만, 미국 본토 주변에 전진 기지를 확보하지 못했던 소련은 그럴 수가 없다. 이러한 전략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과도한 군비 지출은 소련을 붕괴로 내몰았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MDTF는 핵전력은 아니지만 언제든 중국 지도부를 기습적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절대적인 전략무기로 간주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이러한 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려 할 경우, 중국은 총력을 기울여 한국의 체제 전복을 시도하거나 최악의 경우 전쟁 불사의 태도로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가 2023년 3월 3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썬더볼트 스트라이크 작전 동안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 육군(US army)]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지난해 5월 발간한 ‘지상 발사용 중거리 미사일의 인도·태평양 배치에 대한 미국 동맹국의 입장 평가(Ground-Based Intermediate-Range Missiles in the Indo-Pacific, Assessing the Positions of U.S. Allies)’ 보고서에는 이러한 우려가 담겨있다. 보고서는 “(사드 사태 당시) 미군의 방어용 미사일 배치에 중국이 반발했던 경험, 과거 중국의 압박 사례들에서 나타난 한국 정부의 취약성, 전반적인 한·미관계 악화 우려 때문에 한국이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주한미군 배치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매우 현실적인 예측이지만 이 보고서의 예상대로 한국이 중국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MDTF의 주한미군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이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중국인의 습성에 말려 국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 동해와 제주 남방 해역은 지금 이 순간도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물론 영해에도 거리낌 없이 들어와 한국 어민들의 어구를 파괴 또는 절취하고, 이를 단속하는 한국 해양경찰에 집단적인 폭력으로 맞선다. 한국의 단속 수준이 약하고 나포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국 불법 어선단도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수역에서는 몸을 사린다. 이들 국가는 중국 어선이 자국 영해를 침범할 경우 발포도 불사하며, 나포한 선박은 훈련용 표적함으로 쓰거나 불을 질러 격침해버린다. 지난 3월 26일 오전에는 중국 해안경비대의 중무장 대형 경비함 ‘CCG5205’가 베트남 EEZ 안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불법 어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베트남 EEZ에 진입하자 중국 경비함보다 훨씬 작은 베트남 어업 당국의 어업지도선  ‘Kiem Ngu 278’이 마치 충돌할 것처럼 중국 경비함에 달려들어 중국 경비함을 EEZ 밖으로 쫓아버린 사건이 있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국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중국과 어떤 사안을 놓고 협상이나 거래를 할 때는 강자의 위치에 있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이 MDTF 배치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MDTF를 가진 ‘한미 연합군’은 중국을 상대로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주한미군에 MDTF가 배치된 상태에서 중국 지도부는 수도를 내륙으로 옮기지 않는 한 매일을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 이에 대응할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덤볐다가는 소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한국의 한 마디에 MDTF의 한반도 배치 여부가 결정된다면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조, 무역보복 철회, 중국 내 한국 기업 보호 등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중국이 사드 사태 당시 고압적인 태도로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한국 정부가 미·일 주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수권정당(受權政黨)인 민주당이 미·일 주도 MD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일 주도 MD 네트워크 가입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카드를 들고나왔다면 중국 하급 관료의 입에서 “소국이 감히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는 말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말이면 미군은 하이마스·MRC·LRHW 3대 구성요소를 모두 완비하고 MDTF 해외 배치 준비를 거의 마치게 된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싶어 하는 미국은 MDTF를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한국에 배치하고자 할 것이고, 이미 이를 위한 부대 편제 개편과 행정 조치도 마무리해 놓은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선택이다. 사드 사태 때처럼 소국(小國), 또는 속국(屬國) 취급을 받으며 중국의 ‘갑질’을 감내할 것인지, 혈맹이 제안하는 ‘보검(寶劍)’을 들고 중국 앞에 ‘갑’으로 설 것인지 선택은 한국 정부와 국민의 손에 달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14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上)

    북미 대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나가는 전진 기지인 워싱턴주 타코마 인근의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oint Base Lewis–McChord)에는 최근 미 육군 수뇌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국가 안보 라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부대가 있다. 제1다영역태스크포스 장거리 사격대대(1st Multi-Domain Task Force long-range fires battalion, MDTF)가 그 주인공이다.   제1다영역태스크포스 장거리 사격대대(1st Multi-Domain Task Force long-range fires battalion). [태평양주둔 미 육군(US army, Pacific)]   이 부대는 평시에는 독립포병연대로 운용되다가 유사시 한반도 신속 증원을 담당하는 제1군단 예하 제17야전포병여단에 배속되는 제3야전포병연대 제5대대를 일부 개편한 부대지만, ‘대대’보다는 ‘포대(Battery)’에 가까운 소규모 부대다.   이 부대가 주목받는 것은 미군 최초의 극초음속 무기, 이른바 LRHW(Long-Range Hypersonic Weapon) ‘다크 이글(Dark Eagle)’의 첫 번째 운용부대이기 때문이다. 이 부대는 최근 JBLM에서 약 3,100마일 떨어진 플로리다주의 캐너버럴 곶(Cape Canaveral)으로 신속 전개 훈련을 했다. 유사시 수송기를 이용해 해외 작전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한 뒤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일명 ‘썬더볼트 스트라이크(Thunderbolt Strike)’ 시나리오를 소화한 것이다.   다크 이글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상 발사형 칼리브르(Kalibr) 순항 미사일을 문제 삼아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 :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를 선언하고 ‘공식적인’ 개발이 시작된 중거리 미사일이다.   2023년 3월 3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신형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Dark Eagle)’을 들어 올리고 있다. [태평양주둔 미육군(US army, Pacific)]   당초 알려지기로는 INF에 따라 1980년대에 폐기한 퍼싱 II(Pershing II)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edium-Range Ballistic Missile)의 후계로 개발이 시작된 만큼 퍼싱 II와 유사한 1700km~225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막상 완성된 다크 이글은 퍼싱 II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미국이 INF 탈퇴 구실로 삼은 칼리브르는 그저 핑곗거리였다. 중거리 미사일 개발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합참의장인 마크 밀리(Mark A. Milley)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부터 기존의 지상군 화력체계를 환골탈태시키는 장거리 정밀 화력(LRPF : Long Range Precision Fires) 구상을 추진해 왔다. 이 구상에 따르면 30km 수준인 기존 155mm 자주포의 사거리는 100km 이상으로 늘어나고, 최대 300km를 넘지 않았던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 : Army TACtical Missile System)는 INF 조약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499km의 사거리를 발휘하는 정밀타격미사일(PrSM : Precision Strike Missile)로 교체된다.     현재는 개발 단계에서 사실상 폐기됐지만 레일건 기술을 이용해 1600km 밖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타격캐논포병(Strategic Strike Cannon Artillery)도 개발이 진행됐고, 2250km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는 전략화력미사일(SFM : Strategic Fires Missile) 사업도 추진됐다.    하이마스에 탑재된 Precision Strike Missile (PrSM). [미 육군(US army)]   사실상 500km 사거리를 초과하는 PrSM과 SFM은 INF 위반이었다. 미국은 이들 무기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러시아가 장거리 지대지 순항 미사일을 전진 배치해 INF를 위반했다며 적반하장으로 러시아를 비난하더니 일방적으로 INF 탈퇴를 선언해 버렸다.   2015년부터 INF 탈퇴를 준비하던 미국이 러시아를 비난하며 INF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 러시아의 칼리브르 미사일 때문이 아니었다. ‘러시아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칼리브르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 발사 차량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아음속 순항 미사일로, 1년 365일 내내 조기경보기를 띄워 놓고 있는 NATO 회원국들에는 위협이 될 무기가 아니다.      특히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길어야 2500km 정도에 불과해 미 본토에는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INF 탈퇴 위협이 가시화되자 일각에서는 미국에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었다.     실제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INF 탈퇴를 러시아에 통보한 직후 새로운 군비통제 레짐을 구축하자며 새 INF 체제에 중국을 포함하자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어차피 미국은 INF 탈퇴를 오래전부터 준비하며 러시아의 허를 찌를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진척시킨 상태였고, 이를 러시아와 지근거리에 있는 폴란드에 배치할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다급한 러시아가 중국을 닦달하게 해 중국까지 INF 레짐에 끌어들이려 했다.     물론 중국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중국은 전체 보유 미사일의 95%가 INF 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500~5500km 사거리의 중거리 미사일이었기 때문에 INF 레짐에 들어오라는 이야기는 무장을 해제하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 결국 2018년 INF 탈퇴 통보 이후 1년이 지날 때까지 INF 재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했고, INF라는 제한선이 사라지자 미국은 그야말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폭주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작전을 수행하는 다중 영역 태스크 포스 대원(Staff Sgt. Philip Velez). [미 육군(US army)]   앞서 소개한 다크 이글은 최근 미 육군이 가장 공들여 만들고 있는 실험적 부대인 다영역태스크포스(MDTF : Multi-Domain Task Force)를 구성하는 하위 자산 중 하나다. 미국은 전구(戰區, Theater) 급에 1개 MDTF를 배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3개의 MDTF를 두려 한다. 이를 목표로 관련 자산이 속속 개발·배치되고 있는데, MDTF는 여단(Brigade)급 규모를 가지고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편제를 가지고 있다.    MDTF에는 정보·사이버·우주전을 담당하는 I2CEWS(Intelligence, Information, Cyber Electronic warfare & Space)대대, 장거리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화력대대(Strategic Fires Battalion), 방공대대(Air Defense Battalion), 여단지원대대(Brigade Support Battalion) 등 3개 대대가 편제돼 있다.    전략화력대대는 MDTF의 핵심이다. 이 대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명세를 탄 ‘하이마스(HIMARS :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1개 포대, 지상 발사형 토마호크 미사일과 SM-6 미사일을 운용하는 ‘MRC(Mid-Range Capability)’ 1개 포대, 그리고 다크 이글을 운용하는 LRHW 1개 포대 등 3개 포대를 가지고 있다.    하이마스 포대는 C-130 수송기로 공중 수송이 가능한 하이마스를 이용해 32~499km 범위에 화력을 투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이마스는 기본 227mm 로켓탄인 M26을 사용할 경우 32km 범위에 6발의 로켓탄을 쏟아부을 수 있지만, 사거리 연장 유도 로켓인 GMLRS를 사용할 경우 84~150km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현재 초기 생산이 시작된 PrSM 미사일은 공식적으로는 499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700~1000km까지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개량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AP=연합뉴스]   MRC 포대는 해군 군함에 탑재되는 Mk.41 수직발사체계(VLS : Vertical Launching System)를 지상에서 운용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얹은 버전이다. 이 발사기는 4개가 한 세트로 구성돼 트레일러에 탑재되는데, 미 육군의 주력 대형 고기동 트럭인 M983 HEMTT(Heavy Expanded Mobility Tactical Truck)로 견인된다. 발사기 세트와 마찬가지로 트레일러에 탑재되는 포대작전센터(BOC : Battery Operations Center)에는 미 육군 포병 화력 전술정보시스템인 AFATDS(Advanced Field Artillery Tactical Data System)는 물론, 합동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JADOCS : Joint Automated Deep Operations Coordination System)가 연동돼 있고 추후 통합 대공전 임무 수행을 위한 IBCS(Integrated Battle Command System)도 연동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MRC 발사기는 해군의 주력 함대지 타격 수단인 토마호크 미사일의 지대지 버전과 함대공 미사일인 SM-6를 주력 무장으로 운용한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최신 버전인 블록 V가 탑재되는데, 이 미사일은 1700km급 사거리를 가지고 있고, 이동 표적 공격이 가능하다. 지면에 바짝 붙어 비행하기 때문에 조기 경보기가 없는 적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이고, 전자전 능력도 갖춰 생존 가능성도 높였다. 미국은 토마호크 블록 V를 개발하면서 가격에 크게 신경 썼다. 1발에 153만 달러 수준으로 장거리 순항 미사일 중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이 미사일이 MRC에서 가장 많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MRC의 또 다른 무장인 SM-6는 원래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로 개발된 물건이지만 최근 미 해군에서는 함대함 미사일로도 사용되고 있는 다재다능한 미사일이다. 기본형은 마하 3.5의 속도와 460km의 사거리를 갖는데, 개량형인 블록 1B의 경우 로켓 모터와 부스터를 교체해 극초음속 비행 능력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구현했다. 즉 MRC는 지상 타격 임무는 물론 장거리 방공과 탄도탄·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MDTF의 가장 강력한 펀치인 LRHW 포대는 다크 이글 미사일 2발을 탑재하는 트레일러 발사대 4대와 지휘 통제 차량, 지원 차량 등 6대가 기본 구성이다. 다크 이글 미사일은 사거리 최소 2775km에서 최대 4000km 수준을 발휘하며, 극초음속 활공탄두인 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가 마하 17에 달하는 속도로 표적을 향해 돌진하는 무기다.      마하 17이라는 속도는 1초에 5.78km를 이동하는 엄청난 속도다. 속도 자체가 워낙 빨라 일반적인 레이더로는 탐지·추적 자체가 어렵다. 레이더라는 것은 목표물에 전파를 쏘고 반사되어 온 반사파를 판독해 목표물의 위치·속도·방위각 등의 데이터를 산출하는 기계인데, 어지간한 고성능 레이더가 아니라면 마하 17의 속도로 비행하는 물체는 목표물에 맞고 돌아온 반사파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독·계산해 표적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추적(Tracking) 처리가 불가능하다.      특히 C-HGB는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 탄두와 달리 활공하며 수시로 비행 코스를 바꾸기 때문에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활공 탄두가 어느 지역으로 날아올지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즉, 현존 기술로는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2020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레이번 하원의원 회관에서 공개된 미 육군의 LRHW 모형. [미 육군(US army)]   미국은 주요 타격전력으로 하이마스·MRC·LRHW 각 1개 포대씩을 보유한 MDTF를 인도·태평양 지역에만 최소 3개를 배치하려 하고 있다. 하이마스와 LRHW는 이미 부대 창설과 작전 투입 준비가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MRC 구성요소들도 올해 중 부대 배치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MDTF는 각 구성요소가 창설 중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요소가 미 본토에 있지만, 올 하반기에 부대가 완성되면 이르면 겨울,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해외 전개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MDTF는 중국을 겨냥해 고안된 조직이기 때문에 해외 전개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중국 근처에 배치될 것이고 1순위 배치 후보지는 한국이 될 것이다. 미국은 재작년부터 조용히 MDTF 한반도 배치를 준비해 왔다.    지난 2021년 9월 16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시무식(始務式)을 열고 가동되기 시작한 미 육군 제2보병사단 포병대(2nd INFantry Division Artillery)는 한국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주한미군의 성격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대다.      원래 이 부대는 미 본토 워싱턴주 JBLM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2021년 9월 10일 JBLM에서 종무식(終務式)을 열고 부대 이동을 선언한 뒤 평택으로 와 주한미군 예속이 발표됐다. 미 국방부는 고작 10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부대의 한반도 이동 배치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규모 미군 재배치의 일환(as part of a lager realignment of forces within the U.S. Army)’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부대의 이동 배치는 단순히 병력 100명이 ‘이사를 한’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13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수십 년 공들인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한다(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수십 년 공들인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한다(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수십 년 공들인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한다(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미국이 오커스 파트너십을 통해 호주에 제공하려는 핵잠수함 기술은 엄밀히 따지면 핵확산방지조약(NPT : Non-Proliferation Treaty) 위반이다. NPT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그리고 핵무기 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미국과 호주 모두 가입해 있다. 오커스 파트너십에 가입한 미국·영국 모두 원자력 잠수함용 핵연료로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호주에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NPT 위반이다. 이 때문에 오커스 출범 당시 중국은 이를 맹렬히 비난하며 호주가 핵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G20 정상 회의 연설에서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며 오커스를 비판했고 얼마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중국 측 대표단은 오커스 문제를 IAEA에서 다뤄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의견 합치를 보기 전까지는 오커스 파트너십 가동을 유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은 오커스에 대해 큰 우려와 공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2022년 5월 호주 정부가 ‘친중’으로 바뀌면서 모든 고민이 해소됐다. 노동당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호주 국기. [사진 istockphoto]   지난 3월 13일, 앨버니지 총리는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오커스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앞당길 것이라며 오커스 사업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서 호주는 3680억 호주달러, 한화 약 322조원의 예산을 들여 최대 13척의 공격원잠을 확보할 것이며 핵잠수함 조기 전력화를 위해 미국에서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을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호주가 지금 당장에라도 핵잠수함을 도입해 중국을 위협할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호주 정부가 발표한 총사업비 3680억 달러는 2024년부터 2060년까지 36년간 투입되는 총예산이다. 호주는 2030년대 초반까지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3척을 직도입하고, 2척을 옵션 물량으로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가 구매한다는 버지니아급 블록 V 버전은 1척에 미화 35억 달러이며, 5척을 구매할 경우 전체 비용은 최대 175억 달러, 한화 약 23조 원이다.      322조 원 가운데 최대 23조 원이 버지니아급 직도입 비용이고 나머지 299조 원은 36년간 호주 독자 모델의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해 최대 8척을 순차적으로 건조하는 비용이다. 이 호주 독자 모델 잠수함은 아무리 빨라도 2042년에 1번함이 진수될 예정이다. 앞으로 19년 뒤의 일이다.    호주는 미국에서 버지니아급을 구매하고 영국과 차세대 공격원잠을 공동 개발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노동당 정부는 이 과정에 교묘한 장치를 넣어 잠수함 전력화 시기를 크게 늦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아스튜트급(Astute class) 공격원잠을 배치 중인 영국이 2030년대 후반까지 차세대 공격원잠을 개발하면 이 공격원잠에 미국이 개발하는 차세대 공격원잠용 전투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을 또 한 번 거쳐 호주 독자 모델의 잠수함을 개발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호주 퍼스. 아스튜트급(Astute class) 잠수함. [사진 British High Commission Australia]   호주는 강성노조의 천국이다. 외국산 군함을 호주에서 건조하면 성능과 신뢰성은 추락하는데 비용과 납기는 몇 배로 부풀려지는 것이 호주 조선 산업의 현주소다. 호주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인 ‘헌터급(Hunter class)’은 원형인 영국 26형 호위함이 1척당 10억 파운드, 한화 약 1조 6천억 원인 것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했다. 현재 1척당 3조 5천억 원가량을 예상하는데, 일부 보고서에서는 척당 4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주 강성 노조는 해외 기술도입 형태로 개발한 콜린스급(Collins class) 잠수함도 동급 잠수함의 2배 가격을 주고 납기도 10년 늦춘 바 있으며, 1척에 6000억 원으로 구매할 예정이었던 스페인 원형의 이지스 구축함도 당초 계획된 예산의 4배가 넘는 2조 5000억 원의 가격에 납품한 바 있다.    이 문제를 지적했던 데이비드 존스턴(David Johnston) 전 국방장관은 “그들이 잠수함은 고사하고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안 믿는다”며 강성노조를 비난했다가 노조와 노동당의 집중포화를 맞고 정계에서 쫓겨났다. 노조가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 과도한 국산화를 요구해 왔고 노조 중심의 방만 경영으로 납기 지연·비용 폭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주 안보와 국익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강성 노조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쓴 호주국가감사국(Australian National Audit Office) 담당자들 역시 자리에서 쫓겨나야 했다.      미국과 영국의 현용 공격원잠은 1척에 3~5조 원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호주는 무려 299조 원을 들여 최대 8척의 공격원잠을 획득하겠다고 밝혔다. 1척에 37조 원꼴로 동급 미·영 공격원잠의 7~8배에 달하는 가격이며 호주가 최대 5척을 직도입하겠다고 밝힌 버지니아급 5척 직도입 비용의 1.6배가 넘는 가격이다. 호주의 국방예산은 GDP 대비 2% 미만이며 올해 기준 487억 호주달러, 한화 약 42조 6500억 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호주가 당장 내년 예산부터 오커스 잠수함 사업비를 편성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호주는 오커스 잠수함 예산으로만 매년 8조 3천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 잠수함 단일 항목에만 매년 호주 국방비의 20%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조 바이든(무대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낙(무대 오른쪽)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무대 왼쪽) 호주 총리가 13일 샌디에이고에서 회담 후 공동회견하고 있다. 뒤에 버지니아급 핵 잠수함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미국에 약속한 버지니아급 잠수함 최대 5척 구매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미국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2개뿐이다. 지난 3월 13일 오커스 정상회담 직후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2년까지 미 해군 물량으로만 17척의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인도 계약이 걸려 있고, 여기에 차세대 전략원잠인 컬럼비아급(Columbia class) 사업과 노후 잠수함 정비 계약이 추가돼 2개 조선소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연평균 최대 2.24척의 잠수함 건조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공급용 잠수함 물량을 충당하려면 미 해군 납품용 물량을 빼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노후화가 심각한 미 해군 LA급 대체 잠수함 공급 일정이 늦춰져 미 해군 전력 운용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기게 된다.      당연히 미 국방부와 해군은 미 해군 물량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애초에 오커스 구상은 미국의 공격원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는데, 미 해군 공격원잠을 호주에 양보하면 미국의 잠수함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 오커스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무려 6척의 버지니아급 블록 V 일괄 발주 예산이 들어 있던 것도 호주에 잠수함 물량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미 국방부의 속내를 말해준다.      다시 말해 앨버지니 총리가 203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최대 5척을 직도입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미국의 조선 인프라 현실을 감안했을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진 The Sydney Morning Herald]    이런 상황을 무려 18개월 동안 오커스 시행 방안을 연구했던 호주 정부가 몰랐을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조기 도입이 불가능한 잠수함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밝혀 국민들에게 반중 정책을 펴는 것과 같은 착시 효과를 보여주고, 잠수함 조기 도입 구상을 보여주며 ‘본 사업’ 착수는 20년 후로 미뤄 버린 앨버니지 내각의 이번 오커스 구상 발표는 그야말로 중국과 친중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하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안된 ‘오커스 잠수함’은 적어도 미·중 패권 경쟁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중국을 위한 ‘확인사살’까지 해 주었다. 그는 3월 2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공격원잠을 획득하는 대가로 대만 유사시 등 중국과의 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 “그런 것은 당연하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호주가 미국의 핵잠수함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런 의무가 생긴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라고 밝히며 호주가 만에 하나 핵잠수함을 도입하게 되더라도 중국을 겨냥해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호주 보도전문채널 스카이뉴스는 “말레스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초부터 중국 방문을 희망해 온 앨버니지 총리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면서 “노동당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달 초 돈 파렐 통상장관의 발언처럼 호주와 중국 관계는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친중화 공작에 오염된 정치인들이 호주를 전통적인 미·영의 동맹 진영에서 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호주를 상대로 진행해 온 친중화 공작에는 뇌물과 각종 행사 비용으로 기껏해야 수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공작의 결과로 중국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핵잠수함 함대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고,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미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일찍이 손자는 “백 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책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이다(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했다. 지금 중국은 싸우지 않고도 최대 13척의 핵잠수함을 물리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지저분한 공작’에 대해 비난하기 전에 그에 대한 대응책을 찾고, ‘실리’를 생각해 그들의 이러한 전략을 보고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07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수십 년 공들인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한다(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수십 년 공들인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한다(上)

    영국은 ‘신사의 나라’로 불리지만, ‘대외관계에서 이처럼 지저분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각종 모략과 공작으로 점철된 나라다. 역사상 최초의 정보기관은 중국 15세기 명나라 때 만들어진 ‘동창(東廠)’이다. 하지만 이 조직은 주로 반역자 색출을 위한 황제 직속의 친위·방첩조직 성격에 가까웠던 반면,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신의 최측근 프랜시스 월싱엄 경(Sir. Francis Walsingham)을 시켜 조직한 비밀공작조직은 주로 대외 정보 수집과 공작, 사보타주 임무를 수행했다.      이 조직은 프랑스 내부의 프로테스탄트 세력을 배후에서 지원해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기도 하고, 스페인에서 ‘무적함대’의 출항 일정과 전쟁 준비 상황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기도 했으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경쟁자였던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조의 메리 여왕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다양한 공작을 수행했다.      세계 최초의 현대적 정보기관과 전쟁에서 ‘반칙’으로 통하는 비정규전 전문 부대를 처음 만든 것도 영국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영국은 ‘신사의 나라’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보원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대의명분보다는 철저하게 실리를 좇는 영국인들의 사고체계는 유럽 외곽의 외딴 섬나라에 불과했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대영제국의 초석으로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사략선(Privateer ship)을 대량으로 허가해 주고, 국가 차원에서 아편을 생산해 내다 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영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는 영국의 스파이가 침투해 있었고 스파이들은 주재국(駐在國)에 영향력을 행사해 해당 국가의 유력 인사를 포섭하거나 제거하는 등의 공작도 벌였다. 지금은 국제적인 영향력이나 전반적인 국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5대 핵 강국이자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 영국이다.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공작과 정책으로 국력을 키우고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랐던 영국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지금 중국이 벌이고 있는 비도덕적·비윤리적 행태들을 미국·영국과 같은 서방 강대국이 비난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하게 된다. 중국인의 시각, 즉 ‘내재적 접근론’으로 생각해 보면 중국 공산당이 세계 각국에서 벌이고 있는 ‘지저분한 짓’은 중국 국익을 위한 최선·최고의 선택이다. 스파이를 심고, 친중 인사를 키워 공작 대상 국가의 국력을 약화하고, 대상 국가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타당한 정의·도덕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 행위다.     그러나 이러한 공작 행위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중국의 국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국 위정자들에게는 ‘범죄’가 아닌 ‘의무’의 영역에 속한다. ‘호주 노동당’은 중국이 수십 년간 공들인 친중화(親中化) 공작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N. Albanese) 호주 총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22년 5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를 이끄는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N. Albanese) 총리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호주 정계의 대표적 친중 인사다. 이민자가 많은 호주에는 무려 100만 명의 중국계 시민이 거주하는데, 당시 총선에서 중국계 시민의 75%가 노동당에 몰표를 던진 것이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주 노동당은 ‘중도좌파’로 포장돼 있으나 전통적으로 경제·안보·젠더·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진좌파 색채를 보이는 정당으로, 친중 성향이 매우 강한 정당이다. 현직 총리인 앨버니지도 능숙한 중국어를 구사할 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은 인물이고, 전 총리인 줄리아 길라드(Julia E. Gillard)나 케빈 러드(Kevin M. Rudd) 모두 강성 친중 인사로 꼽힌다.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망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케빈 러드 전 총리는 학부 전공이 중국어로 통역사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역대 호주 총리 중에 중국 정상과 가장 많이 만나 애정 공세를 편 호주 정치권의 대표적인 친중 인사다. 총리 퇴임 후 옥스퍼드대에서 쓴 박사학위 논문이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었을 정도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 국민의 높은 반중 정서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반중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변한 것은 호주가 아니라 중국”이라며 “중국이 호주에 대한 제재부터 먼저 폐기하라”고 성토하는 등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놨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앨버니지 내각은 출범 직후 당 2인자이자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를 앞세워 중국과 접촉했다. 말스 부총리는 취임 직후 동맹국인 미국·영국 국방장관보다 중국 국방부장을 먼저 찾았다. 아예 중국계 인사인 페니 웡(Penny Ying-yen Wong) 외교장관 역시 우방국 외교장관보다 중국 외교부장을 먼저 찾았다. 국방·외교장관 접촉 후 중국은 “화기애애하고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호주와의 관계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5월. 호주의 보수적 로비단체인 ‘어드밴스 오스트레일리아’가 고용한 차량이 시진핑이 야당인 노동당 후보에 투표하는 사진을 걸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집권당인 자유국민연합은 ″노동당이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비난한다. [AP=연합뉴스]   호주 노동당의 친중 색채는 중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다. 호주 방첩기관인 ASOI(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zation)는 지난 총선 당시 “선거를 앞두고 외국 정부기관이 자국에 우호적인 정치인을 호주 정치권에 심으려는 시도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었다. ASOI가 밝힌 외국 정보기관은 중국 국가안전부(MSS : Ministry of State Security)였다. ASOI가 적발한 MSS의 공작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해당 사건에 앨버니지 당시 노동당 당수도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호주 노동당은 “근거 없는 색깔론”이라며 맞받아쳤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했다.      외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이고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주권 침해 행위지만 앞서 영국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중국 시각에서 봤을 때 미국과 연대하며 반중 전선을 구축하던 호주는 중국 국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었고, 중국 정부에게는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떠나 이러한 ‘호주 위협’을 제거할 책임이 있었다. 결국 중국은 성공했고, 그 결과는 ‘오커스(AUKUS)’ 파트너십 무력화라는 최대의 효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정상 회담 중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오커스 파트너십은 미국과 영국, 호주 3국이 중국을 겨냥해 결성한 안보 협력체다. 미국·영국이 호주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획득을 지원하고 이 잠수함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이 파트너십의 목표였다.    이 파트너십에는 양자 컴퓨터·인공지능·사이버 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은 물론, 장거리 공격·네트워크 협동 전투·핵잠수함 등의 기술을 삼국이 공유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한다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었다. 미국을 설득해 이 파트너십을 끌어낸 스캇 모리슨(Scott J. Morrison) 당시 호주 총리는 2021년 가을, 오커스 파트너십 출범 발표 후 최단기간 내에 핵잠수함을 확보하겠다며 국내 강성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주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핵 잠수함 직도입론’을 꺼내기도 했다.     미국이 핵 비확산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호주의 손에 핵잠수함을 쥐여주려 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군력, 특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략원잠(Strategic Missile Submarine) 전력을 미 해군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오커스 레짐 출범의 밑바탕이 됐다.    중국은 다탄두 핵미사일인 JL-2 계열 SLBM을 12발 탑재하는 094형 전략원잠 8척을 전력화하는 동시에 탄두 숫자와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차세대 SLBM인 JL-3 24발을 탑재하는 096형 전략원잠도 건조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은 하이난다오(海南島)를 거점으로 운용 중인데, 현용 주력 전략원잠인 094형에 탑재되는 JL-2 계열은 사거리 부족 문제 때문에 서태평양으로 나오지 않는 한 미국 동부 해안의 주요 도시들을 공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유사시 이 잠수함들을 바시 해협(Bashi Channel) 동쪽으로 어떻게든 내보내려 하고 미국은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잠수함의 숫자다. 미국은 26척의 로스앤젤레스급(Los Angeles class)과 21척의 버지니아급(Virginia class), 3척의 시울프급(Seawolf class)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 대국이다. 문제는 미 해군의 작전 영역이 전 세계이고, ‘고작’ 50여 척의 공격원잠만으로는 작전 소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군함은 기본적으로 3직제로 움직인다. 3척의 군함이 있으면 1척은 작전, 1척은 휴식 및 정비, 1척은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순환 운용된다는 말이다. 이는 50여 척의 현역 공격원잠 가운데 작전 중인 잠수함의 숫자가 17척을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17척으로 중국, 러시아와 같은 적성국의 전략원잠에 대한 감시·추적 임무를 수행하고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각각 최소 1~2척씩 활동 중인 항모전단의 호위 임무도 맡아야 한다.      SLBM을 탑재하고 전략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아군 잠수함에 대한 호위 임무는 물론,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하는 지상 공격 임무, 적성국 연안에서의 특수부대 작전 지원 임무도 수시로 부여된다. 이 때문에 미 해군 잠수함 승조원의 근무 강도는 타 함종 승조원과 비교할 수 없는 살인적인 수준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1월 오하이오급 핵전략잠수함 USS네바다(SSBN-733)가 태평양 괌 아르파항구에 정박했다. [사진 미 해군]   그렇다고 해서 공격원잠의 숫자를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다. 미 해군이 현재 조달하고 있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척당 건조비는 32억 달러, 한화 4조 2000억 원에 육박한다. 아무리 ‘천조국’이어도 이런 잠수함을 마구 찍어내는 것은 무리다. 과거 7개소에 달했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가능 조선소가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와 헌팅턴 잉갤스 인더스트리 뉴포트 뉴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Newport News) 2개소로 줄어든 것도 잠수함 대량 건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 조선소는 잠수함의 신규 건조와 정비·연료 교체 작업은 물론, 항공모함이나 순양함, 구축함 건조도 함께 수행하기 때문에 각 조선소가 연간 최대 건조할 수 있는 잠수함 숫자는 1.2척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선소에서는 건조가 불가능하며, 차폐 시설이 구비된 전용 건조 도크를 만드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 2021년 10월 발생한 시울프급 잠수함 코네티컷(USS Connecticut, SSN-22)의 사례는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지원 인프라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됐었다. 당시 코네티컷은 남중국해 하이난다오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수중 물체와 충돌해 함수(艦首) 부분이 대파됐다.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코네티컷호가 2021년 7월3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한 모습. [사진 미 해군연구소]   코네티컷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울프급 잠수함이자 미 해군에서도 최고의 전략 자산 중 하나로 대접받는 고성능 잠수함이었는데, 이 잠수함이 파손됐을 때 미 해군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가 바로 ‘조기 퇴역’이었다. 지원 인프라 부족으로 언제 수리가 될지, 얼마나 큰 비용이 들어갈지 가늠조차 되지 않으니 그냥 퇴역시켜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잠수함이 수리 도크로 들어간 것은 사고 발생 17개월이 지난 올해 3월 말이었다. 척당 약 50억 달러, 한화 6조 5500억 원 가치의 최고급 전략 자산이 무려 17개월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부두에 계류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가 핵잠수함을 갖고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전략원잠에 대한 감시·정찰 임무를 맡아 주면 미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을 것이다. 미국이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제공해 주기만 하면 핵잠수함 획득·운용 비용은 전부 호주가 부담할 것이고, 미군과 공조체제를 갖춰 미 해군 잠수함에 걸린 임무 부하(負荷)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4.06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 통상 30~150m 사이의 고도에서 비행하는데, 목표와 가까워지면 고도를 더 낮추기 때문에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나 해군 함정의 레이더로는 원거리에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순항미사일이 해수면에 붙어 낮게 비행하는 것을 ‘시-스키밍(Sea-skimming)’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시-스키밍 방식의 미사일은 제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레이더라도 원거리 탐지가 어렵다.     군함과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고, 이 때문에 거리가 늘어날수록 탐지 가능한 최소 고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탄도미사일에 대해 최대 1000km 가까운 탐지거리를 갖는다고 알려진 현용 이지스 레이더인 AN/SPY-1D(V)의 경우 시-스키밍 방식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탐지거리가 37~40km까지 좁아진다.   시-스키밍(Sea-skimming) 중인 RBS 15 Mk4 공대지 대함 미사일. [사진 Saab]    순항미사일은 레이더의 사각지대를 비행한다는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로점(Way-point)을 여러 개 설정해 복잡한 비행경로를 취하며 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적의 레이더 사각지대를 사전에 파악한 뒤 그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표적에 접근한다는 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소련 시절 제작된 대형 무인정찰기를 순항미사일로 개조해 국경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모스크바 인근의 전략 시설들을 공격했을 때도 이 같은 기술이 사용됐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역시 긴 사거리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의 레이더 사각지대들을 파고들며 동해·서해·남해 일대로 전개한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는데 동원될 수 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 중 3월 21일 실시된 핵탄두 탑재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공격이 미군 MD 자산에 의해 모두 차단됐을 때를 대비한 마지막 수단이다. 북한은 이 수중 드론의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80~150m 심도에서 59시간 12분 잠항해 표적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 수중 드론은 최근 러시아가 실전에 배치한 ‘핵 쓰나미 어뢰’인 ‘포세이돈’과 그 개념이 유사한 무기다. 포세이돈의 경우 직경 2m, 길이 24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어뢰인데, 내부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사실상 무제한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어뢰는 최대 100Mt 급 핵탄두를 이용해 미국의 연안 수중에서 대규모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목적으로 개발됐다. 북한이 개발한 수중공격정은 이보다 훨씬 작고 추진기관 역시 일반적인 어뢰의 추진 시스템을 전용한 배터리식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 잠항 속도와 사거리가 포세이돈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020년 4월 공개한 날짜 없는 동영상에는 러시아의 슈퍼 핵 어뢰 '포세이돈'의 추진 수중 드론이 러시아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시간에 가까운 잠항 능력은 이 수중 드론이 상당한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의 소나 탐지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해류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의 최소 속도가 3~5노트(5.5~11km/h) 라고 가정했을 때, 거의 60시간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350~7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사거리는 동해와 서해 대부분을 사정권에 두는 것이다. 또한 미 항모전단이 북한과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북위 34도선 이북의 동해·서해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왔고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첨단 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과 부품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신형 전략 무기들을 쏟아내며 미 해군 항모전단에 대한 원거리 요격 능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방국들을 규합해 반중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압박해 왔는데, 중국 역시 이에 대항해 북한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중국은 육로와 해상 교통로를 통해 북한에 식량과 유류, 군사장비 개발·제조를 위한 부품과 장비들을 대량으로 공급해 왔다. 팬데믹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됐을 때도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을 통한 물자 공급을 계속해 왔다. 2020~2022년 기간 중 북한에서는 대형 트럭을 개조한 미사일 발사 차량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시기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대형 화물차량용 타이어를 구매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사실만 봐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ICBM의 발사대 차량이 중국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11일 김정은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무기 운용 부대인 전략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 그 자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하에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경우 전략군이 방어와 대응 타격을 맡아야 한다”는 지침을 하달했다.     김정은의 이러한 지침은 같은 달 18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도 재차 발표되며 북한 지도부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중국과의 군사동맹 강화와 중국 방어 전략 수립 등 ‘중국을 위한 군사력 재정비’가 북한 군사력 건설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북한은 동년 가을 정기 초모(징병)에서 전략군 배정 병력을 크게 늘렸다.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자강도와 평안북도 일대에 대규모 미사일 기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자강도 성간·전천·룡림 일대가 전략군특구로 지정돼 대규모 지하 미사일 기지가 건설됐고, 평안북도 신의주·철산 일대에도 미사일 기지가 들어섰다. 이들 지역은 모두 중국 북부전구 예하 각 집단군 방공여단과 전투기여단의 방공우산 보호를 받는 곳이다. 북한이 마킨 아일랜드 전단 타격을 상정해 지하 사일로에서 KN-23 개량형을 발사한 곳도 바로 이 방공우산의 보호 영역에 들어가는 철산군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공조는 서로에게 ‘윈윈’인 거래다. 북한은 미국과 패권을 두고 다툴 정도의 초강대국인 중국이라는 ‘뒷배’를 두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총알받이’를 전방에 내세워 유사시 대중국 군사 작전의 전진 기지가 될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주변 해역의 미군 군사력을 파괴·저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다.     재래식 군사력에서 미군에게 크게 열세인 중국이 미 해군 항모전단을 향해 직접 핵무기를 사용하면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들이 미국의 보복 핵 공격에 초토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중국도 어찌할 수 없는 ‘망나니 정권’인 북한이 제멋대로 미군 함대에 핵미사일을 날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평양은 초토화되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미 항모전단을 잡았으니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몇백만 인민이 죽어도 ‘최고 존엄’과 수뇌부만 잘살면 그만인 북한은 중국을 대신해 ‘칼춤’ 한번 춰주고 지도부만 중국이나 제3의 장소로 피신하면 된다. 물론 국토는 황폐화되겠지만,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은 물론 부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더라도, 차후 중국이 ‘북한 안정화’를 빌미로 인민해방군을 북한 내에 투입해 북한 전역을 장악하고 북한 지도부에게 다시 권력을 쥐여줄 수도 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는 거래인 셈이다.     다시 말해 최근 북한의 ‘核 A2/AD’ 시연은 중국과의 군사적 공조가 얼마나 강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북한이 미 항모전단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자신들 역시 산둥반도 일대에 미사일·항공 전력을 크게 강화하며 유사시 서해와 한반도를 ‘최후 방어선’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소개한 산둥반도 지역의 공군기지 신규 건설, 해군항공대 개편 등은 중국의 대미(對美) 군사 전략이 어떤 형태로 준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구한 말, 조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싸움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은 쑥대밭이 됐었다. 이제 한반도 주변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질 전장으로 달궈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입장을 정리하고 중국과 함께 단일대오를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싸움판 스테이지가 펼쳐지고 상대는 적의(敵意)를 드러내며 칼을 뽑아 든 지금, 이제 우리도 피아식별을 보다 분명히 하고 응전(應戰) 태세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31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上)

    북한이 지난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걸핏하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지만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있었던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에는 물론 동북아시아, 나아가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각종 미사일을 발사할 때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 검증이나 통상적인 화력 투발 훈련이라고 소개해 왔지만 이번 도발에 부여한 명칭은 평소와 달랐다.    3월 19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는 〈전술핵운용부대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이라는 명칭이 붙었고, 3월 22일 순항미사일 발사 도발에는 〈전략순항미사일부대 전술핵공격 임무 수행절차 숙련 훈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 군의 레이더에는 탐지되진 않았지만, 3월 21일에는 〈자위적 핵 역량의 신뢰성 검증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핵 무인수중공격정’ 발사 훈련도 했다. 고속·고고도 비행체인 탄도미사일부터 저속·저고도 비행체인 순항미사일, 수중 자폭 드론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도발이었다.    3월 19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의 야산에 설치된 지하 사일로(Silo)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이미 대량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의 개량형이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기존 KN-23보다 1m 가량 길어진 이 미사일은 한·미 양국의 감시정찰자산이 사전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지하 기지에서, 그것도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곳에 설치돼 유사시 타격도 불가능한 곳에서 발사돼 무려 800km를 날아갔다.   북한 당국은 이 미사일이 적 주요 대상에 대한 핵 타격 모의 발사 훈련이었다면서 해당 미사일에 ‘핵전투부(핵탄두)’를 모의한 훈련용 탄두가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동창리에서 동쪽으로 800km를 날아 동해 공해 상에 도달한 뒤 탄착지 상공 800m 고도에서 공중 폭발했다. 북한이 쐈던 탄도미사일 중 해수면에 착탄 하지 않고 공중에서 ‘의도적으로’ 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매체들은 이것이 지상 공격 시 핵무기 파괴력의 극대화를 위해 이루어진 핵탄두 공중 기폭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3월 19일’에 한반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고려하면 이는 지상을 겨냥한 핵공격 실험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3월 19일 미사일이 발사된 동창리와 동해상 탄착지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약 800km였다. 이 직선의 방향을 그대로 남쪽으로 돌리면 제주 동남부 해역이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을 쐈던 그 시각, 제주 동남부 해역에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USS Makin Island) 강습상륙함이 있었다. 지난 3월 10일, 태국에서 코브라 골드 훈련을 마치고 한반도 방향으로 이동한 마킨 아일랜드는 25,000톤 급 도크형 상륙함인 ‘존 P. 머서(USS John P. Murtha)’, ‘앵커리지(USS Anchorage)’,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청훈(USS Chung Hoon)’ 등 4척의 수상함과 제13해병원정대로 구성된 원정타격전단(ESG : Expeditionary Strike Group) 편성으로 3월 17일 동중국해에 진입한 뒤 제주 남방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22일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와스이 프급(4만1천t급) 강습상륙함인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하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상륙 해병 1천600여 명을 비롯해 2천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어서 '소형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마킨 아일랜드 전단의 호위함으로 붙은 ‘청훈’은 비교적 신형인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물론 이스칸데르와 같이 변칙 기동을 하는 탄도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미 해군 이지스함이 ‘청훈’과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며, ‘청훈’함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KN-23 개량형으로 마킨 아일랜드 전단에 핵 공격을 시도한다면 수조 원 규모의 가치를 가진 전단 하나가 미사일 2~3발에 소멸할 수 있다. 먼저 발사한 미사일을 고공에서 폭발시켜 EMP 효과로 미 함대 레이더와 통신 장비를 먹통으로 만든 뒤, 이어 날아온 핵미사일이 함대에 근접해 공중 폭발함으로써 충격파와 해일로 함대 전체를 날려버리는 전술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형 이지스 전투체계와 탄도미사일 교전 시스템에서 운용되는 SM-3 블록 IB 미사일의 경우 최소 요격고도가 80km, SM-6 미사일은 최대 요격고도가 35km 정도인데 KN-23은 그 사각지대인 40~70km 사이 고도를 비행한다. 최신 SM-3 개량형인 블록 IIA의 경우 노즈콘 개량을 통해 최소 요격고도를 33km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 미사일을 쓰려면 이지스 전투체계 가운데 가장 신형인 베이스라인 10 또는 9 이상, 이지스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5.0 이상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미 해군 이지스함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해 북한이 SM-3와 SM-6 요격고도 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KN-23 계열을 미 함대에 날리면 미군으로서도 지금 당장은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KN-23 개량형을 이용한 북한의 〈전술핵운용부대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은 마킨 아일랜드 전단이 제주 남방 해역에 진입한 다음 날 시작됐다. 3월 18일에는 지휘통제절차 숙달, 3월 19일에는 미사일 실제 발사를 통해 미 강습상륙함 전단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연습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마킨 아일랜드 전단은 기본적으로 ‘상륙전단’이지만, 과거 함재 전투기로 운용했던 AV-8B+와는 전반적인 성능 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고 있어 사실상 ‘경항모’ 수준의 전력을 가진 전단이다. 현재 마킨 아일랜드 전단에는 미 본토에 주둔하는 제122해병전투공격비행대(VMFA-122)가 배속돼 있고, 이 비행대는 10대의 F-35B 전투기로 편성돼 있다.      이 전투기는 ‘스텔스 모드’에서는 북한의 지하 지휘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중·대형 벙커 버스터 폭탄 운용이 불가능하지만, 고도의 스텔스 설계 덕분에 북한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평양 상공에 침투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이나 북한 고위급 간부가 탑승한 차량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정규 항모에 미치진 못 하지만 북한에는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전략 자산이자, 유사시 중국에도 큰 위협이 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결심한다면 얼마든지 핵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고가치 자산’이다.    3월 22일의 〈전략순항미사일부대 전술핵공격 임무수행 절차 숙련 훈련〉 역시 같은 목적에서 실시됐다. 이날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총 4발로 2발은 ‘화살-1형’, 2발은 ‘화살-2형’이었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발사됐다. 북한은 이 순항 미사일이 각각 1500km, 1800km를 날아가 600m 고도에서 모의 핵탄두를 기폭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3월 19일 KN-23 탄도미사일 발사 때처럼 이번에도 수백 미터 상공에서 핵탄두를 공중 폭발시키는 훈련을 한 것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들이 8자 형 궤도를 그리며 동해 상을 빙글빙글 돌아 목표 수역 상공에 도달한 뒤 폭발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함경남도 해안 일대에서 1500~1800km 거리를 지도상에 도식해 보면 일본 전역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괌까지는 닿지 않는 거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미사일로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순항 미사일은 일본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다. 일본은 무려 17대의 조기 경보기를 보유한 나라다. 이 조기 경보기들이 24시간 일본 영공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일본 영공에 접근하기도 전에 격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일본에 타격을 주지도 못할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왜 만든 것일까? 사실 이 순항미사일은 일본 타격용이라기보다는 대남 타격용이자 미 해군 항모 전단을 겨냥한 대함 타격용에 가깝고, 주타격 범위는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 수역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30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탈미(脫美) 나서는 튀르키예, 중국 전투기 구입할까?(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탈미(脫美) 나서는 튀르키예, 중국 전투기 구입할까?(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탈미(脫美) 나서는 튀르키예, 중국 전투기 구입할까?(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튀르키예는 지난 2021년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 F-16V 신조기 40대와 성능 개량 키트 80세트 판매를 요청했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을 승인해 주는 조건으로 미국에 전투기 판매를 요청한 것이다. 튀르키예는 이 계약이 이루어지면 대량의 F110 여유분 엔진도 얻고 후속 군수 지원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 이 계약은 미 의회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튀르키예는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스웨덴 NATO 가입을 불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영국과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구매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F-16을 팔지 않으면 유럽에서 최대 80대의 유로파이터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튀르키예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로파이터 컨소시엄의 핵심 구성원인 독일이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파이터 도입 주장은 허언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튀르키예는 극단적인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러시아, 또는 중국에서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 모스크바 동남쪽 도시 쥬콥스키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박람회(MAKS 에어쇼)에서 러시아제 5세대 최신 전투기 Su-57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르도안의 외교·안보정책 책사 역할을 해온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자문위원회 위원이자 앙카라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카그리 에르한 박사는 3월 초, 러시아 관영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르한 박사는 “미국이 F-16 전투기 판매를 승인한다고 해도 낡고 구식이며, 경쟁력이 없는 그런 전투기 구매에 200억 달러나 쓰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튀르키예 정부는 미국에 F-16 구매 요청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르한 박사는 튀르키예가 최근 개발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S-400 시스템을 조합하면 방공 전력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를 바탕으로 다른 전투기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그 답으로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의 라팔(Rafale), 러시아의 Su-35 또는 Su-57, 중국의 J-10C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독일의 제재 때문에 도입이 불가능하고, 라팔은 ‘적성국’인 그리스가 도입한 기종이어서 에르도안이 기피하는 기종이다.     Su-35와 Su-57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방위산업 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주문하더라도 도입이 불가능한 물건이 됐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단 한 가지 기종이다. 바로 중국의 J-10C다.   중국의 청두 J-10 전투기. [사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PLAAF)]   튀르키예는 J-10C 운용국인 파키스탄과 TF-X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파키스탄 기술자들이 앙카라로 가서 기술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역으로 튀르키예 기술자들도 파키스탄항공산업(PAC : Pakistan Aeronautical Complex)과 대학에 파견돼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항공기 개발과 관련된 연구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친중 국가 파키스탄이 튀르키예의 중국제 전투기 도입에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튀르키예와 중국은 위구르족 문제 때문에 상당 기간 불편한 관계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르도안은 오스만 제국의 향수를 자극하며 자신을 범튀르크주의 맹주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핏줄인 위구르족에 대한 강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는 중국에 저항하는 위구르족 지하 저항 단체인 동튀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 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위구르족보다는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 내에서는 최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를 끌어낸 것에 대한 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며 무기를 팔아왔다면, 중국은 건설적인 중재자로서 중동에서 수십 년 묵은 갈등을 해결한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는 평가가 퍼지고 있다.      미국이 튀르키예의 신무기 획득을 막으면서 튀르키예의 원수인 그리스에 대규모 군사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도 튀르키예의 친중화 불길 확산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미국은 튀르키예에는 판매하지 않은 F-16 개량 패키지는 물론, F-35까지 그리스에 판매했고, 최근에는 대량의 장갑차를 무상 또는 염가에 공급하며 그리스군 현대화를 돕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 첨단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면 한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자. 그러면 지금 튀르키예에서 흐르는 반미 기류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튀르키예가 J-10C 구매를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다면, 미국은 NATO에서 튀르키예를 축출하고, 그리스·루마니아의 군사력을 크게 강화시켜 다르다넬스·보스포러스 해협 진입로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튀르키예를 압박하려 할 것이다.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부품 공급도 모두 끊겠지만, 튀르키예는 이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해 왔기 때문에 중국이 조금만 지원해 준다면 짧은 시간 내에 무기체계 전반에서의 대미 의존도를 급격하게 낮출 수 있다.   2016년 6월 터키의 연례 공군훈련 ‘아나톨리안 이글’을 위해 모인 F-16. [사진 셔터스톡]   미국은 지난 2014년,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Software source codes)를 제공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바 있었다. 덕분에 튀르키예는 마음대로 F-16을 뜯어보고, 다양한 공대공·공대지·공대함 무장을 개발해 F-16에 통합(Integration)할 수 있었는데, 전투기용 무장 대부분이 국산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무장 공급을 끊더라도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전투기 후속 군수지원 차단과 TF-X 개발 지연에 따른 전투기 전력 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TF-X 사업을 완주한다는 목표만 생각했을 때 튀르키예 입장에서 J-10C는 대단히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단 F-16V보다 저렴하고 지금 주문하면 2028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는 F-16보다 납기도 빠르다. 전체적인 성능 면에서도 F-16V와 거의 대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TF-X 완성 전까지의 전력 공백을 메울 과도기 전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그리스 공군의 라팔 스탠더드 F3 전투기를 상대해야 하는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이미 중국과 파키스탄이 ‘라팔 킬러’로 전진 배치해 운용 중인 J-10C를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NATO와 척을 진 튀르키예가 파키스탄과 함께 J-10C 전투기를 구매하고, 중국 측에 기술 이전을 요청할 경우, 중국은 J-10C 전투기에 튀르키예 무장 통합을 승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TF-X 개발도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은 엔진과 레이더, 항공전자장비 대부분의 분야에서 5세대 전투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튀르키예를 확실하게 끌어안기 위해 전투기 기술 공유 등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까지 친중 진영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경우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책으로 반미·친중 노선을 타기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 등의 다른 중동 국가들과 튀르키예를 묶어 중동 지역에 강력한 반미 블록을 형성하고 패권 경쟁의 판을 새롭게 짜는 전략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오른쪽)이 SCO 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다른 NATO 동맹국은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위협 요소로 넣은 새로운 안보 전략을 구상했다. 그때 에르도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초청해 자국의 ‘중간회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연계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심화시키자고 합의했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UN은 물론 G20과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통해 중국이 주창하는 다자주의를 적극 지지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튀르키예가 J-10C를 도입할 경우 중동 정세는 물론 동부 지중해 일대의 국제 질서가 근간부터 흔들리는 일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튀르키예에서 나온 중국 전투기 도입론은 미국과 유럽 정치권에 팽배해 있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가 국익에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사망하기 전에는 그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던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집착해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맹방을 잃었고, 에르도안의 기행(奇行)을 포용하지 못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튀르키예라는 동맹국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미국이 튀르키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는다면, 이번 J-10 전투기 도입론을 시작으로 튀르키예의 탈미·친중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고, 이로 인한 미국의 전략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24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탈미(脫美) 나서는 튀르키예, 중국 전투기 구입할까?(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탈미(脫美) 나서는 튀르키예, 중국 전투기 구입할까?(上)

    튀르키예가 독자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TF-X’. [사진 튀르키예 방위사업청(SSB)]   튀르키예 현지 시각으로 3월 18일, 앙카라 인근 한 비행장에서 튀르키예가 독자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TF-X’ 시제 1호의 출고식이 거행됐다. 미국의 F-22 ‘랩터’를 빼닮은 이 전투기는 지난 2010년부터 개발 사업이 시작됐지만, 기술 부족과 제재 영향 등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거치며 체계 개발 착수 5년 만에 시제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튀르키예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이 전투기는 정치적 개입 때문에 개발 일정이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상세 설계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은 1년 이상 앞당겨졌고, 2026년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던 초도 비행 일정은 2024년 초로 당겨졌다.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이지만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 100주년에 맞춰 시제기 출고와 첫 비행을 달성하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튀르키예 기술진들은 오늘도 ‘불가능’에 도전하는 중이다.   튀르키예는 2030년대 초반까지 TF-X를 완성시켜 기존의 노후 전투기들을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지만, 세계 그 어느 항공 전문가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튀르키예는 드론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지만, 유인(有人) 항공기 분야에서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뒤처진 나라다. 최근 KF-21 시제기 시험 비행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튀르키예의 전투기 생산 기술 수준은 15~20년 정도 뒤처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의 T-50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튀르키예 최초의 초음속 훈련기 ‘후어젯(Hurjet)’이 아직 시제기 초도 비행도 못 한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나라가 당장 내년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띄운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2019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TF-X 제트 전투기의 초기 모델. [사진 셔터스톡]   사실 튀르키예는 미국과의 관계만 괜찮았다면 TF-X 개발 일정을 상당 수준까지 앞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2003년 총리 취임 후 20년째 튀르키예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노골적인 반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애초에 에르도안의 치적 사업으로 기획된 TF-X도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초 TF-X는 100대 이상이 도입될 예정이었던 튀르키예 공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 ‘F-35A’를 보조하는 경량급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2010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튀르키예는 F-35 개발 프로그램인 미국 주도의 JSF(Joint Strike Fighter)의 개발 파트너 국가로 참여해 왔고, 미국은 물론 영국 방산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충분히 TF-X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에르도안이 반서방·친러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2016년 쿠데타는 군부 엘리트들이 에르도안의 장기 독재와 실정(失政)에 반발해 일으켰다. 군부는 에르도안이 휴양지 마르마리스로 휴가를 간 틈을 노려 거사를 일으켰지만 사전에 러시아 정보기관의 쿠데타 첩보를 받은 에르도안이 급히 안전 지역으로 대피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후 에르도안이 정보기관과 경찰 등 친위 세력을 규합하는 데 성공하면서 결국 쿠데타 세력은 모두 제압됐다. 에르도안은 쿠데타 제압 이후 거사에 가담한 군인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는데, 여기에는 에르도안의 전용기를 미사일로 조준했던 F-16 조종사를 포함한 공군 전투 조종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결국 공군 조종사들이 반역 혐의로 대거 체포되면서 튀르키예의 공군은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영공 방위 공백 문제도 해결 할 겸, 쿠데타 첩보를 제공해 준 러시아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할 겸 해서 이루어진 것이 S-400 방공 시스템 구매였다.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 체계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통과하고 있다. [AP=뉴시스]   튀르키예가 2017년 S-400 구매 계약을 체결하자 미국은 곧바로 JSF 프로그램 퇴출과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국에 대한 대응법(CAATSA :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을 경고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S-400 도입을 밀어붙였고, 튀르키예는 2019년 7월 JSF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다.      이미 출고돼 미국에서 인수 작업이 진행되던 튀르키예 공군용 F-35A 6대는 모두 미국 정부 재산으로 압류됐고 미국에서 F-35 인수 교육을 받던 튀르키예 공군 장병들은 모두 추방됐다. 미국은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S-400 방공 시스템을 도입해 NATO 방공 작전 네트워크에 연동을 시도할 경우 이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위해 튀르키예에 파견될 러시아 기술자들이 NATO 방공 작전 네트워크에 접근해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러시아인들이 튀르키예에서 시험평가와 훈련을 빌미로 튀르키예 공군이 대량 보유 중인 F-16 전투기를 모의 표적 삼아 S-400 방공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하고 미국산 전투기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정보를 캐낼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에르도안의 지시에 따라 튀르키예군은 러시아 기술자들의 입회 하에 미국산 F-16 전투기를 표적기로 띄워 S-400 방공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한 것이다. 미국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었다.    에르도안의 지시로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북부 지역을 침공했던 ‘유프라테스의 방패 작전’도 문제가 됐다. 에르도안은 시리아 북부에서 창궐하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와 시리아 반군 등을 소탕한다며 시리아 북부 지역에 기갑부대를 파견했다. 사실상의 침공이었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특히 튀르키예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쿠르드족이 큰 피해를 보고 정착지를 잃었다. 결국 이러한 침공 행위는 유럽 각국의 튀르키예에 대한 제재로 이어졌고 튀르키예는 TF-X의 엔진으로 확정됐던 유로제트사의 EJ200 엔진 도입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당초 TF-X는 미국 록히드마틴, 유럽의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BAE 시스템즈의 기술적 협력을 받아야만 개발이 가능했던 전투기였다. 그러나 CAATSA 제재와 유럽의 개별 제재로 인해 미국·유럽에서의 기술 도입은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TF-X의 실현 가능성도 점점 요원한 꿈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애초에 자신의 치적 사업으로 시작된 TF-X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TF-X의 체급을 키워 미국의 F-22급 대형·고성능 전투기를 개발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허르커스(Hurkus) 훈련기의 조종석에 탑승해 있는 모습. [AP]   극단적인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거짓과 과장, 왜곡으로 포장하는 행위, 소위 말해서 ‘국뽕’은 대중을 기만·선동해 권력을 유지하는 어느 독재 정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에르도안은 이 ‘국뽕’으로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장기 집권해 온 인물이었다. 에르도안은 과거 유럽과 중동 전역을 호령하던 강대국이었던 오스만 제국 시절을 상기시키며 안으로는 기업에 대한 증세와 서민에 대한 현금 살포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시리아, 리비아, 아제르바이잔 등 해외 전쟁에 개입하는 ‘강대국 코스프레’를 펴고 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식료품과 생필품, 교통비는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민생은 그야말로 박살이 나고 있지만, 이른바 ‘국뽕’ 선동에 에르도안을 ‘술탄’처럼 떠받드는 극성 지지층 때문에 에르도안의 허세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TF-X 역시 그런 ‘국뽕 전략’의 일환이다.    튀르키예 방위사업청(SSB : Savunma Sanayii Başkanlığı)이 밝힌 TF-X의 성능은 그야말로 F-22급이다. 최대이륙중량 27톤급의 대형 기체에 미국 F110 수준의 자국산 터보팬 엔진이 들어간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AESA 레이더와 최첨단 IRST(Infra-Red Search and Track)·EOTS(Electro-Optical Targeting System)는 미국 F-35 전투기가 구현하는 수준의 ‘센서 융합(Sensor fusing)’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최대 속도는 마하 2.0 이상으로 미국·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와 대등 또는 그 이상의 기동 능력을 발휘하며, 튀르키예가 자체 개발한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선전되고 있다.      물론 튀르키예 당국의 이러한 발표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항공기 설계와 관련된 약간의 전문 지식만 있어도 튀르키예 당국이 발표한 제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설계 단계에서 복합소재나 경량화 관련 기술 적용 언급이 전혀 없었음에도 TF-X의 덩치는 F-15나 F-22보다 크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다는 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TF-X는 길이가 21m에 달해 미국의 F-15나 F-22보다 2m나 길고, 세계 최대의 스텔스기라는 중국의 J-20과 비슷한 덩치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TF-X는 그보다 작은 F-15E(36.7t), F-22(38t)는 물론, 같은 크기의 J-20(37t)보다 훨씬 가벼운 27.2t으로 선전되고 있다. 애초에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해 본 경험이 없으니 기본적인 중량 예측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조립 중인 튀르키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 ‘TF-X’. [사진 튀르키예 방위사업청(SSB)]   엔진 역시 문제다. 튀르키예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F110 엔진을 조달해 TF-X 시제기에 적용하고 이후 자체 개발한 F110급 엔진을 TF-X 시제기와 양산기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CAATSA 제재 대상국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F110 엔진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무기를 사려면 구매요청서를 미 국무부에 먼저 발송하고 행정부 검토를 거쳐 의회에 해당 안건이 보고된 뒤 의회로부터 승인이 나와야 한다. 수출 승인 여부는 수출업체가 공시 자료를 통해 발표하거나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 :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에서 발표하는데, 미국은 단 한 번도 TF-X용 엔진 수출 승인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튀르키예가 TF-X 시제기에 장착한 F110 엔진이 무단으로 전용(轉用) 된 것이라 보고 있다. F-16 전투기 대량 운용국인 튀르키예는 F-16과 함께 엔진도 면허 생산했는데, 현지 면허 생산 업체인 TEI(Tusaş Engine Industries)가 미국 허가 없이 무단으로 물량 일부를 빼내 TF-X 시제기에 장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불법 행위로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문제 삼을 경우 튀르키예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6 계열 기체 245대 전량에 대한 미국의 후속 군수 지원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튀르키예는 2017년 설립된 신생 엔진 개발사 주관으로 F110 엔진의 카피 엔진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전투기용 터보팬 엔진 개발 경험이 전무한 튀르키예가 10년 안에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투기 생산 경력 반세기가 넘는 중국도 터보팬 엔진 개발에 20년 넘는 시간과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던 사례를 생각해 보면 튀르키예의 엔진 자체 개발 구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허풍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는 ‘공군력 붕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23 07:05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下)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下)

    관련기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上) ▲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중국이 4년 만에 랴오닝함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랴오닝함은 구소련 미완성 항모를 가져와 일부 개조해 취역시킨 항모다. 취역 당시 선보인 함재기 J-15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Su-33의 시제기 T-10K-3를 역설계해 육상 전투기인 J-11의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불완전한 기종이었다. 불완전한 항모와 불완전한 함재 전투기 모두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J-15는 20여년간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치며 비행제어 소프트웨어와 엔진, 무장 체계를 전체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성공했다. 2020년부터 초도 양산이 시작된 3차 양산 물량부터는 함재기로서의 안전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 기존 STOBAR(Short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의 모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사출기를 이용한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까지 제작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국판 EA-18G 그라울러’라 할 수 있는 전자전기 버전 J-15D 모델도 등장했다. 3차 양산 물량 이후에 등장한 개량형 J-15 모델들을 탑재·운용하기 위해서는 랴오닝함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인프라 설치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중국 산둥 항공모함 갑판에 있는 J-15D 항공기 2대. [사진 트위터 캡처]   이번 랴오닝 항모 개조 공사에는 다른 신형 함재기 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장비와 시설 추가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랴오닝 항모는 Ka-31 헬기에 레이더를 설치한 조기경보헬기를 탑재하고 있지만, 이러한 헬기는 체공시간이 짧고 상승 가능 고도도 낮아 고정익 조기경보기보다 조기경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E-2D를 모방한 KJ-600 함재 조기경보기를 개발했는데, 랴오닝은 갑판 개조를 통해 KJ-600을 탑재할 수 있다.     당초 E-2D와 같은 터보프롭(Turboprop) 방식의 항공기는 제트 엔진 항공기보다 추력이 약해 STOBAR 방식 갑판에서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E-2D의 제작사인 미국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에 따르면 중국의 랴오닝함과 같은 STOBAR 방식이지만 크기는 훨씬 더 작은 인도 해군의 비크라마디티야(INS Vikramaditya)나 비크란트(INS Vikrant)에서도 E-2D 이·착함이 가능하기 때문에 E-2D를 모방한 KJ-600의 랴오닝함 운용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랴오닝함 개조를 통해 탑재가 예상되는 또 다른 기종은 FC-31 스텔스 전투기와 GJ-11 무인 전투기다. 중국이 STOBAR 방식의 J-15를 CATOBAR 방식으로 개조했고, 미국 역시 CATOBAR 방식의 F/A-18E를 STOBAR 방식으로 개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CATOBAR와 STOBAR 방식 항공기는 상호 간 개조가 쉬운 편이다. 다시 말해 현재 CATOBAR 방식으로 개발된 FC-31도 랜딩기어 개조 등 간단한 설계 변경만으로 랴오닝함 운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2021년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FC-31의 비행 사진. [사진 워존]   FC-31은 미국의 F-35를 모방해 개발한 전투기로 덩치는 약간 더 크지만, 최대이륙중량은 약간 더 가벼운 쌍발 엔진 전투기다. 마하 1.8 이상의 속도, 1250km의 전투행동반경의 준수한 기동성과 중국의 최신 항공전자기술이 집약된 고성능 AESA 레이더를 탑재해 중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재 전투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기종이다. 미국이 F-35C 등장 이후에도 F/A-18E/F 블록 3 모델을 대량 도입해 5세대와 4.5세대 전투기를 섞어 운용하는 것처럼 중국도 랴오닝에서 J-15 개량형과 FC-31을 섞어 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FC-31과 함께 탑재가 유력시되는 GJ-11은 길이 12.2m, 폭 14.4m의 대형 무인 전투기다. 20~30톤급으로 추정되는 이 전투기는 어지간한 유인 전투기와 덩치가 비슷한 만큼, 상당한 수준의 무장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종 역시 CATOBAR로 개조된 기본 모델을 STOBAR 방식으로 바꿔 랴오닝에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중국의 최첨단 무인 무장 정찰기 GJ-11. [사진 웨이보 캡처]   이러한 무인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모함(母艦)에 통제소와 관련된 안테나 장비가 추가돼야 하고, 중계기(中繼機) 역할을 할 조기경보통제기가 필요하므로, GJ-11은 KJ-600과 세트로 묶여 랴오닝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랴오닝함은 함교 상단의 레이더와 안테나들이 철거되고 있어 이러한 신형 함재기 탑재를 위한 새로운 레이더·통신 장비 설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요컨대 중국 해항은 기존에 주력으로 운용하던 육상기지 전용 항공기들을 공군에 넘기고 함재기 운용 전문 부대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해항에 300대의 항공기를 넘겼다면 비슷한 숫자의 새로운 항공기가 해항에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새롭게 배치되는 항공기들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개량형 J-15와 FC-31, KJ-600, GJ-11과 같은 기종이 주력이 될 것이다.      랴오닝함이 전체적인 개조 공사를 받은 지 불과 4년 만에 비행갑판과 함교를 완전히 갈아엎는 대공사에 들어가는 이유는 이런 신형 항공기 운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산둥반도에 연이어 건설되고 있는 새 공군기지들은 해항의 주력 기종 변경 및 규모 확장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초 소개한 바와 같이 중국은 산둥성 칭다오시(青島市) 지모구(即墨區) 시다오자오(石島礁) 중심좌표 북위 36도 47분 48초, 동경 120도 95분 45초 일대에 4.5㎢ 규모의 새 공군기지를 짓고 있다.     산둥성의 새 공군기지 건설 현장 위성사진. [사진 센티넬-2 위성]   3월 초에는 시다오자오 공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152km 떨어진 칭다오시 황다오구(黃島區) 지역, 중심좌표 북위 35도 36분 32초, 동경 119도 38분 49초 지역에 시다오자오 기지의 2배 이상 규모인 11.9㎢ 면적의 부지에 대규모 비행장 건설이 시작된 사실이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11.9㎢면 아시아 최대의 비행단으로 평가되는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서산 공군기지에 필적하는 엄청난 규모다.     새로 건설되는 기지들은 해항에서 공군으로 소속이 변경된 부대의 이전 배치용 또는 해당 기지에서 아예 새로운 해항 부대를 창설할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해함대 소속 항모인 랴오닝함의 대대적인 개장 공사가 진행되고 북해함대 거점 기지들이 몰려있는 산둥반도 지역에 대규모 비행장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디. 이러한 정황은 앞으로 중국 해항 전력의 주력부대가 남중국해가 아닌 서해 일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이번에 개편되는 중국 해항은 기존의 수세적 성격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공세적인 항공 전력으로 운용될 것이며, 한반도 주변 공역에 더욱 자주 나타날 것이다. 최근 외신들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대만해협 위기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만 하며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는 대만이 불바다가 될 때 대한민국도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17 08:00

  •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上)

    지난 3월 10일, 중국 해군 최고의 전략 거점 중 하나인 다롄(大連) 조선소에서는 주말임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들이 펼쳐졌다. 5척이 동시 건조되는 모습이 식별돼 화제를 모았던 052D형 구축함의 27·28번 함이 ‘심야 진수식’을 통해 동시 진수됐고,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이 대규모 개수 작업을 위해 입고돼 함교에 설치된 레이더를 떼어내며 대공사에 들어간 날이기 때문이다.   3월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랴오닝함은 지난 1985년 소련 해군이 건조를 시작해 67% 정도의 공정에서 건조가 중단된 중형 항공모함 ‘바리야그(Varyag)’를 1998년 중국이 구매해 완성한 항모이다. 만재 배수량 6만 톤 급에 달하는 이 항모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2012년 취역 이후 중국의 군사 굴기를 보여주는 선전 자료로 곧잘 활용됐지만, 중국 해군은 이 항모를 ‘실전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구매 당시 장기간 방치돼 선체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고 설계 자체가 매우 낡아 중국제 신형 장비 설치로도 구형 군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랴오닝함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내구성이었다. 이 배는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콜라이우(Mykolaiv)’로 부르는 드네프르강 하구의 대도시에 위치한 니콜라예프 해군 조선소(Nikolayev South Shipyard)에서 1985년 착공했지만, 1990년에 건조 공사가 중단돼 무려 11년간 방치됐었다. 드네프르강과 흑해가 만나는 이곳은 습도가 높고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방치된 선박이 부식되기에 기막힌 조건을 갖춘 곳이다. 민간 선박과 군함을 막론하고 모든 배는 건조 마지막 공정에 부식 방지 처리 작업이 실시된다. 즉, 이 배는 11년간 흑해의 염분 가득한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부식됐고 중국이 구입 후 예인선으로 끌고 올 때도 무려 5개월간 흑해·지중해·대서양·인도양·남중국해의 거친 바다를 통과하며 적지 않은 대미지를 입었다.     랴오닝함은 다롄에서 10년간 연구·개조 작업을 받으면서도 해풍에 노출됐다. 물론 중국은 이 항모를 개장해 군용으로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롄에서는 어느 정도 관리를 받기는 했지만, 선체 전체를 완전히 해체해 모든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는 이상 선체 주요 골격에 가해진 피로도와 부식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랴오닝함은 취역 초기부터 선체 내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끝없이 제기됐었다.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이러한 내구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중국은 지난 2018년 8월, 랴오닝함을 취역 6년여 만에 다롄 조선소에 입고시켜 6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개장 공사를 받게 했다. 당시 식별된 주요 공정은 아일랜드에 설치된 레이더와 일부 전자 장비 교체, 비행갑판 일부 교체, 갑판 구조강도 보강 등이었는데, 이때 공사를 통해 선체 내구성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랴오닝함은 4년 만에 다시 대규모 개장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3월 10일 조선소에서 식별된 랴오닝함은 흘수선(吃水線)은 물론 함수 전방의 구상선수(Bulbous bow)가 드러날 정도로 얕게 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이 이 배의 선체 내부에 들어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 탈거 가능 시설물을 제거해 배가 매우 가벼워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랴오닝함의 만재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6만 7500톤으로, 모든 장비와 물자, 항공기를 실었을 때 흘수선 아래 물속에 잠기는 깊이가 8.97m에 달한다.     흘수선 아랫부분이 상당 부분 물 위로 드러났다는 것은 이 배가 경하배수량(Light displacement)인 4만 3000톤 수준까지 가벼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금 랴오닝함은 내부의 거의 모든 화물과 장비를 들어내고 전체적인 내부 개장 공사를 할 준비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레이더 제거 작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일우 제공]   현지 소식통이 보내온 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랴오닝함은 이러한 공사 준비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아일랜드 꼭대기에 있는 382형 3차원 대공 레이더를 떼어냈다. 개장 공사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일랜드에 붙어있는 다른 레이더와 전자 장비들도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비행갑판에도 여러 개의 작업자용 컨테이너 사무실과 공사용 물자들이 적재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는 비행갑판도 갑판 교체 등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질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로 식별된다.      그렇다면 중국이 전반적인 개장 공사를 받은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랴오닝함에 또 대공사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식별된 중국해군항공대의 총체적인 개혁 조치들과 연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해군항공대(海軍航空兵, 이하'해항')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며 배속 항공기 대부분을 공군으로 이관하는 파격적인 조처를 했다. 중국 해항은 2만 5000명 이상의 병력과 700대의 각종 항공기를 보유해 어지간한 나라의 공군력을 능가하는 대규모 조직이었는데, 이번 개편 조치를 통해 보유 항공기 가운데 300대 가까이가 공군으로 이관됐다.    이관 대상 기종은 H-6G/N 폭격기, JH-7A 전투폭격기, J-8H/FH 전투기, J-10AH 전투기, J-11BH/BSH 전투기, Su-30MK2 전투폭격기 등 항모 운용이 불가능한 육상기지 전용 기체들이었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공역에서 미 해군 P-8A 초계기에 근접 기동을 하며 위협했던 J-11BH 전투기는 하이난다오 러둥리족자치현(樂東黎族自治縣)에 주둔하는 남부전구 예하 제8해군항공여단 소속 기체였지만, 해군용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공군 도색을 하고 있었다.   2021년 7월 15일 공개된 ECM 포드가 장착된 PLANAF J-11BH 다목적 전투기. [중국 CCTV 캡처]    홍콩 밍바오(明報)는 “올해 춘제(春節) 때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구이핑(桂平), 장쑤성(江蘇省) 창저우(常州) 등의 지역에서 공무원들이 해항 부대를 위문 방문했는데, 당시 해항 부대원들은 해군 군복 대신 공군 군복을 입고 있었고 부대 깃발도 해항기가 아닌 공군기가 걸려 있었다”고 보도했다.      구이핑은 H-6G/J 폭격기를 운용하는 제23해군항공연대(海航23團)가 주둔하는 곳이고, 창저우는 같은 기종을 운용하는 제17해군항공연대(海航17團)가 주둔하는 곳이다. 즉, 밍바오 보도처럼 중국 해항 소속 육상 발진 전용 항공기들의 공군 이관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해항의 이러한 항공기 이관 조치는 해항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해항은 올해 초 발표한 모병 계획에서 함재기 조종사 숫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며 지원 자격을 크게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항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항공공학원(海軍航空工程學院)에 진학하는 길뿐이었다. 이곳에서 4년간의 생도 생활을 마치고 임관하면 초등·고등 비행훈련 1년, 함재기 전문 운용 교육 2년 6개월을 거쳐 함재 전투기 조종사 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군항공공학원은 오로지 남성 생도만 뽑았지만 올해 바뀐 입시요강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생도 선발이 발표됐다. 그리고 해군항공공학원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대학 이공계 졸업생은 물론, 현역 해군 수병 가운데 대학 재학 졸업 예정자도 함재기 조종사 과정에 지원할 수 있게 제도가 개편됐다. 이는 함재기 조종사가 되는 진입 장벽을 낮춰 조종사 자원을 크게 늘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해항 항공기들의 공군 이관을 보도했던 밍바오는 중국이 해항 개편을 통해 최소 6~7개 항공여단을 편성해 항모 이·착함용 함재 전투기와 함재 조기 경보기, 함재 대잠초계기, 함재 급유기와 무인기 등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진짜 해군항공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해항이 연안 함대를 지원하며 적의 중국 해안 접근을 막는 수세적 성격의 조직이었다면 앞으로 개편될 해항은 육상이 아닌 항모 운용에 더 중점을 둔 공세적 성격의 조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연구원

    2023.03.16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