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아이] 중국 경제 광명론과 장벽론, 그리고 흑백지양론

    [글로벌 아이] 중국 경제 광명론과 장벽론, 그리고 흑백지양론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CBS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를 말했다.   “중국 경제는 현재 몇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 성장은 둔화했다. 그들은 시장 주도 성장 모델에서 벗어났다. 국영 기업이 더 주도하는 모델이다. 부동산 투자에 지나치게 연루됐다. 상업용 부동산에 문제가 있다.”   답변은 미·중관계로 이어졌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구매할 뿐이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중국과 깊게 얽혀있지 않다. 미국 경제와 생산 시스템도 중국 경제 시스템과 깊이 얽혀있지 않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한, 미국에 끼칠 영향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10일 중화총상회(SCCCI) 단배식에 참석한 타르만 샨무가라트람(왼쪽 세번째) 싱가포르 대통령. [SCCCI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 광명론을 펼쳤다. 춘절 단배식 연설에서 “전 세계를 보면 풍경은 이쪽만 홀로 좋다(風景這邊獨好)”고 했다.   중국 경제 낙관론자였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반박했다. 지난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홍콩의 영광은 끝났다”는 칼럼을 싣고 “중국 경제가 벽에 부딪혔다”고 했다. 중국 경제 장벽론이다.   싱가포르는 실리론을 펼쳤다. 지난 10일 중화총상회 단배식에 참석한 타르만 샨무가라트람 대통령 연설에서다.   “미국·중국·세계가 동시에 다층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불확실성이 기회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란은 나눠 담아야 하고 일방적인 베팅은 피해야 한다. 아시아의 주요 경제체는 자주 흑백 논리로 비친다.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해설가들에 의해 꾸며지고 증폭된다. 진실의 한 면만 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주요 신문에 매일 중국의 부정적인 전망만 실린다. 중국이 직면한 도전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부동산 시장,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소비 심리의 위축, 연금과 사회보장제도의 부족 등 도전을 겪고 있다. 중국이 근본적인 강점을 가졌다는 점도 논쟁할 필요가 없다. 더는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을 제조업 생태계를 갖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인프라 및 물류 시스템과 함께 경쟁력 있는 수출 경제를 만들었다. 중국의 취약성 혹은 강점에만 초점을 맞춘 대담한 화술은 전체 그림을 놓친다. 흑백 관점을 지양하고 중국·인도·동남아, 미국과 유럽까지 포함해 예측불가능한 환경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파월·시진핑·로치·샨무가라트람의 중국 경제 광명론과 장벽론, 흑백지양론이 충돌한다. 여론전쟁이 숨기려는 사실에 주목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4.02.23 00:24

  • [글로벌 아이] 명절 선물과 잔소리

    [글로벌 아이] 명절 선물과 잔소리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수습 기자 시절 이야기다. 퇴근 준비를 하던 선배 한 명이 선물상자를 쥐여줬다. 견과류 세트였다. 호두와 잣, 아몬드 등이 들어있었다. 그제야 설 연휴 하루 전이란 걸 깨달았다. 당시 입사 6개월도 안 된 수습 기자가 받을 선물은 없었다. 선배는 자신 몫의 선물을 내줬던 것이다. 집에 돌아갔더니 어머니가 환히 웃었다. 대학생티를 갓 벗은 아들이 명절 선물을 받아온 게 대견하다고 했다. 무심한 표정으로 선물을 건네던 선배의 뜻을 뒤늦게 깨달았다.   중국 IT기업들의 설 선물세트를 소개한 게시물. [샤오훙수 캡처] 10년도 더 지난 선물세트가 생각난 건 요즘 중국 소셜미디어 풍경 때문이다. 춘절(음력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 자랑이 한창이다. 어느 회사가 어떤 선물을 줬는지 소개하는 ‘언박싱’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다. 특히 중국 IT기업들은 경쟁하듯 설 선물 패키지에 공을 들였다.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여행용 가방, 인터넷보안업체 360은 캠핑용품,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고급 스피커를 담았다. 대부분 ‘용의 해’ 의미를 담아 알록달록한 색상의 선물세트를 기획했다. 자신이 받은 선물 사진을 올리고 다른 회사의 선물은 뭔지 묻는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우리 회사 선물만 초라하다”는 한탄도 올라왔다.   그런데, 이런 한탄마저 부러울 사람들이 있다. 선물 자랑도 ‘가진 자들의 경쟁’일 뿐이다. 최근 중국 경제엔 적신호가 켜졌다. 한 축엔 고공행진 중인 청년 실업률이 있다. 관영매체조차 ‘실업대란’이라 표현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였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 뒤 국가통계국은 어떤 발표도 없이 침묵했다. 그러다 6개월 만인 지난달 기존보다 3분의 2로 줄어든 통계를 내놨다. 새로운 조사 방식을 적용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을 바꾸며 생긴 착시 현상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부모 용돈으로 생활하는 ‘전업 자녀’를 포함하면 잠재실업자가 1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청년실업률은 정부 발표의 두 배 규모인 40% 전후라는 주장도 있다.   일가친척 마주할 걱정에 한숨만 내쉬는 건 중국 청년뿐만은 아니다. 한 국내 아르바이트 플랫폼이 성인 34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6%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취업 관련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47.5%)’가 1위로 꼽혔다. 다른 조사에선 취준생 4명 중 1명이 ‘고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잔소리만 잔뜩 들을 바엔 혼자 지내는 게 낫다는 뜻이다. 이번 명절엔 질문보단 응원으로 어색함을 깨보는 건 어떨까.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2024.02.09 00:18

  • [글로벌 아이] “대만의 재발견” 2024 선거 취재기

    [글로벌 아이] “대만의 재발견” 2024 선거 취재기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총통부 앞의 이 길은 ‘카이다거란 대도’라고 부릅니다. 예전에는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제서우루(介壽路·개수로)’라 불리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앞서 살았던 원주민의 명칭을 기념해 ‘카이다거란 대도’라고 합니다. 이곳은 대만의 민주주의 발전 여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길입니다. 권위주의에 대항한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모두 여기에서 일어났습니다.”   대만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밤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 민진당 유세의 마지막 연사 라이칭더(賴清德)는 대만의 민주주의와 세계화를 역설했다. 이때 20만 인파 사이에서 아버지의 목말을 탄 대여섯살 된 꼬마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다. 성숙한 대만 선거 민주주의의 미래가 그의 눈망울에 담겨있었다.   11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 민진당 거리 유세에서 한 대만 어린이가 아버지 목말을 탄 채 연설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선거 당일에는 정오쯤부터 중앙선거위원회를 찾았다. 사전 등록한 외신 취재증을 보여주니 18층 투개표 상황실로 안내했다. 초로의 직원은 상황실을 찾아온 첫 번째 외국 기자라며 반갑게 맞았다. 고시 출신이라는 중선위 직원은 철저한 중립을 자부했다. 손 개표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정권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만 민주주의의 비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자개표보다 시간 소요도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개표 현황이 업데이트되는 동안 외국 선거 참관단을 네다섯 팀 보았다. 중화권에서 유일무이한 선거 민주주의를 세계와 공유하고 있었다.   출장을 앞두고 민진·국민·민중 3당에 취재 편의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1분. 메일 발송부터 민진당 관계자의 메신저 친구신청까지 걸린 시간이다. 국민당은 이틀 뒤 회신했다. 1인 정당 민중당은 답이 없었다.   선거 운동도 인상적이었다. 유세 플래카드는 없었다. 벽보도 없었다. 현지의 지인은 유세 공해에 선거 사무실에만 사진 게재를 허용하고 벽보는 관공서 게시판에만 허용한 전후 사정을 들려줬다. 청정 선거운동이었다.   당국의 취재 편의는 개표 참관에서 끝나지 않았다. 14일 전문가 분석 자리도 마련했다. “민진당은 섬 내 주류 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베이징의 첫 반응을 딩수판 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명예교수는 “주류가 아닌데 상대하겠나. 4년 후를 기다리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또 다른 교수의 조언이 의미심장했다. “대만의 정보 당국은 외부의 선거 개입과 탐지 및 대처에서 최신 경험을 보유했다”며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할 세계 60개 민주주의 국가, 42억 명에 꼭 필요한 노하우”라고 했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4.01.23 00:31

  • [글로벌 아이] 여전한 ‘겨울 왕국’

    [글로벌 아이] 여전한 ‘겨울 왕국’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12년 전 일이다. 중국 하얼빈(哈爾濱)은 ‘겨울 왕국’ 그 자체였다. 영하 40도라는 기온을 난생 처음 마주했다. 한낮에도 영하 28도였다. 숨 쉴 때마다 한기가 폐를 얼리는 듯했다. 옷과 양말을 여러 겹으로 중무장하지 않으면 외출할 엄두도 안 났다. 웬만한 신발로는 차가운 돌바닥을 5분 이상 걷기도 힘들었다. 하얼빈 사람들은 죄다 운동복 차림이었다. 다이빙복 같은 두툼한 내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건 뒤늦게 알았다.   추억 속 도시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최근 불고 있는 ‘하얼빈 붐’ 때문이다. 하얼빈은 매년 이맘때면 거대한 얼음 도시로 변한다. 러시아풍 건물이 들어찬 명물 거리 중양다제(中央大街)에는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이 입구부터 2㎞ 가까이 이어진다. 백미는 1999년부터 이어져 온 빙쉐다스제(冰雪大世界)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올해는 역대 최대인 81만㎡ 대지에 무려 1만3000㎥에 달하는 눈과 얼음을 쏟아부었다. 건물 16층 높이 주탑을 중심으로 얼음 건물과 조각 1000개가 전시됐다.   하얼빈빙쉐다스제(哈爾濱冰雪大世界) 전경. [하얼빈 빙쉐다스제 공식 웨이보 계정 캡처] 하얼빈시 문화관광국에 따르면 새해 연휴 사흘 동안 찾은 관광객만 304만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 수입은 우리 돈으로 1조830억 원이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 ‘핫한’ 하얼빈을 내수 진작과 경기회복을 위한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국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고 국영 방송사 CCTV는 “하얼빈 붐은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얼빈 띄우기’는 뒷맛이 쓰다. 중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부동산 위기와 높은 청년 실업률, 소비 부진 등이 한 번에 덮쳤다. 올해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4% 중반으로 예측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이례적으로 인정하면서 경기 회복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중국 경제를 향한 쓴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방향 전환을 촉구한 사설, 문제점을 비판한 글들은 얼마 안 가 삭제됐다. 경제 성장률 목표와 국정 운영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지난해 12월 “광명론(光明論)을 노래하라”고 지시했다.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경제 위기’를 입 밖에 내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겨울 왕국’도 개구리의 겨울잠을 깨우는 봄바람이 불면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쇠붙이처럼 단단하던 얼음 바닥이 뚫리면 결국 새싹은 자란다. 중국 경제에는 언제쯤 봄날이 올 것인가.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2024.01.12 00:27

  • [글로벌 아이] 2024~2025년 한국의 중국 외교는

    [글로벌 아이] 2024~2025년 한국의 중국 외교는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9·11 테러 직전이던 지난 2000년 미국 의회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를 만들었다. 중국과 무역 및 경제 관계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 적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구다. 최고 전문가를 초빙해 청문회를 열고 이를 종합해 연간 보고서를 내서 일반에 공개한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권고하는 정책 제안을 담는다. 모두 이듬해 미·중 관계의 나침반이다.   올해 USCC 보고서가 제안한 정책 중 반도체법과 대만이 눈에 띈다. 의회가 미국 회계감사원(GAO)에 180일 이내에 최근 시행된 반도체수출금지법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보고서 작성을 요구하도록 권고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막는 펜스는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국방부엔 미국에 주문했지만 인도받기 전인 무기를 대만 군대가 미리 미국 영토에서 훈련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치를 권했다. 반도체와 대만 이슈는 2024년에도 계속해서 미·중 관계를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2023년 미국 의회 직속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 요약본 표지. 가판 상인과 폭락한 홍콩주가지수, 중국의 해양경찰선으로 중국을 요약했다. [USCC 사이트 캡처] 더욱 거세질 미·중 대립 속에서 한국 외교는 어떻게 중국을 다뤄야 할까. 먼저 지피(知彼). 중국의 정상외교 스케줄은 올해보다 빡빡하다. 각각 러시아·카자흐스탄·페루가 의장국인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참석이 예상된다. 이란·프랑스 답방도 확정적이다. 올해 러시아·남아공·미국·베트남 4개국 순방보다 잦다. 한국은 2025년 외교 캘린더에 담겼다. 한국이 의장국인 2025년 APEC 회담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지기(知己). 2024년 한국 외교의 최대 이벤트는 한국이 의장국인 2차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중국사회과학원의 전문가는 내년 한·중 관계의 최대 이슈로 한·미·일 안보동맹을 꼽았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의 안착 여부에 촉각을 세웠다. 중국이 내년으로 넘긴 한·일·중 회담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집권당 교체가 없다. 시간을 설정한 외교는 승산이 적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답방에 공들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미·일 삼각 외교에 집중이 우선이다. 성공하면 중국은 한국 위상을 재평가할 것이다. 선례는 베트남이다. 올해 9·12월 미·중 정상은 하노이를 다퉜다. 순방외교 아닌 홈그라운드 외교의 해가 시작됐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12.29 00:18

  • [글로벌 아이] 한국을 보는 중국 “국면 조성 기대한다”

    [글로벌 아이] 한국을 보는 중국 “국면 조성 기대한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빙판길, 차는 조심스레 멈춰섰다. 휘날리는 눈발 속 천안문이 보였다. 광장 맞은편 거대한 중국 국가박물관이 위압적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이젠 익숙해졌지만 공항 못지않은 몸수색 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 14일 중국 국무원이 내외신 기자, 각 부처 대변인, 국제기구 대표, 싱크탱크 전문가를 불러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이었다. 500여 명가량 참석했는데 서방 기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CNN에서 1명 참석했고 불편한 보도를 자주 냈던 BBC 기자는 불참했다. 일본 기자도 많이 보였다.   지난 14일 중국 국무원 신년 인사회에서 외신 기자들과 대화 중인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오른쪽). 박성훈 특파원 스탠딩 형식으로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 적극적으로 찾아가 얘기를 들어봐야 했다. 먼저 요소수 이슈가 터진 국가발전개혁위 대변인을 찾았다. 발전개혁위는 우리나라로 치면 기재부 격으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부서다. 한국의 중앙일보 기자라고 인사하자 호의적으로 맞았다.   그는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해 묻자 “중·한은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란 설명이었다. 중국 요소수 수출 통제가 당국 방침인지에 대해선 “국내 수요에 따라 대응하는 것일 뿐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내 상황이 변수라면 한국을 고려해 수출을 푸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수입선 다변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마이크 앞에서의 단호함과 달리 온화한 성품이란 인상이었다. 한·중·일 정상회의 전망에 대해 그는 “왕이 외교부장이 밝힌 입장에 답이 다 들어있다”면서도 “조만간 국면이 조성돼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미 샌프란시스코 APEC 회담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조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전에 분위기 조성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중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사드, 홍콩 사태, 코로나를 거쳐 올림픽 판정 시비, 역사·문화 논란에 이르기까지 감정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켜켜이 쌓여왔다. 반일감정보다 반중감정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인접 국가인 것도,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면서 외교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소통이 갈등의 해법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양국간 분위기 전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실리적 차원에서 한·중 관계의 해빙 국면을 끌어낼 카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12.19 00:29

  • [글로벌 아이] 2023년 중국 정치의 나비효과

    [글로벌 아이] 2023년 중국 정치의 나비효과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격동의 한 해가 저문다. 시진핑(習近平) 3연임 첫해 미·중 쟁패는 치열했다. 정찰 풍선으로 시작해 파이롤리 회담으로 마무리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6일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의 7월말 사망설을 기자 이름 없이 보도했다. 올해 중국 정치를 시간 축으로 되돌아보면 미·중·러 오버랩이 보인다. 나비의 날갯짓이 중국 정치에 태풍을 일으켰다.   시작은 6월 23일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쿠데타였다. 이틀 뒤인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 외교부 차관이 베이징에 왔다. 그와 만남을 끝으로 친강은 사라졌다. 폴리티코는 루덴코가 시 주석 측에 친강, 로켓군 지휘부와 미 정보기관의 접촉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 외교부 차관(왼쪽)이 베이징에서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사이트] 친강이 사라진 7월 10일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람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베이징에서 접견했다. 7월 25일 친강은 외교부장직에서 해임됐다. 같은 날 크렘린 궁은 10월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발표했다.   8월 리상푸(李尚福) 국방장관의 낙마는 프리고진의 사망과 겹친다. 8월 22일 시 주석은 남아공 브릭스(BRICS) 정상회담 부대 행사인 비즈니스 포럼에 불참한다. 상무부장이 연설을 대독했다. 23일 프리고진의 여객기가 모스크바 이륙 직후 추락했다. 24일 밤 시 주석은 귀국길에 오른다. 26일 돌연 변경인 우루무치에 착륙했다. 31일 베이징에서 정치국회의를 주재할 때까지 닷새간 일정은 없었다.   당시 27일부터 30일까지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이었다. 29일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났다. 리상푸는 이날 사라졌다.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기조연설이 마지막 행사였다.   홍콩 명보는 리상푸·친강의 국무위원 해임 다음 날인 10월 25일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빌미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리상푸가 미국이 제공한 부패 단서로 낙마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귀띔이 미국에 가까운 친강을, 러시아에 가까운 리상푸는 미국이 떨군 아이러니를 주장했다. 리상푸는 국방부장 임기 6개월 동안 두 차례 러시아를 방문했다.   지난해 러시아통 러위청(樂玉成) 외교부부장의 좌천, 로켓맨 친강의 승진과 낙마, 리상푸의 하차 배후에 친미·친러 노선 투쟁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다. 내년 언젠가 열릴 중국공산당 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리적 해명을 기대한다. 중국이 스탈린 시대에 비유되는 비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12.12 00:30

  • [글로벌 아이] 중국의 블랙리스트…그 후 2년

    [글로벌 아이] 중국의 블랙리스트…그 후 2년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2년 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이든의 취임 선서가 끝나자마자, 중국 외교부가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정권 당시 인사 28명을 무더기 제재한 것이다. 제재 대상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데이비드 스틸웰 전 동아태 차관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학살을 비판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기원했다고 밝힌 것 등에 대한 보복이었다. 당시 환구시보는 폼페이오를 “둠스데이(종말)의 광대”라고 부르며 “최악의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입국이 금지됐고, 이들과 관련된 회사나 단체의 중국 사업도 제한됐다.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배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여행 안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워싱턴에선 “미국 기업들이 사외이사나 고문을 뽑을 때 중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을 꺼릴 수 있다. 이들이 퇴임 후 특정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보니 글레이저 국제전략문제연구소중국담당)는 우려가 이미 나왔다.   얼마 전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한 고위 인사를 만났더니,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에 책상을 놓을 수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중국 자본의 눈치를 보는 월스트리트에선 아무도 이들에게 자리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강연자로 초청하는 일도 끊겼다. 그러다 보니 지금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에겐 “퇴임 후 중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는 게 목표”라고 이 인사는 귀띔했다. 중국에 강경한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극단적인 표현은 삼가고, 계속 정상급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봤다. 물론 순전히 공화당 측의 시각일 수 있다. 그러나 한·미·일 동맹에 ‘올인’하면서도 좀처럼 중국과는 접점을 못 찾는 우리 입장에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선 미·중 정상과 중·일 정상이 모두 따로 만났다. 한·중 정상회담만 불발된 것을 두고 그저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한가하게 들린다. 패권 대결의 혼란이 끝날 때쯤 다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만 출구 없이 무작정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2023.12.01 00:28

  • [글로벌 아이] 포스트 차이나 시대

    [글로벌 아이] 포스트 차이나 시대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날씨만큼이나 중국 경제가 차갑다. 지난 주말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궈마오상청(国贸商城). 전 세계 명품숍이 즐비한 베이징 쇼핑 중심가지만 인적이 한산했다. 가게에는 멀뚱거리며 서 있는 직원이 손님보다 많았다. 데이트에 나선 젊은층,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 중국 수도의 대표 쇼핑센터는 한량 하기 그지없다.   베이징 한인타운 왕징에서 대형 요식업을 하는 대표는 코로나가 끝나고 매출이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 “아니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답답해했다. 올 상반기 회복 조짐을 보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의 흐름이 이를 반영한다.   베이징 시내 중심가.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것이 80층짜리 궈마오(국제무역센터) 건물이다. 박성훈 특파원 올 초 중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외화는 현재 4분의 3 이상 사라졌다. 중국의 노력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몇 달 새 25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10일 기준 달러 유입액은 75억 달러 선으로 2016년 이래 최저치이자 코로나가 중국을 뒤덮은 202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치적 불안정, 디플레이션 위기, 부동산 침체로 외국 기업이 투자금을 빼면서 상하이·선전 주식시장 CSI 300 지수는 연초 대비 11%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빠진 자금이 인도와 한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징후도 지표로 나타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990년 1.9%에서 2021년 18.4%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지금껏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 점유율은 17%로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이 2년 만에 1.4% 감소했다.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 GDP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배제한 명목 GDP가 상대적인 국가 경제력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척도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마음이 급해 보인다. 이달 초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1조 위안(1400억 달러)의 경제 부양 지원책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을 푼 이래 최대 규모다. 그러나 투자 주도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세입까지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재정 여력이 충분할지 지켜볼 일이다.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의 부상이 역전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가장 글로벌한 스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썼다. 중국의 경제력 약화는 세계정세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목도하고 있는 것인가.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11.24 00:18

  • [글로벌 아이] 중국은 정보 공백 지대? 이해의 적자

    [글로벌 아이] 중국은 정보 공백 지대? 이해의 적자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지난해 9월 말 중국공산당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20차 당 대회를 보름여 앞두고 FT는 중국 관련 ‘정보의 진공’을 우려했다. 중국이 외국 전문가의 중국 연구를 막으면서 베이징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비용은 크다. 외국의 정책결정자 사이에서 중국과 교류를 주장하는 관여(Engagement)는 이미 더러운 용어로 전락했다. 반면 세계 도처에 퍼진 중국의 정보원들은 시시콜콜한 소식을 모두 중국에 타전한다. 이해의 적자(赤字) 현상이다.   최근에는 유학의 적자로 번졌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 많은 한국 유학생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의 꿈에 부풀어 선택한 중국 유학이 점점 두터워지는 만리장성급 벽에 부딪혀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학위 논문 심사를 기존의 예심·본심 2단계에 교육부 심사를 추가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교육부 심사관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학위는 물 건너간다. 해당 학과 전체가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지도교수조차 심사관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리커창 전 총리 타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베이징대학 서문에 몰린 관광객들. 신경진 기자 결국 교수들은 당국이 꺼리는 주제를 피하라고 권한다. 현지조사나 설문, 인터뷰 등 연구 방법이 불가능해졌다.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국가안전부가 나서자 중국인끼리도 말을 조심하는 요즘이다. 외국인 중국 전문가는 싹부터 사라질 처지다.   역으로 중국 유학생은 해외 도처로 나가 첨단 학문과 민감한 이슈를 연구한다. 박사로 돌아와 중국을 위해 봉사한다. 이해의 적자, 유학의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철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에 쓴소리를 하면 비자를 막는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다룬 『천안문 페이퍼스』를 펴낸 앤드류 네이선(80)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자 발급이 막혀 중국을 갈 수 없는 중국 전문가가 됐다. 한국에도 비자 장벽에 중국을 갈 수 없는 중국 전문가가 있다는 후문이다.   외국 특파원의 취재도 녹록지 않다. 얼마 전 영국 국적의 화교 외신 특파원을 만났다. 중국인 전문가 코멘트 등 취재의 ABC조차 힘들어지는 처지를 함께 개탄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평화적자, 발전적자, 안보적자, 거버넌스 적자가 늘면서 인류 사회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정작 이해의 적자는 무시했다. 만리장성에 막힌 실크로드가 매력을 잃고 있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11.10 00:40

  • [글로벌 아이] 한중관계의 온도

    [글로벌 아이] 한중관계의 온도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교민사회의 요즘 화젯거리 중 하나가 다음달 10~12일 열리는 K-FESTA(페스타) 문제다. 매년 이맘때 한국 중소기업들과 요식업체들이 베이징 한인타운인 왕징 시내에서 2~3일간 여는 행사인데 이번에 장소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왕징 한복판에 위치한 쇼핑타운 1층에 자리잡고 행사를 해왔다. 우리 제품을 알리고 한국 식품도 판매하는 연례 행사인데, 올해 당국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장소는 왕징을 벗어난 곳에 어렵게 잡았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작은 일 같지만 이런 일들이 중국에선 중요한 관심사다. 그도 그럴 것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상적으로 처리되던 일을 갑자기 못하게 되는 경우가 중국에선 허다하다. 이번에도 행사장 불허에 교민들의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러 경로로 확인해본 결과, 3월부터 베이징에서 실외 행사 허가 과정이 강화된 데다 예년 행사 장소에 화재가 난 일이 있어 안전 우려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무슨 꿍꿍이인가’ 사람들은 중국의 속내에 불안해한다.   반면 중국의 다른 지역에선 한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러 우리 기업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지방 성급에선 예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마다 담당자를 한 명씩 지정해 개별 관리를 하거나 당국이 먼저 접근해 사업 유치를 제안해 온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 침체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일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관료들이 낮은 자세를 보인다는 건 좋은 신호다.   지난 11일 중국은 국영언론 CGTN의 앵커였던 호주 국적의 청레이(成蕾)를 석방했다. 3년 가까이 가택연금 중이던 그녀를 석방시키기 위해 호주는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 이날 석방은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 해빙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한중관계는 최근 교착 상태다. 사드 사태 때와 같은 보복 조치는 없지만 중국은 북핵 사태에 대한 접근, 탈북민 북송 등 민감한 이슈에 정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미·대일 외교를 강화하면서도 아시안게임 총리 참석 등 중국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인다. 사드 사태 이후 7년, 한중 관계는 새로운 관계 설정의 갈림길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다. 북한 문제와 중국 시장 개방에 중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관계 정상화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10.31 00:21

  • [글로벌 아이] 실크로드를 다시 생각한다

    [글로벌 아이] 실크로드를 다시 생각한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내 고향 산시(陝西)는 옛 실크로드의 출발점에 자리한다. 여기서 역사를 돌아보면 내가 마치 산간에 메아리치는 낙타의 방울 소리를 듣는 듯하고, 사막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보는 듯하다.”   지난 7일 베이징 중국고고박물관에서 마주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어록이다. 시 주석은 역사를 정치에 활용하는 데 능란하다. 지난 6월 2일에는 박물관이 자리한 중국역사연구원을 찾아 문화전승발전좌담회를 열었다. “마르크스주의를 중국의 구체적인 실제와 결합하고, 중화 우수 전통문화와 결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두 개의 결합(兩個結合·양개결합)’이다. 첫 번째 결합인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는 마오쩌둥이 했으니 두 번째 결합을 자신이 이루겠다는 취지다. 당의 선전기구는 ‘새로운 문화 사명’이라는 캠페인으로 격상했다.   베이징 중축선에 세워진 중국역사연구원. 17일 이곳 옆 국가회의 중심에서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개막한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역사연구원 옆 국가회의중심에서 개막한다. ‘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합쳐 ‘일대일로’로 이름 붙인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 10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역사가 외교를 굽어보도록 행사장을 골랐다.   지난 11일 발간한 일대일로 백서는 “기원전 140년경 중국 한(漢)대 장건(張謇)이 장안(長安, 지금의 시안)에서 출발해 동방에서 서방으로 통하는 도로를 개통하는 ‘착공의 여행(鑿空之旅)’을 완성했다”며 “(실크로드가) 중국에 기원하지만 세계에 속한다”고 적었다.   중국은 역사 속 실크로드를 잘 활용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길을 오간 국제상인과 이들을 후원한 유목제국이 주역이었다. 중국은 경제·문화가 아닌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실크로드에 진출했다. 한 무제는 숙적 흉노를 제압하기 위한 군사동맹을 찾기 위해 장건을 보냈다. 당 태종과 고종은 돌궐을 무찌르기 위해 서역에 진출했다. 청의 신장(新疆) 정복 역시 준가르라는 유목국가 정복의 산물이었다. 역대 중국의 황제는 실크로드 교역이나 문화 교류에 무관심했다. 중국 상인은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전 미국의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을 차지한 탈레반이 참가한다는 소식이다. 아프리카와 남미 정상도 베이징을 찾는다. 금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전략에 실크로드를 활용한다. 과거 한 무제는 로마와 싸우지 않았다. 대신 흉노를 공격했다. 밀려간 흉노가 로마를 압박했다. 실크로드의 서쪽 유럽과 중동이 전운에 싸였다. 이번 역사의 도미노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시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10.17 00:33

  • [글로벌 아이] 반복된 서사, 중국인도 지쳤다

    [글로벌 아이] 반복된 서사, 중국인도 지쳤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1950년 9월 30일 중국 국경절 리셉션. 마오쩌둥 주석은 산부인과 의사 린차오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적기가 병원에 폭탄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할 건가?” 의사는 말했다. “내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보호할 겁니다.”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또 한편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영화가 개봉했다. ‘의용군:영웅의 출격’. 6·25 종전 70주년을 맞아 ‘패왕별희’로 유명한 천카이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더 집요하게 중국의 참전을 정당화하고 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싸워야 했는지 강변한다. 유엔 회의에서 중국 대표는 38선을 넘은 미군을 침략자라 비난하고 마오 주석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종전 70주년을 맞아 또다시 항미원조 영화 ‘의용군:영웅의 출격’이 개봉했다. [바이두 캡처] 영화는 그해 11월 30일 중국 의용군이 전사한 평안남도 ‘송골봉 전투’로 치닫는다. 치열한 교전 끝 마지막 남은 소나무 한 그루를 비추며 이들의 희생과 미군의 잔혹함을 대비시킨다. 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그 시대를 인식하게 하고 젊은이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의용군들의 공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개봉 전부터 ‘서사적 걸작’, ‘시공간을 넘어선 교감’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2년 전 같은 시기에 개봉한 ‘장진호’가 12시간 만에 2억 위안(370억원)을 돌파한 데 반해 ‘의용군’은 개봉 첫날 2700만 위안(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개봉 일주일째였던 지난 5일 ‘의용군’의 누적 수익은 4억3600만 위안으로 같은 기간 ‘장진호’ 30억 위안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연휴 기간 흥행 순위는 경찰 영화 ‘바위처럼 단단해’(7억8000만 위안)와 로맨틱 코미디 ‘엑스:젊은 결혼’(6억 위안)에 밀렸다.   장쯔이, 탕궈창 등 중국 최고 배우들의 등장에도 흥행에 실패한 건 반복되는 서사에 중국인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란 평가다. 한 매체 기사의 댓글에선 “사람이 만든 영화인가?”라는 짧은 문구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중국 영화평론가들도 “기대가 컸지만 관객들은 캐릭터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 같은 느낌만 받았다”, “정치적 성과를 축적하려는 시도로는 흥행할 수 없다”며 배우만 바꾼 선전 영화를 혹평했다.   격세지감이다. ‘장진호’에 흥분했던 중국인들의 분위기는 2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외교적, 경제적으로 미국과 충돌을 피하려는 당국의 기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비극적인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국의 모습은 이제 그만 봤으면 싶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10.06 00:28

  • [글로벌 아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글로벌 아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지난 주말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었다. 외딴 섬에 초대받은 열 명의 손님이 하나씩 사라지는 미스터리 작품이다. 소설 전반부에 각자의 비밀을 축음기의 레코드가 공개한 뒤 “법정에 선 피고 여러분 할 말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후 동요의 가사 순서대로 사건이 벌어진다.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렸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사건의 전모는 손님으로 분장했던 범인이 남긴 편지로 밝혀진다.   지난 8일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 대사가 SNS에 크리스티의 소설을 언급했다. 중국의 친강(秦剛) 외교부장,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에 이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까지 사라졌다면서다. 일주일이 흘렀다. 리 부장의 ‘실종’은 세계 유력지 1면에 실리는 빅뉴스가 됐다. 도대체 중국 지도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마이크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조는 지난 7월 하순에 나타났다. 20~21일 베이징에서 ‘전군 당 건설 회의’가 5년 만에 소집됐다. 리 부장과 장유샤(張又俠) 군사위 제1부주석이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25일 친 부장의 면직이 확정됐다. 26일 중앙군사위가 군 납품 관련 비리를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파벌결성, 사적 유착, 기밀누설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단순 부패적발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기도 2017년 10월 이후로 특정했다. 리 부장이 장유샤 후임으로 장비발전부장에 취임한 2017년 9월 직후다. 과녁을 조준했던 셈이다. 31일 리 로켓군 사령관이 끝내 교체됐다.   친강이 마지막 모습을 드러냈던 6월 25일도 의미심장하다.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바로 다음 날이었다. 두 달 뒤인 8월 24일 프리고진은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중국인은 1971년 9월 린뱌오(林彪) 추락사를 떠올렸다. 1969년 4월 9차 당 대회에서 통과한 당장(黨章·당 헌법)에 “린뱌오 동지는 마오쩌둥 동지의 친밀한 전우이자 후계자”를 명기한 지 2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오 시대에는 이인자조차 안전할 수 없었다.   핵미사일을 다루는 로켓군의 지휘부 쇄신에 이어 고위 간부 자제인 홍이대(紅二代) 배경의 리 부장까지 사라졌다. 중국군이 시 주석의 군대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다. 대만을 겨냥했다는 ‘분투목표’ 달성 시한인 홍군 창설 100주년까지 4년이 채 남지 않았다.   소설 후반 배라 클레이슨은 벽난로 위 마지막 병정 인형을 손에 쥔 채 되뇐다. “그가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09.19 00:38

  • [글로벌 아이] 화웨이 미스터리

    [글로벌 아이] 화웨이 미스터리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미국의 5G칩 제재를 화웨이가 3년 만에 돌파하며 7나노칩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중국에 기술 규제 고삐를 조이던 미국이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화웨이는 7나노칩 개발에 성공한 건가. 화웨이 공식 홈페이지에는 ‘Mate 60pro’ 칩 프로세서에 대한 설명이 한 줄도 없다. 기술 자립을 과시할만한 반도체 제조사 중국 SMIC의 발표도 전무하다. 되려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가 나서 “SMIC 반도체 ‘기린 9000s’의 증거를 발견했으며 측정 결과 14나노보다 진보했지만 5나노보다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의 전략이었을까. 서방이 먼저 7나노 수준이라고 인정한 셈이 됐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전시된 메이트 60 프로.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꼭 그렇게 보기만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규제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중국이 예전 장비인 DUV 노광장비로 여러 번 패턴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반도체 전문가인 양 루이닌은 “DUV는 파장이 더 긴 자외선으로 된 두꺼운 펜이고, EUV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의 훨씬 얇은 펜”이라며 “TSMC의 세밀한 붓터치에 비할 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7나노 개발은 성공했지만 상당히 거친 방식을 썼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공정이 많을수록 결함률이 높아진다. SMIC 7나노칩 수율은 동일한 TSMC 대비 약 20~50%에 불과하다. SMIC의 칩 제조단가는 2~5배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납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8일 베이징 시내 화웨이 매장을 방문해보니 메이트60을 사러 온 고객들은 전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 예약해도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해명을 들었다. 지난 8일 화웨이가 최신 폴더블폰 ‘Mate X5’를 출시했지만 역시 예약만 가능하다.   화웨이의 신제품 발표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이뤄졌다. 기술력 과시였겠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미국이 네덜란드 ASML사에 구형 DUV 노광기의 중국 수출까지 제한하도록 했고 SMIC의 미국 기술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도 시작된다. 이런 상황을 중국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7나노 수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건 SMIC가 지난 2020년 TSMC 기술이사였던 량멍송의 스카우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세를 고려하고도 화웨이와 SMIC에 또 다른 복안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도광양회’(어둠에 숨어 때를 기다림)는 필요 없다는 중국의 대단한 자신감인가.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09.12 00:52

  • [글로벌 아이] 앞으로 5년, 중국은 어디로 가나

    [글로벌 아이] 앞으로 5년, 중국은 어디로 가나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다.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공지할 회의다. 2028년까지 집권 3기 의제를 다룰 자리다. 지난 1978년 11기 3중전회 이후 역대 3중전회는 개혁을 논의했다. 10년 전 18기는 ‘전면적 심화 개혁’을 외쳤다. 단 5년 전 19기 3중전회는 달랐다.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지하는 개헌을 위해 2중, 3중전회를 1~2월에 연달아 소집하면서다. ‘3중전회=개혁’ 도식이 깨졌다.   20기 3중전회는 무엇을 논의할까. 현재 중국 경제는 위기다.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는 없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이라고 할 정도다. 새로운 3대 경제 엔진이 “국가통계국, 중앙선전부, 신화사 아니냐”는 조크까지 나왔다. 만일 3중전회까지 퇴행할 경우 악재를 보태게 된다.   독일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연구소가 지 난 6월말 발표한 중국 전망 보고서 ‘흔들리는 중국: 시진핑 3기 다섯 가지 시나리오’ 표지. [메르카토르 연구소 사이트 캡처] 앞으로 5년. 중국은 어디로 갈까. 독일의 중국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연구소가 발표한 ‘흔들리는 중국(Shaky China)’ 보고서를 주목할 만하다. 부제는 ‘시진핑 3기 다섯 가지 시나리오’다. 중국의 정치·사회·경제·기술 등 15개 지표를 변수로 놓고 중국의 미래를 전망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흔들리는 중국’이다. 불안한 현상 유지 시나리오다. 변덕스러운 양자 관계, 경제관계와 공급망의 정치화, 미·중의 압박에 따른 수동적인 정책 결정은 위협 요인이다. 기업에는 핵심 원료 광물과 같은 공급망의 불안 등이 리스크다.   대만해협 분쟁이나 미·중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가시화할 경우 ‘대결하는 중국’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중국과 서구의 극단적인 분리가 현실화한다. 기업은 중국과 강요된 디커플링 상황에서 글로벌 전략을 펼쳐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되고, 양자·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에서 중국이 자립한다면 ‘성공한 중국’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절제하는 중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합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중국의 내부 약점이 굴기를 방해하는 그림이다. ‘개혁하는 중국’ 시나리오도 남아있다. 중국의 자체 위기가 정치를 바꿔 개혁개방의 중국이 돌아오는 경우다.   다섯 시나리오는 모두 가능하다. 중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외교 스트레스의 강약,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통제의 효율이 변수다. 보고서는 유럽의 정책 입안자와 기업에 시나리오별 위험과 기회 요인을 찾고 중국의 미래를 바꿀 방아쇠를 면밀하게 추적하라고 권한다. 한국은 유럽보다 중국에 취약하다. 중국 관찰과 대비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08.29 00:39

  • [글로벌 아이] “내 아파트 지킨다” 94일째 농성하는 그들

    [글로벌 아이] “내 아파트 지킨다” 94일째 농성하는 그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비구이위안(碧桂園). 베이징 현지 특파원에게도 낯선 단어가 최근 뉴스에 등장했다. 한자로 읽으면 벽계원, 푸른 계수나무 정원이란 뜻이다. 중국 5위 부동산 개발 업체명이다. 평화로운 이름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비구이위안이 회사채 만기 이자 296억원을 갚지 못한 사실이 공개되며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자산 매각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자를 못 갚을 정도라면 자금난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장 상하이 증시에서 회사채 11종의 거래가 중지됐다. 여기에 돈을 빌려준 부동산 신탁회사들의 연쇄 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 이러다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진다.   지난 15일 베이징 비구이위안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분양자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지난 15일 베이징 퉁저우구에 비구이위안이 건설 중인 아파트를 찾아갔다. 멀리서도 ‘저 아파트구나’ 싶었다. 타워크레인이 전부 멈춰 있었다.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공사장 출입문은 굳게 닫혔다. 취재진을 보고 달려 나온 경비원들이 어서 나가라고 몰아쳤다. 주위를 둘러보다 뜻밖의 현장을 목격했다. ‘권리를 지키자-94일째’ 승합차 옆에 붉은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 뒤로 대형 천막에 텐트까지. 공사 중단에 항의하는 비구이위안 분양자들의 장기 농성 현장이었다. 중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 비구이위안의 자금난은 이미 중국인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었다. 이달 초 폭우에도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한국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가 가능한지 물었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비구이위안을 아느냐며 관심을 가져주는 데 고마워했고 자발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장기 농성 현장도, 언론에 적극적으로 말을 하겠다는 중국인을 만난 것도 특파원 생활 중 거의 처음이었다. 그들은 “회사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기 지연, 재산 가치 하락에 대한 대책을 물어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역 정부 관계자와 공안이 찾아와 회사 측이 문제없이 처리하기로 했다,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도 된다고 했지만 정작 회사 측이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아 이렇게 돌아갈 수 없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시위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장의 민심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한 분양자는 “비구이위안이 (중국) 언론에 하는 얘기는 좋은 말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이는 같은 피해자가 “최소 2만 명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비구이위안의 올 상반기 순손실 예상액은 무려 550억 위안(약 10조원)이다. 이런 현장은 얼마나 더 많을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을 잠식하고 있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08.18 00:45

  • [글로벌 아이] 중국 ‘나찰해시’ 신드롬…욕 없이 욕 하기

    [글로벌 아이] 중국 ‘나찰해시’ 신드롬…욕 없이 욕 하기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온 중국이 10여년 만에 컴백한 중견 가수의 노래에 열광하고 있다. 고음에 허스키한 음색은 중국판 윤도현에 가깝고 민요풍의 곡조는 뽕짝 스타 이박사에 견줄 다오랑(刀郎·52, 본명 뤄린·羅林)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19일 발표한 신곡 ‘나찰해시(羅剎海市)’가 열흘 만에 조회 수 80억 건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인기 비결은 가사에 담긴 해학이다. 데뷔 초기 다오랑을 왕따시켰던 가요계 거물을 향한 풍자부터 일그러진 사회의 부조리를 비웃는 내용까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저급한 말을 입에 담지 않고서도 욕을 하는 새로운 경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 중견 가수 다오랑(刀郞)이 지난 달 19일 발표한 앨범 산가요재(山歌寥哉)의 표지.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 ‘나찰해시(羅刹海市)’가 발표 열흘 만에 조회수 80억 건을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두 캡처] 신곡 ‘나찰해시’는 앨범 ‘산가요재(山歌寥哉)’의 타이틀곡이다. 요재(寥哉)는 청(淸)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의 동음이의어다. 한국에서 1980년대 말 흥행했던 영화 ‘천녀유혼’이 『요재지이』 속 단편 ‘섭소천(聶小倩)’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 ‘나찰해시’는 준수한 마기(馬驥)가 폭풍을 만나 도착한 나찰국이 배경이다. 학문이나 능력이 아닌 못생긴 정도에 따라 높은 벼슬을 주는 추함을 아름답다 여기는 흑백이 뒤집힌 나라다. 넘버2 승상은 콧구멍 세 개의 추남이고, 정상 외모인 사람은 도시 밖 산속에 버려진다. 잘생긴 마기는 석탄을 칠해 추하게 분장하고서야 대접을 받는다.   노래 가사는 언어유희와 풍자가 넘친다. “그 마호는 자기가 당나귀인지 모른다. 그 우조는 자기가 닭인지 모른다.” 마호(馬戶)는 당나귀 려(馿·驢)를, 우조(又鳥)는 닭 계(鸡·鷄)를 쪼갠 파자(破字)로 가사를 썼다. “붉은 날개와 검은 깃털, 푸른 닭 볏에 발에는 금테 두른 닭. 하지만 석탄 칠한 알에서 태어난 것들은 본디 시커멓다. 아무리 씻어도 더러울 뿐.” 얼마 전 학교 급식에서 나온 쥐를 오리라 우겼듯 거짓과 허영이 가득한 사회 부조리를 해학으로 비웃는 대목에 중국인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대학교수들도 경쟁하듯 갖은 해석을 붙이며 ‘나찰해시’ 신드롬을 돕는다. 심지어 집권 민주당의 심벌이 당나귀라며 실제는 미국을 비난한 노래라는 풀이까지 등장했다.   다오랑은 서양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까지 가사에 등장시키며 풍자를 인류로 확장한다. “마호와 우조는 우리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노래가 끝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세상의 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은폐한다”고 말했던 언어철학자다.   지난해 흰 종이를 든 청년에 이어 풍자곡 ‘나찰해시’ 신드롬까지, 삼엄한 검열에도 언로를 뚫어내는 중국인의 지혜가 놀랍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08.04 00:51

  • [글로벌 아이] 중국 친강 외교부장, 사라진 한 달

    [글로벌 아이] 중국 친강 외교부장, 사라진 한 달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현장에서 처음 본 건 지난 3월 8일이었다. 매년 3월 열리는 중국 양회 기간, 외교 수장은 1년에 1번 외신기자들과 공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은 친 부장이 외교부장 취임 이후 외신과 만나는 첫 자리였다.   주미대사 시절 공격적인 언변으로 전랑외교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그의 회견은 다소 예상과 달랐다. 테이블에 약간 몸을 숙인 채 말하는 자세, 말하는 동안 광대뼈·미간·눈썹이 움직이지 않는 표정, 강경한 표현보다 원칙과 기준을 앞세우는 화법. 1시간 40여 분간 보여준 모습은 그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돌덩이 같다는 느낌을 줬다. 왕이 전 외교부장의 확신에 찬 표정, 감정이 드러나는 손짓과 몸짓을 봐왔던 나로선 꽤 의외였다.   24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엔 친강 외교부장의 한달 전 활동이 올라와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친강 외교부장이 정확히 한 달째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5일 부이 탄 베트남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 소식으로 올라와 있다. 직전 유엔 대사를 지낸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브릭스(BRICs) 외교부 장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는 등 그의 공석을 대신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외교부 기자회견에 친 부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이 등장하지만 대변인들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나 학계에 문의해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 21일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가 아스펜(Aspen) 안보포럼에 나와 친 부장의 잠적에 관한 질문에 “기다려보자”(Well, let’s wait and see)라고 말한 것이다. 진행자가 재차 물었지만 셰펑 대사는 전혀 다른 대답으로 말을 돌렸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친 부장의 불륜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체적으로 홍콩 봉황망 TV 앵커가 불륜 상대로 지목되는가 하면 과거 중국 당 간부들이 불륜으로 자식을 낳았을 경우 ‘중혼죄’로 처벌받았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건강 문제라고 했던 외교부가 “알지 못한다”고 답변 수위를 낮춘 점, 외교 수장에 대한 루머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당국의 공식 대응이 없다는 점 등이 그의 신변 이상설에 힘을 싣는다. 중국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으로 등장할지, 건강이 회복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가 중국 당 조직이 얼마나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지 또 한 번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한 20차 당 대회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3.07.25 00:44

  • [글로벌 아이] G7·나토의 변신과 재세계화

    [글로벌 아이] G7·나토의 변신과 재세계화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오늘 동유럽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과 일본이 지난해 처음 참석한 데 이어 올해에도 함께한다. 중국은 ‘나토의 동진’이라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평론가 쑹궈청(宋國誠)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고급연구원이 최근 나토의 변신을 ‘재세계화(re-globalization)’라는 틀로 분석한 글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대만 상보(上報)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역 집단안보가 ‘범지역동맹’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파헤쳤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맞선 한국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나토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토에 앞서 주요 7개국(G7)이 먼저 탈바꿈했다. 쑹 연구원은 확대된 ‘G7 플러스’가 곧 G20을 대체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다자틀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히로시마 G7 의장국 일본은 기존 회원국 외에 한국·인도·브라질·베트남·호주를 비롯해 아프리카연맹 의장국, 태평양도서국포럼 의장국, 아세안 순회의장국 인도네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초대했다. ‘G7 플러스’는 소수 부자 클럽에서 이미 벗어나 다국적 전략 협력 플랫폼이 됐다.   G7의 확대에는 두 가지 공통인식이 작동했다. 첫째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대만해협을 포함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데 반대한다는 강령이다. 둘째 ‘디커플링(탈동조화) 아닌 디리스킹(위험제거)’이라는 공감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6~9일 방중 기간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유다. G7의 디리스킹은 제한된 위협 요인만 겨냥하는 전략적 디커플링을 말한다.   나토로 대표되는 지역 집단안보 기구도 바뀌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세계 어디서건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인식에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나토정상회담은 현존 국제질서와 민주적 가치에 강압 행위를 한다면 안보의 후과(後果)가 있을 것을 천명한 ‘전략개념’을 만들었다. 나토가 유럽의 국경을 넘게 된 근거다.   새로운 집단안보는 국제 시스템의 틀까지 재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겪으며 동슬라브 민족국가에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의 국가(state in relations)’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탈세계화 아닌 이원화된 ‘재세계화’를 가속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뒤섞인 재세계화에 한국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07.11 00:49

  • [글로벌 아이] 법치와 통제 사이…법 제재 강화하는 중국

    [글로벌 아이] 법치와 통제 사이…법 제재 강화하는 중국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중국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보안 평가 조치’를 시행 중이다. 100만 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이 해외로 데이터를 옮기려면 보안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 6월 1일부터는 100만 명 미만의 데이터를 취급하는 회사로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기업이 국가 기관의 사전 평가를 받도록 한 조치는 다국적 기업은 물론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과 인터넷, 의료, 자동차, 항공, 금융 등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반간첩법 개정안을 심의한 중국 제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2차 회의. [사진 신화망] 이례적으로 중국 현지 매체가 나서 당국이 시행 중인 제도의 문제를 짚었다. 그만큼 부작용이 크다는 방증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지난 9개월간 중국 전역에서 1000건 이상의 데이터 해외 이전 신청을 받았지만 검토된 건 10건 미만이라고 보도했다. 명확한 검토 기준이 부족해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많은 신청 건수를 처리하기에 당국의 인력이 충분치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통제 강화는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중국에 1억 위안(약 180억원) 이상 투자 건수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60% 감소했다.   7월 1일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을 놓고 중국 안팎의 우려는 크다. 대만 매체들은 중국 입국 시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로 희화화한 사진을 갖고 있다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두산 사진 촬영 주의보’라거나 ‘통계자료 함부로 받아선 안 된다’ 등 경고가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우려에 대해 “모든 국가는 입법을 통해 국가 안전을 수호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각국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두려움은 중국이 언제든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다고 보는 데 있다. ‘국가 안보’ 등의 개념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고무줄 잣대로 제한과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다만 베이징 현지 법조계에선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국가 안전 관련 문서나 데이터’에 공개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제외될 수 있고 간첩 행위 구성 요건을 ‘절취·정탐’ 등으로 규정해 단순한 관광 사진까지 포함되진 않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7월 1일부터 중국은 국가 주권 및 발전 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한 ‘대외관계법’도 시행한다. 적대적인 서방 조치에 대응하는 중국 외교 정책의 근거로 삼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일련의 흐름을 중국에선 ‘정상국가를 향한 법치 강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부에선 중국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신뢰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법치와 통제 사이 중국의 현재가 있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06.30 00:45

  • [글로벌 아이] 바이든의 ‘진심’…하루가 다른 정세가 던지는 숙제

    [글로벌 아이] 바이든의 ‘진심’…하루가 다른 정세가 던지는 숙제

    김형구 워싱턴총국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독재자’ 발언이 나오자 중국의 반응은 신속했고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해당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고 했는데, 시 주석이 정찰 풍선 건을 잘 몰랐을 거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시 주석을 두둔하려는 뜻으로 들리는 얘기였다.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 회의 때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하지만 세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은연중 드러난 바이든의 ‘진심’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첫발을 떼는 듯했던 미·중 관계는 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발끈한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내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히려 “바이든이 틀린 말이라도 했느냐”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부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발언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별문제가 없으니 더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사진] 중국 견제 위해 … 바이든, 모디 인도총리 극진 예우 미 언론의 이목을 끈 건 발언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놓고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평가하며 “미·중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독재자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다. 관계 안정화에 뜻을 같이하고 고위급 대화 채널을 재개하기로 한 양국의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미·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다수다. 발끈했던 중국 외교부가 당일 저녁 홈페이지의 대변인 브리핑 전문에서 ‘독재자’ 관련 질문과 답변을 갑자기 뺀 것도 묘한 느낌을 준다. 양국이 며칠 전 공감대를 이룬 ‘충돌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 차원의 조치로 읽힐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대한민국 외교가 취해야 할 스탠스다. 치열한 경쟁 와중에도 국익 앞에 대화와 소통을 모색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묵직한 고민을 던진다.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어지럽게 전개될수록 치밀하고도 유연한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외교가 필요한 때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2023.06.23 00:36

  • [글로벌 아이] “쌍순환은 쇄국 아니다”

    [글로벌 아이] “쌍순환은 쇄국 아니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쌍순환은 폐관쇄국(閉關鎖國)이 아니다.”   지난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몽골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한국이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의 문제 발언에 골몰하는 사이 세계는 시 주석의 입에 주목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10일 인민일보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태양광 실리콘 웨이퍼 공장을 시찰하던 시 주석이 “지금 우리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로 자립 자강해야 한다”며 “새로운 발전 구도(新發展格局·신발전격국)를 만들어 과학기술 난관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예측할 수 있거나 미리 알기 힘든 광풍과 폭우, 퍼펙트 스톰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일을 잘하는 것”이라며 경각심을 높였다.   시진핑(왼쪽 두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일 내몽골중환산업단지를 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새로운 발전 구도를 만들려면 우선 국내 대순환을 잘 해내야 한다. 이는 근본을 다스리는 방책”이라며 쌍순환(이중 사이클)이 나라의 문을 잠그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우리(중국)에게 문을 열지 않을 때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고, 더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며 “대문을 활짝 열어 누구라도 협력하겠다며 오면 모두 환영한다”고 했다.   마치 『삼국지』 조조(曹操)의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게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세상이 중국을 버려도 잘 살아내겠다는 결기로 들렸다.   “어떤 나라가 패권에 기대고 독점에 의지해 중국을 속국처럼 따르게 하려 한다”며 “중화민족은 반드시 부흥해야 한다. 난관을 극복하고 더 높이 올라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을 불신했다.   공동부유도 해명했다. “공동부유는 함께 묶인 게처럼 아무도 못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다. 일부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도록 격려해야 한다”며 “다만 ‘앞선 부가 뒤따르는 부를 이끈다’는 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낯선 용어인 ‘쌍순환’은 지난 2020년 4월 처음 나온 신조어다.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내수 시장을 키우면서 동시에 대외 개방을 유지한다는 정책이다. 강조점은 개방보다 내수에 찍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세계가 중국에 문을 닫자 중국이 만든 대책이었다.   팬데믹 시기가 지났다. 코로나 초기 만든 쌍순환 정책은 시 주석의 설명에도 무자비했던 ‘제로 코로나’ 방역을 연상시킨다. 쇄국인 듯 쇄국 아닌 쇄국 같이 들린다. 공동부유도 비슷하다. 부자의 돈을 가난한 이에게 나누는 ‘겁부제빈(劫富濟貧)’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이미지 쇄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2023.06.16 00:44

  • [글로벌 아이] 머스크 방중이 남긴 것

    [글로벌 아이] 머스크 방중이 남긴 것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지난 한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을 뜨겁게 달궜다.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그는 상하이 기가팩토리 공장을 찾아 중국인 직원 수백명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장 효율적인 공장,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위해 다 같이 전진하자”는 말에 직원들은 환호했다. 머스크는 중국 외교장관, 산업기술장관, 상무장관도 잇따라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호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반색했다. 머스크는 중국 웨이보(중국식 트위터)에 “중국의 우주 개발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해 있다”며 립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철저히 중국이 듣고 싶은 말을 했고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중국에 머무른 44시간, 그의 중국 밀착 행보에 테슬라 주가는 4% 넘게 올라 주당 2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중국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웃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지난 3월 팀 쿡 애플 CEO가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아이폰 매장을 직접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그를 보러 찾아온 중국인들을 반갑게 맞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훌륭한 팀과 애플을 사랑하는 모든 중국인에 감사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중국을 흥분시켰다. 최근 서방 기업 CEO들의 중국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폭스바겐 CEO는 숄츠 독일 총리의 방중과 함께 중국을 찾아 새로 출시된 전기차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일련의 흐름을 보며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대응을 돌아보게 된다. 세계적 기업 삼성의 휴대폰은 중국 시장 점유율 1%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현대차 역시 중국 전기차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한·중 관계 악화, 떨어지는 가성비 등 여러 진단이 나오지만, 현지에서 보는 느낌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중국발전고위급 포럼 참석차 방중했을 때 중국 시민이나 중국 매체와의 접촉은 없었다. 톈진 삼성전기 공장 방문 사실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중국을 찾았지만 스킨십은 전무했다. 한국 고위간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중국에 전파되는 소식은 거의 없다.   폐쇄적이긴 하지만 SNS가 극도로 발달한 중국에서 비즈니스는 결국 이미지 전쟁으로 직결된다. 한·중 관계가 흔들리는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중국 국민의 마음을 여는 과감한 스킨십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관계가 어떻든 아이폰을 선호하는 중국이다. 우리도 중국에 ‘이미지’를 팔아야 한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2023.06.06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