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무역적자 560조원, EUㆍ중국 무역전쟁 서막[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대중 무역적자 560조원, EUㆍ중국 무역전쟁 서막[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중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안보 전략이 맞부딪히고 있다. 미국의 장벽을 피해 EU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과 불공정한 무역 역조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EU의 균열이 본격화됐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EU 정상회담은 살얼음판 같은 무역 전쟁의 전초전을 보여준 상징적인 현장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이 지난 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싸늘하게 끝난 중-EU 정상회담   회담을 마친 뒤 베이징에서 회견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표정이 굳어 있다. AP=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담 후 “정치적으로 유럽 지도자들은 우리의 산업 기반이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경쟁을 좋아하지만 그 경쟁은 공정해야만 한다”고 직격했다. 공동 성명 등 합의문 발표도 없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감시받지 않는 안전한 통신선이 없다며 회담 당일 중국을 떠났다. 중국 외교부는 “양 정상 간 폭넓은 협력을 통해 이익 공동체로서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물 없는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싸늘한 분위기는 예견됐다. 반년 사이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지난 6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분류하고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첫 번째 경제 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독일은 지난 7월 민감한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제한하는 최초의 대중 전략을 내놨고 10월엔 유럽연합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부당 지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탈리아는 중국-EU 정상회담 전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서 공식 탈퇴했다.      ━  미국보다 많아진 EU 대중 적자   중국 전기차 생산기업 1위인 비야디(BYD)가 노르웨이에 수출할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중-EU 관계가 궤도를 이탈한 건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면서다. 지난해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4260억 달러(562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규모 3829억 달러(483조원)보다 많았다. 특히 2020년(1962억 달러)과 비교해 2년 만에 2배를 넘어섰다. 문제는 중국이 보조금을 통한 불공정 경쟁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반대로 유럽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방해하고 있다고 EU가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다. 지난 3년간 유럽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점유율은 1% 미만에서 8%까지 늘었다. EU가 환경 보호를 위해 전기차 소비 촉진에 나서면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늘리자 저가의 중국 전기차가 대거 진출했다. 하지만 EU는 지난 10년간 중국 내 전기 자동차 산업이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받은 게 ‘저가’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국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키로 했지만 지방 정부 등에서 지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유럽 내 자동차 관련 직간접 종사자만 1400만명, EU 전체 고용 인구의 6.1%에 달하는 상황에서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산업 기반 파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EU 집행위는 조사 시작 9개월 이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내년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중-EU 간 최대 무역 분쟁 이슈가 될 전망이다. 불공정이 확인되면 최대 10% 이상 관세가 추가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조사 시작과 함께 “이번 조사는 철저하고 공정하게 사실에 근거해 진행될 것”이라며 “시장 왜곡으로 인해 정당한 제조업체의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는 즉시 우리는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등도 유럽이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들이다. EU는 중국에 의존했던 저가형 원자재와 친환경 부품 등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EU 기업과 상품의 중국 시장 접근을 개선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중국법상 외자 기업은 중국 공급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중국 국가안보법에 대한 우려도 있어 유럽 기업들 역시 활동이 위축되거나 제약을 받고 있다.      ━  유럽 극우정당 부상...반중 정서 확산   극우정당 출신의 조르자 멜로니(46)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6일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이탈리아의 공식 탈퇴를 통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정당이 부상하는 유럽의 정치 지형 변화도 중-EU 관계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전략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는 최근 여론조사를 토대로 내년 6월 EU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약 25%(총 705석 중 169석)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反)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이탈리아ㆍ핀란드ㆍ스위스에서 극우 정당이 집권한 데 이어 내년에 총선을 치르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루마니아도 극우 정당 후보들이 1,2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 극우 세력은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극우 정당 소속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탈퇴를 공언했고 이를 실행했다.     중국은 정상적인 교역이란 점을 부각하며 방어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중국이 고의로 무역흑자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럽 측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역시 중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중국 탓을 할 필요 없다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보조금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EU가 상호 호혜적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  “EU 움직이면 중국도 보복 시도할 것”    동시에 중국은 최근 비자 면제 국가에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을 포함하고 반중 입장을 취한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유화 제스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 당국은 당분간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관망할 것이며 EU의 구체적인 조치가 시행될 경우 공개적으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집행위는 “유럽은 중국과의 분리(디커플링)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는 것(디리스킹)”이라고 말했지만 양 진영 간 전운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3.12.11 00:28

  • 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부동산ㆍ금융 맞물린 140조 부채 ‘폭탄’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부동산ㆍ금융 맞물린 140조 부채 ‘폭탄’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지난 7월 4일 쉬자인(許家印) 헝다(恒大) 회장은 광저우헝다 축구팀 경영 회의에서 ‘내년 리그 우승’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헝다 팀은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여섯 번의 우승 전력이 있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 2주 뒤 발표된 헝다 그룹 재무 보고서에서 2021년과 2022년 누적 손실액은 8120억 위안(150조원)에 달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지난달 28일 쉬 회장은 불법 범죄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부동산 전성기의 1위 부자로 군림했던 쉬자인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쉬자인(65) 헝다 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불법 범죄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사진 바이두 캡처    ━  13년 만에 증시 상장...‘문어발’ 확장   쉬자인 회장은 체포됐지만 7일 헝다그룹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그의 인삿말이 올라와 있다. 사진 헝다그룹 홈페이지 캡처 허난성 농촌 출신인 쉬 회장(65)은 우한철강대학을 졸업한 뒤 10년간 철강회사를 다니다 38세에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를 설립했다. 1996년 중국 정부는 부동산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다. 그는 개발 붐이 일던 광저우시에 35개 동 규모의 진비가든(金碧花院)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분양하면서 사업을 궤도에 올렸다. 이후 토지 취득부터 허가ㆍ분양ㆍ착공ㆍ준공ㆍ입주ㆍ수익까지 1년에 끝낸다는 ‘8개 당년(當年)’을 모토로 회사를 급성장시킨다. 헝다는 2003년 중국 건설사 10위권에 진입했고 13년 만인 2009년 11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첫날 시가 총액은 705억 홍콩달러(약 12조원), 쉬 회장은 순자산 8조원으로 단번에 중국 부자 1위에 올라섰다.   이때부터 헝다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시작됐다. 인수 합병을 통해 관광, 호텔, 축구, 음료, 유통 사업을 벌였고 2016년 금융권까지 진출했다. ‘헝다재부(財富)’를 설립해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자체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동시에 성징(盛京) 은행 주식 37%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이듬해 시장의 우려에도 ‘헝다자동차’까지 세웠다. 그가 지휘한 헝다 그룹은 2019년 매출 5072억 위안, 순이익 314억 위안(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몰락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  2020년 자금 위기...예금 담보 2조 차압   중국 남부 선전시에 위치한 헝다 본사 건물. 사진 바이두 홈페이지 캡처 위기는 2020년 말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 하락에 건설 중인 아파트들의 헐값 판매가 진행됐고 일부에선 허가도 나기 전에 사전 판매가 이뤄졌다. 결국 2021년 9월 헝다 부동산 건설에 투자금을 공급해온 ‘헝다재부’가 만기 도래 상품의 원금 지급 연기를 공식화했다. 계약이 만료된 투자금을 3개월마다 10%씩 분할 상환한다고 했지만 석 달도 안 돼 매월 8000위안(1인) 균등 지급으로 축소했다. 피해자는 수십만 명으로 추산됐다. 2022년 3월엔 ‘헝다물업(物業ㆍ부동산)’이 예금 담보 134억 위안(2조4700억원)을 은행에 차압당했다. 자금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은행의 선제 조치였다. 주식은 백지장으로 변했다. 주가는 최고점 대비 95% 급락했고 홍콩 증시가 곧바로 헝다, 헝다부동산, 헝다자동차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김영옥 기자    ━  주택 90만 채 미준공, 피해 눈덩이 예고   허난성 신양시 헝다 아파트 건설 현장. 공사가 중단돼 분양자들의 항의가 계속 됐다. 사진 웨이보 캡처 부동산과 금융이 연결된 ‘헝다제국’의 추락은 전례 없는 손실액을 기록하고 있다. 헝다 측은 공개 보고서를 통해 ‘헝다재부’의 투자 원금 미지급액이 약 410억 위안(7조567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 2022년 12월 말까지 70억 위안을 지급했지만 전체의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2023년 8월 기준 지급하지 못한 원리금은 300억 위안(5조5370억원)이 넘는다. 결국 지난달 16일 헝다재부의 경영진 10여 명이 선전시 공안당국에 긴급 체포됐다. 공안당국은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헝다재부’가 보유한 정기예금 증서가 부동산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중복으로 제출된 사실도 드러났다. 헝다물업은 부동산 계약금을 전체 판매 대금으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린 것으로 밝혀져 부채 규모가 공개된 것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피해가 커지면서 각종 민원과 신고가 쏟아지고 있고, 헝다 회사 간 불투명한 내부 거래와 자금 돌려막기, 회계 부정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김영옥 기자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 중 731개의 완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완공을 보장한 주택 140만 채 중 지난해 말까지 50여만 채만 준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헝다가 계약한 공사 금액은 총 6039억 위안(111조원)에 이르는데 주택을 완공해 양도하지 못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와 은행의 몫이다. 현재 헝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3억 위안에 불과하다.   헝다 그룹의 해외 채무도 눈덩이다. 2022년 12월 말 기준 해외 부채는 1406억 위안(26조원ㆍ192억 달러)에 이르고 2021년 말 2억 6000만 달러의 사모채권 이자 상환을 못 해 부도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결국 지난 8월 헝다 해외 법인이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고 채권단 회의는 이미 세 차례 미뤄지며 협의도 불투명한 상태다.   즉 헝다그룹의 누적 부채 규모를 총합하면 헝다물업 공사계약 부채 111조원, 헝다재부 미지급 원리금 5조 5000억원, 해외 채무 26조원 등 최소 약 142조원 규모다.     ━  중국 부동산 시장 추락 가속화   중국 SNS에선 쉬 회장이 낸 책 '헝다전기'가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사진이 돌고 있다. 사진 웨이보 캡처 헝다 사태는 부동산과 금융이 유착된 중국 기업의 내부 자본 거래 문제를 여실하게 드러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은 민간 부동산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의 추락을 가속화했다. 쉬 회장은 여성가무단 등 추문이 잇따라 폭로되며 “인민 최대의 적”으로 전락했다. 당국이 헝다 사태 2년 만에 쉬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을 줄줄이 체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사태를 해결할 복안이 있는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부동산 거대 기업의 지저분한 붕괴는 전국적으로 수십만 채의 미완성 주택과 중국에서만 수천억 달러의 부채를 남기며 이미 침체한 중국 경제를 휩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3.10.09 00:43

  • 군ㆍ외교ㆍ금융ㆍ체육...부패와의 전방위 전쟁 중국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군ㆍ외교ㆍ금융ㆍ체육...부패와의 전방위 전쟁 중국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에서는 국유기업부터 금융계, 외교부에서 인민해방군에 이르기까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와 해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20기 당 중앙위원 3명이 낙마했고 올해 들어 조사 대상 고위 간부 수는 30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부패에 대한 엄단 의지를 강조했지만 반대로 지난 10년간 이어진 척결에도 강화된 권력에 기생하는 비리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최근 한달동안 중국 20기 당 중앙위원 3명이 연달아 낙마했다. 왼쪽부터 리위차오 전 중국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 장군, 친강 전 외교부장. 사진 바이두백과 캡처 가장 충격적인 사태는 리위차오(60·李玉超) 인민해방군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62·徐忠波) 중앙위원의 동시 교체였다. 미ㆍ중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두 4성 장군이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입성한 지 9개월 만에 날아갔다.    ━  핵미사일 수뇌부 2명 동시 교체    로켓군은 육해공군에 이은 네번째 부대로 핵미사일을 관장하는 중국군 핵억지 전력의 핵심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총괄하고 대만 해협 문제를 놓고 최일선에서 대처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군의 수뇌부 전격 교체는 내부 비리의 심각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관련 정보를 받은 외국 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군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 공군대학이 중국 로켓군의 구조와 기지 배치 관련 내부 정보를 세밀히 공개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홍콩사우스차이나포닝포스트(SCMP)는 국방 관련 기업과의 비리 가능성을 제기했다. 류광빈(劉光斌) 로켓군 부사령관과 창전중(張振中) 전 부사령관도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2015년 로켓군 창설 이래 최대 비리가 됐다.       우궈화 로켓군 전 부사령관은 사망 26일 뒤 부고가 공개됐으며 사망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달 4일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갑작스런 사망도 미궁이다. 숨진 지 3주가 지난 뒤 부고가 공개됐으며 이로 인해 비리 연루, 자살설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된 건 없다.   ━  부사령관 사망 놓곤 자살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4일 정치국 회의에서 “전면적인 군사 거버넌스 강화와 엄격한 규율로 군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군사위원회 장비개발국은 2017년 10월 이후 장비 입찰에 관한 규율 위반을 제보하라는 통지를 발표했다. 일련의 흐름은 모두 중국군 내부 부패와 비리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로켓군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된 왕허우빈(王厚斌) 장군과 쉬시성(徐西盛) 신임 중앙위원은 각각 해군, 공군 출신이다. 다른 조직에서 사령관을 임명한 것은 지도부가 로켓군 내부 인원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쥐첸성(巨乾生) 중국 전략지원군 사령관도 지난 1일 건군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군 비리가 로켓군에만 국한되지 않을 조짐이다.   친강 전 외교부장과의 불륜설이 제기된 홍콩 봉황TV 앵커 푸샤오톈. 사진 웨이보 캡처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당 중앙위원인 친강(秦剛) 외교부장도 공식 해명 없이 해임됐다. 추문이 난무하지만 당국은 이에 대한 반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군 핵심 사령관과 외교 수장이 동시에 날아간 건 중국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반부패 운동은 그의 핵심 정책이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370만 명의 간부가 당의 반부패 감시기구에 의해 처벌됐고 이중 중앙·지방 지도자급도 3만7000여명에 달한다.     중국 중앙기율위는 지난달 왕용성 중국 개발은행 전 부회장과 샤오싱 중국 태평보험 부회장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사진 바이두 캡처 지난 7월 한 달 왕용성(王用生) 중국 개발은행 전 부회장과 샤오싱(肖星) 중국 국영 태평보험 부회장이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를 받았고, 리궈화(李國華) 중국 우정사업본부 전 회장은 6645만위안(약 120억원)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쑨궈샹(孫國相) 랴오닝성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9765만 위안(177억원)이 넘는 뇌물 수수로 1심에서 종신형이 선고됐다. 하오춘예 랴오닝성 전 부성장은 22년간 1883만 위안(34억원)을 착복해 징역 12년 형을 받았다.    ━  운전사가 당서기보다 더 많이 수뢰    엄격한 처벌에도 부패한 ‘호랑이’(고위 부패 관리)가 계속 나온다는 건 중국 관료 사회의 비리가 오랜 관행 임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유기업 및 금융 관련 간부 36명을 비롯해 성(省)급 장관 이상 간부 18명이 각종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로 처벌받았고 재산도 몰수됐다.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시(太原市) 전 당서기는 뇌물로 91만 위안(1억6500만원)을 받았는데 그의 운전기사와 비서가 이보다 많은 93만 위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권력에 빌붙어 대가를 챙기는 주변부의 부패도 심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체육계에선 리톄(李鐵) 중국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조사 6개월 만에 기소됐고 체육협회 전현직 간부와 선수 등 수십 명의 비리 조사가 진행 중이다.  ━  “당 노선 통제 강화로 확장”    이같은 중국의 부패 청산 드라이브는 시진핑 3기 정부 들어서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공직 사회를 정화하려는 적법 절차지만 이면엔 관료들에 대한 통제 강화 의도가 담겨 있다. 웬웬앙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관용 없는 조사가 중국의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며 “부정부패에 맞서는 것을 넘어 당 노선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순응을 강요하는 것으로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으로 부패는 권력의 중앙집중화에서 비롯된다. 힘이 한곳에 쏠릴수록 고위층의 권력은 막강해지고 견제는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링리 비엔나 대학 중국학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위계 구조가 부패의 온상”이라며 “투명성의 부족은 권위주의적 통치자와 파렴치한 간부 모두에 은신처가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3.08.07 00:46

  • "영상통화 믿지마" 공안 경고했다…10분새 7억 뜯은 '中 AI 피싱'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영상통화 믿지마" 공안 경고했다…10분새 7억 뜯은 '中 AI 피싱'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인공지능(AI)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발전하는 AI 기술에 기반해 얼굴과 음성을 변조한 뒤 상대방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검사를 사칭한 전화로 이체를 유도하는 보이스 피싱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이른바 ‘AI 피싱’이다. 얼마나 정교하게 변환하고 어떤 상황으로 접근했기에 이런 사기가 가능한 걸까.   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 40분, 중국 푸저우시(福州市)의 한 기업 대표 궈(郭)모씨에게 평소 가까운 친구의 위챗(중국식 카카오톡)으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안부를 주고받은 뒤 그는 지인이 외지 기업 입찰을 하는데 보증금 430만 위안(약 7억7000만원)을 이체해야 한다며 제한 조건 때문에 궈씨의 법인 계좌로 보증금을 납부할 수 있는지 물었다. 궈씨는 의심 없이 법인 계좌를 알려줬고 잠시 뒤 친구는 430만 위안을 법인 계좌로 이체했다는 명세서 사진을 보내며 궈씨에게 입찰 계좌로 돈을 재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성이 걸어오면서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계속 바뀐다. AI 얼굴 변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런 실시간 얼굴 변형이 가능하다. 사진 더우인 캡처 11시 49분, 궈씨는 친구가 알려준 계좌로 430만 위안을 다시 송금했다. 믿었던 친구의 부탁인 탓에 계좌에 돈이 들어왔는지 여부는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궈씨가 돈을 이체했다고 친구에게 다시 연락하자 친구는 깜짝 놀라며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얼굴·음성을 변조해 친구로 가장한 뒤 영상통화로 속인 ‘AI 피싱’ 사기였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바오터우시(包頭市) 공안당국은 지난달 20일 사건의 전모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통신범죄수사국은 “AI 기술을 이용한 통신 사기로 10분 만에 430만 위안을 편취당했다”며 “은행의 협조를 받아 즉시 자금 336만 위안(약 6억 원)을 회수하는데 성공했으며 푸저우 공안국이 미회수된 자금 행방과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얼굴 보며 통화, 전혀 의심 안해”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궈씨는 “처음부터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먼저 돈을 보내니 이체해주라는 식이었다”며 “친구 얼굴을 보며 영상 통화를 했으니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상통화에선 가짜라고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았다는 얘기다.   회사 대표를 사칭해 직원과 영상통화를 한 뒤, 보내준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라고 지시하는 문자. 사진 후난성 창더시 공안국 위챗 계정 캡처 회사 상사를 사칭한 영상통화 사기도 있다. 직원 리(李)씨는 갑자기 회사 대표 쩡(曾)씨의 위챗 친구 신청을 받았다. 이름과 프로필 사진 모두 일치해 대표가 아닐 거라곤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대표의 친구 신청에 놀란 리 씨는 “대표님 안녕하십니까”라며 문자를 보냈고 이어 영상 통화가 걸려와 8초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쩡 대표는 “회의 중이라 통화가 불편하다”며 “보내준 계좌로 4만8000위안(약 900만원)을 이체하라”고 지시했다. 리 씨는 지시대로 돈을 보냈지만 AI 기술로 얼굴을 위조한 사기였다.   ━  공안 “영상통화 믿지 말라”    후난성(湖南省) 창더시(常德市) 공안국은 회사 대표를 사칭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AI 사기 피해 경계령까지 내렸다. 쓰촨성(四川省)에선 동창으로 위장해 돈을 빼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전역에서 잇따르는 사기 행각에 공안 당국은 “영상통화로 보고 듣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으므로 관련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확인하기 바란다”며 “상사나 지인이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상대방이 맞는지 여부를 다른 방법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지닝시(濟寧市) 공안국 자료에 따르면 AI 기술로 얼굴을 바꾼 뒤 영상을 재생하는 것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사람의 얼굴을 바꿔 대화할 수도 있다. 사진 한장만 있으면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흔들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또 현재 기술로는 30초 가량의 오디오만 있으면 나이, 목소리 톤, 어조 등 대상자 목소리의 특징을 포착해 재연할 수 있다. 자오젠치앙(趙建强) 샤먼(廈門) AI 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베이징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기술은 더이상 실험용이 아니며 얼굴·음성 변환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이미 대부분 오픈 소스인 상태”라고 말했다.    AI 기술에 기반한 '얼굴 변환' 프로그램 조작 화면. 남성의 얼굴을 중국 여성으로 바꿨다. 남성의 표정에 맞춰 여성의 표정이 바뀐다. 사진 더우인 캡처 실제 중국 전용 앱스토어인 잉용바오(應用寶)에서 ‘AI얼굴변환’으로 검색하면 관련 앱 수십 개가 쏟아진다. 인기 있는 앱은 이미 3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고 전체 관련 앱들의 다운로드 수를 합하면 수천만 회에 이른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AI 얼굴 변화 소프트웨어 공식 출시! 기술적인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광고까지 등장한다. IT 관련 매체에선 1분 이내 분량의 얼굴 변환 영상을 만드는 데 중국 돈 30위안(약 5500원)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컴퓨터 성능과 샘플 학습(딥러닝)에 대한 요구 조건이 낮아졌고 얼굴에서 전신 및 다양한 동작으로 발전해 갈수록 사실적이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단 AI 피싱은 영상·음성 변환뿐 아니라 피해자와의 관계, 근황,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까지 알아내 접근해야 하는 만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처럼 쉽게 퍼지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얼굴과 목소리를 만드는 기술이 고도화하면 할수록 다양한 사기 범죄로 진화할 소지가 크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이번 사태 이후 AI 변환 기술 프로그램이나 앱을 다운받거나 사용할 경우 매회 개인 인증을 거치는 안전장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용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AI 기술이 사용된 영상은 반드시 구분되는 표기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개인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주페이다(朱飛達) 싱가포르 컴퓨터정보시스템학과 부교수는 “AI 콘텐트를 만드는 주체는 여전히 개인이며 그 생성 출처를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며 “중국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리 감독이 더 엄격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3.06.19 00:48

  • 공 와도 수비수 멀뚱멀뚱…애들도 승부조작, 충격의 中 축구비리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공 와도 수비수 멀뚱멀뚱…애들도 승부조작, 충격의 中 축구비리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중국 축구의 비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축구국가대표 감독부터 중국축구협회장, 기업, 정부 고위 간부까지 줄줄이 체포됐다. 승부조작과 뇌물, 돈벌이로 연결된 중국 축구계의 ‘검은 사슬’은 전대미문의 ‘축구 게이트’로 부상했다. 중국인들은 “썩은 배추보다 못하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14억 중국 축구의 수준에 한탄했다.   중국 프로축구 리그인 슈퍼리그 지난해 개막식. 2022년 6월 3일 18개팀이 참가해 중국 하이난섬 하이커우시에서 열렸다. 사진 중국프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중국 축구 팬들이 지난달 26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렸던 중국과 뉴질랜드의 친선 축구 경기를 앞두고 중국 깃발로 자국팀을 응원하고 있다.[AFP=연합] 유소년 축구 단계에서부터 비리 의혹이 불거지니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8월 중국 유소년(U15) 축구대회 광저우(廣州)시와 칭위안(淸遠)시의 결승전. 전반전까지 1대1로 팽팽하던 상황은 후반 들어 칭위안 팀이 2골 연속 득점하며 3대 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  멀뚱멀뚱 수비수에 의혹 폭발    광저우 팀의 공격수가 골문 앞으로 달려드는데 칭위안 수비수들이 멀뚱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쉽게 골을 내줬고 얼마 뒤 또다시 수비수들이 멈춰서며 동점 골을 허용했다. 그러더니 이해하기 어려운 심판의 반칙 선언과 함께 패널티킥으로 또 한골을 내주며 역전. 결국 시합은 5대 3으로 광저우 팀이 이겼다.     공정했다면 별다른 관심을 끌지 않았을 청소년 축구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승부조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장면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중국축구협회가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석 달 뒤,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사실을 확인했다며 광저우 축구협회의 회원 자격을 2년간 박탈했다. 광저우 축구협회장, 헝다(恆大) 축구학교장과 부교장, 감독과 수석코치 등 10여 명이 문책받았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경기에서 승리했던 광저우 팀이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가 키우는 유소년 축구팀이었기 때문이다. 광저우헝다는 중국 프로 축구 최상위권 팀이기도 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유소년 팀이 실력이 아닌 돈으로 상대 팀과 심판을 매수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중국 축구의 꿈나무들이 어린 나이부터 돈에 매수되는 경기를 보고 성장한다며 과연 제대로 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  국가대표 감독도 승부조작 혐의    중국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리톄가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 기율위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북경청년보 캡처 리톄(李鐵) 중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체포는 중국 축구를 비난하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11월 26일 리 감독은 예정된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돌연 그가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참가 기록인 2002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스타 선수 출신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의 연행은 최고 핫이슈가 됐다.    그의 혐의에 대해 중국 매체들의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북경청년보는 프로 축구 승부 조작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당시 중국 프로축구 1부 리그 우한팀 감독이었던 리톄가 2부 리그 강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팀 골키퍼에게 뇌물을 주고 승부조작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다수의 의심쩍은 경기로 우한 팀의 성적을 끌어올렸던 리 감독은 5년간 1억8000만 위안(약 34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9년 중국 프로축구 우한과 톈하이팀 경기에서 리톄 감독의 지시를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국가대표 골키퍼 장루(張鷺). 사진 소후닷컴 캡처 이미 5개월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리톄 사건과 연루된 이들은 최소 27명에 이른다. 프로축구 선전팀 전·현직 구단주. 허베이팀 스폰서 업체 간부, 전직 축구 국가대표 선수 4명, 지역팀 선수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상태다. 선전팀, 허베이팀은 리 감독이 거쳤던 프로구단들이다.   ━  “선수 연봉 올려주고 일부 챙겨”    리 감독은 승부조작 뿐 아니라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준 뒤 일부를 챙겼고, 국가대표팀 감독의 권한을 악용해 실력보다 친분이 있는 소속사의 선수들을 기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불길은 윗선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류이(劉奕) 중국축구협회 사무총장이 해임됐다.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중국 매체에선 류이가 3개월간 협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부인이 그의 숨겨진 업체를 운영하다 함께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날엔 천융량(陳永亮) 축구협회 사무차장도 날아갔다.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4일 중앙기율위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사진 바이두 그리고 2월 14일, 리톄 감독 조사가 시작된 지 80일 만에 결국 천쉬위안(陳戌源) 중국축구협회장까지 체포됐다. 중국은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취임 당시 “축구는 고귀한 스포츠다. 돈이 더럽히고 왜곡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해 여론이 호응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결국 비리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로 지목됐다. 일부 언론에선 그가 연관된 자금 규모가 30억 위안(약 5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  “中 프로리그는 모두 승부조작”    같은 날 산둥(山東) 프로축구팀 선수 우싱한(吳興涵 )이 “중국 프로리그는 모두 승부조작이며 한 경기에 40만 위안(약 76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한 소셜미디어 발언 내용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검열이 심한 중국이지만 이같은 내용과 관련 보도는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고 있다. 당사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泰山) 축구팀 우싱한(吳興涵 ) 선수는 ″중국 수퍼리그는 모두 승부조작″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 바이두 여기에 조직의 비리를 감시해야 할 왕샤오핑(王小平) 축구협회 징계위원장과 황송(黃松) 축구협회 경기부장도 중앙기율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기 규칙부터 시합 일정과 운영, 승부 조작 등을 책임진 고위 관리들까지 전부 비리 의혹과 연결돼 있었다. 중국축구협회 전체가 축재와 비리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  中 축구 최고위직까지 번져    두자오차이(杜兆才) 중국 국가체육총국 부주임. 사진 중국신문망 캡처 축구 비리의 부정한 돈은 어디까지 상납됐을까. 지난 1일 국무원 체육총국 부주임 두자오차이(杜兆才)가 중앙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두 부주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 축구 행정의 최고위직이다.    두 달 전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장이 연행됐을 때 두자오차이는 당국의 방침을 존중해야 한다며 무관한 척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젠  비리 자금의 통로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 대표팀은 최약체라던 오만에까지 0대2로 패하며 아시아 국가 순위 10위에 그쳤다. 중국 매체에선 “답 없는 중국 축구는 땅 속에 처박힌 썩은 배추만도 못하다”는 중국 국민의 자조적인 반응까지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3.04.10 00:46

  • "왜 백지 들었냐고요?"…中시위대 변호사가 밝힌 '무서운 이유'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왜 백지 들었냐고요?"…中시위대 변호사가 밝힌 '무서운 이유'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사람들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진실을 표현하면 무슨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백지시위대를 돕기 위한 무료 법률 자문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왕성성(王勝生ㆍ37) 변호사는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백지를 든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단지 백지 한 장을 든 것은 가장 소리 없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공안 당국의 통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중국에서 법률 자문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왕 변호사가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상하이 우루무치로에에서 한 시민이 사흘전 우루무치시 아파트 화재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며 촛불에 불을 붙이며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는 상하이와 베이징를 비롯한 대도시 등 중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집계된 것만 최소 24개 도시에서 51차례였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무료 법률 자문 변호인단이 꾸려진 건 그래서다. 자신이 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경찰에 체포된 이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서다. 자문 변호인단의 명단을 입수해 수십 차례 통화한 끝에 실명으로 1명, 익명으로 1명의 변호사와 인터뷰했다.   시위 전파는 ‘웨이보’…삭제보다 전파 빨라 26일 상하이 우루무치로에 모인 시위대가 우루무치시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방역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왕 변호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위 전파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등이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왕 변호사가 전하는 시위 전개 과정은 이렇다. “맨 처음 한 어린 학생이 (코로나19 봉쇄를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우루무치(烏魯木齊) 아파트 화재가 매우 슬퍼 같은 이름을 가진 길(상하이 우루무치중로)에 앉아 촛불과 꽃을 들었고,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SNS에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우루무치 화재에 대한 분노가 매우 컸던 사람들은 이 게시물을 친구나 지인들에게 전파했다. 사람들 중 일부는 함께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SNS에 오른 사진은 중국 당국의 통제로 지워졌지만 삭제 속도보다 전파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아파트에서 난 불로 10명이 숨진 우루무치 화재에 대한 공분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피해자 중 한 명은 3살 아이였다. 왕 변호사는 “내 둘째 딸도 세 살이다. 나는 그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상태였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사람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게 아니다. 격리된 버스에서 죽고 격리 중에 죽었다”고 했다.    ━  행정 구류 5·10·15일...연락두절도 다수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27일 공안들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진 뒤에도 중국 당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AP=연합뉴스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이유는 다양했다. 구호를 외쳤다거나 단지 옆에 서 있다가, 심지어 강제 연행을 말리다가 함께 체포된 이들도 있었다. 이후는 어떻게 됐을까. 왕 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행정 구류 처분을 받고 풀려나거나 아예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다. 끌려간 이들은 각각 5일, 10일, 15일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체포 과정에서 이들 대부분은 휴대폰을 뺐겼다고 한다. 네트워킹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일부는 아직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문의가 오는데 어느 경찰서로 갔는지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왕 변호사는 “이미 구속 가능 시한 48시간을 한참 지났고 법률에 따라 처리한다면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통지했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가족들은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당국을 비판했다. 그는 난징전매대학(南京传媒大學) 교정에서 백지를 들었던 한 여학생도 아직 연락 두절 상태라며 안타까워 했다.    ━  “사람들은 촛불처럼 백지 들었다”   28일 지난 주말 11·24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시위가 벌어졌던 상하이 우루무치 거리를 경찰 차량이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들은 왜 백지를 들었을까. 왕 변호사에 따르면, 진실을 표현하면 공안 당국에 의해 무슨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소리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왕 변호사는 “촛불처럼, 국화처럼 사람들은 백지를 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자문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는 “봉쇄 반대 여론이 심각하다. 식당 문을 못 열어도 집세는 내야 한다”며 “부동산 폭락은 심각한 수준이고 정부는 세금을 걷을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사람이 맘 속으로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건강코드’ 앱 법적 근거 없어…심각한 문제”   28일 지난 주말 11·24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시위가 벌어졌던 상하이 우루무치 거리를 경찰 차량이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왕 변호사는 지난 3년간 방역 통제 장치의 핵심이었던 ‘건강코드’(健康寶) 어플리케이션이 입법 절차도 없이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앱은 코로나19 음성 여부와 PCR 검사 경과 기간 등의 개인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앱의 QR 코드 스캔에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장소도 출입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왕 변호사는 “건강코드는 전자족쇄보다 무섭다. 이렇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빅데이터 정보를 수집하는데도 정작 아무런 입법도 없이 시행됐다”며 “설령 방역이 완화되더라도 이 문제가 꼭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왕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백지시위대가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게 아니다. 백지를 드는 게 범죄라면 도대체 그것은 어떤 나라의 법률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한 주간 중국 언론에서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신변보다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2.12.05 00:31

  • 핵·미사일 부대 3년새 33% 늘렸다…시진핑이 벼르는 타깃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핵·미사일 부대 3년새 33% 늘렸다…시진핑이 벼르는 타깃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인민해방군(PLA)을 세계 일류 군대로 건설하는 것은 건군 100년의 분투 목표를 실현하고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적 요구다”     지난 21일 중국 로켓군은 20차 당대회를 맞아 ″국가에 충성하고 미래 강군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을 선언했다. 중국 웨이보 '로켓군' 계정 캡처 중국의 군사 시계는 2027년에 맞춰져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16일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정치 보고에서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군사훈련과 전쟁 준비를 강화하고 강력한 전략억제체제를 구축하며 새로운 영역의 작전 역량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 억제는 곧 핵무력 증강을 내포한다. 앞으로 5년 안에 군사력 증강에 집중해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8월 4일 중국 동부전구사령부가 대만 포위 무력 시위를 벌인 가운데 대만 해역을 향해 발사된 둥펑-15 탄도미사일. 사진 중국 CCTV 군사채널 캡처   미국은 이런 중국을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미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국방전략서(NDS)에서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심각한 도전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자국 이익과 권위주의에 따라 개조하려는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미ㆍ중간 군비 경쟁의 재현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미 공군대학 중국항공우주연구소(CASI)가 낸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부대(PLARF) 조직 구조’에 대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25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중국 로켓군 부대의 배치와 조직 구조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브랜단 멀베이니 연구소장은 “지금까지 공개된 중국 로켓군 부대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보고서”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미 공군대학 중국항공우주연구소(CASI)가 발표한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부대(PLARF) 조직 구조’ 보고서. 255페이지 분량으로 중국 로켓군 부대의 배치와 조직 구조 등에 대한 세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미 공군대 중국항공우주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로켓군은 시 주석 집권 3년 차인 2015년 12월 31일 창설됐다. 1966년 마오쩌둥 주석 시절 제2포병단을 49년 만에 확대 개편했다. 로켓군은 중앙군사위 직속으로 핵미사일과 재래식미사일 운용을 총괄한다. 시 주석은 창설식에서 “전략적 위협에 맞서는 핵심 역량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로켓군 29개서 39개 여단으로   CAS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로켓군 부대는 총 6개의 미사일 기지(61~66기지)로 편제돼 있다. 이들 기지는 대만과 남중국해 등 전략적 요충지를 중심으로 한 중단거리 기지 2곳과 미국 등을 겨냥한 중장거리 핵미사일 기지 4곳으로 구성돼 있다. 각 기지는 최소 6개 이상의 미사일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체 규모가 39개 여단으로 추정되며 이는 창설 당시 29개 여단에 비해 2017~2020년 3년 사이 최소 10개 여단이 확대된 규모라고 분석했다.   미 공군대학 중국항공우주연구소(CAS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로켓군은 총 6개 미사일 기지(61~66기지)로 구성돼 있다. 이들 기지는 대만과 남중국해 등 전략적 요충지를 겨냥한 중단거리 미사일 기지 2곳과 장거리핵미사일 기지 4곳으로 나뉜다. CASI 홈페이지 캡처   대만을 겨냥한 61기지의 경우 중국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를 거점으로 예하 7개 여단이 수백㎞ 간격으로 주변 도시에 흩어져 있다. 사거리 600㎞인 탄도미사일 둥펑(DFㆍ東風)-15를 중심으로 개량형인 둥펑-16,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1A가 배치돼 주일미군 주둔지 오키나와까지 넘본다. 보고서는 각 미사일 부대의 위도와 경도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는데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이 무력 시위를 벌인 미사일 부대 위치가 노출된 셈이다.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예하 4여단에 극초음속 미사일(DF-17, 마하 5~10)과 드론 부대(UAV)가 추가된 사실도 확인됐다.    ━  핵미사일 기지에 전력 증강   로켓군 전력 증강은 핵미사일 기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중국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에 위치한 64기지는 2017년 이후 미사일 여단이 2배로 늘었다. 무게 42t, 사거리 1만㎞의 대륙간 핵탄도미사일(ICBM) 둥펑-31 여단이 4곳,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에서 처음 공개된 최대사거리 1만5000㎞,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둥펑-41 미사일 여단도 지난해 이 지역에 추가됐다.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위치한 65기지, 중부 허난성(河南) 뤄양(洛陽)시 66기지 모두 핵미사일 여단이 5개 이상 증가했다. 65기지 1여단엔 2020년 8월 둥펑-41 미사일이 처음 배치됐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실전 운용이 수개월 지체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같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국 국제문제전략소(IISS)는 ICBM의 경우 중국의 1개 여단당 6~12기의 발사대를,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은 12~24대의 발사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350기 가량으로 추정된다.    ━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기 확보”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는 지난해 11월 중국 간쑤성 일대 사막 지대에 약 119개의 핵탄두 미사일을 보관할 수 있는 격납고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27년까지 핵탄두 700기를 보유할 수 있고 2030년까지 적어도 1000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3750기다.     미 해리티지 재단의 딘 청 선임연구원은 “중국 로켓군이 적의 공격이 있을 시 반격하는 ‘최소 억제’ 전략에서 반격 선택권이 주어지는 ‘단순 억제’로 교리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중국의 핵전력 강화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고서에서 로켓군 총사령관으로 지목된 리위차오(李玉超)와 쉬중보(徐忠波) 부사령관은 20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2.10.31 00:44

  • 中최고법원 "中이 韓 베꼈다"...드라마처럼 뒤집힌 '상표권 판결'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中최고법원 "中이 韓 베꼈다"...드라마처럼 뒤집힌 '상표권 판결'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2006년 7월 쿠쿠홈시스(구 쿠쿠전자)는 돌솥을 채용한 '일품석' 압력밥솥을 국내 처음 출시했다. [다나와 홈페이지 캡쳐] 현실은 때론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상표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소식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상표권을 침해당한 우리 기업이 1, 2심에서 패소했다가 중국최고인민법원 재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수교 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다.   시간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 쿠쿠전자는 돌솥밥을 지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압력밥솥 ‘일품석’을 출시했다. 가장 맛있고 한국적인 밥맛을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의 결과였다. 출시 1년 만에 10만 대 이상 팔렸다. 중소기업 쿠쿠전자는 국내 밥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2012년 중국 시장에 ‘일품석’을 출시했다. 그런데 2015년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중국인 정젠홍(鄭儉紅ㆍ54)이 쿠쿠전자를 상대로 판매 중단과 손해배상액 1000만 위안(19억원)을 요구하는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쿠쿠로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맞소송으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오산이었다. 쿠쿠가 판매한 '일품석' 밥솥에 새겨진 상표(위)와 동일한 모양의 상표가 정젠홍이 판매했다는 밥솥 포장(아래)에 부착돼 있다. [중국 법무법인 유니탈렌 제공]  ━  중국 회사가 되레 손배소 제기   정씨는 2007년 ‘일품석’ 상표를 출원했고 2008년 ‘일품석전기회사’를 설립한 뒤 2010년 정식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 중국법은 상표를 등록한 지 5년 동안 문제 제기가 없으면 법으로 인정된다는 조항이 있다. 정씨는 이를 악용했다. 등록 시점이 5년이 지날 때를 기다렸다 2015년 곧바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쿠쿠 측은 디자인이 동일하고 2006년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당연히 정씨가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2007년 초 중국 광둥성 가전 전시회에 ‘일품석’이 출품돼 당시 정씨가 이를 보고 베꼈을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1심이 열린 선전(深圳)중급법원은 2016년 말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쿠쿠의 타격은 엄청났다. 제품 판매가 중단됐고 판매처에서 밥솥이 전량 회수됐다. 2012년부터 3년간 중국서 팔린 ‘일품석’ 밥솥만 수십억 원 대였다.    2019년 중국 광저우 고등법원 2심 재판에서도 패소했다. 중국법상 손해배상 최고액은 300만 위안(약 5억5000만원), 그런데 고등법원은 두 배인 600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억울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해 8월, 법원이 강제 집행에 들어가 쿠쿠 중국법인 직원들의 급여 계좌까지 동결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지원에 나섰다. 중국최고인민법원에 재심 청구를 포함한 정부 의견서가 제출됐다. 악의적 사례로 의심되니 재심을 검토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공식 요청이었다. 인민법원이 움직였다. 위는 쿠쿠가 돌솥밥이 가능한 압력밥솥 제품 '일품석'에 부착한 상표 '一品石' . 아래는 정젠홍이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부착한 유사 상표. [중국최고인민법원 판결문 캡쳐] 그로부터 다시 2년. 결국 결론이 뒤집혔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이 최근 공개한 26쪽 분량의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추사체를 이용한 ‘일품석’ 상표에 대한 쿠쿠의 저작권이 인정되고 정젠홍이 사전에 제품을 보고 도용했을 것으로 넉넉히 추정된다. 정씨가 등록한 상표는 합법성이 없고 악의적으로 사용한 행위는 권리남용으로 인정된다“며 쿠쿠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불법으로 인정받는 데 7년이 걸렸다.   ━  쿠쿠 승소에 7년, 그 사이 큰 손실    그사이 쿠쿠는 ‘일품석’ 판매를 접었고 막대한 손실과 타격을 입었다. 소송을 맡은 중국 법무법인 유니탈렌(UNITALEN)의 정이(鄭毅) 변호사는 “저작권이 재심 사건에서 뒤집힌 최초의 판례”라며 “한국 기업 상표에 대한 악의적 선등록자가 합법적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이를 악용하려는 것을 사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기업 상표에 대한 무효,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유명한 조선족 김 모 씨가 그 사례다. 김 씨는 한국기업들의 상표권을 선점한 뒤 돈을 요구해 왔는데 청정원ㆍ종갓집ㆍ빙그레ㆍ국대떡볶이ㆍ뽀로로를 비롯해 국내 치킨 브랜드 대부분을 김 씨가 먼저 중국에 등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상표국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김 씨 명의로 출원된 상표만 758개, 그가 설립한 자회사 10곳 명의로 등록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3164건에 이른다. 이 중 930건(29.3%)이 현재 무효나 취소 처리돼 국내 기업이 상표권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28일 기준)   서창대 주중한국대사관 특허관은 “중국 정부가 김 씨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 곧바로 상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 일당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악의적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업체의 지분 소유 구조나 인적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어 악의적 선등록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한국 제품 인기도 낮아져   중국의 상표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짝퉁 상표'들. 하림·불고기브라더스·풀무원·뽀로로 등이 보인다. [자료: 특허청, 윤영석 의원] 중국에서 저작권 보호가 강화된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제품의 질이 좋아지고 반대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 유명 브랜드에 대한 도용이 더는 실익이 없을 만큼 한국 제품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저작권 단속을 대행하는 중국 기업 시노페이스(SINOFAITH) 한제훈 팀장은 “최근 중국 분위기는 한국 상품에 대해 거의 무관심한 수준이다. 한국 상표를 도용하려는 시도는 거의 사라졌다”며 “한국 인기 드라마나 예능에 대한 불법 유통도 과거 큰 기업들이 움직였지만 요즘은 돈이 안 되는지 개인들이 주로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최대 쇼핑 행사 중 하나인 ‘6·18 쇼핑축제’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가 처음으로 판매량 10위 내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자동차·휴대폰 등 글로벌 브랜드조차 중국 내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중국 사법당국이 자국 기업 경쟁력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상표권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2.07.31 20:07

  • 중국과 무역, 사상 첫 적자…반도체 7만 곳 '인해전술' 펼쳤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중국과 무역, 사상 첫 적자…반도체 7만 곳 '인해전술' 펼쳤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27년 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1994년 8월 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중국 수출액은 134억 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145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적자 폭이 11억 달러(약 1조4000억)를 넘어섰다. 이번달 대중 무역 흐름도 좋지 않다. 지난 10일까지 이미 6억 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중수교 30년, 중국과의 무역 역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는 2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과의 월간 무역 집계에서 11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바이두 캡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조사에 따르면 대중국 수입 품목 1위는 반도체(16.5%)였다.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원료(10.3%), 컴퓨터(5.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달 중국 반도체 수입액은 24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역시 1위가 반도체였지만 동기간 수출 증가율은 11%로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4배 가까이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입 변동 폭이 대중 무역 역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대체 중국 반도체 산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  ━  원자탄 개발에 빗댄 중국 반도체    미국의 집중 견제 속에 중국은 반도체 기술 국산화에 사활을 걸었다. 1960년대 말 국가의 명운을 걸고 나섰던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수소탄,위성) 개발에 반도체를 빗대고 있다. 2015년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한 중국은 10대 전략 산업의 첫 번째로 차세대 IT 기술과 반도체를 지목하며 국가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반도체협회에 따르면 2019년까지 1387억 위안(26조7000억 원)을 제조·설계 등 상위 50개 반도체 기업에 지원한 데 이어 2020년 발표된 14.5규획(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2차 반도체펀드 2041억 위안(39조3000억원)을 조성해 또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9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 9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세계 10대 반도체 설계 기업 순위에서 중국 웨이얼 반도체(Will Semi)가 처음으로 세계 9위에 올랐다. [웨이얼 홈페이지 캡처]   그 결과 중국 반도체 업계 상황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① 반도체 설계 기술 향상=중국 자체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 9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세계 10대 반도체 설계 기업 순위에서 중국 웨이얼 반도체(Will Semi)가 처음으로 세계 9위에 올랐다. 미국 퀄컴·엔비디아·브로드컴·AMD 등 쟁쟁한 글로벌 기술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웨이얼은 카메라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 센서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도체 설계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중국 내 다양한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 업체가 이미 1600곳을 넘어섰다. 컴퓨터 CPU나 휴대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같은 14나노급 이하 최신 반도체 이외에 일상 생활에서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반도체의 종류는 상당하다. 중국 업체들이 소규모로 다변화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중저가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② 저가형 반도체 ‘인해전술’= 현재 삼성과 대만 TSMC는 3나노(10억 분의 1m)급 반도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중국 1위 반도체 제조 기업(파운드리)인 SMIC는 14나노급 공장이 상하이에 단 한 곳 있을 뿐, 28나노급 이상만 제조가 가능하다. 미국은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사의 7나노급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현재 중국 1위 반도체 제조 기업(파운드리) SMIC.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억 달러(약 2조원)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웨이보 캡처] 기술 확보가 차질을 빚자 SMIC는 고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구형 반도체 칩 생산에 주력했고 이는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국 전체의 반도체 생산량이 총 3594억개로 전년 대비 33.3%나 증가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 생산 장비를 사들인 국가였다. 지난 한 해만 296억 달러(약 36조원)에 달했다. 최신 설비는 아니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의 성장은 세계가 중국의 공급에 더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반도체 기업 7만개…AI기술 강세    고영화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 현재 7만 개가 넘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가 파는 것보다 사야 하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중국 반도체 인해전술”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한국은 중국 반도체 현장 상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먼저 관련 중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③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강세= 얼굴 인식이나 평면 인식(지문), 음성 인식 기능에 사용되는 딥러닝 기반의 중국 AI 반도체가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중국의 기술 개발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CCTV의 안면 인식 기능이나 열 감지 카메라 성능을 강화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앞서가기 위해 전방 장애물에 대한 인식 오차를 줄이는 기술에 집중했다. 인텔·퀄컴 등의 최신 CPU 설계나 삼성의 메모리 제조 능력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차기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한 것이다.   이우근 중국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학과 교수는 “지금 중국은 센서나 AI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데, 앞으로 한 번에 대박이 날 수 있다”며 “대학들 또한 막대한 예산 지원으로 고급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애국계정? 결국 돈벌이였다…'반중' 잡으려던 검열이 깐 민낯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식량난, 코로나보다 투신사망 더 많다"…1.4억명 가둔 中 충격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친러’ 했더니 일대일로에 난제...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트릴레마’[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200평당 1만위안 내라" 21세기 가렴주구…중국 경제 심상찮다[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중국 ‘극초음속’ 굴기...미·중·러 신군비경쟁 시대 진입[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종전선언 지지' 中, 속내는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2.06.20 00:32

  • 애국계정? 결국 돈벌이였다…'반중' 잡으려던 검열이 깐 민낯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애국계정? 결국 돈벌이였다…'반중' 잡으려던 검열이 깐 민낯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중국에서 검열은 일상과 공존한다. 중국 메신저 웨이신(微信·wechat)에선 ‘교회’(教会)대신 ‘jh’라고 쓴다. 교회의 중국어 발음 ‘jiaohui’의 첫 글자를 딴 영어 약자다. 우리로 치면 ‘ㄱㅎ’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으니 키워드 검색은 피하자는 심산이다. 중국에 비판적인 서양 매체의 기사는 링크가 전달되지 않는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VO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다음(daum), 네이버 카페,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도 중국에선 접속할 수 없다. 콜택시를 타고 가다 중국 정치 얘기를 꺼냈더니 기사가 “들릴 수 있다”며 주의를 준 적도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는 개인 계정의 위치 정보(IP)를 공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괜한 두려움은 아니다. 영국 BBC는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전직 웨이보(微博ㆍ중국식트위터) 검열원을 인터뷰했다. 그가 “2011~2013년 하루 수십만 단어를 읽으며 수천 개의 민감한 단어를 삭제ㆍ차단했으며 중국이 국내 온라인 콘텐트를 감시하고 최근 지속적으로 여론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미원조를 다룬 영화 ‘장진호’를 비판했던 중국 기자가 징역 7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올린 글은 단 39자였다. 2022년 현재 중국의 모습이다.   검열은 최근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웨이보는 지난달 28일부터 글 게시자의 위치(IP) 정보를 계정에 노출하도록 하는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외국에 있을 경우 국가명으로, 중국 내에 있다면 지역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개인 계정으로 한정되고 국영 언론이나 기관 계정은 제외다.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앱인 웨이보, 위챗(중국명 웨이신)이 휴대폰에 설치돼 있다. [EPA=연합]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코로나 창궐과 상하이 봉쇄 등에 대한 정부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나온 조치였다. 웨이보는 “당사자를 사칭하거나 악의적 루머 유포, 트래픽 방해 등 부당 행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웨이보를 차단할 순 없으니 위치 표기를 통해 해외 SNS 세력의 중국 여론 선동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었다.   검열에 익숙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시행과 동시에 논란이 일었다. ‘사적 정보의 남용’, ‘온라인 토론 공간이 위축될 것’ 등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고, 반대로 “‘키보드 워리어(warrior)’를 잡아낼 현실적 해법”, “거짓 정보를 없애 네트워크가 정화될 것”이라는 등 지지 의견도 있었다. 이같은 공방은 더우인(痘印·중국식 틱톡), 샤오홍슈(小紅書·중국식 인스타그램) 등 중국 유명 SNS로 확산될 조짐이다.     유명 애국 블로거 렌위의 웨이신 계정. 그의 위치가 일본으로 표시돼 있다.(빨간 색 밑줄 부분) 렌위는 애국심을 강조하며 일본을 비난해 왔다. 한 네티즌은 "롄 선생, 중국이 그렇게 좋은 나라라면서 당신은 왜 일본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웨이보 캡쳐] 그런데 문제는 엉뚱하게도 이른바 ‘애국 계정’에서 터졌다. “중국에 기회와 부가 있다”,“일본에 이민갈 생각마라. 옴진리교같은 사교에 전염될 수 있다”…. 롄위(連嶽ㆍ52)는 이처럼 애국심을 강조하고 이민에 반대하면서 특히 일본에 비판적인 글을 올려 주목받아온 전직 기자 겸 현재 유명 정치 블로거다.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그의 입장은 여론의 향배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비판해 온 일본에 있는 사실이 위치 정보를 통해 확인됐다.    “롄 선생, 중국이 그렇게 훌륭한 나라라면서 당신은 왜 일본에 있는가.”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처음에 “여행차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다른 네티즌이 ‘3월부터 일본의 외국 관광객 입국이 금지됐다’는 정부 발표문을 올리자 곧바로 “가족들과 의학 치료를 받으러 왔다”며 말을 바꿨다.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8일 현재 그의 계정은 모든 글이 내려진 상태다.  “대만 사이버 부대가 중국 여론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해 온 중국 애국 계정 ‘디바’(帝?)의 게시자 위치가 대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보 캡쳐]   “대만 네티즌 부대가 중국 여론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해 온 유명 애국 계정 ‘디바’(帝吧)의 위치 역시 대만으로 확인됐다. 대만 비난 여론을 선동했던 그가 다름아닌 대만에 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디바가 오히려 대만 사이버 부대원이었나”라며 비꼬았다. 그의 위치는 홍콩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중국 저장성으로 돼 있다. ‘장진호’, ‘전랑’ 등 중국 애국주의 영화에 주연을 도맡은 중국 최고 배우 우징 역시 위치가 태국으로 확인돼 비난을 샀다.   애국주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중국 배우 우징(吳京)도 위치가 태국으로 확인돼 비난을 샀다. [웨이보 캡쳐]   대만 매체들은 웨이보의 위치 공개로 ‘애국 마케팅’이 들통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위치 정보 공개 후 유명 애국 계정들이 해외에 주소를 둔 것으로 나타나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샀다”며 “당국의 지시는 해외 인터넷 세력을 막으라는 것이었지만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것은 중국의 가짜 애국 계정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일일 클릭 수, 팔로어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 하에 이들이 어그로(aggroㆍ관심 끌기 위해 자극적인 글을 올리는 것)를 끌기 위해 ‘애국 팔이’를 해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싱가포르 매체인 연합조보 역시 “과거엔 공공지식을 위조해 돈을 벌었지만 이제 가짜 애국자들이 외국에서 반미ㆍ반일 글을 쏟아내고 있다”며 “애국이 트래픽을 끌기 위한 보너스가 되고 있는 현재 중국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26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샤오쉐리(왼쪽 아래)는 일본에 있다고 했지만 실제 위치는 중국 랴오닝성으로 나타나는 등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다수의 인플루언서가 실제론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보 캡쳐] 위치 공개로 해외 콘텐트로 주목받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일도 벌어졌다. ‘샤오쉐리 인 재팬’(小雪利在日本)은 일본에서 거주하며 소소한 소식을 전한다고 밝힌 개인 계정인데 팔로어가 26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위치가 중국 북부 랴오닝성으로 확인되자 폐쇄됐다. 이후 같은 이름의 계정이 만들어졌으나 현재 팔로어는 단 2명 뿐이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2.05.09 00:32

  • "식량난, 코로나보다 투신사망 더 많다"…1.4억명 가둔 中 충격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식량난, 코로나보다 투신사망 더 많다"…1.4억명 가둔 中 충격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전세계가 대유행에서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 중국은 반대로 코로나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세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1일만 해도 하루 163명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한 달여만인 지난 7일 2만4101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5682명이다.   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농산물 유통센터에서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봉쇄된 주민들에게 보낼 채소를 분류하는 모습. 인구 762만 명이 사는 선양시는 지난달 22일부터 도시 전체가 봉쇄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그런데 오미크론 변이는 우한에서 2%가 넘는 사망률을 기록했던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달리 다수가 경증으로 나타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것도 중증화를 막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가 격리 기간을 줄이는 등 방역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중국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러스가 퍼지자 통제력을 잃은 도시를 봉쇄하며 더 강하게 맞붙고 있다. 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9일 상하이 국가전시장이 코로나 임시병동으로 전환됐다. [신화=연합] 상하이의 상황은 심각하다. 당초 8일간 예정됐던 봉쇄가 2주를 채웠다. 그런데도 확진자 수는 줄지 않았고 봉쇄가 해제될 조짐도 없다. 봉쇄가 길어지자 당장 식자재 부족으로 초비상이다. 나가서 살 수도 없고 정부 배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에 걸리기도 전에 먼저 굶어 죽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아파트 베란다에 빈 냉장고까지 꺼내 열어놓고 항의한다.    지난 6일 상하이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텅빈 냉장고가 열린 채 놓여 있다. 냉장고 위엔 '무언의 항의'라고 적혀 있다. [웨이보 캡쳐] 시 정부는 택배 직원 1만 1000명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2500만 명을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제때 나눠주지 못한 고기와 야채가 창고에서 썩어가는 데 반대 편에선 먹을 게 없다고 난리다. 오미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버텨야 하는 정부는 마음이 급하다. ‘도시가 안전하다’는 홍보가 늘수록 봉쇄로 인한 상하이 내부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4일 상하이에서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방치돼 상한 고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주민들이 촬영해 SNS에 올렸다. [웨이보 캡쳐] 의료시스템 붕괴는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혈액투석 환자들이 일주일 넘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투석 센터에서 환자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발생해 폐쇄됐고 의료진도 격리된 탓이다. 다른 병원의 지원은 꿈도 꾸기 어렵다. 급기야 장기간 투석하지 못한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뇨·암·천식 등 만성질환자들도 봉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치료 지연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올라갈 것이란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중국이 봉쇄한 도시가 상하이뿐일까. 중국 전체 봉쇄 상황은 통계로 나온 바가 없다. 대신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매일 위험 지역을 발표한다. 4월 7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된 중국 전체의 고위험 지역은 41곳, 중위험 지역은 329곳이었다. 모두 봉쇄된 지역들이다.    이같은 개별 발표를 일일이 집계한 결과 7일 기준 중국 31개 성ㆍ시 가운데 13개 성 25개 도시가 전면 봉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 지역 거주 인구는 1억4493만8781명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1300만 명(2021년 통계)임을 감안하면 국민 10명 중 1명(10.2%)이 봉쇄로 갇혀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봉쇄 중국 13개성과 25개 도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省)별로 보면 상하이가 2487만 명으로 가장 많고 허베이성(2099만), 장쑤성(1434만), 안후이성(1431만), 지린성(1268만)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상하이 다음으로 선전에 인접한 광둥성 둥관시(1046만)가 많았고 허베이성 한단시(941만), 지린성 창춘시(906만), 장쑤성 쉬저우시(902만)가 뒤를 이었다. 인구 500만을 넘는 도시만 11곳이었다. 코로나 봉쇄 중국 도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6일 허베이성 랑팡시 주민들이 베이징으로 향하는 출근길을 열어달라며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캡쳐] 가장 먼저 봉쇄된 도시는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성 랑팡시다. 집값이 저렴하고 거리가 가까워 베이징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10일 시작된 봉쇄가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참다못한 시민들이 지난 6일 거리로 몰려나와 “출근길을 열라”며 집단 시위에 들어갔다. 봉쇄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생계를 비관한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장 소식은 빠르게 삭제됐지만 여론은 동요했다. 한 랑팡 시민은 “코로나에 죽는 사람보다 떨어져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부분 폐쇄로 풀린 도시까지 합하면 봉쇄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수는 훨씬 늘어난다. 산둥성 웨이하이시나 후난성 창사시처럼 큰 도시이면서도 48시간 내 핵산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드나들 수 있는 곳도 많다.  지난 3월28일 봉쇄된 상하이. 봉쇄로 인해 도로가 차가 안 보인다. 10일 기준 14일째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샹요신문]   중국은 계속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17일 중앙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해 신속하게 코로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어떤 경우에도 코로나 확산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하이 봉쇄 결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환구시보는 “많은 감염자 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구 대비 비율은 높지 않다”며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다면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경제사회적 비용도 현재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증상이 약하고 백신 접종이 늘어난 현실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특히 봉쇄식 방역의 피해는 일용직 노동자나 고령자 같은 사회적 취약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전면 봉쇄는 취약 계층에게 코로나19에 이은 이중의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원점 차단이라는 중국 당국의 목표가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서 기로에 섰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2.04.11 00:31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친러’ 했더니 일대일로에 난제...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트릴레마’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친러’ 했더니 일대일로에 난제...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트릴레마’

    블라디미르 푸틴(70, 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69,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4호각 팡화위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처음으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와 중국의 수렴을 보여준다. 목표는 미국의 힘을 제한해 패권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셈법이 같을 순 없다. 중국은 러시아와 과연 한배를 탄 것일까. 상황이 길어질수록 중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72년 2월 21일 중국 베이징 중남해(中南海)의 마오쩌둥 집무실인 국향서옥(菊香書屋)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중공 중앙위 주석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  러시아 끌어들여 미국과 맞서   1972년 미국은 소련과 관계가 악화하고 있던 중국의 손을 잡으며 미·소간 세력 균형을 무너뜨렸다.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국은 소련을 상대로 주도권을 얻었고 중국은 세계 시장과 접점을 찾았다. 그로부터 50년, 이번엔 러시아가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과 맞서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틈새를 러시아가 파고들었다. 주러시아 미국 대사였던 마이크 맥폴은 “푸틴이 닉슨-키신저의 ‘대본’을 들고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에 저항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양국의 이해관계는 어느 때보다 일치했다.     시작은 순탄한 듯 보였다. 지난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주석은 정상 중 유일하게 마스크까지 벗으며 예우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속적 확장에 반대한다”며 러시아 편에 섰고 향후 30년간 러시아산 가스 1175억 달러(140조5000억원)를 수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푸틴은 중국의 정치적 지지를 얻었다고 확신했다. 지난 25일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캡쳐] ‘나토 동진 반대’ 중국, 개전 이후 중재자 자처   그런데 막상 침공이 시작되자 중국의 행보가 다소 모호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함으로써 암묵적 지지는 유지했지만, 중재하는 모양새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25일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푸틴이 “나토가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에 도전했다”고 강조했지만 이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정당하다는 것인지,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인지 의미도 맥락도 불분명하다. 대신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선동하고 있다”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23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중ㆍ러 관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열렸다. [CSIS 캡쳐]  ━  중국의 전략적 고충 그대로 노출   이런 상황을 놓곤 중국의 전략적 고충을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중·러 관계의 향방’ 토론회에서 오바마 정부 때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었던 에반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이 세 가지 전략적 이해관계의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하는 트릴레마(trilemma)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러시아와의 동맹 유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가 중국의 핵·미사일 방어 능력 확대를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이후 양국 간 무역과 에너지 교역량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둘째, 외교 원칙 고수다. 중국은 1954년 이후 영토 존중·내정 불간섭·상호 불가침 등 5대 원칙을 대외 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중잣대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드레아 켄달 테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 유라시아 국장은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중국은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라며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라고 했다. 중국이 대만 점령에 나설 것이란 의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서구 여론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악용해 중국 위협론을 조작하고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셋째, 유럽과 개발도상국 등과의 우호 관계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 국가는 지난해 말 기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84개국에 이른다.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국과 유럽은 공동 이익을 가진 전면적,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  중국 “미국 등 서방 제재 영향 제한적”     메데이로스 교수는 “중국이 이 같은 광범위한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양립하기 어려운 외교적 과제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제재 완화에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진정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에 이어 러시아를 돕지 못하도록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까지 나설 경우 중국의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반면 중국 매체들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보도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추이홍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국장은 “러시아가 비달러 지급 결제 확대를 통해 무역 결제에서 달러화 비중을 30%까지 줄일 수 있다”며 “미국의 금융제재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젠민(李建民)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014년부터 러시아의 군사 및 첨단 기술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미국의 금수 조치가 러시아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미국은 27일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에 나섰다. 스위프트 퇴출은 러시아가 달러로 원유를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여서 중·러 간 위안화 거래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2.02.28 00:34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200평당 1만위안 내라" 21세기 가렴주구…중국 경제 심상찮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200평당 1만위안 내라" 21세기 가렴주구…중국 경제 심상찮다

    중국경제는 어디로? 셔터스톡 경제 전망과 현실에는 간극이 있다. 여론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 중국이라면 더 그렇다. 베이징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들 사이에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지목하는 대표적인 징후는 다음과 같다.    ━  #1. 공립 교사 임금 체불     중국 상하이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은 지방의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누이가 몇 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데 어떻게 급여가 안 나올 수 있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지방정부가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듬해 중앙정부가 돈을 내려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교사의 임금 체불 자체가 초유의 일이었다. 중국 B기업 직원 역시 허난성(河南省) 교사로 있는 형이 두 달 치 월급 중 한 번밖에 못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국 사회는 조용하다.   더 확인해 보니 중국 국무원이 이미 16개 성·시·자치구에서 교사의 임금 체불, 사회보장비 체납, 수당 미지급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방마다 경고한 상태였다. 교육 관련 매체 댓글난에는 “여기도 내려와 조사해달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달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 민심이 뜨거웠다. 중국 국무원 감찰국은 허베이성 바저우시에서 비세입 항목 7억 위안(1260억원)을 15개의 향(구)에 내려보내 강제로 거둬들이게 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원 홈페이지]  ━  #2. 21세기 ‘가렴주구’     과거 봉건사회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관청의 세금 착취 사건도 벌어졌다. 국무원 감찰국은 지난달 17일 허베이성(河北省) 바저우(覇州)시에서비세입 항목 7억 위안(1260억원)을 15개의 향(구)에 내려보내 강제로 거둬들이게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들조차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이 일을 조용히 입에 올리며 “지금 중국의 실상”이라고 혀를 찬다. 법에도 없는 세금을 거두며 징수 실적을 간부들의 성과 평가로까지 연계시켰다. 현대판 ‘가렴주구’ 그 자체다.    ━  비과세 노점상에 분담금 징수    시 재정국은 경제개발구 309개 기업에 명목도 없이 공장 면적 200평당 1만 위안(180만원)씩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이 안 내고 버틸 도리가 없다. ‘안전생산 점검’ 명목 아래 공무원들이 소기업과 상가, 개별 가정을 다니며 무차별 벌금도 부과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두 달 남짓 징수한 벌금이 6718만 위안으로 그해 1~9월 총 부과액(596만 위안)의 11배가 넘었다.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시 월평균 적발 액수의 80배가 부과됐다고 감찰국은 밝혔다. 걸려든 기업만 2547곳에 이르렀고 수입이 적어 비과세 대상인 노점상에게는 이름도 없는 분담금이 징수됐다. 세금을 거둔 근거 문서조차 남겨놓지 않았다고 한다. 원성이 하늘을 찔렀을 터다. 중국 북부 무역항인 톈진항의 모습. 중국은 12월 8~10일 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경제가 '3중 압박'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신화=연합뉴스] 향후 2년간 중국 거시 경제 방향을 정하는 경제공작회의는 지난달 10일 중국 경제가 ▶수요 위축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박’에 처해있다고 결론 내렸다. 안정적 성장을 앞세웠지만 베이징 증권가에선 “수십 년 이래 가장 명확한 위기의 표현”이란 평가마저 나왔다.    이런 사례는 중국 정부의 판단이 이미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정부의 심각한 재정 악화는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광범위한 문제다. 칭화대(清華大) 사회학과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과 투자의 지속적 확대로 인한 부채 증가, 각종 재정 지출 증대가 뒤섞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소득 증가 속도는 느려지고 공급가는 올라간다. 줄어드는 소비, 위축되는 투자를 메워주던 지방재정이 바닥나면 중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3월 6.3%에서 8월엔 1.5%로 꺾였다. 공급 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월 0.3%에서 10월 13.5%로 크게 올랐다. 국무원 중앙감찰국은 “중앙 방침을 무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밝혀 재정 악화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지난달 2일 열린 제14차 골든유니콘포럼에서 칭화대 경제사상실천연구원장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향후 5년간 중국이 개혁개방 40년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텅쉰망 캡쳐] 지난달 2일 열린 제14차 골든유니콘포럼에서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경제사상실천연구원장은 “향후 5년간 중국이 개혁개방 40년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 교수는 “정부 주도의 다양한 인프라 투자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소지만 단일 지방 정부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향후 5년을 목표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유입된 외국 자금은 743억 위안(약 13조원)으로 2014년 11월(730억 위안) 이후 월별 최대 순유입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긴축정책으로 돌아선 데 반해 중국은 지급준비율 및 기준금리 인하 등 양적 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위기론이 나오지만 정작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싸우며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며 “중국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서방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돈이 가는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중국 푸젠성 펑팅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긴급 핵산검사가 실시됐다. [21세기경제망 캡쳐]  ━  6% 이상 고성장 시대 끝나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5.3%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2%를 제외하면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6% 이상 고성장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대졸자는 역대 최대인 1076만 명을 기록했는데 실업 양산을 막으려면 경제 성장률이 최소 5%를 넘어야 한다. 해외 신용평가사 JP모건체이스는 4.7%, 일본 노무라증권은 4.3%로 예측했다. 중국에서조차 4.9%(중국 흥업증권) 전망치가 나왔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2.01.03 00:30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중국 ‘극초음속’ 굴기...미·중·러 신군비경쟁 시대 진입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중국 ‘극초음속’ 굴기...미·중·러 신군비경쟁 시대 진입

    26일 중국항공산업공사(AVIC) 산하 공기역학연구소가 새로운 극초음속 풍동 'FL-64'이 완공됐다고 발표했다. [웨이보 캡쳐] “지금이 스푸트니크(Sputnik) 순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군 최고 책임자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7,8월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실험을 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먼저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올린 충격에 빗댔다. 미국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무기에서 중국에 뒤지어 있다는 최초의 인정이자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과 달리 지구 상의 목표물을 1시간 이내에 타격하려는 공격 수단이다. 미사일 발사체에 음속의 5배가 넘는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ㆍHGV)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존 하이튼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지난 1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 과정을 세밀하게 설명했다. [AP=연합뉴스] 비밀리에 진행된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은 미군의 관측 사실 공개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지난 1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7월 28일) 중국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지구를 돌아 극초음속 활공체를 떨어뜨렸다. 활공체는 중국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체에서 별도의 발사체가 또 한 번 분리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들의 발언을 토대로 “음속의 5~6배로 날아가는 활공체에서 탄두나 유인장치(decoy)로 보이는 두 번째 발사체가 떨어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영국 BBC의 설명은 더 상세하다. “당시 시험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2단계 발사체 형태다. 1단계 발사체는 구형 둥펑-16B를 사용했고, 2단계는 극초음속 활공체 DF-ZF(WU-14)”라고 설명했다. 240톤 무게의 중국 위성 발사 로켓인 창정 2호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렸고, 미사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결합된활공체를 통해 타격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활공체에 핵탄두가 장착되면 핵 공격이 가능해진다.    중국은 “미사일 테스트가 아닌 우주 발사체 시험”이라며 반박했다. 미국이 말하는 두번째 발사체는 “우주 정거장용 캡슐 발사를 오해한 것”이라 강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위협을 부각해 군비를 증강시키려는 미국의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과 실제 움직임은 정반대다. 중국이 극초음속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국 CCTV는 지난 8월 24일 마하 30의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JF-22 풍동이 내년 완공된다고 보도했다. [CCTV 캡쳐]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가장 중요한 건 동일 조건의 시뮬레이션 시설이다. 음속의 5~30배까지 빨라지는 공기와 온도 변화에서 활공체의 제어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 관영 CCTV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풍동(風洞)인 ‘JF-22’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지난 8월 24일 보도했다. 당시엔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때다.    풍동은 극초음속 상황의 기류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터널이다. JF-22는 마하 30의 비행 조건까지 만들 수 있다고 CCTV가 공개했다.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장종린(姜宗林) 박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풍동 설비가 항공기 및 우주발사체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과학원 공기역학연구소가 공개한 FL-64 장비. 연구소는 극초음속 무기와 장비를 테스트할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웨이보 캡쳐] 그런데 지난 21일, 중국항공공업공사(AVIC) 산하 공기역학연구소가 또다른 풍동인 ‘FL-64’가 가동 시험을 통과해 건설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엔 달랐다. 처음부터 “극초음속 활공체의 분리 및 발사 시험이 가능하다”며 미사일 시험용이란 점을 적시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 파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였다. FL-64는 고도 48~157㎞와 음속의 8배까지 공기 저항 재현이 가능하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분리돼 지상으로 낙하하는 환경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극초음속 무기 패권 경쟁의 핵심은 풍동시설”이라며 “경쟁에서 중국이 앞설 수 있었던 건 10여 년 전부터 건설된 풍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5일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전황을 일시에 바꾸는 위력을 가진 극초음속 둥펑-17 미사일의 배치를 상당수 완료했다”며 “시 주석의 강력한 지도 아래 신형 장비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보 캡쳐] 25일엔 중국 국방부가 가세했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전황을 일시에 바꾸는 위력을 가진 극초음속 둥펑(DF)-17 미사일의 배치를 상당수 완료했다”며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지도 아래 신형 장비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돌연 입장을 냈다. 삼각형 모양의 극초음속 활공체를 단 둥펑-17은 최대 마하10으로 2000㎞까지 타격이 가능한 대표적인 극초음속 무기다. 2020년부터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만과 배후 미군주둔 부대가 주 공격 목표다.    미사일이 아닌 마하 10에 육박하는 극초음속 항공기 엔진 기술도 개발됐다. 풍동 건설에 관여한 중국과학원 장종린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음속의 최대 16배로 날 수 있는 극초음속 항공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마하 9의 속도로 풍동 테스트를 마쳤으며 엔진의 추력과 연비,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있어 러시아는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엔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Tsikon)의 첫 시험 발사 성공을 알렸다. 치르콘은마하7의 속도로 350㎞ 떨어진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한다. 음속의 27배까지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는 이미 2019년 12월 실전에 배치됐다.     위기감 속에 미국이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러시아 치르콘 시험 발사 성공 발표가 나온 날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만 등 최대 방산업체들과 극초음속 활공체 요격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잇단 사고로 주춤했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도 재개됐다. 내년 초엔 수정된 미사일 방어 계획도 발표된다. 미ㆍ중ㆍ러 극초음속 무기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1.11.29 00:32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종전선언 지지' 中, 속내는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종전선언 지지' 中, 속내는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

    매년 경북 포항시 인근 해안에서 미 해병대 등 한ㆍ미 해병대가 참가하는 연합 상륙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단 훈련 규모는 계속 줄고 있다. [중앙포토]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정치적 해결의 중요한 과정이며 중국은 이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일방이자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했던 지난 9월 22일 중국 외교부가 밝힌 공식 입장이다. 당시 남북 대화 지지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던 미국과 달리 중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 다음 날 곧바로 종전선언 지지 입장을 냈다. 중국의 속내와 셈법은 뭘까. 중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비잉다(畢穎達)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 [산둥대 홈페이지]  ━  미군 철수가 중국 측 포인트    # 비잉다(畢穎達)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  비잉다 교수는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인 동시에 중국아시아태평양학회 동북아분과 사무총장으로 한·중 관계사와 동북아 안보 전문가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종전선언 협의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ㆍ중과 한ㆍ미는 한국전쟁의 핵심 당사국으로서 당연히 종전선언의 당사자여야 한다. 중국은 대국(大國)이고 남북한과 동시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나 신뢰 구축 측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순서, 시기, 조건에 대해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무조건적인 종전 선언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나 “종전 선언에 전제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 한반도 전쟁 종식 문제가 관련국들의 흥정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다만 순서가 있다면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 그것이 평화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선언일 뿐,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개인적으로 종전선언을 실현하고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경우 외국 군대가 계속 주둔하는 것은 평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새로운 모순을 만들고 심지어 또 다른 위기를 키울 수 있다. 한ㆍ미는 하루빨리 주둔군이 없는 동맹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종전선언을 이뤄내면 비핵화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뉴스1]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생각을 읽는 첫 포인트는 주한미군이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지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중국 학계에선 이미 종전선언 이후 미군 철수의 당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셴동 중국 정법대 한반도연구센터 교수 [정법대 홈페이지]  ━  ‘중국이 당사자’, 또 다른 지지 배경     #한셴동(韓獻棟) 중국 정법대 한반도연구센터 교수  한셴동 교수는 중국 인민대를 졸업한 뒤 2007년 경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냉전 이후 동북아 안보 체제를 연구해왔다.   종전선언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나“미국의 제재는 계속해서 한국의 대북 정책을 약화시켰고 오늘날까지 남북 관계를 정체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고 종전 선언 제안은 보수적인 미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고 본다.”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은“2017년 3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미간 대규모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 상황은 계속 교착상태다. 이제 ‘쌍중단’ 접근 방식에서 ‘평화 협정을 위한 비핵화’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전 선언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등 종전선언 추진이 교착 국면인데“미ㆍ중간 전략 경쟁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양국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는 점에서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논의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종전선언의 또 다른 포인트는 ‘중국이 당사자’이다. 중국 학계가 거론하는 종전선언은 당연히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이다. 중국을 제외한 3자는 논외로 여긴다.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다.    김동길 베이징대 한반도평화연구센터 교수 [사진 김동길]  ━  “비핵화보다 미군 철수 우선”   #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한반도연구센터 소장 김동길 교수는 2008년부터 베이징대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학자들과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왔다.    종전선언 제안 이후 한반도 정세에 중국의 행보가 빨라졌는데“중국 학계에선 과거에는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제어하는 소위 ‘연미제조(聯美制朝)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북한과 손을 잡고 미국을 제어해야 한다(聯朝制美)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인가, 미군 철수가 중요한가.“중국의 국가적 목표는 한반도가 강대국이 중국을 위협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한반도 비핵화’와 외국세력의 축출, 즉 주한미군의 철수다. 그런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미군 축출이 먼저다. 특히 미ㆍ중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미국이 한국을 중국 포위의 최전방 기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군 주둔을 양해하는 종전선언이 가능할까“북한과 중국은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양해하는 조건에서의 종전선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심지어 이에 대한 사전 입장 표명 없이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미군 주둔을 묵시적으로 인정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종전선언의 세 번째 포인트는 비핵화와 미군 철수의 중국 내 우선순위다. 김 교수는 ‘미군 축출’로 답했다. 주한미군이 거론되지 않은 종전선언이 나온다 해도 이를 주둔 인정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2021.11.01 00:32

  • 삼성폰 中점유율 1%, 중국인에 이유 물었더니 "왜 사야하죠?"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삼성폰 中점유율 1%, 중국인에 이유 물었더니 "왜 사야하죠?"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지난 12일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쇼핑몰 다위에청 내 삼성 휴대폰 매장. 베이징의 10개 삼성 휴대폰 매장 중 가장 크다. 박성훈 특파원 “다음 목표는 3년 안에 세계 1위를 하는 겁니다. 이런 목표를 알려드리는 건 저희가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0일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베이징에서 진행한 연례 성과 및 플래그십 휴대폰 ‘MIX4’ 온라인 공개 발표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샤오미의 올해 2ㆍ4분기 세계 휴대폰 출하량은 삼성 19%에 이어 17%로 처음 2위로 올라섰다. 애플은 14%로 3위였고, 중국 업체인 오포(OPPOㆍ10%)와 비보(VIVOㆍ10%)가 4, 5위였다. 지난 10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휴대폰 MIX4 공개 발표 온라인 영상에서 ″다음 목표는 3년 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 기업들이 선두 삼성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 7월 기준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조사업체 스탯카운터) 삼성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 다위에청(大悅城).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아너(HONOR) 등 모든 브랜드가 밀집해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큰 삼성 휴대폰 매장도 이곳에 있다.   지난 12일 오후, 평일인데도 5층 매장에는 휴대폰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샤오미 매장. 후베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 소재 대학에 입학 예정인 여학생 왕(王·19)이 언니와 함께 휴대폰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게 삼성 휴대폰도 살 생각이 있는지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삼성 폰을 잘 몰라서 생각 안해 봤어요. 주변에서 쓰는 친구도 본 적이 없고 광고도 잘 못 봤고요.”  베이징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중저가 모델 샤오미 11 청춘판(왼쪽)과 갤럭시 F52 5G(오른쪽). 삼성은 2099위안(35만여원)인 샤오미 제품보다 200위안(3만4000원) 더 싼 1899위안(32만여원)으로 팔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젊은층들에게 삼성 휴대폰의 인지도는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직장 여성인 짜오(趙ㆍ28)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주변에 판매점이나 수리하는 데가 별로 없고, 아이치이(愛奇藝)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보통 휴대폰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삼성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사람들이 삼성 휴대폰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칭화대 대학원생 가오(高ㆍ27)는 “관심을 갖고 매장을 둘러봤는데 왜 삼성 휴대폰을 사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30~40대에선 무관심보다 반감이 문제였다. 화웨이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진(金ㆍ39)은 “예전에 폭발 사고가 있지 않았나. 휴대폰 종류도 많은데 굳이 그런 사고가 있었던 폰을 구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대 이상 중국인 2명 중 1명꼴로 삼성 휴대폰을 묻는 질문에 2016년 8월에 있었던 노트7 폭발 사고 얘기를 먼저 꺼냈다. 5년 전 사건이 중국에선 아직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난 5월, 올 1분기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중국 내 휴대폰 판매 수치가 발표를 전한 뉴스. 삼성의 중국 점유율이 1.3%인 점을 지적하며 ″2016년 폭발 사고 후 삼성이 중국 본토에서 휴대폰을 리콜하지 않았고 차별화된 대우가 중국 소비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샤오샹모닝뉴스 캡쳐] 당시 사고와 관련해 삼성을 비방하는 내용이 중국 소셜미디어나 블로그에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 “노트7 폭발사고에도 삼성은 여전히 문제의 휴대폰을 중국서 출시했고 중국만 제외하고 세계 250만 대를 리콜했다”(필명:醉井觀上), “삼성은 미국ㆍ유럽과 다르게 중국에 이중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삼성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못하다”(필명:嘰歪數碼). 이런 비난이 삼성 휴대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함께 유통된다.     삼성은 2016년 중국에 판매된 노트 7을 리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존 폭발 배터리와 다른 제조사의 제품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리콜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쟁이 심한 휴대폰 업계에서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된 여론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내 애국주의적 분위기가 갈수록 강해지는 원인도 있어 보인다.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순(孫ㆍ45)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 제품 안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국ㆍ미국ㆍ일본이 같은 편이고 사드(THAAD) 문제도 있고 한데 굳이 삼성폰을 살 이유가 없다”며 정치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순씨는 자신이 공산당원은 아니라고 했다. 김치ㆍ한복 등 한ㆍ중 간 논란거리가 있을 때 표출되던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이 생각보다 일상에 퍼져 있었다. 삼성폰 구매가 일종의 바로미터였다.   베이징 삼성 휴대폰 매장. 갤럭시 폴드2와 S21 울트라 등 플래그십 제품들이 입구에 전시돼 있다. 박성훈 특파원 삼성전자 중국법인 측은 “다른 나라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세계 5위권 업체가 한꺼번에 경기를 벌이고 있는 곳이 중국”이라며 “정부 지원과 자국민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저가 제품은 팔아도 이윤이 많지 않다. 샤오미의 판매량이 늘었다지만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갤럭시 폴드3 출시에 맞춰 중국에서도 체험존을 늘리는 등 대대적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품질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에서 휴대폰은 더는 부를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프리미엄 폰 판매에 집중하더라도 사용자층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1.08.15 23:22

  • 집값 폭등하자 중국의 해법...실거래가 모두 공개 금지령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집값 폭등하자 중국의 해법...실거래가 모두 공개 금지령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왕징 지역 아파트 전경. 박성훈 특파원. 주말 베이징 시내 아파트 단지 앞에는 부동산 영업 직원들이 진을 친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가 매매가가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는 식이다. 뭔가 싶어 눈이라도 마주치면 곧바로 말을 걸어온다.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인 중국에서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베이징 왕징의 한 부동산. 160㎡ 면적의 아파트가 매매가 1180만위안(20억 여원)에 나와 있다. 박성훈 특파원 실제 베이징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중국부동산업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베이징 주택 시장 최신 상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아파트 매매 평균 단가는 1㎥당 6만7800위안(1187만원)으로 전달 대비 2.97%, 전년 동기간 대비 8.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임대료도 월 7691위안(134만원)으로 5월에 비해 3.76%, 1년 전과 비교하면 24% 급등했다.  베이징 아파트값은 서울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서울의 6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4283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베이징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799만 위안(13억9944만원)으로 조사됐다. 서울보다 22.4% 더 높은 액수다.   ━  베이징 왕징 30평대, 30억원 육박    체감 격차는 더 크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지역 아파트의 경우, 방 세 칸짜리 면적 144㎡의 아파트의 매매가가 30억 원에 육박한다. 1㎡당 평균 11만 위안(1926만원)으로 1평(3.3㎡)당 6300만원 선이다.  4일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중개업체 롄쟈(?家) 어플에 올라온 베이징 왕징 지역 아파트 시세. 방 3칸에 면적 144㎡인 아파트의 매매가는 1728만위안(30억 2659만원)이다. 면적은 144㎡로 나오지만 아파트 내부 실제 크기는 한국의 30평형 대와 비슷하다. 124㎡ 면적은 1398만 위안(24억4859만원)으로 돼 있다. [롄자 어플 캡쳐] 명문대 진학률이 월등한 학교가 모인 천안문 서쪽 시청구의 아파트는 평당 1억 원이 넘었다. 과열 조짐에 중국 정부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쓰촨성의 성도 청두시. 2018년 분양한 아파트 러톈셩위안(樂天聖苑)은 하자없이 깔끔한 아파트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 부동산 어플 안쥐커(安居客)를 통해 확인되는 매매가는 5월 10일 기준으로 1㎡당 3만9205위안(686만원).    그런데 5월 14일부터 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6월 말 기준 1㎡당 2만5364위안(444만원)으로 한 달여 만에 집값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청두 아파트 매매가. 5월 10일 기준 1㎡당 3만9205위안(686만원)에서 6월 30일 2만5364위안(444만원)/㎡으로 한 달 여 만에 집값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안쥐커 캡쳐] 현지 부동산 업체 문의 결과 “실제 거래 가격은 3만6000~4만 위안으로 큰 변동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실거래가를 공개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외견상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  “실거래가, 온·오프라인 모두 공개 금지”      5월 13일 청두시 부동산협회가 내부망을 통해 중개소에 통지한 문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협회 측은 중개업체들에 “부동산 투기 방지에 힘쓰는 중앙정부의 뜻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우리 시가 정한 주택 거래가 최고 한도를 초과하는 거래가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앱, 위챗 계정, 동영상 플랫폼 등 온라인을 비롯해 부동산 사무실 입간판, 홍보 판촉물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도 실거래가 공개를 금지시켰다.    러톈셩위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게 고지되기 시작한 것도 통지가 나온 다음 날부터였다. 높은 거래 가격이 투기 심리를 자극한다고 판단한 정보 통제 조치다. 5월 기준 청두시의 중고 주택 단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청두시 부동산협회는 중개소에 통지한 문건에서 “우리 시가 정한 주택 거래가 최고 한도를 초과하는 거래가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박성훈 특파원  ━  명칭은 ‘참고가격’, 실제론 ‘법정 상한선’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며 가장 빠르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선전에선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시범 실시되고 있다.    선전시 주택건설국은 지난 2월 8일 시내 3600여개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1㎡당 ‘참고가격’을 발표했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가격, 기준가격이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은행 대출까지 제한되는 사실상 강제 기준이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 전경. 선전시는 23개월 연속 집값이 상승하며 중국 전역에서 가장 빠르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EPA=연합] 대출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은 같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부채 상환 능력에 근거하는 데 비해 중국은 아파트값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대출을 연동시켰다.    정부가 용인하지 않으면 가격 자체를 올릴 수 없다는 직접적인 개입 방식이다.    효과는 강력했다. 참고 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낮다 보니 거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사람들은 정부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리위쟈(李宇嘉) 광둥성 주택 정책 연구원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선전의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법은 끊이지 않는다.    선전의 한 부동산에서는 실거래가를 과일로 표시해 호객을 하다 적발됐다. ‘두리안 1개(1000만 위안, 17억 5000만 원), 바나나 1개(100만 위안)’가 그려진 광고판을 점포 앞에 걸었다. 올려받고 싶은 매도자나 흥정을 하려는 매수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업소는 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고 1주일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전의 한 부동산에서는 실거래가를 과일로 표시해 호객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두리안 1개 1000만 위안(17억 5000만 원),바나나 1개 100만 위안’이 그려진 광고판을 점포 앞에 걸었다. [웨이보 캡쳐]  ━  중국식 다운계약서 집값 7억에 인테리어 12억원   베이징의 한 부동산 업체는 “집 매매할 때 다운계약서로 하는 사람이 99%”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9월 작성된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다운계약서. 실제 거래가격 (아래)은 1130만 위안(19억7900만원)인데 당국에 제출하는 ‘가짜’ 계약서 상에는 매매가를 445만 위안(7억7900만원)으로 표시해 실거래가의 39.3%에 불과했다. 나머지 685만 위안(12억원)은 인테리어 비용과 각종 설비 비용으로 표시했다. 박성훈 특파원 본지가 입수한 다운계약서를 보면 실제 계약서에는 아파트 값이 1130만 위안(19억7900만원)으로 돼 있다. 하지만 당국에 제출하는 ‘가짜’ 계약서상에는 매매가가 445만 위안(7억7900만원)으로 실거래가의 39.3%에 불과하다. 나머지 685만 위안(12억원)은 인테리어 비용과 각종 설비, 가구 등으로 표기돼 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매도자는 매매 차익의 20%에 해당하는 개인소득세와 토지증치세 5.3%를 내야 하는데 보통 다운계약서를 통해 차익이 없게 만들어 25%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2021.07.05 00:34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불법 시술소에 경찰 '넘버2'가…홍콩 들쑤신 '안마 스캔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불법 시술소에 경찰 '넘버2'가…홍콩 들쑤신 '안마 스캔들'

    초이친팡 홍콩 경찰 초대 국가보안처장(오른쪽)은 지난 2월 캐리람 행정장관으로부터 국가 안보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공로로 훈장을 수여받았다. [홍콩 정부망]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 경찰 수장의 추문에 홍콩이 들썩이고 있다. 홍콩 경찰청 국가안보처장이 불법 안마시술소에 있다가 경찰의 불시 단속에 적발됐다. 망신스런 소식은 한 달 넘게 숨겨졌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보안법에 대한 불만이 잠재된 홍콩, 은폐될 뻔한 사건은 내부자의 고발로 한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홍콩 경찰 국가안보처장 초이친팡(蔡展鵬). 2019년 경찰 경비대 책임자로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을 지휘한 뒤 지난해 7월 보안법 시행 함께 그는 초대 처장에 임명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홍콩 경찰청 홈페이지]   초이친팡(蔡展鵬). 그는 현재 홍콩 경찰의 상징적 존재다. 1995년 경찰에 들어온 뒤 엘리트 코스를 거쳐 2019년 경찰 경비대 책임자로 격렬했던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을 지휘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보안법 시행과 함께 그는 경찰 국가안보처의 초대 처장에 임명됐다. 청장에 이은 서열 2위, 가장 유력한 차기 청장 후보 중 하나였던 그의 손에 모든 홍콩 경찰의 보안법 수사가 거쳐갔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단독 보도를 통해서다. 초이 처장이 무면허 안마시술소 단속 과정에서 적발돼 한 달 가까이 직무에서 물러나 있다고 폭로했다. 중요한 건 크리스 탕(鄧炳强) 홍콩 경찰청장의 확인을 거쳐 보도했다는 점이다. 탕 청장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보안법 최고 책임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홍콩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보안법 책임자가 불법 행위를 했을 가능성과 은폐 시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 등의 이유로 사주(社主)까지 수감된 홍콩 빈과일보(苹果日報)가 선두에 섰다. 경찰이 구체적 정보를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안마 시술소에서 6명의 여종업원이 체포됐다는 게 확인됐다.    홍콩 경찰은 지난 3월부터 두달 동안 13건의 무허가 안마시술소를 단속했는데 이 중 하나였다. 체포된 여성 중 상당수는 성매매 혐의를 받았다.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가 불법 성매매와 연루된 됐을 의혹이 짙어졌다. 초이 처장이 지난 3월 갑자기 자신이 소유한 고급 주택의 은행 대출을 일시 상환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터넷 매체 '홍콩01'은 완차이 지역에 있는 베트남식 안마시술소로 알려진 'VIET SPA'를 보안처장이 경찰에 적발된 업소로 지목했다. 기자들이 시술소를 취재하는 모습. [홍콩01 캡쳐]   그가 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안마시술소도 확인됐다. 완차이 지역에 있는 베트남 안마업소 ‘VIET SPA’였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은 다소 허름한 건물에 복도엔 출입문만 있고 바깥 창문은 모두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상황을 아는 A씨는 “방이 6개가 있는데 모두 개별 욕실이 있다”며 “베트남 여성들이 앞뒤가 많이 팬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양복을 입은 사람, 외국인, 중년 남자 등 다양하게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업주가 운영하는 시술소는 3곳, 이 업소는 홍콩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 요금ㆍ서비스ㆍ사진 등을 올려 호객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홍콩 경찰이 보안처장 안마시술소 적발 사건에 대한 예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불법이나 부도덕한 일은 없었다면서도 적발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SCMP 캡쳐] 첫 폭로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8일, 홍콩 경찰이 뒤늦게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조직범죄 및 삼합회 수사과 황웨이(黃維) 총경은 “지난 3월 말 완차이의 한 시술소를 경찰이 급습해 6명의 여성을 매춘 혐의로 체포했다”며 “이 과정에서 그 안에 초이 처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가 불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거나 부도덕한 일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처음 공개했다. 방점은 문제가 없다는 데 찍혔다. 황 총경은 “시술소에 가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경찰로서의 청렴함을 고려해 조사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콩법상 무허가라 하더라도 안마시술소 출입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의 질문이 쏟아졌다. 발견 당시 그가 어떤 상태로 있었고, 왜 거기에 갔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몇 차례나 방문했는가 등등. 하지만 “수사 마무리 전까지 세부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며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달 이상 발표가 늦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충분한 조사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VIET SPA' 업주가 운영중인 또다른 무허가 안마시술소.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만 마주보는 구조다. [빈과일보 캡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중간 수사 발표는 오히려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홍콩 민주당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보도가 난 뒤 경찰이 시인한 것부터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 경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고 일갈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홍콩 민간인권전선은 “불법은 불법이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동일한 법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안처가 시위대에 적용했던 법 잣대는 온데간데없고 보안처장 수사가 유야무야 되고 있음을 직격했다. 홍콩 명보(明報) 역시 “오늘날 홍콩의 법은 폭동 행위를 증명하지 못해도 폭동 현장에 있었다면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며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 업소에 우연히 나타나는 사람은 없다”고 공격했다.    경찰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형사 처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알버트 룩 홍콩 변호사는 “무면허인 줄 알면서 지속적으로 방문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공직기강 비위 혐의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3년 주류 판매 허가가 없는 레스토랑에서 술과 식사 할인을 제공받은 경찰 고위 간부가 공직자 비위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BBC는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나 독립감찰경찰처리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변호사 출신인 친정부 성향의 폴 쓰(謝偉俊) 의원은 “무허가 안마시술소에 방문하는 건 무단횡단만큼도 심각하지 않다”며 “이번에 일어난 일은 국가 안보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2021.05.24 00:35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미ㆍ중 무력 대결…루스벨트 항모 압박에 랴오닝 항모 가동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미ㆍ중 무력 대결…루스벨트 항모 압박에 랴오닝 항모 가동

      미국 해군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이 이달 5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항행했다. [사진 미 해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이 군사적 대결이 심화됐다. 양국 외교 수장을 앞세운 ‘2+2’ 회담은 날카로운 설전으로 소득없이 끝났고 미국은 2주 만인 이달 초 중국을 둘러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 연합 훈련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는 미ㆍ중 양국 항공모함 전단이 동시 출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은 1차 세계대전 전야 같은 분위기”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힘으로 압박하는 미국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중국의 정면 대결 양상이다.     동맹을 통한 군사적 압박은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쿼드(Quad) 4개국과 프랑스가 지난 3~5일 함께 벌인 인도 벵골만 합동 해상 훈련을 통해 현실화됐다. 인도태평양 국가 연합인 쿼드 훈련에 유럽연합 국가까지 참여한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쿼드 플러스’ 구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독일 국제방송인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는 쿼드와 프랑스의 연합 훈련이 1900년 베이징을 침공한 8개국 연합군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독일은 올 여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지원하기 위해 정찰 호위함을 파견하기로 했고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지정학적 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3일 트위터에 공개한 미 전함 머스틴함의 양쯔강 하구 항적도. [트위터 캡처]   동맹만 동원한 게 아니었다. 미 해군은 별도의 3가지 항행 작전을 잇따라 벌였다. 먼저 동중국해. 미 해군 7함대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머스틴함(DDG89)은 훈련 당일인 3일 새벽, 중국 상하이 동쪽 250㎞ 앞바다까지 접근했다. 이후 남쪽으로 9시간을 운항하며 양쯔강 최남단 저우산 군도 50㎞ 앞을 통과했다. 미군 측은 통상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을 뿐이라고 했으나 중국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한ㆍ중 외교장관이 푸젠성 샤먼에서 회담을 벌였던 날이기도 했다.   미중 항모전단 동시 기동   이어 다음날 오전 8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는 미 해군 항공모함이 출격했다. 베이징대 해양연구소가 주관하는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미 핵 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구축함 러셀함(DDG-59)과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의 호위를 받으며 말라카 해협을 통해 남중국해 남단으로 진입했다. 또 나흘 뒤인 8일엔 미 해군 헬리콥터 강습상륙함인 4만1000t급 마킨 아일랜드함(LHD-8)까지 남중국해에 들어와 루스벨트함과 통합 훈련을 벌였다. 루스벨트 항모 측은 “해군과 해병대 합동팀은 모든 우발적 상황에 대응하고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며 “지역 안보를 제공할 전투 부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중앙포토]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미 항모의 출격을 예상한 듯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단을 동중국해로 내보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3일 오전 8시 일본 나가사키 현단죠군도(男女群島) 서남쪽 470㎞ 해역에서 중국 항모 전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랴오닝함을 비롯한 055형 난창(南昌)함, 054A형 호위함 황강(黃岡)함과 901형보급함 후룬후(呼倫湖)함 등 6개 전함 선단이었다. 이들은 일본 제1열도에 속한 오키나와 인근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해 대만 해역 북쪽으로 들어왔다. 쿼드 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동시 경고였다.     항모전단에 포함된 난창함은 중국 최대 규모의 유도탄 구축함이다. 지난해 1월 취역한 1만2000t급 난창함은 최신 대공·대함 미사일과 전자전 시스템을 갖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관영 환구시보는 “항모 전단에 승조 인원이 전원 탑승해 출동한 것은 처음”이라며 실전 태세에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 CCTV가 지난 6일 공개한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CCTV 캡쳐] 중국은 또 두 번째 보유 항공모함인 ‘산둥함’의 전력도 처음 공개했다. 2019년 12월 취역한 산둥함은 그간 세부 사항이 노출되지 않았다. 중국 CCTV는 지난 6일 “F-15 전투기 36대를 탑재할 수 있는 산둥함의 격납고 규모는 미 해군 니미츠 항공모함(CVN-68)과 대등하다”며 “갑판 길이는 300m, 높이 20층 이상이며 대함미사일 요격용 함포는 분당 1만 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격납고 내부와 방어 장비, 훈련 장면을 노출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산둥함이 조만간 공해 상에서 필요한 정식 기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랴오닝함과 함께 이중 전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항공모함 11척을 보유 중인 미국에 비해 중국은 현재 2척을 보유하고 있어 열세다. 하지만 핵항모를 포함해 4척을 추가 건조하기로 하고 해군력 증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宋忠平)은 “중국은 인민해방군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스마트 항공모함과 대형 구축함, 수륙양용 공격선은 중국의 이익과 안보를 지키는 핵심 항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압박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3~9일까지 일주일 연속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10대, 7일 15대 등 총 44대에 달해 가장 많은 규모다. 미ㆍ중 갈등 격화 속에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대미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  

    2021.04.12 00:42

  •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신생아 줄기 시작한 중국…‘셋째 출산’ 핫 이슈로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신생아 줄기 시작한 중국…‘셋째 출산’ 핫 이슈로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부터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2050년 13억6400만 명, 2065년 12억4800만 명으로 1996년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웨이보] #1. “결혼 뭐 하러 해요, 돈 많이 들고 힘들기만 한데….” 30대 중반에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중국인 회사원 천(陈ㆍ36)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가 만나고 있는 여성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데 굳이 무리해서 결혼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베이징 같은 경우 둘이 벌어도 비용이 빠듯하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출산율 저하 문제를 묻자 "결혼도 안 하고 싶은데 아이 문제까지 뭐하러 생각하겠냐"는 반응이었다.    #2. 베이징 직장인 여성 진(金ㆍ33)씨는 “고향(헤이룽장성) 부모님들도 전과 달리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며 “내가 이루려는 목표도 알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서 요즘은 딸 결혼 물어보면 오히려 그분들에게 면박을 준다"고 했다. 그는 "때가 되면 결혼할 것"이라면서도 "출산 역시 능력이 된다고 판단하면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했다.    중국에선 2015년까지 자녀를 1명만 낳을 수 있도록 한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됐다. 이때문에 남아선호 사상에 몰래 한 명을 더 낳았다. 호적에 등록하지 못한 '어둠의 자식'(헤이후·黑户)이 문제가 됐었다. 이같은 산아제한 중국, 14억명이 넘는 인구 대국에서 이제는 결혼·출산 기피로 인구 감소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차이팡(蔡昉)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일보에 “중국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경제, 사회, 국민 생활 등에 심각한 도전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싱크탱크 부책임자의 공개 발언은 정부 기류로 읽히며 토론을 촉발했다.   이어 발표된 중국 공안국(경찰청) 보고서는 구체적 통계로 심각성을 확인시켰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중국 공안에 등록된 신생아 수는 총 1003만 5000명. 2019년 출생 아동 수 1179만 명에 비해 175만 5000명(14.9%)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는 올해, 신생아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어서 내년 출생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2030년부터 계속되는 중국인구 감소 예상 문제는 이게 일시적 추세가 아니란 점이다. 중국의 2020년생 인구는 1962년 대재해 이후 59년 만에 가장 적은 해이자, 동시에 향후 다가올 수백 년 중 가장 많은 해일 수 있다. 사회과학원의 예측은 이렇다. 중국의 인구가 2029년 14억 4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부터 감소로 돌아선다. 인구 증가율이 갈수록 줄어 2050년 13억 6400만 명, 2065년 12억 4800만 명으로 줄어들며 1996년 인구 수준과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별로 속도 차가 나는데 특히 도시에서 출산율이 더 떨어진다. 인구 650만의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시는 지난해 대비 출산율이 32.6% 떨어져 3만742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반도체·영상 집적회로 회사들이 많은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 역시 출생 인원이 1년 만에 22433명(-23%) 줄었다. 광저우는 9% 하락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매체는 최소 2배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비가 타지역보다 매우 비싸다는 게 근거다. 국가통계국은 올 4월 정확한 인구 조사 통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주요 도시(19곳) 중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도시는 상하이로 0.76%(인구 1000명당 7.6명), 이어 베이징이 0.85%로 최하위였다.     반대로 노인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내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 국민의 14%, 1억8000만 명에 달해 중국도 고령화 사회가 된다. 미국·일본·한국이 고령화 사회가 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를 넘어선 데 반해 중국은 1만 달러 대에 불과한 게 차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중국은 2033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 20%), 2050년엔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 3명 중 1명 수준(2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49년은 신중국이 성립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시진핑 주석은 건국 100주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중국몽(夢)을 내세우고 있다. 인구 문제가 복병이 된 셈이다.    결국 셋째 출산 허용 문제가 중국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둘째 출산을 자유롭게 허용한 지 6년 만에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광둥성 관광홀딩스그룹 대표인 황시화(黃細花)는 "세 자녀 이상의 출산에 대한 처벌 정책을 없애는 것과 동시에 육아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보육 시스템을 개발해 출산·양육·교육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유치원 이하 국가 보육 시설이 거의 없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출산 자유화는 부유한 사람들만 가능해 사회적 형평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아이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셋째 출산 허용 찬반 조사 중국 헝다(恒大)그룹 연구소는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셋째 출산 허용'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반대는 24%, 중립이 16%였다. 헝다 경제연구소장 롄저핑(任澤平)은 "현재 각계각층에서 셋째 출산 자유화를 놓고 논란이 많다"며 "이 조사를 토대로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세 자녀 출산 허용을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효과를 관찰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달 4~5일 개막되는 중국 양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2021.03.01 00:25

  • 착상 1개월 680만, 6개월 850만원···中대리모 실체 드러났다

    착상 1개월 680만, 6개월 850만원···中대리모 실체 드러났다

    ″연락을 기다립니다″ 전봇대에 대리 임신 광고 전단이 붙어 있다. [인민일보 해외망 캡쳐] “임신비 지불 절차 :①착상 1개월 초음파 검사시 4만 위안(680만원) ②착상 6,7,8개월 5만 위안(850만원)…⑥대리모가 불가항력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경우 추가 보상금 2만 위안(340만원) 지급….”    ‘지하 암시장’ 쯤으로 여겨졌던 중국 대리 임신 시장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중국 톱 여배우 정솽(鄭爽·30)이 미국에서 은밀히 대리모 출산을 하고 아이를 버린 사실이 지난 18일 폭로되면서다. 시민들은 그의 부도덕한 행태에 분노했고 사법기관인 중앙정법위까지 나서 “여성의 자궁을 출산의 도구로 삼고 심지어 멋대로 버린 것은 인륜과 도덕을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의 입장이 분명해지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앞다퉈 “대리모는 불법, 재론 여지 없다”(인민일보 해외망, 1월21일), “불법 시장, 70만 위안(1억2000만원)이면 된다”(신화통신,22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이 관리하는 재판문서망 사이트. '대리임신'으로 415건의 판례가 확인된다. [중국 재판문서망 캡쳐] 본지는 중국최고인민법원이 관리하는 재판문서망을 통해 대리모 실태를 확인해 봤다. ‘대리 임신’을 키워드로, 415건의 판례가 확인됐다.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린 대리모 출산의 현실이었다.   2017년 7월, 광저우에 사는 인씨(尹·46)는 대리임신 중개회사인 ‘보여원’(寶如願)을 찾았다. 시험관 아기 착상이 계속 실패하자 아내도 대리모 출산에 동의했다. 비용도, 성공 여부도 부담스러웠지만 내 자식을 가질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배아선별 검사를 거쳐 남자아이만 착상시킨다는 조건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계약서에는 난자 냉동비, 이식비, 착상비 등 임신에서 출산까지 한 단계씩 진전될 때마다 각종 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었다.  광둥성 광저우시 2심 법원은 대리 출산 후 57일 만에 아이가 사망한 인씨가 대리모 중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중국재판망 캡쳐]   이듬해 3월 착상에 성공했고 2019년 1월 30일 15시 42분,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1년 7개월 만이었다. 출생증명까지 마치고 퇴원했는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 입원했지만 태어난 지 57일 만에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화농성뇌막염', '패혈증'이라 적혔다. 인씨는 소송을 벌였다.   1심에선 대리모 출산이 금지된 상황을 감안해 계약서상 회사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중국 계약법상 비례 책임의 원칙이 앞선다며 중개사의 책임을 70%로 봤다. 인씨가 들인 비용은 52만7000위안(9000만원)이란 사실이 판결문에 명시됐다. 이중 36만8000위안(6300만원)은 회사가 되돌려주라고 지난해 12월 판결했다. 대리모 출산의 실제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와 함께 불법 임에도 배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국가보건계획위 자료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불임률이 12.5~15%에 이른다고 한다. 8명 중 1명이 난임이나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내 불임 가정은 5000만 가구에 달하며 2019년 기준 중국 전역에 517개 의료기관이 시험관 아기 시술 등 보조적 불임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성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계대로라면 적어도 2천만 명 이상의 여성이 불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고 이는 대리모에 대한 잠재적 고객층이 되고 있었다.  중앙일보는 22일 베이징의 대리임신 중개업체 대표와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대리 출산에 평균 50만위안(8500만원) 가량 들고 중국 전역에서 매년 수천 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내 실제 대리 임신 규모는 얼마나 될까. 본지는 베이징에 있는 대리모 중개 업체 대표를 인터뷰했다. 익명이 전제였다. 그는 ‘규모를 알 수 있나’는 질문에 “정확한 데이터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작은 회사는 1년에 몇 명 정도 할 수 있고, 큰 회사는 한 해 몇 백 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 전체로 수 천 명 단위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10년째 중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리모 출산에 드는 비용은 보장범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만 위안(8500만원)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보통 고객의 시험관 아기 출산을 돕는 일에 집중한다. 공공 병원이 1대 다수로 접근하는 데 반해 우리는 1대1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단계에서 안 될 경우 대리모를 제안하는데 설득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대리 출산 성공률이 2019년 기준 90~92%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했다. 대리모 섭외에서 착상, 출산, 사후 확인에 명의 등록까지 이미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성공한 부모가 다시 다른 고객을 데려온다고도 귀띔했다.   중국 내 산부인과 병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대리모 광고 [웨이보 캡쳐] 대리모는 어디서 찾을까. 최근 한 대리모를 예를 들었다. 그녀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데 남편이 진폐증 환자라고 한다. 2명의 아이, 4명의 노인이 한 집에 살고 있다. 그는 “만약 그녀가 일반적인 노동자로 일하면 한 달 3500위안(60만원)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남편 약값에 식구들을 부양하기엔 부족한 금액일 것"이라고 했다. 통상 대리모는 20만 위안(3400만원) 정도, 월 2만 위안(34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고 한다.     대리모 출산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물론 독일,프랑스 등은 불법이고 미국은 주별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임신이 불가능할 경우 허가해주는 곳이 있다. 대리모 출산 문제가 터지자 중국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실제 대리모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보지 않고 옆에서 비판하긴 쉽다"고 말했다. 중개업체의 수익이 총비용의 절반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대리 임신이 중국에서 근절될 지는 불투명하다.

    2021.01.25 00:37

  • [단독]日 미쓰비시, 中 강제징용 피해자에 첫 보상금 지급…"불법은 인정 안 했다"

    [단독]日 미쓰비시, 中 강제징용 피해자에 첫 보상금 지급…"불법은 인정 안 했다"

    2014년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출된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 사진. 1944년 9월 일본에서 촬영됐으며 '미쓰비시 마크가 들어간 모자를 쓴 사람 이외에는 강제 연행된 중국인 노동자들'이라고 적혀 있다. [동이밍 변호사 제공] 중국 산둥성 지난시보(濟南時報)는 지난 7일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이 2차 대전 중 강제로 끌고 간 중국인 30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유가족 30명은 1인당 10만 위안(1700만원)을 받았다.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가 중국인에 처음 내놓은 보상금이었다.   류환신(劉煥新) 산둥성 강제징용피해자연합회 회장은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문제 제기를 통해 얻어낸 결과”라며 ”전쟁이 불러온 죄악과 범죄가 잊혀져선 안 되며 향후 미쓰비시의 ‘흑역사’를 밝혀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강제징용 피해 유가족 30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으로부터 1인당 보상금 10만위안(1700만원)을 처음 지급받았다. [치뤼망 캡쳐] 그동안 보상을 받기까지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중국 정부는 1972년 ‘일ㆍ중 공동성명’에서 전후 보상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며 문제를 비껴갔다.   민간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건 1990년대 들어서다. 1944년 9월 일본군에 의해 33세의 나이로 고향 산둥성에서 일본의 미쓰비시 광업주식회사의 한 광산으로 끌려갔던 류롄런(劉連仁)이 199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도쿄 지방법원은 2001년 7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정부가 전후 구제의무를 위반했다며 유가족에게 2천만 엔(2억 원)의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4년 뒤 도쿄 고등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2007년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며 중국이 청구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 판결은 여타 중국 피해자들의 줄소송에 인용되며 전부 기각되는 근거가 됐다.   1944년 중국인들이 강제 징용돼 작업했던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미쓰비시광업주식회사가 운영하던 작업장 배치도. [동이밍 변호사 제공] 반전의 계기는 중국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면서다. 2014년 중국 인민 항일전쟁박물관이 일본 강제징용 대상자 3만428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종전 70년을 앞두고서였다.   산둥성에서 끌려간 사람만 9177명. 그해 2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재개됐다. 사망자 722명을 포함한 3765명의 유가족이 원고로 참여했다. 생존자는 단 4명, 10대 때 일본에 끌려갔던 80~90대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노구를 끌고 도쿄 법정에 나가 자신들이 겪은 강제노역의 참상을 증언했다.   일본 미쓰비시 광산에 강제 징용된 중국인 허쉐진(何學勤). 허씨는 2016년 소송 제기 당시 생존해 있었으나 이후 2017년 사망했다. [동이밍 변호사 제공] 미쓰비시 측은 결국 2016년 6월 원고 측과 합의를 성사시켰다. 피해자 3765명에 대해 1인당 10만 위안(17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은 채 소송은 종결됐다. 합의서에는 "중국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성실히 인정한다"는 문장과 "깊은 반성", "심심한 사과"란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당시 중국신문망은 전했다. 미쓰비시 측은 보상금 외 1억엔(10억 원)을 기념비 건설비로 제공하고, 실종자·피해자 조사비로 2억 엔(20억)도 지급하기로 했다.   소송 변호를 맡은 동이밍(董一鳴) 대표 변호사는 11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는 1996년 첫 소송부터 지금까지 24년간 중국 강제 징용 피해자 변호를 맡아왔다. [박성훈 특파원] 11일 소송 변호를 맡은 동이밍(董一鳴) 대표 변호사를 중앙일보는 인터뷰했다. 그는 96년 첫 소송부터 지금까지 24년간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를 맡아왔다.   그의 첫 반응은 중국 현지 보도는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동 변호사는 “이번 미쓰비시 합의금 지급은 중요한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합의를 빠르게 이행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가해 기업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손해배상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경제적 보상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배상은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반면, 보상은 적법하지만, 상대에 피해를 끼쳐 이를 물어줄 때 사용된다.   동 변호사는 ”미쓰비시 측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보낸 화해합의서에는 ‘배상’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며 “또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는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돈만 내놔 사실상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 변호사는 한·일간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법원은 2018년 한·일 국가간 협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결했고, 일본은 역사적 협정을 뒤집었다며 지금도 반발하고 있다.   동 변호사는 “2차 대전 당시 벌어진 반인륜 범죄와 인권 침해가 과연 양국간 합의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종결시킬 수 있는 문제인가”라며 “한국이 법 해석을 통해 과거 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본 기업의 한국 재산 압류에 나선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보는 지난 7일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이 2차대전 중 강제로 끌고간 중국인 30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시보 캡쳐] 동 변호사는 이같은 한국의 움직임을 중국도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움직임은 중국 법조계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적어도 중국 변호사계는 한국 법원의 이런 법 집행 과정에 동의하고 있다. 향후 중국 강제징용 피해 노동자들의 소송을 추진하는데 본보기가 되고, 추진력을 더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장 안타까운 일이 무엇인지를 묻자 "소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살아계셨던 생존자들이 지금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너무 늦게 시작했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했다.

    2020.12.14 00:40

  • 시진핑과 만남 4번…中엔 79위안 자장면 '바이든 식당'도 있다

    시진핑과 만남 4번…中엔 79위안 자장면 '바이든 식당'도 있다

    지난 2011년 8월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함께 쓰촨성 두장옌(都江堰)시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농구 수업을 참관하며 웃고 있다. [신화망] “미국은 중ㆍ미 관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 양국간 이견을 관리하고 실질적인 협력 분야를 넓힐 것이다.”   2011년 8월 17일, 인민일보는 당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부통령으로서의 첫 방문을 앞두고서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미ㆍ중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는 질문에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취임했을 때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수십 년 간 지속될 수 있는 안정적 궤도에 두기로 결정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21세기를 형성할 것이고 이는 세계 어떤 국가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1년 8월 중국 베이징 북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장쩌민 중국 주석은 바이든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 [신화통신]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 중국과의 인연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7세의 미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당선인은 미ㆍ중 수교 첫해 미국 방문단으로 당 중앙군사위 주석이었던 덩샤오핑(鄧小平ㆍ등소평)을 만났다. 바이든 당선인은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 청사진을 듣고 돌아온 뒤 중국과 건설적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도 이 제안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2015년 6차 미ㆍ중고위급 회담 기조 연설문 중)   2011년 8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만났다. [신화통신] 2001년 8월엔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미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2011년 8월엔 미 부통령으로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공식 면담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3차례나 이어졌다.   바이든 - 중국 지도자 회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1년 8월 후진타오 주석 회담 일정 땐 5박 6일간의 일정을 당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동행했다. 두 사람은 쓰촨(四川)성을 방문해 대지진 피해를 입은 고등학교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고 쓰촨대학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쓰촨대 연설에서 “손녀가 5년 동안 중국어를 배웠다”, “내가 말 더듬는 걸 어떻게 고쳤는지 아느냐”며 대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고 “경제 협력이 심화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도 했다.     2011년 8월 조 바이든 부통령은 베이징의 한 식당을 찾아 손녀 등 5명과 함께 자장면과 만두 등을 먹었다. 식사값으로 합계 79위안(당시 환율 10달러)을 냈다. [신화통신] 베이징에선 중국 식당을 찾아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중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주중 미국대사와 손녀 등 일행 5명과 함께 총 79위안(당시 환율 미 10달러)을 내고 자장면을 먹었고, ‘소탈한 미국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이 식당은 당선 소식 이후 ‘바이든 식당’으로 불리며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2012년 2월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중 주지사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부주석과 조 바이든 미 부통령. 함께 초콜릿을 먹으며 회의를 주재했다. [중국신문망 캡쳐]   2012년엔 시진핑 부주석의 미국 답방이 이어졌다. 이번엔 바이든 당선인이 시 부주석과 동행했다. 당시 미ㆍ중 주지사간 공동 회의에서 두 사람은 함께 초콜릿을 먹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중국신문망은 ‘중국과 미국 외교사의 가장 드문 장면’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이듬해 바이든 당선인은 국가주석이 된 시 주석을 다시 만나 2시간 동안 단독 회담을 했다. 남중국해, 항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으나 국제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5년 6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7차 중·미 전략경제대화에서 “중ㆍ미 관계는 결혼 생활과 같아서 잘 운영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무역 규범, 사이버 보안 등에 이견이 있지만, 양국 관계에는 많은 협력 분야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순방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공항에 마중을 나왔고 시 주석은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신화망] 30여 년 친중파 정치 행보를 보였던 바이든 당선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선 과정에서 기류 변화를 보였다.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도 이익이란 관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우클릭’됐다.   지난 10월 23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는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이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며 “이것이 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후보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광고를 제작해 “바이든은 중국을 지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측이 지속적으로 비판한 데 대한 응수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2차 TV 토론에서 중국과 북한 정책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중앙일보] 이같은 변화는 중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의 새로운 컨센서스는 중국을 권위주의 국가로 보는 것”이라며 “이같은 적개심은 무역 문제뿐 아니라 베이징의 홍콩 때리기와 신장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9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3%가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2011년 조사에선 51%가 긍정적이었고, 부정적 여론은 36%에 그쳤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마바 행정부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ㆍTPP)을 적극 성사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2017년 2월 곧바로 TPP 협정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TPP 재참여가 최우선 과제”라고 공약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중(對中) 정책에는 민주·인권 촉진에 대한 높은 관심이 포함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국이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가치관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 압박은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바이든 캠프의 안토니 블링컨 선임외교정책 고문은 월스트릿저널과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기술 민주화와 기술 독재는 구분해서 보고 있다”며 “전자는 기술을 더 많은 자유를 가져오는 도구로 보는 것이지만 후자는 독재자에게 더 강력한 감시와 검열을 가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예측 불가의 공세를 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중국을 잘 아는 ‘까다로운’ 맞수가 등장했다는 염려다. 팡닝 중국 사회과학원 박사는 “바이든은 전략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11.09 00:17

  • "中 지저분하단 건 옛말" 베이징서 韓 식당 사라지는 까닭

    "中 지저분하단 건 옛말" 베이징서 韓 식당 사라지는 까닭

    차오양구에 있는 따위에청 쇼핑몰. 6층 우측에 일본식 고깃집 '우각', 7층 좌측에 일본 장어집 등이 위치해 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2일 베이징 시내는 한산했다. 발길이 향한 곳은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중 한 곳인 차오양(朝陽)구 따위에청(大悅城). 식당, 영화관, 전자매장, 옷가게 등이 모인 15층짜리 쇼핑몰이다. 이날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6~9층 식당가. 접근성이 좋고 눈에 잘 띄는 곳엔 하나같이 일식당이 있었다. 6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에 일본 회전초밥집(수퍼스시), 왼쪽에는 우동집, 라멘가게가 이어진다. 또 정면으로 최근 매출이 가장 높다는 일본식 고깃집 '우각'(牛角)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층도 마찬가지. 지방별, 종류별 각종 일식 요리점이 들어와 있다. 쇼핑몰에 있는 일본 식당 수는 모두 15곳이다.    따위에청 쇼핑몰 내 일본 식당은 15곳인데 반해 한국 식당은 2곳에 그친다. 박성훈 특파원 반면 한식당은 2곳뿐이다. 그나마 전부 고깃집이었다. 권금성(權金城)은 메인 식당가 뒤쪽 편에 있었다. 갈비 요리나 삼겹살, 찌개 등을 곁들여 판다. 식당 인테리어가 대체로 노란색이어서 분식집 같은 인상을 풍겼다. 젊은 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 들어온 90년대 후반 생겼다. 대기하는 손님에 묻자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들르지만 정통 음식을 파는 대형 브랜드 한국 식당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왕징(望京) 소호(SOHO) 맞은편에 위치한 기린사(麒麟社) 상가는 대표적인 한국 식당 밀집지다. 최근 주중한국대사관이 주관한 한인 축제 K-페스타(FESTA)가 열린 곳도 기린사 상업 지구 앞이다. 이곳에 한국 요리 간판을 단 식당은 10곳. 하지만 이 중 9곳은 과거 한국인이 운영하다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에 넘어갔다. 겉은 한국 식당인데 실질적으론 중국인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베이징에서 한국 식당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누적된 매출 부진이 더 큰 원인이다. 대표적인 한국 식당이던 ‘서라벌’은 매장 3곳 중 1곳만 남았고 주중한국대사관 근처에 있던 한식당 ‘비원’도 지난해 2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최근 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추천하는 1순위 한식당인 ‘애강산’의 매장 수도 4곳에서 2곳으로 줄었다. 주중한국회식협회에 등록된 한국 식당 수는 2018년 63곳에서 올해 50곳으로 2년 만에 20.6% 감소했다.     한국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은 베이징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내 매장 수가 3000개가 넘는 1위 치킨 브랜드 BBQ는 베이징에 2개 매장을 냈다가 철수했다. ‘놀부 보쌈’ 매장 한 곳이 남아 있고, 올해 초 ‘한촌설렁탕’도 문을 닫고 철수했다. 대기업인 CJ 역시 비비고(BIBIGO)를 앞세워 20개 매장을 냈다가 현재 사업을 접은 상태다. 그사이 일본 식당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면류 등 각종 요리를 제공하는 시베이요우미엔춘(西貝莜面村)은 주방을 식당 한가운데 옮기며 위생적 식당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시베이요우미엔춘 홈페이지 캡쳐]   왜 이렇게 된 걸까. 2017년 초 사드 사태는 시발점이었다. 중국 정부의 가시적 보복 조치로 양국 간 왕래가 줄었고 식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요한 건 그 이후 4년이다. 한국 식당은 중국 현지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을까.   베이징에 진출해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안현민 쉐프는 “기존 한식집이 왕징과 한인 커뮤니티 위주로 사업을 벌인 반면 일식은 외식 사업 전문가들이 들어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다”며 “한국 식당이 이런 대처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니즈’(needs)를 못 따라갔다는 것이다.   한국 식당 축소 원인과 해법 과거 중국 식당은 지저분하다고 비위생적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상황은 이미 바뀌었다. 베이징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주방을 한가운데 배치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조리 과정과 식자재를 100% 공개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현재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 중이다. 또다른 중국 식당은 종업원들의 유니폼을 여섯벌씩 나눠준다. 매일 새 옷을 입고 일하라는 것이다. 보통 식당에선 한두벌 정도 지급된다고 한다. 사소한 듯하지만 ‘뼈’ 때리는 위생 관념 변화에 중국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안 셰프는 “중국 식당의 위생이 한국보다 못하다는 건 옛말"이라며 "오히려 깔끔한 데가 많아졌고 유니폼도 깨끗하게 입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한식이 지저분하거나 인테리어가 약해도 반찬 등으로 커버가 됐지만 지금은 비용 절감으로 이것도 쉽지 않고 인테리어도 노후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왕징 교문호텔에 위치한 한국식당 '와라와라'(WARAWARA). 1일 점심시간, 중국인들로 빈 자리가 없다. 박성훈 특파원   온대성 재중한국외식협회장은 한국 식당의 추락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지 정보에 어두운 탓에 고정비용을 너무 많이 지출한 게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온 회장은 "한국에선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무조건 건축 면적으로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며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에 실면적을 잰 뒤 계약하면 임대료를 최소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식당의 경우 가게를 내기 위해 사전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해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데 비해 한식당은 이런 접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온 회장은 "우리 정부가 먼저 들어왔던 식당, 기업들의 성공, 실패 등 각종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조영근 애강산 대표는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 해서 고급화한 게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단독 건물이라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적었고 한국 전통 음식 외에 중국, 일본 음식까지 다각화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접근하는 게 결국 처음이자 끝인 해법인 셈이다.

    2020.10.05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