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엎치락뒤치락하다 安風 검증공세 이후 朴 우세로

    엎치락뒤치락하다 安風 검증공세 이후 朴 우세로

    안철수의 생각 출간(7월 19일) 일주일 전이었다.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 주간 집계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 총선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원장을 제치고 대선 지지율 다자구도에서 2위로 올라섰다. 17.9%를 기록한 문 후보가 15.7%에 그친 안 원장을 앞서자 언론들은 ‘안철수 피로감에 의한 지지율 역전’ 기사를 타전하기 시작했다.며칠이 지나자 안 원장은 급작스럽게 안철수의 생각이란 대담집을 59시간 만에 전격 출간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23일은 민주당의 첫 경선 TV 토론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안 원장은 SBS ‘힐링캠프’에 전격 출연하면서 시청률·지지율 양쪽에서 경쟁 후보들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빠르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실상의 출마선언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경선 분위기는 ‘신장개업’하자마자 ‘점포정리’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안 원장은 대담집 출간 이전 여론조사에선 박근혜 후보에게 4.6%포인트 차이로 열세였다(43.4% 대 48%). 그러나 힐링캠프 출연 이후 여론조사에선 48.4% 대 44.2%로 박 후보를 4.2%포인트 앞서면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다자구도에서 안풍(安風)의 직격탄을 맞았다. 총선 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지지율로 하락해 9.3%에 그쳤다.안 원장은 대담집 출간과 힐링캠프 출연 이전, 자신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박 후보에게 32.7% 대 57.1%로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절대 열세였다. 그러던 지지율이 42.5% 대 51.1%로 양자 격차가 줄면서 마(魔)의 40%를 넘어섰다. 야당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에선 무려 75% 안팎의 지지율로 15% 안팎의 지지율에 그친 박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야권 단일후보 적자(嫡子)가 되기 위해 호남과 PK에서 필요한 지지율이 총선 이후 회복된 것이다.그러나 안풍에 대한 검증 공세가 변수였다. 책 출간과 예능 출연이란 이벤트 효과는 열흘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는 최태원 SK 회장 구명 논란으로 시작돼 브이뱅크 참여 논란, 온라인 복권사업 수주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안 원장은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JTBC-리얼미터 일간 조사의 다자구도, 양자구도에서 박 후보에게 모두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그런데 주목할 대목은 부산·경남에서의 안 원장 지지는 크게 변동이 없었던 반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10%포인트가량 하락한 양상이다. 안 원장의 고향인 부산·경남 유권자들은 안 원장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인 데 비해,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제3의 후보인 잠재적 야권 후보에 대해 실망한 유권자들이 늘어난 것이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안풍이 잦아들 무렵 새누리당에서 돌발 악재가 터졌다. 박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 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박 후보의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게다가 비박(非朴)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을 하면서 박 후보의 상승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결국 박근혜 후보는 당분간 공천헌금 파문과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 파동 때문에, 안철수 원장은 새누리당에 의해 계속 제기될 검증 공세 때문에 각각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판도의 변화 조짐은 다른 지역보다 호남과 부산·경남 지역에서부터 시작될 공산이 크다. 런던 올림픽 기간 중 두 지역의 판세는 여느 올림픽 경기 못지않게 뜨거운 전장(戰場)이 될 듯하다.

    2012.08.05 01:28

  • 박근혜 안의 안철수, 안철수 안의 박근혜 찾기

    박근혜 안의 안철수, 안철수 안의 박근혜 찾기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말복으로 치달으면서 밤중까지 푹푹 쪄대는 통에 여름 나기가 하루하루 고역이었다. 아스팔트는 이글거리고 시민들은 녹초가 된다. 하필이면 이런 때, 여야 대선주자들이 경선을 치르고 있어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런던 올림픽 기간이어서 더 그랬다.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주연만 있는 새누리 드라마’ ‘조연만 있는 통합민주 드라마’라서 시청률(?)이 잘 나오기란 애당초 글렀다고도 한다.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신드롬이 여야의 당내 경선을 맥 빠지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꼭 그 둘 중 하나가 청와대 새 주인이 되라는 법은 없다. ‘거지 다음에 올 중’은 아직 가변적이다.“할아버님! 듣다 보니 그 중, 개념 한번 알쏭달쏭하네요. 승려도 됐다가 민심을 파고든 후보도 됐다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외손자며느리가 얼음 띄운 오미자 화채를 내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선후보들이 낸 책들을 훑어보던 백두옹은 큼지막한 돋보기를 내려놓고 마른세수를 한다. 안철수의 생각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사람이 먼저다 저녁이 있는 삶 아래에서부터 김문수는 말한다 같은 책들이 책상에 쌓여 있다.“그 중이 그 중인 게야. 음(音)이 같으면 뜻도 같은 거니까.”백두옹은 오미자 화채로 목을 축였다.“어째서 그런 거죠?”사십 대 후반 외손자며느리는 똑똑한 체는 다 하면서도 동양고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백두옹은 붓펜을 들어 이면지 위에 또박또박 적었다. 나이 탓에 손이 떨렸으므로 글씨는 꿈틀거렸다.출가중(出家衆)득중(得中)“‘중’은 ‘출가중’의 준말이란다. 불도를 닦기 위해 집 떠난 무리, 대중을 뜻하지. 불교의 키워드가 중도(中道) 아닌가. ‘중’은 중도를 행하는 수행자들이란 말씀이야. 주역에서 말하는 득중은 여섯 개의 효 가운데서 2·5효로 각각 하괘, 상괘의 중심자리! 무리의 중심이지. 이때 1·3·5효는 양(陽)의 지위, 2·4·6효는 음(陰)의 지위인데 득중도 하고 지위도 음양에 걸맞으면 ‘중정(中正)’이라고 하거든. 대중(大中), 대정(大正)이라 중도로써 올바로 행하게 되는 게야. 아 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도 바로 주역에서 따온 거야. 아,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는 건 아냐. 단테가 신곡에서 말했던가?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에게는 지옥에서 제일 뜨거운 자리가 배정된다고. 주역에서 말하는 득중은 비겁하게 중간에서 서성대는 게 아니거든.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아가는 거지. 때에 적합한 도리, 시중(時中)이라는 건데 그거 아주 어려워. 그거 잘하면 맹자처럼 준성인이야.”“김대중 이름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외손자며느리는 중도나 시중이라는 철학용어보다 김대중의 이름이 주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말에 더 흥미로워하는 눈치였다.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인가“그런데 할아버님! 은강이 아빠는 우리나라가 아직 여성 대통령을 뽑기에 시기상조래요.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고요.”“허허허, 그 애가 정말 그랬다고? 이재오 의원이 그 말을 했다가 박근혜 후보에게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느냐’고 한 방 얻어맞았지 아마?”백두옹은 짓궂게 웃으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은강이 아빠 은근히 마초적인 데가 있어요.”“넌 그걸 멋지다고 생각하는 눈치던데?”“사실 요즘 세상에 남자다운 남자 드물잖아요.”“그래서 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게로구나. 특전사 출신이라고?”“게다가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거든요.”외손자며느리의 눈가로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 눈가의 미소는 억지로 꾸밀 수가 없다. 감정을 속이고 조작 가능한 입가 미소근육과는 전연 다르다. 그래서 입이 아니라 눈으로 말할 때 진실에 더 가까운 거다. 아무튼 좌파 문재인이 강남 중년여성에게 이렇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새롭다.“은강이 아빠는 김문수 지사 열성팬이지 않니? 대학 선후배지간이기도 하고.”“우리 부부는 정치적으로 완전 상호 불간섭이에요, 할아버님. 선택 기준이 보수, 진보도 아니고 학연, 지연이라니. 그건 아니라고 봐요.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 얼마나 세련된 가치판단 기준이에요?”그러면서 짐짓 우아한 몸짓을 해 보인다.“아귀다툼 정치판에 너무 세련된 기준 같구나.”백두옹은 진영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외손자며느리가 보기 좋았다.“할아버님, 정치는 본래 갈등을 기반으로 먹고사는 거잖아요. 적대세력이 사라지면 그 순간, 정치인은 실업자로 전락해버리겠죠.”“그래서?”“여야가 드잡이하며 다투지만 사실은 서로 단짝이라고요. 상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화려한 언변으로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죠. 결과는 피장파장!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몇이나 있겠어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고 자기최면 걸고는 뒤에서 도적질하더라고요. 비리의원 보호막 수단으로 써먹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그거 코미디잖아요.”낭만파라고 여겼더니 이런 정치혐오증이 있었다. 강남아줌마, 역시 녹록지 않다.한반도, 공명정대 원리로 전환하는 시기“얘야,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풍토가 사뭇 달라질 게다. 머리 밝은 국민이 정도를 걷는 대통령을 뽑고 만들어갈 테니까 너무 냉소적으로 보진 마라.”백두옹은 붓펜으로 쓱쓱 지도를 그렸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열도, 호주,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이 펼쳐졌다.“봐라. 우리 한반도는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한 그루 생명나무야. 뿌리박고 있는 아시아 대륙은 흙이자 물이고 남극 쪽이 하늘이 되지. 사람으로 치면 우리 한반도는 소년(少年)이고 미국은 소녀(少女)거든. 꽃다운 소년 소녀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음양 충화로 이른바 동양과 서양, 간태(艮兌)의 합덕(合德)이라. 꽃다운 남녀 무리는 그 옛날 화랑도를 떠올리게 하지. 이들이 주축이 되어 바야흐로 새로운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이 싹틀 거라는 얘기야. 동서양 문화의 꽃과 열매지.”백두옹은 대륙을 유기체와 사람으로 비유했다.“탄허 스님 예언과 똑같네요.”“네가 탄허를 어찌 아는고? 그 스님 날 여러 차례 찾아왔었지. 예전에 있었던 역우회(易友會)로 말야.”“정말요?”“이 나라 걸출한 인물들 가운데 나 모르고 간 이들 몇 안 돼.”백두옹은 눈을 감고 왼손으로 알 듯 모를 듯한 수인(手印)을 지었다.“하긴 할아버님께서는 우리 근현대사의 산증인이시니까요. 1910년 일제의 국권피탈부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고스란히 목격하셨죠.”외손자며느리는 앙모하는 눈빛으로 백두옹을 우러렀다.“목격만 한 건 아니지. 필요할 때마다 적임자를 만나 사명감을 불어넣어 줘왔거든. 대부분 사이비 교주 취급했다만 들을 건 다 듣더구나. 그게 어디 내 얘긴가? 탄허 스님 얘기도 아니고.”“그럼 누구 말씀이라는 거예요?”“대경대법(大經大法)이야.”“네?”“공명정대한 원리와 법칙이라고. 역리(易理)랄까, 역도(易道)랄까. 주역철학에 근거한 정역에 다 써놨어. 19세기 중반 때 이미 정리해 놓았다고. 뭐, 요샛말로 한반도 메시아 사상쯤으로 이해해도 될 거야. 너무 알려고 들지 마. 이상한 사람 취급 받으니까.”“언제 그런 세상이 열린다는 거죠?”“글쎄다. 혹자는 1984년 하원갑자(下元甲子)를 들던데 콕 짚어낼 수야 없지. 요즘 세월이 그 길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1984년? 섬뜩해요. 조지 오웰의 소설에 등장하는 독재자 빅 브러더가 떠올라요. 요즘 세상에 메시아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박근혜와 안철수에게서 독선과 위선의 냄새를 맡거든요. 막연하고 공허한 희망보다 절망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편이 차라리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요?”외손자며느리는 여운이 미묘한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백두옹은 물끄러미 뒤태를 응시했다. 인류가 걸어온 길, 희망보다 절망으로 난 길에 가까운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 역사를 써나가는 데 있다.온갖 핍박과 고난의 연대를 건너온 땅, 한반도! 남의 나라 식민지 노예가 되고 동족끼리 피 흘리는 전쟁을 치르고 아직도 여전히 분단된 나라는 상처가 깊다. 그 상처들을 어루만질 리더십은 어머니의 품 같은 것이다. 분노와 질시가 아니라 포옹과 보살핌이다. 차기 대통령, 어머니 미덕 지녀야백두옹은 역사의 이름으로 말한다. 다음 대통령은 분명 대지의 어머니, 곤(坤:)의 미덕을 지닌 지도자 몫이다. 강건한 남성보다는 온유한 여성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뜸 박근혜 후보를 떠올릴 게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는 유력한 여성리더니까.하지만 주역철학은 그렇게 표피적이거나 단순하지가 않다. 이 늙은이가 보기에 박근혜 의원은 음중양(陰中陽)이다. 겉모습은 여성이지만 내면에 누구보다도 강건한 남성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반대로 안철수 교수는 양중음(陽中陰)이다.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내면에 유순한 여성성을 품고 있다. 말소리며 머리 스타일, 행동양식이 모두 다소곳한 여인 같기만 하다. 요즘 사람들에게 씨알이 먹히는 서양학자의 이론으로 바꿔 말하자면, 남자 안에 있는 여성적 요소 양중음은 아니마(Anima)이고 여자 안에 있는 남성적 요소 음중양은 아니무스(Animus)인 셈인데 안철수와 박근혜는 그 이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절묘한 역리요, 기가 막히게 부응하는 후보들 아닌가. 이것이 어찌 우연일꼬. 박근혜 안의 안철수, 안철수 안의 박근혜 찾기에 정치적 상상력을 발동해보자. 김종록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밀리언셀러 『소설 풍수』와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바이칼』 등을 썼으며 중앙일보에 ‘붓다의 십자가’를 연재했다. 본지 객원기자다.

    2012.08.05 01:25

  • 커진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작아져 갈등… 꼬여 있는 남북 관계도 악영향

    커진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작아져 갈등… 꼬여 있는 남북 관계도 악영향

    1일 오후 ‘한국사회 대논쟁-한·중 수교 20년’에 참석한 학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흥호 한양대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최정동 기자 유상철 전문기자=한·중 수교 이후 20년간 양국 정부 관계는 선린우호관계→협력 동반자관계→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 양국 교역도 3000억 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는 등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근년 들어 두 나라 국민의 마음이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왜 그런 것인가.문흥호 한양대 교수=세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2008년 이후 양국 정부관계가 좋지 않았다. 정부 간 불신이 깊어지며 민간 차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교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 둘째, 인적·물적 교류의 양적 확장에만 관심을 가졌지 이에 대한 사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셋째,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중국의 인식 변화다. 주변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눈이 달라졌다. 커진 중국의 눈으로 보기에 한국은 작아졌다.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민주자본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유명한 가설이 있다. 동일한 가치관과 정치시스템 아래에선 싸울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민주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 우리와 다르다. 체제 차원에서 같아지지 않으면 골을 메우기 어렵다. 중국이 우리 식으로 변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중 갈등이 생기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세계를 보는 중국의 눈이 달라진 점에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동아시아에선 더욱 그렇다. 그 결과 미·중 간 이해충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한·중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보는 중국, 중국이 보는 한국 사이에 거리가 생기고 있다. 앞으로 한·중 양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다.이원덕 국민대 교수=중국에 대한 우리의 불편한 감정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서 형성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 문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중국은 적극적인 대응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는 지역 문제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나 난사(南沙) 군도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의 태도가 거칠어졌다. 중국이 역내 패권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일본에선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셋째,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고대사 논쟁에서 보여지는 중국의 신(新)중화주의 태도다.유상철=한·중 간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양국 사이에 마찰이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중국에선 늘 “공통점을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 두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말한다. 반면 한국에선 “공통점은 추구하되 차이점은 축소하자”는 구동축이(求同縮異)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시점에서 김영환씨가 중국 공안당국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다. 김영환씨 고문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문흥호=중국이 굴기를 했다고 하고, 또 커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건을 볼 때 과연 중국이 강대국화됐다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인권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 수준에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건 우리의 태도다. 원칙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 자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원칙을 갖고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지,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은 현재 중국에 구금돼 있는 600여 명의 한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뿐더러 앞으로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선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강구해야 한다.김기수=한 국가의 정치체제를 볼 때 그 체제가 강하냐 약하냐를 가르는 기준이 있다. 그건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있느냐 여부다. 중국 정부가 강하다면 김영환씨 문제의 파장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수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흡수해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런가. 중국 체제가 약한 것이다. 민주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환씨 사건은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를 안 하겠다면 외교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이희옥=물론 한·중 간엔 기본적으로 규범과 체제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에 대해 선입관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중국도 나름대로 보편적인 규범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 중국은 과거에 민주주의나 인권 등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인권 모두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 사회가 중국의 변화를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 체제 관념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미·중 지도자가 인권과 관련해 주고 받는 말을 한 번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특수한 상황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후 주석은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 그렇지만 중국은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두 지도자의 말에 방점이 찍히는 부분이 서로 다를 뿐이다.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접근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김기수 박사는 프레임 차원에서 접근한다. 한·중이 이데올로기적인 정치체제가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반면 이희옥 교수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한다. 중국이 실질적으로 많이 발전했으며 사회주의이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유사한 측면도 많다고 본다. 한·중 양국의 갈등 완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이원덕=현실적으로 한·중 간에는 힘의 불균형성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직접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중국이 보다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 나가도록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성은 가져야 한다. 그것은 중국이 국제규범을 지키는 국가로 나아가게끔 만드는 것이다. 다자주의를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이나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대(對)중국 목표는 중국이 세계 평화·번영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적 다자협의가 좋은 방법일 수 있다.문흥호=우리가 중국과의 갈등을 줄여 나가기 위해선 우선 남북한 간에 기본적인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벌어진 한·중 마찰의 상당 부분이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다. 남북한 관계가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고 경색돼 있는 상황에선 한·중 간엔 언제든지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김기수=중국 스스로 변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하지만 사법·언론 분야 등에서의 자유가 획기적으로 진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민주화가 이뤄져야 중국 자본주의 또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선 중국이 번영할 수 없다. 확실하게 변하지 않으면 잘 살수 없다.이희옥=중국 정부는 세계 변화에 기민하게 따라가는 능력이 있다. 중국 지도부는 열심히 공부하며 셔츠 바람으로 토론하는 문화가 있다. 이른바 집단 학습의 전통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위에서 아래로의 톱다운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론 지난해 초 발생한 아랍의 봄이 중국에 전파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에는 현재 트위터 이용자만 3억 명에 가깝다. 결코 개방도가 낮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공산당) 체제가 유지되는 건 지도부가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스스로도 자신들이 개선돼야 하며, 또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게 중국 체제다.정용덕=중국인들 입장에서는 경제성장 속도가 빠를 때는 얼마간의 불만이 있더라도 자긍심을 가지고 살 것이다. 그러나 1987년 한국의 민주화 바람처럼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폭발하지 않겠는가.김기수=중국과 같은 저개발 국가의 경제발전 방식은 간단하다. 국민들로부터 돈을 짜내는 것이다. 이른바 강제 저축이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돈을 짜낸 뒤 이 돈을 전략적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투자해서 생산된 물건을 파는 물꼬를 해외에서 잡았다. 이것이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이다. 투입 중심의 수출주도형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희생을 끌어내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도 결국은 사람 사는 사회다.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발전 방식을 과연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극히 회의적이다.문흥호=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하려면 우선 중국이 안고 있는 두 가지 중요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둘째는 정의(正義)를 실현할 수 있느냐다. 정의는 공정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과거 중국에서 공정이나 정의를 찾기란 어려웠다. 현재 중국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법개혁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사법개혁 없이는 정의 또한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강점은 자신의 병(病)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다. 약한 고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치유를 한다. 이런 게 중국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이희옥=한국은 민주화된 사회이지만 정권 말기마다 부패가 발생한다. 중국은 이를 보고 한국은 왜 저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생각한다. 위기는 어디에나 있다. 중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위기와 붕괴는 다른 문제다. 아마 중국이 현재 안고 있는 위기를 덧셈을 통해 합산해 보면 수습 불가능한 나라라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 중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역시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각종 사회보험을 어떻게 완비하며, 당내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까 하는 문제 등에 대한 답안을 중국은 이미 갖고 있다. 한 발 앞서 위기를 포착하는 능력을 중국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수, 즉 엄청난 경제 경착륙이나 아래로부터의 압력, 또는 제2의 천안문 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중국에서 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이원덕=나는 중국 공산당원의 숫자에 주목하고 싶다. 현재 공산당원 수는 8200만 명이 넘는다. 근대화론은 국가의 사이즈를 커버하지 못한다. 전통이라는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이른다고 해서 꼭 민주화가 이뤄질까 하는 데 회의적이다. 중국에 근대화론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13억 국가에 딱 들어맞는 정치체제 이론은 없을 것이다.정용덕=중국은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이 이제까지 이룩한 경제성장이 가히 놀랄 만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런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는 기회인가, 위협인가.이원덕=‘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이라는 게 정답이 아니겠는가. 중국을 가장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건 일본이다.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미국은 비관 반, 낙관 반이다. 한국은 낙관론자가 더 많다. 중국과 가장 연동돼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최대 시장이자 최대 공장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편승해야 한다. 한국이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이 방면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중국이 성장을 유지하는 한 한국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무너지면 한국도 위험하다. 다른 한편으로 위협 요인은 안보 측면에서 나온다. 북한과 관련된 우려 사항이다. 이 문제를 중국과 연계하면 위협은 더 커진다. 한국 혼자 힘으로 안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한·미, 한·일 우호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문흥호=기회와 위기 요인이 병존한다. 중요한 건 우리 하기 나름이란 점이다. 이 부분에서 키 포인트는 남북관계다. 위기와 기회의 출발점 모두 남북관계에 있다. 남북관계와 중국 문제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선 중국 문제를 푸는 비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중국을 정확하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 정당,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을 읽는 눈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국을 보는 많은 노트가 있다. 문제는 종합노트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우리 경제 섹터는 정부 부문보다 훨씬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풍향을 잘 읽고 있다. 어떤 부분에선 우리 정부가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김기수=우리 전체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다. 디펜던시(dependency)라 말할 때는 우리가 아픈 것을 의존이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 의존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대중 수출의 75% 정도가 중간재나 부품소재, 기계장비다. 중국은 산업적으로 우리에게 의존해 있다. 중국이 크니까 중국에 대들면 곤란하다는 식의 논리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아프면 중국은 더 아프게 돼 있다. 물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 우리가 받을 타격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지정학적 이유에서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미·일이 힘을 합치면 북·중이 힘을 합쳤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하다. 국제정치는 결국 힘이다. 우리가 미국과 일본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내 개인적 견해로는 100년이 지나도 중국의 힘이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리라고 보지 않는다.이희옥=위협을 구성하는 데는 세 가지 변수가 있다. 능력, 의지, 인식이다. 능력은 강한데 의지가 없으면 위협이 안 되고, 의지가 있는데 능력이 없으면 역시 위협이 안 된다. 인식은 독립변수다. 이를 갖고 안보 문제를 보자. 중국의 능력이 커졌다고 (한국을 위협할) 의지가 발동할까. 아니라고 본다. 또 과거의 조공체제와 같이 한반도를 속국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중국에 있을까. 역시 아니라고 본다. 한국이 이에 순응하지 않으리란 걸 중국이 더 잘 안다. 중국이 한국에 부정적인 세력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제적 측면을 보면 확실히 기회가 많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중국 경제가 언제 어떤 위험을 맞게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이다. 특히 성장 패턴이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면 기회는 더 많아진다.정용덕=과거 한국의 정권이 중국과 사이가 좋을 때 미국과는 틀어졌다. 미국은 심지어 한국에 정보 제공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사이가 좋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삐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이원덕=현실주의자 입장에서 국가의 힘을 측정할 때 중국의 군사능력은 미국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1이라면, 일본이 5, 중국은 5.5, 미국은 13 정도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다 끌고 가야 한다. 세력관계 지도를 갖고 가야 한다. 중국의 힘은 계속 커질 것이다.김기수=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자. ‘우리가 미국과 친해지면 중국이 삐친다’는 논리는 양자가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연 미·중 능력이 비슷한가. 아니지 않은가. ‘주변 4강’도 같은 말이다. 이 말도 주변 4강의 힘이 비슷하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잘 지내자”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와 진정으로 ‘화(和)’하려면 안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문흥호=미·중이 군사력만을 가지고 한반도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중 대결의 결과만을 봐서는 안 된다. 이기고 지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행여 한국이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편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이희옥=중국은 과거 한·미 동맹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 편승정책을 강화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자 중국은 한·미 동맹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문제 제기다. 중국은 한·미 동맹이 미국의 중국 포위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우리로선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잘 지내는 연미화중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려면 한·미 동맹에 대해 갖고 있는 중국의 우려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에 어느 정도 조정이 가해져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중국에도 ‘노’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에 ‘노’라 할 때, 미국에도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유상철=바람직한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제안을 할 수 있겠는가.김기수=섣부른 미국 쇠퇴론은 경계해야 한다. 반면 중국 경제가 2~3년 안에 무릎을 꿇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미·일 3각 관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이원덕=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2억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대립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가 없다. 미·중은 상호 의존할 것이다. 한반도가 이 같은 상황에 맞서려면 일본과의 경제적 연대를 통해 2억 선진 경제권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문흥호=중국적 시각에서 미국을 보거나, 미국적 시각에서 중국을 봐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의 관점이 필요하다.이희옥=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우리가 국가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잘해야 한다. 바로 민주주의 시장경제다. 이를 잘해야 중국과의 관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다. 둘째, 한·중 양자관계를 내실화하려면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셋째는 다자관계가 중요하다. 다자관계를 통해 중국 문제를 견인할 때는 견인하고, 배척할 때는 배척해야 한다.

    2012.08.05 00:36

  •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정치, 오바마의 ‘뉴 프레지던트 룩’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정치, 오바마의 ‘뉴 프레지던트 룩’

    2007년 8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개인 별장에 초청받았을 때 청바지를 입었다. 당시 두 나라는 이라크 전쟁으로 갈등을 빚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의 상징인 청바지를 입어 ‘미국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정치인의 의상은 그 자체가 정치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 TV 광고인 ‘나는 믿는다(I Believe)’에서 양복 재킷은 벗고 노타이 차림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열정적으로 연설을 한다. ‘일하는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낸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주로 격식을 갖춘 정장 차림을 선호했다.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최근호에서 ‘밋 롬니의 새 전략: 옷 좀 그만 잘 입어라’란 기사에서 롬니 후보에게 ‘최고위직(대통령)에 오르기 위해선 머리는 좀 더 기르고 넥타이는 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좀 더 캐주얼한 복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패션 정치’의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사진) 전 국무장관의 ‘브로치’가 꼽힌다. 그는 중요한 외교 석상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해 좋은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 품위까지 지켰다는 평을 받는다. 2000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왼쪽 가슴에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99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했을 때는 자신을 ‘뱀’이라고 평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뱀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오바마는 ‘뉴 프레지던트 룩’(새로운 대통령 패션)을 보여주는 대표 인물로도 꼽힌다. 까무잡잡한 피부 색을 커버하기 위해 흰색 셔츠를 주로 입고 화려한 색상의 넥타이를 즐겨 맨다. 붉은색 넥타이와 몸에 딱 맞는 슈트는 ‘오바마 룩’이다. 공식 석상이 아니라면 중저가의 캐주얼 의상으로 젊은 감각을 표현한다. 사르코지는 슈트를 입을 때 어두운 색깔의 넥타이를 주로 맨다.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작지만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과감한 원색 슈트와 액세서리로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성 국무장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외국 정치인들의 전략적이고 치밀한 패션 정치에 비교하면 한국의 패션 정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란 평을 받는다. 패션 브랜드 앤디앤뎁(ANDY&DEBB) 대표인 김석원 디자이너는 “한국 정치인들은 아직 패션으로 자신의 색깔을 내는 데 어려워한다”며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옷을 입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12.07.29 01:05

  • 붉은 옷, 노타이, 안경테… 표심 잡을 스타일 찾아라

    붉은 옷, 노타이, 안경테… 표심 잡을 스타일 찾아라

    관련기사 대선 후보 빅3의 3인 3색 패션 전쟁 #1. 새누리당 대선 주자의 부산·울산 합동연설회가 열린 2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단상에 선 박근혜 예비후보는 붉은색 상의와 회색 바지를 입었다. 그가 요즘 자주 입는 ‘붉은색 전투복’이다. 당내 대선 후보가 되고 결승전에서도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2. 같은 날 대전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 단상에 오른 문재인 상임고문의 동그란 안경테가 반짝였다. 원래 쓰던 각진 반무테 안경에서 지난 6월 새로 바꾼 안경이다.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3. 지난 23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파스텔톤의 체크 셔츠와 하늘색 재킷을 입었다. 2:8 가르마에 살짝 내려온 앞머리가 그의 이마를 가렸다. 자유로움과 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는 스타일이다.정치인에게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자 무기다. 대중의 호감도는 의상에서 판가름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채금석 숙명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예전엔 옷 잘 입는 정치인에 대해 ‘일은 안 하고 멋만 부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대선이 본격화하면 ‘패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 나선 김대중 당시 후보는 나이가 많다는 단점을 젊은 감각의 패션으로 극복했단 평가를 받았다.대선 유력 주자들의 패션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공식이 있다.평소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즐겨 입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중요한 시점엔 ‘전투복 차림’으로 바뀐다. 단정한 올림머리에 바지 정장 차림이다. 상의는 당의 공식 색상인 붉은색 또는 흰색을 선호한다. 올 초부턴 특히 이런 전투복 차림이 잦다. 부산·울산 합동연설회 때의 차림이 전형적이다. 박 후보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박 후보 패션엔 평소 신념이 녹아 있다”며 “단정한 올림머리는 일관성, 흰색은 깨끗함, 붉은색은 열정과 당(黨)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5년 전인 2007년 1월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머리 스타일을 단발머리로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자 5개월 만에 올림머리로 되돌렸다. 현재 박 후보는 의상 코디네이터가 따로 없다. 머리나 화장은 스스로 한다. 옷은 캠프 사람들과 상의해서 선택한다.패션 전문가들이 ‘타고난 풍채’라고 평가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주로 짙은 색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는다. 딱딱한 샐러리맨 풍이다. 대신 때와 장소에 맞춰 안경테가 바뀐다. 전형적인 금속테의 ‘영감님 안경’만 쓰던 대통령 비서실장 때로부터 진화했다. 지난달 8일 경희대를 찾아 ‘광장 토크’를 했을 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갈색 뿔테 안경을 썼다. 한 달 뒤엔 스포티한 느낌의 검정 금속 뿔테 안경을 쓰고 경기도 고양의 원더스 야구단을 찾았다. 연설회가 잦은 최근엔 지난 6월 중순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가서 고른 동그란 검정색 반무테 안경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부각시킨다. 문 고문의 ‘안경’은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대조된다. 당시 이 전 총재의 보좌진은 그의 이미지가 너무 차가워 보여 무테 안경을 동그란 뿔테 안경으로 바꿔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내 이미지인데 왜 바꾸라고 하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문 고문 측은 “안경이 소통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캠프엔 패션에 대해 조언해 주는 자원봉사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캠프 관계자는 “문 고문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꽃중년 로버트 레드포드’”라고 전했다.안철수 원장의 스타일은 학자 또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이다. CEO 시절엔 지금보다 더 짧은 머리에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회사원’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주로 노타이 차림이고, 흰색 셔츠는 피한다. 체크무늬나 블루 계열 셔츠를 선호하는데 큰 백팩을 매기도 한다. 앞머리가 이마를 살짝 덮는 2:8 가르마는 그의 젊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안 원장의 스타일엔 참신함과 탈권위주의적인 이미지가 공존한다”며 “이런 점이 대중에게 신선함과 동시에 친밀감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패션 전문가들은 유력 대선 주자들 중 가장 정치적 뜻이 담긴 ‘패션 정치’를 보여주는 사람이 박근혜 후보라고 꼽는다. 일관된 스타일로 신뢰를 주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정지아 이미지 컨설턴트는 “일관성이 장점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다소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선 부드럽고 신사적인 모습이 호감을 주지만 안경테를 제외하면 의상에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평한다.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는 “수더분한 모습은 좋은데 지금의 평범한 의상에서 좀 더 슬림하고 트렌디한 의상으로 바꾼다면 카리스마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현재의 이미지를 유지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자유롭고 탈권위적인 이미지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연아 이미지 컨설턴트는 “안 원장은 지금처럼 소탈한 인상을 계속 지켜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는 “옷이 전체적으로 촌스럽다. 좀 더 단정하고 센스 있게 입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2.07.29 01:04

  • 금산 분리는 MB 이전 수준 환원 순환출자, 정리할 수 있는 만큼만

    금산 분리는 MB 이전 수준 환원 순환출자, 정리할 수 있는 만큼만

    -새누리당에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법사위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위원장으로서 사퇴를 권할 뜻은 없나. “사퇴 요구는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다. 도가 지나치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나. 박 대표는 지금 기소된 것도, 유죄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니다. 또 내겐 사퇴를 권할 권한도 없다.”-법사위가 국회 내 상원, 박 위원장은 상왕(上王)이란 소리가 나온다.“법사위원장이 없다가 새로 생긴 자리도 아니고 역할은 예전과 똑같다. 여야 합의가 중요하고 합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하는 거다. 새누리당이 걱정하는 게 있다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일 거다. 나를 부담스러워한다면 내가 과거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등을 앞장서 막은 적이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당시 내가 혼자 막는다고 될 것이 안 되고, 안 될 것이 됐겠느냐. 다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보고 묵과했던 거다.”-새누리당이 위원장인 상임위와 갈등 우려는 없나. “위원회 간 충돌은 꽤 있다. 법사위의 역할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상반된 법안이 각 상임위에서 올라오면 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 국회 때 법사위 제2소위 위원장을 하면서 조정 역할을 많이 했다. 과거 한국은행법을 둘러싸고 정무위와 기획재정위가 충돌했을 땐 밤 11시까지 조정해 통과시켰다. 다른 상임위와 갈등이 많을 것이란 건 잘못된 인식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어떻게 보나. “출총제는 실효성 측면에서 우선 순위는 좀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금산(金産)분리 원칙이다. 금융·산업 자본이 뒤섞이기 시작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된다. 그러면 나라 경제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금산분리를 현 정권 이전 수준으로 돌려야 한다.” -순환출자금지는 어떤가.“순환출자금지는 기존의 것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수용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한국적 제3의 길’이란 의원 연구단체를 이끄는데.“사회통합·경제민주화를 주로 연구한다. 요즘엔 ‘공유가치 성장’에 관심이 많다. 쉽게 말하면 카카오톡 무료통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같은 것이다. 대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중소기업에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는 것이다.”-기업이란 게 이익을 위한 집단인데 ‘돈 좀 벌었으니 내놔라’ 하는 건 잘못된 거 아닌가. “이익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이익을 공유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재벌이 20세기엔 순기능을 발휘해 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이젠 그간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환원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는 뭔가. “검찰은 국회 개원 초기에 늘 국회를 요리하려고 한다. 여야를 갈라 놓으려 한다. 그래야 검찰개혁법처럼 자기들에게 불리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테니까.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정보기관이 아닌데 최근 행태는 예전 중앙정보부 같다. 범죄정보기획관실이란 곳을 통해 마음에 안 드는 의원들 뒷조사나 하고…. 정치 검찰은 안 된다.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야당 의원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비법조인 출신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첫 여성 법사위원장이기도 하다. “내가 ‘만주 변호사(변호사 자격이 없지만 법에 해박한 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다. 법전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법이란 게 상식에 기초한 것이다. 상식을 기준으로 하면 해결이 된다. 비법조인의 시각이 현실을 더 정확히 볼 때도 많다. 시대가 바뀌면서 특정 전문 분야 해석의 독점권이 깨지는 것이 흐름이기도 하다. 여성이라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 -법사위가 변호사 이익에만 앞장선다는 지적도 있다.“변리사·법무사 같은 분들이 변호사에 눌려 손해 보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좀 더 공정하게 법안을 심의하는 데 힘쓸 생각이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 안철수 교수를 어떻게 보나.“조금 특이한 분이다. 예전 기자 시절에 한 번 보고, 최근 한 번 본 적이 있다. 대인 관계는 굉장히 샤이(조심스럽고 부끄럼이 많다)한데, 대중이나 카메라 앞에선 또 다른 면이 있더라.”

    2012.07.28 23:50

  • 대기업 죽여 일자리까지 없애는 포퓰리즘식 경제민주화는 곤란

    대기업 죽여 일자리까지 없애는 포퓰리즘식 경제민주화는 곤란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 -여야가 경제민주화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정무위에선 어떻게 다루나.“법안 보고가 이미 시작됐다. 다음 달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정기국회 땐 처리 법안이 일부 나오기 시작할 거다.”-대선이 끝나야 방향이 잡히는 것 아닌가.“정무위가 독불장군 식으로 치고 나갈 순 없는 문제다. 하지만 여야 어느 후보든지 경제민주화 자체엔 공감한다. 하지 말자는 분은 없다. 절충되는 분야 먼저 법안이 만들어질 거다.”-경제민주화를 놓고 시각차가 크다. 어떻게 조정하나.“경제력 집중을 완화시켜 일반 서민이나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엔 여야가 공감한다. 다만 온도차가 있다. 재벌 개혁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부분을 견제해 균형을 맞추자는 데 초점이 있다. 민주당은 대기업이나 재벌의 지배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포인트가 있다. 죽이는 정도가 아니라도 힘을 완전히 빼버리겠다는 거다. 문제는 일자리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는 만큼 그런 침해가 안 되는 선에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게 나와 우리 당의 입장이다.”-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새누리당은 출총제 부활은 대체로 반대한다. 순환출자는 박근혜 후보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언급했다. 민주당은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전면 금지 입장이다. 출총제는 실익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 있다. 순환출자는 재벌의 편법 상속이나 가공 의결권을 만드는 주범이다. 환상형으로 출자하면 재벌 일가가 1%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도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다만 당장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려면 삼성은 10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 성장이 어렵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도 어려운데 경제민주화가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건 곤란하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정무위가 어떤 법안을 만들어도 법사위가 틀면 안 되는 것 아닌가.“사실 지난해에도 금융중심지 지원육성법을 놓고 그런 일이 있었다. 서울 여의도와 부산의 문현 금융단지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법이다. 당시 정무위가 지원 규정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법사위 민주당 간사였던 박영선 의원이 상정을 막았다. 부산에 특혜를 주는 법이란 게 이유였다. 부산의 시민단체가 나서고 민주당의 부산 시당이 움직이는 등 큰 혼선이 있었다.” (※박영선 의원측은 지방자치단체 지원 규정의 실효성을 위하여 행정안전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조정하여 통과시킨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건가.“현행대로라면 법사위는 상원이다. 법사위원장이나 간사가 법안을 틀어쥐면 통과가 어렵다. 내 생각엔 법원·검찰·감사원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사법위원회를 만들고, 법안의 자구 심사는 국회 법제실에서 전문위원이 따지는 게 좋겠다. 기술적인 문제는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법위원회가 아니라 법제실에서 심사한 뒤 바로 본회의로 올리면 된다.”-국회법 개정은 새누리당이 주도했다. 또 바꾸나.“법사위는 기능적 부분만 심사해서 넘겨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건 해당 상임위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가 논의해 법안을 만들어도 법사위가 실질 심사를 한 번 더 하게 된 구조다. 법사위를 좀 손댈 필요가 있다. 법안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왜곡돼 결정될 수 있어서다.”-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은 어떻게 봐야 하나.“조사 중인데 담합으로 결론 나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 수십조 내지 수백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액수의 큰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집단소송은 물론, 국제적 소송도 우려된다. 근본적으론 2009년 12월 예대율 규제를 도입한 뒤 CD 발행이나 유통량이 급감해 CD는 거래가 안 됐다. 그걸 증권회사들이 억지로 맞춘 금리로 연동시켜 대출 이자율을 결정해온 잘못이다. 금융위는 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다른 단기 지표 금리를 개발해야 했는데 미룬 잘못이 있다. 금감원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금융 당국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우선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저축은행이란 명칭을 쓰게 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시민 입장에선 옛날 상호신용금고를 은행으로 착각하고 돈을 맡기는 실정이다. 명칭 사용을 못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또 대주주들이 개인 회사처럼 운영하는 일방적 지배구조도 바꿔야 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도 못하게 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서민 금융기관인데 PF 대출을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의원들이 은행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인데 정기국회 땐 처리될 거다.” 

    2012.07.28 23:49

  • 미, 엄벌주의 채택 후 아동 성범죄 79% 줄어

    미, 엄벌주의 채택 후 아동 성범죄 79% 줄어

    2008년 5월 15일 미국 아칸소주 연방 법원은 텍사스 출신 제임스 린시컴에게 이런 형을 선고했다. ‘실형 298개월(24년10개월), 10년간 보호관찰, 정신건강 상담 및 성범죄자 교육 프로그램 이수, 성 범죄자 등록, 인터넷 사용 금지, 보호관찰관 허락 없이 아동과의 접촉 금지’.린시컴은 2006년 9월 체포될 때까지 수십 편의 아동 음란물 촬영 및 소지, 6세 여아를 포함한 수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아동을 성폭행하지는 않았다. 다만, 별도의 강간죄가 있어 가중 처벌된 사례다. 박미랑 교수는 “이 사건은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미국 사회가 얼마나 강력히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성범죄는 급속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법도 흉포해지고 있다. 법무연수원 범죄백서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4대 강력 범죄 중 강간범죄의 비율은 2001년 56.5%에서 2010년 72.5%로 늘었다. 성범죄의 죄질도 더 나빠지고 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취약한 계층을 노린 악질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범죄(강간·강제추행 등) 중 19세 미만 미성년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범행 비율이 2000년 18.7%에서 2009년에는 23.6%로 늘었다. 문제는 이게 우리 사회 성범죄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범죄는 특성상 어느 나라든 신고율이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심하다. 2008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공식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33.4명이다. 같은 해 미국의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10만 명당 29.3명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형사정책연구원이 수행한 ‘2008년 한국의 범죄피해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실제 피해자는 공식 피해자 수의 8배에 이르는 267명(10만 명당)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 공식 범죄와 실제 발생의 괴리를 추적하기 위해 매년 미국 전역 13만5000명을 대상으로 범죄피해조사(National Crime Victimization Survey·NCVS)를 실시하는데, 이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성폭력 범죄 피해율은 인구 10만 명당 80명으로 공식 통계(29.3명)보다 2.7배 많았다. 한국의 숨어있는 범죄(암수범죄) 비율이 미국보다 세 배 높은 것이다. 법·제도 허점 때문에 신고율 낮아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문화적 배경도 있지만, 법과 제도상의 허점도 한몫한다. 성범죄 피해자는 조사 단계부터 고통을 겪는다. 피해자의 고통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대질신문 등의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동·청소년 등 성범죄 피해자가 조사·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보는 일을 줄이기 위해 대질신문을 최소화하는 등의 원칙이 법으로 만들어진 것은 올해 3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그나마 아동·장애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일반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아직도 ‘실무적’인 이유로 대질신문이 이뤄지고 있다.최근 방한한 캐나다의 성범죄 심리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방에서 마주 보는 일이 있다면 이건 끔찍한(terrible) 일”이라고 말했다.사법 절차에 들어간 뒤도 문제다. 성범죄는 여전히 친고죄이기 때문이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강력범죄 중 강간 범죄의 불기소 처분 비율이 49.4%로 눈에 띄게 높다. 특히 불기소 처분 사유의 3분의 2가 ‘공소권 없음’이다. 이는 친고죄 조항에 따라 피해자가 고소나 고발을 취하한 결과다. 이런 고소 취하의 상당수가 가해자 측의 집요한 합의 요구 때문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26일 새누리당·민주당이 모두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재판 단계에 가서도 성범죄의 형량은 매우 낮다. 최근 수년간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양형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실제 법원에서 받는 판결은 크게 엄격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 성범죄자의 경우 전과가 없는 초범(미수를 포함)이라 해도 기준 형량이 97~121개월에서 시작한다. 반면 같은 기준의 일반 강간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는 30~60개월의 구간을 정해놨다. 기준 형량 자체가 낮은 데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높이고 낮출 수 있는 요인에도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게 가해자가 술을 마셨을 경우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낮춰주는 것(주취감경)이다. 통영사건 피의자 김모씨도 과거 성범죄 판결에서 주취감경으로 형량이 줄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취감경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아동·장애인 대상 범죄에 이어 올해 3월 일반 성범죄에서도 이 기준이 사라졌다. 하지만 양형 기준 변경만으로 실형도 따라서 높아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 성범죄에 내려진 실제 선고형량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미국에서 성범죄는 1급 살인 다음으로 평균 형량이 높다. 2011년 미국 양형위원회 통계를 보면 살인은 평균 241개월, 성범죄는 평균 125개월의 형량이 선고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일반 강간의 평균 형량은 38개월, 13세 미만 대상 강간조차 62개월에 불과했다.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양형 기준의 최저선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철저하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신문·소식지 등을 통해 이중, 삼중으로 공개된다. 스마트폰 앱도 여러 종류가 나와있다. 위치검색 서비스 life360이 제공하는 ‘offender locator(아래 작은 사진)’는 본인이 미국 내 어디 있건 인근에 있는 성범죄자의 주소와 상세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지역신문 등에 이중·삼중 공개미국의 성범죄 엄벌주의는 1970년대 이후 90년대 초까지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미성년 대상 범죄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94년 7월 뉴저지에서 발생한 7세 소녀 성폭행·살인 사건(메건 사건)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피해자의 이름을 딴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되고 형량도 높아지게 된 계기다. 조사 결과 92년 이후 10년간 아동(12~17세) 대상 성범죄가 7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엄벌주의를 지탱하는 요인이다.물론 이런 엄벌 중심 제도가 성범죄자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결과적으로 재범 방지 효과도 미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90년대 이후 아동성범죄 감소도 엄벌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늘고 치료 수단이 강화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겉보기에만 엄벌을 내세운 뒤 실제 형벌의 집행은 느슨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부실하다는 의견이다. 형사정책연구원 윤정숙 부연구위원은 “적절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 가해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제도 등이 모두 필요하다”며 “어느 한 가지만 강화하는 것보다 정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07.28 23:48

  • “심리치료 병행하면 재범률 5분의 1로 감소”

    “심리치료 병행하면 재범률 5분의 1로 감소”

    “일부 흉악범을 뺀 일반 성범죄자도 결국 사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사회에 복귀해야 시민들도 재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캐나다의 성범죄자 심리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77·사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캐나다 퀸스대 심리학과 교수와 북미성범죄치료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이 분야 전문가다. 현재도 국제성범죄치료학회 회장을 맡는 등 40년 넘게 성범죄 연구와 심리 치료에 헌신해 왔다. 캐나다의 성범죄 대책은 엄벌주의인 미국과는 방향이 달라 독일 등 유럽식에 가깝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초청으로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워크숍을 위해 한국에 온 마셜 박사를 만났다.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큰데 가해자도 돌봐야 하나.“이해한다. 캐나다 시민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내 입장은 처벌을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처벌과 함께 가해자의 심리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 후 재범률을 줄이자는 것이다.”-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은. “우리는 범죄자들의 재범 유발 요인에 집중한다. 범죄자 개인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얘기다. 가해자 스스로 범죄 유발 요인을 깨닫게 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최종적으로 성적 일탈성향을 제거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목표다.” -실제 캐나다에서는 효과가 있었나“캐나다의 통계를 보면 치료가 없을 경우 성범죄 재범률은 5년 후 18%, 10년 후 25% 정도다. 치료프로그램을 거친 사람은 5년 재범률이 3.2%, 10년 이후는 5.5%로 줄었다. 치료를 안 했을 때보다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캐나다에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입증된 방법이다.”-캐나다의 성범죄자 형량은.“미국만큼 높지는 않다. 다른 범죄도 캐나다의 형량 수준은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수치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형량이 길어지면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들어가는데, 재범률은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캐나다 교정 당국의 입장이다.”-가해자에 대한 치료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치료나 상담의 중요성은. “그건 기본이다. 가해자에 대한 심리 치료 이전에 피해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호와 상담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형사·사법상의 모든 절차에 피해자에게 고통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적 절차를 갖추고 있다. 경찰 등 수사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견을 듣거나 조서를 받을 때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하도록 훈련받는다. 피해자는 사법 절차에서 어려움이나 고통을 겪을 때 이를 항의하거나 고발할 수 있다. 대질신문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2012.07.28 23:46

  • 골프 지수, 열사병 지수…맞춤정보로 날씨 장사

    골프 지수, 열사병 지수…맞춤정보로 날씨 장사

    8월 하순 초대형 태풍이 올까. 민간 예보 업체가 많아지면서 날씨전망도 자주 엇갈린다. 사진은 2005년 태풍 나비 영향권에 놓인 부산 시내. [중앙포토] 관련기사 기상청 데이터 구매 자체 분석해 차별화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27일.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린 직장인 A씨(48)는 한 날씨 정보 사이트에 접속해 골프를 치기로 한 주말(28일) 경기도 가평의 골프장 날씨를 알아봤다. 예보는 오전 6시~낮 12시까진 구름 조금에 최저 온도 25도, 최고 35도로 나와 있었다. 풍속은 초당 2m로 바람이 적고 습했다. ‘골프지수 4’로 골프 치기에 그리 좋은 날씨는 아니라는 게 이 사이트의 안내였다. 땀이 많고 더위에 약한 A씨는 이날 골프가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동반자들과의 약속이라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시원한 골프복을 챙겨 라운드에 나서기로 했다.날씨 정보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A씨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날씨 정보를 골라 볼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진 것이다. 골프장·해수욕장 날씨 서비스에 동별 날씨 제공까지-. 날씨 정보가 다원화되고 있다. 날씨 관련 데이터를 해석하는 민간예보 업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날씨 정보=기상청’의 등식이 깨지고 부가가치를 더한 날씨 정보로 승부하는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골프지수’ ‘패션지수’와 같은 날씨 관련 지수를 개발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분석 경쟁도 뜨겁다. 날씨 정보의 절대 강자인 기상청과 민간 업자가 경쟁하는 ‘날씨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 예보업체와 기상청 간의 알력도 감지된다. 날씨 정보는 어디까지나 예보이기 때문에 누구도 100%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가 더 정확한지를 두고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초대형 태풍이 8월 하순께 한반도에 상륙할 거라는 민간 업체의 날씨 자료가 공개되면서 기상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일 공개된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기상전망 보고서의 “7월 말부터 기록적인 집중 호우가 내리고 다음 달 하순~ 9월 초엔 태풍 매미나 루사급과 맞먹는 (초대형) 태풍이 온다”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보고서는 민간 업체에 소속된 한 예보관의 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이 오는 것을 몇 달 전 예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며 혼란을 우려했다. 그러나 민간업체는 “상식적인 분석을 근거로 자료를 낸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기상청은 정부기관이란 특성상 예보가 보수적인 편이다. 단정적인 예보가 자칫 국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때때로 비”와 같이 알쏭달쏭한 예보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민간업체들은 다르다.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존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시간 단위 예보, 특정 지역에 한정된 날씨 정보 등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느라 심혈을 기울인다.기본적인 기상데이터를 분석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자체 장비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이렇게 취합한 정보를 분석, 부가가치를 높인 정보로 만들어내는 게 민간 기상 사업의 핵심이다. 경북 영주의 낮 기온이 38.7도까지 오르면서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6일. 언론에서 많이 인용한 ‘열사병 예방지수’도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지수 중 하나다. 이 지수를 예보하고 있는 케이웨더의 홍국제 경영지원팀장은 “기온·습도·풍속·복사 등 인체가 노출될 수 있는 열환경 지수를 반영해 만들어진 지수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매우 위험’ ‘위험’ ‘경계’ ‘주의’ ‘안전’ 단계로 나뉘어 있는 이 지수를 참고하면 기상청에서 폭염특보가 발효되지 않은 경우에도 외부 활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지수는 민간방송의 날씨 정보 프로그램 등에서 기상청의 ‘불쾌지수’와 함께 인용되고 있다.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도입된 1997년 4억7000만원이었던 기상기후 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106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836억원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상정보유통과 보험사·금융사의 기상파생상품 등을 더하면 기상기후산업의 시장 규모는 2219억원(2011년 기준)으로 커진다. 기상기후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산업정책과 김규일 사무관은 “2015년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 시장 가능성에도 특별한 지원책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시장 구조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1940년대 민간 기상 서비스를 도입한 미국이나 50년대에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 비해 한국의 기상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의 경우 기상기후 관련 기업 수가 1000개에 달하고 기상 전문 인력도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9조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전문 인력이 8200명에 달하는 등 이미 탄탄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기상청에 등록된 국내 기상 관련 업체는 147개로, 이 중 민간 기상예보를 실시하는 업체는 8곳이다. 이들은 각기 틈새 시장을 찾아 특화된 예보를 하고 있다. 가령 민간예보 업자인 첨성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날씨 정보를 제공하면서 히트를 쳤다. 일본 기상 기업으로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웨더뉴스는 해상 날씨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기후변화로 날씨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기상 기업들이 증가하는 이유다. 최용상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업체마다 각각의 모델을 이용해 예보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더 정확하고 특화된 기상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2012.07.28 23:45

  • 기상청 데이터 구매 자체 분석해 차별화

    수퍼 컴퓨터도 없는 민간 업체가 어떻게 날씨를 예보하고 분석할 수 있을까.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민간 업체 예보를 보면서 흔히 갖게 되는 의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기상청에 등록된 기상기후 업체들은 모두 기상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즉, 기상청 수퍼 컴퓨터 ‘해온’과 ‘해담’이 전국 3000여 개 관측소에서 1분마다 수집·분석하는 데이터를 민간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퍼 컴퓨터의 데이터는 모형 분석을 통해 기상 예보로 이어진다. 기상청은 등록된 기상기후 기업에 한해 수집 데이터와 함께 국내외 기상 정보를 판매한다. 민간 기업은 초·단기·중기·장기 예보, 지상기상 관측자료, 고층기상 관측 자료, 위성 자료, 레이더 자료 등을 구매해 사용한다. 정보 이용료는 정보당 월 1만~10만7000원 사이다. 이중 업체가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날씨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면 추가로 관련 장비를 설치해 별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한다.같은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이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특히 분석 데이터가 모호할 때 예보관에 따라 결론이 엇갈릴 수 있다. 기상청과 민간예보 업체가 서로 다른 날씨 예보를 하는 것은 이런 경우다. 가령 지난 3일 기상청은 오전 11시 예보 발표 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오후에 구름 많음’이라고 한 반면 민간 예보 업체인 케이웨더는 같은 시간 ‘서울 및 수도권 오후에 대기불안정에 의한 소나기’라고 발표했다. 똑같이 대기 불안정을 포착했지만 구름과 소나기로 각각 해석을 달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소나기가 내려 민간업체의 예보가 정확했다.

    2012.07.28 23:43

  • “기상청은 날씨 인프라 집중, 민간은 나머지 틈새 공략”

    “기상청은 날씨 인프라 집중, 민간은 나머지 틈새 공략”

    김동식(사진) 케이웨더 대표는 일찌감치 ‘날씨 장사’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7년 민간예보 사업제 시행으로 날씨 산업이 민간에 개방되자 곧바로 기상청으로 달려가 등록을 마쳤다. “그만큼 이 부문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덕분에 케이웨더는 기상사업 1호 업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현재 날씨 예보, 기업 대상 날씨 컨설팅, 날씨 측정 장비 수출 등으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직원은 100여 명. 이 중 절반 정도가 예보관 등 분석 인력이다. -민간과 기상청 예보는 어떻게 다른가.“비·구름 아이콘과 온도를 표시한 숫자가 일기예보의 전부가 아니다. 날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기후가 변화하는 원리 등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방송마다 다양한 형태의 기상도 등을 통해 예보를 하는데, 이는 민간 업체에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 각각 궁금해하는 날씨 정보도 다양해지는데 이런 수요를 국가기관인 기상청이 모두 채워줄 수 없다. 기상청은 기상 인프라 구축, 기상 정보 수집, 전국 단위의 예보 등에 집중하고 민간예보 업체는 다양해진 날씨 정보의 틈새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상청이 수집한 자료를 기상청보다 적은 인력이 분석하는 셈이다. 어떻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나.“날씨 정보 사업은 적은 인원으로도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기상청 기본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는데 이때 예보관의 경험과 지식 등이 많이 작용한다. 기상청은 거대 조직이기 때문에 승진, 부서 이동 등 다양한 이유로 예보관의 커리어가 단절되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민간 업체에선 예보 잘하는 전문가를 데려와 분석한다. 예보관의 경력·경험·직관 등이 절대적이다. 좋은 예보관을 확보하고 있으면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기상청과 민간 업체들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데. “민간의 영역을 보다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다. 기상청도 동별 날씨를 예보하고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이는 민간에서 이미 하고 있던 것들이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을 지원해줘야 한다. 기상청이 다 해버리면 남는 시장이 없다.” -민간에서 날씨 정보를 유료화하면 정보가 없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지 않나. “재해 정보 등 전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기본 정보는 계속 기상청이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간은 기상청이 못하는 것을 한다. 가령 날씨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문이 농업이다. 해외에선 곡물회사가 자체적으로 위성까지 띄우고 있다. 소규모 컨설팅은 일일이 기상청이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민간 참여가 꼭 필요하다.”

    2012.07.28 23:42

  • 문둥이 다음에 거지가 왔고, 그 다음엔 중이 온다!

    문둥이 다음에 거지가 왔고, 그 다음엔 중이 온다!

    폭우가 그치면서 이글거리는 태양이 나왔다. 백두옹은 바위 그루터기 위에 엉거주춤 서서 젖은 모시 두루마기를 벗어 짜기 시작했다. 그때 적삼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할아버지! 지금 어디 계세요?“은강이로구나. 인왕산 산책로란다. 비를 흠뻑 맞았어.”은강이는 백두옹의 고손녀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다 방학이 되어 서울에 와 있었다.-감기 걸리면 어쩌시려고. 모시러 갈게요. 기다리세요.할아버지를 끔찍이 위하는 은강이는 마지막 조선왕조 인물이 폐렴이라도 걸릴까봐 안달이다. 그는 고스란히 20세기를 관통해왔고 눈과 귀가 흐리긴 하지만 사지가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문도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서 보고 컴퓨터도 하며 스마트폰도 쓴다. 나이 먹었다고 못 따라갈 백두옹이 아니다.털어 입은 옷이 절반쯤 말랐을까. 고손녀가 장밋빛 오픈카를 타고 왔다.“강남쪽은 비 한 방울도 안 왔어요.”“그래서 여름 소나기는 소 등에서도 갈린다고 하는 게야. 청와대 앞으로 해서 가자꾸나.”차에 탄 백두옹은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행인들의 이목을 끌며 산길을 내려간 그들은 청와대와 경복궁 사이를 천천히 달렸다.고려 문종 21년(1067), 이곳에 이궁(離宮)이 설치되었다. 이궁은 임금이 도성 밖에 세운 별궁이다. 조선 태조 4년(1395),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그 후원이 되었다. 흥선 대원군은 의욕적으로 경복궁을 재건하지만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1939년 총독 관저가 세워지고 7~9대 총독이 해방 직전까지 사용했다. 1945년 12월, 이곳은 미국 극동군사령부 하지 중장의 관저로 바뀌게 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들어오면서 경무대(景武臺)로 이름을 바꾼다. 경무대는 경복궁의 ‘경’자와 궁의 북문인 신무문의 ‘무’자를 따온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으로 하야할 때까지 12년간 경무대의 주인 노릇을 했다. 제2공화국의 윤보선 대통령은 청와대(靑瓦臺)로 명칭을 바꾼다. 말도 많은 5·16 군사정변(혁명)으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들어오지만 차례로 횡액을 당하여 18년간의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다. 이후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으로 이어진다.정도령은 正道 걷는 대통령“은강아, 넌 정도령이 청와대 새 주인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백두옹이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낀 은강이에게 묻는다.“촌스러워요. 꼼수 안 쓰고 ‘정도를 걷는 대통령’이 ‘정도령’이죠 뭐.”은강이는 그렇게 내뱉으며 가속기를 밟아 속력을 냈다. 늙은이가 고민하던 걸 한 방에 쿨하게 해결해 버린다.아, 바로 이거다! 정도(正道)를 실천하는 대통령이 정도령이었다! 정도령은 진인(眞人), 곧 참말을 하는 지도자로 성씨나 성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누가 됐건 심보만 바르면 정도령이 될 수 있는 거다. 이처럼 쉬운 걸 어린 손녀한테서 배운다.백두옹은 디지털 세대의 순발력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른다. 디지털 시대에는 연륜과 경험이 더 이상 노하우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되레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 단적인 예가 ‘현대판 신’이라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활용능력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열심히 묻고 배워야 한다. 디지털 기술 활용능력은 정확히 나이에 반비례하니까 말이다.학문도 그렇다. 물리학이 바뀌면 철학이 바뀌고 신학의 입지가 좁아진다. 철학과 종교는 더 이상 세상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차는 남산 제1호 터널을 통과하여 쏜살같이 한남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압구정로를 거쳐 청담동 집까지 순식간에 주파해 버린다. 말을 타고 나룻배로 강을 건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근대 과학문명은 시간을 단축시키고 공간을 살해해 버렸다.집으로 돌아온 백두옹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외손자 며느리가 구수한 모카커피를 내온다. 아들딸, 며느리들은 이미 죽었거나 병원시설에서 지내고 있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자가 인생의 최종 승자라지만 자식들을 앞세우고 혼자만 오래 사는 건 고독이자 형벌이다. 그렇다고 자살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고종명(考終命)은 오복의 매듭이니까 말이다.침상에 누워 생각을 달리던 백두옹은 스마트폰을 열어 뉴스를 검색한다.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가 뜬다. 안철수의 고공행진이다. 예상했던 바지만 그래도 놀랍다. ‘운종룡풍종호(雲從龍風從虎)’는 그가 올해 정초에 쓴 휘호다. 주역 건괘 문언(文言)에 다섯 번째 효사인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을 풀이하면서 든 비유다. 구름이 용을 따르고 바람이 범을 좇듯 사람들은 서로 같은 기운과 취향을 따른다. 누가 용이고 누가 호랑이인가. 눈치 빠른 이라면 벌써 알아차렸을 터. 문제는 누가 승자가 되느냐다. 백두옹은 침상에서 일어나 강화반닫이를 열고 오동나무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흑단나무로 깎은 6효 막대와 대나무에 옻칠한 서죽 50개가 들어있었다. 벼슬길이 끊이지 않았던 가문 대대로 물려온 보물이었다. 어지럽던 시절, 선조들은 벼슬길에 나아가고 물러날 때면 반드시 주역을 활용했다.백두옹은 지금껏 좀처럼 점을 치지 않았다. 작년에는 단 한 차례도 치지 않았다.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기미만 보고 알 수 있는 직관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는 한 차례 쳐볼 참이다. 여야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진중하게 물어 보리라. 그리고 은강이 말마따나 정도를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도울 참이다. 자본주의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건 모두 천덕꾸러기이자 거지발싸개다. 주역 철학은 곧잘 미신 취급당한다. 동양문화를 이끌었던 철학서가 무지한 점쟁이들의 오남용으로 불명예를 떠안았다. 세종대왕이 아시면 여주 영릉에서 벌떡 일어나실 노릇이다. 대왕은 주역철학을 바탕으로 바른 소리글자인 한글을 만들고 갖가지 제도를 정비했다. 문자가 권력이던 시대에 오직 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생각해서였다. 태극(太極:)이 낳은 양의(兩儀:ㅡ,ㅣ)는 함께 모여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된다. 여기에 주역 하도(河圖)의 원리를 곁들여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모음을 얻었다. 자음은 하늘(ㅇ)과 땅(ㅁ)과 사람(ㅅ)의 형상에 구강 구조를 더해 얻었다. 과학적인 문자의 원리에 주역철학이 있었다.동서양 고전 가운데 주역은 유일하게 디지털 코드로 된 철학서다. 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바코드가 어떻게 고대 사회에서 출현할 수 있었는지 신비하기만 하다. 주역은 디지털 혁명의 선구자다. 온줄(■)과 도막줄(■■)을 여섯 층으로 겹쳐서 64괘를 만들고 그것을 범주로 하여 가치를 모색한다. 2진법을 발명한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 양자역학의 창시자 닐스 보어,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이 주역을 열독하고 거기서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건 상식이다.한마디로 주역은 에너지의 흐름을 패턴화한 책이다. 은비학(隱秘學)이라며 신비화시킬 것만도 아니다. 흐름을 알면 예측이 가능하다. 사리사욕 없이 보면 일마다 해법이 있다.주역에 날개를 단 공자가 일렀던가. “가히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가히 더불어 말할 만하지 못한데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이는 사람도 말도 잃지 않는다”고.대권 거머쥘 중은 박근혜인가 안철수인가바야흐로 지금은 백가쟁명이 아니라 천가쟁명, 만가쟁명의 시대다. 말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자칫 거기에 휩쓸려 파묻혀버릴 염려가 있지만 이제 나, 백두옹은 말한다. 때가 됐음에 하는 말이니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명(時命)이기도 하다.꼭 10년 전, “문둥이 뒤에 거지 온다”는 참언(讖言)이 있었다. 나는 같은 문법으로 천명한다. 청와대 주인으로 문둥이 다음에 거지 왔고, 거지 다음에 중이 온다!”문둥이와 거지가 누구였는지는 천하가 다 안다. 거기 까진 적중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올 중은 누구인가?박근혜는 일찌감치 대권 선두주자 자리를 확보한 불세출의 여성 리더다. 그는 중처럼 독신이다. 남녀불문하고 당대 어느 정객이 있어 박근혜의 우아한 풍모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에 필적하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의 기세를 꺾어버리는 압인지기(壓人之氣)가 아니다. 부드럽고 조용한 카리스마다. 그는 확고한 국가관과 소신 있는 언행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다.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그의 정치적 고향, 영남이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 충청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타관, 호남에서조차 예외가 아닌 듯하다.이런 박근혜에 맞서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지지율은 미미하다. 현재로선 셋 모두를 합쳐도 박근혜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무소속 안철수 교수의 경우는 다르다. 공식 출마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생각을 정리한 책을 낸 것뿐인데 시민들은 열광한다. TV 예능프로에 출연한 이후 안철수의 지율은 급격히 상승해 박근혜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문약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 왔던 그는 민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당도 없는 그가 창호지에 물 스미듯 그렇게 시나브로 세를 얻으며 ‘득중(得中)’, 곧 중을 얻었다.누가 대권을 거머쥘 진짜 중인가? 박근혜인가? 안철수인가? 전환시대의 역사는 결코 수월한 길로만 가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등의 후보군이 경선 레이스를 펼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승자가 안철수를 등에 업고 가려 할 것이다. 안철수에게는 없는 게 그들에게는 있다. 바로 정당 정치라는 구조다. 개인은 구조를 깰 수 없다. 안철수를 야권 단일후보로 명예롭게 추대할 수도 있겠는데 아전인수식 탐욕의 정치판에서 그걸 기대하기란 너무 이상적이지 않는가. 진짜 중 가리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김종록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밀리언셀러 『소설 풍수』와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바이칼』 등을 썼으며 중앙일보에 ‘붓다의 십자가’를 연재했다. 본지 객원기자다.

    2012.07.28 23:41

  • “안 교수의 딸은 아빠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

    “안 교수의 딸은 아빠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사실상 대선 출사표인 안철수의 생각을 지난 19일 펴냈다. 제정임(48·사진) 세명대 교수가 묻고 안 교수가 답하는 대담집 형식의 책이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14년간 일했던 제 교수는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매번 2~3시간씩 안 교수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안 교수가 제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 제 교수는 “지난 4월 학교 신문사에서 벼랑에 선 사람들이란 책을 냈는데 안 교수가 이를 보고 먼저 연락해와 함께 식사하게 됐다”며 “2주일 뒤 ‘책을 쓸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후 대담과 출간은 군사작전 같은 보안과 속도전이었다. 출판사(김영사)로 원고가 넘어간 게 16일 오후 10시쯤이다. 출간까지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 교수를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안 교수를 인터뷰한 결론이 뭔가.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보나.“안 교수는 ‘책을 내는 건 내 생각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단계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지면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책의 반응을 포함해 앞으로 자기에 대한 지지가 내용 있는 지지라고 판단되면 출마할 것으로 본다.”-내용 있는 지지란 게 무슨 뜻인가. “안 교수가 직접 대답할 부분이다. 내가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 여론 반영이나 지지율 등이 아니겠나. 여론에서 비판적 반응이 오면 출마를 철회할 수도 있을 거라고 느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아무래도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책의 반응을 본다는데 반응이 어떤가.“이틀 만에 초판 4만 권이 매진됐다고 들었다. 내 생각보다는 잘 팔려 나간다. 주요 내용이 정책 얘기다. 사실 일반인은 재미 없어 할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주제 자체가 딱딱해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다소 의외다. 안 교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은 것 같다.” -얼마나 팔릴 것 같나.“출판사는 100만 권 이상이라고 하더라. 나는 수십만 권 정도는 팔릴 것 같다.”-책에서 가장 힘을 준 주제는 뭐였나.“책 제목이 ‘안철수의 생각’이다. 내가 과거 기자 생활을 했는데, 정치부 기자 출신이었다면 당을 만들 것인지 다양한 정치 관련 질문을 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어려운 일자리 형편과 보육 등 민생 문제, 경제 민주화와 재벌 문제를 묻고 싶었다. 안 교수가 말하는 복지·정의·평화의 구체적인 콘텐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이 안철수가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강정마을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인터뷰를 해보니 복지·정의·평화를 얘기할 때 안 교수가 가장 열정적으로 힘을 준다는 느낌이 왔다.”-신문·방송과는 인터뷰를 외면하고 굳이 책을 펴내는 이유가 뭔가. “이분의 단점이라면 기자와의 스킨십이 부족한 거다. 그 이야기는 국민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뜻도 된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곧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더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되, 조금 정돈된 생각을 먼저 보여준 뒤 질문을 받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론 기자간담회도 하겠다고 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지금까지 사정상 어쩔 수 없었고 (국민과) 소통하려고 나온 첫 작품이 이 책인 것 같다. 곧 기자간담회나 방송 출연, 관훈클럽 토론 등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들었다.”-어디서 인터뷰했나.“여러 군데서 했는데 일일이 밝히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안 교수가 어딜 자주 가는지 노출되니까…. 연구실, 식당, 카페 등 여러 곳이었다.” -서울시장 선거 땐 가족들이 출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가족 얘기는 했나.“부인과 딸이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강력하게 반대하는 건 아닌데, 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은 ‘그런데 아빠가 선택한다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더라.”-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4·11 총선 직후다. 인터뷰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하거나 프레임이 있었나.“인터뷰해 달라고 했을 때 ‘내가 기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대신 질문할 테니 충실히 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안 교수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대신 질문해 달라’며 내게 맡겼다. 대체로 7월 중에 가급적 빨리 책을 내자는 게 합의 사항이었다. 7월 중순에 원고를 넘기면 25일께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진행이 빨랐다.”-가장 궁금한 건 대선에 나오냐, 안 나오냐의 문제다. 왜 결심하지 않는지 질문했나.“처음 만날 때도 그렇고 중간중간 물었다. 여러 차례 설명을 들으니 나중엔 이해가 됐다. 안 교수가 결심을 빨리 내릴 수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를 지지한다고 하는데 본인이 대통령이 될 만한 입장에서 밝혀야 할 구체적 생각을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견해를 소상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지지율을 의심했다. 그런 지지율을 믿고 대선에 나가는 건 착각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둘째는 대통령의 자리가 엄청난 영향력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데 자신이 시장이나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봤다는 점을 생각하더라. 대통령 자리를 감당할 능력과 자질이 되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고민은 당연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 전에 자기 생각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사람들의 의견, 비판, 조언을 들어 자신에 대한 지지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게 자기를 설명하는 책을 쓰는 취지란 것이다.”-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지난해 10월 하순이다. 그걸 파악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안 교수는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내게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난 뒤 잠재 대선 후보에 올라 (스스로) 놀라고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4·11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야권 대선 주자가 부각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다시 관심이 자기에게 향해 더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더라.”-우유부단한 것 아닌가.“결단의 순간엔 과감한 결과를 해왔다고 말하더라. 먼저 책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우유부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보선 때도 자기가 50% 지지율이었는데 5% 후보에게 20분간 얘기해 보고 양보했다면서 결단력을 말했다. 밖에서 보기에 답답한 측면이 있지만 자기 나름대론 고민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차분하게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책 서문에서 ‘안 교수의 권력 의지가 약해 보인다’고 썼는데. 그 이유는.“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겠다는 태도가 내가 말한 권력의지다. 그런 건 없는 것 같더라. 과정과 수단의 정당성을 상당히 따지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따질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민생 불안이나, 대기업 문제 등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는 선명했다.”-안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말에 일관성이 있고 복선을 까는 스타일이 아니었다.”-안 교수가 출마하면 그를 도울 생각인가. “아니다. 나는 정치 쪽에서 잘할 사람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는 내가 기자들을 대신해서 물어본 거다.”-책의 결론은 뭔가. 안 교수가 정치를 한다면 어떤 사람과 정치를 할 것으로 보나.“도달하려는 목표 지점이 새누리당과는 차이가 크다. 민주당과는 비슷한 것 같다. 다만 목표에 가려는 전략은 안 교수와 민주당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개혁 방향은 뚜렷한데 해결하는 방식이 점진적이고 온건하다. 예컨대 복지와 재벌 개혁에 대해선 입장이 분명하지만 당사자를 설득하면서 소통과 합의를 통해 같이 가겠다는 거다.”-대답을 꺼린 주제가 있었나.“안 교수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답하지 않더라도 양해하라’고 했다. 구체적 인물평과 관련해선 다른 자리에서 질문을 받으면 얘기하겠지만 책에서 거론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2012.07.22 01:05

  • 박원순·김효석·금태섭…시민운동 그룹, 김근태계와 친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본격적으로 뛴다면 누가 그와 함께 정치 활동에 나설까. 멘토로 불리던 김종인·윤여준 전 장관이 물러난 자리는 새 인물로 채워졌다. 강인철 전 순천지청장, 금태섭 전 대검 연구관 등 법조인과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이 꼽힌다. 안 교수는 포스코 이사회 의장, 이명박 정부 미래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60, 70대 경제인·보수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KAIST 교수 시절엔 전국에서 외부 강의를 한 학기에 100회 정도 했는데 대부분 교사나 학생, 시민단체가 대상이었다.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송호창 의원,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과의 관계는 깊다. 문정인·김호기·김근식·고원 교수 등이 자문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청춘 콘서트를 연 평화재단엔 법륜 스님이 있다. 그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새로운 100년이란 책을 낸 뒤 올해 말까지 전국 30여 곳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그의 최근 강연엔 박경철 원장, 조국 교수가 특별 출연했다. 19일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 교수는 여러 가지 정책 청사진을 내놨다. 교수 자문그룹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안 교수 측 유민영 대변인은 “여러 전문가들과 대화한 내용을 체화해 쓴 게 ‘안철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책엔 일부 인사의 실명이 거론된다. 우선 “30대 후반에 김대중 정부의 정책기획위원을 맡았는데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이어서 국가 미래와 인권 개선 등에 대해 토론하고 정책을 건의했다”고 적었다. 또 “조국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을 맡아 검찰 개혁 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의원에 대한 대목도 나온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손자까지 공짜 밥을 먹여야 하느냐’는 논란에 대해 “유시민 전 의원이 TV토론에 나와 ‘그렇게 세금을 많이 냈는데 먹여도 되지 않나’라던데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고 김근태 전 의원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유민영 대변인이 김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다. 안 교수는 4·11 총선 때 김 전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을 지지하던 전·현직 의원 30여 명이 소속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도 우호적 관계다. 안철수재단 인맥도 있다.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영 사이넥스 대표(전 주한 미국 대사관 선임 상무관), 윤연수 KAIST 교수(검사 출신 변호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민주당 이목희 의원 부인) 등이다. 정치권에선 정운찬 전 총리,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 등이 안 교수와 함께할 인물로 거론된다. 민주당 김효석 전 의원도 안 원장에게 학계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2012.07.22 01:04

  • 특정 이념보다 전문성 갖춘 이사진부터 뽑아야

    MBC 노조가 170일간의 파업을 중단하고 18일 업무에 복귀했다. 방송 사상 초유의 장기파업이었다. 이를 계기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사장’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근본적으론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렇지만 당장 사장 추천권과 임명제청권을 가진 이사회 구성부터 제대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모두 현 이사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방문진은 다음 달 8일, KBS는 다음 달 31일이다.실천 여부를 떠나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의 이사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도 20일 “정치권에서 동의한다면 KBS와 MBC 이사진을 정당 추천 없이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방통위의 이런 의지가 이르면 이달 말께 확정되는 방문진 신임 이사진 구성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공모 결과 KBS엔 97명이, 방문진엔 54명이 지원했다.지금까지는 여야 지분을 나누는 게 관행이었다. KBS는 11명 중 여당 몫이 7명, 야당 몫이 4명이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 9명은 대통령 3명, 여당 3명, 야당 3명 식으로 추천받아 방통위에서 임명한다.학계와 미디어 업계에서 지적하는 첫째 문제는 이사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최종 선정까지 검증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는다. 특정 정당의 선거 캠프에 있었는지,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공개 검증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밀실선정’이다. 3배수 정도로 압축됐을 때 명단을 공개하고 언론 등에서 검증해야 한다.”(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갖추지 못한 일부 이사들의 자질 부족도 거론된다. “방문진 이사의 경우 1년에 회의 몇 번 하고 수천만원씩 받는다. 특급 대우 때문에 너도나도 하겠다고 난리다. 공영방송에 대한 식견이나 사명감이 없는 사람들,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단체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정당 공천 주듯 추천한다. 이런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의해 행동하면서 정작 파업 등 중대사안에 대해선 무책임하다.”(익명을 요구한 언론학자)둘째는 여당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사진 구성이다. 사장 선임 등 주요 안건을 다룰 때 이사들 사이에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 “이사 선출 때 여야 추천을 받은 본래 취지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현실은 표결을 통한 일방의 승리다. 여야 추천을 같은 숫자로 하거나 사장 임면 등 중대 사안은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을 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정상모 방문진 이사, 야당 추천)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방통위를 추천과 임명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싫든 좋든 정치적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방통위에서 이사를 정하는 현 제도에서는 아무리 국민을 대표한다고 해도 정치적 지배구조를 반영한 결과가 된다.”(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선진국의 경우 지역이나 이익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다원주의적 참여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독일은 독립 기관인 방송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한다. ARD와 ZDF 두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방송위원회에는 각종 사회단체, 정당대표, 직능·종교단체가 골고루 참여한다. ZDF의 경우 최대 77명까지 위원을 뽑을 수 있다. 숫자가 많을수록 조정이 힘들지만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사장은 방송위원 6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스웨덴 SVT는 사장 인사권을 갖는 운영재단 이사회를 사회 각계에서 뽑는다. 일본 NHK도 12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한다.물론 선진국이라고 다 정부와 완전히 독립돼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영국 BBC는 2007년 설립된 ‘BBC 트러스트’라는 이사회에서 사장을 뽑는데 이사회는 문화부의 규제를 받는다. 사장도 정부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인사가 임명되곤 한다. 외압 시비도 종종 생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거대 정당들의 간섭이 심하자 공영방송 ORF를 2001년 공익재단으로 전환했다.사장은 임명된 후엔 방송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도 사장이나 이사진 스스로 정권과 거리 두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공통된 주문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는 BBC의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방송사 경영보다는 사장 임기가 끝나면 옮겨갈 다음 자리에 관심이 많은 한국과는 사회적 성숙도가 다르다.”(윤석민 교수)

    2012.07.22 01:03

  • 신생아 1500만~2000만원에 거래

    신생아 1500만~2000만원에 거래

    “돈은 그때 가서 주면 되나.” “그러지 말고 100만원이든 얼마든 지금 계약금을 내라.”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커피숍. 신모(26·여)씨와 그의 남편이 누군가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상품을 파는 듯 보이지만 신씨가 팔려는 것은 다음 달 초 태어나는 자신의 아기. ‘입도선매’하듯 태어날 아기를 미리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신씨는 4년 전 낳은 첫 아이도 이런 방식으로 팔아 입양 보냈다. 신씨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입양 희망자에게 산부인과 신생아실 앞에서 돈 계산을 하고 아이를 내줬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매개로 부모가 직접 돈을 받고 신생아를 내주는 ‘인터넷 개인 입양’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마치 ‘인터넷 쇼핑’으로 착각할 정도로 입양과 관련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댁’이란 아이디(ID)를 쓴 입양 희망자는 “입양 기관에 신청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 입양하기엔 인터넷이 더 빠르다고 신랑이 말해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아이디 ‘기빼스 ○○○’는 “고모가 자궁근종 수술을 받아 불임이 됐다”며 고모를 대신해 자신의 연락처를 올렸다. 이런 인터넷 글을 보고 불법 입양에 나선 미혼모 최모(20)씨는 생활비를 요구했다. 직장을 구할 때까지만 매달 9만원씩 부쳐달라고 했다. 최씨는 “헤어진 남자친구는 임신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 시기를 놓친 데다 낙태보다는 출산이 자신의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출산을 결심했다. 하지만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 입양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브로커도 등장했다. 40대 입양 브로커 김모씨는 비용으로 1500만원을 제시했다. 산모 몫이 1000만원이고, 자신이 500만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급한 사람에겐 가격을 더 높인다. 김씨는 “입양하는 쪽에서 급하게 나오면 가격이 2000만원으로 뛴다”면서 “암표도 ‘좋은 공연’은 비싸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금전이 따르는 입양은 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을 매매한 부모는 10년 이하 징역을, 알선 브로커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은밀히 진행되는 개인 입양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22일 밤 8시50분, JTBC 에서 돈을 노리고 신생아를 거래하는 ‘인터넷 불법 입양’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

    2012.07.22 01:02

  • ‘외국인 부모’ 둔 장병 속속 입대…10년 후엔 1만 명

    ‘외국인 부모’ 둔 장병 속속 입대…10년 후엔 1만 명

    한국은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6만5006명이다. 국제결혼도 급증해 2004년 이후 꾸준히 연 3만~4만 건에 이른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은 곳에는 먹거리를 비롯한 다양한 이국적 문화가 넘쳐난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학교도 사회도 이들을 맞아들이는 중이다. 다문화 자녀들이 성장해 입대하면서 군(軍)도 다문화 물결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2009년 12월 병역법과 시행령 등을 바꿔 인종·피부색 등의 이유로 현역 입대를 피할 수 있던 규정을 모두 없앴다. 2011년 이후 이들은 속속 군에 입대하고 있다. 현재 200명 안팎이지만 매년 그 수가 늘어나 10년 후에는 1만 명 가까이 될 전망이다. 다문화 시대를 맞아 달라지는 우리 군의 모습을 취재했다.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육군 ○○사단. 면회소 겸 강당인 충일다산관 입구에 ‘하나 되어 충성’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적응을 잘합니다. 군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고요.”사단 본부에서 만난 장병훈 본부대대장(36·소령)은 ‘다문화 부하들’ 자랑에 눈이 빛났다. 장 소령이 칭찬하는 부하들은 채수동·수명 쌍둥이 형제(23).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들이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면서 쌍둥이 형제로는 군에서 처음 맞은 장병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6세 때 필리핀으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을 다니다 자원 입대했다. 지난해 6월 최전방에서 훈련을 받은 뒤 8월 ○○사단에 배치받아 1년 가까이 근무 중이다. 장 소령은 “처음에는 외국인 어머니를 뒀다는 말에 동료 장병들이 다소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며 “고된 훈련은 물론 24시간 병영 생활을 함께하면서 명실상부한 전우가 됐다”고 말했다.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필리핀에서 오래 살다 보니 우리말이 서툴렀다. 어느 정도 우리말을 깨우칠 시간을 벌기 위해 1년이나 입영을 연기한 끝에 입대했지만 처음에는 의사소통 문제로 애를 먹기도 했다.채수동 상병의 직속 상관인 성승훈(37) 상사는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선임병과 장교들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는 등 먼저 다가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엄격한 선임·후임병 사이의 위계질서 등 한국군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해병대 출신 한국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원입대한 만큼 이들은 열정적으로 생활하며 적응했다. 7월 9일 사격 훈련에서 형제가 20점 만점에 19점, 18점을 각각 받아 ‘특등사수’가 되기도 했다. 쌍둥이 형제들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꼭 군대를 가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힘들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의 군 생활 적응에는 지휘부의 배려와 관심도 한몫했다. 드러내 놓고 특별대우하는 일은 없었지만, 개인의 특성에 맞춰 배치 부서를 결정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준용(준장·육사 37기) 사단장은 “당초 일반 예하 대대 배치도 고려했지만 한국 문화나 말에 익숙지 않은 점을 고려해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본부 대대 산하 인근 부서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채 상병 형제 외에도 군에는 다문화가정 출신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6월 초에는 이란계 어머니를 둔 이모 훈련병이 논산훈련소에 입대, 훈련을 마쳤다.일반 장병이 아닌 부사관 탄생도 앞두고 있다. 육군 부사관학교에는 각각 베트남·일본인 어머니를 둔 배준형(22)·한기엽(21) 후보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7월 4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두 사람은 부사관학교 교육이 끝나는 10월 정식으로 임관할 예정이다. 외국인 부모를 둔 부사관의 탄생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배 후보생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대한민국 군인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군에는 200명이 넘는 다문화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가급적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의 수치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장병 개인에 대한 노출도 가급적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다문화 정책 핵심은 이들을 차별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수치를 집계하고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정책 방향과 어긋나기 때문에 비공개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아직은 적은 숫자지만 앞으로 군에 입대하는 다문화 장병의 수는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젊은이 중 올해 징병검사 연령(19세)에 해당하는 사람은 1165명이다. 2016년엔 2000명을, 2019년엔 3000명을 넘어선다. 특히 국제결혼이 연간 3만 건 이상으로 급증한 2004년 이후 출생한 다문화가정 남성이 입대 적령기가 되는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매년 8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정도인 복무 기간을 감안하면, 이때부터는 적어도 1만 명 이상의 다문화 장병이 군에 근무하게 된다.이들은 저출산으로 인해 입대자 수가 줄어드는 군 현실에서 귀중한 인적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20년 남짓 살아온 이들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며, 충성심도 확보된 것”이라며 “군에서 이들을 잘 활용하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다문화 장병들이 크게 늘면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이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다. 다문화가정 관련 활동을 해 온 지구촌사랑나눔교회 김해성 목사는 “생김새나 문화 등의 이유로 차별이나 왕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총기를 다루는 군의 특성상 이런 문제에 대해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두승(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불행히도 우리 국민은 다른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군 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다문화 장병 시대에 맞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다문화 장병들에게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징이나 문구를 없애거나 줄였다. 올해 2월 22일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5조의 입영·임관 선서의 문구에서 ‘대한민국의 군인(장교)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라는 부분을 ‘국가와 국민’으로 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각 군 규정에 인종·피부색 등 다문화 장병과 관련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았다.다문화가정 출신들의 군 복무 적응을 위해 ▶친구·형제 등과 함께 동반입대는 물론 동일부대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다문화 장병의 능력이나 특성에 맞게 통·번역 업무를 맡기거나 해외 파병요원으로 차출하는 등 배려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출신 병장들의 수가 아직은 소수여서 음식·종교 등과 관련된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는 소수 종교 활동의 여건을 보장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군 생활 자체가 다문화가정 출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국방연구원 독고순 연구위원은 “적어도 2년간 늘 함께 생활하는 군 생활은 다문화가정 출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적응하고 이해하는 데 효율적인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07.22 01:01

  • “다문화 장병 따로 관리하는 게 차별, 똑같이 대우할 것”

    “다문화 장병 따로 관리하는 게 차별, 똑같이 대우할 것”

    “다문화 군대 정책의 핵심은 다문화 장병도 일반 장병과 똑같이 대우한다는 점입니다. 그들만 따로 관리하는 것도 차별이기 때문입니다.”김정수 국방부 병영정책과장(해군 대령·사진)의 말이다. 김 과장은 “장병들 앞에 ‘다문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며 “다문화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동등한 대우’”라고 강조했다.-군 다문화 정책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다문화 장병들의 요구 수준에 맞춰 최대한 적합하게 진행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앞으로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바뀔 환경에 따라 정책은 계속 보완해야 한다. 국방부 혼자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연계해 추진할 생각이다.”-정책의 원칙은 어떤 것인가. “일반 장병과 동등하게 대하는 게 기본이다. 다만 이들의 요구를 세심히 듣고, 도움을 요청할 경우 적극 배려한다는 원칙이다. 대부분의 다문화 장병은 자신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 ‘다문화’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다문화’로 분류해 별도로 교육을 시킨다면 이들은 또 다른 차별을 느낄 것이다.”-그래도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필요할 텐데.“예컨대 부대 배치를 할 때부터 이들의 특성이나 희망을 최대한 고려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배치가 끝나면 차별 없이 대우한다. 앞으로 군대에 오는 다문화 자녀들이 점차 늘어날 추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책들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할 예정이다.”-지난해에 병역법을 개정하면서 ‘민족’이라는 표현을 ‘국민’으로 변경했다.“각 부대 내부 규정에 외모 등의 이유로 다문화 장병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많은 이가 우려하는 부분인 종교나 음식 등에 대해서도 다른 장병들과 차별을 두지 않는다. 음식 메뉴를 별도로 편성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 종교 같은 경우에는 다문화 장병뿐 아니라 일반 장병에게도 헌법에 따라 원래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다.”-정책의 효과는 있나.“물론이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다문화 장병들 중 아직 부적응자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이들이 복무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동반입대를 하게 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부대에 배치하는 등 여러 배려를 하고 있다. 그 효과가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외국의 사례는 어떤가“흔히 다문화 군대의 성공적인 사례로 미국을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민으로 형성된 미국의 군대는 처음부터 다문화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우리나라 군대와 비교하기에는 출발점부터 달라 제도 등을 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이 다문화 군대의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2012.07.22 01:00

  • “先軍서 先經정치로… 북 지도부 교체는 진행형”

    “先軍서 先經정치로… 북 지도부 교체는 진행형”

    “북한은 최고지도자 교체가 완성된 것이지, 최고 지도부 교체가 완성된 건 아니다.”북한군 최고 실세로 통하던 이영호 전 총참모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를 설명하며 양시위(楊希雨·58·사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이 한 말이다. 그는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기초한 장본인이다. 당시 6자회담의 중국 측 부대표로 활약했다.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을 역임하는 등 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GK전략연구원(이사장 배정호)이 주최한 ‘한·중 수교 20년과 한·중 협력’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중앙일보 7층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이영호 전 총참모장의 전격적인 실각이 화제다. 권력투쟁으로 봐야 하나.“이영호가 모든 직무에서 해임된 건 대단히 놀라운 사건이다. 북한군 고위인사는 병이 있다고 해서 파면되지 않는다. 보통 죽을 때까지 직책을 유지한다. 2010년 사망한 조명록 총정치국장도 그렇지 않았나. 그래서 이영호 실각과 관련해 권력투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현재 군부의 힘을 줄이고 대신 내각의 권력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교체는 김정일 사망 뒤 김정은 승계로 완성됐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지도부 교체는 이영호 해임에서 보듯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그렇다면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한 것인가.“그렇지 않다.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이다. 두 가지 점을 볼 때 그렇다. 첫째, 지난해 연말 김정일이 갑작스레 사망했을 당시 북한이 보여준 모습이다. 당시 북한 내부의 모든 활동과 업무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이는 북한 지도체제가 상당히 안정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둘째, 지난 4월 북한이 말하는 ‘위성 발사 실험’이 실패했을 때 북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다. 발사 실패 후 곧바로 실패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자신, 내부 안정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쉽지 않은 모습이다.”-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은 뭔가.“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선군(先軍)정치’ 사상이다. 둘째, ‘핵 문턱’을 넘어섰다. 잇따른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치에서 차지하는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높였다. 셋째, 2002년부터 실시한 7·1 경제개선 조치다. 곡절이 많았지만 시장경제 요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넷째,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과도 거래한다는 전방위 외교의 기본전략을 수립한 점이다.”-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반년이 넘었다. 김정일 체제와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먼저 지난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 당시 김정은이 공개 연설에서 인민 생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한 점이다. 그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역사상 지도자가 이처럼 명확하게 인민의 생활고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다. 둘째, 위성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이 보여준 변화된 태도다. 2009년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유엔 안보리가 비난하자 북한은 곧바로 핵실험을 하는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의 비난 뒤 3차 핵실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은 후속 도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올해는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셋째, 최근 북한 정부 관리들이 외자유치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점이다. 이를 종합했을 때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선군정치’에서 경제를 우선하는 ‘선경(先經)정치’로 전략의 중점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맞서지 않고, 올해 핵실험 유보를 발표한 저의가 뭔가.“우선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월 29일 북·미가 합의한 2·29 합의가 깨진 게 아니란 것이다(※2·29 합의에서 북한은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는 대신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국과 한국의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미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전에 미사일 실험 발사 중단, 추가 핵실험 중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외에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허용’ 등과 같은 ‘3+1’의 선행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이 아닌 위성 발사 실험을 했고, 핵실험을 유보한다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3+1’에서 0.5만을 깼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2.5+1’을 놓고 협상 여지가 있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개혁·개방을 권유해왔다. 북한은 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우리는 계속 그렇게 권유하고 있고,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이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시(市)정부 측에선 그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저녁 일정을 공연 관람으로 잡았다. 그러나 김정일은 낮에 이어 밤에도 기업 탐방을 요구했다. 중국 예술가는 평양으로 초청할 수 있지만 중국 기업의 경험은 현장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은 한때 중국의 개혁·개방을 수정주의라 비난했다. 그 다음엔 중국의 경험을 존중한다고 하다가 이제는 찬양한다고 말한다.”-김정은이 관람한 공연에 짧은 옷차림의 북한 여성이 대거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김정은 체제가 개방 노선을 택할 것이라 보는가.“그렇다. 이미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김일성 시대에 생각할 수 없는 시장경제 요소를 채택했다. 평양 시내 곳곳에 개인 운영 상점이 생겼다. 중국에서는 이를 북한의 경제개혁이라 부른다. 김정은 시대엔 더 개방적으로 변할 것으로 본다. 4·15 연설에서 조선노동당의 총목표로 강성국가 건설과 함께 인민이 잘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은 큰 변화다.”-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 북·중 고위급 교류가 거의 없다. 양국 관계가 나빠졌나.“그건 아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내부 문제에 총력을 쏟고 있어 외부 활동을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 교체에 이은 지도부 교체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대교체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6자회담 관련 문제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양국 간의 일상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김정은이 연내에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나.“예측하기 어렵다. 중·북 간 최고지도자 교류는 당 대 당 차원에서 이뤄져 절차가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현될 것이다.”-올가을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열린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양대 전략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 둘째는 한반도의 평화·안정이다. 현재의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공포의 평화’다. 시진핑 시대에도 이런 전략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에만 관심을 가질 뿐 비핵화 실현엔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 그렇지 않다. 안정과 비핵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반도에 핵이 있는 한, 남북은 결코 안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중국 내엔 ‘중·북 관계가 나빠지더라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략파’와 ‘중·북 관계 유지를 위해 북핵을 용인해야 한다’는 ‘전통파’ 간의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북한 문제를 보는 중국인의 시각은 다양하다. 인터넷을 보면 일각에선 ‘김정일 만세’를 외치고, 다른 쪽에선 ‘김정일을 때려잡자’고 말한다. 민간에 전략파와 전통파 구별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이 중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중국이 북한에 할 말이 있을 때는 문을 닫고 말한다. 그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막후에서 북한에 하는 발언 수위는 한국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양시위 1954년 출생. 중국 농민들의 바람인 ‘비가 내리기를 희망한다(希望下雨)’는 뜻에서 ‘시위(希雨)’란 이름을 얻었다. 문화혁명 직후 치러져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는 1977년 대입 시험을 뚫고 랴오닝(遼寧)대 사범대학 영어과를 나왔다. 그가 현재 몸담은 중국국제문제연구소는 외교부 산하 기구로 중·장기 전략 문제를 주로 연구한다. 2005~2007년엔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학자로서 아태 안보문제를 연구했다

    2012.07.22 00:59

  • “북, 12월 한국 대선 이전 군사 도발 가능성 낮아”

    “김정은의 북한은 개혁·개방을 막 시작한 1979년 초반의 중국과 유사하다.”한반도 전문가인 주펑(朱鋒)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과 한·중 협력’ 세미나에 참석했다. 주 교수는 그 근거로 4월 19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의 “경제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하고 내각의 통일된 지휘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제시했다. 북한에는 국민경제를 담당하는 내각의 ‘제1경제위원회’와 함께 선군정치를 위한 경제 지원을 담당하는 국방위원회의 ‘제2경제위원회’가 존재한다. 김정은의 발언은 군부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98년 군부의 비즈니스 활동을 전면 금지시킨 중국과 닮은꼴이다. 주 교수는 12월 한국의 대선 이전에는 북한이 군사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군사도발은 보수정권이 집권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설 정권과의 접촉 또한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쑨저(孫哲) 칭화(淸華)대 중·미 관계연구센터 주임은 ‘동북아 평화 발전을 위한 한·중 협력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한·중 간에 존재하는 ‘전략적 상호 의심’에 대해 우려했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 한국의 반중(反中) 감정, 대만에 대한 유연한 접근 등 중국이 한국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만을 모두 토로했다. 쑨 주임은 그러나 “양국의 핵심 전략 이익은 일치한다”며 ‘소통과 교류 강화’를 역설했다. 그는 “올가을 등장하는 중국의 새 지도자가 만약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토록 한다면 이는 큰 변화의 상징”이라며 “한국의 신임 대통령 역시 중국을 일찍 방문한다면 양국 관계 발전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한편 이날 토론에 나선 류췬(劉群) 중국 국방대 교수는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삼지 않고 있다.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 군사동맹은 통일 이후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한반도의 안정은 내부 사정 못지않게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주변 4강 모두에 새 지도부가 등장하는 2013년이 한반도 운명에 이정표를 찍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07.22 00:57

  • “코끼리 몸매”…남편, 아내 가슴에 비수를 꽂다

    “코끼리 몸매”…남편, 아내 가슴에 비수를 꽂다

    사랑의 조건 중 외모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요. 결혼정보회사 소개를 통해 재혼한 부부가 ‘몸매’ 때문에 트러블이 생겨 끝내 법정으로 갔습니다. 아내의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은 남편 때문에 둘 사이가 벌어졌다는데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용은 각색했습니다.아내(46)의 이야기‘아침엔 샐러드와 저지방 우유 한 잔, 점심엔 닭가슴살과 토마토, 저녁엔 현미밥’ 아, 정말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지긋지긋하다. 이젠 현미밥과 닭고기 냄새만 맡아도 신물이 올라온다. 다이어트 한 달째지만 체중은 바라던 만큼 줄어들지 않는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내가 TV에 나오는 날씬한 여자 연예인들처럼 될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훌라후프를 돌리다가 화가 치밀어 보던 TV를 꺼버렸다. 남편은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소위 ‘잘나가는’ 의사다.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500만원쯤 된다. 2006년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그를 처음 소개 받았다. 내 나이 마흔이 갓 되었을 때였다. ‘돌싱(돌아온 싱글)’이었던 나는 같은 처지의 그와 잘 통했다. 만나고 얼마 안 돼 친지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결혼식도 올렸다. 내가 지방대 교수를 하고 있어 우린 주말부부로 지냈다. 주로 수업을 마친 내가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와 서울 집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곤 했다.결혼해 처음엔 월급을 합쳐 한 사람이 관리해볼까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수입을 각자 관리하고 생활비를 주겠다고 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매달 생활비로 250만원을 받기로 했다. 나도 교수를 하면서 한 달에 500만원은 벌고 있으니 나쁘진 않을 듯했다. 처음엔 ‘경제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가 수입을 관리하게 되리라 생각한 것도 있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얼마 후였다. 문제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터졌다. 여느 때처럼 둘이 주말을 같이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일요일 오전이었나. TV를 보던 남편이 버럭 화를 냈다. “누워있지만 말고, 주말이니까 운동이라도 좀 하라”는 것이었다. 잔소리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남편은 내가 “뚱뚱하다”며 면박의 수위를 높여갔다. 심지어 “코끼리 몸매다. 뚱뚱해서 성욕도 안 생긴다.” “스모 선수 같다”는 말도 했다. 머리가 멍했다. 키 163㎝에 다소 통통한 체격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끼리’ 같다고 여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나이 근처의 아줌마들처럼 나잇살이 적당히 붙어있을 뿐인데. 자존심이 상했다. 지방에 내려가 며칠을 굶어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다이어트는 쉽게 되지 않았다. 남편이 몸매를 들먹이며 스트레스를 주면 줄수록 살은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먹고 싶은 것만 늘어나 폭식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입에서 냄새가 난다”며 잠자리에서 나를 밀어내기도 했다. 참을 수가 없어 병원에도 가봤지만 특별히 ‘입냄새’가 날 만한 질환은 없으니 ‘걱정 말라’는 소리가 돌아왔다. 남편이 몸매를 타박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놓는 생활비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살을 빼지 않는다. 내 말을 듣지 않는데 어떻게 살림을 맡기느냐”며 생활비를 50만원으로 줄여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나 역시 내 직장이 있는 터라 참기로 했다. 남편이 ‘이혼’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였다. 처음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아이에 대한 양육비 문제로 소송을 벌이던 중이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그런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편이 끈질기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주말에 격한 말다툼을 벌였다. 지방에 내려가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남편은 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론 서울에 올라오지 말라’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지난달엔 서울 집에 있던 내 옷과 책가지를 보내왔다. 참을 만큼 참았다. 남편과의 결혼생활 6년. 내가 들은 건 “다이어트 하라”는 잔소리와 모욕감밖에 없다.남편(51)의 이야기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아내는 당당했다. 그 사람도 나도 전문직을 갖고 있어 수입도 안정적이었다. 서로 결혼생활의 실패에 대한 아픔을 공유할 수 있어 말이 쉽게 통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재혼을 결심할 정도였다. 재혼을 하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차를 사주기도 했다. 명색이 교수인 데다 주말부부를 하느라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하니 힘들겠단 생각에 고가의 중형차를 선물했다. 하지만 주말마다 서울 집에 오는 아내는 누워있기 일쑤였다. 건강관리도 좀 하고, 학생들 앞에 서는 교수인데 몸매관리라도 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처음엔 가볍게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까지 피워댔고 일요일엔 늦게까지 잠을 자다 외식만 하고 지방으로 다시 내려갔다. 소파에 너부러져 있는 아내의 모습이 하도 한심해 “코끼리 몸매 같다”고 했는데 아내는 펄쩍 뛰었다. 처음엔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게으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선천적으로 느리고, 정리정돈이나 청결함과는 거리가 먼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내가 실망스러웠다. 집안일에도 게으르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살을 빼라’는 유일한 조언도 듣지 않는 아내가 답답했다. 아내는 그러면서도 늘 생활비를 입에 올렸다. 살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생활비를 달라고 하는 아내가 못미더웠다. 때론 밉기도 했다. 생활비를 줄이자 아내는 식탁에 물건을 내던지며 소리를 질러댔다. 끔찍했다. 아내에겐 나는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 같은 것인가.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아내와 살기보단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법원의 판단은서울가정법원은 이 부부에게 ‘이혼’을 판결했다. 둘 다 전문직을 갖고 있고 재력이 있지만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각각 수입을 관리하고, 자녀가 없는 ‘약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다 한 차례의 말다툼으로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부부가 이혼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모욕을 줬다”는 점을 첫째 사유로 봤다. 법원은 “애정과 신뢰를 쉽사리 저버리고 비교적 사소한 문제를 들어 이혼을 요구함으로써 별거의 원인을 제공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코끼리 몸매’라는 발언 등으로 아내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 점에 대해서도 1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2012.07.22 00:56

  • 미·중이 싸우든 협력하든 한반도는 요동 … 네트워크를 전 세계로 확대할 때

    미·중이 싸우든 협력하든 한반도는 요동 … 네트워크를 전 세계로 확대할 때

    18일 오후 ‘한국사회 대논쟁’ 좌담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교수, 최상연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최정동 기자 관련기사 연중기획 한국사회대논쟁 ⑭G2시대와 한국 외교 최상연 정치에디터=냉전 시대 소련을 잇는 미국의 새로운 대항마로 중국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중국이 2000년대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를 따라잡는 ‘Catch-up 국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현재 국제질서를 G2 시대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거버넌스가 불안해 미·중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건 아니란 얘기다. 먼저 G2 시대란 뭐고, 이를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문정인 연세대 교수=G2란 개념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쓰기 시작했다. 경제 분야에선 미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벅스텐 소장이 개념을 잡았다. G2란 개념은 G7에서 비롯됐는데, 기본적으론 힘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배분되느냐를 보는 것이다. 한 국가에 힘이 쏠려 있을 땐 패권, 두 국가라면 양두 지도체제다. 삼두 체제나 냉전 시대와 같은 양극 체제도 있을 수 있다. G2는 주로 미국에서 쓰는 말이다. 중국 부상은 필연이니, 미국과 함께 세계를 운영해나가자는 뜻에서 사용한다.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싫어한다. 브릭스(BRICs) 국가 수준의 중국에 미국이 부담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 패권을 믿는 학자들은 G2를 난센스라고 본다. 전 세계의 룰을 만들고 결정하는 건 여전히 미국이란 뜻에서다. 그런 점에서 G2는 아직은 하나의 현실태라기보다 미래의 가능태다.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벅스텐 소장은 2004년에 주로 경제 차원에서 G2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미·중이 실질적 G2로 부상했다. 여기에 키신저 전 장관이 안보 차원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전망했다. 중국 학자들은 G2란 개념에 대해 대부분 방어적이다. 미국이 G2를 제기한 게 중국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우게 하고 위안화 절상 등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중국의 명목 GDP는 세계 2위고, 군사비 지출도 미국 다음인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G2 시대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중국 부상과 G2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G2는 현실이 아니라 미래 파워란 이야기도 나왔는데, 파워란 게 다중적이다. 군사력이나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상태가 된다는 건 지난한 일이다. G2를 받아들이는 민감도도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에선 잘 안 쓴다. 중국 영향력을 많이 느끼는 아시아에선 수용도가 크다. 일본은 냉전 시기에 가장 두려운 나라가 소련이었다. 냉전 이후 1990년대부터 소련에서 중국으로 변했다. 그런 위협 인식이 2000년대엔 아주 커졌다. 상징적으론 2010년 중국이 GDP 규모에서 일본을 앞서자 중국의 대국화와 G2를 순응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일본이 중견 국가(미들 파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따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과 가깝게 지내려는 노력이 나타난다.안덕근 서울대 교수=정치에선 라이벌이 대두하면 경쟁이 심화돼 전쟁으로 번진다. 그러나 경제 영역에선 경쟁이 선이다. 경쟁해야 더 좋은 게 나온다. 중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인에겐 기회다. 실제로 한국에서 그랬다. 10년 전 미국에서 IT 거품이 꺼지는 큰 위기가 왔을 때 우리는 중국 시장으로 잘 피해나갔다. 그런 경험 때문에 중국을 어려운 경쟁 상대로 생각하면서도 굉장히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인식도 많다.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양강 체제의 두 국가는 협력할 수도 있지만 갈등할 수도 있다. 이들이 협력해 새로운 룰을 만들면 우리는 배제될 수 있다. 협력하지 않고 싸움을 벌이면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 외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이태환=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경제는 전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우리에게도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한·중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나 아직 우리가 바라는 만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강대국화되면서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미·중의 전체 틀 속에서 한·중 관계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중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경쟁이 심화되는 면도 있으나 미·중 관계가 대립과 충돌로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전제에서 한·중 관계는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북한의 도발 억지나 유사시에 대비해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서로 배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숙종=미·중 관계는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중 관계가 직접적으로 나빠지는 건 한반도와 큰 관계가 없다. 양안(兩岸) 관계, 중국 인권, 티베트 이슈가 크다. 다만 북한 변수는 미·중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처럼 북한 위협이 증가하면 한·미 동맹의 가치는 커진다. 중국이 아무리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도 안보 동맹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하고, 일본은 미국과 동맹하고 있으니 한·미·일이 가까워지는 건 당연하다. 지금은 공교롭게도 중국이 북한 붕괴를 우려해 떠받쳐 주는 형태다. 그런 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이 우리에게 도발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삐걱댈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동맹의 바탕에서 한·중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잘 지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 논리로만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건 단순하다. 북한과 평화가 공존되면 중국과도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이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안덕근=한국 입장도 그렇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경제 교역 대상이다. 한국의 중국 투자가 급증하기 때문에 중국은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면서 과거 우리가 일본을 벤치마킹할 때 쓰던 산업 전략을 펴고 있다. 과거 한국은 중국에 좋은 모델이고 지금 한국은 의미가 큰 파트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전통적으로 북한 위협 때문에 많이 나온다. 그런데 한·중 FTA를 강하게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도 똑같이 북한 때문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산업화를 시작한다 해도 현재 시스템이라면 팔 데가 없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무역을 막아버려서다. 유일한 탈출구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산으로 FTA 통해 수출하는 거다. 문제는 한·미 FTA가 개성공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걸 뒤집는 게 한·중 FTA다. 중국은 긍정적이다. 중국이 받아들이면 EU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다시 다룰 여지도 있다.문정인=한·중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는데도 원만치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개념 계획 5029다. 북한 급변사태 시 한·미가 연합군사 개입을 통해 북한의 안정화 작전을 하겠다는 얘기인데 중국이 이를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가치 동맹이다. 중국은 자기식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나라다. 가치 동맹이라면 미·일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냐란 의문이 나온다. 게다가 6자회담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가장 잘 했다’고 자랑하는 외교 업적이다. 이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게 한국 정부다. 중국 통계를 보면 지난 1년간 한국은 69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일본엔 여전히 무역 적자가 크다. 중국 입장에선 돈은 중국에서 벌어 일본에 갖다바치고 군사동맹은 미국과 한다는 정서가 있다.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를 풀고, 통일의 성격과 방향을 정하는 데도 중국이 중요하다. G2 개념을 떠나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연결돼 있다. 차기 정부가 역점을 쏟아 관리해나가야 할 문제다.이태환=한·중 간의 문제는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적이란 뜻은 양자만이 아닌, 지역적·글로벌 차원의 세계 질서까지 같이 논의하고 협력하자는 얘기다. 이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관계가 한·중 관계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이 2010년부터 아시아로의 회귀 방침을 선언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의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한·중 관계에서 미국을 의식하면서 대미 정책과 연계해 고려하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다. 우리도 한·중 관계에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문정인=중국과 우린 전략적 어젠다를 다뤄본 적이 없다. 북한 핵문제를 제외하고 우리가 중국과 심층적으로 다룬 의제가 뭐가 있나. 북한 문제를 보면 우리가 중국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 편만 든다고 중국을 비난한다. 하지만 중국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포지션만 정해놓고 선언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역지사지 심정으로 중국이 왜 그러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숙종=한국은 중국을 친구로 생각했는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서 중국이 북한을 더 우선적으로 대하지 않았나. 배반감이 당연하다. 한국이 왜 사후에 중국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꾸로 중국이 한국을 배려했다면 왜 남북한에 대해 좀 더 공평하게 나서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한국이 더 잘했어야 한다고 꾸짖기보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더 잘했어야 한다고 본다.정용덕=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란 게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결정하는 외생 변수도 중요하다.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일까. 앞으로 미·중은 어떻게 나갈 것으로 보나. 전망을 해보자.이숙종=일본은 중국 부상에 큰 위협을 느낀다. 우파에선 해외파병 자위대에 집단 교전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절차적 하자가 있는데도 원자력기본법에 ‘안전 보장’이란 문구를 넣어 개정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과 정치·안보적으로 좀 더 협력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군사·안보 논리론 한·일 관계가 가까워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항상 일본보다 중국이 중요했다. 일본과 가까워져 중국을 봉쇄하는 모양이 되면 곤란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한·일 간엔 독도·종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G2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과 중국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상호 인식은 나빠졌다. 하지만 중국이 보는 한국·일본이 보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좋다. 한국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안덕근=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했고, 그것 때문에 한·중 FTA에 속도가 붙었다. 일본은 어려운 입장이다.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한·중·일 FTA를 했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를 하나만 꼽으라면 일본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미국과 FTA를 하기엔 현실 정치의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리가 한·미, 한·EU FTA를 하면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금 일본 국내에선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얼마 전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전쟁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다.문정인=G2가 된 이상 미·중이 싸우든 협력하든 제일 어려운 입장에 선 나라가 한국·일본이다. 거기서 한·일이 협력해야 할 길이 나온다. 그러려면 한·일이 중,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양자 동맹 틀에서 벗어나 공동 안보, 집단 안보에 기초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경제공동체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서 일본은 평화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국이 되려는 야망이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집단적 방어권을 위한 개헌 논의나 원자력기본법에 안보조항 삽입 등은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 한국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 동맹 지상주의로 가선 안 된다. 세 차례 전쟁을 치르고 독일을 통일시킨 비스마르크는 1870년부터 향후 20년 동안 절묘한 균형 외교를 했다. 모든 국가와 선린 관계를 맺어 베를린을 유럽 외교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지금 한국이 그럴 때다. 편 가르기 외교를 하지 말고 같이 가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길이다.이태환=한·중·일 협력 체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동북아 다자협력체제는 6자회담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왜 동북아 협력이 중요하냐면 동아시아 전체 GDP의 90% 이상을 한·중·일이 차지한다. 그래서 한·중·일 3국 협력은 그냥 세 나라의 협력이 아니라 이 지역 질서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의 초석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동북아 3국 협력체제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 한·중·일 협력 사무국이 지난해 서울에서 발족됐다. 한·중·일 협력은 경제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핵 안전 문제를 포함해 공동 훈련하자는 등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도 한·중·일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면서 어젠다를 선정해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최상연=중요한 건 역시 북한 문제다. 차기 정부의 임기 5년 내에 북한 문제가 해결되든,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든, 뭔가 결정적인 국면이 올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북한 문제를 놓고선 G2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올 것이라고 보나. 그럴 때 한국의 차기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이태환=21세기는 정부 간 교류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네티즌들이 같이 움직이고 소통하는 시대다. 미국도 한반도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보듯이 중국 내에서도 의견이 다원화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미·중·일·러와 남북한 모두 리더가 바뀌는 시점이다. 리더십이 달라지면 내년 상반기까진 새롭게 다지는 시기여서 변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2014년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다음 정부는 이런 변화 시기를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정부 대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민간 대 민간 차원에서도 접근해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착 상태에 빠져도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북한 문제도 이슈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 경제 등은 남북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문제는 남북한 차원에서 다뤄지기 어렵다. G2와의 협력이 중요하므로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미·중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안덕근=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의 과제는 세계 경제로 통합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세계 경제로 편입되려면 중요한 계기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다. 그런데 WTO에 가입하는 순간 비차별 대우란 게 있어서 북한에 대한 특혜 무역관계는 맺을 수 없다. 그러니까 더 고립된다.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은 15년 이상, 러시아는 18년 걸렸다. 북한은 특히 정치적 문제가 있어서 상당히 오래 걸릴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북한이 개혁·개방하겠다고 해서 금방 되는 게 아니다. 북한 관료들이 지금 전 세계에서 교육을 받는데 제일 먼저 묻는 건 WTO 문제라고 한다. 주변 국가들이 모두 가입했으니 그럴 게다. 뭘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데, 이제 우리가 북한하고 대화를 재개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중요한 이슈다.문정인=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는 거다. G2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남과 북이 합의해서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남북이 먼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통일의 양태다. 단일민족국가 통일이냐 아니면 연방제냐 혹은 남북 연합이냐의 문제다. 지난 정부까지는 남북 연합이었고, 김정일 위원장도 동의했다. 둘째는 어떤 방식의 통일이냐다. 7·4 공동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기조가 되고 있는 것이 평화적 통일, 남북 합의에 의한 점진적 통일이다. 남과 북에 다 도움이 되는 통일 방안이 바람직하다. 핵심은 체제의 이질성을 서로 인정하고 상호 비방을 하지 않으며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걸 다시 부활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이숙종=그걸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선 핵 포기 문제 때문이 아닌가. 모든 걸 다 해봤지만 핵문제에 걸려 국제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 않나. 워싱턴은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피로감이 커 보인다. 그냥 방기 수준이다. 오바마 정권이 잘해보려 했지만 북한은 미사일과 핵 실험으로 기회를 안 줬다.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정권 색깔과 관계 없이 미국보다는 한국이 지금의 현실을 바꿔 보려는 모멘텀이 큰 것 같다. 그걸 북한이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정리=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도움=문창석(성균관대 철학과)·윤지혜(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인턴기자 

    2012.07.22 00:55

  • 황제 무덤 못잖은 스케일… 죽어서 神이 된 쑨원

    황제 무덤 못잖은 스케일… 죽어서 神이 된 쑨원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맞아 중산릉을 찾은 사람들이 길고 긴 인파를 이루고 있다. 중산릉은 풍수의 명당인 쯔진산(紫金山)에 있는데 쑨원(孫文)이 직접 고른 장지다. 장제스(蔣介石)는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거대한 묘역을 조성했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있는 쑨원(孫文) 묘역이 그렇게 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과 대만 모두 국부로 인정할 만큼 역사적 인물이지만 근대 지향적인 그의 삶이 준 선입견 때문에 묘소는 경건하면서도 검소할 것 같았다.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맞아 쯔진산(紫金山)의 동쪽 사면에 있는 중산릉(中山陵)에는 사람들이 쇄도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인구 밀도는 한국보다 한참 낮다. 한국은 남한만 치면 9만8000㎢에 5000만 명인데 중국은 960만㎢에 14억 명이다. 나라는 100배 정도 큰데 인구는 28배밖에 많지 않다. 중국의 서부가 사막이라고 치고 반만 계산해도 한국이 훨씬 득실득실하다. 그러나 산사태를 일으키는 건 연중 강수량보다는 집중호우이듯이 땅덩어리와 관계 없이 수많은 인구가 일순간 한데 모일 수 있다는 데 위험이 있다. 종종 중국에서 백화점 바겐세일에 압사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산릉에 몰려든 군중을 보고 잘못하면 깔려 죽겠구나 실감이 난다. 하지만 묘역은 이 사람들을 너끈히 수용했다. 중산릉원의 문을 통과하자 묘역을 알리는 패방(牌坊)이 보였다. ‘박애(博愛)’라는 글자가 헌액돼 있어 ‘박애방’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을 통과해 송백의 숲길인 묘도(墓道)를 375m 걸어가자 비로소 정문인 능문(陵門)이 나온다. 능문에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 쑨원 친필 휘호가 걸려 있다. 좀 더 올라가자 ‘중국 국민당 총리 쑨 선생 여기 묻히다. 중화민국 18년 6월 1일’이라고 적힌 비석의 비정(碑亭)이 나왔다. ‘이제 묘실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하나, 둘, 화강암 계단을 올라간다. 모두 392개. 세 개의 문이 있는 제당(祭堂)에 도착한다. 문 위에는 삼민주의의 민족·민생·민권이 각각 헌액돼 있고 그 위에 ‘천하정기(天下正氣)’라고 적혀 있다. 줄을 기다려 제당의 대청으로 들어가니 쑨원의 좌상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한 바퀴 돌고 나온다. 대청 뒤에 원형의 묘실(墓室)이 있고 그 안에 쑨원의 와상이 있지만 최근 무료 개방 이후 인파가 몰려들자 묘실을 폐쇄했다고 한다. 대신 제당 옆에는 묘실 내부사진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늘어서 있다. 보는 데 1위안짜리 동전 두 개를 밀어 넣어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실물의 묘 대신 사진 보고 가라고 한다. 미술관에서 그림은 안 보여주고 화첩을 보고 가라는 것과 같은 허무극이다. 공안들은 소리를 지르며 대리석으로 된 좌상조차 촬영을 금했다. 그래도 항의하는 사람은 없다. ‘런타이둬(人太多·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 한 마디면 중국에선 많은 것이 양해된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렇게 길고 넓은 묘역을 가득 채운 인파를 보고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자신도 인파가 만든 장관의 일부가 된 데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것까지는 아니겠고 재미있어 했다. 제당에서 내려다보자 인파가 시내처럼 멀리 산 아래로 흘러내렸다. 묘실 관람 여부를 떠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나라를 유지하고 밥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산릉에서 20분쯤 서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1368년 난징에 처음으로 통일왕조의 수도라는 지위를 안겨준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명효릉(明孝陵)이 나온다. 주가 생전에 10만 명을 투입해 짓기 시작해 아들인 성제가 완공한 32년 대공사의 결정판이다. 부인인 마씨 부인과 합장한 능 자체만 해도 직경 400m의 바오딩(寶頂)이라는 언덕이고 능을 둘러싼 방성(方城)의 둘레도 22.5㎞에 달했다고 한다. 여기도 묘를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원장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지궁(地宮)에 안치한 뒤 폐쇄하도록 했다. 도굴꾼들이 이미 다 유물들을 훔쳐갔을 거라는 추측이 있지만 폐쇄됐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명효릉을 보고 나서도 여전히 중산릉은 작아 보이지 않았다. 근대 정치혁명 지도자의 묘가 황제의 묘와 비견되고 풍수의 명당인 쯔진산에 나란히 매장돼 있다는 게 마치 양복 재킷에 한복 바지를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난징은 예부터 ‘종산용반(鐘山龍蟠), 석성호거(石城虎踞)’라고 불려왔다. 종산(쯔진산)은 용처럼 똬리를 틀고 있고 석성은 호랑이처럼 엎드리고 있다는 뜻이다. 쯔진산은 해발 448m로 청계산(618m)과 우면산(298m)의 중간쯤 되지만 평지로부터 곧장 솟아서 위용이 있다. 이곳에 처음 묘를 쓴 ‘유명 인사’는 1700여 년 전 난징에 처음 성을 쌓은 오나라의 제왕 손권(孫權)이었다. 그러나 이 터를 탐낸 친일 ‘국민정부’의 수반 왕징웨이(汪精衛)에 의해 파헤쳐지고 1944년 왕 자신이 그 터에 묻혔다. 일본 패망 후 46년 국민당 정부가 다시 파헤쳤고 지금은 매화산 공원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손권의 묘만 날아갔다. 쑨원의 서거 당시 기사를 보면 그의 병상에서 사람들이 장지를 의논할 때 그가 스스로 ‘쯔진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1925년 3월 19일자 신보(申報)에 따르면 쑨원이 임시 대총통으로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에 있을 때 쯔진산에 놀러가서 현재 중산릉이 있는 곳에서 지세를 보고 명효릉보다 훨씬 좋다면서 점지해뒀다고 한다. 쑨원의 임종을 지켰던 사람이 바로 왕징웨이다. 국공합작의 지속적인 추진을 골자로 한 쑨원의 유언을 받아 적은 당사자다. 왕은 그때까지만 해도 쑨원의 충직한 측근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쯔진산이 어디에 있는 산인지 몰랐다. 사실 명효릉에 음습한 기운이 도는 것에 비해 중산릉은 더 높고 햇볕이 잘 들었다. 먼저 고를 수 있었던 주원장은 아마 난징의 도성에 더 가까워서 지금의 위치를 고른 듯하다. 죽어서도 너희들을 굽어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쑨원은 그렇다고 주원장처럼 장대한 묘역을 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에 묻히면서 국민에게 단지 한 줌의 흙을 (뿌려 달라고) 간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풍운아였던 쑨원은 죽어서도 순탄치 않았다. 민생과 민권을 강조한 그의 뜻과 달리 국민당은 중산릉의 설계를 공모하고 착공하고 완공하는 데 4년을 썼다. 그동안 그는 베이징의 향산에 있는 절에 안치돼 있었고 미국인 의사 테일러가 내장을 적출하고 포르말린을 뿌린 뒤 정기적으로 방부 상태를 점검했다. 중국이 가장 힘들 때였다. 외세의 압박이 심한 가운데 나라는 군벌들로 사분오열됐다. 당시 난징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선교사 펄벅의 눈은 예리했다. 권위가 부족했던 장제스가 쑨원의 후계자로 올라서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그의 무덤을 계승의 증거로 활용했다고 봤다.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수백 채의 집과 점포가 장제스의 불도저에 의해 철거됐다. “펄벅은 장제스가 화려한 길을 닦으라고 명령한 그날이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총을 한 방도 쏘지 않은 채 첫 대승을 거둔 날이라고 표현했다.”(『펄벅 평전』, 피터 콘)난징은 우한(武漢)·충칭(重慶)·난창(南昌)과 함께 가장 무더운 4대 화로 중 하나다. 테일러는 5, 6월 운구되는 동안 부패될 걸 우려했고 우려대로 쑨원의 두 손을 뒤로 감춰야 했다. 애초에 쑨원보다 1년 전에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안치된 레닌처럼 얼굴과 몸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유리관에 안치하려고 했지만 유리관은커녕 영결식에 두 손마저 공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중산릉은 이후에도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이 난징을 점령하자 묘역을 파헤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일본군은 성명까지 내며 손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은 장제스가 대만으로 도망갈 때 유해를 가져갈 것을 검토했지만 폭파 과정에서 시신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 포기했고 중산릉은 난징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명효릉의 기념관에는 황제들의 수명이 기록돼 있다. 주원장 71세와 성조 65세, 세종 60세, 신종 58세를 제외하고 나머지 12명의 수명은 이렇다. 26, 48, 38, 38, 30, 41, 36, 31, 36, 39, 23, 35. 마흔을 넘기 힘들다. 마치 이렇게 풍수 좋은 곳에 묘를 크게 써도 후손이 잘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명대 황제들의 평균 수명은 41.2세로 청대의 52.4세나 남송대의 45.6세보다 낮다. 통치자들의 무덤은 그 또는 후계자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 조작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중산릉에 지금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오르는 데는 뭔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는 영웅이 죽으면 사당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사당에 돈을 바치며 소원을 비는 중국의 전통과 잇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마오쩌둥 부적이 팔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죽어서 신이 된다. 홍은택.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는 등 14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NHN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가 있다.

    2012.07.15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