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소멸, 수도권 폭발 ‘국토균형발전’ 역주행

    지방 소멸, 수도권 폭발 ‘국토균형발전’ 역주행

     ━  SUNDAY 진단    여권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7일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지방은 소멸 걱정, 수도권은 폭발 걱정을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최근 온갖 갈등과 절망, 좌절의 원인”이라며 “소멸 위협을 받는 지방에 우선 투자하고 정책을 우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국가균형발전은 시급한 과제며 충청권 광역철도망 등 초광역 발전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국토균형발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를 묶은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000조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1.9%를 기록했다. 그만큼 비수도권 지역의 공동화는 심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86곳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서울만 70개다.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기업 증가-일자리 증가-지역 경기 활성화-지방대 활성화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가 처음부터 끊어진 셈이다. 실제로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2019년 5월 기준 93곳(40.8%)에서 2020년 4월 105개(46.1%)로 증가했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이하인 곳이다. 인구 감소로 30년 내 사라질 위험이 큰 지역이라는 의미다.   수도권 집중을 넘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지역 발전 사업에 쓸 국가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했다. 균형발전예산은 2005년 5조4000억원을 시작으로 점점 늘어나 지금까지 144조원을 투입했다. 사라지는 지방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 이전도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153개 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개별 지역으로 옮겼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등 122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균형발전은 정권 교체기에 공약으로만 등장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육원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자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16%에 그쳤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직원 중 현지에 뿌리내린 사람은 22%에 그쳤다. 균형발전예산도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투자됐다. 안산 고잔신도시와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건설 사업비 3조300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5800억원이 균형발전예산으로 투입됐다. GTX 건설과 신분당선 확장 등 수도권 교통망 확충 관련 69개 사업에 투입된 균형발전예산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교통 및 물류 분야에 배정된 균형발전예산 총액(23조2000억원)의 30% 수준이다. 이들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년 새 두 배로 올랐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대책이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한 셈이다.     해외 거대 도시와 경쟁할 거점 전략 필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지방소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방대학의 몰락이다. 올들어 지방대의 정원 미달 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1학년도 신입생 추가모집은 4년제 대학 162개교에서 2만6129명이었다. 이 가운데 91.4%인 2만3889명이 비수도권 대학에서 나왔다.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8곳 역시 모두 비수도권이다. 이런 상황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대학 입학자 수는 33만명, 전문대는 15만명이다. 2000년대 초반 66만~68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입학자 수가 5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건 1996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올해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24년 미충원 인원이 10만명에 달해 신입생 충원율은 79%에 그칠 전망”이라며 “미충원 인원의 상당수는 지방대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수도권 규제 등을 통한 균형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덜렁 공공기관만 옮기기보다는 관련 민간 기업, 주요 정부기관, 교육기관이 함께 이동해야 기대했던 지역 분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 분산 정책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생물학자인 막스클라이버는 동물의 몸집이 두배로 늘어날 때 에너지 소모는 75%만 증가한다는 ‘스케일의 법칙’을 밝혀냈다. 코끼리는 쥐보다 1만배 무겁지만,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는 1000배면 족하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는 2017년 저서 『스케일』을 통해 이런 법칙이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도시가 두배로 커질 때마다 필요한 도로·전선·가스관·주유소 등 기반시설은 세계 어디서나 100%가 아니라 85%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특허 수, 국내총생산(GDP), 임금 같은 성과도 15%씩 더 늘어난다. 물론 독감 환자 수, 범죄 건수, 오염, 교통 체증 같은 부정적인 결과도 똑같이 15% 더 많이 늘어난다. 도시 집중의 부작용에도 전세계에 메트로폴리스(거대 도시) 열풍이 부는 이유다.   중국은 홍콩-마카오-선전-광저우를 묶은 웨강아오 지역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키우고 있다. 인구는 프랑스와 비슷한 6700만명, GRDP는 1조3800억달러(1560조원)에 달한다. 도쿄-요코하마-치바의 도쿄만 지역은 4300만명에 1조8600억달러(2100조원), 뉴욕 지역은 2340만명에 1조4500억달러(1640조원)이다. 우리도 수도권-충청-부울경을 단일 클러스터로 묶어 웨강아오처럼 개발하거나, 아예 수도권을 집중 개발하고 비수도권은 청정 전원지역으로 유도하는 등의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옮긴다고 지방 일자리·학교·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데만 효과적이었을 뿐 국가 경쟁력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젠 어떤 방식의 국토 발전 전략으로 웨강아오와 경쟁할 것인지 정치권에서 청사진을 내놓을 때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2021.07.03 00:47

  •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한 달 새 18%P 추락…‘천슬라’ 옛말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한 달 새 18%P 추락…‘천슬라’ 옛말

     ━  [SUNDAY 진단] 전기차 패권전쟁   일론 머스크 CEO의 설화(舌禍)에 테슬라도 타격을 입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초까지 폭발적인 상승으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열광시켰던 테슬라 주가가 수개월째 지지부진하다. 올해 초 미국 나스닥에서 800달러대 후반이었던 테슬라 주가는 17일 현재 600달러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을 매수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6개월 간 보유한 서학개미의 수익률은 6.9%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18.7%)와 현대차(28.1%) 등 국내 우량주 수익률에 크게 못 미친다.   실적으로 봐도 테슬라의 부진은 심상찮다. 4월 말 기준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1%로 전월(29%) 대비 18%포인트나 하락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전기차 20만6000대를 팔았다. 2위 GM(2만1000대)을 압도했다. 그런데 미국에서조차 올해 들어선 상황이 좋지 않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월 72%, 4월 55%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GM과 포드 등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머스탱 마하-E’(포드) 등 고성능 전기차를 앞세워 테슬라를 끌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경 외에, 테슬라 주가 약세를 추가로 심화시킨 두 가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중국에서의 위기, 다른 하나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부추긴 ‘오너 리스크’다. 우선 지난해 전체 매출의 21%인 66억6000만 달러어치를 판매해 미국(152억1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이었던 중국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4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2만5845대로 전월보다 27.2% 감소했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국 내 반미(反美) 불매운동으로부터 테슬라 역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국은 이미 테슬라 흔들기와 집중 견제에 나선 상태다. 올 2월 중국의 시장 감독 당국은 테슬라 전기차의 급발진과 배터리 화재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지의 테슬라 측 경영진을 소환해 면담하기도 했다. 3월엔 중국의 일부 군부대에서 테슬라 차량 내 카메라가 보안에 악영향을 준다며 테슬라 차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4월엔 세계 3대 모터쇼에 버금가는 행사인 상하이모터쇼에서 한 소비자가 테슬라 차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적 망신을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악재가 겹치면서 테슬라의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5%로 상하이GM우링(19%)과 BYD(13%) 등 현지 업체에 앞뒤로 협공을 당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테슬라는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도 뜻밖의 불매운동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머스크의 입방정이 화를 자초했는데,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지나친 관심과 표출이 화근이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사업 관련 발표 창구로도 애용하는 머스크는 앞서 2월 8일(이하 현지시간) 트윗으로 “테슬라 차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달 12일엔 돌연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가 많이 사용된다”며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 불과 석 달여 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며 소비자들을 당혹게 했다.   머스크의 오락가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닷새 뒤인 같은 달 17일엔 “의혹에 대해 분명히 얘기하자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전혀 팔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그의 비트코인 시세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3일, 이번엔 “채굴자들이 클린 에너지 사용하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하겠다”는 트윗으로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데 뒤늦게 나섰다. 그 사이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돈트 바이 테슬라’(Don’t buy Tesla)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만큼 여론이 나빠졌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는 신뢰할 수 없는 내레이터가 됐다”며, 그의 입방정이 그가 이끄는 테슬라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 플러스’ 의 출시를 취소한다”고 밝혀 또 한 번 빈축을 샀다. 머스크가 1년 전부터 “현존하는 차량 중 최고가 될 것”이라며 예약 문의를 받던 차종이다. 머스크는 “모델 S 플레이드만으로도 훌륭하므로 플러스 모델은 필요 없다”고 해명했지만, CNN은 “변명”이라고 일갈했다. 관련 업계는 머스크가 과거 장담했던 사양의 모델을 테슬라가 개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글로벌 입지는 경쟁사들의 맹추격으로 가뜩이나 좁아진 상태다. 테슬라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월 기준 고작 2%에 그쳤다. 유럽에선 폴크스바겐과 르노가 전기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선 미국 기업, 유럽에선 유럽 기업들에 각각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사들이 테슬라를 위협할 만큼의 기술력을 쌓으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미 웰스파고은행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전기차 시장 경쟁이 가속화한 상황에서 테슬라가 수요 부족과 각국 규제 등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목표 주가로 590달러를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 내 판매 둔화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 부족, 잇단 사고 발생, 독일 공장 완공 지연 등 문제로 주가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관련기사완성차 업체 생산 늘려 맹추격, 테슬라 '스타링크'로 맞불

    2021.06.19 00:20

  • 완성차 업체 생산 늘려 맹추격, 테슬라 ‘스타링크’로 맞불

    완성차 업체 생산 늘려 맹추격, 테슬라 ‘스타링크’로 맞불

     ━  [SUNDAY 진단] 전기차 패권전쟁   전기차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간 경쟁이 뜨겁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가 뒤쫓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 44만2334대, 폴크스바겐 38만1406대, GM 22만2116대, 현대 19만8487대다. 2018년, 2019년까지만 해도 테슬라의 독무대였으나 어느새 간극이 확 좁아졌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 각 사]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5년께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 생산량에서 폴크스바겐(250만 대)이 테슬라(230만 대)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관측처럼 단순히 생산·판매량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테슬라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기존 메이커의 자동차 생산라인 자체가 테슬라보다 월등이 많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은 특히 세계 곳곳에 있다. 그런데 생산·판매량에서 앞선다고 이들 메이커가 전기차 시장을 완전히 주도할 것 같지는 않다. ‘생태계 구축’에서 이미 테슬라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처음 선보이면서부터 줄곧 ‘테슬라만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 우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배터리 업체로부터 셀(배터리의 기본 단위)만 납품 받은 뒤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직접 생산하면 그 만큼 많은 전기차를 저렴하게 많이 만들 수 있다. 최근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나섰다. 배터리 수급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산 산업까지 넘보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X. [사진 각 사] 테슬라의 또 다른 경쟁력은 전용 충전소다. 테슬라는 주력시장인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테슬라 전용 충전소(기)인 ‘슈퍼차저’ 확충에 힘써 왔다. 슈퍼차저는 현재 전 세계 2만5000곳이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충전소만으로도 기존 자동차 메이커를 한참 앞지르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나 폴크스바겐 등 전기차 패권 전쟁에 나선 메이커들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거나 자체 충전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테슬라를 따라 잡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만 해도 최근 전용 충전소인 이핏(E-pit)을 개발했지만, 아직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설치한 게 전부다.   물론 전용 충전기 외에 환경부 등이 늘리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선 더 빠르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전용 충전소·기를 더 많이 갖춘 업체에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는 SK이노베이션 등 기존의 배터리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형태로 배터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테슬라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폴크스바겐이 지난 3월 배터리 자체 개발·생산을 천명한 것도 그래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사진 각 사] 그런데, 배터리나 전용 충전소·충전기 확대는 사실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선 테슬라보다 늦기는 했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현대·기아가 최근 전기차 생산을 위해 미국에서 8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기존 메이커에 내주게 될까?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는 테슬라보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까지 영역을 넓혀 본다면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테슬라를 따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테슬라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생태계까지 이미 상당부분 구축했다. 이미 전 세계에 팔린 수십만 대의 차량에서 주행 데이터를 전송 받고 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해가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덕분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테슬라는 특히 자신들의 전기차가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도록 ‘스타링크 프로젝트’라는 전 세계 대상 인터넷망 구축 사업도 벌이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약 4만 개의 저고도 통신 위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지금도 지속적으로 위성을 쏴 올리고 있다. 현재 약 1600여 개의 위성이 하늘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위성 신호 수신기를 소형화해 차량에 장착할 수만 있다면 테슬라 전기차는 전 세계 어디서든 최신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거나 주행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는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서 만큼은 테슬라보다 수년 뒤쳐져 있음을 시인한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모든 면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보다 앞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는 도장·조립 불량으로 악명이 높다. 국내에선 ‘단차(段差·조립 불량으로 문과 문 사이 생긴 틈 등)가 있어야 진짜 미국산’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전기차도 결국은 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라는 특성상 완성도가 떨어지면 제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하드웨어는 서둘러 보완해야 할 문제다.   김선웅 오토뷰 기자 관련기사글로벌 시장 점유율 한 달 새 18%P 추락…'천슬라' 옛말

    2021.06.19 00:20

  • “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

    “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

     ━  [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정수연 “납세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주택(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출 과정을 투명하게 하거나 지자체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제주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은 직후부터 줄곧 이렇게 주장해 왔다.   지자체로 이관하면 ‘고무줄’ ‘깜깜이’ 공시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최소한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공시가격을 매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자체 이관 문제 등에 대해 20일 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자체 이양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올해 제주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엔 폐가가 표준주택인 예도 있다. 정부가 만든 지침에는 ‘폐가는 표준주택으로 산정하지 말라’고 돼 있다. 그런데도 폐가를 표준주택으로 한 건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보유세의 기준인 만큼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더 공정해야 하는데, 현장 방문조차 안 한 거다. 지자체가 맡는다면 (제주도는) 감정평가사 등 전담 직원을 따로 고용해 진행할 거다. 그래야 납세자가 납득하지 않겠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자체가 맡고 있는데 지역마다 증감률이 다르다는 등 여러 비판이 있다. “많은 분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지자체가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해 보내면 지자체 공무원은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비준표(比準表)상 계수(係數)를 곱하는 식으로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지자체는 단순히 비준표로 곱하기만하는데, 이걸 지자체가 하는 거고 그래서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나?”   제주도처럼 검증센터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2018년부터 공시가격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는데, 계속 문제가 생기니까 도지사도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거다. 잘못된 공시가격으로 일부 도민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잘못 산정한 공시가격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탈락한다거나 그러면 어찌 되겠나. 미국처럼 철저하게 감정평가를 통해 공시가격을 매겨 납세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도 우리처럼 시세를 준용하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국은 주정부 산하 카운티 지방정부에 과세국이 있다. 과세국 직원의 50%는 감정평가사다. 이들이 감정평가를 통해 공시가격을 매기는데, 감정평가 땐 당연히 시세도 고려 대상이므로 반은 맞다. 틀린 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시세를 따르는 공시가격 ‘조사·산정’이다. 조사·산정의 법률상 의미는 현장조사 및 가격 산정이다. 감정평가가 아니다 보니까 어디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고, 어디는 덜 오르고 이런 문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거래된 집이건, 거래되지 않은 집이건 동등하게 납세자의 주택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평가다. 미국처럼 감정평가로 바꿔야 한다.”   미국에서도 공시가격에 불만이 있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 없을 순 없다.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이 있으면 감정평가사가 직접 한사람 한사람에게 산정 근거랑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설명해준다. 우리는 산정 근거를 설명해 주긴 커녕 의견 제출을 하면 문자 한 통 오는 게 전부고, 의견 제출 자체도 대부분 무시한다.”   황정일 기자 관련기사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아파트 층·면적 같은데 공시가 큰 차이…고무줄 잣대, 깜깜이 산정 탓 불신 초래미 뉴욕주 집 살 때 가격으로 세금 매겨, 집값 올라도 재산세는 그대로

    2021.04.24 00:27

  • 집 살 때 가격으로 재산세 매기기도, 가격 올라도 재산세는 그대로

     ━  [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가 지난해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체포되면서 그의 막대한 재산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체포됐을 당시 머물던 뉴욕 외곽 파운드리지의 저택 가격은 345만 달러(약 38억원)로, 유씨는 2019년 이 집의 재산세만으로 6만5193달러(약 7295만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산관리업체 스마트에셋에 따르면 뉴욕주는 부동산에 0.66~3.49%의 재산세율을 적용한다. 뉴욕주는 부동산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과세한다.    미국은 주마다 재산세 규정이 다르다. 또 각 주마다 지방행정부별로 독립적인 과표를 정하고 있어 지역별 편차가 큰 편이다. 재산세율은 캘리포니아 0.72%, 애리조나 0.61%, 콜로라도 0.55% 정도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재산세를 매입 당시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겨 재산세 상승을 억제한다. 남서부지역은 재산세율은 낮은 데 반해 일리노이 2.87%, 뉴저지 2.39%, 위스콘신 1.91% 등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다. 미국 평균 세율은 1.69% 정도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에 사는 차진혁(43) 주립대학 교수는 “재산세 부담이 큰 편이어서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임대해서 사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50만 달러(약 6억원)짜리 주택을 소유 중이고, 재산세로 연 1만 달러(약 1119만원)가량을 낸다.   미국은 재산세가 높은 나라로 우리 정부가 보유세 강화 때 예로 들었던 나라 중 한 곳이다. 그러나 미국은 소득세에서 재산세 등 지방세 납부액 중 1만 달러까지 과세소득 소득공제와 같은 세금 혜택을 주므로 실질적인 납부 세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종교인·비영리단체·장애인·노인 등에는 재산세를 감면해 준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도 없고, 여러 주가 취득 당시 가격으로 재산세를 산정하므로 한국처럼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상승 문제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택 재산세는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로 나뉘는데, 고정자산세 세율은 원칙적으로 1.4%이고, 가옥과 토지를 별도로 산정해 합산한다. 과표는 한국의 공시가격과 비슷한 ‘주택 평가액’인데, 주택 평가액은 우리와 달리 주택용지의 가치와 전년도 과표, 토지의 깊이·모양 등을 고려해 3년에 한 번씩 측정한다. 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매년 평가하면 세금이 매년 널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표 자체도 평가액 전액이 아니라 3분의 1로 나눠 정한다. 1억엔(약 10억3510만원)에 거래된 일반 주택용지 주택(토지+가옥)이라면 평가액은 대략 7000만 엔, 과표는 3분의 1인 2333만 엔이 된다. 과표에 1.4%의 세율을 적용하면 32만 엔(약 331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도시계획세는 평가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표로 삼아 0.3%의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지방은 도시계획세가 없다.   영국은 재산세율이 4.1%(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잉글랜드는 주택 가치를 A~H 총 8개 등급으로 정하고, 중간 등급인 D등급의 세액을 정해 D를 기준으로 각 등급의 세액을 차등 산정하는 방식을 쓴다. 주택 가치로 등급을 결정하지만, 주택 가치에 직접 세율을 곱하진 않기 때문에 주택 가치와 세액이 비례하진 않는 게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재산세 평가액을 해당 부동산의 연간 가치로 매긴다. 기준은 인근 지역의 부동산 임대료를 따른다. 재산세율이 높아도 과표 자체가 낮기 때문에 역시 우리와 직접 비교가 힘들다. 예컨대 인근 주택의 월 임대료가 2500달러라면, 임대·유지·보수·관리에 드는 비용 1500달러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1000달러를 월 가치로 인정한다. 이를 연으로 환산해 1만2000달러의 가치를 매기고, 이를 과표 삼아 세율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가격에 따른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관련기사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아파트 층·면적 같은데 공시가 큰 차이…고무줄 잣대, 깜깜이 산정 탓 불신 초래“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

    2021.04.24 00:23

  • 아파트 층·면적 같은데 공시가 큰 차이…고무줄 잣대, 깜깜이 산정 탓 불신 초래

    아파트 층·면적 같은데 공시가 큰 차이…고무줄 잣대, 깜깜이 산정 탓 불신 초래

     ━  [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나 집주인의 반발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주택 보유세(재산·종합부동산세)의 과표인 공시가격이 확 올랐는데도 정작 납세자는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불공정하기까지 하다. 예컨대 내 집의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0% 올랐는데, 옆집·윗집은 5%만 오르는 식이다. 주택 공시가격이 ‘고무줄’ ‘깜깜이’라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실제 올해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는 같은 층 같은 면적의 두 가구 공시가격이 다르게 매겨졌다. 매도 호가(부르는 값) 등 시세는 차이가 없는데, 공시가격은 각각 8억9100만원과 9억1000만원이다. 전국 최고 상승률(70.68%)을 기록한 세종시의 한 아파트는 1~2건에 불과한 실거래 건수를 그대로 공시가격에 반영해 상승률이 무려 133%에 이른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지난해 서울 집값 상승률(3.01%)만 봐도 이번 공시가격 상승률(19.91%)과 큰 격차를 보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런 데도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는 단순히 “실거래 자료, 감정평가 선례, 시세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산정 근거나 방식, 시세 반영률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시세는 어떻게 책정하는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모두 비공개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29일 올해 공시가격 확정안과 함께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키로 했다. 기초자료에는 최근 거래사례(층·전용면적)와 계약일자, 거래금액과 시세의 상·하한가 등이 포함된다.   또 어떤 점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책정했는지에 대한 ‘산정의견’이 들어간다. 정부가 기초자료를 공개하면 아랫집이나 윗집·옆집과의 공시가격 차이 이유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기초자료를 공개하더라도 집주인·지자체 반발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흔히 ‘시세’(거래사례)를 두고선 시기, 대상지 등을 어느 정도 참고했는지 등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 기회에 공시가격에 대한 산정 방식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캐나다처럼 ‘감정평가’를 통해 주택의 가치를 매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공시가격은 크게 토지(공시지가)와 주택으로 나뉘는데, 공공성이 큰 토지는 감정평가법인이 샘플인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감정평가해 산정하면 이 가격에 맞춰 주변의 개별 필지의 공시지가를 매기는 방식이다. 조세를 목적으로 한 주택 공시가격은 다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아파트 등)으로 나뉘는데, 주택 공시가격 업무는 감정평가법인이 아닌 한국부동산원이 맡는다. 부동산원은 부동산원법상 감정평가 업무를 할 수 없다. 즉, 주택 공시가격은 감정평가가 아닌 ‘조사·산정’ 방식이다.   그나마 단독주택은 토지처럼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우선 산정한 뒤, 주변의 개별 주택 공시가격을 매기는 방식이어서 납세자 입장에선 공시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준점이라도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표준주택이 없고, 부동산원만 아는 내부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매긴다. 산정 기초자료도 공개하지 않는 데다 ‘기준점’도 없다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인력도 많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원 직원 중 520명이 공시 대상 1421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매기니, 오류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제주도에 따르면 펜션 등 숙박시설인데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세금이 매겨진 예도 있다. 이런 엉터리 공시가격 42개를 솎아내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엉터리로 산정한 공시가격이 보유세의 과표이면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 결정 등 63개 행정 지표로 쓰인다는 점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당장 감정평가 방식으로의 전환이 어렵다면 토지·단독주택처럼 우선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이에 맞춰 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저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따라가는 지금의 공시가격 산정 방식은 왜곡되기 싶다”며 “중장기적으론 감정평가 방식으로 가는 게 맞지만 당장 전환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참여라도 늘려 조사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관련기사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미 뉴욕주 집 살 때 가격으로 세금 매겨, 집값 올라도 재산세는 그대로

    2021.04.24 00:23

  • 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

    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

     ━  [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엉터리 공시가격 동결하라.” “공시가격 동결이 정의냐.”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주택(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와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에서 “공시가격 동결이 정의냐”고 따져 물었다. 14년 만에 최대 폭(전국 평균 19.08%)으로 오른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평균 6.68% 상승했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가 이달 초 국토교통부와 공시가격 오류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최근 서울·대구·부산시, 경북·제주가 공시가격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공시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주택 공시가격이 보유세(재산·종합부동산세)의 과표이자 동시에 건강보험료 책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지자체로선 지방세인 재산세가 늘어 재정 상태가 좋아지지만, 그만큼 커지는 지역민의 반발이 문제다. 주택 보유세는 특히 월급통장에 들어온 소득으로 내야 하는 ‘장바구니 세금’인 만큼 유권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유세가 급등하면 납세자는 교육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주택 보유세는 어느 나라든 조세저항이 가장 심한 세금”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뛸 때마다 논란이 인 것도 그래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2018∼2020년) 간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 신청(확정 전 의견 제출) 건수는 6만7435건으로, 전 정부 3년(2015∼2017년) 728건의 92배가 넘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이 보유세 강화인데, 집값은 못 잡고 세금만 올리니 불만이 큰 것”이라며 “최근의 공시가격 논란도 본질은 보유세 급등에 따른 조세저항”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는 계속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지난해 2030년까지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 로드맵을 본격 적용했기 때문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70.2%다. 공시가격이 뛰면서 보유세 부담은 확 는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3억1700만원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 소유자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66만원 오른 1204만원이다. 종부세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인데, 이젠 1주택자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주택분) 고지서를 받은 1주택자는 2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9000명 늘었다. 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만 해도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6만9000명이었는데, 4년 만에 4.2배가 됐다.   한국의 주택 보유세 부담은 이미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재산세 조세부담율은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보다 1.7배 많았다. 개인소득·부가가치·물품세 등은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재산·법인세만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해 집값·공시가격 급등한 만큼 부담률이 더 뛰었을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공시가격의 역진성과 형평성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항변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감정평가학회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의뢰로 최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집값에 변화가 없더라도 주택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서울 주택분 종부세는 계속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연간 5%씩 내려도 2021·2022년 종부세는 지난해 대비 1조원가량 뛴다. 공시가격 자체가 보유세 과표인 만큼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시가격을 통한 보유세 인상은 위헌 논란도 낳고 있다. 헌법상 세금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의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증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변호사는 “법 집행자에 불과한 정부가 과표를 인상하는 편법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공시가격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의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여당에선 보유세 개편론이 비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동시에 세금·부담금 등 공시가격 용도별로 반영률을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시세의 90%까지 올리더라도 보유세는 공시가격의 80%, 건강보험료는 사회복지 확대라는 취지에 맞춰 이보다 낮게 반영하는 등 용도마다 지수를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관련기사아파트 층·면적 같은데 공시가 큰 차이…고무줄 잣대, 깜깜이 산정 탓 불신 초래“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미 뉴욕주 집 살 때 가격으로 세금 매겨, 집값 올라도 재산세는 그대로

    2021.04.24 00:02

  • ‘사노라면’‘롤린’…힘든 세월 버텨온 대중들 공감

    ‘사노라면’‘롤린’…힘든 세월 버텨온 대중들 공감

     ━  [SUNDAY 진단] ‘역주행송’의 사회학   ‘역주행송’과 관련 있는 가수들.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EXID, 양희은, 박인희, 김광석, 양준일, 전인권, 비. 디자인=이은영 lee.eunyoung4@joins.com, [중앙포토] “내 노래는 꼭 7년쯤 지나야 뜨더라고.” 가수 양희은의 말이다. 1985년 발표된 ‘한계령’은 92년쯤 돼서야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 시작했고, 91년 발표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97년 MBC 베스트극장 ‘사랑한다면 그녀처럼’에 삽입된 후에야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양희은의 대표곡으로 꼽히고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할 정도의 노래지만, 정작 발표 땐 썰렁했다.   브레이브걸스의 예상치 못한 인기로 연일 ‘역주행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역주행송’이란 말만 없었을 뿐, 세월을 거스르듯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인기를 얻는 노래들은 어느 시대나 있었다. 양희은 노래처럼 그 가수의 원곡 버전이 역주행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흔한 경우는 후배 가수가 다시 불러 인기를 얻는 경우다.     김광석의 음반 ‘다시 부르기’에 수록된 ‘이등병의 편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은 모두 가깝게는 5년, 멀게는 20여 년 전에 전인권, 양병집, 이정선이 이미 발표한 노래였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1987)도 윤도현의 99년 음반 ‘한국 록 다시 부르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역주행송이다.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다시 뜨기도   이토록 좋은 노래가 왜 그땐 인기를 얻지 못했을까. 대중문화의 속성상 당대 인기 트렌드를 벗어난 작품이 히트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다. 그렇게 발표 때 ‘망했던’ 작품이 몇 년 후 우연히 드라마 삽입곡이 되거나, 혹은 그 노래의 가치를 기억한 걸출한 후배 가수의 리메이크에 의해 겨우 부활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아주 운 좋은’ 소수에 해당한다. 정말 많은 좋은 노래가, 그저 가요 ‘시장’의 물결에 휩쓸린 채 떠내려가 버린다.   양준일의 ‘리베카’나 비의 ‘깡’은, 늘 존재했던 역주행 현상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나타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방송사 직원들이나 찾아볼 수 있었던 수많은 옛날 동영상과 음원들을 이제 일반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역주행송들이 수시로 생겨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배 가수의 ‘다시 부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수용자의 ‘다시 보기’를 통해서다. 물론, 비웃으며 보다가 ‘1일 3깡’ 하게 되는 ‘깡’과,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감각이 이제야 자기 세상을 만난 듯한 ‘리베카’의 차이는 크긴 하지만 말이다.   양준일 붐은 시대를 앞서간 감각 때문에 뜨지 못했던 노래를 재발견했다는 것 말고도 한 가지의 인기 요인이 더 있었다. 재능 있는 예술인을 그토록 홀대하여 좌절시킨 한국 사회의 몰지각함과 폭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미안하고 안타까워했으며,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반백 살이 된 불운한 삶을 기어이 이겨내 훌륭하게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호감과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브레이브걸스 붐도 그들의 태도와 인성에 대한 감복과 힘든 세월을 버텨온 데에 대한 공감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이번엔 한 가지 요인이 또 더해졌다. 바로 브레이브걸스 노래의 수용 경험이다. 먼지 나는 연병장과 지긋지긋한 뻘밭에서 구르던, 그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함께 했다는 집단적 수용 경험을 ‘롤린’은 건드려주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군대 다시 가는 악몽을 꾸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그 힘든 삶의 한복판에서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목이 터지게 불렀던 그 노래는 가요 시장의 인기와 무관하게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노래의 주인은 창작자와 가수만이 아니라, 그걸 향유하는 수용자 대중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문화사적으로 보건대, 시대를 거슬러 끈질기게 살아남고 부활하는 진짜 드라마틱한 역주행송들은 대개 가요시장 바깥을 경유한 경우다. 한때 대중가요였으나 더 이상 상품으로서 이윤성을 갖지 못해서 ‘바깥’으로 밀려난 노래들, 그러나 그걸 즐겼던 수용자 대중의 귀와 입에서 맴돌며 구전에 구전을 거듭하며 수십 년 살아남는 노래들이 정말 많다. 어떤 노래는 원곡의 흔적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구전가요가 돼버리고, 또 어떤 노래는 그 구전가요 버전이 다시 음반으로 취입되며 극적으로 부활하기도 한다.    ‘바깥’서 구전되다 역주행도   2017년 발표한 ‘롤린’의 뒤늦은 인기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중앙포토] 예컨대, 87년 말 들국화가 취입한 ‘사노라면’은 60년대 후반 쟈니리의 노래인데, 구전의 과정을 거쳐 재취입된 경우다(그래픽 참조). 이제는 박인희의 70년대 버전만 기억하는 ‘세월이 가면’ 역시 박인환 시인의 말년인 56년 방송인 이진섭이 작곡하고 테너 임만섭이 명동 막걸리집에서 처음 부른 노래로, 56년 나애심에 의해 취입됐다. 그 후 계수남, 현인이 부르기도 했지만 주로 지식인들 술자리에서 구전되다가, 70년대 박인희가 낭송을 섞어 부른 버전으로 역주행송이 됐다. 그뿐이랴.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은 30년대 말 김정구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과 ‘앵화폭풍’ 두 곡이 구전 과정에서 뒤섞이고 대폭 변형된 형태로 93년에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이 곡들은 구전 과정을 거쳐 다시 대중가요 시장에 들어온 경우려니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수십 년 사랑받다가 시나브로 잊힌 노래들은 부지기수다. 그 노래들이 가요시장 바깥에서 구전되면서 얼마나 많은 대중의 인생들과 뒤엉켰을까.     학교와 군대와 고아원처럼, 살 부딪치며 긴 인고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했던 곳에서 유독 이런 구전의 노래들이 많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가요시장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깊은 맛을 풍기는 완전히 새로운 노래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니 브레이브걸스 ‘롤린’의 진짜 주인은 다름 아닌, 까까머리 군복 차림으로 엉덩이와 머리를 양옆으로 흔들어대던 이들이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

    2021.04.03 00:02

  • 공공택지는 투기꾼 먹잇감, 1·2기 때 구속만 642명

    공공택지는 투기꾼 먹잇감, 1·2기 때 구속만 642명

     ━  [SUNDAY 진단] 비리·투기로 점철된 신도시 개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토지 매입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다른 신도시는 물론 산업단지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기업, 국회의원 가족, 자치단체 의회 의원, 지방 공무원 등이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 투기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전체로 조사를 확대했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다른 일반 개발도 투기 여부를 적극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비리 역사와 다를 바 없다. 부동산 개발 사업 자체가 땅값 상승을 동반하는 데다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이기 때문이다. 역대 부동산 투기 수사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정보 유출에서부터 LH 직원들처럼 직접 투자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1990년 검찰 주도의 합동수사본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투기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1만3000여 명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 공무원이 131명이나 됐다. 서울 영동·잠실지구(현재의 강남·송파구 일대) 개발 등 더 오래 전의 개발 사업은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 대기업 주도의 투기판이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정부 주도 개발 사업 중에서도 유독 신도시 등 주택 위주의 택지개발사업(이하 공공택지)에 부동산 투기나 비리가 많은 건 인구 유입으로 땅값 상승 폭이 다른 사업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또 공공택지 사업은 토지보상 외에도 토지주나 원주민에게 단독주택용지나 아파트 입주권 등 다양한 보상을 해준다. 공공택지 예정지 땅을 매입한 투기꾼들이 노리는 건 바로 추가 보상이다. 예컨대 개발 예정지 내에 주택을 갖고 있거나 1000㎡ 이상 땅을 갖고 있던 사람에겐 단독주택용지(주거전용·점포겸용)를 우선 공급하는데, 분양가가 4억~6억원(수도권 기준)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예정지 내 맹지(길이 없는 땅)를 싼 값에 사들여 나무를 심거나 집을 지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공공택지는 1962년 울산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도심 주택 수요 분산을 대도시 주변에 대거 개발했다. 서울만 해도 1·2기 신도시 14곳이 있고, 현재 3기 신도시 6곳을 추가 건설 중이다. 신도시보다 규모가 작은 구리 갈매지구, 수원 호매실지구 등 크고 작은 공공택지는 수도권에만 30곳이 넘는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지구도 20곳이 개발됐다. 일반적인 공공택지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경제자유구역이나 혁신도시도 주택이 대거 들어서는 공공택지라는 점에서 투기꾼의 먹잇감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인천에만 송도·청라·영종지구 등 3곳이 있고, 전국 7개 권역에 총 9곳이 있다.   이처럼 공공택지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택지를 대거 추가 지정할 계획인 때문이다. 2·4 대책의 핵심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주택을 최대한 빨리 공급한다는 것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가 불거진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도 2·4 대책의 후속 조치로 발표한 1차 공공택지 예정지다. 정부는 LH 사태에도 조만간 2차 공공택지 예정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모두 털어낼 때까지 공공택지 예정지 발표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차 예정지에서도 광명·시흥처럼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가 적발된다면 정부의 2·4 대책 자체가 붕괴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공공택지와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 필요하느냐는 ‘공공택지 회의론’도 나온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10일 페이스북에서 “땜질식 처방인 공공택지(신도시)는 수도권 집중 현상만 심화하고, 연결도로 신설 등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며 “투기 원천인 신도시 정책을 취소하고 도심 재개발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개발 사업 특성상 공직자의 투기를 완전히 차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이 필요한 만큼 공공택지 개발은 최소한으로 전환하고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 택지개발지구·신도시=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택지다. 수도권 1·2기 신도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공택지가 이 법에 따라 건설됐다. 보통 330만㎡가 넘는 곳을 ‘신도시’라고 부른다.   공공주택지구=지난해 시행한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조성하는 공공택지다. 3기 신도시가 공공주택지구다. 택지개발지구와 비슷하지만 ‘공공’의 역할을 확대한 게 특징이다. 공공주택지구에선 임대주택이 전체 물량의 35% 이상이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혁신도시=해당 지역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하는 특수 목적의 공공택지다. 산업단지보단 주택·상업시설 비율이 높고, 어떤 목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주택 일부를 외국인이나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분양(임대)해야 한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관련기사문 대통령 “부동산 적폐 청산”…변창흠 사의 수용정세균·이낙연, 국민 분노 확산되자 변창흠 교체 촉구잇단 비보에 침통한 LH시흥·광명 원주민들 “평생 농사지은 우리만 바보 됐다”

    2021.03.13 00:31

  • 시흥·광명 원주민들 “평생 농사지은 우리만 바보 됐다”

    시흥·광명 원주민들 “평생 농사지은 우리만 바보 됐다”

     ━  [SUNDAY 진단] 비리·투기로 점철된 신도시 개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도로에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치가 떨려서 잠이 안 와요.” “조상님들이 지금 사태를 보면 극노하셨을 거야.”   한국주택토지공사(LH)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민들은 화가 나 있었다. 과림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모(65)씨는 “부모님께 물려받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던 땅인데, 화가 나서 자다가도 수십 번을 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의 땅과 건물은 신도시 개발 발표로 수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자기 뜻과 달리 고향을 떠나야 한다. 12일 오전 기자가 그를 만난 과림동의 한 밭에는 묘목이 좁은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땅이었다. 김씨는 “나무를 이렇게 심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LH에서 했다는 게 더 황당하고, 어떻게 정부를 믿겠느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000여명을 조사해 LH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명·시흥 지구의 땅을 산 사람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공동 매입한 사례가 드러났다.   9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왕재(71)씨는 “원주민들만 바보가 됐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 농민도 이걸 알았으면 농지를 구입해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전영복(66) 광명·시흥지구과림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가장 공정해야 할 LH 직원들이 주민들 땅을 수용해서 자기 잇속만을 챙기는 데 분노한다”며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사람들에게 감정평가를 어떻게 맡기나”라고 말했다.   과림동은 1970년대에 그린벨트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고, 2010년에는 보금자리 주택사업지구로 지정됐지만, 2015년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이유로 사업 계획이 취소되고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다.   한 주민은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라며 “이제는 투기장까지 됐다”고 표현했다. LH 직원들의 투기는 그래서 ‘배신행위’였다. 주민들은 “역대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었는데 우리를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익수(66) 대책위 부위원장은 “과림지구만이라도 3기 신도시 계획에서 빼든지, 아니면 차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지에 땅을 가졌는데도 왜 이토록 화가 났을까. 과림동 주민 중 일부는 이 일대의 개발 방향을 놓고 취락정비사업(환지방식)을 요청해왔다. 환지 개발은 소규모 구역을 지정해 도로 등을 정비하고 기존 땅 크기대로 다시 토지를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고향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은 지역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지 개발을 원한다고 했다. 한 주민은 “도시가 개발돼 이곳을 떠나게 되면 (너무 비싸져서) 다시 돌아오기도 힘들고,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신도시로 지정되면 원주민들도 번다고 하지만, 수용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양도세·지방세 등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안 부위원장은 “평생 농사지으며 내 동네 살리려는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흥=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관련기사문 대통령 “부동산 적폐 청산”…변창흠 사의 수용정세균·이낙연, 국민 분노 확산되자 변창흠 교체 촉구잇단 비보에 침통한 LH공공택지는 투기꾼 먹잇감, 1·2기 때 구속만 642명

    2021.03.13 00:29

  • 1주택자도 못 견디는 종부세, 1년 새 분납자 4배 늘었다

    1주택자도 못 견디는 종부세, 1년 새 분납자 4배 늘었다

     ━  [SUNDAY 진단] 종합부동산세 폭탄   서울 강남구에 전용 84㎡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정모(55)씨는 지난해 11월 300만원에서 몇 만원 빠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았다. 전년에 비해 두 배 정도로 늘어난 금액이다. 집 시세에 비해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7월(주택)과 9월(토지) 낸 재산세까지 더하면 보유세가 1000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직장인 세 달치 월급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올해는 종부·재산세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정씨는 “애들 학원비 등 쓸 돈이 많아 지난해 말 분납 신청을 했다”며 “투기꾼도 아니고,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 올해부턴 더 큰 폭으로 뛴다고 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종부세 고지서 쇼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 종부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부턴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이 확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법인은 물론 1주택자라도 세율 인상 등으로 올해 종부세는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다. 그러다 보니 ‘투기’와는 거리가 먼 1주택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선 여당과 정부의 반대로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가 무산되기도 했다.   작년 종부세 대상자 중 40%가 1주택자     최근 공개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열린 소위에는 14건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단 1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대부분 1주택자나 고령자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가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실거주자인 1주택자의 부담까지 커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러나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가 지난해 고령자 공제율을 10%포인트 높였고, 합산 보유 한도도 최대 80%로 10%포인트 높였다”며 “추가적인 공제는 개정 법률의 효과와 시장 동향을 지켜본 후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정한 종부세법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리 뜯어고칠 순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인 9억원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종부세는 주택·토지를 개인별로 합산해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을 때 초과분에 대해 매겨 진다. 주택은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6억원 이상에 부과한다. 종부세는 태생 자체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집값은 잡지 못하고, 애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까지 확 늘리면서 집 가진 사람을 겨냥한 ‘증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9년 종부세 납세자 10명 중 4명(37%)은 1주택자였는데 지난해엔 이 비율이 약 39%로 늘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종부세 납세자나 세액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납세자는 2017년 약 40만 명에서 지난해 74만 명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세액 역시 같은 기간 1조8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나눠내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이 올해 초 발간한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종부세 분납(12월과 이듬해 6월 2회에 걸쳐 납부)을 신청한 개인은 8252명으로 전년(1714명) 대비 381.4% 증가했다. 아직 통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지난해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본다.     진짜 문제는 올해부터다. 종부세 부과 기준선(1주택자 9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이 늘어 과세 대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달보다 657만원(0.67%) 올라 9억382만원에 이른다. 집값만 오른 게 아니다. 지난해 0.5~3.2%였던 종부세율이 올해 0.6~6%로 훌쩍 오르는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도 지난해 90%에서 올해 95%로 높아진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주택 공시가격을 2028~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함에 따라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1.7~4.0%에 이를 전망이다. 박정환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 체계가 초과누진세율임을 감안하면 실제 세수는 평균적으로 공시가격 상승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나 법인은 세부담상한선까지 늘거나 사라진다.   정부·여당 반대로 세 부담 완화안 무산   종부세 부담이 느는 건 1주택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00여 만원을 납부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 1주택자는 단순 계산해도 올해 1230여 만원을, 내년엔 2100여 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주택자는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를 구매한 것이여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겨냥한 종부세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여당은 1주택자 종부세 완화와 관련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종부세 대상이 늘자 4·7 재·보궐 선거나 내년 대선·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한 일부 의원들이 종부세 이연제(移延)제 등을 주장하는 반면, 여전히 일부 의원은 완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집값이 너무 상승하면서 (종부세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데 종부세 이연제 도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이용우 의원이 이연제를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회 기재위 소속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은 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연제는 조삼모사식 대책이긴 하지만 소득이 없는 1주택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 국민 61% “집값 오를 것”…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 74% 최고 「 정부가 지난달 4일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여전히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다.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터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4%를 기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적 대답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 부정적 대답은 최고치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40%가 ‘집값 상승·집값이 비쌈’을 꼽았다. ‘효과 없음·근본적 대책 아님’을 꼽은 응답자도 7%였다.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1%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내릴 것’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7%였고, 9%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 전망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9년 3월 20%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째 집값 상승 전망은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집값뿐 아니라 전셋값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년간 전·월세 임대료에 대해 응답자의 62%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고, 8%만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20%는 ‘변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갤럽 측은 “젊은층과 무주택자 중 향후 1년 간 집값과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2%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상승한 24%였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 전화 15% 포함)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관련기사“종부세·임대차법 재산권 침해, 헌법 정신 뿌리째 흔들어”

    2021.03.06 00:32

  • “종부세·임대차법 재산권 침해, 헌법 정신 뿌리째 흔들어”

    “종부세·임대차법 재산권 침해, 헌법 정신 뿌리째 흔들어”

     ━  [SUNDAY 진단] 종합부동산세 폭탄    이석연 변호사는 4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 수가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현 법무법인 서울 대표) 등 법조인 17명은 최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과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은 이미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위헌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이석연 변호사는 스스로를 ‘헌법 수호자’ ‘헌법적 자유주의자’라고 칭하는 헌법 전문가다. 헌법연구관(1989~1994년)·법제처장(2008~2010년)을 지냈고, 그간 수많은 헌법소원을 제기해 40여 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민특법·임대차법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0일엔 조세심판원에 ‘2020년도분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했다. 세금 문제는 절차상 조세심판 청구 절차를 먼저 밟아야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종부세는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2008년 헌재 결정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과거와는 결이 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해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종부세를 확 끌어 올렸다. 그런데, 헌법상 조세의 종목·세율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한다. 법 집행자에 불과한 정부가 과세표준(공시가격)을 자의적으로 인상하는 편법으로 종부세를 인상했다. 이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권력분립의 원리에 어긋난다. 또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인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누진 과세로 공평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종부세법 개정은 국민이 대처하기 어려운 불측의 압살적 조치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민특법·임대차법 위헌 소송도 진행 중인데. “지난해 가을 시작했고, 지금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민특법은 정말 문제가 많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해서 등록했더니 2년도 안돼 혜택을 박탈하고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닌데. 국회는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법을 뒤집었다. 헌법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것이다. 민특법은 전부, 또는 주요 사안이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다. 임대차법은 명백한 소급 적용에 의한 재산권 침해다. 이 두 건은 이르면 올해 말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결정이 빨리 나와야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종부세 위헌 소송은 우선 조세심판청구 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이 좀 걸린다. 올해 종부세(6월 1일 기준으로 연말에 부과)는 내야 한다.”   헌법 전문가가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관심이라기보다는 평생 헌법을 공부한 사람의 소임이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헌법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재산권, 거주이전의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수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민특법·임대차법·종부세법이다. 이들 법률이 헌법정신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인데, 정부와 여당은 왜 이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까. “이른바 ‘가진 자’와 ‘아닌 자’를 편 가르기 하는 것이다. 아닌 자가 더 많으니까 그게 지지율이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거다. 정부가 해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이다. 국가에 큰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행위다. 이게 정부와 여당의 전략이고, 추구하는 체제라고 치자. 어쨌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법을 재정할 수 있는 상당한 권력을 부여 받았으니. 그렇더라도 어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때는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에 맞아야 하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반드시 이 의무를 지켜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줄만 알지 의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독재와 뭐가 다른가. 유신·5공정권 때도 민생 법안만큼은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헌법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 권리나 의무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부·여당은 ‘공약’이니 괜찮다고 한다. “공약이라도 그것을 이행하고 집행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선거 공약은 위헌 여부 검토 없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다. 이걸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했고,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했는데 내가 헌법 소원을 냈다. 수도 이전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수도는 우리의 관습헌법 사항이므로, 수도 이전을 하려면 헌법을 고치던가 국민 투표를 하라는 요구였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특별법 같은 꼼수로 넘어가려고 하려 하면 안 되는 거다. 법치국가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가덕도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위헌 소지가 있음에도 여야 합의로 포장해 통과시켰는데, 이건 ‘타협의 폭력’이다. 향후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이른바 ‘대깨문’(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를 일컫는 표현인데 이 변호사는 하두문(하늘이 두 쪽나도 문재인)이라는 표현을 썼다)이라 불리는 일부 지지 세력만 믿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행위에 대한 대통령의 조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조사를 맡기면서 “주택 공급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해임하지 않고 되레 조사를 맡기는 건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양식(良識)이 무너진 병든 사회가 됐다”고 개탄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관련기사1주택자도 못 견디는 종부세, 1년 새 분납자 4배 늘었다

    2021.03.06 00:29

  • 파월의 저금리 약속에도 시장은 “결국은 긴축”에 베팅

    파월의 저금리 약속에도 시장은 “결국은 긴축”에 베팅

     ━  [SUNDAY 진단] 국채 금리 상승 파장   글로벌 주식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전날 반등했던 나스닥은 25일(이하 현지시간) 3.52% 급락했다. 26일 닛케이(-3.99%)와 코스피(-2.8%)도 크게 흔들렸다. 희비극을 만들고 있는 주역은 미국 금리다. 경기 회복 기대와 인플레이션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금리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말 0.92%에서 25일 1.53%로 급등했다. 지난 수요일 파월 의장이 최소 3년을 언급하며 기준금리의 장기 동결을 시사했지만, 채권시장은 눈앞에 다가온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을 금리에 투영하고 있다.    경기 회복기 금리 뛰면 증시 ‘발작’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금리 상승이 꼭 악재인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의 초기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경기 호전을 주가에 반영해 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곤 한다. 그렇지만 금리가 일정 레벨 이상으로 높아지면 경기 호전이라는 긍정적 요인보다 높아진 금리라는 부정적 요인이 주식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번에는 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까.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기준 1.5% 내외가 중요한 레벨이라고 본다. 1.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쓰기 직전의 수준이다. 실물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했는데, 금리는 코로나 확산 직전보다 높아지면 악재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또 1.5%는 미국 S&P500지수의 배당수익률(1.5%)과 맞닿아 있는 금리 레벨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이 장기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음에도 시장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인데, 중앙은행이 이렇게 기준금리를 정하면 채권발행자의 신용도와 채권의 만기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으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가 결정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의 전반적 레벨이 낮아지고, 기준금리를 높이면 시장금리의 전반적 레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시장금리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만기가 아주 짧은 초단기금리이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 채권의 금리이고,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만기가 7일인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다. 그렇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뿐만 아니라 만기가 긴 장기 채권도 거래된다. 10년 만기 채권을 예로 들면, 10년이라는 시간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긴 시간이다. 10년 동안 전개될 경제활동의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이기에, 궁극적으로 장기 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한 예측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단기 금리는 정책이 결정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장기 금리 급등에는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파월 의장이 공언한 것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단기간 내 긴축정책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시기가 언제든 일단 긴축이 시작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인식이 최근 금리 급등에 투영되고 있다. 올 들어 금리를 결정하는 힘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시장이다. 이는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기 정상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정당한가에 대한 시장의 문제 제기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저금리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발작증상(tantrum)’이 나타나곤 했다. 2011년, 2013년, 2015년, 2018년이 그랬다. 2011년은 금융위기 여파가 걷히며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했는데 이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돌출됐다. 2013년에는 당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을 시사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2015년은 미국 금리 인상이 논의되던 시기였는데, 미국 긴축 우려에 중국이 유탄을 맞으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회자됐다.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조치로 미국 경제가 과열로 치달으면서 인플레이션 발생과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기록했다.    금리 급등하면 성장주 더 큰 타격   파월 의장의 저금리 기조 유지 발언이 하루짜리 반짝 호재에 그쳤기 때문에 미국 금리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은 지난해 3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글로벌 주식시장에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가 급등하면 성장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성장주 주가는 당장의 실적보다 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형성된다.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산물이기에 가시적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의 매력도가 커지고, 성장주의 상대적 매력은 떨어진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이 포진된 다우지수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장기적인 금리와 주식시장의 향방은 어떨까.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을 구조적인 약세장으로 반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벨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금리가 급등하면 주식시장의 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가 받을 충격이 커진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공공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금리 급등은 재정에도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 또 중앙은행이 나설 것이다.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보험용’이라는 명분으로 금리를 낮췄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더 이상 정책금리를 낮출 여력은 없기 때문에 양적완화 확대를 통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확약을 하는 형태로 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만든 저금리 효과에 중독돼 있는 자산시장에는 코로나보다 금리 급등이 더 큰 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1.02.27 00:55

  • “공공 주도 공급은 부동산 사회주의, 군사독재와 똑같다”

    “공공 주도 공급은 부동산 사회주의, 군사독재와 똑같다”

     ━  [SUNDAY 진단] 표류하는 부동산 공급   “섬뜩하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인터뷰 내내 이 표현을 자주 썼다.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설명할 때도, 2·4 대책의 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그는 ‘섬뜩하다’고 표현했다.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은 시장의 기능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것이어서, 2·4 대책의 83만6000가구는 ‘대선 공약’으로 읽히기 때문이란다. 15일 국회에서 김 위원을 만났다. 야당의 단순 공세가 아닌 전문가의 시각에서 진단한 부동산 정책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다. 김 위원은 도시계획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을 거쳐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국토건설·도시계획·주거정책 문제를 다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일산신도시(고양정)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정치권에서 유일한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5일 국회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4 대책에 대해 “사전 청약이나 부지 확보를 두고 ‘주택 공급’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만 확보해 놓고 빵이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전민규 기자 2·4 대책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전 청약이나 부지 확보를 두고 ‘주택 공급’이라고 한다. 빵이 아니라 밀가루만 확보해 놓고 빵이라고 하는 격이다.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2·4 대책은 실상이 없다. 꿈의 정책에 가깝고, 정치적인 정책이다.”   정치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2·4 대책은 내년 대선 공약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숫자 때문이다. 기존 공급 대책까지 다 더하면 200만 가구가 조금 넘는데, 200만 가구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정부로서는 역대 최대라는 상징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미 우리는 1989년 200만 가구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이런 마당에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역대 최대’라고 각인시킬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숫자만 맞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첫 삽은 고사하고 신규 택지 지구지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도 이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상적인 것을 던져 놓고 ‘우리를 뽑아줘야 이걸 할 수 있다’고 지자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선택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출구 전략도 동시에 갖춘 잘 만든 공약이다.”    공공재건축 잘 될거라 보는 사람 드물어   주택 공급이 잘 안 될 것으로 보는 건가. “그렇다. 공공재건축만 해도 정부는 꽤 많은 인센티브를 줬으니 재건축조합이 참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공재건축이 잘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공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재건축 내부 사정을 알면 이렇게 낙관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주택 수요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고령자는 재개발·재건축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이사를 가야하고, 연금으로 근근이 사는데 추가분담금도 내야 한다. 그게 싫어서 현금청산(재개발·재건축 때 보상을 받고 나가는 것)을 하려고 해도 갈 데가 없다. 서울·수도권 집값·전셋값이 급등했으니. 몇 가지 인센티브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이 하면 좀 낫지 않을까. “공공이 하면 13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5년 만에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사업이 착착 진행되다가도 사소한 분쟁이 생기면 멈춰 설 수 있는 게 재개발·재건축이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없지 않나. 공공이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령 집값이 급등하거나 반대로 폭락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아무리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5년 내 사업 완결은 그저 꿈일 뿐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개발은 밀어붙이고 있다. “동자동을 보면 10여 년 전 ‘용산사태’가 떠오른다(용산사태는 2009년 경찰이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던 상가 세입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경찰 등 6명이 숨진 사건이다). 용산사태와 뭐가 다른가. 다르다면 그때는 민간이 개발 주체였지만, 지금은 공공이라는 정도다. 부동산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4 대책 다음 날인 5일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000㎡를 공공주택지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 건물·토지주들은 “정부가 사전 협의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주와 집주인에게 충분한 보상과 설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건물·토지주들은 “사유 재산을 현금청산이라는 방법으로 강탈하려 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대로 민간 개발로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책 때마다 위헌이나, 재산권 침해와 같은 논란이 나온다. “정부는 자신들이 의도한 설정대로 모든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죄악시한다. 이건 운동권 특성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공공이 하면 선(善)이라는 선입견, 아니 신념을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그동안 민간이 개발이익을 독식해왔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에 따라 잘 사는 사람만 더 잘 살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라서 공공이 개발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 싱가포르처럼 토지를 국유화한 상태라면 또 모르겠다. 민간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토지 소유권이나 건물의 재산권을 이런 식으로 정부가 가져가서 하는 건 사실상 불가하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군사독재 시절과 타이틀만 바뀌었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사회적 지위를 쟁취해왔던 사람들인데, 싸우면서 배운다고 그들이 군사독재 시절과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4 대책도 집값 안정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서울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30대가 집을 가장 많이 샀다. 30대는 2017년 이후 집 사는 비중이 확 줄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이른바 패닉바잉(공포 매수)인데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경제력을 고려하면 보통은 40대는 돼야 집을 살 수 있다. 정부가 미래 수요까지 다 끌어온 것이다. 이걸 막아야 하는데 2·4 대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고용·노동·교육 정책과 맞물려 풀어야   집값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나. “런던이나 파리, 뉴욕 등 주요 나라 대도시는 집값이 우리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서울은, 서울이 지닌 가치에 비해 집값이 비싸다.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정부 정책이 자꾸 이상한 곳으로 가니 집값은 올해도 오를 것 같다. 임대차시장 불안도 이어질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는 뭔가. “주택에 한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따라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나라가 없다. 부동산 정책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큰 틀에서 만들어야 한다. 주택 안에 갇혀서 돈의 문제로만, 가격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주택 문제는 고용·노동·교육 정책을 같이 가져가지 않으면 해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재택근무가 보편화한다면 꼭 서울이 아니라 좀 멀리 나가서 살 수도 있는데, 이처럼 고용·노동정책 등과 맞물리면 풀 수 있는 고리가 꽤 있다.”   김 위원은 당장 주택시장 숨통을 틔우기 위해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를 주장했는데 이제는 욕심이 생긴 것”이라며 “돈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취득·양도세와 같은 거래세가 꽤 많이 걷히니까 거래세를 낮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을 현금인출기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취득세는 단일세율로 확 낮추고, 양도세는 다른 소득과 마찬가지로 정상 세율(6~45%)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 매물이 늘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관련기사졸속 계획에 주민 반발, 일부 신도시도 사업 지연 불가피

    2021.02.20 00:02

  • 이란 권력 핵심 혁명수비대, 대미 협상력 높이려 ‘꼼수’

    이란 권력 핵심 혁명수비대, 대미 협상력 높이려 ‘꼼수’

     ━  [SUNDAY 진단] 한국 유조선 나포 속셈   혁명수비대가 2019년 9월 테헤란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1월 4일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항해하던 한국 선적의 화학제품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호르무즈 해협 북측의 자국 항구인 반다르아바스에 억류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란 당국은 해양오염을 내세우지만 수긍하기 쉽지 않다. 이란 당국이 근거를 내놓지도 못하는 건 물론, 인근에서 유출 사고 소식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오염이 있었다면 피해를 파악하고 원인을 조사한 뒤 인도적으로 선원들을 풀어주고 필요한 조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란 국내 반응은 결이 사뭇 다르다. 혁명수비대는 헬기와 고속정을 동원하고 무장 병력을 승선시켜 한국의 비무장 상선을 나포하는 장면을 영화처럼 촬영해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과 민영 타스님 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왜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을까. 현지의 일부 보도를 보면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2002년 창간된 개혁성향의 일간지 에트마드는7일자 4면 톱으로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본사 사옥 사진을 싣고 ‘도둑맞은 이란인 지갑’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가 개설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은 이란산 석유 수출대금 70억 달러를 동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 돈이 미국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에 흘러가면 미국은 해당 금융기관이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다. 국제금융 기능이 마비되면 3조5000억원의 자산에 1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한 우리은행이나 3조2000억원 자산에 9300여 명이 일하는 기업은행이 흔들릴 수 있다.    ‘도둑맞은 이란인 지갑’ 이란 일간지 보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란이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재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선박을 나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란핵합의는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그리고 유럽연합(EU)이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핵 활동을 중지하면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17년 1월 들어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3가지를 추가로 요구했다. 첫째, 2025년 10월 18일까지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는 조항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그 뒤 핵 개발을 할 수 있다며 이의 철폐를 요구했다. 둘째가 탄도미사일 제한의 추가다. 셋째는 핵사찰 대상을 군사시설을 포함한 이란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이란이 응하지 않자 미국은 2018년 5월 8월 핵합의에서 단독으로 탈퇴하고 금융거래·무역 금지 등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이 응할 수 없었던 것은 탄도미사일도 제한과 군사시설 사찰 조항이 권력 중추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체제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력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란은 국민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 위에 이슬람 시아파 법학자들이 뽑은 최고지도자(라흐바르무하잠)가 군림하는 독특한 권력 체제를 유지한다. 최고지도자는 행정·입법·사법을 감독하고 선출직과 법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임면권을 보유한다. 이란은 이를 종교와 권력의 견제와 균형으로 설명하지만, 서구에선 종교 우위의 신정 체제로 본다. 현재 최고 지도자는 알리 하메네이로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 루흘라 호메이니가 별세하자 뒤를 이어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82세여서 후계 경쟁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란 체제를 ‘옹위’하는 핵심이 바로 혁명수비대(세파·병력 19만명 추정)다. 지역방위를 맡은 국군(아르테슈·병력 35만~55만명 추정)과 함께 정규군을 형성한다. 한 나라에 선출된 권력 위에 종교 권력이 있고, 군대도 2개인 셈이다. 혁명수비대는 기동전·특수전과 해외작전 그리고 보안 활동을 통한 정권 호위 임무를 맡는다. 최고지도자는 국군과 혁명수비대 모두의 최고사령관을 겸한다. 한국 선박을 억류한 혁명수비대는 군대 수준을 넘어 막후에서 이란을 좌우하는 딥 스테이트인 셈이다. 해결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이란 일간지 에트마드는 한국의 은행 본사 사옥 사진을 싣고 ‘도둑맞은 이란인 지갑’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홈페이지 캡처] 혁명수비대의 속셈은 무엇일까. 지난해 7월 영국 유조선을 불법 항해라는 황당한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해 65일간 억류하면서 상당한 ‘전과’를 올린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 직전 시리아로 향하다 지중해 입구의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EU의 대시리아 제재위반 혐의로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 석방과 사실상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혁명수비대는 이란 국민에게 존재 이유를 각인시켰다. 이번 한국 선박의 나포와 억류도 영국 유조선 억류의 데자뷔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일까.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6월 18일로 예정된 이란 대선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는 이슬람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신정체제에 순응하는 인물일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서도 보수파와 개혁파가 별도로 존재한다. 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시아파 사제로 이란에선 개혁파 정치인으로 통한다. 이번 대선에선 2005~2013년 대통령은 지낸 강경 보수파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출마가 유력하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에서 아마디네자드가 37%로 1위를 차지했다. 보수파인 무함마드 갈리바프 전 테헤란 시장은 10%의 지지를 얻었다.   둘째는 코로나19 사태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란은 1월 8일 현재 확진자가 126만 명에 사망자가 5만5000명에 이른다.   셋째가 경제난으로 인한 국민의 불만 고조다. 이란 경제는 2018년 미국 제재의 부활과 국제적인 저유가, 그리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계속 뒷걸음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2018년 -5.4%, 2019년 -7.6%에 이어 2020년에는 -6.0%로 추정된다. 주요 외화획득원인 석유와 가스의 수출과 관광객 유치가 발목이 잡혀 있다. 이란으로선 어떻게든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해 숨통을 열고 한국 등과 협의해 백신을 구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선박 억류는 합리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특히 오는 20일 취임할 조 바이든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79년 11월 4일 벌어져 444일 만인 81년 1월 20일 끝난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에 대한 악몽을 떠올릴 수 있어서다. 당시 바이든은 연방상원의원으로서 같은 당 소속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미국인의 이란에 대한 원한과 대이란 강경 여론·정책의 뿌리가 당시 인질극에서 비롯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미·이란 사이서 현실적 외교 필요   이란이 만일 선박 억지 억류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고 시도한다면 이에 대한 반면교사도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자국을 불량국가로 거론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2009년 1월 20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자 몸값을 올리려고 시도했다. 그해 4월 5일 우주 발사체라 주장하며 은하 2호 로켓을 발사했는데, 미국은 이를 대포동 2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봤다. 북한은 그해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위한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간주했다. 북한은 한술 더 떠 그해 11월 3일 8000개의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핵무기 제조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쟁도, 협상도 아닌 진지전·장기전을 준비했다. 2010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전략적 인내’ 전략을 제시했다. 북한의 도발을 무시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경제제재로 고사를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이렇게 미국과 대화와 협상 통로를 스스로 막았다. 손실은 고스란히 봉쇄를 당한 북한의 몫이었다.   이란은 이러한 과거 사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평화롭게 항해하던 한국 선박을 억류하는 ‘꼼수’로는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다. 이란 국민이 백신을 구하기도 더욱 힘들어진다. 게다가 새로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력을 높이기는커녕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낀 게 아니라, 다급한 이란이 스스로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에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협력할 일을 찾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1.01.09 00:23

  •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적어, 사상 최악 전세대란 온다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적어, 사상 최악 전세대란 온다

     ━  [SUNDAY 진단] 부동산 잡힐까, 오를까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지구 예정지. [연합뉴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부동산시장’. 지난해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정부가 7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무용지물이었다. KB국민은행 통계로 연간 8.35% 올랐는데,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무주택자의 ‘패닉바잉(공포 매수)’이 이어졌고, 느닷없이 등장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임대차시장은 폭발했다. 올해는 어떨까. 대표적 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에게 전세난 등 올해 부동산시장을 관통할 6개 키워드에 대해 물었다. 김 소장은 ‘빠숑’이란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인기 유튜버다. 그의 유튜브 채널 ‘빠숑의 세상답사기’의 구독자는 11만1000명에 이른다. 양 소장은 『사야 할 아파트, 팔아야 할 아파트』(2018), 『나의 꿈 월세로 천만원 벌기』(2015)의 저자로 부동산 컨설턴트·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  1 영끌·패닉바잉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 김현동 기자 ▶김학렬 소장=일부 지역에선 지난해보다 더 심한 패닉바잉이 나타날 수 있다. 전셋값이 올해에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름폭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전셋집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아파트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로 옮기거나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기거나 집을 사야 한다.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서울·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올해에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공급 부족,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시장엔 대기 수요도 적지 않다. 정부 정책도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지방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올해도 집값은 오른다.   ▶양지영 소장=패닉바잉이 나타나는 이유는 임대차 시장 불안 등의 원인이 크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한몫 한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집값이 줄기차게, 너무 많이 올랐다. 선뜻 집을 사기엔 망설여질 정도인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 등으로 올해는 (상승세가) 멈추거나 내릴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할 것 같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해처럼 무차별적인 패닉바잉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시장에 대기 수요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수요보단 공급(매물)이 늘면서 상승세가 멈출 것 같다. 지난해에도 종부세가 많이 늘었는데, 올해엔 더 부담이 커진다.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주택자나 법인 소유 주택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 결국 시장에 공급이 늘어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올해 종부세가 대폭 오른다. 2주택자는 종부세율이 지난해보다 0.1~0.3%포인트,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세율이 0.6~2.8%포인트 오른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은 6% 세율을 일괄 적용한다.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적용비율도 지난해 90%에서 95%로 인상하고, 공시자격 자체도 오른다. 올해부턴 또 분양권이 주택 수에 포함돼 양도세가 무거워지는 등 보유세 뿐 아니라 거래세 부담도 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  2 보유세   ▶양 소장=종부세 납부 대상일인 6월 1일 이전까지 종부세 회피 매물이 계속 나올 텐데, 결과적으로 이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 같다. 매물은 느는데 수요는 준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쌓이기 시작하면 패닉바잉이 잦아들고, 집값 상승세도 멈출 것으로 본다. 지방 일부 지역에선 집값 하락폭이 꽤 클 것 같고, 강남 등 서울 인기 지역도 매물 적체를 피하기 힘들 것 같다.   ▶김 소장=보유세 부담이 확 커지는 건 사실이고, 이에 따른 보유세 회피 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정도까진 아니라고 본다.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많은 다주택자가 이미 움직였다. 시장에 대기 수요도 많다. 매물이 적체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양지영 R&C연구소장. 신인섭 기자  ━  3 전세난   ▶김 소장=올해에는 더 심각해 질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계약 시점이 돌아올 텐데 입주 물량은 없고, 기존 전세 물건도 유통이 안 된다. 정부는 ‘전세 총량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신규 임대차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다. 임대차 2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사상 최악의 전세난을 경험할 수도 있다. 임대차 2법을 없애야 한다.   ▶양 소장=김현미 전 장관의 말처럼 집이 빵이라면 밤새 만들어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올해에도 전세난은 이어진다. 더구나 서울은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이 2만8800여 가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엔 또 절반으로 준다. 전세는 정말 답이 없다.     ━  4 사전청약   ▶양 소장=3기 신도시 또한 패닉바잉을 잦아들게 할 요인인데, 정부 의도대로 매매 수요를 붙들어 두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3기 신도시 물량의 절반 정도가 공공임대인데 이는 지금 시장에서 원하는 주택 형태는 아니다.   ▶김 소장=사전청약이 문제가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를 봐야 할 것 같다. 정부는 3기 신도시에서 약 2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지난해 말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청약 때 1순위에만 50만 명이 접수했다. 하남시 감일지구 청약자도 20만 명을 넘었다. 그만큼 주택 수요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 물량이 결코 적은 물량은 아니지만, 집값을 잡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가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린다는 데 말이 안되는 소리다. 역세권 땅은 거의 대부분 민간 소유인데, 주인들이 땅을 내놓겠나? 특히 이런 요지 땅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예가 많다(예컨대 땅 주인이 여럿이거나,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개발이 쉽지 않다. 결국 변두리의, 누구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지역에서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  5 변창흠 장관   ▶김 소장=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뀌었지만,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변 장관의 임기는 사실상 올해 1년이다. 1년이면, 중·장기적인 대책은 내놓을 수 없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본다. 그리고 변 장관 자체가 문 정부의 정책 계승자여서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양 소장=기존 정책을 좀 뒤집어야 할 시점인데, 변 장관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되레 규제를 강화해 시장을 더 복잡하게 할 것 같다. 변 장관이 추진 중인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는 그냥 공공임대여서 시장이 원하는 주택 공급과도 거리가 멀고, 김 소장 말씀처럼 시간도 없다.     ━  6 무주택자   ▶김 소장=전세난이 이어진다고 보면 결국 기존 전셋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을 눈여겨보는 게 현실적인 해답이다. 결국 서울과 접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도로·전철 등의 기반시설을 갖춘 수도권이다. 지난해 좀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던 김포·고양(일산)·파주시 집값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인데, 올해 사상 최악의 전세난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지역을 찾아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게 현명해 보인다.   ▶양 소장=올 상반기 시장 흐름을 지켜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세금 회피 매물이 꾸준히 나온다면 집값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이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아 보인다. 지역은, 강남이라면 좋겠지만 다 강남 집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을 기준으로 집값에 맞춰 정해야 한다.   황정일 기자, 사진=신인섭·김현동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21.01.0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