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시(詩)와 사색] 아침 샛강

    아침 샛강 장철문   아랫도리가 풀리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한 보름 밤낮없이 일하고 막 놓여난 아침, 아침 안개 속에 샛강을 본다 조용히 모래톱을 쓸고 가는 샛강, 내게도 이런

    중앙선데이

    2024.04.20 00:01

  • [시(詩)와 사색]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이영재   유리컵은 깨지기 직전이다 유리컵은 유리로 이루어져 있어 깨진다는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리컵은 깨지기 직전이다 유리컵이 놓인 이곳은 이곳이다

    중앙선데이

    2024.04.13 00:01

  • 호스티스 소설 밀어낸 이 작품…사람의 아들이 80년대 열었다

    호스티스 소설 밀어낸 이 작품…사람의 아들이 80년대 열었다 유료 전용

    1987년 『사람의 아들』을 장편으로 개작한 후 잡지 인터뷰하는 모습. 그 전해에 지금 거주하는 경기도 이천에 작업실을 장만해 내려와 지냈다. 사진 이재유 「 3회. ‘출세작’

    중앙일보

    2024.04.07 15:29

  • [시(詩)와 사색] 높은 봄 버스

    높은 봄 버스 심재휘   계단을 들고 오는 삼월이 있어서 몇 걸음 올랐을 뿐인데 버스는 높고 버스는 간다 차창 밖에서 가로수 잎이 돋는 높이 누군가의 마당을 내려다보는 높이 버스

    중앙선데이

    2024.04.06 00:01

  • [시(詩)와 사색] 옛날 사람

    옛날 사람 곽효환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

    중앙선데이

    2024.03.30 00:01

  • [시(詩)와 사색] 시집의 쓸모

    시집의 쓸모 손택수   벗의 집에 갔더니 기우뚱한 식탁 다리 밑에 책을 받쳐놓았다 주인 내외는 시집의 임자가 나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차린 게 변변찮아 어떡하느냐며 불편한 내

    중앙선데이

    2024.03.23 00:01

  • [시(詩)와 사색] 길

    길 황규관   ……뜻은 내 것이 아니었고 꾸었던 꿈도 내 소유가 아니었는데 지나온 길 위에 남긴 흔적에 왜 가슴은 식을 줄 모르는가 멈추자 해도 가야 하고 머물자 해도 떠나야 하

    중앙선데이

    2024.03.16 00:13

  • [시(詩)와 사색] 우리의 천국

    우리의 천국 박서영   기분 좋을 때 염소의 눈은 수직에서 수평이 된다. 그때 날아가버린 어린 새가 돌아와 뿔에 앉는다. 아가의 맨발 같은 것. 염소의 수염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

    중앙선데이

    2024.03.09 00:01

  • [시(詩)와 사색] 의외의 대답

    의외의 대답 천양희   내가 세상에 와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말보다 침묵으로 말하겠다 강변에 나가 앉아 물새야 왜 우느냐 물어보았던 것 나는 왜 생겨났나 생각해보았던 것

    중앙선데이

    2024.03.02 00:01

  • [시(詩)와 사색] 소주병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

    중앙선데이

    2024.02.24 00:01

  • [조세린 클라크의 문화산책] 디지털 시대의 향수

    [조세린 클라크의 문화산책] 디지털 시대의 향수

    조세린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 고향 알래스카에서 겨울 동면 휴가를 보내고 최근에야 한국에 돌아왔다. 알래스카에 도착해 18시간의 시차에 적응하고 늦은 오전의 일출 시간에 맞춰

    중앙일보

    2024.02.22 00:35

  • [시(詩)와 사색] 결이라는 말

    결이라는 말 문성해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바람결 잠결

    중앙선데이

    2024.02.17 00:01

  • [시(詩)와 사색] 숲

    숲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기합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

    중앙선데이

    2024.02.03 00:20

  • [시(詩)와 사색] 겨울 편지를 쓰는 밤

    겨울 편지를 쓰는 밤 박남준   무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내리던 날들이 지나갔다 툇마루에 떠다 놓은 물이 꽁꽁 얼음이 되는 날들도 있었다 그 겨울밤 문밖에 나서면 쩡쩡거리는 소리가

    중앙선데이

    2024.01.27 00:01

  • [시(詩)와 사색]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

    중앙선데이

    2024.01.20 00:01

  • [시(詩)와 사색] 거미줄

    거미줄 정호승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

    중앙선데이

    2024.01.13 00:01

  • [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환골탈태(換骨奪胎)와 황정견

    [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환골탈태(換骨奪胎)와 황정견

    오는 4월10일 실시하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직원들이 설치한 선거일 현황판이 현관 앞에 세워져 있다. 송봉근 기자

    중앙일보

    2024.01.09 06:00

  • [시(詩)와 사색] 기적

    기적 마종기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오는 하늘 향해

    중앙선데이

    2024.01.06 03:06

  • [시(詩)와 사색] 먼 강물의 편지

    먼 강물의 편지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내 사

    중앙선데이

    2023.12.30 00:01

  • [시(詩)와 사색] 겨울 사랑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중앙선데이

    2023.12.23 00:01

  • [시(詩)와 사색]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 신경림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멸치 국물 냄새가 난다 광산촌 외진 정거장 가까운 대폿집 손 없는 술청 연탄난로 위에 끓어 넘는 틀국수 냄새가 난다 산동네에 부

    중앙선데이

    2023.12.16 00:01

  • "조선 이 사나운 곳아" 여성다움 거부, 자유연애 외친 김명순

    "조선 이 사나운 곳아" 여성다움 거부, 자유연애 외친 김명순

     ━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근대 여성혐오 피해 본 신여성   “조선아 내가 너를 영결할 제/…/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구/그래도 부족하거든/이 다음에 나갓

    중앙선데이

    2023.12.16 00:01

  • [시(詩)와 사색] 파사드

    파사드 박세미   벽에 문이 그려져 있다 손잡이가 그려져 있다 문을 열려고 하면 문은 열릴 것이다 믿으면서 벽 앞에 섭니다   거울 내부에서 당신이 나를 향해 걸어올 때 뒤돌아보

    중앙선데이

    2023.12.09 00:01

  • [시(詩)와 사색]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중앙선데이

    2023.12.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