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에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그림여행기 <나의 서른이 좋다>를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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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추억보다 중한 이것...집을 비우니 숨 쉴 구멍이 생겼다 [퍼즐]
통화를 끝내고 빨래를 걷으러 베란다로 나가자, 집에서 보낸 배추와 사과, 가을 무가 발에 걸렸다. 베란다 문을 닫으면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속은 엉망인 모습, 이게 내 진짜 모습은 아닐까? 정리되지 않은 공간이 나의 진짜 모습처럼 느껴졌다. 동생은 새로 산 화장품이 피부에 맞지 않으면 버리거나 나눠주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억지로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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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5평 원룸이면 혼자 살기 충분?…적어도 몇 년은 살아봐라
‘5평 원룸이 충분하다’라는 말은, 적어도 그 공간에서 몇 년은 살아본 뒤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는 얼마의 공간이 필요할까? 얼마 전, SNS에서 청년 주택의 기준 평수가 5평이라는 것에 여러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니 5평이면 충분하다는 그런 이야기는, 적어도 그 공간에서 몇 년은 살아보고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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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1월에 쓴 새해 목표 얼마나 이루셨나요?
연초에 세운 커다란 목표들을 이루지 못해 괴로운 마음이 들 때 지난해의 다이어리를 읽어본다. 7월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무렵, 더 오래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 말하자면 나는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것보다 조금씩 새로운 습관을 쌓아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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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감을 믿지 말자’…2만2000보 걸은 후 깨달은 것
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강의를 들으며 ‘임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임장’이란 ‘현장에 임한다’라는 뜻으로 직접 발품을 팔아 그 지역을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그 외에도 부동산에 전화해 인터넷에 올려진 매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는 ‘전임(전화 임장)’, 그리고 직접 매물을 보는 ‘매임(매물 임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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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딱히 쓸 일도 없는데”...마흔 넘어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
이곳을 여행 일정에 넣은 까닭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밤마다 캠프파이어를 하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이라는 가이드북의 설명 때문이었다. 딱히 쓸 일이 없는 영어를 왜 공부하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읽고,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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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토요일의 친절함이란…버티는 삶과 이기는 삶 그 사이 어디쯤
병원에서 토요일 근무는 체력과 정신 단련의 장이다. 그렇다면 토요일은 치료사들이 모두 근무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체력과 정신을 단련하더라도 사실은 격주로 쉬고 싶다. 그리고 한참 예민하던 지난 몇 달간의 나에 대해, 이 병원에서 근무한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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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70만원짜리 한강뷰?…여의도 불꽃축제가 남긴 씁쓸함
남산에 놀러 갔는데 마침 그날이 불꽃 축제를 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몇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 불꽃을 봤다. 비교적 조용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그곳도 푸드트럭과 음악소리,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공원이 가득 차 있었다. 7시가 가까워지자,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고, 통로에도 사람들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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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삶은 땅콩 덕분에 알게 된 아빠의 사랑
볶은 땅콩이나 조림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삶은 땅콩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토마토, 아빠가 좋아하는 얼갈이배추, 동생이 좋아하는 밤고구마, 내가 좋아하는 땅콩, 그 외에도 가지나 고추 등을 작은 땅에 나누어 심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젊고 단단한 아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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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돈 안 되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이게 나의 미소서식지
내가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아프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내가 만든 블로그의 이름은 ‘키친 테이블 드로잉’인데,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에 나온 ‘키친 테이블 노블’에서 가져왔다.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블 노블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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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9월23일이 오면…그해의 패자부활전 ‘100일 프로젝트’
9월 23일에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12월 31일에 딱 100일이 된다. 12월 31일까지 이제 100일이 남아 있고, 나는 패자부활전을 기다리듯이 9월 23일을 기다린다. 이후에도 9월 23일이 되면 ‘그림일기 쓰기’ ‘책 출간하기’ 등을 목표로 100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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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좁은 공간에 갇힌 삶에 배짱 심어준 이 운동
행복은 크기와 상관없다지만, 왜 나의 행복은 늘 작고 소박할까? 바람들을 접고 접고 접다 보면 아예 보이지도 않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던 중에 6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러닝화나 복장에 대해, 어떤 날에는 달리기 자세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아무리 힘들어도 달리세요! 걷는 것보다도 느리더라도 계속 뛰세요! 빨리 걷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뛰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느리더라도 뛰는 자세를 유지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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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가볍고 단순하게…잡동사니 청소서 얻은 생활의 지혜
‘이 쓸데없는 물건들과 더 이상 같이 살 순 없지.’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 이렇게 많은 물건을 아무 생각 없이 사놓고는 정작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것이다.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일까.’ 원룸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사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물건에 치여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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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합정동 원룸이 운명처럼 느껴졌던 이유
처음 합정동 집을 보러 왔을 때, 이전 세입자가 ‘맛있는 카페가 바로 옆에 있어요’라며 알려 주었다. 서울에서 우리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가끔 아파트 베란다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책 냄새를 좋아하고, 넓은 테이블을 좋아하고, 받침이 있는 잔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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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하나의 방, 하나의 여지…그 미완의 삶
내가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평수가 턱없이 작아서 울고, 보러 간 집의 벽지가 너무 낡아서 울고, 그나마 마음에 들던 집을 코앞에서 놓치고 울었다. 여전히 미래를 약속한 남자도 없고, 넓고 근사한 오피스텔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큰 원룸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내가 어떤 식으로 확장되어 가고 싶은지 탐색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