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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기업인·여행 작가

[박재희의 발로 쓰는 여행기] 한량으로 태어나 28년을 기업인으로 지냈다. 여행가, 여행작가로 인생2막을 살고 있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떠나는 여행자다. 길에서 직접 건져올린 이야기, 색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본 여행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여정을 따라 함께 걸으며 때로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생생한 도보 여행의 경험을 나누며 세상을 깊이 여행하는 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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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오래]길은 사람이었다…산티아고 순례 마치며

    산티아고를 걸으며 만났던 친구를 30개월 후에 우연히, 산티아고 광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프란신은 연신 자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가 다시 내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맞췄다. 로맨스 소설을 습작하던 프란신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한 타임랩스 판타지 소설을 완성했고, 신학교수였던 톰은 명

    2020.10.30 12:00

  • [더오래]카메라 필름통에 '친구' 담아 데리고온 호주 여자

    그런데 산티아고에서 순례를 마무리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세상을 떠난 친구 리타를 호주의 퍼스에서 리스본으로, 포르투를 거쳐 산티아고로 그리고 이곳 무시아(Muxia)까지 그렇게 데려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걷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나를 부른 존재, 나를 부른 길, 나를 부른 시간, 나를 부른 내 안의 나’

    2020.10.16 12:00

  • [더오래]죽은 동생 바이올린 메고 산티아고 순례한 소녀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하루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이민도 보류할 거예요. 오빠는 마드리드에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고 사업을 하거든요. 수입은 안정되었는데 왠지 이민자의 삶은 뿌리가 없는

    2020.10.02 12:00

  • [더오래]산티아고 가는 길서 만난 교도소 출신 미국 여성

    배를 정박했던 기둥이 마을 중심에 위치한 산티아고 성당에 모셔져 있고 산티아고의 유해가 도착한 사건을 묘사한 성화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랑 정반대의 삶을 사신 분인데 이름은 나와 같았어. 수잔. 우아하고 겸손하고 공부를 많이 한 여성이었어. 내게 화해하지 못한 남동생 얘기를 많이 해줬어. 바로 매튜지".

    2020.09.18 12:00

  • [더오래]한국인 흉보는 체코 청년에게 날린 따끔한 충고

    침낭을 뒤집어쓴 어떤 사람이 신음이라기에도 너무 커다란 소리로 괴상한 곡조를 울부짖으며 누워있었으니까. "한국 사람이 친절하고 정 많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언어장벽 아니었을까? 네 친구가 한국말 잘해? 체코말을 못하는 한국 사람을 너희는 매번 끼워줬을까? 한국에 한 번 오렴. 직접 와보면 다를 거야". 한국 사

    2020.09.04 13:00

  • [더오래]홀로 투숙한 외딴 건물서 찬송가 부른 까닭

    정통 까미노로 갈 수도 있지만 스피리추얼 웨이(Spiritual Way)라 불리는 영성의 길로 돌아갈 수 있다. "순례자 중에 영성의 길로 걸으려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더라". 점심을 먹고 사과를 나눠 먹고 배낭에서 캐러멜까지 다 꺼내 먹으며 오락가락을 반복하다가 리디아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겠다며 일어섰다.

    2020.08.21 13:00

  • [더오래]생면부지 여행객 두고 퇴근한 스페인 식당 주인

    "오늘 저녁은 문어로 하자. 폰테베드라에서는 무조건 문어를 먹어야 한대". 광장 모퉁이에 앉은 중년 부부가 종종거리는 동양 여자를 지켜보며 도저히 상황 파악을 못 한다고 생각한 걸까? 아주머니는 손을 흔들어 나를 불렀다. 셔터까지 내렸던 광장 모퉁이의 식당 ‘아사도르 오 무엘레’의 주인 부부였던 것이다.

    2020.08.07 13:00

  • [더오래]빌라모아 성당에서 조우한 날라리 독일인 오빠

    성당 안에서 우리는 로사를 따라 무엇이든 성모상을 향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첨벙거리는 비를 털어 짜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바나나를 먹고 "죄송합니다"하고 냄새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을 쉬었다. 기도하려고 들어갔던 성당에서 우리는 먹고 냄새나는 양말을 벗으며 더 큰 은혜

    2020.07.24 13:00

  • [더오래]스페인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심문 받은 사연

    풍성한 눈썹의 경찰이 다른 경찰들의 입을 닫도록 하고 물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던 풍성한 눈썹이 알베르게 빌딩을 살피던 무전기 경찰을 불렀다. 안토니오(편의상 그를 이렇게 부르자. 무전기 경찰보다는 사람 이름으로 부르는 게 예의가 아니겠나? 게다가 그는 정말 반데라스와 닮았다)와 내가 마주 서자 다

    2020.07.10 13:00

  • [더오래]미뉴 강 다리에 그어 놓은 국경 밟고 스페인으로

    누군지 이 바지 주인이 내 바지를 입고 갔다는 얘기인데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는 어떻게 이렇게 큰 치수의 바지와 내 것을 헷갈릴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같은 색깔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미뉴 강 다리 국경을 밟으며 인증샷을 찍고 와인을 마시기 위해 건너와 요새를 점령한다. 미뉴 강 다리에 소심하게 혹은

    2020.06.26 13:00

  • [더오래]그림 같은 12개의 예배당…신안에서 만난 '섬티아고'

    예수의 열두 사도 이름을 딴 작은 예배당 12개가 있는 곳, 순례자의 섬이라 불리는 ‘기점·소악도’이다. 마음이 부딪혀 힘에 부치던 날 한국의 ‘가고 싶은 섬’ 신안군 증도면의 ‘기점·소악도’를 찾아 걸었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보석 같은 예배당이 1번 예배당 베드로의 집이다.

    2020.06.12 13:00

  • [더오래]포르투갈의 마지막 밤, 아쉬움에 눈물까지

    태초의 세상이라고 느껴졌던 산꼭대기의 수만 년 전 빙하 호수를 바라봤던 날처럼, 지구 밖 행성에 도착한 거라고 상상했던 사암 계곡만큼이나 햇살이 떨어져 조각조각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강물을 잊을 수 없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중세도시라고는 해도 기억하면 가슴이 찌릿할 만한 특별한 무엇은 없는 곳이었는데

    2020.05.29 13:00

  • [더오래]계획대로 안되는 인생처럼…까미노의 하루는 다채롭다

    이틀 동안 라테스(Sao Pedro de Rates)에서 타멜(Portela de Tamel) 그리고 폰테데리마(Ponte de Lima)까지 50여 km 동안 내가 걸었던 것은 거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출발하면서부터 함께 길을 잃고 헤매며 말 그대로 죽을 뻔했던 날 우리는 기어서 폰테 드리마(Ponte de Lima)에 도착했다. 완벽한 여행이란 없다고들 하지

    2020.05.15 13:00

  • [더오래]너~무 좋아! 바닷길 걸으며 목놓아 외친 이곳

    어제 마을에서 만났던 포르투갈 여인처럼, BTS 콘서트장에서 절정을 맞이한 아미가 되어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높고 큰 데시벨로 소리쳤다. 아름다운 바닷길을 뒤로하고 루트를 바꿔 도착한 마을에서 포르투갈 순례 중 가장 인상적인 민속축제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사람을 처음 보는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 사람들과

    2020.05.01 13:00

  • [더오래]“당신은 BTS?”이글거리는 눈으로 다가온 포르투의 여인

    ‘만날 때 헤어질 때를 염려하는 것처럼’ 도착한 순간부터 떠나야 할 날이 걱정이었다. ‘우리는 만날 때 헤어질 때를 염려하는 것처럼,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포르투를 떠나 다시 길을 나서야 했던 날,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를 생각했다. 여인은 딸과 함께 BTS의 팬클럽 아미

    2020.04.17 13:00

  • [더오래]오렌지색 지붕이 빼곡한 언덕…아~포르투

    산티아고 포르투갈 루트 걷기 18일차가 되는 오늘, 드디어 포르투(Porto)에 입성한다. 나처럼 리스본에서 순례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산티아고 포르투갈 루트를 걷는 사람들 대다수는 포르투를 출발점으로 잡는다. "포르투의 라틴어 이름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가 포르투갈(Portugal)의 유래가 된 거 알지? 리스본

    2020.04.03 13:00

  • [더 오래]"백두대간" 노르웨이 청년에게 이 말을 들을 줄이야

    "만날 사람은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만난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노래를 잘하는 것 같아. 남한과 북한 어디서든 만난 사람들 모두 그랬어".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외국인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놀라웠지만, 이 노르웨이 청년과 나를 정말 놀라게 한 이유는 따로 있

    2020.03.10 13:00

  • 땡볕 아스팔트에 배설물이 굴러도 행복했다, 난 순례자니까

    걷고 뛰는 사람으로 지낸 20년을 감사하고 기념하려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했다. 선물 같던 날을 마감하는 밤이 새도록 포르투갈 모기에게 온몸을 바쳐 한국산 잔칫상을 차려주고 옆 침대에서 핀란드의 스테이시가 발사하는 우렁찬 연발 기관총 소리를 들어야 했다. 어디서 들은 말인 것도 같고 내가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

    2020.02.25 13:00

  • 미국서 상하이까지 운전을? 순례길서 만난 조안의 정체

    "당연하지! 상하이는 일 때문에 자주 가던 곳이야. 아들 입학 첫날도 내가 운전해서 데려다줬는걸. 그 녀석도 항상 내가 운전해주길 바라고. 내가 직접 가는 편이지". 활기차게 노년을 맞이한 여인, 조안(Joan)이 상하이까지 운전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겨우 자동차를 떠올리며 어리둥절했을까? 그녀가 말한 것은 비행기

    2019.12.31 13:00

  • 와불 옆에서 활짝 웃는 아빠를 만나는 곳, 운주사를 가다

    귀가 긴 삼장법사처럼 생긴 와불 옆에,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한 아빠가 서 있었다. 아빠 얼굴에는 생전에 내가 보지 못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진 속 아빠가 햇살이 가득한 미소를 짓고 서 있던 곳.’ .

    2019.12.17 13:00

  • 불볕 더위, 목마름, 굶주림…‘점프 구간’서 만난 두 천사

    "포르투(Porto)까지는 버스로 가자! 볼 것도 없고 지루한 길이래".멸종 공룡처럼 사라졌다고 믿던 낭만이 살고 있는 코임브라에서 사흘을 보내고 출발하는 아침이었다. 점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합리적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산티아고 길을, 포르투갈을 걸어야 할 필요는 있었단 말인가? 어차피 무용한 순례에

    2019.11.26 13:00

  • 일정표를 버렸다, 이스탄불에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

    20년 넘게 교사로 살던 그녀가 ‘드라마 스쿨’에 등록했다며 내게 새로운 꿈을 물었을 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2019.11.05 13:00

  • 청년·노인 함께 펍에서 떼춤…부럽다, 아일랜드

    한 아이는 조커와 배트맨은 귀신이 아니라 안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아이는 마녀와 해골 복장이 식상하다고 맞선다. 그 옛날 켈트족은 11월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기 전 10월31일 모든 정령과 마녀,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혼령들까지 세상으로 와서 온갖 사고를 일으키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몸으로 들어가 추운 겨울을 보

    2019.10.22 13:00

  • "요정이 산다" "벌써 떠났다" 의사당서 논쟁하는 이 나라

    대문에 우체통처럼 요정 집을 걸어 놓은 집도 많고 정원 구석에 작은 요정의 집을 숨겨 두거나, 숲속, 나무에도 요정이 쉴만한 집을 지어준다. 달에 가고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대를 함께 사는데도 아일랜드 사람들은 요정들이 사는 숲을 지키기 위해 고속도로 설계를 변경한다. 의사당에서 의원들은 클

    2019.10.08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