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헉, 살 안 빠지는 이유가…‘느린 안락사’ 그 범인은 누구

    헉, 살 안 빠지는 이유가…‘느린 안락사’ 그 범인은 누구 유료 전용

    8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성인의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입니다. 이 정도는 자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시간, 과연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요?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수면’을 주제로 5권의 책을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입니다. 2017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아직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수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겠죠.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겁니다.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고 싶다’ ‘살을 빼고 싶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 같은 바람을 이룰 수 있는 방법도 찾게 될 거예요.    ■ 수면 질을 높이는 책 5선  「 ① “수면 부족은 느린 안락사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② “내가 오늘도 잠 못 드는 이유는” 『잠이 고장 난 사람들』 ③ “이것만 바꿔도 성공”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하버드 불면증 수업』 ④ “아이도, 부모도, 꿀잠 자려면” 『우리 아이 수면 혁명』  」  박정민 디자이너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어떤 책인가?     저자인 매슈 워커 UC버클리 신경과학 및 심리학과 교수의 별명은 ‘수면 외교관’입니다. 전 세계에 퍼진 수면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이를 방송을 통해 알리는 데 힘쓰기 때문이죠. 워커 교수가 수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18세 때 영국 노팅엄의 퀸스 메디컬센터에 입학한 그는 의학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정해진 답을 찾는 의학보다 계속 질문을 던지는 신경과학에 매료됐기 때문입니다.   진로를 변경한 그는 치매 초기 단계 노인의 뇌파 활성화 양상을 연구했는데요. 낮 동안 측정한 뇌파는 모호했지만, 밤에 잠든 후 슬픈 운명을 보여주는 꼬리표를 발견했습니다. 잠을 통해 어떤 유형의 치매가 나타날지 초기 단계에 진단할 수 있음을 입증한 거죠.   그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잠은 무엇인가, 잠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잠은 반드시 필요한가 등 궁금한 것투성이였죠. 하지만 아무리 문헌을 뒤져도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수면의 암호를 풀기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 교수를 거쳐 UC버클리에서 20여 년간 연구를 이어가고 있죠.   이 책의 원제는 ‘Why We Sleep’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인 제목이죠. 내용 역시 잠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을 망라합니다. 신경과학자답게 자는 동안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현미경을 들이대고 살펴봅니다. 잠이 충분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잠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부지런히 쫓아가죠. 별다른 의학 지식이 없어도 그가 던지는 질문과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수면에 관한 엄청나게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지 않는 한 고전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워커 교수가 지적하는 핵심 문제는 ‘사람들이 잠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죠.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요. 이 중 인생 3분의 1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 수면 부족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수면으로 학습 효율을 높이는 법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  😴인생 3분의 1을 대충 보내겠다고?   잠을 잘 자는 법을 알려면 일단 나의 수면 상태가 정상 범위에 있는지 진단이 필요합니다. 워커 교수가 알려주는 간단한 자가진단법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면 수면의 양 또는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아요. 두 번째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서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요. 둘 다 피해 갔다면 현재 잠을 잘 자는 걸로 봐도 무방합니다.   보통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죠. 심지어 인간은 수면을 임의로 줄였다 늘렸다 하는 유일한 동물이에요. 시간을 더 알차게 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나머지 3분의 2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요.   물론 8시간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개인차가 존재하죠. 10시간을 자도 피곤한 사람이 있는 반면, 5시간만 자도 거뜬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워커 교수도 잠을 적게 자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전체의 1%도 안 된다고 해요. 99% 이상은 8시간 정도를 자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은 2016년 기준 하루 8시간22분입니다.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7시간41분으로 가장 적었죠. 수면 만족도 또한 평균 2.87점(5점 만점)으로 하위권에 머뭅니다. 자는 시간도 적은데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는 뜻이죠. 그마저도 매년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사람이 일어나서 활동하는 동안 뇌 속에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쌓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이 쌓이면서 수면 압력이 가해지죠. 카페인이라는 장벽을 쌓아 막아보려 해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어요. 카페인 약발이 떨어지면 몇 시간 동안 쌓인 아데노신이 한순간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테니까요.   갚지 못한 대출금처럼, 아침이 왔을 때 어제의 아데노신 중 일부가 아직 남아 있다. (중략) 대출금의 상환이 미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 수면 부채는 계속 쌓일 것이다. 이 빚은 숨길 수가 없다. 다음 날의 상환 주기로 넘어오고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로 계속 넘어오면서 매일 지속하는 만성 수면 부족 증상을 낳는다. p.58  ━  😴수면 부족은 안락사나 다름없다?   ‘죽음’만큼 사람을 겁박하는 단어는 없을 겁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이니까요. 자고 싶어도 못 자는 건 그 자체로 병이지만, 잠을 피하는 것도 병을 유발합니다.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건 면역계 손상입니다.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무기고가 털렸으니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여러 실험 결과 평균 6시간 미만으로 잔 사람은 7시간 이상 잔 사람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수면 부족은 건강에 은밀하게 훨씬 더 깊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의 모든 주요 계통, 조직, 기관은 잠이 짧아지면 고통을 겪는다. 우리 건강의 그 어떤 측면도 수면 부족이라는 신호를 보고 빨리 물러나서 아무런 피해 없이 숨을 수가 없다. 집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쏟아질 때처럼, 수면 부족의 효과는 생물의 구석과 틈새로, 세포 속까지 스며들면서 우리의 가장 근원적인 자아인 DNA까지 변형시킬 것이다. p.239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면은 임신과 출산, 나아가 유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져요. 여성의 경우 임신에 반드시 필요한 여포자극호르몬 감소로 난임 가능성이 높아지죠. 수면 부족으로 심장이 더 빨리 뛰면 혈관으로 뿜어지는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혈압이 높아져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도 많아지고요. 그 결과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죠.   물론 이런 병이 하루 이틀 만에 생기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걸리는 것은 아니니 체감하기 힘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바로 질병보다 무섭다는 체중 증가인데요. 잠이 부족할수록 우리 몸은 열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허리둘레를 늘리는 데에는 여러 힘이 공모한다. 첫 번째는 식욕을 조절하는 두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이다. 렙틴은 포만감을 알린다. 혈액에 렙틴의 농도가 높으면 식욕이 줄어들고 먹고 싶은 기분이 안 든다. 대조적으로 그렐린은 배고프다는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그렐린 농도가 증가할 때 먹고 싶은 욕구도 증가한다. (중략) 수면 부족은 렙틴의 농도를 낮추고, 그렐린의 농도를 높인다. 대사 관점에서 보면 잠이 부족하면 허기 조절 능력을 잃어버린다. p.250   이쯤 되면 워커 교수가 수면 부족을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라고 정의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거 같습니다. 잠을 충분히 잘 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본인이니까요. 반면에 잠을 충분히 자면 감기부터 암까지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듭니다. 얼굴엔 생기가 있을 거고, 날씬한 몸매도 유지할 수 있죠. 잠이 곧 만병통치약인 셈입니다.  ━  😴기억도, 망각도, 모두 잠에 달렸다?   뇌의 수많은 기능 역시 잠과 관련이 있어요.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하는데요. 사실 기반의 정보는 뇌 영역 중에서도 해마가 담당해요. 스쳐 지나가는 정보를 파악하고 세부 사항을 하나로 묶는 일을 돕죠. 새로운 기억을 보관하는 임시 창고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해마의 저장 용량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때 기억보조제로서 활약하는 것이 바로 잠이에요. 실험에 따르면 수면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 창고로 옮겨두고, 여유 공간을 확보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게 도와요. 잠이 새로 생성된 파일에 ‘저장’ 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하는 거죠. 잠을 자고 난 뒤 기억 보유 능력은 20~40% 높아졌어요. 밤잠뿐 아니라 낮잠도 학습 능력을 20%가량 끌어올렸죠.   망각도 수면의 중요한 효용이에요.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보를 삭제함으로써 뇌의 가용성을 높이고, 원하는 정보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들어주죠. 이를테면 오늘 주차한 자리를 다음 날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고통스럽거나 성가신 기억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어릴 적 겪은 교통사고 등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같은 강도로 느낀다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까요.   잠의 구조를 이해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시카고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 교수와 유진 애서린스키 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유형의 수면이 번갈아가며 이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자는 동안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과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비렘(Non-REM) 수면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양쪽은 90분 주기로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처음에는 비렘수면이 지배하다가 나중에는 렘수면이 탈환하는 식이죠. 숙면 단계에 해당하는 비렘수면의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 부분을 솎아내고 제거하는 것이에요. 렘수면 단계에선 이 연결을 강화하죠. 꿈을 꾸는 것도, 창의성 증가도 이 구간에서 일어납니다. 이는 잠을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해요. 오후 11시에 잠들어서 오전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5시에 일어났다고 해보죠. 양적으로는 25%를 덜 잤지만, 질적으로 보면 렘수면의 60% 이상을 잃은 셈이에요. 렘수면의 대부분은 수면의 마지막 주기에서 일어나니까요.   잠은 운동 기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운동 기억은 의식 아래에서 작동하는 뇌 회로 전체로 옮겨지는데요.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습관적인 행동, 즉 ‘루틴’을 만드는 데 관여합니다. 효율적 자동화는 8시간 수면 중 마지막 2시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많은 사람이 2시간쯤 덜 자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운동 기억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5시간49분. 지난달 수면 기술 스타트업 무니스가 발표한 한국인 MZ세대의 평균 수면 시간입니다. OECD 최저라는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보다도 2시간이 적은데요. 특히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올빼미족이 많았어요. 무니스 이용자의 82%가 자정 이후에야 잠을 청했죠.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낮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더니 밤에도 쥐고 자면서 최강의 수면 방해자가 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제발 잠 좀 자라”며 잔소리를 자주 하게 되죠. 한데 그렇게 말하는 부모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잠이 부족하다”고 투덜대면서도 아이들 자고 나면 넷플릭스 한 편, 맥주 한 캔의 유혹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니까요.   8시간을 절대 법칙처럼 이야기했지만, 중요한 건 잠의 중요성을 깨닫고 행동에 옮기는 거예요. ‘오늘의 잠’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는 또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잠을 덜 자도 된다는 말은 속설일 뿐이다. 노년에도 중년일 때만큼 잠이 필요하다. 그저 필요한 만큼 잠을 잘 수 없을 뿐이다. (중략) 40대에 접어들면서 깊은 비렘수면의 뇌파는 양과 질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40대 중반과 후반으로 들어서면 10대 때 만끽했던 깊은 수면 중 60~70%가 사라질 것이다. 70대에 들어설 무렵에는 젊었을 때 잤던 깊은 잠의 80~90%가 사라졌을 것이다. p.143~144   간단한 명제로 귀결되겠군요. ‘잘 수 있을 때 자라’.  최선호 객원기자 dandy138@naver.com,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성공한 사람들 능력의 비밀, 매일 밤 9시에 자면 됩니다 “일하다 말고 뛰쳐 나가라” 내 뇌가 보내는 ‘7가지 SOS’ “이거 해결 못하면 죽나봐” 뇌 비상사태가 부린 마법

    2024.04.18 15:29

  • 첫딸 살림밑천? 둘째 왕고집? 태어난 순서로 본 갈등의 서막

    첫딸 살림밑천? 둘째 왕고집? 태어난 순서로 본 갈등의 서막 유료 전용

    ‘형제의 난(亂)’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요? 지난달 별세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선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이름이 지워져 있었습니다. 10년 전 장남 조현준 회장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한 대가죠. 비단 재벌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예능인 박수홍은 30년간 매니지먼트를 담당해 온 형 박진홍씨 부부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데요. 부모가 일방적으로 장남 편을 들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형제자매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매일 크고 작은 문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가족 관계’를 주제로 준비한 네 번째 책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에서 함께 답을 찾아보시죠.   ■ 가족관계 4선 「 ① “내가 단단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②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엄마와 딸의 심리학』 ③ “아빠의 자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④ “콤플렉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박정민 디자이너  ━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원래는 도쿄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요. 중퇴 후 교토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교토의료소년원에서 근무하며 청소년 범죄와 심리 상태에 흥미를 갖게 됐죠. 애착을 토대로 가족·형제자매·또래 관계 등 다양한 인간관계로 관심사를 넓혀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형제는 타인의 시작인 동시에 살인의 시작이기도 했다. p.11   오카다 다카시는 다소 충격적인 문장으로 이 책을 시작합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형 카인과 동생 아벨의 이야기인데요. 이들은 각각 농사를 짓고 양을 치며 생계를 유지했어요. 감사의 의미로 신께 수확물을 바치는 것도 잊지 않았죠. 하지만 신은 카인이 바친 농작물엔 냉담한 반응을 보였어요. 아벨이 올린 양은 흡족해했고요. 결국 카인은 아벨을 초원으로 불러내 살해합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 사이에는 아벨이 죽고 태어난 셋째까지, 총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요. 성서에 따르면 인류의 절반이 동생을 죽인 카인의 후예인 셈입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카인이 난폭한 성격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말해요. 자신보다 사랑받는 동생에게 질투심을 느낀 게 문제였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질투에서 시작돼요.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한정된 애정을 두고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거죠.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지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이때 부모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 갈등은 더욱 심각해져요. 슬픔과 분노, 짜증과 원망이 뒤섞인 불안정한 정서가 싹트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이러한 감정이 바로 사회악의 기원이 된다고 주장했어요. 인간은 본래 연민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동일시하는데, 소유나 집단 개념이 생기면서 의식과 질투가 생겨났다는 겁니다. 덜 가지거나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면 소외감과 질투감을 느끼고, 이런 감정과 의식은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카인과 아벨도 결국 신의 사랑이 공평하지 않아서 둘 사이에 생긴 불평등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죠. 악의 씨앗이 되는 질투라는 감정을 배우게 하는 존재가 바로 형제자매인 셈입니다.    오카다 다카시는 부모의 사랑을 향한 쟁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합니다. 자녀들이 서로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모가 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관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평생 소중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지만, 불편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형제자매 간에 발생하는 갈등의 특징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중심으로 이 책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형제 간 우애는 부모에게 달렸다   부모가 모든 형제자매에게 공평하게 애정을 나눠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습니다. 잘난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가 사사건건 비교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부족한 아이에게 애정이 쏠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가 있거나 몸이 허약해 관심을 독차지할 수도 있고요. 장남 혹은 막내딸처럼 아이가 태어난 순서나 성별에 따라 더 애지중지하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편애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시작은 하나입니다. 바로 부모의 태도죠.   형제자매 간의 사이를 망치는 부모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애가 미숙하다는 거예요. 성숙한 자기애를 갖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충분히 사랑받은 경험이 필요해요.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욕구가 충족되었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자기애를 내려놓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되죠.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자기애가 채워지지 않으면 몸은 자라도 정신 연령은 2~3세 무렵에 머물고 맙니다.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시기에 멈추는 겁니다.   성숙한 부모는 스스로 지난날을 돌아보며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으려 합니다. 비록 아이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꾸짖기보다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없는지 먼저 살펴보죠. 반면에 자기애가 미숙한 부모는 원인을 자신에서 찾지 않아요. 본인은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이니 잘못은 당연히 아이가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본인이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머무르길 원하고요.    이러한 부모는 자신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아이에게만 애정을 베풀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를 비난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고요. 아이가 시키는 대로 복종하길 원하는 거죠. 만약 어떤 자녀가 이를 따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면 자연스레 나쁜 아이가 돼버립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요. 하지만 부모의 애정을 독점한 아이도 미성숙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맙니다. 애정뿐 아니라 재산, 권력도 모두 혼자서 차지하고 싶어 할 테니까요.   자기애가 부족해도 문제지만 넘쳐도 문제예요.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하곤 하거든요. 이렇게 자란 아이는 남들보다 뛰어나야만 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내건 요구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고 자기 비하로 이어지기도 하죠. 형제자매 중 한 명만 이를 충족시키는 경우에는 더 큰 갈등을 빚게 됩니다. 노골적으로 아이를 비교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제공할 테니까요.   이렇게 자란 아이는 가족 밖에서도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해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되레 상대를 화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상대의 마음에 들고자 시키는 대로 행동하며 휘둘리기 십상이죠.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는 형제자매 사이를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렵게 만듭니다.   어릴 적부터 안정된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는 애초부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p.100  ━  👬태어난 순서가 아이 성격 만든다   부모의 양육 태도만으로 형제자매 간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의 성격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예요. ‘첫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도 있죠.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돕고 동생을 돌본다는 의미인데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했던 희생의 아이콘으로 ‘K장녀’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맏이가 아니어도 형제자매를 위해 희생을 자처하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몇 번째로 태어났는가는 그 아이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형이나 언니, 오빠나 누나는 대개 별 노력 없이 동생을 이길 수 있지만, 동생은 대부분 그늘 아래 머무르기 쉽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태어날 때부터 열등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p.121   개인심리학을 개척한 알프레트 아들러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서가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어요.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인 그는 열등감을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의 원동력으로 봤는데요. 형제자매가 있다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① 첫째, 대인배 vs 자기 방어 첫째의 가장 큰 특징은 애정을 독점하는 기간을 가진다는 점이에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낙천적입니다. 아이가 요구하지 않아도 부모가 나서서 욕구를 채워줬으니까요. 동생과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을 잘 챙겨주고 배려심도 많은 편이에요. 반면에 동생과 나이 차이가 적으면 자기 방어적이 되기 쉬워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단 생각에 불안감이 강해지죠. 보통 세 살이면 재접근기가 지나고 부모와 애착 관계가 확고하게 만들어져서 동생에게 애정을 빼앗길 거라는 불안이 줄어들어요.   ② 둘째, 야심파 vs 안정파 vs 자립파 둘째의 인생은 첫째와 완전히 달라요.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경쟁 상대가 눈앞에 존재하기 때문에 바쁘게 그 뒤를 쫓아갑니다. 언젠가 뛰어넘겠다는 열망에 휩싸여 있죠. 원대한 이상을 품은 첫째나 외동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를 가진 야심가예요. 반대로 경쟁을 피하는 경우도 있어요. 냉정하게 상대방을 관찰하며 꿰뚫어 보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뛰어난 편이에요.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중간 아이의 경우 고집이 센 편이에요. 첫째나 막내에 비해 사랑받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죠.   ③ 눈치 빠른 막내 vs 이상가 외동 막내는 동생에게 부모의 애정을 빼앗길 염려가 없죠. 모자 분리가 늦어져 의존적인 경향이 강한 편이에요. 다른 사람과 충돌을 피하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능력도 뛰어나고요. 형제자매를 보며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우니까요. 외동은 쭉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죠. 억척스러운 구석 없이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으로 자라요. 언제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자기중심적이기도 합니다.  ━  👬애착과 자기애를 재정립하라   형제자매 간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는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죠. 둘째는 마음속에 이상적인 존재로 각인된 형제자매에 얽매이는 경우고요. 셋째는 자신이 애착을 쏟아 온 존재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졌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사이가 좋았던 관계일수록 한번 갈등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요. 부모의 불공평한 태도에 대한 분노나 자신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불안감, 뛰어난 형제자매를 향한 동경과 질투심 등이 녹아있죠.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심리적 복합체를 ‘콤플렉스’라고 명명했는데요. 무의식에 사로잡힌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의 유래를 한 가닥씩 풀어서 쫓아가야 해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시야를 넓혀야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요.   애착은 기본적으로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 형성되는 유대감이지만, 부모 자식 간에서만 생기는 감정은 아니에요. 함께 나고 자란 형제자매 사이에도 강한 유대감이 존재하죠.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나 첫 번째로 만나는 타인이니까요. 어린 시절 형성된 애착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오랫동안 틀어지고 멀어진 사이라 해도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관계죠.   모든 인간에게는 타인을 이물질로 간주하고 공격·배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해요. 반대로 이를 억제함으로써 불필요한 공격·배제를 방지하고 타인과 공존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도 함께 작동하죠. 그 중심에 애착이 존재하고요. 자기애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예요. 애착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지만, 형제자매의 존재 자체를 이물질로 보고 칼을 겨누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모든 시스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해야 자신이 만들어낸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걷어낼 수 있어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관계 회복에 불필요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요.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부모로서 내가 낳은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커다란 행복입니다. 형제자매는 단순히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삶의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자로서 각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죠.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좋으면 삶의 안정과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으며, 그로부터 적지 않은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p.207   이 책에서 살펴보았듯 모든 형제자매 관계는 부모 자식 간의 문제와 직결돼요. 부모의 성숙한 양육 태도와 공평하고 충분한 애정이 안정적인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이죠. 형제자매 간의 우애라는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서는 양육자인 나부터 노력해야 해요. 최선민 객원기자 smsky87@naver.com,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쌍둥이 형, 숨만 쉬어도 싫어”…개구리 3형제 속 동생의 진심 완벽주의자라서 힘들다고? 성공한 사람 이렇게 관리했다 “7개월 아기도 가짜로 운다”…금쪽이 막을 ‘15초의 기술’

    2024.04.11 15:30

  • “남자가 왜 이리 약해 빠졌냐” 아들 혼내는 아빠의 숨은 뜻

    “남자가 왜 이리 약해 빠졌냐” 아들 혼내는 아빠의 숨은 뜻 유료 전용

    아버지는 외롭습니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회사에 청춘을 바친 가장일수록 집에서는 설 자리가 사라지는 거죠. 하나뿐인 자녀가 아들이라면 외로움은 더욱 깊어집니다.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아내를 통하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기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가족 관계’를 주제로 읽어드리는 세 번째 책은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입니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가족치료사로 활동해 온 최광현 한세대 상담대학원 교수가 쓴 책인데요. 트라우마를 통한 가족치료를 연구해 온 저자가 아들과 아버지의 마음에 초점을 맞춰 집중 분석했습니다. 서먹한 부자 관계가 고민이라면 주목해 주세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이 갈등을 키웠는지, 어떻게 하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차근차근 알려드립니다.   ■ 가족관계 4선 「 ① “내가 단단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②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엄마와 딸의 심리학』 ③ “아빠의 자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④ “콤플렉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박정민 디자이너  ━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어떤 책인가?   최광현 교수가 가족치료 연구를 시작한 건 1990년대입니다. 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혼율이 치솟는 걸 보면서 가족 붕괴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죠. 통계청에 따르면 98년 한 해 동안 이혼 건수는 12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늘어났는데요. 같은 해 혼인 건수가 36만7000건이니, 결혼한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갈라선 셈입니다.   최 교수는 독일 본대학교에서 가족상담을 전공하고, 본대학병원과 루르 가족치료센터에서 일했는데요. 독일에서 그를 찾아온 사람들과 한국에 돌아온 뒤 세운 트라우마가족치료연구소를 방문한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표면적인 문제는 원만하지 않은 부부 관계부터 아이의 발달 지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문제가 생긴 원인은 같았어요. 단서는 그들의 유년 시절에 있었죠.   상담실에서 위축된 남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이 아버지와 관계 경험이 거의 없는 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일로 너무 바쁘거나 아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아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미숙했다. p.105   저자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거든요. 대학 입학할 때까지 아버지와 나눈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다 합쳐도 2시간이 채 되지 않을 정도였죠. 장남인 아버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가족 간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었어요. 삼남이 어머님을 모시고 살며 장남 노릇을 하고 있으니 일가 친척이 모일 때면 자신을 낮추고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모든 아버지가 여기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하죠. 난관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대처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저자는 부자 관계 회복을 위해 ‘균형’을 특히 강조했는데요. 이 조언을 토대로 갈등의 씨앗을 찾는 법, 상처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는 법,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는 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  👨‍👦문제는 잘못된 삼각관계에서 시작   부자 관계는 태생적으로 모자 관계와 다릅니다. 아들은 태어나기 전 열 달간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지만, 아버지와는 애초에 한 몸이었던 적이 없어요. 분명 유전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지만, 물리적으로 어머니가 있어야만 연결될 수 있는 관계죠.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단 얘깁니다.   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죠.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삼각관계는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고 주장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비극적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요. 아들은 어머니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경쟁의식을 가지며 갈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건데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갈등의 진행 양상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향해 적대감을 가질 수 있어요. 반대로 겁을 먹고 지나치게 복종하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죠. 하지만 아버지가 맞서지 않으면 싸움은 시작되지 않아요.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시야를 넓혀 주는 거죠. 아들은 이러한 양가적 감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아버지가 싫지만 좋고, 귀찮지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삼각관계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해요. 아내가 남편을 미워하면, 아들은 아버지를 더 싫어하게 되거든요.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어머니에게 더욱 밀착해 비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하죠. 아들과 어머니가 연합해 아버지와 대결하는 전선을 형성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고착돼요.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이의 몸은 자라도 정신은 성장하지 못하고 멈추고 맙니다.   여기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는 형제자매나 또래 관계에서도 제삼자를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려 할 거예요. 예를 들어 동생과 싸우면 어머니를 중재자로 세운다거나 친구와 다투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죠. 자신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자신의 아내를 끌어들여 대리전을 펼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장은 당사자 간 갈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더 큰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거죠.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진정한 애착은 아들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가 끝나고부터 시작됩니다. 유년기에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필요하다면, 사춘기부터는 아버지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니까요. 아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 분노와 격정을 먼저 겪어 본 선배이자 믿고 따를 만한 멘토가 필요하죠. 이 때 남자 대 남자로 수평적인 관계를 꾸려 나가려면 그 전까지 탄탄하게 토대를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  👨‍👦대물림되는 상처는 갈등을 키우고   아버지가 트라우마를 가졌는지 아닌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버지로서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상처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정보이다. p.59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현재가 아닌 과거를 들여다봐야 해요. 고3인 아들이 아버지와 대학 진학 문제를 두고 싸운다면 단순히 의견 차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가 이번에 불거졌을 수 있죠. 지금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 나와 아버지의 인생 전체를 조망해 봐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부자 관계의 트라우마는 모자 관계와는 다른 양상을 띱니다. 어머니의 트라우마가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면 아버지의 트라우마는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이를테면 부자 관계에서는 ‘투사(投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요. 자신의 성향이나 특성이 생겨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거죠.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자가 그렇게 약해 빠져서 뭐에 쓰냐”고 나무란다면 아버지 역시 어려서부터 같은 말을 들으며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들이 아닌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지점도 숨기고 싶은 자신의 약점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약한 남자를 유독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일찍 아버지를 여의거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약한 모습을 감추며 강해져야만 했을 수 있어요.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이 바로 아버지가 일평생 싸워 왔던 적인 셈이죠.   아버지가 자신의 과업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아들에게 위임하기도 합니다. 본인은 가난해서 대학을 가지 못하고 일찍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자식만큼은 번듯한 대학에 가서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펼치길 바라는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아들은 고시에 합격하길 바라는 식이죠. 이렇게 자신의 열망을 아들에게 비추는 긍정적 투사가 성공하지 않으면, 결국 아들을 비난합니다. 부정적인 투사가 일어나는 겁니다.   사실 투사의 내용은 아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아버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죠. 투사를 거두려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인정하기 싫은 부분을 받아들여야 해요. 자신으로부터 거부되어 분리된 부분이 통합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아들을 자신과 분리해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공통점과 차이점, 현실과 기대 등 맥락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가 남긴 부채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꿋꿋하게 걸어가라는 응원이죠.  ━  👨‍👦위기 벗어나고 싶다면 균형점 찾아라   세상은 양극성으로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바다의 파도가 가장 높은 파고에서 빠르게 수평을 찾으려 하듯이 다양한 조건들도 스스로 균형을 잡으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그 균형을 조절하는 완벽한 공평함이 존재한다. p.123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주장한 보상이론인데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보상체계로 이뤄져 있으며 한 곳이 비면 그 자리는 다른 것으로 메워진다는 겁니다. 인간 역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존재예요.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기울여져 살다 보면 내면의 시소에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이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향과는 반대로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죠.   중년의 위기에 처했다면, 내 안의 문제를 먼저 다스려야 해요. 내면의 여성성(Anima), 혹은 남성성(Animus)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카를 융은 사람이 일생을 사는 동안 언제나 똑같은 삶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동안 발현되지 않은 특성이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죠. 저자처럼 요리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남성이 나이가 들어 예쁜 컵을 사고 커피를 내리며 빵을 굽게 된 것도 이러한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면 이를 평형 상태로 만들고 싶어 해요. 아버지가 강하면 아들이 약하거나, 아버지가 약하면 어머니가 강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평형을 유지하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에요. 가족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거짓 자아를 만들어내기도 하거든요.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살다 보면 자신이 누구이며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조차 잊게 되죠.   균형은 세대 간 문제에도 적용돼요. 헝가리 출신 가족치료사 보스조르메니 나지는 가족 안에는 보이지 않는 장부(帳簿)가 존재한다고 말했어요. 이 장부에는 모든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대한 균형이 기록돼 있습니다. 한 세대에서 무엇인가 균형 밖으로 떨어져 나온다면, 그다음 세대는 이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거죠. 마치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규율을 강조하는 대신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요.   지금 시대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아들은 친구 같은 아버지를 원하니까요. 과거처럼 생계만 해결해 주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능력까지 갖춰야 하죠. 하지만 여기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가족 모두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불행에 처한 사람에게 얼마나 복원력이 있는지가 드러나는 때는 불행의 순간이 아닌, 다 지나가고 먼 훗날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돌아볼 수 있으며 그속에서 무언가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낼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지나간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 속에서 복원력이 작동한다. p.242   관계를 돌리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기억은 얼마든지 다시 편집할 수 있어요. 함께 나쁜 기억을 반추하고 좋은 기억으로 채워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들이 이미 아동기,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에 들어섰다 해도 바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언제든 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불행에 갇혀서 고통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아니에요. 상처 난 마음을 복원하고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요.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깊은 상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아버지와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의식중에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은 무엇인지, 앞으로 물려주고 싶은 능력은 무엇인지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최원석 객원기자 medialiteracynetwork@gmail.com,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일단 이 행동 몰래 하세요” 위기의 부부 바꾼 어느 숙제 “별일 아니야” 아이 달랜 말…되레 트라우마 안겨준 까닭 실패 축하해주면 공부 잘한다? 회복탄력성 전문가의 조언

    2024.04.04 15:15

  • “너 같은 딸 낳아”“다 엄마 탓” 모녀 가스라이팅 반복된 이유

    “너 같은 딸 낳아”“다 엄마 탓” 모녀 가스라이팅 반복된 이유 유료 전용

    엄마는 말합니다. “너도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 봐라.” 딸은 이렇게 말하죠. “난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다 엄마 탓이야.” 물론 곧 후회합니다. 엄마도, 딸도. 모녀 관계는 대체 무엇이길래 서로를 향한 애증이 넘쳐흐르는 가스라이팅을 반복하는 걸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가족관계’를 주제로 읽어드리는 두 번째 책은 『엄마와 딸의 심리학』입니다. 독일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는 저자 클라우디아 하르만은 엄마와의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지금 내 삶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와 겪는 갈등이 부부·가족 관계를 비롯한 사회생활에서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시죠.   ■ 가족관계 4선 「 ① “내가 단단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②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엄마와 딸의 심리학』 ③ “아빠의 자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④ “콤플렉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박정민 디자이너  ━  👩‍👧『엄마와 딸의 심리학』은 어떤 책인가?   엄마도 한낱 인간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의 핵심 주제 또한 바로 이 말에 담겨 있다. 우리 문화 속에서 모녀 관계는 주로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일방통행일 때가 많다. (중략) 그래서 딸과 엄마가 여성 대 여성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보다 풍요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p.31~32   『엄마와 딸의 심리학』의 부제는 ‘서운한 엄마, 지긋지긋한 딸의 숨겨진 이야기’인데요. 책에는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연이 등장합니다.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인간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 가정에서 자란 저자는 기자가 돼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서서히 곪아갔습니다. 남편을 사랑했지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문제를 겪었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골몰하던 그는 심리치료에 발을 딛게 됐습니다.   저자는 스물한 살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는데요. 그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돌아가신 엄마를 ‘숭배의 단상’ 위에 올려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엄마가 살아계실 때 한 번도 곁을 지켜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포장의 기술을 발휘한 거죠. 그는 치료 과정에서 ‘내면아이(Inner Child)’를 만나 유년기를 되돌아봤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한쪽 구석에 처박아둔 감정을 끄집어내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엄마의 내면아이와 만남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시절 엄마의 입장이 돼보라는 심리치료사의 요구에 그는 한 장뿐인 엄마의 어린 시절 사진과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기억을 이어붙였어요. 그러자 버림받은 아이가 보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아빠를 잃은 아이는 엄마와 할머니 손을 붙잡고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었어요. 이제 겨우 세 살이었지만 연년생 남동생 두 명을 돌봐야 했죠. 그제야 저자는 엄마를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엄마도 나를 사랑했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심리치료사로 전향한 저자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어요. 책의 주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딸과 엄마의 애착 관계를 진단하고요. 두 사람의 애착 관계를 방해하는 원인인 트라우마에 주목합니다. 엄마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인생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하죠. 그리고 모녀 관계 유형에 따라 빠지기 쉬운 함정과 탈출법을 소개합니다. 엄마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딸은 물론 딸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엄마가 이 글을 읽으며 유용한 팁을 찾길 바랍니다.  ━  👩‍👧갈등의 시작, 애착부터 살펴라   세상 모든 부모가, 세상 모든 엄마가 사랑하는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는다. 엄마가 된다고 자동적으로 생기지도 않는다. 사랑은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 애착과 관계는 무엇보다도 가족 내에서 사랑을 얼마나 표현하고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p.51   애착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게랄트 휘터 괴팅겐대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사랑이란 상대에게 바라는 감정이다. 상대가 세상과 이어져 있다고 느끼면서 상대를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아이들은 이러한 애착을 엄마를 통해 배웁니다. 엄마는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첫 번째 타인이니까요. 이 첫 만남은 이후 모든 관계를 비추는 청사진이 됩니다.   흔히 애착 이론이라고 하면 ‘가까운 두 사람을 감정으로 연결하는 끈’을 떠올리는데요. ‘아이가 안전하게 걸어가게 하는 것’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엄마는 1차 보호자이자 안전한 항구이기 때문이죠. 덕분에 아이는 밖으로 나아가 세상을 탐색하다가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항구로 돌아와 안전함을 느낍니다. 이러한 신뢰가 있어야 아이는 마음 놓고 탐험을 이어갈 수 있어요.   애착은 크게 안정형 애착과 불안정 애착으로 나뉩니다. 안정형 애착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예요. 아이는 엄마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죠. 힘들 때면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다가올 것이란 믿음이 있으니까요. 자기 확신이 있으니 타인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어요. 세상을 향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반면에 불안정 애착은 이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해 결핍이 생긴 상태예요. 회피형·양가형·혼란형으로 나타나는데요. 회피형은 엄마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거리를 둔 경우예요.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능력과 여유가 없으니 아이도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게 되죠. 양가형은 한결같지 않은 게 특징이에요. 엄마가 언제 다가올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으니 아이의 감정도 요동치며 불안함을 느끼죠. 혼란형 애착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많이 나타나요. 엄마가 무력감에 시달리거나 과민 반응을 보이니 아이도 조마조마하죠.   안타깝게도 애착 유형의 65~85%가 세대를 넘어 전달됩니다. 대니얼 J 시겔 미국 UCLA 정신의학과 임상교수는 “임신 중인 부부의 어린 시절을 조사하면 두 사람이 곧 태어날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엄마가 어릴 적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면 아이에게도 온전히 베풀 수 없다는 뜻이죠. 다행인 것은 이러한 ‘내면 작업 모델’은 보통 첫돌 전에 만들어지지만, 성인이 돼서도 마음 맞는 관계를 통해 수정해 나갈 수 있다고 해요.  ━  👩‍👧문제 키우는 트라우마를 찾아라   트라우마, 억누른 슬픔과 무력감, 숨긴 상처의 결과는 다양하고 오래간다. 애착의 춤도 방해를 받는다. 어머니는 어려움을 표현할 수 없었고 자식들은 욕망과 문제를 알릴 수 없었다. 그럴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 p.170   애착은 모든 부모·자녀에게 해당되는 문제예요. 유독 엄마와 딸 사이에서 애착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모녀 관계의 특수성 때문이에요. 우리 두뇌에는 타인을 보고 따라 하는 능력을 가진 신경세포, 즉 ‘거울 뉴런’이 있는데요. 딸은 엄마의 언행뿐 아니라 감정까지 모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감정이 연결되는 거죠.   딸은 엄마와 애착 관계가 충족되면 결핍감을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마음의 그릇이 가득 차 있기에 타인에게 인정을 구걸하지 않죠. 엄마뿐 아니라 남편, 다른 형제자매에게도요. 하지만 모녀 관계는 불안정 애착인 경우가 더 많아요. 엄마와 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없는 거죠.   트라우마는 그리스어로 ‘상처’라는 뜻인데요. 사건 자체가 아니라 당사자에게 미치는 ‘스트레스 상태’를 가리킵니다. 당사자가 트라우마를 마주하지 않고 숨길수록 자꾸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긴 시간 동안 당사자는 물론 배우자, 자식에게 영향을 끼치죠. 이를 이겨내지 못한 엄마는 자식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져 소통하지 못하기도 하고요.트라우마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예상치 못한 한 번의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인데요. 자연재해, 교통사고, 강도, 폭행 등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죠. 사건이 터지면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데요. 사건 종료 후 70%는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30%는 지속됩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박해나 성폭행처럼 지속되거나 반복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예요. 이 경우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 심장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트라우마는 전쟁과 같은 거대한 사건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난, 학대, 부모의 이혼, 지인의 죽음, 부부 갈등 같은 일상적인 사건도 얼마든지 트라우마가 될 수 있죠. 안타깝게도 많은 가족이 이를 방치하곤 합니다. 마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죠. 이렇게 쉬쉬하면 트라우마는 점점 심해집니다. 충격을 받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이 엄청나게 분비돼 우리 몸에 막대한 흥분을 남기는데요. 그 흥분이 사라지지 않고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고’ 상태에 머무르게 되는 거죠.   저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제에 대해 깊이 곱씹어보고 떠나보내야 상처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독일뿐 아니라 한국의 전후 세대 역시 생존에 급급해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어요. 부모가 아이에게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니 아이도 부모에게 상처를 숨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죠. 각각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추적해볼 필요가 있어요.  ━  👩‍👧선을 그어야 출구가 보인다   엄마와 딸, 부모 자식 간 관계가 심각하게 안 좋을 때는 시급한 조치, 새로운 태도와 시각이 필요하다. 딸의 마음이 어떤지, 어릴 적 딸이 엄마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또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제는 엄마 편에서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해결의 실마리, 나아가 새 출발의 기회가 된다. p.271   엄마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을까 들여다봤다면, 다음은 그런 엄마를 대하는 딸의 태도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스위스 신체심리치료연구소에 따르면 많은 딸이 모녀 관계에서 ‘에이전시’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고객마다 제각각 다른 요구 사항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엄마에게 필요한 딸의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거죠.   먼저 엄마와 가까운 ‘구원자 딸’부터 살펴보죠. 엄마는 자기 아픔 때문에 딸을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일찌감치 그 사실을 간파한 딸은 엄마를 구하려고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합니다. 사방을 살피며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죠. 딸은 기댈 곳이 없으니 자주 외로움을 느끼게 돼요.   “엄마의 욕구를 채워줄 테니 나를 인정해 달라”는 ‘얌전한 딸’은 구원자처럼 적극적이진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정서적으로 엄마를 지지하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릅니다.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죠.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에게 행복이 찾아온 순간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친구 같은 딸’은 언뜻 아름다운 존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관계가 위험하다고 지적해요. 딸은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가 없는 엄마에게 수다 상대가 되곤 하는데요. 딸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지는 허물없는 관계에 숨이 막힌다며 갑자기 연락을 끊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은 서로 다른 인생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각자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해요.   엄마에게 거부당해 ‘괴로워하는 딸’도 있습니다. 딸은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엄마를 보고 자랍니다.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와 가까워지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물러나기도 해요. 딸은 자기 자신을 엄마로 삼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데요. 불평하면서도 관심을 받기 위해 애씁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경쟁하는 딸’을 살펴볼게요. 엄마의 여성성이 위태로우면 딸과의 관계가 힘들 수 있어요. 엄마가 남편과 사이가 나쁠 경우, 아빠에게 사랑받는 딸을 보며 경쟁심을 느낍니다. 경쟁심은 경멸, 복수로 이어질 수 있고요. 친밀한 관계도 사라질 수 있죠. 딸도 아빠의 시선으로 엄마를 평가하며 그릇된 여성상을 학습할 수 있어요.   본인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차리셨나요? 자신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내디딘 셈입니다.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딸이 아무리 엄마 주변을 맴돌아도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순 없어요. 엄마도 마찬가지죠. 두 사람 사이에 선을 긋고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해요.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각자 한 발짝씩 물러서거나 다가와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네게 필요한 게 뭘까? 당시 그 일이 네게는 어떻게 느껴졌니? 난 널 이해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관점의 전환이 탈출구이다. p.279   저는 이 책을 통해 모녀 관계의 본질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우리 엄마는 안전한 곳이구나!’라는 느낌이래요. 엄마는 딸에게 무슨 일이든 해보라고 의욕을 불어넣어 주고 그 여정을 지켜봐 주는 존재라고요. 딸이 어떤 모습이든 받아주고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라고 하는데요. 딸에게 그렇지 못한 엄마로서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유형에 따른 관계 개선 방법이 정리돼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자는 모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엄마도 딸의 입장이 돼보고 “그 상황에 나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대요. 딸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딸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고요. 저 역시 때로는 쑥스러워서, 때로는 번거로워서 상처를 숨기고 살았는데요. 이번 기회에 엄마와 딸에게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말이죠.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별일 아니야” 아이 달랜 말…되레 트라우마 안겨준 까닭 “일단 이 행동 몰래 하세요” 위기의 부부 바꾼 어느 숙제 “화 치솟아 내 밑바닥 봤다”…정신과 의사의 번아웃 탈출법

    2024.03.28 15:02

  •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 했다면? 당장 이것부터 설명해줘라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 했다면? 당장 이것부터 설명해줘라 유료 전용

    “내가 지금 이걸 왜 보고 있지?”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SNS)를 훑어 내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타인의 일상을 엿보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신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가족들과 매일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과시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불행한 가족사를 구구절절 전시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죠. 가족치료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사티어는 가정생활을 ‘빙하’에 비유했습니다. “겉으로 보이고 들리는 것은 실제 진행되고 있는 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유인데요. 가족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자랑이자 원망의 대상이 될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면 널뛰는 감정도 다스릴 수 있을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가족관계’를 주제로 4권의 책을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 책은 사티어가 쓴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입니다.   ■ 가족관계 4선 「 ① “내가 단단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②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엄마와 딸의 심리학』③ “아빠의 자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④ “콤플렉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박정민 디자이너  ━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는 어떤 책인가     사티어는 일찌감치 가족심리학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다섯 살 때 ‘부모를 조사하는 탐정’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요. 아이의 눈에 비친 가정은 매일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나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공간이었죠. 어린 그는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몰랐지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분명하게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 뒤에 가정의 문제가 뒤엉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신의료와 사회사업을 전공했죠.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는 그가 1988년에 출간한 양육서의 고전이에요. 세계 최초로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70여 년간 수많은 위기 가정을 상담하고 연구한 결과가 담겨 있죠. 그는 어떤 문제로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찾아오든 처방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모든 가정생활에는 자존감, 의사소통, 규칙, 관계 맺기 등 4가지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했거든요. 결국 가정에서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는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에 변화를 줘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자기 삶을 사랑하는 가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동시에 양육자도 생애주기에 맞춰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요? 사티어는 부부에서 가족으로 넘어가는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아이에 대한 존중’을 특히 강조했는데요. 이 조언을 토대로 가정 안에서 ‘어린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법’ ‘올바르게 의사소통하는 법’ ‘사춘기 자녀와 관계 맺는 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  👪️나와 너, 구분이 자존감 키운다     아기는 사람들과의 경험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의존해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야만 한다. 처음 5~6년 동안 아이의 자존감은 거의 독점적으로 가족에 의해 형성된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다른 영향력이 개입하지만 가족은 여전히 중요하다. 외부의 힘은 아이가 집에서 학습한 자존감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p.39   저자는 양육적인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자존감’을 꼽습니다. 양육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활기차고 솔직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존중받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반대로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경직돼 있었어요.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고 눈치를 많이 봤죠.   자존감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데다, 개인의 삶을 이루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아기는 양육자가 자기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자아관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존감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죠.   그렇다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양육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 중 결정적인 한 가지를 소개할게요. 자존감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과 ‘다른 사람으로 인한 사건’을 구분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어린이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다 자기로 인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면 자기가 말을 안 들어서 싸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이런 일이 반복되며 마음속에 자책감이 쌓이면 아이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집니다. 가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아이와 상황을 공유하고 그 일의 주체가 누구인지 설명해 주세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말이죠.  아빠랑 엄마가 방금 말다툼을 했단다. 엄마는 오늘 밤 우리 가족이 외갓집에 갔으면 했어. 그런데 아빠는 반대하시더라고. 엄마가 욱하는 성질에 화를 내면서 아빠한테 잔소리를 퍼부은 거란다. 엄마랑 아빠가 방금 크게 싸웠단다. 우리는 의견이 맞지 않을 때면 종종 싸우곤 해. 아빠는 오늘 밤 집에 있고 싶은데 엄마는 나가자고 하는구나. 엄마랑 아빠가 싸운 것이 너 때문이 아니라는 걸 네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아빠 문제로 싸운 거야. 이때 아이와 눈을 맞추고,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평소에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양육자가 자신과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 때, 아이의 자존감이 쑥쑥 자랍니다.  ━  👪️수평적 태도가 소통을 이끈다   의사소통은 인간 사이에 오가는 모든 것을 망라하고, 모든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커다란 우산이다. 다시 말해 서로 주고받는 정보의 내용, 그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과 활용하는 방식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의사소통은 두 사람이 서로의 자존감을 측정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거나 낮추는 도구이기도 하다. p.65   저자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수년간 관찰하면서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에 보편적인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반응하는 모습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어요. 대다수의 사람은 잘못된 방식으로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감추려고 애쓰는데요. 일부만 유연한 반응을 보였어요. 저자는 오직 ‘소통형’만 문제를 해결하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부정적 상황에 대응하는 다섯 가지 의사소통 유형  「 ① 회유형: 상대방이 화를 낼까 두려워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춘다.② 비난형: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복종하도록 크고 강하게 행동한다.③ 계산형: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장황하게 말한다.④ 혼란형: 관련 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주의를 분산시킨다.⑤ 수평형: 상대방과 상관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의사를 표현한다. 」  이해를 돕기 위해 각각의 유형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회유형은 “용서해 주세요. 제가 한눈을 팔았어요”라며 지나치게 사과할 거예요. 비난형은 “조심 좀 하라!”며 화를 내고요. 계산형은 “만약 손해를 입으셨다면 제 법률대리인에게 연락하세요”라면서 으스댑니다. 혼란형은 “이 사람 누구랑 부딪혔나 보네?”라면서 자기와 무관한 일인 듯 행동할 가능성이 커요. 반면에 수평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각각의 유형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죠?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치 않은 잘못을 했을 때 곧바로 사과할 줄 압니다. 자신의 ‘존재’가 아니라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타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지 않죠.   가정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방을 치우지 않아 양육자가 화가 난 상태입니다. 이때 비난형의 양육자는 “방 하나도 제대로 못 치우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라면서 아이를 비난할 겁니다. 반면에 수평형의 양육자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죠. “아들아, 방이 엉망이구나. 일단 침대부터 정리해야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히다 보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겠죠.   물론 하루아침에 수평형으로 의사소통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솔직한 의사 표현을 가로막는 두려움을 먼저 파악하라고 말해요. ‘실수하면 어쩌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등 두려움에서 비롯된 방어기제로 인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쏟아놓곤 하니까요.   아이가 혹은 남편(아내)이 자신의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면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사람씩 비난·회유·계산·혼란형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역할을 맡아서 갈등 상황을 연기해 보는 거죠. 이를 녹화해서 함께 본다면 확실한 ‘거울 치료’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평상시 내가 말할 때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될 테니까요.  ━  👪️솔직한 고백이 신뢰 쌓는다   가족 관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것처럼 아이도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쳐 사춘기에 이르면 또 다른 인격체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양육자의 머릿속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 아이의 모습이 각인돼 있죠. 하지만 가정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려면 변화를 인정해야 해요. 가족 구성원별로 최신 상태에 대한 정보가 입력돼야 상황에 맞는 새로운 관계 맺기가 가능합니다.사춘기는 자녀에게도, 양육자에게도 힘든 시기입니다. 자녀들은 신체적 변화를 겪으며 독립된 개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동시에 학업에 몰두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죠.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거나 반항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때 양육자는 아이를 지나치게 통제하려 들면 안 돼요. 반발심에 더 엇나가거나 대화의 문을 아예 닫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저자의 네 가지 조언이 도움이 될 거예요.   ① 칭찬하고 격려하기 사춘기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르지만 이 또한 편견입니다. 이 시기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도 많아요. 아이들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 세상을 더 폭넓게 인식하기 시작하죠. 아이의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칭찬해 주세요. 아주 작은 거라도 좋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매 순간 칭찬을 하던 양육자도 클수록 인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자는 “불법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살찌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지 격려하라”고 말합니다.   ② 둘 다 이기는 게임하기 양육자가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이렇게 하라”고 말하면, 아이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고 대꾸할 겁니다. 이렇듯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쪽이 이기고 지는 승패에서 벗어나 둘 다 이기는 ‘윈윈(Win-Win)’ 게임이 돼야 해요. 예를 들어 일주일치 용돈을 다 써서 더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이번 주 용돈은 줬으니 더 줄 수 없다”고 무시하면 싸움으로 번질 거예요. 반면에 “나도 월급을 미리 다 써버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곤란하더라. 용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 보자”고 말하면 어려움을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습니다.   ③ 양육자의 두려움 알려주기 서로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를 부모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약한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거죠. 예를 들어 저자가 만난 한 부모는 무단 결석하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해요. 이 부부는 어린 시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아들만큼은 대학을 보내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이를 압박했고, 아이는 부모에게 통제받는다고 느꼈죠. 그런데 상담을 통해 양육자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자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양육자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된 겁니다.   ④ 성장 앨범 만들기 아이의 멋진 행동을 기록하는 성장 앨범을 만들어 보세요. 아이가 용돈을 모아서 원하는 물건을 샀거나, 봉사활동을 다녀왔거나, 아빠와 함께 산 정상에 오른 모습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아이가 이룬 목표를 사진으로 찍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겁니다. 이 작업은 사춘기 양육자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정에서 이따금 반항하는 모습이 보여도 내 아이가 충분히 훌륭하고 바르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가정이 세상을 압축해 놓은 소우주라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하나하나의 가정을 연구하면 된다. 가족 간에 존재하는 힘의 관계, 친밀감, 자율과 신뢰, 소통 방식 등이 그대로 세상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가정을 바꿔야 한다. p.14   버지니아 사티어는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와 늘 다퉜다고 해요. 그가 ‘부모를 조사하는 탐정’이 돼야겠다는 남다른 꿈을 꾼 이유죠.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문장들은 시종일관 따뜻합니다. 자녀 교육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은 양육자는 물론이고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양육자에게 위안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양육서를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메시지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1980년대에는 이러한 주장이 보편적이지 않았거든요. 아마존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되고, 누적 판매부수 100만 부를 돌파한 건 그만큼 이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이 많았단 방증이겠죠.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얻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세요. 기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여느 양육서와는 다른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당신들은 무조건 헤어진다” 이혼할 부부 96% 맞힌 교수 “일단 이 행동 몰래 하세요” 위기의 부부 바꾼 어느 숙제 “넌 특별해, 뭐든 할수 있어” 아이 자존감에 독 되는 말들

    2024.03.21 15:40

  • “일하다 말고 뛰쳐 나가라” 내 뇌가 보내는 ‘7가지 SOS’

    “일하다 말고 뛰쳐 나가라” 내 뇌가 보내는 ‘7가지 SOS’ 유료 전용

    휴식은 한가한 소리처럼 들립니다. ‘빨리빨리’가 특기인 한국에선 더욱요. 하지만 뛰어난 성취를 일군 이들을 보면 오로지 일만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스티브 잡스는 대학 시절 특별한 이유나 목표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듣고 싶은 수업이나 청강하며 지냈죠. 열심히 일해도 될까 말까인데, 쉴 거 다 쉬고 딴짓도 해가면서 성공한 이들은 대체 뭐죠? 역시 천재는 다른 걸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Parents)가 ‘집중력 되찾기’를 주제로 고른 마지막 책『멍 때리기의 기적』에 그 답이 있습니다.   ■ 집중력 되찾기 4선 「 ①“누군가 집중력을 훔치고 있다” 요한 하리『도둑맞은 집중력』 ②“산만해진 순간을 알아차려라” 아미시 자『주의력 연습』 ③“시작 후 40초가 몰입을 좌우한다” 크리스 베일리 『습관적 몰입』 ④“생각을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스리니 필레이 『멍때리기의 기적』  」  박정민 디자이너  ━  🔎『멍 때리기의 기적』은 어떤 책인가?   수많은 성공 법칙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간낭비로 평가하죠. 『멍때리기의 기적』을 쓴 스리니 필레이(정신과) 하버드대 교수는 여기에 반기를 듭니다. 그는 “남다른 성과를 내고 싶다면 집중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데요. 이유는 뇌 때문입니다. 집중하려고 애쓸수록 과부하가 일어나 총기를 잃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실수를 합니다. ‘절대 틀리면 안 된다’며 집중할수록 실수를 남발하는 건 그래서죠.   필레이 교수는 20년간 뇌를 연구한 전문가입니다. 연구 끝에 그는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하죠. 『멍 때리기의 기적』은 그의 그런 연구 결과가 집대성된 책입니다. 저자는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그 시간 동안 뇌가 쉬거든요. 뇌는 자유롭고 편한 상태에서 창의력과 기억력을 발휘하고요. 쉬어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하다 말고 산책을 하거나 쪽잠을 자는 게 결코 나쁜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물론 비집중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집중하는 시간과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중하지 않는 시간은 우리의 삶을 찬란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말을 믿고, 한번 따라 해볼까요?   집중과 비집중은 기능이 다르다. 집중은 길 앞을 똑바로 비추는 폐쇄적이고 좁은 광선이다. 비집중은 멀고 넓은 곳까지 비춰 주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광선이다. 서로 분리돼 있을 때 두 광선의 유용성은 제한적이다. 두 광선을 함께 사용하면 배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길을 더욱 잘 찾을 수 있다. p.16  ━  🔎 당신의 뇌, 안녕하십니까?    저자가 비집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레지던트 시절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했어요. 매일 밤 늦게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퇴근하면 저녁식사를 대충 때운 뒤 논문 읽기에 바빴죠. 이렇게나 열심히 살았는데, 지도 교수에게 뜻밖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일하면 머릿속에 정보는 엄청나게 쌓이겠지만 우수한 교육을 받지는 못할 걸세. 그건 자네가 하버드대에 와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아니지 않은가?”     교수는 그에게 “일하는 것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 숲을 걷고, 벤치에 앉아 숨도 좀 쉬라고요. 저자는 훗날 뇌 공부를 하면서 교수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닫습니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면 인지능력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지능력은 집중과 비집중이 교차할 때 높아집니다. 그래서 두 활동의 균형이 중요한데요. 집중 활동만 하면 에너지가 급속도로 떨어지다가 급기야 멈추고 맙니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탈진’이라고 부르는데요. 마치 자동차 급유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무시하고 달리다 갑자기 길가에 서버리는, 그런 상태를 말합니다.    차를 계속 달리게 하려면 적절한 때에 기름을 넣어야 하듯 뇌도 그렇습니다. 적절히 충전을 해야 번아웃 없이 달릴 수 있죠. 뇌에 있어 기름은 쉬는 겁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잘 쉬는 기술이 필요한데요. 그러려면 우선 내 뇌의 상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뇌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지친 뇌가 보내는 7가지 신호를 소개합니다. 최근 아래 신호를 받은 적이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 뇌가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초기 신호  「 ①예전보다 활력이 떨어진다: 평소보다 지친다고 느껴지는 것은 인지 리듬을 잃기 시작했다는 징조입니다. 한 달에 며칠을 그렇게 느낀다면, 반드시 비집중하는 시간을 늘려야 해요.   ②거래를 매듭짓지 못한다: 어려운 일을 끝까지 이끌어놓고, 마지막 순간에 에너지가 소진된다면 자신의 뇌 리듬을 점검해보세요.    ③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목표를 이루기가 너무 어렵다면, 집중하느라 정신이 고갈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뇌 리듬을 조절하고, 목표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④실수를 반복한다: 교훈을 남기는 실수는 삶에서 유용하지만, 같은 실수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⑤삶을 주체하지 못한다: 사는 게 버겁다고 느껴지는 날이 많다면 자신의 하루 생활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뇌의 집중과 비집중의 리듬이 깨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⑥안주한다: 자꾸 안주하게 된다는 건, 감정이 피로하다는 증거입니다. 뇌에 여유가 없어서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엄두가 안 나는 것이죠.    ⑦자신의 희망과 꿈과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잠시 삶을 돌아보세요. 지금 내 생활이 예전에 꾸었던 꿈과 얼마나 가까운가요? 여전히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오늘 내 생활에 환멸을 느끼거나, 더 이상 그 목표에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 집중하는 상황에서 발을 떼야할 때입니다.   」  신호를 여러 차례 느꼈다면 당신의 뇌는 방전 위기에 놓인 겁니다. 집중을 끊고 비집중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저자는 ‘비집중 일정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사람들은 하루의 절반가량을 정신적으로 방황한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딴 생각을 한다는 얘긴데요. 저자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정표를 짜서 계획적으로 딴짓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비집중 일정표’를 작성할 땐 15분 단위로 끊는 게 좋습니다. 45분 집중하고, 15분 비집중할 때 가장 성과가 높다고 합니다. 집중과 비집중의 간격이 언제나 일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비집중 시간은 예외 없이 지켜야 합니다. 집중에 가속도가 붙으면 멈추기가 더 힘들어지거든요. 그럴 땐 알람의 도움을 받으세요. 청각 자극은 생각을 전환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거든요. 알람이 울리면 일단 멈추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세요. 토막잠을 자거나 낙서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비집중은 일주일, 1년 단위로도 이뤄져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 후 친구를 만난다거나 영화를 보는 식으로요. 일상을 벗어난 활동은 새로운 자극이 돼 활력을 만들고, 이 활력이 생산성으로 연결됩니다.   비집중은 지적인 형태의 내려놓음이다. 비집중은 사고를 유연하게 해주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항복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음 단계의 사고로 움직일 수 있는 마찰 없는 구역을 제공하고, 자기 본연의 모습과 더욱 깊이 연결시킨다. p.59    ━  🔎 딴짓의 효용을 높여라   비집중 시간을 확보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비집중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딴짓을 하는 게 좋습니다. 딴짓을 하는 동안 뇌는 집중 시간에 고민하던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거든요. 바로 이 자유 덕에 뇌는 정보를 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재조직하고요. 책상 앞에서 안 풀리던 문제가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할 때 풀리는 건 그래서죠.   아이디어나 창의적 해결책은 때가 되면 표면으로 떠오른다. 지식⋅단어⋅형상⋅멜로디 등의 파편이 불현듯 무작위로 등장하는 거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같다. 설거지나 잔디 깎기처럼 힘 빼고 하는 활동을 할 때 파편들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p.83   결국 비집중의 효용을 높이려면 다방면에 걸쳐 딴짓을 해야 합니다. 실제 스티브 잡스가 그랬습니다. 잡스는 대학교 입학 후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관둡니다. 거창한 포부나 명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듣고 싶은 수업만 듣고 싶었을 뿐이죠. 특히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래피 과목을 좋아했는데요. 그렇다고 그가 디자이너가 된 건 아닙니다. 그저 재미에 끌려 잠시 경험을 쌓았을 뿐이죠. 여러분은 잡스가 쓸모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두가 알다시피 바로 이 경험 덕에 그는 애플을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매킨토시 컴퓨터에 넣은 다양한 서체는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고요. 서체 디자인이 매킨토시만의 강점이 될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자가 다방면의 경험을 중시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연관성이 없는 경험일지라도 서로 만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거든요. 특히 비집중 시간에는 뇌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 하나도 다르게 볼 수 있죠. 자동차 번호판에서 나만의 규칙을 찾고,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서도 영감을 얻는 식으로요.   하지만 막무가내로 딴짓을 해선 안 됩니다. 딴짓에도 세 가지가 필요하죠. 취미, 공상, 그리고 충분한 수면이 그것인데요. 흥미에서 시작한 취미 생활은 작은 경험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깁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은 때가 되면 무의식 중에 튀어 올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자양분이 되고요.   공상도 필요합니다.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걸 상상하라는 겁니다. 공상을 흔히 쓸데없는 생각으로 치부하는데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파란 컵을 보고 바다를 떠올리고, 바다를 보다 생선을, 생선에서 회, 회에서 제주도 여행을 떠올리는 식의 방황은 창의적 활동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생각에 닿을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공상이 깨어있는 동안의 연결 짓기라면 수면은 일종의 생각 정리입니다. 뇌는 수면 중 무의식 속에서 기존 생각을 재결합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거든요. 그러려면 최소 7시간 이상은 자는 게 좋다고 합니다.  ━  🔎 꼴찌가 성공하는 법   비집중 시간은 학습에서도 큰 힘을 발휘합니다. 산만한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확률이 높은 것도 그래선데요. 사방팔방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듯 보여도 사실 아이는 뇌에 힘을 줬다 뺐다 하며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산만하기만 해선 안 됩니다. 이런 비집중 시간을 집중 시간, 즉 학습으로 연결하려면 균형이 필요하죠.   저자는 이걸 포크와 스푼에 비유합니다. 포크가 특정 정보를 겨냥해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찌른다면, 스푼은 여러 재료가 섞인 수프를 음미할 여유를 주죠.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해야 풍성한 맛을 볼 수 있듯 학습도 그렇습니다. 정답을 주입하고, 암기하는 전통적인 교육과 교실 밖에서 체험으로 배우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더 잘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유명 셰프이자 레스토랑 경영자인 조너선 왁스먼은 포크와 스푼을 번갈아 사용한 역동적인 학습자의 대표 사례입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 후 록밴드로 활동했습니다. 록밴드가 해체된 뒤엔 레스토랑 서빙, 페라리 세일즈맨, 바텐더 등으로 일했고요. 특히 레스토랑 일을 좋아했던 그는 파리의 라 바렌 요리학교를 나와 요리사가 됩니다. 그는 ‘현대 미국 요리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얻는데요. 요리 학교에서 배운 ‘전통적인 지식’과 다양한 일을 하며 얻은 시장에 대한 ‘통찰력’, 록밴드 활동을 하며 얻은 ‘감각’을 종합한 결과입니다. 자유분방한 록스타가 엄격한 규율로 정평이 난 요리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음악은 음식과 강력한 상호 관계가 있다. 진짜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장작을 쌓고 썰고 저미고 다져야 한다. 실패한 원인을 바꾸고, 다른 방법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부딪히는 건 음악이든, 음식이든 똑같다.”   세상에 요리 학교를 나온 요리사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왁스먼처럼 요리를 배운 록가수는 오직 한 명뿐입니다. 포크와 스푼으로 끌어모은 경험을 잇고 이어 자기만의 왕국을 만든 겁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독창성을 사용해 변화를 달성할 힘을 타고났지만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면서 독창성을 잃어버린다. (중략) 자신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사용 설명서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118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은 딴짓의 효용을 알려줍니다. 일과 중 잠깐 휴식을 취하는 수준의 딴짓을 넘어서, 갑작스레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까지. 딴짓이 바꾸는 삶의 행적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서술하죠.   그렇다고 퇴사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으라거나 공교육에 저항하라고 부추기는 건 아닙니다. 사회의 속도에 휩쓸려 집중하려고 애쓰는 삶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며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불온하다고 여겨지는 여유와 휴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잡스는 창업 전, 인도의 한 암자에서 2년간 묵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업무를 중단한 채 혼자 생각하는 ‘생각 주간’을 갖는다고 하고요. 저자가 비집중 활동을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지적인 형태의 내려놓음’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비집중 시간을 가지려면 한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비집중 활동의 쓸모도 높아지거든요. 그러니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관심과 취향이 이끄는 대로 여러 활동에 도전해 보세요. 그 첨벙거림이 우리를 고유한 존재로 만들어줄 겁니다.   어떤 경험이든 뇌 발달에 기여한다. 곧고 좁은 길에서 벗어나면 예기치 않았던 통찰을 얻고, 같은 주제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성장 자극이 된다. (중략) 성공한 사람 중 목표까지 일직선의 궤적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이켜보면 일직선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p.18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1000억 벌 ‘상상력 테스트’ 술독 빠진 가난한 용접공…대학교수 만들어 준 책 1권 “사촌이 땅 사게 도와줘라” 뇌과학자가 본 ‘미래 리더’

    2024.03.14 15:06

  • 40초 버티고, 5분 딴짓해라…적게 일하고 많이 벌 ‘기술’

    40초 버티고, 5분 딴짓해라…적게 일하고 많이 벌 ‘기술’ 유료 전용

    우리는 늘 시간에 쫓깁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요? 생산성 전문가 크리스 베일리는 “집중력만 잘 관리하면 적게 일하고도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베일리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 온 괴짜로 유명합니다. 일과 삶의 조화를 주창한 ‘워라밸’의 선구자로도 불리는데요. 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첫 40초를 주목합니다.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집중력 되찾기’를 주제로 헬로페어런츠(hello!Parents)가 읽어 드리는 세 번째 책은 바로 『습관적 몰입』입니다.   ■ 집중력 되찾기 4선 「 ①“누군가 집중력을 훔치고 있다” 요한 하리『도둑맞은 집중력』 ②“산만해진 순간을 알아차려라” 아미시 자『주의력 연습』 ③“시작 후 40초가 몰입을 좌우한다” 크리스 베일리 『습관적 몰입』 ④“생각을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스리니 필레이 『멍때리기의 기적』  」  박정민 디자이너  ━  🔎『습관적 몰입』은 어떤 책인가   저자가 생산성 연구에 뛰어든 건 10대 시절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가 그의 관심사였죠. 꽤나 성공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각계 각층 유명인을 찾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됐거든요. 열흘간 고립돼 일하기, 스마트폰 하루 1시간만 쓰기, 카페인과 설탕 끊기 등을 몸소 실험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죠.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저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산성은 시간, 집중력, 에너지 관리에 달렸습니다. 이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죠. 안타깝게도 멀티태스킹은 이들 세 요소와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멀티태스킹은 산만합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면 주의가 분산될 수밖에 없죠. 집중력이 깨지니 시간과 에너지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생산성이 낮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그 일에 집중하기까지 평균 23분이 걸립니다. 일을 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채로 23분을 허비하는 셈이죠.    사실 저자도 그랬습니다. 노트북 화면에는 늘 서너 개의 창을 띄워 놨고, 채팅방을 오가며 답하기에 바빴거든요. 누구보다 비생산적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가 『습관적 몰입』을 집필한 건 그래서입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요.    그가 찾은 답은 ‘하이퍼포커스’와 ‘스캐터포커스’입니다. 하이퍼포커스는 오로지 하나에만 몰입한 상태, 스캐터포커스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언제든 습관적으로 집중하고 싶다면, 정반대의 두 상태를 균형 있게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집중의 기술을 핵심만 정리했습니다.   나는 멀티태스킹을 업무 처리 비법으로 보는 대신 업무를 끊임없이 방해하는 함정으로 여기기로 했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애쓰면서, 중요한 일을 단 한 가지도 끝내지 못한다. 그리고 한 번에 중요한 일 하나에만 깊게 집중할 때, 즉 ‘하이퍼포커스’에 들어갔을 때 가장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18    ━  🔎 하이퍼포커스, 딱 하나만 파고든다   하이퍼포커스가 중요한 건 집중력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얘기인데요. 인간의 뇌에는 순간순간 들어오는 정보를 모아 처리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주의집중 영역’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영역이 한번에 처리 가능한 정보는 최대 4개입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인데요. 산책을 하면서, 껌을 씹고, 오디오북을 듣고, 숨을 고르는 일까지는 그럭저럭 가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마트폰 지도를 켜셔 목적지를 찾는 건 무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하이퍼포커스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주의집중 영역을 오로지 하나의 정보로만 채우라는 겁니다.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뇌의 입장에선 부담이 줄어드니 더 집중할 수 있죠. 생각해 보세요. 네 명이 동시에 몰려와 일을 처리해 달라고 하는 순간과 한 사람의 일만 처리해야 하는 순간, 어느 쪽이 더 집중력 있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이퍼포커스 상태에서 뇌는 주어진 문제에 더 깊게 관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왜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인식하고요. 행동의 목표를 자각한다는 얘긴데, 이렇게 되면 당장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일에 집중력을 빼앗기려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설사 집중력을 잃었더라도 다시 돌아오기 쉬워집니다. 결과적으로 일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죠.    ━  🔎 하이퍼포커스로 들어가는 4단계   하이퍼포커스의 핵심은 ‘하나만 한다’입니다.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딱 하나라뇨. 딱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다면, 저자가 추천하는 하이퍼포커스 진입 4단계를 따라와 보세요.   ①자동조종 상태를 인지하라 자동조종 상태란 습관적으로 하는 일을 말합니다. 우리는 하루의 47%를 습관적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아이와 대화 중에 문자메시지가 오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회의 중에라도 e메일을 받으면 답장부터 하는 식이죠.    뇌의 자동조종 기능은 우리가 일정한 속도로 일하고,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자동조종 기능만 따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됩니다. 우리의 집중력은 긴급하고 자극적인 것에 취약하니까요. 그래서 자동조종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집중력을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나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를 항상 의식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자문자답은 내 습관에 제동을 걸어 행동을 멈추게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②집중할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하라 자동조종 상태를 자각했다면, 다음은 지금 집중해야 할 대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고, 그것을 언제, 얼마 동안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야 하는데요. 이때 중요한 건 선택의 의도입니다. 목적성을 갖고 선택을 하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주어진 일을 생산성과 매력성,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좋습니다.     위의 표는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생산성), 또 재미가 있는지(매력성)에 따라 일을 네 가지로 나뉘는데요. 이렇게 하면 모든 일을 필요한 일, 불필요한 일 그리고 목적이 있는 일과 주의를 빼앗기는 일로 구분할 수 있죠. 물론 어떤 일을 선택해 집중할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저자는 생산성 개선을 원한다면 당장 목적이 있는 일부터 하라고 권합니다. 불필요하고, 주의를 빼앗기는 일은 이미 습관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③주의를 빼앗는 요인을 제거하라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생산적인 일에 대한 몰입을 멈춘다. 그리고는 별 관련도 없고 덜 중요한 일을 한다. 스마트폰을 확인하기 위해 친구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길 중단하고, 아무 이유 없이 동료와 수다를 떨기 위해 엑셀 워크시트 만들기를 멈추는 식이다. p115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산만합니다. 조금이라도 하기 싫으면 더 쉽고 매력적인 일을 찾아 나서죠. 의도를 갖고 집중을 한다고 해도 주의를 빼앗기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 주의를 빼앗는 것들을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하나는 외부 자극을, 또 하나는 내 마음을 통제하는 겁니다.    외부 자극을 통제하는 건 스마트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바꾸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e메일을 확인하는 겁니다. 자동조정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로를 차단하는 게 관건입니다. 외부 자극을 통제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순간순간 떠오른 잡생각도 끊어내야 하는데요. 저자는 메모를 추천합니다. 일에 집중하다가도 해야 할 일이나 개인적인 고민이 떠오르면 적는 겁니다. 그 메모는 일정 시간에만 꺼내 보고요. 이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관리하기가 쉬워집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채워지는 주의집중 영역을 틈틈이 비워 나가는 거죠.   ④첫 40초를 견뎌라 하이퍼포커스에 능숙해지려면 일정 시간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시작 후 첫 40초를 버티라고 강조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일에 대한 저항감이 가장 높은 시간이 바로 첫 40초기 때문입니다. 첫 40초를 버티지 못하면 결국 딴 곳에 집중을 빼앗겨 버립니다. 반면에 40초만 버티면 안정적으로 일에 안착할 수 있고요. 그래서 “최소 40초는 집중하겠다”는 굳은 다짐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뒤에도 수많은 고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집중 시간을 늘려야 하죠. 처음에는 15분만 집중하다가 점차 10분씩 추가해 가는 식으로요. 집중의 고수라도 산만해질 수밖에 없어요. 산만함은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내 주의집중영역이 지금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  🔎 스캐터포커스, 전략적으로 딴 생각을 하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저자는 이 질문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두 번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스캐터포커스’인데요. 스캐터포커스란 의도적으로 딴 생각을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게 내버려 두는 겁니다. 하이퍼포커스와는 반대 개념인데, “집중하지 않는 걸 터득하는 것도 생산성 측면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①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자극한다  스캐터포커스 상태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주로 떠올립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인데요. 과거와 관련한 생각을 12%,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28% 하죠. 나머지 48%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요. 미래 관련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이걸 뇌의 ‘미래 편향성’이라고 부릅니다. 딴 생각을 할 때 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계획한다는 겁니다. 덕분에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더 생산적으로 행동하게 되고요.   ②정신력을 충전한다.  온종일 일에 집중하면 정신력도 소모됩니다. 휴식을 통한 충전이 필요한데요. 이때 주요한 건 쉴 때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혹시 소셜미디어(SNS)의 스크롤을 한없이 내리거나 영상을 보면서 쉬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자는 “그건 휴식이 아니다”고 일갈합니다. 게시 글과 영상을 보기 위해 계속 집중력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충전은 자극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스캐터포커스 상태에서만 몰입을 위한 에너지를 모을 수 있습니다.   ③창의성이 발달한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뇌는 정보 조각들이 모여 망을 이룬 집합체입니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이나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을 때마다 정보를 축적하고, 각 정보는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암호화해서 저장합니다. 그리고는 스캐터포커스 상태에서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연결해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듭니다. 즉, 스캐터포커스 상태가 창의력과 통찰력의 기회를 만든다는 겁니다. 뉴턴이 사과나무를 보다가 중력의 법칙을 찾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목욕하다 말고 유레카를 외친 게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죠. 그러니 여러분 도 하루 5분만이라도 지루해지세요. 그저 내 마음이,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번뜩하는 순간이 옵니다.   스캐터포커스는 하이퍼포커스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몰입과 방황을 동시에 할 순 없지만, 균형을 맞추면 생산성은 배가 됩니다. 중요한 건 내 의도입니다. 생각에 목적이 없다면 그건 산만한 겁니다. 집중을 하든 안 하든 늘 생각을 의식하세요. 그렇게 두 상태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적게 일하고, 큰 성과를 이루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하이퍼포커스와 스캐터포커스, 두 상태는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협력 작용을 일으킬 만한 훌륭한 기회가 많다. 우리는 집중할 때 정보 조각을 습득하고 수집하며, 주의를 분산시킬 때 이 정보 조각들을 연결한다. p289    ━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의 방해 금지 기능을 써 봤습니다. 확실히 집중 시간이 길어지더군요. 그동안 얼마나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집중 시간이 길진 못했습니다. 글이 조금이라도 막히면 어김없이 딴짓을 하고 있었거든요. 산만해지는 걸 억지로 막을 순 없었어요.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생각이 표류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을 때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라”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상태를 인지하는 겁니다. 내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로 주의를 다시 옮겨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주의집중 영역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습관적 몰입은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장재원 객원기자 realreallywon@gmail.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이거 해결 못하면 죽나봐” 뇌 비상사태가 부린 마법 매일 회사서 2.5시간 버렸다…‘멀티’ 된다는 능력자 착각 “습관 만들려면 이사 가라” 스탠퍼드 교수의 강력 한 방

    2024.02.22 15:43

  • 전쟁터에서 목숨도 건진다, 미군 ‘집중력 훈련’ 3분의 힘

    전쟁터에서 목숨도 건진다, 미군 ‘집중력 훈련’ 3분의 힘 유료 전용

    의사, 군인, 운동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강도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겁니다. 수술실, 전투 현장, 경기장에선 모든 순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고강도 집중력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아미시 자가 그 방법을 찾았습니다. 하루 3분만 투자하면 되는데요. 헬로페어런츠(hello!Parents)가 ‘집중력 되찾기’를 주제로 읽어본 두 번째 책『주의력 연습』에 그 답이 있습니다.   ■ 집중력 되찾기 4선 「 ①“누군가 집중력을 훔치고 있다” 요한 하리『도둑맞은 집중력』 ②“산만해진 순간을 알아차려라” 아미시 자『주의력 연습』 ③“시작 후 40초가 몰입을 좌우한다” 크리스 베일리 『습관적 몰입』 ④“생각을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스리니 필레이 『멍때리기의 기적』  」  박정민 디자이너  ━  🔎『주의력 연습』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아미시 자는 뇌의 집중력 시스템을 연구해 온 신경과학자입니다. 수십 년을 집중력만 연구했지만, 사실은 그도 집중력 저하로 애를 먹었습니다. 종종대며 하루를 보내지만 정작 제대로 마무리한 일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아이 밥을 먹이다 말고 강의를 준비하고, 책을 읽다가 별안간 빨래를 널곤 했으니까요. 두서없이 널린 일 속에서 그의 집중력은 방황했죠.    집중력이 절실했던 그는 지금 당장 도움이 될 만한 집중력 유지법을 찾아 나섭니다. 뇌과학자답게 시중에 소개된 집중력 향상법의 효과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우선 ‘산만한 뇌’는 인간의 숙명이었습니다. 제아무리 한 곳에 집중하려고 애써 봤자, 산만해지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는 얘기죠. 대신 훈련이 가능했습니다. 시작은 주의를 잃는 순간이었어요. 집중력을 잃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다시 원하는 곳으로 주의력을 되돌려 놓는 연습을 하면 산만한 뇌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산만한 뇌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마음챙김 명상이었습니다. 명상은 어떤 동작이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는 작업을 말합니다. 운동선수들의 정신 훈련(mental practice), 이미지 트레이닝과 비슷한데요. 선수들이 운동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명상을 하면 운동 피질이 활성화되고 운동을 제어하는 신경망이 강화됩니다. 결과적으로 실제로 특정 훈련을 하는 효과를 얻고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거죠.   실제 이라크 파병을 앞둔 미 해병대 대원들을 대상으로 8주간의 명상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집중 시간, 기억력, 기분 등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활성화됐습니다. 파병 중에도 매일 3분 명상을 한 대원들은 숙면을 취해 전시 상황에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하고요.    저자는 “명상이라고 해서 다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합니다. 고대부터 내려온 수행법에 따라 목표에 맞게, 체계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가장 효과가 높았던 집중력 강화 훈련법을 소개할게요. 아래 가이드에 따라 하루 3분만 투자해 보세요.   ※국내에서 집중력과 주의력은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주의력이 어떤 일에 의식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이라면, 집중력은 모든 힘을 쏟아붓는 능력이죠. 다만 이 책에서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구별하지 않고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휴대전화도, 금세 꽉 차는 메일함도,주의를 사로잡는 뉴스와 정보 때문도 아니다. 우리의 주의를 붙잡을 기술을 연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탓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 내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p.18~19    ━  🔎 주의력의 두 얼굴: 강하면서 취약하다     저자에 따르면 집중력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중성입니다. 강하면서도 취약하다는 건데요. 우선 아래 테스트로 집중력의 강력한 힘을 확인해 보죠.     ① 주의력은 강력하다 아래의 영상은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진행한 주의력 실험입니다. 영상에는 흰옷 팀과 검은 옷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데요. 여기서 흰옷을 입은 참가자들끼리 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  세어보셨나요? 정답은 15번입니다. 그렇다면 고릴라는 몇 초 동안 경기장에 있었을까요? ‘갑자기 무슨 고릴라냐’ 하실 텐데, 영상을 다시 보죠. 경기장에 난입한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 보이시나요? 이게 바로 집중력의 힘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수집하기 위해  방해 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오로지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힘이요.    우리가 이토록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뇌의 편향성 때문입니다. 뇌는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필요한 정보만 취사선택합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런 편향성을 진화시켜왔습니다. 덤불 속에 숨어 있는 게 사냥감인지, 맹수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으니까요. 정보가 넘쳐날 뿐만 아니라 복잡하기까지 한 현대에도 생존을 위해 인간은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SNS를 한 번 켜면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한 두 시간을 쓰고 마는 것 역시 그만큼 집중력을 발휘한 때문이죠. 살아남기 위해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니까요.    주의력은 번쩍이는 빛과 알 수 없는 소음,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도 단번에 친구들이나 좌석을 찾아내게 한다. 주의력의 힘은 시간의 속도를 늦춰 꼼꼼함을 발휘하게 한다. 의료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수술을 하고, 생사를 오가는 전쟁 통에 군인이 꼼꼼히 장비를 챙길 수 있는 건 그래서다. p. 41   ② 주의력은 취약하다   이렇게 강력한 집중력이 취약하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간단한 실험으로 집중력의 취약성을 살펴보죠. 아래의 이미지를 보고 글자의 색을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너무 쉬운가요? 그럼 난도를 높여보죠. 이번에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글자의 색을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이미지에 쓰인 단어가 아니라 글자의 색깔을 말해야 합니다.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훨씬 어렵게 느껴졌을 겁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더 색깔을 말하기가 버거웠을 텐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색깔과 글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험에 참여하는 동안 아마 강력한 집중력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동시에 쉽게 정신이 산만해지는 경험도요. 이게 바로 주의력의 이중성입니다. 살아남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고르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동시에 산만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강력한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 고갈로 집중력을 잃기 쉬워지거든요. 그러면 새로운 정보에 쉽게 사로잡히고 말고요. 이걸 산만하다고 하죠.   ③ 주의력은 훈련이 가능하다 주의력의 이중성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까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집중력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거든요. 이때 중요한 건 내 마음입니다. 집중력의 힘이 뇌에서 비롯되잖아요. 그래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려면 뇌의 회로를 바꿔야 하는데요. 내 마음을 관리해야 뇌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스마트폰 같은 외부 요인을 차단하는 것보다 명상을 통해 내면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인 이유죠.   특히 저자는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정적 감정은 걱정을 유발하고 부정적 사고를 강화해서 생존에만 몰두하게 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없는 거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 해야 할 일과 시험 결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집중력이 흐트러지죠. 집중력을 기르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저자는 “명상에 익숙해지면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높은 하루를 보냈다면, 그날은 더 자극적인 것에 끌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 주의력을 써버린다. 당근보단 쿠키를, 저축보단 소비에 돈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p. 87 박정민 디자이너    ━  🔎 주의력 연습① 호흡으로 흩어지는 마음 잡기     산만함은 피할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인류가 장착한 것이니까요. 대신 마음이 방황할 때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집중의 대상을 다시 현재로 끌어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첫 번째는 호흡 자각입니다. 내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 마음이 방황할 때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숨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긴장하면 빨라지고, 편하면 느려지는 식이죠. 하지만 늘 호흡하고 있기에 그 차이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집중력도 똑같아요. 매 순간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쨍그랑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난다면 어떨까요? 십중팔구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겠죠. 나에게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까요. 이때 고개를 바꾸는 건 의식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유리 깨지는 소리에 위협을 느끼고, 저절로 주의가 분산된 거죠.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집중력이 깨지는 순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 마음이 흘러가는 경로를 인지해야 하는 건데요. 호흡이 안내자가 되어줍니다. 호흡 자각, 쉽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타이머를 3분에 맞춰 놓고 아래의 가이드를 따라 해 보세요.    ■ 3분 호흡 자각 연습 「 ◆ 준비   ①어깨를 살짝 뒤로 젖히고 가슴은 활짝 편 채로 앉습니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위엄 있는 존재로 보이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②두 손은 팔걸이에 올리거나 옆자리 또는 자신의 다리 위에 올립니다.   ③눈을 감으세요. 만약 눈을 감기가 불편하다면 눈꺼풀을 내린 채 앞을 부드럽게 응시합니다.   ④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의식합니다. 내 숨결이 자연스러운 경로로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며 마음으로 지켜보세요.   ◆ 조율 ①호흡과 관련된 감각에 집중합니다. 콧구멍에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 폐에 공기가 차서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감각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호흡과 관련된 자극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부분에 집중하세요.     ◆ 시작 ①주의가 흐트러져서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 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다시 명상에 집중합니다. 표적을 선택하고, 그곳에 주의를 고정하는 것입니다. ②명상을 하다 보면 어떤 생각, 자극이 당신을 끌어당길 겁니다. 그때 도로 심호흡을 해서 섬광을 되돌려 놓습니다.      」     ━  🔎 주의력 연습② 마음으로 몸 스캔하기     마음의 방황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집중력을 기를 순 없습니다. 주의력을 흐트리는 감정을 관리하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앞서 부정적 감정이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했는데요. 예를 하나 들어보죠. 퇴근 후 아이와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이의 요구에 호응하고 있지만 머릿속엔 미처 다하지 못한 업무가 계속 떠오릅니다. 업무 압박과 스트레스가 아이와 놀며 느끼는 감정을 압도합니다. 부정적 감정이 마음을 빼앗은 거죠.    문제는 순간 집중한 대상이 기억에 남는다는 겁니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에도 업무에 집중했다면 업무 내용만 기억에 남는 거죠. 아이의 반짝이는 눈, 웃음소리, 손의 감촉은 모두 사라지고요.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 부정적 감정은 집중력을, 집중력은 기억을 지배하는 겁니다. 특히 장기 기억에 저장된 기억의 경우 부정적 감정을 더 쉽게 불러 일으킵니다. 마치 자석이 끌어당기듯이요. 그렇게 악순환에 빠집니다. 우리가 부정적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다행히도 감정은 감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냄새, 소리, 맛, 촉각, 얼굴 표정 같은 것들로 말입니다. 내가 현재 느끼는 것을 관리하면 집중하는 방식, 기억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는 건데요. 관건은 감각을 긍정적 감정과 연결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몸 스캔을 제안합니다. 몸 스캔이란, 신체의 한 곳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 순간의 감각을 느끼는 겁니다. 그 감각은 내 감정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방식을 깨닫는 징표가 됩니다. 편안한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을 감각과 연결하는 훈련이 포인트입니다. 감정과 감각이 연결되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머릿속에는 좋은 감정과 좋은 감각이 남게 되고요. 좋은 기억은 긍정적 감정을 불러와 집중력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의 몸 스캔 명상을 따라 해 보세요.   ■ 3분 몸 스캔 하기  「 ① 편안하게 앉아서 두 눈을 감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호흡 자극에 주의를 집중하세요.   ② 지난 호흡 자각 명상과 다르게 이번에는 호흡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주의를 이동시켜 몸 전체를 훑을 겁니다. 마치 손전등으로 수색을 하듯 몸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주의를 이동합니다.    ③ 먼저 주의를 발가락 하나로 옮겨보세요. 발가락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확인합니다. 차가운지, 따뜻한지, 간질거리는지, 신발이 꽉 끼는지 감각을 모두 확인한 다음 다른 발가락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한쪽 발이 끝나면 반대쪽 발로 주의를 옮깁니다.     ④ 만약 이 연습을 3분간 할 생각이라면 몸을 3등분해서 각 부분에 1분씩 할애하세요. 보디스캔은 몸의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주의를 이동합니다. ‘무릎 아랫부분과 무릎 윗 부분 → 몸의 정중앙 → 골반, 아랫배, 윗배, 가슴, 어깨, 팔 위쪽과 아래쪽, 손 → 목 → 얼굴 → 뒤통수 → 머리 꼭대기’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⑤ 하나하나의 자극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자극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매 순간 자각하되, 하나의 자극에 계속 머물지 말고 주의를 이동시킵니다. 물론 아무 자극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⑥ 주위의 초점을 몸 위로 천천히 옮기는 동안 마음이 방황한다면, 방황이 생기기 직전에 집중했던 신체부위로 주의를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연습을 계속 합니다.     」     ━  🔎 hello! Parents 읽기가이드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말합니다. 사실 저는 이 말이 와 닿지 않았어요. 인간은 원래 현재를 사니까요. 말장난 같았죠. 하지만 『주의력 연습』 속 명상을 해보니 알겠더군요. ‘순간을 산다’는 건 내 눈앞에 있는 일에 온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라는 걸요.    바지런히 최선을 다하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다면 그건 현재를 살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아마 양육자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일을 할 때는 아이 걱정을 하고, 아이와 있을 땐 ‘엄마’가 아닌 내 삶을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죠.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됐습니다. 명상을 통해서요. 업무 시간에는 온전히 일에 집중하고, 아이와 놀 때는 두 눈을 아이에게 오롯이 고정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제 기억 속에 아이의 천진한 웃음을 더 많이 남길 수 있게 말입니다.     이 책은 주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음챙김 명상 가이드북에 가깝습니다.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여러 가지 명상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실천을 위한 일정표 등도 활용하고 있죠. 저자는 마음챙김 명상을 하루 12분만으로도 주의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첫 운동부터 100㎏ 바벨을 들고 스쾃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초보자라면 하루 3분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 대신, 매일 꾸준히 그리고 성실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12분간 명상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버럭’도 계획이 필요하다, 명상 고수 기적의 분노법 피곤하기 전에 쉬었더니…철강회사 실험, 놀라운 결과 책 보면 불러도 모르는 아이…근데 공부는 왜 못하는 거죠?

    2024.02.15 15:20

  • “당 떨어져” 믹스커피 한잔…이게 내 집중력 도둑이었다

    “당 떨어져” 믹스커피 한잔…이게 내 집중력 도둑이었다 유료 전용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고 집중하는 시간이 채 10분도 안 된다면? 일하다 말고 쇼핑 앱을 둘러보고 있다면? 그렇다면, 집중력 저하가 맞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집중력, 되찾을 수 있습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Parents)가 ‘집중력 되찾기’를 주제로 4권의 책을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 책은 40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 화제작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책은 샀는데 정작 첫 장을 넘기지 못했다면 주목하세요. 딱 5분이면 됩니다.   ■ 집중력 되찾기 4선 「 ①“누군가 집중력을 훔치고 있다” 요한 하리『도둑맞은 집중력』 ②“산만해진 순간을 알아차려라” 아미시 자『주의력 연습』 ③“시작 후 40초가 몰입을 좌우한다” 크리스 베일리 『습관적 몰입』 ④“생각을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스리니 필레이 『멍때리기의 기적』  」  박정민 디자이너  ━  🔎『도둑맞은 집중력』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요한 하리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입니다. 우울, 불안 등 현대인의 정신 문제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는 르포 전문기자로 유명하죠.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자신이 후견하는 10대 청소년 애덤을 보면서 집중력 문제에 관심을 갖습니다. 애덤은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내는 법이 없었거든요. 대화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했고, 게임도 했습니다. 몇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한 가지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죠.   집중력 저하는 비단 애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사람들은 유명 작품을 눈앞에 두고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작품을 보는 대신 작품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 기기를 조작하는 데 온 신경을 쓰고 있었죠.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앞에 두고도 말입니다.    모두가 앞쪽으로 거칠게 밀고 들어가자마자 모나리자에게 등을 돌리고 셀카를 찍은 다음 다시 힘겹게 빠져나온다. 그 누구도, 단 한사람도 몇 초 이상 ‘모나리자’를 바라보지 않았다. p.18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저자는 집중력 저하가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등 250명의 전문가를 취재하죠. 그는 이런 결론에 다다릅니다.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고요. 그는 이 문제를 비만에 비유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50년 전만 해도 드물었던 비만이 현대 사회의 고질적 유행병이 된 건 개인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식품 공급망 변화, 걷기나 자전거를 타기 힘든 도시 문화, 인간을 폭식으로 몰고 가는 스트레스와 불안 등 사회 환경에 기인한다. 집중력 문제도 점차 비만 문제를 닮아가고 있다. p.21~22   집중력 저하의 원인은 개인의 주의력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철저히 계산된 환경이 만든 결과에 가깝죠. 그렇다면 대체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는 건 누구일까요? 저자가 광범위하게 만난 전문가들의 진단과 해결책을 정리해 봤습니다. 관련기사 ADHD 아니라 자폐였다? 산만함에 숨은 ‘핵심 신호’ 국영수 1등 이 학원 다녔다…엄마들 쉬쉬한 ‘대치동 학원’ 머리 좋은데 공부는 안 한다? 십중팔구 이 말이 문제다 성공한 사람들 능력의 비밀, 매일 밤 9시에 자면 됩니다 “일단 이 행동 몰래 하세요” 위기의 부부 바꾼 어느 숙제  ━  🔎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회과학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눈에 띄는 건 단연 현대인의 집중 시간입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에서 진행한 연구가 대표적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직장인들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평균 3분에 불과합니다. 주목할 점은 일하는 방식입니다. 10명 중 4명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고, 이 창 저 창을 옮겨다니며 생산성 높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자는 “대단한 착각”이라고 일갈합니다.    멀티태스킹은 저글링과 같다.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작업 사이를 오가면서 순간순간 뇌를 재설정하고 있을 뿐이다. 뇌의 전환에는 반드시 값비싼 비용이 따른다. 그게 바로 집중력 저하다. p.60~61   뇌 연구자인 얼 밀러 매사추세츠(MIT)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못 합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면 원래 하던 일을 떠올리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만큼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시간이 부족하니 피상적인 사고만 하고요. 실수가 잦고, 완벽성도 떨어집니다. 실제 오리건대의 연구 결과,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방해를 받은 경우 다시 그전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렸습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며 공부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시험 성적이 20% 더 나빴다는 결과도 있죠. 애당초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걸까요? 저자는 그 해답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 찾았습니다. 속내는 이렇습니다. 빅테크 기업은 여러분이 보는 화면 어딘가에 광고를 게재해 주고 돈을 법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시선이, 가능하면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죠. 빅테크 기업은 이를 위해 우리에게 정보를 무한 공급합니다. 내려도 내려도 끝없이 내려가는 무한 스크롤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이 기술을 개발한 아자 래스킨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무한 스크롤은 뇌의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충동성을 자극했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인간 역시 컴퓨터처럼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착각은 빅테크 기업이 쏟아내는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만든 환상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집중력을 잃는 동안 빅테크 기업은 이득을 얻는 거고요.   ━  🔎 사회분열 조장하는 알고리즘   저자는 집중력의 저하가 개인을 넘어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집단의 집중력 파괴는 사회적 양극화를 조장하기 때문이죠. 실제 과거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트리스탄 해리스의 폭로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제어실에서 작은 버튼 하나로 10억 명 인구의 생각과 감정을 결정해요. 공상 과학 소설처럼 들리겠지만, 지금도 실제 존재합니다. 저도 그 곳에서 일했고요. 이곳에선 오로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많이 참여시킬까’만 묻습니다.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빅테크 기업)의 연료일 뿐입니다. p.175    해리스는 부정 편향을 자극하는 알고리즘을 지목합니다. 빅테크 기업의 대표적 사업 모델이죠. 부정 편향은 긍정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정보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정보를 더 먼저, 더 오래 보는 걸 뜻하는데요. 빅테크 기업은 부정 편향을 이용해 사람들을 화나고 슬프게 하는 콘텐트만 선별해 보여주는 전략을 쓴다는 얘깁니다.   이런 콘텐트로 인해 생긴 분노는 우리의 집중력을 더욱 앗아갑니다. 누구나 화가 나면 평소만큼 집중하지 못하잖아요. 더 짧게 생각하고, 부주의하게 행동하죠. 결국 우리는 자극적인 콘텐트가 주는 ‘가짜 분노’에 속는 겁니다. 가짜 분노는 증오를 증폭시키고 습관화하는데요. 결국 우리는 직면한 여러 문제를 감정적으로 처리하고, 문제는 더 악화되고 말죠. 그럴수록 더 큰 위기를 느끼며 부정적 정보에 반응하고 분노는 더 커지고, 집중력은 더 사라지고요. 연쇄 반응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는 분열되고 맙니다. 바로 이게 집중력을 잃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위험이죠.   ━  🔎 먹고, 자고, 놀 권리를 찾아라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빼앗긴 우리의 기본권부터 찾아오자고 말합니다. 기본권이란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충분히 놀 권리죠. 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저자는 집중력 회복의 첫 번째로 건강한 식단을 지목합니다. 집중력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음식이 필요해요. 현대 사회에선 먹을 것 자체가 없는 경우는 많지 않죠. 문제는 건강하지 못한 식단입니다.   대표적인 게 초가공 식품입니다. 식품 첨가물을 더해 만든 식품이죠. 사탕, 햄, 라면 등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요. 집중하려면 뇌에 당을 공급해야 합니다.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초가공 식품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초가공 식품 속에는 기준치 이상의 설탕과 탄수화물이 들어 있거든요. 이런 식품을 과잉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일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고갈시키죠. 식품첨가물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요. 혹시 “당 떨어진다”며 믹스커피를 꺼내 드셨나요? 내려놓으십시오. 그 한잔의 커피가 당신의 집중력을 훔쳐갑니다.   ② 충분히 깊이 자야 한다 우리 신체는 해의 움직임에 맞춰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동이 트면 기운이 솟고, 깜깜해지면 체력이 떨어지죠. 뇌도 그렇습니다. 낮 동안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성화되고, 밤에는 낮 동안 쌓인 독성 단백질 찌꺼기를 청소하는 ‘브레인 워싱’을 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일을 한다는 얘기죠. 저자가 집중력을 회복하려면 충분히 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잠을 자야 일시적으로 손상된 뇌의 기능이 복구되고, 그래야 집중력도 높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잠은 비생산적인 활동입니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하는 이들에게 잠자는 행위는 낭비일 뿐이죠. 도시 환경은 또 어떤가요? 밤낮으로 꺼지지 않는 조명은 잠을 방해합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도 휴대전화는 꺼지지 않죠. 그렇게 우리는 50년 전보다 10배 이상 많은 인공 조명에 노출돼 있습니다. 저자는 인공 조명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건 독성 약물을 무심코 삼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집중력을 회복하고 싶다면 자야 합니다.   ③ 잘 놀아야 한다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건 바로 놀기입니다. 현대 사회에선 아이도, 어른도 놀 시간이 부족합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사라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놀이터 대신 아이들은 책상 앞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딴 생각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    저자는 이 말에 두 가지 허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나는 놀 줄 모르면 공부도 하기 힘들다는 거죠. 우리 뇌는 놀이를 통해 배울 때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변하거든요. 유연성과 창의성은 호기심을 유발해 집중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또 다른 허점은 ‘딴 생각’에 대한 오해입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뇌 역시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정작 뇌는 그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거든요. 딴 생각도 집중력의 한 형태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책을 읽다 보면 딴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요. 이런 생각을 하며 집중하는 시간이 존재해야 책 내용이 온전히 나의 언어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집중하는 공간도 필요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건 마치 오보에 연주자가 텅 빈 무대에서 홀로 베토벤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딴 생각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악기들의 소리와 내 악기 소리를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p.151~152  ━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여러분은 이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멈추었나요? 저는 책을 읽는 10분 동안 평균 17번의 알람이 울렸습니다. 결국 방해가 된다고 느낀 알림 기능을 모조리 껐습니다. 휴대전화에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너 가지를 지우는 것만으로도 집중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디지털 기기를 멀리할 순 없었습니다. 저자도 이 점을 강조했는데요. 집중력 위기가 사회 시스템의 결과라면, 집중력 되찾기 역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분노를 유발하는 과잉 정보를 쏟아내는 기업에 제동을 걸어야 하죠. 그렇지 않았다간 사회적 재앙을 맞게 될 겁니다. 잦은 산불을 겪고도 무시하다 기후위기를 목도했듯 말이죠.    우리에겐 선택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무한 스크롤을 멈출 수 있는, 알람을 통제할 수 있는, 그리고 멈춰서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선택권 말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몰입’입니다. 저자는 『몰입』의 저자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를 인용해 나만의 몰입법을 찾으라고 권합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고 목표를 세워, 내가 가진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보라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건네는 조악한 보상에 속아 집중력을 잃고 조종 당할 것인가, 정말로 중요한 걸 찾기 위해 잠시 멈춰 집중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미하이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돌아봤을 때 최고의 경험은, 정말 어렵고 위험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일을 했을 때의 경험이었어요’라고. p.95 전하나 객원기자 itelmen@kakao.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3040, 부모보다 빨리 늙을 것" 서울아산 교수가 내놓은 증거 성공한 사람들 능력의 비밀, 매일 밤 9시에 자면 됩니다 ADHD 환자를 SKY 보낸 의사 "산만한 아이 '이것' 쓰게 하세요"

    2024.02.01 15:15

  • 수포자도 공대 교수 만들다, 천재들 일부러 낮잠 자는 이유

    수포자도 공대 교수 만들다, 천재들 일부러 낮잠 자는 이유 유료 전용

    고교생의 3분의 1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는 말, 들어보셨죠? 사실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입니다. 살아보니,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수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학문입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같은 기술의 밑바탕에 미적분학‧벡터 같은 수학 개념이 있거든요. 수학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문과 성향’의 양육자라면 더욱 그렇죠. 아이의 수학머리를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공부머리를 주제로 읽어드리는 마지막 책 『이과형 두뇌 활용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공부머리 키우기 4선 「 ① “3000만 단어가 학습능력 결정한다” 데이나 서스킨드『부모의 말, 아이의 뇌』 ② “IQ는 타고난다? 개발 가능하다!” 리처드 니스벳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 ③ “1시간으로 10시간 공부 효과” 대니얼 T. 윌링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④ “수학머리 만드는 법 따로 있다” 바버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 활용법』 」  박정민 디자이너  ━  📐『이과형 두뇌 활용법』은 어떤 책인가   나는 이제 내 두뇌를 어떻게, 왜 변화시켰는지를 좀 더 명료하게 안다. 그리고 여러분이 나처럼 좌절과 고난을 겪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도울 방법도 안다. 명심하라. 이 책은 수학 전문가들과 수학 포기자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p.25   이 책의 저자인 바버라 오클리는 수포자였어요. 어렸을 땐 시계 보는 법을 어려워했고, 고등학교 내내 수학 과목에서 낙제했죠. 수학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몰랐고, 수학 자체를 혐오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 육군에 입대했는데요. 군에서 지원을 받아 러시아어를 공부하며 흥미를 느꼈고, 급기야 워싱턴대에서 슬라브어문학을 전공해 우등 졸업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어 전공자를 반기는 일자리는 많지 않았죠.   그러던 중 통신장교로 4년간 근무하면서 공학 지식의 필요성을 깨닫습니다. 수포자였던 그가 어떻게 공학 지식을 습득했을까요? 그는 두뇌를 이과형으로 훈련해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이후 워싱턴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받고, 오클랜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석사 학위와 시스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오클랜드대 공학부 교수이자 미국 의·생명공학원 석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죠.   저자는 이과형 과목을 공부하면서 깨우친 효율적인 학습법을 이 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책 내용을 토대로 구성된 코세라 온라인 강의는 전 세계 320만 명이 수강했죠. 이 글에서는 저자가 강조한 수학머리 만드는 학습법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를 오가라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이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를 둘 다 단련하고 활용해야 한다. (중략) 어떤 분야든 문제를 해결할 때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사고 모드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p.40~42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골똘히 생각하다 낮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냥 잔 건 아니에요. 한 가지 장치를 해놓고 잤어요. 바닥에 접시를 놓고, 의자에 앉아 작은 돌멩이 같은 ‘볼베어링(축 받치개)’을 손에 쥔 채로 잤죠. 에디슨이 잠들면 손에 쥐고 있던 볼베어링이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접시에 떨어져서 큰소리가 났어요. 그럼 에디슨은 잠에서 깼고요. 에디슨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낮잠을 잔 겁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그 순간 머릿속에 있던 생각의 파편을 모아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 거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일하다 말고 잠을 잔 뒤 작업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에디슨이나 달리가 이렇게 행동한 이유는 뭘까요?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두 가지 네트워크를 오갑니다. ‘고도로 집중한 상태’와 ‘느슨해진 휴식 상태’죠. 저자는 이 상태를 각각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로 부릅니다. 공학자든, 예술가든 ‘모드 전환’을 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학습도 효과적으로 하고요.   집중 모드는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식입니다. 집중 모드는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전두엽 피질의 집중력과 연계됩니다. 분산 모드는 뇌 전체에 걸쳐 분산돼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를 골고루 오가야 한다고 합니다. 튼튼한 근육을 만들려면 운동과 휴식을 병행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집중 모드가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아실 것 같아요. 흔히 우리는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니까요. 분산 모드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분산 모드에선 두뇌의 영역들이 연결되면서 통찰력이 생긴다고 해요. ‘아인슈텔룽 효과’란 잘못된 접근법에 사로잡혀 어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 말하는데요. 분산 모드가 되면 이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니까요. 오랫동안 안 풀리던 수학 문제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풀렸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게 바로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를 오가며 문제를 해결한 거죠.   분산 모드는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춤추기, 운전하기, 그림 그리기, 목욕하기, 음악 듣기, 연주하기, 명상하기도 분산 모드를 활성화하는 활동이죠. 두뇌가 방금 전 다루던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때까지 다른 일을 하면 분산 모드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산 모드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미루지 말고, 당장 공부하라   인생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전날 자정이 돼서야 처음으로 연습 삼아 뛴다면 종아리 근육이 얼마나 비명을 지르겠는가. 수학과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미뤘다가 벼락치기를 하면 결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 p.114   인간은 불편한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학 공부는 불편한 일에 해당하고요. 한 연구에 따르면 수포자들은 수학이라는 과목을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고 해요. 고통 중추에 불이 켜지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고 하죠. 중요한 건 이 고통이 머릿속의 예측이라는 겁니다. 수포자들도 실제로 수학 공부를 하면 고통은 사라진다고 해요. ‘미루기’ 전문가인 리타 에밋이 “어떤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그 작업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 이유죠.   미루는 습관은 중독과 같다고 합니다. 할 일을 미루면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흥분과 위안을 얻을 수 있죠. 교과서를 읽거나 과제를 하는 대신 인터넷을 검색하는 게 더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할 일을 미룬 걸 스스로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시험 기간까지 한참 남았으니까 미리 공부해 봐야 소용없다”는 식으로요. 또 능숙하지 못한 데 대한 변명이나 자긍심의 원천이 되기도 하죠.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하루 공부한 것치곤 시험을 잘 봤다”고 만족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저자는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려면 미루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부를 미루다 보면 괴로움이 커지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낮아지고, 공부할 의욕도 떨어지죠. 건강은 물론, 성적도 나빠지는 겁니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합니다.   ①계획을 잘 세워라 계획을 세울 땐 다음의 세 가지를 명심합니다.    ■  「 1. 주간 일정을 짜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할지 계획만 해도 그 일을 완수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2. 하루 계획은 전날 밤 작성한다. 무의식이 일의 실행을 도울 수 있다.   3. 여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을 끝내는 시간을 미리 정한다. 여가를 누리는 사람이 공부만 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②시간을 정해 놓고 공부하라 포모도로 기법은 단기간에 주의를 집중하게 돕는 기술입니다. 포모도로는 토마토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예요. 1980년대 시간 관리법 창안자가 토마토 모양의 시계를 활용한 데서 유래했죠. 이 기법을 활용하려면 타이머 시간을 25분으로 맞춰야 해요. 타이머가 작동하면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방해하려고 하면 “시간을 재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세요. 타이머가 울리면 짧게는 2분, 길게는 30분 정도 쉬면 됩니다.   시간 맞춰 공부하는 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요. 시험처럼 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이언 베일락의 『부동의 심리학』에 따르면 다른 사람 앞에서 퍼팅 연습을 한 골프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경기할 때 동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③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라 흔히 사람들은 ‘결과물이 나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과제를 미룹니다. 수학 숙제가 있다고 해볼게요. 보통 “겨우 다섯 문제인데, 얼마나 어렵겠어?”라고 숙제를 미룹니다. 하지만 실제 마음속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게 벅차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다만 마음만 먹으면 다섯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환상의 세계에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할 뿐이에요. 미루기 습관을 고치려면 결과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④이상과 현실을 비교하라 자신이 꿈꾸는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이나 공부하는 장소에 자신의 꿈을 알려주는 사진이나 글귀를 붙이는 것도 방법이죠. 의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의사가 돼서 다른 사람을 돕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롤모델로 삼은 의사의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 놓는 식이죠. 이와 함께 자신이 시험에 망쳐서 속상했던 모습을 떠올려 봐야 해요. 두 모습이 너무 달라도 괜찮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면 되니까요.  ━  📐수학시험에서 고득점 받는 법   저자는 수학을 잘하려면 정보 덩어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개별적인 정보 조각을 모아서 정리하는 건데요. 정보를 덩어리로 처리하면 두뇌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해요. 특히 수학 문제를 풀면 각 단계를 마칠 때마다 다음 단계에 대해 단서를 얻을 수 있죠. 문제풀이 기법을 내면화한다면 머릿속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신경세포 활동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덩어리 만들기는 단순히 개념을 암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정을 좀 살펴볼까요.   ■ 정보 덩어리 만드는 7단계 「 ①핵심적인 문제 하나를 종이에 쭉 끝까지 풀어라. 단계를 건너 띄지 말고,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라. 해답이 있는 문제를 골라야 하지만, 정답을 미리 봐서는 안 된다.   ②문제를 다시 반복해서 풀되, 핵심과정에 집중하라. 문제를 다시 풀라는 게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타로 곡을 한 번만 연주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③휴식하라. 풀었던 문제를 내면화할 분산모드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농구를 하는 게 좋다.   ④잠을 자라. 잠자리에 들기 전 문제를 다시 한 번 풀어보자. 무의식이 다음 단계를 알려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⑤다시 반복하라. 다음날 문제를 다시 풀어보자. 문제가 이전보다 더 빨리 풀릴 것이다. 이해력은 더 깊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⑥새로운 문제들을 추가하라. 다른 핵심 문제를 골라 첫 번째 문제를 푼 방식과 동일하게 연습하자. 이는 새로운 정보 덩어리가 될 것이다.   ⑦다른 ‘활동’을 하면서 반복해라. 운동을 하면서 핵심 문제 해법을 머릿속으로 복습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 연습하면 시험볼 때 핵심 개념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길을 오가며 반복 연습을 하면 핵심 개념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인출 연습’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주에 읽어드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에서도 나온 얘기죠. 연구에 따르면 어떤 주제를 상기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그 내용을 깊이 기억한다고 해요. 잠시 눈을 감고 지금 뭘 공부했나 떠올리거나 자체적으로 테스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배운 내용을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유용하고요.   수학이나 과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에 비유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혈관을 고속도로에, 핵반응을 무너지는 도미노에 비유할 수 있겠죠. 완벽한 비유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비유를 통해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이처럼 어떤 분야에서 정보 덩어리를 파악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정보 덩어리를 만드는 일이 쉬워진다고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험 당일에 긴장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책에 나온 수학시험에서 고득점 받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수학시험에서 고득점 받는 법 「 ①어려운 문제부터 손을 대자. 수학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개 가장 쉬운 문제부터 풀라고 배운다. 어려운 문제에서 막히면 시간 조절에 실패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분산모드에서 나오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분산모드에 진입하려면 간절하게 풀려는 문제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방법은 어려운 문제부터 손을 댄 뒤 난관에 봉착하면 1~2분 내에 손을 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서 시작해 주의를 돌리면 분산모드를 개시하는데 도움이 된다.   ②시험 볼 때 마음가짐을 바꾸자. 시험장에서 긴장한다면 몸에서 코르티솔 같은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흥미로운 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다라 증상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학시험 두려워’ 대신 ‘수학시험은 내가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자. 이것만으로도 성적을 꽤 올릴 수 있다.   ③심호흡을 통해 긴장을 풀자. 시험 때마다 지나치게 긴장을 한다면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을 배위에 얹고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셔라. 심호흡을 하면 두뇌의 중요한 영역으로 산소를 보내기 때문에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험 당일에 이런 호흡법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시험 몇 주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1~2분씩 호흡법을 연습하는 게 필요하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의 부제는 ‘수학 근육을 만들어주는 10가지 방법’인데요. 문과형인 저는 부제만 보고 겁먹어 한동안 이 책을 꺼내 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을 읽어보니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더군요. 수포자였던 저자는 수포자들을 위해 효과적인 학습법을 친절하게 소개했는데요. 저자가 권한 학습법은 수학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과목에도 적용할 수 있있을 듯합니다.   저는 특히 ‘딴짓’의 유용성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가 집중하다가 딴짓을 하면 “왜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느냐”며 잔소리를 했는데요. 저자에 따르면 집중 모드와 분산 모드를 오가야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공부하다가도 딴짓하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좀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할 일부터 하자”며 아이를 몰아치기보다 “잠시 산책을 하고 오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늘 열심히 개미처럼 살아야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저자 덕분에 ‘분산 모드’에 들어가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잘 쉴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쉼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쉼이니까요.   얼마 전 제 아이의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수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그런 의문을 갖지 않고 무작정 공부했던 저는 어떤 답도 해줄 수 없었는데요.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수학을 공부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겁니다.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자녀들에게 이 이야기만큼은 꼭 들려주세요.   현재 어떤 직업을 가졌든, 또는 어떤 직업을 꿈꾸든 간에 마음을 열고 수학과 과학을 계속 학습해 보아라. 이렇게 하면 정보 덩어리를 풍부하게 갖춰 인생을 살면서 또는 일을 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도전 과제에 더욱 현명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p.244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JYP, 가수 아닌 변호사라면? 서울대 교수의 기묘한 질문 교과서 ‘밑줄 쫙’의 배신…이게 성적 망한 이유였다 “고교생 30% 수포자 이유 있다” 세계적 수학자의 일침

    2024.01.25 16:03

  • 교과서 ‘밑줄 쫙’의 배신…이게 성적 망한 이유였다

    교과서 ‘밑줄 쫙’의 배신…이게 성적 망한 이유였다 유료 전용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늘 제자리인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설렁설렁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은 곧잘 나오는 아이도 있고요. 타고난 지능이 달라서일까요? 헬로 페어런츠(hello!Parents)가 이번에 읽어드릴 책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을 좌우하는 건 지능이 아닙니다. 공부법이죠. 자전거를 탈 줄 알면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습니다. 타는 법을 모르면 내리막길도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걸어가야 하고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알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 공부머리 키우기 4선 「 ① “3000만 단어가 학습능력 결정한다” 데이나 서스킨드『부모의 말, 아이의 뇌』 ② “IQ는 타고난다? 개발 가능하다!” 리처드 니스벳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 ③ “1시간으로 10시간 공부 효과” 대니얼 T. 윌링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④ “수학머리 만드는 법 따로 있다” 바버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 활용법』 」  박정민 디자이너  ━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은 어떤 책인가   두뇌에는 사용설명서가 없다. 스스로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술은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지 않았다. p.15   책을 쓴 대니얼 T 윌링햄은 미국 하버드대 인지심리학 박사이자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그는 기억에 대해 연구하던 중 기억에 오래 남는 공부법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5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을 한 게 계기였죠. 학습적 기억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말했을 뿐인데, 교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거든요. 이후 ‘공부하는 법’에 관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잘못된 공부법이 교실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또 있었어요. 학생들이 학습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도 한두 번 해보고 다시 원래 학습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방법보다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훨씬 더 쉽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근력을 키우려면 가벼운 걷기가 아니라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공부하는 힘을 키우려면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조금 힘들더라도요. 윌링햄 교수가 이 책을 쓴 건 그래서죠. 누구나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돕고 싶었던 겁니다.   책에는 수업 준비부터 시험이 끝난 후의 복습까지 공부에 관한 전 범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시험’을 주제로 공부 계획을 짜고, 효율적으로 시험에 대비하고,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벼락치기 NO, 계획 세워라   시험을 잘 보려면 계획이 필요해요. 계획을 세우면 2가지 효과가 생기죠. 하나는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다가도 책상 앞에 앉게 되죠. 또 공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공부’를 ‘언제까지’ 끝낼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벼락치기를 할 확률이 줄어들고요. 그렇다면 공부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아래의 4단계 지침을 따라 해 보세요. ①1단계: 잠자는 시간 고정하기 하루 동안 쌓인 경험‧지식‧기억 등은 잠을 자는 동안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그날 학습한 내용이 뇌에 견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죠. ‘사당오락(四當五落)’이니 ‘삼당사락(三當四落)’이니 하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3~4시간 자고 공부한 학생은 절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자가 ‘잠’을 첫 번째로 강조하는 이유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대는 매일 8~10시간, 성인은 7~9시간의 수면을 해야 합니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적어도 7~8시간을 최소 수면 시간으로 설정하세요. 등교 시간은 정해져 있고 바꿀 수 없습니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②2단계: 공부할 시간 미리 정하기 ‘과제’가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금요일까지 수학문제집 10쪽 풀기’가 아니라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수학 공부하기’라고 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정해둔 시간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약속을 잡아서도 안 되고,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취소해서도 안 됩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기억하는 방법과 연관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여러 날에 걸쳐서 조금씩 공부하면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거든요. 많은 분량을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요. 벼락치기는 효과적인 공부법이 아닙니다.   ③3단계: 달력에 메모하기 시험 날짜와 과제를 끝내야 하는 시점 등을 달력에 메모합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도 달력에 꼼꼼히 기록하세요. ‘교과서 읽기’ ‘문제집 풀기’ ‘노트 정리하기’와 같은 일이죠. 또 이 달력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일정이 생길 때마다 추가로 메모하고요. 1월 28일에 학교에서 영어 퀴즈가 있다면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적습니다. 그 후 23일에는 ‘5일 후 영어 퀴즈’, 25일에는 ‘3일 후 영어 퀴즈’라고 추가로 적어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계획에 오류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언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어요.   ④4단계: 오늘의 공부 리스트 작성 달력으로 계획의 큰 틀을 정했다면, 일일 공부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아래의 방법을 참조해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리스트를 정리해 보세요.     ■ 📌공부 리스트 작성 시 참고할 점 「 ①리스트 쓰는 습관 들이기 해야 할 일의 첫 번째 항목은 언제나 ‘오늘 해야할 공부 리스트’를 작성하는 겁니다. 리스트 쓰기를 하나의 의식처럼 생각하세요.   ②전날 한 일 점검하기 어제 해야 할 공부 목록 중 다 끝내지 못한 게 있다면 오늘 리스트에 추가합니다.   ③일정 확인하기 달력을 보고 날짜가 임박한 과제나 시험에 대한 메모를 추가합니다. 예를 들어 ‘3일 후 과학 시험’이라고 적어서 한번 더 상기하는 겁니다.   ④할 일 세분화하기 큰 과제를 작게 쪼개어 그날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합니다. 각 항목은 20~60분 안에 끝낼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해요. 예를 들어 ‘국어 3단원 공부하기’가 아니라 ‘형태소의 개념 정리하기’, ‘지문 읽기’, ‘연습문제 3쪽 풀기’ 등으로 세분화하는 겁니다. 리스트에 적는 항목들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게 쪼개야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⑤우선순위 정하기 지금까지 쓴 목록을 훑어보고 먼저 끝내야 하는 것부터 순위를 정합니다.   ⑥새로운 과제 추가하기 공부를 하다가 새로운 과제를 발견했다면 그것도 리스트에 적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시험 공부를 하던 중,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1단원 영어 단어 외우기’를 적어두는 거죠. 오늘 다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리스트에 적혀있다면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   ━  📝읽기보다 끄집어내기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아래의 목록에서 평소 시험 공부를 할 때 자주 하는 것을 체크해 보세요.   ■  「 ◻ 노트 훑어보기 ◻ 교과서 여러 번 읽기 ◻ 필기 노트 한 번 더 베껴쓰기 ◻ 노트에 중요한 것 표시하기 ◻ 개념에 관한 사례 만들기 ◻ 교과서 내용 스스로 요약하기 ◻ 개요 작성하기 ◻ 기출문제 풀기 」  몇 가지 항목에 체크했나요? 위의 목록에서 효과적인 공부법은 3가지뿐입니다. ‘개념에 관한 사례 만들기’ ‘교과서 내용 스스로 요약하기’ ‘개요 작성하기’죠. 우리의 뇌는 의미 있는 것만 오래 기억해요. 새로 배운 사실을 내가 아는 것과 연결해 보거나 방대한 내용에서 중요한 것을 추려 요약하는 행위는 학습한 내용을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하기 때문에 뇌에 깊숙이 남는 거죠.   반면에 노트 훑어보기, 교과서 여러 번 읽기, 베껴 쓰기, 중요한 것 표시하기 같은 건 큰 효과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방법들은 공부할 때 널리 쓰는데요. 좋은 공부법은 아닌 셈입니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번 배운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은 기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럼에도 수많은 학생이 이 방법을 택하는 건 가장 쉽기 때문이죠.   기출문제 풀기 또한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험 문제는 매년 바뀌는데, 기출문제를 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부를 다 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죠. 저자는 ‘문제의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만 이용하라고 조언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적으로 시험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인출 연습’을 추천합니다. 인출이란 기억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활동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인데요. 실험 결과 인출 연습은 모든 연령대의 피실험자에게서 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지금부터 인출 연습으로 시험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인출 연습으로 시험공부 하는 방법 「 ①학습 내용이 담긴 플래시카드 만들기 교과서, 필기 노트 등을 살펴보고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퀴즈를 만들어 카드에 적어보세요.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임진왜란은 언제 일어났는가?)부터,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고난도 질문(조선이 임진왜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까지 다양하게 구성합니다. 질문을 다 만들었다면 각 플래시카드 뒷면에는 답을 간략히 적어둡니다. 이 카드만 가지고 있어도 시험 범위의 모든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완벽하게 만들도록 노력합니다.   ②질문만 보고 답 생각하기 플래시카드의 질문만 보고 답을 떠올립니다. 연구에 따르면 답을 전혀 모르는 문제라고 해도, 그것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만으로도 기억력이 강화된다고 합니다. 답이 떠올랐다면 소리내어 말해봅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한다면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을 움직여서 답을 말하세요. 직접 말해본 것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③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말하기 질문에 대한 답이 길다면 그냥 대답하지 말고,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상상하면서 말해보세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학습 효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④반드시 정답 확인하기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 질문이어도, 정답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답이 틀렸다면 즉각적으로 올바른 답을 기억에 저장할 수 있고, 맞는 답이라면 한번 더 상기할 수 있습니다.   ⑤무작위로 질문 던지기 플래시카드는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지만, 시험은 절대 주제별로 정리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또 매번 동일한 순서의 질문으로 인출 연습을 할 경우, 질문의 순서와 답을 연결해 기억해서 오류가 생길 수 있죠. 질문을 이리저리 섞어서 대답해봐야 내용을 확실하게 숙지할 수 있습니다. 」   ━  📝시험 잘 보는 4가지 기술     시험 공부를 완벽하게 해도 시험장 안에서는 언제나 알쏭달쏭한 문제를 만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중요한 시험일수록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는데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뇌에서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①내 방이라고 생각하기 분명히 공부한 내용인데 답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평소에 공부한 장소를 떠올려 보세요. ‘시험장이 아니라 내 방 책상 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문제를 푸는 거죠. 그러면 불현듯 잊었던 내용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걸 공부했던 익숙한 장소의 풍경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②문제 관련 주제 적어 보기 우리의 뇌는 학습한 내용을 주제나 덩어리로 조직화해서 기억합니다. 한번 실험을 해볼까요? 60초 안에 떠오르는 동물의 이름을 최대한 많이 적어 보세요. 이번에는 ‘호주의 동물’을 적어 봅니다. 그다음에는 ‘바다에 사는 동물’을 써보세요. 아무런 지침 없이 동물을 적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들이 새로 떠오르지 않나요?   이 원리를 시험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다면, 시험지 여백에 그 문제와 연관이 있는 주제어를 적어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베르사유 조약에 관한 문제라면 ‘전쟁의 재정적 영향’ ‘베르사유 조약으로 획득한 영토’ ‘군인들의 사회 재건’ 등이 주제 목록이 떠오를 겁니다. 이 내용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억이 떠오를 수 있죠. 다만 이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문제를 다 풀고도 시간이 남았거나, 배점이 매우 높아서 꼭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을 때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③모르는 문제 반복해서 보기 우리의 뇌는 기억하려고 시도를 할 때마다 조금씩 더 잘 기억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면 먼저 30초 정도 답을 떠올려 봅니다.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표시를 해두고 5~10분 뒤에 다시 돌아가서 보세요. 시험 시간을 다 쓸 때까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이 방법으로 계속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④문제에 집중하기 객관식 문제를 풀 때면 2개의 보기 중 무엇이 정답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대다수의 학생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있는 보기들을 소거한 뒤, 헷갈리는 2개의 보기를 두고 고민합니다. 그러면서 둘 중 하나의 보기를 정답으로 만들 수 있는 근거를 생각하려고 하죠. 저자는 이 방법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요. 생각이 지나치게 뻗어 나가서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객관식 문제를 풀 때도 주관식처럼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를 본 뒤 마음속으로 대답을 해보는 거죠. 그 답이 보기에 있다면 바로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질문을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기억의 실마리는 질문에 있거든요. 제임스메디슨대의 학습 전문가 데이비드 대니얼은 이와 관련해 80·20의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대부분 학생은 질문을 이해하는 데 20%의 시간을 보내고 대답을 생각하는 데 80%의 시간을 보냅니다.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질문에 80%의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거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에는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94가지 팁이 소개돼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정리한 팁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죠. 이를테면 수업을 준비하는 법, 필기하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미루지 않고 공부하는 법 등의 내용이에요. 효율적인 공부법의 본질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꼭 책을 직접 읽어 보세요.   이 책의 장점은 흥미로운 장만 골라서 읽어도 유용하다는 겁니다. 각 장마다 필기, 시험, 계획, 멘털 관리 등 하나의 주제에 대한 공부 방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자가 소개한 방법을 따라 하면 답답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는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때로는 벼락치기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내용에 대한 기억은 내일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이에요. 벼락치기에 습관이 든 학생은 중간고사는 한 번 잘 볼 수 있지만 수능시험은 망칠 수밖에 없죠. 진짜 중요한 시험은 장기전이라는 걸 꼭 기억하세요.   우리의 꿈은 이번 시험에서 A를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더 크고 더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우리는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한 번의 후퇴가 목표를 항한 지속적인 노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p.25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문해력 좋은데, 성적 떨어지는 중3…어릴 때 ‘이것’ 놓쳤다 중2병 ‘딸의 뇌’ 아시나요? 이땐 공부법도 바꿔야 합니다 ‘라떼’ 마시며 공부했으면, 시험 볼 때도 ‘라떼’ 먹어라

    2024.01.18 15:15

  • 의사 자식들은 공부 잘할까…쌍둥이가 알려준 ‘IQ 진실’

    의사 자식들은 공부 잘할까…쌍둥이가 알려준 ‘IQ 진실’ 유료 전용

    의사나 교수의 자녀들은 공부를 잘할까요? 부모가 서울대 출신이면 아이들도 서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그렇다’까진 아니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지능 역시 유전된다고 생각하니까요.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특별기획 ‘그 엄마의 비밀’에서 소개했던 윤인숙 작가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에 진학하자 주변에서 다들 “(부모 역시) 서울대를 나왔느냐”고 물었다는 겁니다. 부모가 똑똑하면 아이도 똑똑할까요? 유전이 아니라면 지능을 높이는 건 대체 뭘까요? 공부머리를 주제로 읽어드리는 두 번째 책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공부머리 키우기 4선 「 ① “3000만 단어가 학습능력 결정한다” 데이나 서스킨드『부모의 말, 아이의 뇌』 ② “IQ는 타고난다? 개발 가능하다!” 리처드 니스벳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 ③ “1시간으로 10시간 공부 효과” 대니얼 T 윌링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④ “수학머리 만드는 법 따로 있다” 바버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 활용법』 」  박정민 디자이너  ━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입니다. 전문 분야는 사회심리학‧인지심리학‧문화심리학이에요. 주로 문화 간 차이, 사고방식의 다양성, 결정과 판단 등을 연구하죠. 특히 동서양 사고방식의 차이를 탐구한 책 『생각의 지도』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니스벳 교수를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밝히기도 했고요.   니스벳 교수는 지능이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오랜 통념에 반기를 듭니다. 또 우리의 잠재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문화라고 주장하죠. 사실 환경의 중요성이 인정받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오히려 꽤 긴 기간 동안 지능은 유전된다는 게 정설이었죠.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평균 지능지수(IQ‧Intelligence Quotient)는 지난 100년 동안 30점이 높아졌거든요. 지능이 유전이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향상되기는 어렵죠. 지능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요? 학교와 문화가 IQ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 7년이던 교육 기간은 14년으로 늘었습니다. 양육자의 태도와 가정환경도 달라졌어요. 양육자들은 아이들에게 사물‧사건을 분류하는 방법을 더 많이 가르칩니다. 미디어는 ‘세금을 내는 이유’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려주고요. 이런 변화가 아이들을 더 똑똑하게 만든 거죠. 이 글에서는 지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와 지능 높이는 방법 등을 중심으로 책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지능 타고난다? 아니다!   지능이란 무엇일까요? 미국 심리학자 린다 고트프레드슨의 정의에 따르면 지능은 일반적인 정신능력을 말합니다. 추론, 계획,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 복잡한 생각의 이해, 빠른 학습, 경험에서 배우는 능력 등이죠. 단순히 시험 잘 보는 능력이 아니에요.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까지 포함하죠.   지능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바로 IQ입니다. IQ 검사는 본래 학업 성취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지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리 잡았죠. 저자는 IQ 검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지능은 유전이 아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IQ를 활용합니다.   IQ를 둘러싼 논의는 크게 유전론과 환경론으로 나뉩니다. 유전론자들은 IQ의 75~85% 이상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요. 1994년 나온 『벨 곡선』이란 책이 대표적이죠. 저자인 리처드 헌스타인과 찰리 머리는 “지능 차이는 유전이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하죠.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 제임스 왓슨은 더 극단적인 주장을 했어요. ‘멍청함’도 유전되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겁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교육심리학자인 아서 젠센의 연구예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IQ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거든요. 이들의 주장대로면 양육자가 무리해서 학원을 보내거나 ‘영끌’(영혼을 끌어모은다는 의미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주 작은 것까지 모아 투자할 때 쓴다)해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반면에 환경론자들은 젠센의 연구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연구 대상이었던 쌍둥이들이 따로 자라긴 했지만,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비슷했거든요. 각자 다른 가정에서 자랐다 해도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소득 등이 비슷하면 IQ 역시 비슷할 수 있다는 거죠.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환경론자들이 유전론자의 주장에 반박할 때 자주 인용하는 연구가 있어요. 프랑스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카프론과 미셸 듐의 ‘교차양육연구’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계층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역시 다양한 계층의 가정에 입양된 아동을 추적 관찰했어요. 이들의 연구 대상 중엔 교육 기간 9년 이하의 비숙련 노동자가 아버지인 가난한 계층 가정부터 16년 이상 교육을 받은 전문직이나 관리자가 아버지인 중산층 가정까지 포함돼 있었죠. 결론부터 얘기하면 생물학적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아이의 IQ와 별 상관이 없었어요. 반면에 입양된 가정의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서는 차이가 뚜렷했죠. 고소득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의 IQ가 저소득 노동자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보다 평균 12점 높았습니다.    결국 당신은 자녀에게 시간과 돈과 인내력을 허비한 것은 아닌 셈이다. 다양한 사회계층에 걸쳐 평균을 구하면, IQ에 대한 유전의 기여도는 아마 많아야 50% 정도일 것이다. 나머지 IQ 변산의 대부분은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다. p.66  ━  📖관점 차이가 지능 높인다   지난해 말 공개된 ‘2022 국제학업성취도(PISA)’ 결과를 보셨나요?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하는 시험이에요. 전 세계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읽기‧과학을 평가하죠.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세계 상위권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PISA의 평가 결과는 아이들이 속한 그룹으로 표시해요. 한국 학생들의 경우 수학은 1~2위 그룹에, 읽기는 1~7위 그룹에, 과학은 2~5위 그룹에 속했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수학‧과학에서 1위 그룹에 속했고요. 면적도 크지 않은 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우수한 그룹에 속한 셈이죠.   사실 동양인의 학업 성취가 뛰어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 하버드대 학생의 20%, 버클리대 학생의 45%가 동양인이거나 동양계 미국인이거든요. 2008년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웨스팅하우스 과학경시대회에서 동양계 미국인이 우승을 휩쓸었어요. 우승자 5명 모두 동양계 미국인이었거든요. 동양계 미국인은 전체 2%밖에 안 되는데도 말이죠.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똑똑한 이유는 뭘까요? IQ 검사 결과를 보면 유전적 차이는 없습니다. 심지어 동양인의 IQ가 서양인보다 낮게 나온 연구 결과도 있어요. 하지만 정작 학업 성취도를 보면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우수하죠. 왜일까요? 두 문화가 지능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동양인들은 노력하면 지능도 좋아진다고 믿는 반면, 서양인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 사회학자 제임스 콜먼이 196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무작위로 선발해 지능을 측정한 뒤 36세가 될 때까지 추적했어요. 동양계 미국인의 IQ는 유럽계 미국인보다 약간 낮았습니다. 하지만 고교생이 되자 중국계 미국인의 학업성취도는 유럽계 미국인보다 훨씬 뛰어났죠. 초‧중‧고 때 유급당하는 비율도 절반밖에 안 됐고요.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학력을 취득한 유럽계 미국인들은 IQ가 100을 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면에 중국계 미국인은 IQ 93 정도만 돼도 비슷한 학력을 취득했죠. 결국 연구 대상 중 유럽계 미국인의 경우 3분의 1만이 소위 좋은 직업을 가졌습니다. 중국계 미국인은 그 비율이 55%에 달했고요.   뉴질랜드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은 동양인들의 이런 성향을 ‘과잉 성취’라고 표현합니다. 동양인들이 IQ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는 건 그만큼 더 많이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죠. 책에는 저자의 한국인 친구 얘기가 나옵니다. 그 친구는 동양인의 ‘과잉 성취’가 아니라 미국인의 ‘과소 성취’라고 주장해요. 그가 이렇게 얘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공립학교에 다니는 그의 딸이 전교에서 2명에게만 주는 상을 받았어요. 무슨 상인 줄 아세요? 숙제를 다 했다고 주는 상이었어요! 그 친구는 “점심을 먹었다고 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상”이라고 일갈했죠.   아시아인은 지적 성취가 노력에 달렸다고 믿는다. 반면에 유럽계 미국인은 지적 성취가 대부분 타고난 능력이나 교사의 자질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p.245   동양인들의 학업 성취가 뛰어난 이유는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동양인들은 개인의 성취가 가족의 성공과 직결한다고 봅니다. 성취를 가족과 공동체의 것으로 확장하기 때문에 더 강한 동기를 갖죠. 역사적으로 그렇습니다. 한국‧중국 등에서는 과거에 급제하면 고위 관직에 오를 수 있었죠. 이는 가족과 마을에 부와 명예를 주는 일이었고요. 이는 상호의존적이고 집합주의적인 동양의 문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반면에 서양인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입니다. 개인의 성취는 개인의 것이죠.  ━  📖지능 높이는 다섯 가지 방법   책에는 여러 가지 지능향상법이 등장해요. 이 중 양육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수준 높은 어휘로 자세히 얘기하라 지난주 읽어드린 『부모의 말, 아이의 뇌』에서도 강조했듯, 대화야말로 아이의 IQ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이의 발달과 성장에 맞춰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해 자세히 말하는 게 좋죠. 책을 읽어주는 게 가장 좋지만,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책만 읽어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 수준 높은 어휘로 자세히 말하는 법 「 ※아이에게 야구공 치는 법을 알려주는 상황   ① 좋은 예 “손가락 위쪽부터 배트 아래쪽을 감싸 쥐어. 엄지손가락은 여기에 놓고, 이 선을 넘어서 잡으면 안 돼. 배트를 어깨 위에 놓지 말고 어깨 위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지게 만들어.”   ② 나쁜 예 “이렇게 해. 아니, 이렇게 하란 말이야.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니?” 」  ② 사물‧사건을 범주화하게 도와라 인간의 뇌는 범주화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범주화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들을 하나로 묶는 개념이에요. 보통 상위‧하위 개념으로 나뉩니다. 상위 개념은 전체를 아우르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과일‧야채‧옷 같은 것들이죠. 하위 개념은 상위 개념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것들이에요. 사과‧바나나‧딸기‧포도‧수박처럼요. 아이들은 하위 개념을 먼저 배우고 상위 개념을 습득합니다. 하위 개념은 2~3세, 상위 개념은 3~5세에 습득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③ 노력의 중요성을 알려줘라 지능이 나아질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포인트는 칭찬이죠. 아이의 지적 능력을 칭찬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때 칭찬해야 하죠. 능력을 칭찬하면 아이는 어려운 과제를 회피합니다. 잘하는 과제를 선택해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려고 애쓰죠.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우려는 노력도 안 하고요.    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 뒤 A그룹에는 “똑똑하다”고, B그룹에는 “열심히 노력했다”고 칭찬했어요. 이후 아이들에게 다음 문제로 쉬운 것과 어려운 것 중에 고르게 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능을 칭찬받은 아이의 66%가 쉬운 문제를 골랐어요.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의 90%는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고요.   ④ 보상을 적절히 활용하라 보상도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가 관심을 갖는 일에는 보상을 하지 말고, 흥미를 못 느끼는 활동에 보상을 하는 게 좋아요.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펜으로 그림 그리는 데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을 관찰했는데, 보상을 한 아이들보다 칭찬만 받은 아이들이 이후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거든요.   ⑤ 공부 도와줄 때는 5C 법칙을 기억하라 5C는 통제력(Sense Of Control), 도전의식(Challenge), 자신감(Confidence), 호기심(Curiosity), 맥락화(Contextualization)를 말합니다. 책에는 유능한 교사가 되는 방법으로 소개됐어요. 양육자가 자녀 공부를 도와줄 때도 활용 가능하죠.   ■ 5C 법칙 활용법 「 ‧통제력: 아이 스스로 학습자료를 준비하는 식으로 통제력을 갖게 하라. ‧도전의식: 학생의 능력에 적합한 수준의 난이도를 문제로 제시한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고, 너무 쉬우면 지루해 한다. ‧자신감: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려 성공 경험을 늘려라. 실수를 용인하고 잘한 부분을 강조해 실패를 극소화하라. ‧호기심: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활용하라. ‧맥락 부여: 학습 과제를 실생활이나 영화‧TV와 관련시켜 맥락화하라.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저자는 환경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다양한 연구와 통계학적 용어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지능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한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능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지능이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책의 결론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한편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됐어요. 더 좋은 학원을 보내고,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 것만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저자가 아이들을 학원에 더 많이 보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이의 지적 성취는 부모가 만드는 가정 내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충족해 줄 방법을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박정민 객원기자 Seedyiti@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3살부터 ‘공부머리’ 된다, 부모가 꺼낸 이 말의 마법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아이가 서울대 가길 원하면, 배우자 먼저 사랑하세요”

    2024.01.11 15:29

  • 3살부터 ‘공부머리’ 된다, 부모가 꺼낸 이 말의 마법

    3살부터 ‘공부머리’ 된다, 부모가 꺼낸 이 말의 마법 유료 전용

    누구나 바랍니다. 아이에게 공부머리가 있길요. 물론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머리가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주어진 일은 학업이니까요. 기왕이면 성과를 내길 바라는 게 부모의 욕심이죠. hello! Parents가 ‘공부머리 키우기’를 주제로 4권의 책을 대신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 책은 양육자의 말이 아이의 지능지수(IQ)와 학습 능력을 결정한다는 『부모의 말, 아이의 뇌』입니다.   ■ 공부머리 키우기 4선 「 ①“3000만 단어가 학습능력 결정한다” 데이나 서스킨드『부모의 말, 아이의 뇌』 ②“IQ는 타고난다? 개발 가능하다!” 리처드 니스벳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 ③“1시간으로 10시간 공부 효과” 대니얼 T. 윌링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④“수학머리 만드는 법 따로 있다” 바버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 활용법』 」  박정민 디자이너  ━  ☝『부모의 말, 아이의 뇌』는 어떤 책인가   책의 저자인 데이나 서스킨드는 미국 시카고대 소아외과 교수입니다. 그는 소아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 수술의 권위자예요.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 듣는 능력을 돌려주는 수술이죠. 이 수술을 하면서 그는 만 3세 이전에 경험하는 언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언어 습득을 위한 뇌가 3~4세까지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가 이 시기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긴 쉽지 않아요. 소리는 들을 수 있어도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죠.   3세 끝자락이 되면 뇌와 거기 포함된 1000억 개의 뉴런은 물리적 성장의 85%를 마치고 사고와 학습의 토대를 상당 부분 완성한다. 이는 3년이 지나면 두뇌가 더는 발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해당 3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p.30   이식 수술을 받은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양육자의 ‘말’입니다. 소아외과 교수인 서스킨드가 유아발달을 연구한 건 그래서죠. 그는 특히 빈곤한 환경에서 태어난 0~3세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관심을 가졌어요. 이들을 연구하면서 양육자의 ‘말’이 아이의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부모가 영유아 시절에 말을 많이 들려준 아이는 학업 성취도와 자기 조절 능력이 높았거든요. 말의 양과 질은 양육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시간적 여유,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어요. 가정에 따라 최대 3000만 단어까지 차이가 났죠.   그는 학력 격차를 메우려면 생후 3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2010년 ‘3000만 단어 이니셔티브’를 설립했죠. 아이의 학습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를 실험하고 개발하기 위해서요. 3년 뒤에는 미국 백악관과 협력해 ‘3000만 단어 격차 메우기’ 콘퍼런스를 조직했고요. 이 책의 원제도 ‘3000만 단어’라는 의미의 『Thirty Million Words』입니다. 2015년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넘게 팔렸죠. 그만큼 아이의 두뇌 계발에 대한 양육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렇다면 아이 두뇌를 발달시키려면 양육자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  ☝양육자의 말이 학습 능력 결정한다   책에는 저자에게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두 환자가 나옵니다. 잭과 미셸이죠. 둘 다 태어나자마자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심도 난청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진행했죠. 하지만 두 사람의 학습 능력은 큰 차이를 보였어요. 잭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배울 수 있었죠. 하지만 미셸은 초등학교 3학년 나이에 유치원 수준의 문해력밖에 갖추지 못했어요.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요? 답은 양육자의 말과 태도에 있어요.   잭의 부모는 아이에게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언어치료사를 집으로 불렀어요.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알아두기 위해서요. 또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고 수화까지 배웠죠. 잭의 청각 장애는 심각한 상태였어요. 보청기를 끼고도 오토바이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죠. 잭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손을 자신의 목에 얹은 뒤 자장가를 불러줬을 정도입니다. 진동과 소리를 연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죠. 돌 무렵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온종일 말하고 책을 읽어줬어요. 노래도 불러주고요. 그 결과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잭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미셸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양질의 수화나 음성 언어를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죠. 미셸의 엄마는 딸을 사랑했지만, 여유가 없었습니다. 실직한 상태에서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워야 했으니까요. 미셸은 학교에 점심 도시락도 챙겨 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어요. 그의 담임 선생님은 미셸이 음성 대화뿐 아니라 수화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얘기했고요.   나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로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듣는 능력을 되찾아주었다. 그러나 대화 빈도가 낮고 반응을 끌어내려는 노력과 어휘의 다양성이 적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뇌의 회로를 연결하는 데 필수인 의미 있는 소리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한다. p.51  ━  ☝말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책에는 흥미로운 연구도 등장해요. 캔자스대 아동 심리학자인 베티 하트와 토드 리즐리가 1980년대에 수행한 연구죠. 두 사람은 이전에 저소득층 아동이 유독 학업 성취도가 낮은 문제를 어휘력을 통해 풀어보려고 했어요. 뒤처지는 아이에게 별도의 어휘력 교육을 한 뒤 유치원에 들어가게 했죠. 하지만 이 연구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어휘력은 향상됐지만, 학습 능력은 제자리에 머물렀거든요.   두 사람은 생애 초기 언어 노출에 관심을 갖게 됐죠. 당시만 해도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들은 다양한 계층의 42개 가정 아이들을 생후 9개월부터 3세까지 추적 관찰했어요. 부모의 직업, 최종 학력, 가계 소득 등을 기준으로 상중하, 그리고 생활 보호 대상 가정으로 나눠서요. 연구원은 한 달에 한 번씩 1시간 동안 ‘아이가 한, 아이에게 한, 아이 주변에서 한’ 모든 말을 녹음하고 메모해서 기록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아이가 듣는 단어의 수와 양육자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1시간 동안 상위 가정의 아이는 평균 2000단어를 들었지만, 생활 보호 대상 가정 아이는 600단어를 들었죠. 누적된 양으로 치면 상위 계층은 4500만 단어, 생활 보호 대상 가정은 1300만 단어였어요. 무려 3200만 개 차이죠. 물론 3200만 개가 모두 다른 단어는 아닙니다. 옥스퍼드영어사전 수록 단어가 29만1000개밖에 안 되니까요. 다양한 단어를 그만큼 자주 썼다는 의미입니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보인 반응도 가정마다 달랐어요. 상위층 가정은 시간당 250번의 반응을 보였지만, 생활 보호 대상 가정의 반응은 50번 이하였어요. “잘했네” 같은 긍정적 표현을 한 횟수는 더 크게 차이 났어요. 상위층 아이들은 시간당 40번의 칭찬을 들었지만, 생활 보호 대상 가정 아이들은 4번밖에 듣지 못했죠.   연구팀은 6년 뒤 다시 한번 검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생후 3세까지 노출된 언어의 양과 질이 9~10세 무렵의 언어 능력과 학교 성적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0~3세 때 양육자로부터 다양하고 긍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공부도 잘했습니다. 반면에 대화가 거의 없고,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공부를 못했고요. 부모의 재산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란 얘기죠. 학업에 영향을 미친 건 결국 ‘말’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양육자에겐 더 많이 말할 여유가 있었을 뿐이죠.    hello! Parents의 특별 기획 ‘그 엄마의 비밀’에서도, 아이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이 아니라 관심과 지원이라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었는데요. 베티 하트와 토드 리즐리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이 기사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관심과 지원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결국 말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부모가 아이에게 더 많이 말할수록 아이의 어휘 성장이 빨라졌고, 3세 무렵과 그 이후 아동의 IQ 테스트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 p.68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TV 같은 미디어나 AI 스피커 등을 활용해 언어를 노출하는 건 효과가 있을까요? 아쉽게도 이런 것들은 양육자의 말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뇌는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거든요. 사회적 상호작용이 없으면 지식을 저장하는 뇌의 능력은 잘 발휘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반응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는 환경에서만 언어를 익히죠.   이걸 증명한 게 언어 병리학자 퍼트리샤 쿨의 실험이에요. 그의 연구팀은 9개월 된 미국 아기들에게 중국어를 들려줬습니다. 아기들 절반은 엄마 같은 사람이 따뜻한 감정을 담아 말하는 중국어를 들었어요. 나머지는 똑같은 내용을 음성 녹음이나 비디오를 통해 들었고요. 그 결과 중국어를 사람에게 직접 들은 아기들만 중국어 소리를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을 녹음 파일이나 비디오로 접한 아기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죠.  ━  ☝두뇌 발달시키는 3T 대화법   아이의 두뇌를 발달시키려면 양육자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저자는 ‘3T’를 제안합니다. 주파수 맞추기(Turn In), 많이 말하기(Talk More), 번갈아 하기(Take Turn)죠. 어렵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오가는 평범한 말에 몇 마디만 덧붙이면 되거든요. 하나씩 자세히 살펴볼까요?   ①주파주 맞추기 아이의 관심사를 살펴보고 얘기 나누는 걸 의미해요. 양육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게 핵심이죠. 이때 중요한 건 부모의 반응이에요. 반응은 관찰‧해석‧행동의 3단계로 이뤄지죠. 관찰은 아이의 언어는 물론 비언어인 울음소리도 포함합니다. 아이의 욕구를 알아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아이의 행동 원인을 분석해야 해요. 아이가 졸린 건지, 심심한 건지, 기저귀가 젖은 건지요. 마지막으로 이를 토대로 양육자가 해야 할 일을 정하면 됩니다.   ②더 많이 말하기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단어를 주입하거나, 그저 사용하는 단어의 숫자를 늘리라는 게 아니에요. 단어의 종류는 물론이고 말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해설하기, 행동 읽어주기 같은 방법은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와 행동·사물 간의 관계도 알려주죠. 아래의 5가지 방법으로 더 많이 말하기를 연습해 보세요.     ■ 더 많이 말하는 5가지 방법 「 방법① 해설하기: 기저귀 교체할 때 “엄마가 기저귀 갈아 줄게. 아이코, 많이도 쌌네. 냄새도 엄청 고약해~” “이 새 기저귀 보렴. 겉은 하얗고 안쪽은 파란색이네.” “이제 예쁜 분홍색 바지를 다시 입혀 줄게.” “축축해도 보송해도 엄마(또는 아빠)는 우리 아가를 사랑해요!”   방법② 행동 읽어 주기: 아이가 엄마 가방을 들고 있을 때 “엄마 가방을 들고 있구나.” “가방이 꽤 무겁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한 번 볼까?” “입에는 넣으면 안 돼요. 열쇠는 깨무는 거 아니야. 먹는 게 아니니까.”   방법③ 대명사 빼기: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건넸을 때 “그거 정말 마음에 들어!” (X) “네 그림 정말 마음에 들어!” (O)   방법④ 현재 없는 것에 관해 말하기: 딸기밭에 다녀왔을 때 “지난주에 딸기밭에 놀러 갔을 때 뭐 타고 갔어?” “딸기가 어떻게 생겼었지? 딸기 맛은 어땠어?”   방법⑤ 채워 넣기, 길이 늘이기, 발판 놓기 : 아이가 짧게 말할 때 “안아. 안아.” → “아빠가 안아주면 좋겠어?” “멍멍이 슬퍼.” → “네 강아지가 슬퍼하는구나.” “코 자러 가” → “자러 가고 싶구나. 시간이 꽤 늦어서 많이 졸리겠네.” “아이스크림 좋아.” → “딸기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는데, 엄청 차가워.” 」  ③번갈아 하기   아이를 대화에 참여시키는 겁니다.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라면 적절한 단어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이때 양육자는 아이 대신 말해주고 싶어지죠.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아이의 반응을 기다려야 해요. “어떻게?” “왜?” 같은 말을 건네면 아이는 스스로 단어와 생각을 활용해 대답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까지 기를 수 있죠. 다만 “이 공은 무슨 색일까?”처럼 ‘무엇’을 묻는 말은 별 도움이 안 돼요. ‘예’ ‘아니오’의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도 마찬가지고요.   ■ 3T로 책 읽기 「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를 읽는다면… 1단계: 아이에게 주파수 맞추기 부모는 책의 어떤 부분이 아이의 관심을 사로잡는지 파악한다.   2단계: 책에 관해 더 많이 말하기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장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얘기한다. (예시) “아기곰이 먹을 죽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네. 아주 뜨거운가 봐. 곰이 지금 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아기곰은 죽이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3단계: 번갈아 하기 줄거리를 비롯해, 자기 생각과 느낌을 묻는 개방형 질문을 던진다. (예시) “네 생각엔 곰 가족이 돌아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자기 의자가 부서진 걸 보면 아기곰은 어떻게 할까?”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자기 아이가 두려움 없이 날아오르기를 바란다면 실수하더라도 바로 아래서 자신을 받아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줘야 해요. 그렇게 하면 아이는 정말로 높이 날아오를 때까지 시도하고 또 시도할 거예요. p.286   6개월 딸을 키우는 ‘초보 엄마’는 항상 불안합니다. 세상엔 불안감을 자극하는 육아 정보가 넘쳐나거든요. 얼마 전엔 이런 광고도 봤습니다. ‘내 아이만 뒤처지기 싫다면? 반드시 사야 할 육아 전집 5선’.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려면 고가의 전집 세트가 필수인 걸까요? 영유아 때부터 학원에 보내야 하는 걸까요?     『부모의 말, 아이의 뇌』를 만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불안해하는 제게 용기를 줬거든요. 양육자가 건네는 부드러운 말과 농담, 아기와 함께 부르는 노래, 끌어안고 추는 춤…. 이런 게 아이의 학습 능력과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준다니 말입니다. 더구나 제가 아이에게 말을 하는 덴 돈이 들지도 않죠. 오늘부터 아이에게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칭찬해야겠습니다.     조아라 객원기자 iknow9628@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책 보면 불러도 모르는 아이…근데 공부는 왜 못하는 거죠?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이 말이 간과한 사실 하나 아침밥 먹을까? 잠을 잘까? 두뇌에는 이게 더 좋습니다

    2024.01.04 15:19

  • “설명서대로 잘 만든 것 봐” 레고 사준 부모여, 반성하라

    “설명서대로 잘 만든 것 봐” 레고 사준 부모여, 반성하라 유료 전용

    ‘창의성’에 대한 고민은 결국 ‘교육’으로 이어집니다. 인공지능(AI) 시대, 창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개인성’에 천착해 ‘창의성’이란 주제를 고민해 본 hello! Parents가 마지막으로 고른 책은 바로 『평생유치원』입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원형은 ‘유치원’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인데요. 유치원의 어떤 점이 창의성을 자극하는 걸까요?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① 표준화, 평균의 허상을 파헤친다 『평균의 종말』 ② 평균의 시대를 넘어 개개인성의 시대로 『다크호스』 ③ 가장 나다운 것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아티스트 웨이』 ④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의 원형을 찾아서 『평생유치원』 」  박정민 디자이너  ━  🌱『평생유치원』은 어떤 책인가   스크래치(Scratch). 자녀의 코딩 교육에 관심이 있는 양육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텐데요. 코드를 블록 모양으로 시각화해 제공하는 코딩 플랫폼입니다.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코드를 입력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간단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죠. 10세 전후 어린이를 위해 만들었지만, 소위 ‘코알못’ 어른의 입문용으로도 사랑받습니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등록 사용자가 2500만 명 이상이니 영향력이 대단하죠.   스크래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플랫폼입니다. 이를 주도한 게 바로 『평생유치원』의 저자인 미첼 레스닉 MIT 석좌교수고요.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레스닉 교수가 평생 천착한 주제는 ‘아이들을 어떻게 창의적인 경험에 참여하게 할까’였습니다. 스크래치 역시 이 고민의 결과물이죠.   레스닉 교수는 지난 천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유치원’을 꼽습니다. 천편일률적 강의 중심의 학교를 벗어나 교감형 교육 모델을 처음 도입했기 때문이죠. 1837년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독일에서 처음 유치원을 연 이후, 교육 방식뿐 아니라 교구와 장난감 등도 상당히 발전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 덕분에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꿈을 꾸게 됐다는 겁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 탐구,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실험, 체계적인 조사…. 창의성은 이 모두가 결합된 부지런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마치 한순간에 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대부분은 ‘상상→창작→놀이→공유→생각’이 선순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만 온다. p.69   그가 보기에 유치원은 이 창의적 사고의 선순환 과정을 반복하기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레스닉 교수가 자신이 이끄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 그룹 이름을 ‘평생유치원’이라고 지은 건 그래서죠. ‘모든 학교와 생활의 터전이 유치원처럼 변해야 한다’는 그의 고집이 담긴 조어입니다.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죠. 나아가 이런 교육이 평생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레스닉 교수가 구체적인 창의 학습법으로 제시하는 건 ‘4P’입니다. 프로젝트(Projects)∙열정(Passion)∙동료(Peers)∙놀이(Play)죠. ‘놀이’하는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들과 협력해 ‘프로젝트’에 ‘열정’을 가지고 빠져들면 창의력이 큰다는 겁니다. 오늘은 4P를 중심으로 책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 프로젝트: 생각하게 하라   ‘프로젝트’는 그가 개발한 스크래치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사실 어린이용 코딩 프로그램은 대부분 퍼즐을 풀면서 기본 기술을 익히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하면 기술은 늘겠지만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긴 어렵다는 게 레스닉 교수의 생각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개발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거죠.   스크래치는 왜 프로젝트에 집중할까? 우리는 코딩이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유창함과 표현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배울 때 단지 철자법, 문법, 구두점만을 배운다면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전하고, 아이디어를 소통하는 방법이다. 코딩의 기본적인 문법과 구두점을 배우기에는 퍼즐이 좋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p.116   그는 코딩을 글쓰기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이디어를 체계화하고, 개선하고, 검토하고, 또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완성된 글을 써냅니다. 코딩 역시 복잡한 문제를 쪼개서 풀어내야 할 지점을 찾아 그걸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현명한 답에 점차 접근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글이든, 코딩이든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담았느냐 하는 건데요. 하나의 글을 일부만 쓸 수 없듯 어떤 일이든 ‘통째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입히고, 잘못된 점을 고쳐봐야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공부하면 지식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지식은 단순한 개념의 모음이 아닙니다. 맥락 덩어리에 가깝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념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전략까지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지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얘기죠.    ━  🌱 열정: 좋아하는 것 그리고 어려운 것   하나의 프로젝트를 끌어 나가려면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가 꼽는 최고의 동력은 관심이죠. 관심은 열정의 전제 조건이기도 합니다. 다만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관심사라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집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쉬운 걸 원한다는 가정하에 수업을 쉽게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정작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때 더 열심히 한다는 겁니다.   그는 몰입과 성찰을 반복하면서 최고의 학습 경험을 한다고 봅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완전한 몰입 상태에 빠진 뒤, 되돌아와 자신이 한 일을 검토하는 게 최고의 학습이라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도 열정은 중요하죠. 몰입을 이끌어내니까요.    열정은 몰입-성찰의 사이클을 움직이는 연료이다. 이것은 모든 연령층의 학습자에게 해당된다. (중략) 학생들이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주제를 탐구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를 지속하고 견딜 수 있다. p.156  ━  🌱 동료: 협력하라, 연결하라   더 큰 성취를 위해선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친구 말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창의성도 마찬가집니다.   스크래치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된 건 ‘리믹스’ 기능 덕분입니다. 기존 프로젝트 위에 새로운 걸 얹어서 수정하고, 개선하는 기능인데요. 스크래치엔 모든 프로젝트의 내부를 보는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프로그래밍 스크립트에 접속하는 게 가능하죠. 이걸 자신의 배낭(개인별 홈)에 드래그해 보관해 두면 언제든지 자신의 프로젝트에도 쓸 수 있고요. 이 기능 하나로 온라인의 수많은 동료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동료에는 교사도 포함됩니다. ‘네 의견은 됐고, 내 말을 들어’라고 말하는 교사 밑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살아남긴 힘듭니다. 레스닉 교수는 아이들의 배움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훌륭한 교사라고 말합니다. 순간순간 컨설턴트·연결자·협력자·촉매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건 촉매자로서의 역할입니다. 아이의 생각이 막혀 있을 때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인데요. 이때 가장 유용한 방법은 바로 ‘질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질문 하나가 학생을 더 고민하게 만들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는 거죠. 가장 나쁜 건 무관심입니다.   아이들이 모든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아이들이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알고, 그렇게 찾은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멘토링과 지도를 해줘야만 한다. p.234   ━  🌱 놀이: ‘놀이울’ 말고 ‘놀이터’를 허하라   마지막 키워드는 ‘놀이’인데요. 흔히 생각하는 ‘놀이’와는 좀 다릅니다. 레스닉 교수는 놀이를 웃음·재미·즐거움과 같은 걸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인데요. 창의성은 웃음과 재미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험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탐험하는 것으로부터 창의성이 온다고 보죠.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울타리를 쳐 만든 놀이울(playpen)이 아니라 놀이터(playground)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놀이울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탐색하기에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놀이터에선 아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레고 브릭을 가지고 놀 때, 레고 박스의 앞부분에 그려진 샘플을 그대로 만들기 위해 단계별 조립 지시서를 따라 한다. (중략) 이런 아이들은 ‘레고 놀이울’에서 놀고 있는 것이지 ‘레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니다. 지시서를 따르는 법을 배울 뿐, 창의적 두뇌로서의 가능성을 최대로 개발하고 있지는 않다. p.254   레고만 사주면 창의력 왕이 될 줄 알았던 저 같은 부모라면 반성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마세요. 더 중요한 게 따로 있거든요. 바로 팅커링(Tinkering)입니다. 팅커링은 ‘땜질하다’라는 뜻인데요.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새로운 경로를 알아보고, 가능성을 연결해 보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레스닉 교수는 팅커링이 놀이와 만들기의 교차점에 있다고 말하죠. 그는 사람들이 팅거링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지적하는데요. 팅커링의 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계획 세우기’만을 강조하면서 ‘계획적이어야 좀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계획을 강조해서는 창의성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입니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레스닉 교수의 말처럼 유치원이 엄청난 발명품일 수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혁신적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정해진 교구로, 정해진 활동을 다 함께 하는 유치원을 경험한 학부모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유치원은, 아시는 대로고요.   유치원이 이런데 학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무렵 수학학원을 알아보던 때였습니다. 수업이 교과와 창의력(사고력)으로 나뉘는 걸 보고 놀랐는데요. 꼼꼼히 들여다보니 얼핏 달라 보였던 교재나 수업 방식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 번만 꼰 문제는 교과, 한 번 더 꼰 문제는 사고력’ 같았죠. 그렇지만 누굴 탓할 것도 없는 게 저 역시 창의력 있는 아이로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생유치원』이 의미 있게 다가온 건 그래서였죠. 책에서 설명하는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열 가지 도움말’입니다. 곱씹어 보니 어쩌면 방임하는 부모에게서 가장 창의적인 아이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창의력을 강요하는 게 창의적인 아이로 자라날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이건 꼭 알아야 해” “순서를 좀 지켜”라고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야 할지도요.   더 근본적으로는 레스닉 교수의 지적처럼 부모가 먼저 이런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나만의 생각을 만들 줄 알고, 타인의 생각에 열려 있고, 언제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해 볼 열정을 갖춘 평생 학습자, 유치원에 다니듯 즐겁게 사는 어른이 되어 보자는 겁니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가 남긴 명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물론 실제 원문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인데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언이 또 하나 있어서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늙어서 놀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를 중단하기 때문에 늙는 것이다. 최선호 객원기자 dandy138@naver.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하늘 왜 파란 거야?" 묻는 아이…스탠퍼드대 교수 의외의 대답 "창의력? 열린 질문 그리고 이 2가지 기억하라" 경제학자의 비결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2023.12.28 15:26

  • ‘봉준호 우상’과 이혼한 그녀, 우울증 벗게한 ‘12주 데이트’

    ‘봉준호 우상’과 이혼한 그녀, 우울증 벗게한 ‘12주 데이트’ 유료 전용

    인공지능(AI) 시대, 과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양육자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아이는 AI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창의성’에 꽂힌 이유일 겁니다. hello! Parents는 여기에 ‘개인성’을 접목해 봤습니다. 앞서 『평균의 종말』을 통해 개인화 시대를 선언했다면, 『다크호스』를 읽으며 개인화 시대 성공 방정식을 찾아봤는데요. 오늘은 나 자신으로부터 창의성을 건져 올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이 책 『아티스트 웨이』를 통해서요.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① 표준화, 평균의 허상을 파헤친다 『평균의 종말』 ② 평균의 시대를 넘어 개개인성의 시대로 『다크호스』 ③ 가장 나다운 것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아티스트 웨이』 ④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의 원형을 찾아서 『평생유치원』 」  박정민 디자이너  ━  👩‍🎨『아티스트 웨이』는 어떤 책인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 ‘기생충’ ‘설국열차’ 등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상을 받으며 한 말입니다. 사실 봉 감독이 처음 한 말은 아닙니다. 그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표현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죠.    오늘 읽어드릴 『아티스트 웨이』는 창조성의 근원을 개인성에서 찾는 책입니다. 얄궂게도 저자 줄리아 캐머런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전 부인입니다. 스코세이지 감독과 영화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어요. ‘뉴욕타임스’ ‘코스모폴리탄’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한 캐머런은 지금까지도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작곡가 등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암흑기가 있었어요. 스코세이지 감독과 이혼한 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거든요.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줄리아 캐머런이 과거 자신처럼 어려움에 빠진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창조성 회복 프로그램’ 강의노트에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40개 언어로 번역돼 수많은 기업과 단체의 창조성 워크숍에서 교본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미국 컬럼비아대, 노스웨스턴대, 캘리포니아대 등에선 12주 정규 강좌로 꾸려지기도 했죠. 비단 예술 분야 종사자뿐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실제로 이 책은 자신의 성장과 몰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습니다. 1992년 첫 출간 이후 30년 넘게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겁니다. 책의 부제 역시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죠.   사실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습니다.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 위주로 예·복습을 꼼꼼히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실천으로 이뤄져 있죠. 책은 12주 워크숍의 전 과정을 주차별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주에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고, 그 주차에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세세하게요. 오늘은 워크숍 과정 전체에 걸쳐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기본 과제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  👩‍🎨 내 안에는 어린 아티스트가 살고 있다   우리는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거나 굉장한 꿈을 꾸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때로는 피아노나 그림을 배운다든지, 연기 수업이나 창작 강의를 듣는다든지 하는 창조적인 일을 소망하기도 한다. 우리는 창조적인 삶에 굶주려 있다. p.37   줄리아 캐머런은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창조적인 사람, 그러니까 ‘아티스트’라고요. 그저 우리가 가진 창의성을 잊어버렸거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죠. 당연히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과 희망·꿈·계획에 자신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은 창조적인 것에서부터 멀어진다고 말이죠.   내 안의 창조성을 드러내려면 먼저 자신을 일상으로부터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일상을 넘어 높이, 멀리 조망할 수 있거든요. 영화 용어로 말하면 초점을 끌어당기는 거예요. 그런 다음엔, 바로 슛(Shot)! 내 한계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죠.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바로 계약서를 쓰는 겁니다. ‘나 OOO는(은) 나의 창조성과 강렬한 만남을 가질 것이다. 나는 12주 동안의 과정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한다.’ 기억하세요. 앞으로 “너무 늦었어” “꿈은 꿈일 뿐이야” “창조적으로 사는 것은 사치야” 같은 부정적인 말은 절대 금물입니다. 한 가지 당부할 게 있어요. 창조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 소모가 일어날 거예요. 처음 몇 주 동안은 흥분 상태일 겁니다. 도전한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요. 하지만 초입 단계가 지나면 분노가 치밀고, 그 뒤에는 슬픔과 또 저항이 올 수 있어요. 저자는 이를 강렬한 자신감과 방어적인 회의를 번갈아 겪는 ‘탄생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나로 태어나는 것, 창조성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죠. 이때 반드시 애도 기간을 가지세요. 지금까지 함께해 왔던 자아의 죽음을 위로해야 하니까요.    ━  👩‍🎨 매일 쓰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계약서를 쓰긴 했지만 아직 의구심이 들 겁니다. 창의성을 깨우는 방법이란 게 정말 있을까 싶으시죠? 캐머런은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2주간 꾸준히 해야 할 기본 과제죠.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세 쪽을 가득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쓰는 겁니다. 마음 가는 대로요. 쓸 게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쓸 만한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쓰더라도요. 일종의 ‘쓰기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라는 거죠.   모닝 페이지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모닝 페이지를 거르거나 줄이면 안 된다. 기분에 좌우되어도 안 된다. 검열관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쓸 기분이 되어야 뭔가를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p.49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캐머런은 당부합니다. 처음 8주 동안은 자신이 쓴 모닝 페이지를 절대 읽지 말라고요. ‘검열관’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면에 도사린 완벽주의자이자 심술궂은 비판자가 좌뇌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파괴적인 발언을 해댈 것이 분명하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는 일이라니, 상상만 해도 벌써 좌절감이 드네요.   캐머런은 상처를 치유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는 게 모닝 페이지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 쓴 모닝 페이지란 없으니까요. 꾸준히 하기만 하면 분명 모닝 페이지는 우리 안의 아티스트를 키워 줄 겁니다.   ━  👩‍🎨 매주 2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당신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기 양육에 필수적이다. 그 어린아이는 오랫동안 시골길 걷기,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혼자 해변에 가기, 찬송가를 듣기 위해 낯선 교회에 가기, 이국적인 풍물을 보러 여행하기를 즐길 것이다. 볼링이나 농구를 좋아할 수도 있다. 매주 시간을 내어 이런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겨라. p.60   hello! Parents에서 최근 만난 이민 국민대(공간디자인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창의성이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고요. 그보단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일에서 시작하죠. 달리 말하면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어요. 캐머런의 말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신을 창의적이지 않다고 여길까요?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표현하려면 생각을 정리해야죠. 저자가 매일 쓰라고 권하는 모닝 페이지가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 돼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할 거예요. 대체 뭘 써야 하죠? 모닝 페이지를 쓸만한 경험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도, 물론 있습니다. 바로 아티스트 데이트예요. 내 안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돈이 드는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비싼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아티스트 데이트도 마찬가집니다. 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죠. 매주 2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어요. 연인, 배우자, 친구, 아이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것이죠.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2시간 동안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야 해요. 내 안의 창조성을 밖으로 내놓고 마음껏 응석 부리게 하고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자아와 꿈의 세계, 불만과 희망을 송신한다. 그리고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서는 통찰력과 영감, 지시를 수신하는 것이다. (중략) 이 시간에는 당신의 창조적인 의식과 당신 내면의 아티스트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p.61  ━  👩‍🎨 아이 생활계획표? 내 삶의 파이부터 그려라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24시간을 오롯이 책임질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한데요. 아이의 생활계획표를 그리기 전에 그려볼 게 있어요. 내 ‘삶의 파이’입니다. 삶의 파이가 뭔지 궁금하시죠?    일단 원을 하나 그립니다. 그리고 파이처럼 여섯 조각으로 나누세요. 이제 조각마다 이름을 붙여 봅니다. 명상, 운동, 놀이, 일, 친구 같은 것들이요. 이제 각 조각에 이름 붙인 일을 얼마나 했는지 점을 찍어 보세요. 점이 바깥쪽에 있을수록 잘한 것이고, 안쪽에 있을수록 못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점들을 연결해 보세요. 지금 나한테 어떤 게 부족한지, 뭐가 필요한지 한눈에 보이죠?   캐머런은 말합니다. 계속 이렇게 하다 보면 삶의 파이가 거미줄처럼 보일 거라고요. 창조성 회복이 진행될수록 거미줄은 만개한 연꽃처럼 변할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삶의 파이는 일종의 시각화 도구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내 삶에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디에 시간을 덜 쓰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죠. 그러면 개선하기도 한결 쉬워지고요.   저자는 12주 워크숍 기간 동안 다양한 과제를 제안하는데요. 이런 시각화 작업이 많아요. 5주 차 과정에서 나오는 이미지 스크랩북 만들기를 소개할게요. ‘확신이나 돈 중 하나가 내게 있다면 나는 OOO을 해보고 싶다’는 문장에서 빈칸에 들어갈 걸 5개 정도를 꼽아, 이미지를 모으는 겁니다. 하고 싶은 다섯 가지를 품고 살다 적절한 이미지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는 식으로요. 스크랩북을 완성하면 이제 대화를 할 차롑니다. 바로 나 자신과요. 이때도 모닝 페이지는 유효하겠죠.   창조성 회복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여는 연습이다. 다시 한번 당신의 마음을 문이 살짝 열린 방이라고 상상해 보라. 문을 조금 더 여는 것은 마음을 조금 더 여는 것이다. p.109   ━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막상 해야 할 것들은 상당히 세세하죠. 매주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혼자 할 자신이 없다면 워크숍을 함께할 모임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모닝 페이지’로 검색하면 수많은 인증 게시물을 볼 수 있는데요. 이분들도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는 걸 겁니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전문가들은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사색과 관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거라고 말하는데요. 12주간 창조성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집념, 그것이야 말로 창조성의 근원이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특별히 양육자에게 권하고 싶어요.     창조성을 회복하는 과정은 나를 돌보는 과정입니다. 생각을 시각화하고 상기하는 것이고요. 불쑥 찾아오는 상념과 회의주의를 밀어내는 것이기도 하죠.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는 이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12주간 매일 3쪽을 쓰고, 매주 2시간씩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죠. 창조성이란 결국 반복적인 훈련과 수련의 과정인 셈입니다.    줄리아 캐머런은 “창조성을 회복하고 발견하는 길, 즉 아티스트 웨이란 나선형이란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 길에는 절망과 보상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절망이 찾아와도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 말을 믿어 보고 싶어졌어요. 일단 창조성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언제 어디서든 모든 사건이 우연히 맞물리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저자의 말을요.     ‘피아노를 잘 치게 될 때쯤에는(또는 연기를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멋진 소설을 쓸 때쯤에는) 제가 몇 살이 되는지 아세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이제 시작해보자. p.77 전하나 객원기자 itelmen@kakao.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박물관 한 번만 가지 마세요…‘공간 전문가’ 엄마의 팁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하늘 왜 파란 거야?" 묻는 아이…스탠퍼드대 교수 의외의 대답

    2023.12.21 15:36

  • 천문학자도 못 찾은 소행성, 고교 중퇴 그녀가 찾은 비결

    천문학자도 못 찾은 소행성, 고교 중퇴 그녀가 찾은 비결 유료 전용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AGI)의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뉴스로 전 세계가 들썩입니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에서 CEO 샘 알트먼이 축출됐다 5일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가 쓰인 배경이죠. 뉴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AGI가 이미 눈앞에 와 있다는 걱정 섞인 전망이 나오는 시대, 인간은 대체 뭘 해야 할까요?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죠? 양육자들이 그 어떤 때보다 ‘창의성’에 꽂힌 이유일 겁니다. hello! Parents가 창의성을 키워드로 책을 골라 보기로 한 건 그래서죠. 이번엔 ‘개인성’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봤어요. 두 번째 책은 지난주에 읽어드린『평균의 종말』 저자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밀어붙여 쓴 속편 같은 책입니다. 바로 『다크호스』입니다.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① 표준화, 평균의 허상을 파헤친다 『평균의 종말』 ② 평균의 시대를 넘어 개개인성의 시대로 『다크호스』 ③ 가장 나다운 것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아티스트 웨이』 ④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의 원형을 찾아서 『평생유치원』 」  박정민 디자이너  ━  🐴『다크호스』는 어떤 책인가?     성공을 갈구하고, 달성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건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유별난 특징이 아닙니다. 까마득히 오래전부터 인간은 서로에게 성공하는 방법을 조언해 왔죠. 아리스토텔레스도, 공자도,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성공을 위한 조언을 글로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에 대한 조언이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죠.    1755년 나온 『존경받는 부자로 사는 법:큰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치는 글』이 대표적입니다. 이 책은 영국이 봉건제에서 상인 경제로 전환되는 막바지 단계에 쓰였죠. 책의 저자는 새 시대의 성공 법칙으로 ‘독립’을 제시합니다. 당시 성공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주, 그러니까 귀족 하나를 잡아 충성을 바치는 거였어요. 하지만 상거래에 잘만 참여하면 부를 거머쥘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러면 영주로부터 벗어나야죠.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다크호스』의 저자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평균이 지배하던 표준화, 산업화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추천합니다. 구글의 알고리즘은 내가 사고 싶어하는 물건을 귀신같이 찾아 광고를 띄워주고요. 기술은 잊혀 있던 개인의 욕구를 깨웠습니다. 퍼스널 트레이닝, 1:1 맞춤교육 등의 인기가 높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성공 방정식에 매달려 있을까요? 명문대, 전문직의 효용이 지금 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왜 아이에게 이것들을 좇는 교육을 받게 하는 걸까요? 개인의 시대, 성공에 이르는 최상의 방법은 대체 뭘까요?    저자들은 ‘다크호스’에 주목합니다. 다크호스는 1831년 소설 『젊은 공작』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단어예요. 소설의 주인공이 경마에 돈을 걸었다가 의외의 말이 우승하며 돈을 잃는 대목에서 ‘Dark horse(잘 알려지지 않은 말)’라는 단어가 등장하죠. 말 그대로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성공을 거둔 사람을 일컫습니다. 산업화 시대엔 일찌감치 목표를 정하고 금욕적으로 정진한 사람들이 일가를 이뤘습니다. 워런 버핏은 열한 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타이거 우즈는 여섯 살이 골프채를 잡았죠. 우리는 이들의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하려면 남과 똑같되 더 뛰어나야 했어요. 하지만 저자들은 남과 다른, 그래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않다가 불현듯 등장한 다크호스들을 찾아다닙니다.   사람들은 다크호스의 성공을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거나 놀라운 재능이 있는,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성공을 복제할 수 없다고 여겨요. 하지만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어요. 출신 배경도, 관심사도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처럼 살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죠.    이 책의 저자 토드 로즈는 지난주에 읽어드렸던 『평균의 종말』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평균의 시대에 종언을 고한 뒤 새롭게 도래한 개인 시대의 성공 법칙을 찾아 나섭니다. 출신 배경이 어떻든, 관심사가 무엇이든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방법을 『다크호스』에 담았죠. 그는 이 책이 ‘다크호스의 사고방식 사용 설명서’로 쓰이기를 바랐어요. 저 역시 이 글이 사용 설명서의 충실한 요약본이 되기를 바라며, 다크호스의 네 가지 사고방식을 정리했습니다.    ━  🐴 다크호스는 특별한 사람들일까?     다크호스들의 간과된 성공은 개인화된 성공이 특권층이나 엘리트층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성취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충족감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가난이나 고생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증명하고 있다. p.37   연구에 따르면 다크호스들은 모두 다릅니다. 동기, 성격, 사회적 배경, 공부 방법 등이 다 제각각이었죠.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크호스들은 정해진 성공 궤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길을 개척한 인물들이니까요. 그럼에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모든 이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 ‘터닝포인트’를 만났고, 삶에서 ‘충족감’을 우선시했다는 점입니다.     다크호스의 터닝포인트는 ‘내가 나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입니다. 자신으로 살지 못한 이유는 획일성을 강요하는 사회 때문입니다. 표준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인간은 대량생산, 의무교육 등이 보편화된 산업시대를 살며 모든 것을 표준화시켰습니다.    표준화 시대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 면허를 따는 게 부와 지위를 획득하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합당한 능력을 갖추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이 계약은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표준화 시대에서는 남들 모두와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이 살되, 더 뛰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다크호스들은 이렇게 정형화된 길을 걷다가 문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터닝포인트에 맞닥뜨립니다. 이후 충족감이 느껴지는 삶을 살기 위해 과감히 다른 선택을 하죠.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방을 차리거나,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작하는 식으로요. 이로써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을 찾은 다크호스들은 삶에 충족감을 느끼고 즐겁게 일합니다. 그 결과 우수한 결과물을 내죠. 여기서 포인트는 충족감을 좇아 우수성에 이른다는 겁니다. 표준화 시대엔 우수성을 좇아 마침내 우수성을 획득하면 그때야 비로소 충족감을 느끼잖아요. 과정이 행복하고, 그 결과 성공하는 것과 과정은 힘겹지만 성공에 이르러서야 결과적으로 행복한 것,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전자가 바로 다크호스의 성공 방식입니다.     혹시 이러한 사례는 특정한 사람에게 국한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저자들은 다크호스의 성공 법칙을 믿기 어려운 이유가 표준화된 사고방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크호스가 되고 싶다면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렌즈를 끼워야 합니다. 지금부터 다크호스형 사고방식 네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 다크호스형 사고방식 네 가지     ① 미시적 동기 찾기   진심으로 개개인성을 중요시하고 싶다면 확실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신의 가장 진실된 열망과 바람을 존중하면 된다. p.82   변화의 시작점에서 다크호스를 움직이게 한 것은 ‘미시적 동기’였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속의 사례를 하나 소개할게요. 정치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28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정치담당직을 제안받은 코린 얘깁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가 눈앞에 펼쳐질 순간에 그는 제안을 거부하고 돌연 ‘정리컨설턴트’가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건 사람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10년 넘게 일하면서 정치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그가 업무를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화려한 정치 행사를 준비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책과 서류를 정리하는 순간이었죠. 결국 그는 정계 활동을 모두 접고 정리 컨설턴트 사무실을 열어 성공한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코린의 미시적 동기는 ‘타인을 돕고 싶은 열망’과 ‘정리정돈을 향한 흥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그의 미시적 동기에 딱 맞는 일이죠. 이처럼 다크호스가 되려면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해요.    자신의 업무에서 ‘특별히 좋은 작업’과 ‘가장 하기 싫은 작업’을 나누어 써보면 미시적 동기가 더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 이때 미시적 동기는 일차원적 동기와 달라요. 컴퓨터를 잘한다고 실리콘밸리에 취직하는 것은 동기를 일차원적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컴퓨터를 좋아하지만, 단체 생활이 싫다면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죠. 미시적 동기는 사소할 수도 있고, 남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을 수도 있고요. 여러가지 미시적 동기를 아우를 수 있을 때, 일에 대한 만족감은 더욱 커집니다.     ② ‘선택 고르기’가 아니라 ‘선택하기’   일단 자신의 진정한 미시적 동기들을 바탕으로 선택을 내리면 거의 예외 없이 좋은 선택으로 귀결된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이해하고 내린 선택은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선택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p.149    지금까지 당신의 인생에 있었던 굵직한 선택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 선택은 얼마나 주체적이었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택하기’가 아니라 ‘선택 고르기’를 해왔을 확률이 높습니다. 전공과 대학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선택에는 자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내 입시 점수를 보고 입학을 ‘허락’한 대학 중에서 한 곳을 골랐을 뿐이니까요.     다크호스들은 어느 순간 ‘선택 고르기’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합니다. 촉망받던 정치인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정리사업을 선택한 코린처럼요. 이때 자신의 미시적 동기를 많이 알면 좋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요. 미시적 동기를 많이 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이 과정에서 남들은 알아보지 못한 좋은 기회도 눈 밝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다크호스들이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죠.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을지 몰라요. 다만 우리는 그걸 포착해낼 만큼 자신을 잘 알지 못했을 뿐이죠.   다크호스들의 갑작스러운 결단은 일반 사람들에게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꿈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는 건 결코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다크호스들은 선택의 위험성을 신중하게 따져요. 다만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남다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위험성을 통계적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붙을 확률과 떨어질 확률을 계산하는 거죠. 하지만 다크호스들은 ‘적합성’을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미시적 동기와 어떤 기회가 긴밀하게 맞아떨어진다면, 이 선택에는 위험성이 매우 적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③ 자신의 전략 알기   단, 하나의 최상의 방법으로 잘 해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p.170   사람마다 특성이 제각각이듯, 성공으로 가는 방식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다크호스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자신만의 전략을 탐구하죠. 여기서 전략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더 발전할 방법’을 의미해요. 전략을 탐구할 때 관건은 장점을 토대로 적절한 공부법과 훈련법을 찾는 것입니다. 장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남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거든요.    책에 소개된 제니 맥코믹 얘기를 해드릴게요. 고등학교를 중퇴한 제니는 21세에 비혼모가 되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죠. 그럼에도 그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소행성 ‘뉴질랜드’를 발견합니다. 그 후 20개가 넘는 행성의 발견에 기여했고요. 천문학은커녕 대학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그가 그 어떤 천문학자보다 큰 성취를 이뤄낸 겁니다. 어느 날 우연히 쌍안경으로 올려다 본 밤하늘에 홀딱 빠진 게 계기였어요. 제니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천문대에서 열리는 무료 공개 강좌를 빠짐없이 다녔죠. 호기심은 많았지만 수학 지식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관측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학했죠.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천문대도 만들었습니다. 같은 행성을 몇 년이고 관찰하는 끈기도 있었고요. 자기 장점에 맞춰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거죠.   사실 그가 최초로 발견한 소행성은 아주 작은 점이라서 대다수 천문학자들은 넘겨버리기 일쑤였어요. 제니는 그 작은 점을 흘려보지 않았어요. 그가 일반적인 경로를 밟은 평균적인 천문학자였다면, 그 소행성을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④ 목적지 무시하기   목적지를 전혀 몰라도 성공을 일굴 수 있다. 단,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로는 그런 성공에 이를 수 없다. p. 222   일반적인, 그러니까 표준화 시대 성공법과 다크호스형 성공법의 가장 큰 차이는 ‘목표 설정’입니다. 보통은 ‘목적지’를 의식하도록 강요받죠. MBA 학위 취득, 변호사 시험 합격, 사내 최고 영업사원 되기 등은 모두 목적지에 해당합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경로가 정해져 있어서 중간에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표는 당장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마감일 전에 소설 탈고하기, 다음 해 판매 실적 높이기, 현지 로펌에 인턴 지원해 보기처럼요. 다크호스들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당장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정합니다. 지금 바로 시도할 수 있는 목표를 하나씩 수행하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에게 더 맞는 선택을 하며 경로를 설정해 나가죠. 갑작스러운 변화로 목표를 수정하는 일이 생겨도 괜찮습니다.     목적지가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는 연습은 어릴수록 더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특정한 직업이나 대학을 목적지로 설정해 두면 대체로 실패를 맛보고 끝날 확률이 높아요. 목적지가 아이의 미시적 동기와 잘 맞는지 알 길이 없는 데다 현실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마트카 엔지니어,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 3D 프린터 사업가 등은 10년 전엔 없던 직업입니다. 목적지를 설정한다면, 아이가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엔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을지 모릅니다.  ━  🐴 hello!parents의 읽기 가이드     일을 할 때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진다면, 혹시 아이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세요. 기사로 미처 옮기지 못한 다크호스들의 수많은 사례를 책에선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두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읽다 보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용기가 날 거예요.   저자들은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행복 추구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첫 번째 문장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의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쓰여 있죠. 여기 나오는 생명권과 자유권은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예요. 행복 추구권은 어떤가요? 생산성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행복은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다크호스들은 사회의 논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 사람들인 셈이죠.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간단한 방법을 일러준다. 가장 관심 있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p.236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양육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아이의 미시적 동기를 함께 찾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공부라는 빠르고 확실해 보이는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호스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이건 착시일 뿐이에요. 등산을 떠올려 보세요. 정상까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길보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이 힘도 덜 들 뿐만 아니라 멋진 풍경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인건비는 75%나 더 쓰는데…9%씩 성장한 코스트코 비밀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하늘 왜 파란 거야?" 묻는 아이…스탠퍼드대 교수 의외의 대답

    2023.12.07 15:16

  • 인건비는 75%나 더 쓰는데…9%씩 성장한 코스트코 비밀

    인건비는 75%나 더 쓰는데…9%씩 성장한 코스트코 비밀 유료 전용

    인공지능(AI)이 변호사 시험을 최상위권 성적으로 통과하고,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합니다. 세계화와 웹의 등장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먼저 없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죠. 과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5개의 보기 중 하나의 정답을 고르게 하는 학교는 유효할까요? 2000년 이후 태어난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 안 해 본 양육자가 없을 텐데요. 양육자들이 그 어떤 때보다 ‘창의성’에 꽂힌 이유일 겁니다. hello! Parents가 창의성을 키워드로 책을 골라 보기로 한 건 그래서죠. 이번엔 ‘개인성’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봤는데요. 그 첫 책은 교육계 필독서로 꼽히는 『평균의 종말』입니다.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① 표준화, 평균의 허상을 파헤친다 『평균의 종말』 ② 평균의 시대를 넘어 개개인성의 시대로 『다크호스』 ③ 가장 나다운 것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아티스트 웨이』 ④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의 원형을 찾아서 『평생유치원』   」  박정민 디자이너  ━  📐『평균의 종말』은 어떤 책인가   사실 내가 인생 반전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엔 직관에 따라, 또 그 뒤엔 의식적 결심에 따라 개개인성의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이런 원칙을 당신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p.37   저자 토드 로즈는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입니다. 이 대학원의 지성·두뇌·교육 프로그램 책임자죠. 어릴 때는 문제아였어요. 자신의 저서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낙제를 거듭하다 고등학교를 중퇴했죠.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아내와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요. 일도 자주 그만뒀어요. 아들이 하나 더 생긴 뒤 가정방문 간호 보조사로 일했는데,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즈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뒤처져서 그렇게 산다고 말했어요. 그를 가르친 선생님들마저 학부모 면담에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했죠. 그는 이런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균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았죠. 오히려 ‘시스템을 활용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고심했어요. 그러면서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했죠. 그리고 주경야독하며 스스로 성장했습니다. ADHD 장애를 가진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낙오자’는 그렇게 하버드대 교수가 됐죠.   이 책은 학술서이면서 에세이입니다. 책의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그러합니다. “평균에도 못 미친다”며 손가락질 받던 아이가 하버드대 교수가 돼 과학적으로 증명해냅니다. 평균이란 개념이 허상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평균이 아니라 개개인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자신이 산증인이라고 외치면서요. 아이가 야무지지 못해서, 너무 평범해서 걱정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이의 삶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  📐 평균은 왜 쓸모없는가     평균주의는 우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 (중략) 그 결과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려고 기를 쓴다. (중략) 우리는 개개인성의 존엄을 상실했다. p.93-94 이 책의 전제는 단순합니다.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건데요. 막연하게 말로만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평균적인 사람을 찾으려면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1940년대 미국 공군에서 전투기 사고가 자주 일어났는데요. 공군은 1926년 만들어진 조종석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종사들의 신체에 맞지 않는다고 본 거죠. 그래서 이걸 다시 설계하기로 합니다. 먼저 조종사 4000여 명의 신체를 측정해 키, 가슴둘레, 팔 길이 같은 10개 항목에 대해 평균값을 냈죠. 그렇게 찾아낸 평균값에 근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조종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평균적인 조종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군은 ‘개인 맞춤형’으로 조종석을 설계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좌석에 높낮이와 위치 조절 장치를 다는 식으로요. 요즘 자동차 좌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그 장치 말입니다.   물론 평균이란 개념이 유용할 때도 있어요.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두 그룹을 비교할 때죠. 칠레의 조종사와 프랑스 조종사처럼요. 하지만 저자는 “개개인을 조명할 때는 평균이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평균이 ‘해로운 개념’이라고 꼬집죠. 개인의 중요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평균적인 재능, 평균적인 지능, 평균적인 성격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평균적인 학생, 평균적인 회사원은 있나요? 저자는 “평균이란 개념은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를 알면,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이라는 말이 납득이 갑니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벨기에 과학자 아돌프 케틀레가 ‘평균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인물인데요. 18세기 천문학자들의 과제는 천체의 회전속도를 측정하는 것이었어요. 10명의 천문학자가 재면, 10개의 측정값이 제각각 나오기 일쑤였거든요. 천문학자들이 찾아낸 해결법이 바로 평균입니다. 10개의 측정값을 평균해 나온 값을 참값이라고 생각한 거죠. 아돌프 케틀레는 바로 이 평균 개념을 사회학에 적용합니다. 자연의 법칙처럼 인간 사회의 법칙을 찾아내고 싶었거든요.   이후 공학자이자 기업가였던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가 평균 개념을 공장에 접목하면서, 일터도 표준화되기 시작합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일하는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짜여진 절차에 따라 일하는 조직이 탄생한 거죠. 덕분에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산업시대가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학교도 표준화된 일터에 적합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표준적인 교육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단 하나의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단일한 속도로 교육하면서 저자 같은 ‘낙오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요. 그는 “우리가 사는 지금은 산업시대가 아니다”면서 “평균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평균이 아니라 대체 뭘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저자는 3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이 원칙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을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등급 매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거죠. 저자는 “이 원칙들을 통해 당신만의 진정한 고유성을 헤아릴 수 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에 자신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  📐 평균을 대체할 원칙 3가지     ① 들쭉날쭉의 원칙   우리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깨닫고 우리의 장래성에 대한 자의적이고 평균 중심인 견해의 굴레에 속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들쭉날쭉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p.147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다차원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뜻인데요. 체격뿐 아니라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이 들쭉날쭉하다고 합니다. 특히 인간의 중요한 특성인 재능도 들쭉날쭉하죠. 우리는 흔히 평균에 의존하면서 재능을 표준화된 시험 점수로 평가하는데요.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이 일머리는 나쁠 수도 있다는 식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아래 그림을 살펴볼게요. 두 여성이 웩슬러 성인용 지능검사(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 WAIS)를 받은 결과인데요. 어휘력 같은 지능의 여러 차원을 측정했고, 점수를 합산해 IQ 점수를 산출했어요. 두 여성 모두 IQ는 103이었습니다. 그럼 누가 더 똑똑할까요? 면면을 살펴보면 강점과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어요. 이렇게 개인의 능력은 들쭉날쭉한데도 IQ 같은 일차원적 도구로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자는 “평균주의 과학에 길들여져서 개인보다 시스템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합니다.   들쭉날쭉 원칙을 받아들이면, IQ 같이 일차원적 지표로 알아차릴 수 없는 아이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강점을 활용하도록 이끌어주면, 아이는 약점을 개선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요. 저자는 대학원 입학 자격시험(GRE) 준비를 하던 당시 경험을 들려줍니다. 당시 GRE는 수리 영역, 언어 영역, 분석적 추론 영역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저자는 유독 분석적 추론 영역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모의시험을 스무 번 치렀는데도 점수는 형편없었죠. 소위 일타강사가 비법을 알려줬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건 그의 아버지였죠. 아버지는 “네가 부족한 작업 기억을 활용하지 말고 네가 뛰어난 시각적 사고를 이용해 풀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아버지의 말대로 문제를 푼 결과는 어땠을까요? 최종적으로 그는 분석적 추론 영역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아이가 헤매고 있을 때, 저자의 아버지처럼 조언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들쭉날쭉의 원칙을 받아들여야 하죠.   ② 맥락의 원칙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평균적 경향이나 ‘본질적 기질’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해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그 사람의 맥락에 따른 행동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p.158    특성론자는 인간의 행동이 ‘명확한 성격 특성’으로 규정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상황론자는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해요. 두 그룹의 논쟁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1980년대, 아동발달학자 유이치 쇼다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에 착수합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한 캠프에 참가한 아동(6~13세) 84명의 행동을 6주 동안 캠프 상담가 77명과 기록했죠. 연구 결과 모든 아동이 상황에 따라 다른 성격을 나타냈습니다. 아이들 중에서 공격성 점수가 동일한 경우를 분석했는데요. 이번에도 아이들의 공격성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마시멜로 연구를 기억하시나요?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바로 먹을 수도 있지만 15분 정도 기다리면 하나 더 받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실험이죠. 바로 먹지 않고 15분간 참는 아이들이 자제력도 높고, 학업 성취도 역시 뛰어나다고 알려졌습니다. 심리학자 셀레스트 키드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파해 이 실험을 새롭게 다시 하죠. 그리고 ‘신뢰할 만한 어른’과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마시멜로 앞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걸 증명해냅니다. 믿을 수 없는 어른과 함께 있던 아이들은 참지 않고 마시멜로를 바로 먹었던 겁니다. 자제력 역시 맥락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얘기죠.    맥락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아이의 재능, 능력, 잠재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도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고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주위 사람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나누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개인적, 직업적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인데요. 우리는 맥락의 원칙에 따라 아이가 빛을 발할 만한 상황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나의 맥락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면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고요. 진정한 선순환이죠.     ③ 경로의 원칙   아이가 기기 시작하는 시기가 정상보다 늦거나 동창생이 이른 시기에 마케팅 부장이 되면 자신이 뒤처진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 일쑤다. 규범적 사고라는 정신적 장벽을 극복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인간의 발달 경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p.184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 걷기까지 밟는 절차 혹은 경로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밀이를 하다 기다가 걷는 식으로요. 심리학자 캐런 아돌프는 이 통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28명의 영유아가 걷기까지 발달하는 과정을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 소위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28명의 아이가 25가지의 경로를 거쳐 걷기에 다다랐다고 해요. 몇몇 아기는 여러 단계를 동시에 거쳤고요. 여러 단계를 왔다 갔다 하거나 어떤 단계를 생략하기도 했죠. 기기 전에 배밀이를 거친다고 알려졌지만 절반은 배밀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평균주의 사고에 속아 ‘정상적인’ 뇌, 신체, 성격의 개념을 믿게 됐죠.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 ‘정상적인’ 경로도 있다고 믿습니다. 목표가 걷기든 학자가 되는 것이든 간에 마찬가지죠. 배밀이를 하다 기다가 걷는 것처럼 초·중·고교를 거쳐 명문대에 진학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오면 교수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확신은 규범적 사고에서 기인하는데요. 저자는 “인간의 발달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경로의 원칙에 있어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는 어떤 결과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나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고요. 저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누구나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그런 일련의 단계 따위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심리학자 아널드 게젤의 연구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단계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후대의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냈죠. 아널드 게젤은 아이들이 단어를 학습하는 표준 단계가 있는 줄 알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우리는 ‘평균’이라는 잣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시험 잘 봤어”라고 하면 엄중한 심판관이 돼 “평균 점수가 높은 것 아니야?” 하고 묻곤 하죠. 아이가 평균보다 너무 작거나 크면 걱정합니다. 성장클리닉이 인기인 이유죠.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며칠 전 치즈를 안 먹겠다는 아이에게 “이런 걸 먹어야 키가 큰다”며 잔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순간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평균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애먼 아이만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책의 핵심은 평균을 대체할 3가지 원칙인데요.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제도(학위·성적 시스템, 자율 결정형 교육)를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직원 개개인성을 존중한 코스트코의 성과를 조명하면서 인사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요. 특히 저는 코스트코 사례가 기억에 남는데요. 소매업이야말로 평균적인 사람을 뽑아 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만들어 내는 업종이잖아요. 월마트가 그렇게 운영되는 대표적인 곳이고요. 그런데 월마트보다 75%나 월급을 더 주며 직원들의 개개인성을 챙긴 코스트코가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만듭니다. 10년간 매년 9%씩 성장하면서요. 구글도 아닌 코스트코가, IT업도 아닌 소매업에서, 평균이 아닌 개개인성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이 빛나는 건 생각을 바꾸는 걸 넘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평균이란 허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들에게 주목합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대안까지 이야기하고요. 성장에 대한 저자의 의지와 이타적인 마음에 경의를 보냅니다. 그의 극적인 인생 역전 뒤에는 두 가지 믿음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유용한 길이 어딘가에 있다’와 ‘그 길이 어떤 형태일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거예요. 저자의 마음이 함축된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커가는 아이는 물론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 모두에게 유용한 조언이 되길 바랍니다.   개개인성의 원칙들을 이해하면 당신의 삶에 통제력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다. 당신 스스로를 평균 점수가 말해주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중략)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경우든 당신에게 유용한 경로가 한 가지 이상은 있게 마련이라는 점과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최상의 경로가 미답(※아직 아무도 밟지 않음)에 가까운 경로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새로운 길에 도전해 미답의 방향으로 나서 보라. 그 방향을 따르면 평균적인 경로를 따르는 것보다 성공에 이를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p.209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창의력? 열린 질문 그리고 이 2가지 기억하라" 경제학자의 비결 "하늘 왜 파란 거야?" 묻는 아이…스탠퍼드대 교수 의외의 대답

    2023.11.30 16:55

  • “아이 동의 다 구할 필요 없다” 美 양육가정 12곳 관찰 결과

    “아이 동의 다 구할 필요 없다” 美 양육가정 12곳 관찰 결과 유료 전용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분유는 뭘 먹일지, 기저귀는 뭘 쓸지 선택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학령기에 들어서면 선택의 난도는 더 높아지죠. 아이를 위해 좋다는 건 고르고 골라 다 해주고 싶은 게 양육자의 마음입니다. 문제는 그럴수록 엄마·아빠의 삶은 점점 지쳐간다는 것이죠.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아이도 지치긴 마찬가지고요. 양육자의 선택을 주제로 권해드리는 마지막 책은 『불평등한 어린시절』입니다. 그저 두껍고 딱딱한 사회과학서로 넘겨버리기엔 아까운 책입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우리 가족의 삶은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하신 적 있다면, 통찰력 넘치는 답과 분석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 양육자의 선택: 책 4선 「 ①“엄마는 왜 파트타임이 됐을까?”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 ②“맞벌인데 집안일 더 하는 이유” 마이라 스트로버의 『머니 앤드 러브』 ③“전생 원수? 너무 다른 부부가 함께 사는 법” 존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④“아이 중심 ‘집중 육아’의 부작용”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 시절』 」  박정민 디자이너  ━  👪『불평등한 어린시절』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아네트 라루는 미국의 사회학자로,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입니다. 부모의 사회적 계층과 그로 인한 불평등이 자녀에게 어떻게 대물림 되는지가 연구 주제였죠. 그가 대물림의 매개로 주목한 것이 자녀 양육 방식입니다. 부모가 중산층인지, 노동자 혹은 빈곤층인지에 따라 자녀를 키우는 방식과 철학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자녀의 삶과 미래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죠. 저자는 연구를 위해 9, 10세 아이들을 키우는 각기 다른 계층의 부모 88쌍을 심층 인터뷰합니다. 그중 열두 가정은 일상생활을 밀착 관찰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산층 가정과 노동자·빈곤층 가정의 양육 방식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중산층은 가족 생활에 중심에 아이를 두고 부모가 자녀 교육을 주도하며,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노동자·빈곤 계층 가정의 양육 철학은 ‘알아서 잘 큰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특별한 개입 없이 자녀가 성장하면서 알아서 성취를 이루길 바랐던 거죠. 전자의 양육 스타일을 ‘집중 양육(중산층)’, 후자를 ‘자연적 성장을 통한 성취(이하 자연적 성취, 노동자· 빈곤층)’라고 저자는 일컫습니다.     책은 두 양육 방식이 부모와 자녀의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 책은 1990년대 미국 가정의 일상을 담고 있지만, 2023년 대한민국의 양육 현실과 놀랍게도 닮아있습니다. 활동(학원) 뺑뺑이를 돌다가 늦은 시간 집에 오는 아이, 아이 매니저를 자처하며 스케줄을 관리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은 30여 년 전 미국이나 우리나 비슷하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집중 양육 방식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집중 양육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지요.   ━  👪아이 시간표 짜는 중산층 부모   양육 방식에 따라 가족의 시간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흘러갑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는 무엇을 하고, 저녁 식사는 누구와 먹으며 식탁 위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등 일과의 세세한 부분이 다 달랐죠. 집중 육아와 자연적 성취 육아법을 크게 부모 역할, 하교 후 시간, 가족 관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①부모 역할: 개발자 vs 보호자 중산층 부모는 자녀를 발전시키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체화합니다. 특히 이들은 아동기에 아이가 삶에 필요한 중요한 기술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과 후 활동과 일상의 대화를 통해 자녀가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건 그래서죠. 아이 놀이, 학습,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개입하는 것도 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축구 수업을 예로 들어볼게요. 아이를 축구장에 데려다주는 게 다가 아닙니다. 때 되면 등록을 해야 하고, 매번 아이를 데려다준 뒤 기다려야 하죠. 유니폼과 간식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요. 아이가 둘이거나, 갑자기 일정에 변경이 생기기라도 하면 할 일은 더 늘어나겠죠.    반면에 노동자·빈곤층 가정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의식주, 안전을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부모 역할도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집중돼 있죠. 이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즉 어른과 아이의 세계는 명확하게 구분돼 있습니다. ‘놀아 달라’는 아이의 요구는 성가신 일로 치부됩니다. 학업과 능력을 개발하는 등의 성취 역시 아이가 스스로 이뤄야 할 일입니다.  노동자·빈곤층 부모는 아동기를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대적으로 행복하고 안정적인 시기로 여깁니다. 중산층 부모가 이 시기에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힘을 쓰는 데 비해, 이들 부모는 아동기엔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먹고사는 걸 걱정하는 건 나중에 어른이 된 뒤 경험해도 충분하다는 거죠. 중산층 부모에게 ‘미래를 위한 역량 개발’인 활동이 노동자·빈곤층 부모에겐 ‘먹고사는 문제를 미리 걱정하게 하는 활동’인 셈입니다.   ②하교 후: 과외 뺑뺑이 vs 자율적 놀이 중산층 가정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축구, 야구, 피아노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촘촘히 소화합니다. 책에는 밤 9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는 아이의 사례를 소개하는데요. 아이는 빽빽한 일과에 녹초가 되곤 하지만, 이런 교육을 지루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부모도 바쁘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체계적인 활동이 자신감과 협동심 같은 자질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죠. 아이 스케줄에 따라 하루가 굴러가기 때문에 아이나 부모 모두 자유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가족 모두 정신없는 삶을 보낸다고 저자는 표현해요.   반면에 노동자·빈곤 계층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제외하면 외부 활동이 많지 않습니다. 집안 형편이 풍족하지 못하니까요.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보냅니다. 이웃 친구, 친척들과 집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보통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스스로 찾아다니죠. 또래 친구, 형제자매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갈등을 조정하고 대처하는 법도 배웁니다. 이런 생활은 아이가 창조성과 독립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도 이런 일상을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되레 활력이 넘치죠.    ③가족·친척 관계: 경쟁 vs 의지 중산층 가정 아이는 빈곤층 아이와 달리 가족 간 유대가 느슨합니다. 형제자매를 경쟁 상대로 여기기도 하죠. 가족 중 누군가를 ‘싫다’고 표현하는 일도 잦고, 형제자매 간 다툼도 빈번했습니다. 특히 참여하는 외부 활동이 많을수록 아이는 가족과 소통하는 걸 어려워했습니다. 형제자매와 깊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힘들어했고요. 친척들과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었죠. 친척과의 교류보다 과외 활동이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동자·빈곤 계층 가정의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물론 종종 싸우긴 합니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의 경쟁적 관계에 비하면 훨씬 다정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해요. 친척들과의 관계 역시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요.    ━  👪집중 양육이 만든 ‘유리한 출발선’   집중 양육은 ‘올바른’ ‘단 하나의’ 양육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식이 아동 개발 전문가 같은 집단에서 가장 적절하고 유용한 양육법으로 인정받는 것은 사실이다. p.305   저자는 두 계층의 양육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집중 양육 방식 전략이 자녀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깔끔하게 인정합니다.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키운 사회적, 언어적 기술과 역량이 학업과 업무에서 더 경쟁력 있는 자질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①언어가 차이를 만든다 핵심적 차이는 가정 내 언어 생활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중산층과 노동자·빈민층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노동자·빈민층 가정에선 짧은 문장이 대화의 주를 이뤘습니다. 대화가 오가기보다는 편안한 침묵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어도 쉬운 어휘가 사용됐고요. 대화 양상을 살펴보면 부모는 짧고 단호한 말로 지시나 명령을 내리고, 자녀는 순종적으로 따르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이들의 대화는 의사를 전달하는 기능적, 실용적 측면이 두드러졌습니다.   반면에 중산층 부모는 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녀들과 자주,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녀에게 질문하고,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많이 줬고, 논리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죠. 사용하는 어휘도 과학, 예술, 시사 용어를 넘나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지시하는 방법도 달랐죠.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했고, 선택권을 주거나, 협상을 통해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교사, 의사 등 다른 어른과 대화하는 상황에도 아이가 스스로 궁금한 점을 묻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격려했습니다.    이런 언어 습관은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일상에서 학습에 필요한 어휘와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논리적 사고력과 이해력이 높아지니까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의사소통을 매일 훈련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향후 대학 입학이나 취업 면접, 업무를 볼 때도 이 같은 언어 기술은 빛을 발할 겁니다.    ②대인 관계 기술과 자신감을 습득한다 중산층 아이들은 다양한 과외 활동을 통해 축구 코치, 피아노 교사 같은 어른과 대면할 기회가 많습니다. 기관에서 이뤄지는 공식적이고 진지한 활동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죠. 이런저런 만남을 통해 어른을 대할 때 쓸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합니다. 악수하는 방법,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법 같은 것 말입니다. 사람들이 아이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만드는 기술들이죠.    중산층 아이들은 어른의 관심을 끌어내고, 원하는 바를 요청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는 인상을 주겠죠. 하지만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특유의 권리 의식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어른의 관심과 지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반면에 빈곤층 아이들은 기회보다는 제약에 더 익숙합니다. 부모가 학교 등 사회 기관에 자녀를 위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그런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탓이 큽니다. 이 계층의 부모는 교사, 의사 같은 이들에게 거리를 두거나 수동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권위 있는 어른과 대화할 때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죠. 질문하지 않고 대답만 하거나,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식으로요. 빈곤층 아이들은 누군가를 오래 쳐다보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높은 환경에서, 그런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  👪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인생의 진리죠. 집중 양육에는 장점도 많지만, 폐해 역시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 여유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과는 가족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스케줄을 쫓아다니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겨를이 없습니다. 어린 동생은 큰아이 일정에 따라 시간을 맞춰야 하기도 하고요. 아이도 충분히 놀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죠.    자녀의 주도권이 과도하게 커지기도 합니다. 중산층 부모는 아이를 어른과 동등하게 대우하려고 합니다. 자녀에게 의견을 묻고, 가족 일을 결정할 때 선택권을 주기도 하죠. 문제는 권리 의식이 높아진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배운 언어적 기술을 사용해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협상과 논리적 대화를 시전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묵살 당할 땐 떼를 씁니다. 어른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지시를 내리기도 하죠. 자녀와 부모 사이의 언쟁이 종종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활동에 부모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책엔 아이의 학습, 특히 숙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가정이 나오는데. 엄마는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쓰지만, 정작 아이와 사이가 멀어져요.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간섭이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엄마도, 아이도 감정적으로 지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집중 양육의 단점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또 다른 양육법인 자연적 성취 방식을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먼저 일상 생활의 페이스를 늦춰야 합니다. 아이가 참여하는 방과 후 활동 수를 줄이거나 활동의 한도를 정하는 거죠. 아이 개인보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고 지키는 식으로요. 제 멋대로 행동하거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라면, 부모가 주도권을 되찾을 필요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 가지라고, 모든 일에 아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  👪 hello!parents의 읽기 가이드   『불평등한 어린시절』은 30년 전 미국 가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지만, 읽다 보면 괜시리 뜨끔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 숙제만 없으면 세상 살기가 더 편해질 것 같다”며 푸념하는 30년 전 미국의 중산층 부모에게서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죠.   집중 육아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불안이 빚어낸 결과물일 겁니다. 부모의 노력과 욕심이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양육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봤습니다. 양육자가 건넨 말의 힘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고요.     육아에 정답은 없습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육아법도 달라지고요. 다만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가 평범한 가정을 연구한 끝에 깨달았다는 사실도 바로 그것이었죠.      비록 활동의 종류나 성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러한 것이 모든 계층의 부모와 자식들에게 의미 있는 소통의 순간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즉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안락함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특별할 것 없는 진짜 가족이었다. p.417   우리가 아이를 낳은 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아이와, 가족과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을 우리는 충분히 누리고 있는 걸까요? 최선민 객원기자 smsky87@naver.com, 이송원 기자 lee.songwo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상 경제학자의 분석 “바쁘다면 두 가지 의심하라”…워킹맘 선배, WP기자의 충고 “가정교육 어떻게 했길래”...‘금쪽이’ 부모는 억울하다

    2023.11.23 16:10

  • “당신들은 무조건 헤어진다” 이혼할 부부 96% 맞힌 교수

    “당신들은 무조건 헤어진다” 이혼할 부부 96% 맞힌 교수 유료 전용

    크고 작은 선택이 모여 인생을 만듭니다. 어떤 선택은 방향을 결정하기도 하죠. 배우자와 갈등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양육자의 선택’을 주제로, 세 번째 읽을 책은 바로 『부부 감정 치유』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부 관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거리인데요. 남 일일 때나 그렇지 내 일이 되면 마냥 웃고 떠들 수만은 없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그런 걸까요? 갈등이 생기면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부부 감정 치유』의 저자 존 가트맨 워싱턴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손꼽히는 인간 관계 전문가입니다. 특히 수십 년에 걸쳐 부부와 가족 관계에 천착해 왔죠. 그는 나빠진 부부 관계를 돌이킬 해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유사시에 써먹을 만한 것일지 한번 들어보시죠.    ■ '양육자의 선택'을 주제로 고른 책 4선 「 ①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 경제학자의 분석 『커리어 그리고 가정』 ②집안일에도 회사앱 써라. 부부 ‘설거지 논쟁’ 끝내는 법 『머니 앤드 러브』 ③“성격 차이? 범인은 이것이었다” 부부 3000쌍 인터뷰해보니 『부부 감정 치유』 ④아이 중심 집중 육아의 부작용 『불평등한 어린 시절』   」  박정민 디자이너  ━  👩🏻‍❤️‍👨🏻『부부 감정 치유』는 어떤 책인가   가트맨 교수가 부부 관계 연구를 시작한 건 1970년대입니다. 당시 그는 서른 즈음이었는데요. 연애 문제로 꽤나 골머리를 앓았던 모양입니다. 전공이 수학과 물리학이었던 그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 ‘관계의 문제’를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로버트 레벤슨 박사와 함께였죠.     처음부터 대단한 설계도를 그려 놓고 연구를 시작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끈기는 대단했죠. 수없이 많은 부부를 초대해 그들의 일상을 비디오에 담았고, 대화와 다툼을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분석한 부부가 무려 3000쌍,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까진 36년이 걸렸죠. 결국 가트맨 교수는 행복하게 사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가 무엇이 다른지 찾아냈습니다.     그 답은 일반적인 상식과 좀 다른데요. 성격 차이나 경제력은 의외로 큰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관계가 나쁜 부부의 결정적인 공통점은 바로 ‘부정적인 싸움 방식’이었죠. 부정적인 싸움 방식은 비난과 경멸, 방어와 반격, 회피 등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경멸하고, 상대에 말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반격하고, 상황을 회피해 버리는 겁니다. 반면에 행복한 부부는 서로 대꾸를 잘 해주고,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를 바라보는 행동에 익숙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싸움의 방식을 관찰해 예측한 이혼 여부는 상당히 정확했는데요. 96%나 일치했을 정도입니다. 평소 말하는 방식, 갈등을 대하는 자세만 봐도 부부가 백년해로할지, 헤어질지 알 수 있다는 거죠.   이 말은 싸움 방식 나아가 대화 방식을 바꾸면 나빠진 부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트맨 교수는 신뢰를 회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정서적 애착 형성법, 감정적 조율법, 긍정적 소통법, 건설적 갈등 관리법 등을 언급하는데요. 이는 실제 부부 갈등 상담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법들입니다.      『부부 감정 치유』는 이러한 가트맨식 관계 교육의 가이드북이죠. 우선 여러 가지 측정 도구를 통해 자신의 현 상황을 진단해 보도록 합니다. 저도 해봤는데, 결과는 예상을 꽤 벗어났습니다. 어떤 쪽으로 벗어났는지는 비밀로 해두죠. 이 책은 다양한 상담 사례와 해설 덕에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 갈 수 있습니다. 2014년 국내 처음 소개된 뒤 아직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겁니다. 오늘은 현실 부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추려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  👩🏻‍❤️‍👨🏻‘바퀴벌레 숙소’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대체 나는 왜 쟤랑 결혼했을까?”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안 하는 게 이상하죠. 이러다가 또 고맙고, 미안하고,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이 가끔씩이라도 샘솟는다면 그 결혼 생활, 충분히 괜찮은 겁니다. 당연히 오락가락하는 법이죠. 가트맨 교수는 부부가 머무는 추상적 공간을 ‘좋음’과 ‘중립’ ‘끔찍’으로 분류합니다. 좋음은 설명이 필요 없죠. 다만 늘 여기에 머물 순 없습니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대부분 부부는 중립 지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죠.   나는 40대 중반과 60대 부부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복한 부부들은 65%의 시간을 ‘중립’에서 보내는 반면, 불행한 부부들은 약 45%를 보냈다. p.66   20%포인트의 격차가 있는 셈인데요. 불행한 부부가 이 시간을 ‘좋음’에서 머물렀을 리는 없습니다. 결국 ‘끔찍’ 상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뜻일 텐데요. 물론 관계가 좋은 부부도 ‘끔찍’ 상태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곧 빠져나오죠. 반대의 경우엔 그 상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가트맨 교수는 이걸 ‘바퀴벌레 숙소’라 명명했습니다. 머무는 내내 최악일 것만 같은 이름이죠. 끔찍 상태 중 최악의 상태입니다. 바퀴벌레 숙소에 머무는 동안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하든 관계 회복 시도는 실패로 귀결합니다. 그는 ‘끔찍’에서 ‘좋음’ 또는 ‘중립’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바퀴벌레 숙소로 향하는 5단계 법칙을 정리했는데요. 자신의 사례에 대입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끔찍’에서 ‘바퀴벌레 숙소’로 향하는 5단계 「 ① ‘미닫이문 순간’이 있다 사소한 말을 걸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지만, 상대방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허다하죠.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피곤해서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② 후회할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미닫이문 정도야 가끔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지만,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제삼자가 끼어 구체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한 건데요. 그런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맙니다.   ③ ‘자이가닉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는 복잡하고 수많은 주문을 외워서 처리합니다. 놀라운 기억력이죠. 하지만 음식과 음료를 테이블에 전달한 후엔 빠르게 잊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마무리된 일보다 마무리 안 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자이가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닉의 이름을 딴 거죠. 자이가닉 효과는 갈등 상황에 있는 부부 사이에도 여지없이 적용됩니다. ‘후회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그 사건이 신발 속의 작은 돌조각처럼 끊임없이 짜증을 유발하고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④ 부정적 감정의 밀물 현상이 자리를 잡는다  좋은 말, 긍정적인 행동조차도 반대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이쯤 되면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는 한쪽의 노력조차 ‘꼼수’로 전락하죠. 심지어 과거의 기억조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편집합니다.   ⑤ 네 가지 독이 대재앙을 일으킨다  가트맨 교수가 말하는 네 가지 독은 비난∙경멸∙방어∙도피인데요. 사실 여기까지 왔다면 그 관계는 회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   ━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불행을 만든다   부부가 다투는 이유를 어디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외도처럼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사소한 실수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다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는데요. 반복해서 싸운다고 다음번에 더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정말 다르구나’ ‘정말 정말 다르구나’ ‘정말 정말 정말 다르구나’ 재차 확인할 뿐이죠.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같은 조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사실 다름의 이면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죠. 예컨대 맞벌이 부부인 아내 A씨는 남편 B씨가 집안일을 좀 더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편 B씨에게 집안일은 ‘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일 수 있습니다. A씨의 불만은 쌓일 테고, B씨는 아내의 불평을 괴롭힘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사람이 생각의 간극을 좁히고 접점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압니다. 경제적인 문제나 자녀 양육 문제 역시 불공평을 느끼기 쉬운 주제입니다. 한쪽이 ‘내가 얼마나 뼈빠지게 일해서 번 돈인데’ ‘내가 자기보다 훨씬 더 버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안 반대쪽에서 ‘얼마나 더 번다고 유세는’ ‘애는 엄마(아빠)만 있으면 크나’와 같이 반응하기 시작하면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삶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심판은 잘못된 판정을 내리고, 게으른 직장 동료는 나보다 먼저 승진하고, 마트의 소량 계산대 앞에 줄을 섰더니 앞에 있는 사람이 쿠폰을 수십 장 들고, 카트에 담긴 60여 개 물품을 계산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장기적인 관계라면 이런 불공평함이 없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지나친 낙관주의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P.133   가트맨 교수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우리의 모습이 정말 그렇기 때문입니다. 바깥에서는 그 모든 불공평을 감내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과는 매일 평등의 무게를 재고 있으니까요. 물론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조금 물러설 필요도 있죠. 부부 관계가 ‘반반 치킨’처럼 정확히 5대 5가 될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니까요.  ━  👩🏻‍❤️‍👨🏻말하기와 듣기, 기본으로 돌아가라   “누가 보고 있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  냉소적인 촌평으로 유명한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정말 ‘뼈 때리는’ 표현이 아닐 수 없는데요. 가족이란 때로 또 자주, 성가신 존재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가족 중에서도 거리가 가장 가깝다고 할 아내와 남편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상대방은 이미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정말 궁금하면 한번 물어보세요.   사실 부부 간엔 해야 할 얘기가 많습니다. ‘오늘 뭐 먹지’ 같은 아주 단순한 주제부터 아이의 진로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까지. 부부라는 세계는 그 어떤 곳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할 공간이죠. 사실 부부 간의 갈등은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들으면 대부분 해결될, 아니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말하고, 듣는 건 사회적 동물에겐 너무나 기본적인 활동인데요. 하지만 나이 깨나 먹었다는 어른도 이걸 잘 못합니다. 애매해서, 불편해서, 혹은 화를 낼까 봐 제대로 말을 하지 않죠. 바빠서, 귀찮아서 듣는 사람도 대충입니다. 들었는데 까먹기도 하고요. 가트맨 교수가 갈등 해결의 1단계로 꼽는 게 바로 말하기와 듣기인데요. 이것만 제대로 해도 갈등 해결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거죠. 양쪽이 할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관계 맺는 문제, 부부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부부 관계는 가장 쉬운 전장(戰場)일 수 있습니다. 어찌 됐건 가족이니 이해의 범위가 꽤 넓은 편이잖아요. 살다 보면 훨씬 어려운 타인과의 관계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부부 감정 치유』는 부부뿐 아니라 인간 관계 전체로 확장해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가트맨 교수의 조언을 정리하면 ‘신뢰가 깨지면 사랑이 지속될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이 신뢰를 깨뜨리지 않으려면 상당히 노력해야 하고, 혹시 문제가 생겼다면 빠르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다 뻔한 소리 아니냐’ ‘말로는 누가 못하냐’고 생각하신다면 더욱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그 뻔한 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니까요. 이 책을 읽어 본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의 증거일 테니까요.     다만 책에 나온 대로 무작정 따라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부가 처한 환경이 다 제각각 다르니까요. 그러니 하나의 처방과 단일한 치료 기간이 적용될 순 없죠. 그러니 책에 나온다며 아내(남편)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보자’며 강요해선 안 됩니다.   최선호 객원기자 dandy138@naver.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화났구나 그랬구나” 이 말만 하면, 떼쓰는 아이에겐 '독' 방이 돼지우리니? 이 말 나올 상황에 부모가 대신 해야할 말 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집안일에도 회사앱 써라, 부부 ‘설거지 논쟁’ 끝내는 법 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상 경제학자의 분석

    2023.11.16 13:58

  • 집안일에도 회사앱 써라, 부부 ‘설거지 논쟁’ 끝내는 법

    집안일에도 회사앱 써라, 부부 ‘설거지 논쟁’ 끝내는 법 유료 전용

    대체로 많은 부부에게 가사 분담은 갈등의 씨앗입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더욱요. 아내는 억울합니다. 똑같이 일하는데 집안일은 혼자만 하는 것 같거든요. 남편도 항변합니다. “나도 할 만큼 한다. 그리고 나만큼 하는 남자 없다.” 요리에 청소, 빨래에 식료품·생필품 구매까지, 끝이 없는 가사를 놓고 싸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육자의 ‘선택’을 주제로 hello! Parents가 읽어 드리는 두 번째 책 『머니 앤드 러브』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양육자의 선택: 책 4선 「 ①“엄마는 왜 파트타임이 됐을까?”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 ②“맞벌인데 집안일 더 하는 이유” 마이라 스트로버의 『머니 앤드 러브』 ③“전생 원수? 너무 다른 부부가 함께 사는 법” 존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④“아이 중심 ‘집중 육아’의 부작용”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 시절』 」  박정민 디자이너  ━  ☝『머니 앤드 러브』는 어떤 책인가   책을 쓴 마이라 스트로버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힘써온 여성 노동 경제학자입니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노동과 가정(Work and Family)’이라는 강좌를 처음 개설했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정교수가 됐죠. ‘노동과 가정’은 그가 2018년 은퇴하기 전까지 40년 넘게 끌어온 강좌죠. 『머니 앤드 러브』는 바로 이 수업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습니다. 공동 저자인 애비 데이비슨은 스트로버의 강의를 들은 제자고요.   스트로버는 고단한 삶을 산 워킹맘이었죠. 1970년대 강의했던 UC버클리대는 그에게 “종신교수는 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라서였어요. 지금 들으면 어이없는 이유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가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죠. 육아와 가사도 그의 몫이었으니까요.   2023년 한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맞벌이 가정 비율(46.1%)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가사 분담이 그렇게 공평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맞벌이 가정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7분으로 남편(54분)의 세 배가 넘었죠. 『머니 앤드 러브』를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  ☝5단계 생각법, 가사 독박 막는다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일과 사랑에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생각의 폭과 수준을 넓히고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모두 어렵고 중요한 결정을 마주하면 어김없이 경험하게 되는 흐릿한 정신적‧정서적 안개를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25   저자는 의사결정 방법인 ‘5C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이용해 가사를 나누자고 말합니다. 5C는 명확히 하기(Clarify), 소통하기(Communicate), 대안 알아보기(Consider a Broad Range of Choices),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Check In), 예상 결과 따져보기(Explore Likely Consequences)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감정에 치우쳐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좁아진 시야를 확장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도 있죠.   ①1단계: 명확히 하기(Clarify)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좋아하지 않는지를 묻습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나의 가장 큰 관심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결정을 내릴 때 뭘 가장 우선 고려하는지도 파악하고요. 이때 주의할 게 있어요. 내가 원하는 바를 질투나 분노, 슬픔이나 공포 같은 감정과 분리해야 합니다. 격한 감정은 판단을 흐리게 만드니까요. ‘모방욕망’도 주의해야 합니다. 모방욕망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가 처음 쓴 용어인데요. 전세살이에 불만이 없는 사람도 친구가 집을 사면 불안해지는 심리를 가리키죠.   ②2단계: 소통하기(Communicate) 자신의 결정으로 영향받을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나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결정을 상대방에게 공유합니다. 이때 양쪽 모두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어색해도 대화를 계속해야 합니다. 비난이나 경멸, 공격하는 대화는 자칫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니 주의하세요.   ③3단계: 대안 알아보기(Consider a Broad Range of Choices)     상대방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입니다.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가능한 많이 마련하세요. 고려할 만한 대안을 일찌감치 치워버리지는 않았는지, 선택 대상의 폭을 너무 좁게 잡지 않았는지 점검합니다.   ④4단계: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Check In) 가족과 친구, 동료와 상의하거나 책이나 논문 등 관련 자료를 찾아봅니다.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을 떠올려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다만 의견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니까요. 믿을 만한 소수에게만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⑤5단계: 예상 결과 따져보기(Explore Likely Consequences) 지금 이 결정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그 결과는 어떨지 예상해 봅니다. 몇 개월 후에서부터 몇 년 후까지, 기간을 나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추측해 보는 거죠. 단기적으론 부정적으로 보이는 일이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직 때문에 이사를 한다면 당장은 친구가 없겠죠. 하지만 몇 년 후엔 새 친구가 생길 겁니다. 부정적 결과가 예상될 때 이를 막을 방법도 고려해야겠죠?  ━  ☝집안일은 존중의 문제다   가사 분담을 하기 전에는 큰 틀에서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답해 봐야 합니다.     ■  「 ·집안일에는 어떤 일이 있는가. 각각의 일을 누가 할 것인가? ·전체 분담 비율이 두 사람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관계에 부합하는가? ·두 사람 모두 전체 분담이 공평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가? 」  가사 분담 내역을 기록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주일 정도 단위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적어보는 거죠.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은 잘 기억하지만 다른 사람(배우자)이 한 일은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특히 모든 일을 자신이 하는 것 같다면(배우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면), 한 일을 문서로 만들어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게 좋습니다. 회사에서 쓰는 업무 관리 툴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안일을 나누는 일은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라는 걸 기억하세요. 만일 부부 모두 맞벌이를 원한다면 가사 분담 역시 맞벌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제 가사 분담에 5C 프레임워크를 본격 적용할 차례입니다.     ①집안일에 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하라 수많은 집안일 중 어떤 일을 좋아하고 중요시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부부의 성향이 다른 것처럼 집안일에서도 우선순위와 선호가 다르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은 깨끗한 집(청소)과 옷가지(빨래), 정갈한 음식(요리)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일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죠. 이런 상황이라면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요.   ‘어떻게 하면 공정한 방법으로 집안일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100가지 집안일을 똑같이 50가지씩 해야만 공평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에 일을 적게 하더라도 자신이 싫어하거나 못하는 일이라면 견디기 어렵겠죠.   집안일로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 그 감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불만이 생겨도 침묵할 때가 많습니다. 치사하고 옹졸해 보이니까요. 가족이나 친구가 “그게 뭐 대수로운 거라고” 하고 반응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자기 마음에 떠오른 불편한 감정을 존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가사 분담 방식에 문제가 없더라도 일단 멈추고 자신의 기분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배우자로부터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드는지, 배우자의 시간만큼 내 시간도 귀중하게 대접받는지, 배우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②나의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소통하라 감정적으로 차분할 때, 솔직한 대화를 시작합니다. 부부 모두 기분이 좋고, 배부르며, 피곤하지 않아야 해요. 상대가 답답하더라도 공격하거나 지시하는 말투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나’를 주어로 시작하는 대화를 권장합니다. “그 방법은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나는 그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죠. “내가 매일 요리하니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한 뒤 “나는 요리를 좀 더 공평하게 분담하면 좋겠어”라고 얘기하는 식입니다.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겁니다.   말하는 내용 못지않게 말하는 방법도 중요하고, 어쩌면 말하는 방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가사 분담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누가 윗사람처럼 굴거나 꼬치꼬치 간섭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p.168  ━  ☝설거지의 최저 기준을 정하라   ①집안일을 잘게 쪼개고 묶어라 집안일을 잘게 나눠 담당자를 조정합니다. ‘식사 준비’는 메뉴 정하기, 장보기, 요리하기 등으로 나눌 수 있죠. 이렇게 하면 아내는 장을 보고, 남편은 요리하는 식으로 일을 다시 나눌 수 있어요.   이때 주의할 점은 가사의 유기성입니다. 집안일은 보통 인지‧계획‧실행이라는 세 가지 단계로 돼 있습니다. 예컨대 ‘생필품 채우기’는 언제 무슨 물품이 부족해질지 인지하는 게 1단계입니다. 이후 어디서, 얼마나 살지 계획하고, 실제로 사는 실행으로 이어지죠. 만약 각각의 행위를 다른 사람이 담당한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제때 물건을 사지 못하거나, 늘 사용하는 제품이 아닌 걸 구매할 수 있죠. 적절한 수량을 주문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같은 일을 두 번 하길 원치 않는다면 인지‧계획‧실행을 묶기를 추천합니다.   ②최저 관리 기준을 정하라 집안일의 최저 관리 기준을 정하고 합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특정 집안일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하느냐에 대한 부부의 생각이 다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만하면 됐다”는 부부의 생각이 일치해야 합니다. 이때 집안일에 대해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쪽이 한발 양보하는 게 필요하죠.   설거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밥을 먹고 나면 곧장 설거지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잠시라도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있는 걸 못 보는 거죠. 반면에 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면 식사 때마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땐 설거지를 마쳐야 하는 적정선을 찾아야 합니다. “적어도 다음 식사 전까지는 설거지를 끝내자”는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설거지를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쪽도 “내가 하고 만다”며 고무장갑을 끼고 나서지 않을 수 있어요. “언제 설거지 할 거냐”고 닦달하지 않을 테고요. 적어도 다음 식사 전까지는 그릇이 깨끗해질 거라는 걸 아니까요.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업무(집안일) 처리 방식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③아웃소싱하라 경제적인 여력이 있다면 집안일을 아웃소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집안일을 하는 데 쓰는 시간과 체력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어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취미와 여가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죠.   아이들을 집안일에 동참시키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한 아이들은 사는 데 필요한 기술과 독립심, 책임감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저자도 냉장고에 아이들이 할 집안일 목록을 적어 붙여 놓았다고 해요. 아이들이 임무를 완료한 뒤 체크 표시를 할 수 있게 돕고요.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나눠 줄 때는 무슨 일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④유연성을 발휘하라 하다 보면 가사 분담이 애초 구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가족이 아플 수도 있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을 옮길 수도 있으니까요. 맡은 집안일에 싫증을 느낄 수도 있고요. 주기적으로 가사 분담 현황을 확인하고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죠.   초반에 정한 가사 분담 규칙은 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만족도를 평가하고 비교하며 담당자를 바꿀 수도 있죠. 각자 맡은 일에 관한 만족도를 1부터 5까지 점수를 매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⑤효율성보다 행복이 중요하다 돈 씀씀이를 보면 그 사람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집안일 분담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두 사람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서로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p.158   집안일에선 당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방법이 최선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론 고소득 배우자가 혼자서 수입원을 책임지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혼자 요리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불만이 쌓이고 관계를 어그러뜨릴 수도 있습니다. 다각도로 결과를 분석해 가사 분담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정생활의 주요 목표는 효율성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여섯 살짜리 아이와 요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바닥에 음식을 흘리고 설거지거리가 늘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현관 앞에 쌓인 택배 박스를 본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집 안을 둘러보니 할 일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싱크대엔 그릇과 젖병이, 빨래통엔 벗어놓은 옷이 그대로 쌓여 있었죠. “내가 안 하면 왜 집안일은 그대로야?”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도 하고 있어. 화장실도 청소했고, 쌀도 씻어놨다고!”   출근하랴, 애 보랴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에서 짬을 내 집안일을 나누는 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가사 분담은 단순히 업무를 나누는 게 아니라는 걸요.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일을 나누며 부부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죠. 배우자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각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거든요.   집안일로 부부가 부딪히는 일이 잦다면, 적어도 집안일의 최저 관리 기준만큼은 정해보세요. 저희 부부는 ‘택배 박스는 분리수거 전까지 현관이 아니라 베란다에 놓자’고 합의했습니다. 설거지는 자기 전에 끝내기로 했고요. 이제 저는 바닥에 흩어진 아기 장난감을 보고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습니다. 남편도 평화로운 얼굴로 청소기를 돌리고요.   앞으로도 살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가 올 겁니다. 하지만 마냥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까요. 조아라 객원기자 iknow9628@gmail.com, 이송원 기자 lee.songwo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상 경제학자의 분석 ‘버럭’도 계획이 필요하다, 명상 고수 기적의 분노법 엄마 일하면, 아이는 불안하다? 워킹맘 오해와 진실

    2023.11.09 15:58

  • 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상 경제학자의 분석

    MBA 엄마가 왜 파트타임일까? 노벨상 경제학자의 분석 유료 전용

    hello! Parents가 양육자의 문제 상황과 고민을 주제로 대신 책을 읽어드립니다. 11월은 ‘양육자의 선택’을 주제로 한 책 4권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커리어 그리고 가정』입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역작입니다. 일과 가정, 이 두 가지는 양육자의 최대 난제입니다. 아이가 양육자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대체로 커리어에도 중대한 시기입니다. 이때 부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궤도는 완전히 바뀝니다. 남녀 소득 격차 역시 이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게 최선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해법에 주목해 보세요.   ■ 양육자의 선택: 책 4선 「 ①“엄마는 왜 파트타임이 됐을까?”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②“맞벌인데 집안일 더 하는 이유” 마이라 스트로버의 『머니 앤드 러브』 ③“전생 원수? 너무 다른 부부가 함께 사는 법” 존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④“아이 중심 ‘집중 육아’의 부작용”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 시절』 」  박정민 디자이너  ━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어떤 책인가    ‘똑같이 대학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장에서 일하는 데도 여성은 왜 남성보다 못 버는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남녀 소득 격차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에 만연한 젠더 갈등의 주제죠. 이 책은 세계 역사에서 지난하게 이어져 온 성별 소득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칩니다.    책을 쓴 클라우디아 골딘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입니다. 그는 지난 100년간 미국 대졸 여성이 어떻게 커리어와 가정을 이뤘는지 추적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장 활발한 현재에도 소득 격차가 공고한 이유를 찾고자 한 것이죠. 그는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출산과 육아를 여성이 짊어지고, 부부가 가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분업을 선택하며, 그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고요.    책은 미국의 상황을 조명하고 있지만 202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정은 46.1%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대학 진학률(인문계열 기준)은 13년 전부터 여성이 남성보다 5% 이상 많았죠. 하지만 여전히 남녀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큽니다. 남성이 한 달 평균 100만원을 벌면 여성은 65만원을 버는 데 그치고 있죠. 커리어와 가정 둘 사이에서 매일 고민하는 여성,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이 넘쳐나는 이유입니다.    ━  ☝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지난 100년간 사회 변화와 맞물려 여성의 삶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출생과 대학 졸업 시기,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커리어와 가정을 대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뚜렷하게 달랐습니다. 그리고 선택도 달랐죠. 그 결과 삶의 양상 역시 확연하게 달랐고요. 세대별로는 크게 다섯 개 집단으로 나뉘었습니다. 딸들은 엄마가 살아온 삶의 양식을 거부하거나 그들의 선택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삶을 진전시키려고 애썼습니다. 여성들의 열망과 성취는 한 세기 사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집단① 가정 또는 커리어 둘 중 하나 (1878~1897년 출생) 이 집단에 속한 대졸 여성 중 절반은 아이가 없습니다. 가정을 꾸리면서 자기 일도 계속하기엔 사회적 제약이 만만치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죠. 이 시기에도『미국의 여성 위인들』 책에 실릴 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여성들이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대의 가부장적 규범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기로 한 것이죠.  여기서 커리어와 일자리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커리어는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고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일을 말합니다. 반면에 후세대부터 나오는 일자리라는 표현은 단지 소득을 얻기 위한 수단을 뜻합니다.    집단② 일자리가 먼저, 그다음에 가정 (1898~1923년 출생) 이 세대 여성들은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일을 하다가 결혼 후에는 더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자리가 가정보다 생애주기 앞에 있었던 셈이죠. 이 세대의 경우 뒤로 갈수록 결혼도, 출산도 많이 했는데요. 일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었다기보단 외부 요인이 가로막은 탓이 컸습니다. 대공황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미국 사회에서 여성의 고용을 막는 정책이 확대됐거든요. 이 시기에 결혼한 여성은 사무직 또는 공공 영역에 취직할 수 없었습니다.    집단③ 가정이 먼저, 그다음에 일자리 (1924~1943년 출생)당시 미국 사회에 결혼 붐이 일었습니다. 대부분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대학 졸업 후 일을 시작하고, 결혼해서도 커리어를 유지했습니다. 그 후 아이를 낳으면 노동시장을 잠시 떠났다가, 아이가 성장한 뒤에는 대부분 전일제 일자리에 다시 취직했죠. ‘엄마가 일하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린 첫 세대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열망과 사회적 성 역할이 충돌하며 이혼율이 급증하기도 했죠.    집단④ 커리어가 먼저, 그다음에 가정 (1944~1957년 출생) 여성운동이 한창일 때 성인이 된 세대입니다. 엄마, 이모, 고모 등 시대를 앞서 산 여성들이 출산 후 돌아갈 수 있었던 일자리는 ‘커리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목격한 집단이죠. 이전 세대 여성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여성 고등학생 대다수가 대학에 갈 준비를 했고, 졸업 후에는 석·박사 과정에도 진학했습니다. 여성에게 이러한 삶을 허락한 건 ‘피임약’입니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며 커리어를 쌓을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죠. 그런데 너무 오래 출산을 미룬 탓에 이들의 27%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집단 ⑤커리어와 가정 모두 (1958~1978년 출생)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성공적인 커리어와 가정을 모두 갖기를 원하죠. 이 여성들은 앞선 세대 여성들을 보며 단지 ‘미룬다’고 생각한 임신 출산이 영영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혼과 출산을 하는 시기가 과거보다 훨씬 늦어졌지만 출산율은 높아졌습니다. 앞선 세대 여성이 임신을 미루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렸다면, 이 집단은 아이를 갖기 위해 시험관 시술을 합니다. 50대에 접어들 무렵 10명 중 3명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  ☝ 아이에게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집에 갈 것인가   여성의 삶은 계속 진보했지만 성별 소득 격차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 격차의 원인을 지적한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 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일은 여자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식이죠.)   ② 남성에 비해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처우를 협상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③ 남성과 여성은 주로 종사하는 직종이 다르다.   」  저자는 이런 이유만으로는 성별 소득 격차의 원인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대졸 남성과 여성이 커리어를 시작한 초기부터 한동안은 남녀의 임금이 거의 동일하거든요. 남성과 여성의 직종별 비율을 똑같이 만드는 실험을 해보아도 격차는 기껏 3분의 1 정도만 줄어들 뿐이었습니다. 여성의 협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성차별에서 기인한 편견이므로 이 논의에서는 차치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녀의 소득 격차를 벌리는 것일까요? 저자는 핵심 변수로 ‘출산과 육아’를 지적합니다. 사회생활 초반에 거의 비슷했던 남녀 소득이 취직 후 10여 년이 흐른 시점부터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기는 시점과 겹치죠.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성별 소득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고 저자는 밝힙니다.    첫 번째 요인은 ‘경력단절’입니다. 저자는 1990~2006년에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이들의 삶을 살펴봤습니다. MBA를 마치고 취직한 여성의 소득은 남성 소득 1달러당 95센트였는데요. 두드러진 차이는 없죠. 하지만 13년 후에는 65센트로 격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대다수의 여성이 이 시기 아이를 낳느라 휴직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MBA 취득 후 13년이 지나는 시점까지 여성은 평균 1년간 일을 쉬었는데요. 남성의 휴직 기간은 단 6주였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이가 없는 MBA 여성 졸업생은 시간이 흘러도 남성과의 소득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주당 노동 시간의 차이’입니다. MBA 엄마들은 육아휴직이 끝나면 대부분 원래의 일자리로 돌아와 장시간 일했습니다. 그러다 첫 출산 후 3~4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들 중 대다수가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조직에서 독립했거든요. 이러한 선택을 한 여성의 임금은 출산 이전의 74%로 급감합니다.    직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커리어에 큰 성취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시기는 30대 중후반~40대 초반입니다. 여성에게 이 나이는 출산의 마지노선이기도 해요.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계속 커리어 성장을 향해 내달릴 수 있지만, 아이가 있다면 그럴 수 없죠. 결국 엄마들은 일을 줄입니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져도 시간을 유연하게 쓰면서 가정을 챙길 수 있는 일터로 자리를 옮기는 거죠. 때로는 자의와 상관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결과 출산한 여성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커리어의 사다리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부부 중 둘 중 한 명만 고소득 커리어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의 커리어가 갈라질 때, 그것은 거의 언제나 여성이 육아에 쓸 시간을 내기 위해 시간 유연성이 크고 노동 시간은 더 적은 일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p. 302    ━  ☝문제는 탐욕스러운 일자리야    여성은 전통적으로 돌봄 역할을 기대받아 왔습니다. 여성의 희생은 그 결과물이죠.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선 안 됩니다. 골딘 교수는 성별 소득 격차를 만든 주범으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지목합니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란 노동 강도가 높고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일자리를 말합니다. 당직 의사, 의뢰인의 일정에 맞춰 일해야 하는 변호사 등이 이런 직종에 속하죠. 기업은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 기꺼이 일할 수 있는 직원에게 더 높은 보수와 승진 기회를 줍니다.     문제는 육아 역시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아이가 아프면 누군가는 아이를 기관에서 데려와 집에서 돌봐야 합니다. 아이는 수시로 아프고요. 맞벌이라면 회사, 그리고 집안의 ‘온콜(on-call 긴급호출)’ 상황에 누가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는 분업을 선택합니다. 둘 중 한 사람이 가정의 온콜에 대응하고 다른 한 사람의 커리어 성장을 밀어주기로요. 두 사람 모두 커리어를 선택하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렵고, 두 사람 모두 일을 줄이면 가정의 소득이 급감할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분업하는 게 가구 소득을 최대화하면서 돌봄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인 셈입니다.    많은 경우 커리어를 포기하는 건 엄마입니다. 아예 일을 그만두거나, 근무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있는 대신 임금은 낮고 유연한 일자리를 택하는 것이죠. 전일제가 아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  ☝유연함이 선택을 바꾼다    성별 소득 격차를 해소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변호사와 약사의 차이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변호사 업계의 노동구조는 시간을 오래 투자할수록 보수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로스쿨 졸업 후 15년이 지나면 주당 60시간 일하는 변호사가 30시간 일하는 변호사보다 2.5배 이상을 벌죠. 이 시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변호사 남성은 2%에 불과합니다. 일을 그만두는 경우 역시 단 2%에 불과하고요. 반면에 여성 변호사는 4분의 1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16%가 일터를 떠납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법조계를 일정 기간 떠나 있었거나, 클라이언트와 만나는 데 긴 시간을 쏟기가 어렵다면 커리어를 성장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미국의 여성 약사는 소득이 높을 뿐만 아니라 남성 약사와 거의 비슷한 돈을 법니다. 과거엔 약사 역시 남녀 소득이 차이가 선명했습니다. 하지만 일의 구조, 시스템이 달라지면서 격차가 사라지게 됐죠. 약국 산업이 거대해지면서 자기 약국을 소유한 약사와 그 밑에서 일하는 약사보다 기업의 체인 약국과 병원에 고용돼 일하는 약사들이 늘어났습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모든 약사가 고객의 처방약에 대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게 됐고, 조제법도 표준화됐습니다. 그 결과 한 약사의 일을 다른 약사가 대신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자기 일을 대체해 줄 인력이 많다는 것은 일을 더 많이 하는 약사에게 특별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약사의 시간당 보수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약에 관해서는 다른 직군이 대체할 수 없는 전문직이기 때문이죠.     이를 근거로 저자가 주장하는 해법은 명쾌합니다. 온콜(On-call), 주말 근무, 당직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지나친 가치를 매기지 않는 것이죠. 동등한 역량을 가진, 서로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일하면 탐욕스러운 일의 업무 강도와 밀도를 분산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다른 해법은 약사의 사례처럼 기술, 제도 변화를 통해 유연한 일자리에서도 시간당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남성 양육자도 기꺼이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고, 여성이 일을 그만둘 확률도 줄어들죠. 저자는 이와 함께 부부가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돌봄 서비스가 더해진다면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여성들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이 동일한 질문을 해 왔다. 그들은 답을 찾아나가면서 성벽을 부수었고 기회를 넓혔고 격차를 줄였고 다음 세대에 교훈을 넘겨 주었다. (중략) 변화가 필요한 것은 여성이나 가정만이 아니다. 앞으로 갈 길의 토대를 다시 깔려면 노동과 돌봄의 시스템 자체가 재사고돼야 한다.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다. p. 358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성별 소득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여성에게만 유리한 건 아닙니다. 유능한 인재가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은 사회의 큰 손해일 테니까요. 이런 현상은 남성에게도 결코 좋을 게 없습니다. 일하느라 가정에 시간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 아빠라고 좋을 리 없으니까요. 책에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아빠들은 학력과 직종을 막론하고 20년 전보다 가정에 2배 이상 시간을 더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빠들의 46%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 책의 해법이 부부의 노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나 성별과는 상관없는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연한 고소득 일자리를 양산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젠더 격차를 넘어 저성장 시대에 노동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양육자가 커리어를 성장시키면서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요?     책에는 수많은 엘리트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면서 아이도 잘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역사가 깊이 있게 서술돼 있습니다. 두꺼운 책을 읽기 부담스럽다면 1장과 에필로그만이라도 읽어보세요. 양육자로서 느낀 막연한 답답함의 원인이 명징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이송원 기자 lee.songwon@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6가지 중 2가지 골라보세요…일과 육아, 둘 다 할수 있어요 “이러려고 만삭에 석사 땄나…승진한 남편 보면 화납니다” “의사 부부면 남편이 개원한다” 파트타임 여의사의 직격 ⑨

    2023.11.02 14:30

  • ‘버럭’도 계획이 필요하다, 명상 고수 기적의 분노법

    ‘버럭’도 계획이 필요하다, 명상 고수 기적의 분노법 유료 전용

    그저 먹이고, 씻기고, 입히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죠. 하지 말라는 건 기어코 하고, 하라는 건 끝까지 안 하는 아이와 온종일 씨름을 합니다. 그리고 끝내 화를 터트리고 맙니다. “도대체 너는 누굴 닮아 그러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죄책감과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감정 수업’을 주제로 hello! Parents가 읽어드리는 네 권의 책 중 마지막은 『이성을 잃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마음챙김 육아』(이하 『마음챙김 육아』)입니다. 이 책은 아이를 통해 양육자도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육아를 통해 성숙한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박정민 디자이너   ■ 전쟁 같은 육아에서 나를 지키는 법 : 감정 수업 책 4선 「 ① “아이 성적, 부모에 달렸다? 이것 모르면 속아 넘어간다”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 ② “피곤할 수록 운동하라고? 그래선 번아웃 탈출 못한다” 브랫 프랭크의 『무기력의 심리학』 ③ “별일 아니야” 아이 달랜 말, 되레 트라우마 안겨준 까닭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④ “아이 잘 키우려면 부모 마음부터 챙겨라” 헌터 클라크 필즈의 『이성을 잃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마음챙김 육아』  」   ━  💊『마음챙김 육아』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헌터 클라크 필즈는 명상·요가 수련가입니다. 20년 넘게 명상으로 자신을 단련하며 평정심을 유지해 왔죠. 전문 수련가에게도 육아의 벽은 높은가 봅니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소리를 지르며 우는, 예민한 아이를 키우면서 그 누구보다 화 잘내는 엄마가 되었다고 고백하는데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운 적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탓하지 않았어요. 명상 전문가답게 자신의 분노를 분석하고, 그 원인을 찾아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었죠. 저자가 주목한 건 ‘반응성’입니다. 반응성이란 특정 대상을 보면 특정 감정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걸 말합니다. 그 감정이 뇌에 박힌 거죠. 아이와의 갈등상황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과 행동 역시 반응성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는 양육자가 반응성을 조절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는 감정적인 부모가 되기 쉽다고 말하죠. 양육자의 감정적인 태도는 아이에게 저항감과 무력감을 심어주고요. 양육자가 반응성을 관리하려면 자신의 마음부터 챙겨야 합니다. 아이보다 양육자를 먼저 챙기라는 얘기인데, 가능할까요?  ━  💊 지금, 내 몸은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스트레스 반응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뇌의 이성적 영역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p.41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길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부리면서 같은 말을 10번, 20번 반복하게 하면서 매일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죠. 저자는 이성을 잃는 게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일으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거죠.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공포심과 도피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하부가 활성화되는 게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뇌의 하부가 활성화되면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상부의 기능은 저하되죠.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화를 낸다는 건데요. 저자는 뇌가 자동으로 반응 모드에 진입하면 누구나 최악의 부모가 되고 만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뇌의 반응성은 연습을 통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 첫 걸음으로 마음챙김을 제안합니다. 마음챙김은 명상법의 하나인데요, 지금 상태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겁니다.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나의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나 상황과 대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핵심이죠. 마음챙김은 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8주간 마음챙김 명상을 한 뒤 뇌 자기공명촬영장치(MRI)를 찍어보니 투쟁·도피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줄어들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은 두꺼워졌다고 합니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영역도 활성화됐고요. 마음챙김에 능숙해지면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음챙김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연습할 수 있죠. 지금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됩니다. 뭔가를 새롭게 깨달아도 당장 실천하긴 쉽지 않은데요. 달라지고 싶다면 마음챙김 실천법을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지금 바로요.   ■ 마음챙김 실천법 「 ①신체 감각 의식하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몸을 의식하는 겁니다.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내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물리적 현실을 깨달을 수 있죠. 침착한 마음이 들고요. 하지만 현재의 순간에 100% 집중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신체 감각을 느끼기 위한 방법으로 정좌 명상을 추천합니다.   ◦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찾아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거나 반쯤 뜹니다.   ◦ 호흡과 신체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이때 숨을 들이쉬면서 ‘숨 들이쉬고’, 내뱉으면서 ‘숨 내쉬고’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 손·발 같은 신체 부위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도 좋습니다.   ◦ 명상을 하다 보면 온갖 생각이 떠오를 텐데요. 괜찮습니다. 딴 생각이 떠오른 걸 알아채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세요. 우리의 목표는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닙니다. 생각은 멈출 수 없어요. 주의력을 단련하세요.   ②초심자의 마음으로 아이 바라보기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세요. 초심으로 바라보면 모든 상황에서 배우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편견이 사라져 스트레스 반응은 줄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아이와 갈등을 겪을 때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 처음 만나는 사람 대하듯 아이를 바라봅니다.   ◦ 아이의 머리카락·미소·옷차림·움직임·반응 등을 관찰하세요.     ◦ 아이가 매 순간 보이는 반응, 관계 맺는 법도 관찰해 봅니다. 아이를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③소리 지르는 걸 계획하기 소리 지르는 건 아이에게 해롭습니다. 양육자가 큰 소리를 내면 아이의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자극을 받아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죠. 장기적으로 봐도 아이의 태도와 행동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소리 지르기를 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는 대신 할 수 있는 행동을 계획해보세요. 그리고 그걸 메모해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두고 자주 읽어보세요.  ◦ 나 자신에게 안전하다고 말하기: “지금은 비상 상황이 아니야.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 ◦ 내 가치관을 결정하는 주문 정하기: “내가 아이를 이길 필요는 없지. 아이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야.” ◦ 나 자신을 위한 주문 만들기: “이건 지나가는 일이야. 심호흡 한 번.” “진정하고, 긴장 풀고, 웃자.” ◦ 5에서 8까지 숫자 세면서 호흡하기: 5까지 세면서 숨을 들이쉬고, 8까지 세면서 숨 내쉬기. ◦ 작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작은 목소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지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   ━  💊 자극제를 찾아 저항감을 낮춰라   내면의 상처를 인지하면 자신의 짐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볼 기회를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로 삼자. p.84 저자는 “아이들은 양육자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는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양육자 내면에 있다는 얘기인데요. 화낸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보다 나의 문제를 알아챌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반응성은 과거부터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니까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  「 대학 교직원인 샘은 육아휴직 중입니다. 두 살된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샘은 아이가 부엌을 어지럽히면 화가 납니다. 집 청소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게 낭비라고 생각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줘도 달라지지 않는 게 더 화가 납니다. 」  아이는 식사하며 여기저기 음식을 흘리기도 하고, 옷도 금세 더럽게 만들죠. 아이니 당연한 건데, 샘은 그런 상황을 유독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불쑥 화를 내죠. 무엇이 그를 자극한 걸까요? 저자는 완벽주의를 강요받았던 샘의 어린 시절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샘의 가족은 언제나 단정한 용모를 강조했다고 해요. 또 샘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는데요. 샘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때마다 과거 가족에게 외면당했던 상처가 되살아난다는 걸 깨닫습니다. 과거에 해결되지 않았던 불편한 감정이 강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거죠.     앞서 언급했듯 화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화나 불안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감정은 피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울지마” “예민하게 굴지마”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방에 들어가 있어”라는 식으로요. 겁을 주거나 양육자가 더 크게 화를 내 아이를 억누르려 하기도 하고요. 저자는 양육자조차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회피하고 저항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외면 받은 아이는 분노·불안·비통함·슬픔 같은 감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걸로 이해하죠.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이 감정은 자동적으로 화나 불안으로 올라옵니다. 양육자의 부정적 반응성이 대물림 되고 만 셈입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그 감정을 온전히 수용한 뒤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걸 ‘중도(사려 깊은 수용)’라고 부르죠. 불편한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수용하려면 그 감정을 몸으로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어떻게 느껴야 할까요?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수용하고, 흘려보내는 RAIN 명상법을 추천합니다.   ■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RAIN 명상 「 이 명상은 혼자 해소하기 어려운 감정을 차분히 흘려보내도록 돕습니다. 인정(Recognize), 수용(Allow or accept), 살피기(Investigate), 돌보기(Nurture)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어요.    ①인정(Recognize):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선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불안한 사람”이 아니라 “나는 불안을 느끼고 있어”라고 감정을 느끼세요.      ②수용(Allow or accept): 떠오르는 감정을 안아주는 단계입니다. “불안해하지 말자”라며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불안감아, 거기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마치 아이를 내 품에 품듯 감정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③살피기(Investigate): 감정의 실체를 살피는 과정입니다. 객관적으로 내 몸과 생각·마음을 들여다보는 건데요. 내 몸은 불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불안할 때 무엇이 떠오르는지, 그 생각은 진실인지 등을 묻고 답해 봅니다. 단, 너무 많은 생각에 매몰되진 마세요.    ④돌보기(Nurture): 이 감정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보살펴 봅니다. 불안감은 걱정·책임과 부담감 등과 연결돼 있죠. 불안을 달래려면 해결책 또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가슴이나 볼에 손을 얹고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난 나를 믿어” 등을 읊조려 보세요. 」   ━  💊 욕구(needs)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억울함에 물들지 않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부모는 먼저 자신의 니즈를 인지해야 한다. p.230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걸 충족하고 싶은 욕구(needs)가 있습니다. 충분히 자고 싶고, 건강하게 먹고 싶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친구와 만나고 싶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 이런 것들을 다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세 아들을 키우는 홀리도 그랬습니다.   ■  「 아들 셋을 키우는 싱글 워킹맘 홀리는 늘 잠이 부족합니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아들 때문인데요. 수면의 질이 낮다 보니 아들은 낮에도 자주 짜증을 냅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잠을 설치는 홀리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이성을 잃고 아들에게 화를 내고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이성을 잃은 자신의 모습에 홀리는 또 괴롭기만 합니다.  」  양육자와 아이의 욕구는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자고 싶은 홀리와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들처럼요. 저자는 이런 순간에 어느 한 쪽이 모든 권력을 거머쥐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도권을 온전히 양육자가 쥐면 권위적이 되고, 아이가 쥐면 방임적이 되고 마니까요. 양극단으로 치닫는다는 겁니다. 전자의 경우 양육자는 체벌 같은 강압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욕구를 꺾습니다. 후자라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제력 없는 사람이 되겠죠.    저자는 아이의 욕구만큼이나 양육자의 욕구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육자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건 양육자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죠. 양육자는 자기 연민을 갖고 스스로를 대해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거죠. 그는 “아이가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게 하려면 양육자가 먼저 자신에게 친절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나 자신을 좋아하기 위한 친절 연습  「 자신에게 우호적 감정을 느끼는 연습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아이에게도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따라해 보세요.    ◦ 호흡에 집중해 몸으로 공기가 드나드는 걸 느낍니다.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낭송합니다.    예)“당신이 부디 무사하길” “당신이 부디 행복하길” “당신이 부디 건강하길” “당신이 부디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 그 마음을 나에게도 똑같이 표현합니다. 이때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리면 더 효과적입니다.    예)“나 자신이 부디 무사하길” “나 자신이 부디 행복하길” “나 자신이 부디 건강하길” “나 자신이 부디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다면, 이제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차례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목록으로 만들어 제시합니다. 목록을 보며 내가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세요.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고,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 대신 내가 먹고 싶은 걸 골라도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여유가 생깁니다. 아이의 욕구를 인정해 준다는 건 그걸 무조건 허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특히 저자는 대화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해야 할 말을 명확히 구분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을 조심하는 것만으로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 아이와의 대화를 가로 막는 말 「 다음과 같은 말은 의사소통의 흐름을 끊습니다. 양육자가 이런 말을 하면 아이는 마음을 열지 못하죠.    ①명령: “그만해.” “빨리 치워. 이렇게 어지르는 건 싫다.” 이런 명령은 원성을 유발합니다. 자신의 체면을 차리고 싶은 아이는 양육자의 명령과 지시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②비난·인신공격: “너는 그냥 하기 싫은 거구나.” “아기처럼 굴지마. 이제 다 컸잖아.”  비난과 인신공격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표현입니다.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은연중에 전하고요. 이러면 아이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거부당한다고 느낍니다. ③위협: “똑바로 안 하면 친구들이 싫어할 걸?” 위협 역시 저항을 유발합니다. 위압감을 느끼는 동시에 조종 당한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분개심이 생겨나고요. 위협은 당장은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④조언: “엄마라면 진작 정리했을 거야.” 조언은 명령과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거든요. 」  이런 말은 모두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상대에게 저항감을 갖게 합니다. 결국 관계에 흠집을 만들고 말죠.   반대로 양육자의 ‘나(I) 메시지’ 화법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 메시지란 아이를 존중하면서 양육자의 욕구와 기대, 염려를 표현하는 건데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말하는 겁니다. 그럼 아이의 저항감이 줄어들죠. 다만 ‘나 메시지’를 가장해 ‘너(You) 메시지’를 전해선 안 됩니다. “나는 네가 이기적인 것 같아” 같은 게 대표적인 ‘너 메시지’입니다. 모든 문제를 양육자가 해결해주겠다고 생각하거나 말과 모순되게 행동하거나 가식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양육자를 믿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기억하세요.   ■ 나(I) 메시지 대화법 「 ◦ “네가 어질렀어. 넌 진짜 게으르구나.”    →  “어질러진 모습을 보니 나는 기분이 안 좋구나.” ◦ “소리 그만 질러!”    →  “소리를 지르면 제대로 들리지 않아. 기분이 더 언짢고 답답해질 뿐이야.” ◦ “내가 장난감 치우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    →  “네 장난감이 흩어져 있어서 내가 장난감을 밟을까 신경 쓰여. 발바닥이 아파.” ◦ “시끄러워! 호루라기 내려놔!”    →  “네가 집에서 시끄럽게 호루라기를 불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깨 근육이 긴장되고 쉴 수 없어.” 」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당신이 늘 다른 사람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보다 우선시한다면, 당신의 부모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이 패턴을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아이와 양육자를 위해. p.232    누구나 육아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아이의 손을 잡고 음악회에 다니는 여유있는 모습을 꿈꾸죠. 하지만 현실은 전쟁입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떼를 씁니다. 공격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고요. 마치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것 같죠. 원인도, 끝도 알 수 없는 육아에 양육자는 지쳐만 갑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육아 전쟁이 사실 내 로망의 결과물이라는 걸요. 로망 안에는 아이를 위해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신화가 숨어 있습니다. 로망에 빠져 외면했던 내 감정이 결국 분노로 폭발했던 거고요. 저자의 말대로 내 감정과 몸을 먼저 돌봐야 아이에게도 행복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부모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조건 없는 사랑이 시작된다.p.337   이 책에서 제가 뽑은 문장은 바로 이겁니다. 이 문장을 등불 삼아 오늘부터 저는 제 삶을 소중히 여기려 합니다. 그 힘으로 아이를 더 따뜻하고 충만히 안아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아라 객원기자 iknow9628@gmail.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화 치솟아 내 밑바닥 봤다”…정신과 의사의 번아웃 탈출법 "핀잔 주는 남편, 주눅 드는 아이…사회성 걱정되는데 어쩌죠" 떼쓰는 아이, 뇌 때문이었다…달래줘? 무시해? 이렇게 해라

    2023.10.26 13:52

  • “별일 아니야” 아이 달랜 말…되레 트라우마 안겨준 까닭

    “별일 아니야” 아이 달랜 말…되레 트라우마 안겨준 까닭 유료 전용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독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가 징징거리거나 계획대로 따라오지 않을 때 격해지곤 하죠. 그 순간만 참으면 되는데 끝내 소리를 내지릅니다. 그러고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괴롭습니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 마음먹지만 상황은 반복됩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버튼이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화가 나는 건 왜일까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는 책이 있습니다. hello! Parents가 ‘감정 수업’을 주제로 준비한 세 번째 책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정 상황에 대한 감정반응의 원인으로 ‘내면아이(inner child)’를 지목합니다. 내면아이란 마음의 상처를 입기 전 순진한 상태, 때 묻지 않은 ‘진정한 자기(true self)’를 뜻합니다. 내면아이가 상처받고 방치됐을 때 우리는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반대로 내면아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면 화나고, 불안하고, 좌절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만나고, 화해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 전쟁 같은 육아에서 나를 지키는 법 : 감정 수업 책 4선 「 ① “아이 성적, 부모에 달렸다? 이것 모르면 속아 넘어간다”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 ② “피곤할 수록 운동하라고? 그래선 번아웃 탈출 못한다” 브랫 프랭크의 『무기력의 심리학』 ③ “욱하는 습관, 원인은 따로 있다”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④ “아이 잘 키우려면 부모 마음부터 챙겨라” 헌터 클라크 필즈의 『이성을 잃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마음챙김 육아』  」  박정민 디자이너  ━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니콜 르페라는 임상심리학자입니다. 오랜 기간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며, 정서적·심리적 고통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워커 홀릭이었습니다. 낫지 않는 환자를 보면 안간힘을 쓰며 일했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며 무엇이든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외로움과 공허함은 커졌고, 기억력에까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질주하던 그를 멈춰 세운 건 ‘내면아이’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상담심리학 이론에서 파생된 개념입니다. 저자는 내면아이를 통해 자신이 일에만 매달렸던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내면아이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한때 당연시했던 많은 진실에 의문이 생기며, 억눌려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상처 받은 내면아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저자는 양육자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일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쳐서 자신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양육자가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고, 나에게 솔직해질 때 아이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내 내면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건 전문가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상처를 들춰내는 건 고통스럽기까지 하죠. 이 책은 피하고 싶지만, 나와 내 아이를 위해 한 번은 만나야 할 내면아이와 친해지는 법을 소개합니다.  ━  💊 당신의 내면아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상처 받은 내면아이의 공통점은 자신을 봐주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고, 사랑 받기를 바라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어린 시절, 그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 당신이 반응하고 싶은 방식을 선택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p208~214) 우리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시기가 언제였을까요? 바로 어린 시절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신체적·정서적·심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양육자에게 의존합니다. 양육자가 아이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면 우리는 양육자와 안정적 애착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도 타인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큽니다. 실제 뇌를 스캔해보니 양육자와 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신경세포 발달이 더 활발해 뇌가 건강하게 기능했습니다. 반대로 양육자와 안정적 애착 경험이 없으면 성인이 됐을 때 불안, 행동 장애 등 심리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큰데요. 감정이 억제되거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경험이 치명적입니다. 이 상태가 오래될수록 아이는 절망감을 느끼며 자포자기합니다. 저자는 이걸 ‘상처 받은 내면아이’라고 말합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성인이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 상처 입은 내면아이 7가지 유형 「 ①돌보미 유형: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찾습니다. 내 욕구보다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켜 주는 게 사랑 받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②과잉성취 유형: 성공과 성취를 해야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자존감에 대한 불안에 대응해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검증 받으려고 합니다.   ③저성취 유형: 비판과 실패에 겁먹고, 늘 움츠려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고, 평균을 유지하는 것만이 최고의 대응이라고 믿습니다.   ④구조자/보호자 유형: 힘으로 존재 가치를 얻으려고 합니다. 자기 외에는 모두 무능하고 무기력해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⑤파티 스타(party star) 유형: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활기차고 행복해 보이고, 고통과 약점·취약성은 감추려고 애씁니다.   ⑥ 예스맨(Yes man) 유형: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기 욕구를 소홀히 합니다.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⑦ 영웅숭배 유형: 지도자를 끊임없이 필요로 합니다.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 추종하고 따르면 자신도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속하시나요? 내면아이는 여러 유형이 동시에 겹쳐서 나타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저자의 경우 성공과 성취에 중독됐었다고 고백합니다. 또 세상 모든 환자를 모두 내가 고쳐야 한다는 보호자 유형도 엿보였고요.    상처를 치유하려면 먼저 성인이 된 나에게도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순수하지만 철 없는 내면아이를 평생 품고 삽니다. 살면서 한 번은 내면아이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고요. 많은 사람이 “내 어린 시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지만, 이건 내면아이를 부정하기 위한 방어 전략일 뿐이라고 저자는 잘라 말합니다.    저자는 내면아이의 상처를 성인이 아닌, 힘 없고 약했던 아이의 마음으로 직면하라고 말합니다. 내면아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내면아이의 존재를 인정할수록 내면아이의 반응과 현재에 존재하는 자기 생각의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의식적으로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요.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있다고 해서 당신이 부족하거나 나쁘다는 강박과 수치심은 갖지 않아도 됩니다. 내면아이는 당신의 일부분일 뿐 내 전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내면아이를 만난다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울 텐데요. 저자는 내면아이와의 만남을 위해 ‘편지 쓰기’를 추천합니다. 나의 내면아이가 받았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아이에게 너 자신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담아보는 겁니다. ‘내 삶의 방식을 지적하는 부모의 말에 내 내면아이는 뭐라고 말할까?’ ‘아이의 울음 소리에 버럭 화 내는 나를 보고 내면아이는 뭐라고 말할까?’를 생각해보며 편지 쓰기를 해보세요.      ■ 내면아이에게 편지쓰기 「 1단계: 자신의 내면아이를 성찰하고 주시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드러나는 내면아이 유형을 기록한다. 몇 가지 유형이 동시에 나올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한 가지 유형만 선택한다. 그 유형에서 거세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다.    2단계: 욕구를 외면 당한 내면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예) 과잉 성취 유형 ① 자신의 행동을 기록→“네가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  ② 행동할 때 느끼는 감정과 욕구 기록→“네 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알아.” ③ 외면했던 감정과 욕구 기록→“사랑 받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④ 상처 지목→ “하지만 더는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건 너를 몰아붙이며 스스로 힘들게 하니까.”  ⑤ 욕구 인정→ “장담하는데 넌 지금 네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차고 넘쳐. 네 실력으로도 충분히 인정 받을 거야.”  」   ━  💊 잠재의식에서 벗어나는 법   생각을 곱씹고 곱씹으면 믿음이 되고, 그렇게 쌓인 믿음이 내 정체성을 결정한다. 내 잠재의식에 자리 잡은 핵심 믿음을 버려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게 변화의 시작이다. (p180~192) 내면아이를 깨닫고 인정했으면 이제 결핍됐던 욕구를 채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돌봐주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자기 상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첫 번째 방법으로 내 트라우마의 유형 찾기를 권합니다. ‘트라우마’는 고통스럽거나 불안한 사건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흔히 심각한 학대, 방치처럼 극도로 비극적인 사건을 가리키지만, 저자는 트라우마의 개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력한 상태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경험’으로요. 즉 누구나 일상 곳곳에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죠.   더욱이 아직 자아가 확립하지 않은 아동기에는 트라우마가 생기기 더 쉽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처는 자연스럽게 아물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상처가 반복될 때 문제가 됩니다. 아물기도 전에 또 상처가 나면서 트라우마가 되는 건데요. 저자는 고착화된 트라우마를 발견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가족을 떠올려보라고 말합니다. 가족들로부터 생길 수 있는 트라우마 유형을 알면 내면아이가 받은 상처와 결핍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을 보고, 내 트라우마 유형을 찾아보세요.     ■ 가족 사이에서 생기는 트라우마 6가지 유형 「 ① 감정 부정하기 아이가 품고 있는 감정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을 때, 이를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로 치부하며 “걱정하지 마. 별 일 아니야”라고 답하는 식이죠.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품고 성인이 되면 내 아이의 감정도 불편하게 여기고 외면합니다. 감정을 무시당한 아이는 내 감정을 불신하고, 자신의 현실을 왜곡합니다.   ② 상대의 말 무시하기 아이의 생각과 말은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면 정서적으로 차단되는 경험을 합니다. 지지가 없는 경험은 자기 생각과 의견에 불신을 갖게 되고,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③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 하기 자신의 명예욕과 성취욕, 관심받고 싶은 욕구를 아이를 통해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아이는 자기의 욕구는 소홀히 하고 양육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애씁니다. 이렇게 자기를 상실한 아이는 성인이 된 뒤 우유부단함, 미루는 버릇, 혹은 강박적인 성공 욕구를 보일 수 있습니다.   ④ 경계를 만들지 않기 사적인 영역을 무시하고, 모두 소유하려 듭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 것도 사적 영역의 침범으로 아이에게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러면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친밀함’과 ‘사랑’이라는 이유로  신체 접촉 등 타인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거나 침범 당할 수 있습니다.     ⑤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기 키·몸무게 등 ‘남부끄럽지 않은’ 대외용 이미지 유지에 집착합니다. 머리 모양 등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 아이는 사랑이 외모 등 조건에 따라 주고받는 것이라고 믿고 맙니다.   ⑥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행동하기 감당하기 힘든 감정적 에너지를 외부로 표출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입니다. 반대로 감정을 과도하게 절제해 침묵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감정 조절에 서툰 행동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운 아이도 감정에 대한 적절한 대처 기술을 배우기 힘듭니다. 」  트라우마의 유형을 파악했다면, 그 트라우마가 만든 내 잠재의식을 깨워야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은 한번 했던 경험을 모두 저장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생각과 믿음이 잠재의식으로 발전하죠. 잠재의식은 매순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의식적 상태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하루 중 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 행동은 잠재의식에 따른 무조건 반응이라는 겁니다.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꾸려면 잠재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잘못 쌓아올려진 내 ‘핵심 믿음’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핵심 믿음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입니다. 사소하지만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들으며 견고하게 내 생각이 된 겁니다. 예를 들어 엄마를 도와 주는 아이에게 “네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 넌 착한 아이야”라는 말은 ‘난 언제나 도움을 주는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만들어 내 욕구마저 무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듭니다. 또 “네 형을 닮아라”라는 말은 ‘난 늘 남보다 못해’라는 믿음을 갖게 해 늘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낮추는 습관을 갖게 하고요. 이런 핵심 믿음은 성인이 되어 접하는 최신 정보도 무시하게 해 진정한 자기와의 만남을 방해합니다.   핵심 믿음에서 벗어나려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의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플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면 ‘아이가 아픈 게 내 탓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해 보는 겁니다. 내 핵심 믿음을 돌아보고, 새로운 믿음을 만들기 위한 기록지를 소개합니다.     ■ 나의 핵심 믿음 조사하기 「 먼저 현재 내 생각을 적어본 뒤, 그에 반대되거나 예외되는 상황을 떠올리며 새로운 생각으로 바꿔 적어보세요. ◆나 자신에 관한 생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다른 사람들이나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_________ ◆내 과거에 관한 생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 현재에 관한 생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 미래에 관한 생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작업은 내 부모를 탓하기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부모로서 이런 모습인데…’라며 죄책감을 느끼라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의 부모도, 누구의 자녀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  💊 상처 받은 내면아이를 다독이는 법    잃어버린 신뢰는 매일 자기 돌봄 행동을 하겠다는 자신과의 작은 약속들을 실천하고 꾸준하게 이행해 가면서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다. 매일 이렇게 자문해 볼 수 있다. ‘지금 이순간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p330 내면아이를 인정하고, 잠재의식을 끊어냈다면 이제는 내 욕구를 채울 때입니다. 저자는 이걸 ‘재양육’이라고 부릅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는 신경 가소성을 갖고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구조적·생리학적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상처 받은 내면아이도 욕구를 채워주고, 다독이면 치유가 가능한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깊이 파인 상처를 치유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하루아침에 치유하려 들지 말라고 말합니다. 원칙에 따라 꾸준히 내면을 토닥여주라고요. 내면아이를 재양육하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 내면아이 재양육 4가지 원칙 「 ① 내 욕구 파악하기: 평소 신체적·정서적·심리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이를 위해 일기를 쓰거나 매일 자신의 정신과 신체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엇이 하고 싶은지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② 습관을 만들기: 습관은 자신과의 약속을 만드는 겁니다.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나와의 약속이요.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맨손 체조하기, 아무리 바빠도 책 한 줄 읽고 자기 같은 겁니다. 작은 습관은 내적 신뢰와 회복력을 키워 긍정적 변화를 만듭니다.    ③ 원초적 욕구 돌보기: 내 마음에도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등 생존과 직결된 욕구입니다. 아이 키우는 양육자에게는 호사라고 할 수 있지만 부부가 서로를 배려하면 가능합니다. 매일 30분씩 해를 보고, 부족한 수면은 보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나눠보세요.    ④ 순수한 호기심 발견하기: 순수한 호기심은 창의성·상상력·기쁨·자발성·유희성이 결합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어른이 되면 뭘 하든 결과가 중요해지죠. 그래서 어른은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리는 활동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외적 보상을 바라지 않는 행동에서 진짜 내 모습이 나옵니다. 음악 듣기, 춤추기, 만들기 등 돈이나 성공과 동떨어진 경험을 늘려보세요. 」  네 가지 원칙은 우선 순위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질문해보고, 떠오른 것부터 시작하세요. 중요한 건 생각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겁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는 등 신체 감각을 자극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종이에 적어 매일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재양육은 꾸준한 노력을 요하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특히 양육자처럼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저항에 부닥치거나 죄책감을 마주할 수도 있죠. 그러나 양육자가 상처 받은 자신의 내면아이를 돌보지 않는다면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을 내 자녀에게 똑같이 물려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나의 내면아이부터 돌봐야 합니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나를 마주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상처를 인정하고 싶지도, 굳이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상처 받지 않았어. 나와는 무관한 얘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저를 무너뜨리더군요.    성인의 두뇌로 과거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어린아이였던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훨씬 더 크고 더 심각하고 더 극단적으로 보였다, 당신의 내면아이에게 그러한 상처를 인정하는 힘을 선물해 주자. p213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으로 “나 그때 너무 아팠어. 속상했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결국 제 안에도 상처 입은 아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내면아이와 대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꽁꽁 숨겨뒀던 상처에 아프기도, 화가 나기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내 감정과 행동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었고요. 그렇게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하자 아이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더군요.     많은 양육자가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육아 조언을 찾습니다. 하지만 늘 상황은 반복되고, 출구 없이 맴도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죠. 이 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열쇠를 쥐여 줍니다. 나의 내면아이에게 귀를 기울여보세요. 먼저 나의 내면아이를 돌볼 때 아이를 양육하면서 품고 있던 많은 의문과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박정민 객원기자Seedyiti@gmail.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나 50점 맞았어” 아이 고백…자존감 키우는 부모의 말 공부방 창업, 육아하기 좋다? 이 생각으로 차렸다간 망한다 스티브 잡스와 머스크의 공통점은? 예민한 엄마를 위한 조언

    2023.10.19 12:00

  • 피곤할수록 운동하라고? 그래선 번아웃 탈출 못 한다

    피곤할수록 운동하라고? 그래선 번아웃 탈출 못 한다 유료 전용

    해도 해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가사와 육아 앞에서 기운이 쭉 빠져본 적 있으시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는 상태, 바로 이게 무기력입니다. 무기력에 빠지면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입니다. 싱크대에 쌓인 그릇 앞에서 마음은 ‘얼른 움직여야지’ 싶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 끝엔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자책이 있고요.    천고마비의 계절 10월, hello! Parents가 아이 챙기느라 뒷전이 된 양육자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감정 수업’을 주제로, 총 4권의 책을 대신 읽어 드립니다. 오늘은 『무기력의 심리학』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무기력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다”고 단언하는데요, 잘만 관리하면 무기력이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오늘도 힘겹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저자의 조언을 한번 따라 해보세요.   ■ 전쟁 같은 육아에서 나를 지키는 법 : 감정 수업 책 4선 「 ① “아이 성적, 부모에 달렸다? 이것 모르면 속아 넘어간다”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  ②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세 가지” 브랫 프랭크의 『무기력의 심리학』 ③ “욱하는 습관, 원인은 따로 있다”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④ “아이 잘 키우려면 부모 마음부터 챙겨라” 헌터 클라크 필즈의 『이성을 잃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마음챙김 육아』 」  박정민 디자이너  ━  ☝『무기력의 심리학』은 어떤 책인가   계획한 일과 실제로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면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멈춰버린 행동) 뒤에는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다. 이 책은 그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무기력, 불안감을 해결하는 법을 다룬다. p6~7   이 책의 저자 브릿 프랭크는 ‘무기력 전문가’입니다. 명문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성공한 임상 심리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자신을 ‘무절제의 끝판왕’이라고 소개합니다. 지독한 번아웃 증후군으로 거식증, 마약성 진통제, 유사 종교에 빠졌던 경험 때문입니다. 이런 그가 달라진 건 우연히 한 상담가를 만나면서죠. “당신은 미친 게 아니에요. 당신 잘못도 아닙니다”라는 상담가의 말 한마디 덕분에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기력은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습니다. 무기력한 자신을 인정하고, 원인을 찾아 관리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러려면 작지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무기력 극복을 위해 실천하기 좋은 행동 과제(To do list)를 소개합니다.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설거지 내버려두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같이 부담 없는 것이죠. 오늘은 무기력을 극복하는 데 핵심이 되는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  💊 무기력 상태를 인정하기   자신의 느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신체 감각을 조금씩 견뎌내며 실체의 이면을 용기 있게 살피다 보면 무기력에서 벗어나 행복과 치유의 길을 가게 된다. p64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무기력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적과 싸우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기력을 묵인합니다. 쉽게 포기하고, 도전하지 않는 건 내가 게으르고, 용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하죠. 저자는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는 건 우리를 계속 무기력에 머물게 할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대신 행동의 원인을 무기력으로 돌리고, 무기력의 실체와 마주하라고 말합니다.     무기력을 알려면 무기력에 숨겨진 기능을 이해해야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무기력은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결과입니다. 뇌는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과를 내는 쪽으로 움직이는데요, 무기력을 통해 우리는 최소 에너지로 최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게 바로 무기력의 숨겨진 기능이라고 말하죠. 무기력의 이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불편한 상황을 막아 줍니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함을 동반합니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지만,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무기력을 선택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셈이 됩니다.   ② 편안한 감정을 지켜줍니다 무기력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회피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분노, 슬픔, 두려움 등 불편한 감정이 들어도 표현하기보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면 편안해 집니다. 대신 부당함, 상실감, 위협을 묵인해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③ 관계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양육자와의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 아이는 양육자의 행동과 정서를 공유합니다. 비슷한 생각, 행동을 따라해 유대감을 쌓으려는 겁니다. 즉, 무기력한 양육자를 둔 아이들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무기력을 선택합니다.    ④ 문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무기력하다’는 말을 ‘우울하다’와 혼용해 쓰기도 합니다. 우울한 감정은 인생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문제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무기력하다는 건 변화의 시급성을 완곡하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무기력의 이점을 알고 나면 비로소 내 행동이 이해됩니다. 아이 재우고 난 뒤 손하나 까닥하지 않는 건, 하루 종일 아이와 시름하며 느낀 알 수 없는 분노와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말하지 않는 건, 더 큰 감정 소모를 피하고 싶어서일 거고요.   저자는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문제를 회피하고 싶었던 내 상황을 이해하고, 무기력 상태에 놓인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려면 ‘피곤할수록 운동하라’ ‘힘들수록 도전하라’ ‘설거지는 그때그때 하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채근하기보다 ‘내가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거구나’라며 나를 동정하고,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다음의 할 일 목록(To do List)을 실천하며 무기력해진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 무기력해진 나를 인정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 「 ① 자신이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면 무엇을 얻는지 자문하기 ② 자신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동정 어린 시선으로 대화하기  ☞“난 너무 게을러” 대신 “나의 뇌는 내가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면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대신 “난 할 수 있는 건 하고, 지금 못한 건 계속 시도할 거야” ③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면 마주하게 될 상황, 관계, 감정 파악하기 ④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나의 가장 큰 욕구,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자원을 각각 세 가지씩 적어보기 」     ━  💊 무기력의 원인, 트라우마를 관리한다   과거의 상처는 처리될 때까지 우리 내부 어딘가에 숨어 있다. 트라우마를 해소하려면 트라우마를 일으킨 경험을 잊거나 덮는 게 아니라 걸러서 배출해야 한다. 경험을 걸러서 배출한다는 건 스스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p89   무기력이라는 실체를 파악했으면, 이제는 무기력의 원인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저자는 무기력의 가장 큰 원인으로 트라우마를 지목합니다. 트라우마란 ‘뇌가 정보를 처리하거나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는 전쟁, 학대, 범죄를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트라우마에 대한 미신’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평범한 일상도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트라우마 하나쯤은 갖고 산다”는 겁니다. 모든 음식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듯 누구나 매순간 받아들이는 정보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어떻게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이 과정을 알려면 뇌를 이해해야 합니다. 앞서 뇌는 생존을 위해 무기력을 선택한다고 했죠. 그만큼 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생존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에너지의 소비와 축적을 조율하며 관리하는데요. 문제는 위기 상황이 아닌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이 기능이 작동한다는 겁니다. 이걸 ’트라우마 반응’으로 부릅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신경계가 흥분 상태에 놓이면 불안, 주의력 결핍 등으로 나타나고 신경계가 가라앉으면 우울, 피로의 증상으로 나타나죠. 아이가 아플 때를 떠올려 볼까요? 아이가 열이 나면 양육자도 덩달아 예민해집니다. 고열로 병원 신세를 졌다는 맘카페 게시 글이 떠오르면서 1분마다 아이의 체온을 재며 불안에 떱니다. 열이 떨어졌는데도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과잉 진료를 요구하기도 하죠. 이처럼 극도의 긴장 상태를 수차례 반복해 겪으면 익숙해지다 못해 무기력해집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장 밀접한 관계인 가족을 통해서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행동 패턴은 대물림되기 때문에 양육자의 트라우마 반응 관리가 유독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정서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요, 다음 열 가지 행동이 잘 관리되고 있다면 가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로 가족의 행동을 점검해 보세요.      ■ 가족 내 트라우마를 최소화 하기 위한 10가지 체크리스트  「 ① 악의 없는 가스라이팅: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무조건 부인하고 있지 않나요? ② 부모화: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전가하고 있지 않나요? ③ 유아화: 자녀를 계속 어리게 대하고,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고 있지 않나요? ④ 삼각화: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 뒷담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요?  ⑤ 완벽주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나요? ⑥ 생산주의: 놀이 시간을 제한하고 있지 있나요?  ⑦ 모호한 경계선: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강요하고 있지 않나요? ⑧ 통제하기: 양육자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지 않나요?  ⑨ 폐쇄적 체계: 가족의 이야기를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지 않나요? ⑩ 엄격한 역할: ‘아이는 착해야 한다’ 등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지 않나요? 」  결론적으로 무기력은 우리 뇌가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잘못 계산한 결과입니다. 마음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생존에 대한 뇌의 오류로 계속 미루기 상태에 놓이는 거죠. 다행인 건 트라우마 반응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트라우마 반응 관리의 핵심은 ‘안전’입니다. 트라우마를 인지해 뇌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신체 감각이 보내는 신호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반드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환기하는 감각 치료를 비롯해 종이에 적고, 만지고, 숫자를 세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트라우마 반응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트라우마를 관리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 「 ☞트라우마 반응을 보일 때 트라우마 반응이라고 외친다→5분 동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소소한 행동 10가지를 떠올린다→종이에 문제를 최대한 자세히 적어 뇌를 안전 모드에 진입시킨다→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는다.   ☞흥분했을 때 감정 전환법 ① 두꺼운 담요, 에센스 오일, 사탕, 음악 등을 이용해 감각을 전환한다. ② 머릿속으로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어라. 뇌를 재교육하는 데 좋다. ③ 문이나 벽을 최대한 세게 밀어 근육의 열감을 느껴라.   ☞가라앉았을 때 감정 전환법 ① 노래를 부르거나 레몬을 씹는 등으로 감각을 자극하라. ②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적어라. 뇌가 해결 모드로 들어가는 데 좋다. ③ 친구와 전화 통화, 눈맞춤, 마주보고 웃기 등으로 교류하라. 」     ━  💊 성인으로서 홀로 선다   인생의 어떤 영역에서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어느 정도의 의식적인 애도(grief)는 중요하고 확실한 탈출 도구가 된다. 애도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p281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무기력은 ‘정서적 회귀(regression)’로부터 시작하기도 합니다. 정서적 회귀란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뜻합니다. 성인이 정서적 회귀를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린 시절이 행복했기에 아이로 남아 있고 싶어서, 또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못했기에 어린 시절을 다시 만들고 싶어서죠. 두 경우 모두 어린 시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무기력에 빠져드는데요, 저자는 정서적 회귀 징후로 여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 정서적 회귀의 징후  「 ① 우유부단하다. ②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까 봐 두려워한다. ③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④ 감정을 폭발한다. ⑤ ‘사랑받는’ 자녀, 직원, 친구 등이 되고 싶다. ⑥ 자신을 절대 능숙하다고 느끼지 않거나, 실력을 감춘다. ⑦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꿈을 좇는 걸 부끄러워한다. 」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서적 회귀와 정서적 성숙을 반복합니다. 상사가 호출하면 아이처럼 기가 죽지만, 저녁이 되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땐 유능한 어른처럼 느껴지죠. 그래서 우리는 정서적 회귀를 자극하는 사람과 장소, 사건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음 빈칸을 채워 회귀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내 감정이 어려지고 싶은 순간을 알아차려 보세요.   ■ 정서적 회귀 리스트 「 나는 _______(이) 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라고 말하거나 행동할 때 ____살처럼 느낀다. 내가 성장하고 강하다는 느낌이 들면, 나는 대신에 _________________라고 말할 거나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_________________________한 일이 벌어질까 봐 겁이 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  성인이라고 모든 슬픔을 참아내고 상처에 의연한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아동기는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나의 아동기를 애도해야 합니다. 뇌에 “다른 누군가로부터 완전히 보호받는 시간은 끝났어. 이제 네가 통솔할 차례야”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정서적 회귀에서 벗어나 트라우마도 다룰 힘을 갖게 됩니다.    저자는 어린시절을 애도하기 위한 네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먼저 어려서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을 적으며 ‘어린시절은 끝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두 번째는 어릴 적 경험에서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적습니다. 이를 통해 내 감정을 털어 놓는 겁니다. 다음은 당시 경험에 대해 “내가 성장했다면 _____라고 행동(말)할 것이다”를 채우며, 친구·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땐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가능한 일을 적어보며 내 생각과 감정, 새로운 목표를 정합니다.    애도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징물을 땅에 묻거나, 흘러가는 물을 보며 어린 시절에 안녕을 고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린시절을 떠나보내면 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자신만의 의식을 거치고 나면 버겁게 느껴졌던 일에 더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기꺼이 도전할 힘이 생긴다고 하네요.   저자는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성인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영웅의 여정’이라고 부릅니다. 나 스스로를 구하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집을 떠나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영웅처럼, 우리도 어린시절에 대한 애도 작업으로 나를 키워낸다는 겁니다. 그렇게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해로운 관계를 끊어내고, 실패의 두려움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겼을 때 비로소 무기력도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 정서적 성숙을 위해 해야 할 것들 「 애도 작업이 끝났다면 자신을 어른처럼 느끼게 하는 사람, 장소, 사물들을 생각해 적어 봅니다. 이 리스트는 연말연시, 명절 등 과거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기력이 찾아올 때 도움이 됩니다.   ① 나는 어린 시절과 관련해서 _____을(를) 가장 그리워할 것이다. ② 나는 어린 시절과 관련해서 _____을(를) 가장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③ 나는 어린 시절이 끝났다고 인정하면 _____한다는 의미가 될까 봐 두렵다. ④ 나는 정서적 성인으로서 _____을(를) 기대한다. ⑤ 나는 나 자신을 더 성숙한 성인으로 느꼈다면, 스스로 _____(을)를 실천했을 것이다. 」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양육자라면 누구나 무기력의 시기가 옵니다. 그때마다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잠수를 타기 마련인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루이틀이 아니고 무려 1~2년을 말입니다. 밥, 빨래, 청소 등 양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간신히 챙겼죠. 주변을 둘러보니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무기력을 경험한 양육자가 꽤나 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양육자들의 안식처이자 정보 창고인 맘카페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이 낳고 기르며 겪는 고단함을 주고받잖아요. 서로의 마음을 진실하게 주고받다 보면 다시 일어설 의지도 생기고요. 저는 내 마음도 맘카페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 마음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하고, 동정해 줘야 무기력도 극복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이 책은 무기력 극복을 위한 워크북과 같습니다. 어디서나 들을 법한 위로가 아닌, 심리학· 생물학적 원인에 근거한 도전 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과제들을 하나둘 해나가다 보니 마음에도 틈이 생깁니다. 나도 모르게 무기력을 털고 제자리로 돌아온 나를 발견하게 되고요.    무기력은 누구라도,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겁니다. 그때마다 게으른 나를 탓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수면 위로 올라와 모험해 보세요. 이 책에서 알려준 도전 과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변화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난답시고 절벽에서 뛰어내릴 필요가 없다. 작은 발걸음을 내디디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핀 다음, 또다시 한걸음을 내디뎌라. 그 과정에서 자축하는 일도 잊지 말라. (중략) 이것은 우리의 삶이다. 우리의 체스판이다. 이제 게임을 시작하자. p314 이혜민 객원기자 deepseadolphin@naver.com,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아이 성적, 엄마에 달렸다” 워킹맘 속인 학원의 수법 다이어트 왜 맨날 실패하지? 행동 전문가의 초간단 해결법 피곤하기 전에 쉬었더니…철강회사 실험, 놀라운 결과

    2023.10.12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