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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서울대 가길 원하면, 배우자 먼저 사랑하세요” 유료 전용
hello! Parents가 양육자의 문제 상황, 고민을 주제로 4권의 책을 선정해 대신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 주제는 뇌과학이었는데, 이번 주엔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를 읽어드리겠습니다. ■ 아이의 뇌가 궁금하다 : 양육자를 위한 뇌과학 4선 「 1.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하워드 가드너의『다중지능』 2.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 원인은?” 김붕년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3. “‘라떼’ 마시며 공부했으면, 시험 볼 때도 ‘라떼’ 먹어라”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4. “당신의 뇌를 움직이는 12가지 법칙”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 」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될지 아닐지 판가름난다는 바로 그 초3이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부랴부랴 학원을 알아봤는데, 수영‧스케이트‧줄넘기 때문에 스케줄이 안 맞았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게 하고 수학 학원에 보내야 할까요? 『브레인 룰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뇌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지 폭넓은 신경과학 지식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는 두뇌 발달 및 정신 장애를 연구하는 응용학습 심리학자이자 발달분자생물학자입니다. 현재는 워싱턴대 의과대학 생명공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죠. 유아의 학습과 정보처리 과정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미국 탤러리스연구소의 초대 소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과학과 심리학부터 교육학‧경영학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두뇌 과학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일을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운전하면서 통화하기 같은 게 대표적이죠. 통화하면서 운전하면 브레이크를 평균 0.5초 느리게 밟는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두뇌는 집중이 필요한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멀티태스킹도 환상일 뿐입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번갈아 처리하는 겁니다. 저자는 책에서 뇌가 작동하는 12가지 법칙을 소개하는데, 이 중 양육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운동이 뇌 작동 엔진이다 인류 진화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거나 논쟁 중인 게 더 많지만, 고인류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면서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인류는 식량이 될 나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류의 하루 이동 거리는 남자는 10~20㎞, 여자는 그 절반 정도였다고 합니다. 두뇌 역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조건 아래에서 발달한 거죠. 저자는 문명이 인류에게 편리와 풍요를 안겨다 줬지만, 뇌에는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움직이지 않게 됐으니까요. 평생 운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때로 놀라울 정도로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장기기억, 추론, 주의력, 문제 해결 능력, 심지어 유동적 지능을 이용해야 하는 과제에서도 카우치 포테이토(집에서 빈둥거리는 사람) 족들을 능가했다. (중략) 결국 본질적으로 운동은 교실과 일터에서 중시되는 능력들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p.33 연구에 따르면 카우치 포테이토족이 운동을 하자 모든 종류의 지적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죠.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2~3번 달리게 했더니 12주 후 인지능력은 전보다 높아졌죠(재밌는 사실은 운동을 그만두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극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집중력도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할까요?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2~3번, 한 번에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 됩니다. 매주 2~3번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죠.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인지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해온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주제에 더 잘 집중합니다. 교실에서 파괴적인 행동도 훨씬 덜합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존감도 높고 우울감이나 불안감도 덜 느낍니다. p.39 운동하면 세로토닌·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배출되는데, 바로 이 물질이 노화나 정서 질환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운동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정서 질환도 예방할 수 있는 겁니다. 운동하면 뇌 중 ‘치아이랑’(여러 개의 치아 모양을 한 이랑)이라는 부분의 혈액량을 증가시키는데, 치아이랑은 기억 형성과 관련된 해마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여기에 혈액 공급이 늘면 더 많은 뉴런이 발달할 테고, 결과적으로 뇌는 더 똑똑해지겠죠. ━ ☝남녀 동상이몽, 원인은 뇌에 있다 남자와 여자는 너무 다릅니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나왔겠어요. 저자는 바로 이 차이가 뇌 구조에서 온다고 주장합니다. ①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가 다르다 한 과학자가 남녀 실험자에게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영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남자들은 사건의 개요를 주관하는 우뇌 편도체가, 여자는 사건의 세부사항을 담당하는 좌뇌 편도체가 흥분했죠.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에게 일어난 정서적 사건을 더 많이, 더 강렬하게 기억했습니다. ②여성은 언어를 쓸 때 양쪽 뇌를 사용한다 행동 과학자들은 지난 30년간 여러 연구 끝에 ‘여성의 언어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성이 더 많은 뇌를 쓰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언어로 된 정보를 처리하거나 말할 때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합니다. 반면에 남성은 주로 한쪽만 사용하고요. 이는 뇌 구조의 차이기도 한데요.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부위가 굵지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가늘거든요. 남성에겐 없는 백업시스템이 여성에게만 있는 셈이죠. 언어의 차이는 상호작용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친한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에게 몸이 기울고, 눈을 맞추며, 말도 많이 하죠. 언어적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관계를 다지는 겁니다. 반면에 남자아이들은 나란히 서거나 비스듬히 서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화보다는 신체적으로 무언가를 함께하면서 관계를 견고히 하죠. 남자아이들은 ‘누가 공을 더 멀리 던지나’를 경쟁하면서 논다면, 여자아이들은 공을 멀리 던지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얘기를 나누는 식이죠. ③‘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남자 vs ‘이렇게 하자’고 말하는 여자 남녀는 또래 집단에서 위계질서를 만드는 과정도 다릅니다. 지위가 높은 남자아이는 집단의 나머지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수행 여부를 확인하면서 권력을 유지합니다. 여자아이들 사이에도 지위의 높낮이가 있지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얘기하는 상대가 ‘가장 친한 친구’라는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합니다. 또 여성은 언어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기보다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습니다. 남성이 ‘이렇게 해’라고 명령한다면, 여성은 ‘이렇게 하자’고 제안한다는 겁니다. 그래선지 직장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남자면 ‘리더’라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일 경우 ‘잘난 척한다’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학자 세 명이 한 실험에서 가상으로 항공기 제조업체의 부사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그룹에는 부사장이 남자라고 했고, 다른 그룹에는 부사장이 여자라고 했죠. 그런데 부사장이 남자라고 했을 때는 ‘잘난 남자’라고 평했지만, 여자일 때는 ‘재수 없다’고 했어요. ━ ☝아이 뇌를 활성화시키려면? 뇌엔 남녀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차이도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뇌는 일반인의 뇌와 다릅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왼손을 복잡하고 섬세하게 움직이다 보니 왼손을 관장하는 신경 부위들이 커지고 부풀어 오른 데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거든요. 오른손을 관장하는 부위는 단순하고요. 한 신경외과 의사는 두뇌 수술을 할 때마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뇌 지도’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뇌의 회로와 구조,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뇌 지도를 따로 그리는 겁니다. 뇌는 이렇게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뇌의 발달을 돕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①점심시간을 이용해 30분 낮잠을 재워라 우리는 잠을 자면 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는 잘 때 더 많이 움직이며 일합니다. 우리가 잠들었을 때 두뇌가 내는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랄 거라고 해요. 수많은 뉴런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깨어있을 때보다 더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이죠. 두뇌가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순간은 ‘비(非)REM’ 수면이라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뿐이다. 그러나 비REM수면은 전체 수면 주기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p.217 혹시 학창 시절 ‘헤헤리베붕탄…’으로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 기억하시나요? 러시아 과학자(디미트리 이바노비치 멘델레예프)가 만든 건데, 잠 덕분에 만들어졌죠. 멘델레예프가 혼자 카드를 하면서 우주의 성질에 대해 생각하다 잠깐 졸았는데, 잠에서 깬 뒤 원소 간 규칙에 대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뿐이 아닙니다. 잠에서 깬 후 영감을 얻은 과학자는 한둘이 아니라고 하네요. 저자는 낮잠을 자는 것도 추천하는데요.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연구에 따르면 26분간 낮잠을 자면 비행사의 업무 능력이 34% 향상된다고 합니다. 45분 동안 낮잠을 자면 인지능력도 34% 높아지고, 그 효과가 6시간 이상 지속한다고 하고요. ②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줘라 뇌가 건강해지려면 스트레스가 없어야 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갑니다.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때문이죠.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콩팥 아래 있는 부신에 신호를 보내 많은 양을 아드레날린을 혈액 속으로 내보내죠.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호르몬은 또 있습니다. 바로 코르티솔입니다. 문제는 코르티솔이 기억의 요새인 해마에 점점이 박혀 있어 스트레스 신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두뇌에 해를 끼치는 이유죠.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수학이나 언어능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나빠집니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인지능력 테스트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0%나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데, 그럼 기억, 언어, 양적 추론, 유동적 지능, 공간 지각력 등 사고 처리 과정 전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아이의 학교생활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 직장생활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6개월밖에 안 된 어린아이조차도 어른들의 싸움에 생리학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 그 예다. 부모가 끊임없이 싸우는 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소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검출되었다. p.260 불화를 겪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고, 화를 가라앉히고, 다른 것에 주의를 돌리는 걸 어려워했습니다. 아이에겐 부모의 싸움을 멈추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무력감을 느끼고요. 반복된 무력감은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부모가 격렬하게 다툴수록 아이의 학업 성적도 떨어졌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지 아닌지는 아이가 학업 면에서 우수할지를 예측하는 요소로서 유일무이하면서 또한 강력하다. 진정으로 아이가 하버드대학교에 가길 바란다면 집에 가서 남편 또는 아내를 사랑하라. p.277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번 주까지 네 권의 뇌과학 서적을 읽어드렸는데, 저자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운동해야 한다는 것과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 교육 환경은 정확히 반대네요.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활동이 운동입니다. 한국 교육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추기보다 틀에 사람을 맞추고 있고요. 저는 수학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운동을 계속하기로 했죠. 뇌를 움직이게 하는 데 운동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남편과 더 사이좋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저녁식사 후 온 가족이 집 근처를 30분 정도 산책하려고요. 화목한 가정과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아이의 뇌도 더 잘 발달할 테니까요.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라떼’ 마시며 공부했으면, 시험 볼 때도 ‘라떼’ 먹어라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멍 때리는 시간을 주세요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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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마시며 공부했으면, 시험 볼 때도 ‘라떼’ 먹어라 유료 전용
hello! Parents가 양육자의 문제 상황, 고민을 주제로 4권의 책을 선정해 대신 읽어드립니다. 첫 번째 주제는 뇌과학입니다. 이번 주엔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을 읽어드리겠습니다. ■ 아이의 뇌가 궁금하다 : 양육자를 위한 뇌과학 4선 「 1.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하워드 가드너의『다중지능』 2.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 원인은?” 김붕년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3. “기억과 망각에 대한 모든 것”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4. “당신의 뇌를 움직이는 12가지 법칙”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 」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기억의 뇌과학』은 어떤 책인가 기억은 우리가 경험하는 인생의 기록입니다.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은 우리 삶을 충만하게 만듭니다. 반면 공포스럽고 절망적이었던 순간들은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경우가 많죠. 왜 어떤 기억은 수십 년 전이었어도 눈앞에 벌어진 일처럼 생생하지만, 어떤 기억은 방금 전 일이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분명 어젯밤 달달 교과서를 외웠는데, 정작 시험에선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억의 뇌과학』은 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우리 머릿속에서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나아가 기억력을 높이는 팁까지 주죠. 저자인 리사 제노바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베이츠칼리지에서 생명심리를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는 소설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자신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쓴 첫 소설 『스틸 앨리스(Still Alice)』 덕분이죠. 2007년 나온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37개 언어로 번역돼 260만 부가 팔렸습니다. 한국에서는 2009년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죠. 201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주인공 줄리안 무어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그는 첫 소설이 나온 이후 10년 넘게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에 대한 대중 강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TED 강연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650만,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2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죠. 『기억의 뇌과학』은 그가 쓴 첫 논픽션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뇌와 기억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기억의 형성 과정, 망각이 필요한 이유, 기억력 높이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기억은 4단계로 형성된다 기억의 생성은 말 그대로 뇌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 하나하나는 우리의 경험에 대응하여 뇌가 물리적으로 영구적인 변화를 겪음으로써 만들어진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고, 오늘을 경험하지 않은 어제의 내가 또 다른 하루를 경험한 내가 되었다. 이제 오늘 있었던 일을 내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뇌가 변했다는 뜻이다. p.26~27 뇌는 우리의 경험 가운데 감각‧감정‧사실 등을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합니다. 쉽게 말하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거죠. 기억이 만들어지려면 서로 무관하게 일어나던 신경활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이후 이 신경세포 간의 연결구조가 변화하면서 지속성을 갖게 되죠. 이게 바로 기억입니다. 예컨대 여름방학 때 온 가족이 제주도에 놀러 가 석양이 보이는 펜션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들으며 흑돼지구이를 먹는다고 합시다. 석양을 보고, 노래를 듣고, 고기를 먹는 행위는 서로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개별적인 경험이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되면서 시간이 흐른 뒤 하나의 기억으로 떠오르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지난여름 제주도 갔을 때 생각나? 석양 질 때 BTS 노래 들으면서 고기 먹었잖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기억은 보통 4단계에 걸쳐 형성된다고 합니다. ■ 기억 형성 4단계 「 ·1단계: 부호화 우리 뇌는 인식하고 집중한 대상으로부터 시각 신호, 소리, 정보, 감정, 의미를 포착하고 이 모든 것을 신경신호로 변환한다. ·2단계: 강화 서로 무관하던 신경 활동들을 뇌가 서로 연관성을 갖는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한다. ·3단계: 저장 신경세포들이 영구적인 구조 변화와 화학 변화를 겪으며 지속성을 갖는다. ·4단계: 인출 연결된 패턴을 활성화할 때마다 이전에 학습하고 경험한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회상하고, 인지한다. 」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장기 기억이 생성되려면 4단계가 모두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해요. 우선 뇌에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정보를 서로 연결해 뇌 내부의 영구적인 변화를 통해 저장해야 하죠. 그리고 정보에 접근하고 싶을 때 저장된 정보를 가져오면 되는 거죠. 이전에 상관없던 신경 활동이 어떻게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돼 하나의 기억이 되는 걸까요? 바로 ‘해마’ 덕분이라고 합니다. 우리 뇌가 경험에 포함된 정보를 수집하면 해마가 이 정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고 합니다. 해마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기억은 뇌의 어디에 저장될까요? 놀랍게도 장기 기억은 뇌의 어느 특정 영역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기억은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라고 해요. MRI 스캐너에 들어간 사람에게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말 그대로 ‘뇌를 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처음에는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뇌 여기저기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처음 해당 정보를 학습했을 때 만들어진 활성 패턴과 일치하는 형태의 패턴이 나타나면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피험자는 “기억났어요!”라고 말한다. p.35 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는 10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하면서 지난주 수요일 점심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잊는 걸까요? 기억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온 기억의 종류를 소개합니다. ■ 기억의 종류 「 ‧작업기억: 현재 의식에 머물러 있는 기억을 의미한다. 지금 이 순간 보고, 듣고, 먹는 것은 물론 언어와 감정이 뇌의 전전두엽의 제한된 공간에 아주 잠깐 머문다. 기억력은 15~30초 정도 유지되며, 5~9개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의미기억: 학습한 지식이나 삶과 세상에 관한 사실을 저장해둔 기억이다. 우리 뇌의 백과사전에 해당한다. 예컨대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라고 기억하는 것이다. 뇌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그 정보는 작업기억에서 벗어나 해마로 전달되고 강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일화기억: 이전에 일어난 일이나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다. ‘지난여름 로마에서 먹은 파스타 너무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섬광기억: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일이나 극히 감정적인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 생성된다. 일화기억 중 공포‧분노‧슬픔‧기쁨·사랑처럼 격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다. 결혼식이나 아이가 태어난 날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하는 걸 가리킨다. 감정과 의외성이 편도체라는 뇌 부위를 활성화하고, 자극을 받은 편도체는 해마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 만들어진다. ‧근육기억: 운동기능과 절차에 대한 기억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자전거를 타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해마를 통해 강화되는 의미기억·일화기억과 달리 뇌의 기저핵이라는 부위에서 관여한다. 하나의 물리적 동작들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면 하나의 신경 활성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 ☝기억은 오류투성이다 저자는 우리 기억이 오류투성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억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일화 기억이 모두 틀렸다고 강조해요. 지나간 일에 대한 기억은 부호화‧강화‧저장‧인출의 단계마다 편집‧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기억 형성을 위해 투입하는 정보 자체가 우리가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인 정보에 한정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우리의 뇌는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질문과 자료 등을 통해 아예 겪은 적도 없는 일을 기억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게 참가자들에게 “2001년 9월 11일(9‧11 테러)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들판에 추락한 비행기 동영상에 대해 뭐든 기억나는 것을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실험 참가자 중 46%는 상세하고 성실하게 답변했는데요. 하지만 그들의 기억은 100% 거짓이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한 비행기 동영상은 존재하지도 않았거든요. 뉴욕과 워싱턴DC의 비행기 추락 영상만 있었죠. 기억은 오류투성이일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쇠퇴합니다.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말 막힘’ 또는 ‘설단 현상’인데요. 설단 현상은 찾고 있는 단어와 연관된 신경세포들이 일부만 활성화되거나 약하게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상황이죠. TV를 보다가 ‘저 배우 이름이 뭐지? 지난주에 본 영화에도 나온 사람인데…’ 같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설단 현상의 빈도는 나이가 들고 뇌의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설단 현상을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느끼는 이유는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설단 현상은 기억을 불러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오류라고 합니다. 저자는 설단 현상을 포함한 망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망각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불필요하거나 괴로운 기억은 없애는 게 나을 테니까요. 우리가 한 가지에 집중하고 기억하려면 다른 한 가지는 잊어야 합니다. 잊는 게 결국 잘 기억하는 방법인 셈이죠. ━ ☝잠이 새로운 기억을 강화한다 저자는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잠’을 꼽습니다. 잠이 새로운 기억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잠은 사람이 깨어 있는 동안의 경험·학습·신경패턴을 다시 활성화하고, 신경세포 연결 패턴을 하나의 기억으로 단단하게 만듭니다. 잠이 부족하면 심장병이나 암 같은 질병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장애의 위험이 커진다고 해요.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전두피질이 제 기능을 못 해 집중력도 떨어지고요. 낮잠도 도움이 되지만 하룻밤의 숙면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수동적이고 텅 빈 무의식의 상태도, 무기력한 이들이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도 아니다. 잠은 우리가 최적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p.2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기억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저자는 우리가 ‘기억의 역설’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불완전한 기억을 탓하기보다는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중요한 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억하는 겁니다. 어렵게 외우고 기억한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 몇 가지를 안내합니다. ■ 기억 잘하는 법 「 ‧주의를 기울인다 요가와 마음챙김 명상 등은 지속적인 집중력을 강화해준다. 주의를 극대화하면 기억력도 극대화된다. ‧본다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시각화하면 신경세포가 추가로 연결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형광펜으로 강조하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또는 그래프나 그림을 첨가한다.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우리의 기억은 자존감이 높을 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자신의 기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표현하자.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메모, 일정 관리 앱, 접착 메모지 등을 비롯해 다양한 보조장치를 사용하자. 보조장치에 의존한다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환경을 일치시킨다 어떤 환경에서 정보를 학습하느냐가 중요하다. 모카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시험공부를 했다면 시험 볼 때도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일반적인 기억뿐 아니라 양육자들이 가장 관심 가질 학습 관련 의미기억을 강화하는 기술도 소개합니다. ①벼락치기는 금물, 조금씩 나눠서 공부해라 정보를 일정 시간에 걸쳐 간격을 두고 외우면 그 내용이 해마에서 완전히 강화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고 합니다. 기억의 간격 효과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나눠서 외우면 자신이 잘 기억하고 있는지 검증해보기도 쉬워 암기한 내용이 강력한 회로로 자리 잡게 됩니다. ②스스로 묻고 답하라 기억은 정보를 뇌에 강하게 심는 과정과 뇌에서 정보를 꺼내오는 과정을 모두 포함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학습하려면 뇌를 습득하려는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꺼내는 과정을 모두 해야 하죠. ‘8곱하기 3은 24’라고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뿐 아니라 ‘8곱하기 3은 뭐지?’라고 반복해서 질문하는 식입니다. 학습한 정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 간에 형성된 경로가 한 번 더 활성화되고 강화됩니다. ③의미를 부여하라 우리의 뇌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되게 해야 합니다. 기억해야 할 대상을 평소 잘 알고 있는 것이나 의미 있는 것과 연관시키는 거죠.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인 ‘1592년’을 외울 때 “일오구이(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고 기억하는 식이죠. 학부모 중에는 자녀가 학교 준비물이나 숙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속이 탔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실제로 학교 준비물을 챙기는 것처럼 경험하지 않은 ‘미래기억’을 인출하는 일은 모두에게 어려운 과제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할 일 적어 두기, 달력에 메모하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기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친구가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할 일이 많아지면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기억력이 더 나빠졌죠. 이렇게 지내다간 어느 하나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보조장치, 그중에서도 온라인 캘린더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유죠. 캘린더에는 식사‧이동 같은 사소한 것부터 업무 관련 일정을 3~15분 단위로 적어둡니다. 이제 캘린더 없는 제 일상은 상상할 수도 없어졌죠. 몇 달 전부터는 종이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만 19개월 된 아이와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죠. 한쪽에는 그날 있었던 일을 짧게 글로 남기고, 맞은편에는 한 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을 출력해 붙여 둡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억은 반복하면 강화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꾸준히 제 삶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록하면서 살 예정입니다. 부족한 제 기억력을 탓할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적고 남기려고요. 여러분은 어떤 노력을 하실 건가요? 강혁진 객원기자 mfsaja@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멍 때리는 시간을 주세요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앞서가려다 뒤처진다” 선행학습 경고한 진화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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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멍 때리는 시간을 주세요 유료 전용
hello! Parents가 양육자의 문제 상황, 고민을 주제로 4권의 책을 선정해 대신 읽어 드립니다. 첫 번째 주제는 뇌과학이었는데요, 하워드 가드너의『다중지능』에 이어 이번 주엔 서울대병원 김붕년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 아이의 뇌가 궁금하다 : 양육자를 위한 뇌과학 4선 「 1.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하워드 가드너의『다중지능』 2.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 원인은?” 김붕년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3. “기억과 망각에 대한 모든 것”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4. “당신의 뇌를 움직이는 12가지 법칙”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 」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는 어떤 책인가 북한이 우리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답은 ‘중2’예요.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중학교 2학년 전후의 아이들이 그만큼 무섭다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전 세계가 다루기 어려워하는 북한마저 무서워하는 10대, 10대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는 바로 이런 고민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분야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유·소아와 청소년 연구에 몰두하게 된 건 정신과 전공의로 일하던 1992년 만난 고등학생 조울증 환자 덕분입니다. 성인보다 조증과 우울증 간 변화의 폭이 훨씬 컸던 겁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한 게 계기가 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든 아이가 겪는 뇌의 급격한 지각변동에 대해 다룹니다. 이 거대한 지각변동은 두 차례 일어납니다. 첫 번째는 0~3세 사이고, 두 번째가 바로 10대입니다. 특히 10대의 뇌 변화에 집중하죠.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시기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잘만 보내면 성인으로 한 단계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정신 건강이 악화돼 병원을 찾기도 하니까요. 영유아기와 10대 때 일어나는 뇌의 변화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책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뇌 격변하는 만 3세, 이런 자극이 필요하다 인간은 뇌 신경망이 3분의 1 정도만 완성된 채로 태어납니다. 세상에 나와 시각‧청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서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이 만들어집니다. 자극을 받은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뇌가 발달하는 겁니다. 자극이 증가하면 신경세포 사이에 주고받는 정보량이 늘어나고, 시냅스 연결망도 강화됩니다. 그러면 더 똑똑해지죠. 2주 전에 읽어 드린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 기억나시나요? 그 책에 따르면 원숭이 중에 성장기가 가장 긴 침팬지(8년)보다 인간은 2배나 더 긴 성장기를 자랑하는데요. 아마 그 이유가 바로 이 뇌 신경망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독특한 인간의 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①뇌의 구조와 기능은 환경 따라 바뀐다 신생아는 성인보다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1.5배 많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이 세상에 나오죠. 이후 듣고, 먹고, 만지는 자극을 통해 시냅스를 만들어내고 그 기능을 완성해 나갑니다. 신기한 건 0~3세의 급격한 뇌 발달이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이뤄진다는 겁니다. 아이는 성인보다 1.5배 많은 시냅스 중 필요하지 않은 걸 제거하면서 성장합니다. 환경에 따라 시냅스 기능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거죠.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환경의 자극과 요구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거죠. 0~3세 아이들이 주어지는 환경 자극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양한 자극이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대다수 양육자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거나 문화센터를 다니거나 방문수업을 시키죠. 하지만 ‘좋은 자극’은 낯설고 다양한 것보다 일상에서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지속적인 자극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아무리 좋아해도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스크린 게임’이나 ‘스크린 놀이’는 제외해야겠죠? ②만 3세까지는 생존 관련 뇌 기능 발달한다 연령대에 따라 가지치기하는 뇌의 부위가 다릅니다. 머리뼈 바로 안쪽, 뇌의 중심으로부터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는 네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감정‧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언어‧촉각‧운동‧주의력 조절을 담당하는 두정엽, 청각‧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 시각 정보를 주로 담당하는 후두엽이죠. 만 3세까지는 대뇌의 두정엽‧측두엽‧후두엽에서 가지치기가 이뤄집니다. 이 세 부위는 주로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기본 조절능력을 담당하죠. 0~3세 아이들이 생체리듬 기능, 운동‧감각 기능, 언어 기능과 같은 기본 조절능력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보통 1차 가지치기는 36~48개월 사이에 완성된다고 합니다. 대뇌의 남은 한 부분, 전두엽의 가지치기는 10대에 일어납니다. 2차 가지치기라고 부르는 이유죠. 아이의 뇌는 타고나는 것일까요, 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둘 다입니다. 유전적으로 좋은 기능을 타고나도, 그것을 발현할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이는 그 기능을 내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떤 기능이 조금 부족하게 태어나도 그 기능을 발현할 환경을 자주, 충분히 준다면 아이는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면서 발현시킵니다. 부모는 자녀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므로 뇌 발달과 환경 요인을 공부해야 합니다. p.20~21 ③잘 노는 뇌가 공부도 잘한다 양육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뇌는 아마도 공부하는 뇌일 텐데요. 잘 노는 뇌가 공부도 잘한다고 합니다.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집중해서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몰입해서 잘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해서 놀 때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도파민은 공부할 때 몰입을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무언가에 집중해 성취를 얻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이후 학습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 ☝중2병, 원인은 전두엽이었다 뇌 변화를 통해 발달을 촉진할 두 번째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기, 특히 10대 초기와 중기입니다. 이때 뇌를 어떻게 발달시키는가가 10대 후기부터 20대 이후 성인의 뇌를 결정합니다. 두 번째로 맞이한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입니다. p.75 0~3세에 빠른 속도로 가지치기가 이뤄진 후 아이의 뇌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입니다. 신체는 활발하게 성장하지만 뇌는 천천히 발달하죠. 그러다 1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2차 가지치기죠. 1차 가지치기가 운동이나 언어 기능의 발달에 집중됐다면, 2차 가지치기는 사회성과 고위 인지, 충동 조절에 관련한 기능에 집중됩니다. 10대 때 일어나는 2차 가지치기는 인지‧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게 있어요. 2차 가지치기가 일어나는 동안 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지기도 하죠. 컴퓨터도 업그레이드하는 동안엔 제 기능을 못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감정조절을 못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예의도 바르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버럭 화를 낸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 아이의 전두엽에서 가지치기가 한창이구나.’ ■ 전두엽의 다섯 가지 역할 「 ·상황에 대한 이해: 자신이 처한 상태, 사회적 상황, 분위기 이해 ·감정 조절: 분노‧시기심‧충동과 같은 부정적 감정 조절 ·계획 및 문제 해결: 미래 계획을 세우고, 점검 과정을 통해 수정 ·충동‧주의집중력 조절: 욕구 충동을 조절하고, 충분한 시간 동안 집중하는 능력 ·결과 예측: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계획하고 결정할 때 결과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 」 10대에 뇌가 격변하는 건 누구나 똑같습니다. 하지만 그 반응은 다 다르죠. 왜일까요? 아동기까지의 경험에 비밀이 있습니다. ①애착: 양육자와의 유대감 애착은 아이가 태어나고 만 3세까지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데요. 관계를 만드는 건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아이와 온종일 함께 보낸다고 단단한 애착이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고 애착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일관성’과 ‘안정감’. 일관되게, 안정적으로 사랑을 주면 된다는 겁니다. 양육자가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이가 잘할 때나 못 할 때나 변함없이 늘 사랑해주세요. 만약 아이가 짜증을 내고 불안해한다면 양육자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쟤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어떻게 반응하면 아이가 좀 더 편안해질까?’라고 생각해보세요. 양육자가 흔들리지 않아야 흔들리는 자녀가 기댈 수 있습니다. ②자율성: 양육자의 통제 여부 뇌가 격변하는 사춘기, 아이의 반응을 좌우하는 두 번째 요소는 자율성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통제하는가가 10대 사춘기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10대 초·중반부터 전두엽의 가지치기가 일어나고, 편도체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자극되면서 자기만의 욕구, 자기만의 생각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커집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발달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통제적인 부모 입장에서는 그것을 ‘반항’으로 해석합니다. p.105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거나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처럼 아이를 통제하는 말을 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양육자가 자기 마음을 알아줬다고 아이가 느껴야 해요. “왜 그렇게 화를 내니?”라고 다그치거나 “소리 지르지 마”라고 말하기보다 “아빠가 잘 들을 테니 화 내거나 너무 소리 높이지 말고 말해줘. 네가 화를 내면 아빠도 속상해져서 네 말을 집중해서 듣기가 어려워”라고 말해보세요. ③기질: 유전적으로 타고난 행동 양식 사춘기 아이의 행동을 결정하는 마지막 요인은 기질입니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고유한 성격, 행동 양식입니다. 기질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그저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잘 파악해 그에 맞는 환경 조건, 양육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 ☝10대의 뇌를 지키기 위한 4가지 좌충우돌하는 10대의 뇌를 위해 양육자가 해야 할 일을 소개합니다. ①멍 때리는 시간 주기 청소년의 70%가 성인과 비슷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긴장을 풀고 가만히 눕거나 앉아서 ‘멍 때리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신체와 두뇌에 휴식시간을 주면 뇌는 더 창의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기 때문이지요. ②수면시간 확보해주기 연령대에 맞는 수면시간이 있습니다. 만 6세까지는 11~13시간, 초등학생까지는 10~11시간, 청소년은 9~10시간은 자야 합니다. 잠자는 동안 우리 뇌는 낮 동안 받은 수많은 자극을 정리하고, 필요한 기억을 저장하며, 불필요한 감정과 생각과 기억을 지웁니다.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한 건 그래서죠. ③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기 아이의 어떤 선택으로 인해 상황이 조금 힘들고 어려워지더라도 개입해선 안 됩니다.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장애물을 바로 제거해주거나 다른 대안을 만들어 주는 건 결코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아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양육자가 할 일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아이를 다독이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④부모의 권위 지키기 친구 같은 부모라도 권위를 지켜야 합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예외가 많아지면 아이는 오히려 헷갈립니다. 훈육은 화내고 혼내는 것이 아닙니다. 규칙을 알려주고 지키게 하는 것이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만 19개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밥을 먹이고, 함께 놀이터를 누비고, 목욕을 시키고, 아이를 눕혀 재우고 나면 그제야 잊고 있던 질문 하나가 문득 떠오릅니다. ‘나 정말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읽은 책이라 더욱 공감이 갔습니다. 밑줄 치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이제 만 19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양육자지만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지켜야 할 게 참 많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죠. 솔직히 어느 것 하나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양육자가 좀 잘못하더라도 아이에겐 그걸 극복하고 성숙할 역량이 있으니까요. 김붕년 교수도 이렇게 말합니다. 물론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를 경험했거나 반복된 외상(트라우마)은 성인이 돼서도 진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고, 오히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뇌의 신경가소성이 가진 힘입니다. p.25 김붕년 교수가 한 방송에서 “좋은 부모가 되려면 자녀를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한 손님은 극진히 대합니다. 불편한 건 없는지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떠날 순간을 준비하죠. 아이는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부터 아이를 귀한 손님처럼 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관련기사 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앞서가려다 뒤처진다” 선행학습 경고한 진화심리학자 아이들이 ADHD 검색 시작했다…'코로나 2년' 충격의 뇌폭동 강혁진 객원기자 mfsaja@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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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높으면 정말 똑똑할까? 하버드 교수 생각은 달랐다 유료 전용
양육자는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산더미죠. 바쁜 여러분을 위해 hello! Parents가 양육자의 문제 상황, 고민을 주제로 4권의 책을 선정해 대신 읽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랑을 받았던 ‘양육서 리뷰’를 확장 개편한 건데요, 양육이나 교육 관련 주제뿐 아니라 시간 관리나 부부 관계 등 양육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도움이 될 만한 주제로 책을 선정합니다. 첫 번째 주는 뇌과학입니다. hello! Parents가 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주제예요.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양육자의 바람이 느껴지는데요, 이 주제와 관련해 hello! Parents는 4권의 책을 골랐습니다. ■ 아이의 뇌가 궁금하다 : 양육자를 위한 뇌과학 4선 「 1. “IQ는 지능을 나타내지 못한다.” 하워드 가드너의『다중지능』 2. “10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뇌에 주목하라.” 김붕년의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 3. “기억과 망각에 대한 모든 것.”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4. “당신의 뇌를 움직이는 12가지 법칙.”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스』 」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각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이 인기를 끌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웩슬러 지능검사 같은 지능검사를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학원에서도 검사하는 경우가 많고요. 아이의 잠재력을 늦지 않게 알아채고 지원하고 싶은 양육자의 바람과 뒤처질까 봐 걱정하는 불안 사이에서 시장은 조금씩 커왔는데요,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소위 IQ가 높으면 정말 똑똑한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바로 『다중지능』입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다중지능』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을 쓴 하워드 가드너는 심한 사시이자 근시였고, 색맹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가드너를 임신했을 때 그의 형이 썰매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가드너의 어머니는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자살했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그가 발달심리학에 심취한 건 이런 배경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발달심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인지 발달과 두뇌 기능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유아 발달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발달심리와 영재성, 뇌 손상과 관련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죠. 연구 과정에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의 특성이 다 달랐거든요. IQ로 대표되는 단일화된 지능 개념에 반기를 들게 된 이유입니다. 그는 또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통해 뇌와 지능의 상관관계를 깨닫습니다. 가드너는 이런 연구를 토대로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합니다. 말 그대로 지능은 다양한 능력으로 구성돼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역량도 각각 다르고요. 그가 제시하는 지능은 여덟 가지(음악지능‧신체운동지능‧논리수학지능‧언어지능‧공간지능‧인간친화지능‧자기성찰지능‧자연친화지능)나 됩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맹신하는 IQ는 논리수학지능과 언어지능에 제한된 거죠. 그러니 IQ로 한 사람의 지능을 평가하는 건 반쪽, 아니 4분의 1쪽짜리인 셈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지능을 가졌다는 그의 생각은 개개인의 차이를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과 시험에 대한 반기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의 개인 차를 인정하고, 각 아이에게 맞는 다양한 학습 방식과 평가 방식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 ☝다중지능은 왜 중요한가 훌륭한 체스 선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챔피언은 각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지능검사는 왜 이들의 능력을 식별해내지 못하는가? ‘지적(intelligent)’이라는 의미와는 다른, 그들의 뛰어난 능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p.24 IQ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IQ는 190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됐습니다. 파리의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에게 학생들의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비네가 고안한 IQ는 곧 심리학의 가장 큰 성과로 자리 잡습니다. IQ 검사를 통해 지능을 측정할 수 있게 되자 사람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 게 가능해졌으니까요. 효율이 중요한 산업사회에서 이만한 검사 도구는 없었습니다. 이토록 효율적인 IQ에 가드너는 왜 의문을 제기했을까요? ① IQ의 한계는 명백하다 영재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이의 IQ를 참가 기준으로 요구합니다. IQ가 130이면 참여할 수 있지만 129면 탈락하는 식이죠. 그런데 1만큼의 차이로 누구는 영재고, 누구는 영재가 아닌 게 맞는 걸까요? 단 하나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학교의 정규 교육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 교육은 누구나 알아야 하는 지식과 정보를 조합한 핵심 교과 과정으로, IQ가 높은 학생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죠.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가능하다는 믿음은 보기 5개 중 하나의 답을 고르는 지필 시험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똑같은 교육(정규 교육)을 받는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② 지능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죠.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지능이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 볼게요.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려면 음악지능 외에도 신체운동적 민첩성과 청중을 다루는 대인관계가 필요합니다. 또 자기성찰지능을 통해 연습하고 실력을 보완해 가겠죠. 무용은 어떤가요? 신체운동, 음악, 인간친화, 공간지능을 통합적으로 요구합니다. 정치 또한 인간친화, 언어지능과 논리성이 필요하죠. 이렇게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의 지능은 몇 개의 선택지에서 답을 고르는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가드너는 강조합니다. 기능은 그런 단일한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는 거죠. 인간의 지능은 여러 지능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는 게 가드너의 생각입니다. 그는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결론을 제시합니다. ■ 「 1. 우리 모두는 모든 범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지능 때문이다. 2.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똑같은 지능을 지니지 않는다. 유전적인 요소가 동일하더라도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3. 지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지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수학 지능이 높은 사람은 물리학 실험을 하거나 기하학적 증명을 풀면서 자신의 지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복권을 긁으며 지능을 낭비할 수도 있다. 」 ━ ☝8개의 지능 천재를 통해 본 뇌 지능은 일반적으로 특정 종류의 정보를 처리하는 계산 능력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가드너는 이를 포함해 인간에게 여덟 가지 지능이 있고,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지능은 뇌의 특정한 부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설명하죠. 이 책에선 여덟 가지 지능과 뇌의 상관관계를 각 지능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인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설명합니다. ① 음악지능 미국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예후디 메뉴인은 세 살 때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됩니다. 이후 부모에게 생일 선물로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떼를 썼고, 열 살 때 세계적인 연주자가 됐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특정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해요. 바이올린을 만지기 전부터 음악지능이 뛰어났던 거죠. 음악은 뇌의 우반구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② 신체운동지능 이 지능을 대표하는 인물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인 베이브 루스입니다. 야구의 포수 포지션을 맡았던 그는 열다섯 살 때 우연한 기회에 공을 던졌고, 전설적인 투수이자 타자가 됐죠. 오른손잡이의 경우 신체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일은 뇌의 좌반구에서 담당한다고 해요.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운동뿐 아니라 무의식적인 반응까지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③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과 함께 IQ 검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능입니다. 미국의 미생물학자인 바버라 매클린톡은 1983년 의학 및 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옥수수를 연구하던 중 실험 결과가 이론과 다르게 나오자 혼란을 겪죠. 하지만 그림을 그려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합니다. 논리수학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문제 해결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해결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죠. 뇌의 전두측두엽의 언어 영역은 논리를, 두정엽의 시공간 영역은 수의 계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④ 언어지능 영국의 세계적인 시인인 T. S. 엘리엇은 열 살 때 ‘난롯가에서’라는 잡지를 만듭니다. 3일 동안 무려 여덟 권의 잡지를 완성했죠. 언어를 다루는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언어지능은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대부분 아동은 일정한 발달 과정을 통해 언어지능을 발현시킵니다. 청각장애가 있지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아동도 자신만의 언어를 발명해 사용하죠. 뇌의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단어와 문장은 이해하지만 말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⑤ 공간지능 필리핀 동쪽에 있는 캐럴린 제도의 원주민들은 특별한 항해도구 없이 항해합니다. 별의 위치와 날씨의 패턴, 물 색깔만 보고 이동한다고 합니다. 머릿속으로 바닷길을 그려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죠. 이처럼 공간지능은 다른 각도에서 대상을 시각화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체스를 두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필요하죠. 뇌의 우측 대뇌피질 뒤쪽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해 여기가 손상되면 위치를 찾거나 장면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⑥ 인간친화지능 이 지능이 발달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기분‧기질‧동기‧의도의 차이를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타인과 잘 교류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죠. 시각‧청각 장애를 딛고 사회운동가가 된 헬렌 켈러를 가르친 앤 설리번 선생이 대표적입니다. 뇌의 전두엽이 대인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요. 이 부분이 손상되면 다른 능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다른 사람처럼 인성이 바뀐다고 합니다. ⑦ 자기성찰지능 개인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어렸을 때 아픈 기억을 토대로 에세이를 써요. 언어지능이 자기 성찰을 돕는 매개체가 된 셈이죠. 자폐아는 자기성찰지능이 손상된 전형적인 예입니다. 자폐아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음악‧계산‧공간‧기계 등 비인간적인 영역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⑧ 자연친화지능 처음 다중지능 개념이 나오고 10년 뒤 추가된 지능입니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처럼 이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생태학적인 분야에서 식물‧동물‧산‧구름의 형상을 민감하게 구별합니다. 이를 위해선 시각 능력은 물론 동물의 울음소리를 구분하는 청각적인 능력도 중요하죠. 뇌가 손상된 사람 중에는 생명체와 무생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가드너는 이외에 종교‧철학과 관련한 실존지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뇌와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 ☝다중지능 높이려면 이렇게 하라 지금까지 인간의 지능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이의 IQ 점수 결과가 낮다고 속상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단답식 검사에서 발견할 수 없는 아이의 지능을 찾아서 키워주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다중지능은 어떻게 높여줄 수 있을까요? ① 지속적으로 다양한 자극을 줘라 스펙트럼 프로젝트는 아이를 특화된 영역의 신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모든 아이에게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생각을 중시한다. 즉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만의 강점과 약점에 적합한 여러 경험을 제공하고 신뢰할 만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받는다. p.129 가드너는 양육자가 관찰을 통해 아이의 흥미를 파악하고, 관련된 강점 지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하버드대에서 유치원에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스펙트럼 프로젝트를 제시하죠. IQ 검사와 달리 다양한 영역을, 15개 과제를 통해 평가하는 게 특징입니다. 프로젝트는 모든 아이가 다중지능 중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 잠재능력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스펙트럼 프로젝트를 통해 입학 두 달 만에 학습장애를 겪고, 유급 결정을 받은 아이가 조립 활동에 소질을 보이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죠. 가드너는 스펙트럼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환경이 아이의 재능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풍부한 자극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죠. 예컨대 자연에 대해 알려줄 때는 다양한 생물 종들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게 돕는 식입니다. 자연친화지능과 논리수학지능뿐 아니라 감각 능력까지 활성화할 수 있으니까요. ②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라 교실에서 학생들은 내용을 이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적 정보를 교사에게 내보이곤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개념, 사실, 기술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곧 그들은 몰이해를 드러낼 것이다. 아마 다시 다섯 살배기 아이의 수준이 돼버릴 것이다. p.161 배운 지식이나 개념, 기술을 새로운 사례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죠. 그렇다면 아이들은 배웠는데 왜 알지 못하는 걸까요? 가드너는 오늘날의 학교가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중지능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죠. 그렇다면 아이들이 지식이나 개념,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드너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교사는 각 학생에게 맞는 교수 방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진화’라는 개념을 가르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 「 ‧구술식 도입 방법: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진화’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추적한다. ‧논리적인 도입 방법: 구조화된 논쟁을 통해 개념에 접근한다. 다윈은 너무 많은 개체가 황량한 공간에서 생존해야 할 때 인간 존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유추하면서 진화론을 발전시켰다. ‧수량적인 도입 방법: 수치와 숫자의 관계를 다루며 접근한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여러 종의 되새 개체수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존적인 도입 방법: “왜?”와 같은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는 어린아이나 사고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절하다.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는 이유를 고민한다. ‧미학적인 접근: 감각적이거나 표면적인 특징을 강조한다. 다양한 진화 계통을 조사하거나 시간에 따른 유기체의 형태 변화를 조사한다. ‧경험적인 접근: 학습 내용을 실제로 경험해본다. 초파리를 기르면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하는 식이다. ‧협력적인 접근: 토의나 토론, 역할극 등을 의미한다. ‘인간의 진화’를 주제로 친구들과 토론해 본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개인이 다양한 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어와 같이 보편적으로 계발되는 능력조차 정상적인 어른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면 습득할 수 없다. p.239 『다중지능』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능에 대한 오해 때문에 지능이 낮다고 자신을 평가절하해 버린, 그래서 정작 잠재된 지능을 발현하지 못했을 수많은 사람이 떠올랐거든요. 양육서를 읽다 보면 모든 아이는 각자의 특성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마주합니다. 양육자로서 우리는 과연 그 잠재된 역량과 지능을 어떻게 끌어내 주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지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개인에 맞춘 교육을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가드너를 떠올립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실 학교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르는 가정이야말로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교육 현장일 겁니다. 아이의 흥미와 특성에 맞춘 다양한 활동을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앞서가려다 뒤처진다” 선행학습 경고한 진화심리학자 “가정교육 어떻게 했길래”...‘금쪽이’ 부모는 억울하다 무조건 “잘했다”는 금물… 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더 글로리’는 남의 집 얘기? 16%가 그 위험에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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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려다 뒤처진다” 선행학습 경고한 진화심리학자 유료 전용
요즘 아이들의 학습 시계는 전보다 일찍, 더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갓 3살이 지나면 한글과 영어 알파벳을 배우고 초등학생이 ‘수학의 정석’을 푼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양육자는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더 일찍부터 더 많이 배운 아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조바심이 나죠. 너도나도 조기교육·선행학습에 뛰어들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는 어떤 책인가 이런 양육자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F 비요크런드는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아동심리학 중에서도 주로 인지발달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했죠. 그는 이 책에서 30년 동안 아이들을 연구한 결과와 다양한 과학 이론을 토대로 아동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가 ‘아동기의 완전한 이해’인 이유죠. 저자는 아동기가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아동기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중요한 시기라는 겁니다. 또 어른의 시각에선 쓸모없이 보이는 아이들의 미성숙함이 삶과 성장에 적절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동기가 중요한 만큼 아이들이 빨리 자라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와 함께 과도한 조기교육‧선행학습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합니다. ━ ☝덜 자란 채 태어난 인간이 살아남는 법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성장 과정은 크게 유아기‧발육기‧성년기의 세 단계로 나뉩니다. 유아기는 세상에 태어나 젖을 뗄 때까지를 가리키는데요. 대부분 포유동물은 유아기를 거쳐 발육기가 되면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인간은 젖을 뗀 뒤에도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덜 자란 채 태어나기 때문이죠. 인간의 성장기가 유독 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보통 영장류 중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유전자형이 가까울수록 성장기가 길다고 합니다. 사람과 비슷한 침팬지의 성장 기간이 8년으로, 여우원숭이(2년)나 짧은꼬리원숭이(4년)에 비해 더 긴 것도 그래서죠. 그리고 인간은 침팬지의 두 배인 15년 정도에 걸쳐 느리게 성장합니다. 더딘 성장은 얼핏 보면 인류 발전의 걸림돌처럼 여겨집니다. 아이 한 명을 성인으로 키우는 데 자원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의외로 느린 성장 방식은 인류 진화의 핵심 전략으로 꼽힙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류가 미성숙한 뇌를 갖고 태어나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느린 성장’을 선택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죠.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동물보다 지능이 뛰어나야 합니다. 크고 유연한 뇌가 필요하죠. 하지만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큰 뇌를 가진 머리 큰 아기를 낳는 건 신체 구조상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일단 덜 자란 뇌를 갖고 태어나더라도 긴 성장기를 거치면서 뇌를 키우게 된 겁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긴 아동기와 사춘기를 거치면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배웁니다. 그 뇌를 들여다보면 사춘기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고 있죠. 뇌가 유연하게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듯 사춘기에 뇌 구조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합니다. ━ ☝아동기의 미숙함, 다 쓸모가 있다 성인 입장에서 아동기(3~7세)는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신체적으로도 덜 자랐고, 언어‧인지 능력이나 사회성도 떨어지죠. 하지만 저자는 부족해 보이는 아동기의 특징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불완전한 특성이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걸까요? ①자기중심적 사고: 적응력과 자립심을 키운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이 세상을 이해한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교사 아버지를 둔 일곱 살짜리 아이는 모든 아이의 아버지가 교사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아이들의 이런 자기중심적 성향은 적응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정보를 기억할 때 자기 자신과 연결해 생각하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또 자기중심적 사고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자립심을 키우도록 도와줍니다. ②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자아 효능감과 지능 개발을 돕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합니다. 춤 실력이 형편없는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 있게 춤을 추거나, 음치가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착각하는 식이에요. 이는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메타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은 지능이 뛰어나고, 문제를 잘 해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움츠러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고,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인 ‘자아 효능감’도 생깁니다. 저자는 어린아이가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엉뚱하다 싶을 정도의 희망을 품고 사는 건 인간이란 종이 가진 특징이자 진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③놀이: 적응력을 키운다 아이들은 어릴 때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귑니다. 쇼핑‧요리를 상상해서 하는 역할놀이를 통해 지능을 발달시키죠. 물건을 갖고 놀면서 도구 다루는 방법도 배웁니다. 놀이를 하며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집니다. 아이들은 놀지 못하면 과격해지고, 반발심에 더 오랜 시간 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또한 놀이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입니다. ━ ☝선행학습은 위험하다 아동기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를 갖는 인간 성장의 한 단계이지 단순히 어른이 되기 위해 지내야 하는 과정이 아니다. 아이들은 아동기 자체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미래’만 생각하고 살면 ‘현재’를 잃는다. p.349 저자는 아이들이 아이로 사는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들이 빨리 자라 어른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죠. 특히 교육·학습과 관련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조기교육·선행학습이 유행하는 이유입니다. 아이가 일찍 더 많이 배우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는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을 앞서가게 만들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강조합니다. 조기교육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과도한 학습은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어린 나이에 너무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면 뇌가 너무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렇게 되면 아이가 커서 사춘기나 성인이 되어 쓸 뇌의 여유 공간이 줄어든다. p.320 사람의 머리뼈는 크기가 한정돼 있습니다.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뇌세포의 수도 한계가 있죠. 뇌에 여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지식을 과도하게 주입하면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고 지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뇌 신경세포 단위인 뉴런은 다른 뉴런들과 연결망을 만듭니다. 두뇌 발달이 이루어지는 과정이죠. 이런 작용이 일어나려면 뇌에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릴 때 과도한 학습은 이런 뇌의 발달 여유분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②앞서 가르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발달에 맞지 않게 너무 일찍부터 가르쳐도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는데요. 한 발달심리학자가 새끼 쥐에게 일정한 소리가 나면 주둥이를 우물거리는 조건반사 훈련을 시켰습니다. 훈련은 새끼 쥐들이 태어난 지 각각 10일·12일·14일이 됐을 때 시작해 16일째가 될 때까지 이뤄졌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가장 먼저 훈련을 시작한 새끼 쥐가 조건반사 능력이 가장 좋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가장 이른 시기에 훈련을 시작한 쥐는 다른 쥐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는데도 반사 능력이 가장 떨어졌죠. 조기교육 쥐가 가장 뛰어난 학습자는 아니었던 거죠.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맞는 적합한 학습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나이에 따라 인지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학습법‧교수법도 달리할 필요가 있죠. 이런 면에서 조기교육은 자칫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이나 학습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에는 ‘취학 전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교수법’도 소개돼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가 주도하는 공부법입니다. 그중 양육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 취학 전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교수법 「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돕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활동을 한다. ·궁금한 내용을 해결할 수 있게 돕는다. ·문제를 준 뒤 적절한 질문을 해서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한 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은 인간의 성장과 진화, 아동기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이 맞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사교육으로 내몰았던 양육자가 읽으면 자녀의 학습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절판된 책이라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니 도서관 대출이나 중고서점을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저자는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흥미를 무시한 채 부모 욕심에 과도한 학습을 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거죠.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을 시키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종 가운데 학습 능력이 가장 뛰어난 종이며, 그 학습이란 것도 매우 이른 나이에 시작해 평생을 이어간다. 내가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가지고 태어난 학습 능력과 스스로 하는 학습을 짓밟는, 강압적인 교육을 하지 말자이다. p. 307 문득 선행학습 자체가 인류의 진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느린 성장은 인류의 생존 방식 중 하나인데, 요즘 적지 않은 양육자가 아이에게 ‘빨리빨리’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요.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의 발달에 맞춰 교육하는 게 아이의 행복과 인류 진화에 이로운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가정교육 어떻게 했길래”...‘금쪽이’ 부모는 억울하다 무조건 “잘했다”는 금물… 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더 글로리’는 남의 집 얘기? 16%가 그 위험에 노출됐다 발표도 잘 못하는 우리 아이…“수줍음 많네” 이 말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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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 어떻게 했길래”...‘금쪽이’ 부모는 억울하다 유료 전용
우리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양육자를 탓하곤 합니다. 부모의 유전자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도 있지만,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태도가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었다는 의미도 있죠.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 워킹맘이 죄책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문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양육자의 양육 방식이나 태도가 아이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양육가설』입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양육가설』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아이의 삶은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한 심리학자입니다. 그에게는 ‘독립 연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소속된 학교도, 연구팀도 없이 홀로 양육가설에 반박하는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죠. 그는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MIT‧펜실베이니아대 등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강직성 척수염 진단을 받으면서 직장을 그만두죠. 이후 두 딸을 키우며 아동발달을 주제로 한 대학 심리학 교재를 집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육가설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교재 집필을 위해 여러 연구 자료를 읽던 중 수많은 근거가 오독됐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교과서 쓰기를 그만두고 새로운 발달이론을 제시하기 위한 심리학 논문 집필에 집중합니다. 그의 두 딸도 해리스의 연구를 부추기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둘의 성향이 완전 반대였거든요. 첫째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뭐든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둘째는 아무리 혼을 내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말썽꾸러기였죠. 결국 해리스는 홀로 양육가설을 반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의 논문이 1995년 저명한 학술지 ‘심리학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실리며 심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명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 「 ①부모에게 자녀의 성격을 좌지우지할 능력은 거의 또는 아예 없다. ②아이는 집 밖의 경험을 통해 사회화되고 성격을 형성해간다. ③개인이 특정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그런 행동을 유도하는 유전적 요인 탓이다. 부모로부터 습득한 행동은 부모와 함께 있을 때만 유효하다. 」 해리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진화심리학‧사회심리학‧인류학‧영장류동물학‧행동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집한 근거를 충실히 설명합니다. 그런데도 학계에서는 논란이 가시지 않았죠. 10년 뒤 펴낸 개정판에서 참고문헌과 미주(논문 등을 쓸 때 본문의 특정 내용을 보충하거나 인용한 출처를 밝히기 위해 본문이나 책 뒤에 따로 단 설명)를 각각 100여 개 이상 추가해 신빙성을 더한 건 그래섭니다. 해리스는 무슨 근거로 양육가설을 미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걸까요?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 『양육가설』의 핵심을 간략히 요약했습니다. ━ ☝양육가설이 틀린 이유 부모가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좋은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훌륭하게 자랄까요? 해리스가 양육가설에 반박하는 근거 중 핵심적인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양육은 아이의 유일한 환경이 아니다 가정이란 하나의 균질한 환경이 아니라, 작은 미세환경들의 집합이고 아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미세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p.86 부모의 양육 태도를 중심으로 진행된 아이의 사회화 연구에는 큰 오류가 있었습니다. 유전자와 가정환경의 영향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의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지능지수(IQ)가 높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아이의 뛰어난 두뇌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걸까요, 아니면 부모가 교육에 신경을 쓴 덕분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된 걸까요? 물론 지능은 가정환경보다 유전자의 영향을 밝히기 수월한 분야일 겁니다. 부모와 아이의 지능지수를 비교하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봅시다. 사회성 좋은 엘리트 부모 밑에서 자란 명랑하고 똑똑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부모로부터 상대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걸까요, 아니면 부모가 잘 양육한 걸까요? 행동유전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성격에서 유전과 환경은 각각 50% 정도씩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마저도 특정한 성격(이를테면 다정하다든가, 괴팍하다든가 하는)을 갖게 된 건 절반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라는 거죠. ②양육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양육은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p.67 부모의 양육 방식은 자녀마다 다르게 나타나곤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 상태나 성격‧지능 등이 태어날 때부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한 가정의 첫째 아이는 겁이 많고 다정한 성격을 가졌고, 둘째 아이는 겁이 없고 충동적입니다. 양육자는 소심한 첫째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많이 안아줄 겁니다. 반면에 위험한 행동을 자주 하는 둘째에게는 주의를 주거나 훈육하는 일이 잦겠죠. 하지만 보통의 연구에는 한 가정에서 한 아이만 참여합니다. 연구자들은 부모가 아이 한 명과 맺는 양육 방식밖에 볼 수 없죠. 그리고 결론을 내립니다. ‘부모가 자주 안아준 아이는 다정한 성격을 갖고, 자주 혼나며 자란 아이는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요. 과연 아이를 자주 안아줬기 때문에 다정해진 걸까요, 아이가 다정해서 자주 안아준 걸까요? 혹은 둘 다일까요? 사회화 연구에서는 이걸 명확하게 구분해 설명하지 못합니다. ③‘좋은 양육’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오늘날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는 모르는 게 없고 항상 옳다는 듯한 말투로 올바른 자녀 양육 방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얘기도 백 년 전 ‘전문가’처럼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p.416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미국은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다른 방에서 혼자 재우죠. 부모와 함께 자면 독립심을 키우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체벌도 폭력으로 여깁니다. 이처럼 좋은 양육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아시아계 미국인은 백인보다 아이를 엄하게 키우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아시아 아이들이 특히 더 까다로워서가 아닙니다. 단지 엄한 양육 방식에 대한 문화적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죠.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 자녀는 일반적인 미국의 아이들보다 여러 면에서 경쟁력 있고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를 조사한 대부분 연구는 이런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지 않죠. ━ ☝아이 삶에 영향 주는 건 뭔가 아이들은 자신을 어떤 집단과 동일시하고 그 집단의 행동과 태도, 어법, 복장 등을 받아들이면서 올바른 행동에 대한 생각을 얻는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대부분 자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밟아간다. 즉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닮기를 바란다. p.256 그렇다면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해리스가 주장하는 것은 ‘집단사회화’ 이론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에 의해 삶의 목표나 성격‧가치관을 설정하게 된다는 거죠. 이 사실은 이민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가정이 있습니다. 부모는 집에서 한국어를 쓰고, 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요하게 가르치고, 젓가락을 사용할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 밖에서 영어를 쓰고, 서른 살 많은 동네 아저씨와 친구가 되고, 포크를 사용합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표면적인 행동만 친구를 닮는 게 아니라 외모‧취향‧성격까지 변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민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의 문화를 친구들 앞에서 드러내는 경우는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크면 클수록 부모가 아니라 또래집단과 비슷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해리스는 개인의 행동과 신념,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행동보다 집단의 힘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민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죠. 양육자가 아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해도 남자아이는 로봇 장난감, 여자아이는 공주 놀이를 좋아하는 것도 집단사회화의 한 예입니다. 만약 아이가 양육자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지녔다 해도 그건 부모가 그렇게 키워서가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문화권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부모뿐 아니라 친구, 동네 어른, 학교 교사, 만화영화 속 주인공에게 삶을 배웁니다. 나는 이것이 일반적으로 문화가 전달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즉 부모의 또래집단에서 아이의 집단으로 말이다. 부모에게서 아이에게로가 아니라 집단에서 집단으로, 부모의 집단에서 아이의 집단으로. p.310 ━ ☝양육자의 역할은 자연은 인간이 어떤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기쁨과 만족감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부모란 양육을 즐길 수 있는 존재다. 양육을 즐기고 있지 않는다면 어쩌면 힘에 부칠 정도로 노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p.490 만약 양육가설이 사실이라면 사회가 규정한 정상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은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아빠‧엄마가 있는 아이보다 미혼모나 이혼 가정의 아이가 문제아로 크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죠.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족의 구성과 생활 방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년 넘게 연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미혼모, 미혼부, 히피, 이혼, 동성애자 부부 가정 등 다양한 표본을 추적 관찰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혼부‧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거나 사회 부적응자가 됐을까요? 아니요.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은 별문제 없이 잘 자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평균 이상의 사회 적응력을 갖추고 있었죠. 특히 동성애자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도 성 역할 인지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의 존재 여부도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어떤 연구에서는 외동이, 또 다른 연구에서는 둘 이상이 긍정적으로 나타났거든요. 하지만 해리스의 연구 결과를 ‘아이를 막 키워도 된다’고 오해해선 안 됩니다. 양육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저자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부모의 양육 태도가 학대‧폭력이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일 때 그 영향이 미비하고 영구적이지 않다는 거죠. 핵심은 양육자가 바쁘게 일하느라 육아에 소홀하고,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도 아이는 큰 문제 없이 잘 자란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아이 성장에 대해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해리스는 아이와 부모 모두 한 명의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부모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할 힘이 없습니다. 아이를 부모 뜻대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하지만 저자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한 인간이기 때문이죠. 아이는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한 인간이며 자신의 삶을 연장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녀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건 아니지만, 자녀의 현재는 확실히 우리 손안에 달려 있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오늘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p. 417 내가 오늘 배우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미래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나의 태도에 따라 아이와의 관계는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좋은 양육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할 때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면, 자신의 행동이 자녀의 여리고 약한 심성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이를 기르기는 더 쉬워질 것이다. 물론 이건 부모의 입장에서 쉽다는 의미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오십보백보다. p.158 저는 모성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감기가 일주일 이상 낫지 않으면 불현듯 모유를 먹이지 못한 신생아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배우자와 공평하게 가사노동을 나눠 하면서도, 아이 끼니때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언제나 엄마인 저입니다. 모성 이데올로기는 이토록 강력하죠. 책을 읽으며 양육가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통쾌와 불안이 동시에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해리스가 보여주는 수많은 근거에 안심이 되다가도, 스스로 양육에 소홀했다고 생각한 날이면 여전히 죄책감이 밀려오죠. 양육가설에 대한 부모의 신념은 이렇게 뿌리 깊이 자리해 있습니다. 양육가설에 반박하는 해리스의 여러 주장 중 아이와 부모를 동등한 인간으로 강조한 점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아이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부모가 돼야 하는 이유는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양육자와 아이가 서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죠. 이보다 더 ‘좋은 양육’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을까요? 모든 부모에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지고 싶고, 평생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일 겁니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 이상 책으로 육아를 배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무조건 “잘했다”는 금물… 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더 글로리’는 남의 집 얘기? 16%가 그 위험에 노출됐다 발표도 잘 못하는 우리 아이…“수줍음 많네” 이 말은 금물 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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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잘했다”는 금물… 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유료 전용
자존감, 많이 들어보셨죠? 언제부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위기를 극복하는 힘도 강하다고 합니다. 대부분 양육자가 자녀의 자존감이 높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성장 과정에서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잠깐, 자존감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많이 쓰는 말이지만, 막상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자존감. 오늘 소개할 책 『자존감의 여섯 기둥』을 읽으면, 이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어떤 책인가 『자존감의 여섯 기둥』의 저자인 너새니얼 브랜든은 미국의 심리학자로 자존감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한 걸로 유명합니다. 브랜든은 20대 때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소규모로 심리 치료 실습을 하던 중 자존감에 관심을 갖게 됐죠. 사는 게 힘들다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자존감 결핍이었거든요. 그들을 보면서 브랜든은 자존감 연구를 시작합니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브랜든이 평생에 걸쳐 수행한 임상 실험과 연구 성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에 해당합니다. 출간 후 20년이 넘도록 자존감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죠. 우리는 건강한 자존감 없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존중하지 않고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기 정신을 믿지 못한다면, 그런 사회는 잠재력을 실현할 수 없다. -머리말 이 책은 500쪽이 넘는 방대함을 자랑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자녀의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도 안내합니다. ━ ☝자존감, 왜 중요한가 먼저 왜 그토록 자존감을 강조하는 걸까요?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 있습니다. 브랜드은 크게 세 가지를 꼽죠. ①사회가 복잡해졌다 자존감의 중요성이 커진 건 사회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농경사회에선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편차도 크지 않았죠. 작황에 영향을 미치는 건 날씨 같은 것이었고요. 그래서 비슷한 노력을 한다면 비슷한 결과물을 얻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화·도시화가 이뤄지면서 복잡성이 커집니다. 그럴수록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의 편차가 커지고요. 그래서 비교하고 경쟁하게 됐죠. 그럴수록 자존감이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없으면, 더 크게 좌절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게 겨우 7년 전 일(2016년)인데, 챗GPT가 이제 사과문을 써주는 수준에 이르렀죠. 인간의 일이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바뀐 수준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이 정신노동의 많은 부분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 직업 훈련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기업은 소수의 두뇌 집단과 그들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다수로 이루어지는 군대 같은 조직이 아니다. 오늘날 기업은 모든 직원에게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요구할 뿐 아니라, 높은 독립성과 자립 의지, 자기 신뢰,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자존감을 요구하는 것이다. p.56 ②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자존감은 일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발전‧성취 수준뿐 아니라 행복감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또 부적절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비합리적이고 과거에 집착하다 보니 다음 단계로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대적인 평가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남보다 나은 존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에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행복감이 높을 수밖에 없죠. 브랜든은 자존감이 높으면 역경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커진다고 강조합니다. 긍정적 자존감이 의식의 면역체계라는 의미죠. 면역체계가 튼튼하다고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설사 병에 걸리더라도 이겨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③긍정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설계하고, 그 미래가 실현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 기대는 지금의 행동으로 이어지고요. 여기서 중요한 게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긍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단정 짓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요. 책에는 오랫동안 승진을 바라던 사람의 사례가 나옵니다. 자존감이 낮았던 이 사람은 승진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실수를 반복했고, 결국 승진에서 제외되죠. 이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요? 실망했을까요? 놀랍게도 아닙니다. 오히려 안심했죠. 왜일까요? 바로 자존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성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자존감은 한 사람의 미래를 이렇게까지 안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 ☝자존감 키우는 6가지 실천 이렇게 중요한 자존감,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나의 자존감을 키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양육자에겐 아이를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길러야 하는 과제까지 주어집니다.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자존감이 유년기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된 이후에도 성장‧퇴보를 반복한다는 겁니다. 누구나, 그리고 언제든 마음먹으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저자는 자존감을 키우는 6가지 실천(여섯 기둥)을 소개합니다. ■ 📌 자존감의 여섯가지 기둥 「 ‧의식적 삶: 자신의 상황과 수준 파악하기 ‧자기 수용: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자기 책임: 목표 달성 위한 방법 찾기 ‧자기 주장: 자신의 생각 표현하기 ‧목적 있는 삶: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자아 통합: 말과 행동의 일치 」 ①의식하며 살기(의식적 삶) 의식은 자기가 처한 환경의 상태와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능력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이 처지와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당면한 상황을 회피해선 안 되겠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주 보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200% 수준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유지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아이와 몸으로 놀아줄 때와 함께 책을 읽을 때의 집중력과 정신 상태는 다르겠죠. 물론 아이와 놀아줄 때도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그건 의식적인 행동이 될 겁니다. ②자기 받아들이기(자기 수용) 자기 수용은 자기를 긍정하는 걸 말합니다. 모든 인간이 갖고 태어나는 일종의 자기중심주의죠. 자존감과 자기 수용은 굉장히 밀접하게 얽혀 있어요. 자존감이 경험이라면 자기 수용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수용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기, 자신의 감정 받아들이기, 행동의 내적동기 이해하기의 3단계로 이뤄집니다. 저자는 자기 수용을 위해 ‘거울 속 자신의 모습 받아들이기’를 추천합니다. 옷을 벗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바라보기 괴로울 정도로 보기 싫은 부분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전지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때도 멈추지 말고 몇 분 더 거울 속의 자신에게 집중한 뒤 “내 단점이나 결점이 무엇이든, 나는 나를 거리낌 없이 완전히 받아들일 거야”라고 여러 번 반복해 말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까지 좋아하라는 게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라는 겁니다. 2주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2분간 이 연습을 한 사람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③자기 책임지기(자기 책임) 자신의 능력을 믿고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행동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저자는 어느 조직에나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 해결책을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책임지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이죠. 당연히 후자가 자기 책임감은 물론 자존감도 높습니다. 이런 사람은 조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건 내 일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 문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에게 존재할 권리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p.197 ④자기 주장하기(자기주장) 자기주장이란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존중하고, 현실에서 그것들을 드러낼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호전적인 태도나 부적절한 공격성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타인을 넘어뜨리는 행동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자기주장을 똑똑하게 펼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를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자기주장 실천하는 법 「 1.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지키는 것이 자기주장의 핵심입니다. 자기주장과 아무 생각 없는 반항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2.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자기주장을 실천하는 것은 나를 위한 일입니다.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을까 봐 자기주장을 감출 필요는 없습니다. 3. 자기주장은 좋은 생각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발전시키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4. 삶에서 부딪히는 도전을 피하기보다 맞서 이겨내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대처 능력의 한계를 넓혀 나갈수록 자기 효능감과 자기 존중이 확장됩니다. 」 ⑤목적에 집중하기(목적이 있는 삶) 목적 있는 삶은 생산적인 삶을 의미합니다. 목표는 학업, 가족부양, 생계유지, 새로운 사업, 신제품 출시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과정에서 효능감이 형성되는데, 자존감은 이런 경험을 많이 할수록 높아집니다.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는 ‘주 4회 30분씩 러닝머신 달리기’ ‘연말까지 3000만원 모으기’ 같은 목표가 세부 방안을 세우고 계획‧결과를 비교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⑥말과 행동의 일치(자아 통합)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건 이상‧신념‧기준‧믿음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선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필요해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모순되는 행동을 하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이 약속을 어길 때는 분개하면서 자신은 약속을 소홀히 하거나 자녀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하면서 거짓말을 한다면, 여러분의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 ☝아이 자존감 높이기 아이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자랍니다. 맥락 안에서 영향을 받으면서요. 양육자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이 달라지는 건 그래서죠. 한 연구에 따르면 재력이나 교육 수준, 지리적인 생활환경, 계급, 양육자의 직업 등은 아이의 자존감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향을 미칠까요? 브랜든이 책에서 소개한 것들을 정리해 보면, 결국 태도와 행동입니다. ①몸을 부딪쳐라 갓난아기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건 뭘까요? 감각적인 자극입니다. 이 자극은 신체 접촉을 통해 생기고요.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를 통해 양육자는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위안을 전합니다. 신체 접촉이야말로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②조건 없이 사랑하라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를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자기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요. 설령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요. 중요한 건 아이가 받는 사랑이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건이 붙으면 아이는 진짜로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하죠.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에만 자신을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조건이 붙은 사랑은 아이를 복종하게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③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되 규칙을 정하라 양육자가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는 자신이 받아들여졌다고 느낍니다.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귀 기울이는 걸로 충분하죠. 그렇다고 아이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수용하라는 건 아닙니다. 적절한 선과 규칙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체계 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며 안정감을 얻습니다. 한계가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합니다. ④사실에 근거해서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부적절한 칭찬은 비난만큼이나 자존감에 해롭습니다. 특히 무조건 “잘했다”고 하거나 행위가 아니라 특성을 칭찬하는 건 좋지 않아요. 사실에 근거해 행위를 칭찬해야 합니다. 놀고 난 자리를 정리했다면 “역시 우리 딸(아들)이야”라고 칭찬하는 대신 “책을 모두 제자리에 꽂았구나. 나중에 찾을 때 수월하겠다”와 같이 칭찬하세요. ⑤실수했을 때 벌하지 말아라 실수했을 때 꾸짖거나 벌을 주면 아이는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실수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죠. 이때는 나무라는 대신에 “뭘 배웠니? 다음번에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답을 찾게 도와야 합니다. ⑥함께 식사하라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면 좋습니다. 식사할 때 가족 모두 자신이 하는 일과 관심사를 나누면 더 좋습니다. 잔소리와 설교, 과시는 금물입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존감이 높아지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양육자라면 누구나 아이가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려면 우리 스스로 자신의 자존감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부모가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 아이가 높은 자존감을 갖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것처럼 말입니다. 자녀들 앞에서 ‘완벽한’ 척할 필요는 없다. 부모라 해도 자신의 힘겨운 노력을 인정하고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가족 모두의 자존감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p.322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지만,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자랐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아이를 위해 읽었는데, 책을 덮고 보니 저의 자존감이 커졌네요.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더 글로리’는 남의 집 얘기? 16%가 그 위험에 노출됐다 발표도 잘 못하는 우리 아이…“수줍음 많네” 이 말은 금물 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엘리트‧천재‧서민 70년 추적…이런 사람들 노후 불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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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는 남의 집 얘기? 16%가 그 위험에 노출됐다 유료 전용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학교폭력 장면을 접하며 마음을 졸인 양육자도 적지 않을 겁니다. 특히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의 팔에 가해자들이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를 갖다 대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죠. ‘고데기 열 체크’가 2006년 충북 청주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학교폭력 같은 사건이 없다 하더라도 자녀의 친구 관계는 양육자로선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친구와 다투고 돌아와 우는 아이를 보고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위로하는 것 외에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양육자는 아이와 친구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일일이 지켜볼 수도, 나서서 해결해 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친구 관계에 대해 털어놓지 않는 아이를 마냥 지켜만 보기에는 아이가 혼자 상처를 입는 건 아닌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죠.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은 어떤 책인가 양육자의 이런 혼란과 고민에 답을 주는 책이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입니다. 저자 ‘마이클 톰슨’은 아동심리학자입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놀이치료와 상담을 해온 그는 학생들의 우정과 사회적 잔인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자는 아동 심리학자, 학교 상담 교사, 양육자의 관점으로 아이들의 친구 문제를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어떻게 사귀고 헤어지는지, 다툼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끔찍한 학교폭력은 왜 일어나는지 같은 교우 관계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죠. 이 글에서는 아이들의 우정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연령별로 알아보고,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또래 집단의 힘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안내합니다. ━ ☝아이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아이들에게 친구란 ‘정신적인 자원’이라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주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의 충격을 완충해 주는 존재라는 겁니다. 이런 친구를 만들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연령별로 달라집니다. 우정의 발달 과정을 알아야 자녀의 친구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영아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우정이 발전하는 과정은 4단계로 나눠집니다. ①영아, 태어나 처음 관계 맺는 또래 보통 돌이 되기 전의 영아들은 대부분 서로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아직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발달이 빠르고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 중에는 유난히 한 친구에게 호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아이도 친구와 노는 와중에 짬짬이 어른을 관찰하고, 어른에게 애착을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친구보다는 양육자나 보조양육자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죠. 생후 12~18개월 무렵 걸을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친구에게 다가가거나 서로 협력해 놀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죠. ②3~7세, 함께 놀면 재미있는 대상 이 시기 아이들은 대개 2~3명씩이나 4~5명씩 그룹을 이뤄 놀이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역할이나 규칙을 정하기도 합니다. 또 쇼핑이나 요리를 상상해 노는 역할놀이를 많이 하죠. 아이들은 장난감을 뺏고 뺏기며 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웁니다. 싸우면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는 함께 놀아야 더 재밌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에게 사회성이 부족하다면 이 시기부터 조금씩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는 모습이 보일 수 있습니다. ③8~12세, 사회적 지지를 주는 존재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은 서서히 또래 집단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집단 안에서 멋지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이 생깁니다. 표준은 ‘남자는 울면 안 된다’와 같은 행동지침일 수도 있고, 짧은 치마를 입는 것처럼 옷차림이 되기도 하죠. 아이들은 서로 대화를 통해 자신이 표준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가늠하고, 친구에게 확인받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친구 사이에 속해 있으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친구가 함께 노는 존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모가 줄 수 없는 사회적 지지를 주는 존재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클수록 친구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④사춘기, 비밀을 공유하는 관계 중‧고등학생에게 친구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의 본질이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친구와 무엇을 했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부모와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 비밀 중에는 가정에 대한 정보는 물론 양육자에 대한 불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친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 ☝학교폭력은 왜 생기나 학교는 작은 사회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사회에서는 아름답고 즐거운 일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학교폭력에 의해 인생이 부서지기도 하죠. 몇몇 ‘나쁜 아이들’이 없다면 학교폭력이 없어질까요? 누군가가 자기 아이가 ‘나쁜’ 학급에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린다고 말을 할 때면 나는 항상 그 말에 의문을 가진다. 유난히 말썽 많은 아이가 두어 명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항상 그 집단 내에 파괴의 역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p.183 저자는 선량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친구에게 잔인하게 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집단의 법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아이도 괴롭힘에 관여하게 만드는 집단의 법칙 중 책에 나온 보편적인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 📌집단의 법칙 「 1. 또래와 똑같아져야 한다. 사람들은 집단에서 제외되는 것이 두려워 다수의 움직임에 굴복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유명한 사회심리실험이 있습니다. 한 명의 실험 대상자와 8명의 실험 공모자에게 어린이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냅니다. 이때 8명의 공모자들은 일제히 틀린 답을 말하죠. 그러자 한 명의 실험 대상자도 틀린 답을 똑같이 따라했습니다. 혼자만 다르게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심리적인 혼란을 겪기 때문에 집단에 더욱 동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소년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단 4%의 아이들만이 자신의 내면에 따라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다수의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앞에서 방관자가 되는 이유입니다. 2. 반드시 집단에 속해야 한다 집단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모임 안에 속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노는 이유가 여기 있죠. 무리 안에서 소속감을 느낄 때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집단 안에서는 그 밖의 외부 사람에게 적대감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역 이기주의, 인종차별, 종교전쟁 등은 모두 이 집단의 법칙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3. 집단에서는 역할이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또래 집단이 개인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모든 학급에는 ‘남을 웃기는 아이, 아첨꾼, 내숭쟁이, 운동선수’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있었을 겁니다. 온전히 착하거나, 나쁜 아이들만 모인 반은 없습니다. 왕따 주동자가 전학을 가면 곧 새로운 주동자가 나타납니다. 학급의 분위기가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 집단에 속해있으면 죄책감과 수치심이 줄어듭니다. 여럿이 모여서 한 행동은 개인의 책임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집단의 움직임에 더욱 잘 가담하죠. 뉴스에 보도되는 학교폭력의 사례를 보면 가해자가 한 명뿐인 사건은 없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을 괴롭히는 것도 박연진(임지연)을 포함한 5명의 같은 학교 동급생이죠. 희망적인 사실은 ‘집단’이 긍정적인 가치로도 뭉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건 비열한 일이라는 인식을 또래 집단의 표준으로 만들면 된다는 거죠. 누군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때 다수가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저자는 학교폭력을 막는 열쇠가 여기 있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도덕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유치원에서는 “너랑 안 놀아”라는 말을 금지하고, 벽에 ‘안 논다고 말하기 없기’라는 표어를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규칙에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아이는 ‘안 논다고 말하기 없기’의 표어를 당연한 지침으로 여겼죠. 이 사소한 활동이 따돌림을 완전히 근절시키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누군가를 따돌리며 노는 행동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 ☝부모는 어떻게 도와야 하나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이는 친구에게 한 번 이상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친구들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란다는 의미죠. 이 사실이 두렵다고 아이를 가정의 울타리 속에만 가둬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자는 아이가 스스로 원만한 친구 관계를 맺기 위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합니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 핵심적인 3가지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①지나친 걱정은 금물, 확대 해석하지 마세요 아이가 “친구들이 나를 놀렸어요”라고 말하면 양육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해 부모가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단체생활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갈등을 부풀려서 걱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강하고,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는 것도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강조합니다. 물론 왕따나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에는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가 친구 관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친구 문제에 개입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자기감정을 호소하고 싶어 그 얘기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혹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게 걱정된다면 담임교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②친구가 집에 놀러 오는 것을 허락하세요 바쁜 일상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우정을 쌓는 일을 돕고 싶다면 친구들과 집에서 노는 것을 허락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집에 초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일을 막지 마세요. 집은 가장 안전한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우정의 기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감시를 덜 받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가 놀러 왔을 때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꼭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 「 1.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정을 들이고 친해지면,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양육자가 매개체 역할을 하기 수월합니다. 2. 인사를 나눴다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내버려 둡니다. 주변을 맴돌거나 감시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놀이에 참여하기를 권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만 나서는 게 좋습니다. 3. 양육자가 아이를 데리러왔을 때 그 아이를 칭찬합니다. 그 아이의 방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아이 스스로 손님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 ③또래 집단 속 내 아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안에서 60%의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인정받습니다. 20%의 아이들은 교우 관계가 애매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죠. 나머지 20%가 소외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4%가량은 졸업할 때까지 친구 1명을 사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게 되죠. 나머지 16%는 따돌림으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여기에 해당한다면 지체 없이 도움을 줘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학급에서 겉돌고 있는 것 같다면 다음의 5가지를 해보세요. ■ 「 1.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합니다. 담임교사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담임교사와 상담할 때는 그동안 아이를 관찰한 사실을 나열하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터놓고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교사도 솔직한 답변을 들려줄 수 있습니다. 2.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지 점검합니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이기적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해 친구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담임교사와 상담할 때 이 부분도 상세히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3. 아이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살펴봅니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내면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하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불안감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4. 가족 상담 치료를 고려합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가족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부모가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서 아이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5. 주변 지인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집니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한 아이들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움츠러들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 학교 밖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줘야 합니다. 어떤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지지를 받으면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극복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은 우정과 갈등뿐 아니라 사랑과 배신, 성 역할 등 아이의 친구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녀의 친구 문제로 걱정이 많은 양육자가 읽으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 게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는 절판된 책이라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니 도서관 대출을 이용하세요. 만일 우리가 나쁜 말이라고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않은 완벽한 존재로 아이들 앞에 나서고자 한다면 아이들은 집단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누군가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처해도 우리에게 결코 터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p.371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로 현실에서도 학교폭력에 관한 얘기가 연일 이슈였습니다. 온라인상에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고발이 이어졌고, 학창 시절 친구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공개사과를 하는 일도 있었죠. 불온한 과거에 대한 응징이 또 다른 폭력의 형태를 보이는 점은 우려할 일이지만, 그와 별개로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는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니까요. 저자가 말하는 ‘집단의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으려면 좋은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를 지키는 길이 윤리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발표도 잘 못하는 우리 아이…“수줍음 많네” 이 말은 금물 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엘리트‧천재‧서민 70년 추적…이런 사람들 노후 불행했다 “기질은 천성, 바꿀 수 없다…소심한 아이는 과보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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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도 잘 못하는 우리 아이…“수줍음 많네” 이 말은 금물 유료 전용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 유치원이나 학교 공개수업에 다녀온 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큰 목소리로 발표하는 다른 아이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는 보통 교사와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인기도 많으니까요. 그러면서 자녀 성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콰이어트』는 어떤 책인가 이런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책이 바로 『콰이어트』입니다. 7년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아마존 최장기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이죠. 저자인 수전 케인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성공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조용하고 혼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호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화려한 언변과 화술을 가진 외향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저자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세상은 왜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원래의 성격을 숨기며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을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 여긴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어떤 연구 결과를 보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3분의 1 내지 2분의 1가량의 미국인이 내향적이다. p.20 그는 7년의 연구 끝에 내향성의 강점을 발견하고는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예술품‧발명품이 내향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고도 강조하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상대성이론을 주장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JK 롤링,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입니다. 그가 발견한 내향성의 강점은 뭘까요? 외향성을 선호하는 시대에 내향적인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외향성이 주목받게 된 이유, 외향성‧내향성 차이, 내향성 아이 양육법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외향성이 왜 주목받을까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게 된 문화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에서 급격히 산업화‧도시화가 이뤄진 게 계기가 됐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과 교류했던 농업사회와 달리 산업화 시대에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감 넘치고, 적극적이며 말을 잘하는 외향적 성격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바뀌자 그에 걸맞은 인간이 필요해졌다. 판매원, 사교기술자, 언제든 웃을 준비가 돼 있고, 악수를 멋지게 할 수 있으며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그들보다 눈부시게 잘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p.46 문화역사가인 워런 서스먼에 따르면 산업화를 기점으로 미국은 ‘인격 문화’에서 ‘성격 문화’로 바뀌었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초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성행하고 있는 ‘자기계발’도 성격 문화의 산물인 셈이죠. 인격 문화에서는 진지하고, 자제력 있고, 명예로운 사람이 이상적인 롤 모델이었습니다.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보다 홀로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했죠, ‘성격’이라는 단어는 18세기 이전에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았고, ‘좋은 성격’이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외향성을 선호하는 문화는 일하는 방식도 바꿨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이 편하게 여기는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고방식이 각광받았습니다. 기업은 팀 단위로 조직을 꾸렸고, 팀워크가 중요해졌습니다. 열린 사무 공간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죠. 학교 수업도 달라졌습니다. 협동학습‧소그룹학습이 인기를 끌면서 교실 내 좌석 배치도 바뀌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교사를 마주 보고 앉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4개 이상의 책상을 붙여 ‘모둠 활동’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협력 학습이 인기를 끈 건 직장에서 필요한 팀으로 일하는 기술을 향상시켜 주고, 리더십을 길러준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경영이론가 짐 콜린스는 외향성을 뛰어난 자질로 보는 관점에 의문을 던지는 연구 결과를 내놓습니다. 그는 특정 기업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11개의 기업을 분석했어요. 이 과정에서 CEO 성격이 내향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그가 분석한 기업의 직원들은 자신의 CEO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고 합니다. ■ 「 조용하다, 겸손하다, 소박하다, 말이 적다, 수줍어한다, 품위 있다, 온화하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절제되어 있다 」 UC버클리의 ‘성격 평가와 조사 연구소’도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내향적인 경향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심리학자 한스 아이젱크는 내향성에 대해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고, 일과 무관한 문제에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죠. ━ ☝내향성‧외향성 어떻게 다를까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라는 용어는 1921년 심리학자 칼 융의 책 『심리유형』에서 인간성의 중심이 되는 구성 요소로 소개됐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면세계에 끌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 세계에 끌린다고 칼 융은 설명합니다. 먼저 아래 평가를 통해 자신과 가족, 지인이 어떤 성향에 더 가까운지 확인해 보세요. ■ 📌자신의 성향 알아보기 「 1. 나는 단체 활동보다는 일대일 대화가 좋다. 2. 나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3. 나는 혼자 있는 게 좋다. 4. 나는 동년배들보다 부나 명예나 지위에 덜 신경 쓰는 것 같다. 5. 나는 잡담은 싫어하지만 내게 중요한 문제를 깊이 논의하는 것은 좋아한다. 6. 사람들이 나더러 “잘 들어준다”고 말한다. 7. 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8. 나는 방해받지 않고 깊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즐긴다. 9. 나는 생일날 친한 친구 한 두명이나 가족과 소작하게 지내는 게 좋다. 10. 사람들이 나더러 “상냥하다”거나 “온화하다”고 한다. 11. 나는 일이 끝날 때까지는 사람들에게 내 작업을 보여주거나 그것을 논의하지 않고 싶다. 12.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 13.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14. 나는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다. 15. 나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도 기운이 빠진다. 16.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게 내버려둘 때가 종종 있다. 17.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일정이 꽉 찬 주말보다는 전혀 할 일이 없는 주말을 선택하겠다. 18. 나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19. 나는 쉽게 집중할 수 있다. 20. 수업을 들을 때는 토론식 세미나보다 강의가 좋다. 」 위 질문들에 ‘그렇다’는 답변이 많을수록 내향적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내향성‧외향성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보통 두 성향이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고 입을 모읍니다. ■ 📌내향성·외향성 차이 「 ①외부 자극 수준 ·내향성: 가까운 친구와 와인 마시기,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독서 ·외향성: 새로운 사람 만나기, 가파른 슬로프에서 스키 타기, 오디오 볼륨 높여서 음악 듣기 ②일 처리 방식 ·내향성:느리고 신중하다.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기를 좋아한다. 집중력이 좋다. 부와 명예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긴다. ·외향성: 맡은 바 임무를 재빠르게 수행한다.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돈‧지위 같은 보상을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즐긴다. ③사교 스타일 ·내향성: 파티를 즐길 수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친구‧동료, 가족에게 에너지를 집중한다.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기 전에는 오래 생각한다. 말보다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낫다고 느낀다. 갈등을 싫어한다. 수다는 싫지만, 깊이 있는 논의는 즐긴다. ·외향성: 다른 사람 농담에 즐겁게 웃으며 모임을 활기차게 만든다.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갈등은 괜찮지만 고독을 힘들어 한다. 」 두 성향의 차이를 알려면 뇌 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보상을 추구하는 낡은 뇌(변연계)와 경고에 반응하는 새로운 뇌(신피질)가 있어요. 이 두 종류의 뇌는 서로 협력하면서 일하다가 충돌하기도 하는데, 이때 어느 쪽이 더 강한 신호를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보통 내향성은 경고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새로운 뇌가 좀 더 발달했지만, 외향성은 보상을 추구하는 낡은 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죠. ━ ☝내향성이 살아남는 법 저자는 성향은 타고난 기질일 뿐 좋고 나쁨은 없다고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두 가지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도 강조하죠.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들과 마주합니다. 외향성을 선호하는 세상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①외향성 연기하기 브라이언 리틀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내향적이지만 대중 앞에서 연설을 잘합니다. 그는 ‘자유특성이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내향성 같은 특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습득하지만, ‘자신만의 핵심 프로젝트’를 위해 기존 성향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거죠. 핵심 프로젝트는 쉽게 말하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 프로젝트를 찾으려면 좋아하는 일과 자신이 끌리는 일, 부러워하는 일에 주목해 보세요. 저자는 법률회사에서 일할 때 기업법에 대해서는 가욋일을 한 적이 없지만, 비영리 여성 리더십 조직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료 봉사를 했다고 해요. 이런 핵심 프로젝트에 몰두해 본 경험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켜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②회복 환경 만들기 내향적인 사람들은 가짜 외향성을 연기할 때 자신의 본 모습과 너무 동떨어진 행동을 하거나 오래 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가 감정을 다스리고 바꾸려 노력할 때 들어가는 ‘감정 노동’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거든요. 일상생활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가는 장소인 ‘회복 환경’을 많이 만들어 놔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복 환경은 문 닫힌 방처럼 물리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주말에 일정을 취소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시간적 여유일 수도 있습니다. ③내향적인 아이 돕기 어렸을 때부터 소극적인 아이는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까요. 양육자가 새로운 학교 교실처럼 낯선 환경을 맞닥뜨린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인 다섯 가지 방법을 안내합니다. 상황에 따라 부모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좋은지도 소개합니다.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한 아이 키우는 법 「 1. 조금씩 새로운 사람‧상황에 노출시키기 내향적인 아이는 새로운 사람뿐 아니라 장소‧사건에도 반응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상황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착각해선 안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내향적인 아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한계를 존중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상황과 사람에 노출시켜주세요. 과잉보호나 과도한 압력을 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이 정상이고 자연스럽다고 알려주되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점도 알려주세요. ·부모의 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랑 같이 노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다는 건 아빠(엄마)도 알지만, 네가 먼저 놀자고 하면 저 친구는 좋아서 트럭 놀이를 같이 할 걸.” 2. 아이 속도에 맞추기 밀어붙이지 말고, 필요에 따라 부모가 다른 아이와 먼저 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 주변에 계속 머무르고 따뜻하게 등을 감싸주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 뭔가를 시도하려 하면,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주세요. ·부모의 말: “어제 모르는 친구들한테 가서 말 걸었지? 힘들 수도 있었을 텐데, 잘했네.” 3. “수줍음 많다”는 말 하지 말기 아이는 ‘수줍음’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성격이 고정된 특성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수줍음이 많다는 이유로 아이를 부끄럽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행동: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할 모델이 돼야 합니다.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지만, 이때는 소리 내서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세요. 4. 상황 미리 알려주기 아이가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생일파티에 간다고 하면 먼저 파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아이들이 서로 어떻게 인사하는지 미리 얘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웃기, 똑바로 서기, 눈 마주치기를 통해 극복하라고 알려주세요. ·부모의 말: “생일파티에 가면 가장 먼저 ‘생일 축하해. 민서’라고 말하고 나서 ‘안녕. 혜진아’라고 인사하는 거야.” 5. 공간에 미리 도착하기 교실이나 놀이장소에 일찍 도착해 아이가 먼저 공간을 차지하게 만들어주세요. 아이가 선점한 공간에 다른 아이들이 합류하는 게 이미 형성된 그룹에 아이가 끼어 들어가는 것보다 수월합니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자. 느리게 천천히 가는 방식이 좋다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경주를 해야 한다고 느끼지 말자. 깊이를 즐긴다면, 넓이를 추구하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자. 멀티태스킹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면, 그런 방식을 고수하자. 보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한 독립성을 좋게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p.291 『콰이어트』를 읽으며 내향성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목소리가 크고 사교성도 좋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주도적으로 일하는 상황을 많이 봐왔거든요. 내향적인 아이는 안쓰럽게 여겨지고, 고쳐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내향적인 사람이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향적인 특정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양육자나 아이 모두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목표를 이뤄나가는 힘을 찾을 거라 믿습니다. 내향성도 보완의 과정을 거쳐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내향적인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엘리트‧천재‧서민 70년 추적…이런 사람들 노후 불행했다 “기질은 천성, 바꿀 수 없다…소심한 아이는 과보호 말라” 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다? 책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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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치과 싫다고 떼쓸 때…“장난감 사줄게” 이러시나요 유료 전용
‘우리 아이는 왜 사소한 일에도 울면서 떼를 쓸까?’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드러누워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릅니다. 울며 소리 지르는 건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외침이죠. 양육자가 아이 감정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갈지 고민이라면 감정코칭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은 어떤 책인가 감정코칭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런 감정코칭법을 안내하고 아이를 올바른 방식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가트맨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입니다. 존 가트맨 박사가 체계화한 감정코칭 이론을 최 소장과 조 교수가 2005년 우리나라에 소개했죠. 연구에 따르면 감정코칭을 받은 아이는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합니다. ‘마음 근력’이라고 불리는 회복탄력성은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가리킵니다. 양육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기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코칭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나는 어떤 성향의 양육자인가 아이의 감정을 올바르게 받아주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양육자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동안 아이의 감정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생각할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아이의 감정을 대하는 양육자의 반응을 토대로 부모 유형을 축소전환형·억압형·방임형·감정코칭형 네 가지로 나눕니다. 아이가 치과에 가기 무섭다고 아이가 떼쓰는 상황에서 양육자는 유형별로 다음과 같이 반응합니다. ①축소전환형 ■ 「 ·아이: (엉엉 울며) 나 무서워. 아프단 말이야. 치과 안 갈래. ·양육자: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너 아기야? 이제 다 컸는데 겨우 이런 일로 왜 울어. 씩씩하게 치료받으면 나가서 아이스크림 사줄게. 」 이 유형의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깁니다. 아이의 마음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얼른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죠. 일단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픔·분노 등을 나쁜 감정이라고 판단해 빨리 없애주려고 하죠. 하지만 감정은 마음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라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양육자로부터 자주 감정을 무시당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②억압형 ■ 「 ·아이: (엉엉 울며) 나 무서워. 아프단 말이야. 치과 안 갈래. ·양육자: 당장 뚝 그치지 못해? 계속 울면 아빠 혼자 집에 간다. 」 감정축소형 양육자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엄하게 훈육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허용하면 아이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려고 엄하게 대응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억압당한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여자아이는 대개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남자아이는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죠. 연구에 따르면 억압형 양육자 밑에서 자란 경우가 청소년 비행에 가담하는 아이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네요. ③방임형 ■ 「 ·아이: (엉엉 울며) 나 무서워. 아프단 말이야. 치과 안 갈래. ·양육자: 너무 무섭구나. 그럼 그냥 치료하지 말고 집에 가자. 어차피 유치라서 다 빠질 거야. 」 이 유형의 양육자는 우는 아이를 안쓰럽고 애처롭게 느끼고, 아이의 감정을 다 인정하고 허용합니다. 얼핏 보면 감정을 잘 받아주는 것 같죠. 하지만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아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지 못하고, 잘못된 행동마저 괜찮다고 격려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무조건 받아주기만 하면, 아이가 감정 조절을 잘할 수 있을까요. 저자인 최성애 박사는 “결코 아니다”고 말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건 행동의 한계를 인식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건강한 방식으로 화를 표출할 수 있습니다. 행동의 한계를 알려주지 않으면 자기중심적이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 ④감정코칭형 ■ 「 ·아이: (엉엉 울며) 나 무서워. 아프단 말이야. 치과 안 갈래. ·양육자: 치과가 너무 무섭고 싫지? 아빠도 어릴 때 너무 무서워서 울곤 했어. ·아이: 아빠도요? 그럼 치과 가기 싫을 때 어떻게 했어요? ·양육자: 할머니 손을 꽉 잡고 속으로 숫자를 셌어. 그랬더니 어느새 치료가 끝나있더라고. 은정이도 한번 해볼래? 어떻게 하면 이를 아프지 않게 치료할 수 있을까? 」 감정코칭형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지만, 이와 함께 ‘치과에 안 가겠다’는 아이의 요구엔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행동에 한계를 정해주는 겁니다. 이후 “아빠도 어릴 때 치과가 무서웠어”라고 마음에 공감해준 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안하거나 의견을 물으며 함께 대안을 찾습니다. 대다수의 양육자는 상황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모습을 다 보이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중 나의 ‘기본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성애 박사는 “가장 급할 때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기본형”이라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다정다감하지만, 아이가 떼를 쓸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면 억압형 양육자에 더 가깝습니다. ━ ☝양육자의 초감정 파악하기 ‘사소한 잘못이었는데, 아이에게 왜 이렇게 화를 냈을까.’ 양육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이를 혼내고 돌아서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평소에는 다정하다가도 유독 아이의 특정한 행동에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이는 양육자의 무의식 속에 억압된 감정 때문입니다. 최성애 박사는 감정코칭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육자가 자신의 초감정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초감정이란 감정 뒤에 있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어떤 감정에 대한 생각·태도·관점·가치관 등이죠.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감정코칭의 전제조건입니다. 굳이 초감정을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고, 감정코칭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감정을 부정하거나 없애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그런 초감정이 있다는 것만 인식해도 큰 발전입니다. p.98 초감정은 유아기의 경험과 환경·문화 등의 영향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아이의 어떤 행동이 유난히 거슬린다면 어린 시절 형성된 초감정이 건드려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잘못은 좋은 말로 타이를 수 있지만, 아이가 큰소리로 대드는 모습을 볼 때는 이성을 잃는다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호통치는 아버지를 보면서 불안과 분노·공포를 느끼며 자란 경우 양육자가 돼서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거든요. ‘큰소리’에 대한 무의식 속 두려움·울분·거부감 등의 복잡한 감정이 소리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다시 떠오른 겁니다. 자신의 초감정을 알아차렸다면 감정코칭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이로 향하는 날 선 감정이 수그러들 수 있거든요. 만약 아이가 나의 초감정을 건드리는 행동을 할 때는 3단계의 ‘나 전달법’으로 감정을 표현해 보세요. 예를 들어 큰소리로 대드는 아이를 볼 때 이성을 잃는다면 아이에게 다음처럼 말하는 겁니다. ■ 「 📌초감정 표현하는 ‘나 전달법’ ① 상황에 대해 중립적으로 말합니다 ② 그때의 감정을 묘사합니다 ③ 원하는 바를 요청합니다. 📌실제 대화 예시 “아빠가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큰소리로 화를 자주 내셨거든.”(상황) “그때 정말 무섭고 싫었어. 그래서 아빠는 큰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감정이 격해지곤 해.”(감정 묘사) “아빠한테 말할 때는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겠다.”(요청) 」 ━ ☝감정코칭 5단계 실행하기 양육자의 성향을 파악했고, 자신의 초감정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감정코칭을 시작할 순서입니다. 감정코칭은 총 5가지 단계로 이뤄집니다. ①1단계: 아이의 감정을 인식한다 감정코칭을 하려면 아이의 감정을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추스르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울거나 화를 내지 않더라도 아이의 행동에는 감정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을 쾅 닫고 들어가거나, 잘하던 것을 못하겠다고 우기는 등의 행동이죠. ②2단계: 감정코칭 기회를 포착한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감정코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게 바로 2단계입니다. 이때는 ‘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행동을 먼저 보면 “버릇없다”고 혼을 내게 될 수 있거든요. ③3단계: 아이가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돕는다 1~2단계가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코칭을 할지, 말지 생각하는 단계였다면 3단계부터는 아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는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게 좋아요. “화났어?”보다 “지금 기분이 어때?” “왜 울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니?”처럼요. 상황에 맞는 열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 ·엄마: 왜 울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아이: 내가 블록으로 성을 쌓고 있었는데 동생이 와서 블록을 넘어뜨렸어요. ·엄마: 그래, 동생이 와서 네가 만든 걸 망가뜨렸구나. 그때 기분이 어땠어? ·아이: 화나고 속상했어요. 」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양육자로부터 감정을 인정받고 자신의 언어로 감정을 말하면 훨씬 빠르게 진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속상해서 울 때 마음을 알아주면 드러누워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거죠. 다만 언어가 서툰 아이들은 감정을 말하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5세 미만 아이에게는 “화난 거야? 아니면 슬픈 거야?”처럼 두 감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돕는 게 효과적입니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몰라요, 그저 그래요” 등의 대답만 한다면 양육자가 여러 가지 감정을 종이에 적은 뒤 하나를 골라보라고 하세요. 이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④4단계: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경청한다 3단계에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때로는 아이가 심한 분노를 표현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의 편에서 감정을 받아줘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좋다·나쁘다’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나쁜 감정을 억압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할 수 있어요. ■ 「 ·아이: 동생이 너무 미워. 매일 내가 하는 걸 방해하잖아. 걔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 그렇구나.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속상했구나. 」 아이가 감정을 말할 때, 그대로 따라서 한 번 더 말해주면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기분 나쁘고 속상했어”라고 하면 “그랬구나.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구나”고 해주는 겁니다. 아이들은 양육자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기편이 되어줬다고 느꼈을 때 더 솔직한 마음을 말하거든요. 단, 감정에 공감할 때는 진심을 다해야 합니다. 말로는 감정을 읽어주면서 표정은 무섭게 찡그리고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았다고 느끼지 못하니까요. ⑤5단계: 아이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했다면 이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입니다. 마지막 단계의 첫 번째는 한계를 정하는 겁니다. 아이 감정은 받아주되 잘못된 행동까지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른 사람과 아이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은 절대 받아줘서는 안 됩니다. 블록을 망가뜨린 동생이 밉다고 때리는 건 남에게 해로운 행동입니다. 치과가 무섭다고 썩은 이를 방치하는 건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이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한계 안에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 “네가 애써 만든 블록을 망가뜨려서 화가 났구나. 정말 속상했겠다. 엄마라도 화가 많이 났을 거야. 그렇지만 화가 나도 동생을 때리는 건 안 돼. 네 감정을 표현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 이후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한 뒤, 함께 해결책을 찾습니다. 이때 양육자가 섣부르게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다음 대화처럼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 ·엄마: 엄마도 열심히 만든 블록을 누가 망가뜨렸다면 정말 화가났을 것 같아. 동생이 다시는 블록을 망가뜨리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이: “내 옆에 오지 마!”라고 얘기해요. ·엄마: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구나.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동생도 화가 나서 가까이 가려고 더 떼를 쓰고 울지 않을까? 그리고 형이랑 안 논다고 할까봐 걱정되네. 너도 평소에는 동생이랑 같이 노는 걸 좋아하잖아. 더 좋은 방법 없을까? ·아이: 모르겠어요. 동생이 내 블록 만지는 거 싫어요. ·엄마: 다정하게 말해보면 어떨까? 어떻게 하면 동생이 상처받지 않을 것 같아? ·아이: “내가 블록을 만들 때는 옆에서 보기만 해줘”라고 말해요. ·엄마: 참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동생도 조심할거야.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하고 궁금해하기 전에 “과연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었는가?”하고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에 대한 답을 얻고, 아이와 진정으로 소통하면서 신뢰감과 유대감,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p. 53 이 책의 독자 리뷰를 보면 유독 “뜨끔했다” “반성했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저 또한 책을 읽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의 장점이 여기 있죠. 최성애 박사가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한 양육자·교사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감정코칭을 설명하고 있어서 내 삶을 빗대어 보기가 쉽거든요. 감정코칭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뇌에 새로운 습관의 회로가 생기려면 평균 21일이 걸린다고 해요.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할 수 있기까지는 적어도 100일이 소요되고요. 그러니 최소한 한 달은 의식적으로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변화가 보일 겁니다. 가트맨 박사는 약 40%만 감정코칭을 해도 효과는 충분하다고 합니다. 감정코칭을 받으면서 부모에 대한 신뢰가 쌓인 아이들은 설령 부모가 감정코칭을 해주지 못해도 별로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p.128 저는 이 말에 감정코칭을 시도할 용기가 났어요. 오늘도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불쑥 소리를 질렀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10번의 갈등 상황 중 4번만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려고 노력해도 감정코칭은 성공입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화났구나 그랬구나” 이 말만 하면, 떼쓰는 아이에겐 '독' 엘리트‧천재‧서민 70년 추적…이런 사람들 노후 불행했다 “기질은 천성, 바꿀 수 없다…소심한 아이는 과보호 말라” 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다? 책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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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천재‧서민 70년 추적…이런 사람들 노후 불행했다 유료 전문공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탄탄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알파맘’, 자녀의 자립성을 중요시하는 ‘베타맘’….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이 바라는 바는 하나일 겁니다.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돕는 것이죠. ━ ☝『행복의 조건』은 어떤 책인가 부모의 역할과 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만난 책이 바로 『행복의 조건』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Aging Well)’입니다.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는 미국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입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814명의 70년간의 발달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이 어떻게 생활하고 나이 드는지 지켜본 셈이죠. 보통 발달이라는 표현은 아기 성장 단계를 말할 때 쓰는데, 저자는 성인도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성장한다고 봤습니다. 연구는 ‘엘리트‧천재‧서민’ 3개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요. 엘리트 집단은 1920년대에 태어나 사회적 혜택을 받으며 자라난 하버드대 졸업생 남성 268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천재는 1910년대에 태어난 평균 아이큐(IQ) 151인 여성 90명, 서민은 1930년대 출생한 빈민촌 고등학교 중퇴자 남성 456명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8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주기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 건강검진 등을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낸 사람들 간의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하버드 출신이나 천재 여성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서민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대 졸업장이나 막대한 부(富), 가난을 뛰어넘는 7가지 행복의 조건이 있었거든요. 저자는 이 조건을 50대 이전에 얼마나 갖추는지에 따라 노년의 삶이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50대를 기준으로 삼은 건 이때라도 마음먹으면 달성할 수 있는 조건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알아낸 행복의 조건들은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행복의 조건과 함께 유년시절이 노년에 끼치는 영향, 성인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이뤄야 할 6가지 과업(발달과업)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 ☝자기 긍정이 행복한 인생 열쇠 저자가 행복한 성인들의 삶에서 발견한 7가지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리해 보면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배우자와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배우려는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 「 📌행복의 조건 7가지 ·성숙한 방어기제: 불행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능력 ·적당한 흡연: 비흡연 또는 젊은 시절에 담배를 끊음 ·적당한 음주: 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알맞은 체중: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몸무게 ·안정적인 결혼 생활: 부부간의 친밀한 관계 유지 ·규칙적인 운동: 건강을 유지하게 돕는 활동 ·교육년수(교육수준): 교육을 받은 총 기간 」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50세에 행복의 조건 5~6가지를 갖춘 사람들(106명)은 절반이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불행하고 병약한’ 이들은 7.5%에 그쳤죠. 반면 50세에 3가지 이하를 갖춘 이들 중 30년 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사망할 확률도 훨씬 높았죠. 다행인 점은 이 7가지 조건이 50세 이전까지 개선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항목들이라는 겁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7가지 행복의 조건 중에서도 자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성숙한 방어기제와 교육 수준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①성숙한 방어기제 저자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행복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불쾌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이를 심각하게 몰아가지 않고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머, 이타주의, 승화 같은 것들이 성숙한 방어기제에 해당하죠. ■ 「 📌성숙한 방어기제 종류 ·승화 어려운 일을 겪게 될 경우, 예술적 창조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숙한 예술가들은 유년기의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하죠. ·유머 지나치게 심각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있는 행동입니다. 성숙한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스스로 불안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타주의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풂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행동입니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어도, 자신과 비슷한 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사회 활동을 하려는 이들은 이타주의가 있는 이들로 볼 수 있습니다. ·억제 밝은 면만 보려하는 인내 능력입니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균형을 잘 잡는 돛대 역할을 합니다. 」 반면 힘들고 불편한 상황에서 자기도취, 폭력에 빠지는 건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위안을 주지만 이전보다 상태를 악화시키는 태도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대부분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지만,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②교육년수 교육년수는 사회적 계급이나 지적 능력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관리, 인내심과 관련이 깊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얼마나 오래 또는 많이 배웠는지는 행복을 결정하는 건강 상태에 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빈민촌 출신이라도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금연‧금주나 음식 조절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았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70대 빈민촌 출신의 건강 상태는 같은 나이대의 하버드 졸업생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유년기 가정 형편이나 지능‧소득‧출신‧대학‧직업은 하버드 졸업생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했지만, 대학을 졸업했다는 공통점만으로 신체 건강 상태가 비슷했다는 얘깁니다. 건강과 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합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많은 교육을 받고 싶어 하고, 자기 관리에 충실하다는 거죠. 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자기 삶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삶을 삽니다. 개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해하기 때문에 몸에 해가 될 행동을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 ☝노년까지 영향 주는 유년시절 행복에 이르는 요건은 언제부터 만들어지는 걸까요? 저자는 어렸을 때 경험과 기억이 노년기까지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유년기 아이들은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믿음‧자율성‧독창성을 키워 나갑니다. 자아의식을 폭넓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유대로 확장하는 과정이 풍요로운 노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겁니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자기감정을 존중하고 안도감을 느끼며 행복한 노년에 이를 수 있다. 여기서 유년기와 노년기의 연관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하버드 졸업생들은 몸에 배어 있는 불신과 의존성 때문에 삶을 고통으로 이끌었으며, 우리 연구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p.153 책에서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일수록 노년에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밝힙니다. 놀이를 통해 인생을 즐기는 데 익숙하지도 않고요. 또 자기감정은 물론 세상을 신뢰하지도 않고, 평생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행복한 유년기는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사망이나 만성적인 질환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하버드생 56명 중 우울증을 앓는 이는 4명밖에 없었습니다. 80세가 되어 아프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4명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사고‧자살‧병환으로 죽음에 이를 확률이 세 배나 높았습니다. 저자는 어렸을 적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면, 자연스러운 감정을 경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화가 나는 분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히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때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여주고 자상하게 보살펴줘야 한다는 얘기죠.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이가 자기감정을 자연스레 수용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양육자가 참고할 수 있는 ‘감정 코칭’ 방법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먼저 아이의 감정을 포착하고(1단계), 강한 감정을 보일수록 피하지 말고 아이와 소통할 좋은 기회라고 여겨야 합니다(2단계). 이후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화났다” “슬프다” 등 말로써 표현하게 도와야 하죠(3단계). 이런 감정에 대한 공감, 위로, 지지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4단계). 마지막으로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줘야 하죠(5단계). 어렸을 적 일을 세세히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때 사랑받았던 기억은 중간에 잊혔다가도 몇십 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어릴 적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행복을 느낀 아이들은 그 기억을 잊었다가도 언젠가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얘기지요. 아이들이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성인의 6가지 발달 과업 그렇다면 유년기에 행복했던 사람만 행복한 노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걸까요? 저자는 즐거운 유년기는 행복한 노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반드시 우울한 노년을 보내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인이 돼서도 6가지 발달과업을 달성하면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행복에도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하버드생 중 최고‧최악의 노년에 이른 사람의 유년기를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발달과업을 통해 성장하고, 7가지 행복의 조건을 갖추면 유년시절이 불행했어도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 📌여섯 가지 과업 1. 정체성: 청소년은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만의 가치를 형성한다. 2. 친밀감: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결혼 등을 통해 상호 관계를 맺는다. 3. 직업적 안정: 취업을 통해 사회와 자신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한다. 4. 생산성: 출산 등을 통해 다음 세대를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5. 의미의 수호자: 사회 공헌처럼 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6. 통합: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인생에서 마지막에 성취한다. 」 양육자 입장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항목은 ‘정체성 확립’입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사는 청소년 시기에 정체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정체성이란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생각, 정치적 견해, 열정·취향 등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족 중심의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를 세우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단순히 주거 공간을 분리하거나 가족을 떠나서 결혼한다고 정체성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성인기에 들어서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책은 말합니다. 연구 대상자 중 50세까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은 가정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거나 시설 기관에 의존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중년이 돼도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자녀가 자신만의 정체성 만들어가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보호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처음 책을 선택할 때는 하버드 졸업생들의 일생을 조사했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하버드생과 평균 아이큐가 151인 여성들은 특별한 인생을 살고 더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아이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유년기에 부모인 제가 학습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조지 베일런트가 꼽은 행복의 조건 7가지에는 학벌‧직업‧명예‧재산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요. 하버드생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빈민촌 출신들이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니었죠. 이와 함께 부모인 나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사는지도 스스로 묻고 싶었습니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연구 대상자가 자녀에게도 그 기억을 물려주려 노력하던 사례를 읽으며, 저 자신도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죠. 저자는 행복의 7가지 조건 외에 평생 배우려는 태도도 중요하게 꼽았습니다. 65세가 넘은 하버드 졸업생과 천재 여성에게 “자녀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답하지 못한 사람 중에는 성공적인 노년을 맞은 이를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반면 행복한 노후를 보낸 사람들은 자녀와 소통하고 배우면서 진정한 상호작용의 의미를 깨달았죠. 이와 함께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 행복의 조건에 따뜻한 인간관계는 필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형제자매나 친척·친구·스승과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 p.17 이 책이 양육서보다는 학술서에 가까워 자녀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데 영감을 얻기에는 충분합니다. 책을 읽은 뒤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유년기 아이에게 즐거운 기억을 많이 채워주고 싶어졌습니다. 또 부모인 제가 먼저 성인의 발달과업을 하나씩 이뤄 가면서 성숙하고 행복해지기로 마음먹게 됐습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화났구나 그랬구나” 이 말만 하면, 떼쓰는 아이에겐 '독' “기질은 천성, 바꿀 수 없다…소심한 아이는 과보호 말라” 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다? 책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법 우리 아이 성적 올리려면…회복탄력성 전문가의 조언 ‘hello! Parents’ 연재 콘텐트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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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은 천성, 바꿀 수 없다…소심한 아이는 과보호 말라” 유료 전문공개
‘우리 아이는 어떤 기질일까?’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흔히 갖는 궁금증입니다. 어른들이 MBTI 유형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양육의 세계에선 아이의 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기질에 따라 양육이나 훈육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특히 낯가림이 심하고 자주 우는 아기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까다로운 아이 기질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습니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건 아닌지, 아이가 커서도 까탈스러운 성격을 갖게 될지 걱정이 앞서는 거겠죠. 그래픽=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 ☝『성격의 발견』은 어떤 책인가 제롬 케이건의 『성격의 발견』은 2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기질의 비밀과 성격 형성의 과정을 밝힌 책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제롬 케이건은 미국 심리학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30인’에 꼽히는 인물입니다. 기질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한 심리학 대가죠. 양육서에서 흔히 말하는 ‘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느린 기질’의 분류가 제롬 케이건의 연구에서 뻗어 나온 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의 연구는 발달심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전까지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격을 결정하는 게 ‘가정환경과 양육자의 태도’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롬 케이건은 여기에 ‘기질’이라는 중요 변수를 발굴해낸 거죠. 그에 따르면 기질은 한마디로 천성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유전적으로 형성된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는 겁니다. 타고난 것이라 외모처럼 바꿀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생후 4개월께 아기에게서 발견된 기질은 성인이 된 후의 성격과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만큼 기질이 개인의 행동과 선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질 위에 후천적인 삶의 환경과 경험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게 성격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질은 못 고쳐도 성격은 바꿀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렇다면 양육자들이 이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해 보입니다. 아이의 기질을 파악해 장점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성격 발달을 돕는 일이겠죠. ━ ☝기질의 비밀, 편도체에 있다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질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기질의 사전적 의미는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입니다. 쉽게 말하면 영유아들의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롬 케이건은 비슷한 양육 환경에서 태어난 생후 16주(4개월) 아기 450명 이상을 대상으로 기질적 편향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아기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20년간 기질과 성격의 변화를 찾아내는 대형 프로젝트였죠. 그는 실험실에 온 아기들에게 낯선 인형을 보여주고 스피커로 특정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또 면봉에 알코올을 묻혀 아기의 코앞에 대고 냄새를 풍기기도 했어요. 낯선 광경을 맞닥뜨린 아기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아기는 새로운 상황을 즐기듯 옹알거리며 웃었고, 어떤 아기는 팔다리를 흔들고 몸을 비틀며 괴롭게 울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답은 ‘편도체’에 있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두뇌 기관이에요. 예컨대 낙엽 더미 아래에서 뱀을 발견했을 때 공포감을 느끼고 도망가도록 하는 게 바로 편도체의 역할입니다. 실험에서 몸을 비틀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는 예민한 편도체를 갖고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작은 자극에도 편도체가 과잉반응을 해 운 것이었죠. 저자는 이처럼 외부 자극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 정도에 따라 기질을 크게 ‘고반응성’ ‘저반응성’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 「 ◦고반응성: 낯선 상황에서 쉽게 흥분합니다. 팔다리를 흔들며 많이 울고, 드러눕기도 하죠.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저반응성: 대개 가만히 앉아 있고, 별로 울지 않아요. 자주 옹알거리며 웃죠. 사교적이고 쾌활하며 겁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 저자는 특정 기질적 편향이 성장 과정에서 고착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첫 실험에서 울고 불편함을 표현한 고반응성 아기들은 학창 시절에도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저반응성이었던 아이는 즐겁게 인터뷰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실험관에게 서슴없이 다가갔습니다. 고반응성 아이가 저반응성 기질로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기질은 삶에서 걱정거리부터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고반응성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경험, 지하철 타기, 낯선 도시로의 여행 등 아주 일상적인 경험을 앞두고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저반응성 아이들은 시험 성적이나 어떤 대회에서 실력을 잘 발휘할지 걱정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질적 편향의 차이가 훗날 직업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실험 그룹에서 생후 첫 3년간 가장 겁 많고 소심했던 4명의 아이는 안정적인 직업인 ‘음악교사·물리학자·생물학자·심리학자’를 택했습니다. 반면에 생후 첫 3년간 가장 겁이 없던 3명의 아이는 ‘축구팀 코치, 기업가, 자영업 엔지니어’가 됐습니다. 모두 불확실성이 크고 도전하는 직업이었습니다. ━ ☝고반응성 아이와 저반응성 아이 대하는 법 기질 차이는 좋고 나쁜 가치 평가의 개념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특징일 뿐이죠. 고반응성 아이는 도덕적인 신념이 강하고 신중하지만, 불안감을 더 자주 느끼고 예민합니다. 저반응성 아이는 사교적이고 용감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각 기질에는 장단점이 공존하는데, 부모의 태도가 이를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는 없고 발현 양상을 다소 조정하는 정도입니다. 내 아이의 장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뭘까요. ■ 「 📌민감하고 소심한(고반응성) 아이, 과보호 마세요 아이가 지나치게 민감하고 겁이 많은 경우, 양육자는 대개 두 가지 입장을 취합니다. 불안해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부모가 있는 반면 힘든 삶에 대비하려면 불안에 단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전자는 아이가 울기만 하면 즉시 달래줍니다.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화를 내기보다는 다독이려고 노력하죠. 후자는 아이가 울면 잠시 기다리고, 아이가 어떤 일을 앞두고 불안해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규율을 어겼을 때는 예외 없이 훈육하죠. 민감한 아이에게는 후자의 양육 방식이 훨씬 더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실험 결과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과보호 받으며 자란 아이들보다 훨씬 덜 소심했습니다. 다만 전체 5% 미만의 아이들은 아무리 재미있게 놀아주고 안아줘도 짜증을 내고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는다고 해요. 흔히 말하는 ‘까다로운 기질’입니다. 편도체가 유난히 더 민감한 아이들이죠. 이들은 ‘보살피고 사랑해주면 아기도 잘 자랄 수 있다’는 양육자의 기대를 좌절시키는 유형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아이가 만약 이 유형에 속한다면 양육자는 기질을 빨리 알아차리고 인정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양육 방식을 자책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훈육을 하는 탓에 아이와 관계가 악화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잘 보살펴도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들은 그렇게 타고났을 뿐, 양육자와의 애착이 불안정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사교적이고 충동적인(저반응성) 아이, 위험한 행동은 훈육하세요 저반응성 편향의 아이들은 대체로 낙천적이고 사교적이라서 키우기 쉽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저반응성 아이의 4분의 1은 대다수 아이보다 공포감이 극도로 낮았습니다. 또 좌측 전두엽이 더 활동적이고,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낮은 특징이 있었어요. 생리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신체를 타고난 만큼,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더욱 높다는 얘기죠. 자녀가 이런 기질이라면 아이가 하는 일을 격려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이유 없이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게 훈육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제대로 통제한다면 도전하고 성취하는 장점을 크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런 아이들을 일컬어 “다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다면 지도자로 성공할 수도 있다”고까지 표현합니다. 반면 이러한 아이들이 자녀에게 무관심한 가정에서 자란다면 비행을 저지르거나 범죄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낮아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저지르고도 마음이 평온하기 때문에 죄책감도 적을 수밖에 없고요. 」 ━ ☝가정·환경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 하나의 성격은 아주 가는 흑백의 실로 짜인 회색 태피스트리(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와 비슷하다. 태피스트리는 기질, 흑백의 실은 삶의 경험이다. p. 33 저자는 성격이 ‘완성된 그림’이라면 기질은 ‘첫 번째 그은 붓 자국’이라고 표현해요. 기질은 ‘말이 많거나, 과묵하거나, 예민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웃음이 많은’ 등 타고난 성향이고, 성격은 개인이 겪어온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죠. 성격이란 장기적으로 완성되는 개인의 특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경험의 요소는 가족‧문화‧역사‧민족 등 수없이 많습니다. 그중 가정과 환경에서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보편적인 요소를 소개합니다. ①부모의 특성 아이들은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자신이 엄마와 아빠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모와 자기 사이에 공유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채죠. 이 생각이 점차 발전하면 ‘부모’와 ‘나’는 하나의 범주라고 여기게 돼요. 부모의 성격이나 재능‧직업 등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아이는 자신도 그렇게 될 잠재력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믿게 됩니다. 이는 자신감과 쾌활한 성격으로 연결돼요. 나에게 좋은 자질이 많다는 생각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알코올의존증·폭력성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고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②성별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무엇인지도 성격에 영향을 미치죠. 보편적으로 남자아이들은 강하고 용감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를 느끼며 자랍니다. 여자아이들은 친절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다정해야 한다고 믿도록 사회화되고요. ③태어난 순서 형제 관계 또한 아이들의 감정과 태도, 행동에 영향을 미쳐요. 보통의 첫째 아이들은 권위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학업에 대한 부모의 요구도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특히 엄마와의 연대가 돈독합니다. 엄마가 처음 얻은 아이로, 지극한 사랑을 쏟기 때문이죠.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노력을 덜 하고, 첫째가 받는 관심과 특권을 질투하며 자라곤 합니다. 창의성과 도전이 필요한 직종인 작가‧예술가 같은 직종에 이끌리는 비율이 높고요. 과학자 중에서도 기존의 견해에 도전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지지하는 이는 동생으로 태어났을 확률이 더 높다고 하네요. 자녀가 셋 이상 있는 가정에서는 중간에 끼인 자녀가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게 성장해요. 첫째와 막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양육자에게 관심을 받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청소년 중 자해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첫째와 막내 사이에 끼인 자녀인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④사는 지역 대도시‧소도시 중 어디에 사는지도 아이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자는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후즈후 인명사전’에 실린 남녀 중에는 작은 마을에서 산 이들의 수가 대도시에서 산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대도시에서는 온갖 문화생활을 편하게 누릴 수 있고 큰 도서관과 좋은 학교가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할 기회가 소도시보다 훨씬 많고요.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이들은 동년배의 다른 아이들과 자신의 지적 능력, 매력, 체육 실력, 성격 등을 계속 비교하며 자라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에 사는 아이 중에는 주변에 뛰어난 아이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소도시에서 태어난 재능 있는 아이는 ‘나는 누구보다 특별하고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학교나 마을 대표로 선정될 확률이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확신의 차이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성장 후 일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은 양육서보다 학술서에 가깝습니다. 개인의 성격이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로 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기질에 대한 양육 솔루션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어요. 책에는 그의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할 뿐이거든요. 그는 이 연구의 근본적인 한계도 고백합니다. 성격이란 개인의 답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입니다. 무결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개인의 행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변수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길에 지폐가 떨어져 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과 ‘군중이 많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은 분명 다를 겁니다. 저자는 인간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성격이 기질과 환경, 경험의 조합으로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극복할 수 있는 요소일 뿐, 인간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성인이 된 사람들의 성격은 모두 기질과 양식과 그 개인의 가족, 문화, 역사적 시간 속에서 겪은 경험의 융합물이다. p. 91 다소 허무한 결론이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죄책감을 덜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4세 어린이는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 편인데요.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일을 하느라 다양한 활동을 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인가’ 자책하곤 했거든요. 양육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감한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난 탓이라니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제롬 케이건의 주장을 종합하면 한 사람의 삶은 결코 특정한 몇 가지 문제로 좌지우지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는 복잡계를 만드는 데 있어 양육자의 태도는 수없이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에요. 우리 자책에 쓰는 에너지만큼은 절약하기로 합시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관련기사 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다? 책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법 ‘녹음이 짙은’‘웃음이 맴돈다’…우리 아이 글이 모방이라고? 중2병 ‘딸의 뇌’ 아시나요? 이땐 공부법도 바꿔야 합니다 “‘진도 빼기’가 가장 나쁘다”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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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많이 읽어주면 좋다? 책 좋아하는 아이 키우는 법 유료 전용
━ ‘책육아’ ‘책’과 ‘육아’의 합성어로 부모가 책을 많이 읽어주면서 아이를 키우는 걸 뜻합니다. 부모들 사이에서 십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 방식이죠. 부모들은 책육아를 통해 독서에 흥미를 갖고 지능이 높은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말도 잘 못 하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는 게 사실입니다. 또 책육아의 정의나 방법이 모호하다 보니 아이에게 무작정 책을 많이 읽히려다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그래픽=변소라 디자이너 ━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은 어떤 책인가 책 읽기의 고전이 된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은 이런 양육자의 의문과 고민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저자 짐 트렐리즈와 신디 조지스는 “요람에서부터 10대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합니다. 43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신문사에서 일하던 짐 트렐리즈는 일주일에 한 번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학교를 방문하면서 반별로 독서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규칙적으로 읽어주는 반이 독서량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그는 “책 읽어주기가 읽기‧쓰기‧말하기‧듣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찾아냈지만, 부모에게 독서교육법을 알려주는 책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비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3년 후 펭귄북스에서 정식 출간된 이 책은 17주 연속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교육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그들 스스로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p.27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게 어떻게 독서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까요? ━ ☝어휘력, 책 읽어주기에서 시작된다 혼자서도 막힘없이 책을 술술 읽는 아이들의 비결은 어휘력입니다. 단어의 의미를 몰라 읽기가 중간중간 멈춘다면 흐름이 끊겨서 책에 흥미가 떨어질 테니까요. 어휘력이 독서의 기초인 셈인데, 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습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①왜 읽어줘야 할까 아이가 단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귀를 통해 듣는 것과 눈으로 읽는 것인데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글씨를 보며 단어를 배우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글을 알기 전까지는 귀를 통해 단어를 익히는 게 어휘력을 키우고 두뇌를 훈련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셈이죠.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 소장인 잭 숀코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생후 8개월부터는 아기가 소리와 단어의 유형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은 어휘를 들으며 자란 아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언어 능력을 갖게 될 확률이 높은 이유죠. 대화도 언어활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수준 높은 단어를 익히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5000개 단어와 가끔 사용하는 5000개 단어를 합쳐서 공통 어휘라고 합니다. 어휘력은 이외에 희귀 단어를 얼마나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희귀 단어는 일상 대화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책이나 신문 등의 인쇄 매체에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어른이 네 살짜리 아이와 대화할 때 1000단어당 9개의 희귀 단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아동 도서에는 그 3배가 쓰이고, 신문에는 7배가 쓰인다. 그림책은 내용이 간단해 보여도 평균적으로 부모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보다 희귀 단어가 70% 정도 더 많다. 아이의 어휘력을 키우고 싶다면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p.42 학교에서 부족한 어휘력을 채울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 역시 한정된 어휘로 구성돼 있어 학교에서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②언제부터,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저자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10대가 된 뒤에도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책 읽어주기에 정해진 시간이나 장소는 없습니다. 아침 식사 때나 숙제를 마친 후, 차 안에서 이동할 때도 책 읽어주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연령별로 읽어주기에 효과적인 책과 방법에 차이는 있습니다. ■ 「 연령대별 책 읽어주기 팁 ∙돌쟁이: 다채로운 그림과 흥미로운 소리로 아기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책이 좋습니다. 아기들이 마더구스(영미 전래동요)를 좋아하는 이유는 엄마 뱃속에서 듣건 심장박동과 유사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걷기 시작하면: 사물이 많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어주세요. 책에 그려진 자동차‧새‧벌레‧별 등의 사물의 이름에 대해 말해주고 아이가 따라하게 유도한 뒤 칭찬해줘야 합니다. 또 책을 읽어줄 때마다 제목을 가리키고, 작가‧페이지‧그림‧겉표지‧속표지 같은 단어를 말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세 살 전까지: 몇 권의 책을 반복해 읽어주는 게 많은 책을 건성으로 읽어주는 것보다 언어를 익히는데 효과적입니다. ‘사과’ 관련 책을 읽었다면 진짜 사과를 관찰하고 먹어보는 식으로 현장 학습을 병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유치원 때: 소설책을 조금씩 읽어줘도 되지만,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잘 설명해줘야 합니다. 특히 소설은 읽어주기 전에 부모가 책을 먼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 특히 유아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흥미를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유아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3분 정도라 하루에 여러 차례 책을 읽어준다고 해도 30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아이가 책과 부모의 소리에 반응하면 책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처음 읽어줄 때 표지 그림을 보며 “무슨 이야기일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지금까지 이야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라고 반응을 유도하는 식이죠. 책 읽어줄 때 아이가 질문을 많이 해서 곤란하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때도 질문의 종류를 구분해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적인 욕구에서 비롯되거나 배경 지식을 묻는 말이라면 즉시 답을 해줘야 합니다. 반대로 생뚱맞은 질문일 때는 “좋은 질문이지만, 책을 다 읽고 얘기하자”고 말한 뒤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질문은 아이의 기본적인 학습 도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③‘혼자 읽기’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부모가 책을 충분히 읽어줬다면 아이 혼자서 독서를 즐기도록 도와야 합니다. 국제독서협회의 대표인 리처드 엘링턴은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가 하루에 15분씩 책을 읽게 되면 초기에 500단어를 습득하고, 숙달되는 만큼 단어를 습득하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혼자 책 읽는 습관을 기르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초반에는 10~15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 스스로 선택한 책을 꾸준히 읽게 하는 겁니다. 아이가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되면 시간을 늘려나가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와 같은 시간에 책을 읽으면 더 좋습니다. 집에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3B라고 불리는 ‘읽기 키트’를 마련하는 게 좋습니다. 책(Book)‧책바구니(Book Basket)‧침대램프(Bed Lamp)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입니다. 식탁‧부엌‧화장실 등에 책 바구니를 두면 식사를 한 이후나 화장실에 갈 때 책을 집어 읽게 됩니다. 또 침대 램프나 독서등이 있으면 밤에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책을 읽게 되죠. 아이가 자신의 책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읽기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 ☝전자 매체가 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까 다양한 전자 매체 때문에 읽기의 방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책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 게 ‘읽기’였는데, 이제는 전자기기 화면의 글자를 터치하는 것도 ‘읽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책 읽어주기를 전자 매체에 넘길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전자 매체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요. ①TV로는 새로운 단어 배우기 어려워 유치원생도 TV와 태블릿PC를 동시에 사용하는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대입니다.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죠. 이에 미국 소아과 아카데미는 스크린 타임을 권고합니다. 아이가 TV를 시청할 때는 반드시 부모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봐야 한다고 말이죠. TV를 통해 새로운 어휘 습득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화‧질문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매체기 때문입니다. TV의 어휘 수준이 10년이 지날 때마다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부모들이 시청 시간을 정해놓고 미디어 노출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죠. ②오디오북 들을 때도 대화 필요 오디오북은 부모의 책 읽어주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입니다. 오디오북의 문장은 TV에서 나오는 짧은 문장보다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틀어놓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오디오북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하는 행동을 똑같이 해야 합니다.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는 거죠. 오디오북을 정지시켜놓고 책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이어 듣거나 원하는 부분으로 돌려 듣는 식입니다. ③전자책은 기능 적은 것 선택 종이책의 존재를 위협하는 전자책은 업데이트가 쉽고 수명도 깁니다. 인터넷을 통해 책 내용과 관련한 영상이나 교육 자료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죠. 하지만 전자책의 영상‧음악 기능이 아이와 부모의 대화를 제한할 수 있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가 이야기보다 버튼과 소리에 관심을 갖고, 전자책을 책이 아니라 게임이나 장난감처럼 여긴다면 독서는 목적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책을 선택할 때 영상이나 음악 등 기능이 많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죠. 책 읽어주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방법은 있습니다. 작가는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려는 부모에게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소개합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추려 공유합니다. ■ 「 해야 할 일 ∙책을 읽어준 뒤에는 토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아이가 원한다면 말이나 글‧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해주자. ∙책을 읽어주며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 가능한 대화에서는 음색을 바꿔보자. ∙글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백과사전이나 참고자료를 찾아 배경 지식의 기반을 넓혀주자. ∙책을 얼마나 읽어 줬는지를 보여주는 독서 진도표를 만들어 벽이나 문에 붙이자. ∙부모 스스로 틈 날 때마다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자. 해서는 안 되는 일 ∙부모 자신이 즐길 수 없는 이야기는 피하자. ∙책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분명해지면 중간에 그만두자. ∙아이들이 이미 들었거나 TV나 영화관에서 본 책은 피하자.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말자. ∙“방 안 치우면 오늘 밤 이야기는 없다”처럼 책을 무기나 협박용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책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은 부모가 아이에게 왜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 끊임없이 말합니다. 또 책을 읽어줄 때는 물론 TV를 보면서도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죠.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부모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습니다. 자녀의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아이가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부모 스스로 자책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독자의 마음을 읽었을까요.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방법은 한 자녀 이상의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부모의 특별한 사랑을 보여줄 기회이고, 아이의 학습과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므로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시간을 내야 할 것이다. p.75 당장 오늘 밤부터 잠들기 전 아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요. 매일 15분씩 읽어주는 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1~2번도 좋습니다. 꾸준히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각자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관련기사 중2병 ‘딸의 뇌’ 아시나요? 이땐 공부법도 바꿔야 합니다 ‘녹음이 짙은’‘웃음이 맴돈다’…우리 아이 글이 모방이라고? “‘진도 빼기’가 가장 나쁘다”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아이가 울어 몰래 나간다? 이런 헤어짐 절대 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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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은’‘웃음이 맴돈다’…우리 아이 글이 모방이라고? 유료 전용
최근 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문해력’입니다. EBS 다큐멘터리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평가를 한 결과에 따르면 27%가 적정 수준 미달이었고, 11%는 초등학생 수준이었다고 하죠. 아이가 수학, 영어는 곧잘 하는데 유독 글쓰기만 어려워한다는 양육자의 고민도 자주 들립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글로 평가받는 시험이 느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는 거죠. 문해력이 학습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영어와 수학에 우선순위를 빼앗기는 게 현실이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삶을 키우고 마음을 다듬는 행위인 글쓰기가 성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 같아서요. 이번에 『이오덕의 글쓰기』를 선정한 이유입니다. ━ ☝『이오덕의 글쓰기』는 어떤 책인가 책을 쓴 이오덕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아동문학가입니다. 2003년 작고하기 전까지 평생 어린이 문학과 우리말 쓰기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죠. 혹시 소설 『몽실언니』를 아시나요? 이 소설을 쓴 권정생 작가를 아동문학의 길로 이끈 것도 이오덕 선생이었어요. 글쓰기 교육은 국어 시간이나 글쓰기라는 특정 시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자리에서 한다고 보아야 옳다. 교육의 목표가 삶을 가꾸는 데 있기 때문이다. p.83 『이오덕의 글쓰기』는 이오덕 선생이 쓴 글쓰기 교육에 관한 글을 엮은 책입니다. 수많은 작가가 이 책을 ‘글쓰기계의 바이블’로 손꼽지요. 책에는 글쓰기 교육에 관한 저자의 생각, 올바른 교육법, 잘못된 지도 방법에 대한 비판 등이 두루 담겨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어린이에게 올바른 글쓰기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도 방법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쓰기 어렵게 만드는 글쓰기 교육 쓰고 싶은 것을 쓰게 하지 않고 남의 말과 남의 얘기를 써서 흉내를 내도록 하니 싫어질 수밖에 없어요. (중략) 일기도 효도한 얘기, 착한 일 한 얘기를 쓰게 하니 글쓰기가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p.17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글쓰기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잘못된 글쓰기 교육이 있을 뿐”일 겁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간단한 테스트를 해볼게요. 아래의 문제에서 보기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 「 거북이는 땀을 ( ) 흘렸습니다. 시냇물이 ( ) 흐릅니다. 아빠가 창문을 ( ) 엽니다. 」 혹시 문장을 보자마자 ‘뻘뻘, 졸졸, 드르륵’이 떠오르셨나요? 획일화된 글쓰기 교육을 받은 탓입니다. 저자는 이 점을 가장 통탄하게 여겨요. 이건 글쓰기가 아니라 ‘글자 쓰기 공부’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삶에서 배운 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교과서로 익힌 말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잘못된 글쓰기 교육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방식이죠. ■ 잘못된 글쓰기 교육의 예 「 ①아이들의 세계를 무시한 어른 중심의 글감을 제시한다 언젠가 논술학원 앞을 지나다가 학생들이 쓴 글을 전시한 벽보를 보았어요. 초등학교 3~4학년이 썼다는 글의 주제는 ‘소각장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 ‘지구온난화’, ‘독립운동’ 등이었죠. 어른들도 쓰기 어려울 법한 주제로 노트 한 장을 꽉 채운 글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는데요. 저자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아이 삶과 연관이 없는 글감은 어른의 생각과 글을 흉내 내는 방법만 가르칠 뿐입니다. ②어른의 문학 작품을 흉내 내도록 가르친다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작품을 보면 어린이가 잘 쓰지 않는 말들이 자주 보입니다. ‘여정’, ‘어머니, 아버지’, ‘녹음이 짙은’, ‘돌담을 쌓다’ ‘웃음이 맴돈다’ 등의 표현이죠. 어른이 고쳐주었거나, 어른의 글을 보고 따라 쓴 겁니다. 이렇게 써야 잘 쓴 것처럼 보이고, 칭찬을 받으니까요. 입말로 쓰지 않는 단어는 글에도 쓰지 않는 게 좋아요. 저자는 현란한 표현만 가득 모방한 글을 ‘죽은 글’이라고 말합니다. ③틀에 박힌 대로 쓰게 한다 미리 형식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글을 써보도록 하거나, 행과 연, 글자의 수를 맞춰 시를 짓게 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글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정형화된 틀에 익숙해지도록 할 뿐이죠. ④솔직한 이야기 대신 남 보기 좋은 것을 우선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우리 교실’, ‘부모님’이라는 글감을 주고 글을 쓰라고 해보세요. 대다수가 선생님의 은혜, 친구들과의 따뜻한 우정, 낳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쓸 겁니다. 다른 주제도 마찬가지예요. 결말은 언제나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착한 어린이가 되기로 다짐했다’로 끝이 나죠. 저자는 이러한 글을 ‘거짓 글’이라고 칭해요. 진실한 마음 없이, 그저 잘 보이기 위해 꾸며낸 글이기 때문이죠. 」 이오덕 선생은 잘못된 글쓰기 교육을 지양하기 위해 용어부터 바로잡습니다.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라고요. 글짓기라는 말은 글을 꾸며서 지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독후감 쓰기 또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요. 책을 읽고 느낀 점이 있다면 한두 줄 감상을 남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쓰기 싫으면 쓰지 않아도 되고요. 억지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행위가 아이들에게서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 ☝‘생각’ 아니라 ‘행동’을 쓰게 하세요 글의 가치는 그 글의 길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문장을 꾸며 만드는 손재주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근사하게 쓴 것 같아도 읽는 이가 감동을 못 받으면 좋지 않은 글이다. 서투르게 보여도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글이다. p.60 그렇다면 좋은 글, 잘 쓴 글은 무엇일까요? 아래의 두 시를 비교해 읽어보세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요. ■ 「 1) 산 (중 1학년) 산의 정취에 취해 수풀을 헤치며 푸름을 먹으며 푸르름 속으로 내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내 마음은 청포도 알같이 부풀어만 간다. 산이 좋아서 때로는 “어머니!”하고 부르고 때로는 “선생님!” 하고 불러 본다. 산의 메아리 속에 산의 생명력이 아련히 들린다. 2) 형 (전용걸_ 경북 울진 온정초 4학년) 추석이라고 형 친구들이 왔다. 형의 친구들은 멋있는 옷을 입고 우리 집에 들어왔다. 우리 형만 매일 잠바만 입고 있다. 그래도 형이 더 멋있다. 사나이같이 아무거나 입는다. 형이 더 멋있다. 」 1)의 시는 그럴싸합니다.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했을 법한 느낌도 들어요. 그런데 마음을 울리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 같기도 하고요. 산을 보고 “어머니!” “선생님!”이라 외치는 부분은 특히 아이답지 않죠. 반면에 2)의 시는 투박합니다. 멋들어진 수식어도, 어려운 한자어도 없어요. 하지만 “형이 더 멋있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1)의 시가 더 좋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2)가 더 좋은 시라고 힘줘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글쓰기의 목적이 ‘자기 표현’에 있기 때문입니다. 글은 목표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에요. 쓸거리를 찾고, 실제로 글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을 키울 수 있어야 하죠. 글에 자기 삶이 담겨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화려한 문장을 쓰는 건 기술에 불과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참된 글, 정직한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서사문 쓰기’를 하라고 조언해요. 서사문이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어떻게 하였다고 쓰는 글이에요. ‘생각’이 아니라 ‘행위와 행동’을 쓰는 겁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도 집이든지 개든지 결코 추상의 개념을 그리지 않는다. 집이라면 ‘우리 집’이 아니면 ‘민수네 집’이요, 개라면 ‘오늘 아침 대문을 나오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검둥이’다. 아이들은 개념을 그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체험을 그린다. p.186 특정한 생각이 아니라 ‘자기가 경험한 일’ ‘자신의 행동’을 쓰게 하면 남의 글이나 말을 흉내 낼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본 대로, 들은 대로, 행한 대로 글을 쓰는 것이 올바른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 ☝글 쓰고 싶어지는 6단계 지도법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요? 저자가 제안하는 글쓰기 지도는 ‘글감 정하기-얼개 잡기-적기-글 고치기-발표하기-비평하기’ 6단계를 거칩니다. 이 글에서는 가독성을 고려해 ‘글을 쓸 때까지’의 3단계와 ‘글을 다 쓴 후’의 3단계를 나눠 소개합니다. ①글감 정하기 아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쓰고 싶은 게 없다면 ‘잘 아는 것, 남들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것, 그중 남에게 알려줄 가치가 있는 것’ 중에 고르라고 해보세요. 무엇을 쓸지 몰라 우물쭈물한다면 양육자나 교사가 글감을 줘도 됩니다. 글감은 다음의 세 종류를 추천해요. ■ 좋은 글감 「 1) 누구나 겪는 일이나 부딪히고 있는 문제를 쓸 수 있는 것 2) 글쓰기 시간 직전에 다같이 한 일, 함께 견학을 다녀오거나 관찰했던 것 3) 무엇을 자세히 봐야 하거나,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해야 쓸 수 있는 것 」 글감을 떠올리기 어려우신가요? 몇 가지 예시를 드릴게요. 어린이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이슬아 작가는 에세이 『부지런한 사랑』에서 아이들에게 내어주는 글감들을 소개합니다. ‘거짓말, 방귀, 질투, 어떤 냄새, 나의 형제, 코로나19 이후 우리 집에 생긴 변화’ 등이죠. 이때 양육자가 먼저 글감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관련된 짧은 글을 보여주면 좋은데요. 들으면서 글이 쓰고 싶어지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걸 써야지’ ‘글쓰기는 별것이 아니고 솔직한 마음을 쓰는 거구나’ ‘나도 정직한 글을 써야지’ 같은 마음이요. 현란한 수식어가 가득한 모범문,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피하세요. ②얼개 잡기 글감을 정했다면 무슨 내용을 쓸지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쓰기 며칠 전부터 어느 요일 몇 시에 글쓰기를 할 거라고 알려주세요. “어떻게 쓸지 생각해 둬”라고 말하면 얼개를 짜기 쉬워질 겁니다. 예고를 들으면 은연중에 글쓰기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글감을 실제로 관찰해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반려동물’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공놀이를 해보는 거죠. 이 활동을 토대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해 보는 겁니다.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할 때보다 훨씬 더 생생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초등학교 3학년쯤 됐다면 글의 차례와 내용을 종이에 대강 적어 보도록 합니다. ③적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아이에게 쓰는 태도부터 알려주세요. ■ 글쓰기 태도 「 1) 글은 한꺼번에 쓴다. 2) 온 정신을 글쓰기에 모은다. 3) 나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내용을 잘 알 수 있게, 자세히 쓴다. 4) 자기 말로, 자기가 일상에서 입으로 하는 말로 쓴다. 5) 저학년이라면 입으로 말해가면서 써도 괜찮다. 」 이후 글을 쓸 때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아이가 다 쓸 때까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다 쓴 후에는 글 끝에 쓴 날짜를 꼭 적어두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 글 다 쓴 후에는 ‘이렇게’ 하세요. ①글 고치기 저학년이라면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 읽어보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틀린 글자, 빠뜨린 글자, 잘못된 줄거리 등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거든요. 고학년이라면 다음의 질문을 글에 대입해 보고 아이가 직접 고치고 싶은 부분을 찾아 스스로 고치게 하세요. ■ 「 내용면 쓰려고 한 것이 충분히 나타났는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곳, 확실하지 않은 표현을 한 곳은 없는가? 사실과 맞지 않는 곳은 없는가? 좀 더 자세히 써야할 문장은 없는가? 필요없거나 줄여도 될 부분은 없는가? 자기의 말로 썼는가? 형식면 문단은 제대로 나누었는가? 맞춤법에 맞게 썼는가? 틀린 글자, 빠뜨린 글자는 없는가? 띄어쓰기가 잘 되었는가? 」 저자는 “되도록 아이들의 글을 고치지 말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어른이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 버릇을 아이에게 강요하게 될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양육자는 아이가 찾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②발표하기 이 책은 교사를 독자로 상정하고 있어 아이들의 글을 발표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학급문집’을 추천합니다. 양육자가 이를 활용한다면 아이의 글을 엮어 소책자를 만들어볼 수 있겠죠. 가족과 함께 읽어 보며 칭찬하는 시간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단, 저자는 아이의 글을 신문이나 대회에 발표하기 위해 쓰는 활동은 지양하라고 말해요. 상을 받기 위해 글을 쓰다 보면 앞서 말한 ‘꾸밈 글, 거짓 글’을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③글 맛보기와 비평하기 아이와 함께 글을 읽으면서 그 글에 나타난 생각, 생활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솔직하게만 쓴다면 무조건 좋은 글일까요? 왕따를 정당화하거나 길거리 동물에게 해코지했다는 내용이라면 아무리 솔직해도 좋은 글이 될 수 없겠죠. 글 안에 담긴 아이의 생각과 태도가 도덕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대화해야 합니다. 문장이나 표현 등을 살펴보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됩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이 쓴 글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오덕 선생은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글을 예시로 들거든요. 물론 1993년 초판이 출간된 데다, 1970~80년대에 쓰인 글들이 많은 탓에 수록된 예시가 다소 예스럽습니다.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서 일하거나, 부모님께 매를 맞은 내용도 많고요. 그럼에도 어린이들의 순수함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감동을 줍니다. 글감을 정하는 단계에서 이 책에 실린 어린이들의 글을 아이에게 보여줘도 좋을 거예요. 또래 어린이가 쓴 쉬운 글을 보면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테니까요. 우리가 제대로 교육을 하자면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 삶의 실상을 붙잡아야 한다. 아이들을 모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아이들의 마음과 삶의 참모습을 알아내는 데는 아이들이 정직하게 쓴 글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p.69 저는 글쓰기가 자기 표현 교육의 정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아이와 꼭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에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재능이나 흥미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일상에서 함께 글쓰기를 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아이의 진심을 알게 될 겁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관련기사 “‘진도 빼기’가 가장 나쁘다”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중2병 ‘딸의 뇌’ 아시나요? 이땐 공부법도 바꿔야 합니다 "우리의 말은 아이 삶에 흔적을 남긴다" 부모가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 “상처 받는 말 들었다면,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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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딸의 뇌’ 아시나요? 이땐 공부법도 바꿔야 합니다 유료 전용
‘얘가 왜 이러지? 이유가 뭘까?’ 양육자라면 아이를 키울 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뇌는 말입니다. 내 아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보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이죠. 아이가 커가면서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래픽=변소라 디자이너 ━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의 비밀』은 어떤 책인가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의 비밀』은 이런 양육자의 의문과 고민을 뇌 과학에 기반해 풀어주는 책입니다. 부제는 ‘뇌 기반 교육 입문’입니다. 뇌 기반 교육(mind, brain, and education)이라니 조금 생소하신가요? 쉽게 말해 인간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뇌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해 탄생한 분야라고 해요. 교육학·심리학·신경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뇌 발달을 탐구한 결과가 망라돼 있죠. 뇌의 작용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라고 합니다.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의 비밀』은 뇌 과학 전문가 8명의 글을 엮은 책인데요.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A 수자 박사는 교육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뇌 기반 교육에 대해 수년간 상담을 해온 전문가죠. 특히 뇌 과학 연구 결과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신경과학’과 ‘교육학’을 결합한 새로운 교육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이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다그치기보다 아이의 뇌를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책은 말합니다. 공부하는 우리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뇌 과학자들의 조언을 되새기면서 말이죠. ━ ☝뇌를 알면 학습법이 보인다 뇌는 아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책에 따르면 아동기엔 뉴런이 가장 활발하게 형성됩니다. 뉴런은 뇌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단위세포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이들 뉴런 중 선택된 일부가 강화되는데요. 나머지는 점차 소멸한다고 해요. 일종의 ‘가지치기’가 일어나는 거죠. 이런 과정을 겪으며, 뇌는 시기별로 다른 특징을 갖게 됩니다. ① 어린 아이 모방 능력의 비밀 운동 능력의 대부분은 태어나면서 곧바로 길러집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어린아이는 특히 상대의 행동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운동 능력을 기르는데요. 가르친 적도 없는데 상대가 웃으면 웃고, 손뼉을 치면 따라치잖아요. 이건 뇌에 ‘거울 뉴런’이 있어 가능한 겁니다.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아이에게 엄마가 혀를 쑥 내밀었다고 하자. 혀를 내미는 행동을 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직감적으로 따라한다. p.53 거울 뉴런으로 아이는 상대의 행동만 모방하는 게 아닙니다. 입 모양과 억양 등도 익히죠. 아이가 양육자의 말투를 닮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나아가 상대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서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까지 잡아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소통의 필수 요소인 공감과 연민을 배우는 겁니다. 아이가 사회적 인간으로 자라는 데 거울 뉴런이 지대한 역할을 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책은 어릴 때 여러 감정과 행동을 연습할 수 있도록 놀이와 게임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아이가 양육자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또 있습니다. 만약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양육자 자신의 행동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죠. ② 청소년이 ‘중2병’ 걸리는 까닭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다소 허황된 생각을 하는 건 청소년기의 특징이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이유인데요. 10대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건 실은 뇌의 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십 대는 어디로 튈 줄 모르고, 성(性)에 열광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괴물 같은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사실 아주 똑똑하다. 다만 불규칙한 속도로 급성장하는 뇌의 발달에 미처 적응하지 못했을 뿐이다. p.72 뇌의 전두엽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결과가 10대의 튀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 시기엔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것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10대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면 먼저 주의를 끌어야 합니다. 학습 도입부에 주의를 끌지 못하면 그 수업에 집중할 가능성은 희박해지죠. 학습 도중에, 혹은 학습이 끝난 후엔 적절한 피드백을 줘야 학습 효율이 높아집니다. 이 역시 청소년기의 뇌 발달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시기 뇌는 신경 활동에 의해 필요한 시냅스(뉴런 간 또는 뉴런과 다른 세포 간의 접합 관계)만 남기고, 불필요한 시냅스는 제거합니다. 이른바 ‘시냅스 가지치기’가 일어나는 겁니다. 보통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으면서 어떤 뉴런을 활성화할지 정합니다. 이때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받으면 어떤 뉴런의 버튼을 켜고 꺼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죠. ③ 남과 여, 생김새만큼 다른 뇌 이 책의 6장 ‘남성의 뇌, 여성의 뇌’를 쓴 에비게일 노플릿 제임스는 여학교와 남학교에서 모두 교편을 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학생을 지도할 때는 성별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예외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뇌 특성상 남녀 간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책에서는 여성의 뇌 특성에 따라 여학생에게 적합한 학습법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여학생의 경우 청각이나 문자를 이용해 학습하는 게 유리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청각에 더 예민하기 때문이죠. 또한 언어 능력이 발달해 정보를 습득할 때 글을 활용하면 더 오래 기억합니다. 반면, 만지고 조작하는 등 신체를 쓰는 활동에 있어선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뛰어나다고 해요. 인지 방식에 있어서도 뇌에 성별 차가 있다고 합니다. 여학생은 전체적으로 보고, 남학생은 부분적으로 본다고 해요.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면 여학생을 지도할 때는 문서 자료를 바탕으로 세세한 부분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필요가 있겠죠. ━ ☝뇌가 구구단을 기억하는 법 우리 뇌는 모든 정보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잊혀지죠. 전전두엽이라는 대뇌의 피질이 정보를 걸러내기 때문인데요. 기저핵이라는 뇌의 구조물 역시 기억할 만한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작용을 합니다. 뇌가 학습한 내용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저장할 수 있게 하려면 뇌 기능에 맞는 학습법이 필요합니다. ① 문해력은 어휘력이 핵심 학년이 올라갈수록 능숙하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책은 문해력을 높이려면 뇌의 ‘단어 형성 체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단어 형성 체계란 접사와 파생어·합성어 등 단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뜻합니다. 뇌에는 단어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감각과 사고 체계를 연결하는 일련의 경로가 있다. 이러한 경로는 대도시의 입체 교차로 같은 역할을 한다. p.136 특정 단어를 떠올리면 뇌에선 그 단어와 함께 관련 정보를 담은 뉴런이 잇따라 활성화되는데요. 문해력이 높은 사람은 이런 반응이 활발하게 나타나죠. 단어를 파악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다음 단어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어 문장을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은 어휘력을 단련하는 데 있다고 책은 말합니다. 일리노이 읽기 협회가 제안한 단어 공부법을 한 가지 예로 소개합니다. 먼저 교재 지문에서 중요한 단어와 고유명사·관용구를 선택합니다. 학생들은 이들 단어와 관용구로 문장을 완성하고요. 자신이 만든 문장을 다른 친구에게 발표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 자신만의 단어 체계를 공고히 하고 문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② 구구단 노래로 외우기 뇌는 계산을 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아무리 진화를 거듭해 왔어도 수십 가지 곱셈 연산을 외우거나 두 자릿수 뺄셈에 필요한 다단계 연산을 실행할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 것이다. p.157 뇌의 특성상 ‘계산’을 어렵게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이 책의 설명입니다. 아이들이 구구단 외우는 데 애를 먹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친구 이름이나 집 주소, 책 제목 같은 단어들은 억지로 암기하지 않아도 대개 자연스럽게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왜 구구단을 외우는 건 어려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구구단을 외울 때 뇌가 ‘연상 기억’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연상 기억은 패턴을 감지하고 연상하는 뇌의 작용을 말하는데요. 인간의 뇌는 이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구구단을 외울 땐 이 능력이 걸림돌이 돼요. 덧셈과 곱셈이 뒤섞이는 등 패턴에 혼동이 일어나서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곱셈을 배운 뒤 덧셈을 할 경우 2+3=6 같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고 해요. 또 2x3=7이 틀렸다는 것은 금방 알아채지만, 2x3=5가 틀린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요. 그렇다면 구구단은 어떻게 외우는 게 좋을까요? 인간의 뇌는 계산을 어려워하지만, 언어 습득 능력은 뛰어나다는 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연산을 언어처럼 습득하는 거죠. 시나 노래 가사처럼 운율에 맞춰 구구단을 암송하게 하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뇌의 언어 기억 영역에 수식을 기록하는 원리인 거죠. 구구단뿐 아니라 복잡한 수학식을 암기할 때도 적용 가능한 방법입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아이 교육·양육에 대한 정보는 넘쳐납니다. 이런 환경은 양육자와 교사를 혼란스럽게 하죠. 이 책은 이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기획됐다고 해요. 뇌 발달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변하지 않는 진리와도 같으니까요. 이 책은 뇌가 발달해가면서 아이들의 행동 양상이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또 아이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학습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이런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양육자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로부터 한층 해방될 수 있을 겁니다. 양육자는 뇌 발달에 맞는 적합한 학습 방법을 제공하고, 아이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과학적인 설명이 많은 데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이 책을 읽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 뇌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에게 특정한 학습 방법이 똑같이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99명의 아이에게 맞더라도 내 아이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특히 어린아이에게 양육자는 ‘우주’와도 같다는 걸 기억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거울 뉴런’을 다루며 “전통적인 가르침은 아이에게 효과적인 행동 패턴을 보여주고 따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상대를 모방하며 습득하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만큼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이의 뇌를 알면 학습법도 달리 보일 겁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양육자도 변해야 하고요. 김지연 객원기자 futureface00@gmail.com,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관련기사 “‘진도 빼기’가 가장 나쁘다”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7번 읽으면 성적 오른다?…인지과학자 해법은 달랐다, 학습법 넷 “아들은 말 느리고, 딸은 수학 못한다? 성별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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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빼기’가 가장 나쁘다”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유료 전용
hello! Parents가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는 책을 대신 읽어드리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아이의 학습과 성향·관계·양육법 등 다양한 주제에서 고전·역작으로 평가받는 책들의 핵심을 골라 소개하고,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가이드도 제공합니다. ━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어떤 책인가 나의 선택이 아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양육자들이 가진 공통적 두려움입니다. 사소하게는 옷을 입히는 것조차 그래요. 얇은 옷은 감기에 걸릴 것 같고, 두꺼운 옷은 움직임이 불편할까 봐 염려스럽죠. 하물며 교육은 어떨까요. 아이의 진학과 입시에 예민한 양육자가 많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렸으니까요. 특히 21세기의 양육자는 고민이 더 깊을 거예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죠. 보고 따라갈 앞사람의 등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이런 양육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저자 하워드 가드너는 하버드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그는 심리학과 교육이론계의 세계적인 석학이죠. 인간은 8가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의 능력은 각기 다르다는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했습니다. 가드너를 설명하는 말에는 “살아 있는 심리학자 중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라는 수식어도 있어요. 이 책에서 가드너는 현 교육의 문제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앞으로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 방향이란 ‘진실, 아름다움, 선함’을 탐구하는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겁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사에는 변하지 않는 상수가 있습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해도 생명은 죽고요. 세상을 뒤흔들 현대미술 작품이 나와도 이집트의 유물은 그대로 귀중하죠. 인간이 살아가는 한 도덕적인 선과 악은 존재합니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는 상수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가드너가 말하는 교육이란 그것을 깊이 있게 배우는 일이죠. 첨단 교육으로 진화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니, 어쩐지 공허하게 들리시나요?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아마 가드너의 주장에 동의하게 될 겁니다. ━ ☝변화 빠를수록 ‘본질’에 집중하라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작업은 10년마다 바뀐다. 그러나 세계 도처의 학교에서는 현재 학생들의 부모나 조부모가 배웠던 것과 같은 과목을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친다. p.77 가드너가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고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의 기술적 변화는 이전 세기보다 4배나 빠르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전 세계의 7세 아이 중 65%가 지금 없는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고 말하기도 했죠. 2000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년 후의 세상을 정확히 내다보고 있어요. 가드너는 미래의 교육이 컴퓨터에 맞춰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앞으로는 고전적인 3R(읽기·쓰기·셈하기) 교육에 컴퓨터와 프로그램 언어를 추가해야 하고, 통신매체가 세계의 교육을 주도할 게 확실하다고 단언하죠. 100년 전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와 기초적인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춘 보통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조만간 일상적 과정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기능이 전산화될 것이다. 이제 고용주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높은 지식수준과 유연성, 그리고 분쟁조정 능력과 문제 발견 능력을 갖춰야 한다. p.62 가드너는 이제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지식을 분별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말했어요. 특히 무수한 정보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을 정리해 이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개인이나 브라우저가 존경받을 거라고요. 서늘할 정도로 정확한 예측 아닌가요? 오늘날 세상은 정말로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 세계의 기본값은 디지털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어린이 필수 교육과정에 ‘코딩’이 추가됐고요. 기업들은 빅데이터 전문가의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경영전략을 짭니다. 요즘 시대에 정보를 가지지 못한 개인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의 어떤 지식도 몇 초 만에 검색할 수 있으니까요.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지식’을 분별하는 눈이 중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다룰 수 있지만, 정보의 질을 판단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드너는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 우리 삶에는 변하지 않는 상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배움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최종적으로 교육이란 세상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되어주길 바라는 인간상을 만드는 것이다. p.22 가드너는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이 ‘진실’ ‘아름다움’ ‘선함’을 탐구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무엇이 틀리거나 불확실한지(진실), 어떤 것이 추악하고 저속한지(아름다움), 선과 악은 어떤 건지(선함) 분별해 낼 수 있는 힘을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드너는 세 가지 예를 드는데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가 그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육에서 ‘진실, 아름다움, 선함’이라는 진리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죠. ━ ☝‘진도 빼기’ 피하고, ‘체득’하라 교육의 목적은 궁극적인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롭고 경이로운 느낌을 내동댕이치지 않으면서 이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p.244 가드너는 진실, 아름다움, 선함이라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해’라고 말합니다. 내용을 아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사례를 완전히 체득하는 수준의 이해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건 인공지능(AI)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 학문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여기서 주요 학문이란 과학·수학·예술·역사입니다. 이 과목에 대한 수업은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탐구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과학자·수학자·예술가·역사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거든요. 과학적⋅예술적⋅역사적 사고방식을 키워야 하는 것은 단순히 흥미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강력한 세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p.240 초파리 유전 실험을 해 본 아이는 그레고리 멘델의 유전법칙을 이해할 겁니다. 경우의 수를 이용해 월드컵의 승리를 점쳐본 아이는 모호한 것을 분명하게 만드는 수학의 패턴을 알 수 있을 테죠. 피에트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아름다운 이유를 아는 아이는 길가의 건물이나 옷의 무늬에서도 균형미를 느낄 수 있어요. 홀로코스트의 수많은 자료를 직접 찾아본 아이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을 구분하고 기록해 후대에 남기는 일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지식,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이해’는 그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p.29 가드너는 현재의 교육이 ‘이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교재 읽기를 반복하는 수업, 암기 여부를 평가하는 필기시험, 몇 가지 보기를 제시하는 단답형 시험 같은 것들요. 특히 ‘진도 빼기’는 가장 나쁜 관습이라고 주장해요. 제한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지식을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는 결심은 학생들이 그 과목을 진정으로 탐구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입니다. ━ ☝‘진짜 이해’를 위한 4가지 방법 이해에는 왕도가 없지만,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은 있습니다. 그가 다중지능 이론을 정립하게 된 계기였던 하버드대학의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에서 유망하다고 여겨진 이해의 4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① 직접 체험하며 오류 수정하기 고대의 도제제도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 제자는 스승의 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했죠. 스승은 제자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 피드백을 줬습니다. 도제제도를 현실에 적용했을 때 가드너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아이들 수준에 맞는 체험박물관을 찾는 겁니다. 단순히 전시품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몸소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좋다는 건데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검증하고,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렇게 체험한 내용은 머릿속에도 더 오래 남을 거예요. ② 잘못된 개념과 마주하기 아이들은 특정 개념을 자기만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해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수정하지 않으면 이 사고방식은 그대로 굳어지겠죠. 이 때문에 아이가 잘못 이해하는 개념이 있다면 그게 왜 부적절한지 알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스웨터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대신 스웨터를 창밖에 걸어두라고 말하는 겁니다. 만약 스웨터에서 열이 난다면 바깥의 낮은 온도에도 스웨터가 따뜻해야 합니다. 바깥에 둔 스웨터가 차가워졌다면 아이의 이론은 도전을 받게 되죠. 이 과정에서 아이는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고, 이해의 수준이 높아질 거예요. ③ 이해한 바를 발표하기 가드너에 따르면 “이해는 개인이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음악가나 운동선수의 실력을 필기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듯이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세이를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실험하고, 비평하는 행위 등이 이해력을 높이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해를 표현한 성과물이 학생에게 자긍심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요. 이렇게 이해의 결과물이 ‘즐거운 이벤트’가 되면 자연스레 배움의 동기가 생깁니다. ④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 찾기 가드너는 인간이 적어도 8가지 지능을 가지고 있고, 사람마다 발달한 지능이 모두 다르다는 ‘다중지능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개념을 이해할 때도 자기가 가진 지능 유형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배우게 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요. 예컨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떠올리는 토대가 된 여행담부터 들려주고요.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홀로코스트로 살해된 유대인이 ‘600만 명’이었다는 믿기 어려운 숫자를 말해주는 거죠. 예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유대인 수용소의 현실을 담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여줄 수 있을 테고요. 본인에게 맞는 시작으로 흥미를 먼저 갖게 되면 훨씬 더 깊은 탐구를 하기가 수월합니다. 학습의 가장 큰 동기는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죠.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판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1999년에 집필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요. 가드너의 통찰은 예리하고 정확해요. 이상을 말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교육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죠. 교육이라는 희뿌연 개념이 명징해지는 희열을 느끼고 싶은 양육자라면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를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고전이 으레 그렇듯 이 책은 어렵습니다. 문장과 단락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 때문입니다. 막상 책을 펼쳤는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면 본문 각 장의 맨 첫 페이지에 쓰인 명언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을 거예요. 해당 장을 핵심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을 하나씩 뽑아두었거든요.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01. 모든 이들을 위한 교육’과 ‘11. 마무리하며’를 먼저 읽어보세요. 이 책의 내용이 깊이 있게 압축되어 있어 가드너의 생각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겁니다. 급변하는 시대이자 ‘착한 놈’과 ‘나쁜 놈’의 개성이 더 이상 뚜렷하지 않을 때는 많은 이들이 인간다움의 모델을 찾는다. p.386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손꼽힙니다. 덕분에 우리는 코로나 19 팬더믹 속에서도 큰 사회적 혼란 없이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죠. 이 책이 쓰인 2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어요. 그런데 교육은 어떤가요? 이 사실만으로도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또 다를 겁니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인간의 유전자를 바꾸거나 복제하는 기술이 상용화될지도 모르죠. 가드너는 말합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창의성’과 ‘선함’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요. 인간은 도덕적이지 않으면서도 지적일 수 있고, 윤리적이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석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옳은 것을 실행할 사람을 찾는다. 사상가나 창조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찾는다. 우리는 에머슨(Emerson)의 명언 ‘인격은 지적 능력보다 우월하다’는 말을 지지한다. p.386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보다 ‘기술을 따뜻하게 사용하는 인재’가 더 많은 곳이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시작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는 마음에 있을 겁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관련기사 "책 한권 통째로 외울 수 있다"…기록전문가, 비밀의 메모장 '광클교수'에 물었다…100세 시대 '혼공'으로 성장하기, 조건 셋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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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었다가, 건반이었다가…책 아니라고 외치는 그림책 유료 전용
책으로 시작해 다시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책 선생님의 말랑말랑 책방〉은 ‘책 싫어하는 아이도 웃게 하는 마성의 책’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마지막 회는 책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줄 책들로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소개한 책의 이야기들은 아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일상 속에서 창의성과 표현력을 길러내는 법을 안내했습니다. 수학적 사고와 영어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법도 다루었습니다. 그렇게 말랑해진 사고와 마음을 갖고 또 한 번 책 속으로, 그리고 책 바깥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방법을 이한샘 서울 미래초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유튜브, 게임, 소셜미디어(SNS)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에게 책을 내밀어 봅니다. 휙 훑어보더니 ‘다 읽었어요’ 하고 빠르게 책을 덮는 아이가 많습니다. 책 읽기를 재미있는 경험이 아니라 빨리 해치워야 할 과제로 여기는 탓이 클 겁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즐겼으면 하는 양육자들의 마음속엔 그 책을 딛고서 더 넓고 큰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텐데요. 아이와 함께 네모난 책 속 세상에 흠뻑 빠져 보길 추천합니다. 서점에 가고 전시도 둘러보면서 책이 열어준 가능성을 확장해 보세요. ━ 나를 알고 책을 알라 『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역, 보물창고) ⓒ보물창고 제목이 『책 』이라니 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듯, 이 책의 가치도 제목만으로 넘겨짚으면 안 됩니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표지의 제목 글씨만큼이나 묵직하거든요. 이야기는 책 속에 사는 가족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책 세상은 책장이 닫히면 깜깜한 밤이 되고,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 됩니다. 가족들도 책장이 열려야 잠에서 깨어나요. 책 세상, 이야기를 여닫는 건 독자에게 달린 거죠. 우리가 책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그림은 조감도로 표현돼요. 등장인물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어요. 이렇듯 종이책 속 세상(등장인물)과 바깥세상(독자)이 따로, 또 같이 연결돼 존재하고 있죠. 주인공 소녀는 책 속에 사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책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합니다. 광대인 아빠와 소방관인 엄마,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오빠는 각자 책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소녀에겐 자신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 길로 이야기를 찾는 여정에 나서요. 빨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지 않으면 독자들이 책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죠. 소녀는 동화, 추리소설, 역사소설 등 여러 장르의 책을 넘나들며 다양한 등장인물을 만납니다. 하지만 어쩐지 모두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소녀는 끝내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결국 인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소녀처럼 자기만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이도 적지 않을 겁니다. 소녀가 독자의 시선을 신경 쓰듯 우리는 다른 이들의 눈길에 위축되곤 합니다. 책 세상 속 소녀의 여정을 끝까지 눈여겨 보길 권합니다. 자신의 결핍을 받아들이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직접 자신의 길을 찾게 된 이야기를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취향을 찾지 못한 아이,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책 속에서 거위를 만난 주인공이 고개를 들어 책을 읽고 있는 우리(독자)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잖아. 고개를 든 소녀와 눈이 딱 마주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주인공 아이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니? 📌이런 활동을 해 보세요 -주인공 아이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소녀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기로 합니다. 소녀처럼 우리도 작가가 된다면, 나에 관해 어떤 내용의 책을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의 표지를 그려보는 활동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예시] “하루 중 급식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한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는 1년 급식 메뉴를 그림으로 그리고, ‘내’가 느낀 맛을 소개하고, 평점을 매긴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 ━ 책이 아닌 책 『이건 책이 아닙니다』 (장 줄리앙 글·그림, 키즈엠) ⓒ키즈엠 왼쪽에는 모니터 화면이, 오른쪽에는 컴퓨터 자판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옆으로 책을 눕혀 펼치니 영락없는 ‘노트북’입니다. 마음 급한 아이라면 벌써 책 속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것의 변신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어떤 장에서는 입을 쩍 벌린 괴물로 등장했다가, 다른 장에서는 악보를 펼쳐 둔 피아노 건반이 돼요. 아이들의 공연 무대, 책 읽기 좋은 푹신한 소파처럼 일상의 공간이 펼쳐지기도 하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입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마지막 장,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에 양손을 각각 그려두고 셀프(?) 박수를 유도할 때는 피식 웃음도 나옵니다. 이 책에는 주인공도, 맥락이 있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저 ‘책이란 정자세로 쥐고, 글과 그림이 있는 이야기를 보고, 읽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래야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한결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책을 돌렸다가 펼쳤다가 또 닫아보고 두드려도 보면서 신기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죠. 작가의 의도야 알 수 없지만, 표지 그림이 ‘문’으로 표현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을 열면 일상을 더욱 유연하게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세상과 만나게 되잖아요. 이제 우리가 그 문을 두드릴 차례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책에 거부감이 있거나 독서 경험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글을 읽거나 그림을 감상만 하는 걸로만 책을 즐기기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우리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까? [예시] “집에 있는 책을 활용해 길을 만들어보고, 책 탑을 쌓아 봐요.” “책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봐요.” 📌이런 활동을 해 보세요. -이 책의 작가 장 줄리앙은 일상을 위트 있고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입니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북에 기록한다고 해요. 마침 작가의 전시(‘그러면, 거기’)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년 1월 초까지 열립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전시도 둘러보세요. 그림책에서 본 작가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는 반가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 어떤 책을 만날까 『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온다) ⓒ온다 ‘있으려나 서점’엔 없는 책 빼고 다 있습니다. “조금 희한하고 이상한 책이 있냐”고 물으면, 푸근한 인상의 주인아저씨가 “있다마다요!” 하고 찾아서 꺼내주는 상상 속 서점이지요. 주로 파는 건 책에 관한 책들입니다. 책을 향한 깊은 애정과 상상력을 묶어낸 여러 단편 이야기들이죠. 예를 들면 ‘작가의 나무 키우는 법’에서는 책이 열매처럼 열리는 나무가 나옵니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케이크를 자르는 대신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신부가 부케 대신 책을 던지는 ‘서점 결혼식’ 같은 이야기도 있어요. ‘책, 그 후’는 버려진 책의 운명을 그려냅니다. 다 읽은 책, 너덜너덜해진 책들이 재활용 센터로 갑니다. 그곳에서 책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됩니다. 재질에 따라 나뉘기도 하고요, 이야기, 작가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다시 기쁨, 슬픔 같은 미세한 감정으로 재분류돼 사회 곳곳에 녹아듭니다. 작가의 감수성은 조금 특별한 곳, ‘전수(傳受)센터’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전문 기술자가 선발한 미래의 작가에게 전달돼요. 비밀 요원들이 감수성이 끼워진 독침을 훅 불어 아이에게 쏩니다. 아이는 따끔한 통증과 함께 감수성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되죠. 책은 버려져도 단순히 폐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대대로 이어지며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상 속 서점인 ‘있으려나 서점’에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지만, 현실에선 서점의 위기를 말하는 이가 많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겠죠.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도 이 상황이 많이 안타까웠나 봅니다. 있으려나 서점에서 파는 책을 통해 ‘서점이란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부모의 그림과 함께 ‘장차 탄생할 명작을 위해 투자하는 곳’이란 설명이 마음을 사로잡아요. 가까운 주말, 명작에 투자하러 서점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 ‘있으려나 서점’에 가면 너는 어떤 책을 읽고 싶어? 책에서 소개된 책도 좋고, 네가 직접 ‘책에 관한 책’ 이야기를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아. 📌이런 활동을 해 보세요 -아이와 함께 서점 나들이를 가보세요. 빼곡하게 꽂힌 책들을 직접 살펴보며, 제목이 재미있는 책을 고른 후 책을 펴지 말고 내용을 상상해 보세요. 책과 관련한 물품도 다양하게 탐색해 보세요. 서점에 가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고르기’ ‘상상하기’ 만으로도 책을 즐겨볼 수 있어요. 」 관련기사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Hey! Yes! 한 단어로 말한다…영어 울렁증 아이 웃게한 책 “보도블록에 사슴이 있어요!” 당장 산책을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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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Yes! 한 단어로 말한다…영어 울렁증 아이 웃게한 책 유료 전용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읽게 하라고 권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래야 영어 실력이 쌓인다고요.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영어에 자신 없는 아이와 양육자에게 영어 그림책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죠.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부터 막히는 걸요. 그런 분들을 위해 김여진 서울 상신초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김 선생님은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18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번역가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엄청나게 커다란 소원』뿐 아니라 『달팽이 헨리』『나는 ( ) 사람이에요』 등 20권이 넘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영어 원서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을 쓰는 데 공을 들이신다고 해요. 김 선생님은 “한국어는 곱씹을수록 고소한 가래떡 같다면 영어는 오렌지처럼 새콤달콤하다”고 말합니다. 번역가 선생님이 엄선한 책을 읽으며, 익숙하고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우리말과는 다른 낯설고 새로운 영어의 말맛까지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선생님, 영어 그림책 읽어주셔도 전 무슨 말인지 몰라요. 영어 쓰레기거든요.” 새 학기,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꺼내들자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입니다. 일주일에 세 시간 영어 수업이 그 아이에겐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요? 쉽고 재미있는 영어 그림책을 꺼내들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장담하는데, 너 완전 잘 읽을 수 있어! 두고 봐! 영어도, 책도 즐기게 만들어 줄게.” 짧지만 마음이 통하는 책, 낯선 언어로 쓰였지만 친숙한 이야기, 소리 내어 읽으면 영어만의 리듬과 말맛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 여기 있습니다. 영어, 잘 못 해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이란 언어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 그림책의 매력이거든요. ━ 단어 하나로 마음을 나누는 법 『Yo! Yes?』(크리스 라쉬카 글·그림, Scholastic) ⓒscholastic 『Yo! Yes?』 1994년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큰 상을 받았지만 유려한 문장이나 거창한 스토리, 화려한 그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직관적인 그림과 마음을 두드리는 짧은 한두 마디가 이 책의 전부입니다. 등장인물도 이름 없는 두 아이뿐입니다. 왼쪽엔 피부가 검은 아이가, 오른쪽엔 피부가 흰 아이가 있어요. 처음 만난 둘 사이는 서먹해 보입니다. 무언가 말이 필요한 순간이죠? 왼쪽 아이가 먼저 용기를 냅니다. “Yo(야)!” 그러자 다른 아이가 “Yes(응)?”라고 답하죠. 다시 왼쪽 아이가 “Hey(야)!” 하고 말을 붙여요. 오른쪽 아이는 “Who(누구? 나한테 말 거는 거야)?” 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죠. 왼쪽 아이는 굴하지 않고 “You(너 말이야)!” 하고 손으로 상대 아이를 가리킵니다. “Me(나)?” 오른쪽 아이는 놀라면서도 내심 반가워해요. 책이 끝날 때까지 둘이 주고받는 대화는 이렇게 한두 단어로만 이뤄져요. 데면데면했던 두 아이가 친구가 되는 데는 긴말이 필요하지 않았죠. 영어가 서툰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채더군요. 언어란 그게 우리말이든, 영어든 결국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도구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간단한 영어 한두 마디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영어책 하나 뚝딱 읽었다는 성취감이 필요할 때 읽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영어가 서툴고 두려운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놀이터에 슬퍼 보이는 아이가 혼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봐. 넌 아이에게 어떤 말을 걸어볼 것 같아? 책 속에 나오는 영어도 좋고, 우리말로 해도 좋아. [예시]“시소를 타고 싶어서 그런데 나 혼자는 탈 수가 없어. 나랑 같이 타 줄래?”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한 두 단어로만 이루어지는 대화를 해 볼까요? 물건 이름을 써도 좋고,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나 감탄사를 써도 좋아요. [예시] 시무룩한 표정의 아이에게 아빠가 말을 걸어요. 아빠 : Okay? 아이 : No. 아빠 : Why? 아이 : Hungry. 아빠 : Oops! 아이 : Please! 아빠 : Chocolate? 아이 : Yes! 아빠 : Yes? 아이 : Love it! 」 ━ Grandma 말고 Halmoni(할머니) 『Where’s Halmoni?』(줄리 킴 글·그림, Little Bigfoot ) ⓒLittle Bigfoot “선생님, 제목에 영어가 틀린 것 같아요. Where’s ‘grandma (할머니 어디 계시지)?’라고 해야 맞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마다 듣는 질문입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그제야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책 속엔 Halmoni(할머니)뿐 아니라, Noona(누나), Ho-rahng-ee(호랑이)처럼 영어로 표기한 우리말이 많습니다. 혀를 잔뜩 꼬부려서 이런 단어들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누구는 웃고 누구는 따라 하느라 교실이 한순간 시끌벅적해지죠. 영어책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게 이 책만의 매력입니다. 영어와 한글이 병기된 데다 전통 민화풍 그림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도깨비, 구미호처럼 전래동화에 나오는 요소가 등장하거든요. 서양 아이들에게 익숙한 모험과 판타지, 우리 아이들에게 익숙한 옛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죠. 이야기는 남매가 할머니 댁에 도착하며 시작됩니다. 영어로만 말하는 이 남매가 ‘할머니(halmoni)’하고 부르는데, 통 보이질 않으시네요. 이상한 동물 발자국이 할머니 방에 쿡쿡 찍혀 있을 뿐이었죠. 원래 없었던 벽장이 하나 있는 걸 보고 남매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부터 판타지가 시작돼요. 신묘한 느낌이 물씬 나는 낯선 곳에서 남매는 토끼 한 마리를 만나요. 대화를 시작하는데, 양쪽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니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는 남매는 남매대로, 우리말을 쓰는 토끼는 토끼대로 너무 답답하겠지만, 보는 우리는 그 상황이 그저 웃깁니다. 호랑이 발자국을 보고 놀란 토끼가 말을 쏟아냅니다. “앤드 엄청 길고 엄청 커! 아주 커. 그냥 큰 게 아니야. 베리 커. 나보다 아주 많이.” 남매는 이렇게 추측하죠. “Do you think it’s talking about a fox or a raccoon? Or maybe an angry giant squirrel(여우나 너구리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화가 난 아주 큰 다람쥐)?” 남매는 이 난관을 뚫고 어떻게 하면 할머니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도, 두려워하는 아이도 모두 재미있어하는 책입니다. 동서양의 언어와 문화가 융합된 이야기 속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그래서 더 신선한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림책 속 벽장처럼 우리 주변에도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을 것 같아. 어디가 그런 곳이 될 수 있을까? [예시] “욕조 속 물이 빠져나가면서 저도 같이 물과 함께 흘러가면 판타지가 시작될 거서 같아요.”,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 요정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서로 다른 언어(영어, 한국어)를 사용해서 엉뚱하게 이해하는 상황을 상상해서 대화를 써봅시다. 등장인물은 사람과 요괴, 동물이나 사물 무엇이든 좋아요. [예시] 여자아이가 It’s a piece of cake! (식은 죽 먹기야!)이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들은 호랑이는 한국말로 뭐라고 엉뚱하게 답했을까? “나한테 케익을 준다고?” 」 ━ 주문대로 하다 보면 어느새 깔깔 『I say OOH you say AAH』(존 케인 글·그림, Templar publishing) ⓒ Templar publishing 조용히 눈으로 묵독하며 읽어도 충분한 그림책이 있지요? 이 작품은 그렇게 읽으면 반쪽짜리 감상에 그치게 됩니다. 왜 그런지 살펴볼까요? “When I say OOH you say AAH as loudly as you can. Are you ready(내가 ‘우’라고 말하면 너는 가능한 한 크게 ‘아’라고 외쳐. 준비됐어)?” ‘우’ 글자가 나오면 ‘아’를 외치라고? 뭐! 그 정도야! 하고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Now, if you see the colour RED pat your HEAD(빨간색을 발견하면 네 머리를 톡톡 쳐).” 빨간색이 나오면 머리를 톡톡 치라고? 알았어. 별로 어렵지 않지! 하고 또 한 장을 넘깁니다. 그러자 빨간색으로 가득 찬 페이지 안에 OOH 글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책이 시킨 대로 머리를 치면서 ‘아! 아! 아!’ 외쳐봅니다. 좀 멍청해진 기분이지만 웃음이 나오죠. 책의 주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When you see an ANT you say UNDERPANTS.” 개미가 보이면 ‘속옷’이라고 외치라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또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한 장을 넘기니 개미 한 마리가 보여요. “UNDERPANTS(속옷)!” 하고 외쳤는데, 돌아오는 답이 이렇습니다. “I Beg your pardon, that’s a bit RUDE(뭐라고? 좀 무례한 것 아냐)!” 작가는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미션으로 제시해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고 다음 상황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책과 ‘티키타카’, 상호작용하는 즐거움이 있죠. 비슷한 소리의 단어들끼리 짝을 지어 영어로 말하는 말맛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미션 수행, 게임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책 속에는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가 많이 있어. 함께 찾아보고 무슨 뜻인지 이야기를 나눠볼까? [예시] Silly, RUDE, sad, LOUD, frightened, quiet, lovely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책에 나오는 것처럼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주문을 만들어봅시다. 만든 문장의 지시에 따라 활동을 해봐요. [예시] “When I say (WOW) you say (AMAZING!)” “If you see the color (BLUE) shake your (legs).” “When you see a (rabbit) you say (CRAZY)!” 」 관련기사 영어 유치원 다니는데도…영어 안 느는 아이의 공통점 “보도블록에 사슴이 있어요!” 당장 산책을 가야 하는 이유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폭발한 오른손, 왼손에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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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에 사슴이 있어요!” 당장 산책을 가야 하는 이유 유료 전용
창의성은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일단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보는 겁니다. 매일 걷는 똑같은 길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거리 곳곳에 자연과 일상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준비해 두었거든요. 지금 당장 산책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들을 서울 불광초등학교 김다혜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무르익은 가을이 뚝뚝 떨어지는 11월 중순입니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단풍은 낙엽으로 수북이 쌓여갑니다. 스러지는 이 가을을 특별한 순간으로 붙잡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보세요. 입을 크게 벌리고 늦가을 햇살을 한가득 머금어 보고, 바닥에 뒹구는 돌멩이도 요리조리 살펴보세요. 스쳐 가는 구름과 낙엽 더미에서 친구들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 봐요. 익숙한 길에서 색다른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 일상의 우연이 만든 친구들 『걷다 보면』(이윤희 글·그림, 글로연) ⓒ글로연 길바닥의 흥건한 물 자국, 점자 보도블록, 벽 사이 갈라진 틈. 걷다 보면 흔히 보이는 장면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흔하디흔한 풍경일 테죠. 하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시각을 바꾸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떠나 볼까요.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거리를 내려다본다고 상상해 봐요. 눈을 어지럽히는 알록달록한 색도 지워 보세요. 가장 먼저 사슴이 나타날 겁니다. 깨져서 푹 파인 보도블록 형상이 만들어낸 친구입니다. 이리저리 뻗어 나간 점자블록은 비둘기와 어우러져 커다란 어미새로 변신합니다. 바닥 물기는 정원을 가꾸는 거인이 되기도 하고, 우산을 잡고 여행을 떠나는 마법사가 되기도 하죠. 길 안내선의 갈라진 틈에선 생쥐가 여우에게 꽃을 선물합니다. 반나절 산책길에선 이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렇게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어둑해질 무렵 다시 친구들을 찾아봅니다. 과일 파는 좌판은 사라지고, 나무 그림자 방향도 달라졌어요. 떨어진 꽃잎이 만들어낸 악어는 바람에 날려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우연이 만들어낸 친구들은 내일은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안고 다가올 겁니다. 이 책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글이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 비슷한 장면들을 찾아보아요. 오늘 산책길엔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길을 걸으며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 속엔 글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숨어 있는 친구들이 많아. 사슴이 나오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동물이 보일 꺼야.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에도 다른 동물들이 숨어 있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이 그림책 속 아이처럼 산책길 내 주변을 자세히 관찰한 뒤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사진을 찍고 나만의 친구와 이야기를 기록해봅시다. ⓒ김다혜 [예시] 담벼락을 자세히 보니 말이 쌩쌩 달리고 있어요.하얀 갈기가 무척 멋지네요. ⓒ김다혜 [예시]길가의 전봇대가 하늘에 동동 떠다니는 음표 같아요. 」 ━ 세상을 만나는 커다란 질문 『나 진짜 궁금해!』(미카 아처 글·그림, 김난령 옮김, 나무의말) ⓒ나무의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어느 화창한 오후입니다. 소파에 엎드려 책 읽고 낮잠 자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지내기엔 창밖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두 아이도 산책을 떠나기로 마음먹어요. 아이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따뜻한 햇살입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려 온몸으로 햇살을 맛봅니다. 한가득 햇살을 머금자 아이의 머릿속엔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해는 세상의 전등일까?’ 아이들은 다리를 건너다 물안개를 지나고 넓은 들판 뒤로 펼쳐진 산을 만나요. 물안개는 강의 이불일까? 숲은 산의 털옷일까? 문득 궁금해지죠. 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비가 내리면 두 팔 벌려 온몸으로 비를 맞죠. 온 감각을 열고 자연을 받아들이면서 아이들은 만나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콜라주 작품들입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그림 속엔 자연의 생명력과 아이들의 반짝이는 호기심이 넘실넘실 어우러져 있습니다. 직접 자연 속을 누비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게 만듭니다. 온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일렁이는 가을날, 궁금한 질문들을 모아 볼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질문 마니아,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주인공은 해를 보며 ‘해는 세상의 전등일까?’ 궁금해했어. 해와 전등엔 어떤 공통점이 있길래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학교 운동장 등 우리 동네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떠올려 보아요. 일주일 동안 내가 선택한 장소에 있는 대상들을 유심히 관찰해봅시다. 그곳에서 만난 대상에 대해 그림책 주인공들처럼 ‘A는 B일까?’라고 묻는 비유법으로 질문을 던져 보세요. 떠오르는 질문을 영감 수첩에 기록해 보아요. ⓒ김다혜 」 ━ 주운 돌멩이도 다시 던져야 하는 이유 『안녕, 돌멩이야 』(주세페 칼리체티 글, 노에미 볼라 그림, 김지우 옮김, 단추) ⓒ단추 놀이터에서 돌멩이로 꽃잎을 찧고, 바닷가에서 예쁜 조약돌을 찾아 헤맸던 적이 있으신가요? 돌멩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장난감이죠. 지천에 널린 각양각색의 돌멩이를 던지고, 긁고, 찍고, 굴리고, 모으면서 아이들은 자랍니다. 이 책도 한 아이가 마음에 쏙 드는 돌멩이를 만나며 시작됩니다. ‘똑똑똑, 돌멩이야 안녕? 문 좀 열어 줄래? 내가 들어가도 될까?’ 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네요. 하지만 돌은 묵묵부답입니다. 아이는 굴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쏟아냅니다. 돌멩이 안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웃는지, 잠은 자는지. 아이는 돌멩이가 무척 궁금합니다. 돌멩이도 결국 아이의 순수함에 마음의 문을 열고 답을 해요. 둘 사이의 대화는 관계를 맺는 법까지 이어집니다. ‘우린 친구냐’고 아이가 묻자 돌멩이는 ‘아니’라고 돌직구를 날립니다. 만나서 몇 마디 나눴다고 다 친구가 되는 건 아니라고요. 자주 바라보고 가끔 만져도 줘야 친구라고 말해 줍니다. 또 오래도록 우정을 이어가려면 던졌다가 줍고 다시 던졌다가 주워야 한다는 지혜도 알려줍니다. 대화의 여운을 품은 채로 내 주변을 둘러보세요. 연필, 지우개, 가위, 풀, 책, 휴지 등 주위에 있는 대상에 그림책 속 아이처럼 인사를 건네고 질문을 던져 보는 거예요. 그 물건은 어떤 대답을 할까 상상해 보면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깊게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돌멩이가 생각하는 ‘우정’은 돌을 주워도 다시 놓아 주어야한다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내가 궁금한 대상을 본격적으로 탐색해 보아요. 마인드맵을 활용해 그 대상에게 궁금한 질문과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보아요. 내가 궁금한 대상은 나의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요? 답도 함께 적어보아요. 내가 그 대상이 되어 상상하여 적어도 좋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봐도 됩니다. ⓒ김다혜 」 관련기사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폭발한 오른손, 왼손에 한 일 무거운 슬픔과 마주한 당신 “참지마, 그냥 울어도 돼” “엄마, 소파가 말을 걸어요!” 상상력 키우는 ‘홈 놀이법’ “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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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폭발한 오른손, 왼손에 한 일 유료 전용
혼자인 게 더 편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1인 가구가 나날이 늘고 있고 혼자 먹는 밥,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은 일상의 풍경이 됐죠.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둘이, 여럿이 힘을 보태야 이룰 수 있고, 그 순간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조금 불편할지라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을 서울 탑산초등학교 조시온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꼭 모둠으로 해야 하나요? 혼자 하면 안 돼요?” 모둠 과제를 할 때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성격도, 취향도 다른 아이들이 만나 부대끼며 한 뜻을 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때론 나 혼자 과제를 다 하는 것 같아서 억울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함께하면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부족한 나 역시 친구의 도움으로 성장합니다. 혼자였을 때 보지 못한 근사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여기 그림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책 읽는 즐거움이 커질 겁니다. ━ 내 등을 내어줄게 『달팽이 헨리』(카타리나 마쿠로바 글·그림, 김여진 옮김, 노는날) ⓒ노는날 갓 알에서 태어난 달팽이 헨리는 어디든 기어오르려고 합니다. 여느 달팽이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줄기에 매달리려고 해도 주르륵 미끄러지기만 해요. 헨리는 점액질이 없이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오직 바닥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어요. 그래도 헨리는 실망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어디든 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 꿀물로 목욕을 해 보고, 송진 한 방울을 몸에 떨어트려도 봐요. 마냥 좌절하지 않고 부지런히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다 자기 몸보다 커다란 나뭇잎을 씩씩하게 들고 가는 개미를 보고 희망을 발견합니다. 힘이 세지면 점액질 없이도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헨리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어느새 줄기에 매달릴 수만큼 튼튼해집니다. 드디어 헨리는 정원에서 가장 키가 큰 꽃의 줄기를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간쯤 올라가서 멈추고 맙니다. 점액질 없이 끝까지 올라가는 건 너무 까마득해 보였거든요. 그때 헨리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던 민달팽이가 다가옵니다. “너처럼 달팽이집을 갖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헨리에게 등을 내어주죠. 헨리는 민달팽이를 타고 꽃의 꼭대기에 올라 마침내 근사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함께 해야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타인과 함께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도 있지요. 아마 집이 없는 민달팽이도 헨리를 업고 잠시나마 자기 집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부족한 존재죠. 나의 결핍을 채우고, 더 멋진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상대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자신의 약점이 고민인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점액질이 없는 달팽이 헨리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키운 힘은 각종 재주를 부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되죠 . 헨리처럼 내가 갖고 있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헨리를 응원하며 등을 내어준 민달팽이처럼 친구의 고민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쪽지를 써봅시다. (1) 달팽이 헨리에게 점액질이 없는 것처럼 내가 약점으로 생각하는 나의 고민을 쪽지에 적어봅시다. (2) 친구가 쓴 쪽지를 읽어보고 민달팽이처럼 사려 깊은 응원의 말을 적어주세요. 」 ━ 맞잡은 두 손 『왼손에게』(한지원 글 그림, 사계절) ⓒ사계절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 문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의 말일까요? 바로 오른손입니다. 가만 보니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 모두 오른손의 일입니다. 그런데 시계, 팔찌, 반지 등 근사하고 반짝이는 것은 늘 왼손의 차지였죠. 오른손이 억울함을 쏟아낼 법도 합니다. 어느 날은 오른손이 왼손에게 매니큐어를 정성스럽게 발라줬습니다. 곧 반짝거릴 자신의 손톱을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왼손이 엉망으로 매니큐어를 칠해 주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오고 가는 말이 격해지더니, 둘은 한바탕 주먹다짐을 합니다. 오른손, 왼손처럼 서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지만 사소한 일들이 쌓여 갈등이 깊어졌던 친구나 가족이 있을 겁니다. 책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결국은 손잡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화해의 다리는 불청객 모기가 놓아줬습니다. 모기에 물린 왼손은 물린 자리가 빨갛게 부어올라 가렵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때 오른손이 조용히 다가와 벅벅 긁어줍니다. 그리고 둘은 힘을 합쳐 ‘짝’ 소리를 내며 모기를 잡습니다. 왼손은 오른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른손도 왼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여러분이 오른손이 되어 왼손에게 마음을 전해 봅시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족, 짝궁 등 함께 지내는 가까운 사람과 자주 싸우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왼손은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일이 많았어요. 그때 누군가로부터 불평의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오로지 손만 등장합니다. 각 장면의 손짓을 직접 따라 하면서 역동적으로 읽어 볼 수 있답니다. 다른 사람과 오른손. 왼손의 역할을 정해 그림책에 나오는 장면과 대사를 실감 나게 따라 하면서 손 인형극을 해봅시다. -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오른손이 왼손에게 할 말을 적어봅시다. [예시]“고맙긴... 앞으로도 우리가 협력하면 불가능이란 없을 거야. 우린 연필과 지우개처럼 뗄 수 없는 존재니까.”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줄다리기』(조시온 글, 지우 그림, 씨드북) ⓒ씨드북 “청군 이겨라! 홍군 이겨라!” 만국기가 펄럭이는 하늘 아래,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메웁니다. 청군과 홍군의 줄다리기 경기가 펼쳐지고 있네요. 키와 몸집이 큰 청군에 비해 홍군은 영 비실비실해 보입니다. 초록 리본을 경계로 줄을 맞잡고 선 두 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고, 1차전 승리는 청군에 돌아갑니다. ‘오늘을 위해 밥을 두 그릇 먹었다’는 홍군 아이의 결의가 무색하게 말이죠. 청군 아이들의 힘과 위용에 홍군이 압도당한 겁니다. 나머지 경기도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홍군에 반전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2차전이 시작된 직후 갑자기 벌이 날아든 겁니다. 겁이 난 청군 아이들은 급격히 흐트러집니다. 이 기회를 홍군은 놓치지 않습니다. ‘영차영차’ 박차에 맞춰 끝까지 힘을 합친 끝에 승리를 끌어내죠. 1대1 무승부, 이제 최종 승부를 가를 단 한 번의 경기만 남겨 놓은 상황입니다. 체급에서 밀리는 홍군은 이번엔 어떻게 승기를 잡으려 할까요? 승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줄다리기』는 삶의 자세에 대한 책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연대,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침착함이 촘촘히 연결돼 승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려주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란 사실을,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더불어 함께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도 전합니다. 승리에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방울방울이 모여 물줄기를 이루듯 함께 이룬 이 순간을 기억해.”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줄다리기처럼 단체 경기를 앞두거나 해 본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경기가 한창인데 우리 팀이 지고 있는 것 같을 때, 관중에게 그리고 같은 팀원들에게 어떤 응원의 말을 듣고 싶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책에서는 경기 중인 아이들과 관중의 표정, 경계가 되는 초록색 리본의 위치를 통해 어느 팀이 이기고 있는 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해설 위원이 되어 책 속 줄다리기 경기를 생중계하는 대본을 만들어 봅시다. 그 대본을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직접 경기를 구현해봅시다. 」 관련기사 무거운 슬픔과 마주한 당신 “참지마, 그냥 울어도 돼”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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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슬픔과 마주한 당신 “참지마, 그냥 울어도 돼” 유료 전용
파티를 즐기러 간 사람들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온 사회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부정, 슬픔을 받아들이는 1단계라고 합니다. 그다음은 화가 난대요. 분노의 2단계입니다. 3단계는 타협입니다. 상실에 대한 죄책감과 되돌리고 싶은 욕구가 타협하는 겁니다. “그때 파티하러 가는 아이를 말렸다면….” 이런 생각을 하죠. 4단계는 절망입니다. ‘절망’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것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단계가 가장 힘듭니다. 공허하고 우울하거든요. 이 모든 단계를 거쳐 다다른 마지막은 수용입니다. 괜찮아지는 게 아닙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요? 슬픔을 위로하는 그림책을 권합니다. 서울 서강초등학교 임수경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선생님, 마음이 이상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마주한 아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제가 대신 아파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죠. 제가 찾은 답은 그림책입니다. 글밥의 부담이 적어서, 그림이 함께 있어서 아이가 위로와 평화를 얻을 수 있거든요. 아이나 보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셨다면 단단히 오해하신 겁니다.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는 무거운 슬픔에 마주한 모든 분께 권합니다. ━ “참지 마. 울어도 돼.” 『고래옷장』(박은경 글, 김승연 그림,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이 그림책을 보면 눈물이 터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고래옷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거든요. ‘참지 마. 네 마음 다 알아.’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옷장으로 들어갑니다. 옷장 속은 웅덩이가 너무 많아, 반드시 장화를 신고 건너가야만 하죠. 산호와 물고기, 심해 벌레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곳은 옷장 속이 아니라 고래 뱃속 같습니다. 차오르는 눈물을 모른 체하고 낯설고도 신기한 분위기에 취할 때쯤, 책 한가운데에서 날개가 달린 책장을 만납니다. 날개를 펼쳐보세요. 커다란 고래가 나타나선 다정하게 말합니다. 바다처럼 눈물을 쏟아도 등으로 다 뿜어주겠다고요. 사려 깊은 고래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네가 울면 따라서 깊은 소리로 울어주겠다고요. 아이는 그제야 눈물을 터뜨립니다. 슬픔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고래가 분수처럼 뿜어내는 물에 아이의 눈물이 겹쳐 보입니다.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네요. 시원하게 한바탕 울고 난 아이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을 겁니다. 아이가 옷장 밖으로 나오네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감정을 참는 것에 익숙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너도 소녀처럼 눈물을 시원하게 터뜨려본 적이 있니? 다 울고 나서 기분이 어땠어? [예시] 예전에 학교에서 억울하게 혼이 난 적이 있었어요. 울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꾹꾹 참다가, 집에 가서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렸죠. 다 울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후련하더라고요. -울음을 끌어안는 고래 옷장처럼, 네 옷장은 어떤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예시] 제 옷장은 아픈 감정뿐 아니라 기쁜 감정까지 같이 감싸 안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일이나 신나는 일이 있을 때 들어가서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도록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소녀는 울고 싶을 때마다 고래 옷장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갈 거야. 너라면 옷장 속을 어떻게 건너가겠니? 행동으로 표현해볼래? [예시] 저라면 데굴데굴 굴러갈 거예요. 굴러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아픔이나 슬픔이 잊힐 수도 있으니까요. -소녀가 흘린 눈물을 고래가 대신 뿜어준대. 고래가 눈물을 뿜을 때 어떤 소리가 날까? 몸짓으로 흉내 내면서 자유롭게 표현해보자! [예시](몸을 한껏 웅크리고 구부리며) 뿌우우 」 ━ “어쩔 수 없다면, 마음 서랍을 만들어 봐!” 『풍선 다섯 개』(김양미, 시공주니어) ⓒ시공주니어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세 자매도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죠.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괴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전학 간 학교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빠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곰처럼 잠만 자고요. 가끔 가는 엄마 집은 너무 좋은데, 그래서 슬프죠. 조금만 덜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원한 이별이 아닙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어쩌지 못하는 그 마음을 아이는 적어 서랍 안에 넣습니다. 금세 서랍은 마음으로 가득 차고요. “선생님, 책을 읽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꼭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이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될 것 같니?” 이 책의 매력은 결말입니다. ‘마음 서랍 덕분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어요’라고 끝나지 않거든요. 마음 서랍이 넘칠 때마다 아이는 주변 어른에게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종종 가족 여행을 가기도 하고요. 풍선 다섯 개를 달고 가족들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납니다. “아이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씩씩해질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슬픔을 준 상황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헤어진 엄마와 아빠가 다시 같이 살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 상황을 아이는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아이들의 말처럼 씩씩해지는 겁니다. 네,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예기치 못한, 그리고 어쩌지 못하는 상황으로 아파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에 나오는 아이는 마음 서랍에 어떤 마음을 적어 넣었을까? -너라면 아이에게 무엇이라고 이야기해줄래? [예시] 헤어져서 사는 가족들이 그립다고 적어넣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저라면 아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여주고 ‘가족들은 너를 사랑해’라고 이야기해줬을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그림책에는 감정을 넣어둘 수 있는 마음 서랍이 나옵니다. 서랍 속엔 그리운 마음, 미운 마음, 화나는 마음, 억울한 마음 등을 담을 수 있죠. 나에게도 언제 그런 감정이 찾아올지 몰라요. 그때마다 나의 마음을 접어 넣을 수 있도록 나만의 마음 서랍을 만들어 볼까요? 언제든지 나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거예요.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바구니를 만들어, 마음을 적은 쪽지를 넣어보세요. ⓒ임수경 」 ━ 질투 났구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이소연, 글로연) ⓒ글로연 흰 두꺼비(하양)와 빨간 두꺼비(빨강)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사실 둘은 완전히 달랐어요. 하양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빨강이는 혼자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했죠. 그런 성격 덕에 하양이는 친구들이 많아집니다. 빨강이는 질투심이 생겨납니다. “하양이는 내가 제일 먼저 만난 내 친구인데, 왜 나보다 다른 친구들과 더 친하지?”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터집니다. 하양이가 빨강이한테 말도 안 하고 새 친구를 초대했거든요. 흰 토끼죠. 흰 토끼를 기다리며 들뜬 하양이를 보고 있자니 빨강이는 화가 납니다.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큰 돌을 집어 던지고 말죠. 하양이는 그 돌에 맞아 다치고요. 어떻게 됐을까요? 미안하고 당황한 빨강이에게 손을 내민 건 빨강이가 질투했던 흰 토끼였어요. 흰 토끼는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빨강아. 실수였다는 거 알아.” 질투는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에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빨강이도, 하양이도, 그리고 흰 토끼도 될 수 있죠. 이 그림책을 더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친구에게 왠지 모를 질투를 느끼는 아이 -실수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너에게도 빨강과 하양 같은 둘도 없는 오랜 친구가 있니? 그 친구와 다른 점은 무엇이니? [예시] 유치원 때부터 같이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지만, 사실 다른 점이 많아요. 저는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친구에게 질투를 느낀 적이 있니? 어떤 상황에서 질투를 느꼈고, 어떻게 극복했니? [예시] 반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가, 전학 온 친구와 친해진 적이 있어요. 저는 그 친구에게 직접 말했죠.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질투 난다고요. 그때부터 셋이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질투를 느낀 친구와 함께하기 좋은 활동을 소개합니다.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질투라는 감정을 해소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1. 친구의 등에 A4용지를 붙여줍니다. 집에 있는 테이프를 살짝 떼어서 붙여주세요. 2. 신나는 음악 한 곡을 틀어요.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3.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친구의 등에 붙어있는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어요. 이왕이면 친구가 듣고 기분 좋을 말이면 더 좋겠지요? 서로의 등에 글을 쓰면서 아이들은 깔깔댑니다. 간질거리는 느낌이 기분 좋거든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보다 훨씬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어요. 활동을 다 하고 내 등 뒤에 붙은 종이를 살피는 아이들의 얼굴이 해맑습니다. 이 활동은 사람 수에 제한이 없어요. 실타래처럼 꼬인 친구들이 여러 명이라면 모두와 함께 춤을 추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답니다. 질투를 느끼는 친구가 있다면, 이 활동을 해보세요. 어색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르르! ⓒ임수경 」 관련기사 “엄마, 소파가 말을 걸어요!” 상상력 키우는 ‘홈 놀이법’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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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소파가 말을 걸어요!” 상상력 키우는 ‘홈 놀이법’ 유료 전용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즐겨 먹는 사과, 매일 앉는 거실 소파도 달라 보이는 비법이 담겨 있어요. 일상을 재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과 색다른 시각을 길러주는 책들을 서울 숭례초등학교 이소리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뭘 하면 재미있을까?’ 아이들은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양육자들은 늘 이런 고민을 달고 살죠. ‘아이가 색다른 경험을 하려면 뭘 해야 할까?’ 답은 우리 일상에 있습니다. 비싼 장난감이나 거창한 체험활동, 나들이도 따로 필요없어요. 생각을, 시선을 바꾸고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는 겁니다. 그림책을 읽고 익어 가는 바나나의 색을 감상해 보세요.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집 공간에 숨어 있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이 내민 손을 잡고 보면 똑같아 보이던 하루하루가 달라져 있을 겁니다. ━ ━ 너는 무슨 색이니 『이 색 다 바나나』(제이슨 풀포드 글, 타마라 숍신 그림, 김혜은 옮김, 봄볕) ⓒ봄볕 “여름의 색을 찾아보세요.” 지난여름 아이들에게 낸 방학 숙제입니다. 여덟 개 빈 네모 칸을 주고 여름의 색을 찾아 칠해 보라고 했어요. 한 아이의 여름은 새빨갰습니다. 계곡에서 먹은 시원한 수박을 떠올렸다고 해요. 짙은 파란색으로 여름을 기억한 아이도 있었어요. 여수 여행에서 본 밤바다가 생각났다고 해요. 아이들의 여름은 이렇게 다채로웠습니다. 색 찾기 숙제는 바로 이 책『이 색 다 바나나』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과라고 다 빨갛기만 한 건 아니라고, 풀도 초록색만 있는 건 아니라고 책은 말합니다. 핑크 사과도 있고, 보라색 풀도 있다고요. 바나나도 마찬가지예요. 샛노란 바나나도 며칠 전엔 덜 익어 푸르스름했고, 얼마 후엔 검은색으로 변하잖아요. 모두 다 바나나색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바나나 하면 노란색만 떠올립니다. 책은 ‘글’보다 ‘색’으로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존재가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색을 팔레트처럼 그저 펼쳐 보여줍니다. 우리가 가진 고유의 색깔도 있죠. 나와 네가 다르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색을 통해 일깨워줍니다. 우리의 일상도 자세히 살펴보세요. 오늘 아침 본 하늘의 구름, 밖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 옷에 묻은 흙은 무슨 색이었나요? 무미건조해 보였던 일상에서 다채로운 색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사과는 빨갛고 하늘은 파랗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나를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오늘 하루를 색깔 일기로 표현해봐요. 아침, 점심, 저녁 내가 경험한 일들과, 나의 기분을 잘 나타내는 색으로 칠해보고, 이야기해봐요, ⓒ이소리 [예시]‘이 색 다 여름’이란 제목으로 학생들이 발견한 여름의 색깔입니다. 자신이 경험한 여름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했어요. 」 ━ 틈이 만든 이야기 『끼였네 끼였어』(박보라 지음, 오늘책) ⓒ오늘책 집사가 외출하고 고양이가 집에 홀로 남습니다. 혼자 된 고양이는 무엇을 하며 지낼까요? 오매불망 집사만 기다리며 쓸쓸한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고양이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거든요. 신난 고양이는 집 안 곳곳을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점프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착지 실수로 그만 소파 사이에 몸이 쏙 끼어 버린 겁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고양이. 그 모습을 지켜본 물고기 모양의 모빌이 이렇게 상황을 정리합니다. “끼였네. 끼였어.” 고양이는 소파 틈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빠져나갈 수 있어!’ ‘가자!’ 하며 자기 최면도 걸어 보죠.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점점 소파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 뿐입니다. 홀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양이가 낙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파가 말을 걸어옵니다. 소파는 실은 자기는 고양이의 친구라고 말해요. 그 말을 듣자 소파가 달리 보입니다. 자기가 낀 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친구가 자신을 너무 좋아해 놓아주지 않는 거라고 상상합니다. 답답했던 소파 틈이 이제는 안락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있는지도 몰랐던 소파에서 고양이는 새로운 친구를 발견했어요. 우리 집 소파는, 다른 가구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 할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족이 외출한 뒤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우리 집 반려동물은 가족이 외출하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예시] “몰래 창문을 열고 나가 마음껏 산책하고 놀고 난 뒤 가족들이 집에 오기 전에 들어와 가만히 있었던 척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재미있게 읽던 책들을 몰래 꺼내 읽어볼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혼자 있던 고양이가 소파 틈에 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틈이 있습니다. 그 틈에서는 기발한 이야기가 샘솟기도 합니다. 물건을 다양한 곳에 끼워보아요. 어쩌다 그곳에 물건이 낀 신세가 됐는지 이야기를 상상해보세요. ⓒ이소리 [예시] 다리 사이에 책이 끼여있네요. 책은 어쩌다 다리 사이에 끼였을까요? 」 ━ 책이 사람이라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최민지 글·그림, 모래알) ⓒ모래알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가 있어요. 쓸쓸해 보이는 이 아이에게 얼른 손을 내밀어 주고 싶네요. 마침 하늘에서 빨간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옛이야기 ‘해님 달님’에 나올 법한 줄 말입니다. 알고 보니 이 줄은 책의 ‘가름끈’이었어요. 읽던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책 사이에 끼워두는 끈 말입니다. 책이 건넨 도움의 손길을 가름끈에 빗대어 표현한 겁니다. 동아줄을 타고 올라간 아이는 책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만납니다. 온몸이 문자로 이루어진 ‘책 사람’도 만납니다. 눈은 ‘o’, 코는 거꾸로 된 ‘ㄱ’, 귀는 물음표로 된 사람이죠. 몸은 온통 문장들로 가득 차 있어요. 아이는 책 사람과 친구가 되어 한바탕 신나는 시간을 보내요. 모험하며 위험한 순간도 맞지만, 책 사람과 함께 헤쳐나갑니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은 이렇듯 책 사람과의 즐거운 추억으로 그려집니다. 책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안내자입니다. 책에 푹 빠지면 이야기 속 주인공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도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동아줄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실제로 빨간 동아줄(가름끈)이 달려 있어요. 이제 그 줄을 잡고 올라가 나만의 책 사람을 만나 볼 차례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아직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책은 글이 없잖아. 동아줄을 타고 올라 아이가 책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책 사람과 헤어질 때는 무슨 말을 주고 받았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내가 만났던 책으로 나만의 ‘책사람’을 만들어 보아요. 그리고 책 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그 책사람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그림을 그려보아요. ⓒ이소리 」 관련기사 “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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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유료 전용
독서와 수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으신가요? 그렇다고 이야기에 억지로 수학 개념을 끼워 맞춘 것 같은 수학 동화를 읽히기는 싫으시다고요? 여기 도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넓혀 주는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도형과 친해지면서 문제 해결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서울 미래초등학교 김지민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아이는 글자보다 모양을 먼저 만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색연필을 꼭 쥐고 선을 그리며 세상을 알아가요. 삐뚤빼뚤한 선은 어느새 커다란 동그라미가 되고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하트도 됩니다. 도형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입니다. 로봇 장난감, 곤충, 나무처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잘 뜯어보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같은 도형들로 이뤄져 있거든요. 내 가족과 친구도 동그라미로 그려 볼까요? 작은 네모로 가득 찬 모눈종이 위에 나만의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도 있어요. 책을 읽고 신나게 그리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동그라미로 말해요 『커다란 포옹』(제롬 뤼예 글·그림, 명혜권 옮김. 달그림) ⓒ달그림 흰 종이 위에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 하나가 있어요. “여기 한 아이가 있어요”라고 말하니 아이들의 눈도 둥그레집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한장 더 넘깁니다. 이번에는 커다란 노란색, 빨간색 동그라미가 보입니다. 노란 동그라미 밑에는 ‘우리 아빠’, 빨간 동그라미 아래에는 ‘우리 엄마’라고 적혀 있어요. 그제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책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그라미로 등장해요.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슬픔의 감정 모두 동그라미로 풀어내죠. 엄마, 아빠가 만나 사랑에 빠지면 두 동그라미는 겹쳐지고 포개져 하나의 원이 됩니다. 아이는 빨간 원이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를 품으며 태어난 거죠. 이렇게 탄생한 가족은 노란 원 안에 빨간 원, 또 그 안에 주황색 원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요. 온 가족이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둥글둥글하지만은 않은 법이죠. 어느 날 주황색 동그라미 아이는 반으로 쪼개집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기로 하면서 큰 슬픔에 빠진 거예요. 얼마 후 엄마는 새로운 아빠를 만납니다. 파란 동그라미 아빠예요. 작은 연두색 동그라미 동생도 함께 왔어요. 엄마는 보라색 동생 원도 품게 돼요. 새로운 가족을 만난 주황 동그라미의 인생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이 책은 가족의 탄생과 해체, 새로운 결합을 동그라미와 색을 통해 직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책의 마지막 면지를 가득 채운 알록달록 원형들을 보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종이와 크레파스를 꺼내 나의 동그라미 사람들을 그려볼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족과 친구 관계로 고민에 빠진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주황색 동그라미는 빨간 아빠와 노란 엄마가 헤어졌을 때 ‘둘로 갈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했어. 너도 둘로 갈라지는 것처럼 느낀 적이 있었어? [예시]최근에 친한 친구와 크게 싸워서 사이가 서먹해졌을 때, 마음이 둘로 갈라지는 것 같았아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동그라미로 그려봐요. 사람마다 원의 색깔, 크기를 다르게 하고, 위치도 다르게 그려봐요. 다 그린 동그라미들을 하나씩 짚으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동그라미는 누굴까? 왜 이 색을 선택했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김지민 선생님 [예시]듬직한 아빠는 크고 파랗게, 앙증맞은 개구쟁이 동생은 작은 연두색 원으로, 인자한 할머니는 귤색으로 그려본 친구에요. 내 곁에는 가족만 있지 않아요. 우리 반 선생님과 친구들도 그려볼 수 있어요. 내 짝꿍은 내 테두리와 딱 붙여서, 얼마 전 싸워 서먹해진 친구는 조금 떨어져 있게 그리기도 해요. 」 ━ 동그라미로 탑을 쌓으려면 『딱 한 번만 더! 』(나오미 존스 글, 제임스 존스 그림, 김여진 옮김, 미운오리새끼) ⓒ미운오리새끼 동그라미가 또 주인공이에요. 하지만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네는 이 동그라미는 앞의 책과는 달라요. 눈과 입이 있고, 팔다리도 있어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다른 도형 친구도 함께 놀고 있네요. 이야기는 동그라미가 사각형과 육각형이 쌓은 탑에 반하며 시작됩니다. 동그라미는 삼각형, 마름모에게 함께 탑을 쌓자고 제안해요. 하지만 둥글고 뾰족한 모양들끼리 튼튼한 탑을 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를 잡고 올라 버텨보려고 애쓰지만, 무너지고 구르길 반복하죠. 갖은 노력에도 탑을 쌓을 수 없자, 삼각형과 마름모는 다른 놀이를 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동그라미는 지쳐 드러눕고 말아요. “동그라미야, 포기하지 마!” 그때 하늘의 별들이 ‘납작한 기분’에 빠진 동그라미를 비추며 응원을 보냅니다. 순간 동그라미의 머릿속에 기막힌 아이디어가 반짝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렇게 외쳐요.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과연 동그라미는 어떤 방법으로 탑을 쌓으려는 걸까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동그라미가 완성한 멋진 탑은 직접 책을 펼쳐 확인해 보세요. 무릎을 탁 치게 될 거예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는 아이 -탑 쌓기, 블럭 놀이,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너도 동그라미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성공해보고 싶은 일이 있니? [예시]저는 만화가가 되고 싶은데 사람을 잘 못 그려요. 주변에서도 만화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포기하라고 해요. 그래도 다시 그림을 연습해 보려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마름모, 육각형, 오각형, 하트, 별 모양 등 다양한 모양으로 탑을 쌓아보아요. 꼭 그림책처럼 쌓을 필요는 없어요. 나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탑을 쌓아보세요. [예시]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거울에 비친 그림인 거, 눈치 채셨나요? 도형이 계단 위에 하나씩 있습니다. 그걸 거울에 비춰보는 겁니다. 그럼 마치 서 있는 탑처럼 보이죠! ⓒ김지민 선생님 」 ━ 달라서 더 멋져 『보니까』(오은영 글·그림, 올리) ⓒ올리 가끔 흰 도화지를 보면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지 않나요? 그럴 땐 가로세로 줄이 반듯하게 그려진 모눈종이를 펼쳐보아요. 작은 네모 칸을 넘나들며 점과 선을 자유롭게 이어가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멋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거예요. 책을 펼치면 모눈종이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아이가 등장해요. 아이는 낙서를 시작해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리고는 두 모양이 같은지, 다른지 관찰합니다. 같은 동그라미지만 색이 다르고, 세모와 네모는 다르지만, 높이가 같다는 걸 깨달아요. 모양끼리 붙여 보고 기울여도 보며 멈춰 있던 생각에 시동을 겁니다. 생각이 달리는 대로 그리다 보니까 낙서는 자동차가 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해 보여요. 하지만 아이는 ‘자동차들이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라며 자신의 그림에 만족해요. 신이 난 아이는 비행기도 그려요. 자세히 보니 프로펠러 방향이 틀렸네요.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당당합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다르니까 더 멋져 보인다!” 그림책은 끝으로 향할수록 자유로운 선과 모양으로 가득 차요. 동그라미 여러 개는 나무가 되고, 네모는 건물이 돼요. 상상 속 친구들도 나와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안 되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환상의 세계 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어요. “생각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니까 멋진 세상이 보인다!” 실제와 다르게 그리는 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거라고 자신을 탓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아이의 구겨진 그림과 마음을 쫙 펼쳐주고 싶을 때, “달라서 더 멋진 거야”라고 말해 주며 이 책을 함께 읽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색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상상을 펼치고 싶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에는 같은 것 같은데 보니까 다르고, 다른 것 같은데 같은 것들이 있어. 너와 나는 뭐가 같고, 다를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같아? 달라!’ 그림 놀이를 해봐요. 가족,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고 비교해보는 거에요. ①한 사람이 먼저 그림을 그린 후 그 그림을 설명해요. “가운데 큰 동그라미를 한 개, 그 위쪽에는 세모를 두 개를 그렸어“처럼 모양, 개수, 위치를 말하면 좋아요. ②나머지 사람은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려요. ③다음은 역할을 바꾸어 활동해요. 단, 약속한 횟수가 끝날 때까지 서로의 그림을 볼 수 없어요. ④서로의 설명만 듣고 그린 그림의 완성작들을 비교해봐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그림들을 감상해보아요. 」 관련기사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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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유료 전용
무대 위에 그림책 속 이야기를 올려 보세요. 아이가 배우, 관객, 작가 역할을 하며 공감과 소통 능력이 자라날 거예요. 연극을 통해 책 속 이야기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서울 홍릉초등학교 김미주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림책과 연극이 만나면 아이는 이야기꾼이 되고 배우로 변신합니다. 자신만의 표정, 몸짓과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죠. 이 과정에서 등장 인물에게 깊이 공감하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작가와 소통하게 돼요.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 동료 배우, 관객과 상호 작용하는 경험도 하죠. 책을 읽고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요? 스포츠 해설 위원이 돼 이야기 속 축구 경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볼 수도 있어요. 아이의 공감, 소통 능력이 쑥쑥 자라나는 무대를 감상해 보세요. ━ 긁적긁적 말고 박박 『긁적긁적』(손영목 글, 그림, 담푸스) ⓒ담푸스 한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가려움을 참고 있는 겁니다. 책 표지만 봤을 뿐인데, 벌써 몸이 간질간질 해지는 느낌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모기 한 마리였습니다. 깜깜한 밤, 벌러덩 누워 자다 모기의 습격을 받은 거죠. 스멀스멀 작은 가려움이 올라옵니다. “긁으면 되겠지?” 아이는 모기 물린 곳을 살살 긁어봅니다. 그런데 긁어도 긁어도 가려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간지러워지는 상황에 이릅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렇게 온몸이 간지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구를 써요.” “긁지 말고, 가려운 부분을 찰싹 때려요.” 책을 읽던 아이들이 저마다 모기 물렸던 경험을 되살려 해결책을 말해 줍니다. 주인공 아이도 간지럼을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가려움은 더욱 격렬해지죠. 아이가 인생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낀 순간, 번뜩이는 통찰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어차피 긁을 건데 그냥 신나게 긁어버릴까?’ 살다 보면 힘들고 불편한 일들도 겪게 돼요. 그럴 땐 이것저것 재거나 마음 졸이지 말고 정면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방법도 필요해요. 주인공 아이처럼 말이에요. 가려우면 무아지경으로 신나게 긁어대는 겁니다. 긁적긁적 말고 박박요. 이제 속 시원해지셨나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모기에 물려 간지러움으로 고통을 느껴봤던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살다 보면 간지러움 외에도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있어. 네가 참기 힘든 것은 어떤 거야? 힘들고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이겨냈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한 사람이 아래 해설을 들려주면, 다른 사람은 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상황을 표현을 해보세요. [해설] 발바닥에 모기를 물렸어요. 손톱으로 긁적긁적 발바닥을 긁어요. 긁어도 긁어도 간지러워요. 집안에 발바닥을 긁을 수 있는 도구가 없나 살펴봐요. 나는 도구를 한 가지 가져와 발바닥을 긁어요. 시원하네요. 그런데 이제는 손이 잘 닿지 않는 옆구리가 간지럽네요. 다시 집안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서 도구를 찾아요. 도구를 이용해 옆구리를 긁어요. 동작을 작게 하며 살살 긁어요. 동작을 점점 더 크게 하며 긁어요. 다시 살살 동작을 작게 하며 긁어요. 휴,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 ━ 무언의 함성 들리시나요? 『슛!』 (나혜 글, 그림, 창비) ⓒ창비 축구 선수들이 공을 차며 힘차게 내달립니다. ‘슛!’이라는 제목을 보니 ‘와~’ 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들뜬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깁니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니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역동적이었던 축구 선수들이 검은 봉에 가만히 매달려 있네요? 선수들은 테이블 축구 게임기 봉에 걸려 있는 인형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검은 봉을 앞뒤 좌우로 움직이면 일렬로 매달린 채 오는 공을 받아칠 뿐이었죠. 그런데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한 명이 무언가 결심한 듯 보입니다. 이어 봉에 붙어 있던 자신의 등을 힘겹게 떼어냅니다. 봉에서 뛰어내린 선수는 자신의 두 발로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닙니다. 자유를 만끽하죠. 그는 다른 선수에게도 봉에서 내려오라고 손짓합니다. 고민하던 선수들이 한명 두명 봉에서 벗어나요. 봉에서 뛰어내린 선수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슛!』은 글이 없는 그림책입니다. 만화처럼 장면이 나뉘어 있고 발 빠르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실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아이들의 입을 주목해 보세요. ‘달려 달려!’ ‘슛’ ‘패스!’ ‘골~’을 말하고 싶어 아이 입이 움찔대기 시작할 겁니다. 이 책을 가만히 눈으로만 읽을 수 있나요? 나만의 소리와 이야기를 넣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축구 선수들이 봉에 매달려 있을 때와 벗어난 후의 표정을 비교해서 살펴봐. 매달려 있을 때 어떤 표정, 기분이었고, 봉에서 벗어났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 것 같아?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빨간 유니폼 선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했을까요? 각 장면에 포스트잇을 붙여 생각 풍선, 말풍선을 그려 넣고 채워보아요. - 축구 해설위원이 되어 각 장면을 해설해 봅시다.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지 분위기도 상상해보아요. [예시] 빨강 팀의 선수가 힘차게 공을 찹니다. 머리 위로 뜨는 공,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저기 파랑팀 선수가 급하게 달려오는데요. 슛! 골인! 네~! 빨강팀의 골입니다. 우와아아~! 골! 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네요! 」 ━ 비밀의 무게가 버겁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인경 글, 그림, 문학동네) 384 누구나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신체의 비밀이 한두 가지쯤 있을 겁니다. 혹여 남들이 알까 어떻게든 가리고 싶은 결점 같은 것 말입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사는 왕들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었습니다. 왕이 되면 누구나 어김없이 귀가 당나귀처럼 길어졌거든요. 왕들은 모두 커다란 왕관을 써서 긴 귀를 꽁꽁 숨깁니다. 1대 왕부터 443대 왕까지요. 귀가 길어진 사실을 어디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왕들은 갖은 이유로 죽습니다. 화가 나서, 기가 막혀서, 왕관에 눌리는 사고를 당해서요. 444번째로 즉위한 왕도 처음엔 선대 왕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왕관으로 귀를 가렸죠. 하지만 큰 왕관 때문에 아프게 되자 선조들의 일기를 찾아봅니다. 그 속에서 앞선 왕들 모두 무거운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죽게 됐단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왕은 고심 끝에 왕관을 벗어버립니다. ‘에잇, 이깟 귀가 뭐라고’. 세상에 귀를 내보인 왕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책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림책 속 그림들과는 다릅니다. 단순한 선과 도형으로 이뤄진 그림이 마치 도장이 찍힌 것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포인트가 되는 주황색을 제외하면, 다른 색은 쓰이지도 않았죠. 인물과 사건을 자세하게 묘사하기보단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상징을 통해 의미를 담아낸 겁니다. 글을 읽기에 앞서 그림부터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그림 속 상징이 건네는 이야기에 나만의 상상력을 더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 때문에 고민이 많은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왜 왕이 되면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어졌을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코가 아니고 귀가 길어진 이유가 있을까? - 내 귀가 당나귀 귀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왕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 지 상상해봅시다. 나만의 이야기를 짓고 그림책처럼 상징을 담은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연극으로 만들어봐요. 다른 사람은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추측해보아요. [예시] 269대 왕은 크고 무거운 왕관이 앞으로 쏠려 강에 빠져 죽었습니다. ⓒ김미주 선생님 귀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다니던 499대왕을 보고 백성들은 놀라고, 임금님은 기이한 귀를 노리던 괴한에게 귀를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김미주 선생님 」 ㅇㅇㅇ 관련기사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가을이 사람이라면?" 책으로 만들자, 가을처럼 깊은 상상력 "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