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비스트’도 ‘아우르스’도 못말렸다…김정은의 벤츠 사랑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비스트’도 ‘아우르스’도 못말렸다…김정은의 벤츠 사랑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 2018년 6월 12일 오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 도중 육중한 외관 때문에 ‘비스트(Beast·야수)’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 차량(캐딜락 원)으로 김 위원장을 안내했다. 백악관 경호원이 차량의 뒷문을 열었고, 김 위원장은 차량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허리를 굽혀 내부를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였다.   # 지난해 9월 13일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자신의 전용차 아우루스 뒷좌석에 함께 앉아 차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르스는 설계와 제작비만 1700억원이 투입된 러시아 최고급 차량이다.     ■  「 김정은 미·러 대통령 전용차 관심 신형 벤츠 세단·SUV 타고 등장 간부·공로자들 선물도 벤츠 차 세탁으로 제재 무력화 과시 」    두 차량 모두 방탄 설비를 갖춰 어지간한 폭탄이나 화학무기의 공격을 견디고, 타이어가 손상돼도 시속 80㎞ 이상의 속력으로 운행이 가능토록 제작됐다. 북한의 차량제작 능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신변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김 위원장은 미국이나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 차량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선택은 벤츠였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세단 위의 세단’으로 불리는 벤츠 마이바흐 S650에서, 그리고 지난달엔 신형 벤츠 마이바흐 GLS600 SUV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포드 마니아 김일성   북한이 지난달 15일 공개한 기록영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벤츠 마이바흐 SUV에서 내려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줄곧 미국을 배척의 대상으로 여겼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미제’(미 제국주의)라거나 ‘승냥이’라고 하면서 ‘상종해선 안 될 존재’로 선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의 조부이자 북한이 ‘사회주의 시조’이자 ‘영원한 수령’으로 여기는 김일성 주석은 생전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자회사 링컨에서 제작한 콘티넨털(링컨)을 애마로 사용했다. 김일성은 이 차를 타고 흙길을 달려 현지지도를 다녔고, 1994년 7월 사망했을 때 운구차도 링컨이었다. 당시 북한이 『화보 조선』 등을 통해 공개한 영결식 장면에 벤츠는 없었지만 링컨 차량 여러 대가 동원됐다.   김일성은 정권 수립 직후 옛소련의 스탈린이 선물한 지스(ZIS) 3HC 리무진을 전용차로 사용했다. 6·25 전쟁 때 북진했던 국군은 청천강 인근에서 이를 발견해 노획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미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이 사망하자 그의 부인에게 선물했다(이후 82년 환수). 스탈린에 이어 말렌코프, 불가닌 등 옛소련 지도자는 김일성에게 ‘짐’ 승용차를 선물했고, 한동안 김일성의 발 노릇을 했다. 북한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그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곳엔 벤츠 S600(12기통)만 가져다 놨다. 이 벤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선물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명한 스피드광이다.   벤츠 사랑꾼 김정일, 마지막 길은 링컨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담긴 관을 실은 링컨 콘티넨털. [중앙포토] 차량 운행이 거의 없는 북한 고속도로는 그의 레이싱 코스였다. 스포츠카를 타고 속도를 즐기곤 했다고 한다. 98년 11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당시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승용차였던 다이너스티를 선물했다. 하지만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70년대부터 벤츠 또는 마이바흐가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그랬다. 고위 간부나 국제 대회에서 마라톤 선수 정성옥에게 부상으로 벤츠를 주고, 모란봉악단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제공한 버스도 벤츠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항공편으로 평양을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구형 링컨을 제공했다. 북한이 보유한 벤츠가 방탄과 첨단 장비를 구비한 청와대의 벤츠보다 구형이어서 체면상 기존 의전용 차량을 이용했을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벤츠 사랑꾼인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운구차는 링컨이었다. 김일성을 연상시켜 김 위원장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김일성보다 좋은 차량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동차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집권 직후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와 마이바흐 S62를 구입해 이용했다. 수시로 SUV도 교체하며 탄다. 수해 현장이나 험지를 찾을 땐 영국산 랜드로버(2016년)나 일본의 렉서스(2018·2020년) SUV를 이용했지만 최근엔 평양 시내에서도 SUV에서 내리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자동차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제재를 내렸다. 정상적인 신차 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일본의 수출회사가 북한에 렉서스 차량을 수출하려다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컨테이너에 몰래 숨겨 운송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보란 듯이 세단과 SUV 신형을 타고 등장한다. 차를 좋아하는 그가 수시로 종류를 바꾸면서 제재를 뚫고 ‘차 세탁’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 서방 사회가 아무리 제재를 해도 사치성 물품을 수입해 소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어깃장이다. 자신이 착용하는 시계는 물론 부인이나 딸에게 명품을 입혀 등장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생각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북한은 반세기도 훨씬 전인 58년 ‘승리’라는 이름의 2t짜리 화물차를 생산했다. 같은 해 ‘천리마·28호’라는 트랙터 시제품을 내놓는 등 한국보다 트랙터 생산도 빨랐다(한국은 68년).   김정은이 벤츠를 사랑하듯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생산한 차량이라도 타봤으면 하는 바람일 거다. 지난해 북한은 군수공장에서 제작한 농기계 수 천개를 농장에 보낸 일이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동차 생산에 투입한다면 북한산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꿈을 실현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4.02.08 00:53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일성 코스프레하던 김정은, 평화통일 ‘유훈’은 내던졌다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일성 코스프레하던 김정은, 평화통일 ‘유훈’은 내던졌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한국을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 위태하다. 지난해 연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8기 9차)에서 한국을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가”로 선을 그은 데 이어 10일엔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일과 9일 명칭을 밝히지 않은 군수공장을 찾아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다”며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밝혔다. “우리가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고도 했다.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위로 전문을 보내고, 미국과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모습과는 판이하다.     ■  「 김정은 “한국 주적 핵전쟁 각오” 새해 벽두부터 포사격 등 도발 한때 선대 통일유훈 내세우다 이젠 한·미 탓하면서 자기부정 」    이런 분위기는 이미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한국과 ‘결별’을 선언하며 이미 감지됐다. 집권 10년 남짓 온탕과 냉탕을 오간 남북관계를 직접 이끌었던 그는 전원회의에서 모든 책임을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돌렸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말은 헌법이나 당 규약을 우선한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이런 언급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의 브레이크 없는 전쟁 분위기 조성 질주는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서해 접경지역에서 사흘 연속으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하고, 김 위원장은 “전쟁준비 강화의 대변혁”을 지시하며 말과 행동으로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일성 떠올리게 하는 ‘영토평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며 소총을 시험사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2020년부터 직전 연말에 전원회의를 열어 결정한 내용을 신년사로 대신했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회의를 하고 새해를 맞아 지난해 성과와 새해 정책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눈에 띄는 표현은 “남반부 전 영토의 평정”이다. 핵무기를 동원해 한국의 영토를 평정, 무력으로 복속시키겠다는 북한의 이런 위협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1994년 사망) 주석을 연상시킨다. 김 주석은 1948년 9월 9일 정부를 수립한 다음 날 열린 1차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연설에서 정책의 대강인 정강(政綱)을 발표했는데 첫 번째로 꼽은 게 국토완정, 즉 국토의 완전정복이었다. 분단 상황에서 북한 지역을 ‘민주기지’로 공고히 한 후 미군을 철수시킨 뒤 한국을 흡수 통일하는 걸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김 주석은 이 연설 1년9개월 뒤 옛소련의 적극적인 무기지원을 받아 전쟁을 일으켰다.   북한은 김일성의 국토완정을 영토평정으로 단어를 바꾸며 전쟁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리고 핵전쟁을 운운하며 무력행사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와 최근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대표적인 적대 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김 주석과 흡사한 전략이다. 단, 침묵을 지키다 상대의 취약점을 찾아 뒤통수를 치는 빨치산 전술을 사용해 온 북한이 공개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 핵 개발에 따른 자신감인지, 명분 쌓기 차원인지는 불분명하다.   김일성 주석이 1948년 12월 기관단총을 시험 사격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코스프레’를 활용했다. 호리호리했던 김 위원장의 체형이 고도비만으로 바뀐 모습이 대표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대 후반에 집권한 그가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김정일 시대에 지친 주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만이 덜했던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소환하려는 차원이다. 한 차례도 육성 신년사가 없었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과 달리 집권 이듬해부터 주민들 앞에 나타나 한동안 신년사를 한 것도 그렇다. 또 현장을 찾아 러닝셔츠 차림을 하거나 땅바닥에 앉아 주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소탈한’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선택적 선대수령 유훈 받들기?   반면에 자신이 직접 나서 공공연히 전쟁을 언급하는 모습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확연한 차이다. 김일성은 전쟁에 실패한 뒤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원칙을 내걸고 4대 군사노선(전군 현대화, 전민 무장화, 전군 간부화, 전국 요새화)을 독려하고, 청와대 기습·판문점 도끼 만행 등 도발을 이어갔다. 당시 북한 고위 인사들이 서울 불바다 등 전쟁을 언급하긴 했지만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먹을 감춘 채 남북 대화를 추진하고, 통일방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 마지막 서명한 문건을 사망 전날인 1994년 7월 7일에 살펴본 남북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과 관련한 문건이라고 선전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2000년과 2007년 각각 김대중·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 남북의 평화 통일과 화해·협력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북한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유훈(遺訓)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유훈을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생전에 우리 일군들과 인민들에게 남기신 교시”로 정의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3월 판문점을 찾아 “우리 함께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필생의 염원을 기어이 실현하자”고 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전방지역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을 선대의 통일 유훈을 이행하려는 뜻으로 읽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공공연히 전쟁을 언급하는 건 본인 스스로 서명한 남북 합의에 대한 부정이다. ‘선대 수령’의 유훈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수령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령의 결정엔 오류가 없는 신성한 것이라는 게 전제다. 김 위원장이 5년도 되지 않아 본인의 약속을 뒤집고, 선대 수령의 유훈과 다른 길을 간다면 자신을 신처럼 ‘받드는’ 주민들은 그런 ‘최고 존엄’을 어떻게 생각할까.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4.01.11 11:21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올해 북한 7대 뉴스…바다엔 수중 핵공격함, 하늘엔 군사정찰위성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올해 북한 7대 뉴스…바다엔 수중 핵공격함, 하늘엔 군사정찰위성

     ━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선정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올해 남북관계는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이었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서방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중국, 러시아와 일명 ‘북방 3각관계’를 강화하며 뒷배를 다졌다. 내부 자원의 극심한 부족에도 불구하고 평양에 신시가지를 건설하고, 결속을 도모했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선정한 올해 북한 7대 뉴스를 소개한다.   1. 군사정찰위성 발사=지난 11월 21일 밤 10시42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 건설한 로켓 발사장(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쐈다. 북한은 ‘만리경-1형’으로 명명한 군사정찰위성이 발사 702초 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각각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정보 당국은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총력을 기울였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눈을 갖게 됐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위성은 현재 500㎞ 안팎의 고도에서 초속 7.6㎞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한국군은 지난 2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현재 시험 작동 중이다. 남북 간 스페이스 배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 서방과 단절, 중·러 뒷배 챙기기 러시아 우주기지서 푸틴과 회담 개성공단 30개 한국 공장 가동 코로나로 봉쇄했던 국경 열어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위성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 9·19남북군사합의서 파기=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정부는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의 부속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서 가운데 휴전선 일대에서 비행을 금지했던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드론이나 정찰기를 이용한 전방 지역의 정찰 임무를 재개키로 한 것이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달 23일 9·19 군사합의서 전체의 무력화를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판문점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권총을 지참케 하는 조치도 취했다.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핀이 제역할을 잃고 있다.   3. 개성공단 불법 가동=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생산 시설을 불법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0여 개 수준이었던 불법 가동 공장 숫자가 6개월 만에 30여 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성과 전방 지역에서 관측 장비를 통해 북한의 이런 동향을 포착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가동 중인 기업의 명칭을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은 또 지난 2020년 6월 폭파 후 방치했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지난달 말부터 철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일종의 남북관계 단절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위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진수식. [연합뉴스] 4. 국경 다시 개방=북한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봉쇄했던 국경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국경 근처에 얼씬거리면 모두 총살하라고 지시할 만큼 진공 상태를 주문했다. 외국과 항공이나 항로, 인적 교류는 중단됐다. 그러나 북한이 오랜 국경 봉쇄로 물자 부족을 겪자 지난해 북·중 화물열차에 한해 간헐적으로 운행을 해오다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 기념일(북한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받아들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지난 9월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 북한 대표팀과 응원단을 파견했다. 또 중국에 발이 묶였던 북한 주민들을 귀국시켰다. 하지만 러시아 등 일부 외교사절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5. 북·러 정상회담, 그리고 무기거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열차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측은 정상회담 이후 4년 만에 경제 공동 위원회를 열고 경제 협력을 재개했다.〈중앙일보 9월 21일자 23면〉 특히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는데,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대러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총력전을 펼쳤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러시아의 조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부터 나진항을 통해 포탄 수백만 발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종의 대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군사 매체인 디펜스엑스프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북한산 포탄에 불량품이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도에 문제가 있고 폭발 사고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6. 딸 앞세운 김정은=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김 위원장의 딸은 올해 다양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13개월 동안 19차례 활동한 대부분이 군 관련 행사지만 지난 2월 25일엔 서포지구 새 거리 착공식에도 등장했다. 특히 북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공군절 행사를 보도하며 김 위원장 앞에 딸이 서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통일부는 이전까지 남아를 선호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계자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조기 등판시킨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아직 북한 매체는 그를 후계자로 칭하지는 않고 있다.   7. 신형 잠수함 진수=북한은 지난 9월 3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진수했다. 대형 수직발사관 4기와 소형 수직발사관 6기 등 모두 10기의 발사관을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이를 ‘김군옥영웅함’으로 명명하고, ‘수중 핵공격함’이라고 주장했다. 이 잠수함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해군 핵 무장화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 위협은 한층 커지게 됐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12.14 00:25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경직된 체제 그대로 드러낸 북한의 아시안게임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경직된 체제 그대로 드러낸 북한의 아시안게임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1. 지난 2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19차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복식 결승전. 남북이 격돌한 경기에서 북한 차수영 선수는 1·2·4·5게임(세트)에서 서비스 폴트(부정 서비스)를 범했다. 한국은 북한팀의 서비스 폴트가 없었던 세 번째 게임만 북한에 내주고 4대 1로 승리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공교롭게도 북한팀이 서비스 폴트를 한 게임은 한국 승리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2. 전날인 1일 남자 축구 8강전. 후반 35분 북한 골키퍼가 몸을 던져 수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선수와 부딪혔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결국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고, 1대 2로 패한 북한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심판에게 몰려가 손과 몸으로 밀치며 거친 항의를 이어갔다. 북한 코치진의 만류로 ‘소동’이 끝났지만 북한 축구팀은 게임에서도 매너에서도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3. 지난달 30일 여자 역도 55㎏급 시상식.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강현경 선수는 메달리스트와 시상자가 함께 하는 기념 촬영 직전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을 두 손으로 빼들고 이날 시상에 나섰던 김일국 북한 체육상(북한 올림픽위원장)에게 주려고 했다. 강 선수가 승리의 기쁨을 북한의 체육수장과 나누고, 감사의 뜻을 전하려는 듯했지만 김일국이 이를 저지하며 머쓱해지는 순간은 생중계됐다.     ■  「 역도·체조 등 개인경기서 두각 필드에선 웃음도 기쁨도 실종 남자 축구팀의 거친 매너 논란 국제 흐름과 먼 ‘우리 식 경기’ 」    지난 2일 항저우에서 열린 19차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한국의 신유빈 선수가 공을 넘기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전지희·신유빈 조가 4대1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8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191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북한은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0위(총메달 수 11위)를 기록했다. 5년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금 12개·은 12개·동 13개)와 비교하면 금메달은 하나 줄었지만, 전체 메달 개수는 두 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국경을 꽁꽁 닫았던 북한은 2020년 1월 이후 최소 3년 반 넘게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북한의 전력은 베일 속에 가려졌지만 ‘무시 못 할 미지의 상대’로 여겨졌고, 뚜껑이 열리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역도와 사격, 체조 등에선 발군이었다.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무시 못 할 미지의 상대’ 주목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한계는 명확했다. 우선 개인 종목 위주의 특정 종목 쏠림이다. 과거 한국이 태권도나 양궁 등 일부 종목에 ‘의지하던’ 것처럼. 북한이 성과를 낸 종목은 역도나 체조·사격 등 자신과의 싸움 위주의 종목이었다. 6개의 금메달을 딴 역도는 북한 전체 금메달의 절반을 넘겼다.   계란에 정신력을 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조대로 북한 선수들은 선진 기술보다 정신력에 방점을 두는 눈치였다. 혼자 하는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도 했다. 반면, 상대와의 싸움 특히 조직력과 전략, 전술이 지배하는 구기 종목은 초반 탈락이 일쑤였고, 야구나 롤러스케이트, e스포츠 등 고가(高價)의 장비가 필요하거나 자본주의 ‘냄새’가 나는 경기엔 아예 출전 자체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필드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북한 선수들에선 체제의 경직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에서 감독과 코치의 전술 지시는 보조다. 결국 선수의 몫이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한 번 꼬이면 풀어내질 못했다. 여자 탁구 복식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2018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차수영이었지만, 서브 때 라켓을 쥐지 않은 손이 테이블 안에서 토스해선 안 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실수를 연발했다. 물론 여자 복식 세계 랭킹 1위인 한국과 맞붙어 실력차도 있었지만 북한 선수는 실수 이후 경기 내내 경직돼 있었고,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2m5㎝ 신장의 센터 박진아에게만 의지하며 다양한 플레이를 펴지 못해 예선과 동메달 결정전 모두 한국에 패한 여자 농구 경기 내용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격 앞으로’에 묻힌 스포츠 정신   난동에 가까운 흥분 상태를 보인 축구는 국제사회의 도와 선을 넘는 공격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 축구학교를 만들고, 전국에 인조잔디 구장을 건설하는 등 축구 육성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이 딱 김정은의 육성 세대다. 그런 내부 사정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에게선 ‘공격 앞으로’의 성향만 있었을 뿐 스포츠 정신도, 심판도 경기의 일부라는 격언은 소용없었다.   점수를 따도, 경기에서 이겨도 북한 선수들이 대부분이 보인 무덤덤함과 무표정은 기쁨의 자유를 경박스럽게 여기는 눈치였다. 패배를 내일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경기에 진 북한 선수들은 죄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니 ‘경기에 지면 아오지로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지 않겠나. 강현경 선수 역시 국제무대에서 자기가 딴 메달을 자국 고위 당국자에게 주려는 광경은 흔치 않다. 북한은 ‘우리 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 국제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홍콩의 톱스타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는 K컬처의 일부인 한국 영화의 강점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일 겁니다. 소재가 넓고, 창작의 자유가 많은 점을 높이 사요. 가끔은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과거 홍콩 영화는 한국 영화가 범접할 대상이 아니었고, 저우는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랬던 그가 자유를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 산 건 결국은 예술이나 스포츠 할 것 없이 정답은 유연함이라는 뜻일 거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광팬인 김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한 그에게도 북한 선수들의 경직성이 분명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우물 안 개구리가 밖으로 나가면 어느 정도는 뛰어다닐 수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길을 잃거나 환경 적응에 실패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 그리고 ‘우리 식’이 우물 안의 개구리를 뜻하는 게 아니길 바란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논설위원

    2023.10.19 00:33

  • 북, 핵무력정책 헌법에 명시…김정은 "반미연대 강화"

    북, 핵무력정책 헌법에 명시…김정은 "반미연대 강화"

     북한이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최고인민회의(국회격)를 열고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했다.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는데, 헌법에까지 이를 명시한 것이다.  북한이 26~27일 평양만수대의사당에서 한국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에 핵무력 정책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8일 전했다.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북한 간부들이 의정에 찬성을 뜻하는 대의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무력의 지위와 핵무력건설에 관한 국가활동원칙을 공화국의 기본법이며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위대한 정치헌장인 사회주의 헌법에 규제하기 위해 헌법수정보충안을 심의채택한다"고 밝혔다.    단, 북한은 핵무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헌법 조문은 28일 오전 현재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국가최고법에 핵무력강화 정책 기조를 명명백백히 규제한 것은 현시대의 당면한 요구는 물론 사회주의국가건설의 합법칙성과 전망적요구에 철저히 부합되는 가장 정당하고 적절한 중대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무력정책이 "국가의 기본법으로 영구화된 것은 핵무력이 포함된 국가방위력을 비상히 강화하고 그에 의거한 안전담보와 국익수호의 제도적, 법률적기반을 튼튼히 다지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을 촉진시킬수 있는 강위력한 정치적 무기를 마련한 역사적인 사변"이라고도 했다.    특히 중대과제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급속히 강화하는 것"을 꼽고 "핵무기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이고 핵타격수단들의 다종화를 실현하며 여러 군종에 실전배비하는 사업을 강력히 실행"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협력 강화를 약속한 김 위원장은 반미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혁명적 원칙, 자주적대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2023.09.28 07:25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 5박 6일 러시아 방문 손익계산서는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 5박 6일 러시아 방문 손익계산서는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0년 12월 2일. 한·미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주목했다. 영화 ‘공작’에서 ‘흑금성’(박채서)의 파트너이자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으로 나왔던 이명운의 실제 인물인 이호남(70대 초반) 국무위원회 고문이 나타나서다. 정찰총국 출신인 그는 54세의 G씨를 데리고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며 인적 왕래가 불가능했던 때다. 김 위원장의 비준(재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남북 접촉 창구 역할을 했던 이호남은 이듬해 4월 20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며 “이번에 들어가면 은퇴할 것 같다”며 G씨를 소개하고 인수인계했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그의 러시아 방문 목적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북한이 대외 접촉 거점을 이동하기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의 베이징이나 선양, 단둥에서 진행하던 ‘외부인’ 접촉 무대를 블라디보스토크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다가서기가 하루 아침의 결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  「 북미 협상 막히자 러시아행 첨단군사시설 ‘족집게 과외’ 전시 러 활용해 제재 무력화 중국과는 일단 거리두기 태세 」    외톨이 외교, 득인가 실인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과 태평양함 대사령부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부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들 왼쪽 뒷편에 정차해 있는 승합차 전면에 부착된 현대자동차 엠블럼이 눈에 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3년여 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땅을 밟았다.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게 북한 자체의 평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전과 후 네 차례나 시진핑 주석을 만나 상의하는 등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든든한  뒷배였다. 그런 중국 대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러시아에 김 위원장이 손을 내민 건 의외다. 북한이 관심을 끌었을지 몰라도 집중 감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여러 면에서 궁금증을 낳는다.   북한의 의도는 뭘까.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위성과 미사일 개발의 상징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4시간여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이동해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크네비치군비행장에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항공우주군 장비를 살펴봤다. 추르킨 지역의 해군부대와 태평양함대를 찾아 대잠호위함에 올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러시아의 후속 기술 지원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음달 정찰 위성 발사를 공언하고, 핵잠수함 개발에 나서겠다는 김 위원장과 북한 인사들에게 러시아의 군사시설 참관 자체가 족집게 과외인 건 분명하다.   결정적 순간마다 러시아 찾는 북한   북한 지도자는 건국 이후 절박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러시아(옛 소련 포함)를 찾았다. 1949년 2월 김일성 주석(당시 내각 수상)이 선물을 잔뜩 싸들고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김 주석은 스탈린과 남침을 상의하고 차관과 전쟁 물자 지원을 약속하는 ‘조(북)·소 양국간 경제적 및 군사적 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6·25전쟁을 석 달여 앞두고도 급히 모스크바로 달려갔다. 전쟁이 끝난 53년 9월엔 전후복구를 위해 손을 벌렸다. 이번을 포함해 17차례의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북한에겐 매번 ‘결정적’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무기 현대화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러시아 카드를 꺼냈다.   자립을 강조하는 북한이지만 대북제재와 3년 6개월 넘게 셀프 봉쇄에 따른 경제난의 돌파구도 필요했다. 연해주 주지사를 만나 농업 및 관광과 관련한 협의를 한 게 이를 보여준다. 북한은 이번에 러시아의 식량 지원 제의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개점 휴업 상태인 북·러경제위원회의 재가동을 통해 북한 인력을 대규모로 수출하거나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간접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이 연해주 지역에서 직접 밀을 재배해 들여오는 방안도 예상된다.   러 활용 대북제재 판깨기?   북·러 정상의 협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협력을 하더라도 대북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서방 국가들은 양국의 무기거래를 경계하고 있다. 북한과 군사협력을 중단하라는 지난 19일 한국 정부의 요구에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북·러 무기거래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일축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군사협력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북제재 해제를 주문했다. 그만큼 북한에게 대북제재 해제는 절박하다. 미국과 거래가 불발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이 찬성표를 던졌던 대북제재 완화를 유엔 안보리에 공식 요구했다. 이후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북한편을 들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능 부전에 빠진 유엔 안보리의 개편을 요구할 정도다. 북·중·러는 당분간 유엔의 이런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 러시아는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대북제재 품목인 소총과 무인기(드론)를 선물했다. 또 해외 여행 금지대상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을 수행원으로 받아 들였다. 북한과 러시아가 노골적인 제재 허물기에 나선 셈이다.   다가서는 북·러와 달리 북·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삐걱거림이 감지된다.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북·러 밀착을 외형적으로는 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신냉전의 한 축인 중국이 북·러 협력에 소극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당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김 위원장이 귀국한 다음날인 18일 모스크바를 찾았다. 다음달 푸틴 대통령의 방중 계획도 확정했다. 러시아가 2국 3각 게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시위가 먹히지 않자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고려치 않는 우방국 러시아에 다가서면서 제재 무력화를 꾀하고, 북·미 거래의 중개인 역할을 할 여지가 있는 중국에는 일단 거리를 두는 건 치밀한 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 항공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열흘 간 평양을 비웠다. 그가 비행기로 미국을 다녀 온다면 더 큰 이익이 되지 않을까.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09.21 08:51

  • 김정은의 군부 빅5…총참모장만 세 번째 이영길은 ‘왕의 남자’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의 군부 빅5…총참모장만 세 번째 이영길은 ‘왕의 남자’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말 “전국을 미사일로 수림(樹林)화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전역에서 다양한 미사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10년이 지난 최근 북한은 미사일의 사거리를 대거 늘려 미국 본토를 위협 중이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까지 등장했다.   북한은 또 다연장로켓을 발사하는 방사포와 전차 등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현대전은 포병전이며 포병 싸움 준비이자 인민 군대의 싸움 준비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라”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었다. 북한군 무기의 성능 개량이 하급 부대까지 확산했는지, 실전 투입이 가능한 수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만 놓고 보면 북한군의 현대화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  「 집권 11년 동안 총참모장만 11명 하노이 회담 뒤 수뇌부 잦은 교체 김일성·김정일 때 긴 임기와 비교 조급함 반영이자 통제 강화 포석 」    총참모장 재임 평균 1년 불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전쟁준비 태세를 완비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은 이날 총참모장에 이영길을 앉혔다. [조선중앙통신=뉴스1] 그런데 김 위원장이 왕좌에 오른 이후 군 수뇌부 5인방(총정치국장, 총참모장, 국방상, 국가보위상, 사회안전상)의 인사 흐름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북한은 지난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고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을 이영길(차수·왕별)로 교체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잦은 군 수뇌부 교체다.   본지 통일문화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김정은 체제 11년 동안(23일 현재) 북한은 총참모장을 11번 갈았다(같은 기간 한국은 7명). 1948년 북한이 정권을 수립한 이후 63년간 이어진 김일성·김정일 시대(759개월)에 교체된 총참모장과 같은 숫자다. 당연히 과거 69개월이었던 총참모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김정은 시대 들어 12개월 가량으로 6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김격식과 이태섭은 각각 5개월과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총참모장을 지낸 이영호(2012년 중반)와 현영철(2015년 4월)은 반역 또는 불충죄로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 역시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국방상을 10번 바꿨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민족보위상, 인민무력부장)에 8번 교체했으니 이미 교체 횟수는 넘어섰다. 그나마 37개월을 역임한 박영식이 김정은 시대의 최장수 국방상이다.   잦은 인사의 배경이 김 위원장의 조급함 때문인지 군부의 기강을 잡으려는 차원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김 위원장이 임명했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단,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군 수뇌부 인사가 더 잦아졌다는 점은 군 수뇌부 교체를 통한 긴장 국면 조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군내 정치조직이자 감시 기능을 하는 총정치국장과 국가정보원장 격인 국가보위상이 11년 동안 각각 6회와 3회 교체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돌고 돌아 이영길?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군에선 군단장을 40~50대로 10세 가량 낮추는 분위기다. 나이로만 봐선 세대 교체 대상임에도 승승장구하며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올해 68세인 이영길이다. 그는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총참모장이 됐다. 이영길은 2016년엔 총참모장에서 제1부총참모장(합참차장 격)으로 좌천된 적도 있다. 그러나 총참모장으로 복귀했고, 2021년 7월부터는 18개월 동안 국방상도 지냈다.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을 2020년 9월부터 15개월 동안 맡았다. 고무줄과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총참모장→부총참모장→총참모장→당 제1부부장→사회안전상→국방상→당 비서→총참모장 등 군과 경찰, 당을 오간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소위 빅5중 3곳의 수뇌부로 재임한 기간을 합하면 56개월이다. 김 위원장의 개인 교사로 알려진 박정천이 5곳 중 총참모장만 24개월을 했으니, 사실상 이영길을 ‘왕의 남자’로 부를 만하다. 그의 이런 배경엔 3군단장과 5군단장,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역임한 작전통이라는 점이 점수를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군 출신이 맡고 있는 사회안전상도 2019년 이후 부침의 연속이다. 1944년생인 최부일은 7년간 재임한 뒤 75세이던 2019년 김정호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그런데 김정호는 9개월만에 이영길로, 15개월 뒤 이태섭, 6개월 뒤 박수일, 또 6개월 만에 이태섭으로 바뀌었다. 4년도 되지 않아 5명의 자리바꿈이다. 공교로운 건 사회안전상의 잦은 인사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벌어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한국·미국과 거리를 두는 건 물론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과 대화가 어긋난 뒤 주민 단속을 강화하며 수시 인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찰도 예외 없다   김영희 디자이너 무엇보다 작전통인 이영길과 이태섭·박수일 등에게 사회안전상을 맡긴 건 경찰의 무력 조직을 군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총참모부의 작전 수준을 경찰에 이식하려는 시도일 수 있어 주목된다. 예비병력을 강화해 유사시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입장에선 우려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2020년 1월 봉쇄했던 국경을 풀려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3년 7개월 만에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수 십명의 태권도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지난 16일 북·중 국경을 넘으면서 육로 통행도 재개했다. 봉쇄를 해제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북한 주민을 향한 통제 수위는 높아질 게 뻔하다. 경직된 북한 체제의 속성 상 신임 군지휘부는 아랫 단위 옥죄기를 통한 성과 도출에 나설 것이다. 유연함이 없이 강함만을 추구한다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조급함에 따른 형식적인 강함은 더 그렇다. 자칫 불똥이 한국으로 표출된다면 재앙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柔能制剛)는 건 진리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09.04 08:53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일성 “수도 서울” 김여정 “대한민국”…정전 70년, 달라진 북한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일성 “수도 서울” 김여정 “대한민국”…정전 70년, 달라진 북한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1. “조선에서 정전의 달성은 외래 제국주의 련(연)합세력을 타승하여 미제국주의, 리(이)승만 매국도당들을 반대하여 자주와 독립을 수호하는 우리 조국 인민이 3년 간에 걸친 영웅적 투쟁의 결과이며 우리나라와 우리 인민이 쟁취한 위대한 력(역사)사적 승리입니다.”(1953년 7월 27일 김일성 연설)   #2. “오늘 21.00시 우리 조국의 림시(임시) 수도인 평양시에서 124문의 포로써(서) 일제 사격으로 24발의 축포를 울릴 것이다. 우리의 영예로운 조국-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53년 7월 28일. 북한군 최고사령관 명령 470호)     ■  「 72년까지 북 헌법상 수도는 서울 김여정 담화 ‘남조선’ 대신 호칭 얼어붙은 남북관계 현실 반영 북·중·러 결속 다지기 주력할 듯 」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북한 국방성 초청으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이 지난 2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1953년 7월 27일 유엔이 구성한 국제 연합군과 북한군·중공군이 판문점에서 정전 협정에 서명한 직후, 김일성 당시 내각 수상은 TV에 등장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날엔 최고사령관 명령을 통해 소련과 중국의 지원에 감사하고, 전쟁 승리를 기념해 평야에서 2976발(124문×24발)의 포를 쏘라는 지시를 이어갔다.   북한이 발행한 『조선중앙년감』1953년 판에는 1375자 분량의 최고사령관 명령서 전문이 실렸다. 해당 문서는 “~한다”와 같은 평서문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습니다”와 같은 경어체가 혼재돼 있어 당시 긴박하게 지시한 흔적을 보였다. 김일성의 언급 중 눈에 띄는 건 평양을 ‘림시수도’라고 한 부분이다. 북한은 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로 정부를 수립했지만, 72년 12월 헌법을 개정할 때까지 서울시를 수도로 삼았다(헌법 103조). 전쟁 전 경계선이었던 38도선 이남 지역을 미수복 지역으로 규정하고, 전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국토완정론’의 연장이다. 이는 북한이 6·25 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며 전쟁을 개시한 명분이기도 했다.   담화속 따옴표에 숨은 뜻은   이로부터 70년이 지나 김일성의 손녀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10일 담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미군 정찰기의 비행을 저주하며, 과거 삼가던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담화에 사용했다. 김 위원장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그의 입에서 갑자기 ‘대한민국’이라니. 이를 두고 ‘우리민족끼리’를 주창하던 북한이 ‘두 개의 한국(투 코리아) 전략’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등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추진했던 금강산 방문계획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한 뒤여서 이런 분석은 확산했다.   김여정의 담화를 실은 북한 매체의 표현을 들여다 보면 또 다른 의도도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의 담화를 전하며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의 앞과 뒤에 ‘《》’를 표기했다. 한국에서 인용문에 사용하는 문장 부호인 따옴표(“ ”)다. 북한이 발간한 『조선말대사전』은 이를 “남의 말이나 글을 인용하려 하거나 어떤 말마디나 문장을 이른바라는 뜻으로 특별히 구분하여 쓰려고 할 때 쓰는 부호. 《》와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김여정의 《대한민국》은 “이른바 대한민국”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자신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게 불러준다’는 식의 비아냥이다. 한반도의 봄으로 불리며 남북관계가 좋았던 2018년 8월 15일 조선중앙통신은 ‘대한민국’이라고 쓰면서도 앞과 뒤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았다. 반면,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국회나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던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등을 표기할 땐 빼놓지 않고 이번처럼 인용부호(《》)를 썼다. 결국 김여정의 《대한민국》은 남북관계의 냉각된 현실을 반영하며, 점잖고 건전한 외교관계를 염두했다기보다 한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 ‘셀프 봉쇄’ 풀까   정부 당국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과 관련한 북한의 행사 가운데 열병식을 주목해 왔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수시로 진행하는 열병식에서 북한이 신형 무기를 공개하며 대내 결속을 유도와 함께 대외 메시지를 발신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때론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 심야 열병식을 강행하고, 지난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엔 10살 안팎의 딸을 주석단에 등장시켰다. 특히 열병식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던 지난 4월부터 해외 인사들을 초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국경을 꽁꽁 닫는 셀프 봉쇄에 나섰던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국경을 개방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북한 당국자들도 암암리에 외부에 방북 준비를 암시했다. 그러나 당초 움직임과 달리 북한이 26일 오후까지 공개한 공식 초청인사는 중국과 러시아 인사가 전부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만 북한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자신들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특별 취급해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겠다는 또 다른 정면승부다.   다만, 중국은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리홍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국회 부의장격)이 단장을 맡은 정부 대표단이, 러시아는 북한의 국방성의 초청에 따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사 대표단이 평양을 찾는 차이가 있다. 북한은 러시아를 언급하며 “전통적인 조로(북·러) 친선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승화 발전시키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국방 장관의 평양 방문은 이례적이다. 혹시 무기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이 무기를 지원하는 대면 협의 자리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공교롭게도 한·미·일 정상은 다음달 18일 미국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북·중·러는 열병식 기간 정치, 외교, 군사 협력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서로 맞은 편의 당사자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나서는 것이다. 70년전 냉전이 시작되던 그날처럼.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를 고려하면 뚱딴지 같지만 양측 모두 전쟁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궁리에 나서는 건 어떨까.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지만, 유사시 직접 피해를 입는 건 한국과 북한이니 말이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07.27 00:48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지금 평양에선 무슨 일이? ‘외교의 시간’ 다가오나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지금 평양에선 무슨 일이? ‘외교의 시간’ 다가오나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운이 좋은 지도자다. 그는 셋째 아들 출신임에도 장자를 선호하는 가부장 사회인 북한에서 왕좌에 올랐다. 2012년 취임 첫 공개 연설에서 “더는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그해 여름 두 달 동안 북한 전역에 폭우가 이어졌다. 사상자 900여 명과 이재민 29만8000여 명이 발생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홍수가 나지 않았어도 식량 문제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었는데, 재해 원인을 자연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  「 북, 3년간 경제수장 네 번 교체 국경 개방, 인적 교류 징후 보여 7·27 열병식이 신호탄 될 수도 북, 야적장 치운 중국에 불만도 」    북한이 지난 23일 올림픽의 날을 맞아 평양에서 달리기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원산 갈마 휴양지와 평양종합병원도 그렇다. 김 위원장은 원산비행장 바로 옆 바닷가에 대규모 휴양지 건설을 하면 주민들이 좋은 시설에서 휴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완공 시한을 세 차례나 연기한 끝에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북한은 태양절)에 맞추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아직 준공하지 못했다. 2020년 3월 17일 열린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올해 계획했던 많은 건설 사업을 뒤로 미루겠다”며 그해 10월 10일 즉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완공하라고 했다. 이 역시 3년이 지났지만 골조만 완성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2020년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번지면서 북한은 국경을 닫아 버렸고, 이 또한 ‘네 탓’의 소재가 됐다. 완수가 쉽지 않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닥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 ‘네 탓’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공약한 군사 정찰 위성 발사는 한 달 늦어졌고, 게다가 이마저 실패했다. 중대 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8기 8차)도 이달 상순 열겠다고 발표(지난달 29일)했지만, 하순의 첫날인 16일에야 시작했다. 기술적인 이유나 기상 상태로 위성 발사가 늦어질 수 있다. 회의 역시 ‘하루 정도쯤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강조하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려는 북한 사회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뭔가 복잡한 북한 당국의 속내를 보여준다.   구관이 명관인가?   그래서일까. 북한 매체들은 사흘 동안 열린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보고 및 평가)했다는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상반기를 결산하는 회의에서 내세울 만한 게 없었던 건 아닐까. 전원회의 때 진행한 인사는 더욱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수시로 고위 간부들의 인사를 했다. 아버지 시대의 사람을 물리고, 자기 사람을 임명하는 소위 세대교체였다. 북한의 핵심 엘리트 조직인 노동당 정치국원의 평균 나이는 김 위원장 집권 당시보다 10년가량 ‘젊어진’ 60대 후반이 됐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3명의 정치국원 간부사업(인사)은 세대교체 추세를 역행하는 결과였다.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강순남 국방상을 위원으로 승진시킨 건 그렇다 치자. 지난해 물러났던 김영철과 오수용 등 ‘노병’의 컴백은 의외다. 지난해 말 물러난 뒤 후보위원으로 정치국에 복귀한 김영철은 정치국원 가운데 최고령인 77세다. 비서나 부장이 아닌 ‘고문’(통일전선부)자격이기도 하다. 30여 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고문 자격은 그가 유일하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오수용 역시 76세로 세대교체와 거리가 멀다. 지난해 6월 경제정책실장 출신의 전현철에게 자리를 내주고 은퇴의 길을 걸었으나 1년 만에 정치국 위원(경제담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부활했다.   북한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건강을 고려해 잠시 휴식의 시간이었을 수는 있다. 믿을 수 있는 건 노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잦은 인사를 통해 기강을 잡고, 정책의 방향을 바꿔온 김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대외,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 뭔가 변화를 모색할 필요성을 느낀 게 아닐까. 최근 3년 동안 노동당에서 가장 많은 교체가 이뤄진 자리가 경제부장(김두일→오수용→전현철→오수용)이라는 점도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   셀프봉쇄 해제하나   때문에 북한이 2020년 1월부터 유지해온 셀프 봉쇄를 조만간 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북·중 국경 지역에선 이미 여러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화물 열차가 비정기 운행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월 두만강 하구의 원정리와 중국 훈춘 간 화물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함북 무산과 중국 옌볜 인근의 난핑을 잇는 도로를 개통하고, 북한의 세관 직원들은 봉쇄의 상징이었던 방역복을 벗었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 국경 개방과 관련한 회의를 하며 얼굴을 붉히며 파행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중 교역이 수년 동안 끊기자 중국 당국이 단둥 지역의 대북 수출품 야적장을 처분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한 불만을 대거 쏟아 냈다는 내용이다.   인적 교류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200명 안팎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3일엔 평양에서 올림픽의 날을 기념하는 달리기 대회를 ‘느닷없이’ 열었다. 수십 명으로 추정되는 대회 참가자들은 가슴에 ‘OLYMPIC DAY’라고 영어로 새긴 흰색 티셔츠를 입고 달렸고, 북한은 이 사진을 관영 매체를 통해 외부에 타전했다.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을 무시하지 않고 외무성 부상이 나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조건이 맞으면 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다음 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이 자리에 해외 인사를 초청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북한 입장에선 셀프 봉쇄를 거둬들이는 최고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직접 손을 내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과 관련해선 많은 변수가 있어 예단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외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논설위원

    2023.06.29 08:25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늙다리 미치광이’→‘늙은이의 망언’…궁금증 키운 김여정의 ‘입’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늙다리 미치광이’→‘늙은이의 망언’…궁금증 키운 김여정의 ‘입’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즘 조용하다. 그는 지난달 18일 딸을 데리고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찾은 이후 이달 3일까지 15일 동안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감췄다. 집권 이후 수시로 공개 석상에서 사라지곤 했기에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35일 동안 공개 활동을 멈췄던 지난 1월을 제외하곤 올해 들어 최장기 공백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지난달 24~30일) 시기와 시점이 겹친다.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포스트 한·미 정상회담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 ‘늙은이’는 북한에서 경어 표현 한·미의 ‘워싱턴선언’ 반응 주목 막말 속 수위조절, 그 의도는? 남북 대화 향한 계기 되었으면 」    공개 자리에서 15일간 사라진 김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16일 평양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을 발사 한 뒤 여동생 김여정(오른쪽)과 웃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김 위원장의 입으로 불리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바빠졌다. 김여정은 오빠의 ‘공백기’에도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현지시간 26일)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서다. 한·미 정상은 핵탄두잠수함(SSBN)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수시로 한국에 투입해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의 발표에 대해 김여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정권이 종말(end of regime)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문제 삼았다. 북한은 김여정의 입장 발표 다음 날에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냈고, 주민들을 모아 한·미 정상 화형식을 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으름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여정이 발표한 입장문에 몇 가지 궁금한 대목이 보인다. 우선 형식이다. 김여정은 한·미 정상의 기자회견 52시간여 만인 지난달 29일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냈다. 2021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흘이 걸렸던 대응 시간과 비교하면 ‘즉각적인’ 반응이다. ‘정권 종말’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한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김여정은 과거와 달리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입장’ 형식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중요도에 따라 성명, 담화, 보도, 비망록, 논평, 기자회견 등을 내놓곤 했다. 이번의 ‘입장 발표’는 기존에 없던 형식이고, 성명이나 담화보다 ‘격’이 낮다. 얼핏 반발 수위가 높지만 대내, 그리고 외형적으론 반발하면서도 내용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성명·담화보다 낮은 ‘입장’ 형식   어투도 다르다. 김여정은 “저능한 청와대” 등 분명하고 저급한 막말을 해 왔다. 지난달 29일에도 “망령” “망언”이라고 저주했지만, 예전과 달리 말꼬리를 흐리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늙은이의 망령이라고 보겠는가?”라거나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식이다.   북한이 2017년 발간한 『조선말대사전』은 ‘늙은이’를 ‘늙은 사람을 좀 높이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늙은이를 존경하고 예절 바르게 대하는 것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도덕품성’이라고도 적혀 있다. 사전대로라면 김여정의 ‘늙은이’ 표현은 오히려 높임말이 되는 셈이다.   이는 북·미가 한창 각을 세웠던 2017년 9월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성명’과도 비교된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를 불로 다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영문 번역본에 ‘dotard(노망한 늙은이)’란 표현과 달리 김여정은 이번에 ‘man’ 또는 ‘old man’으로 순화된 표현을 썼다.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경고가 ‘완전 파괴’에서 ‘정권 종말’로 수위가 높아졌지만 북한은 오히려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북한이 노동신문 2면 하단에 이를 배치한 것이나 한·미 정상과 관련한 화형식을 했다고 3일 전하면서도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 듯하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윤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미사일을 날렸던 북한이 이번엔 잠잠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진보와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전후엔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 사흘 뒤 평양 순안 공항활주로에서 미사일을 쐈다. 올해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며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공개했지만 현재까진 조용하다.   북한의 이런 모습이 의도적인 수위 조절인지, 기술적 문제 또는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내부 요인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다시 등장할 때 어떤 카드를 들고나올지, 북한이 언제 돌변할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최근 김 위원장의 잠적이 더 큰 ‘한방’을 위한 준비 차원일 수도 있다. 북한이 신냉전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한반도에 더 큰 긴장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더 큰 ‘한 방’ 준비하고 있나   하지만 김 위원장이 눈여겨봐야 할 장면이 있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 선언과 별도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다.   또 하나 더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국가우주개발국의 로고까지 벤치 마킹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찾아 우주 공동 개발을 약속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주일 전 김 위원장은 “우주산업장성(성장)은 세계적인 경제 및 과학기술 강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지름길 개척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종합적 국력의 시위로 된다”고 강조했다.   우주 개발은 말과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고,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면 그가 강조하는 과학기술 강국이 자신들의 눈높이가 아닌 국제적 수준으로 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남매가 남긴 궁금증이, 김 위원장의 장고(長考)가 악수(惡手)가 아닌 ‘대화를 위한 공간 만들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2023.05.04 00:57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한·미 훈련에 짜증 났나? ‘훈련 막아서기’ 직접 뛰어든 김정은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한·미 훈련에 짜증 났나? ‘훈련 막아서기’ 직접 뛰어든 김정은

    정용수 논설위원·통일문화연구소장 북한을 읽으려면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쫓는 것이 기본이다. 북한 매체는 비록 필요한 것만 선별하지만 그 속에 최고지도자의 구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사소한 잘못도 비판받아온 북한 관료와 주민에겐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다. 최고지도자가 움직여야 사회가 돌아가는 구조다.   여기에 경제난으로 자원 배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최고지도자의 지시는 곧 법이다. 또 물자 보장의 수단이 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집무실을 비우고 현지 지도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  「 올 1분기 공개활동만 22차례 최근 5년 중 가장 왕성한 행보   핵·미사일 관련 현장 절반 넘어 중·러 믿고 안보리 결의안 무시   다양한 미사일 발사 방식 선전 사소한 오판이 재앙 부를 수도   」    지난달 공개활동은 100% 군사 분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한 미사일 참관지로 가기 위해 딸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뉴시스]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해 1~3월, 즉 1분기에만 총 22회(수일간 진행한 회의는 1회로 간주)의 공개활동을 했다. 최근 5년 중 최다 수치다. 본지 통일문화연구소가 2차 북·미 정상회담(베트남 하노이)이 결렬된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매년 1분기 그의 행적을 분석한 결과다. 미국과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회담 결렬 후 “(미국이)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고 위협하며 뒷정리에 집중했던 2019년 1분기에 그는 모두 15차례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2020년엔 정비 시간을 가지며 13회로 보폭을 줄였다가 2021년 21회, 지난해엔 18회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분야별 공개활동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22회 공개활동 중 군사 분야에 13회를 할애했다. 전체 활동의 절반 이상이 군사였다. 집권 직후 군심 다잡기에 나선 2013년 같은 기간의 군사 분야 현지지도(총 19회)는 전체 활동의 44%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달 9일 화성포병부대 현지지도(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김 위원장의 3월 한 달간 공개활동은 100%가 군사 분야였다. 말로는 경제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군사에 올인한 것이다.   20년 전인 2003년 이맘때 외교가에선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원유 밸브를 잠갔다는 얘기가 돌았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북한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화가 난 중국이 원유 제공을 중단하며 북한을 압박한다는 얘기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해 8월 북한은 베이징 6자 회담에 나섰다. 당시엔 한·미·일은 물론 북한 동맹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했다. 북한 입장에선 1대 5의 구도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최근 달라졌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탄도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도, 중·러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편든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반대로 대북 추가제재는 물론 규탄 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어느 때보다 거세지만 과거 1대 5의 구도가 3대 3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뒷배 때문일까.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지난달 미사일 도발에 전념했다. 한·미 연합훈련(자유의 방패, 3월 13~23일) 기간 5차례를 포함해, 훈련 전과 후를 포함하면 모두 8차례다. 김 위원장은 이 ‘현장’을 빠지지 않고 찾았다. 지난해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 때 ‘맞짱 전략’을 선보였던 그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강대 강, 정면대결을 강조한 걸 실천하는 모양새다. 과거 ‘시험’ ‘검수’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했던 북한이 지금은 “군사적 공격능력 시위”(지난달 24일)라며 협박한다.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특이점이 있다. 10살 안팎의 딸을 데리고 미사일 발사 현장에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부녀는 지난달 19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았다. 북한이 처음으로 모의 핵탄두를 고도 800m 상공에서 폭발 실험을 한 날이다. 지난해부터 서방 언론이 주목한 그의 딸을 대동하고, 여기에 모의 핵폭발이라는 ‘한방’을 과시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대미 관계를 장기전으로 선포했지만, 대화에서 무력으로 수단만 바뀌었을 뿐 ‘관심 종자’가 되고 싶은 열망은 여전히 그대로다.   북한은 핵탄두 폭발 실험 발표와 함께 미사일이 변칙기동을 해 요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이동식발사대(TEL)를 대거 사용하고 수중 발사, 지하 시설(사일로) 등 다양한 발사 방식을 선보였다.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기 힘들 것임을 내세우려는 듯하다. 공중폭발 실험, 전술핵탄두 공개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7함대의 칼 토머스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우리가 그 지역에 있었던 게 김정은의 짜증(tantrum)을 부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한·미 연합훈련에 짜증이 난 김 위원장이 올해는 직접 나선 셈이다.   김정일 집권기보다 상황 엄혹해   김 위원장의 짜증이 잠시 줄어든 것일까. 지난달 27일 이후 9일째 김 위원장이 잠잠하다. 그렇지만 갑자기 ‘큰일’을 저지른 전례가 있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군사위성이나 남태평양을 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직접 챙기고 있을 수도 있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1·21 청와대 습격(1968) 사건과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을 주도했다.   북한이 처한 여건이 아버지 김정일 집권 전반기의 북한보다 훨씬 엄혹하다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이 알고 있을까. 의도가 무엇이든 북한의 최근 ‘위협 올인’ 행보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핵위기를 높이고 있다. 중·러의 후원을 바탕으로 핵과 미사일 카드를 꺼내 든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사건’을 일으켰을 때처럼 혈기 왕성하다.   하지만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코다칠 수 있다는 교훈도 아버지에게서 들었을까. 핵위협을 앞세우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무모한 행보가 인류 역사 최대의 참사를 부르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용수 논설위원·통일문화연구소장

    2023.04.06 00:52

  • 어디 떨어질지 몰라 무섭다던 北미사일…정확도까지 붙었다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어디 떨어질지 몰라 무섭다던 北미사일…정확도까지 붙었다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  평양의 미사일과 판교 카카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1. 2003년 가을 금강산 취재를 다녀올 때다. 금강산 온정각을 출발해 휴전선을 넘을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진행했던 현대 아산의 수송반장이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앉았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미니 버스가 시속 50㎞를 넘기려는 순간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장 선생! 기관(엔진)이 터질라 그럽네다. 천천히 가시라요”. 차량 행렬 맨 뒤에서 휴전선까지 차량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감시하며 따라오던 북한 관계자였다.   #2. 3년 뒤 무기 개발을 담당했다는 고위 인사를 중국에서 만나 당시 얘기를 나눴다. 북한이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을 한 직후였다. 자동차도 만들지 못하는 북한이 핵탄두를 가지더라도 운반 수단인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미사일은 정확도가 생명이라는 의견도 냈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정 선생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누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미사일이 전쟁에선 제일 무서운거야.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거든.”     ■  「 북 “다양한 전술핵 미사일 성공” 계룡대 등 주요 시설 핵공격 암시   괌 사정권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오키나와 겨냥 장거리순항미사일도   한·미 전략 자산 동원하며 맞대응 북한발 카카오 먹통사태 대비해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해 교내 실내 사격장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원 부분). 사격장은 화약이 들어간 실탄을 다루고 있어 금연이 원칙이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웃음으로 끝난 그날의 대화로부터 16년이 흘렀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보름동안 평양에서 두 차례 등  6곳에서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이라는 명칭으로 기간을 정해 놓고 12발의 미사일을 단기간에 무더기로 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와 비행 궤적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심각성이 드러난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의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600㎞ 이상 날아간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하고 있었는데, 태천에서 이곳까지 직선 거리로 630여㎞다. 북한이 레이건함을 겨냥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360여㎞의 미사일을 쐈다. 이는 발사지점에서 한국 해군의 1함대 사령부까지 거리와 일치한다.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동해를 관할하는 1함대 사령부가 목표인 듯 했다. 지난달 29일 평남 순천에선 사거리 350여㎞를 쐈다. 한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중부지역의 공군기지까지의 거리다. 지난 1일과 9일 각각 평양 삼석구역과 강원 문천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는 각각 350여㎞를 날아갔다. 두 곳에서 방향을 틀면 한국군의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다. 어디에 떨어질 지 몰라 ‘무섭던’ 무기에 정확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잠수’ 대신 발사 현장 찾은 김정은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핵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행동이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에도 “무자비한 보복”을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했다. 하지만 정작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하거나, 미국의 전략 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올 때마다 숨을 죽였다. 북한 지도자가 공개활동을 중단하거나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다. 2017년 4월 한·미가 F-22와 F-35와 같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등 24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진행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던 때였는데 김 위원장은 평양을 비우고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 만포시 등을 찾았다. 2003년 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0일 동안 잠적한 것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의 즉각적인 반격을 겁낸 듯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6~29일 실시한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 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맞대응을 지휘했다. 한국이 실사격 포격 훈련을 하면 북한군은 수 시간 안에 포문을 연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경계 완충지역 내 사격을 금지한 남북간 합의를 깼다. 자신들의 혈맹인 중국에서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6~22일)가 진행중이지만, 한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포탄을 날린다. 새벽 1~2시에 미사일을 발사해 “새벽 잠을 깨우지 않겠다”던 4·27 판문점 정상회담의 약속도 버렸다.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6일)엔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꺼내 들고 유엔사 후방기지가 다수 있는 일본 오키나와를 훌쩍 넘기는 2000㎞를 날렸다. 사거리 4500㎞의 미사일을 쏜(지난 4일) 것도 괌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은 “핵이 터진 한반도에 미군이 상륙할 수 있겠냐”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전술핵을 실어 한반도 전역과 유사시 미군의 증원 세력을 차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경제난과 대북 제재 등으로 재래식 군비 경쟁에서 뒤진 북한이 한·미·일을 겨냥해 핵인질 전략을 시작한 셈이다.   어게인 2017년?   북한은 당분간 이런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반도엔 또다시 2017년과 같은 전운이 드리울 수 있다. 북한은 2017년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이 B-1B 전략 폭격기와 전자전기 등 20대의 항공기를 동해상으로 급파했다. 당시 미국은 일부 항공기를 북한 영공으로 들여 보내는 등 전쟁 직전상황까지 갔다.(밥 우드워드 『분노』)   미국은 최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를 본토에서 괌으로 이동시켰다. 한반도라는 하나의 레일 위에 마주선 기관차가 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력을 동원해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북한이 수 년간 핵을 앞세워 창끝을 뾰족하게 한 데 비해 한·미는 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2010년대 중반의 대응책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그마저도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에 대응한다며 발사한 미사일(현무-2C)이 뒤로 날아가 떨어지고, 정상 발사한 에이테큼스 두 발 가운데 하나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추적도 못했다. 이런 대응으로 북한 지도부를 얼마나 위축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난 주말 경기 성남에 있는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아날로그 사회인 북한이 한국의 새로운 ‘약점’을 발견했을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수도권을 겨냥하진 않은 것 같다. 수도권에 핵이 터질 경우 자신들도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했거나 사거리를 줄인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 언제든 공격이 가능하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끔찍하지만 북한의 미사일이나 낡은 전투기가 수도권에 날아와 제2의 카카오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시설에 자폭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수도권은 주유소와 가스관, 전기시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급속도로 핵보유국에 다가가는 북한을 제동하는 것 못지않게 북한발 제2의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북한은 연말이면 한 해 사업을 결산하는 ‘총화’를 진행한다. 노동당 전원회의나 내년 신년사를 준비하며 숨고르기를 하거나 새로운 전략수립에 나설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도 재정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북한이 언제 다시 기상천외한 위협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2022.10.21 09:28

  • 금연 하라는 北…학교가서도 담뱃불 붙인 김정은 옆엔 이것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금연 하라는 北…학교가서도 담뱃불 붙인 김정은 옆엔 이것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해 교내 실내사격장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방문한 만경대혁명학원 수영장 테이블에 재떨이가 놓여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공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 사진에는 그가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실외에서 진행한 현지지도는 물론이고, 신축 아파트 등 실내도 예외는 아니다. 집권 초기 그가 유치원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방문한 만경대혁명학원 실내체육관 테이블에 담배와 재떨이가 놓여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런 그의 담배 ‘사랑’이 사격장과 실내수영장에까지 이르렀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6일과 17일 그의 만경대혁명학원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옛 고급당학교) 방문 소식을 전하며 사진을 각각 공개했다. 만경대혁명학원은 고위 간부들의 자녀를, 당 중앙간부학교는 노동당의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창립 75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았는데 당시 바빠서 시설을 둘러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4일만에 이곳을 방문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 학교의 사격장과 실내 수영장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중앙간부학교 계단식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장면은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 사진에 그대로 실렸다. 북한의 노동당 고위간부들은 그의 건강을 이유로 정치국 결정으로 금연을 권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의 강의실에서 담배를 들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2016년 제정한 담배 통제법에 교육기관과 수영장 등 공중 집합 장소와 화재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의 금연을 의무화했다. 2020년 제정한 금연법 역시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토록 법은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재떨이가 놓여 있어 북한 관리들은 그에게 벌금 부과가 아닌 흡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은 평등을 주장하지만 최고지도자는 법 위에 군림하는 신적인 존재”라며 “누구도 그가 법을 어겼다고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2022.10.21 09:26

  • [포토]북, 훈련 종료선언 이틀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포토]북, 훈련 종료선언 이틀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진행한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13일 전했다. 북한은 2기의 미사일이 서해 상공에서 '8자형 비행궤도'로 1만 234초(1시간 50분 34초) 동안 2000㎞를 비행해 표적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발사 원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3일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3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3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0일 오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힌 지 이틀만에 진행됐다. 특히 북한은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실천조치들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추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은 또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핵전투무력의 고도의 반응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전해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전술핵 탑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문화연구소

    2022.10.13 09:03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김정은, 하노이 충격 벗어났나... 올해 공개연설 8번 역대 최다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김정은, 하노이 충격 벗어났나... 올해 공개연설 8번 역대 최다

     ━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 많아졌다. 공개 연설 횟수는 물론 한국과 미국을 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 수위도 높이고 있다. 통상 최고지도자의 언급은 ‘마지막 카드’로 통한다. 정책이 바뀌거나 상황의 반전, 협상 결과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빠져나갈 구멍, 즉 에러텀이다. 북한 역시 김여정이나 외무상·통일전선부장·대변인 등을 내세우곤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이 마지막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고 있다. 제자리걸음인 북·미 협상과 윤석열 정부를 향한 압박 차원인지,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분명한 건 최근 그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의 첫 대중연설은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이었던 2012년 4월 15일 열병식 때다. 당시 그는 “더는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을 포함해 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한 해 동안 모두 5차례 마이크 앞에 섰다.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연설은 7차 당 대회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박차를 가하던 2016년(5회)을 제외하곤 1년에 3차례(회의 기간 중 복수의 연설을 1회로 간주) 안팎 수준으로 말을 아꼈다.     ■  「 공개활동 하노이 회담 이전 회복 최근 무더기 연설 핵심은 선제 핵 타격 중국 체면 세워주며 미국 압박 의도 “담대한” “불가역적” 표현 차용도 」    하지만 그는 지난해 7차례 공개 연설에 나선 데 이어 올해엔 22일까지 8번 등판했다. 이미 역대 최다를 넘어섰다.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정전협정체결일(7월 27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8월 10일), 인민군 군의(軍醫)부문 전투원 접견(8월 18일), 최고인민회의(9월 8일) 등 최근 두 달 동안에는 무더기 연설에 나섰다. 다음 달 10일 당 창건기념일 등의 행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개 연설 횟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시에 김 위원장은 2019년 이후 축소했던 공개활동도 대거 늘려 ‘하노이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한 모양새다. 그는 집권 첫해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1월 1일~9월 22일 기준) 매년 평균 109.8회 공개활동에 나섰다. 지도자에 오른 뒤 현장방문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주민들과 접촉면을 늘려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통일부는 2016년부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까지 3년 동안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숫자를 96→72→81회(1월 1일~9월 22일)로 파악했다.   하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2019년엔 이전 평균보다 50회 가까이 줄어든 60회에 그쳤다. 2020년엔 같은 기간 40회로 더 줄었다. 하노이 충격에 코로나19가 겹친 탓이다. 공개연설이 늘어난 지난해엔 68회로 보폭을 넓혔고, 올해는 2017년(72회)을 상회하는 73회다. 숫자만으로는 하노이 충격으로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다 정상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조급함인가, 미국에 대한 미련인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무기 완성을 선언했던 2017년에도 핵위협 강도가 셌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평창 겨울 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핵실험 움직임을 보여온 북한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14기 7차) 법령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채택했다. 서문과 핵무력의 사명, 구성, 사용 결정의 집행, 사용원칙, 사용조건, 동원태세, 유지 관리 등을 담은 11개조의 법령이다. 위협을 느끼면 핵으로 선제타격하겠다는 점도 명기했다. 2013년 최고인민회의 결정(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하여)에선 핵으로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보복하겠다고 했던 북한이다. 핵을 이용한 보복공격이 선제타격으로, 공격 대상은 ‘핵보유국’(2013년)에서 ‘핵보유국과 야합하는 비핵국가’로 넓혔다.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선제타격’ 개념이나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시정연설에서 법령 채택을 두고 “담대한 정치적 결단”, “불가역적인 국가의 지위 확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담대한 구상)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향해 던졌던 선제타격(작전계획 5015)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 원칙(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을 모방한 어깃장일 수 있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핵 무력 법제화를 들고 나왔을까. 중국은 다음 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당 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중국은 대형 정치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으로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북한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북한은 핵 무력의 법제화 카드, 즉 무력시위가 아닌 말(言) 시위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우면서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북한이 핵 무력 관련 법령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이 아닌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고인민회의는 첫날(7일) 회의에서 사회주의농촌발전법과 원림녹화법을 채택했는데 두 가지 모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이다. 이에 비해 핵 무력 법령이 다소 무게가 떨어진다. 나아가 북한이 법령의 전문(全文)을 즉각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는 전략무기와 관련한 내용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22일 북한 국방성은 “불법무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라는 것을 애초에 인정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지난 시기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담화를 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했고, 이는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의 언급에 대한 반박이다. 북한이 여전히 미국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 러시아 화물 열차 운행 움직임도   북한이 이르면 다음 주 중국과, 그리고 머지않은 시점에 러시아와 열차 운행을 재개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대북제재와 국경봉쇄로 경제난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과거의 북한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침묵으로 일관했다. 스위스 유학파인 김 위원장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여기면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이 근본 문제 해결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을 거다. 미국에 선을 그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배수의 진을 치며 자주 등판하는 이유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법이다. 일부에서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동시에 한국의 핵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움직임에 맞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극 활용하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남과 북, 미국 모두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는 꼴이다. 반면 북한이 흔들고 있는 핵 위협 카드가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은 이전보다 줄어든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말 시위가 실제 핵실험으로, 전술핵 무기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핵 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모습에서 핵이 만능의 보검이 될 수 없음을 북한이 깨달아야 한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nkys@joongang.co.kr

    2022.09.23 08:05

  • 北공연 맞아? 레이디 가가 머리스타일에 R&B 부른 그녀

    北공연 맞아? 레이디 가가 머리스타일에 R&B 부른 그녀

     북한은 정부 수립 7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에서 대규모 경축공연을 했다. 2시간 15분여 진행한 공연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 여럿 나왔다. 우선 국회의사당격인 만수대의사당 건물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대규모 배경 화면에, 지난 7월 27일에 이은 야외공연이었다. 최근 평양음대를 졸업하고 공연단에 합류한 김유경은 1948년 만들어진 ‘인민공화국 선포의 노래’를 R&B 스타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무대에 등장한 가수들의 외모다. 지난 7월부터 선보인 정홍란은 이날도 일명 레고머리로 불리는 바가지(풀뱅)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파격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탈리아계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가 유행시켰던 머리모양이다. 바지 정장 차림의 그는 역시 바지 정장 차림의 백댄서와 무대를 함께 하기도 했다. 북한이 정부수립 7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평양 만수대 언덕의 야외 특설무대에서 대규모 공연을 했다. 이날 정홍란(큰사진, 왼쪽 작은 사진)은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레고머리 모양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또 북한 가수들이 좀처럼 입지 않았던 바지정장 차림으로 공연했다.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 가수와 악단 모두 여성들로만 구성한 모란봉 악단을 창단해 미키마우스와 팝송을 연주토록 했다. 이들은 미니스커트와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어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방한 공연을 위해 구성된 삼지연 관현악단 가수들이 숏 팬츠를 입기도 했지만 이후 북한 가수들의 패션은 복고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정부수립 7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평양 만수대 언덕의 야외 특설무대에서 대규모 공연을 했다. 이날 정홍란(큰사진, 왼쪽 작은 사진)은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레고머리 모양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또 북한 가수들이 좀처럼 입지 않았던 바지정장 차림으로 공연했다. [뉴스1]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서 여성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복이나 치마 정장을 입도록 강요한다”며 “이번 공연은 한국이나 외국 문화를 접한 젊은이들을 의식한 변화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9년을 기해 한국과 서방 문화 접근을 법적으로 막고 있는데 북한 연예인들의 화려함을 통해 북한 젊은이들의 문화적 굶주림을 해소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nkys@joongang.co.kr

    2022.09.23 08:02

  • 김정은 칭송한 노동신문 기자, 알고보니 이복누나 김설송?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 칭송한 노동신문 기자, 알고보니 이복누나 김설송? [평양, 평양사람들]

     지난 23일 북한 노동신문 2면에 ‘위민헌신의 길에 꽃펴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행보를 칭송하는 내용이 실렸다. 국무위원장이 칠면조 고기 매장을 찾아 승강기를 설치하라거나, 야외 빙상장 건설 공사장에선 스케이트 날을 갈아 주는 곳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북한 표현으로 덕행실기(德行實記)의 일환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2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누나인 김설송과 동명이인인 기자의 이름으로 쓴 기사를 실었다. [노동신문 캡처] 그런데 글을 쓴 이가 노동신문사 기자 김설송이었다. 이날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설송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김설송(48)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과 본처 김영숙 사이에 태어났다. 미국 국적의 대북 사업가와 극소수 한국 국적자를 만난 것을 제외하곤 대외에 공개된 적이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급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인용구인터뷰_질문인터뷰_답변부제 컴포넌트Delete old QnA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담은 사진에 현송월 당 부부장 이외에 김 위원장을 챙기는 듯한 낯선 여인이 등장했을 때 그가 김설송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에 김설송이 등장하자 김 위원장 등장 이후 이복 누나인 김설송이 노동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동명이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보 당국자는 “올해 들어서만 노동신문에 김설송이라는 이름으로 35건 안팎의 기사가 실렸다”며 “과거 통일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인물이 노동신문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2022.08.26 09:31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 중…탄두 소형화에도 대비해야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 중…탄두 소형화에도 대비해야

     ━  북한 미사일에 막힌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남북이 최근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북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원을 남측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지난 17일 북한이 쏜 순항(크루즈) 미사일의 발사 장소를 놓고 남북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합동참모본부는 평남 온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8일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평남 안주시의 금성다리, 즉 평양과 평북 희천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교량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  「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순항미사일 발사…남·북간 발사장소 이견 ‘비핵화+대규모 경협’ 중심의 담대한 구상 걷어차고 미사일 위협 미국 공격용 전략핵 이어 소형 핵탄두 탑재하려는 계산일 수도 핵보유 선언한 뒤에 협상 무대로 나온 2017년 상황 되풀이될까 」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은 입체적인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레이더는 물론 미사일 발사 전후 포착되는 전파, 그리고 미사일 발사 때 분출하는 화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조기경보위성(DSP와 SBIRS) 등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은 김여정의 말이 전부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읽는(독보회) 노동신문에 실었다는 점에서 거짓말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성다리가 안주시내에서 약 2.5㎞가량 떨어져 있어 발사 장면을 안주시 주민이 지켜봤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양측이 추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한 공방은 쉽게 판가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핵실험+미사일 발사’ 공식?   북한이 지난 1월 25일 함남 함주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당시 1937초 동안 18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양측이 밝힌 순항미사일의 발사 원점은 직선으로 약 92㎞가량 떨어졌다. 정확한 발사지점은 한국군의 탐지능력 못지않게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 상황 및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통상 미사일 개발 과정은 지상 엔진실험→발사대 발사→비행실험→정확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여러 차례 발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개발 초기에는 해안에서, 이후 내륙으로 발사 장소를 옮긴다. 전형적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 과정이다. 그런데 군 당국이 지목한 온천 지역은 서해안 바닷가다. 한국군이 특정한 발사 장소가 맞다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발사 지점은 해안에서 20여㎞ 떨어진 내륙이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완성 시점이 당겨지는 셈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1월 25일 신형 순항미사일을 쐈고, 당시 “9137초를 비행해 18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 비해 평균 속도가 시속 709㎞로 3㎞가량 줄었지만, 비행시간과 거리는 각각 25분 57초, 300㎞가 늘어났다. 사실상 순항미사일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순항미사일은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면 창문을 공격할 것인지, 출입문을 표적으로 삼을 것인지 판단할 정도로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탄도미사일이 위도·경도 등 2차원 정보를 활용한다면 지대지 순항미사일은 3차원 지형정보가 필요하다. 또 비행 내내 지형과 비행 정보를 비교하며 지상국과 교신을 하는 등 빠른 정보처리 능력이 필수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핵무기 다종화·소형화 전략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실험 준비를 마친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3번 갱도의 깊이 등을 고려하면 소형, 즉 전술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탄두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최근 개발한 전술미사일 뿐만 아니라 순항미사일 탑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파괴력이 작지만, 저공비행으로 레이더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핵순항미사일이 등장한다면 남북 간의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17일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과 비행자리길(비행경로)이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러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을 전후해 이를 탑재할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 96일 전 대포동 2호를, 2차 핵실험과 3차 핵실험 전에는 각각 인공위성 발사용이라며 은하-2호(50일 전)와 은하-3호(62일 전)를 쐈다. 또 4차와 5차 핵실험 직후에도 인공위성 발사라며 장거리 로켓을 쐈다. 각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변용할 수 있는 무기다. 그리고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11월 29일엔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에 성공하고, 8차 군수공업대회(2017년 12월 12일)를 열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북한의 기술 수준으로 순항미사일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 징후와 순항미사일의 잦은 등장이 함께 이뤄진다는 점은 분명히 경계할 만하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미국 본토에 닿는 핵폭탄→수소폭탄→단거리 전술핵 개발 수순을 밟았고, 순항핵미사일이 완성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나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 멀고 복잡해진다.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 협박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8일 만인 지난달 27일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일 연설에서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위협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대규모 경제협력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발표(광복절 경축사)된 지 이틀 만이자,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순항미사일을 쐈다. 김여정은 핵을 국체(國體)로, 경협을 물건짝으로 폄하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간혹 북한의 표면적 주장과 행간을 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다가도 ‘통 큰 결단’이라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북한이다.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의료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담대한 구상 발표 직후 나온 반응을 일종의 ‘관심’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김여정은 “5월 취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할 구상이 있는 듯 냄새를 피웠지만 이번에 내놓은 게 허망하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거꾸로 윤 대통령 취임사를 보고 뭔가 기대를 걸었다고 해석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을 향해서도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순항미사일로 답을 하고, 김 위원장이 “아예 우리(북)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거나, 그의 ‘입’으로 통하는 김여정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한다”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얘기를 공개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통일과 화해·협력을 지상과제로 내세운다. 하지만 “상대하지 말자”는 김 위원장 남매가 ‘두 개의 조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치욕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전술핵 개발을 통해 몸값을 높이겠다는 시간 끌기일 수도 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에 성공한 뒤 핵보유 선언을 하고 협상의 길에 나섰다. 화해의 손짓에 순항미사일로 답한 북한의 모습에서 2017년 상황이 떠오른다.   ■ 노동신문에 등장한 김설송, 그녀의 실체는? 「 지난 23일 북한 노동신문 2면에 ‘위민헌신의 길에 꽃펴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행보를 칭송하는 내용이 실렸다. 국무위원장이 칠면조 고기 매장을 찾아 승강기를 설치하라거나, 야외 빙상장 건설 공사장에선 스케이트 날을 갈아 주는 곳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북한 표현으로 덕행실기(德行實記)의 일환이다.   그런데 글을 쓴 이가 노동신문사 기자 김설송이었다. 이날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설송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김설송(48)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과 본처 김영숙 사이에 태어났다. 미국 국적의 대북 사업가와 극소수 한국 국적자를 만난 것을 제외하곤 대외에 공개된 적이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급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담은 사진에 현송월 당 부부장 이외에 김 위원장을 챙기는 듯한 낯선 여인이 등장했을 때 그가 김설송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에 김설송이 등장하자 김 위원장 등장 이후 이복 누나인 김설송이 노동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동명이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보 당국자는 “올해 들어서만 노동신문에 김설송이라는 이름으로 35건 안팎의 기사가 실렸다”며 “과거 통일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인물이 노동신문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2022.08.26 00:44

  • 판문점 자갈까지 수놓은 카페 女사장…文에 '34개월 정성' 전달

    판문점 자갈까지 수놓은 카페 女사장…文에 '34개월 정성' 전달

    "전쟁의 위험이 사라진 통일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평화롭게 살아 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홍천에 거주하고 있는 정민경(가운데)씨가 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34개월 동안 본인이 작업한 남북정상회담 기념 십자수를 전달했다. 오른쪽은 정 씨와 동행한 이제국 씨. 사진=정민경씨 제공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강원도 홍천에 거주하는 정민경(52)씨의 가슴을 뛰게 했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군부대를 보며 전쟁보다는 평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현실로 될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강원 홍천에 거주하고 있는 정민경씨가 2019년1월부터 34개월동안 작업한 남북정상회담 기념 십자수.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수놓은 작품이다. 사진=정민경씨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김 위원장이 당일 판문점의 휴전선을 표시하는 콘크리트 턱을 넘어와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했다. 이후 정 씨는 정상회담 장면을 개인적으로라도 기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흰색 천 앞에 섰다.     두 정상이 콘크리트 휴전선 앞에서 악수하는 사진을 구해 천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바늘로 수를 놓아 가는 과정은 그의 희망과 기대를 새기는 과정이었다. 정 씨는 ”어렵사리 조성된 분위기가 문 대통령 임기 안에 통일로 이어지길 바랐다“며 “통일이 어렵다면 적어도 종전선언이라도 이뤄지길 기원하는 마음이었다”고 제작 동기를 전했다.     2019년 1월부터 카페를 운영하면서 밤낮 없이 한 땀 한 땀을 이어간 시간은 34개월. 그는 지난해 11월 폭 103.41㎝, 길리 145.87㎝(액자 제외)의 십자수를 완성했다. 역사적인 장면의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사진에 찍힌 판문점 바닥의 자갈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작업을 하는 동안 북ㆍ미 정상회담(2019년 2월), 남ㆍ북ㆍ미 판문점 회동(2019년 6월) 등 냉각된 분위기를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지만, 작품이 완성된 시점의 남북 관계는 그의 바람과 달랐다.     그는 완성한 십자수를 개인이 소장하기 보다 작품 속 주인공에게 전달키로 했다. 그래서 지난 18일 액자에 넣어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직접 전달했다. 1시간 여 동안 문 전 대통령과 환담하며 당시의 기대를 전했다고 한다. 정 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카페 운영에 전념하고 있지만 남북이 전쟁의 위험을 없애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작품 제작 초기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2022.08.19 13:06

  • 中 소식통 “北, 물자부족에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 요구”

    中 소식통 “北, 물자부족에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 요구”

    지난 1월 16일 오전 북한 화물열차가 압록강 북중우의교를 건너 중국 단둥시로 들어서고 있다. [웨이신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물자 부족에 직면한 북한이 방역과 경제 회생을 병행하기 위해 중국에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요청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중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을 잇는 화물열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2020년 1월 하순 북한 주도로 정기 운행을 차단했다. 이후 2년 만인 지난 1월 운행이 재개됐으나 4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다시 정지됐다. 최근 북한 실정에 밝은 중국 관계자는 “북한 무역회사 등이 중국에 운행 재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코로나 유입을 경계해 무역 재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중 열차 재개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열차 운행 재개 요청의 배후에는 식량과 물자 부족에 따른 초조함이 배어 있다. 중국 해관총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액은 3억4137만 달러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억5277만 달러 대비 72.8% 감소했다. 특히 4월 1억 234만 달러였던 무역액은 5월과 6월 2031만 달러와 2183만 달러로 약 80%가량 급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다롄을 방문한 지난 2018년 5월 7일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위에서 북한에서 나온 차량들이 단둥해관의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가장 부족한 물자는 원유와 식량, 외화다. 특히 식량 가격의 상승이 현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계자 분석에 따르면 평양 시장에서 지난 6월 1㎏에 5100원(북한 화폐 기준, 한화 약 7389원)으로 거래되던 쌀 유통 가격이 7월 들어 5800원(한화 약 8403원)으로 약 14%가량 상승했다.     이소자키 아쓰히토(礒崎敦仁)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와 공존을 목표로 하는) ‘위드 코로나’를 모색하고 있다. 철도를 이용한 무역 재개 등도 서서히 진행하고 싶어한다”며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를 지향하지만 물자 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국과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종의 방역과 경제를 함께 병행하는 새로운 ‘병진노선’을 모색한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2일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중국 측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참고해 도시와 농촌 곳곳에 격리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 간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농촌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지난 6월 모내기를 위해 도시 공장 노동자와 학생을 농촌에 파견하기 위해 도시와 농촌 간 이동을 완화했다가 7월 들어 다시 이동을 제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 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의미하는 발열자는 7월 18일 오후 6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250명이 새로 발생했으며 누적 477만2120명이다. 북한은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이기는 체제임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과시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감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며 북한의 감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북한에는 현재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2022.07.20 12:31

  • 北간부 책상엔 버젓이 '사과 컴퓨터'…김정은 '애플 사랑' 속내

    北간부 책상엔 버젓이 '사과 컴퓨터'…김정은 '애플 사랑' 속내

    북한 조선중앙TV는 6월 한 달 동안 74분 25초짜리 기록영화(다큐멘터리) 한 편을 네 차례 방영했다.  현철해 북한 국방성 총고문이 생전 사용하던 사무실 책상 위에 애플컴퓨터(붉은색 원 안)가 놓여있다. [조선중앙TV 촬영]   지난달 19일 사망한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충성심을 집중 조명한 ‘빛나는 삶의 품-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다. 기록영화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째 북한 최고지도자 곁에서 충성을 다하는 현철해의 일생을 다뤘지만 핵심은 임종을 지킨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칭송이다.   기록영화 중간, 47분 47초쯤 눈길을 끄는 장면이 등장한다. 생전 현철해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촬영한 영상이다. 책상 위엔 김 위원장과의 직통전화로 추정되는 것 등 전화기 세 대가 설치돼 있고, 바로 옆엔 모니터·본체 일체형의 컴퓨터가 놓여 있다. 모니터 뒷면에 새겨진 사과 그림이 또렷하다. 모조품이 아니라면, 실제 사용한 컴퓨터라면 현철해가 애플 컴퓨터를 사용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북한이 지난 4월 25일 진행한 열병식과 관련해 제작한 기록영화 속에 애플컴퓨터가 등장했다. 열병식 관계자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이 기록영화를 지난달 28일 방영했다. [조선중앙TV촬영]   앞서 북한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열병식 기록영화에도 애플 컴퓨터가 등장한다. 인민군 복장을 한 행사 관계자들이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장면에서다. 정확한 기종이나 생산연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형상 현철해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현장 등 공개 활동을 하며 애플의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모습이 종종 공개되곤 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 데스크탑이나 비행기 안을 촬영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 역시 애플이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애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집권 이후에도 자기에게 익숙한 애플 제품을 간부들에게 일괄 지급해 쓰도록 하고, 동시에 경제제재를 해봐야 들여갈 건 들여간다는 일종의 시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nkys@joongang.co.kr

    2022.07.01 09:14

  • '양복에 소총' 264명 열병식 떴다…北주민 떨게한 이들 정체

    '양복에 소총' 264명 열병식 떴다…北주민 떨게한 이들 정체

    북한이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열병식에 낯선 장면이 몇몇 등장했다. 이날 열병식은 50개 도보종대와 화성포-17형 미사일 부대 등 22개의 기계화 종대 등 모두 72개의 종대가 참가한 역대급 규모였다. 기존에 선을 보이지 않았던 부대가 참가했다는 의미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참석해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이 공개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1]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의 민방위인 노농적위군의 뒤를 이어 양복을 입고 소총을 든 264명(지휘관 제외)의 종대다. 열병식 다음 날(지난달 26일) 녹화로 방영된 영상에서 이춘희 아나운서는 “수령 보위의 성벽을 떠받드는 하나하나의 성돌이 될 결사의 의지, 전진하는 대오가 비껴 흐른다”며 “성스러운 사명을 지닌 미더운 국가보위성 종대가 정경택 대장의 인솔하에 열병행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참석해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이 공개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1]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정권 수립 이전인 1947년 2월 북조선인민위원회 보안국으로 출범한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정보기관이다. 정보 수집과 간첩 색출 업무는 물론 북한 주민의 동향을 일일이 감시하며 체제 위해세력을 색출하는 게 임무다. 북한 주민들에 경계의 대상이다. 남북대화나 방북한 남측 인사들을 감시하는 것도 임무다. 그래서 보위성원들은 보위상(정경택) 등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물을 제외하곤 가명을 쓰거나 얼굴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린다.     때문에 이날 국가보위성의 열병식 참가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느 국가이건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신분 노출을 꺼린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대내 결속을 과시하고 축제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 유지 관련된 모든 조직을 동원하는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해도 상관없는 보위성원을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2.05.06 09:21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미사일에서 시작해 미사일로 끝낸 김정은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미사일에서 시작해 미사일로 끝낸 김정은

     ━  문재인 정부 5년 남북관계 돌아보니…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북한이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활동을 담은 83페이지 분량의 화보(사진첩)를 공개했다. 인터넷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다. 『북남관계의 대전환 2018』이라는 제목의 화보는 2018년 한 해 동안 남북관계의 훈풍을 담은 122장(남북합의서 사진 제외)의 크고 작은 사진을 실었다.   북한은 특정한 계기에 화보를 발간하곤 한다. 지난달 14일 하루에 각각 김일성 주석 110회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80회 생일(2월 16일)을 기념하는 화보를 펴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화보는 자신과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것을 기회로 봤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 정부를 향해 쏟아부었던 막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다. 김 위원장의 ‘입’이라는 김여정 당 부부장 등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를 “저능하다” “역겹다”라거나 심지어 “삶은 소대가리”라는 비속어를 써가며 공격했다. 2020년 6월엔 2년 전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북한이 ‘대전환’이라고 규정한 2018년이 무색할 정도다.   ■  「 문 정부 출범 4일 만에 화성-12형 정권 마무리 6일 전까지 미사일   5년간 51발, ‘한반도의 봄’ 희석 직접적 군사충돌 없었던 건 성과   북,‘대전환 2018년’ 화보집 발간 한국 새 정부와 무력대치 가능성 」     ‘극과 극’ ‘반전에 반전’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참석해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이 공개 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노동신문=뉴스1] 임기 종료를 나흘 남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빛과 그림자가 명확한 ‘극과 극’ ‘반전에 반전’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의 봄’이라고 불렸던 2018년의 남북관계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4차 남북정상회담(문재인 정부 2차)은 전날 두 정상이 통화하다 “이러지 말고 내일 만나서 얘기합시다”라고 해 열린 ‘번개 정상회담’이었다. 대북제재로 인해 여객기 운항이 어려워지자, 건국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공군 화물기 2대가 방북 인사들을 태우고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김 위원장이 방북한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고, 한국과 서방 기자들을 불러 모아 핵실험장을 폭파한 장면은 30년 가까이 끌어온 북한의 비핵화가 드디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이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이니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극적인 반전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장밋빛 서광도, 한반도의 봄도 허망하게 사그라들었다. 북한과 미국은 이후에도 스웨덴과 판문점에서 접촉을 이어 갔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직접적인 군사충돌은 없었지만 ‘내 갈 길 가겠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로 상황은 또 반전됐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원한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14차례 미사일을 쐈고,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핵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열린 열병식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핵이 전쟁방지라는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면서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예고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 4일 만인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을 시작으로 이후 그해 연말까지 11차례의 미사일을 쐈다. 화성-14, 지대함, 지대공, 신형 유도탄을 총동원했다. 집권 4개월 만인 9월 6일엔 수소폭탄급 핵실험을 했다. 그해 11월 29일 53분간 비행한 화성-15형을 쏘고 나선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그런 뒤 내심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것이다.    물거품된 문 정부의 종전 선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는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종전선언에 집중했지만 북한의 답은 미사일 발사뿐이었다. 한·미군이 요격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북한판 이스칸데르·에이테큼스를 비롯해 초대형 방사포를 쏘아댔다. 북한은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14차례와 5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도 7차례였다. 지난 4일 등 올해 14번을 포함하면 지난 5년간 북한이 꺼낸 미사일 카드는 공식확인된 것만 51차례다.   결국 문재인 정부 5년의 남북관계는 미사일로 시작해 미사일로 끝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핵실험과 ICBM(1년차)→한반도의 봄(2년차)→하노이 회담의 결렬과 북한의 전술 미사일 시위(집권 3년차)→북한의 비난 고조와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전력 투구(4년차)→화성-17형 발사 및 핵위협(5년차)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대화에 실패한 북한이 전략핵에서 전술핵으로, ICBM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실제적이고, 뾰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북한은 왜 미사일을 쏜 날 『북남관계의 대전환 2018』이라는 화보집을 냈을까. 화보집 속에 등장하는 소제목에서 북한의 속내가 읽힌다. 화보는 2018년 초 북한 선수와 응원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애국애족의 대용단, 넓으신 포옹(용)력으로’라고 썼다. 그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 방북에는 ‘숭고한 동포애의 정’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주시려’라고 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만 보자면 모든 치적을 김 위원장에 돌리려는 의도다.    문 대통령 평양 연설 안 실어   새  정부를 향해선 김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반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다시 말해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40장의 평양 정상회담(2018년 9월) 사진 중 문 대통령이 15만 명의 평양 주민들에게 연설하는 장면만 쏙 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치적으로 삼지만, 북한은 ‘그렇게까지 환대했는데…’라며 섭섭해하는 장면이다.   북한이 같은 날 미사일과 함께 2018년의 상황만 담은 화보집을 이용해 ‘대전환’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대화냐 대결이냐. 양자택일하라’고 새 정부를 압박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먹힐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 110가지 중 외교·안보 분야는 18가지다. 이 가운데 외교부와 국방부 사안이 각각 8개인 반면, 통일부 소관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 등 2개가 전부다.   무엇보다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강조하며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이던 이명박 정부 때 인사들이 주류다.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며 남북관계의 추진을 시도하기보다는 최소 ‘영변+α(알파)’가 돼야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반면, 김 위원장은 핵개발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공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장외에서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자칫 제2의 천안함, 제2의 연평도, 제2의 목함지뢰 사건이 터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 양복에 소총 들고 열병식에 나온 264명은? 「 북한이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열병식에 낯선 장면이 몇몇 등장했다. 이날 열병식은 50개 도보종대와 화성포-17형 미사일 부대 등 22개의 기계화 종대 등 모두 72개의 종대가 참가한 역대급 규모였다. 기존에 선을 보이지 않았던 부대가 참가했다는 의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의 민방위인 노농적위군의 뒤를 이어 양복 차림의 소총을 들고 등장한 264명(지휘관 제외)의 종대다. 열병식 다음 날(지난달 26일) 녹화로 방영된 영상(위 사진)에서 이춘희 아나운서는 “수령 보위의 성벽을 떠받드는 하나하나의 성돌이 될 결사의 의지, 전진하는 대오”라며 “성스러운 사명을 지닌 미더운 국가보위성 종대가 정경택 대장의 인솔하에 열병행진을 한다”고 소개했다.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정권 수립 이전인 1947년 2월 북조선인민위원회 보안국으로 출범한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정보기관이다. 정보 수집과 간첩 색출 업무는 물론 북한 주민의 동향을 일일이 감시하며 체제 위해세력을 제거하는 게 임무다. 북한 주민들에 경계의 대상이다. 남북대화나 방북한 남측 인사들을 감시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래서 보위성원들은 보위상(정경택) 등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물을 제외하곤 가명을 쓰거나 얼굴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린다.   때문에 이날 국가보위성의 열병식 참가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느 국가이건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신분 노출을 꺼린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대내 결속을 과시하고 축제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 유지와 관련된 모든 조직을 동원하는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해도 상관없는 보위성원을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2022.05.06 00:26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허리띠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10년전 약속은 어디로?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허리띠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던 10년전 약속은 어디로?

     ━  공식 집권 10년 맞은 김정은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지난 2018년 10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다. 개인적으로는 9년 10개월 만의 방북이었다. 안내를 맡은 북한 당국자들은 새로운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안면이 있거나 새로 인사를 나눈 북한 당국자들 모두 같은 질문을 해댔다. “오랜만에 평양에 와보니 어떻냐”며 달라진 평양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평양의 거리보다 달라진 건 북한 당국자들의 태도였다. 대표적인 장면 하나.   “안내 선생! 저거 사진 하나 찍어도 되나요?”   “찍으시라요.”   “저것도 일없죠?(괜찮죠?)”   “아니, 찍으라는데? 묻지 말고 찍으시라요.”   북한이 새로 조성한 여명거리를 지날 때는 오히려 사진 촬영을 권하기도 했다. 북한은 외부인, 특히 남측 인사들의 사진촬영을 대단히 민감해한다. 자신들의 낙후한 모습이 알려지는 걸 꺼려서다. 예전엔 기자들의 카메라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촬영한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기 일쑤였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엔 출국 전날 촬영한 사진을 전부 인화해 ‘검열’할 정도였다. 때문에 북한에서 촬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지정된 장소 이외에선 불가였다. 달라진 북한 당국자들의 모습이 낯설어 다시 한번 물었다.   ■  「 집권초 자신의 직책, 사람, 경제 바꾸며 ‘변화’에 방점 최근엔 변화 거부, 경계하던 ‘구태의연 모드’로 회귀 핵, 미사일, 정찰위성 등 각종 카드 총동원 움직임도 다시 자력갱생 내세우며 한반도의 봄, 겨울로 급선회 북한 주민 고달픈 삶 지속되며 경제회복도 더뎌질듯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이던 2012년 4월 15일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집권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더이상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이번엔 짜증 섞인 반말조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 선생!! 구태의연하게 왜 그런걸 자꾸 물어? 옛날의 우리가 아니야.”   ‘그 전의 모양이나 상태가 변함이 없고 여전하다’(『조선말대사전』)는 부정적인 뜻의 구태의연이라는 표현은 북한 매체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자들을 20년 가까이 만나면서 ‘구태의연’을 직접 들은 건 2018년 방북 때가 처음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매체에 ‘구태의연’이 등장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하들을 질책하거나 교양자료에 수시로 등장하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김 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 11일로 10년이 된다. 그는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변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자신이 맡은 최고지도자 직책의 명칭을 제1비서·위원장·총비서(이상 당 최고위직), 국방위 제1위원장·국무위원장(국가수반 직책) 등으로 바꿨다. 국가 운영의 규범으로 삼고 있는 노동당 규약이나 헌법도 여러 번 수정·보충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상징인 공식 시장도 400개 넘게 만들었다.   참모들의 교체는 말할 것도 없다. 죽을 때까지 원로들의 자리를 보존해 주던 아버지 시대와 달리 경륜이나 명분보다는 실적을 강조했다. 지난해 초 당 경제부장 김두일을 임명한 지 한 달 만에 경제계획을 잘못한다며 교체한 일도 있다. 세대교체는 물론이고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었다. 김 위원장 집권 때 30여 명의 정치국 간부(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최용해 상임위원장이 유일하다. 문고리 권력을 상징하는 최다 수행자 면면(1~5위)도 2012년 장성택, 최용해, 김기남, 박도춘, 김양건에서 지난해 조용원, 박정천, 김덕훈, 이일환, 권영진으로 바뀌었다. 야전군 지휘관 역시 40대 후반으로 교체했다. 당·정·군 모두 새 얼굴이 등장했다.   김여정과 현송월(이상 당 부부장), 김성혜 전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여성들의 약진도 변화 중 하나다.   아버지(김정일)는 1996년 2월 간부들을 모아 놓고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혁명계승론’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3대까지 세습한 북한이지만 김 위원장의 방점은 변화였다. 그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는 간부들의 태도는 구태의연이었던 것이다.    구태의연으로 회귀   그런데 최근 서방을 향한 북한의 태도는 과거로 빠르게 유(U)턴하고 있다. 2018년 김 위원장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를 빌려 북·미 회담(싱가포르)에 나갈 정도로 변화에 의욕적이었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2018년 4월)하고, 핵실험장을 폭파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생 출신이어서 과감히 변화를 받아들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다시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미사일, 이스칸데르, 에이테큼스와 같은 미사일을 만들더니 지난달 24일 ICBM을 쏴 레드라인을 넘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서해 철산군 동창리의 위성발사장(장거리로켓 발사장)을 찾아 개보수를 지시(지난달 11일 보도)했다. 함남 신포의 잠수함 건조장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5일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담화를 내고, 폭파했던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자신들이 가진 군사적 위협카드를 총동원하려는 눈치다.   이처럼 한반도의 봄은 겨울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해 남과 북이 경쟁하듯 SLBM 시험발사에 나서더니 정찰위성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힘에 의한 평화”와 “우리의 총창위에 평화가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마치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보는 것처럼.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이나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무력시위를 통한 ‘이상한 허니문’ 상황을 만들곤 했다. 기선제압을 하려거나 낭떠러지 끝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핵을 다시 보검으로 삼으려는 취지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핵과 미사일은 변화를 바라지 말라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무기’다. 즉, 변화를 통한 미래 대신 과거의 도구를 꺼내든 꼴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6차)과 ICBM(화성-15형) 발사 이후 반짝 ‘한반도의 봄’이 도래했던 것처럼 최근의 급랭이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적어도 당분간 상황 악화가 우려된다. 김 위원장도 미국과의 장기전을 규정하고 자력갱생을 주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계란에 사상을 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며 사상전을 강조하고 있다. 고위급 인사들이 회의도중 ‘지원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야 한다’며 자력갱생 결의를 다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을 동원한 장기전은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를 신조로 여기도록 교육받은 북한 주민들은 그의 지시에 토를 달긴 어렵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10년 전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공개적으로 한 첫 약속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 행사 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연설을.   ■ 핵실험 의심 풍계리, 유발지진 30차례 「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가 이상하다. 북한이 핵실험장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곳에서 자연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2017년 9월 실시한 6차 핵실험의 충격으로 풍계리에서 대규모 핵실험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6차 핵실험 이후 지난달 4일까지 풍계리 일대에서 핵실험에 따른 충격으로 발생하는 유발지진(규모 2.0이상)이 30차례 발생했다. 유발지진 발생횟수가 2017년 7회에서 3→2→3회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엔 9회와 올해 6회로 다시 늘고 있다. 여전히 풍계리 인근의 지각이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제3의 장소에서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북한이 무너진 갱도만 복구한다면 얼마든지 풍계리에서 추가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기상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발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 추정한 30곳은 대부분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서 북동쪽에 집중됐다. 남서쪽 방향으로 뚫어 놓은 3번 갱도는 이상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장은 만탑산 일대에 4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다”며 “2~5차 핵실험을 한 2번 갱도와 3번 갱도는 서로 다른 산이고 내부 구조도 다르다고 봐야 하기에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단, 북한이 2018년 5월 공개한 갱도 도면이 사실일 경우 대형 핵실험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지도의 3번 갱도는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고 지표에서 수직으로 각각 510m, 430m 깊이”라며 “안전심도(폭발이 지상으로 확산하지 않는 깊이)를 고려하면 3번 갱도에선 15~20㏏(1㏏=TNT 1000t) 안팎의 비교적 소형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2022.04.0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