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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평양에서 골프 대회가?
북한이 모내기 등 영농 활동을 위해 노동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평양 인근의 평양골프장(태성골프장)에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 대회(골프 대회)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통신은 6장의 관련 사진을 게재했지만 참가규모나 대회 결과와 관련해선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10월엔 같은 장소에서 가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를 진행했다. 북한이 지난 4일 평양골프장에서 진행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의 참가자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일 평양골프장에서 진행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의 참가자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일 평양골프장에서 진행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의 참가자가 골프를 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일 평양골프장에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일 평양 골프장에서 진행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일 평양 골프장에서 진행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대회의 시상식. [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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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권 종말" 경고 탓? 김정은이 21일째 안보인다, 왜
한·미·일 정상이 최근 한·미, 한·일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공조방안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북한은 오히려 잠잠한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초 지난달로 예고됐던 위성 발사 도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9일 김덕훈 내각총리가 평안남도와 황해북도의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리는 도 안의 여러 농장을 돌아보면서 올해 알곡 고지 점령을 당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1 북한 매체의 보도 등에서 나타난 김정은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 방문이었다. 9일 기준으로 21일째 이어지고 있는 잠행이다. 특히 김정은의 잠행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기사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대북 공조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한·미·일의 공조 강화 기조를 확인한 북한이 대응책 마련을 위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려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며 지난달 14일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실제로 윤 대통령을 중심에 둔 이번 한·미·일 정상의 연쇄 회동 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반응은 다소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이 이른바 '핵방패'로 불리는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발표한 지 3일이 지난 29일에서야 관영매체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김여정은 입장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선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비난은 기존 '담화'보다 수위가 낮은 '입장문' 형태였다. 노동신문도 2면 하단에 편집해 보도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김여정의 입장 표명 이후엔 당국의 공식적 반발이나 성명이 아닌 각종 청년 단체 등을 앞세운 형태의 '복수 결의 모임''성토 모임'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 매체는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입장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정은의 장기 잠행과 함께 북한의 무차별적 도발도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난달 13일 고체연료 방식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한 후 26일째 중단된 상태다. 특히 김정은이 수차례 "계획된 시일(4월) 내에 발사하라"고 공개 지시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미뤄진 점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아직 마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과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고 있다"며 "현재 추가로 설명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는 등 한·미·일의 핵·미사일 공조가 강화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선을 넘는 도발'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9일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3월 부임한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양 측이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협조관계를 더 승화발전시켜 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다만 북한은 한·미·일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대신 중국·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에 북·중·러 연대로 대응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문 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전날(8일) 왕야쥔(王亞軍)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접견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통신은 "(북·중)담화가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수령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전통적인 조·중 친선협조관계를 더욱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가 평가하는 것 이상으로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방침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7차 핵실험 외에는 한·미에 큰 충격파를 던질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춘궁기까지 겹치면서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기시다, 한국 오자마자 현충원 참배…일본 총리론 12년 만 한ㆍ미ㆍ일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가속도’ "北풍계리 4번 갱도 공사, 추가 핵실험 포석…임박 징후는 없다" 핵심은 이것…한국핵과 미국핵 중 북한은 무얼 더 두려워할까 [Focus 인사이드]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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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늙다리 미치광이’→‘늙은이의 망언’…궁금증 키운 김여정의 ‘입’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즘 조용하다. 그는 지난달 18일 딸을 데리고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찾은 이후 이달 3일까지 15일 동안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감췄다. 집권 이후 수시로 공개 석상에서 사라지곤 했기에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35일 동안 공개 활동을 멈췄던 지난 1월을 제외하곤 올해 들어 최장기 공백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지난달 24~30일) 시기와 시점이 겹친다.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포스트 한·미 정상회담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 ‘늙은이’는 북한에서 경어 표현 한·미의 ‘워싱턴선언’ 반응 주목 막말 속 수위조절, 그 의도는? 남북 대화 향한 계기 되었으면 」 공개 자리에서 15일간 사라진 김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16일 평양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을 발사 한 뒤 여동생 김여정(오른쪽)과 웃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김 위원장의 입으로 불리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바빠졌다. 김여정은 오빠의 ‘공백기’에도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현지시간 26일)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서다. 한·미 정상은 핵탄두잠수함(SSBN)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수시로 한국에 투입해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의 발표에 대해 김여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정권이 종말(end of regime)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문제 삼았다. 북한은 김여정의 입장 발표 다음 날에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냈고, 주민들을 모아 한·미 정상 화형식을 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으름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여정이 발표한 입장문에 몇 가지 궁금한 대목이 보인다. 우선 형식이다. 김여정은 한·미 정상의 기자회견 52시간여 만인 지난달 29일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냈다. 2021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흘이 걸렸던 대응 시간과 비교하면 ‘즉각적인’ 반응이다. ‘정권 종말’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한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김여정은 과거와 달리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입장’ 형식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중요도에 따라 성명, 담화, 보도, 비망록, 논평, 기자회견 등을 내놓곤 했다. 이번의 ‘입장 발표’는 기존에 없던 형식이고, 성명이나 담화보다 ‘격’이 낮다. 얼핏 반발 수위가 높지만 대내, 그리고 외형적으론 반발하면서도 내용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성명·담화보다 낮은 ‘입장’ 형식 어투도 다르다. 김여정은 “저능한 청와대” 등 분명하고 저급한 막말을 해 왔다. 지난달 29일에도 “망령” “망언”이라고 저주했지만, 예전과 달리 말꼬리를 흐리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늙은이의 망령이라고 보겠는가?”라거나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식이다. 북한이 2017년 발간한 『조선말대사전』은 ‘늙은이’를 ‘늙은 사람을 좀 높이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늙은이를 존경하고 예절 바르게 대하는 것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도덕품성’이라고도 적혀 있다. 사전대로라면 김여정의 ‘늙은이’ 표현은 오히려 높임말이 되는 셈이다. 이는 북·미가 한창 각을 세웠던 2017년 9월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성명’과도 비교된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를 불로 다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영문 번역본에 ‘dotard(노망한 늙은이)’란 표현과 달리 김여정은 이번에 ‘man’ 또는 ‘old man’으로 순화된 표현을 썼다.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경고가 ‘완전 파괴’에서 ‘정권 종말’로 수위가 높아졌지만 북한은 오히려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북한이 노동신문 2면 하단에 이를 배치한 것이나 한·미 정상과 관련한 화형식을 했다고 3일 전하면서도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 듯하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윤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미사일을 날렸던 북한이 이번엔 잠잠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진보와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전후엔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 사흘 뒤 평양 순안 공항활주로에서 미사일을 쐈다. 올해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며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공개했지만 현재까진 조용하다. 북한의 이런 모습이 의도적인 수위 조절인지, 기술적 문제 또는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내부 요인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다시 등장할 때 어떤 카드를 들고나올지, 북한이 언제 돌변할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최근 김 위원장의 잠적이 더 큰 ‘한방’을 위한 준비 차원일 수도 있다. 북한이 신냉전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한반도에 더 큰 긴장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더 큰 ‘한 방’ 준비하고 있나 하지만 김 위원장이 눈여겨봐야 할 장면이 있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 선언과 별도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다. 또 하나 더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국가우주개발국의 로고까지 벤치 마킹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찾아 우주 공동 개발을 약속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주일 전 김 위원장은 “우주산업장성(성장)은 세계적인 경제 및 과학기술 강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지름길 개척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종합적 국력의 시위로 된다”고 강조했다. 우주 개발은 말과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고,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면 그가 강조하는 과학기술 강국이 자신들의 눈높이가 아닌 국제적 수준으로 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남매가 남긴 궁금증이, 김 위원장의 장고(長考)가 악수(惡手)가 아닌 ‘대화를 위한 공간 만들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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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北 정권 종말' 언급 바이든에 "늙은이 망언" 막말 비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에 열린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6일 한·미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다시 핵무력을 통한 대응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대응으로 구체적인 확장억제 방안을 문서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데 대해 반발하는 동시에 향후 자신들의 군사적 대응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미래 없는 늙은이의 망언"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워싱턴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내놓은 첫 반응이다. 대남·대미 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이 직접 반응을 내놨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의중이 직접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여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한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소인수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는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좌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적국 통수권자가 전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종말' 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한 것"이라며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 이는 우리가 쉽게 넘겨줄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 "보다 결정적 행동 임할 환경 제공" 한·미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와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하는 '가치연대'의 강화를 강조했다. 또 양국은 '워싱턴 선언'으로 구체화하고 강화한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수단으로 인권과 사이버 범죄를 제시했다. 김정은 정권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때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김여정은 이러한 한·미 정상이 합의에 대해 "힘에 대한 과신에 빠져 너무도 타산없고 무책임하게 용감했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신규 창설 ▶핵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SSBN)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 전개 등의 합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며 도발을 통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조작과 미 핵전략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하여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으며 결과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정세 긴장의 원인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있음에도 책임을 한·미로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강정현 기자 ━ 尹 대통령 향해 "빈껍데기 배려받고 감지덕지"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도출한 NCG 등 미국의 핵억제력을 제공 받는 대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존중하고,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을 비꼰 말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그러면서도 "핵전쟁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며 한·미의 강화된 핵억제력을 큰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尹 "北, 자유 무시 독재·전체주의 결정판" 윤 대통령은 이날도 재차 북한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 태도는 바로 그 결정판을 북한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근본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연설 이후 진행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토론 및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선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NPT 존중 등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핵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 정치·경제 방정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딸 김주애와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뉴스1 ━ 北, '벼랑끝 전술' 우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을 내세워 '비례대응 원칙'을 밝힌 만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한·미 연합 훈련에 대응한 고강도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의 카드로는 김정은이 "계획된 시일 내에 발사하라"고 지시한 군사정찰위성발사, 사실상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평가 받는 7차 핵실험, 고체연료방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발사 등이 꼽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면서 북한 정권도 '선을 넘는 도발'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는 관측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의 군사적 압박과 인권 공세는 북한의 전례 없는 수준의 벼랑끝 전술의 구사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당장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핵실험보다는 핵기습, 핵선제공격력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 공약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미 정상이 강경일변도의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기 때문에 북한도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군사정찰위성은 물론 한·미가 깜짝 놀랄 만한 재래식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 입장발표 형식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적반하장격으로 억지주장을 한데 대해 규탄한다"며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허둥지둥 억지주장을 들고 나온것은 한·미동맹의 핵 억제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여정 부부장이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를 비방한 것은 북한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 것으로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北 '워싱턴 선언'에 침묵..."6·25 美탄약 발견" 이런 뉴스만 냈다 한반도에 '핵방패' 전개한 한·미…'인권·사이버 돈줄'로 北 때린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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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정권종말' 바이든에 "미래없는 늙은이의 망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 채택에 반발하며 한ㆍ미 정상을 싸잡아 막말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입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별도의 문건인 워싱턴선언을 발표한 지 사흘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핵탄도잠수함(SSBN)이나 전략폭격기 등의 정례적인 배치 등이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후 무대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뉴스1]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인해 “군사ㆍ정치 정세는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위협했다. 한반도 정세 긴장의 원인을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확장억제 논의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부장의 이날 ‘입장’ 발표는 워싱턴 선언에 대한 반발이자, 향후 군사적 행동 수위를 높이겠다는 위협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한미 정상을 직접 거친 말로 비난했다. 특히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정권 종말(end of regime)을 맞을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늙은이의 망언”이라며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너무도 무책임하게 용감했다”며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 이는 우리가 쉽게 넘겨줄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분개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 정용수 기자 nkys@joongs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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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찰위성 안쏘고 계산기 친다? 北 '조용한 디데이' 왜
북한의 유력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 '디데이(D-day)'로 꼽혔던 '항일 빨치산' 창건일인 25일이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일에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올해 창건일은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포진해 있는 데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90주년을 맞은 항일 빨치산 창건일을 계기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어 자신들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두 시간여 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의도된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을 맞은 이 날 북한은 별다른 특이 동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군 동향은 현재 관측하고 있지만, 특별히 얘기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대형행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찰위성 발사가 당초 관측보다 늦어지는 건 북한의 주장과 달리 관련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앞서 전문가들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해 3월 김정은이 확장 개축 및 현대화를 지시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준비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위성발사가 정당한 권리이자 우주개발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발사 예정 기간과 추진체의 낙하 예상 지점을 아직 통보하지 않은 것도 발사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비롯해 과거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때마다 국제기구 등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해왔다. 또 북한이 기상 여건에 맞춰 '디데이'를 조정한 것일 수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북한 전 지역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다만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도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주문을 내놨기 때문에 북한이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 때문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관망하며 대내외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20~24일)이 끝난 직후인 25일에 ICBM을 쏘며 무력시위에 나섰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현지시간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정은도 정상회담 결과를 탐색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북한도 회담 결과를 주목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이미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물론 7차 핵실험이나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정부, 北위성 관련 물품 수출통제…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 "우리가 원하면 美 핵우산 가동"...'한국식 핵공유' 문서 채택 추진 “北동창리 발사장 인근 부두에 선박 접안…발사장은 아직 공사 중” 김정은 "계획대로 발사하라"…尹·바이든 정상회담 맞춰 쏘나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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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의 시시각각]미국은 무슨 청구서를 꺼내들까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2019년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1900년대 초 기별지(정보지)를 몰래 접하던 양반집 규수 고애신이 혼잣말로 시대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다. 소식지엔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열강들의 다툼이 치열했던 당시 상황이 빼곡했다. 하루하루 대한제국의 운명을 예상하지 못하던 그야말로 격변의 시간. 수를 놓고 난을 치며 꽃처럼 살 수 있었던 고애신은 ”불꽃처럼 살겠다“며 의병의 스나이퍼(저격수)로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미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환송나온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백척간두였던 한반도는, 그중에서도 반쪽인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지닌 기적의 나라가 됐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정세는 100여 년 전을 떠올린다. 어제가 멀다고 느낄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우리의 의지이건 아니건 오늘은 낯설다.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당장 최근 한 달만 보자. 미국이 한국을 도·감청한 사실이 공개됐다. 미국은 전기자동차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차를 제외했다.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그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우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라면 우리 기업의 발목까지도 잡겠다는 뜻이다. 비어 있는 물 잔을 우리가 먼저 채우면 나머지 반을 채울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으로 다가갔지만 일본은 아직 미온적이다. 일본은 오히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표현을 교과서에 버젓이 실었다.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문제만 해도 일본의 행보가 한국보다 늦다. 오히려 한국이 어제(24일) 먼저 일본에 화이트 리스트 원복 조치를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한·일 양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경계하며 외교적으로 협박한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불에 타 죽을 수 있다“며 한술 더 뜨고 있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일상이 돼버린 북한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양자 외교조차 벅찬데 진영 외교와 경제 문제가 덧붙으니 숨이 막힌다. 위안은 한·미·일 군사 협력만큼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며 확실한 교집합이 생긴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미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가진 핵으로 보복한다는 일종의 ‘대위 확증파괴’, 즉 한국형 핵우산을 문서로 확인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미국이 막았던 중국 내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 업그레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 정상회담은 물론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뒤엔 미군 수뇌부의 정세 브리핑을 받는다. 이 밖에도 미국의 ‘극진한’ 예우는 여럿이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한국의 기댈 언덕을 공고히 하고, 산적한 고차 방정식을 풀어 나갈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양자이건, 진영이건 열강들과 맞대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향후 미국의 청구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받거나 미·중 사이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다시피 하는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은 조율과 협조가 바탕이어야 하는데, 그런 청구서들은 국내외적 갈등과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동맹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동맹의 목적은 국익이다. 한·미가 협조와 조율을 통해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고 100년 뒤를 대비하는 공동 기획자가 될 때, 70년 전 피를 나눈 보람이 느껴질 것이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jeong.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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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성공단 무단가동…통일부 "모든 조치 검토하겠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소유의 자산을 무단가동으로 가동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24일자 12면 참고)와 관련, 통일부는 24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통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사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안까지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서 북한의 불법적인 개성공단 무단 가동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일보는 정부가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인 수출입은행,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을 앞세워 북한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착수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법적 조치가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단 재산에 대해 당사자 권한을 가진 기업이나 기관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회부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 대변인은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가동 문제와 관련해 국제여론전을 펼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도 경제 개발을 위해서 외국과 협력, 무역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인 무역이나 대외 협력의 기초를 지키지 않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잘 북한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정부, 북한에 소송 추진…개성공단 무단사용 대응 착수 중국서 쌀 반입, 북한 한달새 2배 늘었다…식량난 심상찮나 정부 “북 개성공단 중국투자 유치, 유엔제재 위반 소지” 개성공단 사진 보내 북, 중국투자자 모집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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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북한에 소송 추진…개성공단 무단사용 대응 착수
지난 1월 2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소유의 자산을 무단으로 가동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법적 대응에 들어간 동향이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8일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정부가 후속조치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정부가 개성공단 내 한국측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을 내세워 법적대응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정황을 전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기관으론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입은행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남북협력기금으로 조성된 경협보험금을 집행하면서 신청 기업들에게 '대위권(代位權) 행사 관련 약정서'를 받아 공단 내 일부 자산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경우에도 북측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버스 등 재단의 자산을 북한 당국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확인됐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7월 3일 개성의 폭염 상태를 보도하며 파란색 버스가 시내를 달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버스는 과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 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것을 확인됐다. 연합뉴스 또 다른 소식통은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자산과 관련해 직접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 관련 일부 기관들은 직접당사자의 지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기관이 로펌·경협전문가 등의 조언을 받아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한 이후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무단으로 개성공단 내 설비를 가동해 이득을 취했다면 한국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지만, 법적 조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우선 법리적으로는 개성공단 내 재산에 대한 당사자 권한을 가진 기업이나 기관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손해가 발생한 것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소송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북측 자산이 한국에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위를 넓혀 북한 당국을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ICJ의 재판관할권은 상호 동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우리가 제소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회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북한은 국제투자보호에 관한 기본협정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법정으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에 대한 법적 조치의 실효성 보다는 북한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정부 “북 개성공단 중국투자 유치, 유엔제재 위반 소지” 개성공단 사진 보내 북, 중국투자자 모집 통일부 “북한 근로자 개성공단 출근 늘어, 배상 요구할 것” [단독] '짝퉁 쿠쿠' 말고 또 있다…北, 개성공단 공장 30곳 무단가동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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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쌀 반입, 북한 한달새 2배 늘었다…식량난 심상찮나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쌀 4만6000톤을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중국 간 월간 교역액도 6개월 연속으로 1억 달러(1332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지난해 9월 27일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의 경제 관련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본격적인 춘궁기를 앞두고 중국산 식량 곡물의 수입량을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최근 발표한 북·중 무역 세부자료에서 쌀을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으로 집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단립종 2만6215t과 장립종 2만546t 등 총 4만6761t 규모의 쌀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간 장·단립종 쌀 수입량 1만8785t보다 2배 이상이나 많은 수치다. 금액으로도 단립종 쌀이 1333만 7400달러(약 177억 6500만원)으로 1위, 장립종 쌀이 842만 달러(약 112억원)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22일 남포시 농업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장립미 또는 안남미로 불리는 장립종 쌀을 지난해 10월 처음 중국에서 수입한 이후 계속해서 수입하고 있다. 장립종은 찰기가 없으며 모양이 얇고 긴 품종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태국, 중국 남부지방 등에서 생산·소비되며 단립종보다 가격이 싼 편이다. VOA는 북한이 쌀 수입에만 2000만 달러(약 266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식량난과 연관성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북·중 간 무역총액은 1억5845만 달러(약 2111억원)를 기록했다.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의 운행이 재개한 지난해 9월 이후 양국 간 월간 무역액은 6개월 연속 1억 달러(1332억 원)를 넘기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중 간 주요 육상 교역로 중 하나인 북한 북동부 나선특별시와 지린성 훈춘(琿春)시를 잇는 취안허(圈河) 세관에서 트럭 통행을 2년여 만에 재개한 데 이어 국경을 오가는 차량의 운전사에 대한 신체검사가 이뤄지는 등 양국 간 본격적인 교역 재개를 대비하는 정황이 접경지역에서 계속 포착되고 있다.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치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로 인해 중국에서 재료를 들여와 완제품으로 가공해 중국으로 넘기는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품목인 손목시계와 신발, 가발, 속눈썹 등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렸다. 실제 북한에서 역외가공 형태의 무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전체 대중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가발·인조속눈썹 제품이다. 수출액은 796만 달러(약 106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대중 수출액인 2055만 달러(약 274억원)의 약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OEM 생산을 재개한 것인지 주목된다는 게 VOA 측의 분석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일부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문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중 국경이 열리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北, 개성공단 中 투자 유치 정황…대통령실 "유엔 제재 위반" 개성공단 사진 보내 북, 중국투자자 모집 통일부 “북한 근로자 개성공단 출근 늘어, 배상 요구할 것” [단독] '짝퉁 쿠쿠' 말고 또 있다…北, 개성공단 공장 30곳 무단가동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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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中 투자 유치 정황…대통령실 "유엔 제재 위반"
지난해 1월 2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위해 중국 측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20일자 1면 참고)와 관련, 대통령실은 20일 "정보를 일정 부분 파악하고 있었다"며 "유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북한이나 이 문제를 조금 더 주의 깊게 알아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우리 기업이 설치하고 투자한 모든 시설과 자산을 철거하고 북한 내부적으로 필요한 물건과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설비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을 한국을 배제한 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동하려고 중국의 투자 재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정보도 일정 부분 파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 소유의 공장 30여개를 가동하고 있고, 북·중 접경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들에게 개성공단 내 설비와 시제품 사진을 전달하며 사실상 중국 기업의 투자나 일감 유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실상 제재가 무력화된 틈새를 활용해 개성공단에서 불법으로 생산한 상품의 판로를 확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북한과 중국 사이를 운행하는 화물열차가 지난해 9월 운행을 재개하는 모습. 사지는 지난해 9월 26일 오전 화물열차가 단둥에서 출발, 중조우의교를 건너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도 이날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움직임에 대해 "개성공단에 제3국 업체 참여 등 정보 사항에 대해 관계기관과 함께 확인 중"이라며 "누구라도 우리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법적인 위반 사항이 발생한다고 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이 실제 북한과 거래를 할 경우 대북제재를 위반인지를 묻는 말에 "구체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엔과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공론화한 배경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당국자는 "그것(개성공단 관련 첩보)뿐만 아니라 큰 틀에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민족 전체를 위해서나 북한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이었다"며 "그 사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중단시키는 조치까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북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이는 일련의 조치가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 파장에 대비해 예방주사를 놓는 성격이었단 얘기다. 실제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무단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발송을 시도한 데 이어 11일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직접 규탄 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관련 통지문 접수를 거부하고, 지난 7일부터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간 통신선은 물론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신에 응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개성공단 몰래 돌리는 北...中자본 유치 정황 딱 걸렸다 [단독] "개성공단에 中 끼면 일 커진다" 정부 초강력 경고 배경 [단독] '짝퉁 쿠쿠' 말고 또 있다…北, 개성공단 공장 30곳 무단가동 통일부 “북한 근로자 개성공단 출근 늘어, 배상 요구할 것”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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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무기지원에 반발한 러…美전문가 "北에 핵∙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
"한국은 우리의 협력국이자 자신들의 이웃인 북한에 러시아의 최신 (무기) 샘플이 들어가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라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AP=뉴시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시사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내비치자 러시아가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며 응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일 보도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러시아는 이미 오랫동안 비밀리에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며 "이번 발언은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10여년 전부터 북한이 빠른 속도로 미사일 시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러시아로부터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전수하였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번 발언을 통해 러시아가 그동안 북한에 해온 군사적 기술 이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북한에 직접적인 군사적 장비보다는 새로운 미사일과 핵 개발을 위한 기술 표본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공개한 미사일이 대부분 러시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가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군이 보유한 정밀유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Iskander)가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목표물에 근접한 후 회피기동 하는 것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린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신형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의 경우에도 러시아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밖에 극초음속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도 비슷한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북 군사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역시 무기 부족을 겪고 있다"며 "북한에 탄약이나 군용 무기 및 장비를 보낼 능력은 낮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모든 군사적 지원이 금지된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 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양국 관계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런 기류에 대해 대통령실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전제가 있는 말"이라며 "가정적 상황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북 화성-18형, 러 ICBM과 똑같아…미사일 기술 협력하고 있는 듯” 北 대놓고 ICBM 쏴도 韓 주식은 오른다…"이게 北 노림수" 개성공단 사진 보내 북, 중국투자자 모집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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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계획대로 발사하라"…尹·바이든 정상회담 맞춰 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내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밝혔던 발사 시한은 '4월 내'였다.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낼 것″을 주문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관영 매체들은 19일 전날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4월 내 발사를 공식화하면서 외교가에선 "북한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춘 '군사위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성 발사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는 한·미·일에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두 시간 전,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미·일 공조 체계를 흔들기 위한 의도된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 '빨치산 창건일' 택하나? 앞서 북한 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도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찰위성과 운반 발사체 준비 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현황을 보고받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4월 중 위성 발사의 '디데이(D-day)'를 택한다면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90주년 맞은 항일빨치산 창건일을 계기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이 항일 무력 투쟁을 위해 권총 2정으로 단출하게 꾸린 혁명무력이 김정은 시대 들어 완성된 핵무력을 가진 강군으로 거듭났다는 '스토리텔링'을 내놓으며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특히 올해 창건일은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배치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의도적으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 풍향·풍속 등을 포함한 기상조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일각에선 북한이 위성 발사 전 광명성 3·4호를 발사했던 2012년과 2016년의 전례를 따를 거란 관측도 있다. 당시 북한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나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발사 계획을 통보하는 절차를 밟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험발사에 이어 실제 위성 발사는 5~9월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정당한 위성발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는 절차를 통해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정찰위성 보유는 김정은 숙원사업 군사정찰위성을 운영하는 것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내세웠던 숙원사업이다. 군사정찰위성 개발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에서 딸 김주애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주청되는 시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의 이런 결정에는 미국이 위성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피포위 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북한 매체들은 이날 보도에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사진과 제원 등을 소개한 대형 모니터 화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제원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위성의 모양은 육각형 형태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친 모습이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전시 항모중심의 연합전력 전개를 두려워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정찰위성 확보는 최우선 목표라며 "위성을 통해 사전에 관련 징후나 항로 추적이 가능한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여 실질적인 전쟁억지력을 높이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찰위성은 선제 핵공격을 위해 필요한 핵심자산이기 때문에 한·미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에도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 지역과 일본 지역, 태평양 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히면서 군사정찰위성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北, 대미 우주공격 '5대 위협국'"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북한이 지난 1년간 우주 프로그램에서 작은 성공 거뒀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Space Threat Assessment 2023·우주위협평가 2023)를 공개했다. CSIS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란과 함께 우주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5대 국가로 꼽았으며, "북한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더 많은 첨단 기술을 획득하고 운영 경험을 쌓으면 우주 시스템과 지상국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에서 관계자들에게 정찰위성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보고서는 "2012년 처음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뒤에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은 제한적인 진전만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에는 미래의 정찰위성에 대한 두 가지 잠재적인 기술 시험과 우주 발사 시설의 성능향상을 포함해 우주 활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품' 성능 테스트 주장과 관련해 "올해 4월 작전용 정찰위성의 첫 발사를 앞두고 카메라 조작성, 통신 전송 능력, 지상통제시스템의 추적 정확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공개한 서울 도심을 촬영한 흑백 사진을 언급하면서 "정교하지는 않지만, 이 초보적인 시스템은 북한의 제한된 우주 역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언급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 체제는 서울, 도쿄, 워싱턴 DC 등을 넘어서 도달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최근 ICBM 시험발사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가진)육상에서의 능력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의 이날 국가우주개발국 시찰에는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그가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슬랙스에 구두로 다소 격식을 갖춘 모습이 담겼다. 관련기사 "북 화성-18형, 러 ICBM과 똑같다"…포탄 주고 기술 받았나 11년전 '위성발사' 실패일에 로켓 쐈다...김정은 '13일의 도발' 김정은 "핵 공세적 확대"…한국 지도 펼쳐놓고 콕 찍은 곳 한·미 회담 노렸나…'타이밍' 맞춘 김정은 "敵에 극도 공포 줄 것"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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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가동' 적발된 개성공단…통일부 "시간 걸려도 北 배상 요구"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한국 기업 소유의 공장 30여 곳을 무단으로 가동 중인 것이 확인됐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중앙일보 18일자 1면 참고)와 관련, 통일부는 18일 "과거보다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 출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이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에게 필요한 배상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관련 질문에 "구체적인 업체명이나 관련 기업 수에 대해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기업의 시설물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열적외선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2월 24일 개성공단 일대를 열적외선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한 결과 열을 발산하고 있는 구역이 4곳 식별됐다는 게 RFA 측의 분석이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7월 개성의 폭염 상황을 보도하며 파란색 버스를 운행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버스는 과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 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성학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RFA에 "제조업공장 건물 1동이 유난히 붉은 색으로 약 12도의 고열을 발산하고 있다"며 "이는 시설이 활발히 가동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적외선 위성사진으로 통해 확인된 정황은 '빙산의 일각'이다. 정보당국은 이미 군 촬영장비 등을 활용해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 30여개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에는 모두 125개 업체가 입주했는데, 북한이 현재 가동하고 있는 30여개 공장은 개성 일대의 전력 수급 등을 감안한 북한이 자체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최대치로 추정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측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하면서 특히 '돈이 되는' 전기·전자 제품 위주의 생산을 진행하고 있고, 불법으로 생산된 물품 중 일부는 평양백화점 등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고 일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거쳐 수출한 뒤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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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놓고 ICBM 쏴도 韓 주식은 오른다…"이게 北 노림수"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을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태양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전 7시 23분쯤.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도발이었다. 그런데 정작 바로 머리 위에서 벌어진 북한 '신무기 발표회'를 지켜본 한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북한이 고체 연료 ICBM을 발사한 직후 개장한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상승세로 출발하더니, 전날보다 오히려 2.78포인트 오른 2550.64에 장을 마감했다. 과거 북한의 중대 도발 때마다 패닉에 가까운 자금 이탈 등으로 이어졌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실상 사라진 장면이었다. 그러나 안보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포나 과잉 대응을 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지나치게 무감각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칫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원한 안보 당국 관계자는 17일 "한·미가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한 확장 억제 전략을 강화해 나가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과잉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외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한국을 사실상의 '핵인질'로 삼아 향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수순으로 나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무차별적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한해 8차례의 ICBM 시험 발사를 포함해 모두 73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올해 들어서도 ICBM 3차례를 포함해 총 9차례 미사일을 쐈다. 그리고 국내에서 '도발의 일상화'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계 심리를 낮아진 상태에서도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여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비롯해 600㎜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애이태큼스(KN-24),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장거리순항미사일 '화살-1·2형', 핵무인잠수정 해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의 탑재가 가능한 투발 수단을 선보였다. 지난 13일엔 최초로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를 마쳤고, 기존 액체연료 미사일 시스템을 고체연료 방식으로 전면 교체할 의지까지 피력한 상태다. 국내 여론이 무뎌진 사이 국제사회가 경계해왔던 핵 투발 수단을 개발해 이를 모두 공개했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무기 체계는 대부분 과거 '핵담판'을 시도했던 미국이 아닌 한국을 핵으로 직접 겨누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화산-31 핵탄두 탑재 예상 주요 단거리 미사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북한 공개보도 등]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의 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활용해 최대한 신속하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며 “전략핵보다 완성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전술핵을 통해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에 대한 실질적 핵 위협을 증강하며 한반도에서 상황을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은 최근 '핵질주'에 가까운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반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런데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대해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안보리는 북한 문제에 관해선 개점휴업에 가까운 상태다. 이로 인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속도전'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원인으로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역량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북한이 미국의 개입이라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할 바탕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집권 초 집중했던 전략핵에서 전술핵으로 핵정책을 전환하고, 미국 본토가 아닌 한반도와 일본열도 등을 영점을 조정한 것도 미국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더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남한 지도 위 수도권 지역을 가리키며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러한 국제 역학 관계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실질적 핵위협을 가파르게 높이고 있다. 실제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ICBM과 함께 한반도와 주변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투발수단을 선보이며 한국에 대한 실제 핵공격을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김정은이 군 관련 회의장에 펼쳐진 남측 지도에서 수도권 일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선제 핵공격을 명시한 '핵무력법'을 채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확대된 북한의 실질 위협에 오히려 무감각해지는 한국의 모순적 상황과 달리,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한반도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공세에 대비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위협은 북한의 핵 위협이고 김정은이 이를 계속 증강하는 한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없어질 수 없다"며 "북핵 위협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누적하고 있고, 언젠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패닉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에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처럼 직면한 위협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북핵의 인질이 돼 버린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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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화성-18형, 러 ICBM과 똑같다"…포탄 주고 기술 받았나
북한이 지난 13일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개발하는 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노동신문 14일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화성-18형을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의 "화성-18형은 3단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로 러시아 ICBM과 크기와 모습, 구성, 성능이 모두 같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관련 기술을 협력하고 있거나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추적해 설계기법 등의 자료를 얻어내는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에 매우 유능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5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필요로 양국 간 미사일 분야 기술협력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쉴러 박사의 지적이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14일 '화성-18형'에 대해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시험발사"라며 "체계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은 미사일 기술의 완성을 위해 러시아와의 밀착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하는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옥수수 종자를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와 맞물려 러시아가 북한에 곡물을 대량으로 수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세관 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옥수수 수천t을 보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무르주는 옥수수 작황이 좋아 아시아 6개국에 13만t을 보냈다면서 이 중에서 2800t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NK뉴스는 "올해 초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크라이 지역이 북한에 곡물을 수출했다고 밝혔으나 수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포탄 같은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미사일 기술과 식량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중앙포토 러시아의 옥수수 수출은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북한에서 식량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게 NK뉴스 측의 지적이다. 특히 4월은 전년도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소진되고 하절기에 수확하는 보리나 밀이 미처 여물지 않아 북한 내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는 춘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 옥수수 가격은 지난 3월 3일 기준 1㎏당 3600원(북한 화폐 단위 원)까지 오르다가 지난 14일 2900원으로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춘궁기를 앞두고 곡물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국·러시아 등을 통한 수입이 북한 내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앞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북한이 식량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24종 이상 종류의 무기·탄약을 넘겼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 확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그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UPI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에 대해 "황당무계한 모략"이라며 반발하면서도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 등 군사적 지원만 바라보며 '핵 참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담화를 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규탄하며 "우리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도 북한과 관광사업 재개를 위한 논의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히며 호응했다. 북·러 간 관광 재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관광 분야에 대한 협력뿐 아니라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해외노동자 파견과도 연관된 측면이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졌다"며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기존 제재망을 뚫는 전략적 밀착을 통해 반미 전선을 공고화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ㆍ미ㆍ일 ‘北미사일’ 규탄에도…중ㆍ러 반대에 안보리 무력화 "우크라 포탄지원 유출, 한국엔 심각…러시아엔 기막힌 타이밍" 北 김여정 "젤렌스키 '핵 참화' 자초…美핵우산 구멍 뚫려" "北, 식량 받고 러시아에 무기 제공"…북·러, 고립 속 밀착 강화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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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첫 통일백서…北 '아킬레스건' 인권문제 전면 내세웠다
통일부가 14일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와 통일 비전을 담은 『2023 통일백서』 를 발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된 통일백서로,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 정권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사실상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 두고만 볼 것인가. [일러스트=김지윤] 정부는 통일백서를 통해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통일 비전으로 정했다. 이를 위한 3대 원칙으로는 무력 도발의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 등을, 5대 핵심 추진 과제로는 비핵화와 신뢰 구축, 존중에 기반한 관계 정상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개방과 소통을 동질성의 회복,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 준비 등을 각각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통일부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통일부는 부록을 제외하고 총 7장으로 구성된 통일백서의 제1장에서 통일 정책의 대원칙을 기술했다. 그리고 실질적 각론의 첫 번째 장인 제2장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고통 해소' 문제를 다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통일백서인 『2022 통일백서』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3장의 마지막인 네번째 소단락에서 형식적으로만 다루고 넘어갔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접근 방법 역시 전임 정부가 북한 인권을 '인도적 협력'의 차원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통일부는 첫 통일백서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주민들의 자유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발걸음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유엔 인권이사회 제52차 회기 56번째 회의장. 사진 유엔TV=연합뉴스 통일부는 이를 위해 "북한 인권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재구축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엔 등 국제사회와도 북한 인권 개선 활동과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규범에 따른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통일부가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엔 2017년 이후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사례를 담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인권보고서 공개 역시 전임 정부에서는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통일부는 또 지난 11일부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반영해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확대·개편하고 산하에 인권정책관과 정착안전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통일부가 직접 다루는 상황에 대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통일백서에는 전임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던 남북, 북·미 대화와 관련해서도 확연하게 달라진 시각도 반영됐다. 전임 정부에서 발간한 지난해 통일백서에는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자세하게 다루며, 당시 정부가 제안했던 '종전선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호응했다는 내용 등이 비중 있게 기술돼 있다. 반면 올해 통일백서에선 당시 대화 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향후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남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대북 접촉과 회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책임 있게 추진하고, 필요한 협의와 절차를 거쳐 대북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또 올해 백서에서 지난 정부에서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북한 비핵화'는 핵 포기의 주체가 북한임을 명확히 한 의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북·미'라는 표현 대신 '미·북'이란 표현을 쓴 점도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뉴스1 북한 인권과 남북 대화에 대한 분명한 차별성을 강조한 통일백서는 지난 2월에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확인된 변화된 대북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방부가 지난 2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발간한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에 '주적 개념'이 부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간한 국방백서에선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말로 대체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칭도 직책을 뺀 '김정은'으로만 표기했다. 반면 이날 발간된 통일백서는 '국무위원장'이란 직책을 김정은의 이름과 함께 표기하고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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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위성발사' 실패일에 로켓 쐈다...김정은 '13일의 도발'
북한이 지난 2월 8일 군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등장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지난 7일부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통한 통신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13일 오전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처음으로 '고체 연료' 방식의 로켓 엔진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도발을 위한 신기술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는 의미다. 당초 외교가에선 북한이 최대 정치 기념일로 여기는 김일성 생일(15일·태양절)을 기점으로 정찰위성 발사 등의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이 그 시점을 이틀 이상 앞당겼다. 그런데 외교가의 예상을 깬 '13일의 도발'에는 김정은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11년 전인 2012년 4월 13일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던 '광명성-3호' 1호기를 '은하 3호'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다. 집권 첫해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성 발사의 성공을 자신하며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해 발사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발사됐던 로켓은 궤도진입에 실패했고, 북한은 발사 4시간만에 이 사실을 인정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김일성의 생일이 아닌 이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11년 전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던 김정은이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새로운 기술인 고체연료 엔진 방식의 로켓 발사 성공을 통해 11년 전 입었던 정치적인 타격을 상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그런 내용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며 "북한이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2년 4월 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한 '광명성-3호' 인공위성의 모습. AFP, 연합뉴스 김정은에게 4월 13일은 또다른 정치적 의미도 지닌 날이다. 11년 전 이날 김정은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당·정·군을 모두 공식적으로 장악했다. 이날 고체연료 로켓 발사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식적으로 장악한 11주년 기념일을 김일성 생일 111주년(15일)과 북한군의 시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25일) 기념일로 이어지는 향후 연쇄 정치 행사와 그에 따른 대외적 도발 일정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북한은 이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날(12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을 '세계적인 우주강국'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100% 국산화된 시험위성과 실용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우주 정복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예고한 위성발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경우에 따라 지금까지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해왔던 북한이 실전처럼 정상각으로 이를 쏘아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성발사 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의 실제 인공위성 관련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최근 '국가안보전략' 안보현안 분석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수행한 정찰위성의 시험항목 및 방법, 촬영 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과 2016년에 발사한 광명성 3·4호에 비해서도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엔 제재로 인해 위성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해외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구성품을 독자개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은 "핵 공세적 확대"…한국 지도 펼쳐놓고 콕 찍은 곳 권영세 "규탄·경고·법적 조치"…통일장관 성명, 완전히 달라졌다 北 도발 가능성에…美, 3대 핵전력 훈련 '글로벌 선더' 실시한다 [단독] "美, 북 ICBM 발사 보름 전에 알았다…시긴트로 파악"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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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경고에도 '개성공단 버스' 굴린 北...美위성에 딱 걸렸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해 7월 개성공단 내 전자제품 생산 업체 구역에서 포착한 청색버스 8대의 모습. 이 버스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활용됐던 버스로 판명됐다는 게 미국의 소리(VOA)의 설명이다. VOA 유튜브 채널 캡처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9일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청색버스 여러 대가 정차해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12일 보도했다. VOA는 버스가 정차해 있었던 곳은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위치했던 자리"라며 "해당 버스는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활용됐던 버스로 판명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근로자를 동원해 해당 기업의 생산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VOA 측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전날(11일) 북한의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의 무단 사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재산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16년 2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 등 북한으로 유입된 현금이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공단의 전면 가동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문제는 핵·미사일 개발에 투여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한·미의 공동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무단으로 개성공단 설비를 가동해 이득 취했다면 이는 한국 기업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 다만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권 장관은 전날 법적 조치의 구체안을 묻는 질문에 "남북 간 합의서가 있지만, 그 합의서에 기초해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데는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조치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법조계에선 재산권 침해를 받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를 비롯한 국제 법정으로 사안을 가져가는 방안 등이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관련 판단에 따른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뾰족한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당장의 실효성과 별개로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자체가 북한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정부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제 사회를 향해 일종의 '내용 증명'을 보내며 법적 근거와 명분을 쌓고 있는 상태"라며 "당장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활용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엿새째 응답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문자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개시 통화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권영세 "규탄·경고·법적 조치"…통일장관 성명,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 '연락사무소·군통신선' 모두 불통…北, 의도적 차단 했나? 3년 전엔 개성사무소 폭파…통신 멋대로 끊고 청구서 내미는 北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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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규탄·경고·법적 조치"…통일장관 성명, 완전히 달라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의 의도적인 소통 단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로 북한은 닷새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남북연락 채널을 닫은 상태다.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된 건 10년 만이다. 권 장관은 북한의 소통 거부 움직임에 대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또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측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로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2021년 7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대표가 북측 연락대표와 통화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뉴스1 이날 성명은 표면적으론 지난 7일 북한이 아무런 예고 없이 남북 통신선 정기 소통에 불응하며 의도적으로 대화를 단절한 데 대한 반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권 장관의 성명은 '담대한 구상'을 비롯한 정부의 대북 제안을 철저히 외면하고 핵무력 강화에만 매진하는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권 장관의 성명에는 '무책임''규탄''경고' 등 어휘로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매번 북한을 향해 대화 제의를 해왔던 통일부의 기존 입장이나 여타 성명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날 공개된 500자가량의 짧은 장관 명의의 성명에는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은 아예 담겨있지 않았다. 권 장관 이전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된 건 10년 전인 2013년 7월 류길재 당시 장관 명의의 성명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류 장관은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3달 넘게 이어지던 개성공단 폐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했는데, 이는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낸 이 날 권 장관의 성명과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노동신문은 지난 5일 '4월의 봄'을 맞아 평양 곳곳에 꽃이 핀 모습들을 조명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청색 버스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소유의 북측 노동자 통근용 버스로 확인됐다. 뉴스1 실제 권 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했지만, 권 장관의 성명엔 대화 제의가 아닌 북한의 개성공단 시설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조치를 비롯한 실질적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 "개성공단 내에서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해 북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힌 뒤 북측에 지속적으로 관련 시설에 대한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요청을 거부한 채 공단 내 생산 설비를 계속 무단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5일 노동신문에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북측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통근 버스가 평양 시내에서 운행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내 자산의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통지문 수령조차 거부했고, 다음날인 7일부터 매일 점검해오던 공동연락사무소 소통마저 중단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측 지역이 담긴 지도를 가리키며 군 간부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날 권 장관이 북한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보인 배경과 관련해 외교가에선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대화를 사실상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며 소통과 단절을 번갈아 했다.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소통 단절은 기술적 통신선 유실 등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결국 권 장관이 북한의 첫 의도적 대화 단절에 대해 오히려 강경한 입장으로 대처한 것은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최근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대화에 방점을 뒀던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장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바라는 차원에서 (장관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북한의 개성공단 설비 무단 사용에 따른 법적 책임 방식에 대해서도 "남북 간 합의서가 있지만 그 합의서에 기초해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데는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능한 조치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실제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3년 전엔 개성사무소 폭파…통신 멋대로 끊고 청구서 내미는 北 김정은 "핵 공세적 확대"…한국 지도 펼쳐놓고 콕 찍은 곳 통일부 "개성공단 무단사용 중단하라" 통지문…北, 수령 거부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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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공세적 확대"…한국 지도 펼쳐놓고 콕 찍은 곳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특히 김정은이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확대'를 언급하며 수도권 일대의 지도를 가리키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번 회의가 고강도 군사도발을 염두에 두고 개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군 간부가 김 총비서에서 남한 지도를 가리키며 보고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측 지역이 담긴 지도를 가리키며 간부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특히 북한은 지난달 28일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례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측과의 의도적 소통 단절 이후 중대 도발을 감행해왔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대화 중단 상황에서 북한이 김정은이 주재한 군사 관련 회의를 공개한 배경을 놓고 오는 15일 111주년을 맞는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전후한 도발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방식은 군사정찰위성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 발사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실제 김정은의 이날 공개활동은 지난달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 이후 2주일만이다. 두 차례의 공개활동은 모두 핵무기의 공세적 활용에 집중돼 있다. 김정은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조선반도 안전상황을 더욱 엄격히 통제 관리해야 한다"며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현지지도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생산확대를 종용한 데서 나아가 핵무기의 직접적 사용 원칙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도 김정은이 "전선 공격작전 계획과 여러 전투문건들을 요해(파악)하면서 군대의 전쟁수행 능력을 부단히 갱신하고 완비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원칙적인 문제들을 밝혔다"며 사실상 김정은이 핵무기의 실제 사용 원칙과 관련한 언급을 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을 공개했다. 사진은 '화산-31형'을 앞에 두고 주요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정은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는 이날 관련 기사를 전하며 김정은이 회의장 앞에 펼쳐진 남측 지도에서 수도권 일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과 탁자 위의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김정은이 남측 주요 지역을 공격 대상으로 직접 언급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다만 관련 사진에서 상단에 적힌 문구를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모자이크로 처리해 구체적 작전 상황은 노출하지 않았다. 북한은 사실상 남측 주요 지점을 목표로 한 핵공격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이를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차원이라는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통신은 "미제와 남조선괴뢰역도들이 최근 들어 '평양점령'과 '참수작전'이라는 호전적인 망언들까지 노골적으로 흘리며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전쟁을 가상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광란적으로 감행했다"며 "적들은 연일 반공화국 대결망발과 공격성 군사행위들을 의도적으로 고취하며 자기들의 불순한 침략적정체를 행동으로 명백히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행동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 적인 대책들을 토의하고 해당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가결하였다"며 향후 추가 군사행동과 관련한 일종의 원칙과 계획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 예측 불가의 다양한 군사적 행동을 공세적으로 추구하면서 보다 실용적·효과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며 "맞대응 횟수는 줄이지만 도발 임팩트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비용대비 효과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군사적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년 전엔 개성사무소 폭파…통신 멋대로 끊고 청구서 내미는 北 "총알 갈아끼우듯 '핵탄두' 탑재…이런 방식, 북한이 유일" [북핵 어디까지 왔나] 전술핵탄두 옆에 선 김정은…보란듯 일련번호까지 노출했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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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사무소·군통신선' 모두 불통…北, 의도적 차단 했나?
북한이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사진은 2018년 1월 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남북직통 전화를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가 지난달 13일부터 최신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며 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은 물론 정부가 전날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의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9시 연락사무소 간 업무 개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우리측 구간 통신선 점검 결과 이상이 없는 바, 북측 구간에서의 통신선 이상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평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같은 선로를 사용하는 판문점 기계실 간 통신선도 응신이 없었다고 한다. 또 이날 동·서해 군 통신선도 정기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2021년 10월 4일 군 관계자가 대북 직통선 전화기로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뉴스1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간 업무 개시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난해 10월 4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북측 지역의 기술적 문제로 통신연락망이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지난 4~6일 내린 비로 인한 통신선로 장애 등 기술적 문제가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연락사무소 간 마감통화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남북이 양측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돌발 사태에 따른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해오던 상시 연락채널의 단절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오후 "오늘 오전 9시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 이어, 오후 5시 마감 통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한·미를 상대로 한 '강대강 정면승부'''대적투쟁' 등 강경기조로 이어지던 국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달 16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 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전화로 화성-17형 발사 승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 훈련을 참관하면서 "대규모 군사연습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에 그 무모성을 계속 인식시킬 것"이라며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오는 15일 111주년을 맞는 김일성 생일(태양절) 전후에 군사정찰위성발사 또는 ICBM 정상각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과거에도 일방적으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단절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일방적인 소통 단절은 도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날)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ㆍ폐기하게 된다"고 통보했고, 통보 직후 남북간 연락 채널을 모두 차단했다. 이어 북한은 통신선을 단절 통보 1주일 뒤인 6월 16일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당시 단절됐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은 남북 정상이 친서(親書)를 통해 직접 합의한 끝에 13개월 만인 지난 2021년 7월 27일에야 재개됐다. 이후에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14일 만인 8월 10일 끊었고,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 4일 다시 연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남북연락사무소 간 통신망의 기술적인 문제일 경우 동·서해 군 통신선 중에 하나라도 통화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관련한 입장 조차 내놓지 않은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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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통일 "北실상 알리기 박차...망신주기 아닌 주민 권리 실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일 “북한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려 나가면서 북한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7일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인 ‘2023 북한인권 보고서’를 공개(지난달 30일)했고, 이를 시작으로 북한의 실상을 국내외에 알려 나가는 노력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권 장관은 “북한을 망신 주고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북한 주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권 문제는 모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7일 오전과 오후 각각 매일 진행해 오던 연락사무소와 군통신선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 구간 통신선 점검 결과 이상이 없는 바, 북측 구간에서의 통신선 이상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긴장 고조의 빌미로 여기던 한미 연합훈련이 끝났지만, 추가 도발에 나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7일 방한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권 장관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 걸고 도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억제와 압박에 주력하면서 언제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담대한 구상을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더 이상 잘못된 셈법으로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통일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노력에 하루빨리 동참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축사에서 세계가 ‘복합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복합적 상호의존성을 거부하는 세계 유일의 고립 지역인 북한이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했다. 고 원장은 “복합 위기 속에서 우리는 국익과 보편 가치를 조화시키며 한반도의 비핵ㆍ평화ㆍ번영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도전에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어진 발표에서 “북한이 남한에 대한 대적관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 남북이 군사적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9ㆍ19 군사합의 불이행 선언, 동ㆍ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 대북전단 살포 대응 고사총 발사, 소형무인기 대남 침투 등 4가지 군사 도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장 위원은 이어 “북한 비핵화 협상은 단기적 관점에서 재개되기 쉽지 않다”면서 “내년 11월 미국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의 문이 열릴지 닫힌 상태가 지속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통일 담론이 사라진 상태여서 안타깝다. 한·미가 (관련) 논의를 해야한다”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래상,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한·미동맹 차원에서 공동 입장을 표명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김덕우 연구원 kim.deok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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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10년인데…北, '장성택 조카사위' 영화서 지웠다
북한이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제작한 예술영화를 지난 1월에 다시 방영하면서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주연 배우의 얼굴을 다른 배우의 얼굴로 바꾼 사실이 확인됐다. 얼굴이 바꿔치기 된 배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조카사위로 파악됐다.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를 '반당 반혁명 종파' 혐의로 처형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성택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2일 방영한 예술영화 '대홍단 책임비서' 제1부 '이깔나무'를 확인해보니 주연급 남자배우인 최웅철의 얼굴(위)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수정돼 다른 배우 박정택(아래)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북한 언론·문학·예술 전문가인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일 예술영화 「대홍단 책임비서」의 제1부인 '이깔나무'를 방영했다.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제작한 이 영화는 '고난의 행군' 시기 당에서 지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북·중 접경지역 인근 양강도 대홍단군의 책임비서를 소재로 했다. 당초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장명우'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는 장성택의 조카사위인 최웅철이었다. 그는 북한군 차수(왕별)를 지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맏형 장성우의 사위다. 그런데 지난 1월 방영된 영화에선 그의 얼굴이 모두 다른 공훈배우 박정택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활용해 편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2일 방영한 예술영화 '대홍단 책임비서' 제1부 '이깔나무'를 확인해보니 엔딩 크레딧에서 주연급 남자배우인 최웅철의 이름이 삭제되고 해당 배역에 다른 배우 박정택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가브로센코 교수도 "최웅철은 대홍단 책임비서에서 완전히 지워졌지만 그의 캐릭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새로운 배우 박정택은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읽고 같은 의상을 입은 채 다른 출연자와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이 영화를 방영한 것은 2012년 2월 8일 이후 11년여 만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13년 장성택 처형 직후인 2014년 초부터 최웅철이 출연한 '곡절많은 운명'. '밀림이 설레인다' 등의 영화 25편에 대해 시청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해외에서 만났던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유학생은 북한 당국이 장성택이 즐겨 부르던 '출발의 아침'과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김정은 유일 체계 확립을 위해 아직도 장성택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출발의 아침'이란 노래의 가사에는 '새출발'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장성택이 최고지도자가 되어 새출발을 하자는 의도로 해석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지난해 7월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 직원들이 완성된 기록영화의 편집본을 점검하는 모습. 노동신문은 "촬영소 일꾼들과 창작가들은 창작계획을 대담하게 세우고 자신들의 실무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사업을 적극 전개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1 북한은 이후 '대홍단책임비서'를 계속 방영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딥페이크를 활용한 편집을 거쳐 주민들에게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일부 북한 전문 유튜브 채널도 북한이 2021년부터 최웅철이 출연한 영화에서 그의 얼굴을 박정택으로 바꿔 방영한 장면을 포착해 소개하고 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 엔케이(Daily NK)는 2021년 7월에 북한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으로 영상편집을 담당하는 기술부를 조직했다고 전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에 자리 잡은 기술부는 약 140명이 소속돼 있으며, 김정은 체제에서 숙청·처형된 인사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찾아내 최신 기술로 수정·편집하는 것이 주요 임무라고 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사회주의 왕조국가인 북한의 통치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모든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동시에 새로운 영화를 제작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선전선동을 위해 딥페이크로 가성비 좋게 기존 영화를 재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