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소기의 목적 달성"…북·러 간 '위험한 거래' 이행 본격화하나

    北 "소기의 목적 달성"…북·러 간 '위험한 거래' 이행 본격화하나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6차 정치국회의가 9월2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에 참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번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8기 16차)를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논의했다. 당 최고 정책 결정기관인 정치국 회의 소집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측과 합의한 사안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 독려가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정치국 회의가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다고 22일 전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김정은의 방러 결과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 정치국의 위임에 따라 이날 보고에 나선 김성남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장은 "북·러관계가 새 시대의 요구해 부응해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세계 정치 지형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신문은 "정치국은 김정은 동지의 러시아 방문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으며 해외방문 성과를 열렬히 축하했다"고 설명했다. '소기의 목적 달성'이라는 표현으로 미뤄 탄약 제공을 대가로 김정은이 원하는 핵기술 이전 등을 얻어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번 러시아 방문을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정치국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방문을 단일 의제로 다룬 정치국 회의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 자연부원생태학(천연자연부) 장관과 연해주 행정장관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회의에서는 이번 러시아 방문이 갖는 의의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적인 북·러관계 발전계획들이 소개됐다고 신문은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북·러 양국 간 군사·경제·농업 분야의 협력, 교육·사회문화 교류, 인도적 지원 등의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구체화 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에도 무기거래를 축으로 하는 북·러 간 전방위적인 교류와 협력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앞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17일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와 북한 정부 간 위원회 회의가 오는 11월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군사 분야는 물론 무역·관광·농업·교육 분야 등의 러시아 측 대표단이 조만간 대거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일대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에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 초대를 감사히 수락했다"고 밝힌 만큼 양국 정부 간 협의에 이어 푸틴 대통령의 답방까지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자신의 러시아 연방 방문을 수행한 대표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날 정치국 회의에서 "모든 분야에서 쌍무관계를 보다 활성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각 분야의 협조를 다방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북·러 해당 부문들 사이 긴밀한 접촉과 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 인민의 복리 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귀국 직후 정치국 회의를 열어 "방문성과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실천"을 각 분야에 주문한 만큼 북한 당국이 러시아와 논의한 사안들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속도감 있게 강구해 나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정은의 방러 성과를 부각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모습"이라며 "한·미를 향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측에 협의 내용을 신속하게 이행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정치국 회의 직후 자신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대표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러시아 방문 성과 축하를 위해 정치국이 마련한 저녁 연회에도 참석했다.   관련기사 北 '백두혈통 특사' 中에 보낼까…항저우 대표단장엔 장관급 [단독] 김정은이 우주기지 갈 때, 北경제팀은 따로 움직였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22 10:49

  • 北 '백두혈통 특사' 中에 보낼까…항저우 대표단장엔 장관급

    北 '백두혈통 특사' 中에 보낼까…항저우 대표단장엔 장관급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2018년 7월 3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경기 남측 방문단 환영만찬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김 체육상은 지난 1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북한 대표단장으로 파견됐다. 뉴스1 북한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김일국 체육상(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대표단장으로 체육상을 파견한 것을 두고 중국과 북한 간 고위급 교류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폐막 전까지 별도의 '고위급 특사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우리나라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김일국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제19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9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당초 외교가에선 북한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백두혈통'급 인사를 중국에 특사로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해 '최측근 고위급 인사'가 항저우에 파견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2014년 10월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당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이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일어나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다만 북한이 추가로 김정은의 특사 격인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2014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도 예정에 없던 실세 고위급 3인방을 대표단으로 파견한 전례가 있다.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용해·김양건 당 비서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하는 등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구체적으로 고위급 인사가 갈지 안 갈지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전례로 보면 별도의 고위급 인사보다는 체육상이 대표단을 인솔해 갔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2006년 토리노 겨울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만 파견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의 경우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특사단을 파견한 측면이 있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 선수단이 21일 오전 중국 항저우 선수촌에서 이동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고위급 북한 인사의 파견이 없다면 한국 정부 대표로 아시안 게임 개회식에 참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의미 있는 접촉도 어려울 전망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덕수 총리와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항저우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냐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만약에 만나게 된다면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화로 나누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통일부는 인천 해안에서 최근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 1구를 발견, 북한 당국에 인도받을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9월 10일 인천 석모도 상리 해안에서 북측 주민으로 보이는 사체 1구를 발견해 인근 병원에 안치하고 있다"며 "사체는 신장 170cm, 남성이며, 배지 및 복장, 메모 등의 유류품으로 미루어볼 때 북측 주민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사체와 유류품을 판문점을 통해 9월 26일 오후 3시 북측에 인도하고자 한다"며 "북측은 남북통신선을 통해 입장을 신속히 알려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 4월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을 통한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어 언론을 통해 북측에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21 14:04

  •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 5박 6일 러시아 방문 손익계산서는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 5박 6일 러시아 방문 손익계산서는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0년 12월 2일. 한·미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주목했다. 영화 ‘공작’에서 ‘흑금성’(박채서)의 파트너이자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으로 나왔던 이명운의 실제 인물인 이호남(70대 초반) 국무위원회 고문이 나타나서다. 정찰총국 출신인 그는 54세의 G씨를 데리고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며 인적 왕래가 불가능했던 때다. 김 위원장의 비준(재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남북 접촉 창구 역할을 했던 이호남은 이듬해 4월 20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며 “이번에 들어가면 은퇴할 것 같다”며 G씨를 소개하고 인수인계했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그의 러시아 방문 목적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북한이 대외 접촉 거점을 이동하기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의 베이징이나 선양, 단둥에서 진행하던 ‘외부인’ 접촉 무대를 블라디보스토크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다가서기가 하루 아침의 결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  「 북미 협상 막히자 러시아행 첨단군사시설 ‘족집게 과외’ 전시 러 활용해 제재 무력화 중국과는 일단 거리두기 태세 」    외톨이 외교, 득인가 실인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과 태평양함 대사령부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부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들 왼쪽 뒷편에 정차해 있는 승합차 전면에 부착된 현대자동차 엠블럼이 눈에 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3년여 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땅을 밟았다.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게 북한 자체의 평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전과 후 네 차례나 시진핑 주석을 만나 상의하는 등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든든한  뒷배였다. 그런 중국 대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러시아에 김 위원장이 손을 내민 건 의외다. 북한이 관심을 끌었을지 몰라도 집중 감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여러 면에서 궁금증을 낳는다.   북한의 의도는 뭘까.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위성과 미사일 개발의 상징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4시간여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이동해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크네비치군비행장에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항공우주군 장비를 살펴봤다. 추르킨 지역의 해군부대와 태평양함대를 찾아 대잠호위함에 올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러시아의 후속 기술 지원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음달 정찰 위성 발사를 공언하고, 핵잠수함 개발에 나서겠다는 김 위원장과 북한 인사들에게 러시아의 군사시설 참관 자체가 족집게 과외인 건 분명하다.   결정적 순간마다 러시아 찾는 북한   북한 지도자는 건국 이후 절박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러시아(옛 소련 포함)를 찾았다. 1949년 2월 김일성 주석(당시 내각 수상)이 선물을 잔뜩 싸들고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김 주석은 스탈린과 남침을 상의하고 차관과 전쟁 물자 지원을 약속하는 ‘조(북)·소 양국간 경제적 및 군사적 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6·25전쟁을 석 달여 앞두고도 급히 모스크바로 달려갔다. 전쟁이 끝난 53년 9월엔 전후복구를 위해 손을 벌렸다. 이번을 포함해 17차례의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북한에겐 매번 ‘결정적’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무기 현대화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러시아 카드를 꺼냈다.   자립을 강조하는 북한이지만 대북제재와 3년 6개월 넘게 셀프 봉쇄에 따른 경제난의 돌파구도 필요했다. 연해주 주지사를 만나 농업 및 관광과 관련한 협의를 한 게 이를 보여준다. 북한은 이번에 러시아의 식량 지원 제의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개점 휴업 상태인 북·러경제위원회의 재가동을 통해 북한 인력을 대규모로 수출하거나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간접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이 연해주 지역에서 직접 밀을 재배해 들여오는 방안도 예상된다.   러 활용 대북제재 판깨기?   북·러 정상의 협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협력을 하더라도 대북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서방 국가들은 양국의 무기거래를 경계하고 있다. 북한과 군사협력을 중단하라는 지난 19일 한국 정부의 요구에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북·러 무기거래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일축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군사협력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북제재 해제를 주문했다. 그만큼 북한에게 대북제재 해제는 절박하다. 미국과 거래가 불발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이 찬성표를 던졌던 대북제재 완화를 유엔 안보리에 공식 요구했다. 이후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북한편을 들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능 부전에 빠진 유엔 안보리의 개편을 요구할 정도다. 북·중·러는 당분간 유엔의 이런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 러시아는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대북제재 품목인 소총과 무인기(드론)를 선물했다. 또 해외 여행 금지대상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을 수행원으로 받아 들였다. 북한과 러시아가 노골적인 제재 허물기에 나선 셈이다.   다가서는 북·러와 달리 북·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삐걱거림이 감지된다.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북·러 밀착을 외형적으로는 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신냉전의 한 축인 중국이 북·러 협력에 소극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당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김 위원장이 귀국한 다음날인 18일 모스크바를 찾았다. 다음달 푸틴 대통령의 방중 계획도 확정했다. 러시아가 2국 3각 게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시위가 먹히지 않자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고려치 않는 우방국 러시아에 다가서면서 제재 무력화를 꾀하고, 북·미 거래의 중개인 역할을 할 여지가 있는 중국에는 일단 거리를 두는 건 치밀한 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 항공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열흘 간 평양을 비웠다. 그가 비행기로 미국을 다녀 온다면 더 큰 이익이 되지 않을까.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09.21 08:51

  • '이런 나쁜짓'도 함께…"北, 해킹 암호화폐 러 거래소서 세탁"

    '이런 나쁜짓'도 함께…"北, 해킹 암호화폐 러 거래소서 세탁"

    북한이 불법적으로 탈취한 암호화폐를 세탁하기 위해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늘리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 기간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시사한 가운데 북·러 양국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행위에도 보다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인 암호화폐 해킹 등을 막기 위해 한·미·일이 공조에 나서자 북한도 러시아와의 밀착을 활용해 이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9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의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킹조직이 불법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을 세탁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거래소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의 영향력이 쉽게 미치지 않는 러시아 기반 거래소를 공략해 탈취한 암호화폐를 안정적으로 현금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체이널리시스가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 내역이 담긴 '온체인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은 지난해 미국의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하모니'에서 탈취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 중에서 2190만 달러 상당을 러시아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체했다. 또 이미 2021년부터 다수의 러시아 암호화폐 환전 거래 서비스를 사용해 자금을 세탁한 증거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러) 양국의 사이버 지하 세계 간 파트너십이 크게 확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란 게 체이널리시스 측의 평가다. 그러면서 "북한 해킹조직이 탈취한 암호화폐 세탁에 이용한 러시아 거래소들은 이미 불법 거래 등으로 국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라며 "이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북한이 탈취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당국이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이 불법 거래 등으로 국제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러시아 거래소와 밀착하는 것은 북한의 자금줄 차단 노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러시아 거래소와 공조체계 자체를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한·미·일은 각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된 거래소(DEX)의 경우에도 피해 관련 정보를 협조받아 북한이 불법적으로 탈취한 자금의 흐름을 포착해 이를 회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조체계를 구축해왔다.   앞서 블록체인 분석기업인 일립틱(Elliptic)은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 라자루스(Lazarus)의 소행으로 알려진 '아토믹 월렛(Atomic Wallet)' 해킹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커들이 국제 수사 기관의 자금동결을 피하기 위해 탈취 자산을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인 '가란텍스'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가란텍스는 불법적인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이후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이후에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게 VOA의 지적이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방위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안정적인 외화벌이 창구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이 제시한 방대한 국정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금원이 필요한 만큼 러시아 거래소와의 불법거래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김정은이 우주기지 갈 때, 北경제팀은 따로 움직였다 10차례 대북제재, 러 반대 한번도 없었는데…"우린 제재 안 했다" 러 무기 만져보고 타보고...김정은 '북·러 합작' 도발 메뉴 내놓나 카메라 찍힌 김여정 960만원 '디올 백'…그 자체가 北인권 참상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9 13:51

  • [단독] 김정은이 우주기지 갈 때, 北경제팀은 따로 움직였다

    [단독] 김정은이 우주기지 갈 때, 北경제팀은 따로 움직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 동지가 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17일 블라디보스토크시를 출발했다"라고 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러시아 연해주 아르툠1 기차역에서 러시아측 인사들의 배웅을 받는 모습.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박 6일 간의 방러 일정을 마친 가운데 김정은의 군사협력 관련 일정과 별개로 본격적인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러시아와의 협력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넓혀서 군사 기술의 미진함뿐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타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러시아 현지 인사의 전언을 바탕으로 "북한이 김정은의 방러 기간 중 팀을 두 개로 나눴다"며 "군사무기 조달팀은 김정은을 수행해 기차로 이동했고, 경제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러시아 당국과 경제협력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북·러 양국 간 무기거래를 축으로 하는 군사협력에 방점을 둔 김정은의 현지시찰을 수행한 팀과 별도의 '경제팀'이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정부 당국도 관련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봄 안토노프(AN)-148로 추정되는 기종의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12일과 16일 각각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 소속 AN-148 기종의 여객기가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이 북한 내에서 현지지도 등에 활용했던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가 러시아로 이동한 데 대한 언급도 있었다. 소식통은 "고려항공 소속인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의 AN-148이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간 것도 경제 분야 논의에 참석한 인사들과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12일과 16일 각각 평양발 고려항공 여객기 1대가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해당 항공기가 어떤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경제 관련 팀을 별도로 파견한 것이 사실이라면 관련 인원의 이동과 연관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북·러 양국은 연해주를 비롯한 극동지역에서 농업특구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와 관광·문화교류 사업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농업은 북한 스스로도 '절박한 과업'이라고 밝힐 정도로 김정은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올라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곡물·비료 지원은 물론 북한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농업특구를 비롯, 양국 간 농업 협력사업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아르니카 생물사료합성공장을 참관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특히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양국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다.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의 풍부한 자원, 곡물 등을 수출할 수 있는 부동항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 입장에서도 나진항 사용료와 화물 중개료를 받는 것은 물론 극동지역에서 이뤄질 경제·무역 협력의 교두보로 발돋움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01년 북·러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된 해당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과 연해주 남부의 하산을 잇는 철도 54㎞를 개·보수해 나진항을 러시아의 수출용 석탄의 경유지로 이용하는 사업이다. 북·러 양국에 한국(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 컨소시엄)까지 참여하는 3자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북한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중단됐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극동 개발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제 대상에선 제외됐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한·미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미국·EU 등의 대러제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재를 무시하고 있는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된다면 러시아의 석탄은 물론 각종 수출품을 남미를 비롯한 사회주의 우호국가로 보내는 루트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러시아 자연부원생태학(천연자연부) 장관과 연해주 행정장관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러시아측 관료들도 북·러 양국이 경제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생태부 장관은 지난 17일 김정은에 대한 환송행사 직후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 측과 이번 김정은의 방북기간 동안 추가 곡물 공급,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 정기 항공 노선 재취항, 신두만강대교 건설 협상 재개, 교육 및 문화 교류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같은 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양국이 이번 김정은 방러 기간에 논의한 사안을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이 "기차에서 수력발전 분야의 협력에 대해 언급했다"며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했고, 평양으로 돌아가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식량을 원조할 준비가 됐다고 전달했으나, 북한 측이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레그 코제먄코 프리모르스키주 주지사가 김정은에게 드론 6대와 방탄복 등 군사용품을 선물한 것을 두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러시아의 실전 기술이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대북 드론 지원의 경우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 북한에 대한 모든 산업용 기계류 및 운송수단 등 금수품의 직·간접 제공을 금지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우리의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관련 공조를 강화하면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9 05:00

  • 러 무기 만져보고 타보고...김정은 '북·러 합작' 도발 메뉴 내놓나

    러 무기 만져보고 타보고...김정은 '북·러 합작' 도발 메뉴 내놓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크네비치 공군기지에서 미그(Mig)-31에 탐재되어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만져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17일 오후 5박 6일(12일 하산 도착)간의 방러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행 기차에 오르기 직전까지 전략 무기와 연관된 핵심 군사시설을 잇달아 둘러봤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무기 거래'를 축으로 하는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우주를 비롯해 육·해·공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이전 등이 현실화한다면 한·미·일을 향한 도발의 강도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조러(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블라디보스토크 일정에는 이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김광혁 공군사령관,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 북한군 수뇌부가 수행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측에서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지도부가 김정은을 각별하게 영접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양국 간 군사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도시인 아르툠에 도착해 현지 관계자들에게 환영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의 전용 열차는 16일 오전 8~9시께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소도시인 아르툠에 도착했다. 아르툠-1역에서 전용 차량으로 갈아탄 김정은은 블라디보스토크 첫 일정으로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제22근위전투기항공연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네비치 공군기지를 방문해 쇼이구 장관과 함께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주요 장비를 둘러봤다.   김정은은 세르게이 코빌라시 러시아 항공우주군 장거리 항공사령관으로부터 각종 전략폭격기와 다목적 전투기를 비롯해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운용하고 있는 각종 군용기를 소개받았다. 이날 러시아 측이 김정은에게 소개한 주요 무기에는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 '킨잘'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투폴레프(Tu)-160·95·22M 등 전략폭격기가 포함됐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진영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무기체계로 꼽힌다. 북한도 2021년 9월 극초음 미사일인 '화성-8형'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월 두 차례 발사를 감행한 직후 "대성공을 이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선 김정은이 Mig-31에 장착된 킨잘 미사일을 어루만지면서 러 공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크네비치 공군기지에 방문해 러시아군의 각종 전략폭격기와 다목적 적투기, 추격기, 습격기 등을 살펴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극초음속 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마하 5(시속 6120㎞)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포물선 궤적으로 목표를 향해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상하·좌우로 회피 기동이 가능해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이 극히 어려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아직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러시아가 기술적 부분을 돕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기존에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모델이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킨잘과 유사한 KN-23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항공기를 러시아로부터 획득하게 된다면 북한 핵·미사일의 전술적 위협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은 이날 전략핵잠수함과 각종 수상함, 항공대 등 최신예 장비를 갖춘 러시아 해군의 태평양함대 사령부도 방문했다. 그는 대잠 호위함인 마샬 샤포슈니코프함에 올라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을 비롯한 관계자로부터 해상 작전능력과 주요 무장 장비의 전투성능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또 대함미사일인 Kh-35 '우란'을 비롯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대잠로켓발사기(RBU-6000) 등도 살펴봤다. 이어 쇼이구 장관은 김정은의 태평양함대 방문을 환영하는 오찬을 마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대잠 호위함인 마샬 샤포슈니코프함을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오찬 직후에 쇼이구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양국 간 국방 분야에서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 상호교류를 더욱 강화하는 것에 대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실무적 문제 논의'라는 표현으로 미뤄 북한이 내놓을 다음 도발 메뉴는 러시아와의 합작품 될 가능성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평소에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정은은 러시아가 보유한 신형 전략 무기를 직접 만져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은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라며 "북한이 러시아의 신무기를 모티브로 선보였던 기존의 핵추진어뢰나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도발수단을 본격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17일) 블라디보스토크루스키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학교(FEFU)를 방문해 유학 중인 북한 학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이어 극동연방대 인근에 있는 연해주 아쿠아리움을 찾아 바다코끼리 공연도 관람했다. 김정은의 이같은 막바지 일정은 군사분야 외에 문화·교육·경제 등에서도 러시아와 전방위적인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전날 밤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저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진행된 발레극 '잠자는 숲의 미녀'의 관람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현지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만나 관광·스포츠·문화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상회담 직후 "농업 분야에서도 북한에 무언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북한의 절박한 식량 문제를 비롯해 농업·경제·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김정은이 이날(17일) 오후 5박 6일 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고 전했다. 열차가 출발한 아르툠-1역에서 북·러 접경지역의 하산역까지는 약 300㎞ 거리로 노후화가 심각한 하산~바리노프스키 사이의 231㎞ 구간을 고려하면 약 6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이날 심야에 하산역에서 환송행사를 마치고 북·러 국경을 통과해 내일(18일) 오후께나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생태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김정은과 이번 방북기간 동안 추가 곡물 공급,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 정기 항공 노선 재취항, 신두만강대교 건설 협상 재개, 교육 및 문화교류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북·러 양국이 관심을 보이는 사업이다. 2001년 북·러 정상 합의에 따라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연해주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 복원을 핵심으로 한다. 북·러 양국에 이어 한국까지 참여하는 3자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의 영향으로 2013년부터 중단됐다.   관련기사 카메라 찍힌 김여정 960만원 '디올 백'…그 자체가 北인권 참상 보란듯 제재 무시하며 국제법 준수?…김정은 활용하는 푸틴의 속내는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7 16:40

  • 김정은, 푸틴에 밀가루 얻어가나…北 급한 '먹는 문제'도 다뤄

    김정은, 푸틴에 밀가루 얻어가나…北 급한 '먹는 문제'도 다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김정은은 이날 푸틴의 안내를 받아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회담을 한 뒤 연회에 참석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밀·비료 지원을 포함한 농업 분야 협력을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북한 스스로 '절박한 과업'이라고 밝힐 정도로 정책적 우선순위에 올라있는 농업 문제를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러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기 거래'를 축으로 하는 군사 협력뿐 아니라 경제, 교육, 극동개발 등 전방위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의 만찬이 끝난 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농업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며 "농업 분야에서도 북한에 무언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결과 북한의 탄환과 포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재래식 무기 지원에 대한 러시아 측의 반대 급부 리스트에 농업 협력도 올라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어 농촌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 문제에 봉착한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12개 중요 고지"를 확정하고, 이 중에서 첫 번째를 '알곡'으로 내세웠다. 김정은은 지난 2월 말 농업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알곡 생산량을 반드시 완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북·러 양국 간 농업협력은 2011년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방러 당시에도 심도있게 다뤄진 의제였다.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한 러시아 극동 지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의사를 밝혔다.   2014년에는 고명희 당시 농업부 부부장이 이끄는 북한 농업대표단이 하바롭스크를 방문해 연해주 농업국장과 농업·축산분야 협력을 타진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연해주 지역에서 1만 ha 이상의 농지를 빌려 각종 채소 재배와 목축, 농산물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 ·중 졉경 지역인 양강도 중강군 한 마을의 뒷산에 산 꼭대기까지 밭이 만들어져 있다. 중앙포토 양국 간 농업협력은 농지가 부족해 산비탈까지 개간해 동사를 짓는 북한과, 광활한 농지를 가졌지만 농업에 투입할 노동력이 부족한 러시아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 지역에서도 농기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노동력 투입 만으로는 대규모 재배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게서 기대하는 건 비료라는 관측도 있다.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러시아는 질소 비료를 비롯해 주요 3대 비료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제재로 수출길이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북한 농촌에 비료를 투입할 경우 상당한 증산(增産) 효과를 내며 곧바로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비료 수급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복합비료 1t을 추가로 투입할 경우 쌀 증산 효과는 대략 2~3t 규모로 추산할 정도로 비료의 식량 증산 효과는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2월 13일 평양면옥에서 열린 밀가루음식전시회 관련 영상을 방송하는 모습. 사진은 전시회에 출품된 피자와 만두, 빵, 햄버거 등 밀가루 음식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서구식 식생활이 확산하면서 밀가루 수요가 늘고 있어 밀 재배 경험이 풍부한 러시아와의 관련 기술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에선 밀은 겨울 작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러시아산 밀가루 또한 수출길이 막혀있어 북한이 수출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업이나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 지원에 대한 반대 급부로 농업이나 식량 지원이 이뤄진다면 문제의 소지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최근 식량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농촌진흥청이나 국제기구가 내놓은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 추정치를 보면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만큼 북한 내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한 것은 당국이 식량 유통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분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측면이 있다"면서 "식량 문제 해결을 넘어 김정은이 강조하는 전쟁 준비와 연관해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KTX 꼭 타보고 싶다" 했던 김정은 "만족한 합의"…뭐길래 4일 달려와 4시간 만나고 끝…김정은, 푸틴 없이 '나홀로 순방' 왜 푸틴, 포탄 좀 얻자고…자신들이 만든 유엔헌장·NPT 뒤흔든다 김정은 30분 기다린 푸틴 “위성개발 돕겠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4 14:35

  • 김정은, 러 로켓기술 견학할 때…'北 미사일 3인방' 따라다녔다

    김정은, 러 로켓기술 견학할 때…'北 미사일 3인방' 따라다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13일 오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실세를 대동하고 러시아의 새로운 로켓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이날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자리에 배석한 북한군 인사들은 이른바 북한군 내 ‘미사일 3인방’으로 불리는 이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다. 외교가에선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북·러 간 로켓 협력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과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러시아의 첨단 군사 시설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로켓 조립 격납고에서 현장 관계자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뒤쪽에 배석한 북한군 인사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빨간색 원)이다. A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보이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은 뒤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군사·기술 협력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무기 거래'는 물론 로켓 기술을 포함한 군사적 협력 임을 사실상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왼쪽 원)과 이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오른쪽 원)이 수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병철, 北 군수공업 책임자   로켓 격납고 현장 설명에 배석한 이병철 부위원장은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2015년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미사일 개발을 담당해왔다. 2019년에는 당 군수공업부장에 올랐으며, 2020년 8월에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됐다. 현재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을 제외하면 군서열 1위로 꼽힌다.    ━  장창하, 지난해 ICBM 발사 현장에    장창하 원장은 국방과학원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을 이끌어왔다. 2015년 제2자연과학원장 직함을 가지고 김정은의 미사일 관련 현지지도에 수차례 동행하면서 바깥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 3월에는 조춘룡 현 군수공업부장과 함께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해 3월에는 항공 점퍼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등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한 김정은을 김정식 부부장과 함께 보좌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지도하는 모습.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편)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좌우에서 김정은을 수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식, 미사일 전략군 출신   김정식 부부장은 2015년 2월 미사일을 담당하는 북한 전략군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로 밝혀졌다. 이듬해부터 당군수공업부 부부장 직책을 맡아 김정은의 미사일 관련 현지지도를 수행했다. 지난 3월 '화성-17형'을 발사 당시에는 장창하 원장과 함께 미사일총국 군복을 착용한 채 등장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이 이번 회담을 통해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받는 ICBM의 종말유도·재진입 기술은 물론 오는 10월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기술 협력을 끌어내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번 방러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선 김여정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해 방명록을 쓰는 김정은을 옆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잡혔다. 정상회담 경험이 풍부한 그가 김정은을 밀착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김정은, 회담 1시간전 원격 도발…"위협 땐 핵방아쇠 당긴단 뜻" 김정은 방러 일성 "전략적 중요성"…전방위 협력 대놓고 예고 김정은과 회담 위해 1000㎞ 이동… 푸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도착 김정은 방러 직전, 푸틴은 ‘정제유 물량공세’…무기 거래 '미끼'로 사용했나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3 17:25

  • 김정은 방러 일성 "전략적 중요성"…전방위 협력 대놓고 예고

    김정은 방러 일성 "전략적 중요성"…전방위 협력 대놓고 예고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지난 12일 하산영 환영식에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상.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새벽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하산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만들어진 신냉전 구도에서 양국 간 밀착을 강화해 국방건설 목표는 물론 경제계획까지 달성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이 탄 전용 열차가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 하산역 구내로 들어섰다면서 환영행사 소식을 전했다. 김정은은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공공보건 사태(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에 온 것은 조로(북러)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사회주의 우호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서 '전략적 협조', '전략적 소통' 등의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해왔다. 이를 감안해도 러시아와는 양국 간 '무기거래 커넥션'이 불거진 이후 '전략전술적 협력', '전략적 협력·신뢰' 등의 표현을 보다 빈번하게 사용하며 양국 간 밀착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은 2019년 4월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언급했다.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하노이 회담)이 '노 딜'로 끝나 외교적 고립을 맞은 가운데 전통적인 우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외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날 김정은의 발언은 양국 간 무기 거래를 축으로 하는 군사 협력뿐 아니라 경제협력·극동개발과 같은 전방위 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국이 '극동', '수일 내' 등 모호한 공식 발표만 내놓는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러시아 체류 기간이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4박 5일)과 같거나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트럼프와의 '핵 담판' 만큼이나 푸틴을 만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오는 10월 재발사를 천명한 군사정찰위성 관련 협력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핵 관련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내비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일본 교도신문은 이날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 북러 정상회담이 13일 오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실시된다고 전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발사체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담에서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위성의 광학 감시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를 전격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가진 ICBM과 전술핵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식별 및 추적할 수 역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러시아 현지 매체인 RBK는 지난 12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초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일행이 방러 기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한 블라디보스토크항 33번 부두를 전격적으로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최근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전격 방문해 잠수함을 비롯한 양국 간 군사협력을 심도 있게논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이 강순남 국방상까지 대동했기 때문에 양국 간 연합훈련이나 군사교류 프로그램이 구체화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현재 운용하지 않고 있는 핵추진잠수함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북한에 전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경제 분야와 관련한 북·러 간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김정은의 수행원 중에는 내각에서 건설분야를 담당하는 박훈 내각 부총리와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쇼이구 장관은 지난 7월 방북 당시 "조선인민군(북한군)은 외부세력의 위협을 믿음직하게 막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군대"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푸틴이 극동지역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극동개발부가 위치한 하바롭스크 등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도 노동자 해외 파견은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극동지역 내 각종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암호화폐 해킹에 대해 한·미·일이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벌이 창구의 다원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러시아 측이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까지 테이블에 올린 만큼 노동자 파견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은 방러 직전, 푸틴은 ‘정제유 물량공세’…무기 거래 '미끼'로 사용했나 벼랑 끝 푸틴 손 잡은 김정은…'혈맹' 中 아닌 러 찾은 이유는 '우주기지' 향한 김정은 열차…북·러 만남 장소에 담긴 메시지는 김정은·푸틴 '위험한 거래' 땐…한국 '특단선택'으로 내몰린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3 14:04

  • 김정은 13일 낮 우주기지 도착? 불가측성 가득한 북·러 회담

    김정은 13일 낮 우주기지 도착? 불가측성 가득한 북·러 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에 도착했지만,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극동', '수일 내' 등 모호한 공식 발표만 나오고 있다. 통상의 정상외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다.   김정은의 방러 일정은 이날 오전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역에서 열린 환영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일자나 장소 등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이 타고 있는 전용열차 '태양호'의 움직임에 따라 목적지를 추정하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진 이유다.    12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습. AP, 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김정은과 푸틴의 일대일 정상회담이 "동방경제포럼(EEF) 행사 이후 수일 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극동 지역"이라고만 했다. 러시아의 극동 지역은 블라디보스토크 뿐 아니라 하바롭스크 등 광활한 지역을 모두 포괄해 칭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평양 출발 소식만 보도한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오전 러시아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전용 열차로 극동지역의 아무르주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이날 오전 "김정은의 장갑 열차가 연해주 라즈돌나야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과 달리 블라디보스토크를 빗겨간 것이다.   현지의 소셜미디어(SNS)에는 "(우수리스크 인근에서) 김정은 기차와 매우 유사한 열차가 발견됐다. 직원들은 사람들에게 약 15분 동안 기다려달라고 요청하면서 승객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막았다"는 내용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김정은의 전용 열차가 우수리스크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아무르주의 우글레고르스크에는 당초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일행이 방문할 수 있다고 거론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연해주 우수리스크역 근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북쪽 방향으로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다 이날 늦은 오후 푸틴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EEF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직접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푸틴은 이런 '깜짝 발표'를 하면서도 김정은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푸틴의 발언과 김정은의 동선을 종합하면 두 정상이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만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일본 교도통신이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우주기지에서 김정은과 푸틴이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두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의 전용열차는 장갑이 장착돼 최고 속도가 시속 60km정도다. 철로 사정 때문에 실제 속도는 더 낮춰야 한다. 김정은의 열차가 이날 오후 1시경 우수리스크역 인근을 지난 것을 감안하면 680km 떨어진 하바롭스크에 도착하는 시간은 13일 자정 또는 새벽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782km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13일 정오 무렵으로 예상된다. 평양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까지의 총거리는 2300㎞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이 13일 EEF 일정을 마친 뒤 전용기를 탈 경우 김정은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우주기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먼저 현지에 도착해 김정은을 맞이하고 곧장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모양을 연출하기 위해 김정은의 열차가 의도적으로 속도를 더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회담의 당사국인 북한과 러시아는 아무런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채 언론의 중계식 보도로 퍼즐이 맞춰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에는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두 지도자의 고민이 묻어난다. 또 여기엔 정보 판단을 근거로 사전에 김정은의 동선과 방문지, 일정을 모두 공개한 미국의 인지전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입한 이후 정보 사안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판단과 행동을 수정토록 하는 전략을 견지해왔다. 러시아의 달 탐사선인 루나-25가 지난달 11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의 눈과 귀를 피해 허를 찌르려다 보니 불가측성에 방점을 둔 정상회담 진행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장소가 갖는 의미도 크다. 보스토치니 기지는 러시아 당국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새로 건설한 첨단 시설이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고도 오는 10월에 또 재발사를 예고할 정도로 조바심을 내비치고 있는 김정은 입장에선 북·러 양국의 군사 협력을 상징적으로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곳이다. 이는 김정은이 원하는 위성 기술이 정상회담에서 '매물'로 나올 것이란 암시로도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형제국'으로 불리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곳에서 가진 바 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가 상호 전략적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 맞춰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양국은 이번 군사거래가 미칠 후과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러시아 간 김정은, 군사위성·핵잠-포탄 담당자 대놓고 데려갔다 절박한 푸틴, 김정은 '독상' 차렸다…위험 무릅쓴 김정은 속내 "美 경고 중요치 않다"...무기 급한 러, 유엔 대북제재도 흔드나 북·러 '위험한 만남' 강행한다…김정은·푸틴 단독회담도 준비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2 19:17

  • 러시아 간 김정은, 군사위성·핵잠-포탄 담당자 대놓고 데려갔다

    러시아 간 김정은, 군사위성·핵잠-포탄 담당자 대놓고 데려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김정은이 이번 방러길에 군부 실세들을 대거 대동했다. 무기 거래가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이)오늘 새벽 전용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블라디보스토크 도착시간을 고려하면 정상회담은 12일 오후 또는 13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궁은 12일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극동에서 수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러시아 크렘린궁이 전날 양국 정상이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러시아의 각종 군수공장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접근이 용이한 하바롭스크도 이번 정상회담 후보지 중에 하나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했다며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주요 간부들이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 승강장에 경찰과 군인, 군견 등이 배치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선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외교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해 박태성 당 비서,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등이 식별됐다.    특히 박태성 비서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만든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과 경제를 담당하는 오수용 당 비서도 함께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북·러 간 위성 등 우주 과학기술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김명식 사령관은 북·러 간 해상연합훈련에 대한 협의는 물론 김정은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도맡고 있다.   조춘룡 부장은 김정은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재래식 포탄 등을 생산하는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김정은의 최근 군수공장 시찰도 수행했다. 이런 방러 수행단 구성은 김정은이 양국 간 무기거래·군사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수행자 면면은 2019년 4월에 열린 1차 북·러 정상회담 당시와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에는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평해 당 간부부장, 오수용 당 계획재정부장, 이영길 군 총참모장 등이 김정은을 수행했다.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예상 경로 그래픽 이미지. 특히 이용호와 최선희는 김정은의 전용차량에 동석하며 김정은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외교에 비중을 두면서 당·경제·군부의 실세를 고루 포진시키는 용인술을 통해 외교무대에서 '정상국가'를 표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군부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면서 방러의 목적성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정은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밀착 수행자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평양역 환송장에는 김여정 부부장과 밀착 수행을 담당해온 현송월 부부장이 파견됐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들이 김정은을 가까이서 보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대동했는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난 9일 김주애와 함께 민방위 무력 열병식을 참관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표현하고, 북한군 최고 계급의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김주애 옆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장면도 포착됐다. 김정은이 4대 세습구도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되는 가운데 김주애가 방러행에 동행했다면, 사실상 대내외적으로 후계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일행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위치한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북·중·러 최초 해상연합훈련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승객과 화물의 주요 거점으로 러시아 극동부의 수도인 하바롭스크의 항구의 모습. 중앙포토 만약 하바롭스크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두 차례나 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와 함께 각종 군 관련 시설이 있는 군수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도 김정은의 유력한 시찰 장소로 꼽힌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는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SU-35 공장 등이 포진해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러시아 방문 당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은 "김정은이 무기거래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둘러볼 수 있는 군 관련 시설을 찾을 가능성 크다"며 "블라디보스토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아무르스크 지역에 위치한 항공기, 선박 관련 군수공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北·러 정상회담 앞두고…고려항공 여객기도 블라디보스토크行 절박한 푸틴, 김정은 '독상' 차렸다…위험 무릅쓴 김정은 속내 북·러 '위험한 만남' 강행한다…김정은·푸틴 단독회담도 준비 크렘린궁 "푸틴·김정은 필요하면 일대일 회담" 공식발표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2 11:31

  • 김정은 '태양호' 평양 떠난 뒤에야…"푸틴과 회담" 뒤늦게 알렸다

    김정은 '태양호' 평양 떠난 뒤에야…"푸틴과 회담" 뒤늦게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전용 열차 편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 김은은은 당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러시아로 이동중인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정보당국은 지난 10일 늦은 오후 김정은을 태운 열차가 북·러 국경 지역을 향해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한다. 북·러는 김정은이 평양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8시 15분쯤에서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김정은 위원장이 수일 내에 러시아에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크렘린궁의 발표와 동시에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곧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  김정은, 방탄열차 타고 1179km 여정    11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 승강장에 경찰과 군인, 군견 등이 배치된 모습. 연합뉴스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정상외교 일정은 통상 초청국과 방문국이 상호 조율해 일정 기간을 두고 관련 일정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엔 김정은이 러시아로 출발할 때까지 북·러 모두 입을 닫은 채 언론 보도를 통해 김정은의 일정·동선 등의 퍼즐이 맞춰졌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무기 거래란 점을 감안한 듯 양측 모두 최대한 공식 발표를 미루며 쉬쉬하는 비정상적 외교 행태를 보였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일체의 무기를 수출할 수 없다. 북·러 무기 거래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김정은의 목적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맞다면 약 20시간에 걸친 1179km의 여정이다. 우선 북·중 접경지역인 하산까지 약14시간 소요되고, 이후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약 320㎞)까지 추가로 약 6시간 걸린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12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과 푸틴 간 정상회담은 12일이나 직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론 보도로 퍼즐 맞춰진 '깜깜이 방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EEF가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방문한다는 사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직후 미 백악관이 이를 사실로 확인하고,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지난 10일에는 일본 매체 등에서 북한 시찰단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러시아 연해주의 하산역을 방문해 김정은의 동선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러 1차 정상회담을 앞둔 2019년 4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학교 내 한 건물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2년 집권 후 줄곧 사회주의 정상국가의 지도자를 표방했던 김정은이지만, 이런 '깜깜이 외출'은 그 자체만으로 비정상적 외교 행보로 평가된다.   이는 2019년 4월에 열린 1차 북·러 정상회담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당시엔 정상회담 개최 1주일 전인 4월 17일 러시아 외무부가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다음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틀 전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4월 중순엔 당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과 정상회담이 열릴 극동연방대학 주변을 시찰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북·러 정상회담 준비 과정도 노출됐다.   궁지 몰린 북·러 "자포자기 행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 직후 러시아 측이 마련한 연회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러가 4년 전과 달리 외부에 일절 함구하며 이번 정상회담 일정을 추진한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궁지에 몰려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당시 김정은은 2019년 2월 북·미 간 '하노이 노 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방러를 택했는데, 이는 국면 타개 목적으로 우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통상적인 외교 활동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규탄하는 침략전쟁을 수행 중이고, 김정은이 의도하는 무기 판매 및 핵 무력 기술 획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를 통해 수차례 금지한 불법행위다. 양측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입을 꾹 다무는 건 그 자체로 이번 회담이 갖는 위험성과 불법성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0일 C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러 정상회담을 "자포자기 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이 어떤 식으로 끝날지 자명하다. (무기 거래는) 러시아와 북한을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급성 고려해 프로토콜 생략한 듯"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예상 경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타임스(NYT)] 크렘린은 푸틴과 김정은이 "EEF에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는데(러시아 RTVI 11일 보도), 이 역시 통상적이지 않다. 보통 다자 행사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은 행사 참여를 주된 일정으로 하며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렘린 설명대로라면 김정은과 푸틴은 장소만 EEF 행사를 활용할 뿐이지 별도의 회담 일정을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럼이 한창인데 포럼과 관계없이 열리는 정상회담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모양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러의 무기 거래 논의는 이미 한·미 등에 의해 동향이 포착된 데다 수차례에 걸쳐 경고 메시지가 발신된 상태"라며 "극도로 예민한 사안을 북·러 정상이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리스크를 지게 되고, 결국 북·러 모두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에 공식 발표 없이 수면 아래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경고를 날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에 나설 타이밍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 중요성이나 시급성을 고려해 기존에 보였던 선발대 파견과 같은 일부 프로토콜까지 과감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은, 러 가는 방탄기차 탔다…내일 푸틴과 '위험한 거래' 궁지 몰린 북·러 정상회담 '초읽기' 관측…무기 거래 성사되나 김정은 오늘 방러 가능성강태화·정영교·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2023.09.11 18:43

  • 김정은의 방탄기차 '태양호' 10일 오후 늦게 평양 떠났다

    김정은의 방탄기차 '태양호' 10일 오후 늦게 평양 떠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전용열차를 타고 북-러 국경을 넘어 하산역에 도착하는 모습. 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지난 10일 늦은 오후 러시아로 향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정은이 평양을 떠나 열차편으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대통령궁(그렘린)이 지난 9일 "푸틴 대통령이 11일부터 이틀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12일 전체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정상회담은 12일을 전후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푸틴과 만나 무기 거래 등 북·러 간 군사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2019년 4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라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고,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우회로를 찾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탄약 등 재래식 무기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무기를 조달받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북한이 유일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크렘린궁 홈페이지, 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 10일 '태양호'로 불리는 전용 열차를 이용해 평양에서 출발, 11일 중 북·러 국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는 2019년 첫 방문 당시와 같이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 캠퍼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숙소도 러시아 당국의 경호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캠퍼스 내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러시아 태평양함대 해군 함정들이 정박해 있는 33번 부두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하바롭스크 인근에 있는 군수도시와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 등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무기거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수 있는 상당량의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7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국방현안을 논의한 직후 군수공장을 잇달아 찾아 생산능력 강화를 주문하면서 '국방경제사업'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성17형', '화성-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설명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반대급부로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핵 무력' 관련 과업인 위성·핵추진잠수함·ICBM 관련 기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지원이나 공군력 보강을 위한 전투기 지원 등도 양국 정상이 다룰 수 있는 의제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핵을 넘어 역내 안보까지 함께 대응할 것을 천명한 한·미·일에 맞서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도 있다. 미국에 대항할 '동지'가 필요한 건 푸틴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쇼이구 러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할 당시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국의 해상연합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에서는 하루 전인 10일 북한 시찰단이 방문한 동향이 포착됐다. 일본의 민영방송 TBS의 뉴스네트워크 JNN은 이날 "북·러 국경을 따라 있는 러시아 측의 (기차)역에 북한 시찰단으로 보이는 그룹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로 러시아에 들어가기 위한 최종 확인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JNN의 관측이다.   관련기사 김정은 오늘 방러 가능성 나란히 ‘코너’ 몰린 북·러…국제 제재에도 ‘무기 거래’ 꺼내나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1 17:04

  • 김주애에 무릎 꿇은 北장군…열병식 시멘트·생수차 방사포 등장

    김주애에 무릎 꿇은 北장군…열병식 시멘트·생수차 방사포 등장

    북한이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 모터사이클 부대가 열병행진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열병식을 포함해 경축공연, 스포츠 경기, 축하연회 등 각종 행사를 곳곳에서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9·9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통해 군사적 업적을 과시한 뒤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을 관리하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ㆍ9절) 75주년을 맞아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고사포를 끌고 가는 트랙터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  '민방위 무력 열병식'   북한 매체들은 9일 진행된 열병식을 놓고 앞서 지난 8월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예고했던 '민간무력 열병식' 대신 '민방위무력 열병식'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의 경찰 격인 사회안전군은 참가하지 않고 농민과 노동자가 주축을 이뤄 운영되고 있는 예비군 성격의 '노동적위군'을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와 조용원 당 조직비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당과 내각의 주요 간부들이 주석단 앞에서 열병부대의 사열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열병부대의 선두에는 수도당원사단 종대가 나섰고, 이후 각 지역에 소속된 노동적위군 종대가 입장했다. 뒤를 이어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김정숙평양방직공장, 국가과학원 등의 노동적위군 종대가 행진을 이어갔다.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시멘트 포대를 실은 것처럼 위장한 방사포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번 열병식 대열에서 눈길을 끈 건 트럭·트랙터와 같은 노동·생활 장비가 투입된 '기계화 종대'의 열병행진이다. 시멘트 운반 차량으로 위장한 트럭의 적재함과 '룡악산샘물'이라고 표기된 생수차에서는 방사포가 장착된 채 무장 병력이 탑승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매체들은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또 관련 영상에는 농기계인 트랙터가 대전차미사일 및 고사포를 끌거나 오토바이 수십 대가 열병 행진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룡악산샘물'이라고 씌여진 방사포 트럭이 행진하는 모습. 북한 매체들은 해당 이들을 '위장방사포구분대'라고 소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민방위무력 열병식을 통해 모든 분야의 역량을 전쟁 준비에 동원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미사일 개발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민·노동자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귀빈석 등장한 주애   김정은의 딸 주애도 이번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 지난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 땐 주석단에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자리해 있었는데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열병식 관련 영상에 이설주가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아버지인 김정은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주애의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선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애에게 귀엣말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당시 무릎을 굽힌 채 김정은에게 귀엣말로 보고하거나 지시를 들었던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군정지도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부서로 군대에 대한 당의 정치적 지도와 통제, 검열 권한을 가진 권력 부서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로썬 북한의 의도나 의미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8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8차 당대회 4일차 회의에서 조용원 당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릎을 굽힌 채 귀엣말로 보고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감안하면 이설주는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정 당 부부장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현장에 자리한 동향이 포착돼 이번 열병식에서도 행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애국자가 국력 중 국력" 결속 강조한 김정은   김정은은 지난 9일 정권 수립 기념일 경축 행사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이들을 격려했다. 그는 "가사보다 국사를 먼저 놓고 혼심을 바쳐 조국 번영의 값진 재부들을 창조해가는 공로자, 노력 혁신자들을 비롯한 애국적 인민이야말로 국가의 제일 재부이고 국력 중 국력"이라며 "우리 당은 바로 이런 인민을 믿고 조국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변혁의 연대를 펼쳐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9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정권 수립 75돌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입장하면서 주민들의 환호를 받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이라는 대외 행보를 앞두고 내부 단속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라며 "북한 내에서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김영철(대남·대미), 오수용(경제), 박정천(군정)을 전격적으로 복귀시킨 것도 정치·외교적으로 중요한 대좌를 앞두고 내부전열 정비를 통해 총동원 체제를 꾸리려는 김정은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열린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의 진수식에서 이병철·박정천 원수, 김덕훈 내각총리와 함께 잠수함을 바라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지난 6일 '김군옥영웅함'(제841호)으로 명명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진수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해당 잠수함은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공격잠수함의 표준형이며 앞으로 기존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 등을 같은 형태로 개조할 것이란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이 실제 전술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잠수함 건조와 운용 경험은 50년 이상으로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는 거의 세계적 수준급"이라며 "외양만을 보고 조악하다는 평가를 내놓는 것에 앞서 북한이 최초로 공격형 중형 잠수함을 진수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기이한 설계"… '전술핵공격잠수함' 김정은 방러 직전 공개, 왜 [view] 북중러판 캠프 데이비드 현실화 우려…“성사땐 신냉전 서막”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10 16:27

  • 北, 9·9절 맞아 또 야간 열병식…이번엔 오토바이·트랙터 앞세우나?

    北, 9·9절 맞아 또 야간 열병식…이번엔 오토바이·트랙터 앞세우나?

    북한이 2021년 9월 정권 수립 73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정권 수립 75주년을 기념해 9일 예고한 대로 기해 야간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당국은 열병식에 동원된 북한의 예비전력 등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북한은 전날 밤 늦게 식전행사를 시작한데 이어 9일 0시부터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간 전례에 따른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비롯해 중·러 대표단의 참관 여부 등은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을 보도한 이후에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 실황 영상은 10일 오후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5주년이던 2017년 4월 15일에 진행한 열병식 당시 주력 전차 1대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대열을 이탈하는 장면이 생중계로 송출된 이후 줄곧 녹화중계를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2021년 9월 정권수립 73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민간·안전무력 열병식의 모습. 열병식에선 한국의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등이 열병부대로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 집권 이후 15번째다. 특히 북한이 한 해에 세 차례나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2월과 7월 열병식 당시 정규군이 주를 이뤄 각종 신형 무기를 선보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의 예비군 격인 노동적위군(노동자·농민으로 구성)과 경찰 격인 사회안전무력 등이 열병 대오를 채웠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8월 9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이번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이번까지 7번 연속으로 야간에 열병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야간에 진행하는 열병식은 집중도가 높고 각종 조명을 통한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 있어서 선전·선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일부 신형 무기의 완성도나 민감한 군사적 기술의 식별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번 열병식에 참석했을 가능성은 크다. 중국이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측도 고위급 대표단의 방북을 사전에 밝혔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인 지난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등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는 한·미·일 3국이 지난달 18일 북핵은 물론 역내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북·중·러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 만난 자리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6·25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와 같이 김정은이 중·러 대표단 단장과 함께 주석단에서 열병부대의 사열을 받으며 한·미·일에 대응한 북·중·러의 밀착을 과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연설했는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다만 그는 집권 이후 정권 수립 기념 열병식에서는 연설자로 나서지 않았다. 집권 초기인 2013년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박봉주 당시 내각 총리가, 2018년 70주년 때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각각 연설자로 나섰다. 또 정주년(5·10년 단위 꺾이는 해) 기념일이 아니었던 2021년 73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이일환 선전비서가 연설을 했다.   전례로 미뤄 경제 문제로 김정은에게 공개 질책을 받은 김덕훈 내각 총리 보다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연설자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이 지난 2월과 7월에 열린 건군절·열병식 열병식 때도 각각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 연설을 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만약 김정은이 연설에 나섰다면 지난달 27일 해군사령부 방문 당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의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처럼 한·미·일 3국의 군사적 밀착에 반발하는 동시에 중·러와의 우호·친선 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기조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기이한 설계"… '전술핵공격잠수함' 김정은 방러 직전 공개, 왜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09 00:44

  • '방탄가방' 깔았던 김정은, 동선 노출에도 4년 만에 방러길?

    '방탄가방' 깔았던 김정은, 동선 노출에도 4년 만에 방러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에 열린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첩보를 의도적으로 공개, 동선과 일정이 모두 노출된 가운데 김정은이 이를 감수하고 방러를 강행할지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분명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과 관련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지목하면서 "북한을 단념시킬 기회를 (우리는)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앞서 미 정부는 김정은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9월 10~13일) 참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기거래와 관련한 정상급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뉴욕 타임스(NYT) 보도를 곧바로 확인했다.    관전 포인트는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이 김정은의 방러 세부사항이 모두 노출된 상황에서도 러시아에 갈지 여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겨냥한 폭발물 투척 사건이 발생하자 '방탄 가방'으로 추정되는 검정색 가방을 든 경호원을 김정은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결국 관건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러시아에 가서 푸틴을 만나 직접 담판을 지을 만큼 방러길에 걸린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지에 달렸다. 무기 거래를 통해 얻는 금전적 이익 외에 러시아와 안보 협력 강화 구도를 만들어 얻을 수 있는 대미 전략적 이익과 그 대가로 가해질 국제적 제재로 인한 고통 등 손익을 저울질해볼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북-러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서 마련된 환영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에서 내리는 모습. 뉴스1 김정은이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강행한다면 2019년 4월 1차 북·러 정상회담 당시와 같이 '태양호'라고 불리는 1호 전용열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4월 20일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러시아 외무부 대표부는 북한과 접경한 하산 국경 지역에 위치한 조·러 우호의 집(조·러 친선각) 재개장 기념식을 양국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일성의 집'으로도 불리는 조·러 우호의 집은 1986년 김일성 당시 주석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의 우호를 기념해 세워졌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 러시아 측의 환영을 받았던 장소다. 김정은도 지난 2019년 방러 당시 방문길과 귀국길에 이 곳을 찾았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김정은의 방러를 염두에 두고 양국이 조·러 우호의 집 재정비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직선으로 약 700㎞ 거리다.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열차의 경우에는 1200㎞로 이동 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마라토너보다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열악한 북한 내 철도 인프라와 북·러 양국 간 철도 궤가 달라 대차교환을 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동에만 20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곧 김정은이 열차를 이용한다면 20시간 가까이 미국의 정찰위성을 포함한 각종 전략자산에 그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추적·파악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당시 전용열차를 선택한 것은 북·러 국경에 있는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우호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연출, 양국이 전통적인 '선린우호' 관계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중 정상회담을 내용을 영상에서 그의 전용기가 다롄 공항을 이륙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또 김정은의 전용열차는 창문을 포함한 열차 전체를 방탄소재로 제작했으며, 박격포는 물론 위성전화와 같은 첨단장비까지 갖추고 있어 경호에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EF 개막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참매-1호'로 불리는 전용기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2018년 5월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기로 이동한 적이 있다. 열차로 이동했던 2019년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화물기를 포함한 2대의 고려항공 특별기가 함께 이동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만약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미룬다면 미국의 인지전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개적으로 "다 들여다보고 있다", "선은 넘지 마라"는 경고를 내놓으며 김정은의 선택을 수정하도록 하는 전략이 통한 게 되기 때문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전 세계에 계속 알릴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인지전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김정은 앞 '독이 든 성배'… 푸틴과 거래 끝나면 후과 닥친다 128만 북한군 참전 할까…푸틴에 재고 무기 꺼낼 김정은 속셈 美 백악관 “北, 러에 무기 제공시 대가 치를 것…김정은이 결정권자”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06 14:23

  • 김정은 앞 '독이 든 성배'… 푸틴과 거래 끝나면 후과 닥친다

    김정은 앞 '독이 든 성배'… 푸틴과 거래 끝나면 후과 닥친다

    각기 핵·미사일 고도화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코너에 몰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험한 거래'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김정은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우호 국가인 러시아와 반미(反美) 전선을 공고히 하며 얻는 전략적 이익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 전황의 변화나 미·러 관계 개선처럼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인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손해만 남기고 끝나는 장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당장은 '꽃놀이패'지만…   북·러 정상회담과 양국 간 군사협력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모든 분야에서 정상국가의 반열에 오르고 싶은 김정은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리더십 위기까지 직면한 푸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북한 경제와 당국의 개입에도 부질 없이 떨어지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세가 양 정상이 놓인 처지를 방증한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고도 오는 10월에 또 재발사를 예고할 정도로 조바심을 내비치고 있다. 말로는 미국과의 '장기전'을 선포했지만(2022년 3월 24일 '화성-17형' 발사 현지지도), 실제로는 재래식과 전술핵 무기가 결합된 속전속결의 단기전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건 또다른 조바심의 징후다.(4일 국정원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당초 계획처럼 녹록지 않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황에 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감행한 무장반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푸틴도 비슷한 상황이다. 푸틴 역시 프리고진을 제거하면서 다급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계기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초청해 담화를 나누며 오찬을 함께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동방경제포럼(EEF, 9월 10~13일)을 계기로 김정은의 방러가 성사된다면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전에 다양한 상당량의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정전협정 70주년 행사 때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국방 현안을 논의한 김정은이 이후 잇달아 군수공장을 찾아 생산능력 강화를 촉구한 게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군수공장에서 김정은은 처음으로 '국방경제사업'을 언급했다.    반대급부로 자신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군사정찰위성이나 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력 과업과 연관된 기술 제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식량 지원이나 열악한 공군력 보강을 위한 전투기 지원, 전후복구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하는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가장 괴로운 제재를 가하는 안보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덤이다.   북핵은 물론 역내 안보까지 거론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의 연대 구도를 공고히 하며 얻는 전략적 이득도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4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쇼이구 러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할 당시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국의 해상연합훈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함께 주석단에 서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면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를 과시해왔다"며 "여러 정황상 무기 거래를 매개로 협력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독이 든 성배" 될 수도   북한은 계기마다 "견해 일치", "공동전선", "전략적 단결" 등의 수사를 사용하며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당장의 '니즈'가 맞아떨어져 뭉친 것일 뿐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급하게 필요한 이해관계를 채워주는 일종의 '비즈니스 관계'라는 얘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가치와 신념,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의 협력 강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가 전통적 친선을 내세우며 포장하고 있지만, 서로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전략적 거래의 성격이 짙다"며 "어느 한쪽이라도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멀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선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할 때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의 협상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미·러 간에 관계 재설정을 위해 주고받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북한이 '전쟁 파트너'에서 곧바로 '버리는 카드'로 전략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하는 모습.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와 별개로 김정은이 탄약과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대가로 원하는 핵추진 잠수함과 군사정찰위성 관련 기술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언뜻 봐도 서로 내밀고 있는 카드의 '등가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선 넘지 마라" 미국의 공개경고   그간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불법적인 무기거래를 공개적으로 경고해온 미국 정부는 NYT의 양국 정상 회담 가능성 보도 직후 이를 즉각 확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입한 이후 이번처럼 정보사안을 선제 공개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판단과 행동을 수정토록 하는 일종의 인지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다 들여다보고 있다", "선은 넘지 마라"는 암묵적인 경고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체급이 다른 '역대급 빌런(villain)'으로 거듭나는 대가(代價), 즉 손익계산서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재재만 하더라도 기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추가로 대러 제재까지 함께 받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단순히 한·미·일뿐 아니라 유럽도 더 확고한 대북 강경 모드를 굳히게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살상 무기 공급은 중국조차도 넘지 않는 선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관련기사 전쟁 파트너? 北, 무엇을 줄 수 있나 美 “김정은, 이달 러시아방문…푸틴과 무기거래 논의할 듯” 국정원 "北, 국내 지하망에 '日오염수 반대하라' 지령 내렸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05 18:17

  • '9·9절 열병식'서 또 북중러 회동…최초 3국 정상회담 이어질까

    '9·9절 열병식'서 또 북중러 회동…최초 3국 정상회담 이어질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 초청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자리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오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9·9절)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핵 문제는 물론 역내 안보까지 거론하며 한·미·일 3국의 밀착을 과시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대응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2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9·9절 75주년 기념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5년 전 기념일에 중국과 러시아에서 규모가 있는 대표단이 이곳(평양)에 왔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으로 인해 훨씬 줄어들 것이지만 러시아의 참가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매우 높은 급의 대표단을 보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권수립일은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 꺾어지는 해)에 해당한다. 김정은 정권이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가 31일 김일성 광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미 열병식을 준비하는 인파로 추정되는 붉은색 물결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2021년 9월 정권수립 73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의 모습. 열병식에서는 농기계인 트랙터가 122㎜ 방사포와 불새 대전차미사일 등을 싣은 모습이 연출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09 17:30:32/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 당국도 지난달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8기 7차)에서 9·9절을 기념한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월과 7월에 열린 정규군 위주의 열병식을 했다. 한해 동안 세차례 열병식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외교가에선 2021년 정권 수립 73주년 열병식 당시와 같이 이번에도 노동적위대와 안전무력 등 예비전력이 주축을 이룰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열병식엔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5년 전인 201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당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연방의회 상원의장을, 중국은 공산당 서열 3위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각각 대표 단장으로 보내며 3국 간 연대를 과시했다.   특히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한 북·중·러 고위급 회동은 향후 최초의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포토 이미 중국과 러시아 간에는 최고위급 양자 접촉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조만간 중국 주석(시진핑)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엔 러시아 크렘린궁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위급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러 정상의 만남은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포럼엔 김정은이 깜짝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북·중·러 정상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최초의 북·중·러 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열병식과 관련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특히 중국이 대표단장으로 누구를 보내는냐가 이번 열병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며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서 북한에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을 감안할 경우 예상 외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남반부 영토 점령' 협박한 김정은…오키나와 겨냥 전술핵 훈련 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하라" 총참모부 찾아 남침 거론 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04 16:10

  • 김정은의 군부 빅5…총참모장만 세 번째 이영길은 ‘왕의 남자’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김정은의 군부 빅5…총참모장만 세 번째 이영길은 ‘왕의 남자’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말 “전국을 미사일로 수림(樹林)화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전역에서 다양한 미사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10년이 지난 최근 북한은 미사일의 사거리를 대거 늘려 미국 본토를 위협 중이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까지 등장했다.   북한은 또 다연장로켓을 발사하는 방사포와 전차 등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현대전은 포병전이며 포병 싸움 준비이자 인민 군대의 싸움 준비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라”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었다. 북한군 무기의 성능 개량이 하급 부대까지 확산했는지, 실전 투입이 가능한 수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만 놓고 보면 북한군의 현대화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  「 집권 11년 동안 총참모장만 11명 하노이 회담 뒤 수뇌부 잦은 교체 김일성·김정일 때 긴 임기와 비교 조급함 반영이자 통제 강화 포석 」    총참모장 재임 평균 1년 불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전쟁준비 태세를 완비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은 이날 총참모장에 이영길을 앉혔다. [조선중앙통신=뉴스1] 그런데 김 위원장이 왕좌에 오른 이후 군 수뇌부 5인방(총정치국장, 총참모장, 국방상, 국가보위상, 사회안전상)의 인사 흐름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북한은 지난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고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을 이영길(차수·왕별)로 교체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잦은 군 수뇌부 교체다.   본지 통일문화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김정은 체제 11년 동안(23일 현재) 북한은 총참모장을 11번 갈았다(같은 기간 한국은 7명). 1948년 북한이 정권을 수립한 이후 63년간 이어진 김일성·김정일 시대(759개월)에 교체된 총참모장과 같은 숫자다. 당연히 과거 69개월이었던 총참모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김정은 시대 들어 12개월 가량으로 6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김격식과 이태섭은 각각 5개월과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총참모장을 지낸 이영호(2012년 중반)와 현영철(2015년 4월)은 반역 또는 불충죄로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 역시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국방상을 10번 바꿨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민족보위상, 인민무력부장)에 8번 교체했으니 이미 교체 횟수는 넘어섰다. 그나마 37개월을 역임한 박영식이 김정은 시대의 최장수 국방상이다.   잦은 인사의 배경이 김 위원장의 조급함 때문인지 군부의 기강을 잡으려는 차원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김 위원장이 임명했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단,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군 수뇌부 인사가 더 잦아졌다는 점은 군 수뇌부 교체를 통한 긴장 국면 조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군내 정치조직이자 감시 기능을 하는 총정치국장과 국가정보원장 격인 국가보위상이 11년 동안 각각 6회와 3회 교체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돌고 돌아 이영길?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군에선 군단장을 40~50대로 10세 가량 낮추는 분위기다. 나이로만 봐선 세대 교체 대상임에도 승승장구하며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올해 68세인 이영길이다. 그는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총참모장이 됐다. 이영길은 2016년엔 총참모장에서 제1부총참모장(합참차장 격)으로 좌천된 적도 있다. 그러나 총참모장으로 복귀했고, 2021년 7월부터는 18개월 동안 국방상도 지냈다.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을 2020년 9월부터 15개월 동안 맡았다. 고무줄과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총참모장→부총참모장→총참모장→당 제1부부장→사회안전상→국방상→당 비서→총참모장 등 군과 경찰, 당을 오간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소위 빅5중 3곳의 수뇌부로 재임한 기간을 합하면 56개월이다. 김 위원장의 개인 교사로 알려진 박정천이 5곳 중 총참모장만 24개월을 했으니, 사실상 이영길을 ‘왕의 남자’로 부를 만하다. 그의 이런 배경엔 3군단장과 5군단장,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역임한 작전통이라는 점이 점수를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군 출신이 맡고 있는 사회안전상도 2019년 이후 부침의 연속이다. 1944년생인 최부일은 7년간 재임한 뒤 75세이던 2019년 김정호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그런데 김정호는 9개월만에 이영길로, 15개월 뒤 이태섭, 6개월 뒤 박수일, 또 6개월 만에 이태섭으로 바뀌었다. 4년도 되지 않아 5명의 자리바꿈이다. 공교로운 건 사회안전상의 잦은 인사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벌어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한국·미국과 거리를 두는 건 물론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과 대화가 어긋난 뒤 주민 단속을 강화하며 수시 인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찰도 예외 없다   김영희 디자이너 무엇보다 작전통인 이영길과 이태섭·박수일 등에게 사회안전상을 맡긴 건 경찰의 무력 조직을 군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총참모부의 작전 수준을 경찰에 이식하려는 시도일 수 있어 주목된다. 예비병력을 강화해 유사시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입장에선 우려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2020년 1월 봉쇄했던 국경을 풀려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3년 7개월 만에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수 십명의 태권도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지난 16일 북·중 국경을 넘으면서 육로 통행도 재개했다. 봉쇄를 해제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북한 주민을 향한 통제 수위는 높아질 게 뻔하다. 경직된 북한 체제의 속성 상 신임 군지휘부는 아랫 단위 옥죄기를 통한 성과 도출에 나설 것이다. 유연함이 없이 강함만을 추구한다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조급함에 따른 형식적인 강함은 더 그렇다. 자칫 불똥이 한국으로 표출된다면 재앙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柔能制剛)는 건 진리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2023.09.04 08:53

  • '남반부 영토 점령' 협박한 김정은…오키나와 겨냥 전술핵 훈련

    '남반부 영토 점령' 협박한 김정은…오키나와 겨냥 전술핵 훈련

    북한은 3일 전날인 2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이번 훈련이 한미에 대한 '핵공격 훈련'이었으며,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 2일 오전 4시경 서해상으로 쏜 순항미사일과 관련해 '전술핵공격 가상발사훈련'이었다고 3일 밝혔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에 있는 유엔 후방사령부(후방사)까지 공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한·미 훈련에 대응…'핵 방아쇠' 언급도   노동신문은 이날 지난 2일 새벽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전략순항미사일 운용부대가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미 양국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훈련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사에 앞서 핵공격명령 인증절차와 발사 승인체계의 기술적 및 제도적 장치들의 신속한 가동 정상성을 검열했다"며 "신속한 승인절차에 따라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전투부를 장착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가 실전 환경 속에서 발사됐다"고 강조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 F-15K 전투기가 지난달 31일 실무장 사격 출격을 위해 지상활주 하고 있다. 한미공군은 이날부터 한미 공군 전투기가 60여 대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 공대공 공대지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뉴스1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핵 방아쇠'라고 명명한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를 소개하면서 "다각적 작전 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훈련이 김정은의 '핵버튼'과 미사일총국, 각지에 배치된 전술핵운용부대 등을 연결하는 핵무기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  합참 "北발표 성과 과장…모두 성공 아냐"   신문은 이어 순항미사일 2발이 청천강 하구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됐으며, '8'자 형으로 1500㎞를 모의한 비행궤도를 각각 7672초(약 2시간 7분), 7681초(약 2시간 8분)가량 비행한 뒤 목표로 한 섬 상공 150m에서 공중폭발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을 공중에서 폭발시킨 것은 공격대상에 대한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순항미사일이 8자 궤적으로 비행한 것을 강조한 것은 탐지·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한반도는 물론 유사시 각종 무기체계와 지원병력을 발진할 수 있는 1500㎞ 거리의 오키나와 유엔사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음을 암시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밤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가 '전술핵타격훈련'이었으며 이는 한미가 진행한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보도'에서 ″미국의 핵전략폭격기 B-1B 편대가 참가한 한미의 이번 훈련은 명백한 핵 선제타격 기도에 따른 것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북에서 한 발표는 과장됐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순항미사일 2발 가운데 1발이 섬 상공에서 폭발하는 영상을 함께 공개했는데, 나머지 1발이 북한 측 주장과 달리 실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합참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심야에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보도가 모두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  또다시 군수공장 방문한 김정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와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기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라의 선박 공업 발전과 우리 해군 무력을 강화하는 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임을 맡고 있다"며 "기업소의 현대화와 나라의 선박공업발전방향에 대해 앞으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중요한 노선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말 전원회의(8기 9차)에서 해군 함정의 현대화를 비롯한 해군 전력 강화와 관련한 '중대 결정'을 내놓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 엔진을 제작하는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찾아 '선박공업 발전' 및 '해군무력 강화'를 강조하며 이를 위한 '혁명적 투쟁 방침'을 제시했다고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과 회담하면서 양국 간 무기거래와 연합군사훈련 등을 포함한 큰 틀의 군사협력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국경은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육군보다는 양국이 공유한 동해를 무대로 하는 해군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군 전략자산의 견제라는 측면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군무력 강화" 잇달아 강조한 속내는?   김정은은 지난달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8월 21일 보도)하고 해군절(8월 28일)을 앞둔 지난달 27일 해군사령부에서 각종 기념행사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또다시 해군 관련 행보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 해군절(8.28)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지상전에서 핵역량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해군력을 토대로 유엔 후방사의 증원을 막아 전쟁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상 훈련 정례화를 통해 대북 군사 공조 강화하는 한·미·일에 맞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각종 신무기를 쏟아낸 탓에 새로 내놓을 만한 카드가 소진된 상황에서 기존 미사일 분야의 성과를 접목하는 차원에서 해군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성과가 절박한 김정은 입장에서 자신들의 전술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해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열악한 경제 상황이나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망으로 인해 해군력 강화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하라" 총참모부 찾아 남침 거론 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 한·미 공중 연합훈련 말미, 예정 없던 B-1B 전략폭격기 띄웠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9.03 16:28

  •  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하라" 총참모부 찾아 남침 거론

    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하라" 총참모부 찾아 남침 거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응해 시작한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하면서 노골적으로 남침을 위협하는 발언을 내놨다. UFS는 물론 자신들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미·일에 맞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훈련 개시일에 맞춰 이번 훈련을 총괄하는 인민군 총참모부를 찾아 훈련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이 지난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 양국이 자신들과의 전면전쟁을 가상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 지난 29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훈련에 대해 "원수들의 불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데 충적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유사시 전선 및 전략 예비포병 이용 계획과 적후전선 형성 계획, 해외 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총참모부의 실제적인 작전계획 문건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예비 전력을 포함한 자신들의 전술핵 역량을 총동원해 남측과 전선을 형성하고 미국은 물론 일본에 위치한 유엔후방사령부(후방사)의 증원을 막아 전쟁 주도권을 장악해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영토완정'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29일부터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 개시일에 맞춰 이번 훈련을 총괄하는 인민군 총참모부를 찾아 훈련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  "현대전은 두뇌전…철저히 준비해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실시한 자신들의 훈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은 전군 지휘관·참모에게 실전 대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쟁준비'를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현대전은 두뇌전의 대결"이라면서 "전쟁에서의 승패여부는 싸움에 앞서 지휘관의 두뇌에 의해 먼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마당에서 임기응변하는 만능 싸움꾼, 당당한 실력가들로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 초기에 북한군이 공격해야 할 남측 주요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김정은은 "초기부터 기를 꺾어놓고 전투 행동에 혼란을 줘야 한다"며 "적들의 중추적인 군사지휘 거점들과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 중요 군사대상물들, 사회정치, 경제적 혼란사태를 연발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타격수단에 의한 부단한 소탕전과 전선의 공격작전, 적후에서의 배후 교란작전을 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배합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30일 밤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가 '전술핵타격훈련'이었으며 이는 한미가 진행한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KN-24로 추정되는 SRBM을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이런 전략에 따라 ▶전쟁 발생 시 주도권 확보 문제 ▶적의 반격으로부터 타격수단을 보존하기 위한 대책 ▶ 작전지휘체계와 화력 지휘 통신방식의 전면 갱신 등 차후 작전조직과 지휘, 전쟁 준비에서 과업과 원칙적 요구와 방도를 김정은이 직접 밝혔다고도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전쟁준비 태세와 군사적 대응방안을 노골적으로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전쟁준비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핵심 수단으로 전술핵 타격은 물론 자신들이 가진 막강한 사이버 공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계룡대 직접 겨냥하기도   이어 북한은 30일 심야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보도'에서 한·미가 전날 서해 상공에서 미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띄워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한 것을 거론하며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해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번 훈련의 취지에 대해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에 전개된 데 대응해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한군이 30일 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북동방향으로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총참모부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동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며, 목표로 삼은 동해상 섬 상공 40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전날 오후 11시 40분부터11시 50분까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2발을 포착했으며, 미사일이 각각 36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해당 미사일을 폭발시킨 고도를 밝힌 것은 공격대상에 대한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핵공격은 일반적으로 살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중폭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의 영상과 사거리를 통해 볼 때 지대지미사일인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남측의 주요 지휘거점과 비행장을 언급한 상황에서 KN-24의 사거리를 감안할 때 계룡대와 같은 군사전략자산에 대한 가상 핵타격 훈련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고려할 때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물론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와 청주공항에서 F-35 스텔스기를 운용하고 있는 공군 17전투비행단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평양 순안공항에서 계룡대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40㎞ 떨어져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치는 것에 대한 강령적 결론을 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비례대응 강조한 北, 초조함도   또 총참모부는 "이번 훈련은 적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단호한 응징 의지와 실질적인 보복능력을 명백히 재인식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우리 군은 미군과 '대한민국' 군사 깡패들의 경거망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한·미의 정례훈련에 대해 비례 대응 원칙을 거듭 천명하면서 실질적인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내도 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 '전군지휘훈련'을 '요해(파악)'하면서 작전계획을 비교적 소상히 표출한 것은 한·미·일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강화되는 한·미·일의 대비 능력에 최고 지도자가 직접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임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의 대북 군사 공조 강화에 대해 북한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북한은 핵공격보다 재래식 정밀타격무기로 주로 활용되는 미군의 B-1B를 핵전략폭격기로 규정하면서 조바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참모부가 한·미의 전날 공중훈련을 두고 "이번 훈련은 명백히 공화국(북한)에 대한 핵 선제타격 기도에 따른 것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명시한 것도 북한의 초조한 정세 인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안남도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를 비롯한 '일꾼들의 매우 무책임한 직무태만 행위'를 심각히 지적했다. 노동신문, 뉴스1 한편 노동신문을 이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9차 회의를 9월 26일 평양에서 소집한다"며 이와 관련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내달 회의에서 조직문제를 토의하고 장애자권리보장법, 관개법, 공무원법을 심의채택하고 금융부문의 법집행정형을 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김정은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며 맹비난을 받은 김덕훈 총리를 비롯한 내각 고위직에 대한 노동당의 검열 결과와 이에 따른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기사 두번이나 계룡대 '콕'…탄도미사일 쏘기 전날, 김정은 찍은 곳 한·미 공중 연합훈련 말미, 예정 없던 B-1B 전략폭격기 띄웠다 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8.31 17:32

  • 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

    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하게 규탄한 3국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에 빗대 비난하며 전술핵 실전 배치 등 대응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28일 북한의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9일 김정은이 해군절(8월28일)을 기념해 지난 27일 북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해군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해군절을 기념해 관련 부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 한·미·일이 정례화에 합의한 연합훈련이 해상훈련 위주라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ㆍ미ㆍ일은 이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은 “한ㆍ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24일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엔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과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하구로함이 참가했다.    ━  한·미·일 군사 공조에 반발   김정은은 이날 해군절 경축 연회 연설에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간 합의를 직접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 해군절(8.28)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따른 안보협력 강화 등 한·미·일 협력체의 획기적 진화에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깡패 우두머리' 비유에 대해선 "발언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언급에 대해 평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강순남 국방상 명의의 담화에서 남측을 비난하며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제 김정은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부른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영토 완정'이란 표현도 사용하는 만큼 혼선과 분열을 꾀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라는 시각도 함께 존재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해군 작전지휘소에서 김명식 해병사령관을 비롯한 지휘관으로 부터 작전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해군에 '전술핵' 실전배치 시사   김정은은 전술핵 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연설에서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 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해군에 배치할 수 있는 전술핵 무기에는 최종 개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핵무인 수중 공격정(핵어뢰) '해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탄도미사일을 개량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UFS를 의식해 자신들의 전술핵 능력을 강조하면서 전쟁억지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일 군사 공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내부결속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해군사령부에서 작전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전쟁준비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시각각으로 더욱 엄중해지는 미제 침략군과 그 추종 군대들의 핵전쟁 도발 준동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게 전투 능력을 비상히 증대시키는 원칙에서 실전에 최대한 접근한 실동 훈련들을 부단히 다양하면서도 목적성이 강하게 조직 실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해군작전지휘소에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서 김명식 해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특히 북한 매체들이 해군 작전지휘소에서 김정은이 남측 지형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작전지도를 바라보며 작전 상황을 보고받는 영상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전쟁준비'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3개월 만에 등장한 주애   김정은의 해군사령부 시찰에는 딸 김주애가 동행했다. 그의 공개활동은 지난 5월 15일 김정은의 군사정찰위성 사업 현지지도에 동행한 이후 약 3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군'에 대한 강조는 물론 해군에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나 작전 개념이 등장하는 것을 암시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시찰에는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그리고 지난해 말 해임됐던 박정천 전 노동당 비서가 동행했다.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을 "조선인민군 원수"로 소개하며 그의 복귀를 알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병 작전 능력에 탁월하고 한·미 연합훈련 대응을 주도해 왔던 박정천의 재기용은 예견된 것"이라며 "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실전적인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딸 주애, 부인 이설주, 김여정 부부장 등과 함께 해군절 경축 연회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날 해군절을 기념해 해군팀과 공군팀 간 배구경기를 관람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해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후 열린 경축연회에 딸 김주애는 물론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부인 이설주, 최선희 외무상 등이 참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관련기사 국경 연 北, '캐시카우' 해외 IT 인력 전열 재정비?…진화하는 해킹 돈벌이 두 번 '군사위성' 실패 인정한 김정은, 두 달 뒤 또 쏘는 이유 북 인권·사이버 돈줄 조준…한미일, 김정은 아픈곳 찌른다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8.29 14:48

  • 통일부 역대급 예산 삭감...개성공단 깎고 인권·탈북민엔 증액

    통일부 역대급 예산 삭감...개성공단 깎고 인권·탈북민엔 증액

    통일부 2024년도 예산이 전년 대비 4분의 3 수준으로 대폭 깎였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 실상 알리기, 탈북민 지원 관련 사업비는 오히려 증액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역할 변화를 반영한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간판 아래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 1조1087억원 규모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 1조1087억원 규모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을 확정했다. 예산은 순수 정부 예산인 일반회계 2345억원, 남북협력기금 874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1조 4358억원보다 3271억원(22.7%) 줄어든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의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예산 감축이지만,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통일부는 올해 1607억 규모였던 관련 사업비를 약 97억원(6.0%) 늘려 북한 인권 관련 사업과 통일인식 및 북한 이해 제고와 같은 북한 실상 알리기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증액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반예산의 경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 ▶북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납북자·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통일 준비 강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착 지원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구조 개편 및 국내외 협력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북한인권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특히 통일부는 총사업비 260억 규모의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인식 개선, '자유·인권' 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가칭)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4년에 시작해서 부지 매입과 설계 등을 진행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해 2025년에는 완공 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위한 인권센터 관련 예산은 104억원으로 반영됐다. 북한 인권 전시·체험 공간인 동시에, 인권 콘텐트를 모으고 국내외로 확산시키는 허브로 기능할 것이란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또 국내외의 현인들과 함께 정기적인 '북한인권 국제대화'를 개최(연3회)해 국제적으로 북한인권 담론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통일인식· 북한이해 제고' 사업(16억 2000만원)을 신규 편성해 북한의 전반적인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납북피해자(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등)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도 증액(1억 2000만원→1억 9000만원)했고, 탈북민의 내실 있는 정착지원을 위해 지난해 800만원에서 올해 900만원으로 한차례 인상했던 탈북민 정착기본금을 1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 밖에 국제사회 통일인식조사(4억 5000만원), 납북자 문제 한·일채널 구축 등의 신규 사업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동시에 상업용 위성영상을 도입(4억 9000만원)해 북한 주요지역·시설에 대한 보다 신속·정확한 위성영상분석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업 위성업체와 계약해 정밀도가 높은 북한 위성 영상자료를 확보하고 심층 분석을 통해 북한의 주요시설 등에 대한 현황 및 변화 양상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관련 예산으로 구성되는 남북협력기금은 큰 폭으로 깎였다. 기금 예산은 지난해(1조 2125억원) 대비 3383억원(27.9%)이나 삭감된 8742억원 규모다. 특히 당장 추진하기 어려운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을 40% 이상 삭감했다. 여기에는 장기간 실질 집행률이 떨어지는 데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 장기화 등 상황이 반영됐다. 다만 삭감 기조하에서도 인도적 분야에는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려 했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 관련 예산은 일정 규모로 반영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진전 시 민생개선을 중심으로 한 초기 조치 등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일정 규모의 재원은 협력기금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구호지원 963억원, 민생협력지원 4753억원, 경협기반(유・무상) 2262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특히 협력기금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예산도 각각 69억 5000만원과 40억원 규모로 반영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구조조정이나 개편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단계"라며 "관련 예산안의 변경 여부에 대해선 지금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통일부 "81명 감축...납북자대책팀 신설" 직제개편안 입법예고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8.29 11:36

  • 국경 연 北, '캐시카우' 해외 IT 인력 전열 재정비?…진화하는 해킹 돈벌이

    국경 연 北, '캐시카우' 해외 IT 인력 전열 재정비?…진화하는 해킹 돈벌이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했던 국경을 약 3년 7개월여 만에 다시 열었다. 북한 주민의 입·출국길이 다시 열리면서 '외화벌이의 선봉'인 해외 노동자 송출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후 3년 6개월 만에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가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북한 국가방역사령부는 전날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해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 한 사령부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던 우리 공민들의 귀국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귀국한 인원들은 1주일 간 해당 격리시설들에서 철저한 의학적 감시를 받는다"면서다. 우선은 입국 해제인데, 이는 출국길도 곧 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교묘해지는 IT 인력 운용   이번 조치가 국경 폐쇄 해제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건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 때문이다.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는 주된 자금원을 암호화폐 해킹과 해외 인력이 벌어들이는 외화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저격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과 고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한다.(2017년 채택 결의 2397호)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인력을 보내며 취업이 아닌 유학, 관광 등을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게 하는 등 제재를 회피해 왔다.  특히 과거 북한 해외 노동자가 주로 건설현장이나 공장에서 일해왔다면, 최근에는 IT 인력이 주력이다. 이들이 국제 해커로 활동하거나 아예 IT 기업에 취업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화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5월 한·미 공동 심포지엄에서 "미국 법무부는 북한 IT 인력이 미국 시민으로 신분을 위장해 미국 기업에 취업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 노동자들은 대면 면접 등 없이 실력만 인정받으면 하청업자로 일감을 얻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해 국적을 세탁하고 실리콘 밸리에 위장취업하기도 한다.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한 IT 인력 활동 관련 한미 공동 심포지엄'에서 IT 인력을 활용한 북한의 외화벌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국경을 다시 열며 김정은 정권의 실질적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이런 해외 IT 인력의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가 생겼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정박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도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매년 5억 달러 이상 기여할 수 있다"며 "북한 국경이 다시 개방되면 IT 인력의 위협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 5월 한·미 공동 심포지엄)   암호화폐 해킹은 안정자산으로 볼 수 없음에도 북한이 집중하는 분야다. 기존 제재 대상이 아닌 데다 확실한 통제 규범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소속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암호화폐 규모가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암호화폐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계속 넓히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당분간 암호화폐 탈취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포토]  ━  내가 연 한글 파일이? 교묘해지는 수법   전문가들은 북한 해커 그룹이 암호화폐를 탈취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스피어피싱'(Spearphishing attacks)이라고 설명한다. 지인이나 관련 기업, 정부기관 등을 가장해 e메일로 접근한 뒤 한글 파일(.hwp)이나 PDF 등의 형식으로 위장한 '디코이'(Decoy·유인) 문서 파일을 보내는 방식이다.    정상 파일로 보이지만, 이를 열면 원격 접근이 가능한 악성 매크로가 자동으로 실행돼 해당 기기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이버 공격용 소프트웨어인 '랜섬웨어' 등을 설치·작동시킬 수 있다. 무심코 열어본 한글 파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셈이다.     보안기업 이스트시큐리티가 지난 1월 카카오 로그인 페이지로 위장해 대북 업무 관련 종사자들의 계정 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피싱 이메일이 발견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은 카카오를 사칭한 북한 해킹 공격 피싱메일. 사진 이스트시큐리티 제공, 연합뉴스 실제 지난 1월 북한이 배후로 추정되는 해커 그룹은 암호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에 출석을 요구하는 안내문으로 꾸민 메일을 보냈다. 기업에 제출하는 이력서, 외교·안보·국방 등 분야의 전문가 자문요청서, 정부나 유관기관이 주관하는 캠페인 안내서 등의 형식을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를 언급하면서 "PC버전 카카오톡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업데이트된 PC버전의 카카오톡을 이용하시길 바란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첨부한 'Kakao TalkUpdate.zip'라는 파일을 내려받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북한 해커들의 공격이 일상생활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전문가는 "북한 해킹들의 공격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특정 기관이나 기업, 일부 전문가 그룹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격에 나선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인 지난달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등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중·러 등 우방도 예외 없어   북한 해커들은 중국·러시아 같은 우방국도 가리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말에 발간한 '디지털 방어 보고서 2022'에서 북한이 배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 세륨(CERIUM)과 징크(ZINC)가 무기 및 항공우주 기술에 접근하기 위한 해킹 전술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는데, 해킹 대상엔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도 포함돼 있었다.   관련기사 김정은 새로운 돈줄 죈다…제일 아픈 곳 찌르는 한·미·일 카드 인권·돈줄 저격당한 김정은…"위성 발사" 위험구역 3곳 찍었다 北 태권도 선수단, 압록강대교 건넜다…국경봉쇄 3년여 만에 처음 北 고려항공 평양·베이징 노선 재개…"한·미·일 밀착에 북·중·러 결집"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2023.08.27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