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광복절, 멀어진 통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결국 두쪽으로 갈라졌다. 어제 79주년 광복절 행사를 전하는 오늘자 조간들은 대부분 1면에 사진 두장씩을 배치했다. 정부 주최 새종문화회관 행사와 광복회 주최 백범기념관 행사. 그렇게 나라는 갈라졌다. 이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8·15 독트린’이라는 이름을 붙인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빛을 되찾은 날을 제각각 기념하는 두 장의 사진에 막상 ‘통일 독트린’은 빛을 잃었다.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광복절을 지켜본 사람들의 궁금증은 이제 통일이 아니다. 내년 80주년에도 광복절은 사진 두장으로 갈라질 것인가.

두 쪽 광복절, 선열 보기가 부끄럽다

정부와 광복회·야당이 따로 치른 광복절을 전하는 오늘자 조간들은 현실을 개탄하는 기사와 사설을 다투어 올렸다. 이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기사는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광복은 미완성”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를 인용하면서 “정작 광복절 기념식은 남쪽에서도 반으로 쪼개졌다”고 지적한다. 해방 이후 변란과 대립 속에서도 정부 주최 단일 행사를 지켜온 광복절 경축식이 처음으로 갈라선 날, 정부와 광복회, 여야는 축하나 덕담은커녕 분열과 혐오의 막말을 쏟아놓았다. 광복회·야당이 주최한 행사에서는 “윤석열 물러나라”는 연사의 주장에 ‘막말 대표’로 불리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조선총독부 10대 총독이자 왕초 밀정”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두 쪽 난 광복절’ 사설에서 이라고 기록했다.

빛 잃은 통일 독트린

광복절 행사가 두쪽으로 갈라서면서 막상 현 정부가 공들여 내놓은 통일 독트린이 빛을 잃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자”는 전제 아래 3대 비전, 3대 추진전략, 7대 추진방안이 골자인 이른바 ‘3·3·7 통일방안’을 발표했다. 집권 3년차에 처음 나온 통일 독트린이고, 남북대화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언론의 반응과 평가는 좌·우파 구분없이 싸늘하다. 동아일보는 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방안으로 평가했다. 한국일보 역시 이라는 사설에서 남북대화 하자면서 북한이 받지 못할 ‘자유 통일’을 내세운 공격적 통일 방안의 한계를 지적한다. 조선일보도 고 권했으며, 경향신문 사설 역시 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