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과반이 원하는 '분권 대통령', 어떤 모습일까요?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5%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53.2%가 선호하는 정부 형태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랐습니다. 의원내각제는 19.2%, 현행 대통령 중심제는 14.7%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73년 동안 지속한(1960년 6월부터 1961년 5월까지의 제2공화국 제외)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회의가 이토록 크다는 것에, 그리고 대통령 중심제의 대안이 내각책임제가 아니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지금의 통치구조에 심각한 문제가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각책임제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게 보편적 여론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분권형 대통령제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독일이나 체코처럼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있으나 사실상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인 나라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진짜 ‘분권’이 이뤄지는 경우는 프랑스의 ‘동거(cohabitation) 정부’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과 총리가 각기 좌·우 진영에 속해 있는데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책임지고 총리가 내정을 맡는 때를 말합니다.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과 의회 해산권이 있습니다. 

프랑스에 동거 정부는 세 차례 있었습니다. 1986∼88년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 자크 시라크 총리, 1993∼95년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1997∼2002년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 리오넬 조스팽 총리. 이런 형태였습니다.

‘동거 정부’가 처음 탄생한 1986년에 프랑스에서 여러 나라 지도자가 모이는 정상회의에 누가 참석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시라크 당시 총리가 자신이 가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었습니다. 논란 끝에 5월에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미테랑 대통령과 시라크 총리가 동시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미테랑 대통령은 외교 사안이니 자신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시라크 총리는 경제 관련 이슈가 많으니 자신이 반드시 가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이 동거 정부 시절에 G7 정상회의뿐 아니라 유럽정상회의에도 프랑스의 대통령과 총리가 나란히 참여했습니다. 

‘그때까지 국가원수 혼자 G7 정상회의의 대표 회의에 참석했고, 확대 회의에는 외무·재무장관이 그를 동반했다. 총리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유럽정상회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라크는 정상회담의 대표단에 포함되기를 강력히 원했고, 미테랑은 이를 받아들였다.’ 미테랑 대통령을 보좌했던 자크 아탈리의 회고입니다. 

프랑스 동거 정부 시절에 대통령과 총리는 서로 견제했습니다. 그것이 ‘분권’의 취지라면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좌·우 진영 충돌이 격화돼 국정 혼란이 빚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리하여 2000년에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여 대선과 총선이 비슷한 때에 실시되도록 했습니다. 통상 약 한 달 간격을 두고 두 선거가 치러집니다.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진영에서 나오는 일이 가급적 없게 한 것이었습니다. 새 헌법에 따라 치러진 2002년 대선과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동거 정부가 생긴 적이 없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1987년 개헌으로 시작된 한국의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이 군림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압도적 지지를 받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구체적인 그림이 우리에게 없습니다. 다른 대안은 내각책임제인데 의회에 대한 불신, 제2공화국을 실패로 보는 일반적 평가, 일본 정치를 통해 투영되는 '짬짜미 정치' 이미지 등이 걸림돌입니다. 권력구조 개편에 진지한 국민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민주화가 됐다는 데도 대통령 권력이 입법·사법부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청와대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정부’까지 나아갔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 권력을 쥐느냐 여부가 생살여탈권의 문제가 됐고 진영 대결이 진영 전쟁으로 격화됐다.’ 오늘 자 중앙일보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개헌 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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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한 유동규 공소장

 ‘① 위례신도시 뇌물 3억원이→대장동 뇌물 3억5200만원으로 바뀐 것부터 시작해 ②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1년 1월 줬다는 ‘대장동 뇌물 5억원’을 통째로 삭제했다. ③ ‘700억 뇌물약속’의 경우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대가로 개발이익 25%를 받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을 뺐다.’ 유동규씨 공소장 내용을 전하는 기사의 일부입니다. 이 외에도 수상한 점 두 가지가 더 제시돼 있습니다. 검찰 수사를 믿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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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고려청자를 대단한 문화유산으로 자랑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누가 만들어 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옛날이야기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이 극도로 발달하여 삼성이나 LG가 스마트폰, 평면스크린 TV 등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그것이 누구의 공로인지 전혀 모른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글입니다. 우리가 ‘고려청자의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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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여성 LPGA 200승 비결은?

어제 고진영 선수의 우승으로 한국인의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 200승이 달성됐습니다. 1988년 구옥희 선수의 첫 우승 이후 33년만에 이뤄진 대기록입니다.   고진영 선수를 포함한 48명의 선수가 이 기록을 쌓았습니다. 왜 이토록 한국에 골프를 잘 치는 여성이 많을까요? 고진영 선수는 “‘이렇게 연습하다가 죽겠다’ 싶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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