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대박' 사건 주인공들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대장동' 주인공들의 각자도생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기자. 지난 1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나이쯤 되니까 사람이 사는 게 말이야, 오해는 풀고, 상처는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 돼. 근데 이 돈은 말이야, 그렇지가 않더라고.”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김 선생(백윤식 분)이 배신자 최창혁(박신양 분)에게 던진 대사입니다. 결국 돈 때문에 범죄자들의 동업이 파국으로 향하는 결말을 예고합니다.

두 사람은 영화 초반에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50개짜리라고? 영화배우 몇 명이 필요한데?” “주인공 5명. 뭐… 기술자는 우리 휘발유형이 해줄 거고… IQ 뭐 그렇다 치고, EQ 조금 되는 애들로.” 그렇게 해서 은행을 터는 위조ㆍ사기 등의 ‘기술자’ 5명이 모입니다. 범죄는 성공했는데, 사이좋게 돈을 나눠 갖고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 엔딩은 아닙니다.

영화 ‘도둑들’도 비슷합니다. ‘범죄의 재구성’과 감독(최동훈)이 같습니다. 마카오의 호텔에 있는 ‘태양의 눈물’이라는 보석을 훔치기 위해 다방면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범행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서로 뒤통수를 쳐 모두가 위험에 빠집니다. 영화 중간에 이런 대사들이 나옵니다. “몰랐나? 원래 인격이라는 게 지갑에서 나오는 법이지.” “아이고∼, 씨X 도둑놈들하고 일하려니까 불안 불안하네.”

집단 범죄의 모의ㆍ진행ㆍ결말을 상세히 묘사하는 ‘케이퍼(caper) 무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깔끔하게 각자의 몫을 챙기고 평화롭게 헤어지는 게 있고, ‘범죄의 재구성’이나 ‘도둑들’처럼 내분과 배신으로 주연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있습니다.

영화 ‘대장동’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해피엔딩 쪽으로 흘렀습니다. 주인공들이 최소 수백억원씩 조용히 벌고 즐겁에 여생을 즐기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주목하면서 시나리오 급변침이 이뤄졌습니다. 그 바람에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던 형, 동생들이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 ‘설계’를 한 회계사는 녹취록을 들고 검찰로 갔습니다. 자금 조달을 맡았던 변호사는 미국에서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합니다. 관청을 움직이는 일을 맡았던 전직 기자는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돈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가더라도 짧게 가기 위해 모두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전직 기자는 회계사를 향해 “동업자 저승사자”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과거에도 동업자를 감옥에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에 있는 변호사는 전직 기자를 겨냥해 “그가 진짜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한동안 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에 사업 계획을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대개의 ‘케이퍼 무비’에는 범죄를 추적하는 경찰관이나 검사가 등장합니다. 무능하거나 부패해서 범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며 주연급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대장동’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연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기자를 중앙일보가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오늘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지분 구조 몰랐다”는 남욱
대장동 사업에서 1007억원을 챙긴 남욱 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4월에 배당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지분 구조를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업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의 신빙성을 중앙일보가 따져 봤습니다.

2. 무엇을 위한 '대출 난민' 정책?
'들어 8개월간 108조원이나 늘어난 나랏빚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가계빚 급증만 위험하다고 ‘대출 경색’도 불사하는 금융당국의 결기에는 집값 급등을 막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물론 빵처럼 바로 찍어낼 수 없지만, 집값을 잡을 대책은 공급 확대다. 정답에는 고개를 돌린 채 ‘벼락 거지’와 ‘전세 난민’도 부족해 ‘대출 난민’까지 만드는 이 고집불통의 정책은 정말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현옥 금융팀장이 '시시각각' 칼럼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3. 원전 비중 다시 높이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 연구개발에 정부 자금 10억 유로(약 1조37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0년간 원전 비중 축소를 추진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도 2017년 취임 직후 원자로 14기를 닫고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 비율을 2035년까지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탈원전 정책의 비현실성을 깨달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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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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