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BBC, 시청료가 9배입니다

 1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양승동 KBS 사장. [연합뉴스]
 3만원 vs 26만9000원(159파운드).

 1년 치 한국과 영국의 TV 수신료입니다. 영국(12일 환율 기준)이 한국의 9배입니다. 한국에선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에 2500원이 붙습니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한 차례 이만큼의 'TV 면허증 요금'을 내야 합니다. 제가 런던 특파원이었을 때 남의 나라 방송국을 위해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려니 속이 쓰렸습니다. 한국의 수신료는 KBS로(3%는 EBS로, 6%는 한전 수수료로) 가고, 영국의 수신료는 BBC로 갑니다.

 원래 이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1981년에 전두환 정부는 컬러 TV 수신료(당시의 공식 명칭은 ‘시청료’)를 한 달에 2500원으로 정했습니다. 지금의 2500원이 그때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한 달에 800원이었는데 컬러 방송 시작에 맞춰 컬러와 흑백(지금도 800원)의 요금을 분리하고 컬러 TV 소지자에게 약 세 배의 요금의 내게 한 것입니다. 당시 권력 실세가 신문 1개월 치 구독료에 맞춰 2500원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한국 언론계에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1981년 영국의 컬러 TV 수신료는 34파운드(5만5000원), 흑백 TV는 12파운드(1만9500원)였네요. 그때 두 나라 경제 수준 차이를 고려하면 컬러와 흑백 모두 한국의 수신료가 더 많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8배나 차이가 나게 됐을까요? 우선은 수신료 결정 체계가 달라서입니다. 영국은 정부가 인상을 결정합니다. 영국 하원에서 정부의 수신료 인상 방침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야당이 막지는 못합니다. 한국에선 방송법에 따라 KBS의 인상안을 국회가 승인하게 돼 있습니다. 야당은 늘 ‘어용 방송’에 정부가 선물을 주는 것이냐며 반대하고 나서고, 여당도 국민 눈치가 보여 인상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돼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더 근원적으로는 BBC와 KBS의 차이 때문입니다. 영국에도 수신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안 내고 버티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그러면 법원 즉심에 회부돼 3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받습니다). BBC 안 본다, TV가 있지만 공중파 방송은 안 본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긴 해도 BBC가 편파적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은 별로 없습니다. 

 BBC는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부 때는 ‘이적 행위’를 한다는 비판(포클랜드 전쟁 비판 관련)까지 정부로부터 들었습니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도 BBC와의 관계가 편치 않았습니다. 집권당이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영국의 모든 정권이 BBC를 마음에 안 들어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보리스 존슨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BBC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유지됩니다. BBC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이 교묘히 정권 편을 들고 있다고 의심하는 영국인은 드뭅니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KBS가 수신료를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정부에 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하면 국회로 넘어갑니다. 고급 커피 한 잔 값도 안 됩니다. 1회 음식 배달료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국민 저항 수준이 높습니다. 제 주변에도 KBS 거의 안 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의 대표 방송국인데 제대로 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전에는 ‘추적 60분’이라는, BBC의 ‘파노라마’(영국 정부와 권력 층을 자주 괴롭히는 프로그램입니다)와 비슷한 게 있었는데 2년 전에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마다 ‘KBS는 왜 이런 것을 만들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국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에게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유동규를 '그분'이라 하지는 않아"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남욱 변호사가 어제 JTBC와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에 있습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 전 기자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이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그분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의미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분'은 누구일까요? 수사팀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2. 2030에서 홍준표에 밀리는 윤석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8~9일 조사해 11일 발표한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47.9%, 44.3%를 얻어 각각 21.1%, 20.8%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0.6%, 30.2%로 각각 20.1%, 24.8%인 이 지사와 접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2030세대에서 득표 경쟁력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니면 윤 전 총장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3. 취준생 65% 구직 단념 상태
 한국경제연구원의 대학 3, 4년생과 대졸 취업 준비생 설문조사에서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열 명 중 한 명꼴(9.6%)이었습니다. 구직 활동을 “쉬고 있다”가 8.4%, “거의 하지 않는다”가 33.7%를 차지했습니다. 구직 활동을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는 응답은 23.2%였습니다. 취업 포기자가 늘었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다수 청년이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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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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