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공군 중사 성범죄 피해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80일 가해자 방치가 무죄라는 공군 성범죄 수사

경기도 성남시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예람 중사 추모소에서 7일 이 중사의 부친이 군 수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읽은 뒤 손으로 구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일지>
※이 중사 가족이 언론의 이름 공개를 허락했기에 실명을 씁니다.

2021년 3월 2일: 회식 자리가 끝난 뒤 후임 부사관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선임 부사관 장모 중사에게 이예람 중사가 강제추행을 당함.
ㆍ3월 3일: 이 중사가 상급자인 노모 상사와 노모 준위에게 피해사실 보고.
ㆍ3월 4일: 군사경찰에 신고 접수.
ㆍ3월 17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군사경찰의 첫 조사 실시.
ㆍ4월 7일: 군사경찰이 장 중사 기소 의견을 달아 군 검찰에 사건 송치.
ㆍ4월 20일: 이 중사의 부친이 딸의 극단적 선택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군 검찰에 보냄.
ㆍ5월 18일: 이 중사, 전출된 새 부대 첫 출근. 이후 다수의 2차 가해 발생.
ㆍ5월 21일: 이 중사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

1998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24세인 이예람 공군 중사는 지난 5월 21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지 80일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그때까지 가해자 장모 중사는 군 검찰의 대면 조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군사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게 4월 7일이었으니, 6주 이상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가정이 허망하지만, 군 검찰이 장 중사에 대한 수사를 정상적으로 엄격히 했다면 이 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해자는 멀쩡히 군 생활을 하고 있고, 피해자인 자신은 끊임없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 그를 막다른 길로 몰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렵거나 복잡한 수사도 아니었습니다. 이 중사가 사건 발생 상황이 녹음(이 중사가 추행을 멈추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된 차량용 블랙박스 파일을 확보해 군사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성범죄는 신속히 수사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국방부의 수사 매뉴얼도 있습니다.

군 검찰은 지난 7월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이 사건을 담당한 군 검찰 요원과 상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제 최종 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군 검찰 관련자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알렸습니다.

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군의 판단입니다. 마땅히 해야 했을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맞으나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피의자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거나 고의로 직무 수행을 피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죄가 되는데 그렇지가 않아 기소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의도적 회피는 아니면서도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은 원래 게을러서, 착오가 있어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아서 등입니다. 6주 이상의 사건 방치가 이런 경우에 해당 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엄정한 처리를 주문했던 사건입니다. 군은 사상 처음으로 특임검사까지 투입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군 검찰의 사건 덮어두기에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족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어제 군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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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총리가 '배신의 기억'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 당분간 소극적일 것이란 분석도 많은데.
A: 그의 마음이 안 좋은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유쾌하지 못한 기분과 한국과의 관계 모든 걸 연결시키진 않을 것이다. 위안부 합의는 이행해야 한다. 다만 한국, 일본 모두 이사갈 수도 없다. 또 서로에게 중요한 나라다. (기시다 총리는) 어떻게든 양국 관계를 개선의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공은 한국에 있다'라고 하지만, 다른 한쪽(일본)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기시다 총리도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김현기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이 묻고 스기야미 신스케 전 일본 외무성 차관이 답했습니다. 스기야마는 기시다 후미오 새 일본 총리의 측근이자 한국통입니다. 한일 관계 진전의 여지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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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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