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의혹 수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대장동 특검, 결국 대통령 뜻에 달려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50억 약속 그룹'에 속한 인사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명단.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임현동 중앙일보 기자
20일 전인 9월 17일에 ‘대장동 의혹, 상설특검이 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이곳에 글을 썼습니다. 그때도 설명했듯이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 수사가 발동될 수 있는 요건은 ①국회 본회의 의결, ②법무부 장관의 판단입니다.

②번의 경우 법무부 장관 판단 기준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해관계 충돌은 법무부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이해 충돌을 의미합니다. 대장동 사건은 주로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이해 충돌이 관건입니다.

이 사건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전 대검 중수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대검 반부패부장, 곽상도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의혹 연루자로 이미 등장했습니다. 모두 전직 검찰 고위 간부 출신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50억 클럽’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출신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전직 검사장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가까이에서 모셨던 ‘형님’ 리스트에 들어 있습니다.

모두 검찰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지금도 검찰 내부 인맥이 두텁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수차례에 걸쳐 검찰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지만 이들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여전히 곳곳에 있습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팀에도 이들과 학연, 업연으로 얽힌 검사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또 등장 인물들이 대부분 특수통이라 수사 경험 많은 검찰 수사관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왔습니다.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이처럼 이해관계 충돌 상황은 이미 펼쳐졌습니다. 따라서 상설특검법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특검 수사 발동 요건은 충분히 성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결심하면 되는 것처럼 쓰여 있지만, 특검 수사로 가느냐는 문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건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업자, 공기업 간부,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이 얽힌 총체적 부패 사건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동산 문제에 국민이 화가 많이 난 터라 이 사건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와 공무원들에게 '선거 중립'을 강조해왔습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엄격한 모습을 보입니다. 본선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유력 여권 대선 주자가 극구 특검 수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 카드를 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선 때까지 남은 5개월을 ‘대장동 블랙홀’에 빠져 그대로 흘려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이 닥쳤습니다.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국민 귀에 너무 한가하게 들립니다.

특검 수사는 준비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금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여당은 주장합니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는 한 달 안에 시작이 가능합니다. 검찰이 일단 수사하고 그 내용을 받아서 계속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특검 수사가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특검 수사 반대 명분이 너무 약합니다. 의혹은 커가고 수사는 미덥지가 못합니다. 그 부담은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에게로 점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어쩌면 이것은 밀려서 하느냐, 선제적으로 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이낙연 전 총리 측과 국민의힘의 특검 수사 요구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반발에 부닥친 장애인 탈시설 정책
보건복지부가 8월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장애인의 주거결정권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도 “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보호)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의 이유를 기사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2. 황당한 '항문침 전문가' 논쟁
국민의힘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이상한 특정 부위에 침을 놓는다는 사람'이 논란이 됐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이런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고, 윤 전 총장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의원 측에서 '항문침 전문가'라는 이와 윤 전 총장이 한 프레임에 등장하는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측이 문제의 그 인물과 유 전 의원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찾아내 공개했습니다. 이러니 국민의힘에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3. 진중권이 본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오래전에 사라진 놀이들을 다시 불러낸다. 하지만 그렇게 불려 나온 기억은 추억보다는 악몽에 가깝다. 유희자본주의에서 삶은 게임이 될지 모르나, 그 게임은 삶처럼 끔찍한 것일 수 있다. ‘배틀 로얄’ ‘헝거 게임’ 등 데스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전에도 많았다. 그런데 왜 하필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일까? 그것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리얼리즘 때문이리라. ‘오징어 게임’에서 대중은 판타지가 아니라 삶 자체를 보았다. 우리의 삶이 이미 데스 게임의 매직 서클에 갇혔다는 얘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말하는 '오징어 게임' 흥행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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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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