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켜주는 우리의 자유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시위에 등장한 피켓. [뉴스1]
‘개정 법률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이런 유형의 규제는 권위주의적인 정권들에 의해 조장됐으며, 정치ㆍ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데 사용되는 편리한 수단이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개정안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입법자들은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코 새로운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

‘IPI 회원들은 독립적 언론을 방해할 몇몇 새로운 법과 규제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발의된, 이른바 허위보도에 대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가짜뉴스 법’과 언론에 대한 국가 통제를 급격히 확대하는 파키스탄의 법안이 포함된다. IPI는 이 두 조치 모두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국제언론인협회(IPI).

‘이 법안은 ‘가짜뉴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법안은 부정확한 보도에 과도하게 징계를 해 한국 언론인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인해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개정안의 모호한 문구와 언론사에 대한 불균형적인 손해배상 규정은 비판적 보도와 소신 발언, 소수 의견 보도 등에 대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고, 언론사들은 자기검열을 통해 소송 유발 가능성이 있는 보도를 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 법안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여 비판적 보도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표현의 자유는 인권옹호자들이 활동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다. 과도한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는 것은 인권옹호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인권옹호자들이 재정적인 처벌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인권유린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매리 롤로(Mary Lawlor)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한국을 그동안 언론 자유의 ‘롤 모델’로 삼은 많은 다른 국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에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아이린 칸(Irene Khan)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지금까지 나온 국제 언론ㆍ인권 단체 및 기구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핵심을 모아 봤습니다. ‘뭣도 모르고’(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에서 유래된 표현, 본인은 ‘뭐 또 모르고’를 기자들이 잘못 들었다고 합니다) 나선 단체와 사람이 이처럼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뒤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 기조가 뒤집어졌습니다. 올해 말까지 국회가 ‘특위’를 운영한 뒤 내년에 법안 처리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원하는 법안은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반대해도 고집을 꺾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이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라는 특별한 사정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인권과 시민의 자유가 그 ‘뭣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지탱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국제기구의 감시와 비판 덕에 인권유린의 고통을 덜 수 있었던 군사독재 시절이 오버랩됩니다.

중앙일보 사설이 이 법안 폐기를 요구합니다. 후퇴할 때를 아는 것도 장수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더 모닝's Pick
1. 김만배씨와 권순일 전 대법관 관계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기자가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8차례 권순일 대법관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는 대법원 출입기록이 나왔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 뒤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2. '오징어 게임' 감독이 말하는 세상
'사람들이 삶이 더 고단하고 힘들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더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상이 됐다. 가상화폐 투자와 주식 광풍, 부동산 투기 등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의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금융·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뛰어오르면서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가지게 됐고, 빈부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오징어 게임’에 더 공감하기 쉬운 세상이 된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의 말입니다. 그가 이번 주 중앙일보 직격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3. '인간은 왜 개 같은 사랑을 못하나?'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을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다 다른 말이다. 마음은 주는 게 아니라 '주게 되는' 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늘 불친절하고 괴팍스럽고 못된 사람도 어쩌면 마음을 주지 않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힙합 뮤지션 마미손의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그는 '개소리일지 몰라도, 인간은 왜 개 같은 사랑을 못하나'라고 묻습니다. 이게 무슨 X 같은 질문이냐구요? 읽어 보시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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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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