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류 멸종 위기에 발 벗고 나선 노인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뛰어든 '지구 살리기' 운동

지난 20일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영국 노인들. 고속도로 위에 앉아 차량 통행을 막았다. 바닥에 접착제로 붙여 놓은 한 노인의 손을 경찰이 떼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구의 위기에 발 벗고 나서는 노인이 늘어난다. 2주 전 영국에서는 시위대 곳곳에서 흰 머리의 노년들이 눈에 띄었다. BBC는 그들을 ‘gray greens’(백발의 환경운동가들)라고 칭했다.’ 9월 4일 자 워싱턴포스트(WP) 기사의 일부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어르신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의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현상입니다. 화력 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행진을 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활 개혁 캠페인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위에 소개한 WP 기사의 뒷부분에는 한 영국 노인의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집단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배출가스를 마구 뿜는 차를 운전하며 살아왔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즐겼다. 아마존 숲의 파괴를 방관하기도 했다.” 후손들에게 미안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설명입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 모리가 최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65세 이상의 35%가 기후변화 대응을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18~34세는 그 수치가 24%였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안고 살아갈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더 지구의 위기를 걱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하나는 최근 세계 곳곳에 나타난 홍수, 산불, 한파 등을 보거나 겪으며 기후변화를 체감('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는 느낌)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뛰어다니고 아등바등 경쟁하는 삶을 살아갈 때에 비해 인류의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손자ㆍ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할아버지ㆍ할머니의 마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언론은 ‘백발의 환경운동가들’ 때문에 경찰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불법으로 규정된 시위 현장에서 노인들이 체포에 겁을 안 낸다고 합니다. “살 만큼 살았고, 전과자가 돼도 상관없다.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고 소리친다고 합니다. 노인들은 시위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노인들이 다칠까 봐 경찰이 강제력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제 주변의 어르신들은 정치 걱정이 많습니다. 기후변화 같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습니다. 비단 노인들의 세계에서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정치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와 미래의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과 노인이 어우러져 지구를 살리자고 외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어르신들의 집단 행동이 시작됐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비호감'이 지배하는 대선
 이재명 지사: 호감 34%, 비호감 58%/윤석열 전 총장: 호감 30%, 비호감 60%/홍준표 의원: 호감 28%, 비호감 64%/이낙연 전 총리: 호감 24%, 비호감 66%.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주요 대선 주자에 비호감을 느낀다는 유권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한국 정치의 '진영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한국 프로야구 쇠퇴의 이유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합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후퇴하는 모습입니다. 올림픽에서의 성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두 전직 프로야구 선수(봉중근과 김태균)가 원인을 진단합니다. 어슬프게 미국 프로야구 따라하다가 우리 고유의 색깔을 잃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3. 가짜 유적 만들기 필요한가? 
  '대한민국은 일제시대의 건물이라면 기겁을 해서 철거했고 그 흔적을 철저하고 성실하게 지워왔다. 그 청산동력은 도를 넘어 일제강점기 너머 전제군주국을 과도하게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일제의 물리적 흔적을 지우되 조선의 모습은 가짜로라도 새로 만들었다. 제왕 없는 빈 궁궐에 새 기와집 만들어 채우고 궐문 앞에는 월대를 복원했다. 그걸 역사 바로 세우기라고 불렀다. 의심하면 식민사관이라 몰아붙였다.' 서현 교수가 쓴 시평의 한 대목입니다. 그는 경복궁 내의 의정부 건물 복원이 정말 필요한 일이냐고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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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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