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기 은퇴를 갈망하는 직장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전하는 경고

2030 세대들을 겨냥해 출판된 재테크 서적들. [뉴스1]
‘경제적 독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글자를 딴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40대 초반 전후에 은퇴를 꿈꾸는 이를 일컫는다.’ 오늘 자 중앙일보 1면 기획 기사에 실린 파이어족의 정의입니다. 그 뒤에는 ‘자본 소득보다 뒤처지는 노동 가치, 불안정해지는 고용과 길어진 수명 등이 조기 은퇴를 부추기고 있다. ‘자본주의 키즈’로 자란 MZ세대는 주식ㆍ부동산ㆍ암호화폐 등 재테크로 은퇴 자금을 마련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40대 초반 무렵까지 생계유지에 필요한 자산을 축적하고 그 뒤에는 피고용 노동에서 ‘해방’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그럴듯한 계획입니다. 기사의 성공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식ㆍ부동산 투자로 ‘필요 은퇴 자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암호화폐, 금, 외환, 예술품 등도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썬 직장인의 보편적 자산 증식 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주식과 부동산이 젊은이들의 주요 투자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예일대(경영대학원)의 한국계 교수 제임스 최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합니다. 그는 “경기 침체기가 닥치면 자산 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일정한 자산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산의 크기 자체가 많이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글을 쓰는 투자전략가 제러드 딜리언도 “파이어족 탄생 자체가 상승장세 현상이다. 자본 시장의 상황이 계속 좋아야 가능한 모델이다. 장기적으로는 상승하더라도 당장 자산 규모가 줄면 다시 구직할 필요가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파이어족의 핵심 생활 조건은 고도의 소비 줄이기입니다. 소득을 최대한 많이 투입해야 빨리 목표한 재산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검소한 생활을 유지해야 경제적 독립이 위태로워지지 않습니다. 지구 생태계에도 좋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그 삶을 뒷받침하는 것은 자본의 잉여 창출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소비를 열심히 해 시장이 잘 돌아가야 파이어족의 자산 소득이 확보됩니다. 이율배반적입니다.

 머지않아 자산이 벌어주는 생활 자금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동산 보유, 임대 소득, 금융 소득에 대한 과세율을 높이고 주식 거래 차익에도 일일이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동 소득에 대한 과세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사회적(정치적) 합의에 따라 제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파이어족에 대한 찬사는 그런 합의 변경의 촉매가 될지도 모릅니다. 

 ‘직장 근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인생을 갈아 넣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곳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포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써 놓고 보니 ‘꼰대’의 푸념 같지만, 양보할 수 없는 상식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재산 모으기에 대한 관심을 줄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 생활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조건들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길 권하는 것일 뿐입니다. 

 파이어족을 조명한 기사를 보시죠. 그 삶에 대한 평가는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더 모닝's Pick
1. 종로 보궐선거에 이준석 출마?
 지난 2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 머물렀음을 보여주는 사진을 SNS에 올리자 이낙연 전 총리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종로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퍼졌습니다. 본인은 우연한 방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대신에 종로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대선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2. 바이든의 34분 중국 공격
  “우리는 동맹과 친구를 옹호할 것이고, 무력에 의한 영토 변화, 경제적 강압, 기술적 착취 또는 잘못된 정보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맞설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중국이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고 34분간의 연설 내내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습니다. 지금 미국 정부의 관심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3.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처신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직 수행에 대한 논란이 지속됩니다. 그곳에서 한 역할에 대한 본인과 회사 관계자의 말이 다릅니다. '취업'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법조인들은 고문료 월 1500만원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전직 대법관이 이런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입니다. 존경 받는 원로가 점점 드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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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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