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달라진 20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통일이 필요하냐는 20대, 설득 가능하십니까? 

 50대인 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노래 부르며 자란 세대에 속합니다. 통일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은 중학생 때 TV로 중계된 이산가족 상봉이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형제자매가 생이별 상태로 살면서 양쪽 국가의 배려로 일회성 만남을 갖고 통곡하는 비극을 보며 컸습니다. 그때 주제가로 등장한 가수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을 들으면 온 나라가 눈물바다가 됐던 그 시절이 기억납니다. 

 어느새 잃어버린 70년이 됐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봅니다”라는 노래 가사는 지금도 종종 듣지만 정말 애타게 부모를 찾는 이산가족은 드물어졌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산가족은 최소 70대입니다. 부모 쪽은 90대 이상입니다. 생존 확률이 낮습니다.

 20대 때는 동ㆍ서독의 통일을 봤습니다. 통일이라는 게 정말 될 수도 있겠다는, 어느 날 벼락처럼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처음 가졌습니다. 그로부터 딱 10년 뒤인 2000년에 이뤄진 첫 남북 정상회담은 머지않아 자유 왕래는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통일 대박론’이 등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1월 6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국민 중에는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통일’이 모욕을 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관념 속 통일은 숭고한 ‘민족적 사명’ 또는 ‘인도주의 실현’이었는데, 갑자기 ‘경제적 도약 기회’가 돼버렸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나라가 ‘속물 국가’가 된 것 같았습니다. ‘대박’이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가볍기도 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통일의 필요성을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는, 현실적 고민의 결과로 이해했습니다. 하나의 민족이니 하나의 나라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청년이 많습니다. 역사적 기원이 같은 민족이 쪼개져 사는 경우도 있고, 여러 민족이 뭉쳐 살기도 합니다. 막연한 당위론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서 통일의 현실성에 대한 의심도 커졌습니다. 통일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믿으며 살아왔는데, 30대 야당 대표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청년들이 통일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그것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 치러야 할 비용, 통일된 나라의 상태를 따집니다. 합리적으로 설득해 보라고 합니다. ‘하나가 된 감동’ 같은 정서적 자극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의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2030세대가 싸늘한 시선을 보냈던 것 기억하시죠? 청년들, 냉정(냉철)합니다.

 왜 통일이 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냥 두 개의 나라로 서로 싸우지는 않고 살면 안 되겠느냐는 물음에 정부와 윗세대가 답을 가지고 있습니까? ‘너무 이해타산적인 것 아니냐’고 윽박지르지 않으면서 설득해낼 자신이 있습니까? 

 중앙일보가 창간 특별 기획물로 20대와 40대의 의식 차이를 조사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20대의 47%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쪽을 택했습니다. 필요하다는 쪽은 49%였습니다. 차이는 오차 범위 안에 있습니다. 정부가, 정치 지도자가 정말 통일을 원한다면 청년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 그들이 나라의 주류가 됩니다. 북한에 들이는 노력과 정성의 반의반이라도 이에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창간 기획물은 20대의 정치적 성향과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집단적 의견도 보여줍니다. 40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서울 코로나 확진자 800명 이상
  어제 오후 9시까지 서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9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최다 기록입니다. 오후 9시까지의 상황이라 15일에 발표되는 수치는 8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의 하루 최다 확진자는 677명(8월 24일)이었습니다. 추석 연휴에 서울의 확산세가 지방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세상 등진 자영업자에 추모 물결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시하는 시민이 많습니다. 특히 동병상련의 자영업자들이 그런 모습을 보입니다. 영업 제한 완화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됩니다. 이 레터에 여러 번 썼듯이 제대로 된 손실 보상이 필요합니다. 표가 되는 곳에 선심 쓰기를 좋아하는 현 정부가 왜 이토록 자영업자들에겐 야박할까요? 자영업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출신 지역과 세대 등에 따라 제각각이라 돈을 써서 표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3.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 해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어젯밤에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레이스 성공을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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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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