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오토바이 배달원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배달 라이더의 죽음, 정말 탈출구가 없나요?

지난달 26일 서울 선릉역 인근에서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뜻에서 사고 현장 옆에 동료 라이더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술. [연합뉴스]
 머나먼 길이다 청략리역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별의 여왕에게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마법의 라면을 배달하러
 페가수스 별자리를 향해 일만 광년 속도로 질주한다.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외계인 폭주족들,
 향하는 곳이 암흑성운인 줄도 모르고 
 무한대로 들어간다 큰 코끼리 별과 반딧불 별 사이
 스타벅스 커피숍을 만나면
 낙태된 자매 별들이 무중력 상태로 떠다닌다.

 주창윤 시인의 시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의 앞부분입니다. 끝은 이렇습니다. ‘기계인간 테레사가/“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 별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군요”라고 말할 때/나는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폭주 시대의 암울한 미래를 예언합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인 주 시인의 시 중에는 ‘추석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맨’이 있습니다. 시의 중간 대목을 전합니다. ‘특상 나주 배 같은 달의 무게가/중심을 잃게 만들었나?/사거리에서 넘어진 오토바이/바퀴는 계속해서 헛돌고/쓰러진 퀵서비스 맨은 일어나지 못한다/깨진 양주병에서/터진 보름달이 흘러내려/아스팔트를 적신다.’  

 최근 서울에서 잇따라 교통사고로 오토바이 배달원이 숨졌습니다. 차를 운전하다 목격한 아찔했던 순간들, 오토바이 잔해들, 길에 쓰러져 있던 배달 라이더가 떠오릅니다. 신호와 차선을 지키지 않고 질주하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찬 적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배달 음식을 기다릴 때엔 그들이 빛의 속도로 달려오기를 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안고 이 ‘배달의 시대’를 살아갑니다.

 석 달 전에 오토바이 배달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이 실험을 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11명의 배달 앱 라이더가 하루는 평소처럼, 다른 하루는 '준법 주행'을 해 배달 건수와 소득을 비교해 봤습니다. 준법 주행은 속도, 신호 규정을 모두 지키고 차량 사이로 '칼치기'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랬더니 배달 건수가 평균 26.6건에서 18.7건으로 29% 줄었습니다. 평균 시급은 1만6931원에서 1만3421원으로 20% 감소했습니다. 하루 소득도 비슷하게 적어졌습니다. 건당 평균 배달 시간은 23.3분에서 29.3분으로 평균 6분이 늘었습니다. 

 배달원들은 어떻게든 빨리 달려야 돈을 더 법니다. 배달 지연으로 배달 앱에서 경고를 받으면 일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배달을 맡긴 음식점도 되도록 그들이 빨리 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손님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라이더들의 속도와 배달 앱의 수입이 비례합니다. 다른 배달 앱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해집니다. 도로에서 폭주 라이더들 때문에 덜컥덜컥 놀라는 운전자 말고는 모두가 그들의 광속 주행을 원합니다. 

 라이더 교육, 문화 개선, 배달 앱 운영 시스템 변화 등의 대책이 수년째 거론됩니다.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진짜 ‘솔루션’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배달 앱에 음식을 주문하면 라이더 위치가 스마트폰에 표시됩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위치 추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달 앱 측이 이를 활용하면 최소한 속도 통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달 앱 운영사에 강한 의지가 있다면 주행 기록 분석 시스템을 갖춰 위험한 라이더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 나라가 IT 강국 아닙니까? 배달 속도가 줄어 라이더의 수입이 감소하는 게 문제라면 배달료를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진짜 해결책을 찾고, 실행할 때가 됐습니다. 사람이 계속 죽고 다칩니다. 모두가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싸고 빠른 배달이 주는 잇점 때문에 방관자가 되는 야만을 멈출 때가 됐습니다. 

 라이더를 위험으로 모는 배달 사업 구조를 진단한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IOC, 북한 올림픽위원회 자격 정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2년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정지시키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도쿄 올림픽 불참 결정에 따른 징계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 참석이 어려워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여당에 찍힌 네이버와 카카오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한 여당 의원의 말입니다. 정부와 여당에서 연일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판하는 발언이 나옵니다. 관련 업체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공정으로 가는 길일까요? 아니면 국가 통제 경제로 가는 길일까요?

3. 6개월 투자에 건강수명 5년 증가
  70대 후반 노인이 6개월 동안 운동과 단백질 보충에 집중하면 5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장일영 교수가 강원도 평창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입니다. 어떤 운동이 효과가 있는지가 기사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 구독에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e-메일로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매일(월~금) 아침 뉴스레터에 새 소식을 담아 새 날을 알립니다. 
세상으로 향한 작은 창을 열어 보세요. 빛과 바람과 풍경을 전합니다.

이상언의 '더 모닝' 뉴스레터를 놓치셨나요?
지난 뉴스레터는 아카이브 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어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 이상언의 '더 모닝' 목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