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공격하는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기획, 청부했다는 주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고발 사주' 의혹, 진실이 우선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진실은 때로는 좀 불편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잖아요.” 배우 정해인씨가 며칠 전 화상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인기 비결이 “진정성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보며 배우 정해인씨가 말한 ‘진실의 힘’을 떠올립니다. 제기된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윤 전 총장의 대선 주자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의혹이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의 부인과 반박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혹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지난해 봄에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작성했느냐는 것입니다. 또 이 고발장 초안을 손 검사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닙니다. ①손 검사가 작성했나? ②만약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의 지시에 따른 일인가? ③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받았나? 이 세 가지만 분명히 하면 끝날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도록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정확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손 검사는 의혹 제기 직후에 “사실이 아니고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뭔가를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말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섞어 하고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평소의 그답지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이 꼭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금 그의 대선 행보를 지지하는 국민 중 상당수는 ‘진실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그 이후에 벌어진 참담한 ‘진실 파괴’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정치 신인 윤석열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이것이 ‘윤석열 팬덤’의 본질이고, 윤석열의 '대의'입니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은 달라야 합니다. 조국 전 장관과 그를 옹호하는 정치인처럼 거짓말 또는 아리송한 말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묘하게 팩트를 왜곡하며 ‘대안적 진실’의 세계를 만든 그들의 길을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의혹의 실체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하길 기대합니다. 두 사람은 높은 책임감과 도덕성을 요구받는 고위 공직자입니다. 윤 전 총장도 만약 ‘사주’와 ‘무관’의 사이에 진실이 놓여 있다면(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의 당시 상황 인식이나 기억이 다른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대로 이야기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기 바랍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에 거짓말 못 하는 병에 걸린 3선 의원(라미란 분)이 등장합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허물을 숨기지 못하게 돼 몰락의 위기를 맞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해피 엔딩입니다. 배우 정해인씨가 말했듯이 진실은 때로는 고통을 주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 사건 흐름을 정리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이 뒤로 물러나 있으니 정황 논리와 추측이 난무합니다.

더 모닝's Pick
1. 국민의힘 경선 규칙 변경
  여권 지지층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뽑는 데 여당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힘을 발휘하는 '역선택'을 방지 하기 위한 조처가 이뤄졌습니다. 1차 경선에서는 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20% 반영하고, 3차 경선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묻기로 했습니다. 당 선관위가 후보들의 입장을 절충한 안을 만든 것인데요, 이제 깔끔하게 다 정리가 된 걸까요?

2. 대기업 68% 하반기 공채 계획 없다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68%가 올해 하반기에 공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현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고용시장 경직성에 따른 인력 수급 조절의 어려움, 인건비 부담 증가를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집니다.

3. 박영선이 보는 이재명
 “계곡의 거친 돌이 시냇가의 둥글둥글 호박돌로 바뀌었다.” 박영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두문불출하다 최근에 '선문명답'이라는 5부작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박영선이 묻고, 이재명이 답한다는 뜻입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4일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내년 3월에 귀국한다고 합니다.
'더 모닝' 구독에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e-메일로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매일(월~금) 아침 뉴스레터에 새 소식을 담아 새 날을 알립니다.
세상으로 향한 작은 창을 열어 보세요. 빛과 바람과 풍경을 전합니다.

이상언의 '더 모닝' 뉴스레터를 놓치셨나요?
지난 뉴스레터는 아카이브 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어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이상언의 '더 모닝' 목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