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중국의 전체주의적 통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게임·사교육금지한 중국, 우리는 많이 다른가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빅 브라더는 살아 있나요?”
 “물론이지. 그는 존재해. 당도 존재하고. 빅 브라더는 당의 화신(化身)이야.”
 “그도 제가 존재하는 것과 똑같이 존재하나요?”
 “자네는 존재하지 않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질문하고 오세아니아의 고위 당원 오브라이언이 답합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윈스턴의 실존을 부인합니다. 당이 모든 시민의 삶을 통제하는 곳에서는 사람이 더 이상 ‘고유한 특성과 취향을 가진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국 청소년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만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개인의 상황이나 흥미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최근 중국 언론에 ‘게임은 아편’ ‘게임은 정신을 병들게 하는 마약’ 등의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했습니다. 아편이고, 마약인데 잠깐은 허용하는 게 신기합니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도 금지했습니다. 학원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도 불법이 됐습니다. 학교에서 가급적 숙제를 내주지 말라고 합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다 같이 부자가 되자(‘공동부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교시’가 내려진 뒤에 생긴 일입니다.

 마치 한국의 과거를 ‘벤치마킹’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까지 한국에도 ‘게임 셧다운’ 제도가 있었습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은 PC로 게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교육 금지는 1980년 7월에 전격적으로 실시돼 91년까지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과 유치원 영어 교육을 금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시행을 1년 유예하겠다더니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중국이 우리가 하다가 만 일들을 고강도로 ‘업그레이드’해 실시합니다. 역시 스케일은 남다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도 중국을 따라갑니다. 새로 지명된 한국 금융당국 수장이 가계부채 문제를 걱정하는 발언을 하자 은행들이 앞다퉈 개인 대출을 줄입니다. 경제적 원리나 합의된 규칙이 아닌, 임의적 권력이 시장을 움직입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서 문제면 기준금리 인상이나 긴축 재정으로 해결하는 게 정상적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어제 국회에서는 사립학교가 교원을 뽑을 때 관할 교육청에 1차 선발을 맡기도록 강제하는 법이 생겨났습니다. ‘사립’과 ‘공립’의 경계가 계속 허물어집니다.

 9월 27일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미뤄진 언론법도 유사한 맥락 안에 놓여 있습니다. 이 법이 생기면 우리의 언론 환경도 중국과 비슷해질지 모릅니다. 언론이 정부의 스피커 역할에 충실한 나라, 그래서 ‘가짜뉴스’ 시비도 없는 나라로 말입니다. 이래저래 한국과 중국이 닮아갑니다.

 중국의 게임 셧다운, 사교육 금지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이 ‘보모 국가’(nanny state)로 간다고 했습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해석입니다. 보모 국가는 정부가 선의의 과보호를 하려들 때 붙이는 명칭입니다. 전체주의적 통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역선택' 소용돌이에 빠진 국민의힘
 여권 지지층이 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가 뽑히도록 힘을 쓴다는 이른바 '역선택'의 문제로 국민의힘이 분란에 휩싸였습니다. 경선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표출되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완강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2. "주사파적 사고 널리 퍼져 있다"
 "문제는 지식인 사회와 정치권 등 우리 사회의 영향력 있는 부분들에 주사파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많이 퍼져 있다는 점이다. 학생 시절 정말 주사파 핵심이었던 사람들은 생각을 바꿨는데 그 주변부에 있던 사람 중에 급진적 생각을 아직도 가진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하고 세운 나라여서 처음부터 정통성이 없다는 식의 역사관은 북한정통론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주사파의 역사관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가. 유력 정치인들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나." 주사파 통일운동 조직인 범민련에서 사무처장직을 맡았던 민경우씨의 말입니다. 예영준 논설위원이 그를 만났습니다.

3. 몰디브엔 벌써 400 커플 예약
 백신 2차 접종까지 받은 사람이 늘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가고 있습니다. 사이판, 몰디브, 하와이, 푸켓 등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주요 관심 지역이라고 합니다. 몰디브에는 약 400 커플이 이미 예약을 했다네요. 여행 담당 기자가 현지 방역 상황 등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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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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